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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시내버스 보조금 철저히 관리하라

전주 시내버스 회사에 지원되고 있는 보조금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일부 항목이긴 하지만 보조금 집행 증빙자료로 제출된 세금계산서가 수기로 쓰여져 납세 신고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버스회사와 업체간의 송금영수증 만으로 보조금이 처리되는 등 잘못된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전주시의회에서 제기됐다. 민간단체에 지원되는 수백 만 원의 보조금도 지나칠 정도로 까다로운 정산이 요구되는데 수백 억 원대의 보조금 사후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주시의회 박윤정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 5분 발언에서 전주 시내버스 회사의 현장 실태와 회계 정산을 살펴본 결과 보조금 유용이 의심된다며 불투명한 버스 보조금 집행 문제를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버스 보조금 집행항목 중 운전기사 제복비의 경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9억 원이 지출됐는데 2019년과 2020년에 제출된 세금계산서가 수기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손으로 쓰여진 세금계산서는 얼마든지 임의로 작성될 수 있고, 세금을 탈루하기 위한 무자료 거래로 의심될 수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버스 보조금 중 일부 항목의 회계 정산을 살펴본 것이지만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전주시내 5개 버스회사는 지난 2014년 무려 5년 동안이나 저상버스 보조금을 유용하다 적발돼 전현직 대표 5명이 입건된 전례가 있다. 보조금을 버스 제조회사에 입금한 뒤 할부계약으로 전환하고 되돌려 받아 이를 가스충전비와 수리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유용된 보조금이 30억 원을 넘었다. 전주시는 당시에도 허술한 버스 보조금 관리 감독으로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시내버스는 대중교통의 첨병이다. 승객이 적은 오지벽지노선도 손실을 감수하면서 운행하는 공공성을 생각하면 보조금 지원은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보조금이 시민들의 혈세로 지원되는 만큼 제대로 사용돼야 하고 관리 감독도 꼼꼼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주시내 5개 버스회사에는 535억 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전주시는 불투명한 버스 보조금 집행 논란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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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4.20 17:48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임기 내 매듭지어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인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은 지난해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여론 악화와 검찰개혁 갈등 등 정국 현안이 불거지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침체된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 추진에 집중하면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슈는 실종되고 말았다. 민주당이 이번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국정 반전 카드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신임 윤호중 민주당 원내 대표는 임기 중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이 시작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서도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청와대와 정부에 공공기관 2차 이전의 규모와 대상, 방식 등에 대해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국토교통부에서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한 전담팀 구성 등 물밑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탐문된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대전 충남 등에서 이전 공공기관 입지 마련 등 대책 수립에 나섰다.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 때부터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해 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혁신도시 조성의 완성이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는 확실하게 드러났다. 153개 기관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5만여 명의 상주인구가 지방으로 옮겨가고 서울 인구가 줄어드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해 다시 수도권 집중현상이 가속화돼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임기 말이지만 국민과 약속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임기 내에 매듭지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의 요체인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선거 유불리나 정국 현안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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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4.20 17:48

작은 날갯짓

송태규 원광중 교장 그러니까 지난달 일이다. 모처럼 도 교육청에 볼일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나니 이른 점심때였다. 도 교육청 마당 건너편 콩나물국밥집으로 갔다. 처음 가는 집이었다. 들어서자 벽에 간단한 메모와 함께 자석에 붙들려 있는 지폐들이 눈길을 잡았다. OO아! 맛있게 먹고 가. 힘이 필요한 분들, 맛있게 드시고 힘내세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대접하고 싶은 지인이나 실직한 가장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지폐가 마음을 나누는 소박한 식사 티켓인 셈이다. 자리에 앉는 것도 잊은 채 쪽지를 읽는 내내 가슴이 훈훈했다. 나눔 릴레이는 후원자의 마음도 기쁘지만 받는 사람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순기능 작용을 한다. 주인의 이야기를 보태자면, 후원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식사 티켓을 전달하는 소박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한 끼 밥을 해결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의 행동 하나가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해도 그가 베푼 선행은 그 자체로 귀한 것이다. 설령 남에게 보여주기 일지라도 이마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문득 나비효과라는 말이 떠올랐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Lorenz, E.)가 주장한 것으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변화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과학이론에서 발전했으나 점차 경제학과 일반 사회학 등에서도 널리 쓰고 있다. 올해 초, 한겨레 신문에서 실었던 화보와 기사가 많은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달구었다. 커피 한 잔 부탁한 노숙인에게 점퍼와 장갑을 벗어 건네고 사라진 시민. 그날의 눈은 이미 녹아버렸지만, 소낙눈 쏟아지던 서울역 출근길에 찍은 이 사진 한 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날 녹은 것은 눈이 아니었다. 꽁꽁 얼었던 우리 마음이었다. 내가 하는 작은 선택이 모여 원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조동화의 시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수첩 안쪽에 붙여 놓고 애송하는 시다. 나 하나 꽃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 결국 온 산이 활활 /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꽃피어). 헌혈을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초기 몇 년 동안은 1년에 두어 차례가 고작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에게 혈액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다행히 건강하다. 이것을 나눌 기회가 생겼다. 올해 초 300회를 넘겼다. 100회, 200회를 넘기면서 우쭐했다. 사실은 지금도 은근히 그렇다. 다행히 주변에서 헌혈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었다.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학교에 헌혈차가 오면 학생들이 다투어 헌혈 대열에 섰다. 내 작은 날갯짓이 바람을 일으켜 주위를 조금씩 바꿔 갈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교실 안에는 많은 나비가 있다.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방향을 잃고 퍼덕이는 나비의 삶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에서 듣는다. 어느덧 30년 이상 교단에서 살았다. 제자들이 힘차게 날갯짓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해주었는지 되돌아본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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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0 17:48

문학 작품 속의 여백

정성수 시인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작품에 숨어있는 여백을 따라가는 일이다. 독자는 여백에 숨어 있는 은유성을 해독하고 감수성에 자신의 사고를 삽입하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염두에 두고 작품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을 탐색하는 노력이다. 일반적으로 여백을 찾아내는 데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덜 읽기다. 좀 생소한 말이지만 덜 읽기는 작품 속에 담겨진 단어나 문장 또는 사건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문장을 아예 읽지 않고 넘겨 버리기도 한다. 삶에는 기본 원칙이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작가는 물론 독자는 현실적 삶을 단순하게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것은 삶 속에서 적절히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삶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욕구의 발로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더 읽기다. 더 읽기는 작가의 작품을 문장이나 문맥으로 읽는 것이다. 작품을 쉽게 읽고 쉽게 이해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작품 속에서 작품을 쓰게 된 동기 또는 작품의 분위기는 물론 심지어 사건 전개에 까지 끼어들어 시시비비를 가리려한다. 작가의 생각에 따라 작품의 의도에 따라 독자의 견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다양할수록 좋은 작품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짙다. 세 번째로 행간 읽기가 있다. 행간읽기는 작가가 글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숨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읽기다. 읽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앞뒤 맥락을 따져보며 읽어야한다. 하지만 반복해서 읽어도 형식적인 의미를 떠나 행간과 여백의 의미를 전혀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시집이나 수필집 혹은 소설책도 좋다. 몇 권 지니고 여행길 위에 서면 시골길은 시골스럽고, 강물은 우수에 잠겨 흐른다. 노을빛 하늘은 혼자서 외롭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한 마리 새는 창백한 월광月光이다. 여행이라고 해서 멀리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가까운 덕진연못 연화교에 발을 내밀면 말 그대로 진경산수화다. 연꽃이 피어도, 연꽃이 져도, 연향은 그대로 연못에 남실거린다. 도립국악원에서 드려오는 수궁가 한 대목은 언제 들어도 절창이다. 그뿐이 아니다. 건지산 나무마다 하얗게 앉은 새들의 이름을 몰라도 누구 한 사람 시비를 걸지 않는다. 마치 한 폭의 묵화다. 묵화의 특징은 여백에 있다. 여기서 여백은 배경이 아니고 삼차원의 공간을 암시한다. 묵화의 여백은 의식적이고 계획적인 공백이다. 칠하고 남겨 놓는 공백이 아니며 남은 종이의 흰 부분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백은 주제를 둘러 싼 공간의 확산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면 밖을 연상케 해야 한다. 삼차원의 세계를 암시하여 화면 깊숙이 빠져들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여백의 미는 넘치고 가득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면 여백이 있기 때문에 답답한 삶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묵화나 문학작품이 추구하는 여백의 의미는 크게 다를 바 없다. 문학작품의 여백은 그리움이고 여유를 갖는 것이다. 누군가가 올 자리를 남겨둔 것이다. 다 채워져 자리 하나 남겨 놓지 않았다면 어떤 그리움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여백이 없다는 것은 관계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고해성사다. 문학작품에 여백이 존재하는 동안 우리들의 사랑은 진행 중이다.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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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9 20:00

원전 오염수와 곰소염전

삽화=권휘원 화백 소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필수 식품으로 각 나라의 경제적문화적 기반이었다. 이탈리아 로마에는 소금을 내륙으로 나르던 살라리아 가도(소금의 길)가 있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노예의 몸무게 만큼 소금을 값으로 치르는 화폐로 쓰였다고 한다. 소금은 과거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전매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초 나라에서 소금 생산을 관리하는 전매제도가 처음 도입된 뒤 1961년 12월 30일 염전매법이 폐지되면서 제염사업의 민영화가 이뤄졌다.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곰소 염전은 전국 최상의 품질을 인정받는 천일염 생산지다. 국내 천일염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조석 간만의 차가 큰 곰소만에서 생산되는 곰소 천일염은 순도가 높고 몸에 좋은 송화가루가 함유돼 다른 지역 천일염보다 미네랄이 10배 정도 풍부한 고품질 천일염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바닷물을 끓여 소금(화염)을 만들다가 해방 이후부터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는 곰소 염전에서는 매년 4월에서 9월 사이 천일염이 생산된다. 적당한 햇볕과 바람이 부는 5~6월이 가장 피크다. 곰소 천일염은 연간 7~8만 포대(20㎏ 들이, 14톤~16톤) 정도가 생산되는데 인력 부족 등으로 생산량이 줄고 있는 추세다. 곰소 염전은 관광 코스로도 인기다.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왕포마을에서 곰소항을 거쳐 곰소 염전을 둘러보는 부안 마실길 7코스는 곰소 소금밭길로 이름 지어져 관광객들을 맞는다. 부안 변산 마실길의 곰소 염전 유래 안내판에는 일제 말기 연동마을에서 호도(범섬)과 웅연도, 작도를 연결하는 제방을 축조하면서 염전이 형성됐으며, 45㏊의 드넓은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은 무기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담근 젓갈이 유명하다고 적혀 있다. 2년전 TV 연예 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 유재석 씨가 곰소 염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체험 현장이 방영된 뒤 곰소 염전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긴했지만 곰소 염전은 여전히 가족단위 관광객과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찾는 공간이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수 백명의 관광객들이 곰소 염전을 찾으면서 주변 격포 채석강과 적벽강, 내소사 등 부안군 주요 관광지의 관광객도 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염수가 한 달 또는 6개월, 4~5년 안에 우리 바다에 유입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예상하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오염수 유입은 기정사실로 수산물과 함께 소금 걱정도 제기된다. 수산물 없이는 살아도 소금 없이는 못산다는 말도 나온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언젠가 고품질 천일염 생산과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곰소 염전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4.19 19:12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거래관련 소비자상담 증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2020년 국제거래 관련 소비자상담(이하 국제거래 소비자상담)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소비자원이 국제거래 소비자상담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20년에 총 2만6,954건이 접수돼 2019년 2만4,194건에 비해 11.4% 증가했다. 국제거래 소비자상담의 거래 유형을 분석한 결과, 국제거래 대행서비스(구매대행, 배송대행) 관련 상담이 1만3,157건으로 전체의 48.8%를 차지했고, 해외 직접거래(해외직구) 상담은 1만2,897건(47.8%)이었다. 국제거래 대행서비스가 전년 대비 0.2% 증가한 반면, 해외 직접거래는 35.4%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소비자가 해외 예약대행사, 외국적 항공사, 현지 호텔 등과 직접 계약한 서비스를 취소하거나,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사업자의 환급 지연,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에 대한 상담을 요청한 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상담 품목이 확인된 26,533건을 분석한 결과 항공권항공서비스가 1만1109건(41.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의류신발 4,183건(15.8%), 숙박(예약) 3,438건(13.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항공권항공서비스가 152.7%로 가장 높았고, 화장품 31.2%, 가사용품 19.1% 등의 순이었다. 전체 2만6954건을 불만이유별로 살펴본 결과, 취소환급 등의 지연 및 거부가 1만3645건(50.6%)으로 절반 이상이었고,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 불만 4,004건(14.8%), 배송 관련 불만 3,038건(11.3%)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 사업자의 소재국이 확인된 1만2103건을 분석한 결과, 중국(홍콩) 소재 사업자 관련 상담이 3,028건(25.0%)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미국 1,730건(14.3%), 싱가포르 1,396건(11.5%), 스페인 674건(5.6%), 베트남 638건(5.3%) 등의 순이었다. 소비자가 국제거래관련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제 전에 해당 사이트로부터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있는지 여부를 포털사이트, 이용 후기 등을 통해 확인하고 신중하게 구입해야 한다. 해외 항공 및 숙박 예약사이트의 경우 거래조건에 따라 취소나 환급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관련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다. 동일한 상품이라도 취소 및 환급 가능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저가 상품 구입 시 유의한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대비하여 예약 사이트 내 보험 특약 및 보험사의 여행 보험 가입 등을 고려한다. 해외구매 후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결제한 국내 신용카드사에 연락하여 피해 내용을 알리고 차지백(chargeback) 서비스를 신청한다. 이 때 소비자에게 유리한 객관적 입증 자료(예약확인서, 사업자와 주고받은 메일 등)를 제출해야 환급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제거래 대행서비스관련 피해시에는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282-9898)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박민정 소비자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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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9 17:35

시를 쓰는 여자

이병초(시인, 웅지세무대 교수) 말끝이 쌉싸름한 여자. 안방 벽에 죽창과 개펄을 그려놓은 여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제 여성성을 지우고 싶은 여자. 담배 연기를 배꼽 아래까지 깊게 빨아들이던 여자. 염소 떼 몰고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는 그녀를 못 만나고 뒤를 돌아본다. 산과 산 사이 오목한 곳에 비스듬히 기운 집들이 오종종 모여 있는 동네, 이 너덜겅을 벗어나면 전북 남원시 인월면 소재지가 눈앞일 거라고 연초록 잎사귀에 햇살이 반짝인다. 눈 씻고 봐도 깡촌인, 산자락이나 부쳐 먹는 게 고작일 사람들에 섞여 그녀도 하루 품을 팔았을 것이다. 어떻게 쓰는 게 시(詩)이고 무엇을 써야만 시가 되는가. 이 문제를 붙들고, 현실이냐 미학이냐를 붙들고 골머리 앓고 있을 때 우리는 그녀를 만났다. 부조리한 현실을 도외시한 언어미학은 시의 직무유기에 속하는 반편이 문학이었고, 언어미학을 고려하지 않은 시의 현실적 문제제기 또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쳐갈 때쯤이었다.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의 생활 태도가 일상에 누가 되는 것은 아닌지를 먼저 살피던 시절, 신영복 선생이 어떤 글에선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제자이자 스승이다.라고 적었는데 그 글귀를 되새겨보던 시절에 그녀는 글판에 샘물같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녀의 시는 농경문화에 뿌리박힌 너나들이의 삶에 관심을 쏟았다. 가난해도 삶의 온기를 잃지 않은 이웃을 아꼈고 살뜰한 언어의 결을 매만지듯 괭이질과 호미질로 양식을 구했으며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의 이치에 닿은 삶의 행위를 시에 담았다. 누구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잣대를 확실히 부러뜨려야겠지만- 입만 열면 정치와 경제를 끄집어내는 말짱 허드렛것들의 치기, 불평등한 현실에 맞서 동료와 결정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때 자신만 쏙 빠지는 노예근성을 그녀의 시는 경멸했다. 대승적 차원이란 말을 입에 달고 범민주적 정의를 내세우다가도, 돈만 보면 전혀 딴 얼굴로 제 잇속에 침이 튀는 일부 지식인의 근천기를 그녀의 시는 단칼에 베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므로 그녀의 시는 자본 또는 문명의 취향과 거리를 두었다. 엄경희가 문명의 위장된 편리함과 편안함에 자신을 내어준 자가 치러야 할 대가는 자유의 박탈이다.(『시인동네』, 2018년 9월호)라고 언급한 대목처럼 그녀의 시는 문명의 이중성에 단호했다. 시 바깥에서 함부로 유랑하는 너무 낡았다, 빨리빨리, 미래에 대한 안목이 근시안적이다.라는 담론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늘 새롭고 매사 빠릿빠릿하고 미래에 대한 안목이 거시적이라면 이런 삶의 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 문명과 자본에 길들여져 살라고 강요하는 노회한 세력에 소용되는 것 아니냐, 그녀의 시는 냉철했다. 도끼로 손전화를 박살낸 여자. 무한경쟁에 짠지가 되어버린 세상일수록 시가 필요하다고 붓끝을 벼리는 여자. 시의 갱신을 잡곡밥알처럼 꼭꼭 씹어 삼키며 한국시의 미래는 바다 밖 강대국에서 오는 게 아니라 죽창과 개펄의 상상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줄 여자. 된장 풀어 끓인 아욱국같이 어진 사람들에게 목마치는 여자. 장끼가 길게 목 빼는 이 너덜겅을 오가며 제 마음 속 죽간에 글씨 새기듯 시를 쓴 여자. 이맛머리 쓸어 올리며 시의 지도(地圖)를 그려갔을 여자. 오늘도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염소 떼와 더불어 시가 된 여자. /이병초(시인, 웅지세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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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9 17:35

전기차 보조금 바닥, 지자체 지원금 확대를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사업 추진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예상 보다 빨리 온 전기차의 인기로 당초 계획보다 보조금이 조기 소진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전기차 보조금은 화물차와 승용차를 대상으로 지원되고 있다.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 지원되는데, 각 지자체 별로 지급 대수와 보조금액은 차종 별로 차이를 두고 있다. 전북의 경우 승용차는 최대 1700만원, 화물차는 최대 2500만원 까지 지원되고 있다. 문제는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상반기도 지나기 전에 올해 확보한 지자체 예산이 동이 나버린 것이다. 전북도는 올해 신규로 전기 화물차 보조금을 1600명에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1962명이 신청을 마쳐 추가 예산이 확보 안되면 362명의 신청자는 보조금을 못받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승용차의 경우 전북도는 올해 3300대 지원을 목표로 책정했다. 현재 신청은 407명으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현대자동차가 어제(19일)부터 전기차인 아이오닉5 사전 계약자에 대한 본계약에 들어가면서 보조금 신청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기아차가 생산하는 EV6도 사전 예약중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전기 승용차에 대한 선호가 높은 상황으로 볼 때 도내 승용차 역시 계획했던 보조금 대상자를 초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전기차 시대 원 년을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친환경차 생산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까지 도내에는 총 3470대의 전기차가 보급돼 있다. 올해 목표 대수를 대폭 늘려 친환경차 확산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처럼 보조금의 조기 소진으로 친환경차 확대 보급 차질과 국내 기업의 의욕을 꺾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재원의 국고는 여유가 있지만 매칭용 지방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지자체 재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의 지자체 예산 마련에 대한 지원 확대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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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4.19 17:35

지역경제 활성화 막는 군산항 항만예선 배치

군산항의 항세가 다른 항만보다 매우 빈약한 데도 해양수산부 산하 공기업인 해양환경공단이 항만예선을 지나치게 많이 배치, 운용하는 것은 전라북도를 핫바지로 여기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군산지역에서 그동안 항만예선 배치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해양환경공단에서는 전혀 아랑곳없어 전라북도와 정치권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이 요구된다. 현재 군산항에서 운용중인 항만예선은 모두 7척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4척을 해양환경공단에서 맡고 있다. 이는 다른 항만에 비해 해양환경공단의 항만예선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민간에게는 커다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군산항에서 예선업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공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해 군산항의 입출항 선박은 총 6675척으로, 전국 항만의 1.8%에 불과하다. 반면 울산항은 4만7714척으로, 군산항보다 7.1배나 많고 마산항도 1만788척으로, 군산항의 1.6배에 달한다. 하지만 해양환경공단에선 항만예선을 4척씩 똑같이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군산항보다 입출항 선박이 많은 평택당진항이나 제주항, 포항항은 해양환경공단의 예선이 각각 3척과 2척, 1척으로, 군산항보다 오히려 더 적다. 군산항보다 항만 규모가 월등히 큰 인천항 여수광양항 목포항 대산항에는 아예 해양환경공단의 예선이 한 척도 없다. 공기업이 항만예선시장에서 민간업체와 같이 경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기업은 민간부문에서 접근하기 어렵거나 공공성을 띠는 영역을 맡는 게 옳다. 군산항처럼 상대적으로 열악한 항만에 지나치게 많은 예선을 배치 운용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그동안 군산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러 차례 항만예선 감축을 요구해왔는데도 해양환경공단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전라북도를 우습게 여기는 행태가 아니고 무엇인가. 전라북도와 전북정치권은 군산항의 불합리한 항만예선 배치 문제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지역에서 목소리를 못 내니까 제 몫도 못 챙기는 것 아닌가. 말로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칠 게 아니라 전라북도의 실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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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4.19 17:35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보완에 대한 건설업계 고언에 귀 기울여야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안전은 평범한 일상에서나 또는 특정의 사업장에서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 필수의 인식이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 그래서 각종 분야에서 안전에 대한 법령을 만들어 강제성을 띠며 준수토록 하고 있으며 위반 시 그에 상응하는 계도나 처벌을 규정한다. 하지만 유독 산업계에 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은 안전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의무를 부여하고 그에 대해 세계 최고의 책임을 묻고 있어 법 취지에 의아함이 들며, 곱씹어 볼수록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제정된 중대재해법의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법 조항은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며, 건설사업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여기는 내용에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지치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보완 촉구 긴급간담회를 열고 해당법의 보완을 정부와 정치권에 건의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은 볼수록 맹점 투성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동일한 범죄구성 요건을 규정하면서도 형량만 대폭 강화하여 건설사업자를 마치 협박이라도 하는 듯 하다. 중벌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게 마땅하나, 중대재해 개념을 1명 이상 사망으로 과하게 규정해 성실히 사업을 이어오던 건설사업자가 하루 아침에 범법자로 낙인 찍힐 수도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위축되고 경직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작업 진행에 악영향을 끼치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경영책임자의 정의도 모호하지만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중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도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명확하다.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한 둘이 아니다. 또 관리상의 조치라고 했는데, 그 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 지 개념 자체가 막연하여 이에 따른 해석상의 차이로 경영책임자 의무가 무한대로 확장될 소지가 다분하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나 호주의 형법산업안전보건법을 모델로 한 우리나라의 중대재해법은 중과실에 한해 처벌하면서 상한형을 규정하고 있는 영국이나 호주와는 달리 범죄 성립 조건은 쉽도록 해놓고 1년 이상 징역형의 하한형으로 규정하는 등 형량이 높다. 건설사업자들은 이처럼 너무나 과하게 제한하며 강력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을 존폐의 기로에서 고민을 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 자체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애매하기 때문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는데다, 형량은 세계 최고로 높아 건설사업자들은 막연한 불안함에 떨게 되었다. 이에 불확실성을 털고 건설사업자들이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법의 보완 입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관계당국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놓을 수 있으며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건설산업을 보다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법 보완에 대한 건설업계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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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9 17:35

단어에 갇혀버린 아이들

강용구 도의원 아이들은 치고받고 싸우면서 큰다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말다툼도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가 쓰이게 되면, 학생 간의 작은 오해가 화해로 끝날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각종 신체정신, 재산상 피해 전반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학교폭력개념을 상당히 넓게 설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피해 학생이 요청하는 경우, 학교폭력을 신고받거나 보고받으면 반드시 학폭위를 소집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겹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사소한 다툼도 사건화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즉, 가벼운 학생 간의 다툼이라고 해도 학부모가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하면, 학교는 반드시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물론, 학폭위에서 심각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다루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갈등을 다루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실로 볼 때 학교폭력이란 단어의 조합은 너무 과한 명칭이 아닐까 싶다. 학교폭력이라는 용어로 가해자가 얻는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취지가 아니다. 다만, 폭력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무리가 있는 학교 내의 사건들을 학생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해결해나갔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나아가 학교폭력이라는 어감이 마치 학교폭력의 문제가 학교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언어가 순화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마치 학생이 입는 모든 피해가 학교의 책임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이라는 언어적 조합의 논리대로라면 어른들 간의 다툼으로 경찰서에 가는 것을 경찰폭력이라는 용어로 쓰이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갈등이 발생한 장소와 집단의 명칭에 폭력이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는 곳은 없다. 학교폭력이라는 어감이 주는 느낌으로 학교만이 홀로 교육을 책임지고 부족한 예산으로 사회적 문제로 다뤄져야 할 문제를 모두 떠안고 있으며, 그 역할과 책임이 분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미 학교폭력 용어변경에 관해서는 2013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용어변경을 이미 제한한 바 있다. 이후에도 교사뿐만 아니라 정치인이 나서 학교폭력이라는 용어를 학생생활갈등으로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개정은 고사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4년 1월에 제정되어 사용되어온 법률 용어가 하루아침에 개정되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공감한다. 하지만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로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 학교로 국한되고, 친구 간의 작은 갈등조차도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학교폭력이라는 단어 개정의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변화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때이다. /강용구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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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8 17:06

만성스트레스와 적응유연성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우리들 대부분은 빠르게 다변화되는 사회에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만성스트레스가 건강을 위협하고 그동안 쌓아올린 노력의 대가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삶의 파괴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채 아슬아슬하게 살고있다. 스트레스(stress)란 해로운 내외적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즉, 우리가 위험한 스트레스원(stressor)에 노출되면 살아남도록 설계된 정상적인 육체적정신적 반응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시스템은 곰의 공격과 같은 공포나 위협이 감지되면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축)의 활성화를 통해 작동되기 시작한다. 이어서 노르에피네프린/에피네프린과 코티솔이 유리되면서 투쟁이나 도피를 할 수 있도록 신진대사등 생존시스템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위험상황이 종료될 때 그 작동은 멈춰지고 원상태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자극 후 회복되는 스트레스반응은 때로는 건강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육체적, 정서적, 인지적으로 점차 강하게 단련시키고, 작업능률을 높이는 등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만성스트레스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만성감염이나 만성 염증성 질병은 물론 화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오랫동안 지닐 때 스트레스시스템은 계속 자극 받는다. 만약 일에 대한 압박감, 원만하지못한 인간관계, 하나의 잣대로 비교함으로 인한 열등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경제적 문제 등 각종 불쾌한 자극이 끊임없이 계속된다면, 불필요한 스트레스시스템의 활성화가 약하지만 지속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낮은 수준의 HPA 축의 활성화가 장기화 되면서, 유리된 저농도 코티솔은 억제적 피드백 기능을 잃은 채 계속 분비되고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이 스트레스호르몬은 미약한 수준의 만성염증 및 산화스트레스 등 유해한 반응들을 유발시켜 뇌, 면역계, 내분비계, 심혈관계, 대사계, 위장계 및 기타 장기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결국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우리나라 최근 통계청자료에 따른 10대 사망원인 질환들 대부분은 만성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만성스트레스에 대한 적응유연성을 강화시켜가야 한다.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인 적응유연성은 같은 상황에서도 각 개인마다 다르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고 양방향성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몸이나 비관적인 사람은 적응유연성이 약할 수 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시키는 운동과 유머감각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건강한 생활습관이다. 또한 심리적 만성스트레스는 스트레스원에 대한 마음의 해석이나 감정의 인식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으로 해석하지 않는 낙천적인 마음이 중요하다 하겠다.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적응유연성을 월등히 약화시키지만, 감사, 기쁨, 평화, 행복 등은 적응유연성을 현저하게 강화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는 현재 부정적 감정으로 인식되어 스트레스시스템을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에 무게를 둬야한다. 지금은 그저 아름답고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기만 한 것이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서 만성스트레스와 만성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 있는 만큼, 운동과 함께 주변 상황을 어떤 마음으로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삶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건강에 대한 노후대책을 준비해야겠다. /채병숙 우석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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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8 17:06

지금 그대로의 생각과 마음을 기록한다

정은실 사회활동가 이번에는 사람과 기록을 주제로 글을 쓸 생각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사람과 기록이라고 적은 뒤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현재 진행형이다. 아카이브 작업에 대해 그렇게 떠들어댔건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니 자책하는 마음이 든다. 사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 그래서 이번에는 무엇을 적을까 고민하기보다는 지금 그대로의 생각과 마음을 적는 데 집중해본다. 그동안 기록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롭게 무언가를 하려는 시도는 아니었다. 기록에 관한 이야기는 습관의 연장선이다. 오랜 서울 생활을 마치고 내려와 본가에서 지내던 중 우연히 고등학생 때 쓴 다이어리를 펼쳤다. 월간 달력의 한칸 한칸마다 깨알 같은 글씨로 그날 있던 이야기들이 적혀있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내 삶의 대부분이었던 친구들, 만남들, 생각들이 제각각의 사건들로 뒤엉켜 있었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되새기니 반가웠다가도 이런 짓도 했었나 눈을 질끈 감으며 어둠 속으로 묻어버리기도 했다. 다이어리를 눈앞까지 가지고 와야 보일 정도로 작은 글씨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에 왜인지 모를 간질간질함이 있었다. 그날그날의 이야기를 담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글자들이 마치 말을 걸고 싶어 안달하는 것 같아서였을까. 다이어리 앞면 포켓에는 알록달록하게 유치찬란한 스티커사진이 한 뭉치 들어있었다. 글씨로 읽는 과거와 사진으로 보는 과거는 다른 느낌이었다. 얼른 덮어버렸다. 이어서 대학 시절 적었던 다이어리는 매일 시간 단위로 계획한 일정표가 늘어서 있었다. 무언가를 계속 계획하고, 실행하고, 실행하지 못한 일은 다시 적어서 잊지 않도록 체크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계획과 실천에 대한 기록이나 좋았던 강의나 글귀에 관한 내용이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월간 다이어리를 쓰거나 꾸준히 일기를 쓰는 데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더 예쁘게 더 제대로를 고민하다 어느새 손에서 놓아버렸다. 요즘 일로서 글을 쓰는 일이 잦아지면서 겪는 과정도 비슷하다. 글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는 그 순간에도 어떤 단어가 좋아 보일까? 문장은 어떻게 맺고, 어떻게 시작하면 있어 보일까? 고민하는 순간이 늘어갔다. 관련 자료를 반복적으로 찾아본다. 무수히 많은 정보를 정리하지 않은 채로 머릿속 혼돈의 바다에 집어 던진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자고 하이얀 문서 화면을 바라본다. 아까 봤던 어떤 문장이 좋았는데, 저런 말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하며 그 문장에 사로잡힌다.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다시 온전한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야 한다. 원래부터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것은 누가 봐도 멋지고,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날의 특별한 일, 그날의 멋진 장면, 그날의 슬펐던 문장 등 하루하루 삶이 녹아져 있는 이야기들이다. 모두에게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일상의 대화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의 일정표가 될 수도 있다. SNS에 육아일기로 올라오기도 한다. 부분으로서는 각각의 일상이자 평범함이다. 그러나 개인이 모여 사회를 구성하듯 개인의 파편이 모여 사회의 단편을 보여줄 수 있다. 꼭 모두가 동의하는 긍정을 기반으로 하지 않더라도 이런 것도 있었어., 이런 평범함이 우리의 삶이야.라고 말하는 기록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 쓰는 글처럼 일상의 사소함을 기록하고 싶다. /정은실 사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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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8 17:06

시장 부인은 가짜농부

삽화=권휘원 화백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젊은 학생들이 피를 흘렸던 419혁명 61주년이 오늘이다. 그날 정의의 함성이 아직도 귓전을 맴도는 것 같다. 억센 비바람에 막 피어오른 꽃잎이 떨어지듯 젊은 학생들이 채 꽃도 피워보지도 못하고 총탄에 쓰러졌다. 수많은 영령들의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지만 아직도 반민주 독재가 어른거린다. 지금 우리사회가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가에 많은 국민들이 회의를 느끼며 살아간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 단적인 사례가 부동산 투기다. LH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광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광명시흥신도시 개발예정지구에 LH직원등이 사전개발정보를 이용 100억대의 땅을 사들인 사건이 불거져 검경이 수사에 나섰다. 전국 자치단체들도 부동산 투기자를 색출한다고 난리법석이다. 그러면서 원정 투기까지 서슴지 않은 LH직원과 법무사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지금 문제가 아니고 오래전부터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횡행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여기 내로남불의 전형이 전주시에서도 발생했다. 김승수 시장은 이번에도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한 척결의지를 강조하는 등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투기가 의심되는 직원들은 올해 초부터 엄격한 잣대를 적용, 승진을 배제하는 등 강도 높은 인사조치를 취해왔다. 그런데 정작 교사인 부인이 전주시와 인접한 완주군 소양면 일대 농지 2필지 1983㎡를 지난 2010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농지법 위반이다. 1000㎡가 넘기 때문에 경자유전의 원칙에 입각해서 농사를 지어야 했는데 가짜농부로 땅만 소유했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자 김 시장은 곧바로 매각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땅은 개발 잠재력이 충분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당장 매각되더라도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곳은 개별공시지가가 3.3㎡당 4만8000원이고 시세는 8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은 입이 백 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부인이 한 것이라고 적당히 얼버무리고 태풍처럼 시간만 지나가기를 바랠 것이다. LH사건이 터지지만 안했으면 그대로 땅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직원들과 시민들 앞에서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부동산 투기자와 전면전을 치르겠다고 한 그의 말이 모두 거짓으로 비춰진다. 한마디로 시장으로 영(令)이 안서게 됐다. 누가 김 시장의 말을 따르겠는가. 국민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굽 닳은 구두와 청와대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가지고 다녔던 낡은 손가방의 청빈한 이미지에 혀를 내두른다. 시인 신동엽의껍데기는 가라란 시가 떠오른다. 김 시장은 김완주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공직에 입문해 재선 전주시장으로 근무하지만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많이 챙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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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1.04.18 17:06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착공이 관건이다

지난 2월 발표된 새만금 2단계 기본계획의 핵심은 친환경과 속도감 있는 개발이다. 내부개발 가속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가 인프라 구축이다. 중심 축인 동서도로가 지난해 11월 개통됐고, 남북도로와 전주 까지의 고속도로 그리고 신항만도 순조롭게 공사가 진척되고 있다. 신항만과 연결되는 인입철도도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인프라가 완벽한 트라이포트(Triport) 물류체계로 기능하기 위해선 공항이 필수적이다. 지난 2019년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이 정부의 예타 면제사업에 선정되면서 국토교통부는 2024년 착공해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계획을 설정했다. 문제는 너무 느슨한 공항 건설 사업계획이다. 예타면제를 결정하고 5년이 지난 뒤에 착공한다는 계획은 아무리 공항건설의 복잡한 절차를 감안하더라도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처사다. 지역균형 발전 등을 감안해 사업 추진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예타 면제 정책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새만금 공항의 경우 이미 건설의 당위성이 확보된 만큼 시간을 끌어야 할 이유가 없다. 공항 건설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인 부지 확보와 장소 까지 이미 선정돼 있다. 토지와 지장물 등의 보상 절차가 필요 없고, 민원 등의 염려도 전혀 없는 사업이다. 때 마침 미래 공항개발의 전략과 비전을 결정지을 제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이 오는 68월중 발표가 예상된다. 국가 차원의 마스터 플랜에 발전 사업을 넣기 위해 각 지역공항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의 정치권이 가덕도 공항 특별법 통과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도 이 계획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였고, 강원 원주는 국제공항으로 승격을, 충남 서천은 민항시설 설치 등을 노리고 있다. 사정이 절박한 새만금도 이 계획을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우선 최소 31개월(기본 16, 실시 15)이 소요되는 설계 절차를 통합해 총 설계 기간을 20개월로 단축해 착공을 2023년으로 앞당겨 2026년에 개항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정치권 이해 관계 등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추진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조기 착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내 지역구 의원 한두명 만의 일이 아니다. 지역 모든 장치권의 단합된 힘과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4.18 17:06

전북국제금융센터 어정쩡하게 만들 텐가

전북의 제3금융도시 조성에 선도적 역할을 할 전북국제금융센터(JIFC) 건립에 전북신용보증재단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의구심이 든다. 전북신용보증재단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그만한 능력이 있는 조직인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민간 공모를 통한 투자유치가 무산된 후 전북도가 궁여지책으로 출연기관인 전북신보를 내세우고 있으나 어정쩡하기만 하다.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회가 엊그제 재단 사옥 건립을 통한 중소상공인 복합 클러스터 조성 계획(안)을 의결했다. 안건 자체는 전북신보 사옥이지만 실질적으로 전북국제금융센터 역할을 맡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런 만큼 사옥의 규모와 재원 조달 방안, 운영 계획 등 사업 전반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옥 건립안만 통과됐을 뿐 세부 계획은 나온 게 없다. 건립 규모 및 사업비는 재단의 보증사업을 고려한 재정적인 여력 및 편익비용의 적정성, 중장기 투자 여건을 토대로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지원 기관으로서 전북국제금융센터라는 큰 짐을 지는 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부결했던 안건을 이번에 통과시켰지만 전북신보 스스로도 센터 기능을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당초 전북국제금융센터는 혁신도시 내 금융혁신클러스터 부지에 지상 11층(연면적 2만5000㎡)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었지만 전북신보는 이마저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더욱이 전북도가 계획한 이 정도 규모로 과연 제3금융도시의 중심센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제2금융도시 조성 단계에서 부산은 63층 건물로 부산국제금융센터를 건립했다. 부산과 사정이 다르고, 규모와 크기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소위 금융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전북신보에게 전북국제금융센터 역할을 할 건물 건립을 맡기는 것으로는 전북국제금융센터의 미래가 없다고 본다. 당장의 구색맞추기용 건물이 아닌, 국제적 위상에 맞는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도시를 표방하면서 그 중심이 될 규모 있는 센터 건물 하나 민자 유치를 못한 데서야 어디 될 말인가.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 지역 금융기관이 힘과 지혜를 모아 번듯한 센터 건물을 세워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4.18 17:06

명창의 후계자

삽화=권휘원 화백 20년도 더 지난 2000년 4월 9일이다. 그날 오후 전북예술회관 3층 공연장에서 당시로서는 매우 특별한 무대가 열렸다. 이일주 명창의 판소리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난석 이일주의 소리판 이었다. 제자들이 존경의 뜻과 정성을 모아 만든 무대. 이미 명창의 반열에 서있는 중견 명창과 젊은 소리꾼들, 초등학교 유망주들까지 50여명 제자들은 육자배기나 판소리 연창, 단막 창극 놀부전으로 스승의 소리 길을 빛냈다. 그러나 무대의 백미는 역시 자신의 특기를 제대로 발휘하는 <흥부가 중 박타는 대목>으로 화답한 이일주의 소리였다. 명창은 서편제 대가 이날치의 후손이다. 아버지 이기중(이날치의 손자) 역시 판소리를 잘하여 소리꾼으로도 이름을 알렸는데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소리를 배운 이일주는 일찌감치 명창 재목으로 주목 받아왔다. 그는 박초월 김소희 명창 문하에서 공부했지만 이후, 동초제 다섯 바탕을 온전히 계승한 오정숙 명창을 사사하며 동초제 소리를 받았다. 대를 잇는 서편제 대신 동초제 소리를 잇게 된 이유다. 그의 소리는 높고 단단하고 제대로 쉰 치열한 소리다. 이 소리는 판소리에서 최고로 치는 자질이기도 한데,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는 그를 타고난 기질에 거친 맛과 부드러운 맛, 슬픔과 너그러움, 그리고 깊은 그늘을 표현해내는 좋은 목 구성까지 갖춘 명창으로 꼽아왔다. 소리의 맛을 높이고 화려하게 치장하는 너름새나 아니리 보다 소리 그 자체에 치중하면서도 청중들을 사로잡았던 힘이 여기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건강이 나빠져 꽤 오래전부터 무대에 서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전라북도 지방무형문화재 보유자 자격(동초제 심청가)을 내놓고 명예 보유자가 됐다. 명예 보유자는 연행자가 공연 무대에 더 이상 설 수 없게 되었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자리다. 동초제는 다섯 바탕 중 수궁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유자가 지정되어 있다. 최근 두 명 명창이 그의 뒤를 잇는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 예고됐다. 30일이 지나면 정식으로 보유자가 되는 절차다. 들여다보니 같은 시점에 같은 종목, 같은 스승의 제자들이 동시에 보유자 인정을 받는 일은 지방무형문화재 영역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두 명 모두 비교 선택이 불가할 만큼 역량이나 활동 등의 여건을 잘 갖추었다는 결과이니 반갑긴 하나 이례적 결정의 좀더 명쾌한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 종목 복수 지정의 길까지 열어놓고도 정작 보유자조차 갖지 못한 동초제 수궁가의 처지(?)를 보면 더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4.15 20:09

전북의 사회복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시민연대 부패방지시민센터 대표) 사회복지 대학원을 다니며 다양한 복지종사자들과 접하면서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사회복지 종사자들, 참 맑고 착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일부 기관장들은 정치와 세속의 냄새를 풍기기도 했지만 대다수가 그랬다. 그 이후에도 이러한 생각은 변함없었지만 일부 기관장이나 임원들을 제외하고 복지종사자 대다수가 너무 세상과 단절된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지역 복지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각 기관 상근 직원들이 기관장들의 의전에 몰두하느라 정신없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의전에서 시작해 의전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대외행사에서도 이러할진대 내부 기관 운영에서는 기관장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지역 사회복지에는 우후죽순으로 ―일동 명의의 투서를 광범위하게 유포하며 자신들의 사업장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기관 운영 과정과 기관장과의 관계에서 당한 억울한 일, 성추행을 비롯하여 참고 참았던 문제들을 언급하며 시정을 호소하고 있다. 진안. 김제. 완주. 장수. 군산 등에 뿌려진 투서의 내용은 대부분 지역 복지관이나 지역 생활시설에서 곪고 곪은 문제들을 거론하고 있고 충분히 예견된 일이 터졌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설이나 기관은 대부분 공공재로서 사회복지 법인이나 사단 법인, 협동조합, 유관 단체 등이 위탁 운영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이들 위탁기관들의 운영은 아무래도 과거 행정 기관의 모습을 띠고 있는 곳이 많다. 기관운영의 경직성. 인사권을 비롯하여 모든 의사결정의 1인 집중, 수직적 관리와 소통 체계 등이 그렇다.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행정은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면서 문서 위주로 관리 감독하고 자신의 임기가 다할 때까지 사고 없는 무탈한 기관 운영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기관장들은 계속 연임하며 각종 지역 행사와 활동의 리더로 발돋움하게 되고 일상적인 주민 모임과 접촉이 용이한 기관 규모에 걸맞게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지역 유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최근 사태에서도 보듯이 물의를 일으킨 기관장들은 기관 운영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단체와 사회복지사 협회나 사회복지 협의회 등에 주요 임원진으로 참여하며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 소위 복지 마피아 소리까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기관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이 곧바로 해소되지 못하고 잠복하거나 무시되게 만드는데 일조하여 지역 복지계의 개혁(?)을 더디게 하고 현재와 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제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가 없고 문제제기 순간 신분이 노출되며 왕따를 당할 위험이 크고 퇴직 후 타기관 취업에도 많은 불이익이 예견되어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은 크게 변화했고 감독 기관인 행정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며 변화가 빠른데 사회복지 기관이나 시설은 도리어 낙후된 여러 폐단을 관행적으로 온존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되지 않고 곪아 터질 때까지 고착된 상황이 현재와 같은 투서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당한 업무 지시를 갑질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사적 영역의 업무나 개인적 용무를 직원들에게 강요하거나 대리하게 하는 것은 당연히 갑질이다. 잘못된 관행과 갑질은 과감히 척결해나가고 이외의 문제들은 직원과의 수평적 소통체계를 강화하여 해결해 나가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기관장을 교체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이미 발생한 문제와 새롭게 나서는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기관장 임기제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의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시민연대 부패방지시민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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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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