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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 올 것 같은 초겨울의 기다림이 지나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나무 사이로 바람 끝에 봄이 묻어왔다. 봄이 오니 그동안 가지 못한 여행 생각이 간절하다. 오래전 이맘때 친구와 처음 해외여행을 간 나라는 일본이다. 경차가 많고 도로는 좁아 보였다. 작은 집들과 겸손해 보이는 사람들의 몸짓이 인상 깊었던 첫 여행이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각종 홈쇼핑에서 여행상품이 많이 나왔을 텐데 요즘은 건강식품이나 명품 방송이 많아졌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 먹고 싶은 것은 언제든 먹을 수 있고 구입하고 싶은 것은 클릭 한 번이면 가질 수 있는 세상이다. 비록 잠시의 행복이지만 상대적인 우월감도 가질 수 있다. 집안은 물건들로 점점 가득 차고 빚도 늘어난다.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소유하면서 물질적 풍요는 누리지만 정신적으로 공허해지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바쁘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거라고 착각하며 밤새 불이 켜져 있는 도시와 더불어 잠들지 못하고 바쁜 것을 핑계 삼아 가까운 이들에게도 이기적이고 무관심하게 행동하며 시간을 내어주는 일엔 늘 인색하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돈이 많든, 적든 여부와 상관없이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기는 힘들다. 다만 경제적인 여유를 위해 노력하고 노력할 뿐이다. 보고 듣고 말할 것이 많은 요즘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은 늘 쉴 틈 없이 피곤하다.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각자의 도덕관, 윤리관 등 모든 가치관에 대해 확신이 없고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너무 바쁘게 살고 있다면, 주말조차 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스스로 정원을 가꾸듯이 마음의 여유를 위해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의 결핍이 일어나면 쉽게 화를 내고 지치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많이 있지만, 가치관의 부재,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성취의 기쁨 또한 찰나의 한순간이기 때문에 금세 또 다른 기준을 찾게 될 것이다. 비교하지 않고 온전하게 나 자신을 위해서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걸 얻기 위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 물리적인 최소화한 삶뿐만 아니라 내 삶에 시간적 공간적 최소화한 삶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나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준을 찾는데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숨바꼭질하는 마음으로 외부와의 약속을 잠시 미루어 두고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가 나와 사귀는 시간, 내가 나와 놀아주는 여유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만 주변 사람들, 주변 풍경들을 돌아보고 다툴지언정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일 년의 두 달은 부지런히 지나갔지만 내가 맞이하는 시간은 그 공간에 물질적, 시간적 여유를 담아 손잡을 수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음을 깨닫고 앞으로 해야 할 힘든 일들도 더욱더 슬기롭게 꾸려가며 가끔 술래를 피해 나만의 숨을 곳을 찾아 짧은 고독도 즐겨야겠다. 다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첫 목적지로 터키를 꼽아 두었다. 사랑과 욕망이 가득했던 터키의 역사를 보면서 위대했던 술탄이 숨 쉬는 화려한 모스크도 궁금하고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비워진 나의 공간에 사람 냄새나는 여유를 담고 싶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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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4 13:56

와인의 명품, 샴페인

“형제들이여,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소.” - 돔 페리뇽(Dom Perignon) ‘매장이 오픈(Open) 하면 바로 달려간다(Run)’라는 의미의 ‘오픈런(Open Run)’이란 용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연이은 명품의 가격 상승으로 줄을 서서 구매하는 현상에 새롭게 생겨난 신조어이다. 주류 업계 역시 가격 상승과 품귀현상으로 줄을 서서 구매하는 ‘오픈런’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와인의 명품 ‘샴페인(Champagne)’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샴페인은 다른 와인에 비해 특별함과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특정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샹파뉴 지역은 대서양의 영향을 받아 예측 불가능한 기후조건과 포도나무의 뿌리가 깊게 내려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백악질 토양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 덕분에 포도가 신맛이 강하며, 세심하고 예리한 맛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큰 탱크나 수조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각각의 병에서 최소 18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포도부터 숙성까지 많은 제약과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와인에서는 볼 수 없는 부드럽고 작은 기포와 깊고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샴페인은 맛과 품질을 보장받기 때문에 다른 와인보다 안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런던국제와인거래소(Liv-ex)는 상위 50개 샴페인의 가격 변동성을 나타내는 ‘샴페인 50지수’를 발표하는데, 매년 8~10% 정도 상승하는 지수가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33.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당시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발표한 세계 주가지수 상승률(15.4%)보다 높은 수치라고 한다. 샴페인 투자자들이 웬만한 주식 투자자들 못지않게 큰 이익을 거두었다는 의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2020년에 비해 코로나19 위협의 점차적인 완화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찾는 수집가와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샴페인은 단순히 그 맛과 향으로만 세계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이하 ‘LVMH’)의 성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LVMH는 18세기 ‘끌로드모에’의 와인 사업과 모엣&샹동의 샴페인 하우스로부터 출발하였고, 20세기에 코냑 회사인 헤네시와 패션 회사인 루이뷔통의 합병으로 현재의 LVMH가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와 명성 아래 그들이 보유한 ‘돔 페리뇽’, ‘모엣 샹동’, ‘크루그’와 같은 샴페인 브랜드는 명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존재감을 보인다. 이들의 지난해 와인 및 스피리츠 부문 실적은 전년 대비 약 25.3% 증가한 5,974백만 유로(약 8조 1천억)로 그들이 가진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 입증됐다. 우리가 고작 술 한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샴페인이 ‘루이뷔통’, ‘디올’ 등과 같은 명품브랜드와 나란히 서서 독자적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샴페인은 고유한 맛과 품질면에서 세계적으로 많은 애주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나아가 특정 집단에게는 하나의 가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샴페인을 찾는 의미는 제각기 다르지만, 결국 샴페인이 주는 의미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바로 ’행복과 기쁨을 나눈다‘라는 점이다. 샴페인의 오랜 역사와 명성과 같이 투자 상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과 기쁨을 나누는 와인의 명품이 되기를 바란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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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7 14:04

우리의 한복, 변형만큼 중요한 원형

2월은 한복으로 시작한 달이다. 한민족 최대명절인 설은 옷장 속 한복을 꺼내게 했다. 색동저고리와 복주머니를 단 아이들에게 한복은 연례행사의 꽃이자 축제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색동저고리도 변화했다. 조선시대 염색한 양단이 귀했던 시절 소매부분만 오방색을 각각 이어 붙여 아이의 건강을 빌었다. 너무 귀한 천인지라 만들고 난 자투리는 작은 삼각형의 잣으로 만들어 장식처럼 덧대었다. 2022년 해외 럭셔리브랜드 구찌는 구찌상회를 열고 색동원단을 활용한 복고풍 상품들을 진열했다. 한편에서는 청년창업가가 색동원단으로 만든 운동화, 미니스커트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소셜 미디어로 매일 대중들과 소통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색동 운동화와 설날의 색동저고리는 간극이 크다. 한편에서는 한 번씩 꺼내 입는 전통한복보다 매일 입고 소비할 수 있는 변형이 나은 방향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일상 속으로 들어온 상품도 좋지만 활용된 한복의 원형과 가치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두 입장 모두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한국 그리고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도시에 사는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관한 것이다. 구찌를 비롯해 외국 디자이너와 명품 브랜드들은 특히 색동의 색감과 형태를 선호했다. 아마도 화려한 색들의 어울림과 서양에서도 익숙한 줄무늬가 주는 시각적 효과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표면적인 부분이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러나 강렬한 색동의 표면이 색동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색동의 오방색이 지닌 상징성과 색동저고리의 유래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5년 전 이탈리아 밀라노의 도서관에서 찾은 세계 민속복식 책에 한복저고리 깃이 차이나 칼라로 표기되어 있었다. 책을 다시 출판할 수는 없지만 정확한 사실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입구 쪽 책상에 앉아있던 관리자에게 페이지를 보여주며 코리안 칼라라고 설명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해외에서 더 강해지는 자국 전통에 대한 자긍심이 아니더라도 현재 국내외에서 한류패션의 이름으로 한복을 활용해 퍼져 나가는 상품들은 기체와도 같다. 기체는 그 가벼움으로 인하여 멀리 퍼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활용된 색동으로 비유한 문화 자산의 가치는 무거워야 한다. 원형은 그 자체로무게를 지니고 흔들림 없이 보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구찌상회를 통해 젊은이들이 색동을 아는 것과 색동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구찌상회를 접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한옥마을로 와보자. 한옥마을은 한옥과 한복 그리고 한식이라는 의식주가 동시에 가능한 독자적 브랜드다. 그렇기에 한복을 차려입고 한옥마을을 거니는 사람들 자체가 브랜드 광고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광고는 무엇일까. 경복궁, 민속촌에서의 한복체험보다 기억에 남아 내 친구와 이웃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한옥마을 대여상점에서 한복을 빌려입는다. 체험 후 탈의하더라도 입었던 한복이 배자인지 당의인지 머리에 꽂았던 것이 비녀인지 떨잠인지는 기억하도록 하자. 대여상점에서 각 아이템별 그림과 명칭 그리고 쓰임새가 적힌 엽서를 비치하거나 판매한다면 한복체험의 추억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입었던 것들의 엽서모음이 곧 나만의 한옥마을 컬렉션을 완성할 것이다. 우리만이 한복의 가치를 정확히 알리고 지킬 수 있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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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21 14:12

공익직불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농업·농촌은 많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둔화와 활력저하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고투입 관행농업, 고밀도 축산 등으로 농업의 환경부하가 가중되고, 농촌공간의 체계적 관리 보전 미흡, 환경오염원 관리 부실로 농촌경관과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환경, 생태보전과 안전한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고 농축산물 안전성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지는 등 국민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농촌 환경보전, 농촌 공동체 유지, 식품 안전 등의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해 기존 직불금 제도를 보완한 ‘농업농촌 공익증진직불제(이하 공익직불제)’가 시행되었다. 공익직불제는 ‘기본형 직불제’와 ‘선택형 직불제’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직불금을 받기 위해서는 ‘농지요건’과 ‘농업인 자격’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종전의 쌀고정·밭고정·조건불리직불 대상 농지이면서, 대상농지가 2017년부터 2019년 기간 중 1회 이상 직불금 수령실적이 있어야 기본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기본직불금 신청자는 지급대상 농지를 경작하면서, 농업경영체에 등록하고, 2016년부터 2019년 기간 중 직불금을 1회 이상 수령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공익직불제 시행 2년차인 2021년 기본직불금 지급 대상은 112만 농가·농업인으로, 지급 총액은 총 2조 2,263억원이다. 사전 검증 강화, 농지의 자연감소 등으로 지급 대상 면적이 줄어 지급 총액이 2020년보다 506억원 감소하였다. 공익직불금 수령농지는 108만 3천ha로 전체 농경지(156.5만ha)의 69%만 직불금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48만 2천ha(전체 농경지의 31%)는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쌀고정·밭고정·조건불리직불 대상 농지가 아니거나, 직불금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영향이다. 공익직불제의 성공적 안착과 농업인 만족도를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첫째, 실경작자가 직불금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자격요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신청자가 2016년부터 2019년 기간 중, 신청한 농지가 2017년부터 2019년 기간 중 직불금을 지급 받은 실적이 없으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농사를 짓고 있음에도 과거 특정 기간에 불가피한 상황으로 신청하지 못해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농업인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 특성과 탄소중립 정책을 고려한 선택형 직불제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공익직불제는 기본형 직불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보다 높은 수준의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창출을 위해서는 청년농업인직불, 식량안보직불, 탄소중립직불 등 다양한 선택형 직불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셋째, 공익직불제 예산 확대가 절실하다. 2022년 공익직불제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한 2.4조 원으로 동결되었다. 선택형 직불제를 강화하고 수혜농가 대상 확대 등을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선결되어야만 한다. 공익직불제는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가장 중요한 농업정책 중 하나이다.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 농업인 소득안정 등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농정의 핵심수단으로의 자리매김을 위해 현장 농업인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나가야 한다.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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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14 14:16

이웃과 함께하는 공간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 ENG대표 아파트 게시판에 공고가 붙었다. 옆 단지 아파트를 가로지르지 말고 우회해서 다니라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와 옆 단지는 경비실만 있을 뿐 별다른 경계가 없다. 등하교하는 학생들,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람들 자유롭게 왕래하는 길이다. 어느 때부턴가 옆 단지 가는 길목에 자전거나 유모차가 다닐 수 없게 도로 경계석이 생기고 지금은 입주민들의 사유재산이니 출입을 금지한다는 배너와 함께 흙을 쌓아 막아 놨다. 많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보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소음이 심했나 보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미를 앞세운 과거 유럽의 건축계에 더욱 많은 사람에게 집을 만들어주기 위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대규모 공동주택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이었고 소유가 아닌 주거 공간이었다.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건축이었지만 우리나라를 뒤덮은 아파트는 주거가 아닌 소유,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한 채 서민을 괴롭히는 괴물이 됐다. 최대 용적률을 따지며 가구 수 늘리기 바쁜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높은 담장과 게이트로 외부 출입을 차단하고 그들만의 성을 쌓을 때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닌 건물을 위한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아파트에는 많은 공간이 있다. 공간의 기능은 활동 목적에 따라 그 수요공간의 기능이 달라진다. 정원, 주차장, 흡연 구역, 스포츠시설, 독서실 등등 기능이 다양해진 만큼 그 공간이 사람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요즘 공간이란 단어는 무한히 변신한다. 물리적 공간, 형이상학적 의미를 담은 공간과 가상공간을 포함해 다양한 이름을 가진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선, 무선으로 이어진 온라인 공간으로 소통의 창이 이동하고 증강현실로 가상공간을 체험하고 상대방을 만난다. 얼마 전 TV에서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사망한 가족을 만나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놀라웠다. 물리학적으로 무엇인가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이 공간이지만 전문화, 첨단화에 앞서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 공간으로 그 주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통상 4인 가족을 위한 정형적이고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의 색채, 거주자의 취향 등을 고려하여 살기에 쾌적한 환경이 되도록 조화로운 색채 계획을 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가진 건축에 관한 생각의 다양한 면이라 할 수 있다. 1인 가구, 새로운 결합 공동체는 물론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에는 많은 이주민이 유입되고 있으며 다양한 구성원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아파트는 도시를 형성한다. 과거 끊임없이 이상적인 공동체 공간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공동체 공간은 배제되고, 배타적이거나 투기판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사람은 계획적으로 만들어낸 공간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 단지의 아이들이 아니어도 놀이터를 개방하는 것이 당연한 사고여야 하며 건물에 들어가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자존감이 커지고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의 미래는 단순히 한 건축물의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공동체를 이루어냄으로써 우리의 자아를 이상적으로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단지 내 어린이집이 마칠 시간이면 마중 나온 엄마들과 아이들의 재잘거림, 어느 집 아이가 리코더로 부는 에델바이스가 빌딩풍이 되어 적막하고 추운 겨울을 감싸주는 포근함이었으면 한다.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EN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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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07 19:08

만찬주(晩餐酒)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국가 주요 행사에서 술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타국에서 진행되는 일정 속 피로와 긴장감을 덜어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이때 선정되는 술은 주로 행사의 주체 목적이나 초청 국가부터 인사의 개인적인 특성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 선택되기 때문에 행사를 빛내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2017년 백악관 공식 초청 만찬에 오른 두 와인은 당시 전문가들이 한국과 닮은 와인이라 평가했다. 바로 스톤 스트리트 소비뇽 블랑과 하트포드 코트 파 코스트 피노누아이다. 두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알렉산더 밸리의 높은 고도와 험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만들어졌다는 점과 1990년대 후반에 설립된 짧은 역사를 가지는 점에서 한국의 성장 역사와 유사하다. 두 와인은 짧은 역사에 비해 그 맛과 품질은 최상급으로 평가받는 와인이다. 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와 안성맞춤이다. 이렇듯 각국 정상들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선택되는 만찬주는 그 자리에 걸맞은 상징성이 부여된다. 중국의 마오타이주는 시펑주, 오량액, 수정방과 함께 중국의 백주 중 명주로 꼽히고,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술이다. 시진핑 주석은 국빈을 맞을 때 보통 4천 위안(약 74만 원) 짜리 마오타이주를 대접하는데, 2018년 북한 방중 만찬 때는 126만 위안(약 2억 3천만 원) 짜리 마오타이주를 내놓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16년간 숙성된 초호화 술을 내놓은 것이다. 그야말로 술 하나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와 회담의 상징성을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국가 행사에 선정되는 술들은 행사 자체가 가지는 표면적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술 자체로서 객관적인 품질과 맛을 인정받는 프리미엄도 얻을 수 있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하 APEC) 정상회의에 건배주로 선정됐던 부산 전통주인 천년약속은 2004년 매출이 4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6년엔 185억 원으로 매출이 40배 이상 증가했다. 보해복분자 역시 APEC 만찬주에 이어 2007년 한중 정상회담의 만찬주로 선정되는 등 연이어 국가 행사 식탁에 선보이며 출시 당시 매출 65억에서 5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매출 급증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만찬주로 선정된 점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기업이 아닌 정부기관 등 공적 영향력이 강한 단체에서 선정되는 술은 수 억의 미디어 광고 노출보다 소비자들에게 객관적인 지표로서 영향력을 갖는다. 일례로 201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우리술의 품질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최한 우리술품평회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선정된 우수한 품질의 전통주는 대통령상 수상과 국제 행사나 국빈 초청 만찬주로 선정하는 등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한 번씩 들어봤을 법한 술로는 2018년 이방카 트럼프 방한 만찬주인 여포의 꿈과 남북정상회담 문배술이 대표적이다. 2022년 임인년이 밝았다. 올해는 새로운 변화의 불씨가 피어나는 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제20대 대선과 프랑스 등 13개국의 대선이 예정되어 있으며, 멕시코를 비롯한 중앙남아메리카 16개국과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각종 행사가 간소화되고 있다. 그래도 행사를 빛내는 만찬주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 2022년을 대표하는 만찬주로는 어떤 술이 선정될지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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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19:48

임인년 새해 농업인에게 희망이 넘치길 기원하며

-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의 해가 힘차게 밝았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까지 가세하며 도무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힘들고 지친 한해를 보냈다. 특히, 우리 농업·농촌·농업인은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액운을 막아주는 ‘검은 호랑이이 해’인 올해는 우리 농업인들의 꿈과 소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어렵고 힘든 우리 농업·농촌과 농업인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는 결정이 있었다. 농업계가 그토록 원했던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2023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온 ‘고향세’ 논의가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고향세는 출향인사나 도시민들이 고향이나 자신이 희망하는 지방자차단체에 일정 금액의 기부금을 내면 세액 감면과 지역특산품 등의 답례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농촌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농특산물의 판매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지난달 9일 명절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가액을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년이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내수경기 침체는 우리 농축수산물 소비를 위축시켜 농업인들에게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런 시기에 늦게나마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명절기간 선물가액 상향이 정례화돼 농축수산물 소비촉진 효과가 예상되어 지역경제와 농업인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자연재해로 농사짓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농촌사회를 유지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아 소멸위기에 처한 읍·면이 상당하다. 기후변화로 농작물의 재배적지가 북상하고 있으며, 폭염·폭우·폭설 등 이상기후를 동반하여 농업 생산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짐으로서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바뀌면서 각종 새로운 병해충 발생이 많아지고 있다. 농업용수 관리체계 개선, 기후에 적합한 품종 개발 등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 환경을 갖춰나가야 한다. 지금의 농촌사회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의 ‘2020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0년 농림어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1.7%로 전국 평균 16%보다 2.6배나 높았다. 2015년 37.8%보다 3.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고령화 추세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청년들이 농업분야에 쉽게 진출하고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임인년을 상징하는 검은 호랑이는 호랑이 중에서도 강력한 리더십, 독립성, 도전 정신, 강인함, 열정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선조들은 검은 호랑이를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地天下地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농업은 인간 생활의 기본으로 우리 생명과 직결되고 가장 소중한 산업이다. 기후위기와 농촌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이 대우 받고, 농촌에 희망이 넘치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희망찬 2022년을 기대해본다. *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은 농협중앙회 무주군지부장과 농협중앙회·농협은행 인사부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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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9 13:55

전북 정치인, 구호보다 이미지로 텔링하라

윤진영 원광대 교수 이미지 시대가 된 지 오래다. 글보다 말이고 말보다 영상이다. 영상은 짧을수록 좋고, 종국에는 이미지 하나만 머리에 남는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많은 이가 각기 저마다 이미지를 쏟아낸다.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등, 여러 목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서로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하물며 인플루언서 대장격인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은 그 중요도와 파급력이 크다. 프랑스로 가보자.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식 의상으로 파리2구의 작은 단골 양복점에서 맞춘 50만원 양복에 3만원짜리 넥타이를 찼다. 머지않아 마크롱 대통령은 서민친화적인 젊은 국가지도자의 대명사가 됐다. 코로나19 방역에서도 그의 패션은 빛을 발했다. 자유로운 프랑스 국민은 마스크 착용을 꺼려했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푸른색 양복을 입고 동색 프랑스국기 모양의 작은 라벨이 달린 니트 마스크를 썼다. 공식석상에서 말이다. 이 사례는 단순히 정치인의 패션 정치 로 한정 된 게 아니라 유의미하다. 그의 이미지 메이킹은 다양한 스토리 텔링으로 이어졌다. 그가 착용한 마스크는 니트 생산업체가 만든 신제품이었고, 취임식 양복을 지은 테일러 샵은 오래됐지만 크지 못한 동네 양복점이었다. 사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부흥기와 헐리우드 영화산업 전성기를 맞은 미국 부유층과 배우들의 폭발적인 의상 수요를 공략했다. 아예 패션 산업을 국가산업으로 정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했으며 대형 명품브랜드위주의 패션산업을 만들었다. 그러나 고가의 명품 브랜드만이 프랑스 패션산업 전체를 이끌 수는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직접 니트 마스크와 동네 양복점의 모델이 됐다. 말보다 이미지다. 시의 적절하게도 코로나19로 침체된 니트 산업은 국민적 관심에 힘입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소규모 장인 테일러 샵들의 매출도 올랐다. 나머지 이야기는 저절로 만들어진다. 기능성과 스타일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니 판매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작은 상점이지만 장인이 지닌 양복 테일러링 기술의 가치는 널리 전파되야 한다는, 그런 스토리 텔링이. 전북을 보자.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수많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한다. 스마트그린, 순환경제 그리고 탄소산업 등등. 딱딱한 정치언어가 지역경제 및 산업과 맞물려 반복된다. 취업하고 창업해 오랫동안 전북에서 잘 살고 싶은 2030 청년 유권자들이 이 언어에 공감할 수 있을까. 동영상도 1분 넘어가면 지루해서 못 보는 시대다. 반면 재미있으면 10초짜리 쇼츠(짧은 이미지)에서도 긴 스토리가 파생된다. 현대 정치인이라면 추상적인 정책 키워드들을 하나의 짜임새 있는 이미지로 다듬어야 한다. 강렬한 이미지는 스토리를 절로 만들어낸다. 비오는 날 탄소소재 살대가 들어간 우산을 들고 출근하는 도지사님, 익산 귀금속단지 브로치를 단 의원님, 청년들의 테일러샵에서 맞춘 한지원단 양복을 입은 시장님, 재활용 소재로 만든 니트를 입고 봉사활동 하는 젊은 의원님들을 상상해보자. 이미지로 접근 가능한 유즈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유권자도 좋을 것이다. 유권자가 좋으면 정책에 힘을 받아 정치인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그 수혜는 다시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정책이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돼 시장과 민생에 번질 것이다. 백마디 정치 레토릭보다 정책이 자연스레 녹아든 이미지 메이킹에 전북정치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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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7 19:20

임인년 새해 농업인에게 희망이 넘치길 기원하며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의 해가 힘차게 밝았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까지 가세하며 도무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힘들고 지친 한해를 보냈다. 특히, 우리 농업농촌농업인은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액운을 막아주는 검은 호랑이이 해인 올해는 우리 농업인들의 꿈과 소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어렵고 힘든 우리 농업농촌과 농업인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는 결정이 있었다. 농업계가 그토록 원했던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2023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온 고향세 논의가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고향세는 출향인사나 도시민들이 고향이나 자신이 희망하는 지방자차단체에 일정 금액의 기부금을 내면 세액 감면과 지역특산품 등의 답례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농촌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농특산물의 판매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지난달 9일 명절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가액을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년이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내수경기 침체는 우리 농축수산물 소비를 위축시켜 농업인들에게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런 시기에 늦게나마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명절기간 선물가액 상향이 정례화돼 농축수산물 소비촉진 효과가 예상되어 지역경제와 농업인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자연재해로 농사짓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농촌사회를 유지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아 소멸위기에 처한 읍면이 상당하다. 기후변화로 농작물의 재배적지가 북상하고 있으며, 폭염폭우폭설 등 이상기후를 동반하여 농업 생산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짐으로서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바뀌면서 각종 새로운 병해충 발생이 많아지고 있다. 농업용수 관리체계 개선, 기후에 적합한 품종 개발 등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 환경을 갖춰나가야 한다. 지금의 농촌사회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의 2020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0년 농림어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1.7%로 전국 평균 16%보다 2.6배나 높았다. 2015년 37.8%보다 3.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고령화 추세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청년들이 농업분야에 쉽게 진출하고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임인년을 상징하는 검은 호랑이는 호랑이 중에서도 강력한 리더십, 독립성, 도전 정신, 강인함, 열정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선조들은 검은 호랑이를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地天下地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농업은 인간 생활의 기본으로 우리 생명과 직결되고 가장 소중한 산업이다. 기후위기와 농촌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이 대우 받고, 농촌에 희망이 넘치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희망찬 2022년을 기대해본다.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은 농협중앙회 무주군지부장과 농협중앙회농협은행 인사부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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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0 19:17

만물 장수 트럭으로 본 구도심 활성화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 ENG대표 시내와 10분 거리지만 오가는 시내버스가 작아 자동차가 없으면 식료품조차 제때 사기 어려운 동네에 일주일에 한 번 오는 만물 장수 트럭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비싸지 않은 돈으로 밥상이 푸짐해지니 동네 어르신들이 기다릴만하다. 한 주라도 빠지면 시내에 나가는 사람한테 심부름 거리가 많아진다. 전에는 그래도 버스가 여러 대 다니더니 요즘은 작은 마을버스마저도 뜸하다. 구도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 저녁이면 벌써 사람들 발걸음이 사라지고 적막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근처에 신도시라도 생기면 그나마 있던 편의시설, 복지시설은 신도시로 옮겨 간다. 지방의 혁신도시에는 공공기관이 이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이 컷던 인구 유입 효과는 미미하며 빈 상가만 넘쳐나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젊은 층의 증가를 기대할 수 없으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젊은층이 선호하는 오피스텔이나 작은 평형의 주거시설을 공급하고 민간기업의 이전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인구 유입은 당장 지역의 힘을 넘어선 미래성장의 중요한 요소이고 반대의 경우 국가예산편성 과정에서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구도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노후한 생활 필수설비 교체와 재가설을 통해 구도심 활성화와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 지역 상품권 등을 이용한 골목상권 살리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며 지역개발을 활성화하고 촉진하는 데 이바지 할 수 있는 사업과 공정한 경쟁과 적당한 보상이 실현되는 시장경제 질서의 회복이 필요하며 과거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전략의 한계 극복과 지속할 수 있는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 한 사회에 속한 모든 이들은 경제의 주체이다. 중소기업, 대기업 두 성장의 주역에게 성장의 혜택 및 결과가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음으로 중소기업에는 정당한 경쟁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생존을 위한 출혈 경쟁을 해나가고 있다. 공공분야 담당자나 발주처들이 명확한 기준 없이 부대 업무를 강요하는 문화는 정부의 노동환경 개선 정책과 반대되는 일이며 업계 종사자들의 밤낮 없는 일 중독의 삶을 부추기게 된다. 단순하게 중소기업이나 경제적 약자의 보호를 위한 정책을 넘어서며 왜곡된 시장경제의 규칙을 바로잡아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 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어 경제의 성장기반을 단단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등장하는데 이윤의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인 시장경제와는 달리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본질인 혁신을 통해 사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사회 간접 시설과 비즈니스에 투자하여 지역과 민간 부문 수출 증진에 이바지해야 한다. 합리적인 소비, 공유로 세상과 소통하는 경험, 바람직한 나눔의 형태를 통해 정치이념이 아닌 지역민들의 행복한 삶의 질을 높이고 서로 협력해 갈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경제는 개별 명제들의 논증 타당성을 따지는 사고실험이 아니라 이 땅에 발 딛고 선 이들의 목숨줄이니 근본적으로 우리 몸의 전신을 순환하며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옮기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만물 장수 트럭이 오는 날을 기쁘게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마음으로 지자체의 명약을 기대해본다. *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 ENG대표는 제27대 전라북도건축사회 회장, 전주대교수, 고등법원조정위원 등을 지냈다. / 이길환 길종합건축사사무소 ENG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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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03 19:44

2021년 회고와 2022년 전망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어느덧 2021년의 세밑이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시작부터 여느 해와는 달랐다. 보신각에서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나 새해를 맞이하는 떠들썩한 인파 없이 가정에서 차분하게 맞이한 새해였다. 좀처럼 종식되지 않는 코로나19에 대한 걱정도 남아있었지만, 조만간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되어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하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점차 적응해나갔다. 명절에 가족, 친지가 모이는 풍경이나 지역축제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온라인과 가상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정은 오고갔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결혼식을 시청하며 축하를 보내고, 유명 가수의 콘서트도 집에서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은행도 화상회의로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비대면으로 경제교육을 진행하는 일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제약된 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은 원격수업으로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에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지속되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손실보상도 진행되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 많은 이들이 전북을 떠나며 인구도 18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다만 위기 속에서 성과도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었고 도민들의 높은 참여 속에 열에 여덟은 백신을 접종하였다. 전북경제도 지난해의 극심한 부진을 딛고 제조업과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났다. 수출액은 올해 8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100억달러 이상 수출하던 시절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쉽지 않은 경제여건 속에서 이루어낸 희망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군산형일자리와 이스타항공 인수 등 굵직한 이슈들도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한편 한국은행 전북본부도 3,9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자금을 운용하여 중소기업의 피해극복에 힘을 보탰다. 며칠 뒤면 맞이할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올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해가 될 것 같다. 코로나19 변이 재확산으로 거리두기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3차접종 시행과 치료제 개발을 통해 코로나를 종식할 수 있다는 희망 역시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나라와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데 큰 관심을 가지는 가운데 전북경제의 미래를 위한 공약 발굴과 비전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역 경제의 성장엔진 역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7월부터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연간 8천대의 스타리아 생산이 새롭게 이뤄질 예정이고, 2017년 가동중단된 이후 지지부진했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재가동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전북경제의 큰 축인 자동차와 조선 산업이 살아난다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수소 및 탄소산업과 같은 신성장동력의 본격적인 도약 또한 기대되는 한 해이다. 새해에도 한국은행 전북본부는 지역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주력산업의 발전방안과 경제적 과제를 점검하는 가운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착실히 수행할 예정이다. 내년 이맘때 회고하는 2022년은 도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열망 속에 일상회복과 경제회복을 모두 달성한 해로 평가되기를 기원한다.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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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7 19:25

탁상공론 건설정책, 건설노조 횡포에 업체들만 전전긍긍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회장 건설노조의 극심한 이기주의 행태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노조마다 서로 자기 노조원 고용을 강요하는 실태부터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보이는 노조원, 노조 관리자가 챙겨가는 전임비, 무분별한 집회 등을 통한 현장 마비 등이 대표적 문제다. 건설노조 불법행위 유형 및 실제 조사사례를 보면 지난 2018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에 의해 피해를 받은 사례가 47건으로 조사됐다. 건설노조는 현장에서 외국인 불법 고용 근절 등 그럴싸한 노동운동 구호를 앞세우지만 결국 목적은 노조원 채용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들어 건설현장의 외국인 인력 수급 등이 불안정해지자 건설노조가 외국인 채용 조건까지 마음대로 조정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건설노조 횡포가 이처럼 만연해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수수방관하는 태도와 안일한 대응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건설현장 채용 불법행위 근절 추진반을 구성하고 연말까지 집중감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고, 국토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현장의 갈등해소를 위해건설현장 채용질서 신고센터를 11월 24일부터 운영한다고 했으며, 건설현장은 건설근로자 채용, 건설기계 임대계약 등에 대한 청탁강요 등 불공정 행위가 만연하고 이에 따른 갈등으로 인해 근로자와 관련 업계의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으며 잦은 집회와 소음 등으로 지역주민까지 피해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마져도 보여주기식 아니냐고 비판한다. 건설노조의 부정을 묵인하는 사이 현장은 불법과 무질서의 본거지가 되고 있다. 그 피해는 건설 산업 구조에서 최하위에 속한 전문건설업체와 건설기계 일반사업자, 그리고 일반 건설노동자가 입고 있다. 한 현장 관계자는건설노조는 감독 날짜와 대상 현장 등을 미리 다 알고 대처를 해놓는다면서구멍 뚫린 현행법도 건설노조의 행태를 가로막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절차법은 채용에 관한 부당한 강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실제 올해 9월까지 해당 법 적용으로 건설노조가 처벌받은 사례는 단 1건이다. 또 국토부가 건설현장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설치한 건설산업 노사정 갈등해소센터에 신고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이는 건설노조의 보복이 우려되어 건설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역시 건설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우선 선 신고 후 조사 방식을 버리고, 불시점검 형태의 직권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채용 강요를 근절할 수 있는 관련 법안들을 구체화해야 한다. 처벌 대상과 범위 등을 조금 더 명확히 규정하고, 월례비나 전임비 등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노사 갈등의 주요 빌미 거리인 외국인력 고용제한을 해결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건설현장은 내국인 부족으로 외국인력 활용이 불가피해 각 현장별 외국인 고용제한 규제 완화, 외국인력 수급 확대 등이 필요하다.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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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13 15:22

[경제칼럼] 명절기간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 결정을 기대한다

정재호 농협 전북본부장 2021년 신축년(辛丑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이맘 때면 많은 사람들이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새로운 다짐을 한다. 발병된 지 2년 가까이 되어가는 코로나19로 농업인, 소상공인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힘겹고 답답한 일 년을 보냈다. 한 달 남은 12월은 연초 계획했던 일들을 뜻하는 대로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증가에 따른 자연재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농축수산업계는 심각한 이중고를 겪은 한 해였다. 외식 수요 감소,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명절 간 이동 제한 등으로 국산 농축수산물 소비와 선물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명절 소비 의존도가 큰 농축수산물의 경우 그 피해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외식업계 매출 감소액이 10.3조원, 국산 농수산물 등 식재료 소비감소액이 2.9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추석부터 2021년 설 명절 기간 한시적으로 농수산물 선물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했다. 그 결과 과일, 축산물, 가공식품 등 전 품목에서 선물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농식품 선물 판매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추석 농수산 선물 매출액이 2019년 추석 대비 7% 증가했고, 2021년 설 명절 기간에는 2020년 대비 19%나 증가했다고 한다. 올해 추석에 이어 내년 설에도 농축산물 선물가액 상향이 적용되지 않으면 명절 대목이 사라져 농가들의 타격이 상당할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설추석 명절기간에 한해 청탁금지법상 농축산물 선물가액 범위를 현행보다 2배 상향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그동안 명절기간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상향했던 것을 법률로 정례화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설추석 명절기간에 한해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가액 범위를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와 오는 9일 상정될 예정인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으로 지난 2015년 3월 27일 제정되어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법안이다.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 법안을 발의하여 일명 김영란법이라고도 한다. 국회에서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을 정례화하는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연간 농산물 판매의 약 40%가 명절기간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두 차례의 명절 기간 진행된 선물가액 한시적 상향은 별도의 사회적 비용 없이 국산 농축수산물의 소비를 증진시켜 코로나19와 자연재해 등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 및 농업경영 불안정 해소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코로나 정국으로 농업농촌은 외국인 인력부족 문제, 인건비 상승, 농자재값 상승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로 2022년 설 명절부터 상향된 선물가액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반드시 법 개정 작업을 완료하여 삼중고에 시달리는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 /정재호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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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6 14:57

중고거래의 경제학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요즘 A 과장은 중고거래 재미에 푹 빠져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눈에 보이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고 이제는 제법 다양한 물건을 거래한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 중고거래 시장이 큰 폭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는 관련 보고서에서 국내 중고시장의 거래규모가 2008년 4조 원에서 2019년 20조 원으로 약 다섯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였다. 특히 모바일 앱을 통한 거래가 크게 늘어 지난해 기준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4명 가운데 1명이 중고거래 앱을 사용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중고거래 확대 배경으로는 우선 MZ세대의 대두를 꼽을 수 있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소비에 있어서도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실용적 소비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제대로 기능한다면 중고 제품이라도 개의치 않고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MZ세대를 중고거래 시장의 주요 참여자로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한 리서치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응답자의 약 83%가 최근 1년간 중고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편 정보통신기술 수준이 높아진 점도 최근 중고거래 시장의 급격한 확대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최근 기술발전 등으로 모바일 앱을 이용한 중고거래의 편의성이 개선되고 거래비용은 낮아졌다. 사고 팔 수 있는 중고물품만 있다면 누구나 가까운 거래자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앱 안에 내장된 거래자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여 믿을만한 거래 상대방을 선택하여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고거래 확대는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어 가치 있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적인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특히 디지털 거래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효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나 값비싼 제품을 중고시장을 통해 공유하면서 낮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을 얻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21년 소비 관련 주요 키워드로 N차 신상이라는 용어를 제시한 바 있다. 여러 차례 손바뀜(N차)이 일어난 제품이라도 제대로 기능한다면 나에게는 신상품과 같다는 의미이다. 중고거래가 우리 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 후생에 주는 영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통계인 국내총생산(GDP) 측면에서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새롭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통계인데, 중고물품은 그 해 신규로 생산된 재화가 아니어서 그 거래가 GDP 측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 활동을 어떻게 적절히 경제 통계에 반영할 것인지는 통계 편제 기관의 오랜 고민이기도 하다. 최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중고시장 확대가 다양한 소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그러한 혜택이 세대별로 다르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보화 능력이 삶의 필수요건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모바일 접근성이 낮은 계층의 디지털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지역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 이러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노인분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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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9 16:43

안전예산을 늘려서 적극적으로 재해를 예방하자

김태경 전 전문건설협회 전라북도회 회장 공사현장에서의 참사 등 안타까운 사고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건설 관련 안전사고는 우리나라의 건설과 건설 관련 업종의 안전인식이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후진적인 중대재해 인명 사고는 건설업과 건설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으로 이어지며, 건설산업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대된다. 건설업 추락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설비를 갖추고 안전수칙을 지키면 막을 수 있는 재해다. 추락사고가 주로 일어나는 곳은 작업 발판이나 통로용으로 건물 바깥쪽에 설치된 임시가설설치물 등이다. 공사장의 개구부에서도 자주 발생하며,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 사망자 중 비계와 지붕대들보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근로자가 전체 추락사고 사망자 중 20%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지난해 5월에는 경북 구미시 축사 신축공사 현장의 철골 지붕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높이 약 5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의정부시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현장 5층에서 B씨가 동료와 함께 자재 운반을 하던 중 넘어지면서 승강기 설치를 위해 뚫어놓은 공간으로 추락해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설현장은 무엇보다 안전제일주의, 안전지상주의가 언제나 작용하고 실천되어야 한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는 이제라도 건설인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예산과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안전 인식과 행동은 나와 공동체의 안전을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와 민간 회사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안전예산이다. 안전시설 구축과 예방교육, 지속가능한 안전을 위해 안전예산을 건설현장에 확실하게 투입하는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입찰 관련 제재나 범칙금을 내는 제도도 바꿔야 한다. 안전사고가 날 경우 상상 외의 비용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을 구체적인제도로 확립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예산은 국가와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관급공사의 안전관련 예산을 늘리고, 안전 관리 감독도 지금보다 두 배, 세 배로 강화해야 한다. 당연히 그에 따른 법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건설장비의 자동화, 스마트 안전관리 등 정보통신기술의 건설현장 적용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기술, 모듈 생산 등의 현장 적용을 앞당기는 제도와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발주회사는 건설현장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한편 하도급업체의 안전 관리도 관할하고 감독해야 한다.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관리시스템, 안전 관련 현장의 소리 즉각 반영체계 구축, 현장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를 위한 장치 마련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건설 방식과 현장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누구도 안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아로새겨야한다. /김태경 전 전문건설협회 전라북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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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5 16:35

농산물 가격과 물가상승에 대한 오해와 이해

정재호 농협 전북본부장 농산물이 물가 상승을 견인한다는 얘기를 많이 접한다. 매월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등락은 농산물 가격 변동이 주된 원인인 것처럼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시 특정 농산물의 상승률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오를 때마다 마치 농산물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농산물 가격특성과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오해와 이해부족 때문이다. 과연 농산물 가격이 물가와 가계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농산물 가격은 공산품과 달리 계절에 따라 지속적으로 등락을 반복한다. 이는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가격이 상승하거나, 출하기에 가격이 하락하는 등 계절성이 뚜렷한 패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이 폭락한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또한, 농산물 가격은 공산품과 달리 가격 변동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농산물 수요는 가격 하락 시 수요량이 크게 늘지 않고, 공급 역시 가격상승 시에도 공급량이 크게 늘지 않는 비탄력적인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약간의 수급불안정에도 가격이 요동치는 특성이 있으나, 소비자들은 농산물이 공산품과 동일한 상품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연중 일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축산물의 비중은 매우 낮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농축산물 가중치(월평균 소비지출액에서 품목별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중, 1000분비)는 1990년 162.0에서 2017년 65.4로 크게 감소(96.6%p )했다. 도시가구가 월평균 1,000원 지출 가정 시 농축산물 구입에 65.4원을 지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 지수의 6.54%에 불과한 것이다. 과거에 비해 가계비에서 농축산물의 비중이 계속 낮아졌음에도 농축산물 구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여겨지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농축산물 가중치 65.4는 전체 460개 품목 중 59개(농산물 53, 축산물 6) 가중치의 합이므로 개별 품목으로 구분 시 더욱 작아진다.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쌀은 4.3, 배추는 1.5, 무는 0.8, 양파는 1.0, 마늘은 1.4, 닭고기는 1.5, 계란은 2.6에 불과하다. 반면, 공업제품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중치는 각각 23.4, 13.8이며, 서비스 이용료 중 월세는 44.8, 휴대전화료는 36.1, 미용료는 8.6 등으로 농산물에 비해 큰 가중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도시가구가 월 평균 1000원의 지출 가정 시 쌀 구입에 4.3원, 휘발유 구입에 23.4원을 지출한다는 의미이다. 농축산물은 가중치가 낮으므로 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도 역시 낮은 것이다. 농산물 가격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주범이 아니다. 특정 품목의 가격 상승률만 보고 농산물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보는 시각은 물가지수와 농산물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오해이다. 농산물 개별 품목의 등락률만을 강조함으로써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음에도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산정방식과 공산품과 다른 농산물 가격의 특수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홍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언론, 소비자, 생산자 모두 소비자물가지수와 농산물의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재호 농협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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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8 16:39

기후변화와 그린플레이션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가을이 짧아졌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지금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출근을 한다. 과거와 달리 체감상 가을은 이제 한 달이 채 안 되는 것 같고, 기후변화는 피부로 느껴질 만큼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협약을 파리에서 채택했다. 파리협약이라 부르는 이 협약을 지키기 위해 현재 세계 각국은 2050년을 전후로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EU와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 탄소세 등 시장기반 정책이 시행 중이며,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등의 직접규제 정책과 전기차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의 대규모 공공투자도 계획되어 있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발전 축소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산업, 건물, 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시나리오가 마련되었다. 전주시의 경우 2050년 탄소중립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생태교통 인프라 구축, 탄소 저감을 위한 에너지 전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이미 작년부터 수소시내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여 운영하는 등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n)과 물가의 지속적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소위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대표적이다. 이는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최근 각국의 친환경 정책 및 규제가 주요 원자재의 공급 부족 현상을 초래하면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12월말과 비교하여 금년 9월말 천연가스 가격은 400% 이상, 석탄도 290% 이상 급격히 상승하였으며, 국제유가도 50% 이상 상승하였다. 알루미늄, 구리, 니켈 등 재생에너지 발전 및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 가격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매월 발표하는 전북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경영애로사항 중 원자재가격 상승이 금년 5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과 관련하여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기 위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해외 이전 및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반면,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새로운 경제 질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느 입장이든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필요성은 전제되어 있다. 다만, 기업 부담 및 그린플레이션 등 전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목표기간 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할 뿐이다. 이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장산의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좀 더 길어지기를 기대해본다.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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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01 16:42

인구감소에 대한 나의 생각

심중무 신용보증기금 전주지점 조사연구역 엊그제는 9월 보름. 멈춤의 시간 속에 찾아온 보름달은 유난히 둥글고 환한 자태로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한다. 어디선가 달빛을 타고 들려오는 아기울음 소리가 있었다. 아기 울음소리는 한동안 들어보지 못한 탓에 생소한 느낌마저 들고 인구가 줄고 있다는 뉴스를 떠올리게 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의하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국내 주민등록인구는 총 5182만 명으로 2019년보다 2만 838명이 감소하였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나타난 2020년 합계출산율도 0.84명으로 2011년 1.24명 대비 10년 동안 0.4명이나 줄었다. 전북의 경우 2021년 7월 기준 총인구 179만 4000명으로 2020년말 180만 4000명 대비 6개월간 1만 명이 감소하였다. 2015년 이후 연평균 1만 7000 명 정도의 도민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인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지금의 5200만 명 가량의 인구가 2067년엔 390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인구 추이가 이와 같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인구가 감소하면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구매력 감소는 내수시장 침체로 이어져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경제위기와 함께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저출산에 의한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급격한 노령화를 촉진하고 노인부양에 대한 재정부담을 증가시킨다. 결국 저출산에 의한 인구감소는 사회적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국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며 국가경쟁력 약화는 물론 지방 소멸까지 우려하게 한다. 반면에 인구감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천연자원의 심각한 남용과 환경파괴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산업토양에서는 양(量)보다 질(質)의 관점에서 인구감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인구나 경제성장보다 인구과잉을 걱정한다. 우리나라는 1960~1980년대 산업자본이 빈약했던 시대에 인구억제정책을 취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출산장려정책으로 정책적 전환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30년이 지난 오늘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이다. 급기야 2005년에는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여 장단기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 정책적 효과는 당초 기대하는 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혁명으로 인한 산업지형의 커다란 변화와 함께 개인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방식도 크게 변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가 낳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당분간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국가에서는 사회환경적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는 정책적 구상이 필요해 보이고, 오늘을 사는 우리는 사회적 현상 자체를 걱정하기 이전에 인간성 회복을 통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최소한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오징어게임이 연상되는 듯한 극단의 사회는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해 내 주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면서 인구감소는 人口數의 감소에 그치기를 희망해 본다. /심중무 신용보증기금 전주지점 조사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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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5 16:36

건설업 안전, 2중 3중 옥죄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김태경 전 전문건설협 전북도회장 건설산업은 내외부에서 작업이 이루어지지만 내부적인 작업보다는 외부적인 현장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현장별로 대규모 장비와 인원이 투입되기도 하기는 특성상 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큰 산업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 사망사고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중대재해법만으로는 건설현장 사망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발주처와 원도급사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최근 국회에서는 해당내용을 반영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공사 안전관리 책임을 각 단계별로 참여주체에게 부여하고, 법 위반 시 형사책임을 묻는 법이다. 발주자는 적정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제공하고, 시공자는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등 참여자별 해당 권한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안전 관련해서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이미 다수의 법이 제정시행되고 있어서 또다시 안전관련 법을 제정하는 것이 타당한 지 의문이 든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고 재발 시 가중처벌까지 가능하다. 이에 더해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주자와 경영자에게 또 다시 책임을 물린다면 중복처벌이 될 수 있으며, 또한 건설안전특별법은 사망사고 발생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 선고가 가능토록 하고 있는데, 중대재해법과 건설안전특별법 중 어느 법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벌금이나 형량이 달라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하나의 사건이 여러 법률들과 얽혀 있어, 법적용에 대한 불편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경영책임자의 부담 증가로 건설공사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고, 이는 결국 건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역으로 불편과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법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중대재해법도 아직 중대재해의 정의, 주체의 범위, 준수의무 내용 등 구성요건의 개념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이며,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된다면 법 자체는 물론, 수사주체와 법 집행상의 혼란 등 또 다른 논란과 문제만 양산시킬 뿐이며, 나아가 건설산업에 대한 특별법을 인정하게 되면, 차후 또 다른 개별업종에 대한 특별법 제정 요구로 입법남용이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건설공사는 공종 및 참여자와 목적물이 다양한데다, 관련 업종의 다수의 사업자가 동시에 작업을 하고 현장 상황에 따라 건설기계와 근로자도 수시로 바뀌는 등 여타 산업과는 다른 환경으로 집중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특별법은 대중이 아닌 특정 집단이나 특수한 상황에 적용되는 처분적 법률의 성격이 강하므로, 보다 다양한 상황적 특성에 대한 내용을 반영하여 합리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새로운 법 제정보다 시행(예정)중인 법률에 대해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검토를 통해 안전관리에 우선적인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현장 및 업종 특수성에 맞는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사고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 산재 예방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김태경 전 전문건설협 전북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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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8 16:39

철저한 준비로 ‘고향세’ 성공을 바란다

정재호 농협 전북본부장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인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절기 한로(寒露)가 지났다. 한로가 지나고 아침, 저녁의 쌀쌀해진 날씨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지금 농촌에선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엊그제 모내기를 한 것 같은데 수확을 앞둔 벼가 고개를 숙이고 논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각종 여름 채소들과 산나물 등을 말려두어 겨울에 대비한다. 하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유례없는 자연재해와 병충해 발생으로 벼, 과수 등의 농작물 수확이 평년만 못할 것이란 예측이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농작물을 키워온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농업농촌에 한 줄기 희망이 보인다. 가뭄에 단비를 내리는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고향세 시행 근거를 담은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9월 22일 소관 상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지 1년여 만이다. 이에 따라 농업계의 숙원인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가 2023년 1월 1일 본격 시행된다. 고향세 도입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지만 번번이 국회 차원에서 무산되어 왔다. 10년 넘게 이어온 고향세 논의가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맺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고향세법은 기부는 법인이 아닌 개인만 가능하고, 거주지역 이외의 자자체에만 기부가 가능하다. 기부한도는 1인당 연 500만원, 기부금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 감면을 받게 되고, 기부자는 기부액의 30% 수준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상품권 등으로 답례품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이렇듯 고향세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복리 증진 등의 재원 마련을 위해 해당 지자체 주민이 아닌 사람의 기부를 통해 모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일정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는 고향세는 고향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농촌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제도로 기대를 받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균형 있는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고향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농업농촌의 든든한 우군이 돼야 한다. 이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응원을 이끌어낼 효율적이고 투명한 운용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부금을 내는 도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부금을 지역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법의 취지를 잘 살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특히 답례품 선정에 지역 농축산물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농업계는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농업농촌의 소중한 가치와 해당 지역 농특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품질 좋은 상품을 다양하게 갖춰 우리 농축산물의 소비활성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 농업농촌은 5천만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고향세가 범국민의 공감으로 도시와 농촌의 상생과 화합, 농촌지역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기대해본다. /정재호 농협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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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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