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17 23:33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김영 시인 '월간문학상' 수상 안은순 소설가 '한국문협작가상'

▲ 김영 시인안은순 소설가 김영 시인(김제예총 회장)이 작품 변방의 발로 한국문인협회의 제7회 월간문학상을 수상했다. (사) 한국문인협회(이사장 문효치)는 창작활동에 전념하는 전국 문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매년 월간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한국문학백년상, 한국문학인상을 선정하고 있다. 월간문학상은 한국문인협회 기관지 <월간문학>에 발표된 작품 중 문학적 가치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선정해 수여한다. 1995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한 김영 시인은 시집 <나비편지>, <다시 길눈 뜨다> 등을 내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및 김제예총 회장을 맡아 지역 문학 발전과 김제 문학인들의 활동 토대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다. 김제시민의 장 문화장, 독서대상(국무총리상), 전국공무원문예대전 행자부 장관상, 독서대상(대통령상), 전북문학상, 전북시인상, 전북 여류문학상, 석운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김제 출신의 안은순 소설가는 소설집 <하모니카>로 제15회 한국문협작가상을 받았다. 그는 1992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가라앉는 오후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소설집 <우리 춤추러 가요>, <지붕 위의 남자> 등을 냈으며,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크리스찬문학회, 펜문학회 등에 속해 있다. 시상식은 26일 오후 3시 30분 서울 문학의 집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7.18 21:20

"혼돈의 시대, 잃어버린 어른의 표상"

▲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 최승범(87) 전북대 명예교수가 제22회 만해대상을 수상했다. 만해축전조직위원회(위원장 이관제동국대 대외부총장)가 주최하는 만해대상은 한평생 나라와 겨레를 위해 몸 바쳤던 만해 한용운의 사상과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평화, 실천, 문예 등 3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달라이 라마, 김대중 전 대통령, 신영복 작가 등이 있다. 최승범 교수는 3개 분야 중 만해문예대상(문예 부문)을 받았다. 고하 최승범 선생은 평생 시조와 수필을 가르쳐온 고고한 선비다. 현대시조의 태두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수제자이기도 한 그는 40년간 모교인 전북대에 재직하면서 시조론과 수필론을 가르치며 항토예술 진흥에 헌신했다. 특히 최 교수가 1969년부터 발간한 <전북문학>은 지역 문학발전의 초석이 됐다. 최근까지도 시조, 수필, 고전문학 등에서 역사문학적으로 가치가 뛰어난 저서들을 출간했다. 선비의 기품을 잘 담아낸 시조집 <설청>, 충효사상과 자연을 찬미하는 시조집 <여리오신 당신>, 현대시조의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 <계절의 뒤란에서>와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수필문학연구>를 비롯해 <한국의 소리를 찾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빛깔>, <풍미기행>, <신전라박물지> 등이다. 최 교수는 평생 시조와 수필을 쓰면서 널리 후학을 양성해 온 공덕이 크다는 평가다. 진흙탕을 부유하는 혼돈의 시대에 잃어버린 어른의 표상을 올곧게 간직한 스승이라는 것이 수상의 이유다. 이와 함께 올해 만해평화대상에는 대만 불교단체이자 민간 구호봉사기구인 대만불교자제공덕회가 선정됐고, 실천대상은 조병국 홀트아동병원 명예원장이 받았다. 부르스 풀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교수가 최 교수와 공동으로 문예대상을 수상했다. 제22회 만해대상 시상식은 8월 12일 오후 2시 강원도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진행된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7.18 21:20

[불멸의 백제] (138) 7장 전쟁 ⑮

요하를 건넌 당(唐)의 대군은 요동성을 함락시켰다. 수 양제가 함락시키지 못했던 요동성이다. 이번에는 당군의 기세가 맹렬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요동성 수비군이 방심했던 것이 함락의 원인이었다. 수 양제는 1백만이 넘는 대군을 지휘하여 요동성을 석달 이상 공략했다가 결국 패퇴했던 것이다. 요동성은 성벽 높이가 30자(9m)에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져서 포차의 돌에 맞아도 부서지지 않았고 구름사다리인 운제가 소용이 없는 난공불락의 성이다. 요동성주는 당군의 기만술에 속아 성밖으로 공격해 나왔다가 성문이 닫치기도 전에 당군이 밀고 들어가는 바람에 어이없이 함락을 당했다. 요동성 옆의 백암성까지 함락당했을 때 당군의 사기는 충천했고 고구려군은 당황했다. 적을 가볍게 본 결과가 이것이다. 연개소문이 진막 안에서 말했다. 저녁 술시(8시) 무렵, 이곳은 요동성에서 1백여리 떨어진 황무지, 려제의 기마군 10만이 주둔하고 있는 터라 황무지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연개소문이 모여 앉은 1백여명의 장수들을 둘러보았다. 요동성주가 수성(守城)만 했다면 1년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모두 말이 없다. 맞는 말이다. 요동성 안에는 7만 가까운 병사가 있었던 것이다. 7만으로 1백만의 공격도 막아낼 수가 있다. 이세민은 10만의 병력으로 요동성을 공격 시켰다가 사흘안에 함락시켰다. 난공불락의 성이 아니더라도 성을 함락시키려면 최소한으로 수비군의 3배 이상의 병력을 가져야 가능한 것이다. 이세민이 30만을 다 풀었어도 요동성은 견딜 수가 있었다. 그때 이번에 부장군(副將軍)으로 참전한 남부대인이며 막리지인 양성덕이 말했다. 안시성(安市城)이 당군의 진로(進路)에 있습니다. 안시성에서 당군을 저지시키면 됩니다. 연개소문이 머리를 들었다. 그렇다. 이세민을 그곳에서 막고 우리는 우회해서 장안성을 친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이 건무의 처단에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사내는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다. 막리지인 연정토가 말을 이었다. 지난번 왕의 부름을 받고도 오지 않았습니다. 대막리지 전하. 그놈이 건무의 측근이었지. 쓴웃음을 지은 연개소문의 시선이 계백을 스치고 지났다가 돌아왔다. 은솔, 그대가 가 주겠는가? 어디로 말씀입니까? 안시성으로 가주게. 가지요. 대번에 승낙한 계백이 말을 이었다. 지원군으로 가서 싸우겠습니다. 그대는 백제군 사령관이야. 양만춘의 휘하에서 지원군 역할은 맞지 않는다. 연개소문이 엄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대는 독전군(督戰軍) 사령으로 임명할테니 백제군을 이끌고 가서 양만춘을 지원하는 한편으로 감독하라. 예, 대막리지. 기막힌 용인술이다. 양만춘은 고구려군 장수가 독전군으로 온다면 반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맹군인 백제군 장수가 기마군 5천을 이끌고 독원군 역할로 와서 독전을 한다면 부담이 없을 것이다. 연개소문이 말을 이었다. 내가 양만춘을 알아. 그놈은 고구려를 배신할 놈은 아니야. 그대와 손발이 맞을 것이다. 내일 일찍 떠나지요. 당군을 격파하면 백제군을 이끌고 내게로 오게. 내가 장안성의 미녀를 다 모아 놓겠네. 연개소문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말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17 18:36

[불멸의 백제] (136) 7장 전쟁 ⑫

계백이 연개소문을 만난 것은 황산벌에서 출발한 지 열흘 후다. 평양성 남쪽 벌판에서 기다리던 연개소문이 계백의 인사를 받고 활짝 웃었다. 이보게 은솔, 백제군(軍)의 기동력이 뛰어나구만. 전령의 보고를 받고 서둘러 나왔다네. 치중대에 맞추느라 늦은 편입니다. 기마군만으로는 하루 4백리도 갈 수 있지만 군량을 실은 치중대까지 함께 움직이는 터라 그 절반 속도밖에 내지 못했던 것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까지 기마군이 발달하여 당(唐)에서는 3국(國)을 기마족이라고도 부른다. 휘하 장수들을 인사시킨 계백과 연개소문은 진막 안으로 들어섰다. 연개소문이 이끌고 온 고구려군 3만도 황야에 포진되어 있다. 1백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진막 안에는 고구려, 백제군 장수들이 둘러앉았다. 오후 유시(6시)무렵이다. 연개소문이 먼저 계백에게 말했다. 은솔, 첩자의 보고에 의하면 김춘추가 이번에는 장안성에 갔다네. 아마 지금쯤 이세민을 만나고 나서 신라로 돌아가는 중일 거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연개소문을 보았다. 당에 가는 김춘추를 잡았다가 놓아 주었지요. 무슨 말인가? 놀란 연개소문이 눈을 치켜떴고 고구려 장수들이 웅성거렸다. 계백이 김춘추를 생포하고 의자왕 앞으로 끌고 간 후에 해상에서 놓아준 사연을 이야기하는 동안 진막 안은 탄성이 자주 일어났다. 김춘추가 헤어지기 전에 부사(副使) 일행을 처치해 달라고 부탁하는 대목에서는 연개소문까지 신음을 뱉었다. 이윽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연개소문이 머리를 저었다. 죽였어야 했어. 나도, 백제왕께서도 실수를 한 것 같네. 여왕 다음에 비담이 신라왕으로 되는 것보다 김춘추가 낫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김춘추, 그놈이 나는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네. 정색한 연개소문이 흐려진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그놈을 한신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온갖 수모도 견딜 놈이야. 그런 놈의 약속을 믿는 자가 결국은 바보가 되지. 그자의 목적은 손바닥만 한 땅덩이의 신라왕일 뿐입니다.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연개소문을 보았다. 대막리지께서는 신라보다 1백배나 더 큰 대륙을 딛고 계십니다. 대륙을 정벌하고 나시면 신라는 저절로 복속되어 올 것입니다. 그것이 백제왕 전하께서도 생각하신 것인가? 연개소문이 소리 내어 웃더니 그동안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자, 고구려 백제의 동맹군의 건승을 위하여 건배를 하세. 계백이 술잔을 들었고 둘러앉은 양국 장수들도 따라서 건배를 했다. 당황제 이세민은 대륙 동쪽과 북방을 지배하고 있는 고구려와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킨 것이다. 수양제가 1백만 의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 원정에 나선 때가 서기 612년, 양제의 대업 7년째요 고구려 영양왕 23년째다. 그러나 고구려 을지문덕에 대패하고 총사령관 우문술은 목숨만 겨우 건졌다. 그것이 수의 패망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32년이 지난 서기 644년 당의 태종 18년째에 또다시 고구려 원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은 고구려, 백제를 멸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대륙 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15 20:03

[불멸의 백제] (135) 7장 전쟁 ⑪

숙소로 돌아온 김춘추가 김법민에게 말했다. “너, 이세민 아래쪽에 낮은 이치(李治)를 보았느냐?” “예, 아버님.” “돼지도 그런 돼지가 없더구나. 어쨌든 그놈이 다음 황제가 될테니 놈의 비위를 잘 맞춰주도록 해라.” “예, 아버님.” 김법민이 고분고분 대답했다. 이제 김법민은 이세민의 시종으로 발탁이 된 것이다. 김춘추가 긴 숨을 뱉었다. “그놈, 이세민이 한 말을 들었겠지? 달콤한 말을 늘어놓은 자는 진심이 가볍다는 말 말이다.” “예, 아버님.” “나는 그것이 수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세민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달콤한 말에 중독이 걸린 놈이다.” 김춘추의 눈빛이 강해졌다. “지금은 지금 당이 고구려와 전쟁을 할 시기가 아니다. 위징의 말대로 국력을 더 길렀다가 나서야 한다.” “……” “이세민은 이제 교만해져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숙소의 방에는 둘 뿐이다. 이세민은 신라의 사신인 이찬 김춘추에게 영빈관도 내주지 않았다. 변방의 부족장이 공물을 바치려고 왔을 때 묵은 여관 한채를 정해주었을 뿐이다. 김춘추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이세민이 30여만 대군을 이끌고 친정을 나간다고 하니 우리 신라한테는 잘된 일이야. 고구려와 백제가 당을 맞아 싸우느라고 신라를 넘볼 생각은 못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예, 아버님.” “이세민이나 돼지 이치가 너한테 고구려 백제에 대해서 묻거든 그놈들 때문에 조공길이 막혔다고 하거라. 신라인은 당의 속령이 되는 것을 소원이라고 하고.” “예, 아버님.” 머리를 든 김법민이 김춘추를 보았다. “아버님, 당황제께 신라군이 고구려, 백제의 후방을 공격할 것이라고 약속을 하셨지 않습니까? 아버님이 진두에 설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걱정이 됩니다.” “흐흐흐.” 짧게 웃은 김춘추가 곧 정색했다. “시늉만 내면 된다. 이세민이는 확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아아.” “내가 이곳에 군관 셋을 남겨두고 갈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수시로 나에게 연락을 해야 된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너한테 대업(大業)을 맡겼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가 신라의 왕이 된다면 너는 그 뒤를 잇게 될 것이다.” 마침내 김춘추가 속심을 털어 놓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김법민은 긴장했다. 김춘추가 말을 이었다. “비담이 왕위를 노리고 있으니 그놈 일당과 한번은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야.” 비담은 상대등으로 신라 제1의 실력자다. 진골 왕족들의 모임인 화백회의의 수장이기도 한 것이다. 화백회의에서 차기 왕을 뽑는 터라 수장은 왕 다음의 서열이다. 김춘추가 김법민을 보았다. “네가 이세민의 시종으로 있으면 비담 일파가 당의 지원을 얻으려고 오가는 것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살피고나서 나한테 연락을 해라.” “예, 아버님.” 김법민이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장안성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김춘추 부자(父子)의 밀담은 계속되는 중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12 19:59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8) 갈매기살 - 횡경막 → 가로막, 가로매기, 갈매기살

고깃집에 가면 여러 부위의 고기 말고도 ‘갈매기살’이라는 고기가 있다. 이 갈매기살은 바다에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고기가 아니다. 이것은 돼지 내장의 한 부위, 즉 횡격막(橫膈膜)에 붙어 있는 고기이다. 횡격막은 포유류의 배와 가슴 사이에 있는 근육으로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면서 폐의 호흡 운동을 돕는다. 이 ‘횡격막’을 우리말로는 ‘가로막’이라고 한다.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막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가로막에 붙어 있는 살을 ‘가로막살’ 또는 ‘안창고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의 고기를 ‘가로막살’이라고 하지 않고 이상하게도 ‘갈매기살’이라고 불렀다. 이 ‘갈매기살’이라는 명칭은 ‘가로막살’이라는 본래의 명칭에서 변형돼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가로막살’이었는데 후에 ‘가로마기살’로 변하였다. 다음으로 ‘가로마기살’이 ‘가로매기살’로 변하였고 이어서 ‘가로매기살’이 ‘갈매기살’로 변하였다. 왜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일까? 단지 ‘가로매기’가 ‘갈매기’와 비슷한 음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로매기’의 어원을 잘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것과 음이 비슷한 ‘갈매기’를 연계해 엉뚱하게 만들어낸 단어가 ‘갈매기살’인 것이다. 그러나 바다의 갈매기 고기는 먹어 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푸줏간에서 바다의 갈매기살을 먹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12 19:59

제품에 '예술적 감성'을 담아라

기업이 이윤에 목맨다고 치자. 그렇게 쌓은 생산성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겠나. 사는 일에 풍류를 더한다면 아무도 굶어 죽지 않는다. (크라운해태 윤영달 회장) 직원들의 AQ(Artistic Quotient예술가적 지수)를 높이는 예술경영을 강조하는 크라운해태 윤영달 회장. 그가 펼치는 예술경영의 이론과 실제를 풀어낸 해설서와 같은 책이 출간됐다. 조덕원 한국예술경영연구협회 회장과 이웅규이준철문임수 한국예술경영연구협회 회원의 공동 저서 <예술경영 리더십>. 윤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크라운제과가 부도났을 때 대금 연주로 국악을, 2005년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할 때 미술을 접했다고 한다. 해태제과 인수합병 시절,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회사 직원들을 하나로 묶은 방법도 미술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과자산업 쇠퇴기와 맞물려 예술경영의 필요성을 더 실감하고 판소리, 시조, 조각 등 각종 예술 창작 활동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임직원들의 AQ를 키워 제품 속에 예술적 의미를 담아내도록 지원한 것이다. 이 책은 △예술경영을 통한 리더십의 4가지 스타일 △예술경영의 실제 적용 방법 △GAQ 역량 극대화 방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예술경영 리더십 등 총 다섯 마당을 통해 크라운해태 예술경영의 진정한 의미에 관해 이야기한다. 대표 저자인 조덕원 한국예술경영연구협회 회장은 해태제과에서 20여 년, 크라운해태에서 10여 년을 근무해왔다. 현재 크라운해태 아트밸리 이사로 크라운해태의 예술경영을 전파하기 위해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이끌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8.07.12 19:59

비유와 상상력으로 바라본 세상

(상략) 경로당에 떡 돌리러 간/ 우리 할머니/ 찾으려면 한참이 걸린다// 할머니? 하고 부르자/ 휙 뒤를 돌아보는데// 빠글빠글 볶은 머리가/ 모두 우리 할머니 같다 ( 스프링 머리 일부) 아이들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게 보인다. 어쩌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어른들이 사는 세상과 다를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을 시인의 비유와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동시집이 나왔다. 하미경 시인의 <우산 고치는 청개구리>. 할머니의 꽃무늬 바지는 걸을 때마다 피고 지는 무릎 꽃이 되었고, 민들레는 봄이 머리에 찌르고 나온 노란 딱핀이 되었다. 연잎 위에 올라앉은 청개구리는 구멍 난 연잎 우산을 고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 시인은 사물 의인화를 통해 대상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 꽃과 나무, 연필 깎기나 지우개 모두 사랑스러운 친구가 된다는 것. 비유와 상징, 다르게 보기를 통해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물에 말 걸기를 통해 그 마음을 이해하고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날의 기쁨, 자녀들을 통해 느낀 행복, 앞날에 대한 설렘을 동시로 쓰고 싶습니다. 하미경 시인은 201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2014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8.07.12 19:59

교사 부부, 자동차로 발칸반도를 누비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나이 지긋한 부부가 자동차를 타고 발칸반도를 종횡무진 누비는 이야기.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를 거치는 25일간의 여정을 일기 형식으로 쓴 여행집이 출간됐다. 한준호, 김은주 부부의 <자동차로 떠나는 발칸반도 여행>은 비행기, 열차, 버스 등을 이용하는 일반 여행과 달리 자동차를 렌트해 발칸반도를 누빈 여행기다. 작가는 우리나라와 다른 유럽의 주유소 사용 방식, 교통 문화규칙 등 자동차 여행 정보를 세세하게 기록했다.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함께 교사로 근무하던 부부는 방학 때마다 배낭을 메고 외국으로 훌쩍 자유 여행을 떠난다. 재작년 여름엔 라오스, 재작년 겨울엔 남미, 작년 여름엔 미얀마, 작년 겨울엔 중남미를 등 세계 각지를 여행했다. 그래서 이들은 한국의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 한국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잘 알지 못한다. 대신, 외국 생수 구매 시 주의할 사항 등 자유 여행을 통해 체득한 실전 지식은 풍부하다. 작가는 발칸반도 4개국을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과 경험을 맛깔나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작가는 발칸반도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담아 생생하게 전달한다. 발칸반도 4개국별 도시의 이동 거리와 시간, 여행 코스, 숙소 이용 금액 등도 수록해 정보를 제공한다. 한준호, 김은주 부부는 이 책자가 단순히 우리 부부의 결혼 30주년 기념 여행기일 수도 있지만, 여행 경로와 방법 그리고 소소한 정보를 상세히 기록해 발칸반도 자유 여행, 자동차 여행을 꿈꾸는 많은 사람에게 지침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성 들여 집필했다고 말했다. 남편 한준호 씨는 임실 지사중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아내 김은주 씨는 은퇴한 뒤 여행 플래너로 부부 여행을 끊임없이 기획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18.07.12 19:59

[불멸의 백제] (134) 7장 전쟁 ⑩

“네가 김춘추냐?” 당황제 이세민이 물었다. 장안성 안 황궁의 청은 넓다. 붉은색 기둥이 늘어선 청 바닥은 거울처럼 반들거리는 대리석을 깔았다. 오늘은 황제의 친정 준비 때문에 문무백관이 다 모였다. 수백명의 신하가 좌우로 갈라져서 고관(高官) 순(順)으로 늘어선 광경은 보는 이들에게 위압감을 주고도 남는다. 화려한 장식,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청, 그러나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때는 정관 18년, 태종 이세민이 현무문의 난을 일으켜 태조 이연의 장남인 이승건, 막내아들 원길을 죽이고 황제가 된지 18년이 되었다. 형과 동생을 죽이고 정권을 잡았지만 이세민은 당제국의 기초를 착실하게 닦았다. 그리고 이제 고구려 원정에 직접 나서려는 것이다. “예. 황제폐하.” 물음에 대답한 김춘추가 청 바닥에 부복했다. 뒤쪽의 김법민도 납작 엎드린다. 용상에 앉아있는 이세민과의 거리는 30보 정도. 김춘추는 이세민이 잡무를 처리 할 때까지 한시진 정도나 뒤에서 기다려야 했다. 16계단 위의 용상에 앉은 이세민이 김춘추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오다가 백제 해적을 만나 조공품을 다 빼앗기고 관리들까지 죽었다고?” “예, 황제폐하. 백제 해적이 아니라 백제 수군(水軍)이었습니다.” 머리를 든 김춘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신(臣)은 황제폐하의 은덕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탈출하여 이렇게 용안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세민이 한계단 아래쪽에 앉은 황태자 이치(李治)에게 말했다. “태자, 잘 들어라.” “예, 폐하.” 이치는 작년에 태자로 책봉되었다. 이세민은 황자가 14명 있었는데 그중 정비인 문덕황후가 낳은 황자는 장남인 황태자 이승건과 넷째아들 태(泰), 아홉째아들 치(治)였다. 그런데 이승건이 다리 병신인데다 행동이 괴팍했고 동성애자여서 결국 황태자를 폐위시키고 아끼던 태를 황태자로 세우려고 했다. 그러자 이승건과 이태가 서로 다투는 바람에 마지못해서 치(治)를 황태자로 책봉한 것이다. 그것이 작년이다. 이세민이 말을 이었다. “저런 달콤한 말을 늘어놓는자는 진심이 가볍다. 주의해야 한다.” “예, 폐하.” 대답한 이치가 지그시 김춘추를 노려보았다. 그때 이세민이 김춘추에게 말했다. “너희들의 여왕은 문제가 많다. 여왕이 다스리기 때문에 고구려, 백제의 무시를 받아서 빈번하게 침략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 사내놈들이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단 말이냐?” “황공합니다, 폐하. 밀서를 실은 배를 백제 수군이 침몰시켜서 소신이 직접 여왕의 말씀을 전합니다.” “말하라.” “신라가 당의 속령으로 천년만년 남기 위해서는 백제 고구려를 멸해야 됩니다. 통촉하시옵소서.” “그래서 내가 고구려를 징벌하려고 준비했지 않느냐? 고구려 다음은 백제다.” “대당(大唐)은 천하를 통일할 것이옵니다.” “네가 귀국하면 후방에서 백제, 고구려를 쳐라. 네가 신라군 주장(主將)으로 당과 호응하도록 해라.” “예, 폐하.” 김춘추가 뒤에 엎드린 김법민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 자식을 폐하를 모시는 시동으로 부려주시옵소서. 그것이 제 충심(忠心)이오니 부디 받아들여 주시옵소서.” 이세민이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과연 충신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11 17:36

[불멸의 백제] (133) 7장 전쟁 ⑨

황산벌에서 기마군 조련과 함께 출정 준비를 마친 계백의 5천 기마군은 엿새째 되는날 아침에 고구려로 출발했다. “은솔, 장졸들에게 중원의 지리를 읽히고 당군(唐軍)의 피맛을 보여줘라.” 황산벌까지 찾아온 의자가 계백에게 말했다. “곧 대륙이 우리 차지가 될테니까 말이다.” “예, 대왕. 명심하겠습니다.” 마상에서 절을 한 계백이 말에 박차를 넣었다. 백제 기마군 5천기가 떠난다. 각각 예비마를 2필씩 끌고 있는 데다 치중대도 말이 끄는 수레로 따르고 있어서 마필만 2만필 가까운 터라 땅이 울린다. 첨병대, 선봉군, 중군(中軍), 후군, 치중대로 정연하게 구분된 기마군의 전진 속도는 빠르다. 백제, 고구려는 기마군이 발달되어서 하루에 300리씩 진군할 수가 있다. 백제군은 사흘만에 고구려 영토로 진입했고 엿새가 되는날 오후에 고구려 도성에서 30여리쯤 떨어진 들판에서 고구려군과 만났다. 고구려군 장수는 남부대인 양성덕 휘하에 기마군 3천여기를 이끌고 백제군을 맞으려고 기다린 것이다. “장군, 대막리지께서 요동으로 떠나셨소. 제가 장군을 대막리지께 안내하겠소.” 인사를 마친 양성덕이 말했다. 양성덕과는 지난번 고구려에 갔을 때 얼굴을 익힌 사이다. “요동으로 가시다니? 당군이 침입했습니까?” 장수들과 인사를 마친 계백이 양성덕의 안내를 받고 진막으로 들어와 물었다. “당의 정탐대가 수시로 들락이는 상황이라 국경의 주민들을 피란시키고 있지요.” 양성덕이 말을 이었다. “이세민이 30만 군사를 장안에서 출발시켰다고 합니다. 이세민의 친정이요.” 당황제 이세민이 직접 지휘한다는 말이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이세민이 수양제의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군요.” “이 기회에 중원을 통일하겠다고 대막리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양성덕이 호기있게 말했다. “더구나 백제의 지원군까지 왔으니 천하통일은 눈앞에 왔습니다.” 곧 진막 안으로 양성덕이 준비한 술과 안주가 들어왔고 백제와 고구려 장수들이 어울려 주연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터졌고 진막안은 떠들썩해졌다. 술잔을 든 양성덕이 계백에게 물었다. “은솔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뒤늦게 축하드리오.” “감사합니다. 대인께서도 막리지가 되셨더군요.” 양성덕은 연개소문의 심복이다. 한모금에 술을 삼킨 양성덕이 계백을 보았다. “신라가 등을 칠 여유는 없겠지요?” “경계는 하고 있습니다.” “김춘추를 잡았다가 놓아 주셨지요?” 양성덕이 묻자 계백이 빙그레 웃었다. 김춘추는 당의 도성인 장안성에 들어갔을 것이다. 다시 술잔을 든 양성덕이 따라 웃었다. “그 소식을 듣고 대막리지께서도 웃으셨습니다. 김춘추가 신라 왕으로는 적합한 인물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대왕도 그러셨지요.” “비담이 신라왕이 되는 것보다는 낫지요. 김춘추는 사태가 불리하면 제 목숨을 살리려고 신라를 내놓을 위인입니다.”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고구려에서는 신라와 백제의 합병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백제는 합병에 김춘추가 유리하다고 보고있는 것이다. 김춘추는 당왕 이세민을 만나기는 했을까?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10 20:36

[불멸의 백제] (132) 7장 전쟁 ⑧

“너는 은솔(恩率)이다.” 의자가 계백에게 말했다. 다음날 오전, 도성의 대왕전 안, 백관이 모인 자리에서 계백의 인사를 받은 의자가 말한 것이다. 이미 성충과 흥수로부터 귀띔을 받은 계백이 허리를 숙이고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대왕.” 성충은 사양하지 말라고 했다. 너는 은솔이 되고도 남으니 당당하게 받으라고도 했다. 의자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받는구나. 상좌평이 그러라고 시키더냐?” “예, 대왕.” 도열해 앉은 백관들 사이에서 웃음이 번졌지만 성충은 물론 흥수, 의직 등도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의자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정색했다. “도성에 기마군 5천이 모일 것이다. 열흘 간 조련을 하고 나서 고구려로 떠나도록 하라.” “예, 대왕.” “너는 연남군 기마군 대장으로 당군(唐軍)과 접전을 한 경험이 많다. 그래서 선발한 것이다.” “예, 대왕.” “연개소문 공(公)에게 대백제군의 위용을 보이도록 하라.” 이제는 의자의 표정이 엄격해졌다. 이것이 백제 지원군 파견의 주목적인 것이다. 당(唐) 태종 이세민은 내부 정비를 마치고 숙원인 고구려 원정을 떠나려는 것이다. 중원을 통일한 수 양제가 대륙 북부를 지배하고 있는 고구려를 정복하여 천하통일을 이루려다가 패망했다. 이제 수를 이어받은 당이 다시 천하통일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을 통합하면 대략 2천만 인구가 된다. 수 양제가 중원을 통일했을 때의 인구가 대략 4800만이었다. 그것도 10여 개의 이민족까지 모은 숫자다. 북방의 고구려, 백제, 신라는 단일민족으로 2천만인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가 연합하더라도 천하통일이 가능하다. 그날 밤부터 계백은 도성에서 50여리 떨어진 들판의 진막에서 야영을 했다. 이곳에 기마군 5천이 모이는 것이다. 계백의 부장이 된 나솔 윤진이 진막 밖에서 어둠이 덮인 들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왼쪽이 장동석성(壯洞石城)이며, 가운데 있는 곳이 웅치산성(熊峙山城), 오른쪽이 황령토성(黃嶺土城)입니다.” 윤진이 이 근처가 고향인 터라 말을 이었다. “이 3개 성이 오래전에 세워졌지만 지금은 허물어지고 보수를 안 해서 수비군 백여명씩만 남아 있습니다.” 계백이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 속에 산 윤곽만 드러난 산성들을 보았다. 도성 동쪽으로 가로막듯이 세워진 산성(山城)들이다. 계백이 앞쪽 들판을 눈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 들판 이름이 뭔가?” “예, 황산벌이라고 합니다.” 계백은 3개 산성을 바라보며 서있다. 앞쪽에는 황산벌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윽고 머리를 든 계백이 윤진에게 지시했다. “나솔, 5천 군사를 각각 1500, 2000, 1500씩 나눠서 3개 산성에 주둔시키도록 하라.” “예, 은솔.” “주둔하면서 산성을 고치고 각 대별로 황산벌에 나와 기마군 훈련을 한다.” “예, 은솔.” 계백이 둘러선 장수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3개 대 대장은 윤진과 화청, 정찬이고 나는 정찬과 함께 중군을 맡겠다.” 계백이 손으로 3개 산성을 가리켰다. “나는 중심에 있는 웅치산성으로 가겠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09 20:08

[불멸의 백제] 7장 전쟁 ⑦

넌 태왕비께 돌아가라. 다음날 아침, 서진을 부른 계백이 말했다. 지금까지 태왕비의 시녀 서진은 계백의 관저에서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서진이 머리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 관저의 마룻방 안이다. 계백의 옆에는 고화가 서있다. 나리, 태왕비께서 찾지도 않으시니 저는 이곳에서 살겠습니다. 서진이 말하자 계백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고화도 놀라 듯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이냐? 이곳에서 살다니? 예, 나리를 모시고 살게 해주십시오. 나를? 계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태왕비의 시녀가 덕솔인 내 시중을 들겠다고? 예, 나리. 태왕비께서 허락하실까? 이미 태왕비 마마를 떠난 몸입니다. 그럼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라. 이곳만 빼고. 몸을 돌린 계백이 고화에게 말했다. 그대가 오늘 중으로 내보내도록 하시오. 아침에 한산성을 떠난 계백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 사비도성에 도착했다. 먼저 상좌평 겸 병관좌평 성충을 찾아가 인사를 한 계백이 그날은 성충의 저택에서 묵었다. 성충이 내신좌평 흥수와 도성에 와있는 동방방령 의직, 남방방령 윤충까지 저택으로 불러 그날 밤 주연이 벌어졌다. 다섯 명만이 모인 주연을 겸한 회의나 같다. 술잔을 든 성충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태왕비와 왕비 마마를 연금시키고 신라 첩자로 의심을 받던 무리를 주살시켰으니 일단 내부(內部)의 불씨는 꺼진 셈이오. 소문도 가라앉았습니다. 흥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받았다. 백제는 내무 분란으로 망(亡)한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지만 지금은 씻은 듯이 없어졌소. 민심(民心)이 가라앉았다는 뜻이지요. 의직이 말했다. 민심이 흉흉하면 온갖 소문이 무성한 법입니다. 덕솔의 공이 컸어. 이번에는 윤충이 계백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 김춘추까지 잡았다니 덕솔은 김춘추 가문과는 악연일세. 살려 보낸 것이 잘못 된 것 같소. 의직이 불쑥 말하자 방안에 잠깐 어색한 분위기가 덮였다. 머리를 든 의직이 말을 이었다. 비담보다 감춘추가 합병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발상은 신라를 너무 모르고 하신 것이오. 달솔, 다 끝난 일이오. 흥수가 말렸다. 대왕께선 선왕(先王) 마마의 유지를 받들어 합병을 밀고 나가시는 거요. 김춘추는 10번이라도 배신할 놈입니다. 그때 성충이 눈을 부릅떴다. 이봐, 달솔. 우리가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것 같나? 그놈을 죽이나 살려 보내나 대세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야. 계백은 고위직의 갑론을박을 듣기만 했다. 모두 중신들이요, 책략과 지모가 뛰어난 노신(老臣)들이다. 의직의 말에도 이해가 갔지만 성충의 생각과 같았다. 김춘추는 왕(王)의 재목이 아니다. 신라왕이 된다고 해도 고구려, 백제, 신라, 같은 말을 쓰는 이 3국(三國)을 이끌어갈 위인이 아닌 것이다. 의자대왕이 아니면 연개소문이라도 3국을 통일해서 대륙을 통치해야 한다. 그래서 의자대왕이 연개소문을 도와 우선 당(唐)과의 전쟁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08 19:00

[불멸의 백제] (130) 7장 전쟁 ⑥

사비도성에서 전령이 왔을 때는 계백이 김춘추를 보내고 열흘쯤이 지난 후다. 전령은 병관좌평 명의의 임명장을 가져왔는데 대왕의 직인까지 찍혀졌다. 계백을 ‘백제 기마군대장’으로 임명하며 도성으로 돌아와 신고하라는 내용이다. 청에 앉은 계백이 사령장을 읽고나서 전령에게 물었다. “대왕의 명이니 받겠네. 그런데 수군항장에게 난데없는 기마군대장 임명장을 주다니, 무슨 일인가?” “예, 각 방에서 선발한 기마군 5천의 대장이 되시는 것입니다.” “기마군 5천?” “예, 닷새 안에 도성에 집결할 예정이오.” 9품 공덕 벼슬의 전령이 말을 이었다. “병관좌평께서 덕솔이 휘하 장수들을 데려와도 된다고 하셨소.” 계백의 서신을 받은 전령이 말을 이었다. “고구려에서 지원군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대왕께서는 덕솔을 선발하신 것입니다.” “고구려에서 전쟁이 났는가?” “당왕(唐王)이 고구려 원정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수나라처럼 당나라도 망하겠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계백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隨)는 양제의 고구려 원정에서 대패를 함으로써 3대(代) 37년 만에 멸망했다. 그 후에 세워진 당(唐)은 현재 2대(代) 태종 이세민의 정관 18년, 건국 27년째다. 전령이 말을 이었다. “곧 새 수군항장, 한산성주가 부임해 올 것입니다. 덕솔께서는 닷새 안에 도성에 도착해주시지요.” “알았네.” “그리고.” 전령이 잊었다는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 “이번 고구려 지원군 대장이 되신 것은 고구려 대막리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상좌평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연개소문이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연개소문과 함께 전쟁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그날 저녁 한산성의 청에는 수군항의 장수들까지 다 모였다. 모두 계백이 고구려 지원군의 기마군 대장으로 선발이 된 것을 아는 터라 들뜬 분위기다. 더구나 계백이 휘하 장수를 데려간다는 소문이 쫙 퍼진 상황이다. 계백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화청이 나섰다. “성주, 저는 오랫동안 성주와 함께 전장(戰場)을 누볐고 대야성에서 머리가 떨어진 김품석도 보았습니다. 수(隨)의 항장 출신으로 소장이 이만큼 공을 세운 것도 모두 덕솔의 보살핌 때문이요.” 모두 조용해졌을 때 계백의 혀 차는 소리가 청을 울렸다. “나솔, 그대 나이가 몇인가?” “50이요.” “장수로는 좀 늙지 않았는가?” “하루에 고기 10근을 먹고 말 위에 올라 6백리를 달리는 것을 덕솔도 보셨지 않소?” 분이 난 화청이 눈을 치켜떴고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소장이 지쳐 늘어진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시오?” “그럼 같이 고구려로 가세.” “그게 제 평생 소원이었소.” 갑자기 화청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쏟아졌다. 그것은 계백도 아는 것이다. 일부러 청 안의 열기를 띄우려고 한 소리다. 계백은 한산성과 수군항의 장수 여럿을 선발했다. 모두 지원자들이다. 하도리와 곽성, 수군항의 윤진과 백용문도 지원했다. 그날밤 계백의 말을 들은 고화만이 서글프게 웃으며 말했다. “나리, 그럼 저는 도성에서 기다려야 되겠네요.” 고화가 계백의 가슴에 안기면서 말을 이었다. “서진이가 좋아하겠어요.”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05 21:02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7)노가리 까다 - 한꺼번에 알 많이 까는 명태…새끼 노가리

버릴 것 하나 없는 국민 생선 중에 명태가 있다. 국민 생선답게 이름의 종류만도 수십 가지다. 잡는 시기와 잡는 방법, 건조 상태 등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명태는 차가운 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으로 1월이 제철이다. 알이 꽉 차고 살도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있다. 머리와 입이 큰 대구과 어종으로 등지느러미 3개, 뒷지느러미 2개, 아래턱에 짧은 수염이 1개 나 있다. 동해안 북부 지역이 최대 산지로 17세기 중반부터 어획이 본격화됐다. 서해의 조기와 더불어 조선시대 2대 어종으로, 서해의 조기와 달리 보관과 유통이 쉬워 더 널리 보급됐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연안에선 더 이상 잡히지 않으며 국내 유통되는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산, 일본산 생태다.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애기태·애태·앵치, 크기에 따라 대태·중태·소태·왜태, 잡히는 시기에 따라 일태·이태·삼태·사태·오태 또는 춘태·추태 등 다양하다. 잡는 방법에 따른 이름도 재미있다.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 주낙과 같은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 또는 낚시태라 한다. 조업 장소에 따라서도 연안에서 잡아 연안태, 먼바다에서 잡아 원양태 등으로 이름이 붙었다. 가공 상태에 따라 얼렸다 녹였다를 거듭하며 말리면 황태라고 한다. 반건조 상태의 명태를 코다리라고 하는데 4마리씩 코를 꿰었다는 뜻이다. 북어와 달리 촉촉한 식감으로 조림용으로 많이 쓰인다. 색이 노랗고 살이 통통한 최우량 마른 명태를 황태라 한다. 그런데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노가리라 한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로, 명태는 한꺼번에 매우 많은 수의 알을 깐다. 따라서 명태가 많은 새끼를 까는 것과 같이 말이 많다는 것을 빗대어 나타낸 말이다. 노가리의 수만큼이나 말을 많이 풀어 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일부 사전에 씨를 흩뿌리는 것을 나타내는 노가리라는 말에서 비롯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풀이이다. 흔히 ‘노가리 풀다’, ‘노가리 까다’라고 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8.07.05 21:02

전북 문학작가들 신간 '전국 흥행'

전북 문학 작가들의 신간이 판매 10만부를 돌파하는 등 흥행하고 있다. 박성우 시인이 지난해 출간한 <아홉 살 마음 사전> (창비)은 1년 만에 10만부를 돌파했다. 올 초 출간한 <아홉 살 함께 사전> (창비)도 상반기에만 3만부 넘게 판매됐다. 출판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화, 만화도 아닌 교양도서가 1년 만에 판매량 10만 부를 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창비 관계자는 보통 부모와 아이들이 선호하는 도서가 다른데, <아홉 살 마음 사전>은 예외적으로 부모와 아이 모두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임미성 시인의 <달려라, 택배 트럭!> (문학동네)은 첫 동시집임에도 불구하고 4000부 넘게 판매됐다. 3쇄를 찍은 후 4쇄도 고려하고 있다. 지역의 소중한 역사문화 자산을 주제로 한 책들도 호응을 얻었다. 장은영 동화작가의 신작 <책 깎는 소년> (파란 자전거)은 5개월 만에 4000권이 완판 돼 3쇄를 발행한다. 실제 옛 전주 대표 서점거리를 배경으로, 우리의 우수한 기록 문화인 완판본을 완성해가는 각수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장이 지난 4월 낸 소설 <혁명>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도 3쇄 발행 예정이다. 동학 지도자들의 움직임과 민중들의 동학에 대한 기대 등을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썼다. 지역 문학인들의 작품만 출간하는 모악 출판사의 시집도 대부분 재판 이상을 찍었다. 문신 시인의 <곁을 주는 일>을 비롯해 정양 시인의 <헛디디며 헛짚으며>, 박기영 시집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박형권 시집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하기정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이다. 지역 작가들의 저서 흥행 요인으로는 요즘 현대인들의 욕구에 맞는 감성, 독서대전 및 전주의 책 선정 등 지역 문학인 조명 확대 등이 유추됐다. 임미성 시인은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전통 문화 자산이 어우러진 전북은 특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인문학적 소양이 두드러진다며 치유, 따뜻함을 원하는 요즘 현대인들의 욕구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독서대전 개최, 전주의 책 선정과 이에 따른 필사 대회독후감 공모전 등 자치단체와 연계한 다양한 지역 책 조명 프로그램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복수의 문학인들은 보통 중앙과 지역 문단을 구분하는 편견이 있어 지역 작가의 책 자체를 관심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대한민국 독서대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북 작가들의 책이 전국에 노출되면서 지역 작가들의 책도 충분히 흥미롭고 작품성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시립도서관 관계자도 올 상반기부터 전주의 책 대출 서비스를 시작해 대출 권수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대출과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문학인 및 출판 관계자들은 지역 책의 물리적인 판매량을 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북 문학에 관해 높아진 대중의 관심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지역 문학인들의 노력과 자치단체나 지역민의 관심이 잘 연계돼 전북의 문학정신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8.07.05 21: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