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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유적전시관 마한관, 道 1종 전문박물관 등록

익산시 유적전시관의 마한관이 전북도로부터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정식 등록을 받았다. 마한관은 마한 백제의 고도인 익산의 마한 관련 문화를 널리 알리고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08년 개관됐다.이 곳은 그동안 박물관과 사회교육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특히 익산시의 유물기증운동 전개를 통해 지난해 7월 시민 강중근·김종원 씨 등이 선친(이동혁)으로부터 기증받은 마한 관련 유물 438점을 기증하면서 이번 전문박물관 등록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아울러 이번에 전문박물관으로 정식 등록을 받은 마한관은 공립박물관으로서 위상을 한층 갖추게 되었으며, 마한시대 유적에서 출토된 국가귀속 유물을 위탁받아 전시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교육기관으로서 각종 세제 혜택과 공모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유적전시관 이도현 담당은 "전문박물관 등록을 계기로 타 박물관과 협조하여 다양한 전시를 준비하고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마한문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서 더욱 충실히 제 역할을 다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제1종 전문박물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박물관자료 100점 이상, 학예사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인력 1명 이상, 100㎡ 이상의 전시실 또는 2,000㎡ 이상의 야외전시장, 수장고, 사무실 또는 연구실, 자료실·도서실·강당 중 1개 시설, 화재·도난방지시설, 온습도 조절장치를 갖춰야 한다.

  • 문학·출판
  • 엄철호
  • 2013.01.15 23:02

소설 혼불의 순수 언어, 미술로 재탄생

'사르락'(물건이 쏠리면서 가변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잣바듬히'(몸을 약간 뒤로 비스듬히 뻗는 모양새), '울멍줄멍'(엇비슷한 체구의 사람들이 많이 모인 모양), '부숭숭'(살이 부어오른 모양), '어씩어씩'(어슷비슷하게 늘어선 모양새), '고무락거리다'(몸을 느리게 자꾸 움직이다', '포르릉'(작은 새가 갑자기 매우 가볍게 나는 소리'.작고한 소설가 최명희씨(1947 ~1998)의 '혼불'에 등장하는 의성어의태어들이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이다. 나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나는 '혼불'을 통하여 순결한 모국어를 재생하고 싶었다'고인은'전아하고 흐드러지면서 아름답고 정확한 모국어의 뼈와 살 그리고 미묘한 우리 혼의 무늬를 어떻게 하면 복원할 수 있을까. 그것은 늘 나를 사로잡는 명제였다'고 생전에 쓴 수필 '언어는 정신의 지문'에서 밝혔다.고인이 그렇게 공을 들인 소설의 언어가 미술이 됐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정성수)이 서양화가 최지선씨(31)에 의뢰해 '혼불에 담긴 지문전'을 마련하면서다(올 연말까지). 최씨는 소설에 나오는 의성어의태어들을 좁고 긴 형형색색의 헝겊 조각들을 겹으로 붙이고 그 안에 솜을 넣은 뒤, 한 땀 한 땀 바늘질로 글자를 표현했다. 각각의 글자들은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불풀어 올라 마치 글자들이 살아 있는 것 같은 입체감을 준다. 18점의 작품을 통해 '혼불'에 담긴 언어들을 만지고 느낄 수 있게 독락재 앞 기둥에 전시되고 있다. 최씨는 "'혼불'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숨바꼭질 하듯, 보물찾기 하듯, 아끼는 사탕을 녹여 먹듯이 언어들을 챙겼고, 어머니의 정성처럼 수를 높듯 작품 속 모국어들을 새겼다"고 했다. 그는 소설을 펼치면서 막막했던 마음이 작품에 담긴 무궁무진한 표현격을 사르르 녹게 됐다고 덧붙였다.소설'혼불' 은 이번 전시회 이전에도 여러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조명됐다. 고 지용출 화가와 서예가 이승철이근수씨 등이 작품제목을 형상화 했고, 이주리박시완씨는 고인의 초상화 작업을, 김두경진창윤임승환한숙김윤숙나병채씨는 한옥마을 엽서로, 박승남김미라씨는 혼불 필사본들을 쌓은 탑 작업으로 고인을 기렸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1.14 23:02

조선일보 동시 김유석 - "큰 격려 받았다"

숫자로 본 2013 전국 신춘문예를 보면, 전북 문단은 다소 우울하다. 전북 출신 작가들의 올해 등단 소식이 거의 감감무소식이어서다. 올해 성적만을 갖고 전북 문단이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기우(杞憂)는 아직 섣부르지만, 새해부터 어쩐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 시와 소설 부문으로 등단한 김정경(34)강성훈(35)씨가 없었더라면 김유석 시인(53)의 조선일보 동시 부문이나 소설가 최일걸(45)씨의 경남신문 소설 당선이 거의 유일한 소식이었을 것이다. 김유석 시인에게는 '명함'이 하나 더 추가됐다. 2013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아빠의 공책'으로 동시 부문에 등단하면서 동시까지 쓰는 시인이 된 것. 고향인 김제에서 농사를 짓는 시인은 지난해 수십 번 희망과 절망을 오고 갔다. 소값 폭락으로 롤러코스터를 태웠던 농촌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도록 만드는" 힘겨운 밥벌이. 상처투성이 '농꾼'에게 자연은 삶에 넉넉한 여백을 제공했다. 여기서 움 튼 '생명시'는 묵직한 성인시와 동시 사이를 왕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간 것. 그의 말을 빌리자면 "동시는 '관념시'와 '생명시'의 경계에 걸터 있는 것이었다." 시인은 "극(모더니즘 시)과 극(동시)을 오가는 시쓰기를 하면서 스스로도 긴가민가했는데, 큰 격려를 받은 것 같다"며 계면쩍어했다. 동시 쓰기의 단초는 사실 안도현 시인과 유강희 시인이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 시인이 2007년 처음 펴낸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실천문학사)과 유강희 시인이 2010년 내놓은 '오리발에 불났다'(문학동네)를 보면서 "시도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 시인은 "시보다 더 명징하면서도 심각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고 했다. 길섶 강아지풀이나 눈밭에 찍힌 너구리 발자국 등과 같은 자연은 흔하디 흔한 힐링이나 위로 보다는 뭉클한 감성으로 그의 체온을 조금씩 높여주었다. 전북대 재학 시절 소설과 희곡 등 다방면의 습작을 거쳐 시로 돌아온 그지만 "시집을 안낸지 벌써 8년이나 됐다"는 반성문은 "올해 안에는 꼭 시집을 내야 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작가 행세'하며 대충대충 때우는 작가로는 남지 않겠다"는 긴장감 넘치는 각오까지 그의 등단 소식은 전북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인은 1989년 전북일보,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로 등단한 바 있다. 소설가 최일걸씨는 보기 드문 케이스. 전북일보한국일보 동화, 조선일보전남일보 희곡, 광주일보 시에 이어 올해 경남신문 소설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작의 작가'는 많아도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시도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글쓰기에는 끝이 없다"는 예전의 소감은 "이제 신예 작가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일각의 불만을 대신할 수 있진 않지만, 기이한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진안 출생으로 우석대를 중퇴했으며, 제18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과 518문학상 시 부문에도 당선된 바 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14 23:02

보험과 펀드의 숨겨진 진실은

'금융독점에서 금융을 주민에게''금융교육의 산실 전북을 꿈꾸며'금융소비자들의 권익옹호에 관심을 가져온 강홍규 베스트로 대표이사(55)가 현명한 금융소비를 조언하는 지침서를 냈다. '바보야, 넌 절대 부자 될 수 없어?'(성하books). "저자는 "우리 모두가 금융소비자인데 무관심과 무지로 금융독점에 끌려다니며 주머니가 털리는 바보였다. 더이상 바보 금융소비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보험, 주식, 펀드 등에 대한 기초교육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금융권력이 소비자들을 마음대로 끌고 가는 현실을 질타하고, 보험과 펀드의 숨겨진 비밀과 진실들을 끄집어냈다. 또 16년 전 보험법인대리점 '베스트'로 주식회사를 설립, 고객만족 경영으로 입지전적인 유지율을 기록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금융인의 바람직한 자세를 조언했다.저자는 "지금이야말로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이해력을 높이고 합리적 선택이 가능학도록 금융역량을 키울 수 있는 건전한 금융소비자 운동이 필요한 때다"며, "20여년 전부터 금융민주화를 꿈꾸며 소비자들을 학습시키면서 준비했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전북이 금융이해력에서 가장 뛰어나고, 금융자산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도시, 금융역량을 제대로 갖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저자는 13일 오후 6시 전주리베라호텔에서 책 출판을 기념해 나눔행사가 곁들여진 출판기념음악회를 연다. 호남오페라단 이사장한국금융자산입출구전략연구소섬김과나눔 선교회 대표이사한국금융교육행복센터 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1.11 23:02

16. 고은(高銀) 편 - 한 줄의 시가 곧 시대가 되는 노벨상 후보

고은(1933-)은 군산고등보통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하였지만, 6.25 전쟁이 발발하여 마을 사람들이 좌우로 갈리면서 보복 학살을 일삼는 와중에 4학년을 마치고 중퇴하게 된다. 그후 입산, 효봉 스님의 상좌가 되어 11년간 승려생활을 하다 1958년 조지훈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1970년 전태일 노동자의 분신 사건을 계기로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게 된다.임이여, 나는 서방정토에 가지 않으렵니다죽어서 죽어도 이 나라에 한 점으로 있으렵니다죽어서 몸이야 흙이 되건만내 넋은 흉흉한 귀신이 되어서 이 나라 이 강산에 있으렵니다그동안 살아오면서 집 없이 떠돌기도 했습니다만죽어서는 이 나라가 온통 집입니다영산강 기슭에도 떠돌고갈 수 없던 대동강 모란봉 위에도 떠돌면서 대동강깊은 밤 술이 되어우리 억압자의 배 안에 들어가렵니다. -「임종」에서"출가하여 방랑생활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름답지만 현실에 대한 무책임이 아닌가? 자기 한 사람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중생의 괴로움과는 함께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군중과 함께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이야말로 성스러운 것이 아닐까"라고 자문하며, "아무리 세상이 허무하고 그림자이고 잠시 쉬어가는 집이라 할지라도 여기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중생을 위하여 뭔가를 해야 할 게 아닌가. 법도 법이지만 밥도 없어서는 안 된다"고 최근 조국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단언한다.시인은, 모든 중생의 괴로움이 구제될 때까지는 결코 성불할 수 없음을 깨달으면서 몸소 지옥에 떨어졌다는 지장보살에 자기 자신을 비유하고 있는 듯하다. "임이여! 나는 서방정토에 가지 않으렵니다. '죽어도 이 나라에 한 점 흙'이 되렵니다."가 그것이다. 외세에 의해 강제로 분단된 조국현실과 그에 기생해온 수구적 기득권자들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된 그의 시는 '물 얼고 모진 바람 불어도/ 함께 얼음 밑의 물이 되고/ 함께 태백산맥 바람의 아픔으로 바람소리가 되렵니다.'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 몸 바치고자 하는 그의 순교 정신이 뜨겁다.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온 몸으로 가자.허공을 뚫고온 몸으로 가자.가서는 돌아오지 말자.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화살」전문,『새벽길』 창작과비평사 19781970년대, 암담한 그 시절에 우리 모두가 독재 정권을 향해 '화살'이 되어 날아가자'고,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고 외친다. 죽음을 각오한 결사 항전이다. 이로써 그는 당시 허무적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보수적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안고 있던 매너리즘적 도그마로부터 벗어나 소위 실천적 해방시학의 새 장을 열어주게 된다.뿐만 아니다. '시로 쓴 한국사 인물 대사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만인보』를 통해 그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민중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다양한 모습을 폭넓게 형상화한 세계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역작이요 한국현대 한국 민중사의 자랑스런 얼굴이 아닐 수 없다. '시(詩) 한 줄이 혁명이 되고', '시 한 줄이 곧, 시대가 되는 시'를 찾아 헤매면서도 최근에는『겨레말 큰사전』남북 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직도 맡아 "내 운명을 여기 다 바쳐야겠다."며 민족혼을 불태우고 있는 또다시 뜨거운 시인. 그리하여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있는 우리의 유일한 민중시인이다./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1.09 23:02

대선 패배 상처, 문학으로 보듬다

지난 4일 오후 7시 전주 경원동 창작지원센터. 객석에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소설가 황석영(70)정도상(53)씨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절망에 빠진 독자들을 위해 깜짝 기획한 '위로와 공감'을 주제로 한 북콘서트에는 세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독자들이 찾았다. 재능 기부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황씨가 대선 투표율 77%를 넘기면 신간'여울물 소리' 2000권을 뿌리겠노라 공언했던 '사단'의 연장선. 황씨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프리 허그' 이벤트를 한다는 소문을 접한 네티즌들이 그에게 "져도 해 달라"며 무언(?) 압력을 들이대 친분이 있는 정씨와 기획했다"고 했다. "대개 정서상 지방에서 행사를 할 땐 지역 특산품을 존중하는 분위기"라는 황씨의 너스레에 정씨는 "선거 끝난 뒤 광주는 518 항쟁 이후의 정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당초 공약을 함께 이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등단 50주년을 맞은 황씨는 사회자 이재규(희망과대안전북포럼 공동대표)씨가 제지를 줄 틈도 없이 이야기를 주도해나갔다. 지난해 등단 50주년을 맞아 쓴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의 출간 배경에 대해 "자생적 근대화 운동의 절정이 동학농민혁명(1984)인데, 올해가 동학에서 말하는 새로운 시대가 120년 간 지속되는 분기점이다. 길고 고통스러운 '근대'가 마감되고 어서 빨리 개벽의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쓴 것"이라고 했다. 19세기 격변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을 뒤쫓는 내용으로 동학과 증산도, 이야기꾼이 소설의 중요 삼각 편대. "이번 선거에서 세상이 변했으면 했다"는 일각의 아쉬움을 "뒷간 다녀오니까 10년이 훌쩍 가더라. 노는 건 5년 뒤로 미루겠다"며 웃음으로 버무려 낸 그는 "호남은 백척간두의 민주주의 위기에서 줏대를 지켜온 곳이었다"며 사람들을 위로했다. '은행나무 소년'(창비)을 쓴 정씨는 "대선 이후 인터넷 메일 확인 외에 어떤 뉴스도 보지 않았다. 이제 서서히 빠져 나와 삶을 지속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상실감과 좌절감이 컸다는 뜻일 게다. "거창하진 않아도 현재 진행형인 상처에 대해 주목"해온 작가는 '은행나무 소년'을 통해 열두 살 소년이 강제 철거와 외할머니의 치매, 힘겨운 첫사랑을 겪어내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아 오늘날 용산 참사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역사가 패배를 겪고 나면 그것이 어떻게 상처로 축적되는지 봤다. 내공과 깊이를 가진 역사라면 전진하고 성숙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작가는 이날 '상투성'을 극복하는 문학의 과제를 이야기했다. "'상투성을 넘어서는 문학'이라는 문구에서 무릎을 탁 쳤다"는 황씨도 나이가 들면 더 안주하기 마련이라는 선입견에 코웃음을 날리며 "더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말년 문학'을 내놓겠다"고 했다. 자칭 '황구라'의 약속이 '구라'로 끝날 것인지 지켜질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새 정부의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콘서트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퓨전공연단체'마실'과 '레인보우 스테이지'는 꽉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달달한 음악과 시원한 음악을 선물해 큰 박수를 받았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07 23:02

인생의 징검다리에서 작가는 '문학의 봄'을 꿈꾼다

한국 문단에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품에 안긴 등단 소식.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도전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다가 떨어지는 쓰라림을 겪었던 김정경(34시)씨나 백수(?)로 글을 쓰다가 장사를 준비하던 중이었다는 강성훈(35소설)씨, 소설을 쓰다가 아동문학으로 바꾼 게 큰 행운이었다는 염연화(38아동문학)씨의 이야기는 한 편의 단편 소설 같았다.올해 신춘문예는 믿기 어려울 만큼 '원고 홍수'를 이뤘다. 시 1296편(311명), 수필 422편(187명), 소설 179편(170명), 동화 155편(151명) 등 총 2052편으로 글쓰기로 존재감을 확인하고픈 중년층이 대거 출품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선작은 모두 30대에서 나왔다. 수필 부문 당선작을 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경씨는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시절 "너 시집 언제 갈래?"라는 선배들의 농담에 "시집(詩集) 내기 전엔 시집 안 가"라고 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전주MBC 방송작가인 그는 "본래 끈질기거나 집요한 근성은 없는데, 시는 참 포기가 안 됐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아까운 '무엇'이었다"고 털어놨다. 당선작'검은 줄'은 MBC 파업 현장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특수 고용자'인 자신의 심경을 형상화한 작품. "아직도 꿈결인 것 같아 내일 시상식을 하지 않으면 등단 소식이 취소될 것 같다"고 불안해하는 그에게 "포기 안하고 써줘서 고맙다"는 스승의 전화는 울컥하게 만들었다. 가시는 길에 시 한 수 가르쳐 주신 할머니와 경남 하동에서 열심히 농사짓는 부모님께 "책임을 지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성훈씨는 당선 소식 전화를 가장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너무 얼떨떨해서"라고 나중에 고백했다. 전북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취업 대신 글 쓸 궁리만 해 "집에서 내놓은 아들"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극한에 처해 죽음을 선택하는 걸 보면서 희망의 끈은 아니더라도, 절망의 힘으로도 살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에게 작품은 어떤 의미였을까.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억압하지 않는 문학은 억압하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론가 김현의 말을 빌린 성훈씨는 누군가의 욕망과 결핍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눈망울이 유독 커서 눈물도 많고 마음도 여릴 것처럼 보이는 연화씨는 본래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시절 소설을 썼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글쓰기 열정이 시들해질 무렵, 아동문학이 눈에 들었다. 편지 쓰는 걸 좋아했던 그가 어느 날 발견한 우체통은 어딘지 모르게 외로워보였다. 버려진 우체통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보고 당선작'두근두근 우체통'을 쓸 수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 어린 시절엔 수줍음도 많고, 조숙한 아이였다. 어릴 적 마음의 허기를 아동문학으로 채워가는 것 같다." 는 연화씨는 아동문학을 통해 또 다른 희망의 씨앗으로 움틀 수 있기를 희망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04 23:02

전북은행 양광영씨 등 금융전문가 3인 '내인생 퇴직후 1년'

젊은 시절을 온통 바친 직장에서 퇴직할 때 심정은 어떤 것일까.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퇴직한다고 생각해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60대 청춘이라고 할 만큼 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퇴직을 인생 2막으로 여기는 사람 또한 많아졌다.전북은행 양광영 영업기획부장 등 금융전문가 3명이 뭉쳐 막연하게 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퇴직 준비서'내인생 퇴직후 1년'을 펴냈다(레몬북스). 퇴직을 하는 마음가짐부터 퇴직과 관련한 필수 금융상품,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은퇴설계, 교육설계 등 자산관리 케이스를 담았다. 저자들은 "온전히 새로운 선택을 할 자유가 주어지는 전환점으로 여기고, 이전에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긍정적 사고로 퇴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은 곧 자기 경영주식회사의 CEO가 되는 것'라는 전제 아래, 퇴직 설계는 재무설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 노후생활의 핵심 지킴이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중요성과 선택 요령을 제시했으며, 투자는 '중위험 중수익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1.04 23:02

비밀노트 따라 고구려 여행 떠나볼까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아동문학가 박예분씨가 드디어 모습을 보였다. "정말 그렇게 힘든 여름이 없었어요. 징글징글하게 원고하고 싸움했네." 세 아이 뒤치닥거리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 부지런히 글을 썼다. "신경 많이 못 써줬는데, 반듯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제일 고맙다"고 할 만큼 서로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니 버팀목이 된 시간이었다. '역사 탐험대의 비밀 노트 - 두루미를 품은 청자삼족오를 타고 고구려로'(대교)에는 12명의 탐정 클럽 아이들이 등장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굶주림, 전쟁이나 폭력, 자연재해와 같은 불행한 사건들을 해결할 운명을 타고난 이들이 비밀 노트를 손에 넣게 되면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아이들은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면서 고려 시대의 역사 속 인물과 만나고,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체험한다. 비밀노트에 적힌 문화재를 찾아 현재로 돌아와 교실에 12개의 사물함이 채워지면 위험에 처한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설정. '골동품 나라'로 여행을 떠난 미리의 미션은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을 구해 오라는 것. 청동 말을 쓰다듬자 회오리 빛을 일으키며 고려에 도착한다. 국제 무역항'벽란도', 팔만대장경, 공민왕과 노국 공주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역사 탐험대의 비밀 노트 - 두루미를 품은 청자'에 소개된다. '역사 탐험대의 비밀 노트 - 삼족오를 타고 고구려로'에서는 연우가 고구려로 가서 연가 7년명 금동 여래 입상을 구해오는 내용이 골자다. 팔목에 삼족오(태양 속에서 산다는 상상의 동물로 세 발 달린 까마귀)를 타고 주문을 외우자 고구려에 도착한 연우는 씩씩한 고려 무사가 된 뒤 연가 7년명 금동 여래 입상을 구하기 위해 어떤 모험을 감행할까.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역사 탐험을 수행한 박예분씨는 2003년 아동문예문학상을 수상한 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2008년 전북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엄마의 지갑에는', 글쓰기 교재'박예분 선생님의 글쓰기 교실', 아동청소년 역사 논픽션 '뿔난 바다' 등을 펴냈다. 그림은 이진우씨가 그렸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04 23:02

나의 결핍 채워주는 감나무처럼 넉넉해지네

시(詩)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었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 온 햇수를 생각해보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 같았다.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자신이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는 누군가의 말씀에 누가 되진 않을까 고민했다. 오랜 망설임 끝에 네 번째 시집'바람 불어 좋은 날'(신아출판사)이 나왔다. 조미애 시인(54)은 얼굴이 홧홧하다고 했지만, 시를 쓸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을 보내며 시처럼 살고 싶은 그날그날의 마음을 담았다. 시인은 시를 감으로 빗댔다. 시인의 결핍을 채우고 풍성한 수확을 이루게 해준 감나무가 포근한 위로가 됐다. '홍시는 채반에 얹고 생감은 자루에 담는다 / 한 가지에 태어났으나 얼굴 다른 형제들이다 // 한줄 또 한줄 춤추는 감들의 향연 / 문득 고개 들어보니 어장인 듯 / 푸른 바다위에 감들이 줄을 지었다'('감' 중에서)시집에는 바람 불어 좋은 날에 여린 속잎에 꿈이 영든 푸른 대숲에 들어('푸른 대숲에 들어') 청신한 시어를 건네는 시인이 있고, 연분홍 사랑이 꽃불로 번지게 하는('매화') 맑은 시상을 선물하는 시인도 있다. 시간과 속도 속으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는 시대. 조미애 시인의 시편들은 그 속도와 시간에 저항하며 내일의 서정으로 나아가고 어제의 서정은 꺼트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냈다. 그렇게 시인은 당신의 '감나무'로 초대한다. 넉넉해진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린다. 전남 진도 출생인 시인은 1988년 '시문학'으로 등단해 시집'풀대님으로 오신 당신','흔들리는 침묵','풍경'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3.01.04 23:02

15. 최진성(崔辰聖)편 - 초현실적 영원 추구하던 순정의 시인

풀잎도 숨을 죽인 듯따뜻한 햇빛이 꽃밭을 굽어보던 한 낮光이는 왜 잠자리를 잡았을까그리고 또 놓아주었을까.채 말도 못한 두 살짜리가꽃가지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잡았다가 놓아준다.아직 둔한 손가락을 살그머니 내밀면잠자리는 날아갔다가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몇 번인가 되풀이하다가점점 가까이 날다가힘을 알아보다가마음을 놓았는지날지 않고 손가락을 흘겨보면서뱅뱅 제자리를 돈다.잡힐 듯 말 듯제법 光이를 놀린다. 그러다가 잡히고 만다.정말 신비가 흐른다.光이와 잠자리잠자리와 光이문득조공(祖公)의 고사(故事)가 말이다.......눈 앞 꿈이 다 이러한가.-「光이와 잠자리」 전문 장자(莊子)의 제물편에 나오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을 연상케 한다.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가 깨어 보니,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도대체 장자가 나비이고, 나비가 곧 장자인지 알 수 없는 물아일체의 경지, 아니 우주의 절대경지에서 보면, 장자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구별이 없는 태허(太虛)의 세계런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보이는 것은 만물의 변화에 불과할 뿐이다. 그의 시는 『光이와 잠자리』에서처럼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어린 아이와 나비의 이야기, 곧 그 어떤 두려움과 경계심도 없는 선계(仙界)의 한 풍경이 그려지면서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는 듯한 선취(仙趣)의 세계를 보이고 있다. '최진성 시인은 옛 선비의 먹 맛을 아는 시인'이라는 이동주의 말마따나 그는 평생을 평교사로 떠돌면서 오로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후배 문인들을 이끌어 주면서 틈이 나면 바둑과 술을 즐기고, 산에 오르기를 좋아한 동양적 선비풍의 시인이었다. 『방장부方丈賦』 란 시집 후기에서 '자연에서 오는 아름다움과 구도자처럼 환상어린 나의 체험은 마침내 시를 쓰고자 산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산에 살고 싶어 시를 썼는지도 모르겠다.'할 정도로 현실에서 흔들리고 상처받은 본래적 자아의 심혼, 곧 시도(詩道)를 산에서 되찾고 싶어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마을과 산과의 거리만큼이나 항상 무언가 그립고 아쉽고 서러운 데가 있는 순정의 서정이 그의 시의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전북 장수읍 개정리에서 출생한 최진성 시인(1928-2003)은 1953년 『신조』란 시조집에 「풍년」을 발표하여 데뷔하면서 전주여고와 남원농고 등에서 국어과 교사로 근무하였다. 특히 한국문인협회 전북지부장을 맡아 『전북문단』 창간호를 ('87,12)를 발행하면서 지역 문인들의 양성과 이 고장 문학의 활성화에 남다른 애정과 적극성을 보였다. 순수한 자연 관조 정신을 바탕으로 무위(無爲)의 노장사상과 불교의 연기에 인생의 본질을 교직하였으며, 초현실적인 영원주의를 추구하면서, 인생의 참모습을 부단히 탐구한 순정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13.01.02 23:02

소설가 황석영·정도상씨 전주 온다

2012년 대통령 선거 이후에 '집단 우울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작가들이 책을 들고 나섰다. 소설가 황석영씨와 정도상씨의 전주 북콘서트(4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전주 창작지원센터). 작품을 통해 그늘진 곳을 살피며 사회적 모순에 저항해온 두 작가가 2013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신년 초에 전주를 찾아 그들이 담고 있는 생각과 전북의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다.북콘서트 주제는'위로와 공감'. 편하게 대화하고, 좋은 노래를 들으며 서로를 힐링하는 프로그램으로 준비됐다. 황석영씨는 등단 50주년 기념작으로 출간한 '여울물 소리'(자음과모음)를, 전북대 출신의 작가 정도상씨는 '은행나무 소년'(창비)을 각각 들고 나와 작품 이야기도 나눈다. 이들은 행사때 100권씩 무료로 전북의 독자에게 증정하는 힐링사인회도 곁들인다.이와함께 공연단 '마실'과 인디밴드 '레인보우 스테이지'가 재능기부 형태로 행사의 처음과 끝을 채워줄 예정이다. 주최측은 행사 당일 자기가 위로 받았던 책 한 권씩을 들고 올 것과, 참석자 중 누군가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포스트잇으로 붙여올 것을 권했다. 새정치 국민연대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지난 29일 서울을 시작으로 전주에 이어 광주(5일), 부산(11일), 대전(18일). 서울(25일)에서 6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만주 장춘 출신의 황석영씨(70)는 1962년 단편'입석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후 리얼리즘 미학의 정점에 이른 걸작 중단편들을 속속 발표하면서 1970년 이래 한국의 대표적 작가로 떠올랐으며, 사회 구조적 모순에 저항하는 진보적 문인으로 활동해왔다. 만해문학상(무기의 그늘), 단재상(오래된 정원), 대산문학상(손님) 등을 수상했다.경남 함양 출신의 정도상씨(53)는 전북대 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단편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며(오월문학상 수상)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누망'으로 단재상, '찔레꽃'으로 요산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원용
  • 2013.01.02 23:02

총 2052편 '원고 봇물'… 중년 출품 돋보였다

'50대의 반란'은 대통령 선거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었다. 2013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도 글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은 전국의 50대 원고가 대거 몰렸다. 갈수록 고령화 돼가는 지역의 신춘문예 현실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에 비해 원고가 3배 이상 증가한 2052편에는 팍팍한 현실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 싶어 하는 50대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었다.올해는 시 1296편(311명), 수필 422편(187명), 소설 179편(170명), 동화 155편(151명)으로 총 2052편이 접수됐다. 지난해에 비해 3배, 예년과 비교하더라도 64% 가량 증가한 올해 출품작들은 지역·성별과 무관하게 전 장르에서 고른 포진을 보였다. 심사위원들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소설 부문에서 이례적으로 출품작이 많이 몰렸고, 미국·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 등 해외 출품작은 물론 기동 순찰대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접수를 마감한 사례까지 이야깃거리가 풍부했다. 21일 열린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예외적 급증의 이유로 막막한 사회 현실에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한 것 같다고 봤다. 다만, "오랜 습작기간을 거친 중년의 기본기와 연륜이 결합된 작품이 많은 반면, 2030세대의 신선한 발상을 담은 글은 드물었다"면서 "본래 신춘문예라는 게 '얼마나 잘 썼느냐' 보다는 '얼마나 더 잘 쓸 수 있겠느냐'를 보고 뽑는 것인데, 패기 있고 참신한 작품은 많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시 부문에선 대개 침울하고 강팍한 현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대다수였다. 심사를 맡은 박성우·유강희 시인은 "올해는 언어 유희적 경향이 짙은 미래파 경향의 시가 크게 줄어든 반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전통 서정시 범주에 들어갈 시가 유독 많았다"면서 "그러나 서정시라 하더라도 낯선 지점을 찾아내 형상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봤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의 시는 대개 비슷한 흐름을 보였고, 크게 흠잡을 데는 없으나 시선을 확 잡아끄는 매력까지는 아니었다는 평이다. 이례적인 '원고 홍수'에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읽느라 진을 뺀 최기우 박정윤씨는 "실업·불륜 등 불안한 삶을 엿보는 소재가 많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역을 묘사하는 서사 전략이 뛰어난 작품들이 상당했다"고 심사평을 내놨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듯 문단의 앞 글자만 따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읽히게 하는 이색 작품은 심사위원들의 무릎을 치게 했다. 지난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탄탄한 글쓰기를 보여줬던 수필은 올해 다소 부진했다. 기명숙 김재희씨는 심사를 통해 "삶의 매너리즘에 빠져 일상을 나열하거나 하소연과 호소에 머무른 작품이 대다수"라면서 "깊은 사유와 문학적 승화를 통한 '주제 의식'이 드러나지 않았거나 '수필은 무형식'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무질서 혹은 방종한 스타일도 아쉬웠다"고 밝혔다. 동화에서는 상상력은 돋보였으나,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이 약한 작품이 많았다. 동화 부문 심사를 맡은 김종필·박예분씨는 "재밌고 톡톡 튀게 전개돼야 할 우화가 지루해져버리고 마는 상황이 속출했다"면서 "반면 제목만 봐도 궁금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신경쓴 작품이 대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개 50대 작품의 경우 현재의 아이들을 읽어내지 못하고, 과거의 아이들을 불러내 시대와 소통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선작은 이달 말 개별 통보되며, 내년 1월 1일자 신년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예심 심사위원△시= 박성우 우석대 조교수, 유강희 시인 △소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 박정윤(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자) △수필= 기명숙, 김재희 △아동문학= 김종필, 박예분

  • 문학·출판
  • 기타
  • 2012.12.24 23:02

"김근태 덕에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1년 전, 김근태 前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의 삶을 정리할 기록자로 호출을 받았다. 김 전 의장이 임종 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본 소설가 방현석(51)씨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의 영원한 진술 거부에 많이 울면서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이야기공작소) 집필에 매달렸다. 그는 "그 순정한 삶을 제대로 그렸는지 집필 기간 내내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주인공 김근태는 실명으로 등장하지만 주변 인물이나 사건은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소설로 재구성됐다. 잘 알려지지 않은 김근태의 개구쟁이 유년 시절, 학생 운동정치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학창 시절의 모습, 대학생이 된 뒤 역사관이 바뀌게 된 계기 등에 관해 새롭게 눈뜨고, 민청련 의장으로 518의 실상을 알리다가 대공분실로 끌려가 잔인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선 눈을 질끈 감게 된다. 40여 명에 이르는 주변 인물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 고인에 대한 회고를 들었다는 작가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누구의 피와 땀과 눈물로, 누구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왔는가"하는 물음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며 던졌다. 무엇보다도 "등장인물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담당 파트너나 가해자 측 입장까지도 생각했던 것은 순전히 김 의장의 성정 때문이었다. 김 의장이 22일 간 겪었던 잔혹한 남영동 고문을 다룬 영화'남영동 1985'를 찍은 정지영 감독은 '자꾸 웃음이 났다. 순정을 다한 한 남자의 생을 읽으면서, 한 시대의 증언을 목도하면서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하면서 눈물도 났다. 스러져간 많은 별들을 떠올리며 아팠던 가슴에 오랜만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고 적었다. 부인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생전 소탈하고 다정하면서도 고집스럽던 그 모습으로 김근태가 내 앞에 뚜벅뚜벅 걸어 왔다.'고 썼다.'나는 입을 달싹거려 한 사람씩 불렀다. 내가 지켜 낸 이름과 지켜 내지 못한 이름, 나를 모욕하고 유린했던 이름, 끝없이 그리운 이름, 이름들.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려는 안간힘으로, 그들이 불러준 내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그해 겨울 나는 죽지 않았다.'로 끝을 맺는 책은 인간이 과연 진실을, 타인을, 그리고 신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던진다. "2012년을 점령하라!"라고 한 김근태의 유지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고, 잔혹한 일을 저지른 실세들은 가슴 펴고 당당히 다니고 있다. 현 세대가 김 의장에게 진 마음의 빚은 두고두고 갚아나가야 할 것 같다.

  • 문학·출판
  • 이화정
  • 2012.12.21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