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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생각놀이, 사유(思惟)야 말로 진정한 소유

성우 은영선이 첫 수필집 <사유(思惟), 그 진정한 소유>(해드림 출판사)를 펴냈다. 이 수필집은 인간 은영선이 삶 속에서 경험하고 사유하고 깨우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표제작 사유 그 진정한 소유는 소유의 의미를 다방면으로 조명하고, 진정한 소유가 무엇인지 추적한다. 한강과 남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조망권 값을 치르는 집에 살면서도 진정으로 한강과 남산을 소유하지 못하는 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그래서 생각놀이, 사유야 말로 진정한 소유가 아닐까라는 맺음은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성우로서의 삶에 대한 사유도 드러난다. 은영선은 목소리 연기자의 보람에서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질문에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었고, 가까이는 엄마가 되고 싶었던 그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다. 결국 은영선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성우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성우를 이렇게 정의한다. 배우가 맡은 역할, 인물을 그저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닌 단 하루라도 정말 그 사람인 듯 살아보아야 더욱 좋은 연기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그의 글은 관심을 끄는 힘이 있다. 1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어머니에게 효도를 하고자 다짐하면서, 부모의 입장에도 서 본다. 언니와 오빠, 막내인 그를 사랑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마치 심리전을 치르는 마음으로 글이 읽히고,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독자 역시 은영선의 생각과 행동에 빨려 들어가 있다. 최원현 문학평론가는 은영선이 구사하는 젊은 감각적 언어들은 유난히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데 도란도란 정감 어린 대화 같기 때문이다며어느 사이 독자가 그의 앞에서 맞장구를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고 평했다. 서울 출신인 은영선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5년 KBS성우 공채 25기로 입사했다. 성우 외화부문 신인연기상과 성우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2019년 <한국수필> 1월호를 통해 등단했다. 현재 한국수필과협회, 사단법인 성우협회, KBS극회 회원이고, KBS 방송 아카데미 성우반 강사다. 저서로는 <목소리>가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21 16:36

[신간] 김송포 시인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

아침이면 익산에서 굿모닝/톡/한낮에 메밀국수 먹다가/톡톡/저녁이면 시집안에서/톡톡톡/존재를 알리기 위한 도구에 가까워질수록 숨을 크게 쉬곤 해/하루에도 수없이 커지는 동공은 깊이 빨려 들어가(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 일부) 김송포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을 내놨다. 현재 성남 FM방송에서 라디오 문학프로를 진행하는 시인은 대중적인 감수성을 풍부하게 드러낸다. 예를 들어 현대인의 대표적인 소통도구가 된 카카오톡 메신저의 신호음을 묘사한 톡, 톡톡 등의 표현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집에 실은 작품 58편 가운데 다수 작품을 통해서도 친근감을 엿볼 수 있다. 또 존재와 관계의 문제를 줄기차게 물고 늘어진다. 시인은 존재의 문제를 결국 사이와 관계의 문제임을 깨닫고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에 대해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는 존재의 끈들은 시인의 몸을 감싸며 따라온다며 관계의 바다에서 매생이 같은 생명의 끈들이 합쳐지고, 갈라지고, 흔들리며 다시 만나는 장면은 철저하게 액체적이다고 평했다. 전주 출신인 시인은 지난 2004년 현대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문학우수작품상, 포항소재문학상,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출간한 시집은 <집게>, <부탁해요 곡절씨>가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21 16:36

[신간] 정군수 시인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

석정문학관 관장을 역임한 정군수 시인이 6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인간과 문학사)를 발간했다. 시집은 사랑순수죽음기적영혼가족황혼시대정신 등을 주제로 한 작품 80편을 수록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를 담은만큼 비유와 상징의 맛이 신선하고 현묘한 작품이 대다수다. 독자에게 다양한 상상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어준다.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를 사랑하였다/ 배가 닿지 못하는 바위섬에서/ 그녀는 억센 찔레넝쿨만 키우고 살았다/ 내가 헤엄쳐 건너가자/ 그녀는 사슴을 키우기 시작했다// 내가 한쪽 가슴이 있는 여자라 불렀을 때/ 섬은 외롭지 않고 바닷새도 날아와 알을 낳았다 (한쪽 가슴이 없는 여자 중에서) 특히 표제시는 비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바위섬을 여린 생명의 알을 포란하는 사랑의 힘이 작동하는 공간으로 보고 있다. 왕태삼 시인은 정군수 시인의 시는 신이 없는 사랑과 영혼의 변종시학이라며 특히 시적 사유는 끝없는 변이를 부르는 팔색조라고 평했다. 이어 회화의 스푸마토(sfumato)처럼 비유와 상징은 천의무봉하며 일색 신비하다고 부연했다 김제 출생인 정군수 시인은 시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은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봄날은 간다>, <늙은 느티나무에게>, <초록배추애벌레> 등이 있다. 정 시인은한국문인협회전북지회장, 전북시인협회장, 전북대평생교육원문창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전영택문학상, 전북시인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석정문학회 회장과 신아문예대문창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21 16:3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작가 - 시시 벨 저, 고정아 역 '엘 데포'

언제인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믿었다. 어느 날은 학교의 지붕이 열리고 로봇을 조종하며 세계를 구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표지가 귀여워 집어 든 『엘 데포』에서 어린 시절 나의 슈퍼 파워를 다시 찾아냈다. 후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얻은 시시는 학교에 가기 위해 고성능 보청기를 착용해야 했다. 가슴께가 불룩 튀어나오는 기계를 매달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건네야 했다. 종일 마이크를 목에 걸고 다니는 담임 선생님 덕에 시시는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게 됐다. 시시는 남몰래 이걸 슈퍼 파워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아이들과의 관계를 쌓는데도 이 보청기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엘 데포(시시의 영웅 이름)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슈퍼 파워를 사용했습니다. 보청기를 들고 싱클맨 선생님이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알아내는 일이었지요.(엘 데포 中)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자습시간, 반 아이들이 모두 떠들 때도 시시는 선생님이 교실로 돌아오는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다. 아마 아이들에게는 영웅이나 다름없는 재능처럼 보이기도 했을 테다. 나는 오래도록 아토피를 앓고 있다. 어릴 때는 팔과 다리에만 일어나던 피부 습진이 성장기를 지나면서 손과 발에 자리 잡았다. 손에 힘을 주는 대부분의 일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되도록 양손의 악력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머물렀다. 덕분에 나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특히 혼자서는 캔이나 페트병 음료를 열 수 없는 상황을 자주 마주쳐야 했다. 집에 혼자 남아 생수병을 열기 위해 시도하다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소리를 지르며 잔뜩 성을 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매번 혼자 남을 때마다 물을 마시지 않을 수도, 계속 화를 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지렛대의 원리를 정확하게 활용하는 아이가 되었다. 지렛대는 어디에서든, 무엇으로든 재료만 있다면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영수증도, 작게 찢은 조각도, 여러 번 덧댄 실도, 가위도! 남들과 다른 것? 그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 되었습니다. 약간의 창의력과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어떤 다름도 놀라운 것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이 우리의 슈퍼 파워 입니다.(엘 데포 中) 손이 불편해 별수 없이 무엇이든 지렛대로 만들던 상상력은 나의 특별한 능력이자 슈퍼 파워가 됐다. 이제는 손에 힘이 없는 것은 큰 어려움이 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수많은 도구가 있으니 말이다. 몇 달 사이 10년이 넘도록 유일하게 멀쩡하던 엄지손가락에도 피부염이 번졌다. 엄지손가락이 편안하지 않은 삶에 또다시 적응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엘 데포』를 만나 꽤 많은 불안이 정돈됐다. 나는 도구를 무척이나 잘 쓰는 사람이니까 또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상상력이 있잖아! 하고 자신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7.21 16:36

[신간] 등단 40년 만에 낸 첫 시집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병천이 등단 40년만에 첫 시집 <모든 사랑은 첫 사랑이다>(바람못)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지난해 제주도로 이사간 뒤 일 년 동안 썼던 400여 편 시 가운데 사랑과 연애와 관련한 시만 따로 추려서 엮었다. 생애 첫 시집인 만큼 각 작품은 과도한 상징과 은유, 비약을 철저하게 배격했다. 이 때문에 인간의 순수한 감정이 눈에 띈다. 특히 사랑의 다양한 형상을 단순한 묘사만으로 뽑아낸 직관과 순수성은 관심을 끈다. 돌아보았더라면 / 서 있는 내가 보였을 것이다 / 너는 끝내 돌아보지 않고 / 나는 얼어붙은 섬이 되었다 // 볼 수 있어서 봄이었던 봄이 가고/ 서서 선 채로 서 있는 섬 (섬전문) 작품들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소재가 가득하다. 또 쉽고 짧은 시 조각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간결한 시가 담고 있는 세계는 심오하며, 가볍게 넘겨버릴 수가 없다. 소설가 김양호는 이병천의 시에 대한 숨결은 한결같다면서 다른 시인들과 비교ㅏ기 쉽지 않은 독특한 자신만의 시풍이 있다고 평했다. 완주군 출신인 이병천은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우리의 숲에 놓인 몇 개의 덫에 관한 확인,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더듬이의 혼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사냥>, <홀리데이>, <모래내 모래톱>,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전3권)>, <저기 저 까마귀떼>, <에덴동산을 떠나며>, <90000리> 등의 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 <세상이 앉은 의자> 등을 썼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14 17:1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작가 - 찰리맥커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여름은 울창하게 뻗어간다. 마음의 구멍들은 저녁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밤하늘에 수많은 별을 세기 바쁘다. 유쾌하지 않은 나른한 삶, 살다보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과 마음이 축 처지는 날이 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심통이 나고 힘들다는 생각에 주저앉을 때가 많다. 팍팍한 삶 앞에서 부족한 나를 발견하고, 완벽함을 쫓느라 마음이 불편할 때면 오롯이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 보는 걸 즐긴다. 수많은 선들이 교차하는 해칭연습을 하면서 그 안에 무거운 짐도 풀어놓고 스트레스를 날리곤 한다. 책상위에 놓인 그림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찰리맥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이다. 논리적인 설명도 없고 미사여구도 없고 삽화도 화려하지 않았다. 어디서나 펼쳐보기 좋은 얇은 두께, 글밥이 적고 드로잉이 맘에 들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선문답처럼 주고받는 대화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그림에 빠져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소년은 두더지, 여우, 말을 만난다. 삶의 궁금한 점이 많은 소년과 케이크를 좋아하는 두더지, 상처받아 말 수가 적은 여우,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지닌 말이 나온다. 서로가 견고한 유대와 사랑을 나누며 삶의 문제를 대화하며 나아간다. 주인공 소년이 동물에게 질문하고 그 동물이 질문에 대답해 주는 것으로 전개되는 그림책이다. 네 명의 친구들이 주고받는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대화와 우정, 그리고 반려견이 밟고 지나가 그림에 그대로 남은 강아지 발자국까지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각각 그대로 완결된 작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짧은 글과 그림, 좋은 글귀들이 가득했다. 네 컵은 반이 빈 거니, 반이 찬 거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난 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소년이 말했습니다. 난 아주 작아. 두더지가 말했어요. 그러네. 소년이 말했어요.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살면서 얻는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어떤 것도 친절함을 이길 수 없어 말이 말했어요. 친절함은 조용히 모든 것을 압도해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어. 소년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도 뒤돌아 봐. 말이 말했습니다. 멀찍이 걷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서로에게 기대어 토닥여주며 힘든 길을 걸어간다. 덤덤한 말투로 대화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128페이지 분량의 서정적인 그림체와 짧은 글귀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내 안의 답을 찾기에 충분했다. 말없는 여우의 의미심장한 한 마디와 듬직한 말의 위로의 문장들까지 마음에 큰 자유를 줬다. 짧지만 담백하게 풀어나가는 대화 속에서 진정한 나는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것을 느꼈다. 삶의 여러 단면이 이들의 대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찰리맥커시는 사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은 언어의 바다를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섬과 같다라고 말하며 글과 그림에 서사를 따라 가지 않고 무언가 따뜻하고 편안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모든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며 원천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때론 무척이나 포괄적인 사랑 앞에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타인에 대한 미움과 의심은 우리 주변의 아름다움에 집중해 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서로에게 기댈 수 있다면 어떤 큰 문제가 닥쳐도 호젓하게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한다면 폭풍우도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며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존재로 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존재를 인정하는 소년의 말에 깊은 성찰을 갖게 된다.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아 참담하다. 묵묵히 자기자리에서 일상을 지켜내고, 어려운 상황을 잘 대처하고 있는 모두를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가볍게 읽어도 좋고 깊게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책, 내면의 두려움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 한 자락을 잡고 싶을 때 꺼내보면 좋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지치고 힘든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고 삶에 대한 고찰이 녹아있는 그림책, 두고두고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7.14 17:13

[신간] 흥얼흥얼 흥부자

한국 아동문학을 지켜온 이준관 시인이 등단 50주년 기념 동시집 <흥얼흥얼 흥부자>(도서출판 고래책빵)를 펴냈다. 이 동시집은 시인의 50년 문학정신과 그 세계를 결산하는 의미에서 80편에 달하는 풍성한 작품을 실었다. 각 작품은 자연과 일상, 가족과 친구, 동물과 골목길 등 어린이의 시선이 머무는 모든 것을 다루며, 순진무구한 동심을 담아냈다. 그러면서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언제나 소중히 간직해야 가치를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에 더해지는 윤지경 작가의 그림은 아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다. 이준관 시인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심이라며 언제나 흥얼흥얼거리는 흥이 많은 흥부자 아이들처럼 세상이 흥겨웠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등단 50주년 동시집을 펴냈다고 말했다. 이준관 시인은 1949년 정읍에서 태어났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하고 1974년 쓴 작품인 <심상>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동시집은 <씀바귀꽃>,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 <웃는 입이 예쁜 골목길 아이들>, <방실이 곰실이>, 시집은 <가을 떡갈나무 숲>, <천국의 계단> 등을 펴냈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교과서에 너도 와, 3학년 1학기 교과서에 그냥 놔두세요가 실려있다. 시인은 대한민국문학상과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윤지경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며 상상하기를 좋아해해서 지금까지 어린이 책 그림을 그리고 있다. <꼴찌 연습>, <기쁨은 이런 맛>, <바라만 보아도 좋아>등 여러 동시집과 동화집의 그림을 그렸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14 17:13

[신간] 자연치유의 권위자 이승헌의 신간 '오늘부터 수승화강'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세계인들을 위해 스스로 자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저서가 출간됐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최근 신간 <오늘부터 수승화강>(한문화 간)을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어떻게 하면 내 몸과 마음을, 더 나아가 자연과 지구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동안 개발해온 수많은 심신수련법을 꿰뚫는 궁극의 건강 원리로서 수승화강을 제시했다. 세계적인 명상가이자 자연치유 권위자로 지난 40여 간 다양한 심신수련법을 개발하고 보급해 온 이승헌 총장은 오랫동안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자 명상의 원리이기도 한 수승화강을 통해 에너지 순환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생활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수승화강은 한마디로 머리는 시원하고, 아랫배는 따뜻하게 하라는 말이다. 우리 몸에서는 아랫배의 따뜻한 에너지가 신장에 있는 수水기운을 밀어 올려 머리를 시원하게 하고, 그 에너지가 심장의 화火기운을 아래로 내려 아랫배를 덥히는 선순환이 일어나는데 이를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 한다. 신장의 수기와 심장의 화기, 두 에너지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순환을 잘 하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수승화강 상태일 때 우리 몸 안에 있는 최고의 의사인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키울 수 있다. 저자는 수승화강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 디지털 라이프스타일과 정보 과부하로 과열된 뇌가 식을 새가 없다. 둘째, 스트레스가 쌓여 화기가 내려가는 길이 꽉 막혀 있다. 셋째,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만성적인 운동 부족으로 하단전과 하체의 힘이 약하다. 한마디로 몸은 적게 움직이고 머리는 많이 쓰는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에너지의 흐름이 뒤집혀 시원해야 할 머리는 뜨겁고 따뜻해야 할 아랫배는 차가운 역逆수승화강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수승화강 상태로 회복할 수 있을까? 에너지의 정체를 바로잡고 에너지의 흐름을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호흡, 명상, 운동, 관찰을 제시했다. 수승화강 실천편에서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도록 했다. 수승화강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고, 꽉 막힌 가슴의 정체를 풀어주고, 과열된 뇌를 식혀주는 구체적인 운동법과 호흡법 그리고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명상법을 그림과 함께 소개했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싶을 때, 감정의 균형을 잡고 싶을 때,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을 때, 면역력을 높이고 싶을 때, 잠을 잘 자고 싶을 때 활용해볼 수 있다. 실천편 말미에는 수승화강의 건강 원리를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세 가지 루틴을 소개했다. 활기찬 하루를 여는 아침 루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저녁 루틴, 숙면을 위한 취침 전 루틴으로 초심자들도 쉽고 간단하게 동영상을 보며 따라 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수록했다. 한편 <오늘부터 수승화강> 책은 미국에서 영문으로 작년 11월에 출간이 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07.14 17:11

[신간] 우리는 결국 숲으로 간다

숲 해설가이자 시 낭송가인 김주순 시인이 시집 <우리는 결국 숲으로 간다>(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시집에는 다채로운 언어로 자연과 삶의 내면을 들여다 본 작품 87편이 담겨 있다. 그는 대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삶의 본질에 주목한다. 그는 자연에서 위로받고 삶의 의미를 성찰한다. 그리고 사람 사이에 사랑과 그리움, 이별에 대한 애틋함을 담아낸다. 숲 해설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시도 있다. 숲을 지키는 어린 왕자/나무바라기로 키를 키우고/간단한 숲 체조 마무리에/다디단 바람 마시며/숲이랑 손깍지 키고 친구가 된다(유아숲의 어린 왕자일부) 이같이 숲을 통해 삶을 통찰하는 방식은 시인만이 할 수 있다. 시인은 숲에 깊이 침잠하고 청각을 곧세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유머와 실랄한 위트를 드러낸 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앞으로 한 발짝/뒤로 두 발짝/게걸음을 되풀이하면서도/기어이 내 집 거실까지 와서는/술도가지가 없어졌다/알 수 없는 외래가 콸콸 쏟아진다(낯선 남자전문) 술에 취한 남편에 대한 시인데, 거짓없이 정직하고 꾸밈없는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같이 거침없고 통쾌한 유머는 김주순 시인의 각각의 시에 적당이 섞여서 읽는 재미와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재숙 문학평론가는 김주순 시인은 순수무궁한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그의 시를 읽으면 상실과 소외의 시대를 위로하는 메시지,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 유머와 유니크한 위트, 숲을 통한 지속적이고도 명료한 삶의 추구, 코로나 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치유의 문학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순 시인은 무주에서 살면서 숲해설가와 유아숲지도사, 산림치유전도사,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문인협회 이사, 전북시인협회 이사,눌인문학기념사업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시집은 <우리는 결국 숲으로 간다>등이 있다. 지난 2009년 한국문학예술가을호 신인상과 전북시낭송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07 17:59

[신간] 자연의 스며듦을 일상을 시어로

2012년 제11회 시조시학상 본상을 수상한 이복현 시인이 <한쪽 볼이 붉은 사과>(현대시학사 )를 출간했다. 이 시집에서 사물과 사람들은 따로 놀지 않는다. 그것들은 밀어내지 않고, 서로에게 스며든다. 이 스며듦은 에로스 혹은 사랑의 행위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며 아름답다. 스밈의 미학은 그의 정서 혹은 세계관이 분리, 절단, 갈등이 아니라 합쳐짐, 어우러짐을 향해 있음을 보여준다. 근대성이 인간과 세계, 인간과 자연간의 투쟁, 정복과 지배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이복현 시인의 세계는 이런점에서 비근대 혹은 반근대적이다. 그의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는 분석고 쪼갬의 로고스가 아니라, 통섭과 흘러듦, 스밈의 미소스이다. 새가 휘어질 듯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앉았다가/하늘높이 날아오를 때//나무는 새를/공중으로 힘껏 밀어 올려 주었다//새를 하늘로 떠나보낸 후에/나무는 한참 동안이나 떨리는 손가락을 추스르고 있었다. (새와 나무 전문) 이 작품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나무가 새를 높이 날릴 대 새는 다시 하늘을 만난다. 새와 하늘과의 접속 이전과는 다른 것이 된다. 모더니즘의 절망과 좌절은 그의 세계관이 아니다. 그는 근대성에 의해 사라졌거나 주변화되었거나 숨겨진 사물들의 축제 혹은 복된 상태를 복원한다. 그것은 이성 이전의 자연이며, 불화 이전의 행복이고, 사물의 본래의 상태이다. 이복현 시인은 1953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1994년 중앙일보, 1995년 시조시학을 통해 데뷔했다. 1999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시부분)을 받고, 그 해 <문학과의식>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은 <따뜻한 사랑 한 그릇> 등을 펴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충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07.07 17:57

[신간] 환상에 사로잡힌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교육분야에서 계층이동 사다리가 붕괴되는 현실과 실체 없는 미래교육을 비판한 저서가 출간됐다. 박제원 전주 완산고 사회교사가 최근 <환상에 사로잡힌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EBS BOOKS)을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 유행하는 미래교육 담론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으며 실제는 다수가 동의하는 교육 방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장인 만큼 교육계에서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 저자는 '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의 현실을 비판한다. 초중고에서 실시하는 사실적 지식교육은 학력격차를 배태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나 초고 학생 중도탈락률 증가 추이만 봐도 가난한 집 학생들이 더욱 가난해지는 불평등한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2장은 인공지능으로 기억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의 부작용, 기억교육을 주입식 교육으로 왜곡하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이런 오류가 주로 학교 교육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학생들을 과거보다 더욱 차별하게 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3장과 4장은 역량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역량 교육이 혼선을 빚고 있고, 기대한 효과보다 부작용이 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판적 사고, 창의력, 의사소통, 협력을 통칭하는 이른바 4C를 지식과 대립하는 능력처럼 미화하는 교육 지침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5장과 6장은 교육당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새로운 학력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고 있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학력의 관점에서 수행된 국어 수업을 분석한 뒤, 지식 없는 시 쓰기는 맹목적 활동이고, 일부 주제통합수업을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 교육으로 비판한다. 박제원 교사 박제원 교사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2003년부터 전주 완산고 교사로 일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사회문화교재 집필위원, KDI 경제교육교제 집필위원, 전북대 교사 연수 강사 등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07 17:0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시인 - 유강희 '오리막'

시시시, 비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창문을 열어보니 밤이 깊다. 어둠 속으로 비가 쓴 시들이 흘러간다. 흘러가서 저 먼 곳에 고여 있던 시집 한 권을 기억처럼, 혹은 추억처럼 끌어온다.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강희 시인의 시집 『오리막』. 첫 시집 『불태운 시집』 이후 10년 만에 펴낸 이 시집은, 참 보기 드물게 서정성의 시세계를 오롯이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훈훈해졌던 기억이 난다. 오랜 서울살이를 접고 내려와 김제 밤골에서 때까우와 기러기와 토끼, 닭,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며 쓴 60편의 시편들. 때문에 언어들이 모두 맑고, 순결하고, 진실한 울림이 있다. 이제 와서 다시 이 시집을 꺼내들게 된 건,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어떤 서러움이 깊게 배어 있어서일 것이다. 그 서러움은 단순한 슬픔만이 아니라 우리를 감동시키고, 짠하게 하고, 미소를 머금게 하는 감성과 통한다. 그리하여 그것으로부터 달아나기보다 한없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것. 오리, 강, 살구나무, 장날, 대나무, 토란. 마주하는 풍경 하나하나에 얽힌 내면을 투영시킴으로써 서정성은 더욱 깊어진다. 그만큼 시인의 눈빛도 깊이의 결을 갖는다. 두레박을 힘차게 우물 속으로 밀어 넣어야만 그 두레박이 한 마리 물고기처럼 첨벙 소리를 낸다는 것을, 물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 시원한 물 한 입 베어 물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눈빛. 조금은 서글퍼 보이기도 하고, 세상살이를 다 아는 것도 같은 눈빛. 시인은 그런 눈빛을 갖게 된 것이 애초 어린 날을 보낸 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시 토란에서 고백하고 있다. 한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다른 데로 시집가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내 서늘한 눈빛의 토란 -토란부문 때문에 더욱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눈빛은, 어느 새 제 젖은 무릎을 가리기 위해 저리 넓은 토란잎을 닮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그 토란잎 위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마알간 시가 나보다 서럽게 맺혀 있는 걸 보며 또 한 뼘 넓어진다. 시인은 넓어진 눈으로 농촌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들 곁으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간다. 따뜻한 빛살로만 사람 그림자 오려 붙이는 외딴집 저쪽 담벼랑에 깻대가 익어 절로 터진다 그리로 가서 귀 막고 쭈그려 앉은 바람 -바람 전문- 문청 시절, 보리 싹 자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새벽에 보리밭에 나가 귀 기울여본 적이 있다는 선배가 있었다. 눈송이가 댓잎 위에 얹히는 소리를 듣기 위해 밤새 시누대숲 앞에 서 있어 본 적도 있다고. 날아가는 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별이 뜨고 질 때는 어디로 왔다가 또 어디로 가는지 시는 참 많은 궁금증과 물음을 가지고 다가들었던 것이다. 피붙이에 대하여, 시대에 대하여, 세상과 우주에 대하여 궁금증을 떠안고 살았고, 그렇게 시를 썼던 문청 선배 중 하나였던 유강희 시인. 그렇다고 해서 시인의 시들은 단순히 체념이나 넋두리, 이미지만을 따라가는 그림자놀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를 진실한 울림과 공감의 시공간으로 데려간다. 결국 시인이 잃어버린 시의 우물을 찾아서 발버둥 쳤던 것은 시대의 물음이라거나, 세상에 대한 고뇌가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데 대한 애석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시인의 시 귀신사 검은 대나무가 그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귀신사 앞마당에서 아우가 옮겨다 심은 검은 대나무 그 검은빛이 무섭도록 날 쏘아보네 정한 믿음 하나 세워 돌아가자고 지난여름 잠깐 스친 애기 비구니의 정금 같은 눈빛도 억만 천둥으로 살아 있네 사노라면 뼈마디가 모두 숯검정이네 ----(중략)---- 저녁이면 구렁이처럼 몸을 비틀어 우는 그 검은 눈이 무섭도록 날 노려보네 -귀신사 검은 대나무; 부문 정금 같은 믿음 하나 세워 돌아가자고 억만 천둥으로 살아 있는 검은 눈빛. 어쩌면 서정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대한 섬뜩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나팔꽃 작은 손이 빗방울을 털며 무어라고 고시랑거리는 저녁 무렵(오리막부문)처럼 친근감 있는 시대, 너 요즘 시 쓰니?(귀뚜라미부문)라고 물어봐주는 시대, 여보시게, 뜨끈한 밥 한 술 뜨고 가시게나(할매의 까치밥부문) 하고 뜨뜻한 말이라도 놓아주는 시대, 때로는 쓸쓸한 세상의 저녁 따뜻한 아랫목도 되(참깻대부문)는 시대를 우리는 서정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의 서정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전통 서정시가 자연을 관조하여 얻어진 것을 밑천으로 할 때,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작고 흔한 소재를 끌어옴으로 해서 새로운 서정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시집, 『오리막』. 올 여름, 한 번쯤 그 시집 속으로 두레박을 넣어 서정을 한껏 끌어 올려볼 만하지 않은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사랑, 믿음, 그리고 정의와 신의라고 불렀던 그 이름들까지 다시금 살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로 차고 서늘한 우물 속에서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힘차게 자맥질하는 것이 손끝으로 전해져오는 걸 느끼게 될 지도. 아무래도 오늘밤은 한밤 내 비가 내릴 모양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7.07 17:09

제16회 새만금문학제 성황리에 끝마쳐

전북문인협회(회장 김영)가 주최한 제16회 새만금문학제가 지난 3일 전주시 전북문학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회원 1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새만금과 고군산을 소재로 한 회원들의 작품집 산호珊瑚의 꿈발간, 시낭송, 시극, 중창, 특강, 문학상 시상, 시화목 제막식 등으로 진행됐다. 제1부에서는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국제해운 대표)이 바다와 물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윤 사장은 바다는 무한한 자원과 꿈을 가진 보고라며 우리 모두가 바다환경을 지키지 못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2부 원로작가에게 주는 문채문학상은 서상옥 수필가와 이근풍 시인, 김철규 수필가가 받았고, 65세 미만의 젊은 작가에게 주는 산호문학상은 최영봉 시인과 소선녀 수필가가 수상했다. 제3부 작가의 뜨락에서 진행된 시화목 제막식은 전북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남곤, 소재호, 정군수 시인과 김영 회장, 김정길 수석부회장, 박종은 참여작가대표가 테잎컷팅을 하고 14개 시군지부에서 선정된 작가 14명이 가족과 함께 개인별 시화목 제막식을 가졌다. 김영 회장은 이번 새만금문학제가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서 진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도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성원으로 새만금문집을 발간하고, 바다특강과 문학상 시상식을 갖고, 시화목을 전북문학관 작가의 뜨락에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작가님들의 작품이 문학관 정원에 세워져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04 17:20

[신간] 추수 후에 떨어진 이삭이나 어떤 일의 뒷이야기

낙수, 추수 후 떨어진 이삭이나 어떤 일의 뒷이야기라는 뜻이다. 수필이 내가 살아온 낙수 거리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경찰 공무원 출신인 김세명 수필가가 세 번째 수필집 <落穗 낙수>(신아출판사)를 발간했다. 이번 수필집은 전북일보 금요수필에 기고한 수필 등 70편을 총 6부로 나눠 구성했다. 이 책에서 그는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순간의 진실한 모습, 가족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 어린 시절의 다양한 추억, 대자연을 관찰한 실상을 느낌대로 표현해 보여준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시절 학교 뒷동산에서 있었던 일은 슬픈 추억이 서려있다. 당시 동창 30여 명이 학교 뒷동산에 625전쟁 후 버려진 야전포 불발탄을 돌로 두드리다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학교로 달려와 피투성이로 변한 아이를 안고서 울고 계셨다고 한다. 그 때 김 수필가는 어머니를 불렀고, 어머니는 그를 꼭 껴안고 놀라움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우셨다. 김 수필가는 이를 두고 내 친구들은 그날 이후로 영영 볼 수가 없었다며 어린 시절의 슬픈 추억이라고 적었다. 무주출생인 김 수필가는 지난 2001년 전북경찰국 정보과 간부로 퇴직한 경찰출신이다. 같은 해 6월수필과 비평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현재까지 <업>과 <청무성>, <낙수> 등 수필집 세 권을 펴냈다. 전북문협, 영호남수필, 전북펜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신아문예대학작가회 회장이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6.30 17:38

[신간] 비움을 통해 열리는 ‘도’의 시학

나는 오늘 해방했습니다/저 지독한 독재로부터 자유를 찾게 되었습니다/이제 나비 되어 훨훨 날아보겠습니다/평생 억눌려 가보지 못한 곳도 가보고 싶습니다/내가 날아갈 곳, 낮은 땅이면 어떻겠습니까/평화의 땅, 자유의 땅에 가보고 싶습니다. (낙화 일부) 칠순을 넘긴 나이에 문단에 등단한 이존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꽃의 고백>을 발간했다. 이번에 내놓은 시집의 핵심은 비움이다. 시집에 수록된 시 낙화에서 보다시피 그는 떨어지는 꽃을 통해 큰 깨달음을 보여준다. 이제껏 지고 있던 온갖 애증의 짐을 떨치고, 스스로를 해방시키며. 나비가 돼 평화의 땅을 향해 날아가겠다고 선언한다. 이처럼 비움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는 역설이 그가 담아내고자 하는 중심 주제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각각의 시에는 궁극적 목표인 비움에 도달하기까지 겪는 시련, 커다란 한(恨), 인고의 삶이 담겨 있다. 동심의 세계를 기억해내는 장면도 펼쳐진다. 코스모스, 미꾸라지, 매미소리 등 다수의 작품에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형상화된다. 결국 시인의 눈이 향하는 곳은 이웃과 사회다. 시 들판에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하나가 되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완주군 삼례출생인 이존태 시인은 원광고와 전주교대를 거쳐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초중등 교사로 40여년 간 재직하고, 전주 완산중과 전주완산여고 교장을 역임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전주예벗교회 원로장로로 있다. 지난 2019년 동방문학신인상을 받았으며, 첫 시집 죄인의 꿈이후 꽃의 고백등을 써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6.30 17:38

제11회 혼불문학상 대상에 허태연 작가 ‘너를 찾아서’

허태연 작가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허태연 작가(39)의 작품 <너를 찾아서>가 선정됐다. 수상작 <너를 찾아서>는 60대 알코올 중독남의 버킷리스트를 소재로 황혼기 새 인생 찾기와 가족과의 화해를 꾸밈없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술에 쪄들어 폐인이나 다름없던 삶을 살아온 주인공 남훈이 젊은 시절 작성한 청년일지를 토대로 꼭 해보고 싶었던 일(스페인어, 플라멩코)에 도전하고 용기를 내서 헤어진 딸을 찾아가는 과정을 가슴 따뜻한 느낌으로 담아내고 있다. 은희경 혼불문학상 위원장과 전성태 소설가, 편혜영 소설가, 백가흠 소설가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은 허 작가의 소설 <너를 찾아서>는 코로나 시국에 대한 면밀한 반응과 가족에 대한 위로가 좋은 장점이며, 무엇보다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라며 우리가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소통을 위한 따뜻한 이야기의 전개가 소소한 재미를 줬다고 평했다. 1982년 서울 출생인 허태연 작가는 한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5년 최명희청년문학상단편소설부문에 당선됐으며, 2019년 제1회 밀크티 창작동화 공모전 금상을 수상했다. 혼불문학상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혼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하는 혼불문학상은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에서도 응모가 이어지며 총 374편이 접수됐다. 1차 예심을 통해 총 5편이 본심에 올랐으며, 이 중 허태연 작가의 작품이 선정됐다. 대상 상금은 7000만 원이며, 수상작의 단행본은 9월 말 출간된다. 시상식은 10월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혼불예술제도 같은 기간 열린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시행한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 <혼불의 메아리>에 대한 시상식도 같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세희 기자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6.30 17:38

[신간] 공숙자·김남곤 부부, 나란히 시집 펴내

공숙자김남곤 시인 부부가 나란히 시집을 냈다. 함께한 오랜 세월만큼, 굳이 티 내지 않아도 서로를 위하는 진한 마음이 시집 곳곳에서 읽힌다. 코로나19에 묶인 칩거로/ 일상의 수행항목들을/ 혁신하는 전기를 맞았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회원등록을 했고/ 몇 년 동안 접고 지내 온/ 글쓰기 작업도 뚜껑을 열고/ 먹을 갈았네. (고백 부분) 공숙자 시인은 지역에서 수필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꽤 오랫동안 문단 활동을 접고, 혼자서 수행하듯 생활하던 그가 다시 붓을 들게 된 건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그는 다시 붓 뚜껑을 열고 먹을 갈았다. 그리고 첫 시집 <알고도 모르고도>를 세상에 내놨다. 나는 시란/ 반드시 꽃이요 별이어야만 하느냐는/ 물음표를 짊어지고//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에/ 깊은 밤을 밝혔다. (시작 부분) 시인은 시를 그럴싸하게 쓰려고 힘주지 않는다. 시에는 평소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이 시집을 통해 과거의 생활을 돌아보고, 의도치 않게 놓치거나 흘려보낸 것들을 가끔 돌아보고, 다시 짚어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 시인(전북문인협회장)은 자성과 자각 그리고 자율을 동무 삼아 삶의 여정을 어느 정도 걸어온 나그네에게서 발견하는 달관과 내려놓기 그리고 묵상과 잠언이 그의 시의 주된 정조라고 밝혔다. 공숙자 시인은 198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그늘을 날지 않는 새> <마음밭 갈무리> 등을 펴냈다. 2021년 표현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전북여류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전국대표에세이 회장을 역임했다. 공 시인이 첫 시집을 발행하고 닷새 지나, 김남곤 시인도 일곱 번째 시집 <詩場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를 펴냈다. 남편의 시집 제목을 본 공 시인은 그의 시 재미있는 일에 詩場을 조금 둘러보다 보니/ 나름 재미가 쏠쏠하다고 써놓기도 했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市場)이 아닌 시를 쓰고읽는 시장(詩場)에 남편과 함께 들러 소금 같은 시도 사고/ 고춧가루 같은 시도 사고/ 청산 같은 시도 사고/ 사막 같은 시도 사고/ 때로 싸네 비싸네 시시비비도 가리며 살겠다고 말한다. 김 시인은 책머리에 비록 끝물이라서 때깔은 그리 곱지는 않지만 구석자리 하나 펴놨다. 낡은 갓 챙겨 쓰고 짐 지고 나간다는 게 버겁고 부끄럽다고 밝히고 있지만, 배때기 뒤집는다고/ 배꼽 없어지나(기다 부분)라고 묻는 그의 시편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정 많은 시인의 넉넉한 품이 느껴진다. 평소 주변 사람들을 알뜰히 살피는 그는 반 붉은 대추를 보며 한 서양화가를 떠올리고, 라대곤오하근 문학비 앞에서는 봄이 왔다고 알린다. 또 송기태, 진기풍, 허소라, 이호선 영전에 올린 조시를 모아 먼저 간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김남곤 시인은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헛짚어 살다가> <새벽길 떠날 때> <푸새 한마당> <녹두꽃 한 채반> <사람은 사람이다>, 동시집 <선생님이 울어요>, 칼럼집 <귀리만한 사람은 귀리> 등이 있다. 전북문인협회전북예총 회장, 전북일보 사장 등을 지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1.06.30 17:3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 - 이병천 ‘홀리데이’

심신이 피로했던 어느 날 『홀리데이』를 읽었다. 이 책은 2001년 10월에 출간된 이병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홀리데이」를 비롯해 11편의 소설이 실렸다.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 「홀리데이」와 「백조들 노래하며 죽다」, 바둑을 소재로 한 「검은 달 흰 구름」은 출처가 흐릿하지만, 언젠가 읽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는 문장이 이어질 때마다 아련하게 잡히는 이미지를 설명할 길 없다. 소설 미학이 명쾌하게 드러난 「검은 달 흰 구름」과 「백조들 노래하며 죽다」는 제목마저 선연했다. 문예지가 아니라면 소설집에서 본 듯하였지만,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알 수 없었다. 오래전이라는 것 말고는 뚜렷한 것이 없어 처음인 듯 다시 읽었다. 좋은 작품을 읽어도 기억하지 못 하는 일이 종종 있으므로 별일 아닌 듯 읽어나갔는데 오래전 흘려보냈던 작가의 이름 석 자가 더 오래된 기억 저편에서 살아났다. 삼십 년도 전인 고등학생 시절 수업 시간이었다. 몇 학년 때인지, 어떤 과목인지 역시 뚜렷하지 않지만, 전주에도 이병천이라는 걸출한 소설가가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에도 그의 소설을 찾아볼 엄두는 내지 못하였다. 오랜 시간 이름조차 묻어 두었던 건 걸출한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때 나는 짧은 순간 자부심이 일었고 가슴 속이 빛으로 물들었다. 소녀의 마음은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는 오빠가 있다, 하는 마음과 닮았다. 「우리들 사이버 키드」는 미성년과 사이버상에서 벌이는 성적 일탈이 최소한 도덕적일 수 있다고 믿는 화자의 태도가 중년 남성이 갖는 롤리타적 판타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돈 많은 친구 경수와 거래 아닌 거래를 하게 되는 나의 심리가 드러난 「그건 쉬운 일이 아니지」는 연륜에서 묻어나는 재미가 있었고, 「삼각관계에 대한 한 믿음」, 「그 집 앞 은행나무」, 「가보지 못한 길」 또한 나름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단편소설집 『홀리데이』를 읽고 난 뒤 현실 밀착형 글쓰기와 젊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현실 밀착형 글쓰기는 일정 부분 납득할 수 있었으나, 젊음이라는 키워드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참신하고 젊은 감각이라고 하기에는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차용이 많았고 그렇기에 시대성은 있으나 오래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박진감 있는 서사로 끌어가는 것은 아니었으나, 정갈하고 감칠맛이 도는 문장은 경쾌했다. 그런데 어째서 젊음이라는 단어가 맴도는 것일까. 참말로 오빠 같은 책이네. 고심 끝에 나도 모르게 뱉은 말이었다. 서평을 쓰기 전에 용기를 내었다. 한때는 모범생이었으나 남루한 삶을 꾸려가는 나의 오빠,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연락 끊고 지냈던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이라도 책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이마다 느낌이 다르듯. 어떤 책은 열정을 품은 사랑 같고 어떤 책은 헤어진 연인 같고 또 어떤 책들은 동생이나 친구, 스승 같은 느낌도 들 것이다. 내게 있어 이병천 작가의 『홀리데이』는 일 년에 한 번도 보지 못하지만 살아 있다는 자체로 든든하면서 아리는 오빠 같다. 어떤 독자에게는 형님 같은 책일 수도 있겠다. 『홀리데이』 속에는 오랜 시간을 함께 뒹굴고 다투다 쌓은 정 만큼이나 끊어내지 못하는 문학의 향기가 있다. 오빠나 형님이 보고픈 날 꺼내 읽어도 좋은 책. 책장에 꽂아놓고 읽지 못한대도 위안이 되는 책. 어린 친구들에게는 할아버지 같은 책일 수도 있겠으나 단편소설집 『홀리데이』를 일단 한 번 사놓고 문학이 가족으로 변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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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30 17:32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49) ‘불멸의 애국혼’되살린 논개(論介) 시인, 고두영(高斗永)

고두영 시인 시인은 1929년 7월 11일, 전북 장수군 계남면 신전리 1239번지에서 아버지 고봉석과 어머니 배오목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였지만, 주경야독으로 고학하였으며, 경남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고향 장수의 초등학교에서 교사, 장학사, 교감, 교장 등으로 40년 넘게 봉직하였다. 시인의 고향 사랑은 아주 특별했다. 『장수군지』를 비롯하여 『장수의 얼 동화집』(공저), 『장수의 표상』(공저) 등을 저술하였고, 장수교육지원청에 근무할 때는 『장수문맥』이라는 학생 문예지를 해마다 발간하여 장수 학생들의 문예 지도에 열정을 보이기도 하였다. 필자가 장수교육지원청에 근무할 때 이 사실을 확인하고 『장수문맥』을 속간(續刊)하고 이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매우 흐뭇해하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시인은 주논개의 삶과 행적을 추적하여 불멸의 민족혼을 되살리는 데 앞장섰다. 시인은 사람들의 희미한 기억 속에 전해 오는 논개(論介, ?~1593)를 만나면서부터 큰 변화를 가져왔다. 논개의 삶을 추적하여 1977년에는 『이애미 주논개』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는 논개의 생애와 순국 정신이 하나의 정설로 정립되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그 진실성에 접근해 보려는 시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논개 연구 및 논개 관련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경술국치 이후, 일본은 대동아 공영과 내선일체라는 명목으로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서 장수에 전해오는 논개생장향수명비(論介生長鄕受命碑)를 파괴할 계획이었으나, 장수의 청년들이 미리 알고 숨김으로써 그 수난은 면했지만, 그 앙갚음으로 출생지의 논개 선조 묘와 사적을 없애면서 실 가닥처럼 전해오는 논개의 역사적 사실은 허망하게 증발해 버렸다. 그러다가 1945년 8월 20일에 이 비석이 발굴되면서 의암사 건립과 성역화 사업이 진행되었다. 시인은 이 무렵부터 사료를 뒤적이며 논개의 가문과 출생, 작명, 효성, 생애, 임진왜란의 거사, 순국 등을 정리하였다. 1972년에는 『장수 절개』라는 책을 펴냈으며, 또한 그의 노력으로 1981년 KBS 생방송 전국 일주 프로그램에 논개의 생가터가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당시 대통령이 관심을 가짐으로써 시인은 청와대를 두 번이나 방문하여 브리핑함으로써 생가복원과 성역화 사업을 끌어냈다. 죽음에서 태어난 그 이름이여 ! 햇빛에 떠오르면 정사가 되고 달빛에 잠기면 야사가 되거늘 햇빛 달빛도 비켜서 버린 외로운 이름이여. 이젠 꽃빛 불빛으로 민중의 가슴 속 화석으로 새겨진 의낭루에 불사조로 살아난 구원의 여신 거룩한 이름이여 그 이름이여! 「그 이름 의낭(義娘) - 논개」 (전문) 시인은 여러 편의 시를 통하여 논개의 삶과 애국정신을 기렸다. 어쩌면 시인의 문학은 논개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국난의 위기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버린 논개의 애국 충혼을 생각하면서 한없이 가슴이 뜨거워졌음을 그의 시편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정사와 야사에서도 버림받은 논개에 대한 시인의 사랑은 각별했다 더운 피가 붉다 하되 임보다 진할쏜가/ 진주 남강 푸른 물결 임보다 푸를 쏘냐 / 조국 향한 우국단충 원수 왜장 수장했네 /논개님의 애국충정 겨레에 불 밝혔네.(「논개님의 액국단충」 중 일부)라며 논개의 애국 충절을 기리고 일깨웠다. 시인은 퇴직 후에도 고향에 살면서 장수의 문화적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일을 하였다. 장수문인협회 회장과 장수문화원장을 역임하면서 장수의 문학과 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고, 시작 활동도 활발하게 하였다. 시인은 총 8권의 시집을 냈으며 노년에 쓴 『들플의 향기』와 『들풀의 소살거림』은 일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로 고향의 평화로운 정경과 온후한 시골 사람들의 삶을 정겹게 그려냈으며, 또한,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점차 피폐화되어가는 고향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50년대 50여 호 되던 산골 요촌이 도시로 하나 둘 떠나가고 눈 덮인, 쓸쓸한 고샅길 고추바람만 오락가락 사람들이 사는지 마는지 말 물어볼 인적도 없이 죽음의 고요가 장막을 치고 깊어 가는 밤 촌로들이 깜빡이던, 등불 하나 둘 꺼져 가면 빈집의 적막, 검은 불 켜 들고 언젠가는 마을의 씨 불 다 꺼진 날 한촌의 텅 빈 마당 찬바람이 판을 치겠지 「한촌」의 전문 시인은 여러 권의 시집을 내면서도 늘 부끄럽고 두렵고 쑥스럽기 그지없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시인의 말대로 애써 모은 작품들을 버릴 수 없고 하여 마치 다신 정약용 선생의 「노인 일쾌사」를 떠올리면 만용을 부렸다고 겸손해했다. 타향에서 떠돌이 별로 흐르다 오갈 길 막장에 부딪혀 흐르는 별이 줄을 긋는다 흙바람 사납게 불고 돌멩이가 날고 구르는 눈뜨고 바로 서기 힘든 흙무덤에 한 몸 부려놓고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리 떠난 후 그럴 일 없으려니와, 혹시나 그 뉘 찾거든 옛 고향 찾아갔노라 이르고 언제쯤 오느냐고 묻거든 먼 나라로 이사 갔노라 말해주오. 아아, 언젠가는 꼭 돌아가야 할 그 고향길 웃고 갈 수 있는 편안한 길이었으면 좋으련만 「고향길」 전문 이 시에는 사모님을 여의고 홀로 지내면서 쓴 시로 근원적인 고향으로 돌아가야 함을 내비치고 있는 시다. 그 뉘 찾거든 / 옛 고향 찾아갔노라 이르고 / 언제쯤 오느냐고 묻거든 / 먼 나라로 이사 갔노라 말해주오에서는 언젠가는 가야 할 이승의 마지막을 늘 생각하였던 것 같다. 시인은 늘 따뜻하고 다정다감하였다고 한다. 시인의 자녀들은 항상 온화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이끌어주신 아버지로 기억하고 있으며, 최선의 자아실현을 가훈으로 삼고 늘 강조하였다고 했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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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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