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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힘과 국가의 역할

서점가가 뜨겁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몰고 온 독자들의 행렬 덕분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주목받는 것은 또 있다. 번역의 힘이다. 2016년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을 즈음해서도 번역가의 역할은 큰 관심을 모았다. 데보라 스미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30대의 영국 번역가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직업으로 번역가를 선택하면서 번역가가 거의 없던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소아스런던대학 에 들어가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채식주의자>는 그의 첫 영문 번역소설이다. 한국어를 배운지 3년 만에 이 작품을 번역하기 시작한 그는 한강의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 등도 번역했다. 이중 <흰>은 부커상을 수상한지 2년 만인 2018년, 다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2016년 <채식주의자>를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던 뉴욕타임스는 한강과 함께 부커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의 품격 있는 번역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부커상을 수상한 그해, 서울국제도서전 초청으로 서울에 온 그는 인터뷰에서 “더 많은 한국문학이 좋은 번역으로 해외에 나가야 하지만 노벨문학상에 대한 한국사회의 집착은 당황스럽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경란과 피에르 비지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공동 번역한 번역가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어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로 번역되어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올해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안겼다. 1990년대부터 번역을 시작한 최경란은 초기에 주로 프랑스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했으나 김영하의 소설을 계기로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30년 넘게 출판업에 종사해온 피에르 비지유는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등을 이미 자신의 출판사에서 프랑스어로 출간했을 정도로 한강의 소설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번역가이자 출판인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번역의 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작가들이 국제적인 문학상을 받으면서 번역에 관심이 커지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한국문학 번역의 물살이 밀려오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들여다보면 한국문학 번역을 이끌어온 것은 문화체육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과 교보생명의 대산문화재단이다. 그러나 시작은 국가기관이 아닌 대산문화재단이 먼저였다. 이제 세계가 한국문학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을 위해서는 번역의 힘이 필요하다. 번역의 동력을 키우는 일, 국가의 역할이 명료해졌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10.15 15:52

식품사막의 오아시스와 신기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서 계획이 틀어지는 상황에 쓰인 우리 속담이다. 통신시설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친구를 만나기 위해 큰 맘 먹고 먼 길을 떠났는데 하필 그날이 장날이라 헛걸음을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장이 서는 날이면 으레 마을 사람 대다수가 장터에 나가 집을 비우게 되는 상황이 속담의 배경이 됐다. 오일장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고파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었다. 지역 주민들의 삶과 문화가 녹아있는 특별한 활력공간이었다. 그 시절 농촌 사람들에게 최고의 휴식·여가공간이자 소통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 냄새 풀풀 나던 ‘오일장(五日場)’이 사라지고 있다. 농촌에 사람이 없어서다. 정부가 오일장이 서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쏟아냈지만 썰물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을 비롯해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 등에 기대가 컸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이런 가운데 농어촌지역 ‘식품 사막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신선하고 건강한 식품을 판매하는 식료품점까지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일컫는 식품사막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오일장마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어촌 주민들은 식료품 구입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 주민 삶의 질 유지를 위해 대책이 필요했다. 정부에서 지난 7월 그 대책을 내놓았다. ‘가가호호 이동장터’다. 식료품과 공산품 등을 실은 특장 차량이 농촌 마을을 찾아가 생필품 구입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사막으로 변하는 농촌에 이동식 오아시스를 만들어주겠다는 발상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가가호호 이동장터’사업을 통해 지역의 식품사막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동장터가 정부와 각 지자체의 기대대로 식품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껏 추진해온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까? 지속가능성이 낮다. 식품 사막화는 결국 농촌 인구 감소가 근본 원인이고, 지방소멸로 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지금 우리 농촌은 식품 사막화가 아니라 그냥 황량한 사막이 되는 게 문제다. ‘농촌의 사막화’가 어찌 식품뿐이랴. 학교도 어린이집도, 약국도, 파출소도, 버스터미널도, 금융기관도 점점 더 멀어지고 있지 않은가. 결국 문제는 ‘지방소멸 위기’로 귀결된다. 돌무더기로는 썰물을 막지 못한다. 앞으로도 시골 마을에 식료품 상점이 새로 들어서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구절벽 시대, 지금도 진행형인 ‘농촌 엑소더스’ 행렬을 마주보며 마을로 들어오는 식료품 트럭으로는 오아시스를 만들 수 없다. 먼저 농어촌 면 소재지의 공공 인프라를 강화해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사라져가는 오일장이 활력을 되찾는다면 이게 바로 식품사막의 오아시스 아닐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10.14 17:17

안호영의원이 통합키맨

1997년 이후 4차례나 시도했던 전주 완주 통합 문제가 어떤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내년 5월 주민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여론의 흐름은 반대가 앞선다. 그 이유는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 반대로 3차례나 무산된 것보다 완주군민들의 반대강도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전주 쪽에서 강하게 찬성 드라이브를 걸면 완주쪽 반대가 더 높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민들은 대체적으로 찬성 하지만 완주군은 군의원과 각급 사회단체가 반대대책위를 구성해서 읍면별로 죽기살기식으로 반대에 나선다. 이 때문에 찬성 측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도 반대측의 반발만 사 자칫 소모적 논쟁으로 그칠 공산이 짙다. 특히 김관영 지사가 인구감소를 통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공약으로 통합을 제시했지만 완주군민들의 반발이 거세 지난 7월 31일 심지어 군민과의 대화 장소에 입장도 못할 정도였다. 사실 그간 완주군민들은 피해의식이 너무 커 전주시가 제시한 상생사업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 특히 찬성을 유도하려고 통합 때 제시했던 사항들이 사탕발림식이었다고 인식해 찬성여론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013년 3번째 무산된 이후 10년 가까이 전주시가 통합을 위해 노력한 게 가식적이고 진정성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주민갈등만 부추겨 놓았다고 비판했다. 지금 다른 시도가 파이를 키워나가려고 광역단체간 메가시티 통합 노력을 하지만 완주군민들은 인구가 늘어 10만이 넘었기 때문에 전주와의 통합보다는 시 승격이 더 지역발전에 도움된다고 믿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있는 인접 익산시와 통합을 모색하는 편이 실리적인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조성, 반대 강도가 과거보다 더 거세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 답답해진 것은 전주시다. 그간 인접 시군에서 자녀 교육문제로 전주시로 이사와 65만 인구가 유지 되었지만 지금은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 전주시민들이 완주쪽으로 옮기면서 인구가 줄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은 전북발전을 위해서도 더 이상 늦춰선 안된다. 양측이 윈윈할 상생방안이 먼저 도출되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흡수통합이 아닌 완주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나갈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우선 통합청사를 완주군에 짓는다는 것을 공증해야 한다. 다음으로 통합시장과 통합의회 의장을 완주 출신이 맡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전주시에서 재정적으로 완주군을 지원하도록 특별회계를 설치해야 한다. 완주군을 구로 인정해서 그에 따른 각종 사회단체장도 그쪽에서 맡아 전혀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건은 안호영 국회의원의 협조 여부다. 지난 2013년 당시 최규성 전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무기삼아 군의원에게 반대토록 하면서 하루아침에 찬반이 뒤바꿔졌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재발 않도록 안호영 의원을 설득해야 한다. 현재 3선인 안 의원을 통합으로 4선 의원이 돼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도록 전주시민이 적극 도와줘야 한다. 도나 전주 찬성 측도 역지사지로 완주군민의 입장에서 통합 문제를 고민하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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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10.13 17:26

지방의원 후원금에 쏠린 우려

지방의회 의원도 지난 7월부터 후원회 등록을 통해 정치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됐다. 정책 토론회와 포럼을 개최해 시민들과 함께 정책 발굴 등 생산적 의정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다만 이런 긍정적 측면도 간과할 순 없지만 겸직이 가능한 지방의원 지위로 볼 때 이해충돌 논란 등 적지 않은 문제점도 우려된다. 심심찮게 지방의회 무용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의원들의 그간 행적에 비춰 보면 후원금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의원 스스로 이 같은 우려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투명성 확보에 앞장서야 함은 물론이다. 사실상 국회의원에게만 허용됐던 후원회가 지방의원까지 확대된 것은 이들을 제외한 정치자금법이 차별이라는 헌재 결정에 따른 것이다. 연간 모금 한도는 도의원 5000만원, 시군 의원 3000만원으로, 선거가 있는 연도에는 예외 규정을 둬 2배까지 모금할 수 있다. 도의원 40명 중 10여명 정도가 이미 후원회 설립을 마쳤고, 시군 의원의 경우 한자리수가 고작이다. 회계 책임자와 후원회 대표, 정관 등의 설립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모금 자체가 부담스러워 일단 관망세 기류가 뚜렷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뛰어난 정치 역량에 경제 형편이 어려운 청년과 신인에게 후원회 결성이 사다리 역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원 겸직에 따른 이해충돌 논란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에도 30명의 도의원이 다른 직업이나 직책을 갖고 있으며, 일정액의 보수를 받는 의원도 12명이나 됐다. 더욱이 연간 5000만원 넘게 의정활동비를 받는 이들에게 도덕성 시비를 불러일으킨 겸직도 모자라 후원금 모금까지 빗장을 풀어줌으로써 불씨는 더욱 커진 셈이다. 공무수행과 관련된 이해충돌 방지법이 2022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의사 결정에 부정 소지를 없애려는 당초 취지는 무색해졌다. 극히 일부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꼼수는 법으로 강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의원 스스로 청렴 의지를 갖고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이 최선이다. 지방의회 감시와 견제를 받는 공무원 입장에서 이들 의원과 맞서기란 쉽지 않다. 자치단체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의 15%가 최근 1년 새 지방의원에게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는 게 권익위 설명이다. 다른 공공 부문 근무자에 비해 7배가 넘는 수치다. 실제 도내 자치단체 한 곳은 응답자의 37%가 경험한 시의원과 엮인 부정부패를 털어 놓기도 했다. 이처럼 역학 관계의 문제점이 누적돼 의원들에 대한 부정 이미지가 최악인 상황에서도 그들은 의정활동비 셀프 인상을 강행했다. 이 같은 모럴 해저드의 상황을 막기 위해 촘촘하게 만들어진 투명성 제고의 견제 장치도 결국 제 역할을 못하는 가운데 후원금 모금이 그들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0.10 17:30

전주실내체육관 철거

가히 예산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요즘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핵심 정치쟁점 일부를 제외하면 국감에서 제기되는 사안의 대부분은 내년도 예산과 맞닿아 있다. 특히 관록있는 중진의원일수록 고도의 외곽때리기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관철시키는데, 이는 결국 내년도 예산안 확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단 한푼이라도 더 얻기위해 시도지사나 시장군수들은 요즘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다. 선거 과정에서 큰소리 뻥뻥 쳤지만 결국 과거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전임자에 비해 다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요즘 전주실내체육관 철거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최악의 경우 어렵게 확보한 사업을 자칫 반납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주실내체육관 철거 지연으로 인해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이 중단 또는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만일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전북대나 전북도, 전주시 등은 향후 국토부, 교육부, 중기부의 재정지원사업 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문가지다.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총 9개 대학이 선정됐는데 전북대의 경우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총 510억원을 들여 대학캠퍼스내 유휴공간을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 산학연 혁신허브, 즉 기업입주공간으로 만드는게 골자다. 사업참여자인 LH 본사는 지난달 체육관 철거일정을 명확히 해줄것을 요청했다. 전주시와 전북대 간 협의완료 후 결과를 송부해달라는 거다. 체육관의 계속사용은 당해사업 취지에 맞지않는 만큼, 지장물 철거일정이 불학실하면 기본협약 체결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주시는 현재 체육관 존치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LH가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축소해서 일부 부지만 조성하거나 최악의 경우 예산을 반납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혁신파크가 완공돼 기업이 입주한다면 전북대 구정문 일대 상권이 살아남은 물론, 산학관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인해 기업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도 확립됨은 물론이다. 전북은 지금 속된 말로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다. 교육과 일자리 창출 여부에 인구감소 위기 탈출 여부가 달려있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0월 실내체육관을 철거해야 했으나 전주시는 체육관 신축공사 절대공기및 프로농구를 이유로 이를 늦추기로 했다. 결국 실내체육관 철거 문제가 걸림돌이 돼 기본협약 체결이 지연되고, 사업추진이 멈춰섰다. 지난달 19일 국토부, 전북대, 전북도, 전주시 회의에서 국토부측은 사업중단 우려를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캠퍼스 혁신사업 총사업비 510억과 교육부 대학 산학연협력단지 조성사업비 80억원이 중단 또는 취소될 수 있는 지경이다. 산토끼 잡기전에 집토끼부터 잘 단속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예산 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렵게 얻은 것을 날려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10.09 19:06

잊혀진 계절, 사라진 풍년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유난히 늦게 찾아온 이 계절이 그리 오래 머물 것 같지 않다. ‘독서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결실의 계절, 남자의 계절, 사색의 계절, 낭만의 계절⋯.’ 가을은 수식어가 참 많다. 이 중 가장 익숙한 표현은 역시 ‘결실의 계절’이다. 그런데 이 수식어가 잊혀져 간다. 가장 큰 결실로 꼽혔던 농가의 ‘벼 수확’이 그 의미와 상징성을 잃어버렸다. 수확의 기쁨이 희석되면서 ‘결실’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추수철, 우리 농촌에 비상이 걸렸다. 벼멸구가 기승을 부리면서 황금 들녘 곳곳이 멍석처럼 누렇게 말라버렸다. 폭락하는 쌀값 걱정 속에 수확을 눈앞에 두고 ‘벼멸구의 습격’을 받은 농민들의 한숨이 더 커졌다. 물론 정부가 농가 손실을 최소화하고 저품질 쌀 유통을 막기 위해 농가가 희망하는 경우 벼멸구 피해 벼를 매입하기로 했지만, 안정적인 영농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 해 농사의 풍흉(豊凶)에 따라 농부들의 희비가 엇갈렸을 시기다. 그런데 벼농사를 지은 농부도, 쌀 소비자도, 우리 사회도 풍년 여부에 별 관심이 없다. 올해 극심한 벼멸구 피해를 입었어도 흉년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단지, 병해충 피해 농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뿐이다. 민족의 목숨줄이었던 쌀이 어느 순간 공급과잉으로 바뀌면서 정부가 ‘쌀 생산 감축’, ‘벼 재배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쌀 풍년이 그리 반갑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풍년 농사를 지어도 웃을 수 없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전례 없는 풍년이 수년간 지속되어도 풍년가는 들리지 않고, 창고에 쌓인 벼 가마 높이만큼 한숨이 쌓인다. 아기 울음소리 그친 지 오래고, 그나마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공동체를 지켜내고 있는 우리 농촌이 위태롭다. 밥상 물가가 다 올라도 쌀값은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농가에서 풍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어졌다. 정말 소중한 것인데도 풍족할 때는 모르고 있다가 잃거나 부족해져야 관심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3년 정도 연속 흉년이 들어 식량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때서야 비로소 ‘쌀 귀한 지’를 알고, 한 해 농사의 풍흉에 관심을 기울일 지도 모른다. 주식인 쌀의 중요성을 우리 국민도 한 번쯤 체감할 필요성이 있다.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다. ‘농촌 없는 도시, 농업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지방소멸의 비극이 농촌에서 곧 시작될 것이다. 이 ‘상실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단체가 쌀 소비 확대 방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농촌소멸, 국가소멸을 부를 수 있는 ‘쌀의 위기’ 해소 방안을 찾아 우리 농촌에 다시 풍년가가 울려 퍼질 날을 고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10.07 16:33

사면초가에 놓인 전북

폭염으로 고통스럽게 여름을 지나온지라 요즘 가을 날씨에 감사를 보낸다. 천고마비 계절이 실감난다. 오가는 발길마다 잔치마당이다. 경제상황이 어렵다고해도 먹을 것 다 먹고 구경할 것 다하는 것 같다. 코로나로 얽매여서인지 징검다리 연휴때 해외로 제주도로 삼천리금수강산이 인산인해다. 도내도 관광객들로 북적인 가운데 한상대회를 성공리에 치르기 위해 손길이 바쁘다. 지난해 잼버리대회 때 겪었던 각종 수모를 일거에 만회하려고 전북도가 절치부심한다. 비록 잼버리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상들이 대거 참가하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적인 대회개최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전북은 민주당 일변도의 일당독점체제가 만들어지다 보니까 국가예산 확보하는 데 힘이 든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여당이 전북하면 고개를 설래설래 저을 정도로 관심이 없고 차갑다. 각종 선거 때마다 표를 주지 않은 탓이 결정적이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표 나온대로 움직인다. 국가 예산을 배분할 때도 거의 비슷하다.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지만 표 많이 나오는 쪽이 예쁘고 관심이 먼저 가게 돼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20년 만에 10석 전석을 싹쓸이한 민주당 지역인 전북한테 무관심할 수 밖에 없다. 전북도가 숙원사업이라고 목이 터지도록 외쳐도 왜 감감무소식인지를 알아야 한다. 국힘에서 서진정책의 일환으로 동행의원제를 만들었지만 도민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 들이지 않아 그 효과는 의문이다. 전북은 국감철을 맞아 지난해보다 국가예산 확보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체 예산을 긴축으로 편성했기 때문에 결코 낙관할 수 없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 관철을 위해 여야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전쟁 아닌 전쟁을 펼쳐 자칫 전북은 고래등싸움에 새우등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11월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에 대한 선고가 예정돼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전북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전에는 여야가 심하게 정쟁을 치르더라도 지방에는 즉각 그 반향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권과 맞물려 가기 때문에 동시에 반응한다. 전북은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제1당인 만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쏠린 이목이 대단하다. 개딸들은 이 대표를 다음 대선에 출마 못하도록 정치검찰이 조작 수사를 했다고 주장, 윤석열 정권에 반감이 크다. 이처럼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여당 쪽에서 전북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낼만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아 김관영 지사만 중간에서 속이 타들어간다. 문제는 여야가 협상을 통해 서로가 윈윈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도 전혀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아 전북도도 걱정이 태산같다. 아무튼 지금은 전북 출신의원 10명이 원팀으로 김관영 지사와 함께 국정감사를 잘해 전북몫을 지켜내고 확보하는 길 밖에 없다. 0.73% 차이로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은 계속 이런식으로 갈 것이라서 윤 정권 임기내내 전북도만 사면초가 형국에 놓여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10.06 17:48

찬반 세력의 엇갈린 행보

완주 전주 통합 여정이 시작됐지만 추진 과정에서 찬반 단체의 엇갈린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찬성 입장에선 통합의 당위성만 역설할 뿐 눈에 띄는 움직임은 거의 없고 기자회견이 고작이다. 이에 반해 완주 지역 반대 측은 대놓고 공격적이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 전달을 통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일각에선 통합 과정이 가장 치열했던 2013년 찬성 단체의 역동적 활동을 거론하며 그 이상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야 함에도 분위기가 가라앉아 표정이 어둡다. 이처럼 상반된 두 단체의 추진 동력을 감안하면 3전 4기의 통합도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세 번째 통합 실패의 교훈을 곱씹어 보면 거기에 해답이 담겨 있다. 당시 주민투표를 한 달 앞두고 전체 여론 조사에서 통합 찬성이 반대 보다 10%나 앞섰다. 열쇠를 쥐고 있는 완주 지역도 찬성 비율이 10% 가량 많아 통합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반대 비율이 53.4%로 나타나 통합이 무산됐다. 그때는 완주 군수와 의회 의장이 투톱으로 통합에 앞장선 데다 전주시장도 솔깃한 당근책을 제시하며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그 같은 우호적 환경에서 관망하던 주민들이 투표를 꺼려 하고, 저인망식 맨투맨의 승부수를 던진 완주 정치권의 전략은 통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통합의 승부처인 완주 지역의 찬성 목소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 권력의 중심축인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이 한결같이 반대 입장을 노골화 하면서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과의 오랜 인연과 이해관계도 엮여 드러내놓고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2013년 당시 통합 찬성에 앞장섰던 인사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전주로 거처를 옮기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찬성 측 내부 사정도 복잡하긴 매한가지다. 초반 분위기를 띄웠던 선도 세력과 자발적인 후원 그룹이 서로 변죽만 울릴 뿐 시너지 효과를 못내고 있다. 이 때문에 참신하고 역동적 이미지의 새로운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번 통합의 성패 여부는 절박함의 차이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3번의 통합 실패가 말해주듯 명분과 실리가 주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합의는커녕 갈등만 부추긴다. 먼저 거칠고 자극적 언사를 쏟아내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한 반대 단체에 맞서는 찬성 측의 단일 대오가 첫 번째 관문이다. 그럼에도 찬반 표대결에 앞서 2014년 퉁합을 이룬 청주시와 청원군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 양측은 통합 전제조건으로 상생발전방안 5개 분야 75개 과제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일종의 약속 이행을 담보하기 안전 장치로 10년이 지난 현재 92% 이행률을 보였다. 이렇게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상생발전방안을 통한 신뢰 확인 절차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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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10.03 16:48

춤꾼 최선 선생의 무대

그가 무대에 섰다. 짙은 무대화장을 하고 멋진 초립을 쓴 남자 춤꾼. 눈빛은 빛났으나 살짝 들어 올린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올해 여든아홉 살, 최선 선생이다. 지난달 전주한옥마을의 전주대사습청에서 열린 전주시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발표 무대에 선생이 섰다. 허리를 다쳐 짧게 무대에 섰던 지난해와 달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호남살풀이 동초수건춤을 시작부터 끝까지 마무리한 선생의 춤은 감동적이었다. 그의 춤사위는 이제 절정에 이르러서도 격정적이거나 동적이지 않다. 몸에 스며들어 그 자체로 춤이 된 몸짓 손짓 발짓이 마음 가는 대로 이어질 뿐이다. 객석에선 누군가가 ‘서 있기만 해도 춤’이라며 무대와 객석을 압도하는 그의 몸짓에 환호했다. 선생은 1935년생이다. 그의 어머니는 남다른 재능을 갖고 있던 그를 최승희의 제자였던 김미화 무용연구소에 데려갔다. 여덟 살 무렵이었다. 그러나 스승은 6.25가 발발하자 전주를 떠났다. 배울 곳이 없어지자 전주국악원에서 우리 춤을 가르치던 기생을 찾아가 수건춤, 산조춤 법고춤, 승무를 배웠다. 남자가 춤을 춘다고 손가락질했던 시절이었지만 춤을 자신의 길로 삼았다. 어느 사이 춤꾼 최선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다시 정인방 선생을 스승으로 모셔 학춤 무당춤 등 정통 춤사위를 물려받았다. 그 뒤 선생은 지역에서 이어져 온 춤의 뿌리를 찾는 일에 매달렸다. 오늘에 이어진 <호남살풀이춤>이 그 결실이다. 살풀이장단에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실어내는 호남살풀이춤은 맺고 풀고 어르는 묘미와 고도의 절제미, 섬세한 발 디딤이 조화를 이룬다. 선생은 이 춤을 바탕으로 전라도 지역 권번과 기방에서 동기(어린 기녀)나 초립동(초립을 쓴 어린 남자)이 추었던 수건춤을 다시 정리한 <동초수건춤>을 내놓았다. 동초수건춤은 장구와 징, 구음으로 이루어진 장단에 맞춰 손에 작은 부채나 하얀 손수건을 들고 춤을 춘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사위가 섬세하고 고운 이 춤은 지난 1996년 도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가장 튼실하게(?)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춤이기도 하다. 딸 지원씨가 뒤를 잇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 춤을 더 널리 알리려는 선생의 열정으로 대중들과 만나는 기회를 넓혀온 결과다. 선생은 어느 무대건 자신이 서는 무대에 심혈을 쏟는다. 해마다 열리는 이 합동무대에도 예외는 없다. 꼼꼼한 리허설로 오히려 스텝들을 긴장시키고, 사전에 무대 점검을 위해 공연장을 찾는 이도 선생이 유일하다. 문득 90세에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춤꾼이 또 있었든가 궁금해진다. 선생이 한평생 지켜온 치열함이 그 힘 일터다. 들여다보니 ‘무대에 대한 예의’가 거기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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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10.01 13:45

국감 스타가 되어야

중국이 양자강 주변을 발전시켜 국가발전을 견인한 것처럼 전북은 새만금사업을 미래발전청사진으로 여겨왔다. 단군이래 최대 간척사업으로 불리웠던 이 사업이 30년이 지났어도 터덕거렸던 것은 착공 당시 여야가 정치적 흥정으로 추진한 탓이 컸다. 당초 농토를 확장하려고 추진했던 이 사업을 용도만 변경시켰지 정부 추진 의지가 거의 없어 지금도 개발경계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별로인데다가 인접 광주 전남 충남 정치권의 강한 태클로 국가예산 확보 때마다 애를 먹었다. 일부 도민들은 새만금사업 하나에 전북도가 매달리다가보니까 지역발전이 더디었다면서 지역별로 사업을 다각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바깥에서 어떻게 지역발전을 모색해 나가는지에 둔감할 정도로 전북은 우물안 개구리 같은 생활을 했다. 그러다보니까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이제라도 그 원인은 국회의원을 잘못 뽑은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DJ 노무현 문재인이 정권을 잡았을 때가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그 때 국회의원들은 자신들만 입신양명하기에 바빴지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은 거의 없었다. 사실 도민들도 억울한 일을 당할때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의기의 성냄을 과감하게 했어야 했지만 시늉내기식으로 그치고 제대로 하질 못한 것도 병폐로 지적된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감투 쓰면서 잿밥에만 정신 팔렸지 전문성 부족으로 지역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일당독식구조를 이루고 있는 지방의회가 아직도 이권이나 인사개입에 나서는가 하면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주민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 눈치만 살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똑똑하고 전문성 있는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데도 민주화때 감옥살이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다보니까 지역이 속빈강정이 되었다. 지금도 민주당 유급당원만 몽땅 모집해서 갖고 있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풍토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북발전은 요원하다. 국감철이 돌아왔다. 지난해 잼버리대회 실패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몰아 씌워 급기야 국가예산 삭감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할 길은 전북 국회의원들이 매의눈으로 사납게 국감을 잘 해야 한다. 국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만 전북도가 더 이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된다. 각 상임위에서 국정을 제대로 파헤치면 자연히 전북몫도 확보할 수 있다. 전북은 의원수가 10명으로 상임위에 중복 배정돼 전체 부처를 상대로 전북몫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다선 중진들이 정치력을 발휘해 긴축재정 상황하에서도 전북몫을 꼭 챙겨야 한다. 도민들이 민주당 후보들 한테 무한지지를 보내면서 10석 전석을 싹쓸이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전북몫을 제대로 챙겨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사법리스크로 자유롭지 못하지만 지난 총선 승리로 여의도대통령이 된 만큼 그 어느때보다도 전북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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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9.29 17:45

교육감 러닝메이트

교육감 선거제가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도지사를 뽑는 지방선거와 함께 같은 날 투표를 하지만 정치인 선거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져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가기 일쑤다. 정당 공천도 없고 기호도 없이 치르다 보니 유권자 관심을 끌지 못해 그동안 ‘깜깜이 선거’라고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현재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와 함께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를 묶어 선거를 치르자는 법률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다시 말해, 시도지사 출마자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고 당선되면 그를 임명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학 관계의 교육감 선거가 정치권 논의 과정을 거쳐 어떻게 바뀔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래 정치적 중립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됐지만, 그 취지와는 다르게 진흙탕 선거판으로 변질됐다. 상대 후보 비방전과 흑색선전은 정치인 선거를 뺨친다. 심지어 진영 간 편가르기를 뛰어넘어 교육 현장이 이념 논쟁에 휩싸이는 등 부작용이 심해 직선제 개편의 단초가 된 셈이다. 당적이 없는 출마자들이 정당의 보조금 지원을 못 받자 선거자금을 둘러싼 불법 의혹에 연루되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교육감 후보자의 교육경력 자격 기준을 기존 3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상향하고, 전과기록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전문가로서의 자질 논란이 예상되는 사람의 출마를 미리 막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교육감의 러닝메이트는 선거 부정이 터질 때마다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단적인 예로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수사의뢰가 되거나, 선관위 경고를 받은 건수가 전국 140건에 달한다. 동시에 치러진 시도지사 선거 94건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선거 과정에서의 심각한 불법적 행위로 인해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만 높였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북의 선거 흑역사를 살펴봐도 이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8년 뇌물수수 혐의로 8년 도피생활을 한 최규호 전 교육감이 구속된 바 있다. 김승환 전 교육감도 10년 넘는 임기 동안 끊임없이 검경의 수사 칼날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마찬가지로 서거석 교육감도 취임 이후 2년 넘게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 왔다. 더욱 안타까운 건 네거티브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정작 후보의 교육철학과 공약 점검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특히 진영 논리에 따른 지지층 결집에만 혈안이 돼 선거가 백년대계를 논의하는 장으로 승화되지 못했다. 최근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서 곽노현 출마 논란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직선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확산됐다. 이처럼 직선제 의미가 실종되면서 불가피하게 선거제 개편을 통해서라도 본래 취지를 살리려는 대안 제시가 고무적이다. 어찌됐든 공론화 과정에 오른 만큼 문제 해결 노력에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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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9.26 17:56

전주한지 도약과 닥펄프 공장

삼성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약 380조 가량되는데 명실공히 대한민국 1위의 거대한 단일 기업이다. 아시아에서 3위, 전세계에서 21위에 랭크돼 있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이처럼 국제무대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계기는 1968년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말이 전자산업이지 당시만 해도 트랜지스터 정도의 반도체 산업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라디오, TV, 냉장고 정도의 전자산업이 오늘날 첨단 반도체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1983년 2월 8일, 이병철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산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런데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생전에 “종이는 반도체”라는 강한 화두를 던졌다. 종이의 다양한 변용과 산업성에 주목한 이가 바로 이어령 전 장관이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우수한 종이인 한지를 우리는 아직 제대로 산업화, 세계화 하지 못하고 있다. ‘한지는 구닥다리’라는 시각 자체를 버리고, 전북의 미래먹거리로 보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주한지는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대한민국 한지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 교황청이 소장 중인 ‘113년 전 고종황제가 교황에게 보낸 편지’ 복본을 전주한지로 만들지 않았던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소장 문화재 ‘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앙 2세 책상’ 복원에도 전주한지가 쓰였다. 구한말 러시아 정책보고서 ‘한국지’는 전주한지에 대해 “한국의 제지업은 중국인을 능가하고 있다. 종이 쓰임새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산, 양산, 비를 가리는 모자, 병복, 가방을 만든다. 러시아 판지보다 질기며 견고하다.” 전주한지는 100년 전 이미 세계 명품이었다. 하지만 후손들이 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 전주한지는 예술성, 산업성 모두 한계가 없는 종이임에 틀림없다. 그 명성을 살리려면 당장 한지원료 닥펄프 가공공장을 건립해야 한다. 한지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료인 닥나무이다. 전통한지 국내산 닥나무 연간 필요량은 847톤인데 국내 한지 생산량은 230톤에 불과해 부족분 617톤은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한지 부분까지 포함한 연간 총 닥펄프 필요량은 4,000톤이나 된다. 국내산 닥은 보존용지 또는 고가의 주문형 전통한지에 소요되고 있으며, 수요가 많은 산업용 한지의 경우 90% 가량 수입닥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산 닥은 전주, 완주, 경기 가평, 강원도 일원, 경북 영주, 예천, 문경 등지에서 생산된다. 결론은 닥펄프 가공공장을 만들어야만 된다. 닥나무 재배지는 전주시에 8,800평, 완주군에 6,000평, 익산 왕궁리에 30,000평,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새만금 수목원, 산림조합중앙회 부지 등에 약 5만평을 확보한 상태다. 핵심은 닥나무 재배가 아니라 닥펄프 공장이라는 한지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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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9.25 11:59

공중화장실의 변신

지난 7월 개봉한 이후 입소문을 타고 관객층이 더 두터워지는 영화가 있다. 독일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예술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다. 영화는 공원의 공중화장실 청소원인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을 그렸다.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혼자 사는 주인공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충만하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운전하는 차 안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을 듣고, 샌드위치로 해결하는 점심시간에는 낡은 필름카메라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찍는다. 퇴근후에는 대중탕에서 몸을 씻고 단골 선술집에 들러 한 잔, 돌아오는 길에 헌책방에서 사온 문고본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다. 그러나 반복되는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름답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주인공의 시간을 통해 전해지는 ‘일상’의 소중함과 의미를 전하는 메시지 덕분이다.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또 있다. 영화가 제작된 배경이다. ‘퍼펙트 데이즈’는 프로젝트 영화다. 그것도 공중화장실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다. 그 흔한 공원 안 공중화장실을 떠올리면 프로젝트의 배경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도쿄도는 2020년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시부야구에 여러개 공중화장실을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배경과 과정이 놀랍다. 이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공중화장실은 17개. 이들을 안도 타다오, 이토 도요를 비롯한 세계적 건축가들과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이지만 사람이 들어가 문을 닫으면 불투명 유리로 바뀌는 화장실, 지역 숲에서 자라는 버섯에서 영감을 받은 버섯모양 화장실, 일본 전통가옥의 처마에서 영감을 받은 타원형 지붕 화장실 등 아름다운 예술작품 17개 화장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도쿄의 새로운 명소가 된 이들 화장실을 더 널리 알리겠다고 나선 것은 ‘일본재단’이다. 재단은 빔 벤더스 감독에게 다큐 제작을 의뢰했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본 감독은 다큐가 아닌 픽션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며 극영화로 제작했다. 프로젝트로 제작된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 모양이다. 세계 각국에서 도쿄 화장실을 보기 위해 젊은 세대들이 몰려오면서 ‘도쿄 화장실 셔틀 투어’ 상품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쪽과 서쪽코스로 나누어 공중화장실만 돌아보는 이 투어 상품 가격은 4950엔. 2시간 동안 대형 택시를 타고 돌며 화장실 건축물을 관람한다. 냄새나고 음습한 공간. 공중화장실의 이미지는 공통적이다. <도쿄 공중화장실 프로젝트>는 그러한 이미지가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도시의 품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인 새로운 발상, 그 성과가 흥미롭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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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9.24 15:15

우체통과 손편지

이상기후 시대, 추석 연휴까지 이어졌던 이례적인 폭염이 마침내 수그러들었다. 이변은 있었지만 자연의 순리는 역시 거스를 수 없다. 그렇게 철이 바뀌었다. 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거리 곳곳에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즐비하다. 전국 어디를 가도 그곳만의 가을축제를 만날 수 있는 시기다. 전북지역에서도 김제 지평선축제, 전주 비빔밥축제, 임실N치즈축제, 군산 시간여행축제, 고창 모양성제, 진안 홍삼축제, 남원 흥부제, 정읍 구절초축제, 완주 와일드&로컬푸드축제, 순창 장류축제, 익산 천만송이국화축제 등 지역을 대표하는 가을잔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축제 릴레이다. 인파로 북적이는 이름난 축제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재미와 감성을 채워주는 특별한 작은 축제도 있다. 오는 27~28일 열리는 ‘군산 우체통거리 손편지축제’가 그렇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1970년대 대중가요의 노랫말로 쓰이면서 널리 알려진 군산 출신 고은 시인의 시 ‘가을편지’의 도입부다. 그 시절 손편지는 중요한 소통수단이었다. 편지봉투를 뜯을 때의 셀렘과 정성을 담아 꼭꼭 눌러쓴 글귀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디지털 매체에서는 절대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편지지를 찢어가며 한 문장을 몇번씩 다시 쓰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의 한 구절을 베껴오기도 했다. 이맘때 ‘국군의 날’이 다가오면 학교에서 이름도 모르는 ‘국군 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보내곤 했다. 숙제처럼 의무적으로 쓰다 보니 귀찮기도 했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정성은 담았다. 디지털 시대, 그런 손편지가 모습을 감췄다. 손편지뿐 아니라 필기구로 종이에 글을 쓰는 아날로그 글쓰기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지금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목전에 두고 종이교과서와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교실을 기억할 때 떠올랐던 책과 공책·연필이 추억 속으로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 과거 주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빨간 우체통도 언제부턴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인터넷과 휴대폰,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보편화되면서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 통신수단이었던 손편지와 우체통이 그렇게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사라지는 것, 잊혀져 가는 것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긴다. 군산에 가면 쓸모를 잃은 우체통을 모아 놓은 거리가 있다. 도시의 옛 중심지에 있는 우체통거리다. 군산우체국이 자리잡은 이 거리에서는 폐우체통이 근사한 예술작품으로 변신해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리고 이 거리에서는 가을이면 우체통과 연관된 옛 추억을 소환한다. 2018년 시작돼 올해로 일곱번 째를 맞는 ‘손편지축제’다. 눈앞에 두고도 멀리 돌아온 가을, 그래서 더 반갑다. 이 사색의 계절, 군산 우체통거리를 찾아 그리운 사람, 고마운 사람, 소중한 사람에게 정성을 담은 손편지를 쓰면서 아날로그 감성을 깨워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9.23 17:43

전북정치 기상도

예나 지금이나 선거 때 돈 쓰는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선거가 임박해서 급한 나머지 돈을 확보해놓고도 법에 걸리까봐 무서워서 못 써 낙선했다는 후보들이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돈 잘 쓰는 것도 중요한 선거 전략이라는 것을 웬만한 후보들은 다 안다. 일명 실탄이라고 하는 선거 자금은 승패를 가를 정도로 그 위력이 크다. 출마 경험이 있는 후보들은 사전에 자금을 안전하게 세탁해서 관리하지만 신출내기들은 자금 마련하는 것부터 어설프다. 이번 추석을 맞아 각 지역별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인물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0월 16일 치러질 전남 영광 곡성군수 재선거 결과에 관심이 높다. 그 이유는 지난 총선 때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후보) 현상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 조국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전북에서 1위를 차지, 전국에서 12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임실군의회에서 무소속으로 3선한 김왕중 의원은 민주당 복당이 좌절되자 조국혁신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군수 선거전에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 정서가 강한 전북에서 아직까지 민주당 후보로 나오는 것이 유리하지만 여당인 국힘 후보를 찍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민주당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이 많아 전북민심이 변해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예전에는 민주당 지지기반이 워낙 공고해 민주당 공천을 못 받으면 아예 출마를 않거나 무소속 쪽으로 방향을 틀어 출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에 인지도 확산를 위해 출마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민비조'현상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면서부터는 내적으로 조국혁신당 쪽으로 출마를 저울질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번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 후보가 선전하면 다음 지방선거 때 전북서도 조국혁신당 쪽으로 정치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새로 국회의원이 된 전주 을, 병과 익산갑, 남임순 장수 지역 가운데 익산시장과 임실군수는 3선한 관계로 졸업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후보간에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항소심에서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정읍시장도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각축이 예상된다. 임기 후반부로 돌입한 지사나 시장·군수들은 재선하기 위해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는 등 지지세 확대에 주력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인재로 영입해서 복당시킨 김관영 지사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만 해소되면 재선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빠져 나가지 못하면 당내 경선부터 예측불허의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 널리 회자되는 말로 출마하겠다고 움직이는 순간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해서 쓰느냐가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돈선거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내 경선과 본선 때 철저하게 자기 돈 써가며 천신만고 끝에 완주군수에 당선된 유희태 군수가 소신껏 군정을 펼치는 것도 선거법을 지켜가며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9.22 18:51

한가위 정치 토크

가족 모임에서도 정치 얘기가 나오면 서로 얼굴 붉히고 서먹서먹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성향이나 인물 선호도가 다르다 보니 감정을 자극하기 일쑤다. 그런 와중에도 공통점은 정치인 평가가 최악이라는 점이다. 국민 통합에 앞장서고 지역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선거 유세 다짐은 금배지 이후 권력 중심에 서며 퇴색하기 마련이다. 출사표를 던질 때 신인으로서의 참신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노회한 정치인의 모습만 연상케 한다. 추석 연휴 사람들이 모이면 풀어 놓는 정치인 뒷 담화의 내용도 알고 보면 여과없이 드러난 바닥 민심이다. 정치인 스스로 뼈저린 반성을 통해 초심을 잃지 않도록 자기 관리에 철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가장 발끈하고 분노 조절이 쉽지 않은 건 생뚱 맞은 국회의원 명절 휴가비다. 추석을 닷새 앞둔 지난 12일 의원 300명에게 휴가비 4백24만원씩 지급됐다는 뉴스다. 설날까지 합치면 연간 8백49만원이나 된다. 해마다 세비로 받는 1억5700만원과는 별개로 지급되는 떡값이다. 5급 이상 일반 공무원들은 별도로 명절 상여금이 없다. 직장인도 요즘 경기가 어려워 희망 퇴직설이 나오는 가운데 상여금은 아예 꿈도 못꾼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억대 연봉 외에 명절 상여금까지 꼬박꼬박 챙긴 것이다. 툭하면 개점 휴업 상태인 국회 모습을 보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하라는 비난이 쇄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편 가르기와 진영 논리로 인해 국민 통합이 절실한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의 팬덤 귀성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지도부는 13일 대구 부산 지역의 경부선 출발지인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을 만났다. 반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호남 전라선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진행했다. 비록 한가위 이벤트이지만 정당의 텃밭이라고 자처한 강성 지지층 지역에만 편중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날 참석자 가슴 띠에 적힌 '희망가득 한가위' '모두의 힘 모두의 한가위' 등의 글귀를 무색케 했다. 호남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재보궐 혈투가 볼 만하다. 전북 정치권도 이 영향권에서 비껴갈 수 없어 관심을 끌고 있다. 차기 지방선거 가늠자 역할과 동시에 지역 맹주 자리도 연계된 만큼 선거전 양상이 전면전을 띠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성적표를 보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호남 28석을 모두 휩쓴 민주당과 비례대표 득표율 호남 1위를 차지한 조국혁신당의 존재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남 영광과 곡성 군수를 뽑는 지역 단체장 선거인데도 전국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몰빵' 전략에 나선 걸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현재 직면한 정치권내 위상을 대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얘기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9.19 17:16

전북대병원장 임용에 쏠린 눈

요즘 전북대 안팎에선 종종 “누가 신임 전북대학교병원장으로 임명되느냐”는 말이 회자된다. 전북대병원장 임기가 끝난지 두달이 지났으나 아직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때문이다. 결론은 대학의 자율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대학병원 이사회의 뜻이 강하게 실린 후보를 임명하면 되는 것인데 핵심은 머뭇거리지 말고 조속히 결론을 내라는 것이다. 대학이나 병원의 의중과 달리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을 빌어서 병원장이 될 경우, 대학병원 운영과정에서 총장과의 불협화음은 불문가지다. 중요한 것은 교육부나 대통령실에서 빨리 결정하라는 것이다. 장고끝에 악수둔다는 말처럼 시간을 끌어봐야 잡음만 날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권이나 관가 안팎에서 로비설과 잡음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전북대병원은 지난 7월 17일 제22대 전북대학교병원장 임용 후보자로 양종철(55)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정영범(54) 비뇨의학과 교수를 최종 선정했다.교육부 심사와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등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면 새 병원장은 향후 3년간 재직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차기 병원장 후보를 추천한지 두 달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유희철 병원장은 지난 7월 29일 임기가 종료됐으나 앞으로 언제까지 업무대리를 맡을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임명이 계속 늦춰지면서 대학이나 병원 안팎에서 각종 잡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력한 중앙 정관계 인사의 힘을 등에 업고 전북대병원장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들리고, 각종 지연, 학연을 동원한 로비설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대학병원이나 총동창회 안팎에서도 갈등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사회에서는 특정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1위로 추천했다고 한다. 검증 과정에서 그 후보가 결정적인 자격미달 사유가 있다면 2순위를 임명하면 되고, 만일 그게 아니라면 1위를 조속히 임명하면 된다. 전북대병원 이사회는 이사장인 전북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당연직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 등을 포함한 11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뜻을 존중하면 되는 것이지 이사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제3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병원장이 임명된다면 향후 전북대병원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교육부는 올초 전국의 10개 국립대병원, 4개 치과병원 등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서면 평가·현장실사를 거쳐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북대병원은 강원대병원, 부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과 함께 B 등급에 머물렀고, 나머지 5개 국립대병원은 A 등급을 받았다. 교육부는 개별 병원의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전북대병원은 B 등급의 병원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전국 평가 대상 국립대병원 중 최하위권인 전북대병원은 과연 탈꼴찌가 가능할까. 누가 새 조타수가 되는가에 따라 명운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9.18 11:32

설렘 가득한 한가위

엄마가 급하게 흔들어 대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어스름 새벽에 신작로 건너편 방앗간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길게 늘어선 줄에 서 있던 누님하고 바통터치한 뒤 김이 모락모락한 뿌연 공간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운 좋게 갓 만들어 낸 떡을 나눠 먹기라도 하면 마치 큰 선물을 받은 양 즐거워 했다. 왁자지껄한 그 분위기에서 함께 한 동네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시절은 으레 그랬던 것처럼 떡 하나를 만들어도 온갖 불편을 감내하며 가족의 정성이 배어 있었다. 1970년 무렵 필자가 겪었던 분주한 한가위 풍경이다. 오늘따라 유독 그 때의 훈훈함이 아련하고 애틋하게 다가오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을 폭염' 이 맹위를 떨치면서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한다. 역대급 무더위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사과, 포도 등이 제 색깔을 못내고 당도 마저 떨어져 최대 성수기인 한가위 출하 시기를 놓쳐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다 경기 침체까지 장기간 이어지면서 '명절 대목' 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심지어는 백화점, 대형마트도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 증가세에 밀려 고전하는 양상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 지표마저 미래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며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명절 풍속도 또한 각박한 세태를 반영해 과거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제삿상 영정 사진으로 조상을 추모하던 때와 달리 생전 모습 그대로 AI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 전통적 명절 증후군 요인으로 꼽혔던 음식 등 제사 준비도 집에서 굳이 만들기 보다는 주문하면 척척 배달이 된다. 벌초도 마찬가지로 대행 서비스가 크게 성업 중이다. 뿐만 아니라 대가족 중심의 가부장 문화가 핵 가족 추세로 급속히 바뀌면서 친인척끼리 모여 시끌벅적했던 명절은 옛말이 되고 있다. 가족 단위 해외 여행객이 명절 연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갈수록 편리함만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자손으로서 도리가 소홀한 것은 아닌지 숙연해질 때가 있다. 부모 떠나 타향살이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준 것도 어쩌면 명절에 모인 가족의 힘이었다.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서로간의 끈끈한 사랑을 확인하던 그런 분위기가 그리워진다. 이와 함께 명절이 다가오면 더욱 절실한 문제 중 하나가 초고령화 사회 늘어나는 노인 빈곤층과 함께 사회 안전망 역할이다. 늘 부족하고 궁핍했던 시절 형제가 많아 툭하면 티격태격하던 그 때 그 시절의 빛바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 건 가족 때문일까. 이젠 풍족한 세상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가족 사랑 만큼은 더욱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9.12 16:12

이성윤의 수도이전, 헌재이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0일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 청문회를 열었는데 이성윤 의원(전주완산을 민주당)은 매우 휘발성 강한 화두 하나를 던졌다. 오늘날 국토균형발전이 무너지고 지방소멸이 심화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헌재의 불합리한 관습헌법 논란이라는 거다.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대다수 국민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매우 놀라운 판결을 했다.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서울고검장까지 지냈던 이 의원은 “관습헌법의 논리대로라면 천년동안이나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왜 수도가 아닌지 의문”이라면서 결국 국토균형발전이 명시된 우리 헌법을 수호해야 할 헌재가 서울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에 편승해 수도권 집중 개발의 폐해를 부추긴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질의에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을 상기시키면서, 헌재는 헌법 조문에도 없는 ‘관습헌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며 수도 이전을 막고 결과적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좌초시켰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관을 상대로 한 인사청문회에서 모처럼 시의적절한 지적이 터져나온 셈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수도권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전북 고창(607㎢)은 서울(605㎢)과 가장 유사한 면적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인구수는 약 187배 차이(서울 938만 명, 고창 5만 명)가 난다. 의료를 예로들면, 90분 이내 종합병원에 접근불가능한 인구의 비율은 서울은 0%인 반면, 전북은 9.6%나 된다. 서울시 예산은 약 45조 7,405억원으로 정부 예산(656.6조)의 약 7%에 이르는 반면, 전북 예산은 약 9조 163억 원으로 겨우 1%에 불과하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서울시민과 고창군민은 주거하는 곳의 차이로 인해 삶의 질은 천양지차다. 총선 과정에서 이성윤 의원은 헌재의 전주 이전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헌법재판소도 지역소멸이라는 중차대한 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지역균형발전의 헌법 정신을 엄중하게 여겨서 헌재 스스로 지역으로 이전하라”는 이 의원의 주장은 기득권을 가진 일부 수도권 엘리트 말고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는 의제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모든게 끝난것 같아도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전세계 일류국가로 우뚝 서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화두를 던졌던 수도이전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헌재의 지역이전 또한 지역발전 의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9.11 14:03

사라지는 나라, 투발라의 분투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화제가 됐던 영상이 있다.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교부 장관의 수중연설 영상이다. 코페 장관은 이 연설을 위해 허벅지까지 물이 닿는 바다로 들어가 연단을 세워놓고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투발루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간절한 호소였다. 투발루는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156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877년 영국인이 이주하면서 영국의 보호령을 받는 식민지가 되었다.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한 것은 1978년 10월, 1981년 독립 후 첫 총선거를 실시했다. 인구는 2023년 기준 11,396명이고 아홉 개 섬으로 이뤄진 엘리스 제도가 영토다. 그런데 이 섬은 지금 가라앉고 있다. 투발루의 평균 육지 고도는 고작 6피트 6인치. 설상가상 해마다 해수면이 0.2인치씩 상승하고 있어 육지가 물에 잠기고 있다. 이미 30년 안에 투발루가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고 보면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투발루의 현실은 가혹하다. 작은 섬나라 투발루의 분투는 계속되고 있다. 투발루 정부는 섬은 사라지지만 투발루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답을 찾아 나섰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국가 건립(?)이 투발루가 찾은 대안이다. 투발루는 20022년 말 디지털 국가 건립을 선언했다. 전 국토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그 안에 문화와 역사, 국민의 삶을 기록으로 담아 국가의 존재, 정신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투발루 말고도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위기에 처한 저지대 섬나라는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인 COP15에서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대통령과 11명 장관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수중 4m에서 국무회의를 열기도 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몰디브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사모아나 피지 등 세계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섬나라들 역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실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폭설, 계절의 경계까지도 없앤 기후재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올여름도 예외 없이 견디기 힘든 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처서가 지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열대야는 9월이 지나고도 지속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게 된 투발루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더 무거워진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9.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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