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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고 묵묵하게…"

"관광버스가 그냥 지나치더니, 무슨 맘이 들었는가 되돌아와서 탄 것 같습니다. 밥도 천천히 먹는 밥이 좋다고, 느즈막히 상을 타다 보니 축하해주는 사람도 많고 마음이 참 편안하네요. 이 기분 잘 기억하면서 담담하고 묵묵하게 쓰겠습니다."지난 26일 오후 4시30분 전주교육대 황학당에서 열린 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가 수여하는 제23회 전북문학상 시상식에서 김동수 시인(66·백제예술대 명예 교수)은 멋쩍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다른 수상자 수필가 국중하씨(77), 소설가 김상휘씨(53·전북소설가협회 회장)도 "과분한 격려를 받았다. 문학의 연료는 부끄러움인데, 이 상 덕분에 연료 창고가 가득 찼다"며 "더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올해는 전북문인협회가 심사위원회(위원장 서재균)를 따로 구성해 엄격한 심사를 거친 끝에 수상자를 선정한 것이어서 그동안 전북 문단이 놓칠 뻔한 이들을 뒤늦게나마 재조명한 의미있는 작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이운룡 전라북도문학관 관장, 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 외에도 김성주 이상직 국회의원, 최진호 전북도의회 의장,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유광찬 전주문화재단 이사장, 정군수 전북문인협회 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28 23:02

"소중한 인생의 오후…노을처럼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다"

'아픔 준 너에게 절하며 살고 있다 / 너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지도 몰라 / (중략) 아픔이어서 슬픔이어서 놀라운 지혜를 알고 / 단단하게 사는 법 배웠으니 아픔 준 너에게 인사해 본다 / 잃은 것만큼 채워 주는 고마운 하늘마음 있다는 걸 / 견고하게 세우며 살아가는 오늘이다''아픔 준 너에게'라는 시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황영순 시인(65)의 시집은 힐링보다 더 따뜻한 비애로 조금씩 체온을 올리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늘 침묵과 말줄임표로 이야기하는 쪽에 가까운 시인은 오랫동안 망설이고, 머뭇거리며, 주저한 끝에 다섯 번째 시집'오후의 보법'(한누리미디어)을 펴냈다. 시인은 "나 자신에게 쓴 편지가 몇 년 만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소중한 인생의 오후에 마지막을 어떻게 노을처럼 물들이게 될 것인가 고민한 끝에 붙인 제목"이라고 덧붙였다. 누구에게나 삶의 짐은 버겁겠지만, 남부럽지 않게 풍족한 환경에서 살아온 그에게도 내면으로 침잠해가는 버거운 결핍이 있었다. 그러나 시는 그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했다. 시인은 "반성문을 썼던 시간을 딛고 일어섰다"고 기억했다. "그간 발표했던 시들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안 차는 여러 편을 대폭 재창작하다시피 했어요. 시력이 35년이나 됐어도 늘 미흡하고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쓸 줄 아는 시인이고 싶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를 지켜봐온 최승범 고하문학관 관장은 '어제를 기리고 내일을 생각한다'는 시를 통해 "황영순의 삶과 문학은 담쑥담쑥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오는 날 먼 오는 날도, 한마음으로 즐기라"고 격려했다. 김제 출생으로 198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한같이 그리움같이','내가 너에게로 가는 이 길','네가 내 사랑임에랴','짧고도 긴 편지'를 내놨으며, 전북여류문학회 회장전북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25 23:02

농사일 하며 마음공부, 서정시에 담아

김년균 한국문인협회 명예 회장(70)의 무기는 농사와 시 쓰기였다. 경기도 양주시로 내려갈 때 이제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는 모양이라고 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뒤 그의 생활은 크고 작은 협회 일에 붙들려 있게 됐다. 그러나 "마음공부 삼아" 널따란 땅을 공짜로 빌려 각종 채소들을 키우며 사는 지금의 그는, 영락없이 세상의 온갖 허명(虛名)을 물리친 시(詩)를 쓰는 농부였다. 시골 살이가 좋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틈틈이 산을 오르내리면서 인심이 후한 이웃들과 금세 십년지기 친구가 될 수 있었고, 가까이 피어나는 들꽃을 꺾어 화병에 꽂아 감상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고 했다.최근에 펴낸 시집'자연을 생각하며'(책만드는집)는 파란만장한 즐거운 전원생활의 이야기다. 대지에 뿌리박은 자연 서정시로 회귀한 그는 추억에 내재된 삶의 뿌리 깊은 슬픔을 정제되고 담백한 언어로 그려냈다.'들판에 가면 꽃과 풀들이 해만을 따라 다닌다 / 해를 못 보면 목숨이 위태롭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략) 한 친구가 죽었다. 해를 놓친 까닭이다 / 후미진 길목에는 질경이풀이 무성하다. 생김새는 못났지만 해를 만난 까닭이다.'('해를 보는 나무' 중에서)자연이 건네는 이야기를 눈과 귀로 세밀하게 기록한 것 같은 그의 시는 자연과의 합일이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를 노래한다. 김제에서 태어난 그는 도시에 살면서도 풀과 벌레, 나무 그늘에 깃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추억과 일상의 풍경을 구현해왔던 것. 전통 서정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감정들은 사물화 되거나 객관화 돼 지나치게 구태의연하게 보일 수 있는 구석을 메웠다. 아직도 별을 보면 꿈꾸는 것처럼 느끼는 그의 마음 속 텃밭에는 매일 새로운 싹이 돋아나고 있다. 마음껏 흘러가는 세월과 바람을 두고 '오로지 저들 손발만 붙잡고 살면서도 고마움은커녕 헐뜯고 조롱하는 심보가 골백번 괘씸하다'며 스스로가 '아직도 철들지 못했다'고 고백했지만, 그는 여기서 에누리 없는 존재의 절경을 매일매일 확인 중이다. 김제 출생으로 1972년 이동주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맡았으며, 시집'장마','그리운 사람','숙명' 외에도 수필집'사람에 관한 명상'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25 23:02

전북 시인 68명 대표 작품 엮어

전라북도문학관(관장 이운룡)이 전북 시인 68명의 대표시를 모아 '낭송 시집'으로 엮어 23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날 출판 기념회에서는 송희 전북시인협회장과 표수옥유미숙유미영강경숙씨 등 시 낭송가들이 낭송시집에 실린 전북시인들의 시를 낭송했다.이윤룡 관장은 "국민 애송시 뿐아니라 전북 시인들이 시 중에서도 낭송하기 좋은 시들이 많이 있다"며, "이번 낭송 시집 발간을 계기로 전북 시인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함께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에는 허소라소재호유응교송하선정희수 시인 등 70여명의 시인들이 참석해 축하했다.전북문학관이 엮은 낭송시집 '나비야 청산 가자'(신아출판사)에는 전북지역 68명 시인의 대표시 2편씩 시인들의 등단 순서별로 실렸다. 책 제목인 '나비야 청산 가자'는 조선시대 작가 미상의 고시조에서 가져왔다.이기반 허소라 정병렬 최종규 이운룡 정양 송하선 진동규 김남곤 주봉구 김동수 안도현 김용택 조미애 소재호 황영순 이동희 유강희 정희수 김용옥 조기호 곽진구 류희옥 안영 김은숙 이목윤 장태윤 전선자 복효근 송재옥 최정선 나혜경 남궁웅 양병호 김명주 박영태 안평옥 유대준 김기찬 성진숙 이소애 구연배 김선 조영순 송희 유응교 전병윤 정군수 최만산 심옥남 양규창 이재숙 최유라 채정 최정아 서영숙 이현정 송하진 김자향 양순금 황경순 강진숙 김연경 김주순 신수미 김금남 박선애 정순연 시인 등의 시가 수록됐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1.24 23:02

18. 허소라 (許素羅) 편 - 시대의 흑점을 응시한 고독한 순례

눈이 하얗게 내린 그날어느 운동장에선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했지만어느 비탈에선 한 소년이겨울 토끼보다 시시하게 숨을 거두고 있었다.육중한 〈캐터필러〉 소리를 자장가로 나면서 철조망을 보았고죽으면서 철조망을 본 雲川里의 소년.나면서 깡통을 보았고죽으면서 깡통을 본 雲川里의 소년.- 미안하다언어는 밑창으로 貯炭되고내일은 흑인 병사의 얼굴처럼 불길하던雲川里의 철망가누가 여기에 꿈과 사랑을 주었고누가 여기에 휴식과 錢票를 주었는가? [...]오늘도 雲川里엔 요란한 八軍車의 엔진소리깡통소리, 껌 씹는 소리그리고 비오는 날의 찢어진 우산처럼독버섯처럼삼류극단의 셋트처럼펼쳐진 판자집[...]단 한 번 상학종의 의미를 갈구하던 소년은 갔다.마호니군의 사랑을 따라간宋仁子양의 고향- 雲川里에서〈책임전가〉의 상표를 또 한 번 확인한 채 그리고는 조용하였다.그것은 안으로 안으로만 피를 새기는 木鐘이었기에...... -「목종」(1964,2)에서이 시는 미군부대로 통조림 몇 개를 훔치러 들어간 소년이 무참하게 사살된 사건, 그러나 그것을 안으로만 삼켜야만 했던 1960년대 한반도의 현실을 고발한 시다. 〈육중한 캐터필러/하얀 눈〉, 〈철조망/토끼〉 등, 〈미군/남한〉이라는 '점령자/ 현지인' 관계에서 빚어진 민족적 비애와 분노를 강자와 약자, 폭력과 순수의 대비적 이미지로 클로즈업시켜주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1960년대 초, 주한미군에 대한 민족적 자각과 비판을 최초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는 분명 한국의 문학사, 곧 한민족 저항시사(詩史)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겠다. 아직 푸르름이라 말하지 말자분단이 분단을 낳고 또 분단이 분단을 부르려는 지금아직 푸르름이라 하지 말자끊어진 칡뿌리에 토막 난 무쪽에 새 움이 돋기 전엔아직 푸르름이라 하지 말자넋두리라 하지 말자그러나 지금 기쁠 것도 서럴 것도 없는 전라도 허허 벌판에 봄이 오고 있다.당당한 진군처럼 봄이 오고 있다.- 「봄날 전라도」에서, 1995소외와 단절의 역사에서 통합과 복원 그리고 소생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순리이고 진리이기에 그에 대한 그의 열망은 이 고장, 아니 이 민족, 이 시대의 보편적 명제요 시대선(時代善)이 아닌가 한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1.23 23:02

정읍시립박물관 道 제1종 전문박물관 등록

정읍시립박물관이 전라북도의 심사를 거쳐 지난 3일자로 제1종 전문박물관에 등록됐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개관한 정읍시립박물관은 소장자료 확보 및 학예연구사 배치 등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의 등록요건을 충족했다.이번 등록을 계기로 박물관은 기획특별전 및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자문위원회 설치, 홈페이지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시는 올해 △태산군수 최치원(가칭) △백제 중방성, 고사부리성(사적 제494 가칭) △타 박물관및 미술관에서 추진한 우수 전시회 초청 순회 교류전 등 세 차례의 기획특별전을 갖는다. 이와 함께 기탁 및 기증을 통해 소장된 신수 유물은 '이달의 유물전'을 통해 조명한다. 또 체험교육으로 연간 9회에 걸쳐 어린이를 대상으로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토요 박물관학교'를 갖는다. 특히 지난해 박물관 해설사 양성교육을 통해 37명의 해설사를 배출한데 이어 올해도 '제2기 박물관 해설사 양성교육'을 실시한다. 고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5주간에 걸쳐 이론 및 실습을 병행한 15강좌를 개설한다. 개관 1주년을 맞는 6월에는 '거울 못 달빛 음악회'와 '박물관 주간'행사로'우리 집 보물, 진짜 가짜' 출장감정, 박물관 심야 야외극장, 매일매일 박물관 보물찾기, 뮤지엄샵 할인행사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시 문화예술과는 "운영의 전문성을 꾀하기 위해 이달 중 관련 전문가 10인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상반기에 전용 홈페이지도 구축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임장훈
  • 2013.01.23 23:02

20년만에 낸 시집 '세월의 향기 그득'

신해식 시인(59운암중 교감)은 1993년 첫 시집'왕정동 연가'(신아출판사)를 끝으로 시를 떠난 듯 보였다. "시를 한꺼번에 다 써버리면 나중에 쓸 것이 없을까봐 두려웠다"는 게 20년 공백기의 거의 유일한 변. 1년에 10편 이내의 시만 써온 시인은 20년 만에 그간의 삶을 똘똘 말아 정리해 '붉게 물든 노을이 숲 뒤쪽에서'(신아출판사)를 펴냈다. 평생 교직에 머물면서 제자 양성에 힘을 쏟아온 그는 어찌보면 평탄하고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백일장 대회에만 나가면 상을 휩쓸었던 이 문학소년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은사인 최 형 시인의 지도로 1972년 김현승 시인의 추천을 받을 정도로 전도 유망한 시인이었으나 오랫동안 시쓰기를 제쳐둔 탓에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다. "첫 시집 소재이기도 한 왕정동은 남원여고 일대로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나오는 '만복사 저포기'의 배경이 됩니다. '왕정동 연가'를 구상했다가 드라마에서 '연가' 시리즈가 나오면서 아쉽게 접었죠."쉽게 쓰는 시는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였으나 막상 시를 모아보니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가 별로 없었다"는 자성에 시집 출간을 앞두고 이래저래 손을 봤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시어까지는 아니어도 맑고 담담한 시어가 웅숭깊은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 '추울수록 단단해지기 / 매서울수록 파래지기 / 거세질수록 잔잔해지기 / 더러워질수록 깨끗해지기'('겨울나무')나 '물은 황금의 소리를 낸다 / 아침이 되면 / 물은 희다 // 밤이 되는 순간에 / 물은 깊어진다 // 변하고 변하고 변하여도 / 변함없이 /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물의 노래')는 시구에서 보여지는 삶의 통찰은 그의 올곧은 시적 결기에 다름 아니다. 소재호 시인은 이런 그를 두고 '시풍에 굽이치는 절조가 인상 깊다. 외유내강이랄까, 자기 담금질이 혹독한 면면은 수범의 상징이 될 만 하다'고 적었다.전주에서 태어나 1989년 '문예사조'로 재등단한 그는 전북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전북펜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주풍물시동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22 23:02

전주 노래한 한시부터 왈츠까지

이치백 전북향토문화연구회 회장(83)이 주축으로 펴낸 '全州 讚歌'는 전주를 소재로 한 박학다식한 백과사전에 가깝다. 편집위원인 김남곤 시인(전북일보 사장)과 허소라 시인(석정문학관 관장), 이운룡 시인(전라북도문학관 관장), 소재호 시인, 박금규 전 원광대 교수가 참여해 한시, 현대시, 전주 풍물, 가요로 묶어낸 전주의 속살은 지역의 재발견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거니와 그간 흩어져온 전주의 자료를 모으고 엮어낸 책이라는 점에서도 뜻깊다. 이치백 회장은 "한시는 개인의 문집 같은 데 발표된 것이어서 오래된 것은 없어졌거나 이 역시 흔한 것이 아니어서 찾아내기가 어려웠다"면서 "전주 시내 각 누정에 걸려 있는 편액 등을 찾아 모은 것을 합하면 200편을 겨우 찾아냈다"고 설명했다.1부 한시는 박금규 전 원광대 교수가 맡아 수집과 번역을 맡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대신했고, 2부 현대시는 문예지와 신문에 이미 발표된 것 중에서 추린 것들로 구성됐다. 권근부터 도선국사까지 오직 '전주의 풍류'에 취한 풍류객들은 고즈넉함을 품은 한시를 앞다투어 내놓았다. 짙푸른 물빛과 맑은 바람 소리에 취한 시인들은 한벽당을 술안주로 삼았고, 교목이 창연한 풍광을 자랑한 비비정에선 눌러 앉아 인생을 노래했다. 500년 왕기가 결인됐다고 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오목대'(梧木臺)부터 보금자리이자 놀이터로 우뚝 솟은 모악산을 노래한 김해강 시인의 '오오 나의 모악산(母岳山)아', 백양촌 선생이 영원한 고향의 문이라고 일컬었던 '풍남문'(豊南門)까지 어우러진 2부 현대시에서는 시로 떠나는 '전주 여행'의 입문기.이기반 최승범 허소라 소재호 진동규 송하선 김남곤 이운룡 황길현 황영순 시인이 노래한 3부 전주 풍류에선 산은 산대로 아름답고, 물은 물대로 수려한 아름다운 전주가 풀어졌다.'그대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으로 시작되는 '전주 왈츠'나 '완산칠봉 넘어오는 봄아가씨'로 이어지는 '전주의 찬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전주를 소재로 한 곡. 사랑의 수줍은 고백을 담은 '전주 왈츠'나 1972년 전주 시민의 날에 제작발표된 '전주의 찬가'를 살펴보는 일도 것도 새롭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22 23:02

제23회 전북문학상에 김동수〈시〉·국중하〈수필〉·김상휘〈소설〉씨

전북문인협회(회장 정군수)가 시상하는 제23회 전북문학상에 김동수 시인(66·백제예술대 명예 교수)과 수필가 국중하씨(77), 소설가 김상휘씨(53·전북소설가협회 회장)가 선정됐다. 전북문학상은 전북문인협회가 전북의 문학정신을 전국에 떨친 문학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공모과정 없이 문학적 업적이 뛰어난 문학인을 발굴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올 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서재균)는 △ 생산된 작품의 문학성 담지 △ 문인으로서의 품위 △ 문인으로서 제반경력 △ 등단 이후 15년 이상 경과 등을 기준으로 삼아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시 부문 수상자 김동수 시인은 남월 출생으로 1981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후 '하나의 창을 위하여' 등 6권의 시집과 '시적 발상과 창작' 등 4권의 시창작이론서를 냈으며, '온글문학'발행인으로 지역 문학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수필 부문 수상자 국중하씨는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으며, '내 가슴속엔 영호남 고속도로가 달린다''호남에서 만난 아내 영남에서 만든 아이들'등 5권의 수필집을 냈다. 사업가로 성공해 여산재장학재단을 만들어 지역문화예술발전과 인재양성에도 애정을 쏟아왔다. 군산 출신으로, 전북수필문학회장·한국문인수석부이사장·새천년문학상운영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우신산업 대표를 맡고 있다. 소설 부문 수상자 김상휘씨는 1992년 월간 '문예사조'소설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소설집'국풍, 김정호', 장편스토리텔링 '고양이제국' 등을 발간했다. 5년째 전북소설가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전북문인협회 소설분과위원장·전북예총전문위원·전북대 장학재단 부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상식은 전북문인협회 정기총회와 함께 26일 오후 4시30분 전주교육대학교 황학당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원과 상패가 전달된다. 제23회 전북문학상 심사위원회에는 서재균(아동문학가)·김학(수필가)·소재호(시인)·공숙자(수필가)·오하근씨(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1.21 23:02

서울·경기·강원· 시인 생가터 답사기

시문학의 대중화와 창작 현장의 전파보존을 꿈꾸는 청년문화예술단체인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시찾사')이 시문학 현장 답사의 마지막 여행기를 출간했다. 서울경기강원 지역 시인들의 삶의 궤적을 더듬은'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작가와 비평). '시찾사'는 양병호 교수(전북대 국문학과)를 중심으로 2000년도에 만들어진 한국현대시 전공자들의 소규모 스터디 그룹. 2006년 첫 출간물인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전라도와 충청도의 시인을 대상으로, 2010년 출간된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경상도 지역 시인을 대상으로 삼았다.이번에 출간된 '사랑의 시'에서는 오상순(양병호 집필이하 괄호 안은 집필자)임화(김형근)이상(윤수하)김수영(노용무, 이상 서울)변영로(안현수)홍사용(이승철)조병화(신현미)기형도(송지선, 이상 경기)김동명(송정원)이태극(소필균)박인환(유인실)이성선 시인(박지학, 이상 강원) 등이 다뤄졌다. 대표 집필자들은 시인들의 삶이 시작됐던 생가를 중심으로 청춘의 혼을 바치고 노년의 쓸쓸함을 향유했던 곳곳의 현장들을 르포 형식으로, 때로 비평의 형식으로 기록했다. 사실적인 사진을 통해 대중성을 강화하고, 특히 대중지향적인 문체와 내용을 통해 전문 지식을 녹여냈다.양병호 교수는 "우리의 잃어버린 반쪽인 북한문학, 연변, 시베리아, 일본, 미국의 동포문학에 대한 현장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히 시급한 북한문학의 현장답사가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1.18 23:02

영랑은 모란을 정말로 사랑했을까

'북소월 남영랑'. 일제강점기 소월 김정식과 함께 서정시의 쌍벽을 이룬 영랑 김윤식(1903~1950)을 두고 나온 말이다. 우리 현대시사의 신기원을 이룬 시문학파를 대표했던 영랑의 시 중 '모란이 피기까지는''돌담에 소색이는 햇발'은 중고교 교과서에 실려 널리 애송되기도 한다. 영랑의 삶과 시에 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이루어져 전기가 출간됐고, 영랑 시 관련 해설서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오하근씨(원광대 명예교수)에게 그간의 성과물들이 성이 차지 않는다. 오랫동안 영랑 시에 대한 연구작업을 하며 영랑 시 해석의 권위자로 통하는 그가 영랑 시 87편 전편에 대한 해석에 나선 이유다. 그가'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을 펴냈다(작가 출판)."영랑 시에 대한 바른 평가를 위해서 그 텍스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작업부터 선행시켜야 한다. 텍스트의 의미를 모르고 평가는 무슨 평가이겠느냐"고 책머리에서 밝힌 글에서 그의 집필 동기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책 이름에 '해설'이니 '평설'이니 '감상'이니 하는 이름을 버리고 '해석'을 택했단다.오 교수는 영랑의 시가 긴축된 언어를 사용해서 해석상 많은 오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았다. 영랑의 맨 처음의 시'동백 잎에 빛나는 마음'(1930.3. 시문학)부터 맨 마지막 작품 '오월 한'(1950.5. 신천지)까지 필명을 김윤식이나 김영랑이 아닌, 그냥 '영랑'이라고 성조차 생락할 정도로 극도의 절제력으로 언어를 다룬 것으로 파악했다.압축된 시어와 함께 율격을 가늠한 예스런 표현과 향토색 짙은 방언, 맛깔스런 낱말을 골라 갈고 다듬은 시어법(poetic diction) 등도 영랑 시의 난해성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오 교수는 또 영랑의 시가 조국의 현실에 눈 감고 달콤한 순수서정의 세계에만 몰입한 시인으로 인식하는 평가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영랑은 일제 강점 말기에 난다 긴다 하는 작가들 거의 대부분이 친일문학에 허리를 굽힐 때 누구보다도 격한 저항시를 쓰다가 아예 붓을 꺾었다. 그는 가장 서정적인 시인이 가장 저항적인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몇 안 되는 시인이다. 그러나 그의 모란의 정취와 마음의 고요가 춘향의 일편단심과 두견의 피울음보다 더 깊고 더 짙어 저항시인이 아닌 서정시인으로 인식됐다'는 논리다.대표적으로 '거문고'(1939.1. 조광) 시를 들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고전 현악기를 매개로 일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그린 작품으로 본 오 교수는 시에 나오는'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를 통해 붓을 거두고 끝내 침묵으로만 살면서 '내 기린'이 울 날만을 기다렸다고 평했다.'음조가 아름답기로 그 정서의 면면함으로 우리나라 신시 역사 이후의 대표적인 걸작중의 하나'(서정주 시인'한국의 현대시')로 평가를 받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두고 평자들의 잘못된 오해를 짚었다. '시인이 모란을 지극히 사랑했다는 데서 출발하여 그의 정원에 심은 모란으로 이 시의 해제를 끄집어내는 상식은 문화 외적 접근이란 점을 떠나서라도 부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랑이 '모란'을 시어로 사용한 시작품은 총 87편 중 3편(가늘한 내음, 오월 한)에 불과하며, 이는 영랑의 '모란'이 현실의 모란과는 별개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대신 '모란'은 울림소리로 이루어져 우리나라 꽃 이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감을 준다는 점, 동양에서 화왕(花王)으로 꼽히는 모란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이미지를 빌려 탐미적 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접근했다.오 교수는 '현대문학' 평론부문에 추천됐으며, '김소월 시의 성상징 연구''김소월 시어법 연구''한국현대시 해석의 오류''전북 현대문학'(상하) 등의 저서가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1.18 23:02

17.황길현(黃吉顯) 편 - 빛과 순결의 아웃사이더

남원 출생인 황길현 시인(1933~ 2002)은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0년부터 전남북 고등학교에서 국어과 교사로 교편생활을 하면서 1959년 신석정 시인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으로 등단, 이후 『전북문학』과 『석정문학회』동인으로 활동하면서『앙가바리의 반항』외 5권의 시집과 제1회 '백양촌문학상'(1989)을 수상하면서 어둠 속에서도 빛과 순결 지향의 순박한 시인이었다. 울다울다생각하는 의미는 차라리 가슴을 찢긴상흔의 언저리를 기루어 흘린 피에 목이 젖어 외롭게 몸부림치는 노래여 낙엽지는 눈물의 선회빛을 부르는 대화 속에 밋밋한 연륜에의 바람을 키운다. -「만종」에서, 1959625는 그의 가족과 주변에 참혹한 참상의 흔적을 남기고 갔다. 어처구니없는 동족간의 살육과 모함 그리고 반목과 질시. 그리하여 억울하게 먼저 간 이들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울다/ 울다', '가슴을 찢긴/ 상흔의 언저리를' '외롭게 노래(하거나)/ 낙엽지는 눈물' 뿐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평지의 길과 오름길 그리고 내림 길 이 세 길을 사람들은 다 걷고 있지만, 어느 쪽에 초점이 있는가가 문제된다. -그러나 내 생각은 오름길에 매력이 있다. 그러나 다리가 짧다. 그렇다고 뒤돌아 설 수는 없다. 맨 뒤에라도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제2시집 『앙가바리의 반항』 「序에서」, 1974년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불만. 아무리 오르려 해도 다리가 짧아 뒤쳐질 수밖에 없다. '앙가바리'는 다리가 짧고 굽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경쟁의 대열에서 항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자포적 인식에서 세상과 맞서 있다. 이런 속에서도 그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산골에서 산국(山菊)을 만나, '이슬의 힘으로/ 몸을 닦고', '싸늘한 체온을 / 부비어 땀흘리'(「山菊」일부)기를 꿈꾼다. '이슬로 몸을 닦는 - 산속의 국화'가 시인이 지향하는 고결한 정신주의라 한다면, '식어버린 이웃들의 체온을 부비'고 싶어함은 그의 따뜻한 인도주의에 다름 아니다. 그 몸부림 앞에얼마나 값진 지구의 아픔을 노래할 수 있을까 그리고다시사나운체온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거울그 앞에 세워 놓을 거울일 수 있을까 -시집 『그리고 다시』의 「서시」에서, 1979년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오염되지 않으려는 그의 도덕적 순결과 인도주의, 곧 '지구의 아픔- 노래'하고, '떳떳할 수 있는 - 거울'이 되어 '어느 날 만만치 않게 - 무르익은 존재'로 서 있고 싶어함이 그것이다. 왜곡되고 굴절된 시대의 아픔을 때로는 술로, 때로는 조용한 내출혈로 삭이면서 '순결'과 '저항'의 길을 지성적 서정으로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다 미완된 숙제를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난 시대의 아웃사이더, 그러면서도 진정한 휴머니스트였다고 본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16 23:02

대대로 이어온 부채 장인의 삶 한눈에

전주부채의 역사와 장인들의 삶을 다룬 '신바람나는 부채이야기'가 발간됐다. 전주문화재단(이사장 유광찬)이 전주부채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사적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펴낸 이 책은 국내 최초로 완판본을 선별하고 완판본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완판본과 사람들'에 이은 두 번째 기획 서적이다. 부채에 대한 전문적 내용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 쓴 이 책은 '전주부채의 역사''부채의 장인''부채와 소리꾼''대를 이은 선자장' 등 테마별로 구성됐다.'전주부채의 역사'에서는 전주부채가 특산물로 유명했던 이유를 비롯해 실용을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전주부채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부채의 장인에서는 '다산 김동식', '죽전 조충익' 등 전주부채를 만드는 사람들을 조명했다. '부채와 소리꾼'으로 전북 출신의 왕기석 명창을 통해 부채와 소리꾼과의 관계, 소리꾼에 있어서 부채의 역할 등을 다루고 있다.'대를 이은 선자장'으로 최근 전북도 무형문화재에 등록된 '햇살 엄재수'를 찾아 전주부채가 우주로 날아간 에피소드를 담았으며, 고 방춘근 선자장의 장녀인 '금화 방화선' 편에서는 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의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또'부채에 산수를 그리는 화가'편에서는 고느넉한 묵향에 취한 삶을 살아온 '송산 최명성'을, '부채에 서화를 그리는 화가'편에서는 전북 여류서예가로 손꼽히는 인물 '람곡 하수정'을 다루고 있다. 생활용품으로서 부채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는 이완생 선생과, 고 이기동 명장의 뒤를 이어 대를 잇는 예술혼을 발하고 있는 청죽 이신입 선생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김정희와 부채' 카툰이 수록됐고, 전주문화재단 김창주씨의 '전주부채의 수수께끼'도 읽을 수 있다. 부채문화관이 보유하고 있는 유물 40여점과 전북내 무형문화재인 김동식, 조충익, 방화선, 엄재수 명인들의 다양하게 엄선된 부채유물들이 사진으로 수록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1.15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