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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시인, 첫 동시집'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펴내

“흰긴수염고래 귀지를 봤어/ 텔레비전에서 본 귀지는/ 고래 덩치만큼 엄청 컸어/ 그거 알아?/ 고래 귀지에는 고래 일생이 들어 있대/ 나이가 몇 살인지/ 새끼는 얼마나 낳았는지/ 플랑크톤을 몇 접시나 삼켰는지/ 친구와 알래스카에 놀러 간 날도 들어 있대/ 하루하루 써 놓은 일기가 들어 있대/ 덩어리째 굴러 나온 내 귀지를 봤어/ 어제 투덜거린 말/ 똥개라고 놀린 말/ 씩씩대며 웅웅거린 말이/ 굴러 나온 것만 같아서/ 돌돌 말아 버렸지/ 내 귓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날이었지.”(시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전문) 김헌수 시인이 첫 동시집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브로콜리숲)을 펴냈다. 이번 동시집은 동물과 사물, 자연의 표정 속에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포착해 따뜻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눈빛으로부터 출발해, 사소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감정을 길어 올린다. 실제 시집 속에는 고래의 귀지, 비 오는 날의 우산, 빗방울이 전하는 편지 등 평범한 사물과 순간들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작고 여린 존재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일깨워준다. 작품을 읽다 보면 미소가 번지거나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어린이에게는 공감과 상상의 기쁨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와 따뜻한 감각을 선물한다. 김 시인은 “동시를 쓴다는 것은 유년시절의 마음을 오래 품는 일인지도 모른다”며 “수업종이 울려도 물웅덩이에 빠진 땅강아지를 바라보다 지각하던 기억처럼, 남들에겐 스쳐 가는 장면 속 감정의 물방울을 길어 올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작은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며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강아지, 큰곰자리를 좋아하는 친구, 달팽이가 남긴 반짝이 길 등 유쾌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 동시를 읽는 동안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기억 하나가 독자에게 닿는다면 그 또한 기쁜 일”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동시집을 통해 “귓가에 스치는 바람결 하나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을 독자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삼례터미널'로 등단해 시집으로는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고, 시화집으로는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이 있다. 오디오북으로는 <저녁 바다에서 우리는>이 있다. 현재 그는 전북작가회와 완주인문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2 18:38

"시적 상상력 가득"…김태익 에세이집 '당신이 사라지는 속도'

정제된 문장과 깊은 감각으로 시대를 응시하는 김태익 수필가가 시적 상상력으로 쓴 에세이 <당신이 사라지는 속도>(움직이는 책)를 출간했다. 어릴 적 시골집에 대한 정취, 성장 과정의 추억, 회사 생활에서도 잃지 않았던 마음의 여유가 차분한 문장으로 녹아 있다. 1960년생 저자는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성인이 된 이후는 대도시라는 경쟁 사회에서 각박한 삶을 살았다. 이번 에세이는 성장 일변도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산업역군으로 살아온 저자가 은퇴를 앞두고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펴낸 책이다. ‘김태익의 인생을 응축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에세이집은 내용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왔던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자식을 키우던 마음과 겹쳐본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졌지만, 자신에게 베풀어준 마음을 조금씩 이해한다. 옛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문장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나무는 늙어도 제목으로 쓰이지만, 사람은 늙으면 쓸모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엔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지만, 세월이 지나며 문득 그 말 속에 숨은 씁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 든다는 건, 단순히 나이만 먹는 일이 아니다. 고집은 세지고, 마음은 닫히고 변화엔 둔감해지고 남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어느 날 ‘꼰대’라는 말 앞에 자신이 서 있다”(P.133) 총 55편의 에세이가 실린 책은 긴 세월을 힘껏 사랑함으로써 세상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수필가의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지나가 버린 세월의 야속함보다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잊고 있던 고향과 가족 친구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진지함과 유머가 공존하는 작가의 글은 어느 부분에서는 박장대소를, 어떤 부분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을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맑아진 마음을 마주하는 특별함을 선사한다. 길상호 시인은 책 서평을 통해 “이 책에는 사라진 것을 환생시키는 마술이 감춰져 있다. 도시 불빛에 가렸던 별들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하고 쫓겨났던 개구리가 돌아와 합창한다”며 “작가는 앞서 간 발자국을 잊지 않는다. 그것을 자신의 궤적으로 만들면서 또 다른 길을 낸다”고 밝혔다. 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전북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토목을 전공했다. 현재는 서울에 거주하며 글을 쓰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2 18:37

임인숙 첫 수필집 '자전거 소풍가네' 출간

성실한 텍스트 읽기와 쓰기로 균형 잡힌 글을 써온 임인숙 시인이 첫 수필집 <자전거 소풍 가네>(출판하우스 짓다)를 펴냈다. 1998년 고향 정읍 산내면으로 귀향한 시인은 꽃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 시인은 점차 소멸되고 있는 고향과 이웃을 기억하기 위해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낸다. 임인숙의 글이 시작되는 시공간은 실로 다양하다. 분꽃 향기 피어나던 저녁 어느 집 안, 영화를 보던 가설극장, 성남 언니와 함께 토란꽃을 찾기 위해 방문한 산과 들녘. 이러한 고유의 추억들은 저자의 문화적 지식과 만나 각각 한편의 깊은 울림을 준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적인 글이지만, 그 안에서 위로와 감동을 얻는 것은 물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이 수려한 글로 변모하는 마법 갚은 필치가 고루 담겨 있다. 문학에 대한 저자의 한결같은 애정과 뜨거운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멀리 라오스에서 노동 이민을 온 근로자의 사연까지 우리 이웃들의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는 36편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천세진 문화비평가는 추천사에서 “보이는 것의 귀퉁이를 본 증언과 보이지 않는 것의 소리까지를 받아들인 증언이 세상에는 함께 산다”며 “시인의 수필집은 깊은 증언이 이룬 숲이다. 오래전에 떠난 사람들이 돌아와 제자리에 앉아 있고, 오래전에 끝났으리라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이제 겨우 달구어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깊은 증언만 있어서 하나도 소란스럽지 않은데, 영원히 죽지 않는 이야기들이 모두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정읍 산내 출생인 임인숙 시인은 계간 <문예연구>에서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수필과 비평>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아름다운들꽃세상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2 18:37

잊혔던 옛이야기, 우물 속에서 다시 피어나다

할머니의 따뜻한 목소리가 오래된 추억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김란희 작가의 신작 <우물이야기>(도서출판 비공, 그림 전현경)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이치를 담은 깊은 이야기로 삶의 본질을 되묻는 작품이다. 책은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 속에 ‘인심에 따라 우물에서 단물과 짠물이 나온다’는 전래동화의 지혜와 신비를 품고 있다. 작가는 오랜 세월 마을의 중심이자 생명의 근원이 되어온 ‘우물’을 상징으로 삼아, 인심(人心)과 천심(天心), 그리고 순수한 동심(童心)이 어우러진 세계를 그려낸다. 우물은 물을 길어 올리는 장소이자 기억을 길어 올리는 공간으로,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매개이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통로로 등장한다. 작품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구수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잊혔던 옛날이야기가 다시금 우물 속에서 살아 숨 쉬듯 피어나며, 김 작가는 사라져가는 말과 정서, 옛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을 우리 고유의 언어로 복원한다. 단순한 향수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삶을 성찰하는 깊은 울림을 담아낸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우물에 대한 향수를 품은 어른 독자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작품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잊혀가는 ‘이야기의 힘’을 일깨우며, 메마른 일상에 ‘다시 물을 긷는 마음’을 건넨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는 오래된 우물가의 물소리처럼 잔잔한 회상과 사색 속으로 스며든다.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는 “민심, 천심, 동심이 한데 어우러진 인상 깊은 작품”이라 평하며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독자들에게 삶의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실의 건조함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잊지 않게 해주는 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림을 맡은 전현경 작가는 김란희의 글에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붓터치를 더해 이야기에 깊은 여운을 더했다. 우물가의 물결, 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표정, 별빛이 스며드는 밤하늘은 모두 할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감각적인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시각적 위안과 정서적 울림을 전한다. 김 작가는 “가난한 집 셋째 딸로 태어나 벗들과 책이 있어 깜냥껏 컸다”며 “글과 책이 좋아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꿈이던 적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원고지를 보면 여전히 뛰는 가슴을 발견하고 묵묵히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생전 책 한 권 낼 수 있을까 싶던 때,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이렇게 책을 내게 돼 행복하다”며 “제 글에는 외국인 아내, 폐지 줍는 어르신, 시민 활동가, 외로운 아이 등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마주치는 결핍을 품어줄 따뜻한 마음을 담고자 했다. 앞으로도 일가 보면 따뜻해지고 푸근해져서 안심하고 세상을 살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글 쓰기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출신인 김 작가는 현재 나고 자란 전주에서 문화해설사로 손님을 맞고 있으며, 전주서학예술마을에서 다양한 예술을 일상에서 누리며 살고 있다. 그는 1991년 8.15범민족대회 청년통일문학상공모전에서 동화<까치와 까마귀>로 통일상을 수상했고, 2005년 창비어린이 9호에 <외삼촌과 누렁이>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동화집 <금딱지와 다닥이>가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2 18:37

백제시대 학자, 왕인 생애 다룬 그림책 '별을 찾는 아이'

아스카문화를 꽃피운 백제시대 학자 '왕인 박사'의 생애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쓴 그림책 <별을 찾는 아이>(책마을해리)가 출간됐다. 김진 아동문학가와 오치근 그림 작가가 합심해 펴낸 이번 책은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가지고 가 일본 문화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왕인’이라는 인물을 조명한다. 영암이라는 작은 도시에는 왕인과 이어진 ‘왕인박사 사당’과 ‘유허비’ 같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책의 화자는 ‘온이’라는 아이다. 아빠와 별똥별을 보러 간 주인공 온이는 왕인박사 채굴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별에 왕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다고 다짐한다. 순수한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낸 책은 역사와 우주, 꿈을 연결해 진한 울림을 전달한다. 특히 왕인박사의 가르침과 영암의 역사를 상상력 자극하는 그림들과 함께 엮어내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진 작가는 2013년 <강물로 거슬러 오른 고래 한 마리>로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럭키 파트라슈> <노래하는 여전사 윤희순> <범내려온다> <세종대왕을 찾아라> <이순신을 찾아라> 등을 출간했다. 특히 <세종대왕을 찾아라>는 2학년 2학기 초등 인물 교과서에 수록됐다. 그림을 그린 오치근 작가는 섬진강 지리산이 빚은 구례 작은 마을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오징어와 검복> <집게네 네 형제> <개구리네 한솥밥> <평화의 돌> <해치> <흑등고래, 생명 무늬로 피어요> <나는 기다려요> 등이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아빠랑 은별이랑 섬진강 그림여행> <아빠랑 은별이랑 지리산 그림여행>, 가족이 함께한 <초록비 내리는 여행> <언제 어디서나 자연미술놀이> 등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2 18:3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작가-'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것들 때때로, 세상의 어법이 해독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접하는 상황이나 기분 때문인지, 권력적 구조 때문인지 경계가 모호할 때 그렇다. 그럴 때면 이 세계가 너무 거대하고 무거워서 막막하다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언어가 가진 자의 것이라면, 약하고 소수인 누군가는 무엇으로 말하고 버텨야 하나. 어떻게 나를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을까. 먹고 싶은 반찬이 무엇인지 묻지 않기 때문에 선택할 수도 없다. 머리카락을 기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짧은 머리의 미소년이 되어야 했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삶에 선택되었을 뿐 그녀는 장애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나날을 살아왔다. 그녀, 누구도 장애를 선택하지 않았다. 시설 안에서의 장애인은, 다수의 중증장애인을 사회복지사 1인이 지원하는 구조 때문에, 개인이 불편해야 다수가 편하다는 암묵적 수용을 한다. 그렇게 불편함을 견딘다. 억압과 해방을 주는, 몸과 맘을 이루는 나의 물질로 이루어지는 세계에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장애는 삶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 생(生)의 전부라서 나의 모든 것을 옭아매고 만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상황일 때는 사람과의 관계나 일상이 모두 예민해진다. 현재의 장애가 감기처럼 지나가지 않는다면, 평생 그 예민함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온전한 나’라서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남의 문제’로 여기는 ‘나의 문제’이며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태도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이다. 임은주, 국화, 미숙, 차지숙, 이지숙, 정아, 최송아, 모두 일곱 명의 그녀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나와 너의 기록으로 완성한 손바닥 에세이다. ‘가족의 선택으로 시설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오거나 할머니와 살아온 시간이 더 많던 그녀. ‘늘 남의 시선이 먼저’ 보였던, ‘민폐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그녀. ‘온전한 나’로 살고 싶은 마음이 담긴 솔직한 이야기는 ‘일곱 개의 새로운 언어’로 드러난다. 인생이란 스스로 ‘밀어야만 열리는 문’이라는 성장기를 완성해 냈다. 한때 좌절했으나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타인의 장애나 고통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의 말은 일회성 위로일 뿐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나를 속이며 스스로 ‘나의 분석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그녀.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간절함이 더해져서 어떤 장애, 역경에도 정직하게, 현상을 돌파하는 지혜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답을 얻기까지 그녀들은, 참 얼마나 아팠을까. 거울을 보고 조심조심 발라도 지멋대로 발라지는 게 장애 때문이라던 생각을, ‘원래 내 생김새’라며 자신에게 ‘예쁘다, 귀하다’ 말을 건네는 그녀. 늘 글을 배우고 싶었지만, 손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포기하던 그녀가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는,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그녀. 결혼과 이혼, ‘평화로운 하루를 좀 더 빨리 갖지 못한 것’을 꼽는 그녀의 마음을 따라갈 때 우리도 함께 안타까워지고. 그런 그녀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활동가이자 인권 강사이며 상담가인 다니엘을 만나며 ‘누군가가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꿈을 다시 꿀 때는 우리도 그녀와 함께 행복해진다.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지 않을 때 그가 잃어버린 오늘은, 우리의 내일로 온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절망이 아니라 나의 절망이고, 너의 절망인 채로 두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시선이 곧 나의 시선’이므로, ‘그들의 시선을 판단하는 것은, 내 시선’이므로 ‘편견의 족쇄를 푸는 열쇠는 내 눈에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정숙인 작가는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백팩'으로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몇 편의 단편소설과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2017)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10.22 18:34

자연특별시 무주의 특별함이 세계를 사로잡다

지난 17일 중국 후저우시에 ‘무주군 무주읍’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제5회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Best Tourism Villages)’에 선정된 것. 유엔 세계관광기구(UN Tourism, World Tourism organization)는 이날 개최된 ‘2025 유엔 최우수 관광마을 기념식’에서 지속 가능한 관광과 지역사회 발전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세계 52곳의 마을을 시상했다.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의 반열에 선 ‘무주군 무주읍’은 이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 글로벌 관광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유엔 세계관광기구가 인정하고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은 세계 각지의 숨겨진 관광지 중 지속 가능한 관광을 통해 지역문화 자원을 보존하고 지역사회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마을로, 2021년부터 유엔 세계관광기구가 해마다 문화 및 자연 자원, 경제·사회·환경적 지속 가능성, 관광 개발 및 가치사슬 통합 등의 항목을 평가해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세계 65개국 270개 마을이 신청했으며 이 중 52곳의 마을이 ‘제5회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무주군 무주읍’과 ‘양평군 양수리’ 2곳이 이름을 올렸다. ‘무주군 무주읍’은 올해 1월 ‘제5회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 공모에 도전장을 냈으며 2월에 국내 후보지 8곳 중 1곳으로 선정됐다. 이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현장답사 및 후보 마을 컨설팅을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본선 공모에 출품해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의 주인공이 됐다. ※ 유엔 세계관광기구(UN Tourism)_전 세계 관광산업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관광 촉진을 목적으로 1975년에 설립된 유엔 산하 전문 기구로 본부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해 있다. ⃟ ‘무주군 무주읍’에 쏠린 눈 유엔 세계관광기구는 ‘무주군 무주읍’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힐링 여행 마을, 미래 세대와 함께 누리는 아름다운 환경 도시’를 지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주읍은 자연특별시 무주군의 중심지로서 △향로산 자연휴양림과 남대천, 반딧불이 보호구역 등을 품은 청정지역, △보물 한풍루와 무주향교 등이 대변하는 전통문화의 고장, △무주반딧불축제와 무주산골영화제가 활기를 불어넣는 환경생태문화휴양지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환경 지표 곤충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국내 최고의 힐링 여행지라는 점에 공감했으며 무주반딧불축제는 친환경축제와 여행을 결합한 ‘에코투어리즘(Eco Tourism)’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현재 시행 중인 ‘남대천 주변 야간경관 사업’을 비롯해 ‘태권브이랜드’, ‘생태모험공원’ 등 관광 개발 사업들 역시, 세계적인 관광마을의 품격을 높일 동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무주 마실길(금강마실길, 금강맘새김길), 소이나루공원, 지남공원, 공립 최북미술관, 김환태문학관, 무주상상반디숲(복합문화시설) 등의 생활·문화자원이 ‘삶터’로서도 충분한 무주읍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의 명성은 무주군 무주읍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디딤돌이다.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이 되면 유엔 세계관광기구(UN Tourism) 공식 로고 사용과 공식 홍보 페이지 제작이 가능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관광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관광과 지역 공동체 발전 모델로 주목받는 만큼 문화유산 보존과 친환경 관광 촉진 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더불어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 네트워크’ 내에서의 시너지 효과와 후속 지원이 지역 관광 브랜드 가치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주군은 무주읍의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 선정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유엔 세계관광기구(UN Tourism) 주관 국제행사 유치, △최우수 관광마을 관련 상품의 상설화, △관광 및 지역개발 관련 국내외 공모사업 참여 등 연계 사업 발굴과 대외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K-관광수도 자연특별시 무주’의 매력이 동력 무주군은 무주읍의 자연과 전통문화, 관광자원을 토대로 한 ‘K-관광수도 자연특별시’다. △반딧불이가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 대표 청정지역이자 △태권도원을 품은 세계 태권도 성지,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무주반딧불축제와 무주산골영화제가 펼쳐지는 친환경 문화관광 도시이며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이자 전북특별자치도 동부산악권 교통의 요충지인 것이다. ‘안성 칠연지구 관광 자원화(2020~2025)’, ‘구천동 33경 관광명소화(2024~2026)’ ‘덕유산 산림욕장(2022~2025)’, ‘둘레길 조성(2021~2025)’, ‘부남면 금강변 관광자원 활성화(2020~2026)’ 사업 등을 통해 또 한 번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무주군은 문체부로부터 지역관광발전지수 1등급(관광 기반시설 보유 정도, 관광객 방문, 정책적 노력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을 획득하며, 전국 10대 지역 관광 매력 도시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인터뷰-황인홍 군수> “무주군 무주읍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문화자원, 친환경 생태관광의 우수성, 그리고 주민 여러분의 애향심이 자연특별시 무주를 유엔 세계관광기구가 인정하는 최우수 관광마을로 만들었습니다” 황인홍 군수의 야심찬 일성이다. 황 군수는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 선정은 단순한 수상이 아니라,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대한민국 지역 관광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대열에 선 만큼, 무주만의 고유한 관광 모델을 구축해 지역소멸 위기 또한 거뜬히 극복할 수 있는 모범답안을 제시하겠다”라고 밝히면서 “관광을 기반으로 생활 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쟁력 강화에 힘써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무주다운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 무주
  • 김효종
  • 2025.10.22 18:28

[사설] 삼성전자 ‘고창 스마트허브단지’ 새 성장축 기대

2025년 11월 10일 삼성이 전북에 대규모 사업장을 짓는 최초 사례인 삼성전자 스마트허브단지(물류센터) 착공식이 고창신활력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부지에서 개최된다. 고창 스마트허브단지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18만1625㎡(축구장 약 25개 규모) 부지에 건립되는 데 자동화 기술과 친환경 설비를 융합한 차세대 물류 인프라로 조성된다고 한다. 이번 사업은 당초 3000억 원 규모로 계획됐으나, 공사 확정 과정에서 총사업비 3500억 원 규모로 확대되었다. 이를 통해 향후 남부지역의 원활한 물류∙유통체계를 구축하고 호남권 대규모 첨단 물류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완공 이후에는 직·간접 고용 500명 이상이 예상되며, 관련 협력업체와 부품업체 유입을 통한 전북 서남권 산업 생태계 활성화가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구축하는 고창 스마트허브단지는 로봇, 컨베이어 등 자동화 장비의 연동과 유지보수 시스템을 핵심으로 하고 있어, 향후 첨단 자동화 설비 기업들의 연쇄 투자 및 이전 효과도 전망된다. 고창군은 이번 착공으로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이 다시 지역에서 쓰이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을 것이라며, 지역 상권과 일자리 창출 등 다방면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사 기간 동안 시공사와 협력업체는 지역 내 소비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고창 관내 숙박시설, 음식점, 주유소, 장비 임대업체 등이 공사 인력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주요 이용처가 될 것으로 보여 오랜만에 새로운 활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삼성전자 스마트허브단지 착공은 단순한 물류센터 건립을 넘어, 지역 균형발전과 첨단 산업 전환의 상징적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7년 완공 후 가동이 본격화되면, 고창은 명실상부 전북 남부권의 스마트 물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전북 투자는 기왕에 발표되었던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과 연계한 SK의 전북 투자 사업도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하게 한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 등이 준비한 전북의 RE100 산업단지와 신재생에너지 단지, 태양광 사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계획한 각 지자체들의 공약과 협약이 적극적으로 실현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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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2 18:25

[사설] 지방의원 줄 세우기, 구태정치 이제 그만

내년 6월초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정가에서는 지방의원들의 볼썽사나운 줄서기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전북에서는 공석이 된 더불어민주당 도당위원장 선거와 맞물려 지방의원들이 줄서기 구태정치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윤준병 국회의원의 전북도당위원장 출마 기자회견장에는 도의원·시의원과 지지자 등 1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 같은 모습은 22일 열린 신영대 국회의원의 출마 회견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총선을 앞두고, 당 윤리규범의 ‘경선 중립 의무’ 조항을 들어 도의원과 시·군의원 등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특정 후보 공개 지지 금지’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이 지침은 공직선거에만 적용되고 도당위원장 경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애초 민주당의 지침이 당 분열을 조장하는 충성 경쟁을 근절하자는 취지라면 당연히 도당위원장 경선에도 적용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당의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출마 회견에 세 과시를 위해 지방의원들의 공개 지지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음으로써 지방의원 줄세우기 구태를 재연한 셈이다. 당내 충성경쟁을 유발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중앙정치 예속과 지방의원들의 줄서기로 인해 지방정치는 실종되고, 지역 패거리 정치만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자신의 당선이나 정치적 위상 강화를 위해 지방의원들을 줄 세우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본분을 내팽개친 채 공천권을 쥔 지역위원장에게 줄을 서서 충성경쟁에 몰두하는 지방의원들, 모두 반성해야 한다. 이런 행태가 대한민국 지방정치를 후퇴시키고, 지방의회의 역할과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낸 유권자들의 책임이 크다. 지방의원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지역주민보다 공천권을 쥔 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 눈치보기에 급급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정치구도 때문이다. 소중한 국민의 권리를 특정 정당에 통째로 맡겨놓고서 그들의 줄서기, 줄 세우기 행태를 나무랄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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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2 18:25

[의정단상] 계엄과 개혁

2024년 12월 3일 밤, 위헌적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그로부터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요즘, ‘언제까지 계엄 타령이냐’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어느 일간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계엄 직후부터 ‘대통령 행세’를 했다면서 ‘체감임기 1년’이 다 돼 간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가 유난히 빠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계엄에 대한 이야기를 지겨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적잖이 놀랄 일이다. 계엄은 짧았다. 오후 10시28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됐다. 오죽했으면 ‘자고 일어나 보니 계엄이 있었다가 없어졌더라’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로 단시간에 종결된 친위쿠데타였다. 45년 만의 계엄령은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이었다. 민주화운동과 탄핵, 촛불혁명을 거치며 수십년에 걸쳐 성숙해온 우리 민주주의를 우습게 여긴 탓이다. 이번 계엄이 6시간에 그친 것도 국회를 지켜낸 국민 덕분이었다. 누구도 피를 흘리지 않았다고 해서 계엄의 범죄성이 가벼워질 수 없다. 계엄이 단시간에 끝나버렸다고 해서 내란 척결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줄어서는 안 된다. 이번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오히려 더 철저하게 청산의 작업에 임해야 한다. 그 단적인 근거가 ‘포고령 1호’다. 이 포고령에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우리 헌법에서조차 근본을 찾을 수 없는 내용이고, 그래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전면 부정하는 대목이었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장관이 군사정권 때 예문을 그대로 베꼈다는데, 군부독재의 망령이 아직까지 이 땅에 떠돌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지점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를 일러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했다. 그 말에 비추어 보면, 12·3 비상계엄은 암울했던 지난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고 반성하지 않은 후과이기도 하다. 내란의 밤, 국무회의 CCTV 영상 속 국무총리와 장관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문건을 검토했다.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성찰도 없고 죄의식도 없이 계엄에 가담한 엘리트들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들을 철저하게 응징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시는 계엄과 내란의 시도가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반면교사를 삼으라는 국민적 요구다. 완전한 청산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독일은 사법적 처분부터 경제·문화·사회 전반에 이르는 청산을 추진했고, 1945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부터 최근까지 나치 부역자에 대한 재판을 이어왔다. 우리의 경우, 일제강점기 친일파에 대한 청산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친일행위 대가로 받은 토지의 매각대금을 환수하는 작업에 나서면서, 친일파 후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의 청산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벌써 지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12·3 비상계엄을 확실히 심판해야 온전한 개혁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미처 솎아내지 못한 친일과 독재의 잔재도 이참에 뿌리 뽑아야 한다. 불의한 것이 사라진 자리를 민주와 평화, 자유와 창의의 가치로 메우고 다져야 한다. 그 위에 진짜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야 한다. 그래야 비상계엄과 친위쿠데타가 없는 세상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개혁의 방향이다. 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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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2 18:20

[타향에서] 왜 여론조사 결과는 내 생각과 다를까?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는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나 정당 지지도, 계엄이나 탄핵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접할 때 특히 그렇다. 전북처럼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는 그 간극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 주변 사람들은 다 이재명 대통령을 잘한다고 하던데 왜 긍정평가가 60%밖에 안 되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 30% 넘는 긍정평가라니, 너무 높지 않나?” 하는 반응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생각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다양한 연령, 지역, 성별 등을 대표하도록 설계된 표본을 대상으로 한다. 즉, 전북만이 아니라 전국의 민심을 비율에 맞게 반영한 결과라는 점을 잊기 쉽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호남은 약 10%, 대구·경북도 10%, 부산·울산·경남이 16%, 충청 10%, 수도권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전북을 포함한 호남 사람들의 의견이 전국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1명꼴로 반영된다고 보면 된다. 이념 성향으로도 진보 25%, 보수 25%, 중도 50% 안팎으로 분포한다. 이런 전국적인 구성비를 고려해 조사하기 때문에, 특정지역이나 성향의 여론만으로는 전체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전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80%를 넘을 수 있지만, 영남 지역에서는 과반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전국 평균 60%라는 수치는 이런 상반된 지역별 결과를 종합한 ‘대표값’인 셈이다. 결국 여론조사는 ‘내 생각’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평균적인 생각’을 비율대로 담아낸 사회의 거울이다. 나와 내 주변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조사가 틀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차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이나 ‘진실’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론조사에는 항상 오차가 존재한다. 조사 대상이 전체 국민이 아니라 무작위로 뽑힌 일부 표본이라는 특성 때문에 표본오차가 발생한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p의 오차범위라면, 50%라는 결과는 실제로 47~53% 사이일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비표본오차는 질문 문항이 분명하지 않거나, 자료처리를 잘 못했을 때 발생한다. 사람이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차로, 표본오차보다 더 클 때도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는 표본오차와 비표본오차를 감안한 추정치로 이해해야 한다. 조사방법의 차이도 결과를 달리 만든다. 숙련된 면접원이 직접 응답자와 대화하며 수행하는 전화면접조사는 대표성이 높고 응답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기계음에 의한 자동응답(ARS) 방식은 응답률이 낮고 정치 관심도가 높은 사람들의 응답이 몰릴 가능성이 커 왜곡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과학적인 표본 설계와 절차를 거친 조사인지, 아니면 특정 대상자 중심으로 여론을 단순히 집적하여 보여주는 비과학적 조사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론조사를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여러 요소를 함께 살펴보는 수고로움이 요청된다. 그러나 그 수고만큼 우리는 더 실재에 가깝게 민심을 읽을 수 있다. 여론조사는 내 주변의 세상보다 훨씬 넓은 세상을 비춰주는 창이다. 그 창을 통해 보이는 모습이 낯설다 해도,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온전한 모습에 가까울 수 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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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2 18:19

[기고]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는, ‘함께 가을’ 전주페스타”

인류의 역사는 축제의 역사다. 오래전부터 인류의 삶 한가운데엔 축제가 있었다. 농경사회에서 풍요를 기원하던 제의(祭儀)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의식이었고, 산업화가 진행되며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의 장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축제는 도시가 스스로를 표현하고 시민이 함께 호흡하는 ‘공공의 예술’이자 ‘참여의 무대’로 자리 잡았다. 전주 또한 그 중심에 있다. 가을의 전주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가 되어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축제들이 어우러진다. 책을 읽고, 음식을 맛보고, 음악을 듣고, 공연을 즐기는 다채로운 순간들이 도심 곳곳에서 펼쳐진다. ‘전주페스타’만의 매력적인 풍경이다. 전주의 대표적인 축제들이 ‘전주페스타’로 통합되어 개최된 지 세 번째 해를 맞았다. 올해는 ‘함께 가을’을 주제로 9월부터 10월까지 독서, 한지, 예술, 비빔밥, 막걸리 등 전주의 맛과 멋, 문화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축제가 차례로 펼쳐진다. 각 축제가 저마다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그 가치와 즐거움을 몇 곱절 빛낸다.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 사람이 이어지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또한 도시를 알리고 지역의 미래를 새롭게 빚어내는 힘을 지닌다.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맥주라는 지역의 전통을 세계적 축제로 키워내며, 도시의 상징이자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담은 축제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자 세계로 나아가는 문화 자산이 될 수 있다. ‘전주페스타’ 또한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작년에는 약 30만 명이 다녀가며 103억 원의 소비를 창출했고, 올해 페스타의 문을 연 전주독서대전은 평산책방지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하는 등 큰 화제를 모으며 4만 5천 명이 찾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전주는 K-컬쳐의 원류로서, 전통과 예술문화를 고루 품은 ‘전주페스타’의 지속적인 성장은 세계에 전주의 매력을 널리 각인시킬 기회가 되고 있다. ‘전주페스타’는 10월까지 한지산업대전, 예술난장, 비빔밥축제, 막걸리축제로 이어지며 전주를 설렘으로 가득 채운다. 한지산업대전은 생활 속에서 한지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전주가 가진 문화의 뿌리를 다시금 일깨우고,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는 예술난장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누구나 예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문화의 상징, 비빔밥 축제는 인기가수 공연, 홀로그램 쇼 등 화려한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대형비빔퍼포먼스, 비빔퍼레이드 등 다양한 맛의 향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축제의 마지막은 정겨운 막걸리가 맡는다. 전주의 대표 막걸리 식당들이 참여하는 막걸리 축제를 통해 푸짐한 안주와 함께 막걸리 한 잔 기울이는 낭만적인 가을밤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함께 어울리며 도시의 기억을 쌓아간다. 보고 듣고 먹고 마시는 오감(五感)의 경험이 전주의 이름을 마음에 새겨 넣게 하고,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전주를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될 것이다. 특히, 축제라는 특별한 시간 속에 서로의 어깨를 맞댄 순간들은 추억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하고 경제와 관광이 연계되어 지역 문화산업의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함께 가을’, 전주는 지금 축제의 한가운데 있다. 가을빛으로 물든 전주의 축제에 모두 하나 되는 시간을 꼭 함께하시길 바란다. /윤동욱 전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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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2 18:19

[국감] "특정인 밀어주기 의심"…전북대 교수 채용 비리 의혹 질타

22일 전북대학교 진수당 1층 77주년 기념홀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감사1반 주최로 전북교육청을 포함한 전북대학교, 전북대병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됐다. 피감기관은 전북대학교, 전남대학교, 제주대학교,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 전북교육청, 광주교육청, 전남교육청, 제주교육청 등 10곳 기관이 대상이다. △전북대학교=국정감사에서 미술학과 교수 채용 비리 의혹과 금품 논문 거래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진행 중이던 전북대 미술학과 교수 채용이 채용심사에 참여했던 교수가 1차 합격자의 개인정보를 지원자에게 제공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심사는 올해 1월 중단됐고,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교수 채용 과정에서 학과장이 독단적으로 추가한 채용 자격 항목은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면서 “이 사건 제보자가 전북대 관계자로부터 회유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는 만큼 전북대는 적극적으로 감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도 “채용 과정에서 심사 항목이 기존과 다르게 변경됐는데 특정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항목이 끼워 넣어진 정황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게다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와 지원자가 작품전도 같이 하는 등 특수관계라는 의심도 나온다”고 했다. 이에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채용 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있었다. 경위가 어떻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답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연구재단이 논문을 분석해 보니 짝퉁·허위의 논문공장을 이용한 총 국내 논문은 44편이고, 그중 15편(35%)이 전북지역 대학으로 나타났고, 전북대 역시 3편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전북대병원= ‘의료대란’ 이후 전공의 복귀율과 필수 의료 인력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전공의 복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필수 의료과 기피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사태가 계속된다면 필수 인력 공백은 얼마나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양종철 전북대병원장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이번에 근무를 중단했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상황이 내년에 필수과를 기피하는 상황으로 연결된다면 큰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의료대란 후 인턴 포함 전공의 복귀율은 85%, 레지던트 필수 의료과 충원율은 60%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전북대병원의 작년 적자 규모는 약 4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북교육청=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전북교육청의 정보교사 배치율이 28%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며 “AI 시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정보교사 배치율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유정기 전북교육감 권한대행은 “일단 내년에 큰 학교 중심으로 정보교사 15명을 신규충원할 예정이고, 작은학교는 순회 교사 63명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무상교육과 관련한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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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모
  • 2025.10.22 17:19

[현장] “다양한 정보 얻을 수 있어서 좋아요”···제2회 사회서비스 박람회 가보니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아요” 22일 오전 10시께 전주실내체육관. 제2회 사회서비스 일자리+산업박람회에 참여한 시민들로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각종 정보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시민들은 각종 부스를 찾아가 질문세례를 쏟아냈다. 제2회 사회서비스 일자리+산업박람회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성장과 산업화를 촉진하고, 첨단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복지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첫 개최 이후 전북대학교와 공동 개최를 통해 전문성과 실효성이 한층 강화됐다. 박람회장에는 60여 개의 전시·홍보·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또 AI 돌봄서비스, 스마트 헬스케어 등 복지와 기술이 융합된 혁신형 사회서비스 사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박찬혁(70)씨는 “인생 2막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데, 한 곳에서 다양한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방문객 장모(78·여)씨도 “장애인과 노인들이 만들어낸 제품들을 살 수도 있고 박람회의 구성도 다양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참여 부스들도 방문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북지부 부스 관계자는 “장애인들의 구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의 구직의지”이라면서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구직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공단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고, 오늘 박람회에서 구직등록을 해주면 추후 직업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생산물품을 판매하고 있던 동암자활자립장 관계자는 “오늘은 시설에서 장애인들이 함께 만든 두부 등 제품들을 판매하러 나왔다”며 “장애인분들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잘 몰라서 못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사회서비스원 강상규 대외전략팀 과장은 “이번 박람회에서는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사회서비스 부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며 “일자리 관련 상담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 사회서비스산업에 대해 알리는 등 사회서비스산업 자체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노홍석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는 “전북은 사회서비스 산업화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다양한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며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사회서비스가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 기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 경제일반
  • 김경수
  • 2025.10.22 17:15

공공와이파이 철거됐는데도…전북지역 28개소 회선 사용로 과·오납

전북 공공시설 등에 설치된 공공와이파이가 철거된 이후에도 지자체에 회선 사용료가 부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사용료 과·오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국민의 힘 신성범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 지역에서 공공와이파이 철거 후에도 회선 사용료가 부과된 곳은 총 28곳이다. 관련해 1128만 원 상당의 회선 사용료가 부과돼 과·오납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와이파이는 통신 연결을 원활하게 하고 통신비를 경감하기 위해 공공장소에 접속장치를 설치하는 무선 인프라 시설이다. 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통합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통신사에서 유지 보수, 해지 및 철거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시설 건물을 이전하거나 폐쇄하는 과정에서 와이파이 관련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철거된 후에도 회선 사용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성범 의원은 “과·오납된 회선 사용료는 원인을 파악한 후 환급 조치돼야 한다”며 “과기부는 와이파이 사용량이 현저히 적거나 철거 등 상황이 발생한 지자체 등에 이 사실을 통보해 과·오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실을 파악한 전북도 등 도내 지자체들은 과·오납된 액수만큼 통신사로부터 회선 사용료를 차감받거나, 향후 시설 설치 예산을 감면받는 등 방식으로 조치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특별자치도 관계자는 “건물을 사용하다 이전을 했는데 와이파이에 대한 부분을 놓쳐서 사용료가 계속 부과되는 경우가 일부 있었다”며 “지자체와 통신사 간 소통이 잘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각 지자체에 관련 인력이 적다 보니 이 사안에 대해 놓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분기마다 지자체에 1회 이상 공문을 보내 공공와이파이 요금이 과·오납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공공 와이파이와 관련해 기관별로 단절된 상태의 시스템을 단일기준 데이터로 통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한별 전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 문제는 데이터·실제 업무·계약이 모두 따로 움직이는 구조적 문제로, 철거하는 실제 작업과 요금을 내는 재정 업무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이 핵심”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 와이파이 시설물 설치 및 납부 현황을 관리기관인 지능정보사회진흥원으로 단일화해 와이파이 상태가 철거 완료로 바뀌면 자동으로 요금 청구를 중단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회일반
  • 김문경
  • 2025.10.22 16:49

[줌]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나의 이름값은 얼마나 될까”

“나의 이름값은 얼마나 될까?” 지난 21일 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 2학기 3강이 한국전통문화전당 4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김병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전통언어 문화의 가치와 이름에 담긴 철학을 풀어냈다. 그는 국제서예가협회 부회장과 호남고전문화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 강암 연묵회 회장 등 서예와 관련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이번 강의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의 근거이자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김 교수는 “공자는 ‘정명’이 곧 정치의 시작이라 했다”며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의 근거이자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자식에게 지어준 이름은 좌우명이며, 한 글자마다 살아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시대 학자들의 이름과 호(號), 자(字)에 담긴 철학을 예로 들며 “남명 조식의 호처럼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도리가 이름에 담긴다”고 했다. 또한 “현대의 건축물이나 공간에도 이름을 통해 이야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자신이 직접 현판을 쓴 전주술박물관의 ‘대형’, 선비체험관의 ‘만하’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술은 가득 차면 넘치고 사람도 교만하면 넘친다’는 뜻으로 ‘계형’을 썼다”며 “이름 하나에도 겸손의 미학을 담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주동물원의 현판 ‘기린원(麒麟苑)’도 예로 들며 “기린은 훌륭한 제왕이 태어나기 전 나타나는 상서로운 동물”이라며 “전주는 그런 인재의 고장임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이름값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는 “나는 나의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는가와 내 아들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이름을 남겨줄 자신이 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며 “이름은 단지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과 행위가 만들어지는 신용”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사람들
  • 김경수
  • 2025.10.22 16:45

"우승은 했지만, 아직"⋯전북현대 거스 포옛 감독의 갈증

"결과적으로는 정말 좋은 결과를 냈지만, 아직 제가 원하는 경기력과 거리가 먼 때가 있어요." K리그 감독 1년 차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전북현대모터스FC 거스 포옛 감독이 22일 상암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이 말했다. 거스 포옛 감독은 4년 만의 K리그1 우승, 7년 만의 조기 우승이라는 큰 업적을 이뤘지만, 더 나은 목표를 향한 갈증이 남아 있었다. 그는 "우승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축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작년에 승강 플레이오프로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우승 트로피를 올린다고 생각이나 했겠나. 내년에 더 경쟁력 있고 더 나은 축구를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부임한 포옛 감독은 첫 두 달 동안 전북현대를 지켜보면서 '아, 이 팀이 정말 힘들었구나!'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전술적으로나 공격·수비의 실력은 시간이 걸려도 개선되지만, 전북현대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바꿔 나가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포옛 감독이다. 그는 "이번 우승 트로피가 정말 저에게 의미가 깊다. 이루기 어려운 목표였다.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저희가 하려는 게 무엇인지, 각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왔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북현대 역사의 산증인인 '원클럽맨' 최철순 선수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포옛 감독은 "최철순 선수는 정말 프로페셔널하다. 시즌 초반에 전북현대 A팀에서 경기를 못 뛰었는데, 그때마다 N팀에서 뛸 수 있으면 뛰고 싶다며 먼저 물어볼 정도였다. 선수단 전체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철순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첫날부터 '레전드'라고 불렀다. 이제 다른 선수, 스태프들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의 마지막 시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돼서 너무 기쁘다. 행복만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며 웃어 보였다. 이제 1년 됐지만, 선수들과도 사이가 많이 두터워진 모습이었다. 지난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경기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 짓고 화제가 된 전북현대 선수들의 끼에 대해 언급했다. 포옛 감독은 "그날 저희가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천의 결과를 봤어야 한다. 정말 즉흥적으로 준비된 것 없이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잘 췄다"면서 "이후 (중계사와의) 인터뷰 도중 송민규, 이승우가 난입해서 물을 뿌렸다. 다 젖어서 바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선수들이 저를 괴롭혔기 때문에 아마 이번주는 많이 뛰어야 할 것 같다"고 농담했다.

  • 전북현대
  • 박현우
  • 2025.10.22 16:44

[전주시의회 5분 발언] 전주시 50년 숙원, 솔내로 도로 개설 촉구

전주시의회가 22일 제42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었다. 이날 임시회에서는 의원 7명이 5분 발언을 통해 시정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혜숙(송천1동) 의원= 송천동은 전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임에도 시내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는 송천중앙로 하나뿐이다. 송천동의 교통난을 해소할 현실적인 대안은 솔내로(중로1-7호선) 도로 개설이다. 그러나 솔내로는 1976년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후 반세기 동안 미완으로 남아 있다. 전주시는 솔내로 도로 개설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명확한 추진 일정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라. 또 소로1-546호선과 연계한 교통 분산 방안도 마련하라. △이병하(우아1·2, 호성동) 의원= 건지산은 보존과 개발 사이의 선택지에 놓여 있다. 건지산을 녹지공간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원 조성 등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만약 아파트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면 공사 중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영환 의원(동서학, 서서학, 평화1·2동)= 기존 소각장은 노후화로 잦은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주시는 신규 소각장 운영 방식도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운영 방식이 재정사업이든 민간사업이든, 소각 방식이 스토커(화격자)든 저온열분해든 전주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전주시는 각 방식에 대한 장단점과 비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전문가·시의회가 참여하는 철저한 검증 절차를 시행하라. △이기동(완산, 중화산1·2동) 의원= 전주시 교육발전특구 지정 1년이 지났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하다. 이제는 교육을 산업(일자리)으로 연계하는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영화·영상 등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산업형 실무교육 강화, 대학·기업 협력TF팀 운영을 제안한다. △한승우(삼천1·2·3, 효자1동) 의원= 전주기접놀이는 전북 무형문화재 제63호로 지정된 귀중한 유산임에도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전수관 관리가 열악하다. 전주시는 전주기접놀이에 대한 적극적인 보전·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관리 체계를 개편해 책임 있는 운영을 추진하라. △김윤철(중앙, 풍남, 노송, 인후3동) 의원= 전주시 곳곳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지역건설업체 참여율은 낮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민간 건설사업에서의 지역업체 외면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공공·민간 건설사업 지역업체 참여 실적 정기적 공개, 민간 건설사업 지역업체 참여율 이행 여부에 따른 인센티브 및 불이익 부과를 촉구한다. △송영진(조촌, 여의, 혁신동) 의원= 쿠뮤필름스튜디오 입주는 전주시가 글로벌 영화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의 기회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속도와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담팀 구성 등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 자치·의회
  • 문민주
  • 2025.10.22 16:43

전북 국유림 무단 점유 꾸준히 적발…"강력한 조치 필요"

전북에서 매년 국유림 무단 점유가 발생하고 있어 관련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 지역의 국유림 무단 점유 현황은 지난 2022년 431건, 2023년 457건, 2024년 441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단 점유 유형은 농경용과 진입로, 주차장, 주거용, 종교용 등으로 다양했으며, 매년 40㏊가 넘는 국유림이 무단 점유되고 있었다. 이러한 국유림 무단 점유에 대해 산림청이 원상회복 및 철거, 대부, 매각 및 교환 조치 등을 취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13% 남짓한 무단 점유 면적만이 조치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국유재산법 72조는 국유림 무단 점유자에 대해 사용료나 대부료의 120%에 상당하는 변상금을 징수하도록 하고 있으나, 지난해 기준 징수율은 13.2%에 그쳤다. 윤준병 의원은 “국유림 무단 점유는 국가의 공익적 기능을 저해하고 국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다”며 “그러나 30년 이상 장기 무단 점유 면적이 절반에 육박하고 변상금 수납률은 13%에 그치는 것은 국가가 불법행위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속해서 방치할 경우 버티면 내 땅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확산시켜 불법을 조장하도록 하는 시그널로 변질될 수 있다”며 “산림청은 무단점유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변상금 징수율 제고를 위한 강력한 조치 및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경계 침범 방지 표주 설치 등 국유림 무단 점유 행위와 관련한 지속적인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유림 무단 점유에 대해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변상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며 “변상금은 주거용, 경작용 등 점유 목적과 면적을 파악해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적 최근에 국유림 무단 점유가 발생한 것이라면 곧바로 정리를 하고 있다”며 “무단 점유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반환 안내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특정 관리가 필요한 곳에 대해서는 경계 표주를 설치하는 등 꾸준한 관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 사회일반
  • 김문경
  • 2025.10.22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