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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추억을 쌓아간다. 그 추억은 때때로 기억 속에 묶여 가슴 한쪽에서 산다. 특히나 아리고 슬픈 기억은 더욱 잊혀지지 않는다. 가족 간의 추억은 살아가는 동안 아련한 형태로 남아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픔으로 남아 있기도 한다. 이처럼 오래된 기억을 소환해서 책으로 엮은 박예분 작가의 그림책 『우리 형』이 출간되었다. <우리 형>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형과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첫 장을 펼치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기 전 전형적인 우리 시골 모습이 등장한다. 하얀 눈이 내린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펼쳐진 논, 밭에는 하얀 눈으로 가득하고 기다란 싸리비에 앉아 있는 어린 동생을 형이 앞에서 끌고 가고 있다. 동네를 지키는 커다란 나무들은 빈가지만 남았지만 황량하지 않다. 그것은 형과 동생의 웃는 모습만으로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열두 살이나 많은 형은 아버지와 다름없다. 이불에 오줌 싼 비밀도 지켜주고 처음 본 유리구슬도 사다준다. 받아쓰기 20점을 맞았을 때도 괜찮아, 형도 너만 할 때 그랬어.라며 내편이 되어 위로해 주며 한글을 가르쳐 준다. 얼음이 얼면 썰매를 만들어 주고 한 번도 넘어가지 않는 왕딱지를 만들어준 형은 나에게 하늘같은 존재이다. 형이 떠난 뒤 나는 형이 그랬던 것처럼 동생을 보살핀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피난을 가기도 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인민군에게 시달린다. 그러다 형의 수첩만 집으로 돌아온다. 작가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큰아버지의 비망록을 읽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누렇게 색이 바래고 귀퉁이가 닳은 수첩에는 고향 주소와 동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스무 살이 갓 넘은 청년이 삶과 죽음을 오가는 전쟁터에서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갔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직도 휴전 상태로 남북관계는 요원하기만 하다. 또한 이산가족들의 슬픔은 여전하다. 전쟁이 개인의 삶과 가족들에게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지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다.
전주mbc와 ㈔혼불문학이 주최하는 제10회 혼불문학상이 올해 처음으로 수상자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올해 혼불문학상에는 251편이 응모했으며 한 달간 두 차례 예심을 통해 5편의 작품이 최종심에 올랐다. 이에 지난 16일 전주문화방송에서 이경자 소설가, 김양호 숭의여대 교수, 장성수 전북대 명예교수, 이병천 소설가, 김선식 다산북스 출판사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최종심을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열띤 토론을 거쳤지만 기존의 작품을 넘어서거나 문단의 새바람을 일으킬만한 작품이 없어 끝내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경자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이번 혼불문학상에 응모한 수많은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심사에 나섰지만 심사 과정에 희열을 주거나 문단에 반향을 주는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아쉽지만 내년에 더 좋은 작품이 발굴되기를 기대하며 올해는 최종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혼불문학상이 탄생 10주년을 맞아 독자들이 원하는 문학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최측인 전주mbc와 전담출판사인 다산북스도 향후 시대변천에 따른 한국 문학의 변화를 되짚어보고 혼불문학상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대토론회를 차분히 준비해 혼불문학상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혼불문학상은 지난 2011년 소설 혼불의 작가 故 최명희의 문학정신과 시대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다. 제1회 수상작 <난설헌>을 시작으로 <프린세스 바리>, <홍도>, <비밀 정원>, <나라 없는 나라>, <고요한 밤의 눈>, <칼과 혀>, <독재자 리아민의 삶>, <최후의 만찬> 등의 문학작품을 발굴해왔다. 하지만 문학상이 10주년을 맞는 의미깊은 해인데, 상 제정 이후 처음으로 당선자를 내지 못함에 따라 수상작을 모아 출간했던 단행본도 올해는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지역 문학계 일각에서는 10년의 역사를 쌓아올린 혼불문학상이 10주년이라는 의미에 무게를 두면서 예년보다 심사기준을 다소 엄격하게 정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한국문단에 기여하는 문학인을 발굴한다는 상의 취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도내 문학계 한 인사는 혼불문학상도 그렇지만 주요 문학상들이 당선자를 못내고 있는 것이사실이라면서도 심사를 할때 갈리는 부분이 바로 작가의 문학적 고찰과 문학적으로 완성된 작품인지를 판단하는 것과 주최측의 의도를 따르는 것 두 가지로 나뉘는데, 소설이자 상 제정 취지를 살려 무조건 최명희 작가와 관련된 것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문학작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인사는 또한 최근 소설 트렌드는 젊은 작가들의 가벼운 문체, 과거와는 다소 다른 결말 등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런 젊은 작가들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당선자가 없다고 성급히 판단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잠정 연기됐던 제14회 바다문학상 시상식 일정이 확정됐다. 바다문학상 운영위원회는 8월 11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제14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을 갖는다고 16일 밝혔다. 전북일보사와 (주)국제해운이 주최하고 해양수산부와 한국문인협회, 전북예총이 후원하는 바다문학상은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분야에서 미발표 순수창작물을 공모, 지난 5월 20일 수상자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올해 수상자들은 찾아드리는 상에 이소애 시인, 대상(시)에는 이은원 씨, 본상(수필) 박미림 씨 등이었지만, 코로나19로 시상식이 잠정 연기됐었다. 운영위원회는 시상식 당일 식장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방문자 기록 등 방역대책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바다문학상 대상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원 및 순금 10돈이 주어지며, 바다문학상 본상에는 전북일보 회장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공동시상으로 상금 200만원을 수여한다. 또 찾아드리는 상 수상자에게는 해양수산부장관 상과 순금 10돈이 수여된다.
이철균 시인. 이철균 시인은 우리 문단에 고독한 감꽃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 한 권 남기지 않고 세상을 버린 시인, 그의 제자 이운룡은 시인의 시를 모아 유고시집 『新卽物詩抄』를 발간하여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렸다. 이 시집명은 생전에 시인이 지어놓은 이름이고, 시와 시론의 원고 배열, 목차, 평설 및 장정까지도 시인이 출판을 위해 준비한 그대로라고 한다. 시인은 1927년 3월 15일, 전주의 물왕몰에서 부채를 만드는 집안의 이형환과 김금주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전주북중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하였고 625 이전에는 목포의 문태중학교에서 1년 남짓 근무하였으며 전쟁 이후부터 1958년도까지 전주고등학교에서 근무했다. 전주고등학교 재직 중에 『문예』에 시 <염원>(1953.2), <한낮에>(1953.6), <소리>(1954.3)로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그 무렵 시 동안지 <남풍>을 주재하고, 잡지 <인물계>의 편집을 맡기도 했으니 그의 삶은 오로지 시와 함께였다. 해마다 주옥같은 서정시를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유별나게 독신을 고집하여 홀로 지내다가 1987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철균의 시에는 동양 정신의 하나인 무(無)위 사상이 주조를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초기 작품의 대부분은 동양 정신에 입각한 무위(無爲)가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1960년 이후부터는 조금씩 현실에 눈을 돌려 <감꽃>, <정거장 부근에서>, <낙엽 풍경> 등을 발표하여 원숙한 시 세계를 표현하였다. 시인은 한평생 시의 길만 오롯하게 걸었다. 시는 곧 그의 생활이면서 분신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의 삶은 언제나 외롭고 쓸쓸했지만, 결코, 어느 한순간에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시의 길을 고집하였다. 시인의 삶은 항상 낙관적이었으며 자신만만했다. 제자나 지인들의 서술에 의하면 시인은 술자리에서 취기가 돌면 금방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어린이가 되었고, 가난했기에 주변 친구들의 신세를 지면서도 항상 당당했다고 한다. 시인이 시를 쓰는데 남다른 집요함을 보인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인 것 같다. 시인이 전남 목포의 문태중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문태중학교 교장인 아버지를 따라 이 학교에서 공부한 강우택 씨는 이철균 시인과 한방에서 지냈던 추억을 이렇게 서술해 놓았다. 이철균 선생은 책상머리에 앉아 원고지에 뭔가를 쓰고 구겨버리고 또 쓰곤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구겨진 원고지가 한 뭉치씩이나 되었다. 그 무렵 나는 선생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시를 쓴다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딴짓은 다 해도 시를 쓰는 일, 문학은 어려운 것이라고 판단, 일정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매일 밤 밤새도록 원고지와 씨름한 시인은 6.25 전쟁 때 전주에 있는 부모님이 궁금하다며 돌아간 후 다시는 만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뒤로 소식을 모르다가 우연히 덕진공원에서 시인의 시비를 보고 그를 떠올리며 쓴 수필에 나온 내용이다. 그의 제자 이운룡 시인은 이철균 선생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유인 이철균 시인은 진짜 시인이다. 시인으로서 긍지와 자존심을 꺾지 않았음은 물론, 고고한 시 정신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 시와 맞붙어 일생을 두고 1대1로 싸운 선생의 치열한 정신과 의지는 모든 시인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정말로 처절한 고투였다. 외로움이 시인의 전유물이요 고독한 삶이 시인의 운명이며 인생인 것처럼 피붙이, 살붙이 하나 남김이 없이 그리고 자신의 무덤조차 남기지 않고 재로 뿌려졌지만, 이제 저승의 한 점 바람 앞에 하얀 감꽃 그림자로 서서 이 『新卽物詩抄』를 바라보고 쓸쓸한 미소를 띨 것이다. 항공대학교 윤석달 교수는 이철균 시인을 시대의 아웃사이더, 외로운 단독자였던 시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의 삶은 고독한 여정이었고, 외로의 연속이었다. 그의 시 <감꽃>은 빼어난 수작이라는 평가다. 그의 초기 시부터 감꽃을 노래했다. 감꽃의 순수한 소박미와 동양적 정서를 잘 그려낸 시인, 감꽃처럼 수줍게 피어나 감꽃처럼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갔다. 쑤꾸기 소리 따라 감꽃은 하나 둘 피어났는가? 다시는 오지 못할 푸르름 밑에 하마터면 뜨지 못한 나의 눈빛이 진정 새로운 뜻으로만 피어나는가? 의좋은 어느 집 어린 형제와 같이 돌담 위에 서로의 손짓이 보일 듯 어제 밤 너와 나와의 아쉽던 가슴 위엔 저기 저 감꽃이 쑤꾸기 소리 따라 피어났는가? -<감꽃>전문 이 시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시인 자신의 간결하고도 근원적인 소망이 눈물로 아롱져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되었다. 최종한의 박사학위 논문「존재론적 시 의식 연구」에서 쑤꾸기 소리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근원적 어떤 것이며 부재(不在)다. 그리고 쑤꾸기 소리로 인하여 형상을 갖춘 감꽃은 새로운 생명이며 존재(存在)다. 따라서 여기에는 쑤꾸기 소리가 곧 감꽃이고 감꽃이 곧 쑤꾸기라는 인식이 내재하여 있다. 즉 부재가 존재이고 존재가 부재인 것이다. 시인은 육십 평생 시를 썼지마는 살아생전에 단 한 권의 시집도 낸 바 없다. 그렇다고 국정교과서나 문학 교과서에 실린 적도 없어서 시인이 활동상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문학 활동을 했던 많은 제자와 시인들은 그의 삶을 아직도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시인의 고독한 생애와 시집 한 권도 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던 중산 이운룡 시인을 비롯한 우리 고장의 문인들이 뜻을 모아 전주 덕진시민공원에 시비를 세우고 4년 간(2002-2005년) 이철규문학상을 주고 시인의 삶을 기렸으니 얼마나 가슴 든든한 일인가. 그 시비에는 그의 시 <한낮에>가 새겨져 있다. 영(嶺)을 넘어 구름이 가고 나비는 빈 마당 한구석 조으는 끝에 울 너머 바다를 흐르는 천봉(千峯)이 환한 그늘 속 한낮이었다. <한낮에> 전문 한 폭의 그림처럼 한가롭고 고요한 시가 속에 그려진 마을의 풍경이 떠오르는 시다. 어떤 요사한 관념이나 현란한 수사도 없이 여름 한낮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낸 시로, 여기에도 동양적 사고가 유유하게 흐르고 있음을 감지한다. 시인이 시집을 내려고 준비했던 자서에 의하면 나의 시 대부분은 무수한 자살에 직면하면서 그 위기를 새로운 차원으로 극복해 간 나름의 눈물이요, 내 존재의 집들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많은 시가 그렇기 쉽게 씌여진 시가 아님을 곧 눈치채게 한다. 시인이 직접 이름 지어놓았다는 유고시집 『新卽物詩抄』도 즉(卽)의 철학이라는 실존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감꽃의 시인 이철균 시인은 우리 곁은 외롭게 떠났지만, 시인이 남긴 주옥 같은 시편들은 전북 문단의 후배들에게 새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송일섭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월간 문예지 <수필과 비평>이 2020년 7월호로 통권 제225호를 발행했다. 이번 호에는 2020년 황의순문학상 수상자인 황선유 작가와 수필과비평 문학상 수상자 김대원,김정호 작가의 출품작을 실었다. 기획특집으로는 우리 시대 원로 수필가 정혜옥 작가 인터뷰를 통해 수필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 전달하고 싶은가, 그 성찰의 매듭에 대해 다뤘다. 기획연재인 공감을 넘어 통감으로의 주제에서는 재난 이후의 문학을 다루며, 김은혜 작가의 엄마가 구술하는 전쟁과 분단의 기억이란 작품을 다뤘다. 제225호 신인상 당선작으로는 방순자 안개의 저편에 남아 있는 것, 정용숙 엄마 꽃, 추소연 뻐꾸기와 호박나물 등 3인을 선정하고 심사평과 당선소감, 수상작을 실었다.
군산 출신의 소설가 윤규열 씨가 장편소설 <푸른 멍텅구리배>(개미)를 새로 냈다. 이 책은 정신병적 증상의 하나인 망상과 정신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등장하는 조현병 환자인 동수는 마치 당시의 푸른 거룻배의 승객처럼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고 도시의 주변을 떠돌며 망상을 하고 실재처럼 이해하는데, 정신병환자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서도 서술했다. 윤규열 작가는 정신병은 단지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며 정신질환으로 진단이 내려졌더라도 소통이 되고 있는 상황은 정신병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윤 작가는 제3회 허균문학상 수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천강문학상, 전북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장편소설 <철화매화문벽개각>, <내 마음의 강물>, <둥근 울타리>, <주이상스>, <신발>(교보문고 e-book)을 출간했다. 대학교재로 <정신보건론>이 있다. 그의 소설은 기층민들의 삶,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에서 나타나는 내면적 상처의 문제를 핍지하게 엿볼 수 있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노련한 관찰력, 개성적이고 날렵한 문체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그의 소설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하는 문제작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선화 시인이 2011년 이후 약 9년 만에 새 시집 <그곳에 내 스무 살이 살고 있다>(신아출판사)를 내고 청춘의 목소리를 소환했다. 이 시집에는 푸른 풀밭에 떨어지는 햇살의 아름다움과 바람의 상큼한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인의 감정이 녹아있다. 이 시인은 그동안 모아두었던 원고를 들추면서 마음의 주인이 되면 마음의 양식이 쌓인다는 것을 새삼 느껴봤다며 하얗게 내뿜어서 동그랗게 둘둘 감긴 시어들이 환하게 빛을 보기를 소망한다고 새 시집을 낸 소회를 전했다. 시집 곳곳에는 애틋한 가족 사진이 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출가한 8남매가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모습이다. 그 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했던 스무 살 청춘의 이야기는 이제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추억으로 남았다. 작품해설을 쓴 안도 문학평론가는 이선화 시인이 발표한 90편의 시 속에는 평소에 간직해온 삶의 순간들이 녹아있다. 그리고 자연과 사물의 속내며 바닥에 숨겨진 비밀을 들추어내는 매력적인 연출과 눈부신 함의를 특징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이선화 시인은 2004년 전북여성백일장 운문부 차하상 입상을 시작으로 대둔산 백일장 운문부 가작 입상, 한국 효도회 효행상공로상, 전북예총 하림 공로상을 수상했다. 온글시민대학 문예창작과를 수료했으며 전북대평생교육원에서 문예창작과 아동문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동심문학 총무로 있다.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이해우 교수가 출간한 저서 <중국 민어 음운과 주변 언어와의 관계>(한국문화사)가 교육부와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선정하는 2020년 우수학술 도서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간된 이 책은 중국 방언 가운데 푸젠성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민어 음운의 공시적통시적 음운 체계 및 주변 언어와의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중국 방언에 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한국어로 서술된 중국 방언학 개론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교수의 이번 저서는 한국에서 중국 민어 방언 관련 최초의 역작이며, 세계적으로도 민어 음운과 주변 언어와의 관계 연구에서 가장 방대하고 심층적인 저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중국 민어와 한국 한자음과의 음운 대응 관계를 소개하고 있으며, 일본 한자음의 커다란 두 갈래인 오음(吳音)과 한음(漢音)이 중국 민어와 어떠한 음운 대응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저자는 미국 하와이대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던 정량위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이후 20년 넘게 민어 관련 논문 발표와 저서를 꾸준하게 출간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공자아카데미원장과 신문방송사주간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우석대 교양대학장을 맡고 있다. 올해 우수학술 도서 선정지원 사업에는 381개 출판사가 발행한 3284종의 국내 초판 학술 도서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인문학 66종, 사회과학 96종, 한국학 36종, 자연과학 73종 등 총 271종이 2020년 우수학술 도서로 선정됐다.
동화를 통해 이해와 소통, 나눔과 배려, 조화와 공존을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소박하고 소중한 삶의 가치가 인문학의 감성을 깨운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최기우)과 전주대학교 인문한국플러스 온다라 지역인문학센터(센터장 백진우)가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동화적 삶의 인문학을 주제로 한 특강을 연다. 매주 화수요일 오전 10시 최명희문학관 세미나실. 최명희문학관 상주작가인 김도수 동시작가 진행을 맡는다. 특강의 초청작가로는 신작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김근혜박예분이경옥전은희 작가가 함께 했다. 김근혜이경옥 작가는 각각 2012년과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첫 번째 강의는 전은희 작가가 들려주는 평범한 천재와 함께하는 자존감 찾기로 21일 진행된다. 전 작가는 동화 <평범한 천재>(책읽는곰)를 쓴 이유처럼 어느 누가 더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우리는 모두 지금 모습 그대로 소중한 사람이기에 평범한 천재처럼 더 당당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2일에는 게임 동화가 가르쳐 준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김근혜 작가의 강의를 만날 수 있다. 게임이 아이들의 또래문화에 미치는 영향과 인문학적 감수성 쌓기, 소통의 중요성을 나눌 예정이다. 올해 출간한 장편동화 <제롬랜드의 비밀>(좋은책어린이)이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이경옥 작가는 28일 삽살개 아리랑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한민족과 함께 한 삽살개의 수난에 얽힌 이야기로 우리 땅에 있는 모든 것의 소중함을 들려준다. 이 작가는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선정, 장편동화 <달려라, 달구>(아이앤북)를 냈다. 29일 열리는 마지막 강의는 전북아동문학회 박예분 회장이 한국전쟁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우리 형>(책고래)에 담긴 세상살이를 읽어준다. 2003년 아동문예문학상과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 작가는 동시집동화집논픽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말과 글의 아름다움과 전북 문학의 가치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최명희문학관의 다양한 문학체험프로그램도 이 시간을 함께 한다. 29일 오후 2시에는 정서연강귀녀 공예가와 함께 전주정신 꽃심을 품은 나만의 꽃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모든 강의는 무료로 진행되며, 강의별로 문학과 인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 20명을 모집한다. 신청 및 문의 063-284-0570.
온춘성 전주여의동우체국장 자연과 사람을 사귀고 사물과 현상을 접하면서 가슴 속 소쿠리는 시의 소재로 채워진다. 우체국에는 희로애락의 사연이 모인다. 2020년을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온춘성(58) 전주여의동우체국장의 이야기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는우체국맨으로서 40년 가까운 세월을 쌓아오면서 우체국 업무와 시 쓰기에 공통점을 찾았다고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통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잖아요. 우체국은 여러 이야기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요. 저는 마음과 마음을 잇고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합일(合一)을 이끌어내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난 겨울, 온 국장은 문예계간지 <문예운동> 통권144호의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능소화, 봄비, 옥정호반의 하루, 백하수오의 꿈, 하지감자 등 시 5편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그의 시에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유년시절의 추억, 고향 풍경이 담뿍 배어있다. 당선작 중 하나인 하지 감자에는 아버지의 감자 심는 모습 뒤로는 무당벌레 한 쌍이 사랑을 나누고 모깃불 연기에 눈이 매워 눈물 찔끔 흘리던 어린 시절 추억이 그려진다.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시간이 시(詩)와 시(時)의 동행이라면 생의 여백을 채워나가는 일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설렘 가득하고 충만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삶은 각양각색의 언어와 절제된 글에서 오롯이 우러나오는 참 맛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김제 금구에서 태어난 온 국장은 청운초, 삼우중, 전주영생고,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부터 우체국에 몸담아왔다. 온 국장이 지극히 평범한 학창시절의 기록이라며 보여준 빛바래고 낡은 종이에는 임명장이라는 글귀가 흐릿하게 남아있다. 4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추억은 온 국장이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4학년 때 제1학기 쓰기반장을 맡았던 일을 되새겨준다. 당시 특별활동으로 문예부에 들었는데 고대 그리스 문명과 로마의 신화를 다룬 책을 읽고 낸 독후감으로 값진 상을 받았다. 온 국장은 이 상장을 보고 있으면 10살 소년시절 부터 문학에 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 시인 등단을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는 온 국장은 전국 5일장의 장터, 땀방울의 가치가 담긴 건설노동현장, 고요한 시간 속에서 사유할 수 있는 사찰 등 다양한 삶의 현장을 찾아 나를 되짚어 보고 싶다는 계획도 전했다.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중략)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이준관 시인의 동시는 읽을 때마다 느끼는 특별한 맑음이 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이 숨어 있다고 말하는 시인의 눈에는 꽃밭도, 마당도, 푸른 들판도, 파란 하늘도 다 아름답고 넓은 세상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채송화꽃의 시기부터 시야를 확장하고 화자를 성장시킨다. 시인이 감탄한 차암 많은 집에서도 아이가 바라보는 순수한 눈이 벅차오름을 느끼게 한다. 참이 아닌 차암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순수는 시인의 동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생각이 많아요.에서는 나름 심각한 생각을 방해하는 엄마를 극복하고 아이는 희망을 꿈꾼다. 깜짝! 세상을 놀라게 할지 누가 아냐고 말이다. 그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필살기인 반짝 빛나는 생각 하나가 있으니까. 시인의 동시를 읽는 동안 독자로서의 나는 신나고 즐거운 상상을 하는 아이 하나를 줄곧 만난다. 시인 또한 동시를 쓸 때면 늘 가슴이 설레고, 자연과 친구하는 즐겁고 신나는 아이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가끔 아이의 마음에서 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낙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강제로 아이를 동시에 끌어들이지 않는다. 아이를 찾아가 친구로 만난다. 놀이터에서 같이 그네도 타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놀이도 하면서 가까이 가는 노력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동시 속의 아이가 자유롭게 뛰어 노는가보다. 봄볕은 모두에게 고루 내리쬔다. 차별이 없다. 따사로운 봄볕은 올망졸망 모여 사는 골목 안을 따뜻하게 만든다. 다투는 고양이와 강아지, 민들레꽃과 냉이꽃, 골목사람들, 나지막한 지붕, 빨래, 화분, 조그만 아이들 신발까지 봄볕을 나눠준다. 할아버지의 손수레는 남이 버린 헌 것만 모으러 다니는 할아버지 수레에 생명을 실어주는 뭉클함이 있다. 버려진 화초는 헌 신문지에 싸 손수레 앞에 싣고, 데리고 와 기르는 작은 개는 할아버지 뒤를 따라간다. 누군가 생각 없이 버린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쓸쓸한 할아버지 수레 뒤를 지켜주는 개의 모습이 차암 따뜻하다. 조그만 발은 첫 연 1행과 마지막 연 1행에 참 놀랍지 않니?하며 감탄을 두 번 한다. 25cm가 될까 말까 한 조그만 발이 얼마나 묵묵히 걷고 버티고 있음을 돌아보게 한다. 가장 아래에서 힘겨움을 감내하는 발, 작은 간지럼에도 웃을 수 있는 넉넉함을 그렸다. 시인의 눈은 또 섬세하다. 큰 별 뒤에 숨은 작은 별, 조그만 일개미들처럼 작은 것을 발견한다. 초승달에 끈을 매달아 별들이 짤랑짤랑 소리 나는 가방이 가지고 싶다는 동시를 읽다 문득 예전에 부르던 동요가 떠오른다. 푸른 하늘 은하수 작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언제 불러도 맑고 순수한 이야기가 그려지는 노래다. 이준관 시인의 시는 자연을 노래하고 작은 마음을 노래한다. 아이들은 물론 골목길과 자연만물이 다 친구가 된다. 작은 세상을 우주보다 넓게 노래한다. 지금도 시인은 아름다운 무언가를 찾아주는 시를 찾고 있을 거다.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는 시인의 세상은 늘 따뜻하다. 이런 따뜻함을 품었기에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길 희망한다.
군산출신 황현택 동화작가가 자신의 10번째 인물도서 <선유도 성웅 이순신 난중일기>(군산인쇄사)를 펴냈다. 이 책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후 잠시 군산 선유도에 진영을 치고 10일간 머물렀던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당시 난중일기에 언급된 내용 그대로를 전하고 있는데, 당초 전투 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선유도에 도착했지만 몸살을 앓았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문화 인식이 부족한데 이 책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의 가치를 알고 애국정신을 닮아가는 청소년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황현택 작가는 군산신흥초등학교 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평생교육전북독서교육원장으로 있다. 정년퇴임 후 13년 동안 전북의 자랑스러운 인물도서독후감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동화집도 이 대회 필독도서로 채택된 바 있다. 전라북도 교육대상,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전북예술문학 도지사상, 군산시민의장, 전북하림문학상, 전북해양문학상, 전북아동문학상, 대한민국지역사회공헌대상, 교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45년 여물 칸으로 쫓겨나던 말썽꾸러기 넷째 아들은 스스로 이름을 두 번 바꿨다. 태현에서 길현으로, 또 다시 일석으로. 30년간 재무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남 의식하지 않고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엮은 책이 나왔다. 다소 예스러운 느낌의 표지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효사재 가는 길>(유니크모노그라피)은 장일석 새금융사회연구소장의 인생사다. 이 책에는 공무원 J 스토리라는 부제에 맞게 1975년부터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해온 장 소장의 삶이 진솔하게 녹아있다. 장일석 소장은 이재국과 대변인실을 거쳐 감사관실에서 업무를 수행했고 저축은행 50여곳의 인가 취소와 관련한 악역을 맡기도 했다. 그가 받은 한국의 감사인이라는 명예로운 상은 퇴직 이후에도 그의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2005년 정년퇴직 이후 새금융사회연구소를 설립해, 자금세탁 방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제도적 정책 대안의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인터뷰 형식으로 쓴 이번 책에서 장 소장은 여러 차례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고 고백한다. 재무부 감사 공무원으로서 판단의 갈림길에서 어떤 결정을 해나갔는지 이야기하면서 15년 감사실 경험을 낱낱이 써 내려갔다. 그 기록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겨 있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이야기는 전라북도 어느 깊은 골짜기에 있던 마을, 장수군 번암면 죽림 158번지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뗀 인터뷰는 재무부 공무원으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로 중심을 잡았다. 옛날식 공무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했고, 공무원 조직 속에서 개인은 어떤 식으로 욕망을 나타내고 어떻게 성공을 쟁취하는 지에 대해서도 풀어냈다. 장 소장은 대주주로 있는 융창저축은행과 성균관대에서 금융지도자를 양성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금융감독 제도의 개선방안 연구>, <제2의 진주만 침공>, <자금세탁방지제도의 이해>가 있다.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부회장이 다섯 번째 수필집 <울림>(청명)을 냈다.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미래 삶을 좌표로 삼으려는 의지가 담겼다. 수필집은 총 6부로 구성됐다. 1부 울림은 세상 사람들의 감성을 울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가슴 따뜻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부 풍자는 우리사회의 그늘지고 왜곡된 현상들을 풍자와 해학적으로 그렸고, 3부 자연은 대자연에서 호연지기들과 아름다움에 취했던 풍취를, 4부 희망은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5부 소회는 칠십을 목전에 된 필자의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미래 삶의 좌표로 삼기 위한 다짐을, 6부 유람은 세계를 주유하며 필자의 안경과 카메라 랜즈 너머로 살포시 다가오는 풍경들을 그렸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은 김정길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생명 넘치는 산이 있고 강이 흐른다. 노자의 생의 계곡이며 시대를 웅변하는 울림의 파장이다고 평가했다. 김영 전북문협 부회장은 추천사를 통해 길에는 주인이 없고 오직 그 길을 가는 사람만 주인이다고 설파한 여암 신경준 선생처럼 <울림>이라는 책은 벽송의 저서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삶을 돌아보는 성실한 독자의 것이다고 했다. 임실 출신인 김정길 부회장은 2003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산림보호활동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국민포장을 받았다. 수필문학 저변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전북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한국문학신문수필대상, 임실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전주상공회의소 기획진흥실장과 행촌수필문학회 4대 회장,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을 맡고 있다.
오감 중 후각을 담당하는 기관인 코. 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시를 엮은 시집이 발간됐다. 김광규 외 187명의 시인이 작성한 테마시집 <코>(시와소금).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들은 냄새를 맡고, 숨 쉬는 일이 이처럼 소중한 줄 몰랐다며 코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시인들은 사람의 코를 주제로 후각, 코감기, 에스키모들의 코인사 등 코를 주제로 다양한 시를 한데 엮었다. 시인들은 코의 존재가치와 코로 인해 빚어진 삶의 내력을 진솔하게 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각자의 개성적인 표현으로 코의 가치와 소중함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시인이자 수필가 이주리는 한 송이 꽃이다.(사공정숙수필가) 인생 육십갑자 한 바퀴가 곧 돌아오는 여성, 노동부 전주고용센터 직원, 미당 서정주 시인의 조카. 이주리 작가가 최근 수필집 <고통과의 하이파이브>(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고통과의 하이파이브>는 작가 특유의 카랑카랑한 철학적 사색이 돋보이는 독백의 결정체다. 삶에서 건져 올린 개성 강한 다양한 소재를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절제된 언어로 진솔하게 다뤘다. 교보문고 독자 리뷰처럼 한 개인의 체험을 통해 사회문제를 다룬 작가 고백서이다. 크게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 책엔 섹션마다 6편씩 모두 24편의 글이 실려 있다. 자존심으로 남편을 떠나보내고 자식 두 명을 홀로 키운 직장인 여성가장 작가의 삶의 애환이 동영상처럼 생생하게 그려졌다. 여느 사람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법한 보통의 일에 휴머니즘적 사색과 철학적 관찰을 더해 마치 시처럼 수필을 토해냈다. 전지당한 정원 목련나무를 보고 쓴 글을 보자. 잔인한 전지. 마음껏 햇빛 속에 가지를 펼치지 못하고 네모반듯한 기준만 있는 정원사에게 싹둑싹둑 삭발당한 목련. 저 획일적인 틀, 틀, 틀! 영혼의 자유를 구속하는 가차 없는 가위질. (중략) 얼마나 안으로 몸부림을 쳤으면, 얼마나 영혼의 굴레에 속앓이를 했으면, 가지에 저리 몽글몽글 사리를 달고 있을까? 딸이 시험에 불합격해 절망하고 있을 때 이 작가는 저 꽃들을 봐라. 저 꽃들은 창피하다고 해서 봄에 꽃 피우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저 돌들을 봐라. 햇볕이 뜨겁다고, 아프게 밟힌다고, 저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내 딸이 저 꽃들만큼만, 저 돌들만큼만 살아갈 수 있다면 (후략)이라고 적었다. 아름다운 어휘 구사력으로 주옥처럼 다듬어낸 표현은 한편 한편의 글이 전부 시나 다름없다는 평을 듣게 한다. 라병훈 문학평론가는 머리말에서 모성적 휴머니즘으로 표백된 사색과 응시, 시적 수필로 담아낸 인생 철학의 고백성사라고 내용을 압축하고 있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가진 이주리 작가는 미당의 생질로 철철 넘치는 문학적 감수성과 탁월한 언어 구사력 디엔에이(DNA)를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부문에 당선됐으며, 2007년 현대문학 수필작가회 e-수필 신인상, 2009년 현대시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도공과 막사발>(현대시문학, 2009)이 있다.
신효선 수필가가 고희를 기념하는 수필집을 냈다. <목련꽃 필 무렵이면>(수필과비평사)에는 인생의 변곡점에 서서 되돌아보는 지난날의 꿈과 그리움이 녹아있다. 이번 수필집은 유년시절의 추억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6부로 구성했다. 목련꽃 필 무렵이면, 흑백 사진 속 이야기, 외갓집 추억, 초등학교 동창회, 내 친구 K 등 아련한 기억을 되살리는 글이 담겼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신 수필가는 문득 스치는 단상을 글로 붙잡아두었다. 신 수필가는 마음 한 켠에 오래 묻어 두었던 사연과 기억을 끄집어내 글로 빚어내는 일은 처음엔 고행과 같은 작업이었다며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어설프지만 진솔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부안 출신인 신효선 수필가는 전주간호대학을 졸업했으며 대한문학 54호를 통해 등단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문학회, 신아문예작가회, 꽃밭정이수필문학회, 큰샘수필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눈높이가 초록으로 우거지는 계절이면 떠오르는 시 구절이 있다. 아직도 모든 산맥에서는 강물냄새가 난다라는 문장은 시 물고기자리에 놓여 있고, 그 시는 문정 시인이 썼다. 시가 실려 있는 시집 <하모니카 부는 오빠>는 여기 있지만, 시인은 여기 없다. 내가 알기로 그는 시로 태어났어야 옳았다. 결과적으로 시인이 되었으니 다행이다 싶지만, 시집 한 권으로 그를 대신하는 일은 크게 아쉽다. 그런 까닭에 헙수룩한 기분이 들 때면 나는 그의 유고 시집을 펼쳐들고는 소리 내어 읽는다. 꼭 소리 내어 읽는다. 그러면 그의 시가 마침내 눈을 뜬다. 문정 시인은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2013년 가을, 자신이 쓴 시의 한 구절처럼 그는 모천으로 헤엄쳐 가던, 수많은 연어나 송어처럼 신화도 말라버린 달력 속에 갇혀버렸다. 나는 특별히 그의 등단작 하모니카 부는 오빠를 좋아한다. 하모니카 소리가 새어나오는/그 구멍들 속으로 시집가고 싶은 별들을 찾아 밤하늘을 수없이 올려다본 적도 있다. 그러나 이 따뜻하고 유쾌한 시는 기어코 가슴에 강물을 들여놓고 만다. 그런 날이면 강심까지 숨을 견디며 자맥질해간다. 그의 시는 충분히 그래도 될 만큼 서늘하고 맑기 때문이다. 또 신발이라는 시를 좋아한다. 두 무릎 꿇고/내 이승과 하늘 별장도 모두 다 내맡기고 싶은 신들이,/현관에 버려져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는 마지막 연을 읽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몰아쉰다. 찬탄하기 위해서다. 나는 기다리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시에서 배웠다.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의탁할 수 있는 신발의 쓸모에도 새롭게 눈을 떴다. 한 편의 시에서 두 가지, 세 가지를 깨우쳤으니 나는 그의 시에게 인생의 한 나절쯤을 빚진 셈이다. 이제 드는 생각이지만, 그는 제법 소란한 사람이기도 했다. 말수가 적은 대신 그의 눈빛은 늘 어딘가를 바쁘게 헤집어댔다. 구름과 꽃과 나무와 언덕과 국밥과 택시와 골목들이 그를 숱하게도 소란하게 했다. 그 소란을 끌어안고 그는 시를 썼다. 밤벌레가 내 속에 들어와 알을 슬어놓(밤벌레)은 이야기도 노을 한 냄비를/보글보글 끓여 내놓고 있(가을햇볕)는 가을 햇볕 이야기도 그렇게 썼다. 그렇지만 그의 시를 읽고 난 속내가 소란한 것을 두고 그를 탓할 생각은 없다. 이 무렵이면 일없이 소란할 뿐, 그래서 그의 시집을 펼칠 뿐, 그리고 소리 내어 읽어가는 것 뿐, 그저 그냥 그럴 뿐이다.
전주여의동우체국장으로 있는 온춘성 씨가 문예계간지 문예운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하지감자, 능소화, 옥정호반의 하루, 봄비, 백하수오의 꿈 등 5편이다. 성기조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은 당선작 중 하나인하지감자에 대해 고운 볕 살랑 바람 하얀 감자꽃 스치니 점박이 무당벌레 사랑 놀음에 서쪽 하늘이 붉어졌네와 같은 구절은 얻기 어렵다며 온춘성 시인이 앞으로도 좋은 시로 한국 시단의 기린아가 되길 바란다고 평했다. 온춘성 시인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보고자 하는 꿈을 품고 훌륭한 분들의 글을 접하면서 가슴에 와 닿았던 짜릿함이 있었다며 절제되고 농축된 언어로 쓴 시는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아주 좋은 약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인생에 대한 감사와 성찰, 시적 감각을 녹여내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제 금구 출신으로, 부안변산우체국장군산우편물류과장동전주운용실장, 전주진북2동팔복동호성동을 거쳐 전주여의동우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수능 영어강사로 활동했던 홍성인씨가 현 수능 영어과목 출제의 문제점을 파헤친 <커피잔에 콜라 1리터>(신아출판사)를 발간했다. 저자는 고등학교 3학년이 1년간 보는 EBS교재와 이를 바탕으로 출제되고 있는 수능문제가 영어 교육을 특정문제 풀이로 획일화시키고, 고교생이 배우는 특정 문제 유형이 이론적 근거와 경험적 근거가 없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평가원이 수능을 언어 능력이라고 부르기 위해 간접쓰기라는 것을 출제하고 있는데 전혀 쓰기를 배울 수 없는 글이 대부분인 점, 객관식 문제의 기능이 심하게 훼손된 점 등도 지적했다. 저자는 수능 영어가 언어 능력시험인지, 객관식의 본질적 문제, 추상적 지문 문제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저자는 2007년부터 수능영어와 공무원 영어, 텝스(TEPS), CNN Listening, 영어쓰기 강의를 해왔다. 2016년부터는 여러 대학에서 TOEFL, IELTS, GRE 시험에 직접 응시해 문제를 분석하기도 했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총 1927편 접수
진정성 가득…김명자 첫 시집 ‘광야를 사랑하는 법’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윤일호 ‘거의 다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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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연대로 일궈내는 ‘대한국민 행복 프로젝트'
전북대 치대 명예교수 신효근의 삶, 전기(傳記)로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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