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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신문 칼럼란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온 권영동 KT 북전주센터장(53)이 에세이집을 냈다. '중년의 내공'(호박). 일상의 생활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70여편의 글들을 묶었다.저자는 일상의 풍경과 세태를 허투르 넘기지 않고 분석적으로 바라보았다. 음식을 주문할 때 흔히 말하는'아무거나'에 주목한 게 그 예다. 저자는 앞뒤 안 재고 모든 일에 '빨리빨리'라는 속도를 우선시하는 한국인 특유의 자아반성적 국민성과 연관된 표현으로 보았다. 그리고 개인의 소신이나 개성보다 집단 내 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인식에 맞추도록 오랫동안 교육받은 학습효과 탓으로 해석했다. 소속집단의 공동 목표를 위해서는 개인의 개성쯤이야 조직에 위임하도록 강요된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이라는 것이다.농촌 출신의 저자는 모내기도 글감으로 삼았다. '모내기 판의 소통'을 제목으로 삼은 글에서 저자는 모내기를 오프라인상의 동네 홈페이지로 여겼다. 모내기 판에서 집안의 소소한 소식은 물론 대처에 나가 있는 자식들의 동정, 동네의 건의 사항, 이장의 공지사항 전달까지 모든 정보가 교류되는 메인 메뉴라는 바탕에서다. '논배미 안에 채워지는 것은 푸른 모뿐 아니라 흥과 정과 함께 진소한 소통이 어우러졌다'고 말하는 저자는 오늘날'논배미에 빼곡하던 동네 사람들 대신에 이앙기 혼자 고독한 외로움에 기계 소음으로 툴툴거린다'고 아쉬워했다.저자는 또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당신은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인가요?'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족에게 희망이 된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할 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 우리가족의 희망온도계를 만들어보자, 100도가 될 쯤이면 집 안은 영원히 식지 않을 영구 난방이 되어 있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횡단보도'가 차도일까 인도일까. 이렇게 질문을 던지며 횡단보도에서의 여유, 양보, 배려, 아량을 이야기한다. '나의 인생은 36.5도''내게 사랑이 있다는 것''한께 어울리는 것이 최고의 가치''나에게 힘을 주는, 쉼''내 마음의 영원한 깊은 울림' 등 5부로 구성됐다.임실 성수 출신이며, KBS 전주방송총국 김향숙 PD가 그의 부인이다.
"힘내요, 힘내."이소애 시인(69)이 4년 만에 펴낸 시집'시간에 물들다'(도서출판 계간문예)에선 어깨의 토닥임이 느껴졌다. 시인은 "이제 몸이 저녁 약속 잡는 걸 말린다"며 "움츠리며 사는 야생화처럼 몸을 낮추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외 활동을 접고 매주 완주 노인복지센터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시인은 '출석을 부르면 고개로 대답하고, 연필을 호미처럼 쥐고 삐뚤빼뚤 밭을 매는' 어르신들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문학이 고통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지만,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그를 겸허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 건 요 근래다. 그래서일까. 시집엔 죄다 안쓰러운 이들로 그득하다. 시인은 구제역 파동으로 '지울 수 없는 한숨을 소와 함께 매몰시킨'(시'환청') 인간의 폭거에 반성을 요구하고, 낙태를 권하는 사회에 대해 '등지느러미가 찢어지고 꼬리를 앞뒤로 흔드는 사투'(시'연어를 사랑하는 여자')를 딛고 죽음을 극복한 연어의 삶에 눈을 맞추며 "(나의 삶도) 꽃대가 휘청휘청 허공을 업고 구부러진다"고 적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종교나 사회로 빠지지 않고 예술 장르로서 시의 독립적 울림을 지키려 한 그의 남다른 노력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운룡 전북도립문학관 관장은 '전통서정의 감수성을 지성의 맷돌에 갈아내어 익힌 터라 깊고 짭짤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멀쩡하고 근사하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힘내"라는 말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시인의 뒤늦은 깨달음이 담긴 시집. 질투 많은 애인처럼 '너밖에 없어'라고 전력을 다해야만 응답을 주는 시에 대한 섭섭함이 "'옴스래기' 시가 됐다". 시인은 오늘도 내일도 애인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묵묵히 시밭을 가꿀 터다.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침묵으로 하는 말','쪽빛 징검다리'와 수상집'보랏빛 연가'를 펴냈다.
사극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대역 죄인 아무개는 사약을 받으라!"는 관리의 근엄한 목소리와 흐느끼며 울고 있는 죄인 그리고 하얀 사발에 담긴 사약. 이 정도 이미지만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더 있다. 사약이 담긴 그릇을 운반하기 위해 사용된 소반(小盤). 이처럼 소반은 조선시대 생활상을 표현한 사극 민화 등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빠지지 않는 소품으로 등장한다. 그저 그런 밥상으로만 사용돼 온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좌식문화를 대표해 온 것. 소반의 재발견을 통해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14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여는 '조선의 소반 展'. 올해 첫 번째 특별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소반의 다양한 모습과 조형미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소반은 음식상이라는 용도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었지만,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각종 의례, 종교의식 등에서 사용하는 사람의 개성·용도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지방마다 전통적인 형태에 따라 천판이나 다리 모양 변형이 이루어졌는가 하면 지역의 이름이 소반의 고유 명사가 되기도 했다.형태, 용도, 사용 계층, 지역별로 모두 4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50여개의 소반에 담긴 조선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소개하고 종류별 특징을 집중 조명한다. 1부 '우리 역사 속으로 들어 온 소반'에서는 조선시대 소반의 기원과 그 제작 배경이 소개되고 옛 그림 속 소반의 모습과 당시 생활상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다. 이를 통해 좌식 생활양식, 분리된 남녀의 생활공간, 한 사람이 하나의 상을 사용하는 식습관 등이 소반 제작에 영향을 준 배경을 설명한다. 유일하게 겸상이 가능했던 할아버지와 손자를 빼고서는 모두 다른 상에서 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폭 40~50㎝ 높이 25~30㎝ 내외의 구족반(狗足盤)이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소반의 다양한 용도와 그와 관련된 조선시대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2부 '쓰임새로 보는 소반'에서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의례나 신앙생활 등에서 사용된 소반을 만나볼 수 있다. 관청이나 궁에서 당직을 서는 관리들에게 상노들이 음식을 나를 때 사용한 공고상(公故床)은 판각에 얼굴 형태의 구멍을 뚫어 이동이 용이하게 제작됐다. 또 천판을 받치는 기둥이 한 개로 제작된 일주반(一株盤)은 간단한 다과나 과일을 놓는데 사용됐다. 특히 거북이 문양을 한 받침을 사용해 만든 점상(占床)의 형태가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궁중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주·흑칠(朱黑漆 )소반의 화려한 모습과 돌잔치나 혼례 때 사용된 각종 소반이 선보인다. 3부 '모양새로 보는 소반'에서는 소반의 형태·지역별 종류와 그 특징을 알아볼 수 있는 자리. 다리와 상판의 모양에 따라 분류해 소개하며, 나주반·통영반·해주반 등 각 지역의 소반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4부 '소반을 향한 이방인의 시선'에서는 개화기 외국인의 눈에 비친 소반을 담은 자료가 공개된다. 개항 이후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소반을 사용하는 조선의 생활상을 독특한 풍물의 하나로 바라봤고 한편으로는 '공예'라는 시각에서 가치를 부여했다. 근대기 사진엽서 속의 소반의 다양한 모습과 소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의 책도 소개된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황지현 학예연구사는 "소반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전해지는 조선시대 소반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크기와 형태, 장식이나 재료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사회철학과 생활양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2년 전 작고한 한국문단의 어른이었던 진을주 시인(1927~2011)의 시비 제막식이 11일 시인의 고향인 고창군 상하면 송림마을 생가에서 100여명의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비 제막은 고인이 생전에 발행인으로 재직하며 많은 문인들을 배출했던 계간'지구문학'이 주관하고,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한국본부·대한민국예술인총연합회 전북지부·전북문인협회·고창문인협회가 후원했다. 김년균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시인)이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이날 행사에는 진동규 시인 등 시인의 유족과 친지,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신세훈 시인을 비롯해 성춘복 시인·김시철 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아동문학가 엄기원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대표 등 재경 문인, 이운룡 전북문학관 관장·허소라 석정문학관 관장·오하근 석정문학관 운영위원장·소설가 신현근시·김용옥 시인 등 전북지역 문인과 김정웅 예총 고창지부장·최재언 한국문협 고창지부장·김장천 고창예총 이사 등 고창지역 문인 등이 참석했다.참석자들은 이날 시비제막 커팅식과 시낭송 등을 통해 고인과 고인이 남긴 시의 업적을 기렸다.전북대 국문과 출신의 고인은 대학 재학중인 1949년 전북일보를 통해 작품 발표를 하기 시작했으며, 전북도청 공보실(1955∼68)에 근무하기도 했다. 한국자유시인협회 부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민족문학회 부회장 등 문단의 왕발로 통했던 시인은 한국자유시인상, 청녹두문학상, 세계시가야금관왕관상, 한국민족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군산대학교 국문과 류보선(51) 교수가 '제24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한다. 류 교수는 평론집 '한국문학의 유령들(문학동네)'로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다음달 20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김주연·오생근·김인환·황종연씨 등 4명의 심사위원들은 류 교수의 평론집과 관련, "한국문학에 특유한, 상징적 죽음과 실제적 죽음 사이의 존재들, 즉 유령들을 위한 추념 또는 애도의 위치에 자신의 비평 작업을 놓는 것은 범상하지 않은 일로, 수세대의 작가와 비평가를 자기 내부에 품고 사는 비평가만이 가질 수 있는 자기의식이다"고 평했다. 팔봉비평문학상은 한국 근대비평의 개척자인 팔봉 김기진 선생의 유지를 기려 1990년 유족이 출연한 기금을 바탕으로 한국일보사가 제정한 상이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모기철씨에게서 백자대접·분청사기분장문대접을, 정명희씨에게 이층장을 기증받는 등 일반 시민의 유물 기증이 잇따랐다고 밝혔다. 모씨가 기증한 도자기는 16세기에 지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회색빛이 돌고 있으며 아가리에 사용 흔적이 있지만 완전한 형태다. 백토물에 분장해 장식한 분장문으로 일명 '덤벙문'이라고도 불린다. 정씨가 기증한 2층장은 모친이 소장하던 목가구를 물려 받은 것으로 비록 근대작품이지만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전주 난장에서 싸디 싼 회청 빛 조선 낫 한 자루를 사왔다 대장장이가내 빼빼마른 손아귀에쥐어주던 조선낫은 슴베가 유난히도 길고 묵직했다 나는 돌아와 그 조선낫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꽁꽁 숨겨둔 채 서슬 푸른 달밤 송충이 일렁이는 생솔 가지도 후려쳐 보고 밑둥 썩은 억새밭의 피 밭는 몸서리도 짓이겨 보고 내 가슴 속 때 없이 길어나는 굴절의 양심도 겁줘보면서행여 녹슬까 한밤중 깊은 잠의 허리통도 끝끝내 용서하지 않았다. - '조선 낫'전문. 1991그는 '조선 낫'을 가슴에 품고 '송충이 일렁이는 생솔가지 후려치'듯 '굴절의 양심' 솟구칠 때마다 그것을 후려 처내고 있다. 그만큼 그의 시는 농경사회적 질서와 문화적 코드를 담보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숨을 멈추지 않았네 하늘보다 큰 뱃구레도 하나 있네 살갗 헐어지지 않도록 사랑의 말씀 매어주는 바람 한 점만 있으면 그만이라네 그리고 날마다 누군가가 나를 피 비치게 장단 맞춰 두들겨서 이 세상 힘없어 주저앉은 서러운 것들의 오금만 펴 세울 수 있다면 난들 벗겨지고 찢어지는 생살을 뜬 세월에 맡겨둔들 무슨 한 있으리 나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네 질기디 질긴 이 땅의 한 숨을. - '목어(木魚)' 전문두들겨 맞더라도 '이 세상 힘없어 주저앉은 서러운 것들의/ 오금만 펴 세울 수 있다면' '피 비치게 장단 맞춰 두들겨' 맞더라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목탁 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사회 목탁의 길을 가고자하는 집요한 그의 순결정신, 그것은 일찍이 녹두장군이 부르짖다 꺾이고 말았던 보국제민사인여천의 정신과도 다르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질기디 질긴 이 땅의 한숨'만 거둘 수 있다면 '난들 벗겨지고 찢어지는 생살'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그의 결연함이 앞의 '조선 낫'의 정신과도 동맥을 이루고 있다. 별을 별이라 스스럼없이 부르고 강을 강이라 부끄럼 없이 부르던 아득한 옛날 별은 강물 속으로 내려와 시리게 더욱 빛났고 강은 별 밭 속으로 올라가 푸르게 더 넘실댔다 - '사람들의 나라'에서'어둠이 장막처럼 밀려오고/ 어둠이 장막처럼 밀려가도' 끝내 사람의 길을 말없이 가고 있는 사람, 그러기에 정작 외로운 시대의 파수꾼, 오늘도 세상과 더불어 화광동진하면서도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혼자 '도마 위에/ 식칼을 베고 잠을 자는'('문어') 고독한 시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그의 시에는 이처럼 천도(天道)를 따라 거스르지 않는 순천(順天)사상과 인간에 대한 예의가 정중하다. 그것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농촌의 들녘, 곧 완주군 조촌면 만성리의 하늘과 땅과 바람과 별에서부터 비롯되어 있다고 보아진다. 거기에는 인종(忍從)과 배려의 화신이었던 어머니와, 타향처럼 이상세계만을 떠돌던 아버지, 그리고 다정하고도 순박했던 이웃들의 가난과 한숨이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의 시의 원형질이며 진정성이다./김동수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제17회 전북고교생백일장 운문부 장원은 김제여고 김은송(2년, 수상작 '헌혈'), 산문부 장원은 전북여고 장지수 학생(3년, 수상작'가족 사진')이 차지했다. 재)목정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와 한국작가회의 전북지회 공동 주관으로 지난 4일 전북대에서 진행된 이날 백일장에는 전북지역 고교생 600여명이 참여해 문필을 겨뤘다.목정문화재단 김홍식 이사장(이영석 사무총장이 대독)은 "오늘의 전북고교생백일장이 내일의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발굴의 디딤돌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며 "평소 갈고 닦아온 문학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개인의 영광과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정군수 전북문인협회장은 "백일장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이다"며, 학생들에게 우리 고장의 문학적 전통을 이어가는 디딤돌이 되라고 당부했다.심사위원장인 소재호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다른 해에 비해 참여 학교와 학생 수가 많았고, 작품의 문장력이 탄탄하고 문학적 구성이 잘 갖춰졌으며, 미래의 문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우수한 잠재력이 들여다보이는 작품이 많이 출품됐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은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 회원 40명으로 구성됐다.운문부 차상에는 임실고 한진주(2), 상산고(2) 한두현, 산문부 차상에는 유일여고 김채린(3), 전라고 장연 학생(3)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차하 6명, 가작 10명 등 22명이 상을 받았으며 상금으로는 620만원이 주어졌다. 전주여고와 김제여고가 우수학교상을 수상했다.
전주온글문학회(대표 김동수)가 1일 올 첫 오지마을 문학콘서트로 군산 선유도를 찾는다. 문학콘서트는 지역주민과 문학으로 소통하고, 감성으로 하나 되는 프로그램으로 온글문학회가 2011년부터 매년 3차례씩 실시해 오고 있다. 5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문학, 고군산을 품다'는 주제로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3구 어촌체험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을 만난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옥중 시인(무녀도초등학교장)이 '고군산군도의 역사와 문화'라는 강연을, 백봉기 전북예총사무처장이 'TV드라마와 방송작가'라는 주제로 문학강연을 갖는다 또 '범씨천년도읍지 새만금 땅'을 발간한 김철규씨를 초청해 저서에 담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김서운·이재옥·구순자 시인의 자작시 낭송과 음악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근대 초상화의 전통과 새로움을 동시에 연 조선말기 화가 석지 채용신과 전북 출신 명필인 벽하 조주승이 바라본 꽃은 어떻게 표현됐을까.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30일부터 7월 28일까지 꽃을 주제로 한 그림과 공예품을 살펴보는 '꽃, 그 내음에 취하다'전을 연다. 지조·절개·순결·부귀·행복·사랑 등 다양한 삶의 가치가 투영된 꽃이 그림과 공예품으로 재탄생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채용신의 필 화조도 병풍, 조주승의 국화그림·백자 국화무늬 항아리 등 국립전주박물관 소장품 6점이 공개된다. 조주승과 채용신이 작품에 녹여낸 꽃을 음미해 볼 수 있는 기회.또 꽃과 새, 벌레 등을 조합해 그린 '화조도(花鳥圖)'와 지조와 절개의 상징인 매화·난초·국화·대나무를 화폭에 담은 '사군자도(四君子圖)' 등 선비들의 정신이 담긴 작품도 선보인다. 유병하 관장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은 옛 사람들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였다. 공예품의 문양으로 쓰인 꽃은 대체로 단순화·도식화 됐지만, 도자기에 철화나 청화 안료를 사용해 생동감 넘치는 꽃 그림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순창출신인 가인 김병로 선생 생가 복원사업이 다음달 착공을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가인 생가 복원사업은 총20억원을 들여 복흥면 중리마을 일원 2,582㎡ 부지에 안채와 사랑채, 관광객 쉼터, 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게 된다. 군은 이달 기본설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올해는 안채와 행랑채를 복원하기로 하고, 다음달 착공 내년 3월에 완공할 계획이다.가인 김병로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항일 변호사로서 민족정기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광복 이후 9년 3개월동안 우리나라 초대, 2대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하는 등 민족사에 큰 획을 그었다.가인은 청렴과 강직의 표상, 법관의 사표로 현재까지도 추앙받고 있으며, "정의를 위해 굶어 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 배 명예롭다"라고 정년퇴임시에 남긴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교훈이자 귀감이 되고 있다.가인의 생가는 2010년 준공한 가인 연수관, 가인선생이 공부했던 낙덕정과 연계해 전국의 법조인과 법학도, 관광객들의 역사문화 탐방, 교육 장소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또한 군은 가인 생가 복원사업과 연계해 '신의 저울' 등 이미지를 형상화한 '법이 꽃피는 마을이야기'라는 테마별 조형물 설치를 통해 스토리텔링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계획이다.이 사업은 서류심사와 현지조사, 작품성 등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한 '2013 마을미술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군 관계자는 "가인 김병로 선생 생가복원으로 순창군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면서 "훈몽재, 전봉준장군 피체지, 강천산과 연계한 역사문화관광벨트를 만들어 관광자원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미줄은아침 이슬아기바람새소리까지 모두 걸었습니다거미는 몇 번이나하늘을 내다봅니다처마 끝 새 하늘이 걸렸습니다부신 해가 철렁 걸렸습니다발자국 소리도지껄임 소리도아이들은하늘을 도르르 말아해를 가져갔습니다거미는 구멍 난 하늘을 다시 깁고온 마을은 햇살의 나라가 됩니다.- '아침 아이들' 전문'거미줄'이 '아침 이슬'이 되고, 그 '아침 이슬'이 다시; '아기 바람'으로 되었다가, '새소리' 가 되었다가, 그것이 다시 '해'로 점차 시상이 반전되어 가면서 해맑은 아침 거미줄 마을의 풍경이 신비롭게 펼쳐지고 있다.'거미줄'에 '아침 이슬'이 총총히 맺혀 있는데, '아기 바람'과 '새소리'가 그 거미줄에 걸려 살랑거리고 지저귀더니, 급기야는 '아침 '해가 철렁 ( 그 거미줄에) 걸려' 출렁거리고 있다는 발상이다. 참으로 신기하고 산뜻한 순수 직관의 은유적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돌연 개구쟁이들이 나타나 그 거미줄을 '도르르 말아' '구멍 난 하늘을 다시 깁'는 거미줄 나라'의 아침 풍경이다. '거미줄'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다시 '햇살'로 의미 전이를 거듭하면서 그의 시는 경이롭고 낯설은 치환 은유의 진경 속에 사물에 대한 인식의 폭과 자성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맑은 물소리가 알알이 박혀 있다그 물소리 하나 똑 따서입에 넣으면아! 새콤한 산의 향기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맑은 햇살이 알알이 박혀 있다그 햇살 하나 똑 따서입에 넣으면아! 사르르 녹는 빨간 해. - '산열매' 전문이 시에서도 '햇살'이 등장하여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분별과 차별이 없는 '물소리'가 '산열매'가 되고, 또 '햇살'이 그 열매 속에 '알알이 박혀' '빨간 해'가 되어 사르르 내 몸속에서 녹는다는 초월적 동심의 발상. 이처럼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물소리와 산열매, 나무와 동물, 사물과 자연도 우리와 같이 감정을 가진 정령의 존재로 인지한다. 이것이 천진한 동심이다. 한사코 분별하고 차별하는 성인들의 미시적 분류(classification)에서 벗어나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사유의 통찰력, 곧 동일화의 정신으로 삼라만상이 서로 소통하고 어울리는 낙원의 정신이 그의 시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진안 출신 허호석(1937~) 시인은 서울문리사범대학을 졸업(1962)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퇴임하였다. 1977년 '아동문예'와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그의 동심은 자연과 사물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은유 속에 우주에 대한 인식의 폭과 자성의 영역을 신비롭게 넓혀가고 있다. 예술의 대 명제는 '새로워야' 한다. 새로움은 예술의 생명이다. 시도 예외일 수 없다.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낯선 데서 온다. '낯설다'는 것은 익숙함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시는 신선하고 낯설다. 이러한 낯설음이 우리의 무딘 감성에 충격과 신선한 감동을 주면서 그가 천명한 '동시도 시다'란 그의 시관(詩觀)을 입증하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전북대·원광대·전주한지·예수병원의학·어진박물관과 공동으로 추진한 '조선여인의 삶'특별전이 2013년 복권기금 전시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지난 2011년에도 복권기금 지원사업에 선정돼 조경묘 창건 240주년 기념 특별전 '조선왕실의 뿌리, 조경묘와 조경단'을 개최한 바 있다.'조선여인의 삶'특별전은 오는 8월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열리며 전북대·원광대·한지·의학·어진박물관에서는 조각보 만들기, 자수 놓기, 밀집공예, 간찰(편지) 등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된다.전주역사박물관 김정은 학예연구사는 "조선여인이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궁금증을 토대로 조선여인의 삶의 모습과 그 속에 녹아있는 문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을 선보인다"며 "조선여인의 삶에 깃든 우리 문화를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이 함께 향유하고 체득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복권기금 전시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사)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며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소외계층 대상 프로그램으로, 올해에는 한국박물관협회의 심사를 거쳐 전국에서 모두 7개의 공동전시가 선정됐다.
혼불기념사업회(대표 장성수)와 최명희문학관이 장편소설 작가 릴레이 특강 '장편소설은 어떻게 쓰는가?'를 마련했다.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에서 열리는 이번 특강에서는 소설가 이준호·김병용·박정윤씨가 강사로 나선다. 먼저 다음달 7일 오후 7시에 '두근두근 판타지세계 만들기'를 주제로 이준호씨가 첫 테이프를 끊는다. 강의에서는 △인물(성격)의 형상화 방법 △흥미를 끄는 시작(서두) △인상적인 결말 △문체 등 장편동화 한 편이 탄생하기까지 과정들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시간. 두 번째 강의는 '그들의 총'과 '열려라 꽃', '개는 어떻게 웃는가' 등 독특한 제목의 소설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던 김병용씨(9일 오후 7시). 이날 강의 주제는 '안방에 들어가려면 마당을 걸어 들어가야만 한다'. 여행에세이 '길 위의 풍경'과 '길은 길을 묻는다' 등을 선보이며 박학다식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그이기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강의는 지난해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박정윤 소설가가 장식한다(11일 오후 4시). '프린세스 바리는 어떻게 완성되었을까?'를 주제로 한 이날 강의에서는 장편소설 '프린세스 바리'의 창작과정이 공개된다. 문의 063)284-0570.
지난해 월간 종합문예지 '문학공간'으로 등단한 문종순 시인이 첫 시집을 냈다. '밤하늘의 연가'(한강출판사). 시집의 제목이 말해주듯 서정성 짙은 시 69편을 엮었다. '매미 소리 사라진 밤하늘에, / 가시나무새처럼,/ 슬픈 노래 노둣돌을 놓고 / 나는 밤마다 간다 그대 꿈속으로,(중략)'('밤하늘의 연가'중에서)시인은 "인생의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살아온 날들을 한번씩 뒤돌아보게 되고, 되돌아보면 후회와 그리움이 가슴 아프게 울린다"는 말로 삶에 대한 애잔함을 이야기한다.전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뒤 (주)대한항공을 거쳐 전주동물원에서 수의사로 근무했으며, 현재 군산 소재 (주)동우실업 책임 수의사로 재직하고 있다.
고창 출신 진동규 시인(68)이 시집'곰아 곰아'를 냈다(문학과지성사). 시집 '자국눈'을 출간한 후 2년여만이다. 의 1978년 '시와 의식'을 통해 등단한 진 시인의 근래 관심은 '백제'에 닿아 있다. 미륵사지 발굴과 관련된 선화공주와 서동의 천년의 사랑을 극시로 풀어냈던 '자국눈'의 연장선에서다.'멧돼지가 고개를 넘는다. 고라니는 먼저 와 있었다. 건너 산마루에 점점이 보이는 작은 새 둘은 원앙이지 싶다. 그놈들은 항상 붙어 다닌다. 지휘를 맡은 것은 덤불 속의 흰머리 오목눈이다. 앞개울의 물고기 떼들은 이미 은하의 물굽이를 넘나들고 있지 않는가'백제금동대향로에 새겨진 물상들이 백제 법왕의 초례청 풍경으로 본 시인은 이번 시집의 머리말에서도 이렇게 백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라니, 원앙, 오목눈이를 살려내 숲 속에서 뛰놀게 하고, 물고기들은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우한용 전 서울대 교수는 해석했다.표제작인 '곰아 곰아'역시 동화적 발상이 두드러진 작품. '다람쥐는 곰이 걱정이다 무엇을 따라 한다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것저것 마구 먹어치울 때부터 무슨 사단이 나지 싶었다(중략)'. 나무끼리 연애도 하고, 다람쥐와 곰이 한판 질펀한 사랑을 벌이기도 하는'신화'다. 우 교수는 이를 신화적 대향연으로 평했다.빨치산이 이동하며 은거했던 회문산의 기억과 삶을 다룬 '회문산 아재', 군대 체험을 시대의 표정으로 치환한 '담양 가는 길' 등에서 보듯 시인은 근현대사의 아픔을 보듬고 역사에 대한 성실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 교수는 시 해설에 덧붙였다.
미당 시문학관(부안면 선운리) 재정비됐다. 고창군은 16일 이강수 군수, 박래환 군의장, 우하 서정태 시인, 재단법인 미당 시문학관 대표 법만 스님, 이사 대우 스님, 송영래 문화원장, 정학수 전 농식품부 차관, 마을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시환경을 재정비해 개관식을 가졌다. 미당 시문학관은 고창이 낳은 서정시의 대가인 서정주(1915~2000) 선생의 삶과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이번 전시환경 개선을 통해 선생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군은 노후화된 시문학관 시설을 개보수하기 위해 총사업비 2억7000만원을 투입하여 미당을 만나는 첫 공간, 시인의 흔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공간 북카페, 시와 삶과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제1전시실과 미당의 끊임없는 노력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제2전시실, 미당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제3전시실 등 특색있는 공간으로 꾸몄다.한편, 미당 시문학관은 2001년 11월 3일 봉암초등학교 선운분교를 개보수하여 서정주 선생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시인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봄은 왔는데 소설가 라대곤(羅大坤) 회장님은 가셨습니다. 2013년 4월15일 오전 11시50분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다 힘차게 뛰고 달리고 있는 사이 회장님은 저승의 문고리 하나를 소리 없이 비틀고 떠나가셨습니다.온 산하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 손잡고 웃음꽃 피울 꽃그늘 한마당도 미련 없이 밀쳐두고 떠나셨습니다. 누구 하나 배웅하는 사람도 없었고 누구 하나 어둡고 머나먼 길 앞에 횃불 잡아주는 사람도 없이 그는 서둘러 가셨습니다.나처럼 또 누구 누구도 라회장님이 이승을 떠나셨다는 벽력같은 소식을 허허하게 들었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사랑하는 라회장님은 아름다운 지구를 두고 더 예쁜 별나라를 찾아 그렇게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도 보고 싶고, 정겨운 목소리도 듣고 싶고, 따뜻한 손도 잡아보고 싶었을 텐데, 무엇이 그렇게 바빴는지 저승 가는 길에도 시간을 재촉하는 막차가 있었나 봅니다.그 나라로 가는 길목에 그런 외통수 같은 막차가 있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혹시 살구꽃이 구름처럼 피어 있는 어느 주막집 앞에 어깨 짜고 서서 그가 지나치는 앞을 가로막아볼 걸 그랬습니다. 라회장님은 틀림없이 내리셔서 뒤늦은 악수도 나누면서 "부디 아프지 말고 잘들 살라"고 슬픈 이별사를 남겼을 것입니다. 우리의 희망이었던 라회장님은 수필과 소설을 재미있게 쓰면서 전북문단은 물론 한국문단 깊이 인간적인 교류와 문학발전을 위해 열정을 기울였습니다. 회장님은 한국수필문학의 가치를 지향하는 '수필과비평'의 회장으로서 자신의 아호를 붙인 신곡문학상을 제정, 창작의욕을 북돋는 등 여기저기 하늘만이 아는 보이지 않는 겸손의 손이 무척 컸었습니다. 수술 후 입맛이 없다는 라회장님과 함께 군산 해망동 바닷가에서 겸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극히 절제된 그의 식단이 눈물이 날 정도로 안쓰럽게 보였습니다. 무엇이 평소 그의 기개 넘치는 호방과 자유와 낭만과 강기와 사랑과 배려와 조율과 관용과 내연의 힘을 저렇듯 일거에 앗아가 버릴 수 있을까 싶어 야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선가 무엇인가의 작희로 인해 라회장님의 인생궤적에 대한 기록 오류가 그 같은 아름다운 수식어들이 오자로 둔갑되거나 탈자가 되었을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오랜만에 바닷가에 앉아/ 말없이 겸상을 했다/ 숟가락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나도 그렇게 따라했다/ 어느 한구석 입맛 누릴 혀끝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밥상은 그릇과 그릇사이/ 자그락거리는 소리하나 없이/ 이를 잘 맞춰주었다/ 언 땅을 밀치고 일어서려는/ 민들레꽃기운을 길 가던 바람이/ 저렇듯 눈이 시리게 걸음 멈추고/ 다독거려 등 밀어줄 수 있을까/ 피되고 살되거라, 가슴 깊이 우려내 주는/ 아픈 낱말 몇 개가 보석처럼 웃고 있어/ 눈물이 났다/ 오랜만에 바닷가에서 그와/ 말없이 겸상을 했다/ 나도 덩달아 놓았다가 들었다가/ 떨리는 숟가락을 응시하며/ 자꾸만 고맙다는 절을 하고 싶었다.'나는 그날 전주로 돌아와서 '라대곤 님의 밥상'이란 시를 썼습니다. 피되고 살 되라며 가슴깊이 우려내주던 그 몇 첨 안 되는 음식이 한없이 고맙기도 했지만 인색하기 짝이 없어 밉게 보이기도 했습니다.평소 밥도 술도 복스럽게 즐기던 그가 투병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허기에 시달렸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얼마 전 병원에 있을 때 전화를 했더니 천길 늪 속으로 빨려드는 목소리로 "형, 나 기운이 하나도 없어." 그래서 나도 기운 없는 목소리로 "그래그래. 그래도 힘내야지." 그러고 그만 말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우리들에게는 지푸라기로라도 묶어서 이끌어 줄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극한 상황에선 어디에다 손을 내밀어 빌어야 생명 하나가 구원받을 수 있을지 무력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라회장님은 지금쯤 지구에 두고 온 어여쁜 식구들과 몸 비비며 어울렸던 친지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거기 커피숍도 있고 바도 있고 세미나실도 있고 뮤직홀도 있고 댄스홀도 있고 막걸리집도 있고 횟집도 있고 만남의 광장도 있고 어여쁜 사람 머리위에 꽂아줄 꽃집도 있겠지요. 라회장님, 회장님이 병상에서 투병하시는 동안 많은 문인들과 정든 사람들이 밤낮없이 찾아와 슬픈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 속에는 회장님이 이 땅에 뿌리신 너무나도 인간적인 그리운 인간의 향기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라대곤 회장님! 남아있는 우리들은 그대 이름 앞에 수식되는 진실한 삶의 가치와 사랑의 종소리가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이 땅 널리 펼치며, 펼치며 길이길이 추억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깊은 잠 편히 드소서. / 김남곤 시인
정읍시립박물관은 오는 16일부터 5월26일까지 '孤雲 최치원 외로운 구름, 태산에 깃들다'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한국 유학의 비조이며 대문장가인 최치원의 인물, 사상 정립과 최치원과 정읍과의 인연 및 태산선비문화의 역사·문화성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삼국사기(보물 제525호) 원본이 공개되고 최치원이 남긴 계원필경,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최치원 영정 등 70여점이 선보인다. 또 부대행사로 오는20일 오후 2시 '최치원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전주대학교 이재운교수, 그리고 '최치원 영정의 특징'에 대하여 국립경주박물관 배영일 학예연구사가 특별강좌를 갖는다. 이와 함께 태산군 태수 재임시 뿌리내린 유상곡수연을 소재로 한 '시詩 한 수 읊고 술 한잔, 유상곡수연 재현' 행사가 5월 4일 박물관 거울못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물관 2층 로비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최치원 모습 그리기'를 상설 운영하여, 최치원 사후 유학자, 스님, 신선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남겨진 최치원 상을 바탕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최치원의 모습을 그려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우수작품은 바로 전시할 예정이다. 한편 최치원은 886년 태산군(현 칠보·태인 일대) 태수로 부임하여 태산선비문화를 열었다. 정읍 태산지역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추진중인 무성서원(사적 제166호)과 호남 제일의 정자인 피향정(보물 제289호) 등 2개의 사원과 10여개의 사우, 20개의 효열정려, 10개의 누정이 산재해 있어 호남선비문화의 원류로 평가되고 있다.
사업가로 활동하다 이순이 넘어 등단한 이의민 시인(73)이 첫 시집 '해돋이'를 냈다(북매니저). 시인은 "아침 해가 솟아오르면 할루일과가 시작되듯 세상에 태어나 망망대해 푸른 파도 물결에 맡기고 세파를 헤쳐 나왔다"며 "천박한 토양에서 시라는 글밭을 가꾸며 가냘픈 꽃을 피울 수 있어 눈물이 날 지경이다"고 시집 발간의 소회를 밝혔다.유년시절의 고향(완주 구이)에 대한 추억과 시인이 겪었던 인생의 희노애락, 자연을 소재로 6부에 걸쳐 90여편의 시가 수록됐다.'한겨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대한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각각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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