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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사 우리 임금뵈옵고저 우리임금우리임금 성명(聲明)하셔천지요 부모이시니날 같은 미천신(微賤臣)을무엇이 가취(可取)라고 이은(異恩)을 자주입고연포(筵褒)가 정중(鄭重)하니고신(孤臣) 일촌침(一寸枕)이눈물이 바다이다중략중소(中宵)에 창을 열고북신(北辰)을 바라보니오운(五雲) 깊은 곳에우리임금 계시고나경루(瓊樓) 옥우(玉宇)에추기(秋氣)는 추워지고백로(白露) 겸가의미인(美人)은 얼어있네진령가 한곡조로묘묘(渺渺)한 천일방(天一方)이수문(隨門) 숙견을몽매(夢寐)에나 찾을 손가거연(遽然)히 잠이 들어일침(一枕)을 일워시니의연한 구일모양(舊日模樣)입시(入侍)에 들었구나용루(龍樓)를 높이 열고옥좌(玉座)가 앙림(仰臨)도다지척(咫尺) 전석(前席)에종일을 근시(近侍)하니천안(天顔)이 여작(如昨)하고옥음(玉音)이 온순(溫詢)한데촌계(村鷄) 한소리에홀연히 깨달으니심신(心神)이 창망하여눈물이 옷에 젖네군문(君門)이 여천(如天)하여다시 들기 어려울세꿈이나 빙자(憑藉)하여우리임금 보는 것을 계성(鷄聲)은 무슨 일로꿈조차 깨우는고방황(彷徨) 종야(終夜)에이 마음 경경(耿耿)하다종남산 불로(不老)하고한강수 도도(滔滔)하니슬프다 이내생각어느 때 그치일고작자 추담 장현경(張顯慶 1730-1805)은 본관이 흥성(지금 고창 흥덕)이며, 영조 6년에 전북 장수 번암에서 태어났다. 22세 때인 영조 28년에 정시(庭試) 병과에 16등으로 급제하여 춘추관 기사관 겸 홍문관 박사, 춘추관 기주관(記注官)과 편수관을 지냈다. 정조 20년(1796년)에 삼례 역승(驛丞)으로 좌천되었으나, 임금에 대한 원망 대신 오히려 임금을 그리워하는 연군류 32구의 가사 사미인가(思美人歌)를 지었다. 이 작품은 필자가 오래전 <한국문학지도> (1996, 계몽사, 56-57쪽)에 소개한 것으로 송강 정철이 전남 담양 창평에서 임금을 그리워하며 노래한 사미인곡, 속미인곡의 전범을 이은 사미인계의 연군류의 가사로서 국문학적 가치가 인정된다. 이 두 작품의 작자가 임금의 총애에서 소외된 환경과 처지가 서로 동질적이지만, 임금을 조금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오로지 여성화자의 목소리로 임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한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라는데 큰 의의를 둘 수가 있다. 사미인계 시가의 원천은 굴원의 초사(楚詞) 가운데 사미인(思美人)에서 찾을 수 있다. 굴원이 노래한 미인(美人)은 아름다운 여인이 아니라 임금을 지칭한 말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미인계 노래 내면에 흐르는 정조(情調)는 대부분 여성적인 톤을 지니고 있다. 여성적인 목소리이어야만 자신의 절절한 마음을 임에게 전달하는데 가장 큰 호소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미인계 가사는 송강 정철의 양미인곡인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다. 거연히 잠이 들어 일침(一枕)을 일워시니/ 의연한 구일모양(舊日模樣) 입시(入侍)에 들었구나/ 용루(龍樓)를 높이열고 옥좌(玉座)가 앙림(仰臨)도다/ 지척(咫尺) 전석(前席)의 종일을 근시(近侍)하니/ 천안(天顔)이 여작(如昨)하고 옥음(玉音)이 온순(溫詢)한데/ 촌계(村鷄) 한소리에 홀연히 깨달으니/ 심신(心神)이 창망하여 눈물이 옷에젖네라는 정조는 송강의 속미인곡 적은 덧 역진(力盡)하야 풋잠을 얼픗 드니/ 정성이 지극하야 꿈에 임을 보니/ 옥 같은 얼굴이 반이나마 늙어세라/ 마음에 먹은 말씀 슬카장 살자 하니/ 눈물이 바라나니 말씀인들 어이하며/ 정을 다 못하여 목이조차 메여하니/ 오전(誤傳)된 계성(鷄聲)의 잠은 어찌 깨웠던고와 동질적이다. 오매불망 임금을 그리워하여 잠 못 드는 불면의 밤을 지내다가 잠시 옛 모습 그대로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꿈결 속에 젖어든다. 그런 자신을 홀연히 깨운 건 촌닭의 울음소리다. 새벽인줄 잘 못 알고 울어버린 닭의 울음소리에 꿈을 깨면서 임금과 나누었던 군신간의 정이 단절된다. 다시 외롭고 답답한 현실로 되돌아오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며 닭에게 원망을 보내는 화자의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다. 그러하니 마음과 정신이 슬프고 가련하여 눈물로 옷깃을 적신다는 안타까움은 심신이 창망하여 눈물이 옷에 젖네라고 절절히 노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송강이 잠깐 풋잠이 들어 꿈속에 임금을 만나서 군신간의 정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 때 이른 닭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서 답답하고 어두운 현실을 깨닫게 되는 속미인곡의 정조(情調)와도 궤를 같이 하는 애닮은 상사지정(相思之情)이다. 영조 39년(1763년) 겨울가뭄이 극심했는데 동짓날 눈이 많이 내리자 영조는 친히 춘추관에 나와 잣죽과 꿩구이를 내려 격려하였다. 그러므로 장현경이 이에 감복하여 백설(白雪)이란 율시를 지어 바치자, 영조도 기뻐하며 한시를 친히 써서 이에 응답해 주었다. 장현경은 말년인 정조 23년(1799년) 고향인 장수 번암에 어서각(御書閣)을 짓고 영조가 자신에게 하사한 친필 어서를 자신이 지은 백설과 함께 잘 보관하였는데 2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잘 전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장수군 산서면 오성리에도 태종 이방원이 사간공 안성(安省)에게 내린 왕지(王旨)를 보관한 어필각(御筆閣)이 세워져 영조의 어서각과 더불어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국문학자전주대 명예교수
전북수필문학회(회장 서정환) 주최 제26회 전북수필문학상 수상자로 수필가 이종택(80)김재희씨(62)씨가 선정됐다. 심사는 김남곤소재호정군수 시인과 수필가 김학씨가 맡았다. 올 전북수필문학상에는 7명이 수상 후보로 올랐으며, 심사 기준은 문학성에 주안점을 뒀고, 인품과 소속단체에서의 기여도 및 참여도를 참작했다. 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수필집 <은발의 소년들>을 펴낸 이종택 씨와 꽃가지를 아우르며를 상재한 김재희 씨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소재호 심사위원장은 이종택 씨의 은발의 소년들의 작품에서 상징성 문제를 으뜸으로 내세우고 싶다고 평했다. 특히 이씨의 작품에는 고향이야기가 퍽이나 많은 데, 거기서 인간학이라는 명제를 충실히 해결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희 씨의 수상작 <꽃가지를 아우르며>는 글의 구조가 입체적이면서도 한 가닥(한 줄기, 한 주제)으로 모든 서류들이 영입되어 한 가지 톤으로 흘러간다는 평을 받았다. 에세이적 사려가 골똘하고, 묘사는 소설적으로 정확하며, 문장의 기교는 시적으로 그 테크닉이 범상치 않다고 거들었다.이종택 씨는 정읍 출생으로 2002년 월간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현재 한국문협, 전북문협, 전북수필, 전주문협,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영호남수필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행촌수필문학회 초대, 2대 회장을 역임했다. 수필집으로는 때늦은 책가방 은발의 소년들이 있으며, 전북예술문학상수필과비평문학상행촌수필무학상을 수상했다. 김재희씨는 월간 수필과비평과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한국문협, 전북문협,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전북수필, 행촌수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으로 그 장승이 갖고 싶다, 꽃가지를 아우르며가 있으며, 수필과비평문학상과 행촌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내년 1월 중순 서노송동 대우뷔페웨딩홀에서 전북수필 제77집 출판기념회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창작지원금 각각 100만원이 수여된다.
“문화예술분야와의 융합을 꾀하고, 회원간 작품 읽기를 촉진하는 한편 재미있게 어울리는 단체를 만들겠습니다.”지난 21일 열린 전북시인협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에 선출된 김영 시인(56)은 외부 교류와 회원간 결속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시라는 고유의 영역 외에도 음악, 미술, 숲해설 등 다양한 영역과의 교류를 추진하겠다”면서 “협회에서 매년 2차례 추진하는 문학강연도 시인뿐 아니라 되도록이면 시의 재료가 되고 시인이 본받을 만한 사람으로 요청하는 등 다른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갈수록 시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이 낮아지는 시대를 맞아 회원간 ‘독자되기’를 권했다.“문학의 설 곳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독자와의 소통의 문제뿐 아니라 시인이 시를 안 읽는데도 있다”고 본 그는 “회원끼리 애정을 가지고 훌륭한 고급독자로서 다른 회원들의 시를 들여다 보고 챙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인들이 즐겁고 유쾌한 모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흔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문단의 흐름을 따라가되 어르신의 통찰력과 선·후배 문인의 조언을 널리 듣겠다”고 강조했다.김 시인은 현재 송희 회장에 이어 내년 1월부터 3년간 전북시인협회의 회장직을 맡는다.
올해 도내 시인상은 최덕자 씨(66)에게 돌아갔다.전북시인협회(회장 송희)는 지난 21일 전주시 중화산동 춘향골 문화공간에서 최덕자 씨(66)에게 제14회 전북시인상을 시상했다. 최 씨는 기쁘기도 하지만 쟁쟁한 선후배 시인을 두고 이렇게 상을 받아 부끄럽다면서 졸시를 쓰는 필자에게 격려를 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시는 혼이 실리지 않으면 단순한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며 혼자만의 감동이 아닌 다른 사람 모두가 함께 감동을 느끼는 시심을 가슴에 안고 살겠다고 덧붙였다.심사를 맡았던 전정구 전북대 교수(국어교육과)는 이날 심사평에서 서열로 작품을 가리기보다는 다만 그 때의 취향의 차이에 의해 선정했다고 전제하고 이름을 지운 약 80편의 시를 심사했는데 최 시인의 글은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시가 고르고 열심히 쓴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등단 기간은 짧지만 낭중지추처럼 그동안의 감춰진 긴 시심이 베어나왔다고 평했다. 최덕자 씨는 지난 2007년 자유문학에 시 근린공원 외 2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가톨릭전북문우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9대 가톨릭전북문우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수장자에게는 100만 원의 상금과 박민평 화백의 그림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더불어 이날 전북시인협회의 정기총회가 열려 신임 회장에 김영, 감사에 이현구남궁 웅 씨 등의 차기 임원진을 선출했다.
전주 북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수필가 이윤상씨가 두 번째 수필집 <버리기 연습>을 발간했다(도서출판 북매니저). 2005년 수필집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후 8년만이다.저자는 “순간순간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버린다는 것은 욕심을 비우고 만사를 관용으로 대하는 수행의 길이다”고 책머리에 밝혔다. 40여년간 재직했던 교단을 떠난 후 수필 창작, 서예, 여행 등으로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과 삶의 철학들을 담은 작품들로 엮어졌다. ‘버리기 연습’‘마음의 거울을 닦아야’‘신비감에 젖은 아이들’‘잊을 수 없는 제자들’‘급변하는 세시풍속도’등 5부에 걸쳐 69편의 작품이 수록됐다.2003년 종합문예지 <문예운동>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전북선예전람회 5회 입상 경력을 갖고 있다.
시는 시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시를 통해 시인의 삶을 읽을 수 있다. 시인이 관심을 두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시인의 고향 모습은 어떤지, 시인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금세 간파할 수 있다.무주에서 태어나 현재도 무주에 살고 있는 이봉명 시인(57)에게 자연과 고향은 그 자체가 시다. 그가 최근 낸 시화집 〈포내리 겨울〉에 그 고향과 자연을 담았다(도서출판 두엄). 시집 제목이 말해주듯 시인의 고향인 적상면 포내리와 겨울 이야기가 주요 소재로 다루어졌다. ‘새벽 어둠을 끌고 나가 / 쇠비름, 개비름, 망초대를 뽑고 나면 / 사이사이 비집고 자라는 / 들개순이 이쁘다 / 칠순 어머니 손 끝에 묻어나는 / 저 반짝이는 생명들 / 참깨, 들깨, 고구마, 강냉이 할 것 없이 / 이슬 먹고 자라는 텃밭에서 / 이땅에 나만 홀로 두고 떠난 /어머니, 아버지 땀방울 먹고 자라는 저 생명들 /모두 푸르다’고 시인은 ‘텃밭에서’를 노래했다.고향 ‘포내리’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어머니·아버지를 기억했다. ‘겨울 숲속에서’‘겨울밤’‘입동’‘첫눈’‘눈이 내리면’‘겨울이미지’‘겨울나무’ ‘겨울비’ ‘겨울 비’‘겨울 강가에서’‘겨울새’등의 시를 통해 아프고 시린 마음을 드러낸다.개불알꽃, 꿀벌, 지는 꽃, 입춘, 풀꽃을 소재로 한 시는 사진을 위한 시가 됐다. 시인이 이 시집을 낸 배경이기도 하다.이 시인은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가 있으나, 듬성듬성 사진으로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나를 슬그머니 누르곤 한다”고 했다. 시와 사진을 만나게 해보려는 시도가 어려운 일이었으며,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됐다. 사진은 고향 후배이기도 한 사진작가 박도순씨의 도움을 받았다. 무주의 삶과 풍경이 사진으로 더욱 생생해졌다.1991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했으며, 무주작가회의·한국장애인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문집〈아직도 사랑은 가장 눈부신 것〉, 시집 〈꿀벌에 대한 명상〉 〈아주 오래된 내 마음 속의 깨벌레〉 〈지상의 빈 의자〉 등을 냈다.
윤현순 시인이 10년만에 새 시집 〈노상일기〉를 냈다(신아출판사). 3번째 시집이다. ‘꽃의 시인’으로 불리우는 시인이 이번에는 험하고 궂은 삶의 현장 한복판에 놓인 ‘노상’이야기를 시집의 중심에 뒀다. ‘만만한 홍어와 엿장수’‘포장마차’‘서신동 무지개’로 이어지는 14편의 ‘노상일기’를 통해 시인은 민초들의 애환과 사회 부조리를 주목했다.시인은 또 남원 주생면 지당리 마을을 배경으로 한 15편의 연작시 ‘지당리 스케치’에서 고향에 대한 추억, 그리움, 애절함을 노래했다.이운룡 시인(전북문학관장)은 시집 작품 평설에서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에 대한 천착, 소외된 자의 삶과 고통에 대한 자의식, 사회현식의 관심사에 대한 발언 등을 명쾌하게 해명하고 형상화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시와 꽃을 사랑하는 시인, 그래서 존재의 내면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시인으로 평했다.1996년 〈시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중심꽃〉 〈되살려 제모양 찾기〉가 있다. 전북시문학상·시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온누리꽃예술중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부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는 책 ‘호모쿵푸스’의 저자 고미숙 씨의 특강이 마련된다.전주전통문화연수원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일 오후 4시부터 국립전주박물관 강당에서 강의와 공연이 어우러진 인문학 콘서트를 진행한다. 이날 비보이의 공연으로 특강의 문을 연 뒤 ‘공부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리다’를 주제로 고 씨의 강연이 이어진다. 또한 판소리와 난타 등이 중간중간 선보이며, 고전에서 배우는 미래의 공부법과 저자와의 대화로 2시간20분간의 콘서트가 마무리된다.전통문화연수원은 참석을 원하는 고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선착순 100명을 모집한다. 문의 063)288-9242
상춘곡의 허두(虛頭) 홍진에 묻힌 분네 이내생애 어떠한가 / 옛사람 풍류를 미칠까 못미칠까는 세속을 떠나 산 속에 은거하고 있는 풍류가 고인의 멋에 비교해 보면 어떨까라는 발화자의 서정적 표출로 출발된다. 이러한 풍류는 상춘곡의 결사(結辭)와 같이 부귀공명도 뜬구름이요, 단표누항(簞瓢陋巷)에 쓸데없는 생각을 아니하고 살아가는 티끌 없는 청정(淸淨), 그것은 청풍명월이 유일한 벗일 뿐이라는 사대부의 절제 있는 스토우어시즘(stoicism)적 미의식의 표출로 발산되었다. 백년행락 자체는 청풍명월을 벗하며 사는 안빈낙도의 도취적 감흥을 영탄한 것으로서 서사를 외연으로 한 서정성의 복합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사실 가사 작품 속에서는 규방가사의 계녀(誡女)가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정적 정신보다는 서사적 방법을 통한 교술(敎述)적 정신이 근간을 이룬 작품들이 많다. 이러한 경향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문학 장르의 역사 사회적 변모에 따른 분파, 내지는 변이(變異)화로의 한 전이형태라고 보아야 하고, 또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술한 바와 같이 서정, 서사, 교술성의 복합성에서 출발된 어느 한 성격의 극대화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상춘곡과 같은 은일(隱逸)류의 가사는 서정이 주조를 이루고, 서사와 교술은 이를 뒷받침하는 보조적 성격을 이루는 장르의 복합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발화자의 감흥이 객관적 대상에 머물지 않고 서정적으로 미화되어 향유자(독자)에게도 동일한 방법으로 감흥을 일으키고 공명(共鳴)을 얻게 된다. 그런 까닭에 텍스트를 통한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수용되고 향유되는 특별한 장르라고 보고 싶다. 정극인의 이러한 은일류의 가사는 담양의 송순의 면앙정가로 이어지고, 이 면앙정가의 영향 아래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으로 연결되는 면앙정가단이라는 가사의 문화권을 형성하였다. 중종 5년(1510년)에 쓴 향약 발문을 보면 취은 송세림은 불우헌 정극인보다 30년 후에 태어났으므로 선생을 직접 만나 가르침이나 인도를 받을 수 없는 것을 한탄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정읍 태인 고현학당을 차운(次韻)한 머리에 학당은 본시 고(故) 불우헌공 정극인이 교수하던 곳인데, 취은 송세림에게 또 곧바로 이어졌다는 기록만 보면 송세림은 같은 고을에 살았던 정극인을 얼마나 존경하며 사숙했는지를 알만하다는 것이다. 송순은 일찍이 중종 13년(1518년) 송세림이 능성현감으로 있을 때 직접 찾아가 사사를 받았는데, 그 때 스승으로부터 정극인의 〈불우헌유고〉를 접할 수 있었고, 상춘곡이나 불우헌가와 불우헌곡도 읽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정극인과의 간접적인 문학적 영향관계를 엿볼 수 있다. 중종 22년(1527년)에 세자 호의 동궁에 작서(灼鼠)의 변과 요사스런 현패(懸牌)사건이 일어나고 사간원과 사헌부에서 억울하게 사건의 주모자로 몰리게 된 경빈 박씨와 아들 복성군을 죽이라고 간하자, 송순은 이의 불가함을 역설하다가 벼슬에서 물러났다. 2년 후인 중종 26년 고향인 담양 기촌으로 돌아와 면앙정을 짓고 자연과 벗하며 살았다. 마침 세조찬탈의 정국을 겪으며 태인 칠보로 은거한 정극인이 험난한 세상과는 무관한 것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봄날의 아름다운 정경을 그려낸 상춘곡처럼 송순은 중종조에 세자를 둘러싼 정치적 변란을 피해 담양 기촌의 면앙정에 유유자적하면서 은일가사 면앙정가를 창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심수경은 「견한잡록」에서 송순의 면앙정가는 그윽한 산천과 넓디넓은 전야의 형상이라든가 정대(亭臺)의 높고도 낮게 굽이도는 지름길의 형상을 두루 포서(鋪敍)하고, 사시사철 변모하는 아침저녁의 경치를 빠짐없이 기록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문자를 섞어가며 운치 있게 도는 것을 지극히 잘 표현했음으로 진실로 볼만하고 가히 들을만함으로 송순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으뜸 작이라 절찬하였다. 이러한 평설은 홍만종의 〈순오지〉에서도 동일하게 찾아 볼 수가 있는데, 순국어의 자유 자재로운 구사나 조사법의 기발한 솜씨, 조어의 공교로움, 이에 따른 절절한 정감 등은 가히 가사문학의 가치를 한껏 고양시킬 수 있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한문만을 진서(眞書)라 숭상했던 조선 사대부들의 평설로 본다면 대단한 작품평이 아닐 수 없다. 1960년대 김동욱이 잡가에서 원문을 발견하기 이전에는 〈면앙집〉에 신번(新飜) 면앙정장가 1편이라는 부(賦)형식의 번역가만 실려 그 진가를 알 수 없음으로 아쉬웠다. 하지만 김동욱 교수에 의해 잡가에서 발견된 면앙정가 원전을 보게 됨으로써 심수경이나 홍만종 등이 절창이라 평설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음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송순의 제자인 박상이나 김윤제, 기대승, 김인후, 임억령 등에게 배운 정철은 이들을 통해 면앙정 송순을 사사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송순의 면앙정가를 본받아 성산(별뫼; 무등산자락)의 사계에 따른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성산별곡에 담아냄으로써 이들을 중심으로 한 면앙정가단이 형성되었다. 그러므로 송순은 스승 송세림을 통해 정극인의 상춘곡을 본받아 면앙정가를 창작하였고, 정철은 송순의 면앙정가와 같은 성산별곡을 지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극인의 상춘곡은 조선가사문학의 효시(嚆矢)요, 남상(濫觴)이 아닐 수 없고, 담양에 면앙정가단을 형성케 함으로써 조선조 500여년을 이어 온 한국가사문학장르의 원천이 되었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전북 태인 칠보를 발상지로 한 정극인의 상춘곡은 담양의 면앙정가단으로 이어지고 호남가단을 형성함으로써 조선조 사대부가사문학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임진란 이후에는 부녀자, 평민 등으로 작자와 향유자가 확대되면서 국민적 장르로 발전하여 조선조 국문학의 질량을 드높였다고 생각된다. 국문학자전주대 명예교수
(사)한국문인협회 고창군지부(지부장 최재언)는 지난 13일 르네상스웨딩홀에서 제14회 고창문학상 시상식 및 제46호 출판기념회를 가졌다.이날 행사에는 김인호 부군수, 조병익 군의회 부의장 및 조규철 의원, 김종한 미술협회지부장, 이충이 시와산문 발행인, 문인협회 고창지부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 축하했다.고창문학상 수상 주인공은 진동규 시인(68).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이기도 한 진 시인은 상하면 출신으로, 구시포 노랑모시조개 등의 작품을 통해 고창의 아름다운 자연과 정경을 그려 왔으며, 그 공로 등을 인정받아 이번 상을 수상했다. 진 시인은 전북문학상, 영랑문학상, 전북인 대상, 목정문화상,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진동규 수상자는 “고향에서 받은 이번 상이 다른 어느 상보다 값지다”며 “남은 일생을 고창과 고창문학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사)한국문인협회 고창지부는 현재 50여 명의 문인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학단체로서 문화예술 발전에 앞장서 오고 있으며, 꽃무릇 시화전, 고창예술제, 미당문학제 등 활발한 단체활동을 통해 지역 예술인 간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 창작의욕을 높이며 순수 문화예술로 군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문학은 현실의 거울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201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은 경기 침체와 고령화라는 시대상을 반영해 우울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작품 자체의 수준은 향상됐지만 소재가 신변잡기에 치중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 13일 본보 편집국에서 열린201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비심사에서 응모작들의 흐름과 경향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 9일까지 접수 마감한 본보 신춘 문예에는 단편소설 88명 90편, 시 211명 848편, 수필 190명 419편, 동화 74명 78편 등 모두 1435편이 접수됐다. 2013년 신춘문예 응모작 총 2052편(시 1296편, 수필 422편, 소설 179편, 동화 155편)의 2/3 수준이다. 이날 심사는 △단편소설 김병용(전북대 초빙 교수)최기우(전주대 겸임 교수) △시 박성우(우석대 교수)문신(문학박사) △수필 김저운(수필가 겸 소설가)서철원(수필가 겸 소설가) △동화 김자연(전주대 교수)이준호(아동문학가 겸 소설가) 씨가 맡았다.이들은 동화를 제외한 3개 부문은 해마다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총평이었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참여도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단편소설 부문의 경우 문장력이 뛰어난 작품이 상당수였지만 주제 의식은 미약했다. 소설가 김병용 씨는 소설은 계속 좋아졌고 세부 묘사도 흠잡을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았다면서도 불안하게 흔들리는 삶의 모습을 묘사하는 일에만 치중,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픈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호한 작품이 다수로 기량의 세련미만큼 주제의 새로움이나 무거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됐다고 설명했다. 극작가 최기우 씨는 침묵이 강요당하는 시대상이 나타났다면서 사회 비판이 줄어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가 대다수였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중장년층 글 가운데 기본적인 서사는 약하지만 깊이 고민한 인생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 부문은 복고가 대세였다. 실험적인 시가 줄고 소재와 형식이 과거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박성우문신 씨는 한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언어의 실험, 내면의 해체 등 미래주의적인 시가 줄어 문학청년들의 피로현상이 보이는 듯했다면서도 대신 삶의 이면을 촘촘하게 포착하고자 하는 작품은 많아졌다고 풀이했다. 그들은 이어 새로운 경향을 찾지 못해 10여년 전의 표현 방법으로 돌아가려는 작품이 두드러졌다며 아직은 미래파적인 산문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시적 화자에 대해서는 바깥 쪽을 향하던 시상이 자기에게로 돌아오는 느낌이 강했다면서 응모자도 15~77세로 광범위하고 시적 대상을 오래 응시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고 말했다.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수필 부문은 일부 수작도 있었지만, 상당수 깊이가 얕았다는 지적이다. 심사를 실시한 김저운서철원 씨는 일상적 체험이 주류를 이뤘지만 가시적의식적 꾸밈이 많았다면서 소소함이 글감으로 좋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체험에 바탕한 깊은 내면화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다수 글에서 진귀한 문장과 글쓴이의 참신함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동화 부문은 생활동화와 의인화 동화가 대부분이었고 완성도는 낮았다. 김자연이준호 씨는 동화도 서사와 문장 형식을 갖춰야 하는 문학인데 기본적인 요소가 미진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면서 문장의 빈약함과 함께 맞춤법, 띄어쓰기가 안 된 작품은 글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당선작은 본심을 거쳐 이번 달 말께 개별 통보한다. 발표는 2014년 1월1일자 본보 신년호에 공지한다.
중산(中山) 이운룡 시인(75, 전북문학관장)이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 주관 제32회 조연현문학상 수상 작가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어안魚眼을 읽다>(이랑과이삭). 2006년의 7순 기념시집 <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 이후에 쓴 시를 해마다 13~23편씩 문예지에 발표한 노년 절정기의 시 87편을 묶어 올해 발간한 시집이다. 심사위원회(김후란, 이근배, 장윤익, 김우종, 윤후병, 박성배)는 이운룡의 시는 일체의 구속과 거리낌 없는 범천梵天의 세계를 청아한 목소리로 전해준다며 그의 어안은 우주의 근본 원리에 의하여 역사는 새로 발전한다는 진화법칙을 함의함으로써 양자역학적 세상 이치를 제시, 한국문학사의 후천개벽을 꾀하고 있다고 보았다.심사위는 또 그의 시는 어둠을 짜내어 진동을 일으키는 눈빛이 되고, 꿈이 되고, 향기가 천지를 덮는 현학적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어두워야 빛나는 삼라만상, 그런 눈빛을 읽어낼 줄 아는 통찰력과 어안, 철학적 시안을 높이 평가해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이 시인은 시집 머리말에서 물고기는 살아서 또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않는다. 일언이 폐지 왈 생사불이이다. 어안은 궁극적으로 시적 상상력을 표상한 사물이며 그 이미지인 것이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곧 실재와 현상 너머의 세계를 어안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기 위한 자각의식으로 이해하여도 좋으리라고 화두를 꺼내었다. 시인은 올해 희수의 나이로 조금이나마 여력이 남아 있을 때에 정리해 두려고 시집을 상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중부대 교수로 정년 퇴임한 이 시인은 진안 출신으로, 전북대를 졸업했으며, 조선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4~69년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의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등단했으며,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문학평론이 당선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가을의 어휘> 등 14권, 시 비평의 저서로 <시와 역사현실의 명암> 등 11권을 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월간문학 동리상, 한성기문학상, 서울신문 향토문화대상, 전북도문화상(문학부문), 표현문학상, 모악문학상, 전북문학상, 백양촌문학상, 작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시상식은 오는 30일 오후2시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지하1층 아카데미홀에서 열린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불교에서,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만났던 사람들이 헤어질 때, 석별의 정을 나누면서 헤어짐의 당위성을 합리화하기 위해 인용되는 말로 변질되어 버렸다.수필가 이희근씨가만남의 철학을 꺼냈다. 그의 3번째 수필집 〈아름다운 만남〉(오늘의 문학사)을 통해서다.저자는 책머리에서 만남을 이렇게 정리했다. 인간 최초의 만남은 출생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가족, 친지, 친구, 직장동료와 상사 등 많은 사람과 만난다. 외연을 점점 넓혀가면서 만남은 계속되지만, 헤어지는 순간도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 인생이요, 회자정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최후의 헤어짐은 죽음이다. 죽음은 회자(會者)가 만남을 중단하며 지금까지의 만남을 정리(整理)하고 떠나는 것이다. 그것을 정리(定離)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회자정리라는 말은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의 전 과정을 함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저자에게 수필 역시 만남의 문학이다.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수필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겨왔다. 세 번째 수필집을 통해 수필과의 만남을 회자정리라는 말로 정리하고 싶다며 자연과 인간이 만나고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문학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오하근 문학평론가는 교육자와 체육인, 문학인으로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정신, 육체, 예술, 기술, 세속, 종교 등의 만남과 어울림을 기록하고 있다며 만남과 어울림이 헤어짐을 전제하듯, 그의 글은 회자와 정리를 철학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수필집은 손자의 큰 선물, 감 한 개 때문에, 영원한 포터, 아들의 한 수, 단청 구경하는 할머니 등 5부로 구성돼 있다. 전주 한별고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저자는 2009년 계간 문학사랑 수필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원종린수필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수필집〈산에 올라가 봐야〉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
전북 문인들이 중심이 돼 문집 〈한몽문학〉 창간호를 냈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김한창씨가 2년 전 몽골문학 레지던시로 참여해 몽골 울란바타르대학 연구교수로 활동하면서 한국문학 특강을 개설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한창 한국동인지문학아카데미 대표와 몽골 토이갈상 시인(몽골 울란바타르대 교수)이 지난해 8월 몽골문인협회와 한몽 문학교류협약을 체결하고, 격년제 상호 방문 세미나와 공동 번역 문집 등을 발행키로 한 결실이다. 창간호에는 몽골 문인과 한국 문인 40여명의 작품이 몽골어와 한국어로 함께 수록됐다.김남곤 시인은 창간호 권두시를 통해 풍남문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 대한민국의 전주와 / 밤하늘의 별이 밤톨처럼 쏟아지는 / 몽골 울란바타르와의 사이 / 몇천 리인가 / 몇 만리인가 / 손등을 포갬포갬 얹어 문학의 씨앗 뿌리는 / 약속의 탑 하나 웅장하게 쌓는구나고 의미를 부여했다(그 구원의 빛중에서).소재호 석정문학회장은 한몽문학 창간의 국제적 의미라는 특집을 통해 문화 문물이 전혀 다른, 깊숙한 대륙의 한 나라와 한반도 중에서도 남단에 위치한 전북이 그 문학으로 국경을 넘어 한 권의 문학지로 교류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며, 우리 정신세계의 무한 확장과 우리 자신의 문학적 정체성을 새로이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적었다. 최기호 울란바타르대학 총장과 정군수 전북문인협회장이 축간사를 썼다.
(가) 엇그제 겨울지나새봄이 돌아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는석양리(夕陽裏)에 피어있고녹양방초(綠楊芳草)는세우중(細雨中)에 푸르도다칼로 말아낸가붓으로 그려낸가조화신공(造化神功)이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수풀에 우는 새는춘기(春氣)을 못내 겨워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흥(興)이에 다를소냐화풍(和風)이 건듯 불어녹수(綠水)를 건너오니청향(淸香)은 잔에 지고낙홍(落紅)은 옷에 진다천촌만락(千村萬落)이곳곳에 벌려있네연하일휘(煙霞日輝)는금수(錦繡) 재폈는 듯엇그제 검은 들이봄빛도 유여(有餘)할샤(나)송죽울울리(松竹鬱鬱裏)에 풍월주인(風月主人) 되었어라시비(柴扉)예 걸어보고정자(亭子)에 앉아보니소요음영(逍遙吟詠)하여산일(山日)이 적적(寂寂)한데한중진미(閒中眞味)를알 이 없이 혼자로다아침에 채산(採山)하고낮에 조수(釣水)하세소동(小童) 아이에게주가(酒家)에 술을 물어어른은 막대 짚고아이는 술을 메고미음완보(微吟緩步)하여시냇가에 혼자앉아명사(明沙) 조한 물에잔 씻어 부어들고청류(淸流)를 굽어보니떠오나니 도화(桃花)로다무릉(武陵)이 가깝도다저산이 그것인가발화(發話)자는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를 경탄하다 못해 도취된 나머지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낸가/ 조화신공이 물물마다 헌사롭다라는 탄사를 영발(詠發)하고 있다. 이는 봄날의 풍경이 객관적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주관적 관조의 세계가 심미적인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즉 봄날의 경치가 명장들의 칼로 조각된 것인지, 아니면 유명한 화공(畵工)에 의해 붓으로 그려낸 것인지 모르지만, 이는 분명 보통 사람에 의해 이룩된 것이 아닌 필경 조화옹(造化翁)의 신비세계의 경지에 이른 결과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연 경물 속에 서정을 담은 경중정(景中情)의 정서적 가치의 표방은 조선조 사대부들의 일반적인 시적 감흥이었으며 시정신이 되어 왔다. 수풀에서 우는 꾀꼬리가 봄 향기에 취해 노랫소리마저 교태롭게 들리는 것은 발화자의 정서의 직서화(直敍化)가 아닌 조선조 사대부들의 일반적 정서의 표출 방식이었다. 물(物)과 아(我), 즉 자연과 인간이 일체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는 곧 자연을 객관적 대상으로만 보지 아니하고 바로 발화자의 정서로 주관화하는 관조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정은 상춘곡을 수용하는 향유자나 독자층의 입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가)를 읊조리거나 창(唱)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발화자의 입장과 같이 유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서정적 진술로 받아들여 미적 감흥에 젖게 된다는 것이다. 봄날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도화행화(桃花杏花)나 녹양방초(綠楊芳草), 세우(細雨), 새, 화풍(和風), 녹수(綠水), 청향(淸香), 술잔, 낙홍(落紅), 천촌만락(千村萬落), 연하일휘(煙霞日輝) 등은 춘경을 그리는데 사용된 소재만은 아니다. 이러한 객관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은 그것이 객관적 대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발화자의 시혼(詩魂)과 교감되어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게 되며 향유자(독자)층에서도 똑같은 심정적 도취로 수용되어 나타나게 된다.(나)의 경우도 봄날 하루 동안의 생활을 순서대로 늘어놓은 일기처럼 서사성을 보여주는 진술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즉 사립문(柴扉) 밖을 걸어보고, 정자에 앉아 보며, 나물캐기와 낚시질, 또는 주가(酒家)에서 술을 받아 시냇가에 홀로 앉아서 취락(醉樂)에 빠져 있는 발화자의 모습은 하루생활의 일목요연한 일기적인 서술로도 볼 수 있다. 하루생활의 나열로 관심은 객관적 대상에 머무르고 있고, 서사성을 외연(外延)으로 하면서도 객관적 대상과 발화자는 물아일체의 도취적 경지에 이르러서 서정성에 귀결되므로 서사와 서정의 복합성이 내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동일 교수는 상춘곡은 봄날의 풍경과 그 속에서 보낸 하루를 그리고 있는데 그치는 작품이 아니며, 그러한 사실을 묘사하여 남에게 알려주고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이해하고 있다. 즉 사실의 전달에만 그치질 않고 사실의 전달을 통하여 일정한 교술(敎述)적 목적을 첨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사의 장르를 가르쳐주고 알려준다는 의미에서 교술장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사는 교술장르만이 아니라, 서정과 서사, 교훈성이 종합된 복합장르로 파악하는 게 옳다. 이러한 특성은 우리나라 가사장르만이 가지는 고유성으로 세계적인 문학장르라 할 수 있다. 오랜 관직생활을 했는데도 조산대부행사간원(朝散大夫行司諫院) 정언(正言)에 그친 정극인은 공명과 부귀도 나를 꺼려 피해가니 단표누항(簞瓢陋巷)에서 흣튼혜음 아니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자조(自嘲)가 내면에 깔려 있다. 그러한 가운데 유교 윤리적 타당성을 설정하고 안빈자족(安貧自足)이란 유교적 철학을 가르쳐 주기 위한 교훈적 진술 위에 서정과 서사가 복합된 장르라는 것이다. 국문학자전주대 명예교수
시인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전집에 실리지 않은 미발굴 수필이 새롭게 발견됐다.계간 문예교양지 ‘연인’ 겨울호(통권 20호)에 실린 ‘1944년경(頃)의 이야기’는 미당이 1947년 경찰 전문잡지인 ‘민주경찰’(民主警察) 9월호에 발표한 글이다.이 수필이 발표된 것은 해방 후이지만 이 글은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광복 이전인 1944년에 경험한 이야기다. 고향의 친구인 고등계 형사인 윤길이와 일본인 형사에게 체포돼 고향인 고창경찰서 감방에서 지낸 체험담을 쓴 산문이다.“나의 죄라는 것은 벌써 7년 전인가 8년 전에 전문학생시절(專門學生時節)에 그들과 놀면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소. (중략) 내가 있던 곳은 삼감방(三監房)이었는데 여기에 오랫동안 나와 같이 있었던 사람들은 두 명의 절도와 한사람의 영아 살해범(殺害犯)과 또 한 사람의 살인미수(殺人未遂) 혐의(嫌疑)의 노인(老人)이었소. 이밖에도 징용도피자(徵用逃避者)와 도박(賭博)꾼과 작은 절도 횡령(橫領) 등 때 따라 많은 출입(出入)이 있었으나 그들은 나와 깊이 사귈 기회(機會)가 없었음은 물론(勿論)이오.” 미당이 학창 시절 젊은 혈기로 친구들과 이야기한 것이 빌미가 돼 체포됐다는 것이다.이 수필에는 미당이 그 감방에서 한 달 동안 “공포(恐怖)와 초조(焦燥)와 하수도(下水道) 속에 내리 떨어진 것 같은 불쾌감(不快感) 속에서 나날이 말라 들어가고 때로 붓고 가슴을 쥐어뜯고 살았던” 이야기들, 감방 속 사람들과의 단편적인 일화를 담고 있다.오랫동안 묻혀 있던 미당의 수필은 서지학자인 김종욱 씨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자료를 수집하다가 발견했다.그는 “‘민주경찰’은 해방 직후에 나온 최초의 경찰 전문잡지로, 이런 잡지에 미당이 글을 실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미당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을 기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행촌수필문학회(회장 석인수)가 시상하는 2013제이씨엔행촌수필문학상에 수필가 장병선 씨와 형효순 씨가 선정됐다. 석인수 회장은 “회칙과 문학상 운영규칙에 따라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며 “선정된 수상자들은 문학적 미학은 물론 품위 있고 격조 높은 생활 속 삶의 냄새가 묻어나는 풋풋한 글을 쓰는 분들이다”고 밝혔다. 군산·익산 교육문화회관 관장을 지낸 장병선씨는 월간<한국시>와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남원 출신의 형효순 씨는 남원생활개선연합회장, 한국농어촌여성문학 회장 등을 역임했다.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재주넘기 삼십년>을 냈다. 제이씨엔행촌수필문학상은 도내 건설업체인 제이씨엔(대표이사 강종찬)이 매년 300만 원씩의 협찬으로 시상하고 있다. 시상식은 내년 1월17일 오후 5시30분 전주 백송회관(옛 호남성)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정성수 시인(68)이 JTI Korea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주최 2013 제4회 JTI 新노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정 시인은 수필 부문에 ‘축제를 위하여’작품을 응모, 우수상을 받았다. 박명진 중앙대 교수(국문과)는 심사평을 통해 “언젠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인간이 인간답게 죽을 수 있음을 가능케 하는 심리적 접근을 버림의 미학으로 잘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JTI 新노년 문학상’은 자립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활기찬 노후를 살아가는 新노인상을 확산하고 노년층의 문학적 소질과 지적 욕구를 이끌어내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문학상 주최측인 JTI코리아는 메비우스(이전 마일드세븐)· 카멜·윈스턴 등 세계적인 담배 브랜드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이다.5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으로 진행된 이 문학상에는 시 457편, 수필 282편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상식은 지난 6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있었다.
시인이자 동화작가, 소설가, 극작가인 최정주 씨(63)가 제2회 아름다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또 최정아 시인(64)이 제5회 온글문학상을 받는다.두 상은 전주 온글문학회(대표 김동수)가 격조 있는 작품 활동과 품위 있는 삶으로 귀감이 되는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아름다운문학상 수상자인 최정주 씨는 신석정 시인에게 시를, 이원수 씨에게 동화를, 오화섭 작가에게 희곡을, 홍기삼 선생에게 소설을 추천받거나 뽑혀 등단했다. 창작집‘그늘과 사슬’, 장편소설 <흰소> 등 30여권의 작품집을 발간했고, 장편동화 <동자승은 힘이 세다>와, <가왕 송흥록> 등 10여 편의 희곡과 창무극을 무대에 올린 전업 작가다. 온글문학상 수상로 선정된 최정아 시인은 2002년 <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과 2004년 <시선>으로 등단했다. 전주문학상·시흥문학상·중산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밤에도 강물은 흐른다> <봄날의 한 호흡> 등이 있다. 시상식 11일 오후 3시30분 전주 기린로변 대우빌딩웨딩홀에서 공광규 시인과 함께하는 ‘온글 송년문학의 밤’ 행사와 함께 열린다.
박대헌 완주 삼례문화예술촌내 책박물관 관장이 저술한 ‘한국 북디자인 100년’이 한국출판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 주최하는 2013년 한국출판 우수 학술상에 선정되었다.박대헌 관장의 ‘한국 북디자인 100년’은 우리나라에 서양 활판인쇄술이 도입된 1883년부터 1983년까지 100년간 인쇄·출판된 단행본들의 표지 디자인이 변천하는 과정을 실제 도서를 연구 자료로 활용해 북 디자이너의 작품을 미술사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출판 역사를 재조명한 도서이다. 이 책은 기존에 시도되지 못했던 한국 북 디자인 및 북 디자이너, 한국출판의 역사를 인문학적인 분야를 넘어 문화·예술·사회·경제 전반에 통섭적인 주제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연구 성과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박대헌 관장의 저서에 소개된 도서들은 완주 책박물관의 특별 기획전시 ‘한국 북 디자인 100년-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공개되어 책의 아름다움과 함께 한국 북 디자인의 100년의 역사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도록 삼례문화예술촌 책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회는 내년 4월 6일까지 이어진다.한편 박대헌 관장은 오는 20일 오후 7시 완주 책박물관 제4회 고서대학에서 문화 창조와 혁신의 가능성에 대한 방안을 고서를 통해 살펴보는 ‘고서의 수집과 활용’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해금 협주곡의 화려한 변신⋯전주해금연주단 제18회 ‘奚琴 愛Ⅳ’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윤일호 ‘거의 다 왔어!’
전북문학관, ‘문화가 있는 날’로 따뜻한 감동 전해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총 1927편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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