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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박병순 선생 생가복원 본격화

진안 부귀출신 시조시인 구름재 박병순(朴炳淳, 1917~2008) 선생의 생가복원을 위한 관련 기념사업추진위가 발족돼 시인의 생가복원이 본격화된다. 지난 2011년 기념사업추진위 발족과 함께 고인의 발자취를 되짚는 자리가 마련된 이후 별 진전이 없다가 최근 생가복원추진위원회가 다시 꾸려졌다.생가 복원 논의는 지난 1일 시인의 생가터가 있는 진안 삼보가든에서 이뤄졌다. 여기에는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과 이동희 시인(전 전북문인협회장). 유희상 시조시인(전라시조문학회장), 허소라 시인(석정문학관장), 윤석정 진안초 총동문회장, 손석기 진안문화원 부원장, 최규영 전 진안문회원장, 김재환 진안문인협회장, 이명진 부귀면장, 박영우 경기대 교수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참석자들은 이날 예산이 많이 드는 기념관 건립에 앞서 생가를 복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구름재 선생의 생가복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생가복원을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추진위원회는 고문 10명, 공동추진위원장 5명, 부위원장 5명, 공동 집행위원장 5명과 부위원장 5명, 사무국장 1명, 위원 20명 등으로 구성키로 했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27일 오후 3시부터 각계 전문가와 지역 관계자, 문인협회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세미나는 국어문학회진안예총전북도 시조문학회전국문인협회진안문화원 등의 후원을 받아 생가복원건립추진위원회가 주최주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추진위는 또 웅치전적지와 구름재 생가의 연계 필요성도 제기했다.김남곤 시인은 "추진위 구성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생가복원을 위한 중지를 모을 때"라며 "생가 복원과 함께 시비건립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5년 전 향년 91세로 작고한 구름재 선생은 1938년 동광신문에 시 '생명이 끊기기 전에'를 발표하며 등단한 후 '낙수첩', '구름 따라 바람 따라' 등 열두 권의 시조집을 냈다. 1991년부터 2년간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시인은 노산문학상, 황산문학상, 표현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이재문
  • 2013.07.09 23:02

【39. 소재호(蘇在鎬)】화합과 상생의 원융미학

거친 바람 만나도 사람은 돌 수 없지만팔팔한 심장 밖으로 내걸며무엇인들 돌리려는 마음이바람개비가 된다이러 첩첩 저리 첩첩 이뤄낸 생애바람을 속속 맞아들여야스스로 바람의 생명이 된다각이 선 눈빛 거두고모난 형상을 버리면 둥근 원 하나 된다세차게 돌면더욱 희미해지는 무상구심점도 삭고 다만 한 개비 원형질 생물그리하여 존재와 본질이 뒤범벅이 된다 - '바람개비' 중에서이 시에서의 '바람'은 본질 혹은 순수와 맞선 세속적 시련과 역경의 이미지로 드러나 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역경(逆境)의 바람과 맞서지 않고 그들과 '함께' '바람개비'가 되어 '도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의 길을 택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역경(逆境)을 순경(順境)으로, 분리와 대결을 소통과 통합으로 바꾸어 그것을 다시 '생명의 바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화합과 상생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모든 바람을 속속 맞아들여', 함께 돌다보면 '구심점도 삭아' 비로소 하나의 '둥근 원'이 된다는 원융무애(圓融無碍)의 세계, 그는 이처럼 역경(逆境)의 바람을 소위 '바람개비의 철학'으로 '함께 돌아' 본질과 현상이 뒤범벅이 된 세상을 둥글게 살아가고 있다.산에 온갖 철새들 살았습니다 언젠가 먼 나라로 날아갈 새들이었습니다 새들은 날마다 나무 키워 산의 얼굴 만들기 위해 강에 나가 물기를 묻혀 왔습니다 깃털로 묻혀 온 물방울 안개 되고 산마루 감싸는 하얀 구름 되었습니다새가 푸른 하늘에 긋는 포물선 따라그 굽이로 산은 높아 갔습니다.게절이 자주 바뀌고 분주히 새들이 오간 뒤산은 하늘 높이 목을 내밀었습니다.그 때야 먼 강을 보게 되었습니다산과 강이 눈빛 맞추어 무지개도 세웠습니다사실은 산 빛이 무지개빛으로 된 것입니다 - '무지개' 중에서산, 새, 나무, 강, 그리고 물이 하나가 되어 숲을 만들고, 그 숲에 안개와 새가 깃들고, 또 산마루에 구름이 걸쳐 있는 무릉도원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키우고 감싸 천지만물이 조응하는 상생과 화합의 세계, 시인은 이처럼 세상이 하나의 아름다운 일원상(一圓相)이 될 수 있음을 산과 강 위에 무지개를 띄워 자연친화적 낙원을 그리고 있다. 배롱나무는조상의 원죄(原罪)까지바들바들 떨었다 - '어둠을 감아 내리는 우레' 전문남다른 직관력으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다. 배롱나무는 '간지럼 나무'라고도 하여 향교나 사당 혹은 조상의 묘소 앞에 심어져 그곳을 수호신처럼 지키며 발가벗은 몸으로 서있는 나무다. 그 모습이 마치 '원죄'를 안고 서있는 모습으로 보였나 보다. 사물에 대한 인식의 깊이도 있으려니와 그 표현 또한 감각적이다. 이처럼 인식의 깊이와 그것을 다시 회화적 감각으로 이미지화하는 절창은 '꿩도 붉은 울음 띄워/산이 뒤뚱뒤뚱 내려온다.', '산새는 물로 들고/물고기는 허공에 뜨고/독경(讀經)이 익어서/밤낮없이 풍경소리'와 같이 정령적 신비와 생동감으로 그의 시는 지정합일의 새로운 서정미학을 낳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7.03 23:02

【38. 최영(崔瑛) 편】군산의 근대사 그린 '군산의 시인'

순창군 책여산 매봉재에서 출생한 최영(1945~2011) 시인은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3년부터 군산 시청 근무하여 2005년 정년퇴임하였다. 1984년 '시문학'에서 '개구리', '희화', '참새' 등으로 등단하여 군산 문인협회장, 군산 문학상 운영위원장, 전북문학상, 군산 시민의장 문화장을 수상하였다. 그의 시세계는 현실 비판의식을 내포한 선명한 사물 이미지와 체험을 바탕으로 한 풍자와 풍속을 그리되, 특히 도시화 되어 가는 농촌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정감을 매운 눈으로 묘파하여 독자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경장동 주택가는 개구리들의 텃밭을 나누어 가졌다.무논에서만 살아야 할 그들이도자에 깔려 죽고농토마저 모두 빼앗겼다. 살아 있는 목숨들은 흩어져건폐율의 그늘에 숨어정원수 이파리 이슬로 연명한다. - '개구리'전문, 1984그는 땅이 없어지자하늘로 산다.하늘이 빌딩으로안테나로 갈라지자나머지로 산다.잃어버린 숲이그리워서남의 집 정원수에전세를 들어둥지를 틀고눈치로 연명한다. - '참새' 일부, 1984'개구리'와 '참새'는 단순한 생물로서의 개구리나 참새가 아니라, 기계문명, 도시 개발에 밀리고 깔려 죽어가고 위축되는 생명의 존엄과 삶의 터전을 잃어 날로 핍박해 가는 도시 근교의 농촌 현실과 소시민들에 대한 고발이요 상징이다. 자본논리에 의한 도시 개발과 그로인한 수난사가 그대로 그려지고 있다. '개구리의 삶의 터전이 지상(무논)이라면, 새들의 삶의 터전은 하늘이다. 그런데 그 하늘마저도 빌딩과 안테나로 갈라져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제한되고 있다. 그래서, 참새는 간신히 남의 집 정원수에 전세를 들어 둥지를 틀고 눈치로 연명한다. -도시 소시민들의 생활을 그대로 연상케 한다.'(문덕수, '개구리' 서문에서) 이처럼 자연은 날로 문명의 가차 없는 침범을 받고 있다는 고발이다. 산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 왔습니다고단함을 훌훌 털기 위하여목욕을 하고 산을 다시 쳐다봅니다어느새 어둠이 내렸습니다정복이 아니라 오르고 왔음을 알았습니다정상은 한 여정의 반환점이었습니다긴 산행은 찰라였습니다산행은 허무만 남는다는 것을내려와서 압니다정상을 봅니다달이 웃고 있었습니다. - '정상' 전문, 2009년삶의 '정상'이라는 것도 기실은 한 여정의 반환점이었음을, 그리고 그 긴 산행 또한 찰나였고, 그것 또한 '허무'의 한 과정이었음을 내려와서야 알게 됩니다. 정상에는 여전히 '달(月)이 웃고 있다'는 퍽이나 절망적이고 시니칼한 허무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어 이후 그의 예기치 않은 죽음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6.26 23:02

송준호 우석대 교수 '나를 바꾸는 글쓰기' 출간

비행기가 추락하면 사고조사팀은 블랙박스부터 찾는다. 고도, 엔진 상태, 교신 등 사고 당시의 정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송준호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52)는 '이제 당신도 시작하라 - 나를 바꾸는 글쓰기'(살림)를 통해 글쓰기에 관한 블랙박스 봉인을 뜯어냈다. 왜 써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한 지침이다. 이 책에 걸고 있는 기대는, 단지 글쓰기에 관한 친절한 안내서라서가 아니다. 천편일률적인 글쓰기 안내서가 흥미는 커녕 답답함만 늘게 하는 시점에 닥치고 글쓰기에 관한 돌파구를 제시했다는 대목이 크다. 사례로 제시한 생활 속 체험은 '재미'를 넘어서 문예창작학과 교수로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해오며 글쓰기의 '의미'를 포기하지 않는 질문이자 해답이다. 전북일보에 연재 중인 '글쓰기, 당신도 시작하라'의 연장선.일단 '왜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안 쓰고 못 쓰면 결국 나만 손해'라고 일갈한다.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가며 밤을 새워 쓴 시 한편이 짝사랑하던 애인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해볼만 하지 않겠느냐는 것. 써낸 글 하나만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의 깊이와 넓이와 지식의 양까지 모두 평가한다는 게 말은 안되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하도 쌔고 쌔서 "사람 나고 글 난 게 아니고, 글 나고 사람 났다"는 이야기에 그도 설득당한 모양. 그렇다면 무엇을 써야 할까. 복효근 시인의 시'목련꽃 브라자'를 인용한 저자는 마당 빨랫줄에 걸린 딸 아이의 브라자를 발견하고 그 아이의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를 떠올린다. '하냥 눈부신' 한 편의 시가 그렇게 태어났듯 자신과 가까운 체험이 글감이 된다는 깨달음을 넌지시 전한다. 그것이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 온 담배이든, 죽이 잘 맞는 이들과 어울려 차수와 주종을 바꿔가며 부어라 마셔라 하는 일이어도 상관없다." 나를 외롭게 혹은 우울하게 혹은 괴롭게 하는 것들에 관해 먼저 글쓰기부터 하라는 것. 그 과정에서 나다운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덧붙였다. 이제 맛깔스런 글쓰기 비법만 남았다. 대체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평소 음정·박자 무시하고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괴짜를 좋아하는 저자지만 글쓰기에서는 이것이 대단한 민폐가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주술 관계를 올바르게 하되 우리말 고유의 미감을 살린 문장을 쓰고 단어와 구절을 짧게 연결시켜야 문맥이 제대로 전달된다는 것. 단, 관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요구되기에 '눈에 보이는 건 무엇이든 의인해서 그것들과 어깨동무도 하고, 볼을 꼬집기도 하고, 포옹도 할 것'을 강조했다. 평소 술자리에서 한마디 툭 던져 좌중을 즐겁게 만들곤 하다가 때론 경망스럽다고 마누라한테 지청구를 들었을 것만 같기도 하고, 요리를 즐겨해 지난밤 술을 몽땅 마시고 곧잘 아침에 속풀이용 라면을 끓여 먹을 것 같은 저자가 아닌 척 사례로 곧잘 등장해 이 책은 책장 넘기기 바쁠 정도로 재밌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와 같다. 마라톤의 즐거움에 중독되듯 글쓰기가 왜 스스로를 키우고 바꿔가는 가장 좋은 방법인가를 성찰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마치 그림처럼 세밀화와 확대도로 한꾸러미 채 담겼다. 1993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저자는 우석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설 창작과 글쓰기 지도법을 강의 중이다. 소설'비너스의 칼'과 저서 '좋은 문장 나쁜 문장','문장부터 바로쓰자','송준호의 문장 따라잡기'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6.25 23:02

조상진 전 전북일보 논설위원 '새만금 愛 빠지다' 출간

새만금이 언제부터 전북의 미래가 됐을까. 그 역사는 착공 19년 만에 개통된 새만금 방조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태우 前 대통령이 약속한 새만금 방조제는 1991년 착공 돼 환경 오염 논란으로 4년7개월 동안 법정 공방을 거듭하며 공사 중단·재개를 반복하다가 2010년 4월 완공됐다. 지난 25년 간 대선 후보들은 새만금 방조제 완공을 단골 공약으로 제시하며 전북의 표심 잡기로 활용해왔고 그 결과 거의 '신앙'에 가까운 개발 도그마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곳으로 포장돼 왔다. 조상진 前 전북일보 논설위원(58)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새만금의, 새만금을 위한, 새만금에 의한 인문학적 성찰을 요구했다. "새만금을 값지게 채우기 위해 추진 주체의 의지와 예산,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그 지혜는 문화적 상상력의 소산이며, 폭넓은 인문학적 안목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봤다. 방일영 문화재단의 저술 지원으로 출간된'새만금 愛 빠지다'(미래엔)는 경제의 논리가 아닌, 인문학적 자양분을 북돋우기 위해 역사·철학·문학·민속 등 여섯 갈래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책이다. 먼저 새만금에 관한 역사.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새만금은 금강과 만경강·동진강 물이 만나 서해로 몸을 푸는 곳'이다. 예로부터 새만금은 고대 한·중·일을 연결하는 바닷길 허브이자 동아시아 둘러싼 최초 국제전인 백강전투와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진포대첩이 일어난 곳이었으며, 임진왜란으로 백의종군(白衣從軍) 한 이순신 장군을 위로해준 선유도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백강전투는 왜군에게 패배한 백제 유민들이 텐지천황의 지원으로 왜국(倭國)에서 일본(日本·해가 뜨는 곳에 가까이 위치한 나라)으로 바뀌었다는 큰 사건"이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는 게 책을 쓰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이다. 책은 새만금의 철학, 문학, 설화·민요·민속도 다뤘다. 사회 모순을 비판한 문신이자 소설가로서 조선시대 최고 이단아를 자처한 허균(1569~1618)에게 전북은 조선 왕조의 성리학적 봉건질서에 항거하는 개혁 세력의 요람. 허균은 파직 기간 대부분을 전북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문학과 사상이 담긴 역작 '성소부부고'와 조선시대 최고 음식 품평서'도문대작', 한글소설의 효시로 평가받는 '홍길동전' 등을 남겼고, 부안의 명기(名妓)인 매창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새만금의 젖줄인 금강·만경강·동진강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보노라면 최근엔 문학이 새만금에 대한 상상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일제 강점기 민족의 자화상으로 평가받는 채만식의 '탁류', 민중들의 가슴을 대변하는 신동엽 시인의 '금강'은 물론 이리역 폭발 사고를 자전소설로 옮긴 박범신의 '더러운 책상', 김제 청하면과 군산 대야면의 다리를 소재로 다룬 윤흥길의 단편 소설'기억 속의 들꽃'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다방면에서 새만금을 통찰한 저자는 "새만금은 무궁무진한 보고"라고 정의하면서 새만금에 관한 상상력을 전세계적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중국의 군사적 접점 지역으로 평가받는 새만금에 미국·중국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유례없는 평화지대로 만들자고도 했고, 새만금의 농업용지를 활용해 식량문제를 해결하자고도 했으며, 새만금 개발을 통해 영·호남의 오랜 갈등을 종식시키자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만금에 관한 창조적 발상은 이제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순창 출신으로 30년간 전북일보 로 활동했던 저자는 1998년 새만금 일대 포구와 섬을 1년 동안 취재하면서 같은 해 한국언론재단 저술 지원으로 '서해연안'(신아출판사)을, 2003년 만경강·동진강을 탐사하며 '새만금의 탯줄 - 만경강·동진강' 등을 펴낸 바 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6.24 23:02

【37. 김용택 (金龍澤) 편】'섬진강 지키며 살아온 '섬진강 시인'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쌀밥같은 토끼풀들숯불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어둠을 끌어다 죽이며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 메이면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섬진강 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지리산이 어둔 강물에 얼굴을 씻고일어서서 껄껄 웃으며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 김용택, '섬진강1', 전문'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대표작이다. 그는 언젠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 문학은 그 강가 거기에서 태어났고, 거기서 자랐고, 거기 그 강에 있을 것이다. 섬진강은 나의 전부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운 김용택 시인은 1982년 '창작과 비평'에서 '섬진강' 외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고향과 고향의 자연을 꿋꿋하게 지키며 살아온 전라도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이 시에서도 지리산과 무등산을 배경으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그 주변인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저항성을 장중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고장 민중의 정서를 반복적 내재율과 고밀도의 직유 그리고 역동적 의활법(擬活法)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도도한 강물의 흐름과 같은 리듬으로 읊고 있다.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가만히 있는 곳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논과 밭과 함께가난하게 삽니다. - 김용택, '섬진강15' 일부살아오면서 나는 내 이웃들의 농사에 내 손이 희어서 부끄러웠고뙤약볕 아래 그을린 농사군들의억울한 일생이보리꺼시락처럼 목에 걸려때로 못밥이 넘어가지 않아 못 드는 술잔을 들곤 했다.-김용택, '길에서' 일부투박하고 정감어린 전라도 방언으로 고향 마을과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주고 있다. 이재기 시인도 "툭 터놓고 말하는 그의 시는 맑고 정직하다. 그럼으로써 그는 '아직도 두 눈 시퍼렇게 부릅뜨고/ 땅을 파는/ 농군'('마당은 비뚤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의 편에 섰다. 살 아프고 맘 아픈 그들의 편에 서서 환장할 것 같은, 기가 차고 어안이 벙벙한 농촌의 현실을 다 발언했다. 그의 시에서는 포슬포슬한 흙냄새가 난다. 그의 시를 통해 은어 떼가 헤엄치는 푸른 강과 넓디넓은 평야를 본다. 가슴이 넓어지고 따뜻하다."고 평한 바 있다.가난하지만, 가난한 논과 밭을 떠나지 못하고 자연에 순종하고 세상에 순종하며 고향을 지키고 있는 순박한 사람들. 그들은 그에게 언제나 시적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영혼의 샘이요 시적 뮤즈(Muse)였다. 그러기에 그의 시들은 온 몸을 다해 고향에 바치는 그의 헌사(獻辭)요 증언이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6.19 23:02

【36. 이세일(李世一) 편】아웃사이더로 맴돌던 풀벌레 시인

태초에 인간은 신(神)을 거역했다. 그러나 현대의 인간은 인간 자신을 저버렸다. 우리는 지금 신도 인간도 없는 광야에 서서, 절망과 고독과 소리 없는 통곡으로 끝없는 어둠을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21세기의 문학은 인간을 찾아 떠나야 한다. 내 시의 주제는 그 길 위에서 출발하고, 그 길 위에서 잠 들 것이다. 여기에 발표되는 '인간의 몰락' 1,2,3과 '춘몽', '허무', '피의 실종' 등은 우리들의 비극을 상징화한 것이다. -이세일의 시작 메모에서, '전주문학' 11집, 2000년 이세일 시인(전주·1941~2001)의 인생관이 잘 드러나 있다. '우리는 지금 신(神)도 인간도 없는 광야에 서' 있다는 인식. 그래서 그는 '절망'과 '고독'과 '소리 없는 통곡'으로 어둠 속을 방황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안주할 집을 갖지 못하고 끝내 오랜 세월을 홀로 떠돌며 '인간다운 인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바람과 구름이 춤추는 거리 고뇌와 아픔이 없는 환자들- '인간의 몰락.2'에서, 2000년 당신들은 언제부턴가 절망에다 아름다운 색칠을 하고 圓을 돌면서 끝을 찾고 있었지 - '인간의 몰락.3'에서, 2000년 금시 사라지고 말, 찰나적이고 일시적인 존재들( 바람, 구름) 앞에서, 그것들이 우리네 삶의 전부인양 거기에 우리네 한 생이 매달려 '원(圓)을 맴돌고 있다'는 인식이다. 마치 끊임없이 바윗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포스의 형벌처럼, 그것은 부조리한 인간 존재에 대한 비극적 인식? 아니 절망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대들은 새처럼 나무 위에서 꿈을 꾸고 길이 없어도 초연히 떠나본 적 있는가.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묘지 뒤에서 소풍을 즐기며 가는 것이다. -「春夢」에서,2000년 10월 천상병의 '귀천'처럼, 무욕적인 삶의 모습이다. 그는 이승, 곧 우리네 한 생(生)이 '아름다운 묘지 뒤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명명하면서, 또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나뭇가지 위에서 꿈을 꾸는 새에 비유하고 있다. 새는 얼마나 자유스런가? 오란 데는 없어도 갈 데가 많은 것이 새의 삶이다. 하지만 그런 자유 속에서 그는 길을 잃는다. '새들은 길이 없어도 날아가지만/ 사람은 길이 있어도 길을 잃는다.('인간의 몰락1')' 가 그것이다.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외로움이요, 길을 찾아 헤매던 아웃사이더의 고독에 다름 아니었다. 그는 심장 마비 때문에 세상을 뜬 게 아니라 어찌 보면 외로움의 갈증이 그를 이승에서 밀어내고 말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바다 한 복판에서/ 갈증으로 죽는 날이 올 것이다.'('슬픈 예언') 번히 보고도 먹을 수 없는 바닷물처럼 사람과 사람들 속에서도 사람을 만나지 못해 세상과의 단절에서 오는 절대 고독의 밀실에 갇혀 그는 우리 몰래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가 한 때 몸담고 있던 이승을 '서러운 땅' 이라 규정하고 그 땅을 '오래 걸었네. / 저승이 보일만큼 걸어 왔네.'하지만 그의 삶은 끝내 '흙이 없어진 세상 허공만 남아/ 머나 먼 길 /허공을 걸어 왔네('떠도는 자의 엽서')'처럼 그의 삶이 '빈 허공'에서 뿌리 뽑힌 유랑자의 삶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물질주의라고 하는 문명의 혼류 속에서 도구적 존재로 파편화된 인간의 비극적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인간 상실과 진실의 부재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회복하려는 고독한 함성' 그리하여 그는 '아무도 들은 적 없었던 / 풀벌레 노래를 사랑하다가' 아웃사이더로 우리 곁을 맴돌다 떠난 풀벌레 시인이었다. 2003년 10월 지인들에 의해 유고 시집 '훗날 누가 찾거든'이 발간되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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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12 23:02

사진으로 만나는 전주 시장 변천사

조선시대 전주는 평양, 대구와 함께 조선의 3대 시장으로 꼽힐 만큼 물산의 집결지이자 유통의 중심지였다. 4대문밖에 모두 시장이 들어서 남문밖장, 서문밖장, 동문밖장, 북문밖장 등 4개의 시장이 있었고 이를 기록한 사진을 통해 당시 시장의 규모와 문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개관 11주년을 맞아 기획한'전주 시장 사진 특별전'과 열다섯 번째 '전주학 학술대회'를 통해서다. 11일 개막하는 '조선의 3대 시장, 전주장全州場'을 주제로 건 사진전에서는 조선 말부터 근현대까지의 옛 시장과 상가의 모습을 한데 모은 사진이 나온다.이번 전시는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60여점의 사진이 선보인다. 1부는 조선말~일제시대의 시장모습으로, 1900~1940년대의 남부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주시장과 상점 사진 등의 사진 20여점이 전시된다. 2부는 광복이후~현대의 시장모습으로, 1950~1980년대의 남부시장 근대화사업 전후사진, 천변의 노점상 사진, 서부시장·동부시장 사진, 상점사진 등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주도심 대정통(大正通), 즉 전주우체국에서 다가동파출소에 이르는 거리를 중심으로 찍힌 구한말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돼 의미를 더한다. 사진전과 함께 열리는 '전주의 시장과 경제'를 주제로 한'제15회 전주학 학술대회'는 그간 전주학이 역사문화에 치중됐던 것에 반해 전주의 시장경제를 통해 지역정체성을 찾는 새로운 시도다. 4개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진행된다. 김대길 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실장은 '조선시대 전주의 시장과 유통망'에 대해 발표한다. 김 실장은 조선 성종 원년(1470) 장시가 전라도 무안과 나주 등에서 처음 개설됐으며 이 때 전라감영의 소재지로 물산의 집결지인 전주에도 장시가 열렸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양미경 한국학중앙연구원박사는 '일제강점기 전주의 시장과 상권'을 주제로, 일제강점기 도로망과 철도, 정미소 위치 등을 통해 유통구조가 객주 위주에서 개항장 위주로 변모된 과정을 보여준다. 구혜경 전북대강사는 '광복 후 전주의 시장과 상인'이라는 주제로, 남문시장의 변천사를 조망한다. 마무리 발제자로 나서는 소순열 전북대교수는 근대 전주의 경제구조와 변화 모습을 제시한다. 주제발표에 이어 원용찬 전북대교수, 홍성덕 전주대교수, 함한희 전북대교수, 김민영 군산대교수가 토론을 이어간다. 이동희 관장은 "개관 11주년을 맞아 그 동안의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 보는 자리로 사진전과 함께 열리는 학술대회를 통해 전주의 시장의 역사를 두루 조망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6.10 23:02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중·일 경제 삼국지' 출간

한국중국일본은 세계 최대 제조업 생산기지다. 철강선박디스플레이반도체D램 등 생산은 3개국에서 생산하는 양이 전 세계 총생산량 55~90%를 차지한다. 우려되는 현실은 삼국의 주력 산업인 철강조선자동차정보통신(IT) 등이 서로 겹친다는 데 있다.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56)이 발간한 '한중일 경제 삼국지-누가 이길까'(나남)는 바짝 추격해오는 중국과 부활을 노리는 일본 사이에서 끼인 한국경제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한중일 제조업 신삼국지' 구도에서 가장 불리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봤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 1990년대 IMF 구제금융, 2000년대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견디며 압축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삼성 등 일부 대기업만 완성품 분야 경쟁력을 지켜 중소중견기업 경쟁력은 취약한 데다 전 분야에서 총요소 생산성 성장이 전제되지 않고 있다. 중국도 안심하긴 이르다. 질적 성장까지 달성하지 못했으나 TV비메모리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업종 생산량이 이미 한국을 넘어선 상황. 일본은 '엔저 카드'를 꺼낼 만큼 경제 침체가 진행 중이나 부품소재 기술력은 여전히 최강이어서 간과할 수 없는 상대다. 건곤일척의 상황에서 저자가 제시한 해법은 제조업에 기반한 수출에 주력해 고용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는 것. 세부 전략으로 세계적 수준의 중소중견 기업 3000개 마련, 부품소재장비산업의 육성, 중국의 '제2 내수시장화'도 제시됐다. 그는 30년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직생활을 했으며, 2011년부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직해왔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6.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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