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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한시대 분묘 역사' 한눈에 본다

전북대학교 박물관(관장 김승옥)이 고대 묘제 연구에 있어 중요한 기초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완주 상운리 유적의 연구성과를 정리, 「상운리(上雲里)」를 펴냈다.익산∼장수간 고속도로 건설구간 내 완주군 용진면 상운리 일대에 위치한 상운리 유적은 분구묘 30기, 매장주체부 163기 등 현재까지 발견된 마한계 분묘 중 최대 규모다. 또한 토기류 320여 점, 철기류 500여 점, 옥류 6000여 점 등 약 7000여 점이 조사돼 호남지역에서는 최고의 출토량을 기록했다.상운리 유적은 전북대 박물관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여에 걸쳐 발굴조사했다. 당시 발굴조사 총책임자였던 김승옥 전북대 박물관장은 "마한 최대 규모의 분묘 유적인 상운리는 근초고왕의 남정으로 마한이 백제에 병합되는 4세기 이후에도 여전히 완주지역에서 마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호남지역에서 마한이 백제로 전환되는 고고학적·역사적 발판"이라고 말했다. 김관장은 "상운리 유적은 정치·사회·문화·기술·이념 등 당시 사회체제가 압축돼 있는 고고학적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상운리」는 총 3권으로 구성됐다. Ⅰ권에는 상운리 분구묘에 대한 조사방법과 조사내용이, Ⅱ권에는 분구묘와 목관묘군에 대한 조사내용이, Ⅲ권에는 생활유구와 분묘·유적에 대한 고찰 등이 담겼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5.11 23:02

영상을 만난 문학, 어디로 가야 하나

"1960-1970년대 아날로그 문학인의 눈으로 볼 때 만화 같은 내용 및 형식의 2,30대 디지털 세대 문학과, 젊은 디지털 문인들에게 이조 잔영(과거의 그림자)처럼 보이는 노후한 문학이 공존하고 있다. 안타까움은 그러나, 이 공존이 화평의 공존일까 하는 의문에 있다."문학 평론가 김주연(69ㆍ한국문학번역원장)씨는 최근 출간한 '문학, 영상을 만나다'(돌베개)에서 문단에 일고 있는 영상문화의 바람을 냉철하게 바라봤다. 김씨는 "2000년대 이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일군의 젊은 소설가들은 이미 전통 서사에서 벗어나 소설 자체가 하나의 영상 내지 만화와 같은 공간을 빚어내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최근 젊은 소설들을 거의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만화의 종주국인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한국은 소설에서도 그 영향이 적지 않아 만화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폭력과 섹스가 소설 속에 강하게 스며들어 있으며 여기에 이들이 혼합해 만들어 내는 자학과 공포가 회화적인 분위기를 타고 어두운 화상을 빚어낸다고 주장한다. 이런 분위기는 소설만이 아니라 시에서도 영화가 보여주는 "검은 영상"을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이제 "개인의 인격적인 완성 추구와 윤리 문제를 갖고 고민했던 1960년대 이후의 문학적 가치는 더이상 아름다움으로 존중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워할 정도다. "종이 문화 전통의 끝에 앉아 있는 세대의 문학인"인 김씨는 새롭게 대두된 영상 문학에 어느 정도 비판적인 시각이 잠재돼 있다고 고백한다. 그 이유는 영상 문학의 특징이 명멸에 있음에 반해, 각인을 특징으로 하는 활자 문학은 삶의 순간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앞서 말한 활자 문학과 영상 문학의 '화평'을 위해 아날로그는 디지털을,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배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디지털을 배경으로 한 인터넷 문화, 영상 문화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하더라도, 근대 문명의 축이 되어 온 종이 문화와 책의 근간이 되는 아날로그 시대가 단순 배격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양자의 상호 연구는 이 시대 문학의 불가피한 요체가 아닐 수 없다." 돌베개 출판사의 '석학인문강좌' 시리즈 열 번째 책이다. 262쪽. 1만2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5.07 23:02

28일 법정스님 49재…스님 조명한 책들 '유감'

지난달 11일 오후 1시51분 입적한 법정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매주 수요일 진행돼온 49재가 28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순천 송광사의 49재 막재(終齋)로 마무리된다. 49재는 끝나지만, 법정스님이 법문과 책을 통해 남긴 무소유의 정신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간직해야 할 맑고 향기로운 가르침이다. 법정스님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지고 가지 않겠다'며 자신이 쓴 책들을 절판하라고 유언, 법정스님의 유지를 받든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와 출판사들은 기존 책들을 올해 연말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정스님의 49재에 맞추기라도 한 듯 법정스님을 기리는 책들이 최근 소설이나 전기, 산문 등 형태로 쏟아져 나왔다. 과연 이 책들은 법정스님의 뜻을 잘 받들고 있는지, 불교계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설로 재구성한 법정스님의 생애 = 소설가 정찬주씨와 백금남씨가 최근 나란히 '소설 무소유'(열림원), '법정-맑고 향기로운 사람'(은행나무)을 내놓았다. 동국대 국문과 출신으로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소설을 여러 권 내온 정찬주씨는 '소설 무소유'에서 법정스님이 전남대 상대 시절 출가를 결심하고 입적할 때까지를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로 재구성했다. 해남과 목포에서 지낸 법정스님의 청년기, 행자 시절과 다래헌 시기 등 생애 전반기의 삶에 집중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밀도가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다. 법정스님의 맏상좌 덕조스님, 역시 법정스님의 상좌로 길상사 주지이자 맑고향기롭게 이사장 직무대행인 덕현스님, 법정스님의 속가 조카이면서 맑고향기롭게 이사인 현장스님의 추천글이 붙었다. 역시 불교관련 소설을 많이 출간해온 백금남씨가 5년간 집필했다는 '법정-맑고 향기로운 사람'은 역시 법정스님의 출가와 사회참여활동, 입적까지를 그려냈다. 출판사측은 책은 법정스님이 30대에 쓴 시 4편을 발굴해 수록, 산문인 뿐만이 아니라 시인이었던 법정스님을 재조명해 차별화를 꾀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평전 전문 작가가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재구성하고 산문집 내용도 곁들인 책, 법정스님과 함께 일하던 시민단체 관계자가 펴낸 책 등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대체로 법정스님이 남긴 여러 산문집과 법문들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법정스님의 머리를 깎아준 은사 효봉스님을 비롯한 사형과 도반 이야기, 여러 에피소드들이 소설 등의 옷을 갈아입었으나 지금껏 공개된 것 이상의 새로운 내용은 드물고, 심지어 법정스님의 산문이나 법문 내용을 그대로 발췌해 실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 일부 법정스님 지인들의 평가다. 조계종의 한 스님은 "소설의 경우, 법정스님의 생애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복원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맑고향기롭게' 관계자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요즘 '법정스님의 000'하는 책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다 챙겨보고 있는 중이지만 결국은 스님의 글을 짜깁기한 것들이다. 어찌 그리 재주들이 좋은지…"라고 아쉬워하면서 "우리에게는 스님의 글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읽으면 되지 다른데 시선을 팔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저작권 침해의 소지마저 다분한 책들도 있다. 맑고향기롭게 관계자는 "한 출판사에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교묘하게 법정스님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지만 떠들썩하게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스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염려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송광사 49재ㆍ추모 다큐 = 28일 순천 송광사에서 열리는 49재는 법종소리와 함께 시작돼 법요식에 이어 상좌스님 등의 헌향, 헌다 등과 함께 법정스님의 생전 법문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순서가 마련된다. 1만여명(송광사 예상)이 참여할 이번 49재에서는 전(前)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법문을 하고 길상사 합창단의 조가, 송광사 주지 영조스님의 인사 등이 이어진다. 약 1시간에 걸쳐 49재가 끝나면 법정스님이 기거하던 송광사 불일암에서 산골(散骨)의식도 거행된다. 조계종에서는 지관스님을 비롯해 자승 총무원장 스님, 혜총 포교원장 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 등이 49재에 참석하고 송광사 사중에서는 원명, 법흥, 현호스님 등이 참석한다. 한편, BBS불교방송에서는 법정스님의 49재를 맞아 추모특집 다큐멘터리 '꽃들아 수고 많았다'를 27일 오후 3시 방송하고 28일 오후 3시와 29일 오후 5시에 재방송한다. 또 스님의 60년 지기 친구인 박광순 전남대 명예교수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수준 높은 철학적인 책을 애독하던 법정스님의 면모를 전한다. 스님이 불일암으로 떠나기 전까지 생활하던 봉은사 다래헌 시절 '씨알의 소리'에 투고하기 위해 작성한 '악을 선으로 바꿈'이라는 원고도 소개한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4.28 23:02

"정 많고 인간적인 법정스님 그려"

"법정스님은 '베푼다'는 말을 싫어하셨어요. 내 것이 없는데 어떻게 베푸느냐는 것이지요. 다만, 갖고 있다가 돌려주는 것이니 나눈다는 말을 좋아했습니다. 이것이 무소유지요. 정이 많고 인간적인 스님이셨습니다."작가 정찬주(57)씨가 지난 3월 11일 입적한 법정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그린 '소설 무소유'(열림원)를 냈다. 정씨는 1984년 출판사 샘터사의 편집자로 스님을 처음 만나 스님의 산문집 10여 권을 펴내는 등 인연을 쌓으며 재가제자(在家弟子)가 돼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의 무염(無染)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책 출간을 맞아 26일 서울시내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씨는 스님이 오래 머물렀던 송광사 불일암을 찾아갈 때 스님이 들려줬던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을 메모해 이번에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스님에게 '좋은 말씀' 한마디를 부탁했어요. 그럴 때면 스님은 불일암 토굴에 앉아 건너편의 조계산을 가리키며 침묵하는 저 산을 바라보면 답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침묵 속에서 지혜를 얻지 못하니 인격이 완성되지 않는 것이라 하셨죠."스님은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이 절해고도에 갇힌 건 인생을 낭비한 죄였다면서 굴참나무로 만든 의자를 '빠삐용 의자'로 부르며 자신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했다고 전했다. 속가의 인연을 끊어야 하는 스님에게 여동생은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사연이다. 정씨는 "스님이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여동생을 낳았다"며 "스님은 여동생을 낳기 이전의 어머니만 인정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을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아서였는지 스님이 첫 탁발을 나갔을 때 예닐곱 여자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는 도망치듯 그 집을 나왔고, 여동생 또래 아이들만 보면 그렇게 예뻐했다고 한다. 스님이 서울에 오면 관객이 적은 아침 일찍 영화를 종종 보곤 했는데, 한 번은 단성사에서 주인공들이 오누이 사이로 나왔던 '서편제'를 보는 도중 손수건을 꺼내 자꾸 눈물을 훔쳤고, 강원도 오두막에서는 박항률 씨가 그린 단발머리의 '봉순이'를 한동안 걸어놓고 살았다. 스님은 입적하기 며칠 전 찾아온 여동생에게 "꿋꿋하게 살라"고 말했고 이후 여동생이 뭔가 말하려 하자 "내가 다 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애틋한 연민의 정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스님이 "선방의 울타리를 벗어나 '법정스님식'으로 선승이 나아갈 길을 보여줬다"며 "남의 흉내를 내지 않은 수행자이자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마음으로 참다운 무소유 사상을 바탕으로 정진한 수행자"라고 평했다. 자신의 출판물을 절판하라는 스님의 유언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스님의 책에서 지혜를 얻기보다는 좋은 말만 쫓으니까 그것을 '말빚'이라 보셨을 것"이라며 "그 유언은 그 말빚을 지지 않기 위해 스님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사자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스님은 아이들이 마음을 다칠까 봐 고학생을 직접 불러 장학금을 준 적이 없다며 "광주에 갈 때면 고전음악감상실 '베토벤'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고지서를 갖다놓으라 하셨을 정도"라고 전하기도 했다. 책에는 초등학교 5학년 산수 시간에 일본인 흉내를 내는 조선인 담임교사에게 반감을 표시하다 고무 슬리퍼로 폭행당했던 일, 목포로 가서 중학교에 다닐 때 납부금을 내지 못해 울었던 이야기 등도 실렸다. 정씨는 "언젠가 스님의 말씀을 글로 한 번 정리해보겠다고 하자 미소를 짓더라"며 "이 책을 보면 기특해 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 내용은 법정의 맏상좌인 덕조스님, 제자 덕현스님, 조카 현장스님의 자문과 감수를 받았다고 출판사는 설명했다.

  • 문학·출판
  • 연합
  • 2010.04.27 23:02

"참으로 아름다운 작가 최명희"

"수금 많이 해주면 고맙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원래 말을 가지고 장사하면 인간이 망가지는 건데 말이죠. 말 장사는 역사에다 팔아야지 시장 바닥에 파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25일 전주 최명희문학관을 찾은 이기웅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70)은 도서출판 열화당(悅話堂)의 발행인이다. 열화당은 어린 시절을 보낸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에 있는 기와집 선교장(船橋莊)에 있는 사랑채 이름. '가까운 이들의 정다운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라는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따왔다."30만개 공구를 만드는 데는 그 공구를 만드는 3000개의 공구가 필요합니다. 3000개의 공구를 만드는 데는 그 공구를 만드는 300개의 공구가 필요하고, 300개의 공구를 만드는 데는 30개의 공구가 필요합니다. 요즘 시장주의자들은 많이 팔리는 30만개의 공구만 만들려고 하는데, 이는 말과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출판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 것이죠."그는 "출판은 말장사"라며 부끄럽다고 했다. "책 내기가 두렵다. 무슨 책을 내야할 지 겁이 난다"고도 덧붙였다."출판 뿐 아니라 말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선과 혐오에 찬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민족은 동족간 싸움이었던 6·25를 치르면서 말이 험해지고 정신도 거칠어 진 것 같습니다."이 이사장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말과 같이, 말도 말을 만든 태초의 말이 있었고 문학도 문학을 만든 태초의 문학이 있었습니다. 작가 최명희는 말을 만든 태초의 말과 같고, 문학을 만든 태초의 문학과 같습니다."최명희문학관 개관 4주년을 맞아 '내가 아는 작가 최명희'를 주제로 강연한 그는 최명희를 "나보다 일곱살이나 어렸지만 어마어마한 작가였다"며 "참으로 아름다운 작가"로 기억했다."작가 최명희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세 하나 화법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작가 최명희의 말과 문학 또한 그렇습니다. 작가 최명희는 엄격하면서도 부드러운 한국 최고의 여성이었습니다."이 이사장은 출판사 대표로 최명희와 인연을 맺었다. 열화당 '한국의 굿' 시리즈 중 「은산별신굿」(1986)을 사진작가 김수남 선생과 공저했다. 이 책에는 최명희 선생의 미완성 장편소설 '제망매가'의 모티브가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 문학·출판
  • 도휘정
  • 2010.04.27 23:02

붓다의 세계와 불교 우주관

불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천문학자인 이시우 서울대 명예교수(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가 불교와 천문학을 접목한 또 한권의 책 '붓다의 세계와 불교 우주관'(민족사 펴냄)을 출간했다. 2008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24회에 걸쳐 불교TV 방송에서 강의한 내용을 묶은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초기 불교 경전에 있는 석가모니 부처의 말을 통해 부처의 인생관과 우주관을 살펴봤다. 이를 위해 천문학적 세계관과 불교의 세계관을 비교해 살펴보면서 불교는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진리를 근본으로 하는 자연중심사상을 지닌 종교라는 것을 주장했다. 이시우 박사는 "불교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에 대한 진리를 펴 보여 첨단우주과학시대에 가장 알맞은 종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불교는 붓다의 이런 우주관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좁디좁은 인간의 마음에만 관심을 두고 신앙불교와 수행불교라는 인불사상(人佛思想ㆍ인간은 모두 부처라는 사상)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오늘날 첨단우주과학이 지향해 갈 방향이나 지구환경의 위기에 대응해야할 방법에 대해 불교가 대처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저자는 한국 불교 출가자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과거에는 재가자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한문교육을 받고 경전을 공부한 출가자들이 재가자들의 훌륭한 스승이 됐지만 오늘날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재가자들이 최소한 고등학교 이상의 수준으로 좋은 교육을 받고 또한 현대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고 있는데 출가자들의 법문의 질은 현대인의 높은 의식수준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출가자들이 권위의식을 버려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인의 과학적 지식수준에 알맞게 현실에서 경험 가능한 것이 불법에서 다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오늘날 한국불교의 불자들이 자신있게 답할 수 있어야한다"며 "그렇지 못하다면 신앙중심의 불교는 믿지만 진리의 불법은 마음 밖에 존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512쪽. 2만5천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4.23 23:02

비참하고 사소한 현실에서 읽는 해학

지난 3월 장편 '군대 이야기'(자음과모음)를 출간했던 작가 김종광(39) 씨가 새 소설집 '처음의 아해들'(문학동네)을 냈다. 책에는 때로는 비참하고, 때로는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는 현실을 작가 특유의 해학과 익살로 그려낸 단편 9편이 실렸다. 표제작은 지방 소도시의 스승과 제자들의 이야기로 전교조 교사와 그가 첫 담임을 맡았던 제자 열한 명이 모임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현실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영원한 문제 스승'의 약칭으로 '영문승'으로 불렸던 교사는 교과서 이외의 얘기에 으레 "민주, 평화, 통일, 공존, 정의, 진실, 사필귀정"이라는 단어들을 썼다. 제자들은 공부하라는 말도 잘 안 하고, 자율학습 빠져도 제대로 한 번 패지도 않았던 교사에게 이제 술김에 "선생님 같은 참교육 담임을 안 만나고 개백정같이 잡아주는 담임을 만났으면, 4년제는 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원망 섞인 말을 한다. 또 다른 수록작 '우라질 양귀비'는 일부러 키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와 싹이 튼 양귀비 때문에 경찰서에 끌려간 '음순'네 이야기다. 음순은 누가 경찰에 자신을 신고했는지 알아내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수지 상류 쪽 방갈로 패권을 두고 다투었던 '맛나슈퍼 김화투'네, 자신이 도둑놈으로 몰아 마음 상하게 했던 '백수 청년' 등 마음에 걸리는 마을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책에는 이밖에 자식에게는 "흙 파먹고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죽을 똥 싸가면서 공부시킨" 아버지와 "펜대 굴리는 삶"을 사는 아들 사이를 그린 '내시경'을 비롯해 소시민의 다양한 삶을 그린 단편들이 수록됐다. 해설을 쓴 문학 평론가 이선우 씨는 소설 속 등장인물에 대해 "딱히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꼽을 수 없다"며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는 일파만파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이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인물의 면면과 그들이 엮어가는 삶의 가락이야말로 김종광 소설의 매력"이라고 적었다. 352쪽. 1만원.

  • 문학·출판
  • 연합
  • 2010.04.22 23:02

"도시인 삶 바꾸는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 배려에 있어"

'디자인에도 민주주의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나무수)을 펴낸 안애경씨는 도시인의 삶을 바꾸는 디자인은 인간에 대한 배려에 있다고 본다.14일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 공공작업소 심심 초청 특강에서 안씨는 한국은 디자인을 일상과 떼어내서 특별한 것처럼 여긴다며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왜곡됐다고 말했다."핀란드인들은 한국의 상황이 위험하다고들 합니다. 어딜 가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사판이 계속된다는 점에서죠. 게다가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배려가 없습니다. 휠체어는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디자인은 특별한 것도 아니며, 누군가를 차별하는 방식이어서도 안됩니다."'공공 디자인 = 북유럽 디자인'이라는 등식이 등장한 지도 꽤 됐다. 하지만 안씨는 핀란드에서는 공공 디자인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은 인간에 대한 배려와 공공성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새벽에 한옥마을을 찬찬히 돌아봤다"는 그는 한옥마을이 갖는 잠재성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이 일대에 높은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골목길의 정서가 확연히 달라 아쉬웠어요. 마을을 가꾸는 주체가 마을 사람들이 아닌 관이 주도가 됐기 때문이었던듯 싶습니다."아울러 디자이너보다 집주인이 디자인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다며 디자인에도 민주주의 요소가 있으려면 관이 시민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우리나라가 공공 디자인 광풍으로 북유럽에서 답을 찾으려 하고 있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디자인의 성패는 시민들이 결정한다는 것인 만큼 보여주기식 디자인 문화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것을 짓는 것만이 디자인이 아니라는 그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관찰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안씨는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엑스포 아트디렉터를 비롯해 핀란드국립문화박물관 큐레이터, 핀란드 아트공예디자인센터 연구디자이너 등을 맡아왔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0.04.15 23:02

세계문학상 수상 임성순 장편 '컨설턴트' 출간

"자본주의, 관료사회가 되면서 누군가의 결정으로 어떤 사람들은 굶어죽거나 상처를 입습니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우리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요. 우리사회의 이런 모습과 킬러의 모습이 닮아있지는 않나요." 세계일보가 주관한 1억원 고료의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올해 1월 선정된 임성순(34)씨의 장편소설 '컨설턴트'(은행나무)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완벽한 살인을 하기 위해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주는 작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자살을 가장한 타살을 조장하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는 평을 들었다. 주인공은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을 연쇄적으로 계획, 그런 불행이 쌓여 결국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출간에 맞춰 13일 기자들과 만난 임씨는 "이 세상에 벌어지는 많은 일을 사회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하지말고 개개인이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뭔가 바뀌지 않겠느냐"며 "이 소설을 통해 그런 점을 자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회사'를 통해 암살 청탁을 받는다. 임씨는 "'회사'는 우리가 속한 사회 그 자체로, 저항하고 싶지만 대체로는 그 속에 안주하게 만든다"며 "자본주의에서 군림하는 것은 돈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자본주의 구조 그 자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국문과를 졸업한 임씨는 재학 시절 곽경택 감독의 영화 '챔피언'을 거쳐 안권태 감독의 '우리 형'에서 연출부 생활을 하기도 했다. 임씨는 몇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생각한 대로 문장을 쓸 수 없는 실서증(失書症)에 걸렸다고 한다. 임씨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이지만 먼저 모두 적어본 뒤 시간을 두고 정리하는 방법으로 글을 다듬었다"며 "그 영향으로 소설에 쓴 문장이 단문 위주"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등단작이기도 한 이번 소설은 '회사'를 주제로 한 3부작 중 1부다. 임씨는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에 집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문근영은 위험해', 공리주의가 진정한 선(善)인가를 물을 '전락'을 통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을 계획이다. 296쪽. 1만1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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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14 23:02

위진남북조시대 '중국 정사 외국전' 번역출간

위진남북조 시대 중국 정사(正史)에서 본토 이외의 외국 역사를 다룬 부분이 번역돼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6사'로 불리는 중국 정사의 외국 관련 부분 가운데 '송서(宋書)'를 비롯한 위진남북조 시대 정사의 '외국전'을 번역해 '역주 중국 정사 외국전' 6권으로 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에 번역된 책은 '송서(宋書)'와 '남제서(南齊書)', '양서(梁書)', '남사(南史)', '위서(魏書)', '주서(周書)', '수서(隋書)', '북사(北史)' 등 9책이며 김유철 연세대 교수와 하원수 성균관대 교수 등 중국사ㆍ동양사 전공 교수 14명이 번역을 맡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07년부터 '역주 중국 정사 외국전' 번역을 시작해 지난해 1차로 '사기'와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 '삼국지(三國志)', '진서(晉書)'의 '외국전'을 출간한 바 있다. 앞으로 5년여에 걸쳐 '신원사(新元史)'와 '청사고(淸史稿)'에 이르는 중국 정사 '26사'의 '외국전'을 모두 번역할 계획이다. 그 동안 '26사' 가운데 일부의 외국 관련 부분이 논문 인용을 위해 번역된 적은 있지만, 전체를 번역하는 기획은 처음이었다. 다만 이번 번역에서 한국 관련 부분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1986~1990년에 출간한 '중국정사조선전역주(中國正史朝鮮傳譯註)'에 포함돼 있어 이번 번역에서는 제외했다. 이 번역 작업은 '외국전'에 실린 국가와 종족을 이해하고, 중국이 다른 국가와 종족을 어떤 이념 원리로 인식해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동북아역사재단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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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4.13 23:02

조선 백과사전, 240년 늦게 간행된 까닭은?

옛 동아시아의 유서(類書)는 여러 내용을 사항별로 분류해 정리한 책을 일컫는 말로 오늘날의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규모와 내용면에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유서는 중국 원나라 '운부군옥'의 제목과 체제를 딴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이다. 한학자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가 쓴 이 책은 선조 20년인 1587년 이전에 이미 초고 집필이 끝났고 1589년에는 정서(正書) 작업마저 마쳤다. 이어 판을 짜서 정식으로 간행하려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뤄져 240여년이나 지난 1836년에야 목판본으로 간행됐다. 그 사이 임진왜란이 일어나는 등 나라의 큰일 때문에 간행이 미뤄지기도 했지만, 실제로 잘 알아보면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간행되기 전에도 '대동운부군옥'은 필사본으로 무척 많이 유통돼 읽혔는데, 각 집안에서 자신의 조상에 관련된 옛 내용들을 고쳐달라는 부탁을 하고 수용되지 않으면 간행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교수를 비롯한 6명의 학자가 함께 집필한 '조선의 백과지식-대동운부군옥으로 보는 조선시대 책의 문화사'(한국학중앙연구원 펴냄)에 실린 이야기다. 같은 책에 실린 다른 글에서 전경목 한중연 교수는 한자의 발음사전으로 당대에 친숙했던 '운서(韻書)' 형태로 만들어진 '대동운부군옥'의 문화사적 의의를 짚었고, 오영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당시 상업출판 상품의 성격을 띠었던 원나라의 '운부군옥'의 역사를 살폈다. 주영하 한중연 교수는 "15세기 이후 조선에서는 중국과 구별되는 조선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며 '대동운부군옥'에서도 조선적인 용례와 정의가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지난 2008년 출간된 '조선시대 책의 문화사'에 이어 한중연 교수들이 책에 담긴 문화사적 의미를 다룬 두 번째 책이다. 28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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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4.09 23:02

비서구 작가들과 세계문학을 생각한다

비서구권 작가들이 한데 모여 유럽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문학을 새롭게 논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심갑섭)은 이달 23-25일 인천아트플랫폼과 하버파크호텔에서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주연) 후원으로 '제1회 인천 아시아ㆍ아프리카ㆍ라틴아메리카(AALA) 문학 포럼'을 개최한다고 8일 말했다. '세계문학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전체 주제 아래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쿠바 시인 난시 모레혼, 중국 소설가 류전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디웨 마고나 등 해외 문인 13명과 박완서, 현기영, 도종환 등 한국 문인이 함께 참여한다. 해외 문인 중 난시 모레혼(66)은 2006년 마케도니아 국제시 축제에서 '스트루가 상'을 받은 쿠바의 흑인 시인이며, 신디웨 마고나(67)는 아프리카 여성작가로는 드물게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시오닐 호세(86)는 살아있는 필리핀의 문학사로 불리며, 호 아인 타이(50)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포럼에는 이들 외에도 인도, 브라질, 팔레스타인,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 다양한 나라에서 비서구권 문인들이 함께한다. 포럼 첫날인 23일에는 개막식에 이어 박완서, 이경자, 난시 모레혼 등이 '비서구 여성 작가의 목소리'라는 주제를 토론한다. 이튿날에는 시오닐 호세, 현기영, 류전윈 등이 비서구권 작가들의 눈으로 짚어본 '제국, 탈식민, 근대, 이산'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마지막 날에는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선 세계문학?'이라는 주제 아래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를 포함한 국내외 평론가들이 세계문학의 담론과 개념 등을 논한다. 행사 기간에는 참가 문인들의 '낭독의 밤'(23일)에 이어 쿠바 소설가 미겔 바르넷 등 국내에 작품이 번역된 해외 작가들의 '저자와의 대화'(24-25일)도 펼쳐진다. 인천문화재단 측은 "이번 포럼은 인천이 근대의 개항장을 넘어 새로운 세계문학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매년 포럼을 개최하는 한편 그 성과를 반영한 출판물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시인 한하운의 친필 원고를 비롯 다양한 자료를 갖춘 '한국근대문학관'도 문을 열 예정이어서 문학과 인천의 연계성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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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10.04.09 23:02

[오항녕의 인문학 에세이]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학생들…그러면 선생들은?

'여기 한 남자가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앞에 두고도 결코 자신이 그것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 것이었다.'나카지마 아츠시(中島敦)는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에서 이릉(李陵)의 삶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릉은 중국 한(漢)나라 무제 때 흉노군과 치열한 전투 끝에 죽지 못하고 포로가 된 비운의 장수이다. 한 무제는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한 일로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 바로 그 사람이다.천한(天漢·BC 99년) 2년 9월, 기도위(騎都尉) 이릉은 보병 5000을 이끌고 알타이 산맥 동남쪽 끝이 고비 사막에 닿은 자갈 많고 거친 구릉 지대를 뚫고 한 달이 걸려 막북(漠北) 준계산(浚稽山) 기슭에 진을 쳤다. 변방에서도 1500리가 떨어진 곳이었다. 그리고 3만 아니 8만 흉노의 군대와 벌인 기나긴 전투…. 얼마 남지 않은 군사들과 뒤엉켜 싸우던 중 그의 말은 화살을 맞아 고꾸라지고 그는 뭔가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장군을 잃은 패잔병 400명은 그해 11월에 변방에 도착했고, 패보도 곧 장안에 전해졌다.무제는 처음에 화를 내지 않았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패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릉이 죽지 않고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에 무제는 격노했다. 조정은 이릉의 매국적 행태를 비난했다. 세상인심이 그러하듯, 이제 평소 이릉의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러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명장 이광(李廣)의 손자라며 고군분투하는 이릉을 칭송했던 이들도 그들이었다. 이때 한 하위직 대부(大夫)도 이릉의 처리에 대한 황제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말했다."평소에 이릉을 보니, 부모께 효도하고, 벗과는 신의가 있었으며,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진해서 목숨을 내놓았습니다. 오직 자신과 처자식만 생각하는 폐하의 측근들이 이릉의 실수 하나를 들어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하여 폐하의 총기를 가리고 있습니다."이 사람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무제는 관자놀이에 경련을 일으키며 듣고 있었다. 무모한 그 남자, 사마천(司馬遷)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직 자신과 처자식만 생각하는 신하(全軀保妻子臣)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기보다 사마천의 말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고, 그 공격에 대해 앙갚음하기 위해서 사마천을 그래서 이릉의 가족들보다 사마천이 먼저 벌을 받게 되었다. 형벌은, 부형(腐刑)이라고도 불리는 궁형(宮刑)이었다. 이 와중에서 그는 「사기(史記)」를 남겼다.▲ 다시 걸어 나온 사람의 말을 듣다이렇게 세상에 맞부딪혔던 사람들, 이들을 역사는 종종 다시 불러낸다. 그래서 그들은 지나간 역사 속에서 성큼 걸어 나온다. 그러나 여기에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불안한 상황이 있다. 역사의 인물로 남는다는 것, 그것도 세상과 한 판 벌인 경우는 대부분 뭔가의 힘겨운 상황이 벌어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가능하면 자꾸 역사 속에서 걸어나오는 인물들이 없었으면 하고, 이 소심한 역사학자는 바라기도 한다. 물론 여기서 '힘겹다'고 표현하는 것은 나 같은 범인의 눈에 그렇다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인격과는 상관없이 현실은 결단을 요구할 만큼 벅찬 것이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지금도 그런가 보다. 아니, 그렇다. 어떤 학생이 말했다."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20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를 거부한다고."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그는 학교를 '그만 두지 않았다'. 그는 학교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다. 국가는 의무교육의 이름으로 대학의 하청업체가 되고,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에 '인간제품'을 조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하청업체가 되었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는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말처럼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학습된 두려움과 불안은 다시 우리를 그 앞에 무릎 꿇게 한다.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大學)' 없는 대학에서, 우리 20대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는 '적자 세대'가 되어 부모 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 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이대로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한 우리 젊음이 서글프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리고 대학에서 답을 찾으라는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동시에 이 체제를 떠받쳐온 내 작은 탓을 묻는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그리하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게는 이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도전에 부딪힐 것이고 상처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지금 바로 살기 위해 나는 탈주하고 저항하련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떡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지만 균열은 시작됐다. 동시에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대학생(大學生)'의 첫발을 내디딘 한 인간이 태어난다. 이제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에 두고 나는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김예슬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이제 공은 넘어 왔다내 강의를 듣는 정성윤씨(고려대 재학)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누군가 대자보를 붙였고, 굉장히 많은 이들이 그 대자보를 주목했다. 안타깝기도 했고, '이제야 한 사람 나왔구나' 싶기도 했고,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기에 멀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일단, 나는 대자보 글을 '정치적으로 50%쯤' 지지한다. 손 놓고 구경하겠다는 '심정적 지지'가 아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별다른 의미나 희망을 찾지 않고 있는 나로서는 그녀의 대갈일성에 담긴 메시지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그는 블로그에, 누군가의 손에 의해 훼손되고('테러 당한') 떨어져나간 김예슬의 대자보를 사진으로 찍어 고발했다.김예슬씨의 대자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느낀 수많은 상처 입은 영혼들이 있었나 보다. 그보다 미안해하고 답답해하는 더 많은 영혼들이 있었다. 그들은 학교에 남아 있는 자신들을 미안해했다. 이 황당한 상황! 학생이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을 미안해해야 하다니! 그래서 나는 그들을 위로해야 했다. "학교에 남아 있든, 거부하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남든 거부하든 풀어야할 문제, 살아야할 현실은 그대로 남는다. 미안한 마음 대신 우리가 같이 마주하고 있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라고 '선생 같은' 소리를 했다.김예슬씨의 대자보가 붙은 얼마 뒤 서울대에 대자보를 붙인 채상원씨(서울대 재학)는, "오늘,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 아니, 싸움을 시작한다"고 뜻을 같이 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 물음에 답해야 하는 사람, 대안을 만들 수 있고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은 대학 교수님도, 정치인도 아니다. 바로 우리 대학생들이다. 우리의 삶을 그들에게 내맡길 수는 없다. 이에 나는 오늘 조용히 다짐을 해보려 한다. 자발적 퇴교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그러면서도 지금의 대학을 거부하기로. 대학의 주인이 되어 대학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싸움을 벌이기로" 했다고. 믿음직하다. 그런데 나는 "대안을 만들 수 있고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은 대학 교수님도, 정치인도 아니다. 바로 우리 대학생들이다"라는 말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점잖게, '대학 교수님'은 아니란다. 나는 찍혔다./오항녕(문화전문객원기자·한국고전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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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0.04.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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