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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올 더 머니(원제/세상의 모든 돈)>는 197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의 석유재벌 J. 폴 게티의 손자 유괴사건을 다룬 영화다. 세계적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전기작가로 이름을 알린 존 피어슨의 <고통스러운 부자>가 원작. 아이가 유괴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다섯 달 동안의 과정을 담았다. 영화의 주인공(?) 폴 게티는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거부였지만 유괴범들이 열여섯 살 된 손자를 납치하고 귀를 잘라서 보내며 요구하는 몸값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돈을 쓰지 않는 소문난 구두쇠였던 게티는 이 사건으로 수전노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돈을 셀 수 있다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고 했던 J. 폴 게티(1892~1976).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검절약한 삶을 살았지만 아끼지 않고 돈을 투자했던 것이 있다. 8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던 미술품 수집이다.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수집한 미술품을 일반에게 공개했다. 세상을 떠날 때는 유산 7억 달러를 기부하며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 소장품을 넘기고 일반에게 무료로 개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미국 LA에 있는 폴 게티 미술관이 그 결실이다. 폴 게티 미술관은 고대 유물부터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로마, 그리스, 에트루리아 등 고대 유물부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렘브란트의 '야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비례도 '비트루비안 맨' 등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까지 소장 작품이 4만 4천여 점이나 되니 그 위상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게티 미술관이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근 일어난 LA 산불 한복판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덕분이다. LA 산불은수많은 저택과 건축물을 불태우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보관하던 예술품들도 모두 소실되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예술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티 미술관도 건물에서 1.8m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번졌지만,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첨단방재시스템과 체계적인 대응 덕분이었다. 1974년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는 이 미술관을 설계하면서 화재 예방을 염두에 두었다. 자재도 철저히 엄선했다. 넓은 광장을 두고 주변 정원에는 발화 가능성이 적은 수목을 심어 화재 확산을 막았다. 정교한 스프링클러나 엄청난 양을 보유한 물탱크 등 화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도 갖추었다. 산불이 나자 비상 운영 센터를 가동하며 신속하게 나선 미술관의 대처도 관심거리다. 치명적인 재해의 위기에서도 살아남은 게티 미술관의 기적. 우리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교훈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왜 우리는 안 주나요.” 설 명절을 앞두고 이곳저곳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부 지자체가 다시 돈보따리를 풀기로 하면서다. 꽁꽁 얼어붙은 골목상권을 녹이기 위한 ‘민생회복지원금’이다.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당장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이 ‘돈 풀기’ 경쟁에 동참할 수 있는 지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전북지역 지자체가 유독 많다. 전북에서는 김제와 정읍·남원·완주·진안 등 5개 시·군이 전체 주민에게 1인당 20~5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아 살림살이가 빠듯한 지역인데 어떻게 수백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북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도(23.51%)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낮다. 또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진안(6.69%)이 전국 꼴찌다. 당연히 논란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연임이 최대 관심사인 일부 단체장들이 심각한 재정난 속에서 선심행정을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단체장 3선 연임 제한’에 걸리는 익산과 임실은 전 주민 민생지원금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골목상권 살리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원금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과거 조선시대 극심한 흉년이나 재난으로 백성들이 굶주릴 때면 이들을 살리기 위해 나라에서 쟁여 놓았던 곡식을 ‘구휼미(救恤米)’라는 이름으로 풀었다. 심각한 기근으로 세금을 내야 할 농민들이 농사를 때려치우고 정처 없이 유랑하는 사태, 즉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민생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골목상권은 붕괴 위기에 몰렸다. 골목상권, 서민경제를 살려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현대판 구휼미’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맞다. 하지만 곳간이 텅 비어 있는데 대책도 없이 빚을 내 모든 주민에게 곡식을 펑펑 내주는 지방관을 칭송할 수 있을까? 게다가 지난해 말 국회가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정부가 지방교부금을 대폭 감액하면서 지자체의 살림이 더 힘겨워진 상황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민생지원금을 풀기 위해 다른 사업비를 대폭 축소하거나 올 한해 각종 재난에 대비해 남겨둬야 할 예비비를 전부 끌어와야 하고,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 무리한 지원금은 자치단체 살림에 큰 부담을 주고, 그 빚은 결국 주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당장 주민생활 안정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현안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염불보다 잿밥’이거나 ‘부화뇌동(附和雷同)‘식의 결정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당장의 현금에 매혹될 게 아니다. ‘우리는 왜 안 주냐, 이사 가겠다’며 지자체장을 압박할 일도 아니다. 주민들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12.3 윤석열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한달여가 지났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멘붕에 빠져 멍해 있는 것같이 보인다. 해가 바뀌면 새해에 어떤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아 가겠다고 다짐도 하지만 아직도 안정이 안된 탓이지 그런 모습이 안보인다. 그날 밤 너무도 놀란탓인지 대다수 국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지금은 이념적으로 가릴 것 없이 국민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통상 사람을 평하거나 판단할 때 신언서판을 그 기준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학벌이 판치는 우리사회에서는 어느 고등학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를 중요시 하게 여긴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지역도 무척 따진다. 탄핵시계가 빨라 지면서 올 대선을 벚꽃이 필 때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헌재에서 탄핵 판결을 하면 2개월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벌써부터 여야 양측이 대선이 치러질 것을 대비해서 전략짜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국힘은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최대로 부각,선거법 항소심 판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하고 민주당 등 야권은 헌재가 탄핵심판을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한다. 아직도 계엄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가슴 한켠에는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별의별 짓을 다 겪을 수 있다면서 만약 대선이 치러질 경우 제대로 된 인물을 뽑겠다는 각오들로 넘쳐난다. 이제 우리사회도 껍데기만 보고 평가하는 사회가 안되었으면 하는 마음들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듯 그 만큼 사람 속내를 알기가 여간 쉽지 않다. 통상 사람을 평가할때 학경력 위주로 유무능 한가를 가리지만 겉만 보고는 제대로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없다. 속빈강정이란 말이 있듯 겉만 번지르르 한 것 갖고 평가하면 자칫 실수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어중이 떠중이들이 선거판물을 흐려 놓고 있다. 깜냥도 안되는 함량미달들마저 선거판에서 얼굴을 드러내놓고 깐족거린다. 지역에서는 그 사람의 인물됨됨이가 깜냥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따진다. 도지사나 교육감도 똑같다. 느닷없이 천둥에 개 뛰어드는 것처럼 깜냥이 안되는 사람이 선거판에 뛰어들어 판단을 흐리게 한다. 국민들은 이번 비상계엄을 통해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어떤 국가적 피해를 당하는가를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불상사를 겪지 않도록 인물을 잘 뽑아야 할 것이다. 전북에서는 익산시장 자리가 가장 뜨겁고 치열하다. 정헌율 현 시장이 3선인 관계로 다시 출마를 못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놓고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 건교부 제2차관이었던 최정호 전 부지사, 행자부 차관이었던 심보균 익산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그리고 신인가점을 노리고 벚꽃필 때 출마선언할 최병관 행정부지사 등이 거론된다. 월드컵 축구처럼 예선 전 때는 강팀이 맞붙지 않지만 토너먼트로 올라와 결승 때 일합을 겨뤄야 하는 것처럼 민주당 경선을 놓고 한판 대결이 벌써부터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알맹이가 틀실한 인물이 선출되길 바란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노인의 나이 기준은 몇 살이 적절할까. 조선시대의 기본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나이를 기준으로 규정을 달리하는 조항이 나온다. 우선 60세는 여러 가지 역(役)에서 해방되는 나이다. 군역을 담당하는 양인 남성이나 공노비는 16세에 복무를 시작하여 60세가 되면 풀려났다. 60세는 육체적인 노동에서 벗어나는 나이였던 셈이다. 관료로서 일할 수 있는 나이는 이와 달랐다. 조선시대 관료는 중앙관료와 지방관으로 나뉘는데, 지방관에 대해서는 “65세가 지난 자는 지방관으로 임명하지 않는다.”고 하여 65세로 임용 연령을 제한했다. 반면 중앙관료의 은퇴 기준은 70세였다. 70세는 또한 자녀의 봉양을 받아야 하는 나이로 인정되었다. 부모의 나이가 70세가 넘으면 아들 한 명을 군역에서 면제해 주었고 강도나 살인의 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면 수감하지 않는 등 여러 은전(恩典)을 베풀었다. 80세 이상이 되면 혜택이 더욱 많았다. 80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노인직(老人職)이라고 하여 신분에 관계없이 1품의 품계(品階)를 하사하였다. 또 관료의 경우 부모가 80세 이상이면 두 아들이 관직을 사퇴하고 귀향할 수 있었으며, 부모가 90세 이상이면 모든 아들이 역에서 면제되었다(우리 역사넷). 나이가 들수록 국가에서 노인을 더 우대해 준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왕의 평균수명이 48.1세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혜택을 받은 노인은 많지 않았다. 또 중국 고전인 『예기(禮記)』는 10년 단위의 연령 범주를 설정하고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각각에 대해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을 규정함으로써 연령지위를 구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를 전거로 삼았다. “사람이 태어나서 10살이 되면 유(幼)라 한다. 이때는 배운다. 20세가 되면 약(弱)이라고 한다. 이때 관례(冠禮)한다. 30세가 되면 장(壯)이라고 하며 이때 아내를 갖는다. 40세가 되면 강(强)이라고 하며 이때 처음으로 벼슬을 한다. 50세가 되면 애(艾)라 하며 이때 관정(官政)에 복무한다. 60세가 되면 기(耆)라고 하며 이때는 남에게 지시하여 시킨다. 70세가 되면 노(老)라고 하며 이때가 되면 가사(家事)를 아들에게 전한다. 80세와 90세를 모(耄)라고 하며, 7세의 어린이를 도(悼)라고 한다. 도(悼)와 모(耄)는 비록 죄가 있을지라도 형신(刑訊)하지 않는다. 100세가 되면 기(期)라고 하며 이때가 되면 부양된다.” 2500년 전의 고전인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기준은 65세다. 이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근거한다. 44년이 지난데다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나면서 나이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노인회는 지난해 10월, 정부에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매년 1년씩 상향 조정하자는 공식 제안을 했다. 보건복지부도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노인연령 조정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올해는 이러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까. (조상진 논설고문)
임실읍내에 가면 아주 작은 카페 하나가 있다. 이름도 좀 특이한 ‘임실 디디에 카페’가 바로 그것이다. 디디에∼ 디디에∼ 어디에선가 들어본 듯한 단어다. 맞다. 디디에 세스테벤스(Didier t'Serstevens)라는 파란 눈의 서양인, 그가 바로 지정환 신부 아니던가.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됐던 벨기에 출신의 가톨릭 신부인 그는 임실 치즈의 아버지다. 지정환 신부가 1964년부터 마을 주민들과 함께했던 곳이 '임실 디디에 카페'로 변신했다.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 신부로 세례명은 디디에, 임실 지씨(任實 池氏)의 시조가 바로 지정환 신부다. 한동안 잊혀진 듯했던 지정환 신부가 지난달 18일 벨기에 브루노 얀스 주한대사가 임실군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대사 일행은 심민 임실군수 등과 면담하고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역사관 등을 둘러보며 지정환 신부의 업적을 회고했다. 지난해 10월 임실N치즈축제 때에는 임실군이 '벨기에의 날'을 지정·운영했고, 11월 벨기에 '국왕의 날'엔 임실군이 초청받기도 했다. 작은 농촌지역 군에 불과한 임실군이 오늘날 벨기에와 두터운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것은 단 한사람, 지정환 신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난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작고 가난했던 임실에 왔을때 사람들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벨기에는 부자인데, 한국은 왜 가난한가”라고 말이다. 그러자 지정환 신부는 답했다. “벨기에는 할아버지들이 희생을 많이 해서 잘살고, 한국은 조상들이 기술을 배우지 못해 못산다. 여러분이 희생해서 자손들은 잘살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고 말이다. 지금 죽을 고생을 해야만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는 거다. 사람들이 가난함에도 일하지 않는 것을 보며 이대로 있으면 계속 가난이 대물림될 것이 뻔한 상황이기에 지금 행동하고 희생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무려 60년이 지났지만 현 상황에서도 울림이 있는 말이다. 지정환 신부는 주로 임실에서 활동했지만 그가 전한 메시지는 비단 임실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역소멸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전북은 지금 뭔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가난의 대물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계속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면 그것은 곧 가난이 더 심각하게 대물림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은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모든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이 과거와 같은 관성에 의해 이뤄지는 시스템이라면 앞날이 더 어두워질것은 불을보듯 뻔하다. 60년을 한국인으로 살았던 파란눈의 이방인 지정환 신부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며 일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지금 당장 죽을 각오로 희생하고 뛰어라”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10배 가깝지만 인구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적다. 덴마크령에 속해있지만 2009년 덴마크 정부와의 합의로 자치권을 갖게 되면서 국방이나 외교 분야 외에 지하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사법권과 경찰권, 입법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남극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대륙 빙하를 갖고 있다. 국토의 80% 이상이 얼음으로 덮여 있으니 얼음 왕국이라 불릴 만하다. 그중 서해안에 있는 도시 일룰리사트는 빙하 피오르(협만)가 2004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대표적인 관광도시가 됐다. 그린란드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 기후변화의 지표와도 같은 곳이 그린란드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대륙의 거대한 빙산들이 서로 부딪치며 펼쳐내는 아름다운 풍광과 환상적인 오로라를 품고 있는 이곳이 관광이 아닌 다른 연유로 새삼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이미 생태계 변화가 시작됐다.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아 해안 지역 침수와 저지대 국가들의 피해를 가져온다. 이곳에서 녹은 빙하의 물이 전 세계 다른 곳으로 뻗어가 해수면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태양열을 반사하는 빙하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빙하가 녹을수록 이러한 기능은 약화 될 터이니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린란드의 현실에 국제적인 관심과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그런데 그린란드가 또 다른 이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에 재선된 트럼프의 영토확장 대상이 되면서다. 집권 1기 때도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했었던 트럼프는 이제는 군대를 써서라도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차지하겠단다. 국제 질서를 해치는 상대국가 주권 침해 위협에 ‘시대에 맞지 않는 제국주의적 발상’이란 비판과 후폭풍이 거세지만 트럼프의 욕망은 좀체 꺾이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는 왜 그린란드를 영토확장 대상으로 삼았을까. 사실 영토의 80% 이상이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는 오랫동안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상황은 석유 아연 석탄 가스 등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달라졌다. 특히 반도체나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까지 풍부한 그린란드의 지하자원은 영토팽창주의에 골몰해있는 트럼프의 욕망을 충분히 자극했을 터다. 지구 온난화의 위기에 처한 그린란드가 이제는 강대국의 패권 경쟁 대상으로 부상한 현실. 빙하의 눈물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더 두려워진다. / 김은정 선임기자
극과 극, 대립과 갈등의 시대다. 탄핵정국,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정치 양극화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경제·문화·교육 등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서로 달라지고 멀어지는 격차와 불평등, 쏠림과 소외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새해, 전북지역에서는 교통 인프라 격차·지역차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새 철도노선 개통 소식이 유독 많았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30분대 출퇴근’을 실현할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정부는 GTX 노선을 충청·강원권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또 서해안권역 수도권 서부와 충청권을 잇는 서해선·장항선·평택선이 동시 개통됐고,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마무리돼 서울~부산을 잇는 또 하나의 KTX 노선이 개통했다. 이어 삼척~포항 고속철도 완공으로 강릉~부산 동해선 전 구간이 연결되면서 새해 벽두 동해안철도 시대 개막을 알렸다. 그런데 전북은 딴세상이다. 전국 곳곳에서 속속 발표된 교통인프라 확충 소식에서도, 또 정부의 교통혁신 청사진에서도 전북은 없다. 전북만 쏙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서해안권역 3개 철도노선을 동시 개통하면서 ‘서해안 철도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 고양 대곡역에서 시작되는 서해안철도는 충청권까지만 이어졌다. 나머지 군산~목포 구간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서 추가 검토사업에 반영됐을 뿐 확정이 미뤄진 상태다. 군산과 고창·부안·함평·영광 등 호남 서해안권 5개 지자체장들이 ‘서해안철도(군산~목포)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하늘길도 순탄치만은 않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국제공항이 마침내 새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 연말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참사로 인해 ‘정치 논리로 건설돼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 속에 착공조차 하지 않은 새만금공항을 포함해 전국 지방공항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더 싸늘해졌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성과 없이 다시 해를 넘긴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대광법)’ 개정안 처리다. 전북은 중앙정부의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구축계획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현행 대광법에서 대도시권을 ‘특별시·광역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으로 규정해서다. 이에 따라 광역시가 없는 전북권역은 정부의 광역도로망과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번번이 누락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찌됐건 철저한 차별이고, 이 차별이 격차를 키우고 있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교통분야 3대 혁신’전략으로 발표한 ‘지방 대도시권 광역급행철도(x-TX)’ 계획에서도 전북은 없다. 광역시가 없다는 게 그 이유로 풀이된다. 결국 수도권(GTX)과 지방(x-TX) 광역급행철도 계획에서 쏙 빠진 전북은 교통오지 탈출을 위해 대광법 개정의 시급성이 더 커졌다. / 김종표 논설위원
12.3 비상계엄 발령으로 전북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더 견고해졌다. 지난 4.10 총선 때 10석 전석을 석권한 민주당이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말발굽이 딛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어가서 즉각 155분만에 계엄해제를 의결한 것이나 윤석열을 탄핵열차에 싣어 보내는 등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공으로 민주당에 지지를 보낸다. 이처럼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오랜만에 박수를 치고 싶다. 21대 전북 출신 의원들의 존재감이 가장 약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정동영의원을 필두로 이춘석 안호영 김윤덕 이원택 이성윤 박희승의원 등이 탄핵정국 맨 앞에서 기대이상으로 잘 싸워주고 있다. 워낙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맥을 잘 짚고 잘 대응해 간다. 사실 22대가 개원하면서 전북 출신 의원들은 상임위를 중심으로 전북몫 국가예산 확보에 총력을 경주할 태세였다. 하지만 생각하기도 싫은 계엄령 발동으로 국가가 비상사태에 돌입하자 즉각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국회담장을 헐레벌떡 뛰어 넘어 계엄 해제를 시켜던 것. 그날이 평일이 아니었고 대신 의원들이 귀향활동을 벌이던 주말이었으면 큰 일 날뻔 했다. 주술을 워낙 신봉한 윤석열이 화요일 저녁 10시30분을 택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야밤에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모여 탄핵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우신조나 다름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국운이 빳빳했다. 이제부터는 모든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다는 제2건국자세로 임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탄핵판결을 법과 양심에 따라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내란 수괴인 윤석열과 관련자 전원을 체포해서 대한민국의 법치가 살아 있음을 세계 만방에 보여줘야 한다. 다시는 헌법을 무시하고 불법을 자행해서 국민을 놀라게 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국민들은 그날밤놀란 일을 생각하면 사지가 벌벌 떨리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분노를 잊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권력에 눈이 먼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졌다. 헌재가 윤석열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를 대비해서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인다. 다음 지방선거는 탄핵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입지자들은 공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권리당원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민심의 향배가 어디로 쏠려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지방선거가 치러졌지만 제대로 된 인물이 뽑히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사나 시장 군수가 국회의원들 입김과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 되면서 뽑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북 전체가 낙후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해마다 젊은 청년 1만여명이 일자리가 없어 고향산천을 떠나간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 핑계를 댔지만 앞으로는 도민들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모두가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는 것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을 때 혁신적인 역량있는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 돈 안쓰는 선거를 해야 전북을 살리고 발전시킬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 꼴이 엉망이다. 검사출신 망나니 대통령으로 인해 어렵게 쌓아 올린 산업화와 민주화의 빛나는 전통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대통령 권한대행, 체포영장 집행과 거부, 경호처 등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한 용어들이 넘실거린다. 벌써 한달 넘게 이러한 비상사태가 진행되면서 경제는 추락하고 국민들은 불안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행인 것은 탄핵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2030세대들의 밝고 앳된 얼굴들이다. 특히 광화문이나 국회 앞, 남태령 농민시위 현장에는 2030여성들이 대거 찾아와 유쾌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한국의 미래가 밝은 것 같아 좋다. K팝이 흐르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나온 젊은이들이 벌이는 시위는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다. 며칠 전, 눈이 펄펄 날리는 영하의 날씨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몸을 비닐로 감싸고 꼬박 밤을 새운 젊은이들을 보면 미안할 따름이다. 이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태극기 집회다. 주로 노인들이 나와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든다. 이들은 거칠고 공격적이다. 특히 여성 노인들은 거친 욕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주변에서 보는 노인이 아닌, 딴 세상 사람 같다. 태극기 부대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 생겨났다. 당시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선봉에 섰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도했고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저지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이들이 시위에 나서도록 기획·주도하는 세력은 따로 있다. 돈과 권력(종교)을 가진 극우 보수들이다. 그러면 태극기 부대를 구성하는 노인들은 누구며 왜 그럴까. 이들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의 ‘근대화의 역설’과 린 헌트(Lynn A Hunt)의 ‘가족 로망스’를 원용한 분석이 비교적 그럴듯하다. 근대화의 역설은 인간은 근대화로 자유를 얻었지만 이를 개발하고 발휘하려는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어떤 절대적 권위체에 복종하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가족 로망스는 가족이 확장된 형태로 국가체제를 이해한다. 이들 이론은 모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권위주의나 전체주의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불안감을 가진 노인들은 자기 존재를 알아주는 보수단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존감이 살아난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은 모두 노인들 덕분이요, 노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치켜 세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주눅들고 상처받은 모멸감이 이들의 선동을 만나면서 분노로 증폭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들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부자노인과 가난한 노인, 액티브 시니어와 소외된 노인 등 양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태극기부대 노인들은 이런 양극화가 드리운 짙은 그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조상진 논설고문)
을사년 새해 사람들은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한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데 향우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도 ‘지역감정’은 터부시되는 단어 중 하나다. 호남과 영남으로 대표되는 지역감정은 크고작은 선거때마다 광풍이 불듯 거의 모든 이슈를 덮는 메가톤급 위력을 보여왔다. 평소에는 수면하에 잠복해 있다가 선거때만 되면 어마어마한 광기를 부리곤 했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소위 3김시대가 저물면서 지역감정은 수그러든듯 해도 적어도 영남과 호남에서 특정정당 독식현상은 과거와 전혀 다를 바 없다. 30년전 떠올랐던 ‘지역등권론(地域等權論)’을 기억하는가. 1995년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35년 만에 단체장을 직접 뽑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 선거때 DJ(김대중)는 ‘지역등권론’을 화두로 던졌다. 그동안 TK, PK 패권주의 속에서 살아왔으나 첫 자치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패권주의가 아닌 등권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호남권과 충청권도 영남권과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DJ는 마법의 지역등권론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결국 집권하게 된다. 집권 세력을 탄생시킨 특정 지역이 다른 지역에 군림하는 지역패권주의에 종언을 고하게됐고, 그 이후 지방화 시대가 열리면서 외형상으로는 지역등권주의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지역등권주의를 통해 지역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DJ의 꿈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참으로 멀기만 하다. 여전히 영남패권주의가 만연해 있고 호남, 그중에서도 전북은 낙후와 소외의 늪에 빠져 있는게 현실이다. 하여 을사년에는 특정지역이 국가의 자원과 권리를 독점하는 지역패권의 시대를 마감하길 기대한다. 모든 지역이 같이 대접받고 협력하는 평등한 지방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게 작금의 시대정신 아닌가. 얼핏 생각하면 영남 패권주의를 종식시키는게 급선무인듯 해도 그건 시작일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수도권 패권주의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거다. 모든 자원의 배분과 각종 혜택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위주로 주어진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밝은 미래가 없다. 때마침 의미있는 하나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위 '비수도권 지방도시 연대'가 바로 그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도전장을 던진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결 양상이다. 수십년간 지켜봤던 호남과 영남의 대결이 아닌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한판 승부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전북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연대한 지방도시는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충남 홍성(충남 국제테니스장), 충북 청주(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뿐 아니라 영남권의 중심인 대구(육상 대구스타디움)까지 포함됐다. 지역등권론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역시 또하나의 지역일 뿐이다. 그래서 2월 28일 2036 올림픽 국내 후보지 결정 과정과 그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온 국민의 환호(?)를 받으며 문화적 환경을 바꾼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밀레니엄을 연 2000년, 새로운 세기를 여는 설렘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즈음이니 꽤 오래전의 일이다. 2001년에 첫 방송 된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책책책을 읽읍시다’란 코너 이야기다. ‘책책책을 읽읍시다’는 한 달에 한두 권 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코너는 금세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소개된 책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권장 도서가 됐다. 많은 사람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독서 열풍이 불기도 했다. 당시 출판계가 이 프로그램이 가져온 효과를 1,000억 원대 이상으로 추산할 정도였으니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결실은 또 있었다. ‘기적의 도서관’이다. ‘느낌표’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전국에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세우는 '기적의 도서관' 사업을 시작했다. 첫 결실은 2003년 11월에 건립된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관심을 끌자 자치단체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제천, 진해, 서귀포와 제주, 청주 등 기적의 도서관 건립이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건립된 기적의 도서관은 모두 18개, 제주에서 강원까지 고루 포진해있다. 전북에는 2006년에 문을 연 정읍 기적의 도서관이 있다. 기적의 도서관은 대부분 어린이 전용 도서관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도시의 새로운 거점이 됐다. 더러는 소멸 위기에 처한 작은 도시를 새롭게 일구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6월 문을 연 인제 기적의 도서관도 그중 하나다. 인제 기적의 도서관은 개관 당시부터 독특한 설계와 운영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원통형 구조로 설계된 이 도서관은 지하와 지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아름다운 공간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합문화 시설’을 내세운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덕분에 도서관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방문자 10만 명을 넘었다. 인제군 인구가 3만 명이니 3배가 넘는 숫자다. 공공 문화시설 우수사례로 꼽히면서 기적의 도서관은 인제를 새롭게 알리는 명소가 됐다. 덕분에 전국의 자치단체와 학교 등 예약 방문이 뒤를 잇고 있다. 사실 한국인의 독서량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문광부의 2024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 OECD 국가 평균인 16권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시청자들을 책으로 이끌었던 ‘책책책을 읽읍시다’가 웹 예능으로 다시 제작된단다. 한강이 불러온 독서 열풍이 배경이다. 다시 만나게 될 독서 열풍이 반갑다. 기적의 도서관도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왜 이런 곳에 공항을⋯.’ 지방공항이 다시 논란이다. 지난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국 지방공항의 시설과 운영실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직후 무안공항 주변이 철새 도래지라는 점을 들어 입지 선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결국 화살은 철새가 아닌 우리나라 지방공항의 태생적 문제점과 적자 운영 실태를 지적하는 쪽으로 향했다. 정치적 선심공약의 산물로 생겨난 상당수 지방공항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이 같은 현실이 관리부실로 이어져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시장 수요보다는 정치 논리에 입각해 공항 건설이 추진되면서 결국 참사를 불렀다는 논리다. ‘활주로에서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익숙한 비아냥도 다시 나온다. ‘안전’ 문제는 몇 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선을 넘고 있다. 국가적 비극의 원인을 따지는 논의가 성급하게 지방공항 폄하, 지방폄하로 귀결되고 있다. 지방공항이 정치논리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지어지고 있다며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공항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대규모 참사로 인한 국민적 슬픔과 분노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 지방투자의 비효율성 문제로 연결시키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비정상, 기형으로 만들어 놓은 지독한 수도권 중심주의다. 수도권에 확충하는 SOC는 시급한 주민 편의시설이고, 지방에 짓는 공공시설은 쓰잘 데 없는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말인가. 이 같은 일방적 사고가 결국 수도권공화국을 만들지 않았던가. 지금도 수도권 과밀 해소 대책은 지방 활성화가 아니고, 제3기·4기로 이어지는 신도시 추가 조성과 GTX 등 SOC 투자를 통한 수도권 확장이다. 그렇게 지방이 텅텅 비어가고 있는데, 공항같은 공공시설은 중앙집중화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국가균형발전을 외친 역대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도로와 철도·공항·항만 등 SOC 구축 때 수요와 효율성을 앞세운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방 거점도시 공항 건립의 필요성은 넘친다. 물론 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워 무작정 공항을 늘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항의 필요성을 따질 때 경제성·효율성에만 집착할 일은 더욱 아니다. 사람과 재화가 한곳에 집중된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자는 정책에 경제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새해 새만금국제공항 착공을 앞두고 있는 전북은 예기치 않게 다시 불거진 지방공항 논란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다. 이번 참사를 거울삼아 착공을 앞둔 공항시설의 위험 요소와 안전관리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진작에 논란이 된 활주로 연장 문제부터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 김종표 논설위원
전북이 타 지역에 비해 뒤쳐진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교육문제가 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할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계획을 수립해서 실행해 나가야 한다. 그간 전북교육은 김승환 전 교육감이 12년간이나 진보쪽으로 편향되게 교육을 실시하다보니까 일선 학교에서 가장 기본인 학력신장을 소홀히 해 결국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므로 누가 뭐래도 공교육 다양화와 활성화로 학력신장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 다행히도 서거석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학력신장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서 교육감이 취임 절반을 넘기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교육철학과 각종 교육지표가 다른 시도에 뒤쳐져 있는 것을 탈출하겠다는 교육감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전북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 교직원 79.5%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할 정도로 그간 무너진 전북공교육이 바로 잡혔다. 서 교육감이 2006년 제15대 전북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할 당시만해도 전북대의 전국적인 위상이 40위권을 넘나들 정도로 뒤쳐져 있었다. 하지만 거점국립대학이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른 대학에서 벤치마킹 할 정도가 되면서 거점국립대학 평가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이 같은 결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그간 느슨해진 교수들의 연구논문작성을 강화해 나간 것이 주효했다. 초기에는 교수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쳤지만 성과에 미치지 못하면 승진도 할 수 없는 제도 덕분에 학교 분위기가 탈바꿈됐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서교육감은 전북대의 위상을 확실하게 재정립, 다니고 싶은 대학으로 만들어 놓았다. 특히 그가 전무후무하게 연임총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의 결과였다. 그 성과가 지금도 순기능쪽으로 작용, 2023년 첫해에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서 교육감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상급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못 되었지만 근면성실함으로 극복, 장학생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법학교수 시절에도 면학분위기 제고를 위해 발전기금을 내놓는 등 청빈생활 그 자체였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의 사랑의 정신이 교육감 재직시에 더 빛을 발휘하게 되었다. 신독(愼獨)은 그의 생활철학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공사가 분명했다. 교육환경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면서 일선교육현장에서 갈등구조가 많이 생겨났지만 학생인권신장이나 교권보호에 앞장서 비교적 전북교육을 잘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줄곧 학생중심교육을 실시하면서 전북교육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학부모들의 평가다. 특히 자정이 되어야 퇴근하는 모습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어떻게하면 학생중심의 교육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었다. 그 결과 2023, 24년 2년간 교육부 평가에서 최우수 교육청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일벌레라는 지적도 받았지만 AI시대에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더 혁신해야 한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시작됐다. 예전에는 새해에 연하장(年賀狀)을 주고 받았다.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대개 인쇄된 것을 사다가 새해를 축하하는 몇 마디를 적어 보내곤 했다. 우체국에서 파는 연하우편은 따로 우표를 붙일 필요가 없어 간편했다. 일부 화가나 서예인들은 자기의 작품을 넣는 경우도 있었는데 예술성과 함께 정성이 깃들어 좋았다. 연하장에는 으레 송구영신(送舊迎新)과 함께 ‘근하신년(謹賀新年)’ 또는 ‘하정(賀正)’과 같은 문구가 들어갔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근하신년은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으로 새해의 복을 비는 인사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근하신년은 1800년대 말부터 일본에서 널리 사용된 인사말로, 우리나라에는 1925년쯤부터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달리 하정은 삼국시대부터 쓰였다. 신라말 최치원이 당나라 황제에게 바치는 글인 하정표(賀正表)가 그것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년축하 인사말이다. 하정표에는 ‘새해가 시작을 알리는데 큰 복이 오직 새롭기 바랍니다(元正告始, 景福惟新)’는 글귀가 나온다. 며칠에 걸쳐 연하장 수십장을 써보낸 기억이 새롭다. 그러던 것이 점차 줄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카톡이나 문자가 대세를 이룬다. 종이 연하장보다 감동이 덜 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반갑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세태나 기술 발전으로 보아 이것이 또 어떻게 발전할지 모를 일이다. 이와 함께 새해가 되면 관공서나 회사에서 시무식 또는 신년하례회를 갖는다. 신년하례(新年賀禮)는 원래 새해를 맞아 상대방을 직접 찾아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며 축하의 예를 갖추는 것을 말했다. 그런데 요즘은 시간을 내 일일이 인사하는 게 번거롭게 되었다. 그래서 한 곳에 모여 단체로 인사를 나눈다. 전주상공회의소에서 해마다 연초에 개최하는 ‘신년인사회’나 재경전북도민회가 여는 ‘재경 전북도민 신년인사회’같은 게 대표적이다. 또 김제 금산사 등 산사에서도 신년하례법회를 갖고, 대학이나 고교 동창회에서도 동문들끼리 모여 덕담을 나누는 신년하례회를 갖는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나라에 유난히 큰 일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국 민주주의를 45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다행히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탄핵이 진행 중이다. 또 설성가상으로 12월 29일에는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이 전남 무항공항에 추락해 179명이 희생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새해에는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나태주 시인은 ‘새해인사’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라고. 새해에는 모든 날이 평안한 새날이길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5년 대망의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2025년은 광복 80년을 맞는 뜻깊은 의미가 있다. 을사년은 60간지 중 42번째 해인데 을(乙)은 푸른색을 의미하고 사(巳)는 뱀을 뜻한다. 한마디로 ‘푸른 뱀'의 해이다. 한국사에서 을사년은 커다란 충격파를 던진 경우가 많았다. 을사늑약이 바로 1905년 을사년에 체결되지 않았던가. 1905년 11월 17일 일본 제국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다. 그 당시 흉흉하고 스산하며 쓸쓸한 나라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말이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을사년’은 ‘을씨년스럽다’의 어원이라는 주장까지 있다. 조선 성종 16년 (1485년) 을사년에는 조선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경국대전이 반포됐다. 이를 괜히 ‘을사대전’ 이라고 하는게 아니다. 조선 명종때인 1545년엔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태어나고 그 유명한 을사사화가 발생한다. 을사사화는 명종 때 왕실 외척인 대윤(大尹) 윤임과 소윤(小尹) 윤원형의 반목으로 일어난 피의 복수극이다. 오늘날 한국 천주교의 대표격인 명동성당 또한 을사년과 깊은 관계가 있다. 소위 을사추조적발사건이다. 1785년 정조 때 천주교도들의 비밀 신앙집회를 적발해낸 사건을 말한다. 비밀집회를 가진 장소인 김범우의 집이 지금의 서울 명동이다. 1898년 명례방(=명동)에 명동성당이 건립됐다. 똬리를 틀고 있던 푸른 뱀이 바야흐로 새해를 맞아 솟구치려고 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국가나 집단, 개인 모두 더 나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다. 전북은 오랫동안 실패와 좌절이 거듭되면서 부정적 사고가 만연하고 이간질을 일삼는 이들이 도처에서 준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이간질 하면서 무조건 남의 탓을 하는 이들이 잠시 득세할지 몰라도 그 끝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게 바로 준엄한 역사다. 을사년 새해엔 전북도민의 마음가짐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긍정과 도전, 성취와 배려로 무장해야 한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만들어 달에 가겠다는 소위 문샷(Moonshot)을 화두로 던졌다. 달을 더 잘 보기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높여야 한다고 모두가 말할 때 케네디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혁신과 용기를 강조했다. 앞서 1957년 소련은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다. 대충격에 빠진 미국은 그 이듬해에 나사(NASA)를 만들고 마침내 케네디 대통령은 문샷을 제시한 것이다. 10년 내에 인간을 달로 보내겠다는 연설을 했는데 7년 만인 1969년에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했다. 스푸트니크 같은 위기가 닥쳤을때 잘 극복하면 일거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게 세상사다. 지긋지긋한 소외와 체념에 빠져있던 전북은 을사년 새해 단합하고 노력하면 뜻밖의 도약도 이룰 수 있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가 을사년 새해 전북의 문샷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설상가상이다. 예기치 못한 격랑에 휘말린 연말, 교육현장이 난리다. 불확실성의 시대, 종말의 길로 향하던 종이책의 수명이 다시 연장될 것 같다. 국회가 지난 26일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새해부터 초·중·고교 일부 교과에 AI교과서를 일괄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려던 교육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가 AI교과서 도입을 예고했던 새 학기까지. 계획대로라면 이미 AI교과서 선정절차를 마치고 수업 준비에 들어갔어야 할 시점이다. 학교현장의 혼란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교육부가 역점 추진한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놓고 오래 전부터 우리 교육계의 견해가 엇갈렸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전교조를 포함한 100여개 교육·시민사회단체에서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중단 촉구 범국민 서명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각 시·도 교육청의 견해도 엇갈려 혼선을 키웠다. 당장 학교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시·도교육청 차원의 긴급 대책이 요구된다. 어쨌든 새해로 예정됐던 초·중·고교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시기는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당초 AI디지털교과서를 서책형 교과서와 함께 수업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AI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면 기존 종이교과서의 미래는 뻔하다. 또 종이교과서가 종말을 고한다면 다른 종이책의 미래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디지털교과서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종이책 독서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21세기 들어 많은 사람이 종이책, 종이매체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칠판 등 첨단 디지털 기기가 바꿔놓을 미래 교실에 대한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최근 우리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해지면서 글이나 말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데 서툴고, 복잡하고 긴 문장의 해독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스웨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몇몇 국가에서는 디지털 교육에 제동을 걸고,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종이책과 연필을 놓고, 디지털 화면만 들여다본다면⋯. 그래도 괜찮을까?’ 시대에 동떨어진 구닥다리 사고를 좀처럼 떨쳐낼 수 없다. AI시대, 교육현장에 디지털교과서가 자연스럽게 안착하더라도 종이교과서, 종이책의 쓰임새는 여전히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첨단 디지털 기기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가 잃은 것, 지금 잃고 있는 것의 가치도 되짚어 봤으면 한다. 새해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전면 도입될 게 분명한 AI디지털 교과서에 밀려 종이교과서, 종이책이 어느 순간 작별인사도 없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기 전에. / 김종표 논설위원
연말이지만 왠지 허전하고 씁쓸하다. 12.3 비상계엄령 발동에 따른 충격파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계엄관련 소식이 잇달아 나오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총 쏘고 문 부수고 의원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4.10 총선으로 여소야대정국이 만들어졌으면 그에 걸맞는 정치를 했어야 옳았다. 무작정 국정혼란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국민이 만들어 놓은 정치구도를 인위적으로 깨려고 비상계엄을 발동했지만 실패한 쿠데타라서 대통령부터 관련자 전원을 즉각 체포해서 법의 심판대위에 세워야 한다. 국민들은 그날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모두가 심장이 멎어서는 것 같이 놀랬고 155분만에 해제가 됐어도 놀란 가슴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 이유는 45년전 전두환이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계엄령을 발동, 국민들이 유혈사태의 참극을 두눈으로 똑똑하게 목도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총칼로 국민을 짓밟아 보려고 계엄령을 발동한 것은 독재자적 생각으로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피와 땀으로 지켜냈고 발전시켰다. 출동한 장갑차를 가로막고 총부리를 겨누지 못하도록 한 것도 성숙한 시민의식의 승리였다. 지금 국회나 국민들이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초동 대처를 순발력 있게 잘한 것은 칭찬받을만 하다. 그 만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돼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민들의 자부심이 한층 고양되었다. 전 세계인으로부터 K컬쳐에 대한 찬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냥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간 피땀 흘리며 가꿔 놓은 높은 교육수준과 문화적 토양이 그렇게 만들었다. 전북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민들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서 구속시켜야 한다고 땅이 꺼져라고 외쳐댔다. 어린아이들까지도 부모와 함께 손에 손잡고 객사로 모여들어 순식간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의의 큰 울림이 금세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우리 전북인들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의기와 충절로 나라를 지켜냈다. 동학정신이 우리 핏속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지금은 그 누구도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려 놓을 수 없다. 문제는 경제다. 계엄 여파로 환율과 주가 유가가 너무 심하게 출렁거린다. 항상 서민들은 먹고 살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장난이 아니다. 코로나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낸다. 엄동설한에 말라 비틀어진 풀 한포기마냥 생명력을 잃어 간다.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편 갈라 싸우질 말고 나라의 안녕을 되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한덕수대통령권한대행을 찬성 192표로 탄핵시키고 최상목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대행의 대행을 맡지만 운신의 폭이 좁아 국정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중 최근 들어 고시 출신과 중앙 부처 경력자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불과 몇 년 새 두드러지며, 갈수록 선거 판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역량 가운데 국가예산 확보에 따른 사업 추진력을 첫 손에 꼽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공약한 지역 발전의 청사진도 결국은 예산 뒷받침 여부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도 과거 지연과 학연, 혈연 등에 얽매였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후보의 경쟁력과 중앙무대 인맥 등에 주목하고 있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의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도 이런 흐름에 힘입어 전문 관료 출신 다수가 지방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 도청의 행정, 정무 부지사 출신이다. 그중에서 이달말 퇴직 예정인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도 정무부지사 출신으로 익산시장 출마를 노리고 있다. 김종훈 경제부지사도 지난 총선 때 출마 제의를 뿌리치다 최근 전주시장 도전에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김관영 도정의 쌍두마차로 주목 받았던 임상규 전 행정부지사도 완주군수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 외에도 한두 명이 정국 추이를 지켜보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역 단체장인 우범기 전주시장과 정헌율 익산시장, 심덕섭 고창군수도 같은 부지사 출신이라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정치권의 체질 개선은 낙제점 수준이다. 사회 각 분야는 물론 우리 일상도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유독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정치 분야다. 과거 기득권에만 집착하며 새로운 변화 물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된 그들만의 리그는 세대 교체를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변화를 압박하는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개혁 시늉을 내지만 결국은 유권자 심판이 두려운 것이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후보의 전문성과 도덕성, 위기 관리 능력 등을 가점 요인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다. 대개 고시 합격 후 중앙 부처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 보면 나름대로 정무 감각이 쌓이게 된다. 자치단체 입장에선 정부 기관과의 인적 네크워크가 아쉬운 상황에서 그들의 인맥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선거 출마와 관련해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여건이 생각보다 녹록지가 않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돼 지역 인맥을 쌓지 못한 데다 정당 활동 기간도 짧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다행히 시대 요구에 따라 정치권의 인식 변화가 힘을 받는 상황에서 전문가 그룹을 선호하는 추세는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민심을 거스리면 역풍을 맞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당이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는 터라 기득권의 선거 시스템으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며칠전 충북 11개 시군 중 유일하게 철도가 지나지 않는 보은군에서 보은지선 유치를 위한 '범군민 1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말이 10만명이지 보은군 전체인구(3만584명)의 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지역 출향 인사 등의 서명과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목표치를 채운다는 거다. 그동안 보은에는 철도 노선이 없어 지역 주민들은 기차를 탈 기회조차 없었기에 주민들의 열망은 엄청 높다고 한다. 내년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에 '청주공항∼보은∼김천' 노선과 '청주공항∼보은∼상주∼포항' 노선을 반영해달라는 거다. 이 상황을 보면 묘한 데자뷔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약 20년 전 무주군이 태권도원과 기업도시 유치를 할때 거의 전 군민이 동원되다시피해 평가단에게 지역민의 강한 열정을 전했다. 당시 군민의 숫자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동원됐다는 말도 있었다. 지금은 정계를 은퇴하고 고향에서 유유자적 하고 있으나 불도저같은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의 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때는 2003년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운 여름이었다. "2014동계오륜 무주개최 도보행진단"과 전북 무주군민 등 600여명은 7월 22일 강원도청앞 광장에서 김진선 강원지사와의 공개토론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쉽게 말해 앞서 김진선 강원지사가 서명했던 동의서 내용에 따라 강원도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계획 포기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말로 안되니까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까지 걸어가면서 간곡히 여론에 호소했다. 가로 1m, 세로 1.5m로 확대복사한 합의서와 KOC문서를 닫힌 철문너머로 강원도에 전달하는 장면은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면담이 무산된 후 당시 김세웅 무주군수는 강원도청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동계올림픽 무주 유치는 무산됐으나 당시 무주군 도보행진단은 대전~조치원~천안~수원~서울~가평을 거치는 동안 하루 20~30km씩 무려 350km를 걸어 강원도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전북특별자치도는 내년 1월 6일과 7일 대한체육회가 선발한 11명의 평가위원들로부터 현장실사를 받는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육상경기장, 무주 태권도원, 2032년까지 확장 예정인 완주종합스포츠 타운 등이 그 대상이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2월 28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국내 개최 후보지를 확정한다. 김관영 도지사는 직접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전북의 올림픽 유치 열의를 피력할 방침이다. 전북이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부의 의심부터 버려야한다. 제갈량은 일찌감치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이라고 했다. 성패는 추후에 하늘이 결정하지만, 일단 사람이 할 일은 제대로 해야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정말 될까?’, ‘왜 안됐을까?’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선정과 서해안철도 건설이라는 전북지역 지자체의 결이 다른 철도교통 현안에 대한 단상이다. 익산역 광장에 들어서면 지난 2020년 설치된 특이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익산~런던행, 유라시아 대륙철도 가상 승차권’이다.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거쳐 서유럽까지 가는 대륙철도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가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또 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하면서 꿈에 성큼 다가가는 듯했다. 국제기구 가입과 대통령의 메시지는 고속철도역을 대륙철도의 출발역·거점역으로 선점하려는 전국 각 지자체들의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호남의 관문, 교통도시 익산이 이 경쟁에서 빠질 수 없었을 것이다. 유라시아 철도 출발역·거점역 선정을 핵심 시책으로 정하고, 비전 선포식과 함께 정책세미나와 연구용역 등을 추진하면서 수년 동안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관계 경색과 국제정세 변화로 성큼 다가온 꿈의 길이 다시 멀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해 광역 철도망이 속속 확충됐다. ‘동해안 철도 시대’를 열게 될 ‘삼척~포항 고속철도’도 연말 완공돼 내년 1월부터는 부산∼삼척∼강릉 구간 철길이 이어진다. 서해안 철도망은 지난달 초 서해선(홍성~서화성)과 장항선(신창~홍성), 포승-평택선(안중~평택) 등 3개 구간 노선이 동시에 개통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는 ‘서해안 철도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홍보했다.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서해안에 호남은 없단 말인가. 경기도 고양 대곡역에서 시작되는 서해안철도는 지금 충청권까지만 이어졌다. 나머지 군산~목포 구간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서 추가 검토사업에 반영됐을 뿐 아직까지 최종 확정이 미뤄진 상태다. 동해안철도와 비교된다. 철도교통 오지로 전락한 호남 서해안권 지자체들이 최근 철도망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산과 고창·부안·함평·영광 등 호남 서해안권 5개 지자체장들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했다. 서해안 철도망이 허리에서 끊겼다. 이를 연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당위성과 필요성을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국가계획에 반영하고, 즉각 공사에 착수해서 조기에 개통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내년 하반기에 확정·고시할 예정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호남권 서해안철도(군산~목포) 건설사업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익산역,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선정’,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군산~목포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 꼭 그렇게 돼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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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넥타이’와 개헌의 봄
아리랑에 담긴 한민족의 고유정서
고래가 싸우는 세계, 한국의 길
'매커니즘'보다 '구조'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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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땀방울 서린 농지, 지혜롭게 물려받는 법
전북이 ‘골든타임’을 잡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