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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팔고 '열병' 걸린 한 마을의 절망

중국 작가 옌롄커(閻連科)는 권위 있는 루쉰 문학상과 라오서 문학상 등을 받았지만 비판적인 작품으로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중국식 글쓰기에서 '별종' 또는 '이단아'가 된(작가)"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문제작가'다. 그의 장편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005년 출간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 즉시 판매금지 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됐다.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두 번째 작품 '딩씨 마을의 꿈'(아시아 펴냄) 역시 출간 후 판매금지되고 발행과 홍보가 전면 금지된 그의 대표작이다. 중국에서는 이례적으로 에이즈를 소재로 한 소설로, 한 마을에서 비위생적인 헌혈 바늘 사용으로 주민들이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우매한 주민들이 돈을 받고 피를 팔다 에이즈에 휩쓸려 파괴돼가는 마을을 배경으로, 물질 만능주의의 욕망 아래 무너지는 인간성을 이야기한다. 에이즈라는 '열병'에 주민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가는 딩씨 마을을 묘사하며 시작하는 소설은 냉정한 시선으로 그 고통과 공포의 속살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마을에서 피를 대대적으로 매집해 큰 부자가 된 아버지 때문에 12살에 죽은 아들이 소설의 화자다. 죽은 소년의 시선과 그의 할아버지가 꾸는 꿈의 묘사, 중간 중간 마치 짧은 시처럼 압축한 문장을 섞어 쓴 서사로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월이 시신 같았다./평원 위의 풀들도 말라 버렸다./평원 위의 모래흙과 농작물도 피처럼 붉어지더니 이내 시들어 버렸다./딩씨 마을의 사람들도 집 안에 틀어박혀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17쪽)옌롄커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 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라며 "한 편의 소설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몸부림과 그 몸부림을 위한 울음으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작가의 말'에서는 "유일하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이 즐거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소설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가슴에 고통을 주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적었다. 번역한 김태성 씨는 "옌롄커는 우리 삶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요소인 고통과 절망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464쪽. 1만3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04 23:02

어, 다빈치 발명품 中발명품과 닮았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과학자인 다빈치가 고안한 비행장치, 다연발 기관포 등이 그의 독창적 발명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의 저자 개빈 멘지스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1434년'에서 다빈치의 발명 도안들이 중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발명된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새로워졌으나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나라들은 아직도 그 소식을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 그리하여 태감(太監) 정화와 왕경홍 같은 여러 사람들이 존경과 복종을 가르치기 위하여 특별히 파견되었다."때는 1430년 6월 29일, 명나라의 제5대 황제이자 영락제(永樂帝)의 손자인 선덕제(宣德帝. 재위 1425∼1435)의 선종실록에 실린 칙령이다. 그로부터 약 6개월 뒤인 1431년 1월 9일 정화는 바다 건너 저 멀리 떨어진 땅의 '오랑캐들'에게 존경과 복종을 가르치라는 황제의 명을 받들어 마지막 항해에 나선다.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에서 정화가 이끄는 함대가 1421년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폈던 멘지스가 이번에는 중국 문명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기원이 됐다고 주장한다. 함대를 이끌었던 정화는 1433년 사망하지만 정화의 함대는 1434년 피렌체에 도착해 교황 유게니우스 4세를 알현하고 지도, 천문학, 수학, 예술, 건축, 인쇄술 등을 전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폈다는 것. 다빈치의 천재적인 발명 도안들도 중국에서 이미 발명된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멘지스는 그 근거로 1313년 중국 원나라에서 간행된 농업 백과사전 '농서(農書)'의 삽화를 제시한다. 당시 피렌체의 기술자들이 농서를 베껴 기계 도안을 그렸고 다빈치가 이 도안들을 '개량'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저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가 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정화 함대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18년 전 한 남자에게서 아메리카 지도를 건네 받았고 이 남자는 이 지도를 1434년 '중국에서 피렌체로 건너온 박학다식한 사람들'에게서 얻었다는 것이다. 부제는 '중국의 정화 대함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다'. 박수철 옮김. 472쪽. 1만8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6.02 23:02

[지역과 함께해온 전북일보 사업] 89년 부활후 66명 등단…한국문단에 새로운 바람

전북일보 역사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박용상(1910∼1980)이 같은 해 10월 10일 전북시보의 편집인 겸 발행인으로서 판권을 인수받으면서 시작됐다. 창간 60년. 전북일보의 오랜 역사 속에서 신춘문예의 역사 또한 빠뜨릴 수 없다.전북일보 역사의 시작점인 195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신춘문예는 중간에 한 번 중단됐다가 1989년 다시 시작됐다. 문제는 초창기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신춘문예가 언제 시작돼 언제까지 계속됐으며, 왜 중단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나 이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없었다. 1961년 본보 신춘문예 아동문학 당선자로, 전북문단사를 정리하며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대해 언급했던 김순영씨는 "아마 중단됐다면 군사정권 시절 1도 1사 방침에 따라 신문사 통폐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중단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1950년 전북일보 현상문예에는 소설가 최일남씨가 당선됐다. '현상문예' 대신 '신춘문예'로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최씨의 약력에는 '현상문예'로 기록돼 있다.1956년에는 배인기 이봉섭 박래철씨가 당선됐다는 자료가 남아있다. 본보 논설위원으로도 재직했던 이봉섭씨는 전북예총 회장을 지냈으며, 작품활동도 소설과 평론, 영화 시나리오까지 그 폭이 넓었다.1959년에는 전북일보 지령 3000호 기념 문예작품 현상공모가 개최됐었다. 허소라 전북문학연구원장은 이 때 희곡이 당선됐었다. 당시 상금은 5만원이었는데, 신문사 사정상 현금으로 받지 못하고 고급 시계로 대신했다고 한다. 시상식은 1959년 12월 25일 신문사에서 진행됐으며, 수상작 '응혈'은 1960년 1월 5일부터 11일까지 7회에 걸쳐 연재됐다. 허소라 원장은 "군대에서 막 제대해 그 무렵 쓰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고 떠올렸다.당시 시는 현재 서울소바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섭씨와 국민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신찬균씨, 그리고 이광섭씨가 당선됐으며, 소설은 배병윤 김용춘씨가 당선됐었다.1961년에는 정병렬(시) 김정희(소설) 김순영씨(동화)가 당선됐다. 김순영씨는 "은수저 한 벌을 상품으로 받았었다"며 "당선됐을 때의 기분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당시 시상식이 실린 신문기사를 아직도 스크랩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렬씨는 "당시 김해강 시인과 신석정 시인이 심사위원이었다"며 "고등고시를 준비하다 방황하던 시절 신춘문예로 새 힘을 얻었다"고 회상했다.허소라 원장과 김순영 정병렬씨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50년대에는 '현상문예'였지만 60년대 들어 '신춘문예'로 이름을 바꾸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1973년 신문이 통폐합되면서 신춘문예가 중단됐으며, 1989년에 부활됐다.현재 전북일보 사장인 김남곤씨가 1988년 편집국장으로 임명된 후 고 서정상 회장에게 신춘문예 부활을 정식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곤 사장은 "당시 각 도마다 신춘문예가 하나씩 있었다"며 "문단 등단 통로로서 문예지가 있기는 했었지만, 전북을 대표하는 신문으로서 신춘문예를 개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이렇게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부활됐다. 전북일보는 사고를 일곱차례 이상 게재하면서 대대적으로 신춘문예 부활을 알렸다. 그 해 김유석(시) 박만득(소설) 신경자씨(동화)가 당선됐는데,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서정인, 한국 PEN클럽 회장을 역임한 문덕수, 이기반 전 전주대 교수, 엄기원 한국아동문학연구회장 등 심사위원의 면면도 화려했다. 이 때 상금이 소설은 100만원, 시와 동화는 50만원이었다.90년대 들어 변화가 있다면 동화 부문이 없어지고 수필 부문이 신설됐다는 것. 수필이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문학으로 주목받으면서 수필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북일보는 1998년 신춘문예부터 동화 대신 수필을 공모했다. 이로부터 딱 10년 뒤인 2008년에는 동화 부문을 부활, 시와 소설, 수필과 동화 4개 부문에서 작품을 공모하고 있다.2008년 심사를 맡았던 아동문학가 서재균 김자연씨는 심사평을 통해 "그동안 전북일보가 동화 공모를 중단해 섭섭했는데, 이번에 다시 부활하고 보니 그간 분출구를 찾지 못한 예비 동화 작가들이 한꺼번에 모여 든 것 같다"고 말했다.2007년에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인들의 모임인 '전북일보 문우회'가 만들어졌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들이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들의 모임의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지만, 2006년 연말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비심사를 맡으면서 공식적으로 논의됐다.1995년 당선자인 박태건씨는 "문단에 많은 모임들이 있지만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의 모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들이 모임을 결성, 건강하고 바른 문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의미있을 것 같아 모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유석(89년 시) 이세재(93년 시) 이준호(93년 소설) 김종필(94년 동화) 박태건(95년 시) 김형미(2000년 시) 최기우(2000년 소설) 장창영(2003년 시) 문신(2004년 시) 경종호(2005년 시) 기명숙(2006년 시) 이현수씨(2007년 시) 등이 창립을 주도했다.전북일보 신춘문예가 부활된 1989년부터 2010년까지 본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문인은 66명. 김유석 전북문우회장은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의 문학적 역량을 모아내는 통로이자 문단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회원들의 열망이 커 올해는 기필코 창간호를 발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전북일보 문우회는 창립 이래 전북작가회의, 최명희문학관, 미래문화포럼 등과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쳐 왔으며, 해마다 본보 신춘문예의 예심을 맡아 보는 의미있는 전통도 만들어냈다.'임용이 없는 고시'라고 말하는 신춘문예. 전북일보와 전북일보 문우회는 외로운 문학의 길에서 서로에게 의지해도 좋을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다가오는 새해 아침, 또 어떤 문청이 새 봄을 맞게 될까.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6.01 23:02

시와 대중음악, 그 행복한 접점을 찾아

이성복의 시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는 주현미의 노래 '비 내리는 영동교'의 가사를 빌려왔고 시인 최정례는 이글스(Eagles)의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를 바탕으로 시 '웅덩이 호텔 캘리포니아'를 썼다. 가수 이상은은 우리의 전통시 '공무도하가'를 '공무도하'란 노래로 만들어 불렀고, 김태형의 시집 '로큰롤 헤븐'은 록 자체를 시의 제재로 사용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인 장석원이 시와 대중음악의 상관성, 서로 제재가 되고 주제가 되는 '혼종(混種)'에 주목한 '우리 결코, 음악이 되자'란 책을 펴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시와 노래를 바라보는 동시적 관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적인 것'이다. 시적인 것은 새로움이다. 시는 노래에 의해 새로워지고, 노래는 '시적인 것'에 의해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1부에서 '시적인 것'의 실체를 미국의 유명한 록 밴드 '펄 잼(Pearl Jam)'의 가사를 통해 분석한 뒤 2부에서는 시와 대중음악이 서로 영향을 준 사례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이어 3부에서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아바(Abba)와 비틀즈(Beatles), 듀란듀란(Duran Duran), 컬처클럽(Culture Club),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4부에서는 '여행과 노래'라는 주제로 자신의 여행기를 시와 노래에 접목해 들려준다. 책 전반부는 시와 음악에 대한 평론에 가까워 읽는 이로 하여금 의미를 곱씹게 하지만, 후반부는 '장석원의 음악에세이'라는 부제 그대로 저자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시와 음악과 함께 녹여내 편안하게 읽힌다. 본질적으로는 평론집이 아닌 에세이인지라 음악과 시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을 상당 부분 느낄 수 있다. 주현미와 김소월 등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음악과 시를 인용하려고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그래서, 굳이 팝과 록, 시에 대해 잘 모른다 해도 쉽게 읽힐 만하다. 음악과 시 어느 한 쪽에 깊이 있는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계기로 다른 한쪽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될 것이고, 양쪽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 그간 시집 '아나키스트', '태양의 연대기', 평론집 '낯선 피의 침입'을 냈다. 도서출판 작가. 221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31 23:02

한국도 전자책 바람 부나…출판 기류변화

전자책(e-book) 시장 상황을 관망해오던 국내 출판사들의 기류가 최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앞다퉈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읽을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머잖아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일 전망이다. 30일 출판업계와 서점가에 따르면 단행본 부문 국내 1위 출판사인 웅진씽크빅은 올해 전자책 1천 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베스트셀러와 신간 중심의 전자책을 분기별로 100종씩 공급하고 '재테크 3종 세트', '청소년 논술 3종 세트' 등 독자 선호도에 따른 패키지 상품도 내놓는다. 웅진씽크빅은 오는 2012년까지 전자책 2천 종을 출시, 전자책 관련 부문에서만 7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웅진그룹의 출판유통 계열사 북센은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모비북(m.mobibook.co.kr) 사이트를 지난 1월에 열고 이미 웅진씽크북 전자책 200여 종 등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출판사는 멀티미디어 형태의 전자책을 연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출판사는 유아, 아동용 도서 분야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멀티미디어 형태의 유아, 아동용 전자책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문학동네는 지난달 초 작가 박범신 씨의 신작 장편 '은교'를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동시에 내놨다. 은교 전자책은 현재 교보문고 전자책 베스트셀러 8위에 올라 있다. 교보문고 독서홍보팀의 진영균 씨는 "아직 판매량에서는 종이책이 크게 앞서지만 출간한 지 얼마 안 돼 8위에 오른 것은 의미가 있다"며 실용서 위주였던 전자책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30-40대 남성들이 대다수였던 전자책 독자층이 20대 여성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밀리언셀러를 내온 소설가 김진명 씨도 이달 초 자신의 소설 7종, 10권을 묶은 '김진명 베스트 컬렉션'(새움 펴냄)을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내놓았다. 앞서 문예출판사는 작년 말 세계문학전집 세트(50권)와 역사소설 '아사의 나라' 등 교양도서 40여 권을 아이폰 전용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문예출판사는 앞으로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모든 도서를 전자책으로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Why?' 시리즈로 유명한 아동출판업체 예림당은 'Why?' 시리즈의 전자책과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 우선 미국 등 외국 시장을 공략한 뒤 내년쯤 국내에서도 전자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상원 예림당 신사업본부장은 "국내에도 당장 선보일 수 있지만, 아동 도서의 경우 컬러 단말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말기 시장 환경을 지켜본 뒤 출시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점들도 전자책 코너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다음달 중순 국내 도서 위주로 전자책 2만 종을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을 출시한 인터파크는 신간 중심의 국내 서적 전자책 2만5천 종과 외국 원서 전자책 100만 종을 확보했으며 등록 작업을 거쳐 순차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반디앤루니스도 다음달 400종을 추가해 총 700종의 전자책을 공급할 예정이다. 6만8천 종의 전자책을 보유한 교보문고는 신간, 베스트셀러 등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우선 확보해 전자책의 '양보다는 질'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 유통업체와의 수익 배분, 불법복제 등 문제는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여전히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음사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전자책이 출판시장의 새로운 활로가 되면 좋겠지만, 저작권 문제가 복잡한데다 특히 불법복제로 음반시장처럼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31 23:02

교장선생님이 들려주는 마음 밝히는 이야기

어느 바닷가에 곰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 곰은 매일 바다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은 후 부인 곰에게 싱싱한 것을 가져다주고 나머지는 해오라기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 곰은 물고기 맛에 질려 해오라기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한다. 남편 곰은 평소와는 다르게 해오라기 한 마리를 잡겠다는 마음을 먹고 바닷가에 나왔다. 그러나 그날따라 바닷가에는 해오라기가 한 마리도 없었다. 곰이 오기만 하면 모여들던 해오라기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남편 곰은 자신의 살기(殺氣)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 것을 깨닫고 크게 뉘우친다. "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라는 금강경의 핵심구절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대한불교 진각종 대원심인당 주교이자 서울 진선여중 교장인 덕일 권영택 정사는 새로 낸 책 '마음 밝히는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우화를 들려주면서 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 곰 부부의 이야기에서는 "내 마음을 열고 밝히면 일체가 다 밝게 되고, 밝은 것들이 나에게 모인다고 한다. 이렇듯 기심(살기)이란 말 못하는 미물들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조화로운 인간관계란 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는 마음은 열린 마음이다. 그의 말을 들어주고 그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 그것이 열린 마음이다"는 설명을 붙였다. 덕일 정사는 "탐진치(貪瞋痴 탐욕ㆍ분노ㆍ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이 만들어 낸 병을 치료하는 명약이 바로 마음 밝히는 공부"라고 말한다. "탐심을 없애기 위해 자비심으로 일체중생을 위해 널리 베푸는 마음 쓰는 공부, 진심을 없애기 위해 용맹심으로 참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마음 다스리는 공부, 치심을 없애기 위해 지혜심으로 삿된 생각을 버리는 마음 찾는 공부가 바로 그것입니다."더북스. 190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27 23:02

마크 트웨인 자서전 100년 만에 출간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이 사후 100년 만에 출간된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23일 전했다. 트웨인은 1910년 사망 당시 5천 페이지 분량의 편집되지 않은 회고록을 남겼으며 여기에는 사후 최소 100년 간 이를 출간하지 않길 바란다는 육필 기록도 포함돼 있다. 자서전 원고를 보관해 온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B)는 트웨인 타계 100주년을 맞아 오는 11월 마크 트웨인 자서전 3부작 중 제1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트웨인이 왜 자신의 자서전을 이렇게 오랜 기간 공개하지 않길 원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분분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유명세를 즐겼던 그가 출간을 미룸으로써 21세기에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자서전에는 스캔들 관계였던 이자벨 반 클리크 라이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400페이지 분량의 부록으로 실릴 예정이다. 이는 트웨인이 말년에 쓴 것이다. 라이언은 1904년 트웨인의 아내 올리비아가 죽은 뒤 그의 비서로 일했다.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관계였지만 트웨인은 1909년 라이언에 홀려 그녀에게 재산 대리인의 권력까지 주게 됐다고 말한 뒤 라이언을 해고했다. 올해 라이언에 관한 책을 출간한 역사저술가 로라 트롬블리는 "트웨인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말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서전은 그의 말년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말년 6개월을 비방으로 가득한 원고를 쓰면서 보냈다"고 말했다. 트웨인이 이 책을 사후 출간하도록 한 또 다른 이유는 '위대한 미국인'이라는 그의 명성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올해 트웨인의 말년에 관한 책을 출간한 마이클 셸던은 트웨인이 개인적으로 지녔던 견해 중 일부는 대중적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셸던은 "트웨인은 신에 대한 의심을 지니고 있었고, 자서전에서 미국이 쿠바, 푸에르토 리코, 필리핀 등지에서 수행한 제국주의적 임무에도 의문을 제기했으며,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애국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일부는 트웨인이 죽기 전 (그가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국 잡지에 발췌 형식으로 실린 적이 있다. 그의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에 과거 자서전으로 출간된 세 권의 책에 이 원고의 일부 내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편집을 맡은 UCB의 로버트 허스트 박사는 원고 전체의 절반 이상이 아직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학자와 전기작가들만 볼 수 있었다며 "트웨인은 사람들이 책을 사고 싶어 하게 만드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25 23:02

10대 소년들 눈에 비친 6·25

1950년 7월, 6·25전쟁 통에 간단한 봇짐만 챙긴 채 일가족이 피난길에 오른다. "첫 관문은 한강을 건너는 문제였다. 인도교는 끊어졌고 함께 끊어진 철교는 기괴하고 흉측했다. 군인 시체들의 참혹한 광경도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없는 시체, 다리가 끊어진 시체, 어깨만 내어놓고 강물에 떠내려가는 시체도 있었다."당시 31살인 어머니와 9살, 3살, 생후 10개월인 세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피난길에 오른 김경엽(당시 12살) 전(前) 삼신올스테이트생명 대표이사는 "가슴 아린 추억담"이라며 힘겨웠던 피난 생활을 떠올렸다. 서울법대 58학번 동기들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전쟁 회고담 '6·25와 나'(까치 펴냄)를 출간했다. 가족들과 함께 흥남 철수 작전의 마지막 날 배에 올라 남한 땅을 밟은 이야기, 누이와 함께 서울에서 전라남도까지 어머니를 찾아간 이야기 등 저자 39명은 6·25 전쟁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배고프고 고달픈 피란 시절이었지만 아이들은 꿈을 꿨다. 아이들은 천막 교사에서 영어 알파벳과 구구단을 외웠다. 바닥에 가마니를 깐 채 제대로 된 교과서도 없었지만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던 시절이었다. 정성진 전 법무장관은 이 책에 "비록 전란 중이기는 했으나 그 시절의 우리는 늘 꿈을 가지고 그 꿈을 먹고 키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일종의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썼다. 10살 남짓의 소년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인들이 됐다. 가슴 한편에 묻어두었던 힘겨웠던 지난 시절의 아픈 이야기를 애써 끄집어 낸 것은 자신들의 체험을 기록으로 남겨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동기들의 회고담을 엮은 이하우 전 금호그룹 상임고문과 최명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6·25 전쟁이 잊혀져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우리는 6·25를 기억하는 거의 마지막 세대이다. 선배들이 기억을 남기지 않고 우리가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6·25는 신라와 백제의 전쟁처럼 역사의 한 장면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하다"며 6·25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452쪽. 1만6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21 23:02

방콕 매춘가에서 만나는 우리 자신의 모습

소설집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자정의 픽션' 등으로 주목받은 작가 박형서(38) 씨의 첫 장편소설 '새벽의 나나'(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지난해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연재해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마감했으나 이번에 결말을 더해 단행본으로 완성했다. 작품의 무대는 태국 방콕 수쿰빗 지역의 나나역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매춘가다. 태국에서 현지인처럼 먹고 입으며 꼼꼼하게 실태를 취재한 박씨는 방콕의 뒷골목 거리가 눈앞에 보이고 냄새까지 전달되듯 생생하게 방콕의 뒷골목을 묘사한다. 2005년 동남아 여행 중에 이 소설을 구상한 박씨는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2007년 매달 방콕을 찾았다. 2008년 여름 강의 계약이 끝나자 방콕으로 들어가 일곱 달 동안 구상한 이야기를 엮었다. 소설은 여행길에 오른 한국 남자 레오가 경유지인 태국에서 만난 매력적인 매춘부 플로이에게 빠져 그곳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레오의 최종 목적지는 아프리카이지만 그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수쿰빗의 이방인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레오와 플로이의 애절한 연애담이 아니다. 작가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그들이 지낸 거리의 수많은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과 인간관계에 집중하고 그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한다. 박씨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선택에서 소외된 적이 없었고 흘러간 모든 시간들은 우리 스스로가 의도한 것"이라며 "이 책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자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우리는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우리가 떠날 때의 우리가 아니듯, 돌아온 곳도 떠날 때의 그곳이 아니다. 우리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여행을 매 순간 치러내며 살고 있다."406쪽. 1만1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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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5.20 23:02

청춘의 '두려움' 바이러스 대처법

"젊은 세대는 사랑 혹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삶의 의지를 지배하잖아요. 삶에 대한 공포라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영화 '모던보이'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이지민(36) 씨가 이번에는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청춘물을 선보인다. 그의 새 장편소설 '청춘극한기'(자음과모음)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자의 청춘을 그린다. 청춘의 로맨스가 아닌 청춘 그 자체를 파고드는 청춘소설이다. 출간을 맞아 17일 기자들과 만난 이 씨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아파하는 청춘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청춘물을 쓰고 싶어하는데 확실한 30대 후반이 되기 전에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두운 것을 쓰면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때가 온다"며 "이번 소설은 나 자신에게 필요했으며 독자들에게도 그런 에너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누구나 강력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잖아요. 그게 연애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 바이러스를 이겨내기도 하고 꺾이기도 하죠.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통해 인생의 중간점검을 하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했어요."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일과 연애, 행복 등에 대한 미련을 버린 지 오래인 여성 옥택선. 어느 날 아무런 기대 없이 나간 과학자와 소개팅을 하고 그를 통해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걸리는 순간 상대가 누구든 사랑에 빠져버리는,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에 걸린 택선은 백신 개발을 위해 실험 대상이 된다.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 속에서 그는 비로소 진정한 청춘의 의미를 알게 된다. 바이러스를 등장시킨 작품이지만 과학적, 사실적이기보다는 '생활 SF'라는 작가의 표현처럼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로 풀어냈다. 이지민 씨는 "과학자인 언니의 도움을 받아 과학적인 이야기로 쓸 수 있었지만 오히려 현실감과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았다"며 "그래서 반대로 우화적으로 꾸며 과학적이기보다는 내면적, 정서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인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2000년 등단했으며 장편소설 '좌절금지' '나와 마릴린', 소설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등을 펴냈다. 268쪽. 1만1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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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5.18 23:02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효(孝)에 대한 생물학적 사색

▲ 재아는 단지 생각이 짧았을 뿐재아(宰我)가 물었다. "1년이 지나면 새로 추수도 해서 햇곡식도 나오고, 불씨도 바꾸게 마련입니다. 3년이 아니라 1년이 어떻습니까?" 그러자 공자(孔子)는 말이 없었다. 제자가 나가고 나자 공자는 뒤에다 대고 들으란 듯이 말했다. "재아는 3년 동안 부모 품에 안긴 적이 없었나보군!"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3년 상례(喪禮)를 한다는 공자의 말이 있었든지, 재아는 위와 같이 물었다. 그랬다가, 공자의 극한 분노를 불렀고 (그는 제자의 질문에 이렇게 침묵으로 대응하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그는 무척 언짢았던 거다.), 급기야 재아가 세미나 자리를 나가고 난 뒤에, 그 뒤에다 대고 요즘 말로 하면 '후레자식'이라는 욕설을 퍼붓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일화는 동아시아 최고의 고전 「논어(論語)」에 실렸고, 이후 무려 2500년간 재아에 대한 세인들의 인상을 구겨놓았다.그러나 이 장면을 잘 헤아려 보면 재아의 질문이 터무니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닌 게 아니라, 1년이면 대체로 수확이 끝나 햇곡이 나오게 마련이고, 캘린더도 바꾸게 된다. 사람들의 시간 구획 정서에 1년은 그만큼 명징하게 다가온다. 그러므로 상례도 이런 자연순환의 메커니즘에 따라 1년으로 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고 상징성도 있다는 게 재아의 질문이었던 것이다.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것은 공자의 말에 있다. 3년은 부모 품에서 커야 한다는 너무도 명료한 사실이 그것이다. 공자의 삼년상(만 2년)은 바로 이 생물학적 토대에서 출발했다. 재아가 놓친 것은 이런 자연순환의 일반성과 다른 인간이란 동물의 자연성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 대화를 전후해 어떤 불쾌한 일이 있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아무리 생각해도 재아가 공자에게서 이런 말까지 들을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미숙아를 낳았기 때문에가끔 텔레비전에서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늘 의아했던 일이 있다. 종종 사자의 먹이감이 되는 가젤(소과에 속하는 영양류)은, 새끼가 어미 뱃속에서 나오면 잠시 비척거리다가 거의 10초 안에 걷고, 곧이어 뛴다. 얼마 전 본 영화 '적벽'에서 거꾸로 들어선 망아지를 제갈공명이 바로 돌려 순산시키는 장면이 나왔는데, 거기서도 망아지는 태어나자마자 거의 가젤과 같은 수준으로 '자립'했다.그러나 인간은 절대 이렇게 못한다. 종종 막 태어난 갓난아기를 보면서 귀엽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난 아직도 그 말이 곧이곧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큰 놈, 작은 놈이 태어났을 때도 나는 귀엽다는 느낌보다는 징그러웠다. (이런 느낌의 배후에는 내 인격 수준이 있기도 하겠지만.) 나중에 귀여워지기는 했다.태어난 뒤 3년 이상은 안고 먹이고 싸게 하고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어야만 인간은 가젤이나 말, 소가 태어나면서 불과 10초 만에 도달하는 운동 능력에 가까스로 도달할 수 있다. 여기서 문명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진화에 필요한 기간은 제외하자. 다만, 그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 교육 기간이 늘어나고, 혼인 시기가 늦추어지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정도만 짚고 넘어가자.▲ 영장(靈長) 신화의 실제이렇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 품에 있어야 하고, '그 오랜 보살핌이 보다 영속적인 유대를 이루리라'는 말처럼, 가족이란 것이 생겼다. 그리고 공자의 말은 바로 이런 생물학적 조건을 '삼년상'이라는 제도와 윤리로 표현한 것 뿐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적어도 삼 년은 품안에서 널 키워준 은혜 정도는 생각하는 게 사람답지 않겠느냐는, 이 호소가 그렇게 무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그렇다고 해서 미심쩍은 인간 중심주의마저도 양해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난 지 10초 만에 뛰지 못한다고 해서 인간이 가젤이나 말보다 못하다고 비하하려는 건 더욱 아니다. 적어도 인간이 진화의 역사에서 도달해야할 정점, 흔히 말하는 만물의 영장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해야겠다.미숙아의 탄생은 직립(直立)에서 연유한다. 직립으로 도구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하지만 그건 전혀 근거가 없다. 직립을 하면서 골반이 작아졌고, 도저히 오랫 동안 자궁에 태아를 담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젤처럼 태어나서 바로 걷기 위해서는 적어도 태아를 자궁에 1년 이상을 더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보다 임신 기간이 1년 이상 늘어날 때 그 태아를 정상적으로 분만할 수 있는 산모가 많지 않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아마 산모 사망률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돌이 지난 애를 낳는다고 생각하면 상상이 쉽다. 그나마 열 달 짜리 태아는 머리뼈가 말랑말랑해서 자궁을 빠져나오기 쉽다. 그러나 22개월 된 태아는 머리뼈가 굳어져서 현재 인간의 골반 수준이라면 이런 아이를 제대로 분만할 수 있는 산모는 열에 한 둘 뿐이다. 간단히 말하면 멸종한다는 뜻이다.▲ 다시 생각해보는 효(孝)이상이 생물 진화 일반에서 본 약간 슬픈 인간의 모습이라면, 좀 더 인간적인 수준에서 재아와 공자의 대화는 색다른 슬픔을 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공자의 '오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 서운함 말이다. 그건 우리가 흔히 듣는 말, "너도 애 키워 봐라!" 하는 조금 저주의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악의적이지만은 않은 말 속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인간은 숙명적으로 부모보다 늦게 태어나게 되어 있다. (설마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있을까?) 그리고 미숙한 상태로 품안에서 적어도 3년 이상을 지낸다. 그러나 머리가 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마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하면서 대든다. 그 때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대개, 체념을 섞어서, "너도 애 키워 봐라!" 하신다. 그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자식들은 "또 그 소리!" 하는 마음으로 멀뚱멀뚱 눈알만 굴린다. 짐작이 가지 않는 차원의 일이므로.그런데 나중에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신들이 새끼들을 키워보면 그제서야 "아, 그 말이었구나!" 하면서 때늦은 후회로 온다. 그래서 명절 때 차례 지낸 후 유난히 쓸쓸한 햇살을 받으며 그리워하고, 어쩌다 속을 썩이거나 흐뭇하게 만드는 새끼들을 보면 그 분들을 떠올리곤 눈물 짓는다. 이 숙명, 결코 바꿀 수 없다. 그래서 효를 가르쳤던 유가(儒家)의 정조에는 슬픔이 배어있다. 효는 부모를 위한 게 아니라, 자식·새끼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새끼들은 그걸 모른다. 숙명이다. 그러나 가르치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가 돌아가신 뒤 덜 마음이 아플 테니까. 새끼들이….지난 8일, 어버이날이라고 큰 놈, 작은 놈 모두 카네이션을 만들고, 문자메시지 정도의 세 줄짜리 글을 편지랍시고 내밀었다. 내용 ? 뻔했다. 별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 관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나는 약간 슬프면서도 또 조금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또한 숙명이다. / 오항녕(한국고전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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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0.05.14 23:02

작가들의 특별한 수업 이야기

소설가 이순원 씨는 중학교 시절 어느 국어 시간 "이 반에는 문교부장관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 있나?"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기운차게 손을 들었다. 교과서를 뒤져보니 '문교부장관 검정필'이라고 쓰여있어 자신 있게 "우리나라 문교부장관의 이름은 검정필입니다"라고 답했고, 선생님은 바로 포복절도했다. 펼쳐보지도 않을 영어사전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급우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애썼던 그는 그다음 날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시는 갖고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의 사연을 비롯해 소설과 시인 18명이 추억이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수업을 주제로 쓴 에세이집 '수업'(황소북스)이 출간됐다.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소설가 김종광 씨는 초등학교 산수 시간에 있었던 '검투사'와 '검사조' 이야기를 전한다. 선생님은 검투사에게는 칠판 앞에서 산수 문제를 풀게 시키고, 검사조를 불러내 그 답을 검사하도록 했다. 검사조였던 김씨는 친구의 답이 틀렸다고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자신이 내린 답이 틀렸다. 용기를 내 사실을 실토한 그는 선생님에게 친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누명을 씌웠다며 야단맞았다. 사과하는 그에게 친구는 "너두 나 때문에 된통 맞았잖여. 피장파장이지 뭐. 그런디 앞으로는 신경 좀 써. 검사조 애들 너무 건성으로 풀더라구"라고 읊조린다. 소설가 양귀자 씨는 오랜만에 발표한 자신의 소설을 읽었다는 어느 독자의 편지를 소개한다. "오래간만에 '현대문학' 2010년 1월호에 눈곱만치 몇 자 적었습디다. 구렁이 알같이 아껴 저금해놓은 수월찮은 돈으로 샀는데, 글이 짧아 원 참, 애간장을 녹입니다. 지금껏 글만 써왔으면 참 좋으련만…"아직 답장을 쓰지 못했다는 양씨는 "다시 소설을 쓴다면, 그 소설은 아마도 많은 부분 이 수업에 빚지고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밖에 책은 작은 분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월부 책 장수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갖고 온 것을 계기로 책에 파고들었던 시인 김용택 씨의 이야기 등을 전한다. 25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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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5.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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