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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인권보호 앞장 김 윤태 우석대 교수 "건강한 사회, 사법 판단에 앞서 자체 정화 가능해야"

전국 유일 장애인 인권침해 여부 규명 업무 / 광주 인화학교·원주사랑의 집 사건 등 맡아 / 부조리 해결 위한 지역민의 시각·참여 강조

   
▲ 전국에서 유일하게 장애인의 인권침해 여부를 규명하고 있는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사회심리연구소 김윤태 교수가 건강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최근 몇년새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영화 ‘도가니’로 유명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비롯해 염전 노예 사건, 서울 인강원 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장애인 복지시설인 자림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논란으로 인해 지역사회의 근심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있다.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와 사회심리연구소다. 이들 기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적장애인들의 실제 인권침해 여부를 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두 기관을 이끌고 있는 우석대 김윤태 교수(유아특수교육과)로부터 인권침해 실태와 건강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대해 들어본다.

 

△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적장애인들의 인권침해여부를 규명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는지.

 

“독일로 건너가 마부르크 필립스대학에서 심리운동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7년부터 우석대에서 재직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에 우석대에 한국심리운동연구소를 설립했고, 2년 뒤인 2009년에 우석 인지과학연구소를 차례를 세웠습니다. 공교롭게도 연구소가 출범한 시기를 전후해 지적장애인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이 커졌습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를 규명하고 싶어 했고, 당시는 물론 현재에도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우석대가 유일합니다. 지난 2009년 국가인권위와 수사기관이 수소문 끝에 우석대를 먼저 찾아왔고, 지금까지 줄곧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지적장애인들의 성폭행·감금 등을 규명할 수 있는 만큼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사회적 약자 인권침해 사건들을 거의 빠짐없이 조사했다고 봅니다. 처음 맡은 사건이 광주인화학교 청각장애학생들에 대한 피해를 진단분석하는 일이었습니다. 장애인들의 기초생활수급비를 착복하고 장애인들을 강제노동에 동원해 물의를 일으켰던 원주 귀래 사랑의 집 사건도 같은 해에 맡았습니다. 2012년에는 시설장과 교사들이 장애인들을 감금하고 폭행한 현비동산 사건에 대한 피해실태를 진단했고, 지난해에는 전주자림원 피해 사건을 맡았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염전 강제노역 사건과 서울 인강원 피해 사건에 대해 장애인들의 피해를 규명했습니다.”

 

△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규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셨다면.

 

“사건 하나하나에 공력을 쏟는 만큼 모든 사건들이 선명하게 각인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인화학교 사건의 경우 우석대 심리과학연구소가 가장 먼저 맡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인화학교 사건은 이미 오래 전에 발생한 사건을 더듬어서 기억의 파편을 꿰맞추는 지난한 작업이었습니다. 당시 국가인권위와 검찰이 2박3일간의 시간을 줬습니다. 제한된 시간 동안 피해자들과의 교감과 관찰을 통해 심연 속의 억압사례를 차근차근 객관적인 데이터로 만들었습니다.

 

△ 원주 귀래 사랑의 집 사건도 빼놓을 수 없는데.

 

“원주사랑의 집 사건의 경우 당시 복지시설 운영자가 변호사를 통해 우리 연구소의 근거자료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만, 오히려 법적공방을 통해 연구소의 결과물이 객관적이고 공신력이 크다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원주 사랑의 집 운영자의 피해자들에 대한 착취방법은 치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실명을 바꿨고, 한 피해자에게는 전신에 복지시설 전화번호를 그려넣는 악행도 저질렀습니다. 당사자가 복지시설에서 감금과 구타에 못이겨 도망을 쳐도 문신에 써있는 전화번호를 통해 복지시설로 되돌아오도록 말이죠. 또 운영자는 목사가 아니면서도 목사로 행세하기도 했습니다. 판사가 재판과정에서 운영자에게 ‘왜 목사로 행세했느냐’고 물었는데, 운영자가 “장애인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목사”라고 대답하는 촌극이 있었죠.

 

△ 멀지 가지 않아도 우리 지역에서는 전주 자림원 사건이 있습니다.

 

“자림원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의 특성인 혈연·지연·학연이 사건의 본질을 가로막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자림원에서 실제 성폭행을 저질렀던 사람이 대학에서 강의를 나가고 있습니다. 해당 대학에 문제제기를 했더니 ‘아직 유죄판결도 안났는데 어떻게 강의를 그만두게 하느냐’는 답이 돌아왔어요. 지역사회가 사법적 판단 보다는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힘이 있는 지역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한 제언을 하신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은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에서 한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역민들이 부조리와 사회적 모순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입니다. 지역민들이 나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것인지, 정실에 이끌려 사건을 무마하는데 급급할 것인지는 지역민의 판단입니다. 복지시설 인권침해에 대해 전북과 서울시의 판단이 다릅니다. 서울지역에서 불거진 인강원 사건은 자림원 사건과 비교하면 문제 정도가 1/100에 불과합니다만, 박원순 시장은 인강원 이사진 전체에 대해 해임 명령을 내렸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시에 있는 시설들을 없애고 장애인들이 사회와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습니다.”

 

△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와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사람을 보듬는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2006년부터 성공회와 손잡고 사회통합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최고전문가들의 치료를 제공한다’는 게 사회통합치유센터의 설립목적입니다. 서민들이 사회적 우울을 떨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교육정책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곽노현 전 교육감을 비롯해 강승규 우석대 교수, 박거용 상명대 교수, 송순재 감리교신학대 교수 등과 한국교육정책포럼을 만들어 총괄간사를 맡고 있습니다. 교육전문가·국회의원들과 다양한 교감 및 소통을 통해 한국교육의 패러다임을 재정립하는 일을 꼼꼼하게 추진할 예정입니다.”

 

● 김윤태 교수는

 

- 아시아 최고 수준 우석대 심리운동연구소 이끌어

 

우석대 김윤태 교수는 시민주권론자다. ‘시민들이 사회에 적극 참여해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2010년 곽노현 전 교육감을 도와 서울교육감에 당선시킨 뒤 교육감 취임준비위 비서실장을 맡고도, 정작 서울교육청에 입성하지 않은 일화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김윤태 교수는 지난 2006년 장애인특수교육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시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였던 곽노현 전 교육감과 인연을 맺었고, 곽 전 교육감에게 교육감 출마를 처음 권유했던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전북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국내 대표적인 특수교육 전문가인 김윤태 교수는 독일에서도 여덟번째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심리운동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윤태 교수가 이끌고 있는 우석대 심리운동연구소는 한·중·일은 물론 아시아에서 최고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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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epicur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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