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11 06:10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신간] ‘평생을 의사로’ 역사의 산 증인이 된 의사의 이야기

굴곡진 한국현대사의 한복판에서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여성 의사로서 평생 환자를 돌봐온 최선이(93여) 선생이 회고록을 냈다. <결코 늦은 때란 없다>(신아출판사). 저자의 일대기인 이 책은 곧 한국 의료의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전주 예수병원에서 인턴 의사로 활동했던 상황도 소개하고 있어 당시 지역 의료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만주 용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일제강점기에 경성여자의학대학을 졸업한 뒤 전주 예수병원으로 인턴을 지원했다. 당시 전주예수병원은 한강 이남에서 제일 유명한 병원이었다. 당시 전주 예수병원은 매일 일을 시작하기 전, 전 직원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전주예수병원의 여성 의사는 저자가 처음이었다. 피를 뽑고, 마취, 깁스 고정 등이 주된 업무였다고 저자는 적고 있다. 또 전주예수병원 근처에는 나병(현재의 한센병) 환자 수용소가 있었는데 저자는 일요일마다 예배 후에 환자를 진료했다고 한다. 그렇게 수년간 수련을 마친 뒤 마산 결핵 요양원, 광주 제중병원 등을 거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선진의료기술을 배웠다. 한국에서 2번의 인턴 및 레지던트 생활, 미국으로 건너가 또다시 이를 반복한 그는 50세의 나이에 군의관에 도전했다. 82세에는 운명적인 배우자를 만났다. 저자는 그가 만나왔던 사람 한명한명을 잊지 않고 그들이 했던 이야기를 기록했으며, 도전의 길에는 나이는 중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7.01 17:33

[신간] ‘한국전쟁 70주년’ 되새길 그림책 '우리 형' 출간

6.25전쟁 70주년, 한 민족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었던 가슴 아픈 역사를 기억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그림책이 나왔다.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박예분 전북아동문학회장은 그림책 <우리 형>(책고래)을 통해 한 가족이 겪어야 했던 이별과 아픔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보여준다. 이번 그림책은 6.25전쟁으로 형을 잃은 아우의 이야기다. 가족의 큰 산과 같던 형이 입대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터지면서 그만 소식이 끊기고 만다. 가족들은 형을 그리워할 새도 없이 참혹한 상황과 마주한다. 민간인들과 상관없는 이념 전쟁으로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이 죽거나 다쳐야 했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보통 사람들이 겪은 전쟁의 두려움과 아픔을 그리고 있다. 이 이야기는 박예분 작가의 아버지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 의미를 더한다. 작가는 10여년 전 우연히 큰아버지의 낡은 수첩을 발견했다. 한국전쟁 때 썼던 이 수첩에는 전쟁터에 나간 형이 아우들과 고향으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심정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박예분 작가는 고향 임실에 자리한 국립임실호국원에는 6.25참전 용사였던 큰아버지가 잠들어 계신다면서 우연히 큰아버지의 유품인 낡은 비망록을 발견했고, 스무 살의 청년이 폭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두려움을 느끼며 고향을 그리워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전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태란 그림작가는 따뜻한 그림으로 그리움에 동참했다. 그렇게 완성된 삽화는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으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어루만진다.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삶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북에 두고 온 가족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들도 있고, 전쟁터에서의 충격으로 늘 알 수 없는 불안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박예분 작가는 전쟁은 사람들의 목숨을 송두리째 앗아 가고 사랑과 평화를 무참히 짓밟았다며 다시는 이 땅에 참혹한 전쟁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머리 숙여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며 이 글을 바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7.01 17:33

[신간] 시와 사진의 만남…일상과 자연을 그리다

남원 대강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복효근 시인이 등단 30년을 앞두고 사진과 함께 언어로 표현한 디카시를 엮어냈다. 그의 새 시집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도서출판 애지)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을 새롭게 펼쳐 보일 수 있는 창작활동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디카시를 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물론 시적 자기표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본보기다. 사진과 함께 언어로 표현된 시는 5행을 넘지 않는 짧은 형식으로, SNS 시대에 걸맞은 시적 소통이 된다. 시인은 일상과 자연 동식물에서 시와 사진의 소재를 찾았고,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허수아비 같다는 말처럼이나 / 나를 두고 사람 같다는 말도 하지 않았으면 해 / 이래봬도 난 진짜야 / 진짜 허수아비.(복효근 시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전문.) 싸움닭에게 싸움을 시키고 이를 팔짱긴 채로 지켜보는 이들의 모습에서 이념 갈등으로 피 흘리는 한반도를 그려내거나, 봄날 나팔꽃 덩굴이 쉬고 있는 도끼자루를 휘감고 오르는 장면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빚어내기도 한다. 복효근 시인은 시의 촉수를 자극하는 장면을 만나면 사진에 담고 거기에 담긴 기억과 느낌을 소환해 시를 썼다며 시와 사진의 혈맥이 섞여 한 몸이 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책의 추천사를 쓴 공광규 시인은 복효근의 시적 재능과 기량이 디카시에 와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며 그의 디카시는 비유적이고 암시적이며 시사적이고 정치적이다. 우화와 철학이 공존해 재미있다고 말했다. 복효근 시인은 1991년 계간 시전문지 <시와 시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따뜻한 외면>, <꽃 아닌 것 없다>, <고요한 저녁이 왔다> 등을 썼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7.01 17:33

[신간] 컵의 시선으로 둥글둥글한 세상 관찰하기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 시인이자 <아홉 살 마음 사전>으로 온 가족의 사랑을 받은 박성우 시인이 머스컵 커커의 이야기를 담은 새 동화책을 펴냈다. 그의 신작 <컵 이야기>(다산북스)에서는 소풍을 나왔다가 버려진 컵 하나가 자연 속 동식물을 만나게 되면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따스하게 풀어간다. 제아무리 모가 난 것이라도 컵 안에 담기면 둥글어지고야 만다. <컵 이야기>는 한없이 둥글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작가의 말 中) 박성우 시인은 이 동화를 통해 독자들이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도록 담백한 플롯에 특유의 선한 감수성을 녹여냈다. 이에 김소라 그림작가의 따스한 감성이 더해져 마치 아이의 시선처럼 투명하게 컵이 바라보는 세상을 완성했다. 컵은 나한테도 발이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어라고 말하며 자신의 생김새처럼 둥글고 둥글게 세상을 비춘다. 귀처럼 생긴 손잡이로 주위를 둘러싼 생명체들에게 귀 기울여주고, 자기의 텅 빈 안쪽을 온전히 다 내준다. 비가 오면 빗물을 받아 출렁이고, 갈 곳 잃은 덩굴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한다. 묵묵히 한자리를 지키며 주위의 생명체에게 귀 기울이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삶이라고 여긴다. 박성우 시인은 머그컵 커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고 쓸모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안도현 시인은 이 작품을 읽은 후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찮게 여기던 것들을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7.01 17:3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최동현 시인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지는 삶은 없다. 만약 그런 삶이 있다면 누구라도 기꺼이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시인의 길도 그렇지 않을까. 간절히 원했으나 끝끝내 시인이 되지 못하는 이가 있고, 의지와 무관하게 시인의 길을 걷는 이가 있다. 어떤 시는 당대에 사랑받기도 하고 어떤 시는 시간이 지난 후에 더 사랑받기도 한다. 어느 날 시인은 선배인 정양 시인이 건네는 참말로 시인의 가슴을 가졌다.(<밤차에서>)라는 말에 마음 설렌다. 그 설렘은 그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시에 대한 불씨를 지피던 바람이기도 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는 그가 그런 가슴을 다독이며 써 내려간 시집이다. 이 시집이 1985년 <남민시> 동인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시인의 오랜 필력에도 불구하고 첫 시집이라는 사실은 의외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평생을 시를 품고 살아온 이에게 첫 시집은 단순한 책 이상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가 걸어온 삶이 그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집은 낯설고 생경하면서도 풋풋한 언어와 잘 익고 곰삭아서 어느새 경계가 모호해져 버린 언어가 적당히 어우러진 토탄층처럼 다양한 결을 갖추고 있다. 오랜 시의 여정만큼이나 오늘날 읽어 보면 다소 생경한 시도 적지 않다. 이 역시 그가 걸어온 세계의 한 부분일 것이다. 시집의 1, 2부의 시가 삶의 거친 외연으로 향한 시선을 보여준다면 3, 4부는 가깝고도 먼 존재인 가족에 대해 깊어지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몇 편의 시에서 보여주는 아버지(<퇴원>, <아버지>)나 아내에 대한 곡진한 사랑(<아내>, <아내 생각>, <수술>), 아들에 대한 연민(<운동화>)은 자신에 대한 반성이자 삶의 고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한다는 일이 사실은 거창한 게 아니라 소소한 관심의 연장이었음을, 그 관심이 자신을 지탱해준 힘이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시인이 삶의 갈피에서 그걸 배우듯, 우리 역시 그 평범한 진실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그의 시가 한 시인의 서툰 고백이기에 앞서 주위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제대로 대접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무수한 아버지들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 시에 알갱이보다는 쭉정이가 더 많다고 고백하며 은행나무가 되고 싶었던(<은행나무>) 시인은 얼마쯤 그 꿈을 이루었을까? 오늘은 그 고백의 끝을 붙잡고 나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좋은 시란 과연 어떤 시일까. 잘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일인가. 언제쯤이나 우리는 그 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 문학·출판
  • 기고
  • 2020.07.01 17:31

[신간] 두 발로 쓴 국토 인문서 ‘新택리지’ 강원·경상편 발간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 신정일의 대한민국 국토 인문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쌤앤파커스) 시리즈의 여섯 번째 강원 편과 일곱 번째 경상 편이 나왔다.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도보답사기로 잘 알려져 있는 이번 책에는 산과 바다의 수려한 풍경이 일품인 강원과 풍류의 멋이 깃든 영남의 면면이 책에 담겼다.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서 우리 산천 곳곳의 역사와 문화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덕분이다. 30여 년간 우리 땅 구석구석을 두 발로 걸어온 그는 문화답사 전문가로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을 확인시켰다.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인문서라는 주제에 맞게 신정일 씨는 우리 땅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소개하고자 전국 방방곡곡을 바지런히 걸었다. 저자는 이중환의 <택리지>에 기반을 두고 인문 지리와 역사 지리학의 측면에서 지금의 택리지를 다시 쓰고자 했다면서 역사와 지리, 인문 기행을 더해 수백 년 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고 선조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흔적을 고스란히 담으려 노력했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강릉과 원주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강원도에는 부산에서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최장거리 도보답사 길인 아름다운 동해 바닷길이 있다. 설악산, 오대산, 두타산 등 명산과 낙산사, 장호, 용화, 경포대, 화진포를 비롯한 해수욕장도 큰 자랑이다. 경주와 상주의 두 고을의 이름을 더한 경상도는 어떠한가.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지리가 가장 아름다운 경상도는 강원도 남쪽에 있으며 서쪽으로는 충청도전라도와 맞닿았다. 경상좌도는 벼슬한 집이 많고 경상우도는 부유한 집이 많다 한다고 언급했다. 신정일 씨는 빌딩이 산의 높이를 넘어서고, 강의 물길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산수와 지리는 우리 삶의 근간이라며 우리가 바로 지금 두 발로 선 이 땅을 자연과 사람 모두가 더불어 사는 명당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일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6.24 17:35

[신간] 800년 전 일본의 '방장기', 보다 상세하게 맛보고 싶다면?

익산 출신의 수필가 조기호 씨(65)가 일본 고전수필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방장기>를 저술한 가모노 초메이를 조명했다. <방장기>와 와카(일본 전통시)를 중심으로 한 <가모노 초메이의 문학세계>(지시과 교양). 이 책은 방장기의 저자 초메이의 인생역정과 초메이의 부정(父情), 집필 배경과 최근의 재해 참상, 구성과 문체적 특징, 문학적 가치, 문학적 위상과 중심 사상을 다뤘다. 또 방장기 속의 오대재해기사(五大災害記事)와 당시 사료(史料)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기술했다. 방장기는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 1185~1333)의 가인(歌人) 가모노 초메이의 수필집으로 <츠레즈레구사(徒然草)>와 <마쿠라노 소시(枕草子)>와 더불어 일본 3대 수필로 불린다. 이 책은 무상한 이 세상에 살아가는 고뇌와 불안을 토로하고, 개인의 영달과 명예를 버리고 산중 암자에 사는 자유인으로서의 감상을 저술해 저자 초메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조 작가는 방장기는 800여년 이전의 작품이며, 일본의 중고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는 등 문학적 가치가 높다며 이번 책을 통해 방장기를 상세하게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교토 소재 붓쿄대학 문학석사와 가나가와대학에서 역사민속자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 파견연구원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6.24 17:35

[신간] 아프지만 재미난 이웃의 삶…‘갱년기 영애씨’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데뷔한 김제 출신의 박수서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갱년기 영애씨>(북인)을 엮었다. 현대시세계 시인선 115번으로 출간된 이번 시집에서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아프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시가 담겼다. 시를 쓰면서 말로 할 수 없는 위로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말처럼 이번 시집 면면에는 주변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녹아있다. 특히, 표제작인 갱년기 영애씨에는 전주시 중화산동에서 꽃마차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연극배우 영애 씨의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갱년기를 겪지 않은 박수서 시인은 주체할 수 없는 또 한 번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영애 씨의 거친 말을 잘 받아 적은 후 시로 풀어냈다. 영애 씨는 누가 인정해줘서 산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서 버텼다고 고백한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인 신메뉴 얼큰짬뽕순두부를 개발하는 것도 예술의 하나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박수서 시인은 지난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마구간 507호 외 2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박쥐>, <공포백작>,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 <해물짬뽕 집>을 출간했으며 시와창작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6.24 17:35

[신간] 현직 검찰수사관 추리미스터리 소설 펴내

사회파미스터리 소설의 전형을 구축한 추리미스터리 소설 <각선당의 비극>(베스트 하우스)이 나왔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검찰수사관인 오상근 씨다. 현재 전주지방검찰청 수사과에서 수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학창시절부터 꿈꿔왔던 소설을 써보겠다는 열망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글을 써왔다. 그 결과 2012년 공무원문예대전 국무총리상 수상이후 2015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2016년 여수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2016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 선정 등 결실도 거뒀다. 오 수사관은 등단과 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펜을 놓지 않고 장편소설 집필에 매진한 결과 이번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출간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면서 일본 등 타국의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매료되어 있는 독자들에게 한국형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입지와 그 모습을 선보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소설은 추리 장르의 전통적 내러티브 위에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는 패턴이 가히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는 평을 받았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작중인물 태민이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구조는 신선함을 더한다. 현직 검찰수사관인 오 작가의 이력이 반영되다보니 소설 극중의 수사 과정에 크고 깊은 현실성이 돋보인다. 더불어 진범이 밝혀지는 과정과 충격적인 결말은 이 작품에 전율과 여운을 극대화한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6.24 17:35

[신간] 게임에 관한 조금 다른 시선의 동화

게임에 관한 조금 다른 시선의 동화가 세상에 나왔다. 김근혜 작가의 첫 동화책 <제롬 랜드의 비밀>(좋은책어린이)은 게임은 무조건 유해하다는 주장에 반기를 들고 시작한다. 기존의 동화에서 게임이 아이들의 성장과 정서를 해친다는 결과론적 이야기를 하려 했다면 이 동화는 게임 중독 문제에 초점을 맞춰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의 아픈 현실을 먼저 들여다본다. 김근혜 작가는 이 책에 담긴 문제의식에 대해 게임은 그 자체로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빠져들면 쉬이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하지만 아이들의 게임 중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공동 육아 부재에서 오는 현상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판타지 세계를 그린 제롬 랜드의 비밀은 공짜 핸드폰을 얻게 된 세 아이의 이야기로 호기심을 깨운다. 세 아이 중 한 명인 찬서가 사라지면서 재영과 경우, 그리고 찬서의 공짜 핸드폰을 주운 세연이가 함께 게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들은 찬서를 찾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어진 퀘스트를 하나씩 완수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연대 의식을 갖게 된다. 혼자가 아니기에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다는 용기도 배운다. 게임 세상에서 아이들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야 했던 것처럼 김근혜 작가에게 <제롬랜드의 비밀>이란 책은 남다른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김 작가는 책보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발랄한 독자로 성장시키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됐다며 어린 독자들에게 책 읽기의 묘미를 알려 주기 위해 절차탁마의 자세로 이야기를 썼다. 부디 이 책이 아이들 품에서 장난감처럼 만져지고 체화됐으면 한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김근혜 작가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전주에서 17년째 거주하고 있다. 이제는 전주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랑으로 삼고 있다는 그는 논술학원에서 15년간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으로 등단하면서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희망을 지켜가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6.24 17:35

[신간] 클래식 음악을 인문학적으로 들여다보기

음악은 인간이 선율로 그리는 삶의 무늬다. 문학은 언어로 삶을 표현하지만 음악은 음향으로 표현한다. 그것이 축적될 수록 그 예술은 깊어지고 감동의 울림은 커진다. 특히 음악 중 클래식은 켜켜이 쌓인 음악천재들의 인생무게가 느껴진다. 그런 클래식음악을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인문학적 성찰을 하게하는 책 <클래식 음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소리내)가 나왔다. 저자인 지성호 교수는 독자들께서 음악가들의 천재적 재능을 인간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시는 즐기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드 오페라를 7곡이나 작곡한 작곡가의 시선으로 지 교수는 책 1부에서 베토벤의 아델라이데를 프렐류드로 해 슈베르트에서 바그너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들의 생물 연대를 기술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서사의 연관성은 배제하고 작곡가들의 연인이자 예술적 창작 영감을 얻었던 뮤즈들을 등장시켰다. 2부에서 저자는 음악의 본질과 인간에 대해 좀 더 깊이 성찰하는 데 수필이나 여행기처럼 저자의 개인적 겨험을 서두에 넣어 글의 접근을 쉽게하면서 교양과 전문성 사이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를 안겨준다. 작곡가 지성호는 평소 지향하는 예술관이 있다. 창조의 힘은 생각에서 비롯되는 만큼 예술가의 영혼은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예리하게 벼려져한다는 것이고, 여기에 인간이 겪는 기쁨과 슬픔과 고통, 하다못해 죽음까지도 예술가만의 특별한 감수성으로 공감하는 예민한 촉각의 더듬이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갖춰야만 형용 불가능한 외부가 예술가를 통해 형용가능한 작품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북대학교에서 30여 년 동안 음악이론과 작곡을 강의했다. 2002년 월드컵 기념 문화공연의 일환인 대서사음악극 <혼불>, 오페라 <정읍사>, <논개>, <루갈다>, <흥부와 놀부>, <달아 비취시오라> 등의 작품이 있다. 전주시예술상 음악부분과 목정문화상 음악부분을 수상하고, 비평가 그룹이 선정한 한국 오페라 작곡가 베스트 10에 들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06.24 17:35

[신간] 아기 다람쥐와 함께 동심의 세계로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동화집 <아기 다람쥐의 외출>(기획출판 반딧불)이 나왔다. 이 책의 저자인 노은정 작가는 나의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을 동화 세계로 초대해 그 세계를 상기하면서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어린이들의 가슴이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커나가길 바란다며 어른 독자들도 잠시나마 동심에 젖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동화집에는 5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이 실렸다. 단편동화 아기 다람쥐의 외출, 분홍 꽃의 비밀, 은방울꽃, 숲속 이야기, 돌아온 아빠와 중편동화 구사발의 설화가 새봄이 오는 길목, 성장을 위한 발돋움을 한다. 이 이야기 속에 담긴 기쁨, 슬픔, 사랑, 즐거움 등 수많은 감정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노은정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열 희망의 꿈나무들에게 응원을 더한다. 안도 아동문학평론가는 노은정의 동화는 일상에서 익숙하게 본 대부분의 동화에 나타난 캐릭터와는 완전 다르다며 주인공의 역할과 기능을 통해서 하나씩 배우며 진정한 사랑을 형성해가는 과정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고 평했다. 아동문학가이자 수필가인 노은정 작가는 전북문인협회, 전북아동문학회, 동심문학회, 한국아동문학회, 행촌수필문학회, 영호남수필문학회 전북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한우리 논술 교습소 원장으로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6.24 17:3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경종호 시인 - 박성우 시인 '컵 이야기'

우-리하고 천천히 입술을 열면 입안 가득 장다리꽃 향기가 들어와 고이는 말, 을 담은 책이 있다.커커라는 주인공을 가진컵 이야기가 있다. 커커 대체 무엇이 큰 것일까? 입일까, 귀일까, 하다가 그것은 귀였구나! 했다. 이 책은 시인의 우화고, 동화이니까. 시인은 듣는 사람이니까. 생각하니 눈일 수도 있겠다. 시인은 보는 사람이니까. 그러고 보면 시인은 들어주고 보아주는 사람같다. 나를 들어주고, 보아주었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박성우 시인의 이 컵을 가만히 곁에 둔다. 이 컵에는 커다란안이 있다. 그안에존재라는 우주를 한 방울 물방울로 담아 놓았다. 참 맑은 얼굴, 참 맑은 눈동자를 가진 시인은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았다. 단정하다. 주인공 커커가 되어 시인이 삶을 고스란히 보여줄 뿐이다. 쉽게 제 자리를 벗어나려 하지 않고 하늘과 밤과 낮, 새와 바람, 흙과 벌레의 말을 들어준다. 넝쿨이 무엇인가를 감고 오르다 감을 것이 없으면 자기 자신이라도 감고 오르는 그 힘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세상은 이런 사소한 것들의 움직임이 만물을 이루어 간다는 것을들어주는 것만으로도보여주려 한다. 책을 소개한다는 것은 꽤 조심스러운 일이 된다. 얇은 지식으로 그것을 포장하려는 것은 아닌지, 어설픈 사고로 그 책을 초라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염려하게 된다. 그래서 어설픈 수사 몇 문장으로 치장하는 것보다 그냥 이 책에 담긴 문장을 옮김으로 보다 더 가까이 안내하고 싶다. 외로움에 익숙해져 외롭지 않은지도 모르고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둘은 숨기고 싶었을 자신의 모습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일로 자신을 더욱 아껴주고 사랑해주었다 버릇없이 구는 차차를 커커는 온전히 받아준다.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기며 내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면 대체로 다 만족스러운데 너에게 줄 거라고 생각하니 다 부족해 보여. 이런 게 사랑인가? 외로울 때면 외로운 노래를 듣다가 울었고 외로운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더욱 외로워져서 울었다 음, 그냥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시간을 보내면 되지 않을까? 외로움이 지겨워하다 떠날 때까지 자신이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울었고, 자신이 아니었다면 꽃잎을 아무도 봐주지 않았을 것 같아, 꽃잎을 안쓰러워하며 엉엉 울었다 놓쳤던 마음 하나를 겨우 발견했을 뿐인데 걸음이 경쾌해지고 머리가 상쾌해진다 이 책의 주인공 커커는나이고너가 되어우리를 보여준다.이렇듯 저마다 자리에서들어주고, 담아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을.

  • 문학·출판
  • 기고
  • 2020.06.24 17:32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5) 야천 김교선의 삶과 문학세계

김교선은 1912년 함경남도 함주군에서 태어났다. 1932년 함흥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 가서 도쿄호세이대학(東京法政大學) 문학과를 졸업하였다. 학교를 마치고 서울에서 잠시 구문사라는 출판사에 다녔지만, 낙향하여 이화여전을 나온 최정희 여사와 결혼하였다. 해방 후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그가 고향에서 태연하게 지낼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로 와서 신혼살림을 했고, 슬하에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다. 6.25 전쟁 때에는 부산까지 피난하였고, 광주와 전주, 고창에서 교사와 교장을 역임하였다. 1954년부터 20여 년간 전북대학교에서 봉직하였고, 정년 이후에도 약 10여 년 동안 전주대학의 객원교수로 재직하였다. 김교선은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에 전념하였으며 1960년대 초반부터 현대문학과 창작과 비평 등 국내 유수의 지면에 무게 있는 비평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1972년에는 선생의 회갑을 기념하려는 제자들의 뜻을 받아들여 그동안에 발표되었던 글을 모아 『소설의 이해와 평가』라는 평론집을 출판하였다. 그리고 또 24년이 흐른 뒤에 『관념과 생리』라는 문학평론집을 냈다. 김교선의 걸출한 제자 천이두 교수는 스승의 평론집 『관념과 생리』의 발문에서 그의 스승을 이렇게 회고했다. 선생의 강의는 웅변조나 연설조와 같은 화려한 강의 스타일과는 정반대로 조용하고 차근차근하게 더듬거리지 않으면서도 어딘지 더듬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강의 스타일이었지만, 30년대의 이상(李箱)과 1차 대전 이후 서구의 전위문학과 불안(不安)문학에 대한 강의는 막연히 문학 쪽에서 삶의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차츰 선생의 강의에 끌려 들어갔고 그분 특유의 인간적 분위기에 점차 빠져들게 되었다. 이렇듯 김교선은 전형적인 선비 스타일이었지만, 일체의 교조적인 태도를 배격하고 가정에서는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웠고, 학교에서는 제자들을 무척 아끼고 사랑하였다. 또한, 문우들과도 자주 어울리면서 문학과 인생을 이야기하였다. 김교선이 625 이후 우리 지역에 정착한 것은 전북 문학계로서는 매우 은혜로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전북의 비평문학은 1920년대 이익상, 유엽, 김환태, 윤구상 등의 1세대 비평문학가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활동 시기는 대부분이 1930년대까지였다. 그들 이후 전북의 비평문학은 한동안 침체기에 들었는데, 그 이유는 일제의 노골적인 침략 탓이 크다. 이러한 침체기에 전북 비평문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데 그가 맨 선두에서 아주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지도로 한국 비평문학계에 우뚝 선 천이두 교수와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오하근, 임명진, 전정구 등 많은 평론가가 전북의 비평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그런 점에서 김교선은 전북비평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최명표 문학평론가는 「김교선의 생애와 비평」에서 김교선의 비평이 높이 현양되어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전주예술사,2019). 첫째, 대일 항쟁기에 이익상으로부터 기원한 전북의 근대 문예비평이 해방 후 상당 기간 공백 상태에 처했는데, 이 혼란기에 전라북도 평단을 수복하느라 헌신하였다. 둘째, 뉴크리티시즘이라는 비평적 방법론을 도입하여 전북대 국어국문과에 이식하면서 치밀한 독해를 강조함으로써 천이두의 텍스트에 대한 정치적 독해, 오하근의 원전비평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셋째, 김교선의 비평적 업적을 기술하지 않고서는 전북의 현대문학비평사가 제대로 기술할 수 없을 만큼 이익상의 졸서(卒逝)와 전쟁으로 중단된 전북지역 비평사적 맥락을 채워주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김교선도 한때 시를 쓰기도 했지만, 시가 관념적 정열의 소산이라는 생각이 들어 대학 시절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1962년 『현대문학』 2월호에 「불안(不安)문학의 계보와 이상(李箱」을 발표하면서 그는 나이 마흔에 늦깎이 문학평론가가 되었다. 그의 비평문학 활동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가 절정인데, 대부분의 평론이 『현대문학』지에 발표되었고, 월평과 서평을 도맡아 할 만큼 왕성한 필력을 과시했다. 그중에서도 「현대적 背理意識의 원형」, 「자기증명의 소설」, 「조화미의 절정」, 「이정화의 작품세계」, 「관념소설론」, 「윤흥길의 작품세계」 등은 높이 평가되는 평론들이다. 그의 첫 평론집은 『소설의 평가와 이해』(형설출판사, 1972)이다. 이 책은 작가론과 작품론을 일관되게 논의한 평론집이지만, 그의 말대로 작가론은 전기적인 성격의 작가론이기보다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논한 비평이었다. 작품론은 월평 중에서 중점적으로 취급했던 작품을 추려 넣은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론에서는 「김동인론」의 동인 문학의 근대성의 저변을, 「나도향론」은 자기증명의 소설을, 「현진건론」은 리얼리티에 관한 세계를, 「이상론」은 불안문학의 심리적 계보를 논의하였다. 또한, 성층적 구조의 소설인 황순원의 「原色 오뚜기」의 현대적 가치, 자의식 과잉의 표현인 최병익의 「張三李四」의 분석, 심리적 지적 사색과 소설적 형성을 보인 장용학의 「圓形의 傳說」의 현재적 의의와 표현상의 맹점, 현대적 배리(背理)의식의 원형으로서의 체호프의 「六號室」의 현대적 의의 등이 논의되었다. 그 외에 『현대문학』 월평으로 윤흥길의 「황혼의 집」, 이청준의 「침몰선」,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문단속 좀 해주세요」와 이세기의 「두 시간 십 분」, 이주홍의 「유기품」, 이범선의 「청대문 집 개」, 오영수의 「새」, 「갯마을」, 이병구의 「세금」, 임옥인의 「술꾼」, 김용성의 「불상」, 손창섭의 「흑야」와 박상륭의 「남도」, 이광숙의 「가변성」, 「광한 산신」, 최상규의 「적」, 오영석의 「구두와 훈장」, 송병수의 「정광호 군」, 「한여름의 권태」, 오유권의 「가랑잎새」 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비평했다. 두 번째 평론집인 『관념과 생리』도 작가론과 작품론, 월평과 서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소설의 이해와 평가』에 이은 24년 만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작가론은 이효석, 이정환, 윤흥길, 박완서, 이세기, 나도향, 이상의 문학세계를 분석하였다. 작품론은 김소월의 「산유화」, 이범선의 「오발탄」, 오상원의 「모반」,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김주영의 「천둥소리 3」, 최명희의 「혼불」, 오영수의 「갯마을」, 황석영의 「객지」, 임철우의 「사평역」, 김정한의 「사하촌」,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신석상의 「프레스 카드」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 김교선의 비평 태도는 문학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작품 자체에 집중하여 작품의 실상을 따뜻하게 심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하였다. 김교선은 나가 배제된, 나의 주체적 심정적 참여가 배제된 어떠한 고담준론도 믿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나 속으로 탐닉함으로써 대상을 내 안에 흡수시켜 버리는 나르시스즘도 배제했다. 즉, 그의 비평세계는 어떤 선입견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작품 자체에 밀착하려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천이두 교수는 김교선의 비평은 항상 대상을 일정한 거리에 두고 바라보는 자세를 견지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하고(『관념과 생리』의 발문), 최명표 박사는 김교선의 비평 태도를 중용의 비평가로 정리했다.(전북작가열전,2018) 중등학교 재직시절부터 김교선의 동료였던 송준호 교수는 <야천 김교선 선생과 나>라는 글에서 그를 이렇게 서술한 바 있다. 야천 선생은 범사에 사리가 분명하고 비리 앞에 의연하며 속된 타협을 모르고 사는 분이다. 그러나 선생은 또 언제나 분위기가 좋고 가족적이며 그러면서도 매사에 원칙과 질서가 존중되는 학자로서 알려져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많은 사람의 선망이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김교선은 2006년 94세의 나이로 별세하였으며, 전북 완주군 봉동읍 완주공설공원묘지에 안장되었다. 그에게는 1남 2녀의 자녀가 있는데 모두 훌륭하게 성장하여 우리 사회의 중추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 장녀 김춘이는 서울대학교 산업미술과를 나와 다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차녀 김진이는 전주대학교에서 영어교육과 교수로 정년 퇴임하고 사회복지의 법인 대표로 봉사하고 있다. 아들 김정민은 감리사로 건축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이번 편부터 송일섭 학예사가 전북문학관 지상강좌를 연재합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6.18 17: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태건 시인 - 박수서 시집 '갱년기 영애씨'

아내가 밤마다 사라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 나 혼자 누워 있다. 거실에 나왔다가 소파에 잠든 아내를 보게 된 것은 얼마 전부터다. 밤새 아내는 어디로 다녀온 것일까? 혼자 깨는 아침이 늘어나면서 나는 아내의 꿈이 궁금하다. 분명 그녀와 나는 생의 중요한 고비를 넘고 있다. 갱년기다. 박수서의 여섯 번째 시집 <갱년기 영애씨>는 중년의 다시 겪는 사춘기 이야기다. 사는 일이 자꾸 삐걱거릴 때, 그래서 간신히 견디는 일상의 무사함이 고맙게 느껴질 때 이 시집을 읽어보자. 사춘기는 신체와 정신이 재구성되는 시기. 이때 겪는 성장통은 다음 한 세대를 견디게 하는 예방주사다. 생활인으로 살아온 중년의 시인은 갱년기를 겪으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다음 시간을 준비 한다. 시인은 시간의 불안함을 견디는 존재일까? <갱년기 영애씨>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적 버전이다. 시집 곳곳에서 순수했던 시절을 호명한다. 시인의 사랑은 때론 너무 무겁고(주문진항) 자꾸 삐걱거려도(마흔일곱) 살아야 하는 법을 배운다. 갱년기는 한때 눈부셨던 초록의 기억을 조금씩 꺼내 먹으며 살아야 견딜 수 있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주말 부부인 시인은 월요일은 혼술 하고 금요일에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혼자 견뎌야 할 일주일을 혼술로 달래는 갱년기는 지독히 외롭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젖어 있다. 지금. 여기. 없는, 사아랑은 눈물겨운 삶을 견뎌야 하는 것이니까. 생각건대 박수서 시인은 사랑이라는 닻에 자신을 묶어두고 산천을 떠도는 에코의 숙명을 가졌으리라. 시인은 경험한 것에서 상상하고 상상하는 것에서 성찰한다. 평생 다른 사람의 등만 보고 살아야 하는 사람의 숙명을 시인은 아프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이 비애야말로 시인이 발견한 사랑의 문법이 아닌가? 내가 알기로 애달픈 사랑아 그래도 어떡하니?라는 문장을 시에 담은 시인은 지금까지 없었다. 한국시가 발견한 눈물의 또 하나의 경지가 여기에 있다. 이번 시집에는 먹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먹는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이다. 그의 시에는 삶의 비린내가 물씬 풍긴다. 이 냄새는 갱년기를 넘어서는 삶에 대한 강한 긍정의 표현이다. 아, 오늘 하루도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이 왜 이리 아프게 들리는 걸까? 시인의 절창인 흑백영화처럼 눈이 내리고 부글부글 홍합탕은 끓고 있어라가 어울리는 계절이 기다려진다. * 박태건 시인은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가족사로 등단했다. 시화집 <봄, 기차>, 산문집 <나그네는 바람의 마을로> , <사람의 마을에 꽃은 피고>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06.17 16:58

[신간] 화려한 휴가작전 전 광주시민군은 어떻게 지냈나

1980년 5월 27일 새벽. 지금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부인하고 있는 누군가의 공격명령이 있기 전 전남도청에서 최후의 항쟁을 기다리는 시민군은 어떤 감정을 가지고 기다렸을까. 당시 시민군의 감정과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는 소설이 출간됐다. 정도상 작가(60)가 장편소설 <꽃잎처럼>(다산책방)을 펴냈다. 당시 스물한 살 청년이었던 작가 정도상이 40년 만에 518민주화운동을 재구성한 현장 소설이자 기록 소설이다. 이 책의 본래 제목은 도청이었다고 한다. 본래의 제목처럼 이 책은 518 민주화운동 최후의 결사항전이 있던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을 배경으로 한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이뤄진 광주민주화 운동의 마지막 날의 밤과 새벽, 전남도청에서 결사항전의 순간을 기다리던 500여 명의 시민군들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의 챕터는 26일 저녁 7시부터 27일 새벽 5시 이후까지 한 시간 단위로 디테일하게 구성돼 사실감과 현장감을 더한다. 주인공 스물한 살 명수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재했거나 실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꽃잎처럼>을 통해 518의 현장으로 다시금 투신해 직접 주인공 명수의 귀와 눈과 입이 되어 당시의 뼈를 깎는 핍진한 순간들을 40년 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생히 전하고 있다. 정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와 공부를 하면서 518이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 필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이 책은 (단순히)역사의 실화를 재구성 한 소설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몸부림쳤던 사람들의 실존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남 함양 출신으로 1989년 전북대학교를 졸업했다. 1986년 평화의 댐 건설 반대시위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던 1987년 전주교도소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같은 해 6월 항쟁으로 사면 복권됐다. 다작 작가로 알려진 그의 명성답게 1988년 장편소설 <천만 개의 불꽃으로 타올라라>, <친구는 멀리 갔어도>, <여기 식민의 땅에서>, <새벽 기차> 등을 발간했다. 1990년 창작집 <아메리카 드림>과 장편소설 <열아홉의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노래>, <그대 다시 만날 때까지>와 중편소설 <해 뜨는 집> 등을 발표했다. 2003년 장편소설 <누망>으로 제17회 단재문학상을 받은 그는 2008년 연작소설집 <찔레꽃>으로 제25회 요산문학상과 제7회 아름다운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06.17 16:49

[신간] 우리 풀꽃에 담긴 인생살이의 지혜

문학을 하려면 우리 주변의 초목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꽃 한 송이가 피어나려면 얼마나 힘들지, 아름다움과 향기에는 어떤 수고가 따르는지 헤아려보게 되거든요. 이번 책은 우리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풀꽃도감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서로의 특색을 알게 되고 더욱 정겨운 만남이 된다. 김용옥 시인이 낸 풀꽃그림 시집 <우리 풀꽃 77>(도서출판 북매니저)에는 자연을 쏙 빼닮은 추억이 흐른다. 평소 산책을 하며 우리 주변의 풀꽃을 꼼꼼히 그렸고, 그에 맞춰 40여 편의 시를 붙였다. 책의 목차도 풀꽃의 이름과 시 제목으로 나눠 달았다. 풀꽃그림을 먼저 찾아 볼 수도, 시를 찾아 읽을 수도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인생은 왜 있는가?하는 질문이 스스로를 잡고 놓아주지 않을 때 이 책은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두라 말한다. 등갈퀴나물꽃 개망초꽃 강아지풀꽃이 / 시절인연 따라 핀다 // 외로움 때문에 꽃피고 / 그리움이 배불러서 꽃피고 / 슬픔이 자라서 꽃이 핀다 // 풀밭에 서면 향기로운 것은 / 갖가지 잡초가 / 각각 제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풀냄새전문.) 김 시인은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는 첫 단계는 이름을 알고 생김새를 익히는 것이라며 지천에 아무리 꽃과 풀이 널려 있어도 이름을 모르면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인생의 의미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동네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만나는 풀꽃들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영특하게도 철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시인은 가만 가만 풍경을 눈에 담으며 자연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다. 세상사는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지상에 핀 풀꽃일까. 인생살이의 지혜도 살포시 얻어 간다. 김용옥 시인은 이리남성여자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전북문학>에서 고하 최승범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 한국시문학문인회 지도위원, <수필세계> 편집위원, <현대수필> 이사로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6.17 16:4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