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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작가회의 제11회 불꽃문학상에 오창렬 시인

제11회 불꽃문학상 수상자로 오창렬 시인(56)이 선정됐다. 수상 작품은 올해 발표한 시집 <꽃은 자길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모악). 우슬, 반 넘게는 마음으로도, 인간의 품격 등이 수록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오롯이 담겨있다. 심사는 정양최동현김용택안도현복효근 시인과 임명진 평론가, 이병천김병용 소설가, 김종필 아동문학가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는 인간과 자연, 우리 사는 사회에 대한 통찰이 더 깊어지면서도 서정시가 지니는 언어의 결과 따스함을 잃지 않고 있다며 인간의 품격을 깊은 울림으로 그려냈다고 밝혔다. 오창렬 시인은 부족한 나를 오랫동안 보아온 분들로부터 인정과 격려를 받는 것으로 여긴다면서 내 삶과 시가 사람들의 삶으로 한 발짝 보폭을 넓혀볼 용기를 얻었다. 용기를 주셨다는 점에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원 출신인 그는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계간시지 시안 신인상에 하섬에서 등 4편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바 있으며, 제8회 짚신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전북작가회의 정기총회가 열리는 2019년 2월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다.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종필)가 2006년 제정한 불꽃문학상은 어둠과 혹한 속에서 빛을 발하는 불꽃처럼 뜨거운 정신으로 문학의 길을 밝혀가길 바라는 동료 문인들의 격려가 담긴 상이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8.12.11 19:57

[불멸의 백제] (239) 12장 무신(武神) 15

계백은 달솔 품위로 임명되고 나서 왜국 백제방의 제 2인자가 되었다. 달솔은 백제 16개 관등 중 2품으로 좌평 다음이다. 동, 서, 남, 북, 중 5개 방의 방령(方領)을 맡거나 중앙관서인 내관(內官) 12부와 외관(外官) 10부의 장(長)이 달솔 관등이다. 또한 본국(本國) 외의 영토인 22개 담로의 태수도 대부분 달솔 관등인 것이다. 왜국의 백제방은 특별한 경우여서 왕자를 보내 왜왕과 함께 통치한다. 고노 영지의 분란을 수습하고 돌아온 계백이 먼저 백제방으로 찾아가 풍왕자에게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잘했다. 보고를 들은 풍이 칭찬부터 했다. 내가 여왕께 보고드리고 소가 섭정을 불러 영지를 네 앞으로 정리하겠다. 풍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소실이 하나 더 늘었구나. 양자도 한 명 얻었고. 예, 전하. 씨를 뿌려서 곡식을 얻는 법인데 그대는 남이 뿌린 곡식을 창고에 쌓기만 하려느냐? 전하. 계백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남이 거둔 곡식도 제 손에서 잘 자라면 제 곡식이 됩니다. 고노의 자식이니 왜인(倭人)이겠지만 씨가 좋으면 좋은 종자가 되겠지. 잘 기르지요. 왜국의 지도층이 모두 백제계이지만 왜인의 균형도 필요하다. 명심하겠습니다. 신라가 자주 당(唐)에 걸사표를 보내 당군(唐軍)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풍이 화제를 바꾸었다. 백제방의 첩 안에는 중신(重臣) 10여명이 둘러 앉았지만 대화는 풍과 계백이 나누고 있다. 풍이 말을 이었다. 지난번 김춘추, 김유신이 비담의 난을 이용하여 여왕을 시해한 후부터 신라인의 민심(民心)이 김씨 왕가(王家)를 떠났기 때문이다. 김춘추에 대한 민심이 나쁜 것입니까? 바로 그렇다. 정색한 풍이 계백을 보았다. 김춘추 그 자는 당(唐)의 신하가 되겠다고 진즉부터 당왕(唐王)에게 약속을 했지 않느냐? 제 아들을 당왕의 시종으로 보내고 신라 관원에게 당의 관복을 입히고 신라가 당의 속국이 아니라 1개 주(州)로 인정 받기를 바라는 놈이다. 신라의 사직을 지킨다는 명분이나 그것은 김춘추 자신의 욕심일 뿐이다. 백제의 왕 의자나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대륙으로 진출하여 천하(天下)를 제패하려는 것과는 반대다. 신라가 반도의 구석에 박혀 밖으로 뛰쳐나갈 길이 막혀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때 풍이 불쑥 물었다. 달솔, 네 영지가 얼마나 되었느냐? 예, 이번 고노의 3만8천석까지 38만3천석으로 늘어났습니다. 소가 가문의 영지를 합하면 두 부자(父子)가 200만석 가깝게 된다. 풍이 말을 이었다. 50석당 군사 1인을 모은다고 해도 4만명이야. 전시(戰時)에는 3명도 모을 수 있으니 10만이 넘는 군사가 된다. 전하, 소가 가문이 백제방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습니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특히 권력욕은 절제하기가 어렵다. 정색한 풍이 계백을 보았다. 수천년 역사에서 상대를 믿었던 왕국이 꼭 망했다. 그리고 그 망한 왕국은 패륜과 무능, 압제로 매도당했다. 너도 그것을 명심해야 된다.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 승자가 정의다. 장민호기자 ledzepp79@

  • 문학·출판
  • 기고
  • 2018.12.10 20:33

[불멸의 백제] (238) 12장 무신(武神) 14

그날 밤, 침상에 누워있던 계백이 문이 열리는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아스나가 들어서고 있다. 기둥에 붙여놓은 양초의 불꽃이 바람결에 흔들렸다. 그 바람이 슬쩍 계백의 코를 스치면서 옅은 향내가 맡아졌다. 여자의 체취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아스나가 잠간 눈동자를 고정시키더니 눈길을 내렸다. 볼에 홍조가 피어났다. 화장기가 없는 피부는 창백하기 때문에 표시가 난다. 아스나가 시선을 내린 채 다가온다. 한 걸음, 두 걸음, 흰색 비단 겉옷을 입고 두 손을 앞에서 마주 쥔 채 다가오는 것이다. 품위가 배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소실을 상대했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다. 아스나는 중키에 가냘픈 몸매다. 이윽고 침상 끝에 선 아스나가 시선을 들어 계백을 보았다. 이제는 얼굴에 홍조가 가득 덮였다. 불빛을 받은 눈도 번들거리고 있다. 아스나의 꽃잎 같은 입이 열렸다. 벗고 들어갈까요? 그러는 게 좋겠다. 그러자 아스나가 그 자리에서 겉옷을 벗어 방바닥에 떨어뜨렸다. 마치 나비가 껍질을 벗고 나오는 것 같다. 그 순간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 아스나의 알몸이 드러난 것이다. 아스나는 겉옷 빝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아스나가 한 손으로 젖가슴을, 다른 손으로 음부를 가렸지만 그것이 더 자극적이다. 아스나가 그 자세로 계백을 보았다. 얼굴이 더 붉어졌다. 침상으로 올라갈까요?들어오라. 아스나가 한쪽 다리를 들어 침상에 오르는 순간 검은 숲이 드러났다. 숲속의 선홍빛 연못도 보인다. 계백이 이불을 들쳐서 금방 태어난 아이 같은 아스나의 몸을 받아들였다. 아스나가 바로 계백의 가슴에 얼굴을 붙이더니 두 손으로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말했다. 추워요. 과연 알몸은 바깥 공기를 맞아 차다. 계백이 아스나의 어깨를 바짝 감싸 안았다. 다리 하나가 자연스럽게 아스나의 하반신을 둘렀다. 그때 아스나의 숨결이 계백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장군, 감사드립니다. 이제 네 낭군 아니냐? 예, 낭군. 아스나의 손이 뱀처럼 미끄러져 내려와 계백의 남성을 쥐었다. 그러더니 숨을 들이키면서 얼른 손을 떼었다. 계백이 아스나의 입을 입에 넣듯이 붙였을 때 뜨거운 혀가 꿈틀거리며 빠져나왔다. 다음날 오전, 계백은 아스나, 히지와 함께 청에 올랐다. 전(前)에 아스나의 남편인 영주 고노가 생존했을 때와 같은 분위기다. 고노 대신으로 계백이 영주 자리에 앉았을 뿐이다. 계백은 아스나를 옆쪽에 앉게 했고 히지의 자리는 그 가운데다. 청 안에는 계백의 장수들뿐만 아니라 성에 남아있던 고노의 가신들도 불렀기 때문에 좁은 청이 가득 찼다. 아스나는 처음에는 부끄러운지 시선을 내린 채 얼굴을 붉혔다가 곧 냉정을 되찾았다. 이제 계백의 소실인 것이다. 그때 슈토가 계백에게 보고했다. 대감, 성 밖 영지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중신(重臣) 오시마와 오우치가 일족과 함께 도주하다가 생포되었습니다. 명을 내려 주십시오! 그놈들을 따르던 부하까지 다 몰사시켜라. 예엣! 앞으로 이곳은 히지성(城)으로 부른다. 히지가 성장하면 이곳 성주가 될 테니 가신들은 잘 보좌하라. 추상 같은 명이다. 모두 머리를 숙였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우에노가 중신(重臣)으로 성의 수비장을 맡아 히지를 모시도록 하라.

  • 문학·출판
  • 기고
  • 2018.12.09 19:52

[전북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전라북도 길 이야기] 옹골진 전주의 길맛 - 최기우

전주는 길에도 맛이 있다. 거리마다 늘어선 맛집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쭉 뻗은 길이든, 갈림길이든, 구부러지거나 꺾어져 돌아간 길이든, 전주에서의 걸음과 걸음은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소살소살 물소리 한가한 전주천과 삼천의 산책길, 온갖 나무가 넉넉한 황방산과 건지산 숲길, 지금은 폐선이 돼 버린 아중역과 팔복동의 기찻길, 굽이굽이 이어진 완산동과 노송동의 골목길, 젊은 기운이 넘치는 객리단길, 취객들의 발길이 흥성거리는 삼천동 막걸리골목과 신시가지의 맛집 거리, 때깔 좋은 한복의 행렬이 화사한 한옥마을 태조로. 낯설면 낯선 만큼, 낯익으면 또 낯익은 그만큼 설레고 다정한 전주의 길들. 우리가 손잡고 내딛는 걸음마다 소중한 인연과 사연들이 향기로 번진다. 곡선으로 흐르는 전주의 길 전주의 골목과 거리에선 꼭 해찰해야 한다. 전주의 길은 그 자리마다 금세 마주칠 것 같은 얼굴들을 감춰놓았기 때문이다. 기웃기웃, 두리번두리번, 딴 길로 새면 또 다른 마음과 마음이 만난다. 그 길은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처럼 정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처럼 포근하다. 북적이든, 한적하든, 멀든, 가깝든, 고단하든, 즐겁든 전주의 길에는 이 길로 다니던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발자국에 발자국이 쌓이고, 그 위에 또 발자국이 쌓이며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도 구불구불 이야기를 담은 길을 낸다. 길과 길이 잇는 선에 우리가 있다. 전주는 직선보다 곡선을 선택했다. 곡선은 사람의 길이다. 전주는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넓히고, 전봇대와 가로등을 옮기며 인도를 비우고 있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이 한 예다. 직선을 버리고 곡선을 되살려, 자신을 굽히니 마음이 보이고, 모든 것이 평화롭다. 전주가 매달 두 차례 차의 길을 시민에게 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를 잠시 밀쳐두고 사람과 생태, 문화로 채우는 차 없는 사람의 거리에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왁자지껄한 웃음으로 채워졌다. 서두름 없는 전주의 길. 그곳에 우리의 자화상이 있다. 생동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마음과 몸짓. 굽이굽이 인생사, 시름 안고 길에 서면 어느새 길은 우리를 보듬고 다독인다. 질기지만 고운 인연과 일상의 소박한 풍경이 자분자분 말을 걸어온다. 이 길은 결코 그 끝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곳을 향해 길이 열린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길은 나서는 이에게 언제나 열려 있고, 그 길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지는 나서는 이의 몫이다. 그래서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의 꿈도 성장한다. 그 길은 우리가 함께 걷는 길이며, 휘파람 불며 가는 길이다. 바른 마음으로 걷는 길이며, 새로운 도전으로 다시 시작하는 길이다. 사연도 깊은 전주의 골목골목 전주한옥마을에는 처마 낮은 골목들이 누군가의 발길을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는 듯 서 있다. 골목들은 또 다른 골목으로 접어들며 낱낱이 흩어진다. 골목쟁이에 이르렀는가 싶다가도 다시 모퉁이를 돌아야 하는 전주한옥마을의 골목과 골목들. 어디로 접어들던지 이름도 모를 골목길들은 사연이 깊다. 그리고 끝없는 좌절과 소망의 회오리 숨결들이 점점이 고을고을 새겨진 골목길들을 결코 놓치지 말라. 붙잡으라. 그 이야기와 삶의 흔적들을 지금 우리가 놓치면, 이제는 아무도 못 찾는다. 끝내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국토와 마을과 집안마다 흘러내리는 이 숨결과 이야기를, 갈피마다 주워 담아 품고 길러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인지도 모른다.(최명희 『혼불』 제3권) 향교길은 검푸른 대나무 숲에서 나온 바람 소리가 마중을 나와 있다. 맑은 소리는 걸음을 떼는 길 위로 푸르게 깔린다. 쌍샘길 골목을 누비면 울울창창 숲을 이룬 오목대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최명희길은 길 한복판에 서 있는 배롱꽃 그늘에 앉아 책장을 넘기기에 그만이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된 경기전 옆 태조길에 서면 경기전 담 위로 전동성당이 꿋꿋하다. 전동성당에서 풍남문을 지나 남부시장으로 들어서면 시장의 골목골목이 나뭇가지들처럼 서리서리 얽혀 있다. 콩나물국밥이나 순대국밥으로 허기를 채워도 좋고 싱싱한 푸성귀나 어물, 과일 한 바구니를 왁자지껄 흥정해 들고나와도 유쾌하리라.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오래된 집들의 무너진 담과 이끼 서린 기왓장에도 깊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소설가 최명희(1947-1998)도 단편소설 「쓰러지는 빛」에 자신이 어린 시절 살던 전주 완산동 골목길에 대한 추억을 남겼다. 삶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작가의 풍부한 언어 구사 능력은 고향 전주의 미궁과 같았던 이 골목 저 골목의 깊숙한 골목쟁이까지 빠짐없이 담아 놓았다. 대문을 밀고 나서면 오른쪽으로 집 울타리를 낀 골목 끝이 바로 천변이다. 골목 길이는, 천변 쪽으로는 그저 몇 걸음 되지 않았으나, 동네 안쪽으로 가면서 세 갈래로 나뉘고, 그것들이 가다가 새끼를 쳐서 다시 몇몇 갈래가 되어, 그 골목은 들어서기만 하면 미궁처럼 헤매기 쉬웠다. 그래서 우리들의 어린 날은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의 말처럼 골목골목에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날만 밝으면 눈을 비비고 튀어나와 밥때를 넘기고도 배고픈 줄 모르고 뛰어놀았다. 시멘트 블록 담을 치지 않았던 예전에 담을 대신했던 탱자나무 울타리는 무척이나 정겨웠다. 휘황하게 피던 하얀 탱자꽃. 달빛 좋은 봄날에는 검은 생나무 울타리가 꽃 너울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리. 아이들이 있는 집의 추녀 끝에서 낭랑한 웃음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게 전주의 골목길이다. 다양한 빛깔과 무늬를 품은 전주의 길 전주는 길의 이름만으로도 그 길에 켜켜이 쌓인 시간과 온갖 사연을 만나게 한다. 정여립로, 최명희길, 귄삼득로, 운암로, 영경길, 호성로, 춘향로, 콩쥐팥쥐로와 같이 위인의 이름(호)이나 문학작품을 빗댔기 때문이다. 전주가 오래전부터 거리의 특성을 살려 이름 붙인 테마가 있는 거리도 마찬가지다. 루미나리가 설치된 걷고 싶은 거리와 비보이의 상징물로 꾸민 청소년거리,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 공구상점이 늘어선 공구거리, 금은방과 한복집이 모여 있는 웨딩거리, 한글을 주제로 다양한 조형물이 있는 한글테마거리 등 온갖 빛깔과 소리가 거리를 채운다. 아기자기한 벽화들이 반기는 자만마을과 산성마을은 시골길을 거니는 것처럼 친근하다. 그러나 이 거리는 무작정 한 가지 이름만을 품거나 그것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동문예술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시인화가소리꾼배우들이 숱하지만, 한때는 헌책거리, 콩나물국밥집거리, 소극장거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이처럼 전주의 길은 그 무늬가 한결같지 않아서 더 매력적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다른 무늬를 띨 것이다. 그러니 늘 새 길 가는 것과 같다. 길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자신을 딛고 서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길은 다 안다. 엉거주춤인지 제자리걸음인지 뒷걸음인지도 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주위 환경이 바뀌어도 길은 아득하게 그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길을 걸으면 옛 정신이 스며든다. 우리가 걸음걸음을 더 똑바로 해야 하는 이유다. *최기우: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 희곡집 『상봉』, 창극집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전주, 느리게 걷기』, 『꽃심 전주』,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전국연극제 희곡상(2회), 전북연극제 희곡상(3회), 불꽃문학상, 천인갈채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실장, 전주대학교 겸임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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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7 12:10

“자손들에게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송승엽 소설 ‘답방’

30여 년을 중국과 북한 분야에서 종사한 송승엽 씨(70)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소설 답방을 펴냈다. 남북 관계가 여기서 더 후퇴해서는 안 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한반도의 미래조차 후퇴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깔린, 한반도의 꿈이자 희망인 항구적 평화 정착의 염원을 간절한 마음으로 그려냈다. 소설은 중국 베이징을 배경으로 남한 무역상사 팀장 자녀와 유학 온 북한 고위층 자녀가 같은 반에서 공부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자연스럽게 싹튼 남여 고등학생의 사랑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오랜 외교관 생활을 통해 저자가 축적한 메모를 바탕으로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송 씨는 최근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급진전을 보면서 우리 손자들만큼은 통일된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소망을 그리려면 공상이라는 큰 그릇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조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기 위해 소설이란 형식을 빌렸다는 이야기. 소설 속 주인공의 사랑에는 정보기관의 집요한 방해와 긴급 소환 위험이 뒤따른다. 오랜 시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룬 이들의 사랑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허무하게 무너진다.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남북한이 함께 성장하며 평화로 가는 길을 반대하는 세력들에 희생되고 마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 자손들은 편안한 세상에서 즐거운 삶을 영위했으면 하는 바람을 소설에다가 공상으로 엮어 집어넣었다며 열강들 틈에 낀 우리나라 상황을 볼 때 차라리 영세중립국화해서 주변국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살면 좋지 않냐는 생각을 해 봤다고 말했다. 작가는 1948년생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중국어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 중국이 미수교 상태였던 지난 1991년 대한민국 대사관의 전신인 KOTRA 주 베이징 대표부 근무를 시작으로 10여 년간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정무공사로 끝으로 퇴직했으며 공직생활 30년 동안 중국 및 북한 분야에 종사했다. 퇴직 후에는 한국 대기업의 중국투자 관련 자문과 광운대에서 후진 양성에 힘을 보태며, 현재는 학창시절 가졌던 소설가의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8.12.06 19:58

[불멸의 백제] (237) 12장 무신(武神) 13

그때 계백이 머리를 돌려 히지를 보았다. 히지는 대여섯살쯤 되어 보였는데 단정한 모습이다. 얼굴도 아스나를 닮았다. 그러나 마당에서 일어난 참극을 보고는 얼굴이 하얗게 굳어져 있다. 아스나도 마찬가지다. 나란히 앉은 두 모자(母子)는 나무로 만든 인형같다. 이제 사방이 조용해졌다. 마당에 수백명의 장수와 군사가 모여섰고 청 안의 장수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너, 몇살이냐? 히지에게 물은 것이다. 깜짝 놀란 히지가 아스나부터 보았다. 눈에 두려움이 가득차 있다. 나란히 앉아있던 아스나가 대답을 하라는 눈짓을 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히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섯살입니다. 계백이 다시 물었다. 저놈들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 예. 계백의 눈빛이 부드러웠는데 히지가 입안의 침을 삼키고 나서 말했다. 욕심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무슨 욕심? 영지를 차지하려고. 땅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히지에게 물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무신(武神). 누가 그러더냐? 아스코가. 아스코가 누구냐? 시녀입니다. 넌 무엇이 되고 싶으냐? 어머니를 따라 중이 되고 싶습니다. 중? 예. 왜? 아버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었다면 네 아비의 뒤를 따라 영주가 되었겠구나? 예. 영주가 되고 싶으냐? 그때 아스나가 숨 들이켜는 소리를 내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러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져있다. 청 안의 장수들, 마당에 모여선 장졸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바람이 불어와 피비린내가 맡아졌지만 모두 히지를 주시하고 있다. 그때 히지가 대답했다. 예. 그순간 아스나가 어깨를 치켜 올렸다. 다시 숨을 들이켰기 때문이다. 장수들도 술렁거렸고 마당의 장수 하나는 혀 차는 소리를 내었다. 그때 계백이 물었다. 네가 영주가 되려면 부하를 모으고 네 땅을 빼앗은 영주를 죽여야되지 않겠느냐? 히지가 눈만 껌벅였지만 그 말이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는 표정이다. 그때 계백의 시선이 아스나에게 옮겨졌다. 네 어머니하고 같이 말이다. 그때 아스나가 두손을 청 바닥에 짚고 엎드렸다. 아이의 생각없는 말입니다. 대감. 아스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머리를 든 아스나의 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때 계백이 다시 히지에게 물었다. 너, 영주가 될 수련을 할테냐? 이제 히지는 상황을 조금 안 것 같다. 얼굴이 하얗게 굳어진 채 눈동자만 굴리고 있다. 그때 계백이 다시 물었다. 너, 내 양아들이 되지 않겠느냐? 그순간 청 안 장수들이 술렁거렸다. 슈토가 어깨를 한껏 부풀렸다가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계백의 목소리가 이어서 울렸다. 내 양아들이 되어서 영주 수련을 해라. 히지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했고 계백의 시선이 아스나에게로 옮겨졌다. 그대는 내 소실이 되겠는가? 아스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12.06 19:58

위로가 필요한 순간 따뜻하게 빛나는 시편들

박두규 시인은 30년 넘게 시를 써오는 동안 삶의 지침이 되어줄 북극성 하나쯤은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 내 시가 세상의 길이 되는 걸 꿈꾸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시인은 북극성처럼 창공에서 반짝거리며 우리를 새로운 세상의 길로 이끄는 시들을 탄생시켰다.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에는 그가 생명, 평화, 자연이라는 주제를 통해 도달한 진솔한 깨달음이 담겨 있다. 모진 세상 속에서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 그의 시편들은 우리에게 고요하고 속됨이 없는 명징한 세계를 선사한다. 시집에 수록된 67편의 작품들은 내성(內省)의 울림을 준다. 시인은 내성의 파문을 바깥 풍경의 한 자락으로 펼쳐놓으면서 세상과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든다. 33년 동안 물밑을 헤엄쳐 왔다./ 언젠가부터 때가 되면 수면 위로 올라가/ 오래 젖은 몸을 햇볕에 말리고 싶었다. (중략)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미는 순간/ 어머니의 젖을 물고 바라보았을/ 첫날의 경이로운 하늘을 기억해내고 싶었다./ 글을 처음 익힐 때처럼 책을 읽고/ 시를 처음 쓸 때처럼 펜을 잡고 싶었다./ 얼마나 더 이승의 밥을 훔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세월이 또 온다. (퇴직 일부) 생애 절반을 교사로 살았던 그는 퇴직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만난다. 삶에서 한발 물러서서 새로운 삶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를 새로 낳고 있는 중이다. 김해자 시인은 해설을 통해 박두규의 시는 언어도단이면서 언어 이전이고 언어로 받아들여져 모셔야 하는, 선(禪)과 닮아 있는 시의 운명을 보여준다며 우주적 생명의 바다에서 함께 춤추는 기쁨을 맞이하기 위해 내가 먼저 평화가 되려는 태도는 그가 왜 관념적인 선적 정신주의에 빠지지 않는지를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시인은 1985년 남민시(南民詩) 창립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5권의 시집과 2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 문화신문 지리산 人 편집인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8.12.06 19:58

[불멸의 백제] (236) 12장 무신(武神) 12

그렇습니다. 아스나가 대답했다. 그때 슈토의 뒤쪽에서 우에노가 나타났다. 마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에노가 소리쳤을 때 슈토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렇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오. 반란군은 이제 진압되었소. 잠시 후에 모시러올 터이니 기다리시오. 슈토가 말하더니 우에노를 돌아보았다. 우에노, 마님을 모시고 있게. 예, 슈토님. 우에노가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을 때 아스나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고노성의 영주가 정무를 처리하는 청은 돌보지 않아서 마룻바닥이 부숴졌고 천정에 거미줄이 걸쳐졌다. 그래서 군사들이 서둘러 바닥을 깔고 청소를 했다. 작은 성안에 1천기의 기마군이 진입해온 터라 말발굽 소리로 가득 찼다가 차츰 가라앉았다. 청에 오른 계백이 안쪽에 마련된 보료에 앉았을 때 군사들이 성 안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중신 타노와 타마나를 끌고 와 앞쪽 마당에 꿇어앉혔다. 마당 주위에는 군사들이 늘어섰고 청안에는 장수들이 좌우로 벌려 앉았다. 한낮,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맑은 날씨다. 그때 하도리가 말했다. 전(前) 성주의 부인이 오십니다. 곧 안쪽 문으로 아스나가 아들 히지를 데리고 청안으로 들어섰다. 주위는 조용하다. 둘러앉은 장수들은 시선을 받은 아스나가 하도리의 뒤를 따라 다가오고 있다. 계백이 아스나를 보았다. 그 순간 계백이 숨을 멈췄다. 아스나와 시선이 마주쳤고 잠시 떼어지지 않았다. 흰옷 차림의 아스나는 창백한 얼굴에 조금 홍조가 띄워져 있다. 적당한 키, 갸름한 얼굴, 스물대여섯쯤 되어 보이는 나이에 몸매는 가늘지만 품위가 있는 모습이다. 그때 계백이 눈으로 옆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시오. 미리 비워둔 자리다. 계백에게 머리를 숙여 보인 아스나가 히지와 함께 옆쪽 방석 위에 앉았다. 다섯 보쯤 떨어진 자리지만 옅은 향내가 맡아졌다. 청안은 조용하다. 장수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마당에 꿇어앉은 타노와 타마나는 40대 중반쯤으로 아직 정신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타노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칼등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그때 계백이 마당에 선 장수에게 물었다. 저놈들 휘하 군사는 어떻게 되었느냐? 예, 일부는 죽였고 나머지는 모두 항복해서 잡아놓았습니다. 장수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명령했다. 다 죽여라. 옛. 저놈 가족들도 몰사시켜라. 옛! 저놈들의 친척도 찾아서 다 죽여라. 옛! 그리고 내 눈앞에서 저 두 놈을 베어죽여라. 난도질을 하는 게 낫다. 옛! 몸을 돌린 장수가 둘러선 군사들에게 소리쳤다. 베어 죽여라! 타노와 타마나는 말 한마디라도 할 여유를 갖게 될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러나 계백의 추상같은 명령이 이어서 떨어졌고 그것을 들은 몸이 위축되었을 때 군사들이 사방에서 칼을 치켜들고 덮쳐왔다. 험악한 기세다. 으으악! 난도질은 공포감과 고통을 극대화시킨다. 단숨에 죽이는 것은 호사다. 두 반란수괴의 비명이 계속해서 이어지다가 피걸레가 되면서 멈춰졌다. 고깃덩이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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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5 19:59

[불멸의 백제] (235) 12장 무신(武神) 11

고노 영지의 거성(居城)은 둘레가 8리(4km) 정도에 높이는 10자(3m) 남짓의 석벽이 세워진 소성(小城)이다. 그런데 이 소성이 남북으로 두동강으로 나뉘어져서 북쪽은 중신(重臣) 타노(田野)가, 남쪽은 역시 중신 타마나(玉名)가 차지했다. 이 소성을 빼앗으려고 두 중신이 제각기 군사 2백여명을 끌고 들어와 진을 쳤기 때문이다. 서문 안쪽에는 고노의 처자인 아스나, 히지 모자(母子)가 내몰려 있었으니 보기에도 안타깝고 흉했다. 아스나는 끝까지 충성하는 가신(家臣) 10여명에 시녀, 군사 1백여명과 함께 저택에서 기거하고 있었으니 하루가 10년같은 세월일 것이다. 거기에다 성밖의 영지에도 중신 2명이 호시탐탐 영지를 노리는 상황이다. 아스나가 진즉 히지를 데리고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죽은 남편 고노의 유지를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남았다. 자신마저 도망치면 영지는 사분오열이 되어 내란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전 진시(8시) 무렵, 북문 안에 주둔하고 있던 타노는 말구소리에 눈을 떴다. 처음에는 지진이 난 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가 그것이 말굽소리인 줄 알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문을 박차고 나간 타노가 마루에 서서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 그때 마당으로 군사 하나가 뛰어들었다. 기마군이요! 누구냐! 어느 기마군이야? 말발굽소리는 1,2백기가 아니다. 엄청나다. 42세의 타노가 처음 듣는 말굽소리다. 그때 군사가 소리쳐 대답했다. 모릅니다! 몰라? 벌써 북문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때 말굽소리가 더 가까워지더니 비명과 함성, 외침이 일어났다. 놀란 타노가 방에 있는 검을 집으려고 몸을 돌렸을 때 마당으로 10여필의 기마군이 들이닥쳤다. 이놈! 멈춰서라! 뒤쪽에서 벽력같은 외침이 일어나자 타노의 오금이 얼어붙었다. 머리만 돌린 타노는 경장 차림의 기마군들을 보았다. 내려와라! 앞에 선 기마군이 소리쳤다. 장수같다. 누, 누구요! 타노가 기를 쓰고 겨우 소리쳤을 때 장수가 달려왔다. 아앗! 놀란 타노가 외침을 뱉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방으로도 도망치지 못한 타노는 장수가 내려친 칼등에 머리통을 맞고 뒤로 벌떡 넘어졌다. 기절을 한 것이다. 아스나는 땅이 울리는 말굽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계백군의 진입을 알고 있었다. 계백군은 북문 수문장인 우에노가 열어놓은 북문으로 몰려들어올 것이다. 작은 성이다. 곧 말굽소리가 가까워지면서 비명과 외침이 일어났다. 모두 성 안의 군사, 장수들의 입에서 터져나온 소리다. 담장너머 성 안이 온통 말굽소리, 외침으로 가득찬 것 같았다. 그러더니 곧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밥 한그릇 먹을 시간도 안되었다. 어느덧 놀라 지르는 외침이 뚝 끊긴 것이다. 말굽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때 내궁으로 쓰는 저택 대문으로 기마군 대여섯이 들어섰다. 앞에 선 기마군은 장수다. 황소뿔 투구를 썼지만 어깨와 허리 갑옷만 걸쳤고 손에는 피가 묻은 장검을 쥐었다. 아스나는 마루에 나와 서있었는데 황소뿔 장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때 장수가 말에서 뛰어내리더니 아스나를 올려다 보았다. 나는 계백령 영주 계백대감의 기마군 대장 슈토요, 아스나님이시오? 목소리가 우렁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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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4 19:36

‘최명희·서권·문정희’ 삶과 작품세계 조명한다

혼불기념사업회와 전북작가회의가 작고 문학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2018 작고 문학인 세미나를 7일 오후 4시 전주 최명희문학관에서 연다. 작가란 누구인가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혼불학술 세미나의 주인공은 소설가 최명희(1947-1998)와 서권(1961-2009), 시인 문정희(1961-2013). # 제가 오랜 세월 써오고 있는 소설 <혼불>에다가 시대의 물살에 떠내려가는 쭉정이가 아니라 진정한 불빛 같은 알맹이를 담고 있는 말의 씨를 삼고 싶었습니다.(최명희, 호암상 수상소감 중) # 내가 한 일에 후회가 없도록. 어두워 깊은 하늘을 우러러보았네. 나는 후회 없이 살아왔다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네.(서권,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 # 남의 자리를 뺏은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한 봉우리에 올라보니 능선을 타고 올라야 할 수많은 봉우리가 보입니다.(문정희, 신춘문예 시상식서) 이들은 전북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또 꿈을 좇아 소설가와 시인이 됐지만 지천명의 나이를 전후로 세상을 떠났다. 치열하게 글을 쓴 세 문학인의 공통점이다. 전주 출신 최명희 소설가는 전주기전여고 등에서 학생들을 만났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고, 이듬해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전에서 소설 <혼불>이 당선됐다. 전북애향대상(1997)호암상(1998) 등을 수상했으며, 총 10권 장편소설 <혼불>을 펴냈다. 군산 출신 서권 소설가는 전주전일여고 등에서 교사로 일했다. 2007년 실천문학에서 단편소설 검은 선창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유작 소설로 <시골무사 이성계>(다산북스)가 있다. 진안 출신 문정희 시인은 전주 우석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제1회 작가의눈 작품상을 받았다. 유작 시집 <하모니카 부는 오빠>(예지시선)가 있다. 최명희 소설가에 대한 발제는 윤영옥, 토론은 최기우 씨가 맡았다. 문정희 시인에 대한 발제는 문신, 토론은 이영종임영섭 씨가 참여한다. 또 서권 소설가에 대한 발제는 변화영, 토론은 장진규문상붕 씨가 진행한다. 장성수 혼불기념사업회 대표는 작고 문학인 세미나는 학술적으로 작품을 분석하는 의미보다 문학인 스스로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쓰다듬는 여정이다며 작은 것에 감격하고, 하찮은 것에 놀라고 신기해하던 최명희서권문정희 세 작가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삶과 작품을 기억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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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수
  • 2018.12.04 19:36

[불멸의 백제] (234) 12장 무신(武神) 10

마님. 부르는 소리에 아스나가 머리를 들었다. 침실 안, 아스나는 막 아들 히지(日出)을 재운 참이다. 밤, 해시(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시녀 마스꼬의 목소리여서 아스나가 낮게 물었다. 왜 그러느냐?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마스꼬가 얼굴만 조금 안으로 내밀었다. 마님, 우에노 님이 오셨습니다. 눈을 크게 뜬 아스나가 잠깐 망설였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안으로. 네, 저는 밖에 있겠습니다. 마스꼬는 망을 보겠다는 말이다. 곧 문이 더 열리더니 방 안으로 우에노가 들어섰다. 우에노는 아스나의 먼 친척이 된다. 올해 37세. 3백석을 받는 수문장직이지만 백제에서 가져온 불경을 외우고 검술에도 뛰어났다. 그래서 지난번에 타카모리 영지와의 합병을 상의했던 것이다. 방안으로 들어선 우에노가 예의바르게 문 근처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얼굴이 무섭게 굳어져 있다. 마님, 지난번 말씀을 듣고 실행을 하지 못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우에노가 두손을 방바닥에 짚고 아스나를 보았다. 제가 타카모리의 가신 슈토 님께 말씀을 드렸던 바, 슈토님은 타카모리 님께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호흡을 고른 슈토가 말을 이었다. 슈토님은 타카모리님이 마님과 히지님을 살려둘 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타카모리 님이 영지 욕심을 내다가 백제방의 장군인 계백 영주께 타도당해 영지가 일거에 몰수되었습니다. 그때 우에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아스나를 보았다. 마님, 제가 조금 전에 슈토 님이 보낸 전령을 만났습니다. 숨을 들이킨 아스나에게 우에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슈토님은 이제 계백 영주의 가미군대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50리 거리인 하소산 건너편에 기마군 1천 기를 이끌고 와 있습니다. 계백령의 영주이신 계백 영주를 모시고 와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아스나가 숨을 죽였고 우에노의 말이 이어졌다. 계백 영주께서는 슈토 님의 말씀을 들으시고 역적들을 단숨에 처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님과 히지 님을 안돈시켜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마님. 우에노가 부르자 아스나가 입을 떼었다. 우리 두 모자가 절에 가서 살기만 하면 돼요. 마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성들이 하루라도 빨리 전쟁에서 벗어나 농사를 지어야지요. 모두 산으로 도망가서 3년째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어요. 마님. 손등으로 눈물을 닦은 우에노가 아스나를 보았다. 돌아가신 주군께서도 잘 하셨다고 하실 것입니다. 제가 끝까지 마님과 히지 님을 모시겠습니다. 우에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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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3 20:20

[불멸의 백제] (233) 12장 무신(武神) 9

주군, 저쪽 산 너머가 고노 영지입니다. 슈토가 손으로 왼쪽 산을 가리켰다. 오후 미시(2시) 무렵, 계백은 슈토가 이끄는 기마군 1천기와 함께 기동훈련 중이다. 슈토가 말을 이었다. 3년 전에 영주 고노가 병으로 죽고 지금은 미망인인 아스나 부인이 6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중신(重臣)들이 서로 영지를 차지하려고 칼부림을 하고 있습니다. 내란 중이지요. 의외의 말이어서 계백은 듣기만 했고 위사장 하도리는 빤히 슈토를 보았다. 슈토가 몸이 가벼워져서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네 다리를 움직이는 말 배를 무릎으로 조였다. 억센 힘이어서 놀란 말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 바람에 백성들이 3년째 고생을 합니다. 중신들이 서로 세금을 뜯어가는 바람에 굶어 죽는 백성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쓴웃음을 지은 계백이 지그시 슈토를 보았다. 그래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냐? 아니올시다, 주군. 슈토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쓰와 성을 떠난지 사흘째, 이곳은 이쓰와 성에서 7백여 리 거리인 것이다. 하루에 2백5십리를 전진했으니 왜군(倭軍) 기마군으로는 꿈도 못 꿀 전진 속도다. 중무장한 왜군 기마군은 하루에 5, 60리 전진이 고작인 것이다. 앞쪽의 고노 영지는 계백령 서북쪽 변두리에 위치한 소국(小國)이다. 3만8천석 넓이에다 영주가 병사하고 내분이 일어난 영지인 것이다. 그때 슈토가 말했다. 이곳의 가신(家臣) 중 우에노라는 자가 있습니다. 소신과 친분이 있는 자인데 지난번에 저에게 서신을 보내어 차라리 타카모리 님이 이 영지를 병합하는 것이 백성을 위해서 낫겠다고 했습니다. 슈토의 얼굴에서 땀이 배어나오고 있다. 계백의 지시대로 슈토도 투구는 썼지만 어깨와 가슴만 가죽 갑옷으로 감싼 경장 차림이고 말도 가슴 가리개만 했다. 허리에는 장검을 찼고 손에 단창을 쥐었다. 간편한 무장이다. 슈토가 말을 이었다. 아스나 부인의 뜻이라는 것입니다. 유자 히지 님과 아스나 님은 국경 근처의 절에서 살게만 해주면 영지를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슈토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제가 타카모리 님께 그 말씀을 전하기도 전에 영지 문제가 일어난 것입니다. 슈토 님이 전해줄 마음이 없었던 것이 아니오? 듣고 있던 하도리가 불쑥 묻자 슈토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렇습니다. 슈토가 계백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타카모리 님은 아스나 님 모자를 살려두시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오. 그때 계백이 물었다. 이곳 내란을 일으키는 중신(重臣) 놈들은 몇이냐? 예, 넷입니다. 슈토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모두 2백에서 5백 정도의 군사를 거느리고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는데 모두 물욕에만 눈이 먼 놈들입니다. 슈토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그리고 제각기 소가 전(前) 대감과 현(現) 대감께 청을 넣어 영지를 장악하면 심복이 되겠노라고 서약서를 넣었다는 것입니다. 뇌물도 바쳤는데 두 대감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백성만 죽어나는구나. 입맛을 다신 계백이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오늘은 이곳에서 정찰을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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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2 20:52

[불멸의 백제] (232) 12장 무신(武神) 8

백제 유민을 먼저 규슈의 남쪽에서부터 기반을 굳히기 시작하여 차츰 동진(東進)했는데 왜인(倭人)들에게는 선진화된 문명을 전해주면서 지방 호족으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왜국(倭國)의 영주, 호족 대부분은 백제계다. 왜국의 왕실도 수백 년 전에 도래한 백제계일 뿐만 아니라 왜국의 섭정 소가 가문도 백제계이고 영주 대부분이 백제계였으니 백제방(百濟方)은 왕실과 함께 왜국을 통치하는 담로의 하나다. 백제는 대륙을 포함하여 왜국까지 22개의 담로를 소유하고 있었으니 백가제해(百家齊海)란 말에서 국명(國名)이 만들어졌다. 봄, 3月, 백제방 직할 영지의 거성(居城) 이쓰와(五和)성의 청에서 영주 계백이 중신들에게 말했다. 기마군 장비가 너무 무겁다. 오늘부터 기마군의 말에는 안장과 가슴 가리개만 붙이고 다 떼도록 해라. 중신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수군거렸다. 왜국의 기마군은 장비가 대단했다. 머리에 쇠 투구를 씌워 눈과 입만 내놓게 했고 투구에 거대한 황소 뿔을 붙이기도 했다. 말 목에도 갑옷을 덮었으며 가슴은 물론 엉덩이와 배까지 사슬 갑옷을 늘어뜨려 말 갑옷 무게만 20관(90㎏)이나 되었다. 거기에다 기마군의 갑옷도 엄청났으니 말이 사람 넷을 태우고 달리는 셈이었다. 계백의 백제 기마군은 경장에 말 갑옷도 가슴에 가죽만 붙인 것이어서 백제 기마군의 속도는 왜국 기마군의 2배가 되었다. 그때 계백의 장수가 된 슈토가 말했다. 주군, 그렇게 되면 적의 화살에 당하게 됩니다. 기마군이 궁수들에게 밀릴 수가 있습니까? 빠른 기마군은 화살을 피할 수가 있는 법, 궁수 무서워서 기마군을 뭍에 올라온 거북이로 만들 수는 없다.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당장 오늘부터 말 갑옷을 떼고 기마군 갑옷도 가슴만 가리고 다 떼어라. 계백의 시선이 하도리에게 옮겨졌다. 하도리, 네가 감독관이 되어라. 옛. 기마군은 기습과 속도가 생명이다. 근접전은 보군한테 맡기고 기동력을 향상시켜야만 한다. 계백이 다시 슈토에게 말했다. 슈토, 네가 내 영지의 기마군 대장이다. 하도리와 함께 기마군을 재편성하라. 옛. 슈토가 청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계백 영지의 기마 대장이면 중신(重臣)이다. 슈토는 새 영주의 중신이 된 것이다. 이제 계백령에는 질서가 잡혔고 군사 5천여 명을 동원할 수 있는 군사력도 갖췄다. 평시에는 영지 50석당 군사 1명으로 계산해서 계백령에서는 6900명을 낼 수 있지만 계백령은 소출이 많고 인구도 많아서 2만까지 병력을 갖출 수가 있는 것이다. 그때 마당에서 말굽 소리가 울리더니 위사가 먼저 뛰어 들어와 보고했다. 주군, 백제방에서 전령이 왔습니다. 계백이 머리만 끄덕이자 백제방의 관원인 장덕 목기수가 들어와 인사를 했다. 영주께 인사드리오. 오, 장덕 왔는가? 방주 왕자 전하께서 말씀 전갈입니다. 말하라. 본국에 간 덕솔 백종이 먼저 왕자 전하께 전령을 보냈습니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목기수가 말했다. 은솔께서 이번에 달솔로 품위가 오르셨습니다. 허어. 계백이 놀란 외침을 뱉었을 때 청안의 모든 중신들이 엎드려 치하했다. 주군, 감축드리오. 경사입니다. 이제 계백은 제2관등인 달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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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9 19:59

안도 시인 ‘동시는 어떻게 쓸까’ 출간

동시 창작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가 나왔다. 2018 한국동시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아동문학가 안도 시인이 펴낸 <동시는 어떻게 쓸까>(북매니저). 안 시인은 아동문학은 쉽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일반문학에 비해 동심이라는 거름의 여과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어린이에게 읽히는 시라는 것에 너무 얽매인 동시들은 참다운 동시의 감동이 크게 모자란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안 시인은 어린이들에게 읽혀야 할 동시는 어떤 동시여야 하는지 묻고 답한다. 동시는 첫째 어린이들의 삶을 바로 알게 해주며 어린이가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을 쓰고, 둘째 어린이들이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또 셋째 어린이들의 가슴을 깊이 흔들고, 마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해 주는 동시여야 합니다. 넷째 머리로, 손재주로 쓴 게 아니라 가슴으로 온몸으로 쓴 동시여야 합니다. 이 책에서 안 시인은 자신이 십여 년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전북문학관 아카데미에서 5년에 동시 창작을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시다운 동시 쓰는 법을 풀어냈다. 책은 총 9부 동심을 알아야 동시를 쓴다, 동시란 어떤 무엇인가, 동시는 어디에 있는가, 동시의 발상과 생각의 탄생, 동시의 구조, 동시 쓰기의 기법, 고쳐 쓰기와 살려 쓰기, 동시 창작의 새 물결 마무리 로 구성됐다. 안 시인은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 전북문인협회장, 전북문학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장으로 아름다운 우리말 가꾸기 활동을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8.11.29 19:59

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 ‘전북의 詩 자연을 그리다’ 시낭송 콘서트

곱게 물든 단풍잎 마음에 담아 초대합니다. (사)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이 제9회 전북의 詩 자연을 그리다 시낭송 콘서트를 연다. 12월 2일 오후7시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시 낭송과 판소리민요성악가요무용풍물다듬이소리 등 다양한 공연을 접목해 새로운 예술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사)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이 정성을 들여 준비한 무대다. 먼저 이형구 시인의 사랑은 흐른다를 이주연 씨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추명숙 씨가 낭송한다. 또 김계식 시인의 당신으로 하여를 오민석 씨의 색소폰 연주와 남성솔리스트앙상블의 성악까지 결합해 심은선최정원 씨가 낭송한다. 이외에도, 해금 연주와 현대무용, 타악연주, 비보이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시 낭송과 함께 선보일 예정. 연출을 맡은 유미숙 지도교수는 문화도시 전주 사람들에게는 가슴마다 시 한 편씩은 담고 산다. 이번 무대에는 그런 낭만과 여유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기획가 유대준 씨는 전북의 시 중에서 그리움에 관한 시를 모았다며 계절을 건너가는 시간, 그리움을 붙잡아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여원공연시낭송예술원은 지난 2014년 여원공연시낭송회로 창립됐으며, 올해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그동안 8차에 걸쳐 시낭송 콘서트를 열었으며, 누적 관객 5000여 명에 이른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8.11.29 19:59

아시아사회문화연구소 이성오 소장, ‘한방과 의료 그 사이’ 출간

문화인류학을 공부한 치과의사가 들여다본 전통의학 한방(韓方)의 세계는 어떨까. 전주 아시아사회문화연구소 이성오 소장이 <한방과 의료 그 사이>를 출간했다. 아시아사회문화연구소가 기획하고, 그와 결을 같이하는 전주의 독립출판사이자 동네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놀지가 펴낸 첫 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보면서 사실보다는 잘 살고 싶다는 우리의 욕망이 모든 걸 결정해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출발이 이렇다 보니 이후 10년은 사실보다는 그러하다가 지배하는 형국으로 흘러갔다. 모든 힘의 원천이 그러하다였으며, 나는 어떤 힘이 여기에 작용했나가 궁금해졌다. 여기에 평소 관심을 가졌던 한방(韓方)에 대한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문화인류학 박사이자 치과의사의 시선으로 한의학이 어떻게 주변화 과정을 거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를 짚는다. 기능성 한방 화장품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만, 전통적인 한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왜 낮아졌는지. 또 침과 보약으로 대변되는 한방은 과연 의료인지 문화인지. 저자는 이러한 의구심과 물음을 주변화로 풀어낸다. 그리고 다시 물음표를 던진다.사실과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무엇이 중요한지. 함한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추천의 글을 통해 이 책의 내용은 한방과 한의학이 처한 상황을 낱낱이 들추어내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으로 구성됐다며 자칫 어렵고 지루해질 수 있는 의료의 사회문화적 분석을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하면서 독자들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전북대학교 치과대학에서 20대를 보냈다.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천을 위해 같은 대학 고고문화인류학과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고, 의료인류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함께 공부한 동료들과 아시아사회문화연구소를 꾸려가고 있다. 책방놀지는 아시아사회문화연구소와 함께 아시아의 오늘을 주제로 책을 출판해나갈 예정이다. 이번에 펴낸 책이 그 시리즈 첫 결과물이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8.11.29 19:5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