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대란 이후 최중경 지식경제 장관의 거취가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청와대는 18일 사태를 먼저 수습한 뒤 최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15일 초유의 정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사흘 간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결론이다.
이는 지경부가 이번 사태에 가장 책임이 큰 부처인 반면 사태 수습 과정에선 주무 역할을 해야 하는 '이중성'을 고려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최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잘 아는 만큼 정치적으로 일정 부분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결자해지' 측면에서 사태 해결에 최대한 완결성을 추구한 뒤 물러나도록 하는 방안을 택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문제를 수습하는 게 가장 큰 본질인데 최 장관이 오늘 사퇴의사를 밝히면 '경질됐다'는 것만 부각되므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이날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무한 책임을 느낀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사퇴 의사'를 전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사실상 같은 말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당장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처음부터 최 장관을 강제로 물러나게 하는 모양새는 원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국전력 본사를 찾아 "분명히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고 질타하긴 했지만 최 장관을 포함한 특정인을 경질하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는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국무위원에게 '해임' 조치를 내린 적이 없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과거 유명환 전 외교통상 장관이 딸 취업 특혜 논란에 휩싸였을 때나 유정복 전 농림수산식품 장관이 구제역 파동 책임론의 중심에 섰을 때도 자진 사퇴 형식을 취하게 했었다.
청와대 참모들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며 우회적 압박만 계속해온 점 역시 이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는 최 장관 사퇴를 놓고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기 때문에 최 장관이 모호한 입장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일각에선 최 장관이 명확하게 사퇴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점이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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