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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전주국제영화제 - 가이드] 한국단편경쟁

짧다고 얕보지 말라. '운명적 사랑'은 서로의 눈이 마주친 '몇 초' 안에 이루어지는 법. 18분에서 43분 사이의 러닝타임 중 아무거나 골라도 '그까짓 거' 1시간도 안 된다. 18분도 아깝다면? 당신은 십중팔구 전설(?)의 'A반 18번 조까치'임에 틀림없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 정신은 영화에서도 계속 돼야 한다. Keep going, baby!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단편영화 신작을 발굴하기 위해 2008년까지 운영해 온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주간' 섹션을 폐지하고 한국단편 부문을 경쟁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 '최우수 작품상'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KT&G 상상마당 감독상'에는 300만원, 'KT&G 상상마당 심사위원 특별상'에는 2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김선, 김곡 감독의 <자가당착>은 언어를 거세당한 마네킹이 주인공이다. 영화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수단은 아지트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인쇄물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TV 영상과 음향, 그리고 아지트를 급습한 인간들의 목소리들이다. 힘 있고 박진감 넘치는 편집과 사운드는 김곡, 김선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하나 이 작품을 통해 사회를 향해 던지는 그들의 메시지는 보다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지점으로 나아간다.기이하게 이어지는 영상과 기존의 관습을 뒤트는 독특한 서사구조는 이 영화의 백미(白尾).윤성현 감독의 <여행극>은 끊임없이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지만, 현실에 머무른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일상의 단면을 담아낸다. 여행을 떠나기로 한 현준과 요환은 함께 가기로 한 친구가 나오지 않자 기분이 상한다. 두 사람은 틀어진 계획을 아쉬워하며 동네를 서성이다 유부녀가 된 현준의 옛 여자친구를 만난다. 반가워하는 그와 달리 그녀의 반응은 냉담하다.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와 사실감 넘치는 미장센은 감독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한 가족이 여행을 떠난다.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란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여행길에서 생긴 사소한 사건들로 인해 가족 간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한다. 김혜지 감독의 <기후변화>는 봉합될 듯 봉합되지 않는 감정의 골을 드러내기 위해 플래시백을 사용한다. 예상치 않게 등장하는 플래시백 장면들은 아내가 잊으려고 했던 기억과 분노를 지속적으로 각인시켜 준다.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얽히고 설킨 애증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가족 문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과 문제의식이 돋보인다.산동네는 한국인의 과거를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자본의 척도로 보면 타자화된 도시공간이지만 정서의 자로 재보면 잃어버린 공동체의 정서를 복원시켜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정욱 감독의 <잠복근무>는 후자의 정서를 프레임에 잘 포착해냈다. 경찰이 된 하태주는 강간 미수범 지도진을 체포하기 위해 산동네에서 잠복근무를 한다. 지도진의 체포는 일계급 특진뿐 아니라 강력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태주와 동료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번데기 장사로 위장한다. 위장하려던 태주는 중학교 동창생에게 틀키고 지도진은 경찰을 따돌렸지만 태주의 친구에게 잡히는 희극적 반전이 영화적 리듬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이정욱 감독의 <경북문경으로 시작하는 짧은 주소>라는 요상한 제목의 이 영화는 쇠락해 가는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아직까지 가족적 혈연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이 소도시에는 할머니, 아버지, 딸 그리고 그들 옆에 살고 있는 고모, 고모부, 고종사촌이 있다. 크게 보면 이들은 한 가족이다. 고모가 집안의 모든 일을 두루 돌보는 대모(大母) 역할을 맡으면서 가족이 확대된 형태이다. 그러나 이런 관계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서울로 떠나려 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하다가, 마침내 서울로 일을 보러 간 사이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혈연의 유대에 의거한 가족도 막을 내린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매우 단순해 보이는 생활을 너무도 덤덤하게 담아낸다는 점이다. 동양인의 위는 나이가 들수록 '레닌'이라는 효소가 분배되지 않아 점점 우유를 소화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자본주의적 질서에 순응하려고 한다. 최형락 감독의 <우유와 자장면>은 두 가지 다른 상황 속에서 묘하게 음성적으로 오버랩되는(원어는 전혀 다르지만) '레닌'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우리가 나이를 먹으며 잃어버리게 되거나 잊게 되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한다. ◆ 강선영의 <연착>은 죽음에 대한 영화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이의 마음을 신화적 이미지와 종교적 이미지를 섬세하게 화면에 수놓아, 마치 화가가 혼을 담아 섬세한 붓질을 통해 그림을 완성하듯이 그려낸다. 한적한 시골의 골목에 한 여인이 등장한다. 사랑하던 이로 여겨지는 이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러나 장례식은 시골의 집에서 너무도 한적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들마루에서 간단하게 상을 마친 그녀는 그의 방의 유품을 보며 망자에 대해 생각한다. 영화는 이미지만으로 엔딩까지 이어진다. ◆ 김은경 감독의 <뉴스페이퍼맨-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은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신문사의 압력 때문에 자살한 어느 지국장의 죽음을 통해 왜곡된 현재의 신문 시장에 대해 메스를 가하는 다큐멘터리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거대 족벌신문사와 재벌신문사의 지국을 운영하다가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이들이다. 대부분 20년 이상 지국을 운영한 이들을 통해 신문사가 얼마나 악덕 기업인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헌법에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언론 권력의 힘에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정밀하게 보여주면서 정론지라고 말하는 신문사가 그들의 기사와는 얼마나 가증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지 비판한다. 정창과 재희는 재개발 지역이라는 불안한 공간에서 위태롭게 동거한다. 정창의 친구 형기는 재개발에 편승하여 보상받기 위해 탁구장 운영을 계속한다. 김보라 감독의 <유랑시대>는 시간을 붙잡거나, 과거를 소환하거나,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 불가능함을 설득하지 않고 보여준다. 시간의 가변성과 그에 저항코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재개발이라는 공간을 통해 가시화된다. ◆ 임경동 감독의 <경적>은 새터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을 잘 포착해낸 수작이다. 탈북자로 명명되는 '새터민'은 전화도 미안해하면서 받고, 감시하는 형사에게 고분고분하다. 고 형사는 강변에 버려진 차량의 주인을 찾고 있다. 철민은 필요한 서류를 챙겨서 달려간다. 보험회사 영업사원 영림은 차 안의 백미러에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며 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탈북자 신분인 영림과 철민은 고 형사의 시선으로, 경계와 관심 사이에서 흔들린다. 고 형사의 의혹의 시선에 구속된 탈북자의 감정은 고장난 경적 소리로 폭발한다.◆ 이종필 감독의 <달세계여행>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한 두 남녀가 현재를 넘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우주선을 타고 달로 향한다. 실험적인 영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신비한 분위기의 음악, 다양한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대사와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 움직이는 듯한 카메라 워킹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은 스스로 고립된 인간의 의식과 그 안의 도덕적 신념이 얼마나 볼품없는지를 우화적으로 표현한다. 비좁고 초라한 반지하에 부모 없는 오누이가 스스로 갇혀 지낸다.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그들의 집에 어느 날 누군가가 침입한다. 5분만 있다가 나간다던 그는 일행인 듯 보이는 괴한 둘을 집으로 불러들인다. 잘 짜인 드라마나 사회비판적 주제의식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밑도 끝도 없는 부조리함에 눈과 귀를 맡기는 것이 <남매의 집>을 방문하는 가장 적절한 자세가 아닐까.

  • 영화·연극
  • 김준희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 가이드] 한국장편경쟁

자유와 자위 사이, 독립과 독(毒) 입 사이, 소통과 소 똥 사이에서 혼동하는 자 JIFF에 오라. 올해 한국장편경쟁 부문에는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JIFF의 정신이 '알박기' 된 11개 작품이 '사바세계'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청각장애 소녀와 비보이의 만남, 방글라데시 청년과 한국 여고생의 우정 혹은 로맨스, 10년 사귄 남자친구의 커밍아웃, 기면증 소녀의 짝사랑 등 '졸린 눈'으로 봐도 범상치가 않다. '한국장편경쟁' 부문은 한국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소개되는 섹션. 최우수 작품에는 'JJ-Star상'과 1000만원의 상금이, 관객평론가가 선정한 최고 작품에는 '관객평론가상'과 2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김성준, 이제철 감독의 <오디션>은 청각장애를 가진 현지와 수화를 배우고 싶은 비보이 원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지는 엄마의 부재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원준은 자신의 꿈만을 좇는 이기적인 청년이다. 현지는 원준과 다투다 수화로 항의한다. 원준은 현지의 수화에 춤 아이디어를 얻고 수화를 배우고자 한다. 소통하기 어려운 둘은 서로를 이해하면서 가까워지고, 원준은 현지를 팀에 합류시켜 오디션에 나가려고 한다. <오디션>은 서로 다른 조건과 욕망을 가진 젊은이들이 다름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풋풋한 성장드라마다.<반두비>는 벵골어로 '참 좋은 친구'란 의미다.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는 방글라데시 청년 카림과 '문제아' 여고생 민서의 수상(?)한 우정과 로맨스를 다루면서, 우리 사회 소외 계층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 겉모습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희망을 찾는 감독의 전작 <방문자>(2005)의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이주노동자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자 방글라데시 출신 미디어 활동가인 마붑 알엄이 출연했다.<날아라 펭귄>은 과중한 사교육 압박, 조기 교육의 과열, 채식주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황혼 이혼 등 뒤뚱거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면을 임순례 감독 특유의 푸근한 시선과 관찰력으로 그려낸 작품. <여섯 개의 시선>(2003), <별별 이야기>(2005) 등 단편 위주의 옴니버스 영화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 지원한 첫 장편 인권영화다. 전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에서 호흡을 맞췄던 문소리, 박원상을 비롯해 박인환, 정혜선 베테랑 배우들의 출연으로 촬영 시작부터 화제가 됐다. 만약 생각지도 못한 당신의 친구나 가족, 애인이 커밍아웃을 한다면? 김아론 감독의 <시작하는 연인들>은 자칫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는 동성애 문제를 차분하면서도 명쾌하게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다. 잘나가는 라디오 방송작가 겸 DJ 호정은 10년 사귄 남자친구 원재가 커밍아웃을 하자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다. 올해 전주영화제 홍보대사 조안이 미묘한 감정을 겪는 주인공 호정 역을 열연했다."그는 영화를 위해 진위라는 가명을 썼고 나는 영화를 위해 진위라는 가면을 썼다." <진위>의 최영태 감독은 엔딩 자막의 고백처럼 '박진위'라는 에로배우를 내세워 자신의 성 경험과 죄의식을 고백한다. 감독은 호기심에 들이민 카메라가 결국 누군가에게는 상처이자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이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용감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규남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 등을 붙이며 살아간다.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원영은 규남을 학대하며 전단지 일을 시킨다. 인애는 우는 딸을 방에 방치하고 강아지에게만 애정을 쏟으며 원영과 불륜을 이어간다. 어느 날 동네에서 강아지가 실종되고, 사람이 실종된다. 벽에는 실종된 강아지 대신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지가 붙기 시작한다. 이서 감독의 <사람을 찾습니다>는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메마르고 무심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자신들이 가진 만큼의 힘을 휘두른다. 최지영 감독의 <바다 쪽으로, 한 뼘 더>는 그녀의 전작 <산책>(2005)처럼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녀간의 이야기다. 기면증을 앓고 있는 여고생 원우. 그녀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엄마 연희. 그리고 그녀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세 사람이 한 집에서 정겹게 살고 있다. 그녀들은 서로 닮아있으며, 서로를 보듬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각자의 꿈이 다르고 세대가 다른 것처럼 갈등의 요소들이 개입된다. 엄마가 남긴 그림 속의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 그곳은 임진왜란 때부터 파괴의 눈으론 찾을 수 없다는 전설이 있다. 결국 남자는 숲에서 길을 잃고, 새 한 마리가 나타나 그의 눈을 공격한다. <물의 기원>은 김응수 감독이 고향 충주의 남한강변을 산책하다 6.3 사태 때 죽은 어느 대학생의 무덤을 보고 구상한 작품. 40년 전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충돌시키고 대면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섹스 자원봉사는 가능할까? 불법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여대생 예리와 중증뇌성마비 남성 천길, 그리고 천주교 신부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성매매가 아닌 자원봉사였다고 주장한다. <섹스 발룬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에서 조경덕 감독은 금기시돼 온 장애인의 성적 권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일반인이 느낄 수 있는 거부감과 불편함, 그리고 수십 년간 성적 욕망을 부정당해 온 장애인들의 실상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던 민환기 감독이 인디밴드 '소규모아카시아밴드'를 관찰하고 기록한 다큐멘터리. 그들은 객원보컬 요조와 새 멤버들을 영입하면서 갈등을 겪기도 하고 자신들의 음악적 신념과 대중적 성공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감독은 멤버들의 일상과 인터뷰를 통해 음악 하는 이들의 즐거움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성숙한 묘사도 잊지 않는다. 심상국 감독의 <로니를 찾아서>는 한국이라는 땅덩어리의 주인들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주해 온 사람들 사이의 어긋난 욕망과 배반을 다룬다. 태권도장 관장인 인호는 시범 대회에서 평소 무시하던 외국인 노점상 로니의 주먹 한 방에 기절하고 만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 로니를 찾아 나서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내와의 별거, 그리고 유치장 신세다. 평범한 남자에게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불행을 쫓아가는 코미디 영화. 배우 유준상이 주인공 인호 역을 맡아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를 선보인다.

  • 영화·연극
  • 김준희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 가이드] 디지털 삼인삼색 2009

10회를 맞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다시 아시아로 돌아왔다.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디지털 삼인삼색'은 칸느와 베를린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아시아 감독들을 선정했다"며 "아시아 감독들로 시작했던 '디지털 삼인삼색'의 출발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이를 통해 '디지털 삼인삼색'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올해 '디지털 삼인삼색 2009'에 초대된 감독들은 현재 전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시아의 대표 감독 3명이다. 1997년 첫 장편 극영화 <수자쿠>로 칸영화제 사상 최연소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7년 칸영화제에서 <너를 보내는 숲>으로 '심사위원 대상'에 선정된 가와세 나오미(일본),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9시간에 달하는 걸작 '엘칸토에서의 죽음'을 선보이고 베니스영화제에서 오리종티 부문 대상을 수상한 <멜랑콜리아>의 라브 디아즈(필리핀), 제1회 전주영화제 개막작 <오! 수정>의 감독이자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밤과 낮>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은 홍상수 감독(한국). 정수완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들이 창조해 낼 세 편의 디지털영화는 전주영화제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1. 선택 하나-홍상수 '첩첩산중'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은 홍상수 감독(48)의 <오! 수정>이었다. 그리고 10회를 맞는 올해 그는 '디지털 삼인삼색'으로 전주를 다시 찾는다. 장편과 필름으로만 작업을 해오던 그가 전주영화제를 통해 단편과 디지털이란 새로운 작업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는 "전주영화제가 아니었으면 없을 기회지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늘 하던 일을 한다는 자세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많은 만남들 속에서 스스로 힘들어지고 쓸데없는 욕망으로 자신을 파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렸습니다. 만남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작업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매개임은 틀림없습니다."'첩첩산중'은 관계의 미묘함을 그린 영화. 사람들의 관계가 망가지는 것은 사람들 마음 밑바닥에 있는 형이상학적 욕망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 홍상수인데, 너 다음주에 뭐하니? 너 나랑 단편 한편 안찍을래?"라는 말로 이선균을 캐스팅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이선균을 비롯해 문성근 정유미 김진경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이들을 캐스팅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연료로 10만원 밖에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디지털 삼인삼색' 제작발표회에서 이선균은 "통장을 확인해 보니 10만 원이 들어와 있었다"고 했으며, 홍감독은 "돈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극 중 배경을 전주로 설정, 실제로도 전주에서 촬영했다. 역시 10만원을 받고 출연한 문성근은 "한국영화의 환경이 좋지 않은 지금, 디지털 영화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홍감독은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 1997년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로테르담영화제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강원도의 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밤과 낮>으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날카로운 유머와 풍자가 홍감독 특징이다. #2. 선택 셋-라브 디아즈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9시간짜리 <엔칸토에서의 죽음>을 선보였던 라브 디아즈 감독(51). 그는 "올해는 8시간짜리 영화 <멜랑콜리아>를 상영할 계획"이라며 "사람들은 내가 아주 긴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긴 러닝 타임은 할리우드 영화 공식에 반하는 것. 제작 방식에 있어서도 그는 독립 제작 방식을 고수하며 영화를 통해 필리핀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고 사회 투쟁에 대한 구원의 빛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 역시 필리핀의 마린두케섬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과거 다국적 기업들이 필리핀의 여러 섬에 들어오면서 많은 이득을 주기도 했지만 그들이 떠난 뒤 더 큰 문제들이 야기했던 현실을 반영, 필리핀의 한 섬에서 캐나다 금광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경제적 테두리 안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내 작품들은 인생에 관해 설명하고 있으며, 나는 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고통의 사실을 탐구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디지털로 제작하는 이유는 감독인 내가 상업적 목적만을 추구하는 영화를 제작한다는 틀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과 함께라면 내 선택권이 훨씬 넓어지며 그 안에서 나는 충분히 자유롭습니다."디아즈 감독은 "최근 4편의 영화를 디지털로 제작했다"며 "나는 이미 디지털 미디어의 일부분이다"고 말했다.#3. 선택 둘-가와세 나오미 '코마'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제의 신성으로 떠오른 가와사 나오미 감독(40). 그는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 사상 첫 여성 감독이다."'디지털 삼인삼색'을 제안받았을 때 막 일본 코마 지역을 찾았을 때였습니다. 한국의 고구려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 배경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죠."'코마'는 일본 전쟁 이후 일본에 남아 살게 된 한국인들의 후손과 일본인 사이의 괴리, 만남, 조화를 그린 작품. 일본과 우리나라가 닮은 부분을 짚어가며 두 나라 뿐만 아니라 크게는 아시아가 이어져 있음을 전한다. 일본 전통극 노를 보며 판소리꾼이었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등 전통문화 계승의 의미도 덧대어진다."단편영화는 항상 도전해 보고 싶은 부분이었어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내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게다가 디지털은 적은 예산과 한정된 스태프와 함께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마치 같은 동네에 존재하는 주변인의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영화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가와사 감독. 그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매일의 경험과 그 속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끌어올 수 있는 영화의 가능성이야 말로 내가 가장 매료되는 점"이라고 말했다.현재는 일본의 옛 수도로 고향 나라의 1300년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나라국제영화제를 기획하고 있다.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 가이드] 숏!숏!숏! 참여하는 전북 출신 이송희일 감독

"돈, 징그럽죠. 제가 돈이란 걸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지금도 월세가 세 달 밀려 있어요. 그렇다고 뭐 떼돈을 벌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2009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숏!숏!숏! 2009'. 현재 한국 영화 안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감독 10명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송희일 감독(38)은 유일한 전북 출신이다. 익산 출생으로 전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지만, 그를 '유일한 전북 출신'으로 한정시키기에는 그가 만들어온 필모그라피가 그 누구보다도 사회적이며 비판적이다. 또한 거침이 없다. 그는 "고향에 자주 내려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머니께는 매일 전화를 드린다"며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촌놈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송 감독은 "촌놈의 감수성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숏! 숏! 숏! 2009'의 주제는 '돈'. 그는 '주식으로 1억을 날린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는다. 개인적으로 주식 때문에 빚어지는 온갖 비극들은 금융 자본이 서민들에게 강제한 희생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송 감독은 "전주영화제 측에서 제시한 주제지만,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상당히 유효한 질문"이라며 흥미로워 했다. "열 편 모두 감독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전체 주제가 '돈'이다 보니 그 주제에 걸맞는 소재를 찾기 위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돈이라는 키워드와 '주식'이 꽤 궁합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주식 때문에 온통 난리잖아요."그는 "이미 옴니버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10편을 한 데 묶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처음"이라며 "낯설고 유익한 경험"이라고 했다. 하지만 준비 시간이 충분치 않아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주제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에 더 신경썼다. "전 우리 사회가 참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도발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제가 지금껏 보고 듣고 자란 가운데 '저건 분명히 큰 문제야'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은 것 뿐입니다. 이슈가 되는 건 외려 그 문제들에 관해 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불편해 한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죠. 전 '불화'가 좋습니다. 질서가 아니라 불화가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죠."대학 졸업 후 문화 운동에 관심을 갖다가 얼떨결에 카메를 잡게 됐다는 이송 감독. 동성애를 다룬 <후회하지 않아>, 탈영을 다룬 <탈주> 등 파격적인 소재를 택하는 탓에 고등학교 때부터 만들고 싶었던 영화를 통해 그는 늘 이슈가 돼왔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룬다는 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회피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거나 하는 태도와 달리 '저거 문제 있는 거 아냐?' '저것도 잘 살펴보면 나름의 가치가 있는 거 아냐?'라는 태도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영화를 많이 만든 건 아니지만, 영화는 천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어떠어떠해야 된다는 주장은 웬만하면 피해야 된다고 봅니다. 특히나 영화를 곧 '돈'이라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하는 건 다소 문제가 있죠."그는 "자신이 마음에 가지고 있는 '가치'를 영화라는 텍스트에 구현하고 그것을 통해 온전히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전주영화제 1회 때 영화제 측이 주최한 시민 대상 워크샵의 강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십년의 역사를 가까이에서 바라봤다고 할 수 있겠죠. 영화제 정체성이 몇 해 동안 여러가지로 변하게 되는 걸 볼 수 있는데, 이제 열살이 되는 만큼 뚜렷한 정체감을 가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게 전주영화제가 더 견실해지고 영화제의 '역할'에 충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송 감독은 "전주영화제만의 색깔이 이제 농밀해질 때가 됐다"며 "앞으로 더욱 맛있는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주영화제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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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 가이드] 개막작 숏!숏!숏! 2009

이송희일 감독은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후회하지않아>로 한국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김영남과 윤성호는 각각 2006년과 2007년 <내 청춘에게 고함>과 <시선 1318>로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에 이름을 올린 감독. 상업영화로 익숙한 이름, <새드 무비>와 의 권종관 감독과 <여고괴담4-목소리>와 <그녀는 예뻤다>의 최익환 감독까지, 충무로와 독립영화를 가로지르는 10명의 감독이 '2009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다.전주국제영화제가 기획·투자하는 '숏!숏!숏! 2009'가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해 10명의 젊은 감독들을 통해 우리 시대 자화상을 들여다 보려는 시도. 권종관 김성호 김영남 김은경 남다정 양해훈 윤성호 이송희일 채기 최익환 등 전주영화제가 '숏!숏!숏! 2009'를 제작하는 독립영화 제작배급사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선정했다.10명의 감독들은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주제를 효과적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것에 고민이 많았지만, 재미있겠다는 흥미로움을 느꼈고 10편이 엮어졌을 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숏!숏!숏! 2009' 주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돈'. 상업영화를 하면서도 독립영화에 애정을 가지고 있거나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에 있는 감독들인 만큼, 불편할 만큼 거친 화면이나 스토리 라인에 대한 걱정 보다 개성 강한 감독들의 세련된 실험과 독특한 미학을 기대해도 좋다.특히 전주나 인근지역에서의 촬영을 원칙으로 하되 시나리오에 따라 일부 조율했기 때문에 전주 관객들에게는 더욱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디지털 삼인삼색'과 함께 전주영화제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로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숏!숏!숏!' 프로젝트를 개막작으로 내세우면서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었다"며 "다른 영화제에서도 여러 감독들을 옴니버스로 묶는 비슷한 기획이 있었지만, 10편을 완성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숏!숏!숏!'은 한국 단편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 전주영화제가 '디지털 삼인삼색'과 함께 자체적으로 제작·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올해 지원된 제작비는 작품당 500만원씩이다.KT&G상상마당의 디지털 후반 작업 지원 및 국내 배급을 통해 9월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도휘정기자#1. 권종관 자기만의 꿈을 위해 커다란 유리병에 동전을 모으는 외톨이 소년. 그러나 묵직하게 모인 동전들을 양말에 담아 결국 한 소녀를 죽이고 만다. 소년의 꿈을 상징하던 동전들은 전혀 예기치 않은 용도로 쓰이게 된다. #2. 김성호 하룻밤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 어린 남자로부터 10원짜리 동전을 받게된 30대 여자 주인공. 남자에게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에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데, 이 십원짜리 동전은 어떻게 해야 할까.'롤러코스터' 조원선이 여자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메인 카메라가 공연 전체의 풍경을 담고, 휴대폰 카메라로 인물의 감정, 행동, 습관 등을 세밀하게 포착했다. 자칫 청승맞을 수 있는 이야기를 최대한 재밌게 보여주기 위해 편집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이 시도됐다. 조원선은 개막식 축하무대에도 선다. #3. 김영남두달째 공장이 멈춘 상황에서 어느 여자노동자가 월급을 받기 위해 중년의 사장을 찾아간다. 돈을 받으려는 자와 돈을 줄 수 없는 자의 현실이 유머스럽게 대치된다.'돈을 주려고 해도 줄 수 없는 심란한 이유가 있는' 사장 역에는 오달수가, '공장 일을 좋아하는' 독특한 캐릭터의 여자노동자 역에는 조은지가 캐스팅됐다. #4. 김은경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철물절 남자. 그 때 한 여자가 빗 속을 뚫고 톱을 사러 온다. 살해도구를 사려는데 돈이 부족한 여자와 삶에 지쳐있던 철물점 남자의 만남.#5. 남다정노숙자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아이들을 취재하러 공원에 나온 기자. 소년이 노숙자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그 댓가로 1000원을 준다. 기자는 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지도록 유도한다.#6. 양해훈나이트클럽 안, 코스튬플레이 인디언 남자 2명이 자신들의 계획대로 최후의 만찬을 즐긴다. 다른 방에서는 한 여자가 액션 히어로들과 부킹 중이다. 이들이 한 방에 모인 순간 배후 세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7. 윤성호로또 1등에 당첨돼 4000억이 넘는 거금을 손에 넣게된 임경업. 고시원 총무로서 본분을 다하다 갑자기 많은 돈을 얻게 된 임경업 역에는 임원희가 출연한다. 로또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은 자본주의에 희생당하는 소시민의 한계. 정치색은 강하지 않지만, 분명 '사회에 대한 독한 조롱과 야유, 비판'이다. 진보적이고 대중적인 논객 진중권이 평론가로 3∼4분 정도 출연한다. 촛불집회 당시 진보신당이 중계하는 '칼라TV' 진행자였던 이명선 아나운서도 만날 수 있다. 스태프들은 물론, 촬영 현장을 찾아간 취재팀까지 엑스트라로 동원됐다는 후문. #8. 이송희일주식으로 1억이란 돈을 날려버린 후 벼랑 끝에 몰린 한 가정의 벼랑 끝 한 순간. #9. 채기 자기자신과 세상을 위한 무용하고도 유용한 행동들. 집 없는 방랑자의 일상이다.#10. 최익환세상에 속아 자살을 결심한 두 청년. 억울함을 알리고자 자살 장면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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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영화에 열번째 취한다

'자유, 독립, 소통'을 향해 전진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번째 봄을 맞는다.'2009 전주국제영화제'가 30일 오후 6시20분 레드카펫 행사를 시작으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개막한다.전주시 고사동 영화의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주영화제는 올해가 10회째. 42개국 20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특히 해외 출품작 수가 급증한 올해는 국제경쟁부문에서 소개되는 작품들 이외에도 최근 세계 영화제들에서 주목받은 다양한 신인 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 9년의 성과들을 기억하고 다음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10주년 기념상영전'을 준비했으며, '디지털 삼인삼색' 10주년 기념 DVD 박스 세트와 10주년 기념 책자도 발간했다.개막식은 김태우 이태란의 사회로 진행되며, 송하진 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과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개막인사, 홍보대사 이지훈 조안의 무대인사가 이어진다. 축하공연은 개막작에 출연한 조원선이 꾸민다.개막작은 현재 한국영화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10명의 감독이 전주영화제 지원을 받아 만든 옴니버스 영화 <숏!숏!숏! 2009 : 황금시대>. 개막작 상영에 앞서 참여감독과 출연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예정돼 있다.올해 개막식은 예년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몰릴 것을 예상, 개막식장 밖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생중계하기로 했다.전주영화제는 5월 8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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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9.04.30 23:02

"아니, 저게 누구야"…스크린 속 작가들

내달 개봉을 앞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는 쟁쟁한 여러 배우들 사이에서 배우치고는 살짝 어설프고, 일반인치고는 살짝 낯익은 인물이 나온다. 주인공 김태우의 후배 영화감독으로 출연한 이 인물은 바로 지난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연수 씨.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맡아 단역 이상의 '비중 있는' 코믹 연기를 펼친 김씨는 27일 열린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기자시사회에 감독, 주연배우들과 함께 자리하기도 했다. 김씨는 "홍상수 감독이 제 사진을 보고 연락을 해와 출연 의향을 물었는데 처음엔 바로 거절했다가 전화 끊고 나서 다시 하겠다고 연락을 했다"며 "평소 좋아하던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기념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흘간 촬영에 참여했다는 그는 "출연 분량은 얼마 안 되지만 화면 밖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 무척 힘들었다"며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출연하는 소설가는 김씨만이 아니다. 소설가 은희경 씨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다. 은씨는 이달 말 열리는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이는 홍 감독의 단편 '첩첩산중'에서 주인공의 주변인물 역할로 얼굴을 내민다. 영화 자체가 30분가량으로 짧아 은씨의 출연 분량도 길지 않지만, 가편집본 상으로는 주인공과 대사도 주고받는 역할이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변영주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옴니버스 영화 '텐 텐' 중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20세기를 기억하는 슬기로운 방법'에 출연해 자신이 살아온 시절의 이야기와 소설에 관한 이야기, 젊은 창작자를 위한 조언 등을 들려줬다. 이에 앞서 소설가 김영하 씨는 시인이기도 한 유하 감독이 만든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대사 없는 단역으로 출연한 적 있으며 소설가 하성란 씨도 영화 '클럽 버터플라이'에 얼굴을 비췄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류승완 감독의 부탁으로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 카메오로 나서는 등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도 조연으로 출연해 연기자 칭호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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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숏!숏!숏! 2009'

충무로와 독립영화를 가로지르는 10명의 감독들이 '2009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전주국제영화제가 기획·투자하는 '숏!숏!숏! 2009'가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숏!숏!숏!'은 한국 단편영화 제작지원을 위해 2007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과 함께 전주영화제가 자체적으로 제작·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작품당 500만원씩이 지원됐다.현재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돈'에 대해 고찰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젊은 감독들을 통해 우리 시대 자화상을 들여다 보려는 시도. 권종관 김성호 김영남 김은경 남다정 양해훈 윤성호 이송희일 채기 최익환 감독이 참여했다.상업영화를 하면서도 독립영화에 애정을 가지고 있거나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에 있는 감독들인 만큼, 불편할 만큼 거친 화면이나 스토리 라인에 대한 걱정 보다 개성 강한 감독들의 세련된 실험과 독특한 미학을 기대해도 좋다.무엇보다 반가운 얼굴들이 출연한다. 김성호 감독 작품에는 '롤러코스터' 보컬 조원선이 여자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조원선은 개막식 축하무대에도 설 예정. 2006년 폐막작 '내 청춘에게 고함'의 김영남 감독은 '돈을 주려고 해도 줄 수 없는 심란한 이유가 있는' 사장 역에 오달수를, '공장 일을 좋아하는' 독특한 캐릭터의 여자노동자 역에 조은지를 캐스팅했다. 2007년 폐막작 '시선 1318'에 참여했던 윤성호 감독의 작품에는 개성파 배우 임원희가 로또에 당첨된 고시원 총무로 등장한다. 또 진보적이고 대중적인 논객 진중권이 극 중에서도 평론가로 3∼4분 정도 출연하며, 촛불집회 당시 진보신당이 중계하는 '칼라TV' 진행자였던 이명선 아나운서도 만날 수 있다.다른 영화제에서도 여러 감독들을 옴니버스로 묶는 비슷한 기획은 있었지만, 10편을 완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 10편 모두 감독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데다 전주나 인근지역에서의 촬영을 원칙으로 해 지역 관객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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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인터뷰-'숏!숏!숏!' 참여 전북 출신 이송희일 감독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제가 촌놈의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촌놈의 감수성이 좋습니다."성적소수자로, 동성애를 다룬 독립영화 <후회하지 않아>로 한국 사회에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린 이송희일 감독(38). '2009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숏!숏!숏! 2009'에 참여한 이송 감독은 익산 출생으로 전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대학 졸업 후 문화 운동에 관심을 갖다가 얼떨결에 카메를 잡게됐다는 이송 감독. 동성애, 탈영 등 그가 다룬 주제들은 파격적이었다. 때문에 늘 이슈가 되지만, 정작 그는 "나는 '불화'가 좋다"며 담담하게 말한다. "'질서'가 아니라 '불화'가 우리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믿음 때문이다."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는 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우리 사회가 참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도발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제가 지금껏 보고 듣고 자란 가운데 '저건 분명히 큰 문제야'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은 것 뿐이죠."이슈가 된다는 건 오히려 그 문제들에 관해 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불편해 한다는 증거. 그는 "자신이 마음에 가지고 있는 '가치'를 영화라는 텍스트에 구현하고 그것을 통해 온전히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돈? 징그럽죠. 제가 돈이란 걸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지금도 월세가 세 달 밀려 있어요. 그렇다고 뭐, 떼돈을 벌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숏!숏!숏! 2009'의 주제는 '돈'. 그는 '주식으로 1억을 날린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개인적으로 주식 때문에 빚어지는 온갖 비극들이 금융 자본이 서민들에게 강제한 희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주영화제 측에서 제시한 주제지만,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상당히 유효한 질문"이라며 흥미로워 한 이송 감독은 "특히 영화를 곧 '돈'이라는 생각으로 제작에 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영화를 많이 만든 건 아니지만, 영화는 천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가 어떠어떠해야 된다는 주장은 웬만하면 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는 "이번 작품은 준비 시간이 충분치 않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주제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에 더 신경썼다"며 "전주영화제가 10회를 맞은 만큼 전주만의 색깔이 농밀해져 더 맛있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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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누가 밟나

사람들의 눈이 레드카펫에 쏠린다.30일 오후 6시2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10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 개막식을 찾는 주인공은 임권택과 홍상수, 이명세 감독. 프랑스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임 감독을 비롯해 칸이 사랑하는 또다른 인물 홍 감독, 아름다운 영상으로 스크린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이 감독의 축하 행렬이 눈부시다. '국민 배우' 안성기와 한국영화배우협회 명예회장인 남궁원, 배우이자 경기영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재현, 조연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박인환 등 정상급 연기자들의 방문도 이어진다.'한국영화 회고전'에 참여하는 이두용 감독과 하명중 감독과 배창호, 김동원, 하명중 감독 등도 '은막 축제'의 시작에 동참한다.중견 감독과 배우들의 레드카펫 퍼레이드에 이어 스크린의 신예들도 전주를 찾는다.'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배우 김혜나씨와 '하늘과 바다'로 스크린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가수 장나라씨, 전주영화제 홍보대사인 이지훈과 조안씨가 10돌을 축하한다.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제작돼 화제를 모았던'여고괴담 5 - 동반자살'의 주인공 손은서, 유신애, 장경아, 송민정, 오연서씨도 참석해 관객들과의 대면에 나선다.'메종 드 히미코''좋아해' 등에서 낯익은 일본의 연기파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 등도 전주영화제를 방할 계획.김태우·이태란의 사회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주영화제는 5월 8일까지 42개국에서 온 200여편의 낯선 영화로 관객과의 조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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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이사람-민병록 집행위원장

"'격년제로 하자' '누구를 위한 영화제냐' 등 4회때 전주영화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도 전주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죠. 곤혹스러웠지만, 그만큼 '내 고향 영화제를 성공시켜야겠다'는 의욕은 더 높아졌죠."전주가 고향인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59·동국대 교수)은 10회를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2003년부터 영화제를 이끌며 '자유, 독립, 소통'으로 슬로건을 바꾸고 시민들을 위한 섹션을 늘려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맞춰나갔다.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들이었다.민위원장은 "영화제는 내부적인 소통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점차 인력들이 전문화되고 기반이 마련되면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 같다"며 "2∼3년 전부터는 해외에 나가면 외국인들이 반가워하며 먼저 인사해 올 정도"라고 기뻐했다."10회라고 해서 커다란 변화를 주기 보다는 10년의 성과를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전주영화제가 발굴한 감독들에 대한 회고전이나 경쟁부문 수상자들의 신작을 상영하는 등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했던 감독들을 재발견하고 세계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죠. 또한 독립, 예술, 실험영화들을 서로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전주 프로젝트 마켓'을 시작하게 됐습니다."민위원장은 "영화제는 영화만 상영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업자들이 자기 영화를 알리고 팔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영화제가 성장하려면 마켓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부산국제영화제가 10회를 지나면서 논란이 됐던 것은 규모를 두배 이상 늘리면서 과부하에 걸려기 때문. 민위원장은 "10회를 치르면서 전주영화제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 역량에 맞는 규모를 지켜나가면서도 숙소 등 인프라와 함께 발전하는 단계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지난해 지역 경제유발 효과를 조사한 결과 직접적인 효과가 38억, 간접적인 효과가 100억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전주영화제를 통해 상승한 전주의 브랜드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지요."민위원장은 "올해는 전주영화제 사무실을 영화의거리로 옮겼다"며 "낙후된 구도심을 축제 공간 삼아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단체들의 참여통로를 마련해 모두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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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9.04.30 23:02

[2009 전주국제영화제] 자유·독립·소통…열번째 봄을 맞다

전 세계의 영화가 만나는 아름다운 땅. '자유, 독립, 소통'을 향한 전주의 열번째 봄이 시작된다.전 세계 42개국에서 온 200편의 영화들. 표정은 각기 달라도 그들이 가고자 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2009 전주국제영화제'가 30일부터 5월 8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열린다.한 번의 매듭을 지어야 할 때. 10년을 한결같이 젊고 새로운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지지해 온 전주영화제는 10회를 맞는 현재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지지하는 영화제로서 그 정체성이 더욱 견고해 졌다.올해 상영되는 영화들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에세이적 성격이 강해졌지만, 역시 동시대 영화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지난해 동시대 미국 독립영화와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 큰 호응을 얻었다면 올해는 최근 디지털 영화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있는 필리핀 독립영화들이 대거 초청됐다. 한국영화에 대한 비중도 높아져 '한국단편의 선택 : 비평가주간' 섹션을 '한국단편부문 경쟁 프로그램'으로 전환했으며, 그동안 신작 중심에서 벗어나 한국영화의 과거를 기억하고 중요한 감독을 발굴하기 위해 회고전과 특별전을 신설했다.디지털 기술로 완전복원한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비롯해 피에르 파울로 파졸리니 감독 작품을 쥬세페 베르톨루치가 복원한 <분노> 복원판 등 복원된 작품들에 대한 국내외 영화계의 관심도 높다.개막작은 <숏!숏!숏! 2009>. 전주영화제가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감독들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숏!숏!숏!' 프로젝트를 개막작으로 앞세운 것은 '생산하는 영화제'로서 성격을 분명히 하려는 의지. 전주영화제가 1회부터 공을 들여온 '디지털 삼인삼색'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 명의 감독들을 통해 다시한번 디지털 영화의 힘을 확인한다.특히 올해는 한국 영화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영화시장 형성을 위한 '제1회 전주 프로젝트 마켓'을 신설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영화 관계자들이 소통하고 세계 곳곳의 영화가 유통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 한국의 저예산 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 활성화를 위해 기획된 '전주 프로젝트 프로모션' 등이 진행된다.폐막작은 냉혹한 스리랑카 현실을 코믹하게 표현, 일종의 '네오리얼리즘적 코미디'라고 부를 수 있는 <마찬>이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히트작 <풀 몬티>의 프로듀서로 알려진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데뷔작이다.전주영화제와 관련된 중요감독들의 데뷔작과 신작, 관객들이 다시 보고싶어 하는 작품들을 다시 상영해 지난 10년을 그리워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지닌 영화제로 성장해 온 10년. 전주영화제는 영화계 안팎, 지역 안팎으로 큰 발자취를 남기며 걸어왔다. 무엇보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영화제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고즈넉한 도시에 새로운 활기와 생명력으로 다가온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4.30 23:02

'박쥐' 칸 가고 '김씨'는 한국 지켜

"'박쥐'는 칸 가고, 우리나라는 '김씨표류기'가지키는 거죠. '박쥐'는 칸에 쭉 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강호 형은 거기서 눌러앉아 활동하는 게… 흐흐”앞에는 박찬욱의 '박쥐', 뒤에는 봉준호의 '마더' 사이에 낀 영화 '김씨표류기'의 정재영은 넉살을 피운다.언론 시사회와 VIP 시사회 다음 날인 29일 오후 삼청동에서 만났을 때 정재영은트레이닝복 차림에 짬뽕으로 막 해장을 한 뒤였다."어휴, 오늘 아침까지 마셨어요. 어제 VIP 시사회 끝나고 뒤풀이에 많이들 와 주셨는데 려원 씨는 바로 드라마 촬영가고 배우가 저밖에 없잖아요. 중간에 나올 수가 없었어요”술이 덜 깬 상태로 인터뷰하게 된 것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그저 괴롭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아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는 송강호가 함께했다. 사실 일어서려는 정재영을 송강호가 끝까지 붙잡았다고 영화사 관계자가 귀띔했다.정재영은 "강호 형은 뭐, 좋다고 그러죠. 진지하게 뭐라고 했겠어요”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면서도 "그런데 진심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보통 스태프들끼리 모여 하는 기술 시사를 본다는 그는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내가 아마추어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영화를 냉정하게 못 봐요. 내 연기만 보면서 낯뜨겁고, 원래 저렇게 했었나 싶고…. 와∼ 하는 웃음소리가 터져야 덜 민망한데 웃음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는 거예요. (실제 웃음소리는 많이 터졌다) 그렇게 영화 보면 안 되는 건데, 그래도 감독이 의도했던 것들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기분 좋았어요”정재영이 맡은 역은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밤섬에 표류하게 된 남자 김씨.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고군분투가 재치있는 설정과 능청스런 연기, 맛깔스런 대사와 애드리브로 이어지면서 시종 웃음을 만들어낸다."대본이 워낙 탄탄하게 짜여 있었어요. 상황은 정해져 있고 대사는 애드리브가 절반이었죠. 혼잣말을 계속 하다 심심하니까 오리 배한테 말하다가 또 '내가 왜 얘한테 말을 하고 있어?' 하는 것들은 다 애드리브죠”여러 가지 설정으로 많은 장면을 찍고 그 중 몇 가지를 고르다 보니 아깝게 들어가지 못한 장면들도 많다."톰 행크스의 '캐스트 어웨이'를 패러디한 장면도 있었어요. 그 영화에서는 배구공이 톰 행크스의 유일한 친구로 아주 비중 있게 나오거든요. 그런데 남자 김씨는똑같은 배구공을 발견하고 뚱하게 쳐다보다가 뻥 차버려요. 참 재밌었는데 '캐스트 어웨이'를 안 본 분들은 전혀 감을 못 잡을 테니 아깝지만 뺐죠”나란히 칸 영화제에 진출한 '박쥐'와 '마더'가 앞뒤로 포진해 있지만 정재영은 "비교할 수 없는 영화”라고 선을 그었다."엄연히 다른 색깔이기 때문에 비교할 작품은 아니죠. 뭐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것도 사실이고요. 다른 영화지만 관객은 똑같은 관객이잖아요. 운이 없었다, 경쟁작이 대단했다 하는 건 다 핑계일 뿐인 거고요”'천하장사 마돈나'의 공동 연출로 데뷔하고 두 번째 작품을 한 이해준 감독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 끈끈했다. 그는 이 감독을 "가장 침착하고 섬세하고 끈기있는 감독”이라고 말했다."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감독과 첫 미팅을 했을 때도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대여섯 시까지 술을 마셨어요. 감독과 미팅 자리는 내가 이 사람과 최소한 6개월이상 연애할 수 있나 탐색하는 자리예요. 그 사람 작업 스타일이 어떻고 하는 평은 사실 다른 데서 듣는 거거든요. 느낌이 좋았어요. 감독을 만나고 나서 '천하장사 마돈나'를 봤는데 역시나 내 판단이 맞았구나 했고요. '천하장사 마돈나'는 현장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만든 연습이나 다름없었는데 그것만으로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인정받은 것도 대단하죠.”

  • 영화·연극
  • 연합
  • 2009.04.30 23:02

극작가 최정, 극예술창작집단 'T.O.D랑' 창단

첫사랑이 끝나자 마자 연극에 눈이 멀어버린 그녀.2003년 '이화우 흩날릴 제'로 '전북연극제'와 '고마나루 전국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하며 창작극에 허덕이던 지역 연극판에 나타난 젊은 극작가 최정(29). 그가 극예술창작집단 'T.O.D랑'을 창단했다.'T.O.D'는 '연극의 진실'을 가리키는 'Truth Of Drama'의 줄임말. '랑(朗)'은 '아름답고 맑게 밝음, 소리 높이, 또랑또랑하게'란 뜻으로, 'T.O.D랑'은 오늘날 연극이 잃어버린 소리를 찾고 진실한 연극을 꿈꾸자는 의미를 담았다."한 2년 정도 작품을 쓰지 않은 것 같아요. 한 번 공연되고 마는 현실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낭독모임을 하게 됐는데, 연극이란 막막하기 그지 없는 길에서 새로운 힘을 얻을 수가 있었어요."'T.O.D랑'은 2008년 6월 희곡낭독모임에서 시작됐다. 지역의 연극인, 작가, 연출가 등이 모여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희곡이나 유럽의 신작들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리 작품을 만들어 읽어보자는 데 생각이 미쳤다. 다들 갈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낯설고 생소하더라도 소리연극을 타이틀로 내걸었습니다. 배우들이 앉아 단순히 희곡을 낭독하고 소개하던 낭독회와는 달라요. 배역을 맡아 대사를 읊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움직임이나 조명, 소품, 의상 등은 지극히 제한적이죠. 어떻게 보면 신체적이고 스펙터클한 연극이 대세인 지금 흐름과는 반대일 수 있지만, 그 곳에서 연극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T.O.D랑'의 첫번째 소리연극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5월 2일 오후 3시·6시 우진문화공간 1층 공연장). 불교의 저승신화인 삼도천 신화를 풀어냈다. 그가 썼지만, 단원들과 우리의 원형을 소재로 하기로 합의하고 만든 작품이다. 가을에는 무대 공연으로도 선보일 예정."비슷비슷한 연극들 속에서 조금은 다른 시도를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좋은 희곡을 창작하고 발굴하려고 합니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연극이나 사회적 공간이나 일상 공간에서의 낭독공연 등 다양한 기획공연을 통해 연극과 희곡, 소리, 낭독의 예술성을 발견하고 싶습니다."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진지한, '적당한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시대. 많은 것을 덜어내는 대신 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시각적인 연극은 수동적인 관객을 만들지만, 청각적인 연극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적극적으로 만든다"고 했다.눈을 버리고 귀를 열어라. 그 때 비로소 연극이 귓속으로 걸어들어온다.

  • 영화·연극
  • 도휘정
  • 2009.04.29 23:02

영화 '마더'로 만난 지독한 프로들

"첫 촬영 때 똑같은 장면을 18번을 찍는데, 내가 진짜 연기를 못하나보다, 나 때문에 영화를 망치면 어떡하나, 별걱정을 다했다. 5개월을 그렇게 보냈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포기를 모르는 감독이고 그 덕분에 힘들어도 새로운 경험이었다."연기 경력 30년의 '국민 어머니' 김혜자가 한 장면을 18번 찍으면서 감독으로부터 '오케이'를 받지 못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김혜자가 촬영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이런 에피소드를 소개할 정도로 김혜자-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지독한 프로들의 만남'을 통해 탄생했다.2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마더' 제작보고회에서 공개된 메이킹 영상에서는 김혜자, 봉 감독 등 제작진이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소개됐다.'마더'는 나잇값을 못하는 어수룩한 아들 도준이 동네에서 소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사투에 나서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다.메이킹 영상에서는 김혜자가 아들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눈빛과 결연한 말투로 대사를 읊으면 봉 감독이 감탄하는 듯한 목소리로 '오케이!'를 외치고 스태프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다.봉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김혜자 선생님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무산됐을 것"이라면서 "엄마가 어떤 느낌을 가진 사람인지 생각이 잘 맞아 2인 3각을 하듯 전력 질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완벽주의자 감독을 만나 분투해야 했다.류성희 미술감독은 "계단 장면을 찍는데, 계단이 30도 각도여야 하는지, 45도 각도여야 하는지 감독님과 수십 번을 얘기했다"고 말했다.'마더'의 제작비는 보통 상업영화의 30억∼40억원보다 훨씬 많은 60억원. 제작진은 제작비의 상당수가 완벽한 공간을 만드는 데 쓰였다고 소개했다.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여러 모습을 담기 위해 제작진은 여산, 여수, 파주,경주, 제천, 고성 등을 돌며 '전국 일주'에 나섰다. 촬영 장소 헌팅을 위해 제작진이 나눠 탄 차량이 12주간 전국을 돌며 각각 8만㎞를 뛰었고 사진 4만장을 찍었다.봉 감독은 "필름 값보다 기름 값이 더 나온 영화"라며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마더'는 다음 달 14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며 다음 달 13일 개막하는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도 진출해 상영된다.

  • 영화·연극
  • 연합
  • 2009.04.28 23:02

독립영화 '똥파리' 흥행몰이 무섭네

독립영화 '똥파리'(감독 양익준)가 무서운 속도로 관객들을 휘어잡으면서 '워낭소리' 못지않은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27일 배급사인 영화사 진진에 따르면 16일 개봉한 '똥파리'는 개봉 2주째 일요일인 26일까지 11일 만에 전국에서 7만4천800명을 동원했다.지난주 평일에 하루 5천명가량이 관람했고, 이번 주 평일에는 그보다 많은 상영관에서 상영되므로 이번주 중에 10만명을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똥파리'는 이미 '우리 학교'(공동체 상영 제외 5만5천명)를 넘어 '워낭소리'(290만명)에 이은 독립영화 흥행 순위 2위에 올라섰으며 극 영화로는 '후회하지 않아'(4만5천명)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똥파리'는 가족의 아픔을 지닌 용역업체 직원 상훈(양익준)과 여고생 연희(김꽃비)의 이야기로,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10여 차례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다.흥행 비결은 역시 '관객 입소문'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가슴 저린 진정성, 배우들의 열연으로 "독립영화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이 '워낭소리', '낮술'에 이어 다시 한번 깨지면서 손님이 점점 늘고 있는 것.한 포털사이트에서 '똥파리'는 10점 만점의 네티즌 평점에 9.14점을 기록했다.아이디 'blueskkim'을 쓰는 관객은 "가족 문제를 가진 모두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영화"라고 평가했으며, 아이디 'haram0416'을 쓰는 관객은 "돈도, 시간도, 감정도 아깝지 않았던 영화"라고 평했다.호평이 줄을 이으면서 상영관 수와 관객 수는 점점 늘고 있다. 58개관에서 개봉한 '똥파리'는 지난 주말 66개관에 걸렸으며, 앞으로 상영관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영화사 진진의 양희순 팀장은 "무대인사를 가 보면 영화에 공감하는 관객들이 많다"며 "상영을 요청한 극장들이 더 있어 앞으로 스크린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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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4.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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