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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부터 극작과 연출, 연극평론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김정수 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가 희곡집 <탈>(연극과인간)을 펴냈다. 탈-레퀴엠과 탈-각시꽃, 탈-첫사랑, 쌍봉동 산38번지, 셰익스피어&해서웨이, 이카루스 등 여섯 작품을 수록한 희곡집은 인물의 사랑과 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시대가 가진 불합리와 모순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남한사회의 탈북자들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의식, 쌍봉동 산38번지는 미국과 군사정부의 탐욕, 일제 강점 직후의 시대적인 분위기 등이다. 작품해설을 한 극작가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작품의 주인공들은 사랑 때문에 탈이 난 존재들이다"며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세상은 결코 사랑 만으로 넘어서기 어려운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또 여기에 삶의 근원적 비극이 도사리고 있다며 그들이 넘어서야 하는 세상의 장애물은 대체로 구조적인 부조리라고 부연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이 함께하는 ESG의 새로운 길(KMAC)을 발간했다. 김용진 이사장과 관련 부서 실무진이 집필한 이 책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투자의 개념부터 역사, 최근 동향, 국민연금의 ESG 투자 전략 등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책은 Part0부터 Part5까지 모두 6장으로 구성됐다. Part0은 책이 제시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를 정리했다. Part1은 ESG개념과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했다. 연구자료와 금융기관의 리서치 자료를 참고해서 기술한 이 장은 ESG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Part2는 기업의 ESG경영 필요성과 사례, Part3는 금융시장의 동향에 대해 정리했다. 특히 Part3는 ESG채권주식시장의 동향과 규모 등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Part4는 주요 국가 정책과 글로벌 연기금 기관의 동향을 소개했다. Part5는 국민연금공단 책임투자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서술했다. 국민연금기관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ESG투자연혁, 현행 모델 등을 소개하고, 올해 발표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도 수록했다. 이 책을 편저한 김용진 이사장은 이 책은 국민연금의 ESG 투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집필했다며 ESG 개념부터 앞으로의 추진방향까지 알기 쉽게 정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산을 보호하는 청지기라며 주요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5회 바다문학상 대상에 김숙영 씨(충북 괴산)의 시 채낚기가 선정됐다. 본상에는 김주선 씨의 수필 바다를 한 상 차려놓고가 뽑혔다. 전북지역에 거주하고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공로자를 찾아 수여하는 찾아드리는 상은 20여 명의 후보자 중 전병윤 시인이 영예를 안았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바다문학상은 바다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는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부문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했다. 공모 결과, 총 466명이 1296편을 응모했다. 시 부문에 364명이 1092편, 수필 부문에 102명이 204편을 지원했다. 올해는 응모자가 지난해(359명)보다 100명 이상 늘었고, 응모작 수준 또한 월등하게 높아졌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바다문학상 심사위원으로는 시 부문 김년균소재호김영 시인, 수풀 부문 김경희전선자 수필가가 참여했다. 찾아드리는 상 심사는 소재호정군수 시인이 맡았다. 김숙영 씨의 시 채낚기는 주제가 선명하고 따뜻한 작품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얻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김 씨는 저에게 바다문학상은 탁월한 도전이었으며 가열찬 창작을 계속하게 만든 동기부여였다며 앞으로 창작에 더욱 몰두해 소멸하지 않는 시인, 미학적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시인이 되도록 끝까지 시와 동행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주선 씨는 언어의 조탁, 자연과 인생을 관조하는 시선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김 씨는 부모님의 문학적 DNA를 물려받아 오늘날 바다문학상까지 수상하게 되는 영광을 누린 듯하다며 문학상 수상은 또 다른 시작임을 알기에 작가의 윤리적 임무와 책임을 갖겠다고 밝혔다. 찾아드리는 상을 받는 전병윤 시인은 1996년 3월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해 진안문인협회 초대 회장,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첫 시집 <그리운 섬>과 제5시집 <바다의 언어>에서 바다에 관한 다수의 시를 창작해 바다 사랑을 노래했다. 전 시인은 우리는 바다로부터 받는 은혜를 점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학이 앞장서서 바다를 더 깊게 사랑하고 더 짙게 노래하고 공존하면서 함께 빛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5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전북지역 중진 시인 20명의 작품을 3개 국어로 번역한 다국어 번역 시집 <역시, 전북문단>이 나왔다. 전북문인협회 산하 작품번역사업위원회에서 추진한 번역 사업 결과물이다. 이번 번역 사업에 선정된 작가는 김기찬, 김남곤, 김현조, 문금옥, 박성숙, 박종은, 배환봉, 소재호, 안도, 우미자, 유인실, 이광원, 이동희, 장교철, 전길중, 전선자, 정군수, 조기호, 진동규, 최유라 시인이다. 영어 번역은 조춘식 시인이, 불어 번역은 전길중 시인이, 중국어 번역은 최영봉 시인이 맡았다. 번역 사업을 총괄한 조춘식 위원장은 번역 대상 시들을 여러 번 읽으며 원작 시인들의 창작 의도와 표현하고자 하는 서정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며 이번 기회로 전북 문단의 훌륭한 시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보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지인과 만나 점심을 같이 먹을 때의 일이다. 밀린 안부를 나누는 우리 등 뒤에서 고객님께 맛있는 음식을 가져가는 중입니다라는 음성이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돌아보니 로봇이었다. 서빙하는 로봇이라니! 지인과 나는 음식을 나르는 로봇의 뒤꽁무니를 눈으로 졸졸 쫓았다. 지난 주말에 광주비엔날레에 다녀온 회사 동료는 전시 안내를 로봇이 하더라는 얘기를 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첨단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지만, 나와는 먼 얘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치 누군가 명령어를 입력한 것처럼 나는 책장에서 『ROBOT』을 꺼내 들었다. 『ROBOT』은 체코의 시나리오 작가 타탸나 루바쇼바와 일러스트레이터 인드르지흐 야니체크가 협업하여 만든 책. 이 그래픽노블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인류가 사라진 지구에서 인간의 흔적을 탐사하는 로봇들의 탐험기쯤 되려나. 비옷을 입고 다니는 과학자 로봇 윌리엄과 모자를 쓴 탐험가 로봇 메리웨더는 자원을 찾고 그들 종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새로운 영토를 탐사한다. 오래전에 인류는 사라졌고, 인간 없는 세상은 산과 강, 광활한 자연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도시를 둘러싼 성벽 바깥세상은 온통 처음 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것이 경이롭다. 윌리엄과 메리웨더는 숲을 헤치고, 절벽을 오르고, 동굴 속을 걸으며 발견한 인류의 유물들을 엉뚱하게 해석해 낸다. 인류와 로봇 종족의 비밀을 밝혀낼 귀중한 증거로 수집한 표본은 선이 꼬인 이어폰, 리모컨, 알람 시계 같은 것들. 프로그래밍된 기계답지 않게 천진난만하고 수다스러운 두 로봇과 함께하는 모험은 유머와 재치가 윤활유가 되어 고단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준다. 호기심도 많고 겁도 많은 윌리엄과 용감하지만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메리웨더의 조합도 흥미롭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두 로봇의 여정을 실크 스크린 기법을 응용해 시원시원하게 표현한 장면들도 탐험의 즐거움을 더한다. 『ROBOT』의 한국어판을 담당한 편집자는 우연히 체코 프라하를 여행하다가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고, 얼마 후 다시 우연히도 프라하에 살게 되었으며, 또 다른 우연이 겹쳐 책을 샀던 서점의 주인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인드리히의 작품 『ROBOT』을 국내에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혼란과 위기에 빠져 있었던 2020년도에 그는 프라하의 작은 아파트에 격리되어 한국어판 로봇 탐험기를 만들었다. 그는 불길한 예감과 불안이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옅어졌노라고 소회를 밝혔는데, 나 역시도 그랬다. 세계 곳곳에서 생태주의적 가치를 일깨우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멀리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위해 그들을 지지하는 시를 쓰는 전주의 시인들이 있고, 구호물품을 보내는 시민들이 있다. 살기 위해 우리가 버린 것들과 끝내 지켜내고자 한 것들의 총합이 인류의 내일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어둡고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구체적이고 단단한 희망을 발명해 내는 존재라는 믿음을 간직하기로 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오월의 아찔한 아까시 향기와 붉은 덩굴장미, 붕붕거리는 벌들과 연약한 듯 한없이 가벼운 나비의 날갯짓을 윌리엄과 메리웨더는 어떻게 명명할까? △김정경 시인은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검은 줄」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골목의 날씨』가 있다.
박태건 시인 도밧은 작은북인데 슬플 땐 우는 소리를 낸다 춤추는 여인은 손바닥을 잔뜩 젖히며 대나무처럼 휘어진다 구부러지는 것은 신의 언어를 그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밧은 소리가 멀리 퍼지는 북인데 한 마을에서 도밧을 치면 이웃 마을의 도밧이 울려 온 나라가 북소리로 가득하다고 했다 옆 사람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자신의 장례식이라고 했다 도밧은 작지만 큰 소리를 내는 북인데 나도 대나무처럼 속이 텅 비어 가슴을 치며 운 적 있다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휘어진 적이 있다 *도밧(Dobat): 미얀마의 민속 악기 ============================== 박 시인은 전북일보, 시와반시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등을 냈다.
김여울 아동문학가(왼쪽)김호심 수필가. 김여울 아동문학가와 김호심 수필가가 제1회 건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건필문학상은 전북문인협회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상으로 각 시군지부장이 추천한 회원 가운데 최종 2명을 선정했다. 후보자는 지난 1일 기준 만 70세 이상의 문인으로 각 시군에서 10년 이상 실제 거주하고, 등단 15년 이상인 문인을 대상으로 추천받았다. 총 7개 지부에서 7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김여울 아동문학가는 동시, 동화, 수필, 소설, 문학평론 등 여러 장르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전북아동문학회장,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동화집 <눈새와 난쟁이> 등 30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교직에서 은퇴한 뒤 귀촌해 장수에서 창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부안문인협회 지부장을 역임한 김호심 수필가는 현재 석정문학관 운영위원과 석정시낭송회 고문, 부안문화원 시낭송회 지도교수로 부안지역 시낭송 문화 저변 확대에 공헌하고 있다. 전북문인협회 이사도 맡고 있다. 김영 전북문인협회장은 그간 전주 중심의 전북 문단 활동으로 각 시군지부와의 소통 부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전북문인협회가 각 시군지부와 상호 교류협력하며 거버넌스를 확장해 나가는 문학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 달 5일 전북문인한마음대동제에서 열릴 예정이다.
배귀선 시인 골목 어귀 개오동 치솟는 오월이다 소식이나 껴안고 있는 오월이다 베고 누운 그늘이 비명처럼 번져 어금니 깨문 그 날이 또다시 신열을 앓는다 아버지 사진을 들고 서 있는 광주의 어린 기억이 총성 낭자한 미얀마 거리, 몰려나온 인파를 따라 달린다 달리고 달려도 벗어나지 못하는 막다른 골목의 개오동, 오늘을 질끈 동여맨 사람들의 이마에 붉은 길이 흘러내린다 길을 위해 벽 앞에 서 있는 그대여 막다른 폭력의 그늘을 베어 악기를 만들자 세 손가락 높이 들어 노래하자 총구에 쓰러진 자유를 ================================== 배 시인은 201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2013년 문학의 오늘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저서로는 신춘문예당선동시연구등이 있다.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하늘을 울리고 도착한 누 따웅 수녀님의 목소리 쏘지 마세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마세요. 원하시면 나를 쏘세요. 미얀마 군부 총칼 앞에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자유와 평화와 정의의 꽃 한 송이 지키기 위해 가장 낮은 인간의 자세로 두 무릎을 꿇었다 결코 압제와 불의에 굴복해 무릎을 꿇은 게 아니다 오, 미얀마여 또 하나의 불사조 광주여 ==================== 유 시인은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어머니의 겨울로 당선, 등단했다.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 동화집 도깨비도 이긴 딱뜨그르르,동시집 오리발에 불났다등을 냈다.
김유석 시인 가깝고도 먼 남쪽 나라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유의 열망과 민주화의 의지에 총칼을 들이대는 제복의 폭력, 쿠테타는 혁명이 아니라 어리석은 독재의 증거임을 피와 넋으로 기린 우리의 오월을 푸른 하늘에 새겨 띄워보내느니 의연하라, 그리고 증언하라 압제와 야만과 그 어떤 불의에도 굴하지 않는 도도한 인간정신을 우리들의 공동체, 세계는 하나다. ============================================ △김유석 시인은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대표시집으로 놀이의 방식등이 있다.
언어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생겼을까. 그것은 진화의 산물일까, 아니면 신의 선물일까? 목회자인 김준수 작가가 신간 <에덴의 언어>(북센)를 출간했다. 하늘의 언어, 땅의 언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언어의 기원을 탐색한다. 작가는 신과 인간, 종교와 과학,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답변하면서 언어의 속성을 드러낸다. 에덴의 언어가 지금도 존재할까?, 혹시 히브리어에 그 자취가 묻어있는 건 아닐까라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도 건드린다. 작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 사이에 견해가 충돌할 수도 있다고 귀띔한다. 책에 인문학과 신학적 요소가 섞여 있어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해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이에 대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세계관은 과학과 종교가 충돌하지 않고 상호 양보와 타협으로 절묘하게 통합하는 지점이라며 과학의 언어와 종교의 언어는 서로 배타하고 경원하는 관계가 아니라 우아하고 절제하는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협력하고 조화하는 관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준수 작가는 지난 1998년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내 삶을 다시 바꾼 1%의 지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책은 비소설 부문에서 수개월 동안 1위를 달렸고, 그해 문학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5위 안에 들어갔다. 저서로는 <모세오경: 구약신학의 저수지>. <바른말의 품격> 상하권, <말의 축복>, <그래도 감사합니다> 등이 있다.
사료는 역사 연구의 기본 자료지만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송정수 전북대 명예교수가 지난 7일 출간한 <전봉준 장군과 그의 가족 이야기>(혜안)에 나온 표현이다. 증손자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혀지는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인간 전봉준을 집중 조명한다. 부제처럼 송 교수는 증손자 전장수(1958년생) 씨의 증언을 중심으로 사료가 전하지 않은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장군의 선대가문, 전봉준의 소년기 일화, 아내와 자식 이야기, 혈손들의 행적, 여동생의 이름 등이다. 특히 전봉준 장군의 가족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던 여동생의 이름이 전고개(1861~1951)로 증언된 사실은 눈길을 끈다. 전고개는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사발통문에 서명한 20명 중 한 사람인 정읍 지역 두령 손여옥의 부인 이름이다. 전장수 씨가 전봉준 장군의 생가로 알려진 고창 당촌을 방문한 사실도 흥미롭다.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인 1994년을 전후해서 생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을 거쳐 확인됐는데, 이를 다시 재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당촌 마을의 진입로가 현재와 달리 남쪽에 있었고, 소나무 숲을 지나 들어갔으며, 집 모양은 일자집이라는 증언 역시 자세하다. 전장수 씨의 조부와 부친이 달성 서 씨에 대해 반감이 강했다는 사실도 관심을 모은다. 전봉준에게 사형판결을 한 재판장이 법무대신 서광범이어서다. 재판장 한 사람이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생사여탈을 결정하진 못하지만, 후손 집안에서는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여겨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로 인해 부친 전익선 씨는 부인인 서 씨와 이혼까지 했다. 송 교수는 책에서 그간 조명받지 못했던 전봉준 장군의 자녀와 후손의 고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전장수 씨가 지난 2005년 유족 등록이 반려된 일을 조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전 씨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경남도청에 유족 등록을 신청했으나,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송 교수는 책 출간을 계기로 조속한 시일 내에 유족으로 등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송 교수는 책에 전장수 씨의 증언만 채록해서 소개하진 않았다. 전봉준 장군과 그 가족에 관한 각종 문헌자료를 망라해서 검토하고 실증연구를 수행했다. 책 뒤에는 많은 주석을 붙여 논지 전개의 근거를 밝히며 전문 연구의 형태를 취했다. 저자인 송 교수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학과에서 문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다. 저서로는 <베일에서 벗어나는 전봉준 장군>, <중국근세향촌사회사연구>, <중국 정사 외국전이 그리는 세계들> 등이 있다.
박경숙 수필가가 첫 번째 수필집 <미용실에 가는 여자>를 펴냈다. 이 책에는 작가의 민감한 감성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작가는 민감한 마음의 눈과 귀로 주위의 사물과 환경을 받아들인다. 일례로 봄 그리고 어머니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과 노쇠한 어머니의 대비를 통해 역설적인 함의를 표출한다. 흙냄새와 바람결을 즐기고, 꽃과 나비에서 신비를 느끼던 작가는 현재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는 견고한 벽이 주는 고립에 불편을 느낀다. 이웃과의 소통에 관한 담, 허름한 술집에 드나드는 손님들에 주목한 미루나무 친구 등은 다양한 형태의 고립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객관적인 입장에 주관적인 생각을 더함으로써 사유의 폭을 넓혀 나간다. 그는 어느덧 연필 깎는 법과 쥐는 법을 익힌 지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늘 미술관에 갈 때처럼 혼란스럽다며 그럼에도 무수히 쌓인 경험을 정리해 첫 수필집을 꾸렸다고 말했다. 전주 출신인 그는 2010년 대한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천일제면 대표로 현재 전북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구순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창작 열정을 보여주는 고재흠 수필가가 다섯 번째 수필집 <청림인생>을 발간했다. 이번 수필집은 △청림인생 △숲의 서정 △두 얼굴의 바다 △술이 보낸 계고장 △반계 선생의 실학과 생애 △희비가 엇갈린 대나무 등 총 6부로 구성돼 있다. 이 책에서 그는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순간의 진실한 모습, 대자연을 관찰한 실상을 느낌대로 표현해 보여준다. 고 수필가는 젊은 시절에 밥보다 술과 담배를 즐기고, 등산과 장기, 바둑, 당구, 여행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영위했지만, 지금은 글쓰기를 유일한 취미로 삼고 있다. 젊은 날 누렸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가는 나이 듦의 과정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계획한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날마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고향 마을에서 배출된 과거급제자에 관한 효죽문집, 노봉문집, 죽와문집을 비롯해 자신의 회고록 등을 발간할 계획이다. 고 수필가는 세월이 갈수록 수필 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서도 그래도 수필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수필 쓰기를 통해 작가 정신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안 출생인 그는 2000년 월간 문학공간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다. 한국신문학인협회 전북지회장, 행촌수필문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초록빛 추억>, <대자연의 합주>, <한민족의 문화>, <달력 속 숨은 이야기> 등이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시적인 것들을 만나곤 한다. 그 순간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과 그것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시로 빚어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후자를 시인이라고 한다. 그래도 난 시적인 것들을 찾아내는 눈 맑은 사람이면 모두 시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시를 쓰는 사람도, 시적인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도 참 좋아한다. 오늘은 시인이고, 시적인 것을 항상 곁에 두는 시인의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박성우 시인의 산문집 마음 곁에 두는 마음]이다. 희노애락. 우리는 어떤 것들을 더 많이 기억할까? 기쁨, 화, 슬픔, 아니면 즐거움. 모두 기억하고 살 수는 없겠지. 그래도 기억이라는 것은 사람의 일인지라 잊혀질 것은 적당히 잊혀질 것이고, 남는 것은 또한 남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에서 꽤 중요했던 어떤 순간들이. 권영상 시인의 누가 지우개를 주면서 라는 동시가 생각난다. 지우고 싶은 날이 있으면 지우라는. 그리고 시의 마지막에서 주인공 아이는 선뜻 지워버려도 좋은 날은 내게는 없었습니다 하고 말한다. 박성우 시인의 마음 같다. 이 책에는 80편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80여 개의 기억들을 꺼낸다. 오후 3시에 찾아오는 고양이, 녹색 어머니회 아침 봉사, 상추를 문 앞에 놓고 가신 할머니, 모교의 학교에서 청소부 일을 하신 어머니, 봉제공장에서의 20대, 밥 한 끼 같이 먹은 사람의 이야기까지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얘기하듯, 나른한 오후 커피숍에 앉아 식은 커피를 홀짝거리며 중얼거리듯 풀어낸다. 몇 년째 나는 1년에 한 번씩 어느 단체에서 주관하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처음 글쓰기를 접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다. 이분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대단하고, 중요한 것만이 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동안 나는 그것이 아닌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가 더 재밌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내 사소한 이야기가 최고의 글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 책을 만난다는 것은 이에 대한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또한 읽는 것을 즐기는 누구나에게도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남원의 265개 산과 38개 하천의 지명과 역사를 담은남원의 산하가 발간됐다. 남원문화원(원장 김주완)은 지난해 남원의 산과 하천을 조사해 그 결과물로 1500페이지 분량의 남원의 산하를 상하권 2권 1책으로 발간했다. 남원의 산하는 여암 신경준 선생의 산경표를 기본으로 남원지역 16개 읍면동의 이름 붙여진 산을 지난 1년간 답사하며 산 이름과 이칭을 조사하고 일제가 왜곡시킨 명칭에 대한 고유지명을 찾는 운동의 일환으로 발간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남원 16개 읍면별과 동지역으로 분류하고 체계는 대분류 백두대간, 중분류 정맥, 소분류 지맥, 기타분류 분맥 순으로 정리했다. 특히 남원의 산하 조사단(단장 김정길)은 조사과정에서 요천의 발원지인 무룡샘을 발굴 정리하고 백두대간에서 남원구간의 시작점인 삼계봉 발견, 마한이 진한과 변한의 난리를 피해 달궁으로 숨어들어 72년 간 다스렸다는 새로운 왕궁 터로 추정되는 궁터를 발견했는데 이는 이번 조사단의 가장 큰 성과라 하겠다. 이번 발간된 남원의 산하는 산 이름, 높이, 위치, 산세와 산의 개요, 산경과 수경, 지리적 위치, 인문지리와 주변문화, 문화유적을 소개하고 있으며 산행 시 코스와 교통안내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는 남원의 인문지리 총서라 할 수 있다. 김주완 남원문화원장은 이번 책자는 짧은 조사 기간임에도 현장 답사를 통해 방대한 자료를 모은 결과물이다며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남원의 산과 하천뿐만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함께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원문화원은 남원의 산하 지리연구가이며 숲 해설가인 김정길 씨를 단장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각 읍면동 지역을 조사하며 91명의 자문을 구하는 등 폭 넓은 조사 활동을 가졌으며 발간된 책자는 기관단체를 비롯 학교, 향우회, 도서관, 문화원 등에 보급한다.
정동철 시인 1980년 5월 우리는 외로웠지만 오늘 미얀마는 외롭게 하지말자 1980년 5월 우리는 외면당했지만 오늘 미얀마는 외면하지 말자 1980년 5월 우리들은 고립되었지만 오늘 미얀마는 고립시키지 말자 미얀마의 하늘이 푸른 것처럼 내 조국의 하늘도 푸르다 미얀마의 땅이 붉은 것처럼 내 조국의 땅도 붉다 우리는 알고 있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이 온다는 것을 밤이 그토록 깊어도 아침이 온다는 것을 미얀마 형제들이여! 당신들이 넘어질 때 우리도 넘어진다 당신들이 아플 때 우리도 아프다 당신들이 분노할 때 우리도 분노한다 당신들이 노래할 때 우리도 노래한다 당신들이 눈이 붉도록 서럽게 울 때 우리도 눈이 붉도록 운다 끝끝내 당신들이 이길 것을,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마침내 당신들이 이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 △정동철 시인은 2006년 광주일보,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대표시집으로 나타났다가 있다.
이목윤 시인은 1936년 완주군 소양면에서 태어났다. 전주공업고등학교 토목과를 졸업하였으며 스무 살 때 갑종간부 133기(1956년) 공병 소위로 임관하였다. 1960년 한미연합 기동 훈련 중 부대원의 실수로 지휘자인 이목윤 중위는 포탄을 뒤집어쓰는 상황이 되었다. 포탄이 폭발하면서 오른손을 잃었고, 얼굴에 큰 화상(火傷)을 입었다. 1963년 육군 대위로 퇴역하면서 국가유공자가 되어 귀가했다. 그리움 대신 두려움 앞서 갈아타는 역사(驛舍)마다 멈칫멈칫 발걸음을 늦추며 쉬어 가네. 포화에 이지러진 이 몰골 발길 돌려도 어디 숨길 땅 없어 밤을 기다려야 돌아가는 길 사립문을 펼치니 우리집 누렁이는 짖어대고 동생마저 날 몰라보고 놀라 달아나네 나여... 입안 가득 돌던 침을 삼키고 장승처럼 서 있는 날 바라보던 어머니는 통곡으로 얼싸안네 -「귀가」 전문- 집으로 돌아오는 시인의 마음은 매우 불안하고 복잡했다. 그 두려움은 기차마저 멈칫멈칫 발걸음을 늦추며 쉬어 간다고 표현하였다. 하근찬의 『수난이대』에서 아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에 역(驛)으로 마중을 나갔다가 목발에 의지한 아들 진수를 보고 에라 이놈아!하고 울먹이던 만도의 모습이 연상되는 시다. 그러나 시인은 슬픔에 빠지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틈틈이 책을 읽으며 글을 썼던 일을 떠올렸다. 바로 그 이듬해 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다. 1964년에는 〈문예가족동우회〉를 결성하면서 문학에 빠져들었다. 1967년에는 『문예가족』이라는 문학 잡지를 발간하였으며 중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늘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유인실은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영혼의 반짇고리』의 시평에서 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지닌 평생의 고통 콤플렉스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했다. 군대에서 겪었던 참혹함은 그에게 실존의 위기를 안겨주었다. 시인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하였으며 존재의 구원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는 유독 절대, 무한, 영혼이라는 시어가 자주 보이는데, 그것은 시인이 평생을 통하여 그토록 갈망했던 새로운 세계라고 하였다. 한때라도 꽃처럼 피어서 눈물 글썽이는 영혼에게 핏물 뚝뚝 지는 감동을 베푼 적이 있는가 한 번이라도 새처럼 노래를 불러 땅끝으로부터 끓어오르는 회한을 쏟아 밤이 무너지는 울음 울게 한 적 있는가 과연 시인답게 살았는가 체면 털고 인정 털고 몇 사람이나 그렇게 대답할까 해 저무는 산모롱이에서 손가락을 깨물어 본다. -「나에게 묻는다」 의 전문- 그래서 시인은 늘 자신에게 다그쳤다. 비록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지만 눈물 글썽이는 영혼에게 핏물 뚝뚝 지는 감동을 베푼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아울러 한 번이라도 새처럼 회한을 쏟아 울어 본 적 있느냐고 묻는다. 시인의 삶은 자기 존재의 토대를 인정하면서 지향해야 할 세상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구도자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문학을 반려로 삼아 시를 썼으며, 그동안 첫시집 『바람의 이랑을 넘어』(1992)를 비롯한 『별 밭이랑에 묻고』(1996), 일역(日譯) 시집 『귀택(歸宅)』(2000), 『지리산 연가』(2004), 『차나 한 잔 더 드시게』(2005), 『영혼의 반짇고리』(2014), 『은하계 아내별 통신』(2019) 등을 출간했다. 그후, 시인은 유년 시절의 고향 완주군 소양면의 아름다움과 전설, 설화 등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고향 이야기를 조곤조곤 쏟아내어 『소양천 아지랑이』라는 장편소설을 썼다. 소설까지 쓴 시인은 내친김에 문단에 이름을 알리기 전에 써 두었던 단편소설들을 묶어 『비둘기자리 별』이라는 소설집을 냈고, 이 외에도 8편의 소설을 남겼다. 2015년 7월 19일 제6시집 『영혼의 반짇고리』를 내고 역사소설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집필하고 있는 사이에 사랑하던 아내 김남순 여사를 하늘로 떠나보내는 고통을 겪게 된다. 아내를 살뜰히 보살피지 못한 것을 자책하였지만, 때 늦은 자책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먼 하늘에 천둥이 울고/ 도시 숲이 노랗게 부서져 내리네(그의 시 「시인의 아내」의 일부)라며 목을 놓아 울었다. 아내를 보낸 후 한동안 허송세월하다가 그의 자서(自序)에서 밝히듯 2019년 마지막일지 모르는 시집 『은하계 아내별 통신』을 출간한다. 은하계 안에 든 아내와 화상통화로 그리움을 달래는 시인의 모습이 비친다. 이 무렵부터 시인은 몸이 시들시들 아프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는데, 이는 스스로 마누라 곁으로 가고 싶어 애자져하는 병이라 하였다 한다. 설움도 원망도, 두려움도 다 벗어놓으니 우리의 이별은 이별이 아님을 봅니다. 당신이 먼저 가고 내가 뒤따라간다는 약속일 뿐입니다. 이승살이가 그러했듯이 저승살이도 당신이 먼저 가서 짐 들여 살림 정리하고 문간에 청사초롱 밝히려고 앞서 간 줄 압니다. 우리는 이별이 아닙니다 따순 밥상에 편한 잠자리 내주던 당신 다음 세상은 내조와 외조를 바꿔 살자던 당신의 농담에 당신이 무안해져 속절없이 먼저 떠난 줄 알기에 다시 만나는 저 세상은 꼭 당신이 낭군, 내가 아내 되는 약속드립니다. -「이별이 아닙니다」의 전문 시인은 2021년 2월 18일 아내가 있는 은하계로 떠났다. 시인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이승의 역사를 마감하고 은하계로 가서 부인 김남순 여사를 만났을 것이다. 아마 지금쯤은 시인의 약속대로 내조와 외조를 바꿔 알콩달콩 지내고 있을 것이다. 시인은 아내를 보내고도 5년 넘게 더 살면서 전북 문단의 어른으로 모범을 보이셨다. 항상 문우들을 아끼고 보살폈으며 말년이 이만큼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음은 / 나를 얼싸안고 얼러리 둥둥 / 사랑을 나누는 문인들 덕이라네(그의 시 「노을이 아름다울 수 있음은」의 일부)라며 문인들과의 사랑과 우의에 늘 고마워했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김헌수 시인 그대들의 함성이 노랗게 피어나리 세 손가락을 추켜세우고 머리에 파다욱을 꽂고 핏자국 남은 자리 단단한 마음을 실어놓으리 꽃이 시들어도 혁명을 멈출 수 없다는 약속 앞에서 항쟁으로 피어 올리는 노란색 울음이여 혼란한 어둠을 녹여 낸 새로운 민주주의 같은 꽃이여 궐기하며 나가는 쓰러진 민중을 위해 미얀마의 그대들 안에 자유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리 엄숙한 의지로 피어 밟히고 짓이겨져도 파다욱은 위대한 눈과 귀로 결속하며 역사를 다시 세우리 희망으로 나아가며 절규하는 미얀마의 호흡을 단아하게 휘감으리 파다욱의 숨은 목소리로 지지하고 연대하며 미얀마에 뻗어가는 자유는 덩굴처럼 뜨겁게 번져나가리 * 파다욱(padauk): 미얀마 사람들이 사랑하는 노란 빛깔의 꽃으로, 꽃말은 약속과 정조 =================================== △김 시인은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삼례터미널로 당선, 등단했다. 시집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시화집 오래 만난 사람처럼등을 냈다.
박두규 시인 미얀마는 위빠사나 명상에 잠긴 고요의 나라인 줄 알았는데 전두환이 같은 군인의 나라였다니 광주의 오월처럼 그 고운 꽃들이 다 져야 미얀마의 오월이 끝날 것인가 미얀마의 죽음은 이제 누구의 죽음이라도 거룩하다 세계의 곳곳, 사람이 사는 마을마다 그대들의 죽음은 부활하여 외치라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민주주의는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 박 시인은 1985년 남민시(南民詩), 199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 사과꽃 편지와 두텁나루ㅤ숲, 그대, 산문집 생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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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황유원 시집 ‘하얀 사슴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