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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데일 패러독스’의 힘

삽화=권휘원 화백 베트남이 독립과 통일을 열망했던 시기, 내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남베트남 정부를 지원한 미국과 벌인 베트남 전쟁은 1960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졌다. 15년 동안이나 지속됐으니 전쟁의 폐해나 후유증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 때 참전했던 미군 장교다. 그는 1965년 포로로 잡혀 1973년까지 8년 동안 수용소에 갇혀 지냈다. 수용소의 전쟁 포로들은 온갖 고문과 고초를 겪어야했지만 곧 풀려날 것이란 희망으로 참혹한 현실을 이겨냈다. 부활절이 되면 추수감사절이 되면 크리스마스가 되면 풀려날 것이란 기대는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것은 희망이 아닌 좌절이 되어 그들을 괴롭혔다. 희망이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많은 포로들이 깊어진 상심으로 자살하거나 죽어갔다. 그러나 스톡데일은 그들 사이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풀려났다. 막연히 잘될 것이라고 믿어 희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과 달리 처해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삶의 태도가 가져온 결과였다. 역경에 처했을 때 무조건 낙관하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의 역설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 이름 붙인 사람은 미국의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다. 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낙관적인 희망에만 기대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주목했다. 자신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믿음은 잃지 말라고 조언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하루 최고 900명을 넘었던 2월과 3월, 400명을 넘었던 8월과 9월, 그 이후 환자 숫자가 점차 줄어드는가 싶더니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하던 확진자가 다시 300명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도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었지만 우리나라 확진자 추세까지 더해지고 보니 이제 좀 나아질까 싶었던 기대가 무참하다. 하기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다 해도 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와 있는 터다.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안겨준 일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힘이 더 절박해졌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11.19 17:50

K-뉴딜을 전북의 것으로

이환주 남원시장 더민주 전북도당과 전북시장군수협의회에서 지난 2일 이례적으로 K-뉴딜 시장군수토론회를 개최했다. 필자는 이번 토론회에서 좌장으로 참여하면서, 전북 시장군수들의 K-뉴딜에 대한 현주소와 성공 가능성,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아젠다를 탄생시켰다. 일례로, 노무현 정부 때는 혁신과 균형발전의 아젠다를, 이명박 정부 때에는 실용과 자원외교를, 박근혜 정부 땐 창조경제, 현 문재인 정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K-뉴딜을 탄생시켰다. K-뉴딜(한국판 뉴딜)이 무엇인가. 고용사회안전망 강화라는 바탕 위에 디지털그린지역균형 뉴딜을 통해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핵심 정책 아닌가. 그래서인지 코로나 19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정책 논의 과정이 펼쳐지자 시장군수들은 이날 전북 K-뉴딜에 대한 발전 방안 등을 다양하게 제시했었다. 특히 K-뉴딜 정책이 정부가 165조를 투입, 그 중 47%인 75조를 5년간 지역에 지원,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특별한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K-뉴딜이 이렇게 주목받게 된 데에는 사실 코로나 사태가 주효했다. 항간에 도는 말처럼 코로나 19가 4차 산업혁명이 보낸 트로이 목마였으며, 현 정부에서 코로나 사태를 맞아 k-뉴딜로 AI, 빅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현재 전북의 고민은 정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인프라가 뒤쳐져 있는데다가 정부계획에 따른 공모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어 지역 뉴딜 성공의 열쇠를 쉽사리 담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한국판 뉴딜을 선도하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의도를 잘 파악, 선제적으로 준비해야한다. 무엇보다 지자체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기 위한 마중물을 붓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정부가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해 지역균형 뉴딜을 추진하는 만큼, 정부의 확고한 의지, 사업과 예산을 담보삼아, 지속가능한 지역뉴딜재원의 형성방안과 인프라를 반드시 마련해야한다. 그런 뜻에서 전북에서는 지역발전이 가능하도록 유연적인 인프라를 최대한 구축하고,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사업비(우선 10억원)를 주고 이후 성과에 따라 사업비를 지원받는 방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 등이 토론회에서 도출됐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됐던 바와 같이 완주의 수소경제, 순창의 섬진강 프로젝트, 군산 RE100산단, 남원의 친환경전기열차, 김제시의 전기굴삭기 등 다양한 지역 뉴딜사업들을 제안하고 전북의 핵심 아젠다를 만들어 선제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나아가 이번 토론회처럼 정당에 관계없이 전북 정치권과 협력해 지방소도시로 이뤄져있는 여건, 인프라, 경쟁력을 넘어서 원 팀 구성에 의한 토탈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결론적으로 K-뉴딜이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대전환 사업이자,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국가발전 정책인 만큼, 전북에서는 이번 기회에 K-뉴딜을 전북의 것으로 선점하는데 힘써야할 것이다. 그래야만 전북이 K-뉴딜을 디딤돌 삼아, 일자리, 환경, 국가균형발전 등에 부합한 신성장동력 산업을 지속 발굴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대전환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미래 한국(지역)의 판을 설계하기 위한 지자체장들의 깊은 고민과 염원이 이번 토론회에서 그렇게 숙고됐었다. /이환주 남원시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1.19 17:50

국제카훼리 항로 중단돼선 안된다

▲ 안봉호 선임기자 도내 유일의 국제카훼리 선사인 석도국제훼리(주). 지난 2008년 군산항에 둥지를 튼 후 12년동안 군산~중국 석도간 여객과 컨테이너 화물을 실어나르며 인적, 물적 교류 창구 역할을 해왔다. 이 회사는 직원 195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고 전용하역회사를 비롯한 간접 고용 인원만 150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존립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관련 인원이 700명으로 추산될 정도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22억여원 가운데 금융비를 제외한 총 지출의 75%인 328억여원을 국내에 지출, 경제활성화에 한 몫을 했다. 회사 자산도 선박 2척 (1270억원)과 운송 장비을 포함해 약 13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대외 신용도도 높았다. 새로 건조한 선박 2척을 투입, 군산~중국 석도간 운항 횟수를 주 3항차에서 6항차로 늘렸다. 그러나 올들어 코로나 19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2월부터 여객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연간 35만여명의 여객으로 북적거렸던 여객선 터미널은 텅 비었다. 운항 횟수도 줄었고 운항 선박 한 척은 중국 부두에 묶여 있는 상태다.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여객 운송이 제로(0)였고 화물 수송도 전년 대비 82% 수준에 그쳤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60%나 격감, 적자액이 67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회사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회사측은 이를 극복하고자 신용 대출과 함께 지자체로부터 적자 보전금을 지원받고 구조 조정 등 안간힘을 기울이면서 올해 근근이 버텨 나가고 있다. 그러나 선박 담보 인정비율 50%는 조정되지 않아 담보 제공 여력은 소진됐고, 적자경영에 따른 신용도 하락으로 추가 신용 대출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정부가 올초 한중카훼리 한개 회사에 20억원의 한도로 긴급 경영자금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담보를 제공해야 함으로써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회사채 발행은 이자율이 높아 엄두조차 내지 못해 부족한 운영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현재 막막한 상태다. 현재와 같이 코로나 19 상황이 이어진다면 적자상태가 지속, 운영자금의 부족으로 내년에는 항로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이 항로의 운항이 중단되면 우선 카훼리 회사와 전용 하역사및 운송사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됨은 물론 2.3차적으로 여행사, 관세사, 선박 수리및 보수 유지 업체 등 많은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 이 항로를 통해 컨테이너로 화물을 수출입해 온 120개 업체들도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초기 자본 투자가 약 700억원에 달하고 향후 3~5년간 적자 경영을 감내해야 하는 해상 운송업의 특성상 군산을 기점으로 하는 카훼리의 운영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지만 연관산업의 발달과 함께 일자리와 소득 창출로 지역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로 코로나 19도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석도국제훼리(주)가 항로 운항 중단 상황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사회구성원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0.11.19 17:50

다시 좋은 세월이 오면

나태주 시인 최근 코로나 대란으로 우리의 삶은 많이 제한적이다. 예전에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하던 일들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모여서 식사를 한다든가 술을 마신다든가 하는 일조차 편안하지 않고 교회에서 예배보는 일도 쉽지 않고 대단위 회의나 축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 가장 아쉬운 것은 외국 여행이다. 가끔 여행 가방을 들고 인천 영종도 공항을 거쳐 외국 바람을 쐬고 오는 것도 우리들 삶의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지루한 일상을 새롭게 싱싱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었다. 그런데 그 길이 아주아주 막혀버린 것이다. 나는 외부 나들이가 잦아 공주 시외버스 터미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다. 이것도 코로나 이후에 일어난 변화인데 시외버스 시간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매표구 앞에 걸려있는 시간표를 보면 검은색으로 가려진 부분이 많은데 그것이 모두 버스 노선을 줄인 증거다. 아예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표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아예 공주에서는 인천공항으로는 버스가 한 대도 가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것은 또 그만큼 비행기가 안 뜬다는 얘기다. 그러니 관광업이든 숙박업이든 제대로 되겠는가. 이제는 누구나의 꿈일 것이다. 하루속히 코로나 대란이 평정돼 예전처럼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외국 여행 한 번쯤 다녀오는 것 말이다. 만약 나에게 시간의 여유가 생겨 다시금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스페인을 들고 싶다. 그냥 멀리서 생각할 때는 투우의 나라, 집시의 나라, 피카소의 고국 정도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정작 가보니 스페인이야말로 자연이 아름답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였다. 햇빛이 다르고 바람이 달랐다. 가슴이 확 열리는 느낌, 자유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똘레도가 가장 좋았다. 내가 똘레도를 찾은 것은 오후의 시간 한나절. 똘레도의 골목과 관광 명소들을 둘러보며 기분이 좋았다. 발길이 허뚱허뚱 허공을 딛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백두산에서나 미국 세도나에서 느꼈던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더욱 좋았던 것은 저녁 식사시간. 여행사 직원이 준비한 식당이 그럴듯했다. 포도주와 애저꼬치뇨 요리가 메뉴였다. 애저는 애기돼지를 이르는 말이고 꼬치뇨는 돼지 통구이의 스페인 말이란다. 이른바 새끼돼지 바비큐. 돼지 다리 하나씩을 줬다. 조그맣고 먹음직스러웠으나 나는 차마 그것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애기돼지를 죽여 바비큐로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다. 나는 내 차례로 온 바비큐를 다른 사람에게 밀어주고 대충 요기를 한 다음, 음식점 밖으로 나와 한동안 서성였다. 골목길이 아주 좁았다. 그 길을 사각형 조그만 자동차들이 요리조리 빠져 다녔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 사람들은 길가에 만들어놓은 턱에 올라가 자동차를 피했다. 자동차들도 조심조심 지나갔다. 그럴뿐더러 거리의 불빛이 매우 흐렸다. 어른어른 먼 거리에 있는 것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더욱 애상적이고 환상적이었다 그럴까. 어디선가 문득 카르멘의 후예인 예쁘고 젊은 아가씨가 불쑥 나타나 나에게 웃어줄 것만 같았다. 나는 한동안 길거리에 버려진 돌멩이처럼 멍하니 서서 울먹이고 있었다. 울먹임. 까닭도 없는 울먹임. 울먹임 그 자체의 울먹임. 그런 애상 때문에 그랬을까. 나는 골목길을 저만큼 걸어 낯선 가게를 하나 발견하고 불쑥 그 가게 안으로 들어가 플라멩코 춤을 추는 집시 아가씨 인형을 두 개 사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 안 될 것 같은 목마름이 그때 있었다. 아, 다시금 좋은 세월이 오면 스페인이란 나라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도 좋고 프라도 미술관도 좋고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도 좋고 가우디의 성가족성당은 더욱 좋았지만, 그 어디보다도 똘레도에 한 번만 더 가보고 싶다. 몬주익 언덕에서는 황영조 선수의 조각상을 보기도 했었지! 하루만 똘레도의 골목길을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성성이고 싶다. 낯선 가게, 낯선 음식 앞을 기웃거리며 걷고 싶다. 그런 날이 과연 오기나 할 것인지! 어쩌면 이것은 나 혼자만의 꿈이 아닐 것이다. 하도 지루하고 답답하고 우울한 날이 계속되다 보니 내가 별별 생각을 다 해본다. /나태주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0.11.19 17:48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 인력 확보 서둘러라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공적 책임 강화를 위해 올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가 시행됐지만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 가중 등의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2022년 9월까지 마무리하려던 제도를 올해 서둘러 시행하면서 예견됐던 문제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제대로 된 인력과 장비, 전문성 확보없이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의 성공적 안착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내년까지 전국 229개 시군구에 715명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진행 상황은 더디기만 하다. 전담공무원에게는 아동학대 행위자를 조사하고, 피해아동을 격리하거나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응급조처 권한도 주어진다. 강제력이 없는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행하던 아동학대 현장조사 업무를 공무원이 맡게 되는 만큼 인력 확보가 먼저 이뤄졌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도내에는 현재 7개 시군에 12명의 전담공무원이 배치됐을 뿐이다. 완주군 3명, 익산남원김제시 각 2명, 정읍시와 무주장수군 각 1명 등이다. 도내에서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가 가장 많은 전주시를 비롯해 군산시와 진안임실순창고창부안군 등 7개 시군에는 아직도 전담공무원이 없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도내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올들어 지난 9월까지 1826건에 달했다. 한 달 평균 200건 정도의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1년 동안 신고된 건수 1993건에 근접한 수치로, 아직 집계되지 않은 신고 건수를 감안하면 현재는 이미 지난해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동학대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어 전담공무원 배치가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업무량을 고려한 적정 인력 배치도 선결해야 할 과제다. 올해 도내에서 두 번째로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많은 익산(326건)과 김제(57건)에 배치된 전담공무원이 똑같이 2명이다. 전담공무원들이 학대아동 보호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를 지정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현장 훈련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매년 11월 19일은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 정착을 위한 정부의 충분한 예산 및 장비 지원이 시급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1.19 17:47

4차 국가철도망에 전북 건의사업 반영시켜야

내년 4월 확정하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 전북에서 건의한 전주~김천 등 6개 사업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전북도와 정치권이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철도망 구축은 국가와 지역발전의 근간이 되는 핵심 교통물류 SOC로서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됨에 따라 정부 계획에 포함되어야만 전북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새만금을 연결하는 내륙철도 수송체계가 구축되어야 항공 항만과 연계한 새만금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건의한 전북관련 철도사업은 모두 6건이다. 전주~김천 동서횡단 철도를 비롯해 전라선 고속화,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 대구~광주 달빛내륙철도, 새만금~목포 철도건설, 익산역 유라시아 철도 거점역 선정 등이다. 이미 20년 전부터 건의해온 전주~김천 동서횡단 철도는 동서 교류 활성화뿐만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도 충분히 입증됐다. 국가교통 데이터베이스와 한국교통분석원 등의 자료분석 결과를 보면 여객 수요도 충분한 데다 새만금개발사업이 완공되면 승객과 화물 수송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저속철이라는 오명을 쓴 전라선 KTX의 고속화도 시급하다. 개통 당시보다 관광객 등 수요폭발로 이용객이 2배 이상 늘었지만 열차 운행 속도가 경부선이나 호남선에 비해 크게 떨어져 승객들의 불만이 높은 만큼 이용객 편익증진과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전라선 고속화가 필요하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완주산단의 효율적인 물동량 처리를 위한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과 호남권 서해안 철도망을 구축하는 새만금~목포 철도건설 등도 꼭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4차 국가철도망 반영 활동에 전북이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 지역은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정치권이 함께 토론회 개최를 통해 이슈를 선점하고 공동대응협약과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전북도와 정치권은 전북관련 6개 철도사업의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치밀한 대응 논리와 당위성을 발굴하고 다른 지역과의 전략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1.19 17:47

변화된 고향을 홍보하는 전도자가 되자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고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논에는 황금벌판으로 자태를 뽐내고 밭에는 무, 배추, 고구마 등 온통 초록들판으로 물든 아름다움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러나 황금물결은 자취를 감추고 여기저기 낙엽이 떨어지고 아름다움을 연출했던 곳은 허허벌판으로 변하고 쓸쓸하게까지 느껴진다. 분명 우리 고향도 많이 변했다. 어릴적 나의 꿈을 키웠던 학교도 존재하고 친구들과 뛰놀던 뒷동산은 그대로 있지만 환경과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어릴적 옆집 친구네 집은 없어졌고 앞집에는 최근에 귀농한 사람이 살고 있다. 서로 의지하고 공동상생을 바탕으로 살아왔던 마을의 향수는 감소되고 길거리에는 크고작은 농기계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들판에서 일하는 분들은 종전 동네사람에서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농업이 과거 생존수단의 방식에서 이제는 농업도 전문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경제개발과 농촌산업화의 영향으로 우리의 뒷동산은 불도저, 굴삭기 등으로 논, 밭으로 탈바꿈했고 비닐하우스가 여기저기 서로 경쟁이나 하듯 들어서 있다. 고향은 우리의 어릴 때 추억으로 그려본 향수의 흔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고 부모님 세대가 고난을 이겨가며 지켜왔던 나의 고향,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급격한 인구감소는 고향의 또다른 고민거리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먼 훗날에 변모할대로 변모한 고향 땅은 있을지 모르지만 지방자치제의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고향이 이향적인 상황에서도 어쩌면 인간의 귀향본능에 따른 그리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고향은 사전적 의미로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하지만 현대인은 향수만 간직한 채 살아오고 있다. 변화되고 부정적인 의미의 고향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어 나가는 고향심기운동을 펼쳐보자. 이제부터라도 출향인들은 변화된 고향을 홍보하는 전도자가 되어보자. 고향은 앞으로 우리가 다시 희망의 보금자리로 찾아가게 될 것이다. 고향은 미래의 땅이다. 21세기의 대도시 위주 발전은 필연적으로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대도시의 개발은 발전의 포화 상태가 되고 탈출구를 요구한다. 그 돌파구는 잠재력이 있고 무한 가능성을 두고 있는 내 고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향은 지금 혁신적인 변화 속에서 귀향을 홍보하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농공산업단지, 힐링타운, 농업기계화 및 현대화, 고령화시대에 맞춘 최신병원시설, 문화예술공연 시설, 교육인프라 및 농축수산물의 판로확보전략, 농업 전문직 육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 등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출향인들을 환영하고 있다. 필자도 인생의 제2막 생활을 하면서 종종 고향을 찾는다. 향수와 넉넉한 민심은 유년기 시절보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고향비전을 위하여 헌신을 다하고 있는 공무원 및 고향 분들에게도 항상 감사함을 표한다. 고향을 방문한 출향인들에게 따뜻한 덕담 한마디는 마음 속으로 넉넉함을 느낀다. 청년들이여! 그리고 장년들이여! 고향을 노크하여 남부럽지 않은 경제적 부자와 만족하는 정신적 부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 감성적 고향과 소득주도 경제적 고향은 느낌부터 다르다. 현실에 적응하고 미래에 생각할 수 있는 고향 모습을 그리며 고향을 가슴에 품은 여유를 가져보자.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1.18 18:00

재난피해의 무게 누구에게 더 무거울까?

익산소방서장 전미희 재난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사실 삶은 재난의 연속이며 그때마다 개인의 능력이나 사회적 시스템등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오늘 필자는 우리사회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재난이 누구에게 더욱 가혹한지 그러한 현상은 공동체 안전을 어떻게 저해하는지를 말하고 싶다. 얼마전 존C.머터교수는 재난불평등에서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더 가혹할까?라는 부제로 재난 불평등을 강조하면서 재난상황이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고 역설했다. 실제 장애인과 고령, 빈곤층등 사회경제적 자원을 적게 가진 사람들은 재난 상황에서 더 많이 다치고 죽고 또 고통 받는게 사실이다. 2019년에 전라북도에서는 총 2154건의 화재로 75명(사망 13명, 부상 54명, 단순연기흡입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는데 이 가운데 단순 연기흡입자 8명을 제외한 67명중 22명(33%)이 70대이상의 고령층이었다. 특히 사망자 13명중 9명이 70대 이상(70%)으로 사상자 대다수가 저소득층이거나 독거노인, 장애인이다. 2019년 8월 19일 새벽 4시경 발생한 인덕여인숙화재에서 세 분이 사망하셨는데 이분들은 절대적 빈곤선에 놓여 있었다. 적당한 주거공간이 없어 50여년된 아주 낡은 목조여인숙에서 달방생활을 하며 폐지를 줍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이분들은 화재를 인식조차 못한 상태에서 사망했다. 이처럼 사망자의 대다수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주거시설내에서 사시는 사회적약자들에게서 발생한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재난의 크기나 재난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량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개인이 속한 사회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어느 사회학자는 소득수준이 낮거나 고령층(특히 독거노인), 장애를 가진분들에게 더욱 취약하고 재난복구도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불평등이 더욱 심화된다고 한다. 지난 8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OECD에서 가장 높은 노인상대빈곤률로 인해 전체 상대빈곤률이 OECD국가중 세 번째로 높아 코로나19등 재난상황에서는 더 악화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라북도에는 사회적약자 주거시설의 기초소방시설 설치율이 69%로 31%가 무방비 상태이다. 사회적약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전체 사회의 안전망을 체계화하고 견고히하여 사회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강화하는 첫걸음이다. 화재가 빈발하는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이들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에게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의 위험실태에 관심을 가지고 기초소방시설 보급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다. 공동체 내에 안전문화 확산과 사회적약자에 대한 보호의식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들의 위험은 그가 속한 공동체의 안전마저 흔들지 모른다. 내 주변의 이웃이 최소한의 소방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고 비치할 수 있도록 하여 그들의 안전과 공동체 전체의 안전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익산소방서장 전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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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8 18:00

일자리 정책의 명암

삽화=권휘원 화백 경제 위기와 실업난 속에 일자리 창출은 정부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에서도 최우선 정책이자 최대 과제다. 계속되는 경기 악화로 실업 인구가 증가하고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부와 자치단체가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에 올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라북도도 일자리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마른 수건이라도 다시 짜보는 심정으로 일자리 만들기에 온갖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전라북도의 일자리 정책이 전국에서 호평받고 있다. 지난 9월말 고용노동부 주관한 전국 자치단체 일자리 대상 시상식에서 전라북도가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대상을 거머쥐었다. 2018년에는 최우수상, 2019년엔 우수상을 받는 등 4년 연속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기초자치단체 부문에서도 전주시가 최우수상, 군산시 남원시 완주군 무주군 순창군이 각각 우수상을 받았다. 전라북도는 내년 일자리 예산으로 7723억 원을 편성했다. 일자리 창출에 7110억 원, 청년 지원에 613억 원을 계상했다. 지난해 일자리 예산 6849억 원보다 12.7%나 증액한 것이다. 그만큼 전라북도의 일자리 창출 의지가 예산에 반영됐다. 하지만 고용지표를 보면 암울한 상황이다. 지난달 전북지역 고용률은 61.6%로, 지난해 10월 보다 1.8% 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노동인구의 핵심 계층인 3040대의 고용 여건은 크게 악화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전북지역 고용 동향에 따르면 2010년 39만7000명이던 3040대 취업자 수가 2019년에는 36만1000명으로 급감했다. 청년 고용률은 더 심각하다. 전북지역 15~29세 고용률은 지난 2018년 33.2%에서 2019년 31.7%로 떨어진 데 이어 올 2분기 들어서는 29.0%까지 하락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지역 여건이 비슷한 전남보다도 청년 고용률이 10%포인트 정도 낮았다. 청년 취업지원사업도 겉돌고 있다. 2018년 채용된 인원의 34%만 직장에 다니고 있고 2019년 채용자는 59%만 남아있다. 신중년 취업지원자도 중도 퇴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제는 일자리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할 때다. 실적과 평가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실질적인 일자리 정책이 요구된다. 용돈 벌이나 놀이 수준의 일자리로는 전북을 떠나가는 청년과 30~40대를 붙잡을 수 없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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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8 17:57

전북 중흥의 기지개를 펴자

윤준병(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글귀는 전북을 비롯한 호남의 위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전북을 중심으로 한 호남은 농업이 중심이던 시절 한반도를 아우르는 곡창지대로 기능했다. 그러나, 전북은 수도권대도시 중심의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에서 소외되면서 농업에서 제조업으로의 경제구조 개편에 실패했고, 이로 인한 지역경기 침체와 급격한 인구 감소 등으로 전북의 위상은 크게 위축되었다. 실제, 1960년대 전북은 약 300만 명이 거주하는 풍요로운 고장이었으나, 현재의 전북 인구는 180만 명 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또한, 전북 GRDP(지역 내 총생산)는 18년 기준 50조 5,950억원으로 우리나라 총 생산량의 2.7%에 불과하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전북 인구 비율(3.5%)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수도권대도시 중심의 불균형 발전 패러다임이 지속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전북의 옛 위상 회복과 경쟁력 강화는 기대와 달리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제 전북 발전의 중흥기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 판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변화를 제대로 읽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후 위기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변하고, 이제 경제의 중심축도 굴뚝산업에서 4차산업과 친환경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생태계의 패러다임이 저탄소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국가발전 전략으로서 그린뉴딜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북도 시대적 흐름에 앞서기 위해서 탈탄소해상풍력수소태양광 등 그린뉴딜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실제로 고창과 부안은 2028년까지 2.4GW 규모의 해상풍력을 완공한다는 계획 하에 서남권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뉴딜 정책 발표 후 첫 현장 행보로서 지난 7월 해상풍력단지를 찾은 바 있는 만큼 전북이 해양풍력 선두주자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전북은 수소 분야와 태양광 분야의 기반도 착실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지난 2019년 전주완주가 수소시범도시로 선정됐고, 수소차 생산 기업들과 R&D연구기관들도 집적화되어 있다. 이와 함께 군산과 새만금은 태양광산업의 중심지로서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전북이 수소시대의 연료인 클린수소의 생산기지가 되어야 한다. 전북이 산업적환경적 전환기를 맞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들을 중심으로 선점에 나선다면, 전북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이끌 주춧돌을 놓을 수 있다. 그린뉴딜을 통한 새로운 대전환으로 전북의 밝은 미래를 만들고, 전국 각지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400만 전북인들의 우호적인 협조가 더해진다면, 우리 전북은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북 정치권과 지방정부, 도민이 힘을 모아 전북의 중흥기를 함께 만들어가자! /윤준병(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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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8 17:57

새만금, 신산업 거점 조성 그린뉴딜 선도해야

새만금이 신산업 전진기지 조성의 전제인 실증단지에 최적지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넓은 용지를 갖춘 새만금의 강점을 활용, 4차 산업혁명 시대 개막에 대비한 신산업 전진기지를 조성해 한국형 그린뉴딜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새만금개발청이 지난 17일 국토교통과학기술원과 공동 개최한 새만금 개발 전략 토론회에서 제시됐다. 이 자리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실증단지 새만금 이라는 주제 아래 수소도시, 도심항공교통수단, 스마트도시 등 3개의 세부 주제를 놓고 전문가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수소도시 관련 방안으로는 새만금의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수소경제를 실행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됐다. 도시항공교통 분야에서는 광대한 규모의 새로운 도시 강점을 살리고, 스마트 도시 조성은 스마트 순환시스템을 갖춘 기후변화 대응형 조성방안이 주문됐다. 이번 토론회 논의에 앞서 지난 6월말 새만금 재생에너지 국가종합실증연구단지 구축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평가를 거쳐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그린 산단 조성 등 새만금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구축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에는 2022년부터 2026년 까지 312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새만금 농생명 용지 내에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를 구축하는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타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기계 산업의 메카인 전북의 첨단 지능형 농기계 산업 육성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과학기술은 상용화되기 까지 실증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기존의 각종 규제 등으로 일상에서 실증하기 어려울 경우 본 사업 시행에 앞선 실증절차는 기술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 등을 판단하는 필수적인 기본조건이라 할 수 있다. 실증단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새만금이 신산업 실증단지의 최적지로 평가받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새만금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신산업의 전진기지가 되도록 치밀한 전략 마련과 차질없는 추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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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8 17:56

전북 항만 죽이는 ‘2030 항만정책’ 수용 못한다

전국 항만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개발계획을 담은 정부의 2030 항만정책 방향과 추진전략이 지난 17일 발표됐다. 2030 항만정책에는 항만물류 디지털화지능화, 항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둔 전국 권역별 항만개발 특화 전략이 담겨있다. 그러나 전북은 고작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 비응항의 낚시어선과 레저선박 접안시설 확장, 부안 상왕등도항 개발계획 수립, 새만금 신항의 잡화부두 2선석 개발 정도가 핵심사업이다. 전북 항만 고사 계획이라 할 만한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항만정책이다. 정부의 2030 항만정책에 담긴 타 지역 항만 개발계획을 보면 전남 광양항은 2026년까지 5940억원을 투입해 항만자동화 테스트베드 구축과 배후부지 확충 등이 추진된다. 목포항은 2030년까지 8493억원이 투입돼 5만톤급 자동차 전용부두 1선석 추가 건설, 서남해역 해상풍력단지 지원을 위한 3만톤급 철재부두 1선석 신설, 3만톤급 여객부두 1선석 신설 등이 추진된다. 광양항과 목포항 개발에는 11개 사업, 1조 746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부산항 제2신항(진해신항)은 한국형 스마트 항만으로 3만TEU급 초대형선이 접안할 수 있는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육성된다. 인천항은 대중국 수출입 물류거점항만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접안시설 6선석(컨3, 국제여객2, LNG1)과 외곽시설 및 항만배후단지 개발에 총 3조 4813억원이 투입된다. 울산항은 석유LNG 등 에너지 부두(18선석)와 배후단지 확충 등을 통한 신북방 에너지 및 물류 전진기지로 육성된다. 전북의 항만은 어떤가.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과 금란도 투기장 개발, 비응항의 낚시어선과 레저선박 접안시설 확장, 2012년 국가관리 연안항으로 지정된 상왕등도항의 부두와 선착장 등 기반시설 개발계획 수립, 새만금 신항의 국가관리 무역항 신규 지정과 2025년까지 잡화부두 2선석 건설 정도다. 지난 2012년 6월 새만금 신항 기공식에서 2030년까지 총 2조 5000억원을 들여 부두 18선석을 개발한다던 정부의 계획은 공수표가 된 지 오래다. 향후 10년간 추진될 정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은 전북 항만 고사 계획이나 다름없다. 전북도와 정치권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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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11.18 17:56

의원 이해충돌 논란

삽화=권휘원 화백 도의원이 매입한 도심 인근 농지 주변에 의원이 속한 상임위 관할 기관의 수십 억대 공사가 진행되면서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한 언론매체가 이를 보도함으로써 파문이 일자, 의원은 본인과 무관하다며 극구 부인한 가운데 다른지역 부동산 매입의혹도 거론돼 귀추가 주목된다. 게다가 문제가 된 그 땅은 부인 명의로 사들였는데, 그 곳에서 부인딸이 운영하는 대규모 어린이집유치원과는 불과 100여m 정도 떨어져 있다. 일대 부동산 움직임으로 미래 재산가치를 가늠해 보면 의혹은 커지고 있다. 당사자로 지목된 오평근 의원은 이번에 불거진 의혹에 이어 지방의원 이해충돌 논란에도 휘말렸다. 도의원 신분으로 유치원 대표직(설립자) 겸직도 법률위반 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행정안전부가 도의회의 유권해석을 의뢰 받고 이같은 결론을 내려 통보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전해 듣고도 상당 기간 불법적인 겸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진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국회의원 이 영 의원과 조명희 의원이 각각 보유한 수십 억대 주식과 관련한 상임위에서 활동하며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다. 마찬가지로 박덕흠 의원도 상임위 수감기관 공사수주 의혹 때문에 탈당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북 지방의원 중 절반 이상이 다른 직업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여 명은 겸직신고를 고의 누락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조사도 나왔다. 지방의원 4명 가운데 1명 꼴로 겸직신고를 하지 않거나 누락한 셈이다. 의원등록 때 겸직 여부를 신고토록 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까닭에 이를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원이 이해관계를 떠나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2006년부터 도입된 유급제 취지를 무색케 한다. 이뿐 아니라 오 의원은 지난 2018년 도의원에 당선된 뒤 지방의원 겸직위반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재선 전주시의원 시절을 포함해 9년간 어린이집 대표를 지낸 것이 도화선이 됐다. 겸직위반에 대한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당시 도의회도 대표직 사임권고를 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언론에서 문제 제기에 나서자 그는 결국 폐원방침을 밝혔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고 늘 마음이 두근거리고 조마조마했다며 대표직 사퇴카드를 꺼내 이를 봉합했다. 그 논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전주 대규모 유치원의 대표겸임 사실도 밝혀져 큰 파장을 낳았다. 더욱이 이 유치원은 2009년 개원한 이래 해마다 수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 왔는데 감사 패싱 논란으로 뜨거웠다. 부인이 원장으로 있으면서 단 한 차례도 교육청이나 전주시 감사를 받지 않았다. 실제 도의원은 유치원어린이집 업무를 관할하는 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예산결산심사 등 권한을 가졌기에 실질적 이해당사자로 규정, 지방의원 겸직을 금지한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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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0.11.17 20:27

전북 정치력은 지금

백성일 부사장 주필 전북은 아이러니칼하게도 민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더 쇠퇴해졌다. 왜 그랬을까. 인구감소가 전북 낙후를 함축적으로 말해준다. 70년대 전국 7대도시안에 들었던 교육도시 전주가 지금은 18위권인 65만으로 밀렸다. 그 이유는 먹고 살기가 힘들고 자녀 교육을 위해 제반 여건이 안갖춰진 탓이 크다. 여기에 민선자치 30년을 맞아 주민자치역량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관선때 전북은 중앙정부로부터 인구비례에 따른 국가재정지원이나 인재등용을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 받아왔다. 하지만 1995년 민선단체장 시대로 접어든 이후부터 정치적으로 왜소해지기 시작하면서 국가예산 확보나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이 침체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지사나 시장 군수 지방의원들이 거의 특정당 위주로 뽑히다보니까 역량 부족으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별다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단체장으로 운좋게 뽑혀 지역개발은 뒷전인채 본인들과 그 가족들만 호사를 누렸다. 국회의원 한테 잘 보여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공천권자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다. 국회의원들이 공공연하게 거액을 받고 공천장사를 했다는 말이 파다했다. 지금도 공천방식이 여론조사로 바뀌었지만 유능한 인물이 진입할 수 없는 구조라서 정치력이 떨어진 사람이 주로 단체장을 맡고 있다. 지역에서 애경사나 잘 챙기고 형님 동생하며 웃어른들한테 인사나 잘 하는 사람이 단체장을 맡다보니까 지역발전이 뒤처졌다. 지금와서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식으로 되었지만 전북의 정치력 부재가 전북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들이 거의 퇴출되었으나 유독 광주은행만 살아 남은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도민들은 전북은행이 광주은행을 인수했다해서 모처럼만에 자존심을 살린 쾌거라고 좋아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광주은행은 정관에 예전 같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자행 출신을 은행장으로 뽑을 정도로 역량이 달랐다. 그럴수 있었던 게 광주 전남 정치권의 든든한 정치적 배경이 뒷받침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광주은행을 살려야 한다는 시 도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어 버젓이 광주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국가나 지방이나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 국가예산 확보도 바로 정치논리로 좌우된다. 전북정치권이 초재선으로 구성돼 힘이 약해 보인다. 상임위 배정부터 시작해서 민주당직 배분도 하위직에 머문 것만봐도 그렇다. 이제와서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 지역정서에 휩쓸려 다선 중진들을 낙선시키고 민주당 위주로 국회의원을 뽑아준게 패착이었다. 경쟁이 아닌 독점구조의 폐해가 드러났다. 도민들이 각종 선거 때마다 감성적으로 특정당 후보한테 몰표를 안겨준 게 잘못이었다. 민주주의는 경쟁의 원리로 발전하는 정치제도인 만큼 경쟁의 정치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정권말에 뉴딜정책에 총력을 다하지만 전북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 2025년까지 160조를 투입할 뉴딜사업에 전북은 시늉내기식으로 그칠 공산이 짙다. 내년도 뉴딜 관련 국가예산 21조 중 전북관련예산이 1%도 배정 받기도 어렵게 되었다. 전북도는 뉴딜과 연계한 사업을 발굴해 120여개 사업 3807억원을 예산에 반영했을 뿐이다. 2018년 국내 총생산량에서 전북이 차지하는 2.7%에도 휠씬 못미치는 0.5% 수준이다. 도민들은 문재인 대통령 한테 64.8%라는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표 찍어주면 순진무구하게 모든 게 잘 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한 두번 속은 것도 아니고 모두가 도로아미타불이 되었기에 도민들도 이제는 맘을 고쳐 먹어야 한다. 정치력이 부족하고 중앙에 인적네트워크가 부족한 사람을 무작정 특정당 후보가 되었다고 뽑아줘선 안된다는 것. 정치력이 약한 사람은 중앙 부처를 방문해도 별다른 성과를 낼 수 없다. 선심성 예산만 펑펑 쓰는 단체장은 더더욱 안된다. 부울경이나 대구 경북 세종 대전 그리고 인접 광주와 전남은 파이를 키우려고 대통합을 추진하는데 전주시장은 특례시를 못 만들어 안달복달이다. 사사건건 지사를 치받아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전주시 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 통 크게 맘 비우고 전주 완주 통합이나 추진하는게 맞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11.17 18:44

집은 House인가? Home인가?

정성수 집은 삶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House 또는 Home이라고 한다. House는 집을 의미하지만 Home은 원래 고향 마을이나 도시를 의미했다. 사생활 개념이 생기면서 Home은 사람에게 대단히 소중한 곳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우리의 전통적인 집은 흙과 나무와 모래와 볏짚들이 모여 이루어졌다. 아파트는 시멘트와 철골이 주재료로 된 집이다. 집은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비 같은 자연들이 함께 한다. 사람들은 좋은 집은 돈이 되는 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집은 신분 상승과 욕망의 종결자가 되기도 하고. 위험을 끌어 앉고 악몽을 꾸면서 새우잠을 자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욕망의 바벨탑이 되는 집이 누구에게는 절망의 외딴 방이 되기도 한다. House는 물리적 존재가 강한 뉘앙스가 풍기는 반면 Home은 실체보다는 추상적인 의미로 편한 곳 또는 내가 사는 공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Im house는 나는 집이다지만 Im home은 나 왔어로 번역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집을 무생물인가? 생명체인가? 묻는다면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무생물이고, 생태학적 관점에서는 생명체다. 생명을 죽이는 집이 될 수 있고 생명을 살리는 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차이다. 집 때문에 울기도하고 집 때문에 웃기도 한다. 이런 글을 보고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드디어 아파트를 사 이사를 하고 첫 밤을 맞았다. 어린 시절 남의 집 문간방에 살던 때 이사를 가야한다고 짐을 싸는 어머니에게 왜 갑자기 이사 가야 하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집세를 너무 올려달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집을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놈의 돈이 웬수라며 눈물 바람을 하셨다. 그날 밤 아버지는 마당에서 줄담배를 피면서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죽기 살기로 돈을 모아 드디어 보일러가 돌아가는 아파트에 눕는다. 이 땅에는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몸에서 실을 뽑아 지은 누에고치는 10일만을 위한 집이다. 자신의 침을 섞은 진흙으로 만든 제비집은 6개월을 위한 집이다. 나뭇가지를 물어 오느라 입이 헐고 꼬리가 빠지는 힘으로 지은 까치집은 1년을 위한 집이다. 곤충이나 날짐승은 혼신을 다해 집을 지었어도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집을 버리고 떠난다. 그러나 인간들은 이재를 생각하며 끝까지 움켜쥐고 있다가 결국 빈손으로 간다. 이 세상 어디에도 완전한 소유는 없다. 생물체는 살아있는 동안 자연에서 모든 것을 잠시 빌려 쓰다가 떠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소유해야 할 것은 물질이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이다. 결국 마음속에서 얻은 것이 진정한 자신의 소유물이라는 것이다. 많은 것을 집에 쌓아두고 제대로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우리는 현대인이라고 한다. 홀로 버려진 채 낡아가고 있는 집들은 얼마나 쓸쓸한 풍경인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슬프다. 빈집은 어떻게 위로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는 가족이 있어야 하고, 좋은 집은 가족을 위해 지어져야 한다. 으리으리한 House보다 반질반질 윤나는 Home이어야 한다. /정성수 전주비전대학교 운영교수, 향촌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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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7 18:44

잘 하는 걸 더 잘 하자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무대에 오르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나와 동료들은 못하는 것을 알면서 화려한 조명이 나를 비추게 하는 곳에 선다는 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하고 정신줄을 바짝 차리게 하며 예민한 작업인지 너무나 뼈저리게 알고 있다. 우리처럼 직업으로 삼아 일하는 성악가들도 그러는데 학생들이 입시나 콩쿠르 실기라는 무대에 나설 때 얼마나 긴장되고 떨리겠는가? 그 때마다 내가 제자들,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다.어차피 준비된 건 여기까지다.네가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도 더 좋아지는 건 한계가 있다. 인정하고 네가 잘 하는 부분에 집중해라. 이 얘기를 공연 한달 전부터 하는 건 아니고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너무나 긴장하고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5장, 6장 길게는 12장이 넘는 그 곡들을 대할 때 계속해서 못 하는 곳에 집중하고 그 곳을 해결하려고 모든 관심을 거기에만 둔다면 들어가는 걸음에서부터 무겁고 한숨 섞인 걸음걸음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한 고비 한 고비 넘길 때마다 다행히 잘 했다면 모르지만 (잘 해내기가 쉽지 않다. 무대에서는 더 긴장하기 때문에 더 실수하게 될 때가 많다.) 계속 실수하게 된다면 노래하는 사람의 표정은 점점 굳어질 테고 자신감은 바닥을 칠 것이며 다음으로 진행하는 게 계속 겁나고 무서울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어차피 못 하는 부분들은 버려. 생각하지도 말아. 그리고 네가 지금 잘 하고 있는 이 부분에 집중을 하고 이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신경 써. 그렇게 주문을 하면 일단 표정부터 달라진다. 자신감이 생겨나고 무대에 설 때도 좀 더 환한 표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 맘으로 진행하면 평소에 안 되던 부분들이 풀릴 때도 있다. 어차피 안 풀리고 어려운 부분이라면 이런 자세로 편하게 대하면 일단 즐겁지 않을까? 걱정을 여기저기에서 끌어다가 해서 문제가 풀리고 해결이 될 거 같으면 몇 날 며칠을 끌어안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하하하, 어떻게든 되겠지 했을 때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를 후배들에게 했던 적도 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친구들이 아니고 너무나 열심히 준비했고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대할 때 해주는 조언이다. 무대 들어가기 전까지 벌벌거리고 계속해서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세상 뭐 있어? 그냥 썅~ 하고 꼴통처럼 하고 나와버려 이렇게. 어차피 조건은 똑같다. 같은 조건에 너무나 걱정을 하고 못하는 것에 집중을 하는 것보단 걱정은 일단 접어놓고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보는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테고 나 또한 주눅들어 하지 않고 어쩔 건데? 하면 자신감 있게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을까? 그럼 결과는 어느 것이 좋을까? 무대에서만 통하는 방법은 아닌 거 같다. 그런 것을 깨달으면서 나의 인생에서도 내가 잘 하는 것에 집중을 해서 일을 해결할 때 오히려 잘 풀리는 것들이 많았다. 부정적인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고 좀 더 밝은 모습의 사람으로 변했다. 자연스레 주변에 사람들도 많아지게 된 거 같다. 조심스럽게 여러분에게도 조언이라는 것을 해본다. 일단 걱정은 접어두시고, 잘 하는 걸 더 잘 해 보세요. 뭐 어떤가? 이제 태어나도 아무리 길어도 100년밖에 더 살겠는가? 인생 길지 않다. 못 하는 것에 집중하는 세월보다는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세월이 많은 것이 내게 좋지 않을까?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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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7 18:42

데이트폭력 개인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데이트폭력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이 공분과 충격을 줬다. 부산 사례가 이례적이지 않다는 데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전북에서도 한 대학생이 헤어진 여자 친구를 스토킹 해 여성 가족들에게까지 극심한 공포감을 준 사례가 있었다. 또 이별을 요구하는 여자 친구에게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여자 친구의 반려견을 벽돌로 수차례 내려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데이트폭력은 가장 친밀한 남녀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에서 허투루 지나칠 상황이 아니다. 경찰청이 밝힌 데이트폭력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북에서 데이트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총 998명에 이른다. 2016년 164명, 2017년 283명, 2018년 253명, 2019년 298명으로 증가했다. 경찰에 데이트폭력을 신고할 때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거나 최소한 참기 어려운 수준 이상의 피해가 우려됐을 때일 것이다. 사건화가 되지 않는 데이트폭력도 그만큼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데이트폭력으로 신고된 사건 중 77% 이상이 폭행상해(879명)로 검거됐다. 또 체포감금협박도 110명에 달했으며 성폭력, 살인, 살인미수 사건도 있었다. 데이트폭력을 그저 연인간 사랑싸움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신종 성범죄인 데이트폭력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 남성의 지배적 역할과 여성의 수동적 태도를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와 지역사회의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을 알고 2018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제정했다.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했다. 그러나 폭력 피해자에게 여전히 법은 멀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학교 등에서 교육과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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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11.17 18:40

새만금 단일행정구역 설정 통합관리 바람직

행정구역 분할을 놓고 분쟁 중인 새만금을 단일행정구역으로 설정해 통합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지난 16일 전라북도가 서울에서 주최한 2020년 새만금 정책포럼 주제 발제에서 권오철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만금 사업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관리방식으로 단일행정구역, 즉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새만금을 통합 관리하려면 협의하는데 장시간이 소요되고 결과의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관리방식이 확정되기 전까지 한시적인 기간 임시행정체제에 의한 관리방안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새만금 단일행정관리체제 도입은 지난달 새만금개발청 주최로 전북도청에서 열린 새만금방조제 준공 10주년 기념 릴레이 심포지엄에서도 나왔다. 새만금을 군산 김제 부안에서 떼낸 가칭 새만금시로 신설하거나, 또는 새만금을 중심으로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로 묶는 가칭 새만금광역특별자치시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실 새만금 행정구역 설정 문제는 시군간 갈등요인으로 증폭되어 왔다, 지난 2009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을 놓고 부안군과 김제시 군산시가 첨예하게 맞섰다. 결국 2015년 10월 행정자치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새만금 1호 방조제는 부안군으로, 2호 방조제는 김제시 관할로 귀속 결정했다. 하지만 군산시는 이에 승복하지 않고 대법원에 행정구역 결정 취소소송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군산시에서 제기한 새만금 12호 방조제 관할권과 관련한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고 이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남겨놓고 있다. 이렇듯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문제를 놓고도 시군간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내부개발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을 비롯해 새만금 내부개발이 차질없이 추진되려면 새만금 단일행정관리체제 도입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다. 새만금 정책포럼에서도 제안했듯이 단기적으로는 임시행정관리체계를 도입하고 중장기적으론 통합 행정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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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11.17 18:40

차라리 남원이 아니었다면ㆍㆍㆍ

김영호 제2사회부 기자 전북 남원이 공공의대 후보지가 아니고 경상도나 수도권이었다면 올해나 내년에는 공공의대를 개교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남원에서 진료를 보던 어느 노(老)의사의 한탄 섞인 말이다. 노 의사는 남원이 공공의대 후보지가 아니었다면 정치권이 어땠을 것 같냐고 물었다. 그런데 기자 입에서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의사는 말했다. 공공의대를 차라리 남원이 아니고 경상도나 수도권에 세운다고 했으면 벌써 국회를 통과했을 것이다. 그의 주장에 웃음만 나왔던 건 그동안 전북이 겪어온 일들이 그랬고 지금까지 전북도민이 정부와 정치권에 했던 말이 그랬기 때문이다. 차라리 전북이 아니었으면 상황은 달라졌을텐데. 요즘 국회뿐 아니라 지역도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 여야가 국회 안에서 대립하는 양상을 보고 말들이 많다. 지역민은 정부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을 넘는 의석 수를 가지고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공공의대 문제가 순탄하게 처리될 줄 알았는데 영 성에 안 찬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중앙부처 공직자나 대기업 승진을 앞둔 사람들 중에는 호남, 특히 전북 출신이란 점을 일부러 말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물론 정권도 달라졌지만 국가정책에 있어 지역차별은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공공의료 분야는 정쟁거리가 될 수 없다. 고로 여야가 따로 있을 순 없다. 지금과 같은 양당 체제에서 야당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호남 동행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 남원을 지역구로 둔 무소속 이용호 국회의원, 국민의힘 남원지역 동행의원 등 정치권 모두가 손잡고 대의를 생각해야 한다. 자녀는 서울로 보내고 연로한 부모님은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보내는 현시대에 공공의대 취지가 바로 그 대의명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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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호
  • 2020.11.16 17:52

그린뉴딜과 숲속의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정부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위기에 대응하고 국가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내용으로 한 이른바 한국판 뉴딜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전례 없이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정부개입사업으로서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입하여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뉴딜 중 더욱 주목되는 것은 그린뉴딜이다. 한마디로 그린뉴딜은 탄소중립을 지향하고 경제기반을 저탄소친환경으로 전환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들처럼 그린뉴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비한 대응책임과 동시에 이를 통해 녹색성장을 새로운 경제성장정책으로 삼겠다는 구체적 전략을 선언한 셈이다. 사실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정책을 보면 크게 3분야 8개 과제로 구성되어 범위가 매우 넓다. 이 중에서 두 가지 분야를 보면 우선 도시공간생활인프라의 녹색전환분야에서는 그린리모델링 체제구축, 그린스마트스쿨 조성, 도시 숲 조성, 국토 및 해양생태계 회복, 깨끗하고 안전한 물관리체제 구축사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저탄소분산형 에너지확산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확산 및 에너지 효율 극대화,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모빌리티(운송수단) 확대가 주 내용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녹색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다만 필자는 평소 도시 숲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사람으로서 도내 지자체 중 전주, 군산, 익산 등 6개 도시들은 물론 읍 단위까지 숲속의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지금보다 몇 배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이 도시 숲은 살기좋은 도시의 필수조건이다. 도시 전역에 꽉찬 나무와 숲은 다른 녹색프로젝트들과는 달리 주민의 주거환경을 아름답고 안락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체에 해로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줌과 동시에 산소를 발산해 줌으로서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 준다. 또한 도시 숲은 여름철의 열섬현상을 완화해 주고 풍치역할을 함으로써 자연재해를 예방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일석삼조 효과를 가져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렇듯이 도내 도시와 읍소재지와 같은 인구밀집지역을 보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과는 달리 시멘트 건물들만 흉물처럼 들어 앉아 있을 뿐 나무와 숲이 적어 황량하기만 하다. 우리의 경우 땅이 좁아 쉽지 않은 점도 있지만 서방 선진국들의 경우를 보자. 예컨대 인구 70만 정도의 전주시와 같은 도시에는 덕진공원이나 종합경기장 크기의 공원이 시내 여기 저기 10개 이상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이 울창한 숲속에서 일상생활을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거기다가 거리의 건물 역시 하나하나가 예술품이다. 여하 간에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대규모 해충발생과 코로나19와 같은 변종바이러스의 지속적인 출현, 가뭄과 물부족, 초대형 태풍의 빈번한 발생, 오염해역의 확대 등 모든 지구적 멸종위기의 주된 원인이 기후변화이고, 인간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가 그것을 머나 먼 장래의 일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자체들은 인식을 확 바꾸고 그린뉴딜정책 중 중요한 부분인 도시 숲 조성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매우 중요하다.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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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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