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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판소리’

삼화 = 권휘원 화백 진양조나 중모리, 자진모리 같은 전통 국악 장단에만 얹힌 판소리가 아니다. 비트 박스나 랩과 같은 서양식 빠른 리듬에 얹힌 판소리가 흥을 돋우는 세련된 현대 춤 군무를 만나니 그야말로 신선한 장르의 음악이 됐다. 공개된 지 3개월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3억 뷰를 내다보는 한국관광공사의 우리나라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이야기다. 부산과 전주 서울 등 3개 도시의 홍보영상이 공개된 이후 힙합 판소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우리의 판소리에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K-POP에 이어진 한국음악의 또 다른 열풍이라 할만하다. 최근 공개된 강릉 안동 목포의 홍보영상 또한 조회 수가 파죽지세다. 판소리의 변신이 가져온 결실이 그저 놀랍다. 홍보영상에 등장한 판소리는 이날치 밴드의 노래다. 젊은 뮤지션들이 의기투합(?)한 이 밴드는 지난해부터 판소리 <수궁가> 한 대목을 변화무쌍한 리듬으로 구성한 <내려온다>로 주목 받기 시작해 이미 유튜브를 장악했었다. 이날치 밴드의 이날치는 조선 후기의 8대 판소리 명창으로 꼽혔던 이날치 명창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이날치 명창은 본래 이름이 경숙이었지만 날렵한 줄타기로 타고난 기예를 발휘해 날치라는 예명으로 더 널리 불렸다.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날치 밴드의 판소리가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을 만나 더 새로운 판을 만들었으니 소리와 줄타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날치 명창의 이름을 제대로 계승한 셈이 됐다. 사실 판소리의 현대적 해석은 그동안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어 왔다. 젊은 세대들의 창작판소리 도전이나 다른 장르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옷을 입은 판소리 무대들이 모두 그러한 노력이다. 그중에는 판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인디밴드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판소리 눈 대목을 편곡해 발표했던 프로젝트 판팝(Pan Pop)이나 흥부가 한 대목을 비보이 춤으로 재해석해 발표했던 라스트 포원의 무대도 있다. 돌아보니 대중들의 관심을 더 이상 받지 못해 단발성으로 끝나고만 이들의 도전이 새삼 아쉽다. 지난 12일 전주에서 열린 전주대사습놀이 결선대회에서는 50대 소리꾼 김병혜씨가 마흔 여섯 번째 명창으로 이름을 올렸다. 힙합 판소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판소리가 주목받는 이즈음 전통판소리의 맥을 지켜가는 소리꾼의 탄생은 또한 의미 있고 반갑다. 전통과 창조는 서로 다른 길이 아니다. 전통 판소리의 기반이 탄탄해야 창작의 영역도 더 새롭게 열린다. 전통판소리 계승에 관심을 더해야 하는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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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0.10.15 17:43

[노인환의 세상만사] 임대주택과 1세대주택비과세

지난 8월 19일 보건복지부는 보험료 부과제도개선위원회를 열고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기반 확대방안을 확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즉, 소득이 있는 곳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기본원칙을 실현하겠다고 천명한 것이지요. 이에 따라 2020년 10월20일부터 금융소득과 주택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됩니다. 일반적으로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 구청과 세무서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다양한 세제혜택이 주어지는데 그중에서 거주자가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상태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후에 거주하는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비과세되는 경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칙적으로 국내에 2주택 이상을 보유하다 양도하는 경우 먼저 양도하는 주택은 양도소득세가 과세됩니다. 그런데 거주주택비과세제도라 하여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본인이 거주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 임대주택은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가 비과세 되는데 그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임대주택의 등록요건 기준시가 6억원(비수도권은 3억원)이하인 주택을 시군구청 및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한 후에 임대인에게 5년 이상 임대를 하고 임대료 인상률이 연 5% 이내여야 합니다. 그런데 비록 5년의 임대요건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거주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우선 거주주택에 대에 비과세를 적용한 후, 추후에 5년의 임대기간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 사유가 발생하는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거주주택의 양도당시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합니다. 또한 의무임대기간은 민간임대특별법상 단기(4년), 장기(8년) 모두 적용이 가능하나 단기(4년)임대주택이라 하더라도 5년 이상 임대하여야 합니다. 2)비과세대상 거주주택의 요건 임대주택 외에 거주주택은 1채만 보유해야 하며, 그 거주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또한 대체취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되더라도 비과세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일반주택과 동일하게 비과세를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거주주택의 비과세 혜택은 2020년 세법개정으로 인해 거주자 1인에 대해 평생 1회만 적용 받게 됩니다. /노인환 한국세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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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5 17:43

전북일보가 바뀌어야 지역 언론이 산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전북일보가 창간 7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 전시회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조촐하게 소리 문화의 전당에서 진행하고 있다. 1950년에 창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사회는 크고 작은 정치경제적 환란과 부침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70여 년을 버티어 오며 지역 언론을 선도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전북지역의 현대사가 전북일보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지역 방송과 신문의 처해진 조건을 고려하면 전북일보의 현주소를 보며 마냥 박수만 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전북일보는 지역의 대표 언론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할 수 없다. 방송과 신문 환경의 변화를 차치하더라도 영향력과 의제 선도능력이 급격히 떨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고 유가 부수가 제자리걸음 하거나 오히려 줄었으며 종사자들의 처우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현상유지도 어려울 정도로 재정력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종사자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새롭게 내오지 않는다면 미래는 더욱 암울할 것이다. 결국 언론의 영향력은 종사자들의 자긍심과 비례한다고 보았을 때 전북지역의 언론 상황은 방송 쪽의 무기력한 현상유지와 신문 종사자들의 절망과 자긍심의 상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버티기는 자신의 것을 버리고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안타까운 현상인데 최근에는 지역방송과 언론 종사자들도 희망은커녕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라북도는 인구나 경제력, 역동성과 활력,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국 꼴찌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낙후되었고 급격한 인구 감소, 타 지역에 비해 높은 노령인구 비율, 낮은 출산율로 신음하고 있다. 일찍이 농도로서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도 변변하지 못하고 자생적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 또한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언론이 생존할 수 있는 시장도 아주 척박한 것이다. 여기에다가 15,6개의 신문이 난립하여 제살 깎아 먹기와 하향평준화의 족쇄가 되고 두세 개를 제외한 대다수는 1000부 이하의 방탄 신문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생존조차도 위협받은 지가 오래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현상유지를 위한 고만고만한 행사나 기획의 답습은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며 변화할 수 있는 힘과 시간마저 고갈시킬 뿐이다. 아무리 종이신문이 과거와 다르다 해도 타 지역의 예를 보면 대표 신문이 우뚝 서서 중심을 잡고 있어 언론 환경이 우리 지역과는 다른 것은 볼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지역의 대표 신문으로서 지역 언론을 선도하고 있는 전북일보가 스스로 혁신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지역 언론은 미래가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역량을 결집하고 정론 직필을 무기 삼아 긍지와 자부심을 이끌어내고 언론과 언론인으로서의 초심을 기본으로 하여 변화와 혁신의 힘을 구축해야 한다. 연명 치료하듯이 겨우겨우 유지해서는 답이 없다. 힘들더라도 제대로 쓰는 신문으로 탈바꿈하고 신문 독자를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사자들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며 부수 증가나 재정 상태 호전이 자신들의 처우개선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신문 구독 확대를 지속적으로 완강하게 진행해야 한다. 5만 유가 부수를 1단계 목표로 삼고 1차적으로 3만 부수 운동과 실천으로 힘을 비축하고 이와 함께 자부심을 갖는 기자들을 늘려나갈 때 신문의 내용도 점점 발로 뛰는 취재에 근거하여 활력을 갖게 될 것이다. 전북일보가 앞장서서 지역 신문 시장을 확실하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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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5 17:43

체념과 희망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그 동안 삶에서 익숙하지 않았던 단어들이 훅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주름, 흰머리, 뱃살, 노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들이 주로 외모나 신체와 관련된 것이라면, 실패와 좌절, 절망, 불안, 우울 등은 심리적이고 정서적 표현들이라 할 수 있다. 체념이라는 단어 역시 그 중 하나다. 실패나 좌절이 더 깊고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면, 체념은 기대를 접는 데 있어서 뭔가 순간적 감정이나 판단 등 일시적 느낌으로 남는 듯하다.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체념은 항상 인간에게 힘과 새로운 희망의 샘이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오히려 그것을 기초로 삼아 자신의 이승에서의 삶의 의미를 쌓아올리는 법을 배웠다라고 썼다. 칼 폴라니는 죽음이라는 좀 더 궁극적인 절망 앞에서 체념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은 일상의 다양한 체념에 익숙해지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시간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제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체념 사이에서 흘러간다.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곳을 갈 수 있고,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던 꿈은 이제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음을 깨달으면서 체념의 숫자를 늘려가는 중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수많은 체념으로 구성된다. 동그란 공으로 하는 스포츠라면 거의 좋아했다. 잘한다는 말도 꽤 들었다. 하지만 이제 내 몸은 과거의 몸이 아니다. 초등학교 운동회때 부모들이 이어달리기에서 많이 넘어지는 이유도 머리가 과거의 몸을 기억하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이제 조심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체념할 때가 된 것이다. 가장 정확하게 내 몸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체념과 포기는 다르다. 체념이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시간에 따른 판단 행위를 뜻한다면, 포기는 미래를 포함한 시간에 대한 판단과 결정이다. 그런 점에서 체념은 새로운 시작과 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체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체념 이후의 판단과 행위가 중요하다. 체념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체념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찾거나 발견하기도 한다. 체념이 없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 새로운 것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체념한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나 과거와 단절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한 단절이야말로 새로운 상상,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 절망과 죽음이라는 극단의 비극에서 비로소 희망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살면서 더 필요한 일은 수많은 체념 속에서 희망을 엿보는 일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Lady Windermeres Fan)>라는 작품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빠져 있다네. 하지만 우리 중 몇몇은 별을 바라보고 있지.(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 사실, 언제나 그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희망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인간은 항상 시궁창 같은 현실에 절망했고 좌절했다. 그 속에서 체념은 지극히 당연한 대다수의 선택이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 체념 가운데 별을 바라보는 일이다. 시궁창에서 허우적대면서도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우리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저 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시궁창에 있다는 사실을 잘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 시궁창 안에서도 탐욕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기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있다고 말을 해주어야 한다. 칼 폴라니가 말한 죽음이라는 현실을 기초로 삶의 의미를 쌓아올리는 것은 어쩌면 이 땅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현실적인 노력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전환을 이야기하면서 온통 주식과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방법만 강조할 때, 누군가는 저기 사람이 살고 있다고,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손을 내밀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체념 가운데 삶의 의미를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권경우(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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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5 17:43

한글날(즈음) 소회 - 곽창선

지난 9일 574회 한글날을 맞이했다. 뜻깊은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말과 글의 탄생을 자축하며 역사적 의의를 되돌아보는 날이다. 우리말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열정으로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모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대인에게 말과 글은 생명줄 같은 자산이다. 세계의 수많은 문자 중, 누가, 언제, 왜, 어떻게 만들었나 하는 영원과 뿌리가 명확한 문자는 훈민정음이 유일하다. 세종은 백성의 우매함을 어여삐 여기사 누구나 읽기 쉽고 쓰기에 편리한 우리글을 세종 25년에 음운 문자 자음 17자와 모음 11자를 반포 하셨다. 훈민정음은 최초 28자였으나 초성(3자) 중성한자가 폐기 되고, 최종 24자(자음 모음)를, 창제 된지 3년 후 1446년에 세상에 빛을 보았다. 모음은 하늘과 땅 우주의 기본원리를 표본으로 삼았고, 자음은 사람의 발성 기관을 본떠서 만들었다. 중국의 눈치를 살피고 반대파들의 저항을 고려하여 발문(跋文)은 한문으로 쓰여 졌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이용하여 용비어천가, 석보상절, 월인 청강지곡을 쓰시고, 새로운 글의 우수성을 만천하에 증명하였다. 한국은 국토의 크기로만 볼 때는 매우 작은 나라다. 그러나 인구수로 볼 때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남북한이 합치면 약 7000만으로 15위에 해당한다. 민족 언어를 중심으로 볼 때 한국은 더욱 크다. 한국어는 지구상에 쓰이고 있는 수천 가지 언어 중에서 중국어, 힌디어, 스페인어, 영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에 이어 사용 인구로 열세 번째를 차지하는 언어이다. 이러한 한국어에 대해 우리는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한글이 오늘에 이르기 까지 한글 창제와 발전 과정을 뒤 돌아 보면 수많은 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글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는 한글연구의 선각자 주시경 선생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일본의 강압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조선어학회를 발족시키고, 맞춤법 통일안과 표기법등을 고안 우리 말 큰 사전의 기초를 닦아 나왔다. 우리 겨레는 반만 년의 오랜 역사를 이어 오면서 타고난 창의성과 뛰어난 기량, 피땀 어린 끈기로 독자적인 민족 문화를 창조,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한글 창제는 우리 문화사상 으뜸가는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 세계의 여러 언어학자들은 한글이 독창성과 과학성을 지닌 뛰어난 문자라는 사실을 한 결 같이 인정하고 있다. 더구나 문자가 만들어진 날을 기념하는 겨레는 지구상에서 우리밖에 없다는 사실도 크나큰 민족적 긍지가 되어 왔다. 말과 글이 없다면 지금처럼 첨단 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즐기며 살 수 있을까? 생명 줄 같은 우리말과 글이 있어 쓰고 읽으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으니 행복하다.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고유한 말과 글을 잘 보존하고 지켜 나감으로써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세계사의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면서 우리의 말과 글을 계승, 발전시키고 나아가 세계화로 향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다 곽창선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장을 역임했으며 <표현 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와 현재 표현문학회, 신아 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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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5 17:43

돈 버는 자원봉사센터장

/삽화=권휘원 화백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이 강했다. 삼한시대 때부터 내려온 상호부조 목적의 계(契)를 비롯해 두레 향약 품앗이 등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공동체를 형성해왔다. 근대에 들어서는 서구의 영향을 받아 조직된 YMCA와 YWCA 등이 사회봉사활동에 앞장서 왔고 1960년대 들어 적십자운동, 70년대 새마을운동, 80년대엔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자원봉사활동이 정착됐다. 1990년대에 들어선 자원봉사와 사회복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국적인 봉사단체가 결성돼 체계적인 지원활동을 펼쳤다. 이에 정부에서 1994년 4월 자원봉사 지원법을 제정하고 한국자원봉사단체 설립과 세계자원봉사자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등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 전라북도에도 1997년 6월 전라북도자원봉사종합센터가 설립됐고 도내 시군지역에도 1998년부터 자원봉사센터가 조직되기 시작해 현재 14곳에서 운영 중이다. 자원봉사센터는 행정이나 제도적으로 충족할 수 없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원해서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핵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자원봉사의 개념이 자발적 의지로 어떠한 물질적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공공의 편익과 복리증진을 위해 나서는 비영리적 사회활동임에도 사회통념을 뛰어넘는 보수를 받고 있다는 데 있다. 국회 김영배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북자원봉사센터장의 월 기본급이 665만 원으로, 연봉으로 치면 80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전국 광역 자원봉사센터장 가운데 최고액이다. 수당이나 직책보조비 등을 포함하면 자원봉사센터장 연봉이 웬만한 공기업 기관장 수준이다. 반면 충북과 세종자원봉사센터장은 비상근에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고 광주광역시센터장은 월 기본급이 321만 원에 불과하다. 전북지역 시군 자원봉사센터장 중에선 진안군이 연 6300여만 원으로 도내 최고액을 기록했다. 반면 순창군 자원봉사센터장은 무보수로 봉사하면서 월 30만 원의 업무추진비만 받는다. 남원 임실 완주 자원봉사센터장은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해 연간 3600만 원 정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보수기준표에 따라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자원봉사센터장 급여를 책정하겠지만 형평성 문제와 함께 지나치게 과도한 측면도 제기된다. 어떤 대가나 보상 없이 봉사 활동에 나서는 대다수 자원봉사단원에게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괴감을 줄 수도 있다. 자원봉사센터장은 자원봉사라는 기본 정신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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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0.10.14 18:49

익산시·산자부, 제2의 장점마을 우려 해소하라

익산시 웅포면에 폐기물 고형연료를 이용한 소각시설 건립이 추진되면서 주민 반발이 일고 있다. 제2의 장점마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소각시설 건립 추진 예정지는 장점마을에서 직선거리로 2㎞, 곰개나루 캠핑장과 자전거길, 골프장 등과는 불과 1㎞ 남짓한 거리에 있다. 주민 15명이 암에 걸려 숨진 장점마을 사건을 지켜본 주민들은 웅포면의 청정환경 오염과 또다른 재앙을 걱정하고 있다. 폐기물 고형연료는 말 그대로 폐기물에서 추출한 가연성 물질을 건조성형해 만든 고체형 연료다. 사업자는 하루 200톤의 폐기물 고형연료를 태워 수소와 전기, 스팀을 생산하겠다는 사업계획 허가를 지난달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했다. 사업계획만 보면 일거 4득의 좋은 사업이다. 문제는 폐기물 고형연료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이로 인한 주민 피해 우려다. 사업자는 법적기준치 이하의 다이옥신과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부유먼지가 발생하지만 철저한 감시 및 전자제어시스템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예정지 인근 갓점셋터구룡목마을 주민들은 오염물질과 악취 등으로 인한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우려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사업자 측의 주민설명회가 사업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갓점셋터구룡목마을 주민들을 배제한 채 일부 찬성하는 주민들만 초청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발전소 반대 특별대책위원회까지 꾸려 국회의원과 시장에게 반대 의견을 전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진정서도 제출했다. 향후 반대 집회도 예고한 상태다. 폐기물 고형연료 소각 발전시설은 이미 전주와 경기 평택양주, 충남 부여, 전남 영광담양, 경북 김천 등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과 심한 갈등을 빚어 왔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전국에 쌓여가는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문제는 국가적 과제이지만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민의 환경권에 우선할 수 없다. 익산시와 정부는 제2의 장점마을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정에 전력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14 18:48

전북 ‘지역균형 뉴딜’ 특화된 경쟁력 살려야

13일 청와대에서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의 기본정신으로 기존의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사회 안전망 등 3대 축 이외에 지역균형 뉴딜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아직 종합계획이 최종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형 뉴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뚜렷한 목표 설정과 함께 창의적이고 특화된 경쟁력 확보 및 정교한 논리 개발이 절실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지역에서부터 생생하게 구현하여 주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 총 투자 규모 160조원 중 절반에 달하는 75조원 이상을 지역 단위사업에 지원하는 등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가 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시켜 지금까지 추진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 더욱 힘을 불어넣고 아울러 질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전북도는 지역형 뉴딜 추진 방향으로 농생명 산업과 IT를 융합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산업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며, 그린뉴딜 분야에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비롯 그린 모빌리티와 생태자원 등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북도 추진사업 가운데 대표 사례로 확정된 사업은 그린 뉴딜 부문 1건에 불과하다. 기존 추진했던 사업 이외에 추가 확장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창의적 발전 모델 창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향후 지역사업 공모 선정 때 지역 발전도를 고려해 가점을 부여하고, 한국형 뉴딜에 협조하는 지자체에는 지방 특별보통 교부세, 균특회계 등 추가 지원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산업기반과 인프라가 취약해 지역 발전도가 낮은 전북으로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채찍이 될 수도 있다. 지원 평가 기준에 뉴딜 추진 실적이 포함되면서 적극적이지 않을 때는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 균형 뉴딜은 지역에서의 실행 효과가 지역에 얼마나 나타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닻 올린 지역균형 뉴딜에서 전북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산학연관의 협업은 물론 도민들의 협조와 의지도 한데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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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4 18:48

‘수포자’ 만드는 수학교육, 해결 방법은?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교생의 기초학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수학의 기초학력 미달률이 타 과목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11.1%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발표한 초?중학교 학생 50명의 성장 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도 분수를 배울 때인 초등학교 3학년부터 수학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수학은 고도로 추상화된 학문이다. 예를 들어 사과 한 개와 배 한 개가 있을 때 수학은 과일의 종류, 색깔, 크기, 맛 등 부수적인 것을 모두 걷어내고 1+1로 표현한다. 사물에 대한 묘사를 생략하고 숫자와 기호만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추상화된 수학을 가르치는 입장이 아닌 배우는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는 없을까? 모든 것이 궁금하고 호기심으로 가득한 초등학교 시절은 아이들이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며 상상력을 키워가는 중요한 시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의미를 묻는 아이들에게 현재의 수학 교육은 무작정 공식을 외우도록 강요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 대신 반복적인 문제 풀이만을 강조한다. 즉, 사고를 통한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환경에서 학습한 아이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에 흥미를 잃고, 왜라는 질문이 사라지며 결국 수학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학이 단순히 시험 성적을 잘 받아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과목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핵심 학문이라는 점이다. 2016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 미래의 직업은 2020년까지 선진국 등 15개 국에서 71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에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0만 개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새로 생기는 200만 개의 일자리 중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과 연관된 40만 5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외의 많은 일자리에서도 수학의 필요성이 입증된 것을 보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사고의 근간이자 핵심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수학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미래를 대비한 수학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와 교육자가 나름의 의견과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수학의 특성과 학습자의 관점, 그리고 이미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를 감안해 수학에 대한 장벽을 무엇으로 낮추고,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과 제도권의 교육 기관에서 수학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개발한 깨봉수학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인 것도 이러한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작금의 구태의연한 수학 교육을 계속 고수한다면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없을뿐더러 수포자가 늘어나는 현상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수학 교육에 대해 우리 모두의 인식과 패러다임을 하루라도 빨리 바꿔야 한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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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4 16:54

장점마을의 진실, 국정감사에서 밝히다

김수흥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갑) 국회는 법률과 예산안을 심의하고 국정 전반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를 통제한다. 요즘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국회에서 3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의원들의 국정감사 활동을 매년 지켜보았는데 초선의원이 되어 국정감사에 임하니 가슴이 설렌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나의 최대 쟁점은 익산 장점마을이다. 장점마을의 참사는 KT&G가 마을 인근 비료공장에 연초박(담배찌꺼기)을 제공하면서 발생했다. 환경부의 역학조사결과 연초박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밝혀졌다. 장점마을은 주민 17명이 생명을 잃고 20여 명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정감사 첫 날, 나는 장점마을 참사에 대해 정부와 KT&G의 책임을 추궁했으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책임은 연초박을 부산물 비료의 퇴비 원료로 사용토록 허가해 준데 있다. 또한 폐기물관리법상 관리 소홀의 문제도 제기된다. 장점마을에서 집단 암 발병 문제가 터진 후 그때서야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뒷북행정을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며, 분명 정부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KT&G의 책임도 추궁했다. KT&G는 연초박이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폐기물 위탁처리업체에 돈을 받고 팔아왔다. 또한 위탁업체의 불법행위를 수십 년간 묵인해 왔다. 이런 사실은 KT&G가 2007년 발행한 지속가능 경영방침에도 나타난다. 지속가능보고서에서 향후 KT&G는 협력업체 관리 차원에서 위탁처리업체의 폐기물 적법 처리 여부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KT&G는 2019년 발행한 지속가능보고서에서도폐기물 배출에 대한 환경 책임 강화를 위해 폐기물 처리업체를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실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처리업체 실사시, 정부 가이드라인 및 ISO14001에 기반하여 폐기물 처리프로세스, 처리 용량 등이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KT&G는 연초박이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매우 위험한 폐기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폐기물 위탁업체인 ㈜금강농산에 대한 실사 및 지도점검을 하지 않았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한 지 평가도 실시하지 않았다. KT&G는 연초박을 잘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중요하다. 헌법 제34조 6항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4년차임에도 역대 정부에 비해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국민이 힘들고 어려울 때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위로해 주면서 희망과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국감장에서 홍남기 부총리에게 정세균 국무총리와 함께 장점마을을 방문해 사죄하고 주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대책을 주문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아무도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전라북도와 익산시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진정 어린 사과와 위로는 상처받고 눈물 흘리는 장점마을 주민들의 치유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장점마을의 회복을 위해 전북도민과 익산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당부드린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할 것임을, 세상을 떠난 17분의 영정 앞에 약속드린다. /김수흥(국회의원익산시갑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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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4 15:05

군산·남원의료원장 임명에 바란다

나기학 전북도의원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은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모든 일이 순리대로 잘 풀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지역주민의 건강증진과 지역보건의료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군산남원의료원장 후보자 임명 절차에 들어갔지만 지방의료원장 임명을 두고 설왕설래다. 군산의료원은 그동안 줄곧 의료계에 종사해 온 현직 의사 출신이 원장을 맡아오면서 공공병원으로서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흑자전환의 성과를 달성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현직에 종사하는 의사 출신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오랜 기간 일선 공공보건의료 현장에서 보건의료와 복지행정 능력을 갖추고 전문성까지 겸비한 행정가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공공의료원을 이끈 경험이 풍부한 제3의 인물을 영입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더해질 수 있다. 군산의료원의 경우 임원(원장)추천위원회는 10월 12일(월) 응모자 중 2명을 추천하며, 도지사는 16일(금) 2명 중 1명을 내정, 내정자에 대해 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에서 인사청문절차를 밟게 된다. 임원(원장)추천위원회와 도지사에게 사실상 공이 넘어간 상태지만 인사청문에 나서야 하는 필자는 원장 임명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지역의 일꾼들이 청렴하면서 도민을 위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도민과 해당 지역주민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첫째, 군산남원의료원장은 도민과 특히, 군산남원시민의 건강을 지켜내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며, 든든한 신뢰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아픔을 겪을 때 돌아서지 않고 마주하는 믿음직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퇴직 후에도 그곳의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공공보건의료를 위해 평생 봉사헌신할 각오와 자세가 갖춰졌는지 아니면 적당히 원장 자리 차지하다 임기 끝나기 무섭게 떠나버릴 사람인가를 가려내는 것이 첫째다. 둘째, 그 동안 공직이나 의료현장에 있으면서 얼마나 공복(公僕, public servant)의식이 뚜렷했는가, 자신의 행정편의나 소속기관의 입장에서 벗어나 도민과 군산남원시민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도민을 섬기며 흔들림 없는 공복의식으로 무장하고 공직을 수행할 사람인가를 골라야 한다. 셋째, 도립병원으로서 공공성을 확대하고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료인력과 시설을 확충함으로써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전략과 방안을 계획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완비한 일꾼이 적합할 것이다. 넷째, 군산의료원의 경우 코로나19로 진료이용인원이 다소 줄기는 했으나 일평균 1,318명, 의료진은 의사, 약사, 간호직, 기술직 등 정원 563명에 달하는 대규모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원장의 경영 능력과 지도력, 전문성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간쟁(諫諍, 어른이나 임금에게 옳지 않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간절하게 말함)을 좋아하는 신하는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사에 있어서 사람과 인격이 된 사람, 그리고 그의 삶의 여정에서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청렴한 삶을 살아 왔는가, 그러고 나서 이 사람이 정말 실력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면 택하고 배치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 나기학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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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4 15:05

작은 학교 통폐합 대기 번호표 나눠줄텐가

김종표 디지털콘텐츠본부장 지역사회에서 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공동체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돌봄보육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부각되고 있다. 학교가 없는 곳에서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의 활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의 설치이전 및 폐지는 교육감이 관장하는 사무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학교의 위상과 주민 정서를 감안하면,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학교를 옮기거나 통폐합을 결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북교육청이 12일 전주 덕진동에 있는 전라중을 송천동 에코시티로 이전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불쑥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전주 에코시티에 학교 신설을 추진해온 전북교육청은 전제 조건으로 지역의 작은 학교 통폐합을 요구받았다. 학생 수 감소 추세가 계속되는 만큼 택지개발지구에 학교를 신설하려면 원도심이나 외곽의 작은 학교를 이전재배치 형식으로 사실상 통폐합하도록 해 학교 수 증가를 막겠다는 게 교육부의 방침이다. 작은 학교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온 전북교육청은 여러 채널을 통해 교육부에 정책 변경을 요구했지만 성과는 없었고, 그 사이 에코시티 주민들의 학교 신설 요구는 더 거세졌다. 결국 전북교육청은 학생 수 등을 기준으로 통폐합 대상 학교를 물색했고, 2017년 전주 곤지중덕일중(투표에서 부결)에 이어 이번에는 전라중을 택했다. 학교 이전재배치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사실상 신도심 학교 신설을 위한 작은 학교 폐교라는 점은 명백하다. 최근 법원과 검찰청 이전으로 공동체의 활력을 잃은 전라중 주변 주민들은 설상가상 학교까지 잃게 생겼다. 작은 학교 통폐합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고수하면서 마냥 세월을 보낼 수만은 없는 전북교육청의 다급한 입장은 이해하지만, 원도심 작은 학교를 일방적으로 선정해 통폐합 대상으로 불쑥 올려놓고 찬반 투표를 밀어붙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인구감소 등 여건이 변한 만큼 이제는 학교 설립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과 인식이 필요하다. 당장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 일정 부분 학교 수를 줄일 수 있는 초중 통합학교나 도시형 분교 등의 대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학교 신설재배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옛 도심이 아닌 새로 학교가 필요한 택지개발지구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불편과 고통이 따를 수 있다. 그 불편은 새로 조성되는 택지로 이전하려는 주민들이 선택에 앞서 예상하고 각오해야 하는 기회비용이어야 한다. 쇠락하는 공동체를 힘겹게 붙들고 있는 원도심 주민들에게 느닷없이 날아드는 비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면 대상 학교 선정 방식과 절차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분명 앞으로도 학교 신설 요구는 곳곳에서 나올 것이다. 게다가 교육부로부터 조건부로 승인받아 신설한 학교(전주 화정중양현중)와 관련해 기존 학교 통폐합 조건도 조만간 이행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원도심의 작은 학교를 하나씩 하나씩 이런 식으로 후다닥 없앨 것인지 묻고 싶다. 학생 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주민 반발이 적을 것 같은 학교 순으로 통폐합 대기 번호표를 나눠주고, 기다리게 할 것인지 말이다. 이제라도 지역사회와 터놓고 소통하면서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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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0.10.13 17:50

웅치전적지 사적(史蹟) 지정을 위한 선결조건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사적(史蹟)은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또는 관상적 가치가 큰 국가지정 문화재다. 역사의식과 민족정신이 담긴 교육의 터전이자 역사의 현장이다. 임진왜란 때 호남을 지켜 나라를 구한 완주 진안 일대(곰티재)의 웅치전적지를 사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웅치전투는 곡창인 전라도를 지킨 가장 중요한 전투로 평가 받는다. 전주성 방어선인 이 전투에서 수많은 왜군이 전사한 것으로 유성룡의 징비록은 기록하고 있다. 이 항전이 있었기에 다음날 전주 인근의 안덕원 전투에서 왜군을 격파할 수 있었다. 왜군은 전주성 공격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당시 호남이 얼마나 중요했던 지는 웅치전투 이듬해인 1593년 7월16일 이순신이 사헌부에 있던 친구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 잘 드러나 있다. 호남은 국가의 보장(保障)이니 만약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없다 이순신 전서에 나오는, 그 유명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론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웅치전적지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위한 재조명 학술대회에서도 웅치전투는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큰 승전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사적으로 지정되지 않아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 기념물(제25호)로만 지정돼 있을 뿐이다. 사적 지정은 지난한 작업이다. 역사적 의의와 학술적 가치, 용역, 시굴 및 발굴, 문화재 보호구역 설정, 학술대회, 정비계획 수립, 주민공청회 등 조건이 복잡하다. 웅치전적지의 경우는 몇차례 학술대회가 열렸고 역사적 학술적 가치도 인정 받고 있다. 관련 용역도 11월 말 납품된다. 지표조사는 돼 있지만 시굴 및 발굴 등 정밀조사는 향후 과제다. 더 중요한 것은 웅치전적지가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두 지역에 접한 경우는 사적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두 지역은 기념행사나 추모행사를 따로 추진하고 있고 향후 어느 곳이 주(主)가 될지, 부(副)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에 관심이 크다. 전투장소, 문화재 출토, 구역설정을 놓고도 충돌할 수 있다. 두 지역의 갈등과 대립이 노골화되면 웅치전적지 사적 지정은 하세월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때도 그랬다. 황토현전승일과 무장기포일을 놓고 정읍과 고창의 유족회 등 관련 단체가 치열하게 대립했다. 토론회장에서는 폭력사태까지 일었다. 조율이 불가능해지자 마침내 전북도가 정부에 직권 제정을 요청했고 정부는 2018년 황토현전승일(5월11일)을 국가기념일로 선포했다. 10년 이상을 허송세월하고 나서야 국가기념일이 제정된 것인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웅치전적지 사적 지정도 전북도가 TF팀을 구성하는 등 속도감 있게 밀고 나가고, 완주 진안군과 관련 단체는 사적지정 숙제를 전북도와 전문가 집단에게 맡기면 성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영일 전북도 학예연구관은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일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져 6개월만에 사적 신청업무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적 지정의 최후 관문인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의 위원장을 이재운 전주대 교수가 맡고 있고, 이경한 원광대 교수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여간 호재가 아니다.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지역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웅치전적지가 역사적 가치와 위상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다. 호국선열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전북의 자긍심과도 연결된 사안이다. 송하진 도정 임기 내에 웅치전적지가 국가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리더십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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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3 17:49

억울한 옥살이

32년 전인 1988년 10월. 탈주범 지강헌 일당의 가정집 인질극이 TV로 전국에 생중계 됐다. 주동자인 그는 창문을 통해 피맺힌 목소리로 세상에 외쳤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다, 우리 법이 그렇다 며 울분에 가득차 있었다. 말 그대로 돈 있으면 무죄로 풀려 나지만, 돈 없으면 유죄로 처벌 받는 것을 빗대 한 말이다. 국민 80% 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 사건 이후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을 상징하는 의미로 이 말이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재벌총수 봐주기용 35 법칙도 있다. 실형을 면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판결을 통해 구속을 피하거나 감옥에서 석방 된다는 뜻이다.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내로라하는 재벌총수 대부분이 실제 이런 룰에 따른 법 집행으로 국민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한술 더 떠집사 변호사활동도 노골적이어서 따가운 눈총을 받은 건 물론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벌이나 유력 정치인 등에게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해주는 변호사 들이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사와 관련해 초호화 변호인단이 화제가 됐다. 20개월 가까이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팀 일원에 대한 1대1 맞춤형 변호사가 선임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무려 350명이 넘는 변호사가 총동원 되다시피 한 것이다. 그 중 전북출신으로 전주지법원장을 지낸 한 승씨와 법무연수원장 출신 김희관씨가 눈에 띈다. 판사들의 신망이 두터운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구속여부 갈림길에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김 변호사는 수사 총책임자인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전주고 동기다. 최근 국감자료에서 밝혀진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 논란이 관심을 끌었다. 2016년 이후 올해 5월까지 구속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사람이 905명이나 된다. 해마다 평균 160명 이상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석방된 셈이다. 검찰이 과오를 인정한 경우는 14.4%이며, 이 중수사 미흡으로 판단한 것이 52.7%로 가장 많다. 이에 못지않게 강압수사도 여론의 관심에서 비켜갈 수가 없다. 1999년과 2000년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끝에 결국 진범이 잡혀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법조계는 구속은 엄격한 요건에서 최소한의 필요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하는데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뚤어진 수사관행에 일침을 놓았다. 수사 편의를 위한 구속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개인 인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요즘이다. 시대착오적인구속영장 남발이 거론되는 현실이 마냥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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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0.10.13 17:43

틈과 흠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가을 햇살을 닮은 만개한 해바라기 밭이 친정집 근처에 생겼다. 분명 지난번 방문까지 쓰레기 더미가 쌓였던 곳이었는데 의아해하자 아버지가 그러신다. 비양심적인 사람들 한두 명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며 점점 쓰레기가 쌓여갔고, 보다 못한 아버지와 동네 주민들이 꽃을 심으셨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해바라기 꽃이 피어나자 쓰레기 같은 양심들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고, 대신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이 찾아왔다. 활짝 피어난 해바라기 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법칙의 실증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한 이 법칙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번져가듯,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지저분한 곳, 파손된 차량에는 쓰레기가 더 쌓이고, 반면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는 세상에서는 계속 깨진 유리창이 생겨나고, 때로는 그 틈으로 무절제의 만행들이 쏟아져 나오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시름한다. 공터에 쌓였던 쓰레기는 때로는 귀찮아서,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남이 보지 않는 순간을 기다리며 사는 우리네 자화상은 아닐까 싶어 씁쓸한 잔상으로 남았다. 바르게, 그리고 옳게 산다는 것은 기본적인 삶의 태도일 텐데, 엄격한 자기수양을 하듯 많은 것들을 절제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최근 몇 달 사이에 그야말로 확찐자가 되었다. 팽팽하게 돌아가던 일상이 코로나에 순응하며 멈춰서자 그 틈을 타고 게으름이 스며들었다. 외부 일정이 없으니 괜찮아, 잘 먹어야 코로나를 이겨낼 것이 아니냐라는 핑계들로 삶이란 창에 구멍을 냈고, 에라 모르겠다란 한 마디로 모든 절제를 거부했다. 처음에는 공터에 버려지기 시작한 쓰레기마냥 하나, 둘씩 합리화로 이유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한계치를 넘어서며 죄책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 사이 놀랄 만큼 체중이 증가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생각해보니 결국 괜찮을 것이라고 여겼던 틈을 방심했던 것이 치명적인 흠이 되었다. 견고한 성벽도 작은 구멍으로 인해 균열이 생기듯, 균형을 잃은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은 걷잡을 수 없게 무너져 내렸다. 미국의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삶을 바람직하고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것을 고백하며 인생의 우선순위에 있는 일을 순서로 목표를 세웠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절제, 인내, 질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소박한 삶, 성실하게, 청결하게, 실용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13가지 덕목을 철저하게 적었고, 계획과 점검을 통해 수많은 업적을 남기며 존경받는 삶을 살았다. 위대한 이도 이렇게 자신의 연약함을 알아 계획을 세우고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무슨 배짱으로 하루하루를 방목하며 살아왔을까. 자유를 만끽하던 삶에 찬바람이 불어오며 마음이 스산해진다. 그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눈을 질끈 감고 살아왔더라면 이제는 삶 속에 깨진 창문은 수리를 하고, 찰진 계획을 세울 때다. 더 매서운 바람이 불기 전에, 틈이 흠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남들이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존엄성을 포기하진 말아야겠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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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3 17:43

유해 화학물질 관리 부실 다시 살펴봐야

유해 화학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전북지역의 대비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 화학물질 취급시설 숫자에 비해 이를 관리해야 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이어서 사후약방문이 아닌 선제적 관리와 대응이 중요하다. 1984년 인도 보팔의 미국 살충제 회사 유니언 카바이드에서 발생한 메틸이소시아네이트(MIC, Methyl Isocyanate) 누출사고로 1만6000여 명이 숨지고 55만 명이 부상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경기 남양주의 합성섬유 생산공장 원진레이온에서 이황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해 8명이 숨지고 600여 명이 장애 판정을 받았다. 도내에서도 2년전 군산의 한 화학공장에서 유독물질이 누출돼 1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소방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북도에 등록된 유해 화학물질 취급시설은 823곳에 달한다. 도내에서는 2015년 6건, 2016년 9건, 2017년 9건, 2018년 13건, 2019년 7건 등 지난 5년 동안 모두 44건의 화학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195건), 경북(72건), 울산(68건)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4번째로 많은 사고 건수다. 소방당국은 화생방 테러나 다양한 화학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화학 분야 전문 인력을 특별 채용하고 있다. 전국에서 모두 104명이 활동중이다. 전북은 전국에서도 화학 사고가 많은 지역으로 꼽히지만 지난해까지 10년 간 채용된 화학 분야 전문인력은 2명에 불과하다. 인근 전남의 경우 정유회사 등 대규모 화학관련 업계가 많은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전북의 10배 가까운 19명이 채용됐다. 전북에서 채용된 화학분야 전문 인력은 적은 숫자도 문제지만 화학 관련이 아닌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학물질은 현대 문명의 발전에 공헌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큰 재앙을 가져온다.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는 취급시설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이들 시설에서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관련 당국의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중요하다. 정부는 유해 화학물질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조직과 인력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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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10.13 17:43

금융중심지 지정되어야 전북이 산다

지난 12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대한 입장은 매우 실망스럽다. 은 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으로부터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받자 금융중심지 지정 후 인프라를 보완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인프라를 갖추고 중심지 지정을 하는 것이 옳은지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의 이런 입장은 전형적인 정치권 눈치보기가 아닐 수 없다. 이날 금융위 국감에 나선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전북 지역구 의원은 전무한 대신 부산출신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은 위원장은 특히 전북혁신도시의 금융도시 육성과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별개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전북혁신도시가 금융중심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필수적인 현안임에도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지난 2009년 해양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은 먼저 금융중심지로 지정한 뒤 금융인프라 조성에 나섰다. 금융중심지 지정이 금융중심도시 육성의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전북은 지난해 4월 금융인프라 미흡을 이유로 금융중심지 지정을 보류했다. 금융위원회가 부산과는 다른 잣대를 전북에 적용한 것은 이중적 행태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금융중심지 지정 보류 이후 금융인프라 조성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금융타운 건설과 글로벌 금융기관 및 국내 금융사 유치, 국내외 금융포럼 개최 등 금융인프라 구축에 발 벗고 나섰다. 이같은 노력으로 인해 정부에서도 지난 7월 전북혁신도시를 금융중심도시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가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어물쩍거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은 위원장도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되기 위한 전라북도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고 밝힌 만큼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말로만 금융중심도시 육성 지원 운운해선 안 된다. 전북정치권도 대통령이 약속한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정세균 총리 재임 중에 금융중심지 현안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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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10.13 17:43

집에 하자가 생겼는데, 임대인이 그냥 쓰래요

주택 임대차 상담 중 가장 빈번한 유형은 보일러 고장, 누수, 화장실 막힘, 도배 등 임차 주택에서 발생한 하자에 관한 것이다. 보통 임차인이 불편을 호소하면, 임대인은 뭘 이런 걸 다 임대인한테 고쳐 달래. 직접 고쳐 쓰세요. 하거나 고장 낸 사람이 고쳐 쓰세요라고 답을 한다. 임차 주택의 하자는 누구 책임일까?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에게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수선의무). 수선의무는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 유지가 관건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그것이 임차인이 별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하여, 사소한 것과 임차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것 두 가지로 나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목적물의 종류 및 용도, 파손 또는 장해의 규모와 부위, 이로 인하여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그 수선이 용이한지 여부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 임대차계약 당시 목적물의 상태와 차임의 액수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의하여 판단한다. 보일러는? 누수는? 도배는? 화장실은? 위 법조문과 판례를 안다 해도 바로 답이 나오진 않는다. 주택이니, 사람이 사는 데 중요하고 없으면 안 되거나 수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면 임대인의 수선의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고, 적은 비용으로 고쳐 쓸 수 있다면 임차인이 스스로 고쳐 써야 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 집에 문제가 생기면 화부터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 하자 분쟁은 금액도 크지 않아 어차피 소송까지 가지 않을 문제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과 원만한 문제 해결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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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2 18:11

빚과 경제의 관계경영학

황의영 경제학박사 지난 9월 22일 국회는 코로나19 재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계층을 맞춤형 지원하는 7조8147억원의 추경 안을 처리했다. 3월 17일 이후 네 차례에 걸쳐 66조8147억원을 추경했다. 1961년 이후 59년 만에 한 해에 네 차례 추경을 했다. 절박한 사정에 의해 추경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이번 4차 추경 편성액 중 7조5000억원을 국채를 발행하여 충당한다. 국가라고 화수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금과 국유재산 운영수익으로 세입을 충당한다. 세입 이내에서 세출이 결정돼야 건전재정을 이룬다. 나라가 일을 하다보면 세입만가지고 재정을 충당할 수만은 없다.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면 빚을 내 재정을 운영할 수 있다. 국가가 빚을 얼마나 지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비율이 국가부채비율이다.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나라 빚의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작년 말에 38.2%였는데 금년 말에 45%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부채비율이 높아진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OECD 회원국들의 평균 국가채무비율 110%(일본 225%)에 비하면 약 3분의 1정도로 낮은 수준이어서 재정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한다. 이 비율이 높고 낮음을 떠나 빚이 많아서 뭐가 좋겠는가? 기업회계에서는 광의의 자본을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으로 나눈다. 타인자본은 부채다. 경영에 있어서 부채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어느 기업이 자기자본만으로 경영을 하겠는가? 혹 자기자본만으로 경영을 한다면 무능한 경영자다. 국가나 개인은 다르다. 빚이 있으면 그만큼 살림이 쪼들린다. 빚은 이자가 따르고 원금을 갚아야 한다. 국채도 매년 이자를 줘야하기에 그 만큼 재정규모가 축소된다.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빚이 많으면 기업도 개인도 국가도 망한다. 법인이 망하고 개인이 죽어도 빚은 갚는다. 법인이 청산할 때 부채를 다 갚고 나서 남는 것이 있어야 주주에게 돌아간다. 개인 사망 시에도 빚을 갚고 나머지를 상속한다. 국가도 다른 나라에 복속되는 경우가 아니면 땅덩어리를 떼어 주더라도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후손들에게 빚을 지우는 것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이 있다. 조금 형편이 어렵다고 나라가 마구 빚을 내서 써버리면 후세들은 빚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굶어죽을 처지에 놓이거나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게 될 때는 급전을 내서라도 연명하고 치료를 받고 살아나야 한다. 누가 이때 빚낸 것을 나무라겠나! 그러나 포퓰리즘에 의한 선심성 지원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여 후손에게 빚을 지우는 것은 국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빚을 내서라도 돈을 쓰고자 하는 유혹은 누구든지 언제나 달콤하다. 마구 빚을 내어 쓰다보면 망한다.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듯 빚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자가 있다.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도 빚을 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장 무능한 부모가 자식에게 유산으로 빚을 남긴다.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도 본인이 갚을 빚이라고 생각한다면 빚내기가 무서울 게다. 국가부채비율이 높아져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면 외채발행금리가 높아지고 극단의 경우, 롤오버(Roll-over, 기한연장)가 안 되면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빚은 파멸을 불러오는 마약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황의영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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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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