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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원 시인, 두 번째 시집 ‘별을 바라는 동행’ 펴내

장세원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별을 바라는 동행>(신아출판사)을 문단에 내놨다. 여든을 훌쩍 넘긴 그가 인생에서 여행과 같은 특별한 경험, 기억뿐 아니라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며 감내했던 엄혹한 순간들을 시적 정서로 풀어냈다. “맑은 날 궂은 날 가리지 않고/ 한 생애를 살아오며/ 맡은 소명 다하는 동안/ 무겁게 누적된 과로의 응어리/ 쇠잔한 기력으로 소생하지 못하고/ 예정된 운명의 길을 가고 말았구나// 오호, 통재라/ 폐차장으로 가는 길/ 영원한 영광은 없나보다”(시 ‘폐차장으로 가는 길’ 중에서) 그가 이제 눈 뜨기 시작했다는 시의 세계는 오묘한 미지의 탐험과 같다. 5년 전 시집을 펴낸 후 끊임없이 시 문학에 천착한 시인에게 여전히 고민과 숙제를 안겨주는 것은 창작의 고통이다. 시인은 “조금 더 나은 시를 써보이겠다는 의욕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이었고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면서 “시간의 흐름에 의무감으로 두 번째 시집을 펴내고자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은 평설을 통해 “장세원 시인의 시는 기승전결의 연 구성이 확연하다”며 “건강한 정서와 서정시의 표본이다”고 평했다. 부안 출신인 그는 전북대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주여고 교사, 서해대 교수를 역임했다. 한울문학 시로 등단해 시집 <시간의 소리마디>를 펴냈고 열린시문학회, 전북문협, 부안문협, 신아문예작가회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2.06 17:24

이혜성 에세이집 ‘예체능 자녀 엄마로 산다는 것’ 출간

자녀의 진로를 결정할 때 타고난 재능 위주로 뒷바라지할 것이냐, 세상의 성공 기준에 따라갈 것인가 결정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 부모들을 위해 이혜성 전북도의회 사무관이 에세이집 <예체능 자녀 엄마로 산다는 것>(더로드)을 새로 냈다. 이 책은 자녀를 잘 교육해 좋은 대학에 보내는 법, 공부 잘하는 방법 등을 담은 실용서가 아니다. 지금도 자녀의 타고난 재능과 세상의 성공 기준에서 고민하는 부모를 위한 성장과 해법을 담았다. 아울러 직장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개인적인 성장은 물론 가족과 더불어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했다. 1991년 공직에 입문한 후 2000년대부터 일과 육아를 병행한 저자는 워킹맘으로 두 아들의 성장 이야기를 고스란히 써냈다. 현재 그녀의 큰 아들은 프로골퍼로 군 제대 후 계속해서 투어 프로에 도전 중이고 작은 아들은 거문고 전공자로 군악병으로 복무 중이다. 10대 초반에 아들이 문제행동을 보이자 심리상담과 진로 교육을 받은 뒤 예체능으로 자녀 교육의 방향을 잡았다고. 저자는 예능이든, 체육이든 자녀 한 명만 뒷바라지하기에도 벅찬데 둘을 어떻게 가르쳤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단다. 그럴 때마다 넉넉한 돈은 없지만 두 아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예체능의 꽃을 피워 열매 맺기를 항상 기도한다. 늦게나마 중년이 되고 철이 든 엄마로서, 공직자로서, 작가로서 늘 부끄럽지 않고 본이 되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솔직담백하다. 저자는 “지난날의 일기와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쓰다 보니 어느 방향이든 아이와 소통하면서 사랑으로 뒷바라지하는 것이 행복이고 해답이란 것을 깨달았다”며 “이 땅의 청소년들이 부모님과 가족의 품 안에서 자신의 꿈과 날개를 활짝 펼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남원 출생인 그녀는 전주성심여고와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고향 면사무소에서 공직자로 첫발을 내디딘 후 군청, 시청, 도청, 중앙부처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공직 업무를 수행했고 현재 전북도의회에서 근무 중이다. ‘효자동 공순이 포도나무각시’란 필명으로 블로그에서 일기를 쓰고 있으며 저서로 <운명을 바꾸는 종이 위의 기적-버킷 리스트 22>와 <완벽한 결혼생활 매뉴얼>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2.06 17:22

이태원 참사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고길섶 작가, 장편소설 ‘엄마가 말할게’ 발간

“이들의 논리에는 희생자가 없어요. 희생자가 없으니 당연히 가해자도 없겠죠. 그게 부조리 참사의 핵심 아니겠어요?” (소설 ‘엄마가 말할게’ 본문 중) 이태원 참사 이후 한 유가족의 70여 일간의 삼보일배를 그린 이야기, 고길섶 작가가 장편소설<엄마가 말할게>(섶나무)를 발간했다. 책은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대한 고 작가의 날카로운 풍자와 유쾌한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실제 책에서는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선택과 그 결과가 끼치는 삶의 참담함에 대해 질문하며, 슬픔과 기억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역사적, 현실적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선택하며 그 결과로써 우리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는지, 중층적인 실존의 문제를 제기한다. 동시에 등장인물들이 갈등하는 실존적 현실은 생애사적으로 경험해 온 역사적 굴곡의 삶 및 감정구조와 유관함을 보여준다. 또 꿈과 혼령들과의 대화 등 동물 공화국 우화라는 복합형식을 통해 현실과 악몽, 이승과 저승, 인간사회와 동물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고 작가는 “이태원 참사 사건의 복잡계 스토리를 상상하다 ‘모든 사건은 결코 사건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작품의 안과 밖,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태원 골목길 참사의 복잡계 스토리를 추적했고 작가와 독자와의 긴장된 시선으로 재창작 해봤다”고 말했다. 한편 부안 출생인 작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철학을 공부했으며 문화비평 및 지역문화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저서로는 <문화비평과 미시정치>, <어느 소수자의 자유>, <스물한 통의 역사진정서>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2.06 17:22

정읍문학회 ‘정읍문학’ 제23집 출간

정읍문학회(회장 김철모)는 회원들의 작품을 엮은 <정읍문학> 제23집을 발간했다. 이번 호에는 정읍문학회 김철모 회장과 김만권, 김인숙, 김용성, 김준식, 문순애, 박관호, 송병섭, 이복생, 이성자, 이재만, 이재형, 홍진용 회원 등의 시와 수필 등이 실렸다. 현재 전북문인협회장으로 있는 김영 시인의 시와 정읍 출신으로 전주와 군산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는 이소애 시인과 신성호 시인의 작품도 초대 시로 실렸다. 이번 호에서는 노동의 숭고함과 고향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표현한 정읍 출신 한영이 서양화가의 ‘나와 마을’이 표지화로 선정됐다. 아울러 제11회 정읍사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이명윤 시인의 시 ‘내 속에 든 풍경’과 최우수상 수상작인 장금식 작가의 수필 ‘물 때’, 우수상 수상자인 김태림 시인의 ‘송곳니 주의보’ 및 작품 심사평이 수록됐다. 정읍문학회는 지난 11월 12일 제11회 정읍사문학상 시상식을 열고 시상과 함께 시낭송, 축하 공연 등을 마련한 바 있다. 김철모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정읍문학의 23년을 되새기면 글쓰기는 한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으로 한 발 한 발 차근차근 써나가는 것이 문학인의 좋은 자세”라며 “올해 정읍사문학상 응모작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더욱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문집은 정읍사문학상 응모자, 출향 인사, 지역 관공서 및 학교 등지에 배부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2.06 17:21

전라시조문학회, 동인지 '전라시조 제60집' 발간

전라시조문학회의 60번째 동인지 <전라시조 제 60집>이 세상에 나왔다. 동인지에는 김형중 전라시조문학회장의 권두언을 비롯해 제26회 전라시조문학상 수상작, 제1회 찾아드리는 전라시조문학상 수상작, 박기승·남승렬 시조시인의 특집 작품이 수록됐다. 또 권경주, 김영남, 백현종, 이정자 등 42명의 회원의 풍부한 창의력이 어우러졌다. 이번 동인지의 특집에서는 박기승 시조 시인의 ‘시조와 번역 한시-세월호(歲月號)’와 남승렬 시조 시인의 ‘초대시조-동백꽃을 주우며’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 동인지에는 지난해 전라시조문학회 총회, 제59집 전라시조 출판기념회, 제5차 임원회의 등 협회 내부 행사 사진과 전라시조문학회 정관·규정·연혁, 전라시조문학회 역대 회장단·수상자 명단 등 다양한 자료도 함께 실려있다. 김형중 회장은 “영예로운 전라시조문학회의 회장직을 제안받아 활동해 온지 벌써 2년의 시간이 지났다”며 “새롭게 입회한 회원들과 더불어 30년 이상 성실하게 제자리를 지켜주신 원로 회원님들에세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전라시조문학회를 이끌어 갈 회장단과 많은 동참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2.06 17:21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안도현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

안도현의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를 읽다가, 해밀턴의 법칙이 떠올랐습니다. rB > C. 유전적으로 가까운 정도(genetic relatedness)에 이타적 행동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Benefit)을 곱합니다. 값이 그 행동을 하는 데 드는 비용(Cost)보다 크기만 하면 이타적 행동은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초록 풀잎 하나가/ 옆에 있는 풀잎에게 말을 건다/ 뭐라 뭐라 말을 거니까/ 그 옆에 선 풀잎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풀잎이/ 또 앞에 선 풀잎의 몸을 건드리니까/ 또 그 앞에 선 풀잎의 몸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들끼리/ 한꺼번에 흔들린다/ 초록 풀잎 하나가/ 뭐라 뭐라 말 한 번 했을 뿐인데/ 한꺼번에 말이 번진다/ 들판의 풀잎들에게 말이 번져/ 들판은 모두/ 초록이 된다” (‘초록 풀잎 하나가’ 전문). 옆과 앞에 있는 풀잎은 가까운 사이입니다. 땅속을 벋어 가는 뿌리를 잠시 멈추고 물과 양분을 나눌 수 있는 사이죠. 이롭고 보탬이 되는 일은 무엇일까요? 들판이 모두 초록이 되는 것. 초록은 젊음, 순수, 발달, 평화, 휴식, 여유 등을 상징해요. 말을 거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흔들림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는군요. 흔들림은 슬픔과 아픔으로 흔들릴 뿐, 넘어지지는 않습니다. 어지러울 연(䜌)과 마음 심(心)이 합해져 그리워할 연(戀)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나는 좋은 느낌과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겠어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겠습니다. 내게도 초록 들판 하나 무연히 흘러들어 오겠지요. 로드 킬을 당한 족제비를 지나치지 않고 차를 세웁니다. 그와 가까워져요. “털가죽으로 노란 목도리를 만들어 팔던 때”의 소리를 듣습니다, 생태계를 지탱해 준 족제비를 “산머루 같은 까만 눈으로” 바라봅니다. “지금은 길가에 누워 있는 족제비/ 아스팔트의 목을 감싸고 있는 목도리”는 숭엄함을 가만히 건네줍니다. “흉측한 걸 왜 보느냐”라는 말은 한 손으로 받아도 가볍지만 말이죠 (‘아무도 주워 가지 않는 목도리’ 중).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는/ 할아버지의 유품 중에는/ 씨앗이 든 낡은 자루가 있다”로 시작되는 ‘할아버지의 시드볼트’는 “올해 화분에 한번 심어 보자”라고 말하는 아빠로 끝납니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타적 행동이 진화할 현실성이 높은 것이지요. “먼 훗날 열어 보라고/ 할아버지가 시드볼트를 만들어” 놓았겠지요. 덕분에 화자는 “이 작고 여린 것들이/ 힘이 정말 세다”라는 것과 “손끝에도 잡히지 않는 씨앗 중에서/ 채송화와 상추씨가 제일 작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지요. 물론 “씨앗을 담아/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놓은” 할아버지의 노고는 봉투처럼 작죠.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귀뚜라미와 대화를” 나누면, “혼자 지낼 줄 알아야 어른이 된다” (‘귀뚜라미와의 대화’ 중)라는 진실을 살릴 수 있겠지요.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12.06 17:15

[전북의 문학 명소] 6.문학과 미술의 다정한 동행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에는 문학과 미술이 자연스럽게 어울린 곳이 여럿이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김병종’은 화가이면서 극작가이고, 순창군 박덕은미술관의 ‘박덕은’은 화가이면서 시인이다. 순창 구미마을에 터 내린 송만규 화백은 섬진강을 화폭과 수필집에 담았고, 사진작가 이흥재는 순창과 임실의 오일장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사진수필집에 담았다. 광한루원 춘향사당은 춘향의 영정을 보관한 곳이며, 완주 그림책미술관과 삼례문화예술촌은 문학과 미술이 공존한다. △그림에 자연스레 스민 깊은 사유,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김병종은 한국화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 화가지만, 1980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각각 미술평론과 희곡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으며, 30여 권이 넘는 평론집과 산문집을 출간한 문학인이다. 특히, 예술기행 산문의 백미로 꼽히는『화첩기행』(문학동네·2014) 연작(총 5권)은 시공간을 넘어 문화예술의 어제와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전국 각지의 인문정신과 예술혼이 씨줄과 날줄로 아름답게 수놓아 있으며, 모로코·튀니지·알제리·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의 독특한 색채와 예술성에 대한 섬세한 사유도 만날 수 있다. 전북과 관련된 이야기는 1권 ‘남도 산천에 울려 퍼지는 예의 노래’에 있다. △이매창과 부안―이화우 흩날릴 제 ‘매창뜸’에 서서 △이삼만과 전주―이 먹 갈아 바람과 물처럼 쓸 수만 있다면 △강도근과 남원―동편제왕이 쉰 소리로 전하는 사랑노래 △조금앵과 남원―달이 뜬다, 북을 울려라 △최명희와 남원―육신을 허물고 혼불로 타오른 푸른 넋 최명희 등이다. 나는 지금 소설의 무대가 된 남원의 혼불마을을 찾아갑니다. 푸른 들길로 철로가 이어진 작은 서도역을 지나자 풍악산 날줄기에 매어 달린 것 같은 노봉마을이 보입니다. 오십 년 전만 해도 밤이면 산을 건너가는 늑대 울음이 예사로이 들리곤 했다는 곳입니다. 소설 속에서처럼 슬픈 근친 간의 사랑이 일어났을 법도 하게 50여 호의 마을은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김병종의 인문기행서『화첩기행』 작가는 개정판 서문에 ‘돌아보니 내 40대와 50대를 이 책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문학이라는 가지 못한 또하나의 길에 대한 그리움과 회오 같은 것이 일종의 해원처럼 제3의 형태로 발화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놓고 밤이 이슥하도록 고치고 또 고치던 시간은 나를 다시 문학청년 시절로 되돌려 놓았고 그 황홀한 기억이야말로 이 일을 계속하게 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라고 써 놓았다. 『화첩기행』 연작을 읽고 미술관에서 김병종의 미술작품을 만나면 그림마다 자연스레 스민 그의 깊은 사유가 담긴 문장이 함께 떠오르며 가슴이 찬다.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거는 곳, 구미마을 섬진강 물길을 수없이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물이 건네는 곡절을 한지에 수묵으로 담고 있는 송만규 화백. 1980년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인간미를 좇던 그가 섬진강을 찾은 것은 1992년이다. 작가는 “정월 대보름날 시인 김용택 형네 집에 들러 어머니가 해 주신 밤밥을 먹고 천담, 구담, 장구목, 구미를 거쳐 섬진강 상류를 걸었다.”라면서 “아마도 그때 이 강이 내 가슴에 들어온 듯하다.”라고 말했다. 2002년부터는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순창 무량산 자락 구미마을에 둥지를 틀고 강과 그 어귀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17번 국도를 따라가 본다. 거기서 만나는 섬진강은 늘 조잘조잘 낮게 흐른다. 강물이 흐르고 흘러 이르는 그 길에 한없이 포근한 어머니 같은 산, 지리산이 있다. 지리산 품 안의 산길 야트막한 언덕에는 서너 포기 붓꽃이 피어있다. 보랏빛 비녀를 꽂은 듯 고풍스런 자태다. ∥송만규의『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송만규의 그림은 웅장하다. 특히, 21m 길이의 <새벽 강>과 24m 길이의 <언 강>은 수묵의 절정을 보여준다. 골짜기와 골짜기를 굽이굽이 낮게 흐르며 뭇 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깃들게 한다. 스스로 풍광과 자연을 만드는 강물의 행행지도(行行之道)를 겸애 정신이라 사유하며 자신도 강물이 된다. 풀 한 포기, 돌멩이 한 개까지 담고 싶은 마음에 강가를 살피다 발견한 것이 굽이쳐 흐르는 강물 주위에 소담히 피어난 들꽃이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새끼손톱만 한 꽃들. 작고 여린 생김새의 꽃들이 온갖 것에 밟히고 거센 바람에 휘둘려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싹을 틔우는 모습에서 고귀한 생명력을 느꼈다. 척박한 시멘트 틈에서도 피어나는 그 생명이 민중의 정신과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화폭에 옮겼다. 꽃의 생김새, 학명, 꽃말 등에 영감을 얻어 생각나는 단어와 문장은 글로 옮겼다. 좁쌀만 한 꽃들이 닥지닥지 매달린 모양의 들꽃, 꽃다지를 보면서 어디에서도 함께 몸 비비며 사는 우리네 삶을 떠올렸다. 거친 들판에서도 꼿꼿하게 꽃을 피우는 노란 민들레는 독재에 항거하고 자기 몸을 희생해 이 땅에 민주주의 씨를 뿌린 열사들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쌓인 그림과 글 101편은『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비앤씨월드·2016)에 담겼다. 2022년에는 섬진강 전체를 높은 곳에서 보며 잡아낸 여덟 장면의 사계를 서른두 장의 대형 화폭에 담은 그림과 강의 덕성과 품성을 느끼며 적은 작가의 사유를『강의 사상』(거름·2022)에 담았다. 부제는 ‘다시 붓질, 겸애의 순간들_ 섬진팔경’이다. 두 권의 책 모두 여리면서도 강하고, 웅장하면서도 소박한 섬진강의 심성을 보여준다. 섬진강과 더불어 사는 마을들의 속내를 닮았다. /최기우(극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3.12.03 10:00

[전북의 문학 명소] 5.옛이야기에 스민 선인의 마음

모든 곳에 이야기가 있다. 그중 으뜸은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의 삶과 소망이 깃들어서 전해 내려온 전래동화다. 대부분 권선징악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주인공이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며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내용이다. 이야기에 담긴 삶의 철학과 가치는 우리 겨레를 비롯한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들이 전승된다. 각박해질수록 전래동화를 더 귀하게 여겨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래동화 속 마을도 늘 우리 곁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임실 ‘오수의 개’ ‘오수의 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개다. 산불로부터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구하기 위해 냇물에 몸을 적셔 주위 들풀에 비벼 불길을 막고 자신은 지쳐서 죽었다는 이야기의 주인공. 이 이야기는 전라도 안찰사 출신인 최자(1188∼1260)의『보한집』(1254)에 처음 실렸고, 1911년 간행된 보통학교의 교과서『조선어독본』과 1973년 간행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의견으로 소개되면서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도 이준연·정하섭 등 여러 작가가 동화로 각색해 독자를 만나고 있다. 오수의견비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오수 주민들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짐작된다. 본래 설화의 무대인 오수면 상리마을 앞 오수천 가까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하천 정비 공사를 하면서 사라졌다가 1939년 마을 유지들이 현상금 20원을 걸고 찾아냈고, 현 위치인 오수시장 옆 원동산공원으로 옮겨졌다. 오수의견비각 현판 글씨는 무주군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낸 황인성(1926∼2010)이 썼다. 의견비 바로 곁에는 귀가 늘어지고 적당히 긴 털을 가진 의견상이 서 있으며, 공원 한쪽에는 9기의 선정비들이 있다. 1971년 12월 2일 전라북도 민속자료 제1호로 지정되었다. 개 오(獒), 나무 수(樹)를 쓰는 오수면의 지명 역시 그 개의 무덤에 꽂은 지팡이가 큰 나무로 자랐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완주 앵곡마을에서 읽어야 제맛인 콩쥐팥쥐 한민족에게 가장 친근한 전래동화 「콩쥐팥쥐」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로 시작되는 꿈결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 이조 중엽 시절에 전라도 전주 서문 밖 30리쯤 되는 곳에 한 퇴리가 있으니, 성명은 최만춘이라 하였다. (중략) 열 달이 차자 갑자기 그윽한 향기가 방안에 감돌며 문득 한 옥녀를 낳았으니, 딸아이의 이름을 콩쥐라 지어 애지중지 길렀다. ∥최고본(最古本) 대창서원판『대서두서전(콩쥐팥쥐전)』(1919년) 콩쥐팥쥐 이야기는 전국에 걸쳐 분포하며, 서양의 「신데렐라」 이야기도 유형이 유사하지만,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전주 서문 밖 30리쯤 되는 곳’이라는 구체적인 지역적 배경이 언급돼 완주군 이서면 앵곡마을과 그 일대가 ‘콩쥐팥쥐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었다. 그래서 이서면의 도서관 이름은 ‘콩쥐팥쥐도서관’이며, 전주시에서 이서면을 거쳐 김제시로 이어진 도로는 ‘콩쥐팥쥐로’가 되었다.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에서는 ‘콩쥐팥쥐’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모두 ‘전주성 서문 밖 30리’라는 첫 문장이 낳은 결과물이다. △놀부와 흥부가 화해하고 행복을 찾은 남원 흥부마을 남원은 고전소설문학관이 있을 만큼 옛이야기가 차고 넘치지만, 놀부·흥부 형제 이야기가 첫손에 꼽힌다. ‘흥부’를 앞세운 흥부마을도 두 곳이다. 아영면 성리 상성마을은 놀부에게 쫓겨난 흥부가 정착하고 제비 다리를 고쳐준 뒤 부자가 된 마을이라 ‘발복지’라 불리며 많이 알려졌다. 흥부가 배가 고파 쓰러졌다는 허깃재와 흥부가 허기로 쓰러졌을 때 흰죽을 먹여 살린 은인에게 논을 사주었다는 흰죽배미, 놀부가 흥부의 집을 찾아왔다가 화초장을 지고 건넜다는 개울 노디막거리, 흥부와 놀부가 살았다는 장자골 등이 지척이다. 마을 사람들은 「흥부전」이 조선 영·정조 때, 이 마을에서 많은 덕을 베풀며 살았던 박춘보 이야기를 근거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마을 뒷산에는 그의 무덤이 있고, 주민들이 해마다 추모제를 올리는 망제단이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인월면 성산마을은 놀부와 흥부가 태어난 곳이다. 성산마을에는 이웃과 소작인을 괴롭혀 놀부의 모델이 된 박첨지가 살던 곳으로 박첨지네 텃밭과 서당 터가 있으며, 마을 앞 냇가에는 제비를 형상화한 연상교가 있다. 연비봉, 화초장 바위, 흥부네 텃밭 등 「흥부전」에 나오는 지명도 전해진다. 그러나 성산마을의 의미는 오히려 더 특별하다. 「흥부전」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성산마을은 고약한 성격의 놀부가 박을 타다가 쫄딱 망한 마을이 아니라, 개과천선해 동생과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여기며 사는 따뜻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최기우의 희곡 「시르렁 실겅 당기여라 톱질이야」에 가족의 화해와 화합을 부르는 남원의 소리와 그 의미가 쓰여 있다. △이야기에 담긴 뜻을 잇는 마음 남원 구룡계곡은 양반 출신 명창 권삼득(1771∼1841)이 득음한 곳으로 알려졌다. 권삼득은 제2곡인 북바위에 앉아 소리 한바탕을 한 뒤 옥룡추 계곡에 콩을 한 알씩 던졌는데, 한 가마가 다 없어졌을 때 비로소 득음했다는 일화다. 은적암터는 수운 최제우(1824∼1864)가 동학 경전인『동경대전』과 포교가사집인『용담유사』를 집필한 은적암이 있던 곳이다. 몽심재 고택은 1700년에 박연당이 지은 양반가 건물로, 김양오의 동화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에 넓은 품으로 모든 사람을 반겨 맞은 몽심재의 모습이 세심하게 그려 있다. 변강쇠백장공원은 옹녀와의 사랑을 위해 장승을 뽑아 땔감으로 쓴 변강쇠가 벌을 받아 장승처럼 굳어서 죽었다는 「변강쇠전」을 소재로 만든 쌈지공원이다. ‘조선 팔도를 누비다 강쇠가 옹녀를 만나 이곳에 이르러 음양바위에서 운우지정을 나누며 장승들을 뽑아 땔감으로 쓰니 대방장승이 대노하여 팔도 장승을 이곳에 모이게 하여 강쇠에게 벌을 내린 곳으로 전해져 백장골로 불리어 온다네.’라는 공원의 안내 글이 무섭다기보다는 정겹다. 공원 옆을 흐르는 백장암 계곡에는 변강쇠와 옹녀가 놀았다고 전해지는 백장바위, 남녀의 성기 모양을 한 음양바위, 바위를 긁어 국을 끓여 먹으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는 근연바위 등이 곳곳에 있다. 임실 운암강에는 낚시로 산삼을 낚아 어머니의 병을 고쳤다는 운암 이흥발(1600~1673)의 조삼대(釣蔘臺) 설화가 있다. 순창 삼인대는 1515년 김정(순창군수)·박상(담양부사)·유옥(무안현감)이 중종반정으로 억울하게 폐위된 단경왕후 복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상소문을 썼던 곳이다. 그 올곧은 정신을 잇는 마음은 계속 이어져 여러 문학인이 삼인대 정신을 문학 작품에 담았고, 순창삼인선양문화회는 2003년 순창의 300개 마을에서 2개씩 돌을 모아 절의탑(節義塔)을 세워 선인의 충절을 기렸다. /최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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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12.02 10:00

[줌] 은빛수필문학상 수상한 임두환 수필가

“수필이란 문학을 통해 우리 실버세대가 위축되지 않고 은빛나래를 펼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제9회 은빛수필문학상을 수상한 임두환(77) 수필가의 소감이다. 은빛수필문학상 수상자는 은빛수필문학회와 안골노인복지관이 전북지역 내 60대 이상 수필가들 중에서 선정한다. 60대 이상 작가들 중에선 아직도 마음만은 문학청년인 작가들이 많다. 이번에 수상을 차지한 그는 ‘여동생이 보내준 감자’란 작품에서 어려운 어린 시절 감자가 안겨준 고마운 마음을 글로 써내 독자들을 설득시키는 필력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늦깎이로 수필을 쓴 지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한 그는 어떻게 하면 수필을 잘 쓸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날이 많았다고. “수필을 쓴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암탉이 좋은 먹이를 먹어야 영양가 있는 알을 낳듯이 많이 읽고 많이 쓰면서 많은 경험을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믿음을 지켜 나갔습니다.” 날이 갈수록 나태해지는 요즘 수상을 계기로 마음을 다잡았다는 그는 “열심히 글을 쓰게 될 격려와 응원을 얻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수필 창작에 도움을 준 안도 지도교수님과 부족하지만 수상의 기쁨을 안겨준 심사위원님, 문학회 회장님을 비롯해 회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떤 일에 발을 디뎠으면 10년은 도전해야 한다는 그는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그 일에 미칠 정도로 몰두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밝혔다. 수필가로 창작에 열중하면서 전주 금상동 산불 진화대 대원으로 활동하며 봉사에도 발 벗고 나선 그는 “지역에 도움이 되도록 산불 진화 활동과 수필 창작에 더욱 전념할 계획”이라는 뜻도 밝혔다. 진안 출신인 그는 지난 2008년 종합문예지 계간 대한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행촌수필문학회 부회장과 편집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대표이자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 이사, 진안문인협회 감사, 전북문인협회, 대한문학작가회, 은빛수필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작품 활동으로 수필집 <뚝심대장 임장군>과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출간했고 행촌수필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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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호
  • 2023.11.30 17:25

이철수 사진작가, '100년의 역사 진안 용담댐-끝나지 않은 이야기' 발간

‘용(龍)이 노니는 연못’ 진안 용담 다목적댐의 건설 과정을 정리한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이철수 사진작가가 흑백 사진으로 <100년의 역사 진안 용담댐-끝나지 않은 이야기>(한국수자원공사 용담댐지사)를 발간한 것. 책은 ‘PART1. 용담(龍潭) 과거의 이야기’, ‘PART 2. 건설의 대장정’, ‘PART 3. 고향을 두고 떠날 수 없었던 사람’, ‘PART 4. 용담댐의 오늘과 내일’ 등 총 4장으로 구성돼 용담댐의 역사부터 미래까지 조명하고 있다. 이번 책을 발행한 김세진 한국수자원공사 용담댐지사장은 ”1990년대에 건설된 용담댐의 잊혀진 역사를 기억하고 당시 삶의 터전을 내어줘야 했던 진안군민들의 슬픔과 댐 건설에 참여한 임직원의 헌신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이번 책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책에는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치열한 투쟁의 모습, 마을 이장과 주민들 간의 안타까운 갈등. 철거 통지를 받고 망연자실한 주민과 임시 움막을 짓고 사는 주민의 모습, 정천면을 떠나는 이들의 눈물 등 68개의 마을 속 2800여 세대에 거주하고 있던 1만 2600여 명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 있다. 이 작가는 “당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있는 저에게 '뭐 하러 찍는가?', '어디서 나온 사람인가?'라고 묻던 경계심 가득찬 주민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며 ”이번 책에 이주민들의 투쟁, 갈등, 이별, 철거 과정을 있는 그대로 촬영한 결과물을 한 편으로 집약했다. 이제나마 2만 4000여 컷 중 엄선된 사진을 세상에 보여주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음 달 1일 오전 11시부터 진안 용담솟을커뮤니센터 1층에서 <100년의 역사, 진안 용담댐>의 북 콘서트도 예정돼 많은이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일제강점기 계획된 용담댐의 역사와 건설 과정을 재조명하고, 주요 참여 인사의 회고와 대담을 통해 지역 문화의 가치를 제고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 흑백 작가로 활동 중인 이철수 씨는 전남 화순 출생으로 사진을 사랑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랬던 그는 1983년 데일리 스포츠 신문의 사진 콘테스트에 당선을 기점으로 40세가 되던 해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해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전통장례식’, ‘한국무당’, ‘당산나무’ 시리즈 등을 반간했으며, 현재 한국이 현대 사회로 변모하면서 사라지고 있는 한국전통 풍습을 기록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29 17:50

안정훈 여행 에세이 ‘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꿈꾸기 마련이다. 무더운 지역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기 아프리카는 대중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통해 광활한 사바나 평원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어 아프리카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여행에세이집 <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에이블북)를 펴낸 안정훈 여행작가는 TV로만 보던 아프리카를 향해 짐 가방을 꾸렸다. 그리고 260일 동안 이집트,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11개 나라를 종단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와 사진들을 엮어서 책으로 냈다. 저자는 “오대양 육대주를 밟아봤는데 아프리카는 모로코 한 나라밖에 못 가봤다”며 “코로나19로 2년여를 갇혀 지내다 아프리카 종단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묘한 끌림의 땅 아프리카에서 생생한 여행담을 기록했다. 푸른 초원과 맑은 하늘 아래 어울리는 동·식물들과 70대가 감당하기 어려울법한 체험들도 많았다. 1만 2000피트 상공에서 과감하게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청년들과 어깨를 맞대며 바이크를 타고 사막을 누볐다. 험한 오지여행을 가로막는 건 결코 나이가 아니었다. 열정이 얼마만큼 있는지에 따라 힘든 도전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장을 한 장 씩 넘기다보면 어느새 아프리카 곳곳의 속살을 꺼내어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진 사람들에겐 ‘나도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고 아프리카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겐 기존의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군산 출신인 저자는 퇴역 공군 장군으로 2020년 첫 번째 세계일주를 마치고 <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바퀴>를 출간했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북토크를 개최했던 그는 3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최명희문학관에서 북토크를 진행한다. 북토크가 끝난 뒤에는 전주한옥마을 신뱅이에서 전주비빔밥을 제공한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29 17:49

김필로 첫 시집 ‘섬마을 사람들’ 출간

어느 간병사가 병원이란 작은 섬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시로 써냈다. 김필로 시인의 첫 시집 <섬마을 사람들>(단한권의책)이 그것이다. 오랜 시간 근무했던 약국을 떠나 우연한 기회로 요양보호사 일을 알게 됐다는 시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러 환자들과 만난 경험과 생각들을 차분히 모아 삶의 단상을 시로 써내 문학 작품으로 남겼다. 호수와 가까운 곳에서 거닐고 상념에 잠기는 산보가 유일한 취미였던 그는 틈틈이 시를 써왔다. 흰 종이에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렸던 낙서 같은 점들이 어느 순간 글이 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 시인은 마음 한 구석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수줍게 시로 표현했다. “지구라는 큰 섬을 떠나/ 몹쓸 병원이라는 작은 섬으로 이주한 사람들/ 작은 섬마을의 일상은 안타깝고 막막하지만/ 저마다 뱃고동 같은 삶이 이어진다”(시 ‘섬마을 사람들’ 중 일부) 표제작인 이 시는 보통사람들의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병마와 싸우는 고립된 공간을 섬마을로 표현한 점이 이채롭다. 섬마을은 환자들이 재활을 꿈꾸는 처절한 희망의 공간이자 존재를 위한 기본적인 욕구가 일렁이는 원초적 구원의 공간이 된다. 왕태삼 시인은 해설을 통해 “사랑의 전운이 감도는 시인의 시 세계를 들여다보면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간병사의 처지와 인간적인 면모를 이해하게 된다”며 “이번 시집이 시인에게 최초의 시적공간이면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탈출구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김필로 시인은 “눈, 코, 입이 반듯하지 못한 첫 시집이지만 1부에서 10부까지 한 편도 허투루 쓰지 않고 진솔한 마음을 담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문학시대로 등단한 시인은 현재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시창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29 17:4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김여화 '운암강'

섬진강은 물줄기가 지나는 마을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진안 백운에서는 백운강, 임실 관촌은 오원강, 순창은 적성강, 곡성은 순자강·압록강이다. 임실 운암을 흐르는 물은 지금 ‘옥정호’라고 불리는 호수 같은 강이 되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운암강이라고 부른다. 옥정호는 1928년 섬진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운암댐을 만들며 생긴 인공호수다. 1965년 대한민국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완공되면서 호수는 더 넓어졌지만, 기존 운암댐과 함께 마을·농경지가 물에 잠기면서 수몰민들의 슬픈 사연은 깊어졌다. 옥정호 물은 더 서럽고 애틋해졌다. 김여화(1954∼2023)의 장편소설 『운암강』(유월의나무·2015)은 강이 품은 숱한 곡절을 담았다. 작가는 섬진강댐 건설로 통째로 물에 잠겨야 했던 입석리 잿말(嶺村)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이 겪었던 사연을 구절구절 풀어 놓는다.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던 이야기,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았던 이야기, 강물에 묻어 버린 이야기들이다. "갑진년이 저무는 섣달그믐 그 밤이 지나면 을사년이 시작되는 정월의 초하루다. 때는 65년 2월 1일 일진은 정해를 맞는다. 잿말 사람들은 섣달에 한전 사무소로 삼삼오오 몰려가 그곳의 휴게실을 점령하고 하룻밤 묵어 연일 농성을 벌이고 열두 가지의 조건을 붙여 데모하였더니 경찰관들을 동원 강제 해산시키니 주모자를 색출한답시고 조사를 벌이고 뒤숭숭한 상태에서 새해를 맞는 감회는 남다르고. 이제 이곳 잿말에서 차례를 올리는 것으로는 마지막이다. 실로 500여 년 잿말이 생기고 나서부터 평화롭고 정말로 아름다운 국사봉과 강과 넓은 들이 있어 풍요로웠던 구성물 앞 마당벌 구름이 이번 설을 쇠고 나면 미구에 해가 가기 전에 수장되리라. 저 멀리 묵방산 넘어 자시라지는 해는 잿말 구성물 사람들의 이렇듯 의미 깊은, 아쉬운, 쓰리고 애리는 가슴을 알고나 있는지 무장무장 저 홀로 묵방산을 넘고 있다." (김여화의 소설 「운암강」 중에서) 잿말은 수몰되기 전까지 면사무소·파출소·초등학교가 있는 운암면 소재지였으며, 임실군의 동학농민혁명과 3·1독립만세운동의 중심이 되는 마을이었다. 전주최씨 집성촌으로 양요정을 지은 최응숙이 여생을 보낸 곳이며, 조선 시대에 진사를 12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바르고 곧은 기운이 가득한 곳이었다. 마을 뒤에 있는 작고 낮은 산이 국사봉(475m)이라는 큰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섬진강댐 20년사』에 따르면 임실군 운암면·강진면·신평면·신덕면과 정읍시 산내면 5개 면 24개 마을 93㎢가 수몰됐고, 2,786세대 1만 9,851명의 이주민이 생겼다. 정부는 수몰민을 부안군 계화도와 경기도 반월로 이주했지만, 이주지 조성이 제때 되지 않아서 상당수 주민이 고향 가까운 곳으로 돌아왔다. 슬픔은 반복되었고 아우성은 커졌다. 그 소리를 놓치지 않은 이는 작가 김여화뿐이었다. 올봄, 작가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수필집 『임실, 우리 마을 옛이야기』, 『그림이 있는 임실 이야기』, 『임실의 먹거리 이야기』, 어휘사전 『임실 사투리 어휘록』 등 그가 남긴 흔적은 온통 임실이다. 작가가 수몰민의 아픔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임실도 작가 김여화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11.29 17:49

춤으로 전하는 백제의 문화…금파춤보존회 '대지로의 귀환, 백제 아리랑' 30일 개최

문명의 교차로였던 백제문화를 귀로 듣는 춤, 눈으로 보는 음악으로 재조명한 무대가 펼쳐진다. (사)금파춤보존회는 오는 30일 오후 1시와 오후 7시 총 2차례에 걸쳐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백제 아리랑 2-대지로의 귀환’를 공연한다. 금파춤보존회 금파무용단 주최‧주관으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한 백제의 이미지를 춤으로 꾸며진다. 이번 공연은 백제 유민의 후손으로 사막과 초원을 오가며 살아가는 청년 ‘모랑’이 푸른 매 ‘쿠치’가 전해 준 신비의 방울을 얻게 되며 시작한다. 이어 백제의 기악무를 비롯해 금동용봉봉래산향로, 왕궁리 유적, 사리장엄구 진신사리의 유물은 물론, 타클라마칸 사막과 파미르고원을 넘어 천년 서사의 영토 극동 시베리아를 지나 푸른 강역 한민족의 고향 바이칼 등을 담아내며 백제의 문화를 재조명한다. 애미킴 금파춤보존회 이사장은 “동용봉봉래산향로, 왕궁리 유적 등 백제를 대표하는 이미지와 상징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상상의 백제를 구상해 왔다”며 “그렇게 차곡차곡 실마리를 쌓으며 역사성과 대중성, 축제성을 모티브로 문명의 교차로였던 백제 문화를 재조명한 대서사극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고지신을 바탕으로 우리 고장에 뿌리를 내리고 한국무용의 세계화에 이바지해 오고 있는 금파춤보존회가 오랜 침묵을 깨고 올리는 이번 공연에서 백제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부활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원 금파아트센터 센터장은 “백제는 푸른 바다를 누비며 문명의 교류에서 당당하게 중심에 섰지만, 쇠락의 그늘은 대륙에 이르러 짙어만 갔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백제를 담은 상상과 함께 멀어졌던 유민들의 슬픈 신화를 연결하고 백제의 숨결과 음율로 백제의 장엄한 귀환을 돕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2024년도 수능수험표 지참시 무료입장 등 학생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티켓 예매는 나루컬쳐(R석 5만 원, S석 3만 원)를 통해 가능하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26 17:10

[전북의 문학 명소] 4. 돌에 새긴 마음, 문학비를 찾아서

△남원시의 문학비 시비·노래비·기념석 등 다양한 문학비가 공원과 문화시설, 마을 어귀 등 우리 가까이에 있다.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 중 문학비가 가장 많은 곳은 남원시다. 교룡산국민관광지, 춘향테마파크, 호암시비공원에 시비들이 숲을 이뤘고, 구룡계곡, 만인의총, 변강쇠백장공원, 오리정, 유천마을, 정령치휴게소, 혼불문학관 등에도 각 공간의 특성에 맞춰 시비와 표지석 등을 세웠다. 교룡산국민관광지는 산책로 곳곳에 남원을 상징하는 작품이 돌에 새겨 있다. 고전소설 「춘향전」의 성춘향이 옥에서 들려준 「옥중시」와 이몽룡이 변사또 생일잔치에서 읊은 「어사시」, 임진왜란·정묘호란 때의 의병장 방원진(1577∼1650)의 시조 「애련곡」, 유천마을이 고향인 김삼의당(1769∼1823)의 시 「화만지」, 수지면 출신인 박항식(1917∼1989)의 시 「도라지 꽃」, 복효근의 시 「다시 밝혀 드는 동학의 횃불」 등이다. 교룡산(520m)의 허리를 타고 한 바퀴 돌아오는 둘레길에서 남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유서 깊은 교룡산성·선국사·은적암터도 살필 수 있다. 임권택의 영화 <춘향뎐>(2000)과 TV 드라마 <쾌걸춘향>(2005)이 촬영된 춘향테마파크에는 고증을 거쳐 세워진 춘향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춘향전」과 남원을 소재로 한 시비들과 <남원의 애수> 노래비가 있다. 강은교의 시 「춘향이의 꿈노래」, 곽진구의 시 「오작교」, 길용숙의 시 「그리운 이몽룡」, 김동리의 시 「남원에서」, 김소월의 시 「춘향과 이도령」, 김영랑의 시 「춘향」, 박재삼의 시 「자연-춘향이 마음 초(抄)」, 복효근의 시 「춘향의 노래」, 성춘향의 시 「옥중시」, 양성지의 시 「광한루 예찬 시」, 진복희의 시 「춘향연가」 등이다.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사랑가 한 대목 절로 흐른다. 호암시비공원은 덕과면 만동마을 들머리에 남원과 연관 있는 조선 시대 선비 18인의 시를 돌에 새겨 만든 쌈지공원이다. 1789년(정조 13년) 창건된 호암서원이 가까이 있다. 향교동 유천마을에는 조선 시대 유일한 부부 시인인 담락당 하립(1769∼1830)과 김삼의당의 시비가 있다. 하립은 문집『담락당집』을 남겼고, 가난한 살림을 꾸리는 여염집 여인인 김삼의당은 글공부를 위해 먼 곳에 있는 남편에 대한 애정과 기대, 아이들의 육아와 시집살이, 일상 속 크고 작은 일들과 자연의 멋을 소재로 260여 편의 한시와 산문을 남겼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났다고 알려진 부부의 사연은 표성흠의 장편소설『교룡』에서 더 애틋하다. △순창군의 문학비 편백으로 가득한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 ‘해원의 숲’은 김소월·김용택 시인의 시가 있는 산책로다. 김소월의 시 「산유화」가 새겨진 시비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산책로를 따라 나무 팻말에 담긴 「어느 날」, 「단 한 번의 사랑」, 「산벚꽃」 등 김용택 시인의 시가 마음의 휴식을 선사하며 걸음을 가볍게 한다. 귀래정 체육공원에는 순창읍 가잠마을 출신으로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라던 권일송(1933∼1995)의 시 「반딧불」이 새겨진 시비가 ‘한 방울의 술’처럼 서 있다. ‘찢기운 조국’에서 ‘미쳐 돌아가는 용녀의 춤을 멎게 할 천동의 한바탕’을 기다리던 그는 많은 밤, ‘비에 젖는 공화국 헌법 제1조’를 꺼내 들고 ‘절망의 술잔’을 기울였다. 온갖 비리가 난무하는 황량한 세상. 시인에게 술은 내일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서 어둠을 견디는 마지막 묘약이었을 것이다. 복흥면 동산마을에 조선 성리학의 마지막 거장인 노사(蘆沙) 기정진(1798∼1879)의 유허비와 시비가 있다. 높이 1.8m의 유허비엔 그의 일대기와 사상을, 시비엔 그가 8살 때 지었다는 한시 「내장산」을 새겼다. △완주군의 문학비 문화예술공간 여산재는 돌에 새겨 펼친 시의 숲이다. 2003년부터 김남곤·정군수·조미애·황금찬·허소라의 시와 강현욱·김우종·김형석·박승·안숙선·정세균·지정환·최불암·함종한 등 유명인의 어록을 돌에 새겨 시비림(詩碑林)을 공들여 만들고 있다. “만발하는 꽃에 향기가 없다면 진실과 가치가 무너지듯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분과 예술의 한 장르를 일궈 내겠다.”라는 것이 여산재를 설립한 국중하 수필가의 의지다.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는 삼례에는 삼례집회와 삼례봉기를 기념하기 위한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역사광장’과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기념비’(삼례읍 삼례태평길 36-2)가 서 있다. 역사광장은 2003년 10월 10일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완주지부가 주도해 조성했으며, 동학농민혁명봉기 기념비, 추념의 장, 대동의 장, 동학농민군 출진상 등을 갖춰 동학농민혁명 속 삼례의 역사를 공고히 했다. 송기숙(1935∼2021)의 소설 「녹두장군」에 삼례에 모인 민초의 삶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임실군의 문학비 임실에도 문학비가 많다. 임실문인협회에서 2008년 사선대 진입로 작은 동산에 세운 임실문학비는 임실 문학인들의 기세를 높이는 문학비다. 『임실문학』 제30호 발간을 기념하고, 협회와 회원들의 문운과 단결, 애향을 기원하며 최풍성의 시 「글 동산에 모여」와 임실문협 회원 104명의 이름을 새겼다. 문학비를 세우던 2008년에 48명의 이름을 새겼지만, 이후 회원이 늘면서 문학비 옆에 비석을 만들어 56명의 이름을 더 넣었고, 앞으로 활동할 회원들의 이름이 들어갈 여분까지 남겨놓았다. 사선대 조각공원에는 임실이 고향인 가수 최갑석(1938∼2004)의 노래 <38선의 봄>과 <고향에 찾아와도>의 노랫말을 새긴 노래비가 있다. 섬진강댐 수몰민의 서러움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요산공원 ‘망향의 탑’에는 김춘자의 시 「사라진 흔적 가슴에 새기며」가 새겨 있다. 임실 문학비의 성지는 진뫼마을에서 시작된다. 마을 앞 고추밭 가장자리에 ‘월곡양반 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라고 새겨진 작은 비석이 있다. 진뫼가 고향인 수필가 김도수가 2006년 부모님이 땀 흘리며 일구던 밭에 세운 것으로, 사람들은 이 비석을 ‘사랑비’라 부른다. 자식들은 비단길 걷게 하겠노라고 힘든 가시밭길 걸어오신 부모님의 깊은 뜻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만, 여기 살아생전에 미처 다 드리지 못한 사랑을 조그마한 비에 새겨 기리려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가난했지만 일곱 자식들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김도수의 수필 「월곡양반과 월곡댁에게 사랑비를 바칩니다」 중에서 수필집『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전라도닷컴·2015)에 실린 그의 글에서 식구들을 먹이고 키워준 논밭 다랑이 흙냄새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에 이르는 섬진강길에는 「농부와 시인」, 「향기」, 「봄날」, 「사람들은 왜 모를까」, 「나무」, 「섬진강1」, 「섬진강3」 등 김용택의 시를 새긴 시비가 여럿 있다. 섬진강길을 따라 유유자적 걸으며 맑은 물살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면 시와 삶과 풍경이 하나가 된다. 시비에 적힌 시를 소리 내 읽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시인이 된다. /최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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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6 10:00

[전북의 문학 명소] 3. 문학을 만나는 문화시설

△문학을 앞세운 공간들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의 다양한 문화시설 중 문학인과 문학 작품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은 16곳 정도다. 그중 남원시의 남원고전소설문학관과 혼불문학관, 순창군의 설공찬전테마관, 완주군의 그림책미술관과 삼례책마을문화센터, 임실군의 섬진강댐물문화관은 문학과 책을 앞세운 공간이다. 전라도 남원부에 살고 있던 한 노총각 양생이라는 사람이 일찍 부모를 잃고 결혼도 못 한 채 만복사 동쪽 골방에서 홀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전라도 남원에 최척이라는 젊은이가 일찍 어머니를 잃고, 홀로된 아비와 살았다. ∥간호윤 역, 「최척전」 (선현유음) 남원고전소설문학관에는 한국 문학사의 보고인 남원의 숱한 자랑거리가 있다. 「만복사저포기」, 「변강쇠전」, 「최척전」, 「춘향전」, 「홍도전」, 「흥부전」 등 남원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에 담긴 구구절절한 사연을 소개한다. 「만복사저포기」 속 노총각 양생은 바라던 여인을 만나 대대손손 잘 살았는지,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긴 「최척전」의 옥영에게 장육존불이 “삼가 죽지 않으면 반드시 즐거운 일이 있으리라.”라고 했던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전소설문학관 문을 열면 알 수 있다. 남원고전소설문학관, 설공찬전테마관, 섬진강댐물문화관, 그림책미술관. (왼쪽부터 시계방향) 혼불문학관은 최명희(1945~1998)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사매면 노봉마을에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집필실을 재현해 놓았으며, 강모와 효원의 혼례식, 강모와 강실의 소꿉놀이, 액막이 연날리기, 효원의 흡월, 청암부인 장례식, 춘복이의 달맞이 등 소설의 주요 대목을 디오라마로 소개한다. 서도역, 청호저수지, 종갓집, 호성암 등 소설 속 공간도 지척이다. 설공찬전테마관은 순창군을 공간적인 배경으로 한 채수(1449∼1515)의 「설공찬전」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순창에 살던 설충란의 아들인 공찬이 죽은 뒤 혼이 돌아와 남의 몸을 빌려 이승에 머물면서 자신의 원한과 저승의 일을 들려주는 전기 소설로, 실존 인물과 허구 인물이 적절히 섞여 있어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게 했다. 게다가 여성도 글을 알면 관직을 맡을 수 있고, 임금도 주전충(당을 무너뜨리고 후량을 창건한 중국의 장군) 같은 사람이면 지옥에 간다고 말하는 순창 설씨들의 기백도 느낄 수 있다. 테마관은 순창 설씨가 집성촌을 이룬 금과면에 2021년 문을 열었으며, 전시장에서는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묘와 생가터, 관련 유적도 알 수 있다. 「설공찬전」은 「홍길동전」(1612)보다 100년 앞선 최초의 한글 소설(혹은 한글 표기 소설)로 꼽힌다.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그림책미술관은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그림책특화미술관이다. 2층 건물인 미술관은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 관람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 활동까지 할 수 있다. 전시장 곳곳 동화 속 주인공을 본뜬 인형들은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관람객을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삼례책마을문화센터는 10만 권 이상의 헌책을 보유한 헌책 애호가들의 성지다. 오래되고 낡은 양곡 창고를 개조해 잊혀 가는 고서적을 다시 숨 쉬게 했다. 헌책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 사이를 걸으면 마른 낙엽이 깔린 숲길에 와 있는 상상에 젖는다. K-water 섬진강댐관리단에서 운영하는 섬진강댐 물문화관은 섬진강의 역사와 옥정호의 아름다운 비경을 알리기 위해 2015년 임실군 운암면에 세워졌다. 1층에서는 옥정호 이야기와 섬진강문화지도로 강의 풍경을 말하고, 2층 전시장은 김용택의 시 「섬진강」, 박경리(1926∼2008)의 소설 「토지」, 최명희의 소설 「혼불」 등 섬진강 물길에 담긴 굵직한 문학 작품을 소개하며 강에 얽힌 역사·문화·사람을 들려준다. 일제강점기에 추진된 구 운암댐과 섬진강댐 건설 과정에 대한 숨은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오감으로 만나는 공간들 남원시의 국립민속국악원과 춘향문화예술회관, 완주군의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임실군의 필봉문화촌은 공연과 전시를 앞세운 공간으로, 연극·창극·국악뮤지컬 등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 무대를 만날 수 있다. 국립민속국악원은 전통음악문화를 호흡하고 느끼며 새로운 음악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마련된 국립민속예술기관이다. 1997년 문을 연 공연장 예원당(560석)과 예음헌(100석)은 소리의 맥을 잇는 다양한 공연을 올리며 과거와 미래가 민속 음악을 통해 만나고 한데 어우러지는 자리가 되고 있다. 또한, 민속악 자료를 발굴하고 학문 정립을 위한 연구 활동에 힘써『대한민국 창극사』,『이야기로 듣는 남원국악사』,『전라도의 가락』,『전북의 허튼가락 산조』,『지리산 자락의 민요』,『호남춤의 맥 脈』 등 많은 학술자료를 내고 있다. 자료들은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춘향문화예술회관은 남원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이다. 공연장에서는 남원시립국악단의 창극 <만복사저포기>·<정유년 남원성싸움>·<여류명창 이화중선>·<춘향 아씨>, 가무악극 <남원뎐>, 창무극 <남원골이야기>, 국악뮤지컬 <시집가는 날>·<춘향 네 개의 꿈>, 퓨전창극 <소리꾼 청향>, 가족국악뮤지컬 <달래 먹고 달달, 찔래 먹고 찔찔> 등 남원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며 도시의 역사를 켜켜이 쌓아 가고 있다. 춘향문화예술회관, 국립민속국악원, 필봉문화촌,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왼쪽부터 시계방향)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도 완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경천면 화암사의 창건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비밀의 꽃 ‘화암우화전’>, 용진면 출신 명창 권삼득의 이야기를 다룬 창극 <내 소리 받아 가거라>, 삼례면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리극 <삼례, 다시 봄!>, 용진읍 봉서사에 부도가 있는 진묵대사를 소재로 한 연극 <천년을 뜨고 지면-진묵, 노닐다 간 자리> 등이다. 특히, 이서면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한 고전 「콩쥐팥쥐」는 민속인형극 <콩쥐 팥쥐 꼭두각시 놀음>과 창작뮤지컬 <新 콩쥐팥쥐뎐>, 연극 <콩쥐팥쥐뎐> 등 다채로운 무대극으로 관객의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 했다. 필봉문화촌은 사시사철 임실필봉농악(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이 울린다.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필봉농악은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에서 전승된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으로, 붓끝처럼 생긴 마을 뒷산 필봉산에서 이름을 따왔다. 조선의 꽹과리 소리는/ 조선인의 혼 깨우는 소리/ 그 소리 울려 가는 곳에서/ 왜귀신 양귀신 혼쭐나고/ 은하계의 별들마저 신명춤 어우러진다 // 남원땅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 하늘의 뜻이 있어/ 도깨비 거느리고 내린 신선/ 한 명인의 탯줄 끊으시니/ 그 울음 만고의 소리로 화하고/ 깽매 깽매 그 꽹과리 소리/ 지리산도 더덩실 어깨춤 흥겨웠어라 ∥문병란의 시 「꽹과리 소리 한평생」(부제 ‘故 양순용 선생 영전에 드립니다’) 윤미숙의 장편동화『소리공책의 비밀』(2009)은 임실필봉농악을 소재로 했다. 작가는 혼 없는 소리는 울림도 없으며, 울리지 않는 소리로는 돌멩이 하나 감동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들려준다. 필봉문화촌에서는 2012년부터 매년 ‘한옥자원 활용 야간상설공연’을 올리면서 임실필봉농악과 인물들을 소재로 새로운 문학 작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선조들의 삶의 희로애락이 있는 농악을 긴 세월 꿋꿋하게 이어오는 중벵이골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들을 그린 ‘춤추는 상쇠’, ‘히히낭락’, ‘필봉연가’, ‘필봉아리랑’ 등 ‘웰컴투중벵이골’ 시리즈다. 모내기·김매기·물레질·혼례식·상여 등과 같은 전통적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연희를 특징으로 해 ‘K-판 뮤지컬’로 불린다. /최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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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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