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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시집 ‘풀밭이라는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출간

저당 잡힌 것처럼 살아가는 삶 속에 느낄 수 있는 여유란 있을까. 그것은 너무나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바쁜 생활 가운데 현대인에게 쉼표 같은 휴식이 될만한 시집이 나왔다. 김성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풀밭이라는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백조)가 출간된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여유와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시인의 시편들을 읽노라면 몸을 움츠리게 하는 쌀쌀한 날씨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불을 덮고 있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당신 탓이라뇨/ 쓸데없는 자책은 하지 마시길/ 때론 옮아오고 앓아누워도/ 공명 있는 목소리/ 그 덕에 개운죽은 비음 따라/ 뿌리 내려요/ 뿌리는 유리병 크기만큼 동심원을 그리는 걸요// 당신도 뿌리내려도 좋습니다/ 나나 당신이나/ 아픈 건 마찬가지니까요”(시 ‘감기’ 중에서) 가끔 시인은 창가에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조차 납입 고지서처럼 팍팍하게 느껴지는 일상이면 잠시 눈과 마음을 시를 쓰는데 집중했다. 그래서 자신을 현실세계의 세입자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시를 썼다. “풀밭이란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나는 흔한 풀이고/ 흔한 풀이 받는 달빛이고// 달빛이 세리가 되어/ 허락되지 않는 세금을/ 징수하는 일// 나는 현세의 세입자”(시 ‘풀밭이란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중 일부) 이병철 문학평론가는 추천사에서 “순간적인 시대에 세 들어 살면서도 아득한 영원을 노래하는 시인의 시가 바로 그 달빛이다”고 밝혔다. 군산 출신으로 200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시인은 시집 <달이 기우는 비향> 등을 냈으며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08 17:44

가을 운치 '가득'⋯표현문확회 통권 88호 발간

표현문학회가 <표현> 제88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에는 가을의 운치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다양하게 수록됐다. 고성현, 권남희, 김사은, 김여울, 박동수, 배공순, 이금영, 이정선, 이종희, 이희근, 장병호, 전하연, 주현진, 최병륜, 최연실, 황숙 등 16명의 수필가의 작품을 특집으로 엮었다. 이어지는 특집에서는 김남곤, 김남희, 김미순, 김미정, 김예태, 김정원, 문두근, 박석구, 송하진, 이원철, 장교철, 정관웅, 정군수 작가의 신작시를 발표했다. 신인 문학상 당선 작품으로 시 부문 강명희·최영임 시인의 출품작 6편을, 시조 부문에서는 박향순 시인의 출품작 3편, 수필 부문에서는 윤재경 작가의 출품작 2편을 실었다. 조미애 표현문학회장은 권두언 ‘풍행수상(風行水上)’을 통해 “풍행수상이란 바람이 물 위를 가는 것으로, 바람이 물 위를 스칠 때 일어나는 파랑은 제 나름의 규칙이 있어 흩어지나 어지럽지 않아 자연스럽고 아름답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수많은 문학가와 철학가가 이 구절에 영감을 받아 문장을 짓는 도리와 글의 미학적 의의를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인과 성인의 경서(經書)를 스승으로 삼고’ 자연스럽게 문(文)을 이루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표현>에서 올가을 한나절 쉬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08 17:4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작가, 서철원 '달의 눈물'

동북 면의 시골 무사였던 이성계는 고려를 지키는 장군이 되었다가 새로운 나라 조선을 개국했다. 그 격동의 시간을 그는 어떻게 견뎠을까? 그의 마음속에 수없이 요동쳤을 욕망과 두려움과 흔들림이 궁금해서 경기전에 있는 태조 이성계 어진을 보러 갔다. 우리 전통 초상화는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그 사람이 아니라고 했고, 겉모습뿐만 아니라 인격과 내면까지 그려야 한다고 했으니 어진을 꼼꼼하게 뜯어보면 뭔가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어진 속 태조는 푸른색 곤룡포와 익선관을 쓰고 있었다. 귀밑머리와 수염이 하얗고 눈썹 위 사마귀까지도 고스란히 그려낸 걸 보니, 본 모습 그대로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었어도 정면을 응시하는 그의 운동자는 흔들림이 없었고 굳게 다문 입술은 굳은 의지를 드러내는 듯했다. 하지만 초상화만으로 그의 내면을 짐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헛헛한 마음으로 하릴없이 돌아왔을 때 서철원 작가의 <달의 눈물>을 만났다. 작가는 고려 시대 무신의 난(1170년)부터 태조 이성계의 죽음(1405년)에 이르는 긴 시간의 서사를 소설 속에 담았다. 200년을 훌쩍 넘는 시공간을 물 흐르듯 넘나드는 자연스러운 전개와 굽이굽이마다 피어나는 이야기가 감탄스러웠다. 칼과 한 몸이 되기를 바랐던 이성계는 홍건적을 물리치고 공민왕에게 ‘무신의 달’이라는 별호를 받는다. 고려라는 세상을 비추는 한 줄기 희망 같은 달이 이성계였다. "무신 이성계의 앞날은 무겁고 가혹했으나 별호가 품은 달의 품성은 무사와 상반된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품고 있었다. 이성계는 아늑함을 딛고 칼끝처럼 일어서는 무사의 몸을 달의 감성으로 잠재울 줄도 알았다." 작가는 칼과 한 몸이 되고 싶었던 이성계의 열망과 고뇌를 절절한 문장으로 되살려냈다. 문장으로 만들어가는 사유의 세계가 매력적이어서 절로 몰입이 되었고,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을 파고드는 문장에 빨려들어 수없이 밑줄을 그었다. 혼백을 앞세워 이성계의 꿈속으로 들어온 견훤이라든가 흡혈 무리를 쓸어내는 바람의 사제, 정몽주의 딸인 시간을 삼킨 아이 누오는 또 하나의 축이 되어 작품을 이끈다. 그들이 주는 긴장감 때문에 책을 놓을 수 없었고 신비로워 자꾸만 눈길이 갔다. "백제든 고려든 한 자락 땅에서 나고 자라며 무너진들 다시 들어서는 게 나라인 것이지. 그것을 깨닫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이승에서 허비했어." 책을 덮으면서, 고려의 장수였던 이성계가 새로운 나라 조선을 연 것은, 무너진 백제를 추억하는 견훤의 말처럼, 달이 기울면 다시 차오르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과 이다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공동수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11.08 17:39

최명희문학관, 11일 ‘전라북도 문학 명소를 찾아서1‘ 세미나

전북의 문학 명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펼쳐진다. 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최명희문학관과 얘기보따리 주관, 전북문화관광재단이 후원하는 문학세미나 ‘전라북도 문학 명소를 찾아서1 남원시·완주군·임실군·순창군’이 그것이다. 11일 오후 3시 최명희문학관에서 진행될 이번 세미나는 발표 및 종합토론 등 4부로 이뤄진다. 전북 14개 시·군 문학 명소 찾기의 출발점이기도 한 이번 세미나는 1부에서 ‘문학의 본향 전라북도’를 큰 주제로 문신 문학평론가가 ‘전라북도 문학 콘텐츠의 현재와 미래’를, 최명희문학관 최기우 관장이 ‘남원시·완주군·임실군·순창군의 문학 명소 115곳’을 발표한다. 2부는 전북을 글에 담은 문학인의 이야기로 지역과 연관된 장현우 시인, 유수경 동화작가, 김도수 수필가가 맡는다. 3부는 남원시·완주군·임실군·순창군 등 4개 시·군에서 뽑은 115곳의 문학 명소를 김근혜 동화작가가 초등학생·청소년·연인·가족 등을 주제로, 문 평론가는 계절·풍경·마을·자연·감성 등을 주제로, 최 관장은 역사·예술·인물·시설·문학비 등을 주제로 소개한다. 4부 종합토론은 ‘문학을 통한 전북의 재발견과 문학 콘텐츠를 활용한 관광 활성화’를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최 관장은 “전북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이 끊임없이 나오기에 전북의 문학 명소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서 “더 깊고 넓고 세밀한 연구와 취재로 14개 시·군에 흩어져 있는 문학 콘텐츠를 찾아 전북을 대표하는 관광 자원으로 개발해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전화(063-284-0570)로 문의하면 된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07 17:10

포근한 언어로 풀어낸 감수성⋯신수미 시인, 시집 ‘초록이 초록으로’ 발간

“한 아름 푸른 유월이 눈부신다/ 초록이 몽실몽실 여물어/ 숨막히도록 조여 오는 산야/ 근육질의 힘겨루기에/ 숲에서는 초록 물소리가 들려오고/ 시도 때도 없이 피는 꽃들,/ 이 꽃들에게서 향기를 퍼 나르는 바람,/ 초록이 초록에게 스며들어 소근대는 몸짓,/ 감미로움에 몸을 떤다(중략)/ 초록이 초록에게 건네주는 힘으로/ 천리 숲을 이루고/ 묵히고 묵힌 세월 만큼 싱싱함으로 우뚝 선/ 유월의 영근 맛, 그 맛을 보고 있다.”(시 ‘초록이 초록으로’) 신수미 시인이 2번째 시집 <초록이 초록으로>(이랑과 이삭)을 출간했다. 시집은 ‘꽃, 이유없이 웃다’, ‘삼동(三冬)을 참아온 꽃샘에’, ‘맨발로 소통하다’, ‘통일도 질경이처럼’, ‘못다 핀 4월의 꽃봉오리’ 등 총 5장으로 구성됐으며 90여 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시집을 통해 신 시인이 보여주는 작품들은 단단하고 냉철하지만, 견고한 지성을 지닌 시인의 삶과 개인의 감성 등이 조화롭게 녹아들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시집 속 수수께끼와 같은 함축적 시어와 무뚝뚝한 구성이 아닌 실제 시인의 일상적 이야기를 포근한 언어로 풀어내는 등 감수성 넘치는 시인의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을 준다. 또 시 ‘아버지의 골목길’, ‘자만마을의 실루엣’, ‘성 평등에 걸었던 기대’ 등을 통해 시인의 효심, 그가 바라본 전주시 곳곳의 정취를 담아내기도 했다. 이재숙 문학평론가는 평설을 통해 “문학은 미술이나 음악에 비해 경험된 자아로부터 작품을 분리하기 어려워,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따라 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본다면 신 시인의 시들은 지성이 견고하게 구축된 삶과 감성이 꾸준히 재발견되는 차원 높은 시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전남대 공과대학을 졸업해 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2009년 <한국문학예술>로 등단해 국제해운문학상(본상)과 열린시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왜 꽃이 아름다운가>, <민들레 홀씨로 날다> 등이 있다. 또 그는 YWCA 서부지역 위원장, 전라북도 자체평가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열린시문학회 등의 회원으로 활발한 문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01 18:05

최동현 군산대 명예교수 ‘순창의 판소리 명창’ 펴내

순창의 판소리 역사를 집대성한 책이 새로 나왔다. 최동현 군산대 명예교수가 펴낸 <순창의 판소리 명창>(민속원)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판소리 역사에 이어서 순창과 관련된 판소리 명창들을 차레로 서술했다. 순창은 판소리 명창을 다수 배출한 고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 고창, 남원지역에 비해 순창 판소리 명창에 대한 고증 연구와 보존 전승 등의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고. 순창처럼 군 단위 지역에서 많은 명창이 난 지역도 많지 않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순창 판소리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주덕기 명창에서부터 박유전, 김세종, 장재백, 장판개, 배설향, 장득주, 장득진, 이화중선, 한애순, 성점옥, 박복남, 장영찬 명창과 그 후예들에 이르기까지 순창이 배출하고 그곳에서 소리에 매진한 명창들의 활동상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 저자가 유달리 순창에 애착을 갖고 책까지 내게 된 건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의 전문 분야인 판소리에 순창 명창들의 일대기를 덧입혔다. 저자는 “고향이 순창인 사람으로서 순창의 판소리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참에 순창의 판소리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을 냄으로써 순창이 판소리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가를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순창 출신인 저자는 전북대를 졸업하고 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오랫동안 판소리 연구에 전념하고 70여 권의 저서와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를 냈으며 판소리학회장, 전북작가회의 회장, 전북민예총 회장, 전북문화재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마당 이사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01 18:05

김철규 시인, 여섯 번째 시집 ‘그늘꽃’ 출간

문학이란 긴 터널을 지나며 한자 한자 곱씹는 마음으로 창작에 몰두하는 시인이 있다. 바로 김철규 시인이다. 신문사 기자로 시작한 언론인 생활뿐 아니라 올해 문단 활동 55년째를 맞이한 시인은 이력이 화려하다. 격동의 시기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지방자치에 힘을 보탰다. 이제 황혼에 접어들어 시인이자 수필가로 문학과 창작을 인생의 동반자로 삼고 있다. 그런 그가 여섯 번째 시집 <그늘꽃>(신아출판사)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시로 나타냈다. “거친 파도 몰아치고/ 북풍한설 내리쳐도/ 혼불처럼 붙어사는 천년바위 속 그늘꽃// 사계절 푸르름 펼치며/ 칠흑 같은 어둠에 모진 매질을 당해도/ 한줄기 빛을 향해/ 당차게 행진하는 그늘꽃// 태초로부터/ 줄기차게 삶을 이어온/ 경이로운 그늘꽃// 내가 가없이 사랑하는/ 그늘꽃”(시 ‘그늘꽃’ 전문) 그의 시집에서 눈에 띄는 시들이 있는데 10·29 서울 이태원 참사를 상기하며 숨져간 영혼들을 향한 가슴앓이를 구구절절하게 표현했다. 시인은 “나라다운 나라 없는 세상에서 기지개 한번 펴보지 못한 집단 참사의 넋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며 “이제 문인으로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역 문단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시인은 자신의 아호를 딴 청암문학상을 2018년 제정한 후 해마다 지역 문인 1명씩을 선정해 창작지원금 등을 전달하고 있다. 군산 출신으로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한 시인은 전북일보 편집부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전북도의회 의장, 금융결제원 상임감사를 역임했고 군산문인협회장, 군산문학상 운영위원장, 제16회 수필의날 전국 군산대회 운영위원장 등으로 문단에도 족적을 남겼다. 저서로 <아니다,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다>, <평민은 언제나 잠들지 않는다>, <바람 속의 역사>, <인연>, <바람처럼 살다가> 등 다수의 수필집과 칼럼집, 시집이 있으며 수상경력은 전라북도 문화상(언론부문), 한국수필문학상, 세종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전북예총 하림예술상, 바다문학상 찾아주는상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01 18:05

김경곤·이종근, 전라감영 관문 '호남제일관 만마관 가는길' 펴내

잊혀져 가고 있는 완주 ‘만마관’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이 나왔다. 이종근 작가와 김경곤 작가가 <전라감영 관문 호남제일관 만마관 가는 길>을 발간했다. 이번 책은 이종근 작가와 만마관 남관진 지역공동체인 만마관복원위원회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만마관은 전주부성인 남고산성의 속성으로 왜적을 막기 위해 산성을 쌓아 관문을 막은 호남제일관문이었다. 실제 만마관의 ‘관(關)’이라는 글자는 ‘빗장 관’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면 누구도 드나들지 못하는 곳이 관이므로 군사 시설인 요새를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가 기억해야는 만마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은 완주군의 관방시설에 대한 설명을 시작해 만마관 복원을 바라는 기고로 끝을 맺는 등 여러 방면으로 만마관을 복원해야 하는 이유를 서술하고 있다. 이 작가는 “호남제일서에 걸 맞는 호남제일관의 위용을 찾아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만마관은 원래 있던 위치에 원래 규모대로 복원하기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주·남원 국도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성곽을 복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마관 복원과 함께, 남관진과 부대시설 등을 복원하고, 남고산성과 연계해 조선시대 국토방위 체계를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긴다”며 “아울러 조선시대 만마관 임무교대 사열의 재연, 말타기 경주, 조총과 활쏘기 체험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도 “만마관 복원사업이 활성화되면 만마관 경비대 근무 및 교대식 진행과 15호 국도를 지나는 모든 분의 쉼터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옛 제1관방처 고을로 명성을 되찾아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01 18:04

신민수 시인의 귀농일기 '가재가 사는 동네에서' 발간

“서울 하늘에도 비는 내리고 가재가 사는 마을에도 비는 내리는데 한강에는 가재가 살 수 없지만 세룡천에는 돌멩이마다 가재가 구물구물하답니다.” 40여 년의 서울 생활을 뒤로 한 채 순창으로 귀농을 택한 시인의 7년의 시간이 책으로 탄생했다. 신민수 시인이 <가재가 사는 동네에서>(신아출판사)를 발간했다. 책은 ‘제1부 인생은 꿈꾸는 것일까’, ‘제2부 마음 가는대로’, ‘제3부 시인의 마을’, ‘제4부 가재가 사는 동네에서’, ‘제5부 농부로 사느니’ 등으로 구성돼 89편의 귀농 일화를 담고 있다. 시인은 이번 책으로 핸드폰 전파도 잘 통하지 않는 시인의 동네, 순창군 세룡마을 산골에서의 일상을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로 전한다. 책 속에는 농한기를 보내는 농부의 시간, 손녀를 돌보기 위해 방문한 전주 아파트에서의 하루 등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농부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시인은 “새들 지저귀는 소리에 잠 깨고 별빛 베개 삼아 잠드는 일상, 찔레꽃 밤꽃 향기 진동하는 고향에서 일흔의 생일을 맞이하니 행복의 언덕을 걷고 있는 느낌”이라며 “날마다 써가는 일기에 긍정 90 부정 10의 낱말들이라 내 인생 가장 현명한 선택 ‘귀농’의 삶에 감사하며 지난 7년여의 귀농일기 중 듬성듬성 골라 공개해 본다”고 말했다. 한편 신 시인은 2020년 계간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그의 저서로는 <청상과부>, <삘래꽃 향기 훤한 세룡리>, <가재가 사는 동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01 18:0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 최기우 ‘쿵푸 아니고 똥푸’

어린이희곡 <쿵푸 아니고 똥푸>는 ‘기똥차게’ 재미있다. 원고지 150장 정도의 분량이지만, 순식간에 읽힌다. 그러나 희곡은 낯선 장르이고, 연극 대본이라는 특성 때문에 ‘읽는 재미’를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최기우 극작가는 이런 인식을 깨기 위해 자신의 희곡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만을 생각한 희곡으로 폭을 넓혔다. 동명의 동화를 각색한 어린이희곡 <쿵푸 아니고 똥푸>(문학동네·2023)에는 자신이 처한 난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씩씩한 아이로 성장하는 두 편의 희곡이 있다. 얼굴이 까맣다고 놀림 받는 탄이가 화장실에서 만난 똥푸맨에게 똥은 더러운 게 아니라 위대하다는 교훈을 얻는 ‘쿵푸 아니고 똥푸’와 뜻하지 않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게 된 생쥐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다룬 ‘라면 한 줄’이다. 동화와 희곡의 큰 줄거리는 같지만, 희곡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흥 나는 대사와 인물의 행동이 눈에 선한 지문, 대사와 지문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운율이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넣은 노랫말이 한 예다. 생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위해 가는 장면에서 ‘쪼르르, 쪼르르, 쪼르르’, ‘후르륵 라면집 지나 후후짭짭 후후쩝쩝’, ‘고슬고슬 떡집 지나 찰떡찰떡 쑥떡쑥떡’, ‘빵빵한 빵집 지나 앙금앙금 엉금엉금’과 같이 노랫말 같으면서도 시 같은 대사는 희곡의 재미를 몰랐던 이들의 오감을 번뜩이게 한다. 소리 내 읽다 보면 ‘내 맘대로 작곡가’가 되고, 가사 일부를 바꿔 ‘내 멋대로 작사가’가 될 수 있어 더 즐겁다. 모든 인물이 중요한 인물로 바뀐 것을 확인하는 것도 특별한 재미다. 동화는 탄이와 똥푸맨이 이야기를 이끌지만, 희곡은 이야기를 더 넣어 작은 역할이었던 할머니·엄마·선생님·친구들 모두 자신만의 갈등구조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게끔 했다. 탄이를 놀리던 친구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반성하게 됐으며, 아빠 병간호만 하던 탄이 엄마는 밝은 성격을, 할머니는 며느리의 마음을 살필 줄 알게 하며 인물의 개성을 또렷하게 했다. 무대에서는 작은 역할이 없고,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또한, 화장실 장면에서 탄이의 복장이나 물건 활용 등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작품 속 모든 말과 행동에 분명한 이유를 넣었다. 등장인물의 등·퇴장에 따른 이야기 구조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게명, 음식명, 사건, 표정, 상황, 감정 등 모두 것을 구체화했으며, 독자가 쉽게 바꿔서 상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희곡이 ‘독자와 함께 쓰는 혹은 관객과 함께 만드는 진행형 문학’인 것을 증명한 예다. “배우처럼 읽고, 연출이나 무대 스태프처럼 생각하세요. 노랫말이 나오면 흥얼거리면서 빠르게 느리게 소리 내 읽어보세요. 자연스레 가락이 생깁니다. 춤이 나오면 슬쩍 엉덩이와 어깨를 들썩거리세요. 독자가 배우가 되고, 연출이 되고, 가수가 되고, 작곡가가 되고, 춤꾼이 되는 놀라운 변신을 경험하실 겁니다.” 최기우 극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당부의 말에 희곡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 모두 담겨 있다. 이제 기똥찬 희곡의 세계로 떠날 준비를 할 때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화 <다짜고짜 맹탐정>과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 사건>, <유령이 된 소년>, <나는 나야!>, <제롬랜드의 비밀>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11.01 18:04

전라시조 문학상에 김영환·김상선 시조시인

전라시조문학회가 제26회 전라시조 문학상 수상작으로 김영환 시조 시인의 ‘오동꽃’ 외 4편의 작품과 김상선 시조 시인의 ‘하늘 닮은 맛’ 외 4편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두 작가의 작품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규창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을 통해 “수상자들의 수준 높은 작품이 전라시조 동인들의 품격을 높이데 손색이 없었으며, 우리 시조인들의 이정표가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영환 시조시인은 “사조(思潮)의 형태나 흐름은 늘 변화되고 있듯 전라시조에 입문하며 일상에서 변화된 것이 있다면 늘 시어를 찾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며 “일상생활에서 시어를 찾으며 똑같았던 일상이 의미 있어 지고 있다. 앞으로도 시조 학습 수련에 꾸준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그의 저서로는 시집 <바람과 구름과 비> 등이 있다. 현재 그는 35년여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전라시조문학회 이사와 선운산문학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상선 시조시인은 “유구한 역사와 권위가 깃든 귀한 전라시조문학상을 받게돼 무한한 영광”이라며 “전라시조문학회에 누가 되지 않도록 봉사하고 더 좋은 시조를 창작해 수상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시조시인은 2001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그의 저서로는 <나는 숲이 되어 산에 간다> 등이 있다. 또 정읍 배영고 국어교사 출신인 그는 전국한밭시조백일장 차하, 설록차문학상 지도교사상, 한국시조문학상, 월하시조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그는 전라시조문학회 이사와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올해 새롭게 도입된 제1회 찾아드리는 문학상의 영예는 김태자 전주대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한편 제26회 전라시조 문학상 시상식은 다음 달 4일 전주 백송회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창립 40여 년을 이어온 동인지 60호 출판기념식도 계획돼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0.29 17:19

정성수 시인, 국내 최초 QR코드 오디오북 시집 ‘끙’ 발간

“백수를 바라보는 어머니께서 베개가 되어/ 아랫목에 누워있습니다/ 화장실에 못간지 벌써 며칠째입니다//(중략) 어머니 힘 좀 써보세요 이렇게/ 끙!/ 뒤쪽에 힘을 줘서/ 그래야 응가를 하지요”(시 ‘끙’ 중에서) 정성수(78) 시인이 국내 최초로 QR코드를 삽입한 오디오북 시집 <끙>(도서출판 고글)을 냈다. 시 제목 옆에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시와 음악, 영상물이 재생되면서 눈으로만 읽던 시집에서 귀로 듣는 감상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문단에서 관록이 쌓이다 보니 샘솟는 아이디어를 주체못한 시인이 빚어낸 기발한 구상이다. 그동안 영상과 문자의 콜라보로 만든 디카시(dica poetry)로 주목을 받더니 코드 제작소에서 QR코드를 삽입한 후 오디오북으로 완성해 자극을 주고 있다. 이는 시인의 집요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인은 “이제는 영상 시대로 올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간콘텐츠 창작지원사업인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받아 대한민국 최초로 새로운 시집을 만들었다”며 “감성적인 시와 첨단 과학을 융합한 디지로그 포엠(Digilog Poem)으로 시인과 독자가 가까이 소통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시집은 총 104편의 시가 실렸는데 SBS와 MBC 출신의 이의선 성우가 배경음악과 함께 차분한 목소리로 시를 낭송했다. 문인들은 획기적이고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이준관 시인은 시집의 해설을 통해 “그의 시를 읽으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에 대한 지혜의 눈이 생긴다”고 평했다. 김용택 시인은 표사에서 “순수하고 순결한 시인의 마음이 시 속에 담겨 있다”고 밝혔고 안도현 시인은 “책상머리에서 만들어진 메마른 관념의 세계 대신 시인의 전략은 여러 시에서 성공적으로 형상화 된다”고 치켜세웠다. 익산 출신으로 1994년 서울신문 시 공모 당선과 동시에 한국교육신문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한 시인은 30년 가까이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수상 경력으로는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문학상, 한국교육자 대상, 황조근정훈장, 공무원문예대전 최우수상 등이 있고 전주대 사범대학 겸임교수와 전주비전대 운영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의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0.25 16:49

진채란 시인, 첫 시집 '바람의 둘레' 펴내

옛사랑의 그리움과 인생의 경험을 뜨거운 시어로 풀어낸다. 진채란 시인이 등단 후 첫 시집 <바람의 둘레>(리토피아)를 펴냈다. 늦깎이 시인으로 날마다 습작 노트에 한 편씩 써내려간 시 50여편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결혼 후 전주에서 타향살이를 해온 시인은 마음의 안식처인 고향에서 누렸던 풍경과 가족 등과의 추억을 묻어두지 않고 시로 만들어냈다. 시인의 기억에서 차츰 잊혀져가는 옛사랑의 그리움을 허구적인 요소는 덜어내고 삶에서 체득한 단상들을 작품 안에 가미했다. 한 집안의 딸로 자라 결혼 후 가정을 꾸리고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온 시인의 세월은 눈물과 웃음으로 점철된다. 살아온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작품에는 진한 사람의 향기가 묻어난다. “이 세상에 내 편 하나 없다/ 터무니없는 위로를 잡고/ 떼쓸 기회를 버려야만 했습니다// 오래도록 기진맥진한 채/ 어머니, 바람도 없는 오늘/ 그날처럼 애기동백꽃이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월의 언저리에 아직/ 바람 고여 있습니다”(시 ‘바람의 둘레’ 중에서) 학창시절 고등학교 문예반 경험이 전부였던 시인은 등단하기 전까지 직장생활에 전념했다. 그리고 퇴직 후 문학을 통해 잃어버렸던 소녀시절 감수성을 찾았다. 아파트 숲속 공터에 작은 텃밭을 가꾸듯 손바닥만 한 시의 밭을 마음속에 가꾸면서. 모든 시가 시인에게는 보고 또 봐도 사랑스러운 자식이다. 그 중에서 ‘그녀’란 시는 시인 스스로가 애착을 갖고 있다. 죽마고우인 절친한 친구가 투병 생활을 했던 이야기와 병을 이겨내던 초인적인 모습에 놀라고 거기서 느낀 경외감을 시로 나타냈다. 시인은 “활자로 된 시집을 처음 내려니 부끄럽기도 하다”며 “이재숙 시인의 지도를 받아 시 공부에 매진하면서 이소애 전 전주문인협회 회장 등을 비롯한 문우들의 격려로 시집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 출신인 시인은 2017년 지구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이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0.25 16:49

정양·구사회 교수가 엮어낸 '해학 이기의 한시' 출간

“봄비는 쉽게 그치지 않고/ 꾀꼬리 울음 그치자/ 저녁 구름 피어오른다./ 빗물 머금은 복숭아는/ 붉은빛을 마음껏 터뜨리고/ 버들은 긴 연기를 두른 채/ 초록빛을 다시 휘감는다./ 연못의 개구리 소리 시끄럽다./ 반쪽 벽면엔 달팽이 침이/ 괴상한 글자를 만들어낸다./ 이 밤에 고향 생각으로/ 잠 못 이루는데/ 허망한 조각달만 창을 밝힌다.” (시 ‘봄밤’) 외세 침략에 맞서 투쟁하던 우국지사이자 사회 개혁을 꿈꾸던 근대사상가인 해학 이기 선생의 한시가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번역된 책<해학 이기의 한시>(보고사)가 나왔다. 정양 교수와 구사회 교수가 해학 이기 선생의 한시 해석을 엮어 책으로 출간한 것. 구 교수는 “해학 선생의 ‘해학유고’를 문헌학적으로 검토해 학술지에 발표하고 번역을 시작했다”며 “고교 시절 은사님이시며 뛰어난 시인이신 정양 선생님과 몇 차례 한시 번역을 수행했다”고 말하며 제작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알게 된 ‘해학유고’의 필사본에는 탈각된 글자가 많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많아, 여러 방법을 통해 검토를 거듭해 책을 제작했다”며 “전문연구자보다 일반 독자에게 초점을 맞춰 내용 이해를 위해 들어간 의역 등 다소 원문을 벗어나더라도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책에는 해학 선생의 삶을 대략 소개하며 관련 한시가 곁들여있는 등 해학 이기 선생이 생소한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이들은 해학의 한시 속 그가 살아가면서 드러내지 않은 내면 심리를 담는 등 해학 이기 선생의 일생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한편 정양 시인은 1942년 김제에서 태어나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우석대 문창과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 출생 구사회 교수는 동국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수료했으며 현재 선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0.25 16:4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작가, 가와무라 겐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책장에는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많다. 출판서 서평만 보고 이끌려 사 놓은 것을 비롯해 다른 사람의 소개로 사 놓은 것 등 책을 사 놓은 이유도 다양하다. 그중 제목이 주는 호기심 때문에 선택한 것도 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 그것이다. 뭔가 소중한 게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당황하며 감정을 추스르는 기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이다. 소중하다는 건 자신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을 테니까. 물론 소중하다는 기준은 주관적인 개개인의 가치라는 걸 전제하면서 말이다. 주인공은 서른 살 젊은 청년이다. 어느 날 갑자기 말기 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죽음이라는 걸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주인공 앞에 악마가 나타난다. 세상에서 뭔가를 하나씩 없애면 하루라는 시간을 더 연명하게 해준다는 황당한 거래를 제안한다. 주인공은 생각할 것도 없이 그 거래를 받아들이고 처음에 없앨 것으로 전화를 선택한다. 필자도 전화 없는 세상에 살아봤지만, 지금은 손안에서 휴대폰이 없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휴대폰이 단순한 전화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하고, 관계를 연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이기도 해서다. 전화는 어쩌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것일 텐데, 없앤다는 건 불편을 넘어서는 일이다. 전화를 없애므로 주인공은 하루의 시간을 연명할 수 있었다. 둘째 날, 악마는 다시 나타나 또 뭔가를 없애라고 요구한다. 주인공은 영화를 선택한다. 영화는 인간의 삶에 많은 부분의 정서를 담당하고 있다. 철이 채 들기도 전부터 우리는 영화와 친밀하게 관계를 맺는다. 그만큼 영화는 우리 삶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영화를 걷어버린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될지는 가늠할 수가 없다. 주인공은 영화를 없애기로 하면서 영화와 관련된 것을 떠올린다. 지금은 사라진 DVD 가게에서 일하는 친구와 영화관에서 일하는 첫사랑까지. 주인공은 전화를 없앤 후 상념에 빠진 것처럼 영화를 없애고 고뇌에 빠진다. “소중한 것 대부분은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는 법이다. 라고 어머니는 영화를 보면서 자주 말했었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지금 나는 영화를 잃는 게 너무 슬프고 너무 애달프다. 난 왜 이렇게 제멋대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잃는 걸 알아챈 순간, 수많은 영화들이 얼마나 나를 지탱해주고 형성시켜 왔는지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내 생명이 아깝다.” 자신의 생명이 아깝다.라는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자기를 사랑하니까. 악마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집요하게 세 번째, 네 번째 없애야 할 것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예상치 않은 선택도 한다. 단 하루라도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애를 쓰지만 어느 순간 타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까지 한다. 결국 주인공은 생명 연장 시도를 멈춘다. 없애야 할 것이 무엇인지, 왜 멈출 수밖에 없었는지는 책을 통해 접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뭔가를 잇달아 소멸시키지만 동시에 우리 내면에서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살려낸다. 우리는 누가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과잉 착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여유롭게 생각하는 삶은 자취를 감추고 서서히 소멸해 가는지도 모른다. 주인공처럼 어느 날 갑자기 말기 암 선고를 받는 것처럼. 깊어가는 가을에 다시 한번 정신없이 살아가는 궤도에서 벗어나 내가 버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 번째 짝>으로 등단한 이후,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달려라, 달구!> 선정됐다. 또 그는 2023년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업에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꼮지의 우연한 외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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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10.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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