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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시인, 제2의 고향 부안 시집으로 펴내

이동희(77) 시인이 시집 <부안>(부안문화원)을 새로 펴냈다. 지명을 시집의 제목으로 붙이는 경우가 흔치 않다. 그런데 지명을 시집 제목으로 정했으니 시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70대를 훌쩍 넘긴 노(老)시인은 초·중·고 교사를 거쳐 대학에서 60대까지 강의를 하다가 퇴직 후 부안예총이 개설한 부안문예창작반에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고향인 전주를 떠나본 적 없던 그가 강의 차 부안이란 곳과 인연을 맺은 지도 15년이란 시간이 쏜살처럼 흘렀다. 부안은 산, 들, 바다가 함께하고 인심이 후한 곳이다. 시인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 세상에 부안을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한 고장에서 10년 넘게 붙박이로 지내본 적이 없어요. 이처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부안 문화예술인들의 성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죠.” 그가 여러 권의 시집을 내봤지만 이번 시집은 부안이란 향토성에 방점을 찍었다. 부안의 명소들이나 문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의를 다진 이야기 등을 소재삼아 시를 썼다. 시인은 “김영렬 부안문화원장이 주선한 정성으로 가능했던 이 시집은 언어의 집적물이라기보다 부안과 부안사람에게 바치는 헌사”라며 “부안은 삶 속에 비로소 정주할 수 있었던 안식처”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문단 생활이 오래될수록 그의 작품과 이력도 페이지를 늘려가고 있다. 전주에서 출생한 시인은 1985년 시전문지 <심상> 신인상에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다. 전주영생고, 전주교대, 전주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와 조선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시집 <빛더듬이>, <사랑도 지나치면 죄가 되는가>, <은행나무 등불>, <벤자민은 클래식을 좋아해>, <북으로 가는 서정시>, <하이델베르크의 술통>, <쓸쓸한 은유> 등이 있고 수상록 <숨쉬는 문화 숨죽인 문화>, <우리 시대의 글쓰기>, <시심으로 읽는 세상>이 있다. 이밖에 시 해설집 <누군가 내게 시를 보내고 싶었나봐> 등과 문화평론집은 <문학의 즐거움 삶의 슬기로움>, <문학의 두 얼굴>, <시를 읽는 몇 가지 방법> 등의 저서가 있다. 국악실내악단 한음사이에서 창작곡 ‘전주십경-전주십미’와 창작 칸타타 ‘루갈다’, ‘단야 아가씨’에 가사를 쓰기도 했다. 수상경력은 전북문학상, 표현문학상, 전주시예술상, 목정문화상(문학 부문),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문화예술 부문),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전주대 사범대 겸임교수, 전북문인협회장, 전북시인협회장, 표현문학회장, 전주풍물시동인회 회장, 심상시인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시인, 문학평론가, 유연문예교실과 부안문예창작반의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9.06 17:41

새로운 시류를 보여주는 모범⋯이비단모래 작가, 시집 '꽃잠' 펴내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하는 이름/ 떠오르는 시간부터 지는 시간까지/ 입안에만 맴도는 이름/ 차마 고개 들어 바라보지 못하고/ 하루 종일 고개 숙인 이름/ 누군가 그 이름 부르면/ 화들짝 놀라 얼굴 노래지는 이름/ 심장 아래 묻어놓고/ 혼자만 들여다보는 이름/ 부르다 지우고 썼다가 지워/ 찬바람 불어오면/ 촘촘히 까맣게 익어 슬픈 이름/ 나 혼자만 부르고 싶은/ 그늘 같은 이름/ 조각난 이름에 찔러/ 명치 뻐근히 아픈.”(시 ‘해바라기’) 따뜻하고 순리대로 살아가길 염원하는 시인, 이비단모래 시인이 시집 <꽃잠>(도서출판 문화의 힘)을 발간했다. 시집은 ‘제1부_이별이 없는 곳’, ‘제2부_너를 훔치다’, ‘제3부_꽃잠’, ‘제4부_손톱달 약속’, ‘제5부_바다 한 입’ 등 총 5부로 구성돼 80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영원히 기억될 잠자리를 의미하는‘꽃잠’이라는 시집의 제목에서 느껴지 듯, 시집에는 ‘꽃’과 ‘그대’, ‘사랑’을 주제로 한 시인의 기억이 수록됐다. 특히 시 곳곳에 등장하는 ‘그대’는 단 한 명의 사람으로 국한된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사랑하는 사람과 보낼 시간’, ‘이루어지지 않은 꿈’이기도 하며 ‘이미 세상을 떠나 별이 된 사람을 통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인은 사물을 이름이 아닌, ‘그대’라는 단어를 사용해 삶의 원동력을 불어넣어 주는 강렬한 존재로 다가서게 만들고 있다. 나호열 문화평론가는 “시인은 대중에게 익숙한 서정시의 아름다움을 전해 주면서 이전의 시집과 다른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그는 현대 시가 지향하고 있는 난해함을 벗어나면서 운율을 살린 짧은 시로 낭송하기 쉽고, 생활에서 음미하기 적당한 시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시인의 시집이 우리 시단의 새로운 시류(詩類)를 보여주는 전범(典範)이 될 것이라는 기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북 청원 출생인 이비단모래 시인은 대전대 문예창작과와 한남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9년 <조선문학>으로 등단해 산문집 <사랑으로 길을 내다>, <내 안에 그대가 있네>와 시집 <아이야 우리 별 따러 가자>, <친정아버지>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9.06 17:41

구수한 사투리로 표현한 지난 세월⋯조기호 시인, '고조선의 달'

“보름달을 본 것이/ 이태도 더 지났다/ 아파트 창문마다 꽃 등불 밝혀/ 달님을 맞이한다/ 잎사귀 진 은행 나뭇가지에/ 걸린 달을 떼어내/ 밤하늘/ 빈 허공에 날려 보내주었다/ 고맙소/ 정말고맙소이다/ 구만 리 한천 외로 돌다 이내 삭신 삭아져서 눈썹달리 된다 한들/ 마음 주신 인정머리야 내 어찌,/ 고조선의 달처럼/ 환하게 웃고 간다.”(시 ‘고조선의 달’) 조기호 시인이 시집<고조선의 달>(인문학사)을 펴냈다. 책은 ‘제1부, 디딜방아’, ‘제2부, 구천동 소묘’, ‘제3부, 고사동 이야기’, ‘제4부, 달빛 줍기’, ‘제5부, 호밀밭 붉은 해’, ‘제6부, 겨울 만가’, ‘제7부, 돌대가리’ 등 총 7부로 구성돼 60여 편의 시로 채워졌다. 조 시인은 “고등학생 시절 만난 신석정 선생님의 가르침과 함께 판소리, 육자배기, 동학의 뿌리 등이 깊이 젖어 있는 전라도에서 시라는 표현방식으로 지역의 멋과 맛을 누리는 행복 속에 작업 활동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시집을 펴낸 소감을 전했다. 실제 이번 시집에는 ‘전주 막걸릿집’, ‘전라도 육자배기’ 등의 작품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녹여내며 전북만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전주 출신인 조 시인은 전주문인협회, 전주풍물시동인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를 시작으로 <나이테의 무게>, <너였을 거나> 등 23편의 시집을 펴냈다. 표현문학상, 전북예술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9.06 17:40

강현국의 두 번째 디카시집 ‘내가 만난 사막여우’

영상과 문자의 콜라보로 만든 디카시(dica poetry)는 최근 SNS의 발달로 확산되는 추세다.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처럼 된 요즘 문학의 한 갈래로 디카시가 주목 받고 있다. 강현국 시인은 이런 시류에서 두 번째 디카시집 <내가 만난 사막여우>(시와반시)를 펴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꽃 피는 그리움’에 이어 ‘우거진 생각’, ‘사랑의 서사’, ‘오래된 서적’, ‘김성수의 꼭두’ 등 4부로 나눠 총 108편의 작품을 실었다. 디카시에 천착해온 시인이 자연을 벗 삼아 오솔길을 거닐었던 풍경과 단상이나 일상에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떠올린 시상을 한 구절씩 시로 써내 시집 속에 가다듬었다. “퍼덕거림에 놀란 숲의 한낮이/ 마침내 제 얼굴을 찾았다는 듯이/ 파도소리에 씻겨 무척 개운하다”(시 ‘개운한 초록’ 중에서) 평소 어떻게 하면 디카시로 문학적인 깊이를 더할까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인. 그는 “문자와 영상간의 조율과 상응을 통해 영상과 문자가 주고받는 내밀한 대화에 귀 기울여 보면 그 대답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일견 관조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김남호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시인의 영상은 사진과 그림의 경계에 있고 시인의 문장은 산문과 시의 경계에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9.06 17:4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작가, 박수서 '날마다 날마다 생일'

그를 처음 만난 건 대학원 모임 때였다. 수줍은 듯 구석에 앉아서 눈웃음을 치던 모습이 선하다. 대뜸 형이라고 부르며 다가온 박수서 시인. 트롯트를 온몸으로 풀어내며 부르고, 연극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다. 예술로 삶을 연주하는 끼를 발산하며, 낭만가객의 풍류를 읊는 그를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늘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며 학교 행정의 근간을 살피는 일도 놓치지 않고 있다. 오십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는 그, 마흔 아홉은 더디게 지나가고 몸도 마음도 힘겨웠다고 말한다. 시를 못 짓겠다고도 생각했지만, 아래코를 잡아 올려 뜨개질했다는 시인의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수척해진 몸과 퀭한 눈이 몸으로 맘으로 앓은 흔적을 내보였고, 담배와 술 없이 쓴 시집이라는 말에 슬몃 웃음이 나왔다. 우리네 삶의 고단함이 생일날 마주한 미역국 한 그릇에 녹아내리고 다양한 축하와 덕담으로 이어진다면, 날마다 생일처럼 산다면 부러울 것이 무엇이랴. 박수서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스스로 시의 화자가 되어 시의 대상이자 시의 글감이 된 생활을 담담히 풀어내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세상 나이 쉰을 앞둔 중년의 육체적 증상을 통해 시적 완성을 제공하고 있다. "나무는 쓸 만한 것이 먼저 베인다지만/ 사람은 쓸모없는 것이 먼저 베인다/ 살면서 작게 적게 베인 상처를 꿰매다 놓친 바늘이/ 수북이 쌓여 나는 잣나무처럼 뾰족해졌다/ 말미잘처럼 박힌 날카로운 모양이/ 신통하게 나이테가 되었고/ 마흔 아홉 테에서 층계가 낮고 넓어졌다" (시 '마흔 아홉' 부분) 마흔 아홉이라는 나이를 ‘바람은 어깨를 반도 걸치지 않았는데’자신의 생애가 가지 많은 나무처럼 몸 한그루가 통째로 출렁댔다고 표현했다. 시집에는 만성단순치주염, 전립샘증식증, 심실조기수축,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과 같이 마흔아홉을 맞으며 만나는 다양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견뎌내고 버텨내는 삶을 한 줄 한 줄 토로해 내었다. 살아오면서 얻은 딜레마로부터 멀리 떨어져, 익숙하고 낯익은 개념을 마주한다. 자신만의 의미를 단단하게 세우며 생경하지 않은 경험을 발견하고 있다. 삶의 서정을 스스로 마주하며 세계를 거스르거나 재단하기보다는 순응하며 그것을 믿어주고 받아들이는 삶을 말한다. 세련되지 않은 일상의 이름 앞에 생활시를 보듬고, 당연함과 낯익음, 그냥 그럴듯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대로, 그가 전하고자 하는 시도대로 온전하게 끌어내었다. 시의 통로 속에 채집된 중년 남자의 생채기가 자신과 가족, 주변을 아우르는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세월이 준 나이테를 탄식하지 않고 꽃잎도 나이 들면 군주름이 생긴다는 상상과 함께 낯설은 시로 머물지 않았다. 누군가를 향한 노래가 되고 고백이 되어 마음의 옹이로 남은 시, 그가 온몸으로 부대끼며 쏟아낸 시, 가쁜 호흡으로 때론 조용한 읊조림으로 고백한 시, 시어의 들숨과 날숨이 꿈틀거림을 알 수 있다. 세상을 사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힘주어 말하는 그와 갑오징어숙회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고 싶다. 김헌수 작가는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삼례터미널'로 등단해 시집으로는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고, 시화집으로는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이 있다. 오디오북으로는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다. 작가는 전북작가회의 작품상을 받았으며 글과 그림을 짓고 그리며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09.06 17:39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동학농민혁명 신국역총서 15' 발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신순철)은 동학농민혁명 관련 일본 자료 '갑오조선내란시말(甲午朝鮮內亂始末)' , '천우협(天佑俠)', '남정여록(南征餘錄)' , '동학당시찰일기(東學黨視察日記)' , '일청교전록(日淸交戰錄)' , '일청전쟁실기(日淸戰爭實記)'를 번역하고 이를 입력문과 함께 엮어 '동학농민혁명 신국역총서' 15권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6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 따르면 이 자료들은 1894년 전후 일본인들이 직접 조선에 와서 동학농민혁명을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것이다. 이 자료에서 동학농민군의 정세를 파악하고 조선의 불안정한 국내 상황을 이용하여 조선을 침략하려고 계획한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을 확인할 수 있다. '갑오조선내란시말'은 중국어 통역관인 니시지마 칸나미(西島函南, 1870∼1923)가 동학농민혁명과 청일전쟁을 종군하며 동학농민군의 활동과 일본·청 관계를 기록한 자료이다. '천우협'은 일본 정부의 배후 지원으로 조선에 진출한 일본의 낭인집단인 ‘천우협’ 중 한 명인 요시쿠라 오세이(吉倉汪聖, 1868∼1930)가 전봉준을 직접 만나서 동학농민군을 정탐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남정여록' 과 '동학당시찰일기'는 일본의 낭인인 우미우라 아쓰야(海浦篤弥, 1869∼1924)가 동학농민군 활동 추적을 위한 답사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그는 1894년 7월 20일 전봉준과 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청교전록'은 1894년 8월과 10월 일본 도쿄 순요도(春陽堂)에서 발간한 것이며, '일청전쟁실기'는 1894∼1895년 일본 하쿠분간(博文館)에서 발간한 것으로 동학농민군의 활동상 및 청일전쟁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신순철 이사장은“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상황에서 동학농민혁명 관련 일본 자료의 번역 및 발간을 계기로 동학농민혁명 연구가 한층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동학농민혁명 사료아카이브(www.e-donghak.or.kr)’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 문학·출판
  • 임장훈
  • 2023.09.06 16:20

[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빛섬에 꽃비내리거든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빛 꽃밭에 햇살이 빛나면 향기미소가 빛나고 고운 마음곁에 기도가 빛나니 손결빛도 고와라 ‘빛의 화가’로 불리는 김인중(1940~) 신부는 ‘꽃의 대부’ 원경 스님(1962~)과 시화집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인중 신부는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 후 스위스 프리브르 대학교와 파리 가톨릭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74년 파리 자크 마솔화랑의 첫 개인전 이후 전 세계에서 200여회 전시회를 개최했다. 김인중 신부에 대해 프랑스 미술사학자‘드니 쿠타뉴’는 김 신부를 “세잔, 피카소를 잇는 빛의 예술가”라고 예찬한 바 있다. 김인중 신부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훈 훈장인‘오피시에’를 수훈했으며, 프랑스 앙베르에 시립 ‘김인중 미술관’이, 아수아르에 ‘김인중 상설전시관’이 설립됐다.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을 비롯해 독일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 38개국에 작품이 설치돼 있다. 현재 김인중 신부는 한국에 돌아와 KAIST에서 산업디자인학과의 정식 초빙 석학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김인중 신부는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행위”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제 그림에서 의미를 찾지 마십시오. 형태와 색에 당신의 눈이 귀 기울이도록 내버려 두십시오”라고 감상법을 제안한다. 김인중 신부 그림을 보고 시를 쓰는 원경 스님은 어려서부터 ‘투쟁 없는 사랑과 자유의 삶’을 추구하다 20세 나이에 출가의 길을 선택했다. '불심, 자연, 예술’이 하나 되는 산사음악회를 최초로 시작해 새로운 문화적 반형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후 불우한 이웃의 배고픔을 위해 탑골공원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다 사회복지원각(원각사 무료급식소)을 운영 중이다. 시집 ‘그대 꽃처럼’ 산문집 ‘그대 진실로 행복을 원한다면 소중한 것부터 하세요’를 출간했다. 김인중 신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은 사라지고 빛과 사랑, 아름다움만 남는 듯하다. 도스토옙스키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제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듯이 구원의 메시지와 함께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귓가에 흐르는 듯하다. 애조를 띤 이 선율은 슬프지만, 슬픔도 아름다움의 한 조각이다.

  • 문학·출판
  • 서유진
  • 2023.09.05 17:55

이건리 전 권익위 부위원장, 신간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기본’

공동체의 가치를 살리는 리더의 기본과 자질은 무엇인가.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담당 부위원장(차관급)을 지낸 이건리(60) 변호사의 신간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기본>(솔과학)이 화제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 법조인 출신은 대쪽 같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법조 경력 39년 차인 저자도 자신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저자는 착한 일을 하면 자신과 후손에게 복이 미친다는 뜻의 주역(周易) 문언전(文言傳)의 구절인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을 삶의 기본으로 삼는다. 가정과 사회, 국가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주변에선 ‘이건리답다’고 평가한다. 검사 임용 후 32년간 공직 생활을 한 저자는 “한 명의 시민으로 살아오며 축적한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의 표지를 보면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사기열전에 나오는 ‘부지기군 시기소사(不知其君 視其所使)’다. 군주가 누군지 모르겠거든 그가 쓰는 사람을 보라는 뜻으로 인사가 만사인 요즘 좋은 인재를 쓰는 일이 중요한 현대사회에 통용될 만하다. 책에서 저자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시대의 흐름 속에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와 이타적인 삶이 결국 공동체와 나를 살리는 지름길”이라 말한다. 특히 고위공직자는 고위공직자다워야 하고 국민은 국민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의 역할에 대해선 구성원들이나 참모가 바른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공직자로 일하면서 반부패시스템 구축과 반부패·청렴 수준 향상을 위해 힘써왔다. 그런 그가 책을 통해 강조한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공공재를 사유화해서는 안 되며 권력층의 특권 불감증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끄러움이 없어진 사회에서 지식의 도둑질이나 카르텔도 없애야 한다고 일갈한다. 또한 검찰을 향해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도 눈길이 간다. 법무법인 동인 파트너 변호사인 저자는 전주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에 제26회 사법시험에서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16기로 수료했다. 1990년 검사로 임용된 다음 2009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제주지검 검사장, 창원지검 검사장을 거쳐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으로 일하다 2013년 퇴직했다. 2012년에는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법관 후보 4명 중 1명으로 선정돼 대법원장에 추천된 바 있고 2020년 국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공수처장 후보 2명 중 1명으로 선정돼 대통령에 추천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8.30 18:18

이운룡 박사 추모하며… 열린시문학회, 제33집 '열린 시집' 발간

“오래동안 중천에 떠 있던 별/ 어젯밤에 졌다/ 새벽 안개 산 중턱에 내리더니/ 이내 방울로 맺힌다/ 길 잃을세라/ 대낮에도 빛 발하던 별/ 졸고 있을세라/ 푸른 소리로 울리던 별/ 산 가운데로 드는길/ 기어이 따라들어야 하는/ 좁아도 환한 시의 길”(추도사 ‘별이지다’ 일부) 열린시문학회가 <제33집 열린시집>(이랑과 이삭)을 발간하고 31일 오전 11시 전주 인후도서관 3층에서 제29회 열린시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번 호에는 지난 9월 별세한 중산(中山) 이운룡 박사를 추모하는 ‘이운룡 박사님을 추모하며’, ‘제1부 데이지꽃 피어있는 집’, ‘특집 2023’, ‘제2부 나비가 그 길로’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또한 강경순, 이소애, 황점숙 등 열린시문학회원들의 시와 수필이 수록돼 있다. ‘이운룡 박사 추모의 글모음’에는 이동희, 이재숙, 이소애, 김용주 작가를 비롯해 17명의 회원이 이 박사를 추모하는 마음을 남겼다. 이동희 시인은 헌시(獻詩) ‘중산(中山) 형님의 시의(詩衣)’를 통해 “내가 중산 형님의 시옷을 골라/ 맑은 하늘손을 빌려/ 푸새하노라면/ 아기 새들 파란 걸음걸이나/ 푸른 날갯짓 아지랑이 어깨춤사위로/ 온 천지를 수놓으라”고 표현하며 이 박사의 작품 ‘빛의 산란’ 등을 회고했다. 출판기념회에서는 열린시문학회가 주최하는 제29회 열린시문학상 시상식도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 수상자는 <우리는 결국 숲으로 간다>의 저자 김주순 시인으로 상패와 함께 창작 지원금 100만 원이 수여된다. 이번 열린문학상을 심사한 구윤상·나혜경·유대준 심사위원은 “김 시인의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준 시 세계는 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풀어낸 자연 예찬과 삶의 소소함이 빚어내는 환희와 아름다움, 긍정적 미학이 돋보인다”며 “그의 꾸준한 시작 태도와 시 낭송가로서의 실력과 헌신적인 태도를 높게 평가해 이번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2009년 ‘한국문학예술’ 가을호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이사, 전북시인협회 이사, 눌인문학기념사업회 이사, 열린시낭송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전북시낭송대회 대상, 청암문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산림치유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8.30 18:18

강길선 전북대 교수, 네 번째 수필집 '돌로미티 알프스문명기'

유럽 풍경은 아름답고 알프스의 자연은 오묘하다. 강길선 전북대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가 유럽을 여행하고 알프스 자연에서 체득한 경험을 써내려간 네 번째 수필집 <돌로미티 알프스 문명기>(다빈치)를 펴냈다. 이번 수필집은 강 교수가 지난 8년 동안 돌로미티 알프스를 여행한 내용들을 엮은 것이다. 알프스 산맥의 일부인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는 특별한 미사여구가 필요치 않을 만큼 장엄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수필집은 돌로미티 알프스 지역의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프랑스, 모나코 공국, 리히텐슈타인 공국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써낸 여행기다. 알프스는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국경선에 있는데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등이 혼합된 문화 형태가 방문객들을 더욱 즐겁게 한다고. 인류가 진화하는 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학문과 사상이 돌로미티 알프스에서 나온 상상력으로 현대 문명사회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한다. 그리고 르네상스, 근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음악, 미술, 사상이 시작된 곳이며 온갖 기상천외한 천재들이 노닐던 곳임을 소개한다. 생체의공학자이자 수필가로 활동해온 강 교수는 국제 공동 연구를 위해 틈틈이 유럽여행을 다녔다고. 미국 유학시절 미국 여행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200만 마일의 항공 마일리지, 75개국 1500개 이상의 도시를 돌아다녔단다. 세계 무전여행가나 작가를 희망했던 그는 잠시 꿈을 접고 전북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에서 전원생활을 해온다는 강 교수는 일상에서 겪고 생각한 내용을 매일 글로 풀어내며 지역 신문 등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의료용고분자> 등 20여 권과 700여 편의 논문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해월리의 별과 꿈>, <세계대항해와 파두의 나라: 포르투갈 문명기> , <해월리에 별이 쏟아지다> 등을 펴내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8.30 18:18

전북문인협회, '전북문단 영인본', '전북 문학잡지 창간호 영인본' 발간

전북문인협회는 <전북문단 영인본>과 <전북 문학잡지 창간호 연인본>을 발간했다. 먼저 <전북문단 영인본>은 1987년 첫걸음을 한 ‘전북문단’ 창간호부터 최근 99호에 이르기까지 멈추지 않았던 전북 문단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준다. ‘전북문단’은 도내 문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종합문예지다.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해오며 활기차고 아름다운 풍토를 이룬 작가 목소리와 경험이 담겼다. 이처럼 전북문화의 결정체이자 역사적 기록으로 지역 문학의 지형을 형성하고 새로운 인재 개발과 전통적 글쓰기의 보전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 문학잡지 창간호 영인본>은 1966년부터 도내에서 출간된 문예지를 한곳에 모은 책으로, 전북 문학의 힘에 대한 증거를 총망라한 것으로 읽힌다. 문예지는 작가들의 재능과 이에 대한 독자들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문학 문화의 근간을 지닌 지침서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영 전북문인협회장은 “전북 문학의 자취를 더듬으며 글의 힘이 한계를 모르는 상상과 창의성의 세계로 이동하는 걸 체험하게 될 것”이라며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다가온다. 전북 문학잡지 창간호 영인본이라는 또 하나의 사업이 전북지역 문학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세계 문학적 지형에 대한 촉진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8.30 18:18

연정교육문화연구소, 31번째 연구총서 출간

연정 김경식 작가가 연정교육문화연구소 연구총서 <주권침해·상실기, 호남항일민족교육전개사 4>(도서출판 조은)을 펴냈다. 이번 책은 연정교육문화연구소의 31번째 연구총서다. 연구총서는 1905년 을사늑약 체결 후 주권침해기의 상황을 직관하고, 일제강점기 시절의 호남항일민족교육 역사와 호남민족교육 인사의 친일시비 등으로 채워졌다. 김 작가는 “1905년부터 1910년 경술국치까지의 기간은 교육을 통해 나라를 건져보려는 이른바 ‘교육입국(敎育立國)’, ’교육구국운동(敎育救國運動)‘이 맹렬히 전개되던 때”라며 “필자는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줄곧 도광양회(韜光養晦)적인 민족의 역량을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러한 역량으로, 손에 손을 잡고 광활한 미래로 향하자고, 이 땅의 젊은 세대들에게 제안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금석 김인회 작가는 축간사를 통해 “연정은 호남지역에서 알게 모르게 활동하면서 항일민족교육운동에 매진했던 인물들을 일일이 조사 발굴해 후손들이 기리도록 그들의 업적을 정리해 놓았다”며 “호남인들의 자부심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정신 문화적 토대를 닦아 놓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저자는 고창 출신으로 전주고,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원광대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군장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17년째 고향에서 163년째 대대로 이어 오는 가색(稼穡)에 종사하며, 연정교육문화연구소를 열고 연구하고 있다. 1997년 월간 문예사조에서 수필로 문단에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하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8.30 18: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지호 소설가, 허부문 ‘친일의 시대’

때는 바야흐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대중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1992년이었다. 가을 소풍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난 알아요’란 노래의 ‘회오리춤’의 순서와 박자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타고난 몸치인 나를 위해 친구들은 느린 동작으로 회오리춤을 보여주며 부지깽이 같은 내 몸을 설득하려 애썼다. 석양에 그림자가 길게 눕는 늦가을 오후였다. 그림자로만 보면 회오리춤은 분명 주먹질처럼 보였다. 그리고 앞에는 선생님 한 분이 걸어가고 계셨다. 그 무렵 유행했던 공중부양과 단전호흡을 연마하신다는 선생님이셨다. 읍내 목욕탕에서 가부좌를 튼 채 공중부양을 했다는 전설의 당사자이기도 했고, 단전호흡을 이용한 ‘경락비공’으로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반’ 담임을 자청하셨다는 풍문도 있었다. 도인과 다름없었지만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당신의 그림자 위로 ‘획획’ 지나가는 회오리춤을 주먹질로 오해하시고는 우리를 멈춰 세우셨다. 화가 난 선생님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우리의 귀때기를 잡고 교실로 끌고 가셨다. 영문도 모르고 매를 맞다가 끌려온 내력을 알게 된 우리는 “선생님, 그 동작은 선생님을 향한 주먹질이 아니오라 항간에 대유행하는 춤이옵니다”라고 해명을 했고 선생님께서는 노기가 조금 풀리셨는지 그 가수는 누구이며 춤의 전체 동작은 무엇이냐 물으셨다. 우리는 엉거주춤 일어나 어설픈 동작으로 대유행의 회오리춤을 추었다. 노래를 곁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알아요!’를 외칠 때 선생님의 눈이 이미 환해지셨고 ‘하! 정말 떠나는가!’에 이어 본격적으로 회오리춤을 출 때는 당신께서 오해하셨다는 것을 깨달으신 눈치셨다. 우리의 가무에 웃음을 보이셨으나 칭찬까지 하지는 않으셨다. 매 맞은 허벅지가 ‘땡겨’ 더 멋들어지게 춤을 출 수 없음이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연습을 해서 칠순 때 한바탕 흐드러지게 회오리춤을 추어 여한을 달랠까 보다. 여하튼, 노래와 춤은 학생들에게 주먹질을 당한 선생님의 노여움도 풀 수 있는 힘이 있다. 노래의 힘이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노래는 왕의 강림과 집단 간 화합을 이끄는 주술적 기능을 가졌으며 잔월효성의 마음을 움직여 님의 무사 귀환과 극락왕생을 이루게도 했다. 적국의 현명한 공주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게 했으며 죽어가는 아내의 병을 치료하는 벽사의 능력도 갖추었다. 산 자의 슬픔을 달래고 죽은 자의 넋을 위로했으며 국란으로 분열된 백성의 마음을 규합하는 수단도 되었다. 오죽하면 가출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자발적 귀가를 이끌었는데 예의 그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컴백홈’이 그렇다. 나는 아직도 신문에 실린 ‘노래가 정부보다 낫다’라는 문장과 서태지와 아이들이 찍은 ‘가출 청소년 공익광고’를 기억하고 있다. 노래는 목민과 교화, 치국의 수단도 되었고 ‘프로파간다’로써 군중을 세뇌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도 되었다. 조선시대 ‘권계가’부터 가수 정수라가 부른 ‘아! 대한민국’을 비롯한 공화국 시절의 ‘관제가요’까지 역사도 유구하고 장르도 다양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대중계몽선전국가부’ 장관 괴멜스는 “거대한 거짓말을 계속 반복하면 대중은 결국 그것을 믿게 된다”라는 생명력이 긴 어록과 함께 국민라디오를 각 가정에 보급하여 나치의 의도하는 바를 혈관주사처럼 주입했다. 일제와 친일음악가는 어떠했던가. ‘친일의 시대’를 참고하면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를 통해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동시에 조선인들에게 일왕에 대한 복종과 희생을 강요했다. 노래에 비유와 상징, 선경후정 등의 문학적 기법을 동원했고 아련한 북국 정서로 침략지를 미화하여 탈향과 개척 이주를 획책했다. 어머니와 아가씨 이미지를 내세워 점령 과정에서의 만행과 점령 이후의 폭압을 희석하고 호도했다. 일본을 동경하는 노스텔지어를 가사에 담아 ‘내선일체’의 정치적 목적을 교묘하게 전파했고 점령지역의 특수성과 개별성을 가사에 반영해 대동아공영의 포석을 깔았다. 표리부동한 가사로 남경대학살을 은폐했고 아시아 침략의 야욕을 기만했다. 옥쇄라는 말로 무의미하게 죽어간 조선 청년의 죽음을 우롱했고 혈서지원가로 징병의 강제성을 왜곡했다. 이 역사적 실체를 밝히기 위해 저자는 당대의 대중가요 중, 137편의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를 선별해 분석했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와 행간의 의도, 공간적·시대적 맥락과 상황을 여연지필의 문장으로 주해했다. ‘친일의 시대’에는 일본과 화이부동(和而不同)하지 못하는 작금의 정치 현실을 암시하거나, 타국 간 갈등과 위기를 조장하여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의 세력들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함의되어 있지는 않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시기 일제의 식민정책을 찬양하고 점령지역을 미화한 ‘친일가요’와, 침략전쟁을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허울로 왜곡하고 조선 청년의 참전과 희생을 강요한 ‘군국가요’의 실체를 밝히는 데 치중했다. 대상은 일제 강점기 대중가요이고 목적은 역사적 성찰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뜻은, 반추하고 기록하여 재발과 누범을 막고자 함이다. 뜻이 그러하므로 암시가 아닌 명시이고 함의가 아닌 표의이다. 의지가 그러하므로 기왕의 일이 아닌 당면한 현실이고 불구할 문제가 아닌 질책과 청산의 대상이다. 친일가요와 군국가요, 그리고 그것을 만들고 부른 사람들은 ‘기왕에 존재한 것이므로 언제까지나 존재’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간담이 서늘해지는 문장이다. 그것을 기록한 저자의 문장, 뜻과 노고도 이 책을 통해 만고의 세월 동안 존재할 것이다. 이 책의 육신은 당신의 서고에서 혼백은 당신의 마음에서 또한 그렇게 존재했으면 좋겠다. 황지호 소설가는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08.30 17:05

안도현 시인, 네 번째 동시집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 펴내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은 척박한 일상의 연속이라면 한번쯤 멈춰서 시 한 구절을 음미하면 충분한 포만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인은 마음의 양식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안도현 시인이 새롭게 펴낸 네 번째 동시집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상상출판사)가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란 시로 유명한 그는 서정적인 시선을 통해 사회 곳곳의 아픔을 감싸 주는 글들을 써왔다. 시와 동시를 자유롭게 넘나든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서 문장마다 한층 더 힘을 뺀 흔적이 느껴진다. 대신 시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적인 문장들을 구사했다. 시인이 의도한 대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색다르고 감각적인 표현을 구사했기 때문에 동시집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시적 표현의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어린 아이부터 감정이 메마른 어른까지 재치 넘치는 그의 언어와 문장 속에 빠져 들면 어느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가뿐한 마음을 느끼게끔 만든다. "연은 더 먼 데까지 갈 수가 있다/ 연은 하늘 끝까지 갈 수도 있다/ 연은 나를 떼어 놓고 갈 수도 있다/ 연이 떠나도 나는 울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나 대신 연이 공중으로 올라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연을 보고 있다/ 나하고 연은 이어져 있다/ 나하고 하늘도 이어져 있다/ 나는 연이다/ 연은 나다"(시 '연날리기' 중에서) 아이들의 시선은 언제나 재미난 놀이와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인의 시는 규칙처럼 고정된 틀조차 없이 세상을 자유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시선을 유지했다. 한 구절씩 톺아보면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이 내면에서 재미있는 장면으로 연출된다. 그런 시인의 상상력은 자연과 사물은 인간과 공감하고 항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보여준다. 김제곤 아동문학평론가는 추천사에서 "안도현 시인은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풀잎의 말, 나무의 말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들려준다"며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아이의 말을 고운 꽃씨를 두 손으로 받듯 받아 드는 시인은 어린이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아는 예민한 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동시집에서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피어나는 문장들은 그림을 통해 더욱 힘을 받는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의 모습과 함께 자연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도 함께 그렸다. 자연이 살아 있다는 것은 곧 자연이 사람과 동등하며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란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처럼.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한 시인은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부터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까지 모두 11권의 시집을 냈다. 또한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냠냠>, <기러기는 차갑다> 등의 동시집과 <물고기 똥을 눈 아이>, <고양이의 복수>, <눈썰매 타는 임금님>, <울릉도를 지킨 안용복>, <고래가 된 아빠> 등 여러 권의 동화를 썼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국내에서 100만 부를 넘긴 베스트셀러로 15개국의 언어로 해외에서 번역 출간됐다. 수상경력으로 소월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백석문학상을 받았고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림을 맡은 이동근 화백은 원광대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고 1982년부터 2020년까지 개인전(15회)을 열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을 비롯해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목정문화상, 전북예술상 등을 받았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고 제주대 미술학과 교수를 지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8.23 18:29

최명희문학관, 9월 ‘전북 문화 바로 알기’ 인문학특강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해마다 진행하는 인문학특강 ‘전북 문화 바로 알기’가 9월 2일과 23일에 열린다. 최명희문학관에서 진행되는 올해 인문학특강의 주제는 1980~90년대 전북의 민족 문학과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전북의 생활상에 대해 다룬다. 인문학특강의 첫 순서는 9월 2일 오후 2시와 4시 문신, 정철성 문학평론가를 초청 강사로 전북의 민족 문학에 대해 짚어본다. 문 평론가는 ‘남민의 시대: 1980~90년대 전북 민족 문학의 운동성’을 주제로 전북지역 민족 문학인의 작품세계가 역사적인 발전 과정과 어떻게 부합하고 변모해 가는지 살펴본다. 정 평론가는 ‘1980~90년대 민족 문학의 전북 시인들’을 주제로 1980년대 이후 전북지역 시인들이 어떤 자세로 시를 써왔는가를 추적하면서 격변하는 사회 속에 시와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이 무엇인가 확인한다. 이날 행사장에는 <남민시>, <남민>, <전북의 민족문학>, <사람의 문학> 등 1980~90년대 출판물도 전시된다. 23일 오후 2시와 4시에는 이정욱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 송정현 HK연구교수가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전북의 생활상에 대해 들려준다. 이 교수는 ‘서양인 선교사가 기록한 전주(1936년)’를 주제로 전주예수병원 관계자를 통해 수집한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의 기록 필름 영상을 통해 일제강점기 전주의 교육, 의료, 종교를 포함한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송 교수는 ‘미군정기 전북의 이모저모’를 주제로 미국, 호주, 일본 등지에서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전북의 시대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관장은 “인문학특강을 통해 여럿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콘텐츠는 더 단단하고 세밀해지며 전북에 대한 자긍심과 창작 의욕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문학특강은 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최명희문학관, 전북작가회의, 얘기보따리가 주관하며 전북도가 후원한다. 그동안 인문학특강은 ‘백두대간 속 전북가야는 첨단과학이다’, ‘전북 문학 속 우리말’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인문학특강에 대한 신청 및 문의사항은 최명희문학관(063-284-0570)으로 하면 된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8.23 18:28

소리 찾아주는 민예은 한의사, '이명난청 완치설명서' 출간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명과 난청은 어디에서 오는가. 현대사회는 다양한 소음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현대인들의 이어폰 사용이 증가하면서 청각기관의 손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소리를 찾아주는 민예은 한의사는 평생 쓸 귀를 위한 통합의학 치료가이드 <이명난청 완치설명서>(피톤치드출판사)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이명, 난청 전문가인 저자가 이명과 난청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문제 원인 및 해결 방안, 진료 방법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명, 난청에 대해서는 완치가 어렵다는 선입견과 함께 일부 의사들은 호전이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로 인해 평생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환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따라서 저자는 난치성 이명, 난청 분야에서 연구와 치료법에 몰두했다. 저자는 환자에게 "열심히 살다보니 몸이 힘들어 병이 왔다"며 따뜻한 위로의 말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도 이명, 난청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진료과정과 처방, 치료법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 책은 이명, 난청, 어지럼증, 귀의 손상 원인, 건강한 귀를 지키는 방법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각 장마다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병세의 개선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명, 난청 환자들의 완치 사례를 통한 치료 포인트를 제시하고 현대인들이 무시하는 청각 문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100세까지 건강한 귀로 살 수 있는 생활 관리법을 알려준다. 원광대 한의과대와 가천대 한의과대학원을 졸업한 저자는 한국이명학회 기획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방송에서 건강 자문 및 출연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8.23 18:28

전북문화관광재단, 전북문화누리 상품안내책자 펴내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문화누리카드 이용 활성화와 편의성 증진을 위해 <전북문화누리 상품안내책자>를 펴냈다. 문화누리카드는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과 소득별 문화격차 완화를 위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국내여행, 체육 분야에서 사용 가능한 1인당 연간 11만원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북문화누리 상품안내책자는 전북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전화로 주문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정보 확인(공예품, 캠핑용품, 악기, 도서 등)과 테마별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문화누리 투어서비스, 전북지역의 대표 상설공연(몽연–서동의 꽃 등)의 공연 정보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공방에서 직접 찾아가는 문화서비스 정보 등 다양한 상품과 분야의 정보를 안내해 놓았다. 이로써 단순한 상품 정보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 관광, 공연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문화누리카드 사용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번 책자는 전북지역 내 모든 주민자치센터와 문화누리카드의 수요가 있는 복지기관 330곳에 약 7000부가 배포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재단 홈페이지(www.jbct.or.kr)와 재단 교육문화팀(063-230-7451~5)에 문의 후 확인 가능하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8.23 18:28

종합문예지 '미당문학' 통권 16호 발간

종합문예지 <미당문학>(미당문학사) 통권 16호가 새로 나왔다. 이번 호에는 올 하반기를 맞아 참신한 기획물로 ‘양자역학(量子力學)의 세계’를 비롯해 미당시맥회 회원들의 신작 시 13편과 미당문학 회원들의 시를 포함한 감수성 짙은 작품들이 대거 수록됐다. 문효치 시인은 책의 권두언에서 "꽃은 땅의 언어라는 말이 있다"며 "시인들은 자신의 시 속에 꽃을 피운다"고 밝혔다. 김동수 미당문학회장(시인)이 기획한 ‘양자역학(量子力學)의 세계’는 양자역학에 대한 정의와 특성뿐 아니라 수많은 과학자의 논쟁 속에 탄생한 ‘비국소성 원리’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을 담았다. 미당시맥회 회원의 새로운 시를 선보인 코너에는 강서일, 김행숙, 신정일, 안혜초, 엄한정, 오성건, 오청, 윤석호, 이삼헌, 이혜선, 이후재, 임완숙, 정재영 등 총 13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밑바탕으로 써내려간 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밖에 시를 비롯해 시조, 동시, 수필, 소설, 동화, 문학 평론 등 신작이 다양하게 수록됐다. 아울러 지난 상반기에 개최된 올해 미당문학 정기총회를 기록한 사진과 문예지를 함께 꾸며나간 회원들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사진도 생생하게 담았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8.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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