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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생생한 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제2기 어린이박물관학교' 참가자를 모집한다. 이번 어린이박물관학교에서는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확보하고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부안 죽막동 고대 제사 체험 등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개경길에 오른 부안 청자를 통해 고려시대의 무역과 오늘날의 '공정무역'을 비교·이해하는 프로그램은 현재과 과거를 넘나드는 색다른 체험의 장이다. 또 참가자들은 모둠활동을 통해 또래간 소통의 기회를 넓히는 한편'내가 만드는 박물관 사전'에 체험 수기 등을 직접 기록해 문화·역사 자료로 남겨진다. 역사와 문화를 즐겁게 경험해 보고 싶은 초등학교 3~5학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모집인원 40명. 접수는 25일까지. 063)220-1016.
김제 출생 송하선(1938~)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63)하고 익산 원광여고와 남성고 교사를 거쳐 1971년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등단. 1980년부터 우석대 국문과 교수로 근무하다 정년퇴임하였다. 시집 '다시 長江처럼'('70)외 7권이 있고, 저서로 '미당 서정주 연구', '한국 명시 해설', '미당평전'등 13권의 역저를 발간하여 주목을 받으며 자연과 사물을 달관의 자세로 성찰하면서 자연주의적 순명順命의 선미禪味가 깃든 서정의 세계를 보이고 있다. 멀리 두고 이쯤에서외로운 황홀 속에 있고 싶네.그리하여 나의 혼이 밝아오고 나의 혼이 깊어지고나의 혼이 넓어지는그 오상五相의 얼굴을이 만큼의 거리에서 눈여겨 보리니사랑이여 잔잔한 호수의 마음이여그대 열반의 한 세계에 이르르면날 어느 목소리로 불러주려나.그 부르는 소리 은은히 들리면그 때엔 서서히몸에 밴 먼지를 털으리다.흔들리는 물결 위에 흔들리지 않는 심지로 솟은 나의 수녀여먼 데서도 가까운 미소는가장 큰 하늘 아래비인 그 자리에서 보고 싶네. - '연꽃 1'전문수행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연꽃'제목도 그러려니와 '오상(五相)', '열반'등의 불교적 용어가 그렇다. 시인은 '외로운 황홀'을 지향하고 있다. '황홀'하기는 '황홀'하되 '외로운 황홀'이다. 그것은 '멀리 두고 이쯤에서' 담담하게 흐름을 관(觀)할 뿐, 개입하여 동화되거나, 그렇다고 외면이나 방관도 아닌 관조(觀照)의 세계다. 양쪽에 치우치지 않는 가운데가 아니라, 고정적인 실체가 없는 무자성(無自性)의 세계 곧, 불이(不二)의 중도계(中道界)다.늙은 소 한 마리가 도축장으로 갑니다.어디로 가는 길인지그것이 마지막 가는 길인지도모르는 채주인의 손에 이끌리어 가고 있습니다. 한 평생 노동의 시간을 뒤로 하고오직 주인만을 위해 살아온한 평생 희생의 시간을 뒤로 하고[...]가는 곳을 모르는 채늙은 소는 성자聖者처럼 순교자처럼한 발 한 발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 '늙은 소가 가는 길'에서, 2002'도축장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소', 이는 불안한 존재자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어찌할 수 없이 '묵묵히' '늙은 소가 가고 있는 도축장'을 바라보면서 고독하고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 길인지/ 그것이 마지막 길인지도/ 모르는 채/ 주인의 손에 이끌리어 가고 있는' 늙은 소의 운명, 아니 우리들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의 시가 전반적으로 대상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그의 시를 보다 차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앞의 '연꽃 1'과, 위의 '늙은 소가 가는 길'에서도 그러한 '관조의 거리'가 여전히 보이는데 아무튼 '저만치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객관적·심미적 거리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러한 관조의 미학(美學)이 그의 시에 도교적 선미禪味를 더하게 한다. 때때로 그의 시는 '중도' 혹은 그것은 영원 지향의 도(道)를 추구하면서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허무에 대한 실존 인식으로 생生의 한계와 존재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지난해 문을 연 전라북도문학관(관장 이운룡)이 '전북문학관'으로 이름이 바뀐다. 전라북도문학관에 따르면 19일 도의회 문광위원회 위원들이 문학관 현지 방문 자리에서 명칭 변경을 요청해 위원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라북도문학관은 그동안 명칭 때문에 도 산하 기관으로 오해를 받아 도민의 문학관이라는 의미가 반감될 것을 우려해 명칭 변경을 추진했다. 전라북도문학관 명칭은 조례로 정해졌으며, 명칭 변경은 조례 개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16일부터 오는 10월까지 매주 주말 '근대연극'과 '근대인형극'을 상설 공연한다.박물관은 근대문화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을 구현하기 위해 정기적인 근대문화 공연을 마련했다. 연극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와 3시 두 차례 공연되며, 박물관 자연봉사 연극팀이 출연해 소설 '탁류'와 '아리랑' 등을 공연한다.인형극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와 3시에 공연되며, 박물관 자원봉사 인형극팀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쌍천 이영춘 박사의 삶을 스토리화 할 예정이다.근대연극 공연은 지난해 4월부터 총 50여 회에 걸쳐 공연된 바 있으며 인형극은 올해 처음 시도된다.박물관 괸계자는 "근대문화 보물찾기사업의 일환으로 박물관에서 연극과 인형극 상설공연을 개최함으로써 근대역사를 매개로 관람객과 하나로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타 박물관과 차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그린비)= 여성 신학자 백소영 이화여대 HK연구교수가 종교적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경건'과 세속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욕망' 사이에 주목해 한국 개신교의 욕망을 해부했다. 저자는 "이제는 '경건 실천'을 위해 제도적 욕망으로서의 세속적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 성공이라는 '제도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경건'을 수단시하게 돼 버린 21세기 개신교도들"에게 치유와 자유가 시급하다고 말한다.△우리 인간의 종교들(소나무)= 아르빈드 샤르마 등 지음. 이명권 등 옮김. 힌두교와 불교, 유교, 도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 세계 7대 종교의신앙인이자 세계적인 석학들이 쓴 세계 종교 개론서.저자들은 자신의 종교에 대해 "힌두교는 하나의 도넛에 비교될 수도 있다" 등의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한편 자기 종교를 깊이 이해하려면 다른 종교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1993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을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했다.△풋과일이 떫은맛을 내는 것은 찬란한 아름다움이다(셀프컬쳐리서치)= 충남 금산 효심사 주지인 성담 스님이 불교TV '행복119지혜축제'에서 강연한 내용 등을 엮었다. 성담 스님은 책에서 "지금 삶이 아프고 힘들지라도 지금 여기 당신이 가장 찬란한 빛을 내는 풋과일"이라며 "행여 바람에 흔들리고 지금 떫은맛을 낸다고 해서 모든 것을 품은 당신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잘못되지도 않는다"고 용기를 북돋는다.△아주 특별한 순간(바오로딸)= V.안토니오 지음. 류해욱옮김.인도 빈첸시오회 소속 안토니오 신부의 25가지 피정 강의록. 안토니오 신부는 '성모님과 함께하는 6일간의 침묵치유피정'으로 복음을 전한 고(故) 요셉 빌 신부의 후임자로 임명돼 세계를 돌며 피정 지도를 하고 있다.
계간 오늘의 문학'에 할미꽃 등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근풍 시인이 시집'아침에 창을 열면'을 냈다(오늘의문학사). 시집'가슴에 묻어두고'발간 이후 1년만이며, 13번째 시집이다.'행복을 찾아서', '솟아나는 그리움', '아침에 창을 열면', '뜨거웠던 가슴도', '혼자이고 싶을 때', '인생길 오가며' 등 6부로 나눠 100여편의 시와 시조를 수록했다.'해맑은 웃음 웃고/ 아장아장 걸어오네.//반가움에 마중나간 /나를 보고 달려오네.// 봄날의 맑은 향기가 /온몸으로 번지도록.('봄맞이'전문)'오르막에 다다르면 / 미끄러지지 않도록 // 주위를 살피면서 / 조심조심 내리도록 //마음을/ 가다듬으면/ 넘어져도 오뚝이.('인생길1'전문)매화 할미꽃 박꽃 산나리 찔레꽃 냉이 숲 가을산 모닥불 청보리밭 갈대 꽃구름 냇물 소나기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들을 중심으로 일상에서의 행복을 시로 담았다. 시인은 임실 출신으로, 경찰공무원으로 정년 퇴임했다. 전북시인협회, 전북경찰문학회, 임실문학회, 문학사랑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시는 도발적이다. 또 감각적이며,이국적이다. 2009년 창비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군산 출신의 주하림 시인(37)이 색다른 시작법으로 문단에 신고식을 했다. 첫 시집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창비).시집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시집에서 시인은 생경하고 감각적인 언어와 현란한 이미지가 톡톡 튀어오르는 환상적인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무릎에 생긴 멍이 어느날 눈동자가 되었습니다/()/마을 안과에 찾아가 피가 뚝뚝 흐르는 무릎을 올려놓습니다/입이 세개인 것보다 낫지 않나요 당신은 치료를 원합니까/눈이 영영 사라지길 미니요 아니면 눈과 무릎이 조화롭게/공생하길 바라나요 이제 막 꿈틀거리는 눈을 붕대로 칭칭 감고/간호사는 그 위에 입술을 그려넣었습니다 세개의 입을 달고,/나는 계절이 지날 때까지 비난 속에 살 것임을 예감했죠('레드 아이'중에서)문학평론가 황현산씨는 시인의 시를 두고 "논리의 세계를 훌쩍 뛰어넘어 꾸려놓은 감각의 세계를 목격하다보면 어느새 시인의 언어에 실려 이국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독특한 경험을 맛보게 된다"고 했다.이번 시집에 실린 시의 배경도 다분히 이국적이다. 카를 다리(체코), 말라부 해변, 프레그레소(멕시코) 북경, 상하이, 하얼빈, 후꾸오까, 오끼나와, 비벌리힐스 등 대륙을 넘나드는 시적 공간과 미도리, 미찌꼬, 깁슨, 애디, 루쏘, 이사벨, 후루미, 카와이, 채터틴 등 외국 인명으로 등장하는 화자들이 마치 외국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시인은 또 일본 만화, 마니아용 영화, 서양의 고전 소설 등의 한 대목을 인용하거나 소재로 삼는다. 다양한 장를의 인용에서 시인의 폭넓고 다채로운 문화적 섭렵과 색다른 취향을 읽을 수 있다.박형준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주하림은 자신의 삶을 무대에 올리고 그것을 연기로 만들려는, 길들여지지 않는 다중적인 욕망을 우리 시단에 생생한 자기의 드라마로 만들어 내놓았다"고 했다.주 시인은 "쓰기의 운명은 어떤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것에만 있으며 비극을 써내려가는 동안 아름다운 입맞춤을 기억해내고 다시 원하게 될 것이다"고 시집 말미에 '시인의 말'로 남겼다.
지난해 숫자로 본 전북 문단은 우울했다. 영상에 밀려 '스크린 셀러(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의 약진이 도드라진 가운데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가 없었다. 비단 전북 문단의 현실만은 아니다. 출판계는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푸념하고 있다. 책이 통 안 팔리니, TV 프로그램을 통한 마케팅에도 기웃댄다. 매년 배출되는 작가들은 넘쳐나는데 작품들은 왜 외면받는 것일까. 누구나 작가가 되는 시대라지만, 등단 시스템이 허술한 탓도 있지 않을까. '문화, 경제로 읽다'에서는 문예지 구입을 등단 조건으로 내거는 문단의 잘못된 관행을 짚어본다.정치판에만 '공천 헌금'이 있는 게 아니다. 문단에서도 '등단 헌금'이 존재한다. 혀를 끌끌 차면서도 눈을 질끈 감아주는 문인들이나 형편상 어쩔 수 없다고 두둔하는 문인들은 문단에선 들추고 싶지 않은 치부. 전북문인협회가 밝힌 도내 문예지는 대략 64곳(2011년 기준)이다. 여기엔 전북 문단의 양대 산맥인 전북문인협회의 '전북문단', 전북작가회의의 '작가의 눈'은 물론 전북시인협회의 '시의땅', 온글문학회의 '온글' 등이 포함 돼 있다. 수치로만 따지면 '문예지 부흥기'처럼 보이나 실제로 내실있게 꾸리지는 곳은 적다. 전북에서 문인들을 배출해오는 곳은 신아출판사가 운영하는 문예지가 유일하다. 20년 안팎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예연구','수필과 비평' 등은 공신력을 갖춘 심사로 매년 2~3명 씩 문인들을 배출해 전국적 인지도를 자랑한다. 작가들이 대거 몰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도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문예지 313종(2011년 기준) 중 50% 이상이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가들에게 문예지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지 중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매년 40여 곳의 우수문예지를 선정해 지원금을 주고 있으나, 그간 혜택을 받았던 곳은 신아출판사의 '문예연구'가 유일했다.문제는 중앙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정체불명의 문예지들이 각 지방으로 흘러들어 문예지 구입을 내건 등단을 조장하고 있어 문단의 물을 흐려놓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D문학','H문학' 등은 등단을 하려면 문예지 최소 100권 이상 구입을 해야 당선이 확정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공모 요강에 문예지 구입을 대놓고 광고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책도 안 팔리는 문예지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걸까. 운영진들은 매년 5~6명 신인상을 선정하면서 문예지를 1000부 찍는다. 평균 1000부를 발행하는 계간 문예지의 경우 발행 비용이 서울에선 800만원, 지역에선 이보다 20% 싼 가격이 들어간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들에게 각각 문예지 100권 씩만 사도록 강권해도 '남는 장사'가 된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 "문예지들이 '작가 장사'를 하고 있다"면서 문예지가 등단 작가에게 주는 것은 '상금'이지 '등단비'를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문예지를 운영하는 쪽은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만큼 형편이 어려운 곳을 위해 후원금을 내놓는 형식"이라는 입장이다. 중소 문예지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일부 옹호론이 그것이다. 이렇게라도 비용을 충당하지 않으면 각 문예지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심지어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도 "지역에도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 이어질 수 있다면 이러한 관행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는 실언까지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지역 문인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면서 "다른 데는 몰라도 협회가 그런 방식으로 손쉽게 사람들을 등단시킨 뒤 선거를 앞두고 선거인단으로 활용해왔던 꼼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비판했다.
김제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와 원광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수료하고 (1977) 전주 신흥고를 거쳐 2007년 우석대 국문과에서 정년퇴직함.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천정을 보며'가 당선되었고, 1977년 윤동주의 시에 관한 글 '童心의 神話'를 정교영이라는 가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 문학평론부문에 이어 당선되었다. 참새떼가 요란스럽게 지저귀고 있었다아이들이 모여들고감꽃들이새소리처럼 깔려 있었다아이들의 손가락질 사이로숨죽이는 환성들이 부딪치고감나무 가지 끝에서 구렁이가햇빛을 감고 있었다아이들의 팔매질이 날고새소리가 감꽃처럼털리고 있었다햇빛이 치잉칭 풀리고 있었다햇살 같은 환성들이 비늘마다 부서지고 있었다아아, 그때 나는 두근거리며팔매질당하는 한 마리구렁이가 되고 싶었던가.꿈자리마다 사나운몰매 내리던 내 청춘을몰매 속 몰매 속 눈감은 틈을구렁이가 사라지고 있었다햇살이, 빛나는 머언실개울이 함성들이감꽃처럼 털리고 있었다.햇빛이 익은 흙담을 끼고구렁이가 사라지고 있었다가뭄 타는 보리밭 둔덕길을 허물며팔매질하며 아이들이 따라가고 있었다.감나무 푸른 잎새 사이로두근거리며 감꽃들이 피어 있었다. - '내 살던 뒤안에',전문, 1980년정양은 어린 시절부터 상처 받은 영혼이었다. 그것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좌우익의 틈바구니에서 그의 부친이 정치적 사상범으로 몰려 실종되었고, 그로인해 이후 그 일가(一家)에 주홍글씨처럼 내린 가혹한 형벌은, '몰매 속에서 구렁이처럼 눈을 감고 / - 가뭄이 타는 보리밭 둔덕길을 허물며' 어디론가 사라져야만 했던 어린 시절 시인의 개인사가 시의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유년 시절의 고향, 그것은 그에게 핍박과 불신만을 안겨준 가해의 대상었다. 그러나 외면할 수도 없는 그것은 '내 기억 목숨의 기슭에/ 불을 지르는'('난로 앞에서') 트라우마가 되어 이후 그의 시에 짙은 음영을 드리우게 된다. 형무소에 끌려가서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육이오를 맞았고 구사일생 목숨을 건져냈다는 그럴듯한 풍문도 아랑곳없이 인공 난리 다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습니다. - 휴전선이 생기던 해부터 어머니는 아버지 제사를 지내오다가 몸져눕기 한 해 전에 팔아먹다 남은 산자락에 빈 무덤 하나 지었습니다. - '빈 무덤'중에서, 1997년'보고 싶어도 / 소용없는 사람', 그리고 '내려도 내려도 다 녹아내리는 / 저 첫눈' 처럼 '평생을 갚아도 모자랄 / 폭폭한 빛더미'가 되어, 그래서 그의 고향은 이희중의 말마따나 '못 떠나는 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우리 민족사의 恨, 아니 개인사의 한이 되어 고스란히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겨울과 고향'은 대부분 찬비가 되어 내리거나 눈보라가 친다. 그것은 그리움의 눈, 쓸쓸함의 눈이다. 그리고 눈 그친 그 하늘에는 항용 까마귀 떼가 날고 있다. 그것 또한 외롭고 을씨년스럽고, 또 일찍이 저 세상으로 가거나 행방조차 알 수 없는 그리운 이들의 영혼이 아닐까 한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난설헌', '프린세스 바리'를 이을 올해 한국 문단사의 화제작은. 전주MBC(대표 전성진)가 '제3회 혼불문학상' 주인공을 찾는다. 故 최명희의 '혼불'의 작가정신을 이어갈 이 장편소설 공모전은 기성 문인과 신인, 주제와 소재에 제한 없이 본격 문학과 대중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중간소설 공모전으로 한국 문단에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최명희씨의 삶의 궤적과 흡사했던 최문희씨는 허난설헌의 삶을 그려낸 '난설헌'은 단박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바리데기 신화를 바탕으로 인천 변두리 지역을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은 박정윤씨의 '프린세스 바리'도 주목을 끌었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800매 이상. 6월30일까지 인터넷 접수만 받는다. 당선자은 상금 5000만원과 50년생 영산홍 한 그루가 부상으로 수여되며, 당선작 없을 경우 가작으로 상금 2500만원을 준다.혼불기념사업회·최명희문학관(대표 장성수)가 주관하는 혼불문학상 시상식은 10월9일 전주에서 음악이 함께하는 문학축전으로 치러진다.지난해 남원혼불문학관에서 열린 문학축전은 올해 전주와 남원을 잇는 문학기행과 작가의 탯자리를 둘러보는 혼불기행, '혼불'과 깊은 인연을 맺은 분들의 초청 강연, '혼불'을 소재로 한 공연과 전시, 청소년들을 위한 한마당, 혼불음악회 등으로 구성된다. 문의 063) 220-8061.
쿠웨이트 여류 시인 수아드 알 사바(71)의 시집 '쿠웨이트 여자'가 번역돼 출간됐다(장세원이동은 옮김, 아시아N). 저자는 쿠웨이트 왕실 출신이면서도 힘에 의해 부당하게 자행되는 사회적 모순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시를 써오고 있으며, 아랍권에서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한국과는 지난해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번 시집은 1986년 발간된 '여자 부스러기'와 '내 아들 너에게' 등 2권의 시집을 합본한 시집이다.역자인 장세원 단국대 교수는 "수아드의 시는 걸프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정립하기에 충분하다. 테러, 전쟁, 이데올로기 속에서 고통받는 일반 아랍여성의 아픔을 여성의 섬세한 손길로 어루만진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역자 이동은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수아들의 시 세계는 페니미즘, 모성, 조국애로 대표되며,그를 통해 베일에 싸여 있던 쿠웨이트 문학의 숨결이 투명하고 강렬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이 시집은 한국기자협회장을 지낸 이상기씨가 '아시아엔'출판사를 만들어 첫 책으로 출간한 책이 바로 이'쿠웨이트 여자'시집이다.
정읍 출신의 이 시대 주목받는 소설가 신경숙씨가 단편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냈다'(문학동네). 판매부수 200만부 판매 기록과 함께, 미국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20여개국에서 출판됐던 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던 그가 2011년 펴낸 단편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이후 2년만에 낸 신작이다.출판사에서 오는 17일께 공식 발매에 들어갈 소설집은 저자의 지명도와 함께 발매 전부터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책 표지부터 인터넷 공개 투표를 거쳐 선정됐다.소설집은 26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수록됐다.'그저 무엇에라도 탓을 하고 싶은 날, 무엇이든 핑계를 찾고 싶은 날, 누구라도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가까운 이에겐 오히려 말하고 싶지가 않은 그런 날. 작가 신경숙이 그런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그러다가 은근슬쩍 능청스럽게 유머를 풀어놓기도 하고, 코끝이 시큰해지고 애틋한 마음에 울컥해지다가도 한껏 참았던 웃음을 폭발하게도 한다. 천천히 바람 속을 걷다가 우연히 만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들. 그 시간들을 그리움이 되게 하는 보석 같은 짧은 소설들이다'고 출판사측은 이번 소설집을 소개했다."하루하루 날이 가면 달은 차고 또 기울지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돌아보면 지나온 일상의 순간들만큼 소중하고 그립고 아름다운 시간들이 또 없습니다. 그저 탓만 하고 싶었던 눈과 비와 바람과 햇빛들. 그 안으로 스며들어 그리움이 되고 사랑이 되는 것들"저자가 풀어놓은 이 이야기들은 '늘 어느 한순간에 쓰였다'고 했다. "새벽의 한순간, 여행지에서의 한순간, 책을 읽는 한순간, 당신 혹은 우리가 만났던 한순간들. 그러니까 내가 머물러 있던 어떤 순간들의 반짝임이 스물여섯 번 모인 셈입니다."저자는 "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젊다는 것이며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꿈은 한마디로 인생의 등불이자 나침반이다. 꿈을 꾸면 행복해지고 나를 행동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성공한 사람은 책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다. 가슴 뛰는 삶을 살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도서모임 '리더스클럽'을 이끌고 있늘 유길문씨(전북은행 차장)와 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는 김승연씨(커피 바리스타 MBA원장)가 공동 집필로 청소년들에게 꿈을 가질 것과 책을 많이 읽을 것을 권하는 두 권의 책을 냈다. '꿈을 묻는 10대에게'(하늘 아래)와 '지금 당장 도서관으로 가라'(문예춘춘사).저자들은 '꿈을 묻는'에서 "꿈이 선명하고 생생할 수록 힘이 생기기 때문에 꿈을 꾸는 데서 멈추지 말고 꿈을 항상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너만의 꿈을 그려라''꿈은 특별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꿈을 향해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가슴 뛰는 일에 도전하자''내부에 잠들어 있는 재능을 발견하라''더 많은 노력은 더 큰 나를 만든다''믿음은 기적을 만든다''좋은 습관이 인생을 좌우한다''기회는 만남을 통해서 나온다''흥미를 가지면 기회가 온다''자신감으로 승부하라''상상하면 이루어진다''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라''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라''자신을 아낌없이 사랑하라'의 제목에서 보여주듯, 청소년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주변 사례로 곁들여 설득력을 더해준다.'지금 도서관으로'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책읽기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가슴 뛰는 책과의 만남''책이 대통령을 만든다''독서는 자신감의 원동력이다''존경하는 인물의 책을 모두 섭렵하라''도서관을 통째로 삼켜라''독서는 성공의 비밀을 알려준다''변화, 잠들어 있던 거인을 깨워라''책 속의 보물을 찾아라''독서를 통해 변화된 삶''오늘 읽은 책이 인생을 결정한다'등을 통해서다. 실제 독서모임을 통해 많은 책을 접한 두 저자의 책읽기 노하우와 책을 많이 읽은 유명 인사들의 일화들을 만날 수 있다.
전북도가 추진하는 아파트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사업 예산이 특정지역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리모델링을 신청한 아파트에만 예산이 편성돼 형평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정보가 부족한 타 지역에서도 공모 절차 등을 통해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전북도는 올해 도내 아파트 작은도서관 5곳에 2억3500만원의 리모델링 예산을 편성했다. 이 중 전주시 효자동에 있는 호반베르디움아이파크우미린휴먼시아2단지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에 각각 4000만원씩 모두 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전주시 효자동 이외 지역은 삼천동 호반리젠시빌 작은도서관에 3500만원을 편성한 게 유일하다.앞서 도는 지난해에도 전주시 효자동 포스코 1차휴먼시아 아르펠리스에 7900만원, 익산 지안리즈 아파트에 2400만원 등 아파트 작은도서관 3곳에 모두 1억300만원의 리모델링 예산을 지원했다.2년 동안 리모델링 예산을 지원받은 도내 아파트 작은도서관 8곳 가운데 7곳이 전주지역이고 그중 효자동에 6곳이 몰려있는 것. 지원된 예산도 전체 3억3800만원 중 2억7900만원(83%)이 효자동 지역 아파트에 집중됐다.도는 "자치단체에서 각 지역의 현안사업을 발굴해 사업계획서를 올린 결과 리모델링을 신청한 아파트가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문화시설을 보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예산 편성의 배경을 설명했다.하지만 지역현안사업이라 할지라도 특정지역에 집중된 지원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이창엽 사무국장은 "주민들의 문화욕구 충족사업이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원된 것은 밀실 행정, 지역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도내 여러 지역에서 주민들이 요구하는 현안사업이 많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공모를 통해 추진하고 선정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 옥구 출생 문효치(1943~) 시인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신문'과 '한국일보'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을 역임하고 '시문학상', '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군산 동중, 서울 배재중·고 교사를 거쳐 동국대, 추계예대 등에 출강하면서 현재 계간 '미네르바'주간으로 있다.새는 어디론지 날아가한 줌 흙으로 잠자는데울음소리는 가지에 빨갛게 달려서더욱 큰 소리로 울고 있다. -'감나무'에서사랑이여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허공에 태어나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사랑이여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에서초기 시는 위와 같이 '울음', '한 줌 흙', '허공' 등 어둡고 아픈 상처로부터 시작된다. '새'는 이미 죽고 없건만, 그가 남긴 울음소리는 아직도 가지에 빨갛게 남아 울고 있다. 닿을래야 닿을 수도, 뿌리를 내릴 수도 없는 허공의 절망감, 그것은 시인이며 만석군 집안의 종손이었던 아버지가 6.25 때, 공산당으로부터 형제들을 지키고자 인민군에 입대하면서부터 그에게 들이닥친 시련과 핍박의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어둠과 불안의 상처가 이후 그의 시의 기저를 이루면서 '맹수의 우리처럼/ 고독이 포효하는 창고에 갇혀'(「病中」에서) 젊은 날을 앓게 된다. 이때 그가 찾게 된 것이 비운의 왕국 백제에 대한 탐구이다. 여기에서 그는 오랜 세월 치유되지 않는 상처에 대한 자기 확인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그의 가슴에서 아직도 불타고 있는 현재형의 폭력기제에 대한 자구적 방어책이기도 하다. 내소사 대숲싸락눈 내리는 소리를오늘은 한 가마니 지고 와야겠다어서내소사 대숲찬 기운에 영근 푸른 달빛을한 동이 이고 와야겠다 -「바다의 문6」부분그러나 위의 제5시집 '바다의 문'에 와서는 이전의 시집들과는 다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사의 비극을 서늘한 서정의 깊이로 잠재우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네 영혼의 오두막에 등불을 밝힌다. '사랑이여/ 알을 깨고 나오라.// 이제는 굳게 여문/ 부리를 내두르며/ 알을 깨고 나오라 - 티 한 점 없는 하늘을 향해/ 날아올라라.'('너에게')와 같이 이전의 어둡고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바닷물에 젖은어둠이내 살 속에 들어와 있던물새 한 마리 지우고 있다. - '바다 어둠'에서바다는 그에게 부활의 성소다. 그러기에 '검은 보자기를 -바다에 날리면서', 혹은 '내 살 속에 살고 있던 물새 한 마리를 지우면서' 그는 이제 새롭게 부활한다. 민족적 정한과 향토정서로부터 시작된 그의 시가 점차 보이지 않는 그러나 어디엔가 남아 있을 어릴 적의 신화를 찾아 그의 시는 끊임없이 존재론적 초월을 꾀하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이달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관람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는 야간개장을 연다. 계사년(癸巳年) 첫 야간개장을 기념한 공연은 23일 토요일 오후 6시 역사 체험 연극 '박물관은 살아있다-백제, 예술탐험'으로 장식한다.사회적기업 (주)아트브릿지가 제안한 이번 예술탐험은 백제의 목간·금동대향로 만들기, 백제 유물 발굴하기, 백제의 기악무 배우기, 연극 '서동과 선화공주' 관람으로 구성됐다. 선착순으로 초등학생 120명을 사전 예약 받는다. 단, 부모는 공연 관람만 가능하다. 무료. 문의 063)220-1013.
전북작가회의 2년간 전북작가회의를 이끌어온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의 뒤를 이어 복효근 시인(51, 남원 금지중 교사)이 새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이 명예로운 직함이 아니라 작가들이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도와주는 역할, 심부름 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입니다."복 회장은 작가회의 전신인 민족문학협의회 시절부터 20년간 회원으로 활동했다. 30대 젊은 작가가 50대 중년이 돼 전북작가회의를 이끌게 된 복 회장은 젊은 회원들의 수혈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전북문인협회 보다는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지만, 160명의 회원중 중장년층 구성원이 많단다.신임 회장은 기존 사업들을 이어가면서 작가들이 학생과 시민 속에 가까이 다가가는 활동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문예지도에 작가들을 참여시켜 학생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문예교실 등에 역량 있는 작가들이 강사로 참여해 문예 대중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학생 대상 문예백일장과 전국도서관협회와 함께 하는 시낭송대회, 월례토론회, 중진 작가 작품에 대한 난상토론 등 기존의 활동도 계속 이어간다.지난 집행부의 공적을 묻자, 그는 문학 작품을 중심에 둔 틀을 만든 것을 공적으로 치켜세웠다. 중진작가들의 작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고, 작가들이 문집을 내면 이에 대해 월례토론회를 연 것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전북도의 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지난해 중단된 작고 문인들을 조명해온 노력도 평가했다. 지난해 거부했던 전북도문예진흥기금과 관련, 공정하지 않으면 굳이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아쉬운 대로 문진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작가회의 단체 혹은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기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교감을 위해 활용하는 돈인 데 공정하지 않으면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그는 전북문인협회와 작가회의가 참여해서 공정하게 했으면 좋겠으며,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정양·김용택·안도현 시인 등 전국적인 지명도의 시인들이 몸담고 있어 전북작가회의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유명세 없는 문인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점도 조심스럽게 염려했다. 반면, 회원들간 돈독한 유대를 전북작가회의의 장점으로 꼽았다. 회원들간 애경사를 챙기며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를 두고서다. 새 부회장에는 김자연(아동문학가)·김병용(소설가)·문병학씨(시인)가 선출됐으며, 감사는 이병초(시인)·박예분씨(아동문학가)가 맡았다.
'愛梅自古屬詩人(애매자고속시인)'(매화를 사랑함은 시인이며 고사이다).활발히 문학활동을 해 온 이진희 시인(55)이 첫번째 시집 '쫓비산 홍매화'를 냈다(북매니저). 혹한을 딛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처럼 그는 시집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 스스로를 치유한다. 자연의 아름다움, 사랑에 대한 그리움, 인생의 깊은 성찰을 엿볼 수 있는 다수의 시들이 수록되 삶에 대한 모든 것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돋보인다. "내 다락방엔 사다리가 없다. 삼라만상이 잠든 시각 고요히 벽을 타고 내려와 물 한 모금 마시고 올라와 낮게 웅크려야 한다"라고 말한 그는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관망하듯 시를 써간다. 치열하고 깊게 때로는 온유하게 세상을 탐색하는 그는 시를 통해 천지사방으로 흩날리는 철없는 향기를 내뿜는다. 지난 2002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두리문학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내 어릴 적 꿈을 낚아 올리기 위해 / 마실을 간다 / 논두렁 사이를 지나 정자목에 이르면 / 그 파란 이파리 봄바람 타고(중략) / 얼마나 많은 날이 필름 돌아가듯 / 그렇게 지나고 있는가 / 얼마나 많은 일들이 스멀스멀 / 지렁이 몸짓처럼 흔들대고 있는가(중략)'('마실 가는 길'중에서)유나영 시인의 시집은 흑백사진처럼 저장된 기억 속에 있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꺼내 놓는다. 이런 흔적이 묻어난 한 편 한 편의 시들이 전체적으로 가지런하게 얽히고 직조해 내는 질감과 색채를 만들어낸다. 이번에 출간된 두번째 시집 '마실 가는 길'(도서출판 들꽃)에서 그는 어린 날의 이야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복된 확인을 통해 자신의 어제와 오늘의 관계를 묻고 있다.마실 떠나는 여정은 1부 첫 시 '숲의 삽화'에서 시작된다. '숲'이라는 대상과 '운다'라는 존재적 행위 사이에 '날개'와 '빈 하늘'이 있고 '숲'은 그것들을 바라보며 운다. '숲'이 보고 경험했던 것은 '떠날 차비를 하는 것'과 '마지막 이별을 나누는 몸짓'이었기 때문에 '떠나 보내는 행위'를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는 것."유 시인은 한 편 한 편의 시들에서 기교를 중시하지 않지만 시집 전체 구성이나 시에 등장하는 소재들 자체 대비에서 은근한 짜임새를 보여준다"라는 이종섶 시인의 말처럼 '마실 가는 길'의 시는 한 올의 실과 같고 시집 전체는 한 올 한 올의 시들이 모여 만들어진 옷감과 같다.'한국시'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풀섶에 앉은 이슬'을 냈다. 현재 (주)예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황미연(51·완주 한별고 교사)씨가 국악을 시작한 것은 숙명이었다. 조부였던 석전 황욱 선생은 지방의 율객(律客)을 집으로 초대해 향제줄풍류를 연주했던 예인이었고, 아버지 황병근씨는 전북도립국악원 창설을 주도한 문화계 인사이자 귀명창이었다. 가야금을 배워볼 것을 권유한 어머니 덕분에 자연스레 국악에 푹 빠진 그는 한양대 국악과와 동대학원에 진학해 가야금과 국악이론 공부를 병행했다. 지역문화의 재발견에서 시작된 전통음악 연구는 전북의 권번(券番·일제강점기 기생들의 조합)으로 관심이 번졌고 당시 신문·잡지 등에서 다뤄진 사료를 수집하면서 그는 권번·기생이 전혀 다른 관점으로 정리되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박사과정에서 쓴 '전라북도 권번의 운영과 기생의 활동을 통한 식민지 근대성 연구'는 일제강점기 전·후로 전통음악의 전승과정을 잇는 지역의 거의 유일한 연구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먼저 권번과 기생에 관해 저평가됐던 부분. 그는 일제강점기 권번이 기생들이 전통예술을 보존하도록 한 자생적 공간이었다고 해석했다. 대다수 기생들이 방탕함과 문란함을 일으킨 주동자였다는 데 반기를 든 그는 "스스로 선택해 공연을 하면서 사멸 위기에 처한 전통음악을 전승하고 이어준 가교 역할을 한 주인공"이라고 재평가했다. "동시대 대부분 공교육기관이 서양·일본문화를 교육한 것과 달리 사교육기관이었던 권번에서는 전통문화에 관한 교과목을 철저하게 가르쳤기 때문"이어서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굴레에 놓였던 이들은 애기조합이 비하당할 경우 법적 대응을 서슴치 않고 남성들만 권번 임원이 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전통예술의 전승자 혹은 새로운 예술의 창조자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토산품 애용 운동과 외국 동포를 위한 구제활동, 3·1 만세 운동 등과 같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에도 열심이었을 만큼 자기 선언도 적극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전통음악에서 일제시대에 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해 망망대해를 걷는 것 같아 답답했다. 결국 연구를 다시 붙들게 한 것은 이들의 재조명에 대한 책임의식이었다"면서 책이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준 함한희 전북대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고창에서 태어난 황씨는 전주대 역사교육과를 졸업, 한양대 국악과에 편입했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국악 이론가이자 가야금 연주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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