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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지 도약과 닥펄프 공장

삼성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약 380조 가량되는데 명실공히 대한민국 1위의 거대한 단일 기업이다. 아시아에서 3위, 전세계에서 21위에 랭크돼 있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이처럼 국제무대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계기는 1968년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말이 전자산업이지 당시만 해도 트랜지스터 정도의 반도체 산업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라디오, TV, 냉장고 정도의 전자산업이 오늘날 첨단 반도체로 도약하게 된 계기는 1983년 2월 8일, 이병철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산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런데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생전에 “종이는 반도체”라는 강한 화두를 던졌다. 종이의 다양한 변용과 산업성에 주목한 이가 바로 이어령 전 장관이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우수한 종이인 한지를 우리는 아직 제대로 산업화, 세계화 하지 못하고 있다. ‘한지는 구닥다리’라는 시각 자체를 버리고, 전북의 미래먹거리로 보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주한지는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대한민국 한지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 교황청이 소장 중인 ‘113년 전 고종황제가 교황에게 보낸 편지’ 복본을 전주한지로 만들지 않았던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소장 문화재 ‘바이에른의 막시밀리앙 2세 책상’ 복원에도 전주한지가 쓰였다. 구한말 러시아 정책보고서 ‘한국지’는 전주한지에 대해 “한국의 제지업은 중국인을 능가하고 있다. 종이 쓰임새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산, 양산, 비를 가리는 모자, 병복, 가방을 만든다. 러시아 판지보다 질기며 견고하다.” 전주한지는 100년 전 이미 세계 명품이었다. 하지만 후손들이 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 전주한지는 예술성, 산업성 모두 한계가 없는 종이임에 틀림없다. 그 명성을 살리려면 당장 한지원료 닥펄프 가공공장을 건립해야 한다. 한지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료인 닥나무이다. 전통한지 국내산 닥나무 연간 필요량은 847톤인데 국내 한지 생산량은 230톤에 불과해 부족분 617톤은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기계한지 부분까지 포함한 연간 총 닥펄프 필요량은 4,000톤이나 된다. 국내산 닥은 보존용지 또는 고가의 주문형 전통한지에 소요되고 있으며, 수요가 많은 산업용 한지의 경우 90% 가량 수입닥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산 닥은 전주, 완주, 경기 가평, 강원도 일원, 경북 영주, 예천, 문경 등지에서 생산된다. 결론은 닥펄프 가공공장을 만들어야만 된다. 닥나무 재배지는 전주시에 8,800평, 완주군에 6,000평, 익산 왕궁리에 30,000평,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새만금 수목원, 산림조합중앙회 부지 등에 약 5만평을 확보한 상태다. 핵심은 닥나무 재배가 아니라 닥펄프 공장이라는 한지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9.25 11:59

공중화장실의 변신

지난 7월 개봉한 이후 입소문을 타고 관객층이 더 두터워지는 영화가 있다. 독일 영화감독 빔 벤더스의 예술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다. 영화는 공원의 공중화장실 청소원인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을 그렸다.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혼자 사는 주인공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충만하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운전하는 차 안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올드팝을 듣고, 샌드위치로 해결하는 점심시간에는 낡은 필름카메라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찍는다. 퇴근후에는 대중탕에서 몸을 씻고 단골 선술집에 들러 한 잔, 돌아오는 길에 헌책방에서 사온 문고본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다. 그러나 반복되는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름답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주인공의 시간을 통해 전해지는 ‘일상’의 소중함과 의미를 전하는 메시지 덕분이다.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또 있다. 영화가 제작된 배경이다. ‘퍼펙트 데이즈’는 프로젝트 영화다. 그것도 공중화장실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다. 그 흔한 공원 안 공중화장실을 떠올리면 프로젝트의 배경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도쿄도는 2020년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시부야구에 여러개 공중화장실을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배경과 과정이 놀랍다. 이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공중화장실은 17개. 이들을 안도 타다오, 이토 도요를 비롯한 세계적 건축가들과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이지만 사람이 들어가 문을 닫으면 불투명 유리로 바뀌는 화장실, 지역 숲에서 자라는 버섯에서 영감을 받은 버섯모양 화장실, 일본 전통가옥의 처마에서 영감을 받은 타원형 지붕 화장실 등 아름다운 예술작품 17개 화장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도쿄의 새로운 명소가 된 이들 화장실을 더 널리 알리겠다고 나선 것은 ‘일본재단’이다. 재단은 빔 벤더스 감독에게 다큐 제작을 의뢰했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본 감독은 다큐가 아닌 픽션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며 극영화로 제작했다. 프로젝트로 제작된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 모양이다. 세계 각국에서 도쿄 화장실을 보기 위해 젊은 세대들이 몰려오면서 ‘도쿄 화장실 셔틀 투어’ 상품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쪽과 서쪽코스로 나누어 공중화장실만 돌아보는 이 투어 상품 가격은 4950엔. 2시간 동안 대형 택시를 타고 돌며 화장실 건축물을 관람한다. 냄새나고 음습한 공간. 공중화장실의 이미지는 공통적이다. <도쿄 공중화장실 프로젝트>는 그러한 이미지가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도시의 품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인 새로운 발상, 그 성과가 흥미롭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9.24 15:15

우체통과 손편지

이상기후 시대, 추석 연휴까지 이어졌던 이례적인 폭염이 마침내 수그러들었다. 이변은 있었지만 자연의 순리는 역시 거스를 수 없다. 그렇게 철이 바뀌었다. 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거리 곳곳에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즐비하다. 전국 어디를 가도 그곳만의 가을축제를 만날 수 있는 시기다. 전북지역에서도 김제 지평선축제, 전주 비빔밥축제, 임실N치즈축제, 군산 시간여행축제, 고창 모양성제, 진안 홍삼축제, 남원 흥부제, 정읍 구절초축제, 완주 와일드&로컬푸드축제, 순창 장류축제, 익산 천만송이국화축제 등 지역을 대표하는 가을잔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축제 릴레이다. 인파로 북적이는 이름난 축제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재미와 감성을 채워주는 특별한 작은 축제도 있다. 오는 27~28일 열리는 ‘군산 우체통거리 손편지축제’가 그렇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1970년대 대중가요의 노랫말로 쓰이면서 널리 알려진 군산 출신 고은 시인의 시 ‘가을편지’의 도입부다. 그 시절 손편지는 중요한 소통수단이었다. 편지봉투를 뜯을 때의 셀렘과 정성을 담아 꼭꼭 눌러쓴 글귀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디지털 매체에서는 절대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편지지를 찢어가며 한 문장을 몇번씩 다시 쓰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의 한 구절을 베껴오기도 했다. 이맘때 ‘국군의 날’이 다가오면 학교에서 이름도 모르는 ‘국군 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보내곤 했다. 숙제처럼 의무적으로 쓰다 보니 귀찮기도 했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정성은 담았다. 디지털 시대, 그런 손편지가 모습을 감췄다. 손편지뿐 아니라 필기구로 종이에 글을 쓰는 아날로그 글쓰기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지금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목전에 두고 종이교과서와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교실을 기억할 때 떠올랐던 책과 공책·연필이 추억 속으로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 과거 주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빨간 우체통도 언제부턴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인터넷과 휴대폰,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보편화되면서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 통신수단이었던 손편지와 우체통이 그렇게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사라지는 것, 잊혀져 가는 것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긴다. 군산에 가면 쓸모를 잃은 우체통을 모아 놓은 거리가 있다. 도시의 옛 중심지에 있는 우체통거리다. 군산우체국이 자리잡은 이 거리에서는 폐우체통이 근사한 예술작품으로 변신해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리고 이 거리에서는 가을이면 우체통과 연관된 옛 추억을 소환한다. 2018년 시작돼 올해로 일곱번 째를 맞는 ‘손편지축제’다. 눈앞에 두고도 멀리 돌아온 가을, 그래서 더 반갑다. 이 사색의 계절, 군산 우체통거리를 찾아 그리운 사람, 고마운 사람, 소중한 사람에게 정성을 담은 손편지를 쓰면서 아날로그 감성을 깨워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9.23 17:43

전북정치 기상도

예나 지금이나 선거 때 돈 쓰는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선거가 임박해서 급한 나머지 돈을 확보해놓고도 법에 걸리까봐 무서워서 못 써 낙선했다는 후보들이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돈 잘 쓰는 것도 중요한 선거 전략이라는 것을 웬만한 후보들은 다 안다. 일명 실탄이라고 하는 선거 자금은 승패를 가를 정도로 그 위력이 크다. 출마 경험이 있는 후보들은 사전에 자금을 안전하게 세탁해서 관리하지만 신출내기들은 자금 마련하는 것부터 어설프다. 이번 추석을 맞아 각 지역별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인물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0월 16일 치러질 전남 영광 곡성군수 재선거 결과에 관심이 높다. 그 이유는 지난 총선 때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후보) 현상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 조국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전북에서 1위를 차지, 전국에서 12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임실군의회에서 무소속으로 3선한 김왕중 의원은 민주당 복당이 좌절되자 조국혁신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군수 선거전에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 정서가 강한 전북에서 아직까지 민주당 후보로 나오는 것이 유리하지만 여당인 국힘 후보를 찍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민주당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이 많아 전북민심이 변해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예전에는 민주당 지지기반이 워낙 공고해 민주당 공천을 못 받으면 아예 출마를 않거나 무소속 쪽으로 방향을 틀어 출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에 인지도 확산를 위해 출마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민비조'현상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면서부터는 내적으로 조국혁신당 쪽으로 출마를 저울질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번 재선거에서 조국혁신당 후보가 선전하면 다음 지방선거 때 전북서도 조국혁신당 쪽으로 정치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새로 국회의원이 된 전주 을, 병과 익산갑, 남임순 장수 지역 가운데 익산시장과 임실군수는 3선한 관계로 졸업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후보간에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항소심에서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정읍시장도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각축이 예상된다. 임기 후반부로 돌입한 지사나 시장·군수들은 재선하기 위해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는 등 지지세 확대에 주력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인재로 영입해서 복당시킨 김관영 지사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만 해소되면 재선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빠져 나가지 못하면 당내 경선부터 예측불허의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 널리 회자되는 말로 출마하겠다고 움직이는 순간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해서 쓰느냐가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돈선거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내 경선과 본선 때 철저하게 자기 돈 써가며 천신만고 끝에 완주군수에 당선된 유희태 군수가 소신껏 군정을 펼치는 것도 선거법을 지켜가며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9.22 18:51

한가위 정치 토크

가족 모임에서도 정치 얘기가 나오면 서로 얼굴 붉히고 서먹서먹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성향이나 인물 선호도가 다르다 보니 감정을 자극하기 일쑤다. 그런 와중에도 공통점은 정치인 평가가 최악이라는 점이다. 국민 통합에 앞장서고 지역 발전에 헌신하겠다는 선거 유세 다짐은 금배지 이후 권력 중심에 서며 퇴색하기 마련이다. 출사표를 던질 때 신인으로서의 참신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노회한 정치인의 모습만 연상케 한다. 추석 연휴 사람들이 모이면 풀어 놓는 정치인 뒷 담화의 내용도 알고 보면 여과없이 드러난 바닥 민심이다. 정치인 스스로 뼈저린 반성을 통해 초심을 잃지 않도록 자기 관리에 철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가장 발끈하고 분노 조절이 쉽지 않은 건 생뚱 맞은 국회의원 명절 휴가비다. 추석을 닷새 앞둔 지난 12일 의원 300명에게 휴가비 4백24만원씩 지급됐다는 뉴스다. 설날까지 합치면 연간 8백49만원이나 된다. 해마다 세비로 받는 1억5700만원과는 별개로 지급되는 떡값이다. 5급 이상 일반 공무원들은 별도로 명절 상여금이 없다. 직장인도 요즘 경기가 어려워 희망 퇴직설이 나오는 가운데 상여금은 아예 꿈도 못꾼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억대 연봉 외에 명절 상여금까지 꼬박꼬박 챙긴 것이다. 툭하면 개점 휴업 상태인 국회 모습을 보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하라는 비난이 쇄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편 가르기와 진영 논리로 인해 국민 통합이 절실한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의 팬덤 귀성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지도부는 13일 대구 부산 지역의 경부선 출발지인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을 만났다. 반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호남 전라선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진행했다. 비록 한가위 이벤트이지만 정당의 텃밭이라고 자처한 강성 지지층 지역에만 편중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날 참석자 가슴 띠에 적힌 '희망가득 한가위' '모두의 힘 모두의 한가위' 등의 글귀를 무색케 했다. 호남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재보궐 혈투가 볼 만하다. 전북 정치권도 이 영향권에서 비껴갈 수 없어 관심을 끌고 있다. 차기 지방선거 가늠자 역할과 동시에 지역 맹주 자리도 연계된 만큼 선거전 양상이 전면전을 띠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성적표를 보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호남 28석을 모두 휩쓴 민주당과 비례대표 득표율 호남 1위를 차지한 조국혁신당의 존재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남 영광과 곡성 군수를 뽑는 지역 단체장 선거인데도 전국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몰빵' 전략에 나선 걸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현재 직면한 정치권내 위상을 대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얘기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9.19 17:16

전북대병원장 임용에 쏠린 눈

요즘 전북대 안팎에선 종종 “누가 신임 전북대학교병원장으로 임명되느냐”는 말이 회자된다. 전북대병원장 임기가 끝난지 두달이 지났으나 아직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때문이다. 결론은 대학의 자율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대학병원 이사회의 뜻이 강하게 실린 후보를 임명하면 되는 것인데 핵심은 머뭇거리지 말고 조속히 결론을 내라는 것이다. 대학이나 병원의 의중과 달리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을 빌어서 병원장이 될 경우, 대학병원 운영과정에서 총장과의 불협화음은 불문가지다. 중요한 것은 교육부나 대통령실에서 빨리 결정하라는 것이다. 장고끝에 악수둔다는 말처럼 시간을 끌어봐야 잡음만 날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권이나 관가 안팎에서 로비설과 잡음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전북대병원은 지난 7월 17일 제22대 전북대학교병원장 임용 후보자로 양종철(55)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정영범(54) 비뇨의학과 교수를 최종 선정했다.교육부 심사와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등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면 새 병원장은 향후 3년간 재직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차기 병원장 후보를 추천한지 두 달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유희철 병원장은 지난 7월 29일 임기가 종료됐으나 앞으로 언제까지 업무대리를 맡을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임명이 계속 늦춰지면서 대학이나 병원 안팎에서 각종 잡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력한 중앙 정관계 인사의 힘을 등에 업고 전북대병원장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들리고, 각종 지연, 학연을 동원한 로비설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대학병원이나 총동창회 안팎에서도 갈등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사회에서는 특정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1위로 추천했다고 한다. 검증 과정에서 그 후보가 결정적인 자격미달 사유가 있다면 2순위를 임명하면 되고, 만일 그게 아니라면 1위를 조속히 임명하면 된다. 전북대병원 이사회는 이사장인 전북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당연직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 등을 포함한 11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뜻을 존중하면 되는 것이지 이사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제3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병원장이 임명된다면 향후 전북대병원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교육부는 올초 전국의 10개 국립대병원, 4개 치과병원 등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서면 평가·현장실사를 거쳐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북대병원은 강원대병원, 부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과 함께 B 등급에 머물렀고, 나머지 5개 국립대병원은 A 등급을 받았다. 교육부는 개별 병원의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전북대병원은 B 등급의 병원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전국 평가 대상 국립대병원 중 최하위권인 전북대병원은 과연 탈꼴찌가 가능할까. 누가 새 조타수가 되는가에 따라 명운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9.18 11:32

설렘 가득한 한가위

엄마가 급하게 흔들어 대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어스름 새벽에 신작로 건너편 방앗간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길게 늘어선 줄에 서 있던 누님하고 바통터치한 뒤 김이 모락모락한 뿌연 공간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운 좋게 갓 만들어 낸 떡을 나눠 먹기라도 하면 마치 큰 선물을 받은 양 즐거워 했다. 왁자지껄한 그 분위기에서 함께 한 동네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시절은 으레 그랬던 것처럼 떡 하나를 만들어도 온갖 불편을 감내하며 가족의 정성이 배어 있었다. 1970년 무렵 필자가 겪었던 분주한 한가위 풍경이다. 오늘따라 유독 그 때의 훈훈함이 아련하고 애틋하게 다가오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을 폭염' 이 맹위를 떨치면서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한다. 역대급 무더위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사과, 포도 등이 제 색깔을 못내고 당도 마저 떨어져 최대 성수기인 한가위 출하 시기를 놓쳐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다 경기 침체까지 장기간 이어지면서 '명절 대목' 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전통 시장과 골목 상권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심지어는 백화점, 대형마트도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 증가세에 밀려 고전하는 양상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 지표마저 미래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며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명절 풍속도 또한 각박한 세태를 반영해 과거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제삿상 영정 사진으로 조상을 추모하던 때와 달리 생전 모습 그대로 AI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 전통적 명절 증후군 요인으로 꼽혔던 음식 등 제사 준비도 집에서 굳이 만들기 보다는 주문하면 척척 배달이 된다. 벌초도 마찬가지로 대행 서비스가 크게 성업 중이다. 뿐만 아니라 대가족 중심의 가부장 문화가 핵 가족 추세로 급속히 바뀌면서 친인척끼리 모여 시끌벅적했던 명절은 옛말이 되고 있다. 가족 단위 해외 여행객이 명절 연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갈수록 편리함만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자손으로서 도리가 소홀한 것은 아닌지 숙연해질 때가 있다. 부모 떠나 타향살이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준 것도 어쩌면 명절에 모인 가족의 힘이었다.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서로간의 끈끈한 사랑을 확인하던 그런 분위기가 그리워진다. 이와 함께 명절이 다가오면 더욱 절실한 문제 중 하나가 초고령화 사회 늘어나는 노인 빈곤층과 함께 사회 안전망 역할이다. 늘 부족하고 궁핍했던 시절 형제가 많아 툭하면 티격태격하던 그 때 그 시절의 빛바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 건 가족 때문일까. 이젠 풍족한 세상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가족 사랑 만큼은 더욱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9.12 16:12

이성윤의 수도이전, 헌재이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0일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 청문회를 열었는데 이성윤 의원(전주완산을 민주당)은 매우 휘발성 강한 화두 하나를 던졌다. 오늘날 국토균형발전이 무너지고 지방소멸이 심화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헌재의 불합리한 관습헌법 논란이라는 거다.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대다수 국민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매우 놀라운 판결을 했다.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우리의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하여온 헌법적 관습이며 우리 헌법조항에서 명문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자명하고 헌법에 전제된 규범으로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한다” 서울고검장까지 지냈던 이 의원은 “관습헌법의 논리대로라면 천년동안이나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왜 수도가 아닌지 의문”이라면서 결국 국토균형발전이 명시된 우리 헌법을 수호해야 할 헌재가 서울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에 편승해 수도권 집중 개발의 폐해를 부추긴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질의에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이전 특별법’을 상기시키면서, 헌재는 헌법 조문에도 없는 ‘관습헌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대며 수도 이전을 막고 결과적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좌초시켰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관을 상대로 한 인사청문회에서 모처럼 시의적절한 지적이 터져나온 셈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수도권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전북 고창(607㎢)은 서울(605㎢)과 가장 유사한 면적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인구수는 약 187배 차이(서울 938만 명, 고창 5만 명)가 난다. 의료를 예로들면, 90분 이내 종합병원에 접근불가능한 인구의 비율은 서울은 0%인 반면, 전북은 9.6%나 된다. 서울시 예산은 약 45조 7,405억원으로 정부 예산(656.6조)의 약 7%에 이르는 반면, 전북 예산은 약 9조 163억 원으로 겨우 1%에 불과하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서울시민과 고창군민은 주거하는 곳의 차이로 인해 삶의 질은 천양지차다. 총선 과정에서 이성윤 의원은 헌재의 전주 이전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헌법재판소도 지역소멸이라는 중차대한 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지역균형발전의 헌법 정신을 엄중하게 여겨서 헌재 스스로 지역으로 이전하라”는 이 의원의 주장은 기득권을 가진 일부 수도권 엘리트 말고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는 의제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모든게 끝난것 같아도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전세계 일류국가로 우뚝 서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화두를 던졌던 수도이전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헌재의 지역이전 또한 지역발전 의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밖에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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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9.11 14:03

사라지는 나라, 투발라의 분투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화제가 됐던 영상이 있다.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교부 장관의 수중연설 영상이다. 코페 장관은 이 연설을 위해 허벅지까지 물이 닿는 바다로 들어가 연단을 세워놓고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는 투발루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간절한 호소였다. 투발루는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156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877년 영국인이 이주하면서 영국의 보호령을 받는 식민지가 되었다.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한 것은 1978년 10월, 1981년 독립 후 첫 총선거를 실시했다. 인구는 2023년 기준 11,396명이고 아홉 개 섬으로 이뤄진 엘리스 제도가 영토다. 그런데 이 섬은 지금 가라앉고 있다. 투발루의 평균 육지 고도는 고작 6피트 6인치. 설상가상 해마다 해수면이 0.2인치씩 상승하고 있어 육지가 물에 잠기고 있다. 이미 30년 안에 투발루가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고 보면 머지않아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투발루의 현실은 가혹하다. 작은 섬나라 투발루의 분투는 계속되고 있다. 투발루 정부는 섬은 사라지지만 투발루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답을 찾아 나섰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국가 건립(?)이 투발루가 찾은 대안이다. 투발루는 20022년 말 디지털 국가 건립을 선언했다. 전 국토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그 안에 문화와 역사, 국민의 삶을 기록으로 담아 국가의 존재, 정신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투발루 말고도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위기에 처한 저지대 섬나라는 적지 않다. 지난 2009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인 COP15에서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대통령과 11명 장관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수중 4m에서 국무회의를 열기도 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몰디브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사모아나 피지 등 세계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섬나라들 역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실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폭설, 계절의 경계까지도 없앤 기후재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올여름도 예외 없이 견디기 힘든 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처서가 지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열대야는 9월이 지나고도 지속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게 된 투발루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더 무거워진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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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9.10 16:30

교육현장 불신의 벽

‘신뢰는 거울의 유리와 같다.’ 19세기 스위스 철학자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이 남긴 말이다. 사람 사이의 믿음은 유리처럼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하나가 될 수 없고, 깨진 신뢰는 유리 파편처럼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한번 무너진 믿음을 회복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서로 노력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 노력도 없이 서로가 자신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불신의 벽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교육현장이 그렇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간 불신·갈등의 골이 깊다. 급기야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제기로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2건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학교 교육력을 훼손하는 일부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조처”라고 했다. 전북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도 전북교총의 대응에 뜻을 함께 했다. 전북지역 교원단체들이 하나로 뭉쳐 학부모들의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학부모는 교사·학생과 함께 ‘교육의 3주체’로 꼽힌다. 현행 ‘교육기본법’에서도 학부모를 보호자라 칭하며 학습자, 교원, 교원단체, 학교 설립자·경영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교육 당사자’로 규정해 놓았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도 ‘교사와 학부모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양측의 신뢰관계가 굳건하지 않다면 수평적 협력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교육의 3주체인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갈수록 멀어지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급하다. 그런데 그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교권침해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면서 교사와 학부모는 긴장과 대립의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해 ‘학부모 상담예약제’를 도입하고, 학교 전화기에 녹음장치를 설치했다. 물론 교권보호 대책의 일환이지만 학부모와 교사의 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바람직한 교육현장은 학생인권과 교권이 함께 존중받으며 조화를 이루는 학교다. 교사와 학부모간 대립·갈등의 관계가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 시급한 교권회복을 위해 교육당국과 교원단체의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 학교의 신뢰 회복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부모는 학교와 긴밀하게 소통·협력하면서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교육의 한 주체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도 학부모의 교육활동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현장에 단단하게 쌓인 불신의 벽부터 허물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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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9.09 17:52

보수정권에서 가망 없는 전북

지금도 중앙정부가 전북을 바라다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특히 보수 쪽 지지자들의 시각이 전혀 바꿔지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점철돼 있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만 줄기차게 지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쪽 지지자들은 전북의 정서를 이해할려고 들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는 생각이다. 보수 심장부인 서울 강남 3구에서는 전북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아예 정치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왜 전북이 사면초가가 되어 고립무원 상태로 빠져들었는가. 산업화 과정 때 농업의 틀을 벗지 못한 탓이 크다. 생명산업에 종사한다는 자존심보다는 농업의 경제성 저하로 낙후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전북은 산업화가 미진해 기업들과의 이해관계가 타 지역에 비해 낮다. 1991년에 착공한 새만금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전북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몰고갔다. 타 지역인들은 전북에 새만금 사업 이외에는 다른 개발 사업이 없느냐 면서 오히려 사업 다각화를 일러준다. 해마다 정기국회가 열리면 전북도는 국가예산 확보로 걱정이 태산 같다. 문재인 전 정권때는 새만금 SOC 확충을 위해 1조 이상씩 투입되었지만 윤석열 정권 들어서 사상 유래가 없는 국가예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똘똘 몰아씌운 후 새만금 예산을 칼질했기 때문이다. 무려 당초 예산의 78%를 삭감 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나중에 부분적으로 살려주었다. 특히 타당성 조사를 통해 흠잡을 때가 없는 새만금사업을 무려 8개월이나 중단시켜 도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힘 없는 약자의 설움을 되뇌인채 칼자루 잡은 쪽의 눈치를 지금도 살핀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감사원이 새만금잼버리 대회 전반을 감사했기 때문에 잘잘못이 있으면 그 실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다. 대회가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원에서 가타부타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의혹만 증폭시켰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관영 지사도 기자회견을 통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짓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조직위 여가부 전북도 부안군 잼버리 측의 잘잘못을 가려내야 한다. 지금도 잼버리 파행에 따른 암운이 전북도에 짙게 드리워져 전북도가 국가예산 확보 활동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박상우 국토부장관이 대광법을 개정해서 전북도한테 도움주고 싶어도 키를 쥔 기재부에서 미동도 안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이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상 불이익을 받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14.4%밖에 얻지 못했고 지난해 전주을 재보궐선거 때 국힘 후보가 6명의 후보 중 8%로 5등한게 문제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줄리 의혹을 안해욱 후보가 재보궐선거 때 집중적으로 제기한 게 악영향을 끼쳤다는 말도 나온다. 아무튼 지난 총선 때 3선에 도전했던 국힘 정운천 후보가 20.63%로 낙선하면서 국힘 지도부가 완전히 등돌렸다는 후문이다. 전북은 보수정권에서 영 가망이 없단 말인가.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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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9.08 18:18

'호남 동행' 에 감춰진 진실

호남이 아니라 전북이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아쉬울 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다가 돌연 언제 그랬느냐 식으로 180도 안면몰수 했다가 다시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다. 국민의힘 호남 동행 의원제가 그것이다. 지난 21대 국회 때 이른바 서진 정책의 일환으로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이벤트성 정치 실험이었다. 당시만 해도 민주당 일색인 호남에서 국민의힘과의 소통 창구가 아쉬운 상황에서 나름 설득력을 가졌다. 집권 여당으로 변신한 지금의 위상에 비춰 보면 더더욱 절실한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잼버리 파행과 전북특별자치도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동행 의원들의 이중적 태도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 건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최근 재추진 의사를 보이자 진정성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20년 정운천 의원 제안으로 추진했던 동행 의원제 취지는 호남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다. 민주당 쏠림이 심했던 이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현안 해결에도 앞장서는 노력을 통해 지지를 얻고자 한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 영남과 충청 출신 의원 48명이 호남 지역 자치단체와 자매결언을 맺고 '제2의 지역구'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실제 도내 14개 시군도 동행 의원과 소통하며 법안 처리와 예산 확보에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권의 25%를 호남 몫으로 정하는 등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호남 지지 기반이 없으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의해서다. 고령의 김종인 위원장도 5.18 묘지 앞에 무릎을 꿇으며 진정성을 보였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전북과의 동행을 자처한 그들 의원들이 그동안 애써 보여줬던 동반자 노력이 한낱 허구였음을 드러낸 것이 바로 잼버리다. 송언석 의원 등이 극단적 언사를 서슴지 않으며 저격수 역할을 통해 파행 책임을 전북에 떠넘기는데 앞장섰다. 한술 더 떠 새만금 SOC 예산을 무려 78%나 칼질했던 추경호 기재부장관도 마찬가지다. 서병수, 김병욱 의원은 전북특별자치도법에 반대했다.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동행 의원들이 되레 전북을 헐뜯고 지역 발전을 가로막으며 제도 취지를 무색케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호남동행 특별위원장에 조배숙 의원을 임명했다. 그동안 가교 역할을 해왔던 정운천 의원이 총선에서 낙마, 사실상 핫 라인이 끊기자 교두보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민의힘 여론이 바닥인 데다 동행 의원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획기적 민심 수습 카드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분위기다. 잼버리 파행과 특별자치도 추진을 통해 이 제도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추진한다고 해서 등 돌린 도민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단순히 호남 표심만 자극하지 말고 민심을 얻기 위한 진정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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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9.05 17:26

충암사단과 전북의 특정사단

국내 프로기사의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다. 현대바둑을 도입한지 얼마되지 않는 대한민국은 부안 출신인 조남철 초대 국수이래 소위 조-서시대(조훈현 서봉수)를 거치면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긴 했으나 오랫동안 중국, 일본에 밀렸다. 하지만 전주 출신 이창호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한국은 중국, 일본을 제압하면서 뚜렷하게 세계 최강자로 등극한다. 이처럼 한국바둑의 중흥을 이끌었던 구심체는 바로 ‘충암사단’이다. 충암사단은 충암학원(초·중·고) 출신 프로기사 그룹을 지칭하는 바둑계 통용어인데 이들의 누적 단위(段位) 합계는 무려 1000단이 넘는다. 한국기원 집계에 따르면 22년 8월 22일 현재, 충암사단 출신 프로는 157명, 단위 합계는 1018단에 이른다. 은퇴·작고 기사를 제외한 현역 프로 숫자만 그렇다는 거다. 국내 전체(408명·2146단) 대비 38.5%, 47.4%에 달한다. 어느 분야가 됐든 특정 집단이 전체 구성원의 40% 안팎을 점유한 경우가 있었던가. 일본 바둑계의 경우 기타니 미노루(木谷実) 도장이 20세기 후반 각국 영재들을 프로로 육성하는 신화를 남겼으나 배출된 기사 및 단위 합계는 53명, 384단에 불과한 것만 봐도 대한민국 프로 바둑계에서 충암사단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충암사단은 총 122회에 걸쳐 열린 세계 메이저 대회에서 이창호(17회), 유창혁(6회), 박정환(5회), 신진서(3회) 등 10명이 무려 38회나 우승했다. 충암사단의 기원은 개교 2년 만인 1971년 국내 최초로 바둑부를 창설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부쩍 충암사단 얘기가 나도는 웃픈 일이 있다. 얼핏 들으면 충암 출신이 다시 바둑계를 평정했나 싶은데 실은 그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국방부 장관으로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을 지명한 것이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학도호국단장이었다고 한다. 김 후보자가 '제2의 하나회'처럼 충암파 계보를 만들어 군 세력을 장악했고 계엄에도 대비하고 있다는게 야당의 공세 요지다. 때마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계엄령 준비설'을 흘리면서 시끌벅적하다. 이에대해 정부여당은 "선동·괴담정치를 중단하라"며 역공에 나섰다. 김 후보자는 400명 가까운 군 장성 가운데 충암고 출신 4명을 두고 '충암파'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군의 분열을 조장하는 거라고 반박했다. 양의 동서와 시대의 고금을 막론하고 특정 지역, 특정 학교, 특정 단체 출신들이 요직을 꿰차는 현상은 낯선 일이 아니다. 다만 능력과 노력은 도외시한채 특정 그룹이 독식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어두울 뿐이다. 누가 한국 프로바둑 활성화에 커다란 기여를 했던 충암사단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이와달리 하나회처럼 특정그룹이 과실을 독식하는 구조는 혁파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이나 교육계, 문화예술계도 마찬가지다. 특정사단 얘기가 나돌면 안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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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9.04 14:46

이 작은 도시의 인구지키기

음악의 수도 오스트리아 빈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 바덴바이빈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도시의 이름은 직관적(?)이다. 독일어 바이 빈(bei Wien)이 ‘빈 근처’라는 의미이니 바덴 바이 빈(Baden bei Wien)은 빈 근처에 있는 바덴이라는 뜻이다. 바덴(Baden)은 목욕이라는 뜻을 가진 바드(Bad)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인지 독일어권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가 여럿 있다. 바덴바이빈은 로마 시대부터 유황온천이 있는 휴양지로 이름을 알렸다. 19세기 초에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여름 휴양지로 활용했는데, 당시 바덴을 찾은 왕족들은 자연스럽게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후원자가 되었다. 이 작은 도시에서 해마다 바로크 극장 축제나 베토벤 페스티벌, 도서전시회, 재즈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게 된 배경이다. 바덴바이빈을 찾는 예술가 중에는 베토벤도 있었다. 베토벤은 특별히 바덴을 좋아해 자주 찾아 오랫동안 머물렀다. 구시가지 초입, 라트하우스가세 10번지에 있는 작은 집이 그가 머물렀던 곳이다. 베토벤은 이곳에서 아홉 번째 교향곡 대부분을 썼다. 지금은 <베토벤하우스>란 작은 박물관이 되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사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 역시 인구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도시로 몰리면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진 탓이다. 대부분 도시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나섰지만, 여건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유럽 지방 도시 재생 계획(ERP)'도 도시의 경제 사회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지만 인구 소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바덴바이빈도 인구 소멸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1970년대 이 도시의 인구는 3만 명. 그러나 다른 도시들이 그렇듯이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2만 7천 명, 2000년대 2만 6천 명, 2010년대 이후에는 2만 5천 명으로 줄었다. 주목할만한 결과가 있다. 바덴바이빈 시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구는 30,514명이다. 2010년대 이후 오히려 인구가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들여다보니 바덴바이빈 시는 자연환경과 예술적 토양 등 전통적인 문화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휴양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정책으로 인구를 유입하고 관광객을 늘려왔다. 도시의 자산을 특화한 정책의 결실인 셈이다. 바덴바이빈 구도심은 활기가 있다. 사계절, 평일에도 작고 예쁜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차고 넘친다. 지역 자산을 지키고 활용하는 이 도시의 일관된 정책이 가져온 결실이 부럽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9.03 15:50

다시 찾아온 ‘국회의 계절’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계절의 변화가 피부에 와 닿는다.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이다. 정치권은 다시 ‘국회의 시간’이다. 2일 개회식과 함께 제22대 첫 정기국회 일정이 시작됐다. 10월 7일부터 25일까지는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연말까지 국민의 관심이 온전히 국회에 쏠릴 것이다. 100일간의 정기국회 대장정을 지켜보는 전국 각 지자체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국가예산’이다. 미래 지역발전을 이끌 주요 현안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자 첫걸음이 예산확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해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후 예산삭감과 정치권의 막말로 도민 전체가 말 못할 굴욕감을 느꼈던 만큼 떨어진 자존감과 명예를 이번에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전북 홀대’의 원인을 지역의 정치력 부재로 연결하면서 지난 4월 대거 국회에 복귀한 중진의원들의 정치력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우선 국회 심의단계에서 내년 전북 국가예산을 늘리는 게 과제다. 해마다 국회에서의 치열한 예산전쟁이 마무리되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단체장과 함께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예산 성과를 자랑했다. 연말연시 바쁜 일정에도 도지사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어김없이 한자리에 모여 언론 브리핑을 열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역대 최대’, ‘사상 최초’, ‘국가예산 ○○원 시대’ 등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 도민들 앞에서 스스로 연말 성과금을 나눴다. 물론 그들이 매년 예산철이면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해 온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내세울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다른 지역 의원과 단체장들도 마찬가지인 만큼, 발품의 성과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도 노력과 성과를 내세우고, 일부는 부풀려 스스로 치적을 홍보하는 일에 더 열정을 쏟아왔다. 물론 올해도 그럴 게 뻔하다. 사실 국가예산은 전년에 비해 감소하는 일이 없다. 한푼이라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역대 최대’라는 표현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마치 현 국회의원과 단체장의 능력이 탁월해서 전대미문의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해마다 그 성과를 홍보해댔다. 그런데 지난해 이변이 일어났다.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여파로 정부가 2024년 전북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국회 심의단계에서 일부 증액이 있었지만 최종 확정액은 전년(2023년)보다 줄었다. 정말 ‘사상 최초’라는 용어가 꼭 맞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정치권은 공치사 일색이었다. ‘사상 첫 감소’라는 사실적 표현 대신 ‘2년 연속 9조원 대 확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올해는 제발 실속도 없이 포장만 화려한 정치인들의 낯부끄러운 연례행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국회의 계절이다. 이 계절이 지나면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은 새해 국가예산 확보 상황을 지역주민들에게 가감 없이 알려야 한다. 꼭 필요했지만 예산확보에 실패한 사업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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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9.02 18:17

여야가 공존하는 전북정치

기업과 자원이 빈약한 전북은 중앙정부에 재정을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체 수입이 거의 없어 대다수 시·군이 공무원 월급 주기도 벅차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까 요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그때는 지원금이 있어 그런대로 버틸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원금 상환기일이 도래돼 이자 넣기도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전북은 정치적 선택을 잘못해 구조적으로 가난의 굴레를 벗기가 어렵게 됐다. 그간 정부 정책이 균형발전을 도모한다고 했지만 수도권 일극체제만 더 강화시키는 꼴이 되다 보니까 전북이 더 힘들어졌다. 전북은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나 진보가 집권했을 때나 모두 '찬밥 신세'였다. '오십보백보' 내지는 '도긴개긴'이었다. 다른 지역은 경쟁적으로 정치를 하다 보니까 서로가 국가예산을 더 확보할려고 치열하게 노력해 자기 몫 이상을 챙겨갔다. 하지만 전북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 바깥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 가느지도 모르면서 독야청청했다. 한마디로 낙후 전북이 만들어진 것은 전적으로 정치권 책임이 제일 크다. 중앙정치를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이 너무 무능한 탓으로 자기 밥도 못 찾아먹었다. 새만금 하나에 매달려 옴싹달싹 못한 것도 지역낙후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다. 다음으로 선출직 공무원들을 잘못 뽑은 탓도 컸다. 지역정서가 민주당 판이라 그 가운데서 뽑다보니까 유능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뽑지 못했다. 시장·군수나 지방의원들은 열정적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항상 우일신(又日新)하는 혁신가라야 한다. 변화를 두렵게 생각치 않고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선출직 덕목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운동권이나 공직생활 좀 했다고 경영마인드가 마냥 길러지는 게 아니다. '절차탁마 (切磋琢磨)'란 말처럼 보석으로 만들 줄 아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무작정 표만 얻기 위해 굴신거리는 사람은 단체장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도민들이 선거 때마다 너무 옥석 구분을 안 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가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또 시작됐다. 지난 총선 때 국가예산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10명의 도내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하면 전북 몫 확보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전북도가 내년 정부 예산안에 9조를 반영시켜 사상 최대라고 들먹이면서 자화자찬했지만 그건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3.2% 늘어난 677조로 편성했기 때문에 사상 최대 규모인 것이다. 다른 지역은 국회의원과 도지사·시장이 원팀으로 합심협력해 소리소문 없이 국가예산을 확보한다. 전북 정치권은 예산 삭감했던 윤석열 정부를 마냥 밉게 보고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잘 설득해서 전북 몫을 챙겨와야 한다. 칼자루 잡은 쪽이 그쪽이라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것은 장차 도민들이 무작정 민주당 일변도로 갈 게 아니라 강원·충청·경남처럼 여야가 공존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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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9.01 18:42

올림픽과 페어플레이 정치

얼마 전 끝난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의 눈부신 활약 못지않게 감동적인 장면이 많았다. 그중에서 펜싱 금메달 2관왕 오상욱 선수가 보여준 페어플레이 정신과 글로벌 매너가 눈에 띈다. 그는 결승에서 한 점만 더 내면 금메달을 확정지을 수 있는 순간, 심판이 공격 시작을 외치자 잽싸게 상대 선수에 다가갔다. 그런데 그 선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여서 곧바로 공격했다면 득점으로 인정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멈춰 섰다. 상대가 공격 시그널을 듣지 못했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오상욱의 공격을 파하려다 상대 선수가 넘어졌다. 이번에도 그는 다가가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일으켜 세웠다. 치열한 승부 세계에서 극히 보기드문 광경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금메달 보다 값진 뭉클함을 선사할 때가 있다. 구슬땀으로 얼룩진 훈련장 바닥을 닦으며 금메달을 꿈꾸지만, 그래도 경기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금메달도 부끄럽게 여기는 정신 때문이다. 그렇다면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 정치권에도 이런 페이플레이 정신이 가능할까. 일단 뿌리깊은 적대감과 진영 논리로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상대를 무조건 깎아내리고, 대화와 소통은커녕 삿대질하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그런 살벌한 정치 풍토가 선의 경쟁 보다는 상대를 악마화해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악순환을 부채질한다. 최근 의료 대란이 최악으로 치닫자 악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여야가 민생에 앞장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뒤 여야는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할 뿐 민생은 뒷전이었다. 법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도돌이표 정치가 게속됐다. 먹고 사는 문제를 최고 가치로 내세운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먹사니즘' 도 말뿐이다. 16개 중 8개 민생 관련 상임위가 두 달간 단 1건의 법안 심사도 하지 않았다. 배려와 타협보다는 상대를 굴복시키려다 보니 이런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모습은 지방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지난 도의회 후반기 원구성 때 국힘 이수진 의원은 "소수당에 대한 횡포" 라며 상임위 배정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렸다. 40석 중 37석을 독차지한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의정 활동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의 일당 독주 체제가 견고한 상황에서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에 대한 홀대와 설움은 극에 달했다. 당 소속을 떠나 동료 의원으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는 분위기에서 대승적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하물며 같은 당 끼리도 서로 궁합이 안 맞아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의회 원구성과 진안군 의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민주당의 후보 조율 실패가 결국 윗선 개입 논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이렇듯 중앙이나 지방 정치권의 여야 뺄셈 정치를 보면 한 여름 무더위 보다 더 짜증난다는 지적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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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8.29 18:23

고시엔대회와 전북체육의 지향점

1970년대와 80년대 고교 야구의 열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향토애와 동문의식으로 똘똘뭉친 광팬들로 인해 ‘성동원두(城東原頭=성 동쪽 들판이라는 뜻)는 항상 만원이었다. 오늘날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는 곳이 바로 서울운동장 야구장, 소위 성동원두 아니던가. 이름있는 상업계 고교는 물론, 내로라하는 인문계 명문고들은 고교 야구팀을 운영하며 성가를 톡톡히 누렸다. 고교야구 톱스타들은 대부분 투수와 4번타자를 겸한 대형 스타였고 요즘으로 치면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스타를 합친것 만큼이나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고교야구 전성시대 초대 한화그룹 회장이자 천안북일고 설립자인 김종희 이사장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향 각지의 선수들을 영입, 창단 3년만인 1980년 이상군 투수를 내세우며 첫 전국대회(봉황대기) 우승을 만들어낸다. 고교 야구는 대부분 지역 예선을 거치게 되나 봉황대기의 경우 전국 모든 팀이 본선에 참가하기에 가장 권위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과거 봉황대기 참가팀은 전국적으로 50개 안팎이었으나 이달말 폐막하는 이번 제52회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는 스포츠클럽 25개팀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전국 103개 고교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때마침 봉황대기에 참가한 전주고가 선전하고 있어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봉황대기 야구를 지켜보면서 최근 일본 고시엔대회가 떠오른다. 1915년에 시작돼 올해로 106회를 맞은 고시엔대회는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인데 올해엔 일본 전역에서 무려 3957개 학교가 출전했다.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쥔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교가 일부다. 외국계 학교의 우승은 처음이라고 하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한국계 민족학교의 고시엔 본선 진출은 교토국제고가 처음이나 멀리 일제강점기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스무 번에 걸쳐 조선 대표가 고시엔 본선에 출전했다고 한다. 최고 성적은 휘문고보(현 휘문고)가 1923년 기록한 8강인데 당시 휘문고보는 선수 전원이 조선인이었다. 며칠전 파리월드컵에서 선전한 전북 선수들의 환영식이 열렸다. 이번 파리올림픽에 전북자치도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단은 선수 9명, 임원 6명 15명인데 특히 임실군청 소속 김예지 선수는 10m 공기권총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문제는 대회가 열릴때만 반짝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거다. 이미 쇠락할대로 쇠락한 전북을 살리려면 초대형 국제대회라도 유치해야 할 모양이다. 지난해 새만금잼버리의 여진이 아직 남아 있기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미래 먹거리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복합리조트와 초대형 국제체육행사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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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8.28 15:01

과거를 기억하려는 이유

1933년 5월 10일, 독일 베를린의 베벨 광장에 수많은 책이 쌓였다. 토마스 만, 베르톨트 브레히트, 슈테판 츠바이크, 하인리히 하이네, 카를 마르크스, 마르틴 루터, 에밀 졸라, 프란츠 카프카. 나치 정권에 따르지 않는 사회주의 지식인과 종교개혁가, 유대계 작가들의 책들이었다. 산더미 같이 쌓인 책들은 이내 불태워졌다. 나치 정권이 ‘비독일적 정신’을 정화한다며 자행한 분서사건이었다. 책이 불태워졌던 바로 그 자리에 특별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나치 분서 메모리얼>이다. 광장 중앙바닥에 설치된 사방 1미터의 사각형 공간. 투명한 판으로 덮여 안을 환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 공간에는 비어있는 하얀 책장들만 놓여 있다. 유대인 작가 미차 울만이 나치의 분서 사건을 기억하자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제작한 것이다.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포츠담 광장 쪽으로 가다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공간. 회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수많은 직육면체 조형물이 놓인 광장이 있다. 가로 세로로 이어지는 조형물은 자그마치 2,711개. 미국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이 설계한 이 공간은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홀로코스트 기념비>다. 독일 하르부르크에도 특별한 기념비가 있다. 땅 위로 솟아있는 기념비가 아니라 땅속으로 파묻혀 흔적만 남아 있는 <반파시즘 기념비>다. 기념비는 해마다 2미터씩 땅속으로 가라앉아 결국은 사라지도록 설계됐다. 흔적만 남은 이 기념비 옆에 안내판이 있다. ‘어느 날 이 탑은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며 파시즘에 저항하는 이 하르부르크 기념탑의 땅은 비워지게 될 것입니다. 불의에 대항하여 일어서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뿐이라는 뜻입니다.’ 베를린 거리 이곳저곳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동판들. 돌바닥 사이에 끼어 있는 이 사방형 동판들도 추모 기념물(?)이다.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 걸려서 넘어지게 하는 돌)'이라 이름 붙인 이 동판은 1992년 독일 예술가 군터 뎀니히가 기획해 시작했다. 나치에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과 태어난 해, 추방된 해나 사망 장소 등을 새겨 희생자가 살던 집 앞 보도블록에 설치한다. 나치가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자는 소망을 담은 ‘슈톨퍼슈타인’은 이후 유럽의 여러 도시로 확산되어 지금은 베를린에만 5,000여 개, 유럽 전역에 4만 8천 여개가 놓여있다. 독일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은 이렇게 치열하다. 일상에서도 과거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슈톨퍼슈타인은 그 절정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니 걷다가 걸려 넘어지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더 또렷해진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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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8.27 15:07

‘농업·농촌 대전환’과 스마트팜

이대로는 안 된다. 기존 생산·유통 체계의 대전환,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 농업·농촌 얘기다. 수확기를 앞두고 가슴 부풀어 있어야 할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었다. 끝 모르게 추락하는 쌀값에 농심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다. 이대로라면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의 비극은 조만간 농촌에서 시작될 게 분명하다. 활로는 없을까?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제시된 게 ‘스마트팜’과 ‘식물공장’이다. ICT 융합기술을 접목해 온도와 습도·일조량·인공조명 등 농작물 재배환경을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전북에서 첨단 미래농업이 관심을 끈 것은 지난 2013년 전북대 익산캠퍼스에 국내 최대 규모의 ‘LED 식물공장’이 건립되면서부터다. 그리고 몇 년 후 국내 모 기업이 새만금에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혀 다시 눈길을 모았다. 지난 2021년 전북대를 시작으로 국내 대학에서도 스마트팜학과를 속속 신설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도 농업의 미래, 청년농업인 육성이라는 청사진을 내세워 식물공장, 스마트팜에 지원을 몰아주고 있다. 또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제정돼 올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농경문화의 중심지인 김제에서 지난 2021년 11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주목을 받았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에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 등 1000억 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런데 이 스마트팜이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난 장마 때 유리온실에 심각한 누수와 침수 현상이 발생하면서 애지중지 키운 작물이 다 죽는 바람에 이곳 임대형 스마트팜에 입주한 청년농업인들이 빚더미를 떠안게 된 것이다. ‘우리 농업의 갈길’이라며 첨단 농업시설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농업인들의 목소리는 흘려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식물공장과 스마트팜은 어느 순간 우리 농업정책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시설 투자비로 인해 청년 농업인과 소농업인들의 진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로 기업이 운영하고, 일반 농민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조성된 시설에서 그나마 임대 형식으로 간신히 발을 들여놓는 구조다. 식물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농민이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 이곳에는 농업에서 빠질 수 없는 농지와 자연, 그리고 농촌, 농경문화가 없다. 땅이 아니라 컨테이너나 유리온실 등 시설 안에서 빛·온도·습도 등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해서 식물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란이 많다. 그렇다해도 대전환의 시대, 식물공장·스마트팜이 미래 농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래 첨단농업’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에 치중하기보다는 지금 실의에 빠져있는 농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새로운 농업체계를 현장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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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8.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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