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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안도현(安度眩) 편】민중에 대한 남다른 연민

우리가 눈발이라면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진눈깨비는 되지 말자.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사람이 사는 마을가장 낮은 곳으로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우리가 눈발이라면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편지가 되고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새살이 되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전문, 1991 안도현 시인은 어느 고등학교 도서반 학생들과의 대담에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시는 단정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세상이 차가울수록 시는 따뜻한 편에 서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니 시인은 '바람 불고 춥고 어둡고 낮은 곳'으로 내려와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진눈깨비'가 되지 말고, 어려운 사람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함박눈'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술회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 참여적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더 이상 세상 밖에서 '바라보는 문학', '관망하는 문학'을 청산하고, 세상 가까이로 내려가 그들과 함께 화광동진(和光同塵)하는 입전수수(立廛垂手)의 자세를 보인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연 탄 한 장')이라는 휴머니즘의 바탕 위에서 외진 벌판의 들풀처럼 나직하게 그러나 강한 야성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 약하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남다른 연민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전문, 1994구원의 길은 그리 멀고 거룩한 구두선(口頭禪)이 아니라 , 이렇게 가까이 아니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서 기꺼이 자신을 바치는 뜨거운 행동이요 실천임을 깨우쳐 주고 있다. 이기적 (利己的) 개인주의와 방관으로 일관된 우리의 미온(微溫)한 지성에 일침을 가한 그의 경구적 아포리즘은 아래의 시에서도 여전히 이어져 있다.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겨울강가에서', 전문, 1997눈발들이 강물에 닿아 사그러지기 전에 그것들을 구해내려고 제 몸을 던져 가장자리부터 얼어가기 시작했다는 강의 마음, 곧 살신성인의 자세. 이게 자비요, 측은지심이요 뜨거운 인간애가 아니겠는가? "살다보면 삶이 부조리하고 비루해 환멸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럴 때도 pen을 잡는가? 버릇이 되면 그렇게 된다. 시가 기쁨의 입구는 물론 환멸의 출구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울 때도 있다. 그럴 때 시를 쓰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다시 한 번 생각이 정리되면 내게 시는 일종의 마음 수련 같은 것이기도 하다." 고 말했던, 그의 시작노트를 요즘에 들어 다시 한 번 살펴본다./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6.05 23:02

전북대박물관에 작품 기증·기탁 잇따라

전북대박물관(관장 이태영)에 기증·기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故 승동표 화백의 유족들이 작품 149점을 기탁한데 이어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양병호 교수가 30일 소장해 오던 서예 작품을 박물관에 흔쾌히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양 교수가 기증한 작품은 중국 송나라 문인이자 정치가였던 소동파(蘇東坡)가 지은 산문 중 '이시산방장서기(李氏山房藏書記)'라는 작품으로 질재(質齋) 김형교(金泂嶠)가 쓴 글이다.기품 있고 유려한 행서로 쓰여진 6폭 병풍용 서예작품으로 '진귀한 물건이나 쓰임새 있는 물건보다는, 사람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고 써도 없어지지 않으며 지혜와 분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 책'임을 예찬하고 있다.박물관은 독서를 장려하는 작은 전시회를 열어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태영 전북대 박물관장은 "유물의 기증문화 확산은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아름답고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며 "이번 작품 기증에 적극 나서 주신 양병호 교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기증 작품 전시 등을 통해 기증 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문화 유산 보존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31 23:02

한국의 장점 살려 10억 부자되자

대기업 중역을 지낸 태기홍씨가 우리의 장점을 살릴 경우 10억의 부자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강조한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생활지침서를 냈다. '철학하는 삶에의 권유'(연비어천). 저자는 두산중공업 공채로 입사해 외환수출입국제금융M&A리스크관리 업무를 맡으며 많은 국제적인 회사들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오해했던 우리의 장점을 새롭게 인식하고, 외국의 약점들을 파악했다. "그동안 우리의 약점이었던 국토의 협소와 인구의 적음이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적은 인프라 투자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물류비용의 절약 등은 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에서 다른 큰 나라에 앞서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반면 일본은 지진과 태풍이 많아 건설비나 생산비가 많이 들어 산업의 경쟁력을 급속히 잃고 있고, 중국은 서로 믿지 못하는 국민성에다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와의 경쟁에 문제가 많으며, 미국은 지도층의 배타적인 기독교성향으로 아랍권의 테러위협 등에 노출돼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았다.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국제사회에 진출하면서 우리의 기반인 우리민족의 특질이 무엇이고, 인접 이해 강국들과 비교한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의 강점이 무엇인지 정확한 이해를 통한 분명한 철학과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북대 경영학과 출신의 태씨는 현재 (주)세기종합환경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5.31 23:02

【34. 이복웅(李福雄)편】'바다'에서 피어오른 재생의 미학

군산 출생으로 청주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군산대학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1980년 월간 '시문학'에 '삐걱거리는 바다'외 2편이 천료되어 등단했다.시집 '삐걱거리는 바다'(1987년)와 '흔들리는 새'(1996년)가 있으며, 그의 작품은 생동감 있는 언어로 문명에 내몰린 인간성 상실과 자연 파괴의 아픔을 모더니즘 기법에 담아내는 휴머니즘 지향의 시라 하겠다. 현재는 군산문화원장과 전북문화원 연합회장을 겸하면서 지역 문화 발전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바람은 밤새 새 순으로 돋아나의 동정(童貞)을 이식(移植)하고무거운 신발만 남아귀가하는골목길에서체온을 빗질한다.- '바람의 고향'에서초기 작품은 이처럼 참신하고 산뜻한 이미지즘을 지향하고 있었다. '바람'이 밤새 '새순'으로 돋아난다는 발상이며, 무거운 신발로 귀가하는 골목길', '체온을 빗질' 하는 등, 그의 시는 '날카로운 감촉으로 내면적 심연을 표백하고 있다'(이기반)바다는 어디쯤 내리고 있을까죄처럼 흩날리는 어둠과 어둠을 거두어 가는 넓은 모래밭에서사람과 사람 사이를 떠올라무당처럼 목이 쉬어 버린바람을 안고 사는 금이 간 바다헝클어진 멀미를 앓고밤을 흔들고 있다. - '바다의 시간' 전문, 1987년시의 배경이 어둠이 '죄처럼 흩날리는 - 넓은 모래밭'과 '무당처럼 목이 쉬어버린 - 금이 간 바다'로 그의 '밤'은 이처럼 '흩날리고','목이 쉬고', '헝클어지고' '금이 간'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자아와 세계가 일치하지 못한 불편한 심기(心氣) 속에 놓여 있다. 삐걱거리는 바다가의족(義足)을 하고 있다.남양군도로 징용 갔다돌아온 전쟁의 傷痕을고향 선산에 묻어 둔 것이발 하나 없는 바다로태어나서 버리고 온 제 발을 의족으로 착각하고구멍난 창으로쏟아져 들어오는때묻은 역사를한 발로 버티고막아 서서재갈 물린 사람들을 비웃고 있다.금이 간 세상을 비웃고 있다.- '삐걱거리는 바다' 전문, 1987년'삐걱거리는 바다'와, '금이 간 세상'이라는 수미쌍관적 병치는, 한국 현대사 탄생 과정의 기형(畸形)적 도습(蹈襲)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파행적 불구성과 독재정권으로 얼룩지고 오염된 지난 군사정권 시절의 온당치 못한 시대상에 대한 고발이다. 비웃음과 비아냥은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저항수단의 하나이다. 시인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현실적 폭력과 만나게 될 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법 중의 하나가 비아냥이다.흔들리는 것은흔들리는 대로딩구는 것은딩구는 대로이끼처럼 시달리는 세상에서파도를 깁고 있다. - '부침'에서, 2000년흔들리고, '시달리는' 세상에서도 그것들과 부화뇌동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애써 '깁고' 있는 지사다운 시인의 풍모가 엿보인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5.29 23:02

박물관·미술관 공동전시 추진

도내 박물관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을 활용한 대규모 공동 전시회가 추진된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미술관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통해 각자 보유하고 있는 유물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전시회 추진 계획은 지난 24일 부안 모항해나루가족호텔에서 열린 (사)전라북도박물관미술관협의회(회장 이동희) 워크숍에 참석했던 도내 박물관미술관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교류협력안을 마련하자"며 의견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전북도립미술관 이흥재 관장은 이날 전북박물관미술관협의회 소속 35개 박물관미술관(박물관 28개, 미술관 7개)의 소장품들을 활용해 공동 전시회를 열 경우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자료들을 제공하고, 지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북대박물관 이태영 관장, 전주역사박물관 이동희 관장, 원광대박물관 김선기 학예연구팀장, 전주대 홍성덕 교수 등 참석자들이 만장일치로 이 관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논의됐다. '조선의 선비'를 주제로 도내 박물관미술관이 보유 중인 유물을 총 망라해 입체적인 전시로 꾸미겠다는 것. 전시는 올 10~11월께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동희 회장은 "전북지역 박물관 미술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에 더해 도내 박물관미술관이 공동으로 전시회를 열기로 해 협의회 차원의 사업들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워크숍에서 전주대 홍성덕 교수는 △작은 미술관박물관 지원사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제도화 △대학박물관의 선도적 역할 등을 발전방향으로 내놨다.전북대 이철량 교수는 '전북 미술관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미술관 설립 확대 △사립미술관 운영 지원 △미술관에 대한 인식전환 △미술관 작품 소장 양질화 등을 제시했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27 23:02

문학인·시민 함께하는 열린 문학 토론 시간

한국작가회의 전북지회(회장 복효근이하 전북작가회의)가 24일 오후 6시30분부터 전북일보사 대회의실에서 2013 제1회 월례문학토론회를 갖는다.중앙문단과 도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독자들과 직접 만나 작품을 읽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작품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이번에 대상이 된 작품은 박두규 시인의 두텁나무 숲, 그대와 복효근 시인의 따뜻한 외면 등 2권의 시집이다. 올해 초 간행된 두 권의 시집에 대한 발제는 아동문학가 김종필씨와 정동철 시인이 맡았다. 박두규 시인의 신작 시집에 대해 편지 형식으로 감상을 이야기한 정동철 시인은 선배 시인인 박 시인과의 오랜 인연을 회고함과 동시에 지난 20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박 시인이 어떻게 자신의 시어로 갈무리했는지, 꼼꼼하게 살피며 20년간의 문학 추억을 잔잔하게 정리했다. 이 글을 통해 정동철 시인은 외부의 풍경과 내면의 풍경이 서로 조응하며 잘 어울리는 광경을 시집 곳곳에 숨은 시어를 통해 밝히고 있다. 복효근 시인의 시집에 대해 발제를 맡은 김종필 작가 역시 편지글의 형식을 빌려, 복효근 시인의 시어들이 그려내는 풍경 속에서 지난 시간과 인연을 읽어내고 있다. 또, 이번 월례문학토론회에는 포크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노스탤지어의 백진영, 유성운씨가 월례문학토론회 사전 축하 공연을 갖는다. 문의 063)275-2266.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24 23:02

"갑을 관계 뿌리는 관존민비"

최근 불거진 대기업 본사의 대리점 횡포 문제를 놓고 '갑을(甲乙) 논쟁'이 점화됐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와 복지 논쟁을 벌였던 새누리당과 민주당 역시 '을(乙) 살리기'냐 '갑을 상생(相生)이냐'를 놓고 '갑을 프레임 전쟁'에 돌입한 것. 사실 갑을 관계는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갑의 횡포'가 왜 난무하게 된 걸까.강준만 전북대 교수(57)가 펴낸 '갑과 을의 나라'(인물과 사상사)는 한국인에게 숙명과도 같이 돼 버린 '갑을 관계'의 기원을 분석한다. 조선 시대 관존민비에 뿌리를 둔 갑을관계는 해방 이후 '전관예우',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아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전관예우 공화국', '브로커 공화국', '선물의, 선물에 의한, 선물을 위한 나라'로 탄생시켰다는 결론. '을의 반란'은 시위와 데모를 통해 표출됐다. 평화적으로 이야기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저자는 결국 시위가 언론과 권력의 주목을 받는데 몰두하면 시위의 참뜻은 죽는다고 경고하면서 더 많은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 교수는 '을의 반란'이 '증오의 이용'이 아닌 '증오의 종언'을 넘어서는 시대정신이 되길 희망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5.24 23:02

【 33. 노진선(魯珍善)】하얀 지등(紙燈)의 고향을 그리던 향토적 시인

남원시 운봉면 덕산리에서 출생, 경기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중학교 국어과 교사를 거쳐 교장으로 정년퇴직함. 1980년 '시문학'으로 등단 후 한국문인협회 회원, 1991년 5월 '두리 문학' 창설 회원(회장, 최진성, 부회장 노진선)으로 참여하여 이후 전북문학상, 풍남문학상, 백양촌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물레방아'(해동출판사, 1977년) 외 23권에 달하는 시집으로, 그의 초기시는 삶의 고뇌와 고향에 대한 애착 그리고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세계를 노래하면서 늘상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곤 하였다. 울타리도 없는 마을너는 휘동그라니 눈을 뜨고때론 지긋이 감는김씨네 며느리.검정 고무신 허리춤에 끼고가난을 곱게 다져온 맨발바닥은 차라리 하늘보다 높다.물레 잣듯이휘감기는 부뚜막 종그랭이잠시 물 묻은 손을 털고 빈지문으로 스미는초승달빛으로막내딸의 번듯한 이마를 잰다.누이야 - '누이야' 전문, 1980등단작이기도 한 이 작품 속에서도 향토적이고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향하고 있다. '울타리도 없는 마을'로 시집을 간, 그리하여 '검정고무신 허리춤에 끼고/ 가난을 곱게 다져온/ 맨발바닥'의 누이를 못 잊어, '물 묻은 손을 털고/ 빈지문턱으로 스미는/ 초승달빛'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과, 이들 곁에서 지켜보는 오라버니의 따뜻한 시선이 지난 날 정겹던 우리네 가족의 모습이다. 달빛 하얀 창가에 새어나는낭낭한 선비 글 읽는 소리 그리우면지등(紙燈)을 켜든 글방을 찾을텐데지폐로 셈하는 글줄을 이 땅에 묻을텐데- '하얀 지등'에서, 1989'하얀 지등'은 지폐로 모든 것을 셈하는 오늘의 세태, 곧 물질 위주의 배금사상으로 위축된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적 가치들이 사라져 가고 있음에 대한 아쉬움이다. '하얀 지등'은 이러한 민족 고유의 '선비 정신'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 아닌가 한다. 선비(정신)가 사라지고 지폐(물질)로 모든 것을 셈하는 세태에 대한 고발이 '하얀 지등'의 주요 정신이다. 세상만사가 모두 물거품인거야내가 살아온 게 그렇고 살고 있는 게 그렇지배우고 가르치고 아무 것도 단단한 게 없구려살고 있는 것도 모든 자체가 물거품인 거야잔잔히 흐르는 강물에 금방 생겼다가 꺼져 버리는 거졸졸졸 흐르는 물줄기 따라 금방 일어났다가 사그라지는 거모두 다 꺼져버리고 자취도 안 남는 거- '세상만사가 물거품인거야'에서, 2009그러나 최근에 와선, 급격하게 약화된 시력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다가 글마저 마음대로 읽고 쓸 수가 없게 되자, 이처럼 생의 쓸쓸함과 허무감을 토로하면서, 젊은 날의 그 의욕과 순수에의 열정이 사라지고 있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5.22 23:02

해양문학상 대상 유대준·본상 이종근씨

(주)국제해운(대표이사 윤석정)이 수여하는 '제7회 전북해양문학상'(국토해양부장관상)에 유대준 시인(대상·상금 300만원)과 이종근(본상·상금 200만원)씨가 선정됐다.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가 주관하는 전북해양문학상은 진안 출신의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가 '바다의 날'을 기념해 바다에 관한 관심을 문학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상. 올해는 전북문인협회가 '찾아드리는 문학상'(국토해양부장관상)을 신설해 김남곤 시인과 수필가 최정선씨(각각 금 열돈)를 선정했다. 전북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유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로 등단해 시집'춤만 남았다' 등을 출간했다. 전북해양문학상 대상을 안긴 수상작 '과녁'을 두고 심사를 맡은 송하선 시인은 "시의 유기체적 구조가 뛰어나고 언어의 절제미가 탁월하며 내공이 많이 쌓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이종근씨는 1994년 '문예연구'로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제1회 신화창조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장려상을 받았고, '한국의 옛집과 꽃담' 등을 펴냈다. 최근 전북일보 사장으로 퇴직한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문단에 나와 시집 '헛짚어 살다가', '푸새 한 마당' 등과 산문집 '비단도 짖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 등을 펴냈으며, 전북문인협회·전북예총 회장까지 역임했다. '월간 에세이'와 '한국시'로 등단한 최정선씨는 수필집 '지나온 시간은 모두 선하다'를 출간한 바 있다. 매년 중산시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렸던 전북해양문학상 시상식은 31일 오후 6시 전북도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5.22 23:02

얘들아~ 예쁜 손글씨 뽐내보자

컴퓨터 자판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손글씨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혼불기념사업회·최명희문학관(대표 장성수)과 전북일보가 손글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제7회 전북지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날아가는 지렁이, 고사리 손에 잡히다'를 연다.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국 최초이자 도내에서 유일한 손글씨 공모전. 6년 동안 1만7153편의 작품이 출품됐을 만큼 초등학생이라면 꼭 참가하고 싶은 공모전이 됐다. 1학년 때부터 매년 빠짐없이 작품을 낸 학생도 있고, 가작·우수상 등에 이어 대상까지 차지한 사례도 있다. 공모대상은 나만의 예쁜 손글씨, 독특한 손글씨를 선보이고 싶은 전북 지역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손글씨로 쓴 편지 혹은 일기를 방문 혹은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접수기간은 9월 13일까지. 대상 1명에게 전라북도교육감상과 20만원 상당의 상품이 수여되는 등 모두 161명의 학생과 4개의 우수학교를 선정해 시상할 예정이다. 수상작품은 10월 중순부터 2개월 동안 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전시되며, 블로그(http://blog.daum.net/2840570)에 실리게 된다.장성수 대표는 "손글씨 공모전은 어린이들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와 일기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도 많은 친구들이 참가해 우리말과 우리글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63) 284-0570.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17 23:02

"손주들 커서 이책 보면 내 마음 알겠지"

할아버지가 쓴 육아 일기는 어떤 모습일까. 전북경찰청에서 전주북부서장·익산서장 등을 역임한 신상채씨(63)가 '하빠의 육아일기(세종씨엔씨)'를 출간해 화제다. 신씨는 황방산 자락 마을에서 두 손녀 휘수(4)·유수(1), 외손자 이겸(4)과 함께 하는 소박한 일상속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이의 이름을 호적에 올리는 일에서부터 성장하는 모습까지 기록한 글에서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교육방법 등을 엿볼 수 있다. 손자양육을 통해 동심을 재발견하면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은퇴자의 삶과 아이양육이 시대의 큰 화두가 된 요즘, 바람직한 할아버지상과 진정한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아동문학평론가인 정혜원 문학박사는 "작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손녀를 돌보며 시 동심을 대면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응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머리말에서 "아이가 장성해 이 책을 보게 되면 아마 할아버지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될 것이다"며 "내가 눈을 감는 날까지 수행해야 할 과업인 '하빠의 육아일기'속에서 앞으로도 우리 아가들은 변함없는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문예사조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로 현재 경찰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정엽
  • 2013.05.17 23:02

32. 주봉구(朱奉九) 편

시는 우주를 지향한다. 그리고 우주는 언어로써 다 설명할 수 없는 신비요 비의(秘義)의 세계다. 이러한 신비와 진리를 포착하기 위해 시인들은 특수한 언어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들이 사용하는 시어(詩語)는 일상적인 의미의 언어(sign)가 아니라 존재(be) 그 자체를 지향하고 있다. 때로는 역설이나 반어(反語) 그리고 사물(thing)을 등장시켜 일상 언어로서는 다 드러낼 수 없는 언외언(言外言)의 불립문자(不立文字)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고도로 압축된 비유와 상징으로 실재(實在)세계를 넌지시 암시하기도 한다.숲은 세상으로 통한다.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밝은삶처럼 팍팍하다.숲길 또한 이와 같아막힐 때와 뚫릴 때가 있다.오르막과 내리막길입구와 출구가 불분명한숲길을 더듬어 간다.대낮인데도 어둡다.그럴 때마다 잠이 든다.때로는 고요 속에때로는 폭풍 속에우우 살아나기도 한다.있다고 있는 것이 아닌없다고 없는 것이 아닌숲은 우주로 통한다. -주봉구, '숲길을 가다' 전문시인은 하고 싶은 말(言)을 직접하지 않고, 숲을 하나 데리고 와서 말을 하게 한다. 말로써 다 말할 수 없으니 형상으로나마 그 뜻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소위 사의전신(寫意傳信), 입상진의(立象盡意)의 방식이다. 마치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대중을 모아 설법을 하던 중 '깨달음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꺾어든 연꽃처럼, 주봉구 시인도 '숲'이라는 형상으로써 그가 터득한 삶의 진의(眞意)를 전하고자 한다. 이는 무언(無言)의 숲에서 삶의 지혜나 우주의 섭리를 넌지시 배우고 깨치게 되는 일종의 무정설법(無情說法)인 셈이다.어느 날 중국 송나라 때 소동파 시인이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에서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이치를 깨쳤듯이 주봉구 시인도 '숲길'에서 인생의 길, 곧 '도(道)'의 길을 깨치고자 한다. '입구(入口)와 출구(出口)가 불분명'한 '숲의 길', 그러기에 그것은 '때때로 막히고 때로는 뚫리는' 고달픈 인생의 길이기도 하다. 그 길을 화자는 '더듬어 간다.'고 하였다. '어디로 가야 옳으냐/ 길은 네 갈래로/ 찢어지고/ 대학 병원이 눈앞에 보이는/ 생(生)은 사(死)/ 사(死)는 생(生)의 길/- / 어디로 가야 옳으냐?'('네거리에서', 1988)에서와 같이 그의 삶은 '대낮인데도 어두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잠이 든다'. '잠'은 '팍팍하고', '어두워' 지친 삶에 안식과 휴식을 준다. 침묵과 명상의 시간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폭풍 속에서/도-우우 살아난다'고 한다. 그것은 미몽(迷夢)에 시달린 화자가 어느 날 순간적으로 확철대오 (廓徹大悟 )하는 순간이요, 깨침에 의해 새로운 자아로 '거듭나는' 견성(見性)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깨침의 세계는 '있다고 있는 것이 아니고 /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닌' 비유비무(非有非無)의 경지요, '있고', '없음'을 같이 보고, '상(相)'과 '공(空)', '유(有)' 와 '무(無)'를 통시(通視)하여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中道)의 길이다. 그리하여 이제 그는 '어둡고', '막힌' 세계에서 벗어나 보다 '밝고', '뚫리고' '가벼운' 삶으로 거듭난다. 마침내 하나의 우주와 소통하는 대 광명, 대 자유의 세계가 도래한 셈이다. 아니, 재가불자(在家佛子)로서 오랫동안 수행·정진한 그가 '있다고 있는 것이 아닌 /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닌' 중도(中道)에서 만난 값진 구도(求道)의 숲길이 아니었을까 한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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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15 23:02

48년 세월… 보리밭 소년 같은 마음이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전주의 한 음식점. 전북시인협회(회장 송 희) 전·현직 집행부를 비롯해 중견 시인들이 사이좋게 4명씩 앉아 있었다. 전북시인협회가 60세 이하 발랄한 시인 35명이 마련한 김남곤 시인(75·前 전북일보 사장)의 시집'사람은 사람이다'(신아출판사) 출간을 깜짝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들어선 김 시인이 전·후 사정을 듣고는 "지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어준다고 했을 때 만류했는데, 그분들이 (이 소식) 안다고 하면 굉장히 서운해할 일"이라면서도 감격스러워했다. 송 희 회장은 "후배 시인들이 응당 축하 받아야 할 귀한 시인들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는 모임을 만들어 놓으면 계속될 것이라 믿고 시작했다. 그 첫 손님이 김남곤 시인이어서 영광"이라고 소개했다. 뒤이어 김주순 시인은 김 시인의 '목어'를 낭송했고, 김 영 시인(김제문인협회 회장)은 직접 쓴 '시로 엮어보는 김남곤 시인의 삶'을 낭독하며 시집'사람은 사람이다'의 문학적 성취를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열정의 문학'이라고 요약했다. "나이가 드니까 시도 늙는다고 합니다. 릴케가 '능금나무 열매는 쉬면서 늙는다'고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언론사에 들어갈 때나 48년 그간의 생활을 접고 나올 때나 나는 굳세고 강인한 사람은 못 됐고 보리밭 소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이제는 전북 문단계에서 거목의 연결고리가 된 시인은 그러나 "부끄럽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후배 시인들은 출세나 돈벌이보다 '인간'과 '삶'에 대한 관심을 세심하게 물었던 그의 눈높이가 "몸에 밴 겸손"이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상처주고 상처받는 것이 우리네 뾰족한 삶일 수 있으나, 어찌보면 누구나 원하는 것은 둥글고 원만한 삶. 때로는 모두를 아우르고자 하는 시인의 넉넉한 품을 마뜩찮게 바라보기도 했으나 시인은 그것마저도 다 끌어 안고 참고 또 참는 '숙맥 철학'의 화두를 던졌다. 결국 부드러움과 약함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 박철영 시인의 종배사처럼 "이유없이 피는 꽃이 없고, 까닭없이 지는 꽃이 없듯" 쉴새없이 피고 지는 삶을 위한 건배는 이날 문우들에게 뜨거운 추억을 선물했다. 후배들의 달달한 이야기에 입이 딱 붙고만 사진 속 시인은 이들이 건넨 장미꽃 바구니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5.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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