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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신석정 시’에 담긴 아름다운 시행, 영어권 독자에 소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 삶의 애환을 진솔하게 노래한 신석정 시인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시선집이 눈길을 끈다. 신석정 시 영역선집 가 이성일 연세대 명예교수의 손으로 세상에 나왔다. 우리 시 문학을 영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해온 이성일 교수는 오래 전부터 신석정 시인의 작품을 꼭 번역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제 전공이 영문학이다 보니 우리 시인들 가운데 어느 분의 작품을 영어로 옮겨 놓았을 때 영어권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것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분이 신석정 시인이지요. 신석정 시인의 작품은 꾸밈없는 시행들로 독자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이성일 교수는 주로 우리 시문학의 계보에 오른 작고 시인의 작품을 다뤄왔다. 신석정 시를 읽으며 서정성이 뛰어나고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에 주목을 했고, 시인의 소박한 언어를 번역해 해외에 소개하고자 이번 책을 썼다. 이번 시 영역선집의 서론에는 번역자이자 독자로서 한 시인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 지에 대한 시각을 밝혔다. 이 교수는 시인은 시로서 메시지를 전하고, 번역자는 그 원시가 외국어로 다시 태어나도록 애쓰는 사람이라며 원시에 담긴 메시지와 말, 음악이 번역시에서 영향을 만든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27 16:58

[신간] ‘언어접촉’의 관점으로 '왕오천축국전'을 읽다

문화세계사문헌학 등 다각도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된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중국언어학의 방법론으로 풀어낸 연구서가 나왔다. 박용진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와 박병선 군산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함께 쓴 <왕오천축국전을 읽다>(학고방)는 중국 언어학과 언어 연구방법으로 <왕오천축국전>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박용진 교수는 지난 2013년 언어접촉의 관점으로 <왕오천축국전>을 연구하겠다는 뜻을 세우고 박병선 군산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 6인으로 강독 팀을 꾸렸다. 박용진 교수는 2007년 국외연구교수로 미국 UCSB에 방문했을 때 언어접촉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접했다면서 아이에게 사줬던 책 중에 왕오천축국전을 쉽게 풀어 쓴 도서가 있었고, 중고등학교 역사시간을 통해 책의 저자와 제목만을 막연히 알고 있었던 <왕오천축국전>을 언어접촉의 관점으로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강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세 차례 강독을 마친 이들은 2014년부터 <왕오천축국전>의 언어분석을 시작했으며 총 7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5년에는 돈황으로 향했고,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막고굴의 16~17번 굴을 찾았다. 전북대학교 해외자원봉사 활동과 오프캠퍼스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함께 다녀온 키르기스스탄과 중국의 실크로드 답사도 연구에 도움이 됐다. <왕오천축국전을 읽다>는 이 모든 과정의 마지막 정리본인 셈. 특히, 이번 책에는 <왕오천축국전>의 한국어 번역을 수정보완했으며 원문의 내용을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국어의 정확한 번역을 이끌어냈다. 더불어 한자 빈도 분석과 난해한 한자를 소개해 내용의 이해를 도왔다. 박병선 교수는 후기에서 우연히 혜초 스님이 만년에 머물렀다는 중국 오대산에 다녀왔다며 그가 지나갔던 길에서 그의 도전을 배웠고, 그 모험을 지금의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내 책임이고 의무인 듯하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27 16:5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기명숙 시인 - 김헌수 시화집 '오래 만난 사람처럼'

오래 만난 사람, 눅은 감정들이 떠오르는 사나흘 아카시아 향 가득한 비가 내렸습니다. 너무나 빨리 사라지는 물상들, 멀고 아득한 것을 떠올릴 때 기억하고 싶은 지향이 풍경을 왜곡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지요. 오늘 저는 누군가의 삶 지층 속으로 걸어 들어가 추억의 무늬를 더듬어 보았습니다. 수세미를 팔던 여자의 좌판 흥건했던 말들에 습기를 닦아주고 생의 장단에 맞춰 후드득거리는 빗방울과 복받치는 가로등 아래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삶의 무상함에 어깨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장면과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동질적 공감에 실은 따뜻했습니다. 시간이 한 순간 흘러가버린다는 것은 통념일 뿐 추억은 소멸이나 과거의 분열이 아니라 생성의 지표였던 거지요. 대창이용원, 방물장수, 쌀집 등 철거위기에 놓인 존재처럼 불안한 신분들을 대하는 시인의 자세에 경의를 표해봅니다. 타자에 대해 편집증적인 적의나 설익은 풍자 따윈 없습니다. 시인이 좋아한다는 국수 한 사발 대접하는 것처럼 소박하고 애정 어린 시선만 가득합니다. 시인에게 기억은 단순히 시간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재구성이며 굴곡과 상처들을 기민하게 수신하는 육체인 듯합니다. 저 또한 현재의 삶에서 이탈하고자 과거로 돌진 중이었습니다. 엉켜버린 오후, 자귀나무, 루드베키아가 있는 거리에서 오래 만난 사람을 소환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여 그것이 생채기를 환기시킬지라도 불가역의 시공간에서 삶의 흠집과 고단한 생활의 구멍도 박음질했던 재봉틀 소리를 내내 듣고 있었던 겁니다. 시인에게 모과나무와 골목 끝집과 모래내 다방과 곤달걀을 먹는 아버지는 소멸의 영상이 아니라 시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 화소인 것 같습니다. 외할머니와 걸쭉한 입담을 나누던 방물장수 또한 유년기 설화의 한 장면인겁니다. 왕사탕을 굴려 먹으며 귀가 쫑긋 서던 그런 날이 있었기에 단념하거나 절망하고 견디면서도 시를 쓰며 꿈 꿀 수 있었던 거지요. 과거와 현재가 삼투압 되어 생의 절박함과 쓸쓸함이 그리움으로 여물어진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자꾸 오고 있는 것이라고 어떤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기명숙 시인은 목포 출신으로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로 당선됐다. 글쓰기 센터, 공무원 연수원 등에서 강의 중이며 시집으로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5.27 16:45

[신간] 이중섭이 존경했던 진환

소를 소재로 한 그림을 통해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작가로 유명한 이중섭 화가가 존경하고 소를 소재로 한 그림을 먼저 그린 화가 진환(1913-1951)의 작품이 수록된 책이 발간됐다. 진환기념사업회가 발간한 <진환 평전>(살림). 사후 70년만에 그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한 이번 책에는 서양화, 스케치, 동시화 등 모든 작품이 수록됐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의 평론을 비롯해 그가 쓴 수필, 편지 등이 수록됐다. 진환의 소(牛)와 아이들 그림은 직간접적으로 이중섭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환은 고요한 심연의 세계를 가진 명상의 작가로, 그의 작품은 많은 생각과 자기성찰, 사물에 대한 연속된 관찰이 담겨 있다. 황토색이 주조를 이루는 그의 작품은 자연주의적이고 향토적 서정성을 짙게 담아냈으며, 대부분의 작품들이 소를 소재로 한 것으로 민족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아동을 위한 그림 동요집을 제작하는 일에도 관심을 뒀다. 그럼에도 진환은 미술 전문가들에게도 상당히 낯선 이름이다. 그는 망각 속에서 재평가의 기회를 기다리며 미술사에서 조차 누락된 식민지시대의 서양화가다. 일제말기 신미술가협회 등에 참가하며 민족미술의 순수성을 지키려 했던 많지 않은 작가이기도 하다. 화가는 일제강점기 고창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31년 보성전문학교 상과를 진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1년만에 중퇴하고 독학으로 미술에 입문했다.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도 그는 강한 의지로 21세 때 일본 유학을 실행해 일본미술학교에 입학했다. 자유롭고 진보적 성향의 그룹전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일본 미술대학 졸업 후에는 미술학교 강사를 하기도 했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부친이 설립한 무장농업학교의 교장으로 일했다. 1948년 홍익대학교 미술과가 신설되어 초대교수로 취임했고, 학교 일과 함께 작가로서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교수로 재직하던 중 6.25동란으로 1.4후퇴 때 고향근처의 피난길에서 유탄에 맞아 38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유실돼 유작은 유화 8점과, 수채화 및 드로잉 등 30여점이 전부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05.20 18:03

[신간] 군산의 어제와 오늘

군산은 과거 일본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우리에게 일제강점기 시절 수탁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많이 알려져있지만 실제 고려시대부터 일제의 약탈이 시작됐다. 군산은 진포라 불렸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군산은 왜구의 침범이 빈번했던 곳이다. 고려시대인 1380년 왜구가 함선 500척을 이끌고 침입해 내륙까지 침범해 약탈했고(고려사), 이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1397년 왜구의 침범을 막기 위해 지금의 선유도와 군산도에 수군주둔지를 설치해 왜구의 약탈을 막았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EH 카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란 말처럼 군산의 역사를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책이 새롭게 발간됐다.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이 <군산 100년을 보다>를 냈다. 언론인(김은정김원용 전북일보 기자)과 학자(소순열 전북대 농업경제학과이정덕 문화인류학이성호 사회학)가 참여해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조화를 꾀했다. 책은 군산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아내 군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1998년 전북일보가 군산개항 100주년을 맞아 연재한 군산개항100년의 기획특집 보도기사를 알기 쉽게 엮었다. 당시 신문에 게재됐던 군산의 옛모습을 사진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군산의 개항, 개발과 수탈, 생활문화, 해방 이후의 군산의 4부로 이뤄졌다. 전북일보가 1년간 연재된 48회분 가운데 12회분을 생략하고 36회분을 4부로 나눠 원문에 충실하면서 평이한 문장으로 바꿨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군산 수탈의 아픔과 수탈로 인해 발전하게 된 군산의 발전사를 깊이있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군산의 정치경제문화체육사회를 시대와 흐름에 맞게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미래에 대서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저자 대표 소순열 전북대학교 교수는 지금 군산은 20여년 전 들어섰던 근대 건축물이 하나둘 허물어지고 없어지고 있다면서 이 책을 통해 군산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식민지도시의 문화변동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글을 이용하도록 허락해준 전북일보에 감사드린다면서 이 책이 군산 연구를 위한 하나의 자극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5.20 18:03

[신간] 지역 역사·문화·예술의 정도를 찾아…'전라정신' 창간

전라도정신에 대한 다각적인 토론과 연구에 힘써온 전라정신문화연구원(이사장 전일환, 원장 김동수)이 연구논문집 <전라정신>의 창간호를 펴냈다. 지난 2019년 10월 창립한 전라정신문화연구원은 지역의 역사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예술인대학 교수법조인인문학자 등 지역 인사 40여명이 모인 단체다. 우리 고장에 묻혀 있는 유무형의 문화재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해 도민들에게 자긍심을 주고자 설립했다. 전라정신문화연구원에서 펴낸 첫 논문집 <전라정신>은 회원들의 논문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23명의 회원과 외부초청자 2명, 그리고 작고한 작촌 선생의 글 2편을 모아 5부로 나누어 27편의 글을 실었다. 창간호에 걸맞게 전라도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시대적으로는 삼국시대부터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연구 결과가 실렸으며 특히 조선시대의 연구가 가장 두드러진다. 주목되는 작품은 이태영의 전라도 방언의 발전과 활용 방안, 김현조의 아리랑, 전북에 왜 없을까, 권대영의 전주비빕밥 담론: 역사적 고찰, 이금섭의 수제천 동동, 박이선의 과연 유생과 유지들의 반대로 전주가 호남선에서 제외되었을까?, 임철호의 죽음과 재생의 공간, 남원, 신정일의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를 주창한 정여립과 기축옥사 등이다. 정치, 경제, 생태환경, 노동과 자본 등에 대한 연구는 2집에 실을 예정이다. 전라정신문화연구원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 맞는 환경과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를 정립하고 활용하는 게 순서라며 전통문화와 역사에 관심 있는 도민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전라정신> 창간호 출판기념회와 제1회 전라정신문화 세미나는 오는 26일 오후 5시 전주라마다호텔 2층 피렌체룸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20 18:03

[신간] “사계절 떠오르는 시절 인연…고마운 이야기죠”

사소하게 지나칠 법한 우리 주변의 사람과 자연이 시와 펜화를 만났다. 그 이야기는 푸르게 익어가는 삶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운다. 김헌수 시인의 첫 책인 <오래 만난 사람처럼>(좋은 땅)은 펜드로잉과 시가 어우러지는 펜드로잉 시화집이다. 평소 쓰고 그리는 것에서 힘을 얻는다는 그는 다수의 산문집과 수필집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작가는 책 이름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공감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각거리는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왔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김헌수 시인은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대한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창작에 대한 꿈은 시와 펜드로잉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때부터 미술 쪽으로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성냥갑에 그림을 그린 적도 많고 교회에서 주보 만드는 일도 나서서 하곤 했죠.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펜드로잉과 함께 하는 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4부로 구성한 책은 봄으로 시작하는 사계절을 하나씩 담당하고 있다. 각 꼭지에는 시절인연을 넣었는데 짧은 에피소드이지만 지난 추억을 되살려주는 고마운 이야기다. 김헌수 시인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제는 사라져버린 오래된 사물을 담기 위한 펜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올 연말에도 새로운 시집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살고 있는 완주의 8경을 담은 스케치나 여행 드로잉도 그의 구상 중 하나. 전주 출신인 김헌수 시인은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삼례터미널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번 책에서는 그의 당선작 삼례터미널과 어우러지는 펜드로잉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안도현 시인은 김헌수 시인은 예술적인 감각을 다양하게 내장하고 있다며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재들이 그의 시선에 붙잡히면 금세 물기 머금은 감정으로 치환된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20 18: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소설가 - 한창훈 장편소설 '꽃의 나라'

마침내 총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더 이상 싸울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슬픔마저 무성영화처럼 비어버린 적막. 이팝꽃 흐드러진 5월의 광주, 바람결에 푸르게 빛나던 잎사귀들의 소란스러움을 떠올리는 것마저도 이상한 계절, 1980년의 봄이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된 2020년 5월, 우리가 한창훈의 <꽃의 나라>를 찾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복되는 재생에서 멈춰버린 흑백의 기억을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미워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지 않아, 사령관은 대통령이 되었다. 내 기억은 거기까지이다. <꽃의 나라>의 마지막은 그렇게 끝난다. 한창훈이 굳이 열일곱 살에서 열여덟 살의 나의 성장을 통해 정말 이상한 1980년 5월을 진술한 이유는 작가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누렇게 삭아버린, 한 번도 지키지 않았던 생활계획표 같은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미움이다. 미움의 힘이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창훈의 <꽃의 나라> 1부는 온통 이상한 사람들 투성이인 나의 세계를 다룬다. 2부는 1980년 5월의 진실을 담고 있다. 나가 열여덟 살이 되는 2부의 봄에서, 최소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한 어른인 생물교사에게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라고 묻는다. 교사는 다시 그의 선생님을 찾아가 알래스카 개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이 물러가라고 외치는 사령관이 만들어낸 짓, 그 사령관에게 필요한 공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혼란을 겪는 동안 나는 그들이 원한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숱한 죽음의 공포는 죽음을 일상의 풍경으로 만들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싸우게 한다. 슬픔도 애도도 사라진 극한의 공포는 글의 마지막까지 슬픔을 허락하지 않는다. 진실을 진술하며, 감상에 빠진 감정의 피로함만으로는 이상한 역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듯. *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한 정숙인 소설가는 역사를 마주보는 소설 쓰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백팩과 빛의 증거와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5.20 18:00

제14회 바다문학상 대상에 이은원 시 ‘그리운 상어’

제14회 바다문학상 대상에 이은원 씨(경기 안산시)의 시 그리운 상어가 선정됐다. 바다문학상 본상은 수필 부문에 응모한 박미림 씨(서울)의 작품 오빠의 바다가 뽑혔다. 전북지역에 거주하고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문학인을 찾아 수여하는 찾아드리는 상은 지난 2012년 이후 9번째 수상자를 냈다. 올해는 20여명의 후보자 중 이소애 시인이 영예를 안았다. 바다문학상은 매년 바다의 날을 기념하고 해양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해양과 해운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제해운(대표이사 윤석정)이 제정한 상이다. 지난 2007년 국제해운문학상으로 출발했으며, 제14회를 맞는 올해부터 바다문학상으로 명칭을 바꿨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는 공모의 폭을 전국으로 확대했으며, 2019년부터는 전북일보사와 공동주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한국문인협회, 전북예총이 후원한다.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는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분야에서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했다. 작품 접수 결과 총 응모자 수는 359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 부문에 272명이 816편을, 수필 부문에 87명이 174편을 응모했다. 윤석정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 이사장은 인류의 생명줄이며 미래인 바다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문학상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들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바다처럼 너른 마음으로 바다 사랑을 실천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14회 바다문학상 대상은 시 부문에 응모한 이은원 씨의 그리운 상어가 차지했다. 심사위원들은 기존의 바다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을 깨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고유한 자기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면서 억지로 문장을 쥐어짜려고 하지 않는 명쾌한 진술의 힘과 이미지의 일관성은 단연 돋보였다고 평했다. 대상 수상자 이은원 씨는 제게 시는 끝까지 가보고 싶은 곳이고, 저도 끝까지 가보는 시인이고 싶다면서 시가 삶의 미래와 연결될 때 보다 웅숭깊어지듯 땅 위의 모든 좌표는 미래의 바다로 열려있음을 새상 상기해본다고 소감을 전했다. 본상 수상작인 박미림 씨의 수필 오빠의 바다는 연좌제 때문에 갖고 싶은 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오빠가 방황하다가 바다로 인해 새 희망을 품게 된 이야기이다. 심사위원들은 원인에서 결과를 끌어내는 구성이 순탄하다고 평하며 한 청년을 구한 것이 바다이고 그 청년이 가정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인간과 자연의 얽힘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관계라는 점과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가슴이 바로 그 바다같이 깊은 모성애라는 것을 상징한 점이 돋보인다고 선정 결과를 밝혔다. 박미림 씨는 잃어버린 꿈으로 날개가 오래 아팠을 오빠와 가족들, 상처 난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흔들릴수록 반짝이는 바다처럼, 해 질 녘 바다처럼, 아름답게 품고 가꾸며 살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은 이소애 시인은 "바다에 대한 사랑이 더욱 진보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샘솟는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시인은 "바다가 깨끗해야 인간 삶도 생기를 가질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이 문학을 통해 바다와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코로나19 위기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소애 시인은 정읍 출신으로, 등단 이후 <수도원에 두고 온 가방>, <색의 파장>, <시간에 물들다> 등 다수의 시집과 작품집을 펴내며 바다와 해양의 소중함을 읊어왔다. 찾아드리는 상 심사위원들은 이소애 시인은 시를 통해 인간의 삶에 바다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워줬으며, 바다 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바다문학상 심사위원으로는 시 부문 허형만소재호김영 시인이, 수필 부문 김경희김재희 수필가가 참여했다. 찾아드리는 상 심사는 박종은정군수 시인이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6월 중 개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코로나19로 인해 확정하지 않았다. 바다문학상 대상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원 및 순금 10돈이 주어지며, 바다문학상 본상에는 전북일보 회장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공동시상으로 상금 200만원을 수여한다. 또 찾아드리는 상 수상자에게는 해양수산부장관 상과 순금 10돈이 수여된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19 17:19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3) 시적 언어의 순수성·인간애 구현한 구름재 박병순 시조시인

구름재 박병순 시조시인. 무궁할 겨레의 가슴가슴에 불씨 되어 타리라 박병순(朴炳淳, 1917~2008)은 진안군 부귀면 출신이며 아호는 구름재이다. 2016년에 복원된 생가는 모래재 메타세콰이아의 길 입구에 구름재 박병순 생가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은 스승인 가람 이병기에 이어 한국현대문학사에 시조의 가치와 의미를 대중적으로 확장시키고, 시조 부흥에 정념을 쏟았던 구름재 박병순이 살던 곳이다. 1917년 출생하여 1939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집에 살았던 구름재 선생은 나라사랑도 남달랐으며 집 둘레에 무궁화를 심어 울타리로 삼고, 한글보급운동에 힘써 우리말글 지킴이로 위촉받기도 하였다. 이곳에서 쓰여진 대표적인 시작품은 「무궁화」, 「속금산」 등이 있다. 이후 2017년 구름재 선생의 시비가 생가 마당에 세워졌는데, 구름재 박병순은 애국심과 우리글 사랑이 육화된 불꽃 신념으로 생애를 마치신 한국이 낳은 시조시인이며, 교육자며, 한글운동가로 존경받으면서 나라사랑, 한글사랑, 시조사랑의 삼애(三愛)를 몸소 실천하신 분이다. 이에 높은 뜻을 기리고자 고향 진안에 시비를 세워서 숭고한 정신을 우리의 유산으로 계승하여 천추에 길이 남을 자랑으로 삼고자 한다. 라는 건립의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비문에는 서정성이 담긴 시조 한 편이 새겨져 있다. 눈이 탐스럽게 내린다/ 흰나비인 양 춤추며 내린다.// 밀보리 쏟아지신다신/ 가람 스승님 생각도 나고// 어린 맘 절로 신이 나서/ 덩달아 춤을 춘다.// 경칩이 엇그젠데/ 봄눈 탐스럽게 내린다// 보리 풍년도/ 까마득한 옛이야긴데,// 촌색시 봄손님 맞은 듯/ 괜스레 가슴 설렌다.(「봄눈」 전문 ) 구름재 선생의 약력으로는 진안공립보통학교와 대구사범학교를 다녔으며, 전북대학교 국문학과(1954)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39년 전주사범부속초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전주고, 전주공고, 전주여상고, 이리공고, 진안농고, 전라고 등 1978년까지 40년 동안 교직에 헌신하였다. 이후 전주대학교, 중앙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시조창작론, 고전세미나 등을 강의하였다. 또한 1952년 전주에서 시조문학 최초의 전문지 『신조』를 5집까지 발간했다. 구름재 선생은 전통의 보고인 시조문학의 시조집을 1956년에는 『낙수첩』, 1971년 『별빛처럼』, 2003년 『먼길바라기』 등 12권을 상재하였다. 이외에도 한춘섭, 리태극과 함께 공저 『우리 시조 큰 사전』을 발행하였다. 구름재 선생은 스승 김해강을 통해 처음 시조를 접했으며, 이후 이병기 선생에게 본격적으로 시조를 배웠다. 일제 강점기 대구사범학교 시절 시조집을 몰래 배포하다가 일본 경찰에 잡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815 해방 후부터 이병기와 함께 시조부흥에 참여했으며, 신석정, 백양촌, 장순하, 최승범 등과 함께 가람동인회를 결성하여 한국시조사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이철균, 김목랑, 하희주, 장영창 등과 전북문인협회를 창설하였다. 한국시조협회 이사, 가람문학상 운영위원, 1991년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그리고 한글 운동에 앞장섰으며 한글학회 이사로 활동했다. 가람시조문학상 공로상, 한글학회 창립 100돌 기념 공로상 등을 수상하였다. 다음으로 구름재 선생의 시작품을 시기별로 분류하면 제1시조집 『낙수첩』에서 제4시조집 『새 눈 새 맘으로 세상을 보자』 까지의 초기문학은 그의 인생관과 서정/서경이 일상생활에서 이미지화됨을 알 수 있다. 총총히 먼 길을 떠난 지 하마 보름도 넘었는데,/ 네 뚫고 간 문 구멍을 아직도 막지 않는 뜻은,/ 그 구멍 넘어 귄이 쪽쪽 흐르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아침 저녁 선들거리고 비바람 사납게 부는 날도, 네 뚫고 간 문 구멍을 상기도 막지 않은 뜻은,/ 고 구멍 넘어 정이 찰찰 넘치던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총총히 먼 길을 떠났듯 어서들 빨리 돌아오라./ 장미꽃 이제도 피고 국화 향기로운 뜨락으로,/ 수없이 찢고 간 문을 바르기 전에 종종걸음쳐 빨리 오라.(「문을 바르기 전에」 부분) 그리고 제6시집 『가을이 짙어보면』에서 제9시조집 『구름재 시조 전집』 까지를 중기작품으로 볼 때 이 시기에는 인생과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생애 아무리 서럽고 괴로왔대도,/ 임종만큼은 저- 낙조처럼 고와야지/ 저녁 놀 헤치고 깜박 숨지는 황홀황홀한 저 한 점.// 구름 흩어지며 산산 조각이 나도,/ 서녘 하늘은 마지막 거룩한 잠자리/ 낙조는 빈 하늘 한 가닥 서광으로 남는다.(「낙조처럼」 전문) 구름재 선생은 쉰 아홉에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여 장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다. 그러므로 후기 작품들은 인생과 죽음에 대한 회고와 사유를 통한 삶의 자세가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무시로 틈만 나면 창 너머 먼 길 눈빠지게 지키건만,/ 날마다 밤마다 먼길바라기 수심 깊고 밤도 깊어 조바심/ 온 밤이 대 새도록 어떻다 바라는 당신 나몰라라 하시시는가?/ 차라리 방문을 차고 눈 온 먼 길 떠나갈까 보다.(「먼길바라기」 부분) 이상으로 살펴본 구름재 선생의 시작품에서 장순하는 구름재 선생의 시조는 즉생활적(卽生活的)이고 철저한 서정이다. 인정스런 그의 성품과, 생활과 시를 일치시켰고, 황희영은 구름재의 시정신은 소박한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활 잡기가 아닌 그의 수많은 작품들의 소재와 주제는 인간들의 아기자기한 삶에서 오고 있다.고 논하고 있다. 김해성은 애국 애족관과 자연과 인간의 합일화에 대한 미학을 피력하였고, 천이두는 가람의 숱한 제자 가운데 가장 충실한 제자가 바로 구름재라고 했다. 이은상은 박병순을 교육자와 시인으로서 순수성을 가진 맹물로 비유했다. 백철은 그의 시적인 경지는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전통적인 시조 형식과 문장이 능숙하여 독자를 감복시킨다.는 평을 했다. 무릇 구름재 선생의 시학은 친자연주의, 휴머니즘, 전통주의, 선비정신이다. 이러한 시적 이념은 인간과 사물과의 관계가 은유적인 시공간으로 표상되고 있다. 밤은 깊어 갈수록 고적은 사뭇 쌓여 오고(「한가위」)나, 맑은 닭 소릴 듣자면 초가집 지붕 밑이야 되네(「초가 지붕 밑에서만」) 등은 고향에 대한 깊은 천착이 드러난다. 그리고 합죽선 확- 폈다가 활활 부쳐 오므리는 이 한 맛(「부채」)과 전통이 벅차게 흐르는 속에 넋을 잃은 이 아침(「추석」), 밤차에 너를 보내 놓고 흐느끼는 밤이로다(「밤」) 등에서 삶의 의식에 대한 자아 성찰이 표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름재 선생은 시조사랑에 대한 시정신이다. 나는 시를 치레로 하거나, 생활하는 시인보다, 시와 시조를 종교하는 시인으로 살겠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자 나의 실생활이요, 나의 참마음 참모습이다. 나는 자만하지 않고, 자긍과 겸손을 지나, 겸손하게 살고 싶은 것이 나의 마음가짐이자 몸가짐이려 한다.라며 여리고도 단단한 작품세계를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시조는 혼과 멋, 기교와 창의가 따라야 하며, 시조 창작은 진실과 순수 그리고 정열만이 가능하며, 또 곱고 쉬우면서 밝은 우리말 우리글로 표현된 시조를 위해 순정을 바쳤다. 무거운 책보따리를 들고 허우대던 불우한 국어 국문 학도였다. 그러나 한글 전용의 선구자요, 실천자요, 공헌자였고, 시조 전문지의 효시 신조(新調),의 주재자로 시조 문학 부흥과 시조 보급 운동의 거점을 이룬 끈질긴 과감한 투쟁자였다. 한글을 사랑하고 시조를 종교하는 민족 시인으로 가람의 뒤를 이은 한국의 별로 살다 간 가냘프고 고달픈 순결한 대한의 교육자였다.(「비명(碑銘)」 전문) 따라서 구름재 선생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인 전통문학인 시조의 계승을 위해 자신의 시학을 올곧고 정성스럽게 수행하며 현대시조사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 새 눈으로 자연을 보고 새 맘으로 세상을 보며 어질고 착하고 맑고 곱게만 세상을 살았던 구름재 박병순. 그는 현대시조 정착을 위해 시조사랑의 순수성과 인간애의 구현을 위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천명을 하늘에 걸었다. 그리하여 오직 한 평생 시조와 함께 길을 걸으며 무궁할 겨레의 가슴가슴에 불씨 되어 죽는 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는 시조시인이었다. /김명자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05.14 16:54

[신간] “결혼 생활은 어떻게 할까?”

결혼 생활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혜성 작가가 20년간 아내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쓴 <완벽한 결혼생활 매뉴얼>(미다스북스)을 펴냈다. 이 책은 현명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다. 내용으로는 결혼 생활은 사랑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결혼 생활에 필요한 대화법, 처세법, 센스에 대해 설명한다. 대부분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한다. 결혼 생활은 연애가 아니다. 두 사람의 거리도, 상황도, 태도도, 주변과의 관계까지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와의 대화와 남편과 대화하는 것은 다르다.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것과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많은 부부들이 이것을 간과하여 다투고 헤어지기까지 한다. 작가는 서른한 살에 결혼했고, 약 20년 동안 결혼생활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남편이 안쓰럽고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 책은 이런 저자가 20년간 쓴 일기를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남편과 아들, 시어머니와 시누이, 친정 가족들과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서 노년 부부에게는 추억을, 중년 부부에게는 행복을, 신혼부부에게는 파트너십을, 연인들에게는 사랑을 일깨우기를 소망한다고 설명했다. 이혜성 작가는 1969년 남원 산골에서 태어난 이혜성 작가는 전주 성심여고와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1년 공직에 입문하여 남원시청과 전북도청에서 29년간 사회복지, 문화관광, 인재양성, 경제산업 등 다채로운 업무를 경험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5.13 17:58

[신간] 북한 인권실태는 어떨까

현 북한의 인권실태를 알 수 있는 보고서가 나왔다. 통일연구원은 펴낸 <북한인권백서 2020>에 따르면 북한은 여전히 주민들의 생명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백서에는 마약 거래와 한국 녹화물 시청유포, 살인 등 강력범죄에 대한 공개적인 사형 집행의 사례가 실렸다. 백서는 주목할 점은 최근 몇 년간 마약 거래행위와 한국 녹화물 시청유포행위에 대한 사형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또 공식적인 구금시설이 아닌 임의적이고 자의적 관행에 따르는 정치범수용소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백서는 한국행을 기도하다 적발돼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는 사례는 지속해서 수집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 출범을 전후해 국경통제 및 탈북 단속이 지속해서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탈북 과정에서 적발되거나 강제송환된 북한 주민의 인권 침해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 인권이 일부 개선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형과 관련해서는 과거보다 공개처형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실제로 공개처형 현장에 주민이 동원되는 경우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공개처형 횟수가 감소해서인지, 아니면 비공개 집행이나 비밀 즉결처형이 늘어서인지는 분명하지 않단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5.13 17:58

[신간] "당신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카이스트 교수의 창업노트

한동수 카이스트 교수가 전하는 창업 노트 <실전 스타트업 바이블>(형설출판사)가 변화하는 시대에 돌파구를 제시한다. 이 책은 스타트업 창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던 저자가 여러 기업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깨달은 스타트업의 성공 원리를 정리한 보고서다. 독자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적극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사업, 시작이 반이다. 나머지 반은 인내와 끈기이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더라도 미래의 가능성을 믿고 달려가는 초보 사업가의 이야기는 처음 사업에 도전하며 두려움을 느낄 이들을 격려한다. 이 책의 저자인 한동수 교수는 198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1년 3개월 후 의과대학을 그만두고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석사를 마친 후에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1992년에는 교육부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3년간 일본에서 유학했는데, 이때 교토대학교 정보공학과에서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동수 교수는 2008년 무선랜 신호를 활용한 스마트폰 실내 위치인식 분야의 연구를 개척했다. 10년 넘게 이 분야의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면서 실내 위치인식 분야의 특허 60여개를 취득했다. 2000년 이후에는 3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는 자신이 출원한 특허를 주요 소재로 발명특허 원리를 소개한 <특허 무한도전>을 출간했다. 현재는 카이스트 스마트과학관 전시기술연구단장과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스타트업 설계 교과목을 개설해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한동수 교수는 카이스트 스타트업 설계 수업에서 이 책의 원고를 기반으로 그들과 함께 나눈 자유롭고 다양한 토론이 있어 책의 많은 내용을 보강할 수 있었다며 대학원 강좌의 수강생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책 말미에는 스타트업 마지막 당부라는 제목으로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드는 사업가들을 위한 따뜻한 조언을 덧붙였다.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쓴 글이라는 취지를 잊지 않았다. 추천사를 쓴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일자리 창출의 시대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냉철하다. 한국사회에 마지막으로 남은 혁신의 영역인 대학과 연구소의 변화를 요구한다면서 그는 지식창출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변화와 혁신의 목표로 추가해야 한다고 그는 끊임없이 주장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13 17:58

[신간] 사막과 몽골에 관한 시편들

사람 사이에 사막이 있다. 흙도 물도 없지만 끝없이 위아래를 수직으로 오가며 원인 모를 갈증을 만들어낸다. 이같은 모순의 궁극에 닿아보고 싶었다는 김제김영 시인은 지난 2008년부터 여름이면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몽골의 홍그린엘스 사막에서 흡수골까지 열심히 걸었다. 그 덕분일까. 그의 네 번째 시집 <수평에 들다>에는 사막과 몽골에 관한 시편들이 담뿍 담겼다. 푸른 빛의 책 표지는 바다의 바닥이라 하는 사막의 숨겨진 표정을 담기 위해 시인이 직접 골랐다. 모래언덕은 물결무늬를 여전히 기억하고, 모래를 타고 돌아오는 파도는 바다를 증명한다. 시인은 지난 8년간 만난 사막의 모습을 사진에 고루 담았다. 그곳엔 미처 몰랐던 별이 흐른다. 김제김영 시인은 살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합리와 모순을 마주하게 되고 그에 따른 관계의 상실과 회복도 안고 간다면서 그런 것을 넘어서는 여백이 있다면 그 개방성과 폐쇄성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빌딩이며 계급이며 성적이며 / 사람 사는 곳은 수직이 힘이라는데 / 몽골의 초원에선 / 나무조차 수직으로 자랄 수가 없다 / 수평으로 기울어가는 전봇대만 / 가까스로 수직의 허망함을 말해준다 (김제김영 시 수평에 들다 中) 작품론을 쓴 박성현 평론가는 김제김영 시인의 문장이 상실에서 출발한다고 봤다. 박 평론가는 대상을 표현하되 늘 비켜서고, 대상을 바라보되 그 여백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시선에서 대상은 늘 대상의 원(原) 이미지로 끝없이 회귀한다. 그러나 그의 회귀는 대상이 원래부터 갖고 있는 사용가치의 부활, 곧 물신(物神)으로부터의 구원이라는 막중한 사명 속에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김제김영 시인은 현재 김제예총 회장, 전북예총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맡아 지역문화예술계와 문단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눈감아서 환한 세상>, <다시 길눈 뜨다>, <나비 편지>, <수평에 들다>를 비롯해 수필집 <잘가요 어리광> 외 2권, 위인동화 <워런 버핏> 외 13권, 학습서 <즐거운 문학수업> 외 5권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13 17:5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최형 시집 '다시 푸른 겨울'

휘내닫는 불길은 아우성으로 후끈거리더니/ 불꽃 튀듯 후드득거리더니 마침내(시 다시 푸른 겨울 中) 왔다던 1987년 6월. 그때 전주 팔달로에 모여든 사람들은 들판처럼 거칠었던 그곳에서, 한길 가득 도도한 불빛의 흐름을 만들었다. 3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토록 목 놓아 부르던 꿈은 여전히 신기루다. 당시 이순(耳順)이었던 한 시인은 1987년 6월항쟁부터 1991년 12월까지 전주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이 땅 민주화운동을 대하 서사시로 형상화했다. 시인 최형(1928-2015). 늘 푸른 문학청년이었던 그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하늘선비가 되었을 그의 힘찬 목소리와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형형한 눈빛은 그대로일 것이다. 최형은 시와 소설과 수필로 현실과 역사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고, 꾸준히 시대의 아픔을 토해냈다. 젊은 날의 그에게 문학은 신산한 삶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구원이었고, 현실의 모든 모순에 대한 저항의 무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일체의 사슬과 멍에, 그리고 소외를 넘어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고자 하는 해방과 희망의 언어였다. 무엇을 써야 하는가? 철저한 자기 확인과 안온함에서 벗어나는 일. 시간은 포위망을 좁혀오듯 그를 에워싸기에, 세월을 머금은 그는 더 분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보통의 생활인에서 싸우는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심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단어를 분주하게 옮겨 시집 9권과 산문집 3권, 소설집 1권, 자서전 1권, 시문집 1권 등 15권의 책을 냈다. 이데아와 서정의 행복한 결합. 저항이 없어지면 문학의 고뇌가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그의 샘은 절대 마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저항적인 시를 사나운 것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의 시에서 사나운 시와 사납지 않은 시의 경계는 없다. 현실과 역사, 삶을 향해 늘 깨어있는 그의 시들은 스스로 성찰을 통해 생명을 얻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성찰은 민족적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며, 그 생명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함께 안아야 할 상처이고 각성이다. <다시 푸른 겨울>은 시대의 진공을 뛰어넘어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불러온 날카로운 긴장의 시간에서 시작된다. 고문 타살의 충격과 분노로 점화된 민중의 항거는 1987년 6월 민주대항쟁의 들불로 이어지고, 대통령 직선의 열기와 참담한 결말, 위장된 민간군사체제 노태우 정부의 출발, 그 뒤를 잇는 끊임없는 사건과 투쟁, 투쟁들. 이 두꺼운 시집의 어느 한 면을 들추어도 생생히 살아 있는 역사의 한 단면을 마주치게 된다. 민주화의 문을 열었다는 629가 과연 우리 현대사에서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 길고 긴 서사시는 민주화를 가져온 사람들의 고귀하고 치열했던 삶과 암울했던 역사와 고난을 어지간히도 생생하게 우리 앞에 털어놓는다. 더욱이 이 대하서사시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 전라북도에서 살을 맞대며 살아가는 낯익은 인물들이다. 이 서사시는 노(老) 시인의 눈물겨운 현장 체험의 진솔한 기록이며, 지면 안 되는 싸움, 그러나 질 수밖에 없었던 싸움에 절망적으로 매달리던 그 시절 이 나라 사회운동가들의 처절한 기록이다. 어두운 권력에 솟구치는 시인의 속내다. 이 수상한 시대에도 신록은 푸르고, 선량한 사람들의 바람은 오늘도 광장 이곳저곳을 유전하며 배회한다. 최형 시인의 추모 5주기(5월 16일), 결코 흔들리지 않던 하늘선비의 꼿꼿한 시대정신을 다시 떠올린다. *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한 최기우 작가는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무대극에 집중하고 있다. 희곡집 <상봉>과 창극집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꽃심 전주>와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5.13 17:52

‘제3회 혼불의 메아리’ 대상에 전주 고경자 씨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감상문 공모전 혼불의 메아리를 빛낸 얼굴들이 나왔다. 대상은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을 소재로 감상문을 쓴 고경자(45세전주시) 씨에게 돌아갔다. 상금은 200만원. 높은 지위에 관한 욕망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관하여라는 제목을 붙인 고경자 씨의 감상문은 주요 인물들이 빛나는 지위를 획득한 대신 무엇을 잃었는가를 고찰하는 과정에서, 이를 사회적 구도로 한정하지 않고 개인의 인생과 관계로 연계하여 소설의 세계관과 가치를 더욱 확장해 주었다는 평을 얻었다. 이에 고경자 씨는 자신이 휘두르는 힘과 권력의 맛에 중독될 때, 정말 소중한 무언가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며 주요 인물의 사고와 행동, 선택을 돌아본 시간은 행복을 이어 주고 전파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수상은 양봉만(51세순창군) 씨의 낭만주의적 역사소설 <최후의 만찬>이 동경한 절대성과 최형만(51세전남 여수시) 씨의 칼과 혀를 한 몸에 품고가 차지했으며 가작 등 모두 33명의 수상자를 냈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 3월 말까지 혼불문학상 수상작품인 칼과 혀(권정현2017), 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전혜정2018), 최후의 만찬(서철원2019) 등 장편소설 3편을 대상으로 독후감을 공모했으며, 모두 320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심사는 김병용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이광재김소윤 소설가와 문신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최기우 전주대 한국어문학과 겸임교수 등 문학학술계 전문가들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접수된 작품들은 원작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거나 삶의 지향을 찾아내려는 독서 본연의 취지를 훌륭히 성취하고 있었다면서 수상 여부를 떠나 독후감을 쓰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기를 바란다고 총평했다. ㈔혼불문학, 전주MBC, 다산북스, 최명희문학관이 함께 진행하는 혼불의 메아리는 좋은 독자가 좋은 작가를 만든다는 믿음에서 시작했다. 매년 인문학적 감성을 지닌 독자를 발굴하고 그 독자들이 지속해서 자신의 독서 활동을 이어나갈 기회를 만들고 있다. 제4회 대회는 올해 가을 시작된다. 문의 063-284-0570.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11 18:1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