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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9) 아픔·고통마저도 고운 색채로 그려낸 시인, 황길현

황길현 시인 황길현 시인은 1933년 2월 6일 전북 남원시 대강면 송내리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문학에 뜻을 두어 전북대학교 국문학과에서 공부하였으며, 1959년 10월 신석정 시인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에 「만종」 외 2편으로 등단하였다. 첫 시집 『꽃은 미움의 비탈에 피고』(여수, 동아사 1964)를 상재한 이래 『앙가발이의 반항』(서울: 배상출판사, 1974), 『그리고, 다시』(전주:대흥출판사, 1979), 『아픔은 땅에서』(전주: 신아출판사,1984), 『땀 그리고 빛』(인천;유림사,1990), 『풀잎은 한을 삭이고 자란다』(전주; 신아출판사, 1997) 등을 남겼다. 시인은 대학 졸업 후, 1960년부터 전주 영생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여수고, 장흥중고, 순천고, 남원여고, 전주공고, 전주여상을 거쳐 삼례 여고서 교사로 근무하였으며 1998년 2월에 정년퇴직하였다. 시인은 이렇듯 평생 전남과 전북지역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1970년 이후 남원여고로 부임한 이래 전북에서 문단 활동과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다. 그러나 시인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그를 아는 문단의 선후배들은 그를 가리켜 한결같이 참 시인이라고 회고했다. 항상 좋은 시를 쓰려고 노력하였으며,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으며 스스로에게는 아주 엄격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시인의 삶에 대한 조명이 미흡한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시인의 작품에 대한 언급은 김동수(전 백제예술대 교수)의 빛과 순결의 아웃사이더 황길현이라는 글이 전북일보와 시사전북에 게재된 바 있고, PEN 문학 동인지에 정휘립의 <내면의 항거, 역설적 은유와 상상력에 의한 황길현의 작품세계에 대한 개괄적 일고>라는 글이 있을 뿐이다. 이 두 편의 공통점은 시인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평가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시인의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본 고는 여기저기 흩어진 시인의 행적을 중심으로 시인을 추억하고, 제한적이지만 김동수와 정휘립의 작품론 일부를 소개함으로써 시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 시인은 전북대학교 국문과에 다니면서 김해성, 허소라, 채만묵, 김종곤, 장태윤, 서완석, 이귀호, 김유택, 김종득 등과 함께 문학동아리 청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55년에는 전주공보관( 현 가족회관)에서 동인들의 시화전을 개최하였는데, 이는 대학생들로서는 최초의 것이었다고 한다. 이 시화전은 청도 동인들의 작품과 김교선, 신석정, 이철균, 백초, 이동주, 박성남 등의 시화도 함께 전시되었다고 한다.(장태윤, 청도 동인 활동을 중심으로, 전북문단일화집) 시인은 대학 졸업 후, 1960년 전주 영생고에서 근무한 것을 비롯하여 전남과 전북의 여러 학교에서 근무하였다. 영생고 이후 그가 근무한 학교가 대부분 공립학교인 점을 고려한다면, 영생고에 근무하면서 교원 공개임용시험을 거쳐 공립학교로 옮긴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전남 장흥 중고등학교에서는 재직할 당시 교지(校誌) 「억불(億佛)」과 관련된 소상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장흥고의 한 동문이 쓴 <장흥중고의 교지 「억불(億佛)」 창간호와의 그리운 만남>(장흥신문, 2018.4.27.)에 그 자세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시인은 교지 「억불(億佛)」 창간에 깊이 관여하면서 문학적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편집위원으로 직접 선정하고 그들과 함께 자장면을 배달해 먹으면서 교지를 만들었던 아름다운 정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시인은 남도문화제, 호남예술제, 전북대학교 개교기념일 백일장 등 크고 작은 문학 행사에 문예반 학생들을 참여하게 하는 등 문예반 지도에 매우 열성적인 모습도 비친다. 최근 전국 최초로 회자(膾炙)하는 문학관광기행 특구지정과 관련하여 장흥 문학과 그 문맥을 정리하다 보면 장흥고 교지 「억불(億佛)」과 관련 김용술, 활길현 등 열정 있는 교사들과 장흥중고 문예반 출신 작가들이 거론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70년이 되면서 시인은 남도 생활을 접고 자신의 고향 남원으로 돌아왔다. 남원여고(1970년부터 1974년까지)에 근무하면서 기노을(奇老乙) 시인과 함께 남원지역 학생들의 문학동아리 「햇보리」 문학회의 고문을 맡아 이들의 문예 창작지도에 힘썼으며, 윤영근(전, 남원 예총회장, 소설가) 등과 함께 남원 문인협회를 창립하여 남원 문학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1984년에는 신석정 시인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한 허소라, 김민성, 이기반, 이병호 등과 함께 석정문학회 창립의 산파 역할을 하였다. 오랫동안 황길현 시인이 남긴 여섯 권의 시집을 중심으로 그의 시를 연구한 정휘립은 전북 PEN문학의 「황길현의 작품세계」에서 황길현은 자신이 살던 시대와 삶에 대하여 상당히 비판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말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스승 신석정의 중ㆍ후기 시 세계로부터 영향받은 것이 분명한 그의 현실 인식은 종종 고도의 지적인 사유를 빌어 시대를 파고든다. 그의 기법은 한국 전쟁의 후유증이나 경제적 궁핍 등 현실의 아픔을 추상적 색채로 그려내는 역설적 언어미학에서 강렬해진다. 그가 탐미한 내면의 공간이나 관념의 경지 한끝에서 수사적 이미지의 활달한 상상력이 샘솟아 나며, 그 이지적 언어로 길어 올린 변주곡의 질긴 음향은 공명을 타고 길게 울려 퍼진다.라고 했다. 김동수는 「빛과 순결의 아웃사이더 황길현」(시사 전북 닷컴 2011-04-25)에서 그의 문학을 이렇게 평가한 바 있다. 왜곡되고 굴절된 시대의 아픔을 때로는 술로, 때로는 조용한 내출혈로 삭이면서 순결과 저항의 길로 난해한 지성의 문맥으로 오갔던, 아니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다가 아직도 미완의 숙제를 우리에게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난 시대의 파수꾼이요, 아웃사이더, 그러면서도 진정한 휴머니스트였다고 본다. 정휘립의 연구에서 보듯 황길현 시인은 6.25 비극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예리한 눈길로 포착하면서 당대 겪어야 했던 고통과 아픔을 망라했다. 6.25 전쟁 때에는 반목과 질시, 살육과 모함을 이야기했고, 전후 극복과정에서 겪을 수 없는 고뇌를 앙가발이의 비극으로 표현하는 등 70년대의 저항과 순결의 의미를 그려냈고, 1990년대는 산문시로 변모하면서 최루탄, 군화 등에 짓눌린 어두운 사회 모습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기도 한 것이다. 시인은 이렇듯 역사의 질곡 속에서 고민하고 갈망했던 문제의식만 표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주변의 모습이나 소소한 일상도 예쁘게 그려내기도 했다. 시인이 당대 문인들과 함께 전주팔경을 시로 썼는데, 시인이 쓴 전주팔경의 마지막째 동포귀범(東浦歸帆은 아주 특별했다. 동포귀범(東浦歸帆)은 완주군 용진면 신기리 마그네다리 부근의 고산천을 돌아 마그네 선창부두, 만가리천으로 돌아오는 소금배, 젓거리배, 시탄배, 상강배, 곡식배 등의 행렬이 만들어 낸 산수화 같은 풍경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포귀범(東浦歸帆) 어쩌면 좋아 맑고 밝게 서해로 트인 풍광 철철이 이어진 철새들의 축제를 멋과 맛이 어울린 풍요 바람의 돛은 돌아와 머물고 참한 평강과 온달 착한 선화와 맛동 예쁜 춘향과 몽룡 이쁜 농투산이와 땜장이들 부푼 보부상들 돛대에 걸린 그들의 노을이 곱게 불타고 있는 것을 허지만 화암사 진묵의 종소리에 여울진 백제 고혼의 한은 열리고 갯버들 풀뿌리에 얼기설킨 다슬기와 또랑새비의 마그냇 몸부림을 어쩌면 좋아 전북 문단에서 굵직한 역할을 한 황길현 시인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것, 그것은 우리 전북문단에 남겨진 과제이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08.26 16: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시인 - 오은 산문집 '다독임'

나만의 문장 사전을 만들어 노트에 필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냥 흘려들을 법한 평소의 말과 글들이 미묘하게 읽히는 재미가 있다. 일상에서 관찰한 것과 경험한 것을 쓰고 읽으며, 언어의 결을 가다듬는 순간이 불현 듯 찾아오기도 한다. 곰 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가 있는 표지가 따뜻해 보이는 책.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기에 좋은 오은 시인의 산문집 <다독임>이다. 사람과 관계, 주변과 사물을 단어 하나에서 시작하여 확장시키는 글과 문장이 많았다. 우리들의 삶과 감정을 가다듬어주고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다독임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써놓았다. 관찰자적 입장에서 섬세하게 포착한 문장을 시인의 마음결로 느낄 수 있다. 막힘없이 익히는 글, 단어의 변형과 활용, 발견하는 기쁨도 더불어 주는 책이다. 삶의 생채기를 만나고 거기에서 여린 살이 돋아나게 하는 힘, 내려앉은 어깨를 토닥여주는 일, 함께 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힘, 후미진 구석과 상대를 배려하는 힘, 먼저 손을 내밀게 하는 다독임을 읽으며 내 마음을 들춰보았다. 애틋하지만 가까울 수 없는 사이, 빗소리와 현장에서 느끼는 삶의 체감온도, 그리고 씻겨 나가는 모든 것을 채우는 기억의 웅덩이들, 틈을 메워보고 마음의 기울기를 다시 세워보기에 좋았다. 필사한 문장의 책갈피를 들춰 보니 많은 구절들이 새삼 반가웠다. 기대는 간헐적으로 찾아오고 걱정은 매일 들이닥친다. 앞으로 잘될 거야!라는 기대는 내일 당장 뭘 입지? 라는 걱정보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기대는 점점 줄어드는데 걱정은 풍성해지니, 간만에 품는 기대는 더욱 애틋하고 소중할 수밖에 없다. 쓸 때마다 찾아오는 기진맥진함이 좋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때문이 아니라, 어떤 시간에 내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친애하고와 친애하는 사이에는 다름 아닌 쉼표가 있다. 나는 그 쉼표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사랑하기 위해서, 마침내 친애하기 위해서 들이쉬는 심호흡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참는 태도인가, 이해하기 위한 안간힘인가. 누군가를 친애한다고 말할 때, 그 말에는 빽빽한 쉼표가 담겨 있을 것이다. 내 안에 상대를 아로새기는 작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길 정말 잘했잖아. 혼자 여행하는 것, 정말 아무것도 아니잖아! 아무것도 아님을 발견하기 위해 무수한 아무것을 거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병원에서 종달리 초등학교까지 이어지던 일흔 네 개의 정류장처럼. 다독다독은 의태어이지만 다독이거나 다독임을 당할 때, 우리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어떤 소리를 듣는다. 괜찮아, 괜찮아 라는 뭉근하고 다정한 위로가 들릴 때도 있고 괜찮아? 괜찮은 거지? 라는 다급한 물음이 들릴 때도 있다. 어느 것이든 괜찮은 사람이 괜찮지 않은 존재에게 건네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도, 그것을 듣는 존재도 그 순간만큼은 괜찮아지게 만드는 말이다. 마침내 나를 살게 만드는 다독임이다. 서로를 다독이는데 서툰 사람들이 나를 살게 만드는 다독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공감할 수 있었다. 그가 전해주는 단어의 설렘과 아름다운 울림이 파장을 일으킨다. 덧대지 않고 덜어낸 문장들, 깔끔하고 정교하며 차별화되는 언어에 다정하게 나를 가져다가 앉혀본다. 나의 마음에 타인을 아로새긴다는 말을 새겨보았다. 다독이러 갔다가 나오면서 돌아본다는 말이 와 닿았다. 내게서 나온 다독임이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일에 위로를 얻는다. 채집하듯 건져 올린 글을 읽으며 힘을 얻는 일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정한 다독임을 내어주며 곁을 챙겨주고 싶은 날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8.26 16:11

귀로 감상하는 책…낭독공연에 더위 날려요

조선실록 수호대의 활약상을 듣고 일의 기쁨과 슬픔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낭독공연이 열린다. 전주시립극단은 20~22일 제117회 기획공연로 낭독공연 책 읽어주는 ♂♀를 올린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전주시립예술단 다목적홀에서 목금 오후 7시 30분과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이날 공연에서는 장은영 작가의 동화 <으랏차차 조선실록 수호대>와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中 잘 살겠습니다를 들려준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은영 작가는 줄곧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써왔다. 최근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출간한 이 책에는 역사를 지키려는 자들과 빼앗으려는 자들의 쫓고 쫓기는 대장정이 펼쳐진다. 전춘근, 정경림, 고조영, 서형화, 서유정, 소종호, 정준모가 출연해 수많은 방해와 고난을 떨쳐내고 실록을 무사히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번째 순서로는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에 실린 잘 살겠습니다를 홍지예, 안대원, 홍자연, 최욱로가 출연해 책을 읽어준다. 대학입학과 함께 야무지게 스펙을 쌓고 원하던 회사에 입사한 나는 같은 회사의 남자친구 구재와의 결혼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별로 달갑지 않은 입사동기 빛나 언니가 자꾸만 만나자고 하는데, 자기의 결혼소식을 전해놓고 나의 결혼식에는 오지 않는 빛나 언니.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있을 지 귀기울여보자. 이번 낭독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하며, 선착순 예약을 받는다. 예약 문의 010-3346-3979.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20 17:09

도서정가제가 뭐길래…동네책방의 '저항'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11월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개정 법률안을 예고하면서 전북을 비롯한 전국 동네책방의 반발이 거세다. 개정을 통해 도서정가제가 폐지될 경우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동네책방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는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에 따른 학술문예 분야의 고급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대로 팔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다. 2014년 개정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포함, 출판사가 간행물을 발행할 때 법에 명시된 방식에 따라 정가를 표시해야 하고 판매자는 정가의 15% 이내에서 최대 10% 가격할인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경우 정가를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동네책방들은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동네책방은 도서정가제 마저 폐지된다면 죄다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가격할인 경쟁이 될 것이고, 신간이나 작품성이 높은 책이 아닌 값싼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등 출판계 생태계를 급격히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전주의 소규모 동네책방 등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를 시행한 후 지역서점 수 감소, 출판사 매출 위축, 도서 초판 발행부수 감소, 평균 책값의 상승, 독서인구의 감소 등으로 출판 독서 시장이 망가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전국 순수서점의 수는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여 년 동안 감소세였지만,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감소폭이 현저히 완화됐다. 이는 보다 강화된 도서정가제가 지역 서점의 생존 여건을 조금이나마 개선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선 전주책방네트워크 회장은 가뜩이나 온라인서점의 할인정책으로 동네책방이 힘든데 도서정가제가 폐지될 경우 큰 폭의 할인으로 오프라인 서점은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라면서 소형출판사의 경우도 대형출판사의 경쟁에 밀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폭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8.20 17:0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8) 익살꾼의 재치 드러낸 글의 마술사, 오찬식

오찬식 소설가 오찬식 소설가는 1938년 2월 15일, 전북 남원시 산동면 이곡마을에서 태어났다. 남원고등학교 1회 졸업생인 그는 196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오찬식과 대학 동기인 이근배 시인협회장은 당시 서라벌예술대학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한 바 있다. 서울 미아리 고개 너머에 신라의 고도, 서라벌(徐羅伐) 천년의 영화로움을 따서 명명한 서라벌예술대학에 1953년에 문예창작과가 생겼는데, 전국의 내로라 하는 학생들이 다 모였다. 김동리, 서정주, 안수길, 박목월 등 당대 최고의 교수진에다가 학생들은 천승세, 서상옥, 유현종, 김문수, 김주영, 오찬식 등 걸출한 소설가를 비롯한 시, 평론, 희곡,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40여 명이 작가들이 한 반에서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오찬식은 대학 재학 중인 1959년 〔자유문학〕에 단편소설 <전야(轉夜)>로 등단함으로써 그는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의 소설들은 서민 생활의 진실성을 묘파하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찬식은 처절한 민족사의 현장인 지리산 기슭을 배경으로 해방 전후의 민족 비극을 형상화한 장편 《마뜰》을 비롯하여 《지리산 빨치산》, 《지방주재기자》, 《창부타령》 등 토속적 색채가 강한 50여 편의 작품을 썼다. 그 외, <고전 논리 열두 마당> (청목사.1985), (시사출판사.1994) 등의 저서가 있고, 1986년에는 죤 스타인 벡의 <붉은 망아지>를 번역본으로 내기도 했다. 오찬식은 등단 이후 왕성하게 작품활동도 하였지만, 중앙의 문학 관련 단체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1979년부터 10년 이상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사무국장, 1979년부터 13년간 한국문인협회 이사,1984년부터 8년간 한국예술인총연합회 기획부장, 1984년부터 10년 동안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를 역임했고, 1989년부터는 문예학술저작권협회에서 이사로 근무하기도 하였다. 1960년대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 예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부안 출신의 소설가 신석상, <비인간시대>를 쓴 황원갑, 윤영근 전 남원예총회장 등과도 자주 어울린 것으로 보인다. 오찬식의 소설 중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마뜰>, <지리산 빨치산>에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 잘 드러나 있다. 지리산에서 펼쳐지는 동족상잔의 비극은 단순한 전쟁의 활극이 아니다. 이데올로기와 얽히면서 매우 가슴 아픈 비극으로 다가온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살육과 약탈, 만행의 대상이 되어야 했고, 낮과 밤에는 권력이 교체되면서 일어나는 잔혹함을 감당해야 했던 원주민들의 절박감을 그려냈다. 소설가 김주영은 오찬식의 소설에 대하여 이렇게 회고한 바 있다. 그의 글은 장작을 뽀개듯이 투박한 언어와 직설적인 구어체 문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질그릇 멋 같은 그의 작품은 문체의 핵심으로 넘어가는데 있어서 우회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달려든다. 오찬식 문학이 지닌 호소력은 바로 인간의 속임수 없는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아프게 느끼고 있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분단 이후 지리산과 관련된 문학 작품들은 대체로 두 가지 측면을 다루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원주민들이 분단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아픈 체험을 소재로 한 증언문학이고, 다른 하나는 분단극복을 위한 역사적 변혁 주체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지리산에 들어간 경우를 다룬 작품이라고 했다. 특히 오찬식의 <마뜰>과 <지리산 빨치산>, 그리고 김주영의 <천둥소리>는 몰 이념적 인간성을 내세워 민중의 수난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했다. 오찬식은 중앙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였다. 특히 넉넉한 품성에다 술을 좋아했기에 많은 사람과 어울렸다. 언제나 활발하고 인정이 많았으며 설사 잘못되어 일이 꼬인다 해도 목젖 짜릿한 소주 한 잔이면 훌훌 다 풀어버리는 대인다운 성격을 지녀, 주변 친구들은 그를 곰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의 오랜 친구 윤영근에 의하면 가슴 한쪽에는 눈물이 고일 법도 한데, 노상 웃음을 띠는 그의 모습이 때로는 바보스럽게 보일 때도 있었다고 했다. 오찬식과 가까웠던 윤영근(前 남원예총 회장, 소설가)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의 인연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는 1957년 7월 후텁지근하던 날, 서울 명동에 있는 돌체 다방에서 그를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돌체 다방에는 공초 오상순 등 명망 있는 소설가들이 자주 모였는데, 그날 웬 풍채 좋은 사내 둘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는 것, 한 사람은 부안 출신의 신석상 소설가였고, 또 한 사람은 남원 출신의 오찬식이었던 것, 초면이었지만 동향(同鄕)이었던 셋은 충무로의 부뚜막 술집에서 밤새 이야기하고도 부족하여 고려대학에서도 40분 넘게 걸어가야 하는 석관동의 허름한 오찬식의 자취방에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오찬식의 가난을 마주하며 석관동 버스 종점에서 국수 한 그릇을 나눠 먹은 것이 인연이 되어 그와 함께 3년 동안 자취생활을 했다고 한다. 고향에서 부쳐준 윤영근의 넉넉한 하숙비로 궁기를 면했으니, 시골 출신의 가난한 대학생 오찬식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소설가 지망생의 오찬식과 의사 지망생의 윤영근은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조합은 아니었다. 그런데 윤영근이 훗날 소설가가 되고 남원 문인협회 및 예총회장 등을 한 것으로 보아 의대생이었지만 그의 내면에는 문학적 취향이 강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윤영근은 오찬식이 대학 재학 중 문단에 등단한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이들의 만남은 또 이어진다. 윤영근이 의대를 졸업하고 전방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그들은 부대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 후, 병(兵)으로 근무하던 오찬식은 윤영근의 숙소를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제대하여 서울에서 다시 만났을 때 오찬식은 동가식서가숙의 유랑 객이었다. 그는 윤영근의 병원 숙직실에서 함께 보냈다니 그들의 인연은 놀랍기만 했다. 이쯤 되면 훗날 윤영근이 소설가가 되고, 문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필연의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윤영근이 고향으로 내려와서 병원을 개업한 이후에도 인연은 계속되었다. 특히 오찬식이 지리산을 배경으로 하여 <마뜰>과 <지리산 빨치산>을 쓸 때는 함께 취재하기도 했다. 2008년 오찬식의 부음을 듣고 그가 쓴 회고의 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오찬식과 나는 전생에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다. 이제 그는 영원히 내 곁에서 멀어져 갔다. 그가 평생에 눈물을 속으로 삭였듯이 나도 그의 영전에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저승에서 또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뜨거운 눈물을 흘릴 것이다. 우연히 만나서 함께 자취하면서 대학 생활을 하고, 군대에서 다시 만나고, 그리고 직장생활을 할 때 다시 만나고, 고향에서 또 만나 문학을 화두 삼아 살아온 것은 참으로 특별한 인연이다. 윤영근의 말처럼 그들은 언젠가는 또 새로운 만남을 이어갈 것이라 믿는다. 오찬식은 소설가로서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고향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1959년부터 남원 최초의 문학 동인지 『南苑』의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남원 문학의 디딤돌을 하나하나 놓기 시작했다. 고향에서 자리 잡은 그의 도반 윤영근과 남원 문인협회와 남원 예총을 창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으로 그는 자유중국문학상(1980), 한국소설문학상(1980), 문학평론가협회상(1985), 월탄문학상(1994) 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찬식은 지병인 신부전증을 떨쳐내지 못했다. 사람이 좋은 데다가 두주불사였으니 오죽했을까. 오랫동안 병고에 시달리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평생 글만 알고 가난하게 살았던 그는 술 마시는 재미로 살았으니 낭만적인 사람이었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병이 악화하였고, 마침내는 복막투석을 해야 했고, 게다가 부인까지 먼저 세상을 뜨는 바람에 홀로 병고에 시달리다가 삶을 마감하였으며, 유족으로는 기력, 기춘 두 아들이 있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08.20 16:20

[신간] 조국을 가슴에 품었던 영웅 ‘손기정’이 말하는 스포츠 평화

우승 시상대에서 일장기를 쳐다보며 일본 국가를 듣는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곤욕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중략) 나 자신을 위해, 고통 받는 우리 동포를 위해 뛰고 있는 것이다. 두 번 다시는 일장기 아래서 뛰지 않으리랴.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손기정 선수가 당시 심정을 이렇게 남겼다. 손기정은 1936년 8월 9일 오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참가, 2시간 29분 19초 2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56명의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했다. 당시 동아일보가 손기정의 유니폼에 새겨진 일장기를 삭제 보도하는 일장기말소사건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이후 그는 1947년 해방 후 첫 해외 원정인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서윤복, 남승룡 양 선수를 이끌고 참가, 서 선수를 우승케 해 막 일제 압정에서 풀려난 우리 민족에게 또 하나의 기쁨과 자부심, 자신감을 안겨 주기도 한 인물이다. 손기정 선수의 일대기와 일제를 향한 저항, 그리고 그가 말하는 스포츠 평화를 옮겨 놓은 감동의 다큐멘터리 책이 발간됐다. 데라시마 젠이치 작가 <손기정 평전>(도서출판 귀거래사, 옮김 김연빈, 김솔찬). 책의 저자인 데라시마 교수는 일제 강점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방대한 문헌과 언론 보도, 선생의 자서전을 비롯한 관계 인물들의 기록과 지인들의 증언을 종합해 참된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손기정 선수의 생애를 정리했다. 손기정 선수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식민지 백성의 서러움을 겪으면서도 운동에 전념해 올림픽에서 우승했고, 일제의 탄압을 받았던 청년기를 거쳐 후진 양성과 스포츠를 통한 국제 우호 증진에 앞장선 광복 이후에 이르기까지 생애를 시대순으로 정리한다. 특히 이 책은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손기정 선수의 당시 심정을 엮어냈다. 이 책은 손기정 선수가 시상식에서 받은 월계수로 가슴에 부착된 일장기를 감춘 행위를 일제를 향한 최소한의 저항으로 표현했다. 또 해방 후 손기정 선수가 국적 변경을 요구했음에도 일본올림픽위원회의 당시 금메달을 일본 금메달로 다루고 있는 문제점, 그의 장례식에 일본 스포츠계 관계자는커녕 조화하나 보내지 않은 일본스포츠계를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저자는 손기정 선수가 말하는 스포츠의 가치는 스포츠인 상호의 존경, 신뢰, 우정에 있다고 확신했다. 이어 일본 독자들이 손기정의 인생에 드리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가 얼마나 인간의 존엄을 유린하고, 맨발로 사람의 마음을 짓밟았는지, 그 역사의 일단을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발간 이유를 적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8.19 16:35

[신간]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 민족의 시련을 돌아보다

무거운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오상근 장편소설 <폐광>(도서출판 세시)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951년 3월 14일, 구운광산(임실군 강진면 백련리 소재)과 남산광산(임실군 청웅면 남산리 소재) 입구에 산처럼 쌓아놓은 마른 고춧대와 솔가지에 불이 붙었다. 이른 바 오소리작전. 빨치산 부역자로 낙인찍힌 700여명이 폐광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이들을 살상하려는 작전을 벌인 것이다. 이 일로 피신해 있던 부녀자, 노인, 아이 등 수 많은 양민들이 연기에 질식돼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 오상근 작가는 소설 폐광의 배경을 여기서 가져왔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끼어 처참한 삶을 살아야 했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과의 평범한 삶을 갈구했던 한 남자의 처절한 절규를 전한다.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을 축으로 하고 있는 소설인 만큼 우리 민족만이 짊어지고 가야 하지만 치유할 수 없는 기억을 한 가족이 겪어야 했던 시련과 갈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오상근 작가는 이번 소설에 대해 배경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사회성을 갖고 있지만, 결국은 평범한 우리의 선대 중 누군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미스터리로 꾸며보려 했다며 미스터리를 표방했지만 너무 사회성을 강조한 것은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작가 스스로도 소설 <폐광>은 무거운 이야기다. 읽는 이에게 저절로 심각한 표정을 짓게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오히려 단순하고 간단하다. 독자들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그것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지금 힘들다고 느끼는 현실은 사실 행복한 일상이며, 이 일상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참혹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책은 전북문화관광재단에서 지원하는 지역문화예술육성금을 지원받아 발간됐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19 16:35

[신간] 공직자의 옷을 벗고 마주한…‘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공직의 옷을 벗고 비로소 자유인이 됐다는 김철모 시인이 소소한 일상을 전한다. 공무원 시인으로 독자들과 만나온 김철모 시인(정읍문학회장, 前 전북도 정책기획관, 익산 부시장)이 공직을 마무리하고 자유의 몸이 된 기념으로 첫 작품집 <익숙한 것들과 이별>(한국문학세상)을 내놨다. 김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기도 한 이번 책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와 새로운 것을 다시 채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담아냈다. 남은 생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지혜로 삼기 위해서다. 시인은 펴내는 글에서 그동안 지식을 쫓아서 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과 친해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그 노력은 진행 중이지만 이제 공직자의 옷을 벗고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을 할 때가 되었다고 피력했다. 시인으로서 늘 삶의 소소한 것에서 시제를 찾으며 서정적인 시풍을 구사해왔던 만큼 그동안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과 전원생활을 정착하면서 느낀 자연의 소소한 재미들이 82편의 시로 구현됐다. 더불어 퇴직 이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시간을 돌아보고 있다. 익산시 부시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체감했던 백제 왕도의 기운을 소개하고, 지난 세월과 육체의 변화를 느끼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 책 후반부에는 메마른 인간사회에 대한 우려를 담아 갑오동학농민혁명과 반일, 코로나19사태 등을 소재로 한 시를 썼다. 공직을 마무리하고 귀향을 선택한 김 시인은 고향땅 정읍에 전원주택 경덕재(經德齋)를 짓고 보다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향토사학 활동을 비롯해 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우리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신문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김철모 시인은 제12회 설중매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그리고 고향 지사리>, <또 하나의 행복>, <봄은 남쪽바다에서 온다>, <꽃샘추위에도 꽃은 피고>, <귀향>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19 16:35

“한국 수필의 방향을 바로 잡으려” 제2회 순수필문학상 작품 공모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학동인회 순수필 동인(회장 이명화)이 수필의 문학적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제2회 순수필문학상을 공모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시행하는 순수필문학상은 21세기 한국 수필 문학의 새 지평을 열어줄 전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린다. 기성신인을 불문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작품의 주제는 자유롭고, 모든 응모작은 과거에 발표되지 않은 순수창작물이어야 한다. 원고 분량은 200자 원고지 11~13매이며, 1인당 2편 이상으로 정했다. 심사를 통해 선정된 당선자에게는 고급상패와 함께 상금 300만 원을 수여한다. 단, 당선작이 없으면 가작을 선정해 상금 150만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원고 접수는 오는 9월 30일까지이며, 이메일(khj904@hanmail.net)로 작품을 접수한다. 작품에는 작가 본인의 신상정보를 절대 넣어선 안된다. 부정 심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선정시 결과 통보를 위해 원고 말미에 휴대전화번호만 기입하면 된다. 당선자는 오는 10월 25일 전화로 통보한다. 수상작은 순수필동인지 제4집에 게재할 계획이다. 이명화 순수필동인 회장은 여러 가지로 열악한 소규모 동인회에서 전국 공모의 문학상을 제정한 것은 한국 현대문학사 100년을 통들어 초유의 일이라며 한국 수필의 방향을 바로 잡기 위해서 순수필문학상을 더욱 잘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순수필동인회는 지난 2008년 5월 박갑순, 이순종, 이경옥 등 회원 10명이 모여 결성한 소규모 동인다. 매월 합평회를 열어 회원 작품에 대한 토론과 평가를 통해 문학에 대한 이해와 수필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 왔다. 지난해 개최한 제1회 순수필문학상 공모에서는 총 195명이 390편을 응모, 그 중 문예성이 짙고 수필의 특성을 살린 당선작을 내기도 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19 16:3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형미 시인 - 주영국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

삼복(三伏) 떠나고, 입추(立秋) 너머 처서(處暑)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 속에, 아직 남아 있는 지독한 더위 속에 백일홍이 붉다. 삼복 기간 동안 저 꽃이 세 번 피고 지면 벼 모가지가 나온다 하였던가. 주영국 시인의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푸른사상, 2020)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자고로 꽃이 핀다는 것은 그런 일 아닐까.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히는 그 순간, 살고 싶던 간절한 마음을 세상에 붉게 터뜨리는일 아닐까 하고. 그렇게 터뜨리고 나면 거짓말같이 청죽의 마디 같은 칸칸의 희망이 오는 거라고 말이다. 그래, 선선한 초가을 볕 속에서 벼 모가지가 나오는 거라고. 혁명도 결국은 살자고 하는 것이므로, 단 하나 희망을 위해 시인은낫을 갈아 날을 세운 청죽(靑竹)의 창을 들고 / 자주 세상, 평등 세상을 외쳤을지도 모른다. 생의 뒤쪽에 무슨 통증이 있었는지 유랑지의 쓸쓸함도, 욱신거리는 뼈아픔도 낮으면 낮은 대로 높으면 높은 대로 살아낸 몫의 생. 하여 시인은 자주 생의 어디에든 발자국을 찍었을까. 그야 무너진 집터에서 찾아낸 아버지의 인감도장 같은 것일 테지만, 돌아보지 못하고 멈추는 날이 비로소 찍는 일 끝내는 날이기에 그는 최선을 다해 이 악다물고 발자국을 찍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새처럼 날 수 있다는, 그런 봄날의 꿈을 꾸는 사람이므로. 물론 그에게 있어 희망은 빚 보증 잘못 섰다 날아간/ 길가의 큰 밭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밭을 주고 간 아버지의 검은 색 뿔도장 같은 것, 또는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은 목숨일 수도 있다. 이전의 생에서 너는 무엇이었든 / 이곳으로, 돌아오지 마라(돌아오지 마라 중) 하지만 그는 남도의 사내다. 진안 신안의 섬 어의도에서 태어나 육지의 이 곳 저 곳을 산 이력을 지닌 사람. 제13회 전태일문학상과 제19회 오월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강인한 뼈마디와 뜨거운 숨을 지니고 있는 시인. 즉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희망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며 만들어진 남도의 오월 정신쯤은 기본으로 갖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하지만, 체 게바라가 붙잡힐 때 소총보다 더 힘껏 쥐고 있었다는 삶은 달걀 두 개로 말미암아 삶을 달걀을 먹을 때마다 체 게바라 생각에 목이 메기도 하는, 그런 류의 사람인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도 가난과, 슬픔과, 그리움에 찌들어야 하는 아픈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어루만질 줄도 안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가는 그 필사의 시간을 염려하고, 되레 따뜻하게 감싸 안기도 한다. 그렇게 산 생들을 버리는 것보다 껴안아 버리는 일이 차라리 쉬웠을 것이기에. 그렇기 때문에 그는 꽃불철공소 하나 눈 속에 넣고 있는 것마냥 강렬하며 뜨겁다. 모욕은 견딜 수 있어도 / 배고픔은 끝내 참기 힘든 // 생존의 밥따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자신이 생존을 염원하는 민중이므로, 통증에 시달리고 공터에 버려진 채 추억을 되씹는 허방세상을 안쓰러이 여길 수도 있는 것. 한마디로 주영국 시인은 대지에 봄비 스미는 옹골진 모양새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사각 진 얼굴에 다부진 눈동자가 다가와 시집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살아 있었느냐, 살아 있었느냐 흔들어 묻는 듯하다. 마치 그 말을 묻기 위해 기꺼이 윤회를 해서 돌아든 바람처럼 말이다. 백일홍의더운 비밀을 첫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 안에 몽땅 쏟아낸 주영국 시인의 시편들. 그렇다. 그는 삼복을 건너온 저 붉디붉은 꽃의 힘으로, 끝내 너른 논 벼 모가지를 다 꺼내놓고야 말 심산이다. 그것이 바로 남도 사내, 아니 남도 시인의 뚝심인 것이다. 누군가의 시집을 읽을 때 밑줄 그을 곳이 많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의 밑줄이 그어지는 곳에서 나와 그가 만난다고 여겨져서다. 그러고 보면 상행선 무궁화호에서, 삶은 달걀과 새점을 치는 저녁, 영광 불갑사와 봄바람 봄 나무속에서 우리는 숱하게 만났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만남이 서로가 은밀히 교환하는 눈빛 같은 거라는 것을 안다. 시집 속에 그어놓은 밑줄 수만큼, 이 여름 가기 전 시인과 목포 뒷개 어디쯤에 여장을 풀고 새우깡에 낮술 한 잔 하고 싶다. 그 때도 우리는 맹목적으로 희망적일 것이므로. 올 여름은 거 참, 시인의 이름 석 자 생피처럼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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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9 16:32

[신간] 신춘문예 당선 동시 작품에 담긴 동심과 교훈

동시에 대한 관심이 확장돼가는 요즘, 한국 동시 발전에 밑거름이 될 연구서가 나왔다. 배귀선 원광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쓴 연구집 <신춘문예 당선 동시 연구>(고요아침)다. 1부 서론에서는 연구 목적과 필요성을 비롯해 연구 방법과 대상, 연구사를 밝히고 있다. 이어 2~4부에서는 신춘문에 동시의 시대별 양상과 특성을 서술하고 그 형식과 구조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배 교수는 신춘문예 동시의 특성을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함으로써 우리 동시의 다양한 면모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동심의 구현, 호기심의 서정적 상상력, 교훈적 주제의식, 역사 소재의 현실인식 등 4가지 분류에 맞춰 신춘문예 동시를 읽을 수 있다. 더불어 한국 신춘문예의 역사를 살펴보고 각 신문사의 동시 부문 공모와 선정 과정을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신춘문예 동시의 시대별 양상을 분석했다. 신춘문예 동시의 특성과 형식 및 구조에 대한 개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배귀선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연구 초반에 들었던 주변의 염려도 전했다. 배 교수는 동시 전문 문예지가 다수 창간되고 동시를 쓰는 시인이 증가하는 등 동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 반해 관련된 연구는 미진한 것 같아서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신춘문예 시와 소설 부문의 당선작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당선 시집과 당선 소설집은 해마다 출간되고 있지만 당선 동시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란 문제 의식을 키웠다. 이에 1925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신춘문예 당선 텍스트의 체계적인 정리와 작품 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유강희 시인은 이 연구서를 두고 선행 연구자료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성취한 값진 결과물이라며 무엇보다 신춘문예 동시에 대한 최초의 개괄적 연구서라는 점이 가장 큰 의의라고 설명했다. 한편, 저작권 문제로 인해 역대 신춘문예 당선 동시 텍스트를 책으로 엮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연구서를 바탕으로 동시 분야의 새로운 연구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배귀선 교수는 부안이 고향이며,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의 오늘>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12 17:36

[신간] 19살의 백혈병, 완치를 이룬 1000일간의 일기

온순하고 조용하면서 주관이 뚜렷하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았던 막내 아들. 김성효 씨는 지금으로부터 4년 5개월 전인 2016년 3월 28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9살, 평범한 수험생이었던 아이는 마른 삶 속에 벼락처럼 떨어진 백혈병을 맞았다. 다시 눈을 떠보니 세상의 끝에 서있었고, 어쩌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끝에서 터덜터덜 다시 세상으로 걸어오며 고통을 희망으로 읽는 법과 아프면서 행복하는 법을 배웠어요. 나만의 인생을 살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알게 됐죠. 다행히 길을 잃지 않고 세상으로 돌아왔으니 그동안 제가 배웠던 것을 남겨 보고 싶었어요. 백혈병 투병기 <생의 마침표에. 천 일의 쉼표를 찍다>(도서출판 레드우드)를 쓴 이주완 군은 현재 22세로, 전주 전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가족의 헌신과 희생, 지극한 보살핌으로 2년여의 치료 끝에 완치가 됐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 형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학생회장을 도맡아했던 아이. 숱한 고통과 절망을 마주해야 했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2016년 19살의 시계 앞에 섰다. 이주완 군은 처음 병명을 듣고 진단 받은 날로부터 천 일간의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전한다. 이 책에는 생생함에 가장 많은 힘을 실었다. 그저 책 안에 담긴 한 백혈병 환자의 삶을 멀찍이서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직접 느껴보고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생생한 표현으로 기억을 풀어썼다. 책을 덮고 눈을 깜빡이면 어느새 각자의 몸으로 되돌아와 있는 그런 책을 소망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와 이야기를 잇는 엄마의 고백은 이주완보다 더 이주완 같은 진심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주완 군은 이번 책을 쓰면서 엄마의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지만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해주면 된다고 했고 엄마는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아들과 함께 한 기억을 떠올려 이야기했다. 이주완 군은 이 이야기를 소개하며 내가 알 수 없었던 내 그림자를 꼭 안고 있었던 엄마의 이야기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제가 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는 자기도 뭔가를 말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이는 공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얻어진 공감들은 모두에게 체득되는 진짜 희망을 가슴 깊이 전해줄 거에요. 이 이야기 속에서 나와 네가 함께한 시간이 서로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지 않는 푸른 희망으로 간직돼 주길 바랄 뿐입니다. 순수하고 진지한 자세로 그날의 진심을 써내려간 이주완 군의 이야기가 희망을 설명하는 그 어떤 수식어보다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12 17:36

[신간] 조선왕조 519년, 173명 영의정 면면 정리하다

조선왕조 519년간 삼정승(三政丞) 중 하나였던 영의정을 역임한 인물은 누가 있을까. 그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박용부 작가의 <영의정실록>(지식공감). 영의정(領議政)은 조선시대 의정부의 으뜸 벼슬인 영사(領事)로 품계는 정1품이다. 관원의 자급(資級)은 대광보국숭록대부(大匡輔國崇祿大夫)이기도 하다. 조선의 관제에서 수상총리에 해당하며 영상(領相)이라고도 불렸다. 좌의정 및 우의정과 아울러 삼정승(三政丞)이라고도 한다. 영의정은 학술기관인 경연, 홍문관, 예문관, 춘추관, 관상감의 영사를 겸했다. 재신들이 등급에 따라 각각 학사 한두 개 정도를 겸한 고려와 달리 조선에서는 영의정이 경연을 제외한 나머지 학술기관의 영사를 혼자 겸하는 것이 규례인 것에서 그 상징성을 알 수 있다. 박 작가의 영의정 실록은 조선시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영의정 자리는 어떤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으며, 그들이 남긴 명성은 과연 어떠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조선왕조 519년 기간 동안 영의정은 일반 백성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직책이었다. 벼슬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어 했던 영의정 자리는 왕조에 따라 오를 수 있는 신분이 정해져 있었다. 이 책은 왕조별 영의정 173명에 대한 개개인의 가족사항부터 경력과정, 재직기간 중의 기록, 죽을 때 남긴 졸기 평가를 중심으로 편집했다. 영의정에 오르게 한 핵심 요인을 각 영의정별 첫 소주제로 잡아 서술했다. 10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번 책은 12권이 먼저 발행됐다. 1권에는 태조에서 세종시대의 영의정을 다뤘고, 2권은 문종에서 세조시대를 다뤘다. 박 작가는 조선왕조 519년 동안 최고의 벼슬인 173명의 영의정의 벼슬경력과 업적과 그 졸기 평가를 저술함으로써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균관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에 성균관대 교직원으로 임용돼 1997년에 수도권 입학관리자 협의회 회장, 2007년 서울지역 총무처장협의회 회장, 2012년 입학사정관실 국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베트남 하노이 약학대학 컨설팅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삼성식 대학경영>, <교궁기집록(경북강원충청편)>이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8.12 17:3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 - 백가흠 소설집 '힌트는 도련님'

백가흠 작가의 2011년 소설집 <힌트는 도련님>을 읽은 것은 특정 상황이나 일상을 재현한 최근의 단편소설 몇 편을 읽은 후였다. 재현(再現)에 그쳤으나 틈 없이 치밀한 구성으로 사유를 끌어낸 것이 대단치 않은가, 하며 낯설게 하기와는 거리를 둔 작품들에 아쉬운 마음을 누르던 때였다. 그런 까닭에 백가흠 작가의 단편집에 실린 소설이 지닌 낯선 풍경이 새로웠다. 각각의 이야기 자체는 익숙한 것이었으나 인물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면서 소설적 분위기를 낯설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한 달 전, 림혜숙이 어린 딸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다.로 시작하는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가 대표적일 수 있겠다. 실종 신고를 하고 림혜숙을 찾아다니던 농장주 김 씨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마을 안에 퍼진 또 다른 소문. p.20 약국 문을 닫는 것은 완고했던 자존심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황 약사는 생각했다. 흘깃 약국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많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약국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에서 나타나듯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부풀려지고 당사자를 고립시키면서 끝까지 살아남는다. 알음알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누구도 소문의 진실 여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얼마나 익숙한 이야기인가. <그런, 근원>은 5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로 인해 가족 해체를 겪게 되는 형제의 이야기를 다뤘다. 80년대 5월, 전라도가 배경인 작품이어서 그런지 p.40 누구도 아버지가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까닭이었다.는 문장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법부터 배운 동생 근본과 숙명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근원의 서로 다른 삶은 개인을 넘어 특정 시대의 아픔으로 다가왔다. 어린 근본과 근원을 찾은 친척들. p.41 그들은 집에 쌀을 놓고 갈 때마다 개가한 어머니를 욕하느라 아이들의 안부나 필요한 것들을 물을 새가 없었다. 시대가 어떻든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은 어른들이다. 장소와 인물, 묘사와 행간의 조화로 인한 것일까. 후일담으로 그칠 수 있는 이야기가 한의 정서로 남아 아프고 또 아팠다. 작가를 연상시키는 백이라는 인물이 나오는 <그래서>, <힌트는 도련님>, 에서는 문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소설 쓰는 과정과 고통 등을 담아냈다.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풀었다는 생각이다. p.123 <힌트는 도련님> 모던하고자 하는 나는, 현실의 나와 가장 가까운 백 도령과 손을 잡고 자꾸 서사를 꿈꾸는 나를 몰아낸다.고 작가는 썼지만 나는 그가 구성에 있어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서사의 힘으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면 이야기보다 이미지가 주로 남아 독서 방법에 문제가 있나 생각했던 내게 잠시나마 이야기를 기억하는 기쁨을 주었다. <그때 낙타가 돌아왔다>, <통(痛)>, <쁘이거나 쯔이거나>를 읽으면서는 인간이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결핍과 욕망,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더불어, 작가가 나고 자란 곳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고 단편집을 출간할 당시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책을 처음 잡았을 때 하드커버의 딱딱함과 그것을 싸고 있는 겉표지의 부드러움을 먼저 느꼈다. 그렇게 집어 든 책은 무거운 것 같으면서도 가벼웠다. 소설집 안에 실린 소설처럼 엉성하지도 촘촘하지도 않은 적당한 구성과 문장이 준 무게감을 닮았다. 너무 낯설지도 너무 익숙하지도 않은 인물과 공간 또한 그와 같은 무게감이었다. 책에서 받은 지극히 주관적인 무게감은 그러나 문학을 향유하기에 충분했다. 백가흠 작가의 단편소설집 <힌트는 도련님>은 무겁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지만 어쨌든 기분 좋게 돌아오는 휴가와 같았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8.12 17:30

바다를 사랑하는 작가들이 쓰는 ‘자연친화 정신’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 바다, 문학을 통해 바다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제14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4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해양수산부와 한국문인협회, 전북예총이 후원하는 바다문학상의 올해 수상자는 찾아드리는 상에 이소애 시인, 대상(시)에 이은원 씨, 본상(수필)에 박미림 씨가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서창훈 전북일보사 회장,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 김남곤 바다문학상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전춘성 진안군수, 김광수 진안군의회 의장,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정군수 석정문학관장, 서정환 신아출판사 사장, 김현조 전북시인협회장 등 지역 인사와 문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매년 바다의 날을 기념하고 해양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해양과 해운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상이라며 14회를 맞는 올해부터 문학상의 외연을 넓히고 다양한 가치를 담고자 바다문학상으로 이름을 바꿔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전북일보 사장)는 바다를 사랑하고 문학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바다는 정말 중요한 인류의 미래이므로 전라북도민들이 문학을 통해 바다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표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바다문학상 대상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원 및 순금 10돈, 본상 수상자에게는 전북일보 회장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공동시상으로 상금 200만원이 주어졌다. 전북지역에 거주하고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문학인을 찾아 수여하는 찾아드리는 상은 지난 2012년 이후 9번째 수상자를 냈다. 올 수상자인 이소애 시인에게는 해양수산부장관상과 순금 10돈이 주어졌다. 이소애 시인은 이번 상은 점점 작아지는 저에게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시와 동행하라는 명령처럼 느껴진다며 모든 생명을 포용하는 바다를 알리고 그 안의 아픔과 고뇌를 세상에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대상을 받은 이은원 씨는 여러분께서 제게 선물해주신 바다는 제 기억 속 그리운 상어와 함께 오래동안 기쁘게 출렁거릴 것이라며 제게 시는 끝가지 가보고 싶은 곳이고, 저는 내내 시와 함께 하며 끝까지 흘러서 시의 바다에 가 닿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본상 수상자 박미림 씨는 감추고 싶고 불편한 이야기를 원고지에 써서 만천하에 알려왔다. 이런 저를 보듬어 주신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제가 쓰는 글이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서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모든 이들이 바다처럼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제14회 바다문학상 심사위원으로는 시 부문 허형만소재호김영 시인이, 수필 부문 김경희김재희 수필가가 참여했다. 찾아드리는 상 심사는 박종은정군수 시인이 맡았다. 올해는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달간 대상과 본상 부문의 시와 수필 작품을 공모했다. 그 결과 시 부문에 272명이 816편을, 수필 부문에 87명이 174편을 응모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응모자 수가 늘었으며 작품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11 19:18

“인생사 담은 책 10권 완성, 행복은 언제나 내 맘속에 있죠”

전북도청과 완주군청에서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한 이강해 씨가 10번째 여행기를 출간하며 80세 산수(傘壽)를 의미있게 기록했다. 노오란 해바라기 밭이 반겨주는 <행복은 언제나 내 맘속에>(도서출판 북매니저)는 이강해 씨가 지난 2017년 이후에 다녀왔던 여행기를 모아 엮어낸 책이다. 자녀들과의 화목한 한때와 50년을 넘게 해로한 아내와의 애정어린 추억을 빼곡이 담아냈다. 제1부는 해외기행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일본의 에메랄드 빛 바다가 인상적인 해양낙원 오키나와,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대마도, 태국의 진주로 이름난 푸켓, 말레이시아의 휴양도시 코타키나발루, 동서양의 문화가 융화된 활기찬 도시 홍콩, 중국 산동성의 석도에서 청도, 위해로 이어지는 크루즈유람 등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한 날의 기록을 모았다. 제2부는 국내여행 일기로 꾸몄는데, 태안반도인 안면도 주변과 천안, 부여, 예산, 보령 무창포, 경남 남해, 여수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관광지를 위주로 다녀온 감상을 실었다. 수필과 인생의 소중함을 노래한 아름다운 글은 3~4부에 나눠 담았다. 이를 두고 이강해 씨는 인생여정의 달콤한 냄새가 느껴지는 글을 실었다며 아름다운 인생의 노을이고 싶다, 행복은 언제나 내 맘 속에라는 제목을 붙여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살이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인생을 웃고 즐기자는 메시지가 인상적인 이야기 200여편으로 제5부의 유머 한마당을 꾸미고 있다. 유머는 유머일 뿐 천천히 조금씩 읽고 음미하면 된다고 독자의 어깨를 두드린다. 임실군 오수면 신기리 출신인 이강해 씨는 전주고와 전북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대둔산의 메아리>, <산천에 내 몸을 싣고>, <발길 닿는 곳에 즐거움이>, <추억을 먹고사는 인생여정>, <여행 속에서 삶의 빛깔이>(전4권), <인생여정의 짙은 향기> 등 9권이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8.05 17:28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