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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藝人)들 이야기

전북도립국악원에서 펴낸 전통예인 구술사에는 재미있는 대목들이 많다. 우선 판소리에서의 책거리. 판소리 전수자들은 스승에게 판소리 한 바탕을 다 배우고 나면 그 대가를 치렀다. 금으로 반지나 팔찌를 해 주기도 하고 옷을 맞춰 주기도 했는데 그것을 '책거리'라 했다. 마치 서당에서 책을 다 뗐을 때 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선생님, 받으십시오"하고 드리면 "뭘 이렇게 많이 했나!" 그러면서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 많지 않아요" 그러면 스승은 "자네는 명창됐네!"라고 화답했다. 그 동안의 노고에 감사하고 스승의 격려를 받는 것이다.또 하나는 판소리 전수자에게 빠질 수 없는 똥물 얘기. 소리 연습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목이 뒤집어(꽉 쉬어)졌다. 그래서 삭신이 쑤시고 온 몸에 어혈이 생겨 부었을 때 똥물이 최고다. 똥물은 남자 똥만 받아 가지고 3-4개월 삭히는데(발효), 그렇게 되면 똥 건더기는 없어지고 말갛게 된다. 그 국물을 채에 걸러, 대접에 받아 마신다. 마늘과 생강으로 입가심을 하면 끝이다. 똥물은 생똥이나 삭힌 것이나 냄새나기는 매 한가지며 오히려 삭힌 게 냄새가 더 난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인 이일주 선생의 증언이다.고법 보유자인 이성근 선생은 북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북을 칠라믄 소리를 알아야 한다"면서 "가사가 힘이 부쳐서 까라질 적에는 강하게 해 주고, 소리 가사가 맥힐라고 허믄 북으로 메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소리 보필을 잘 해주는 게 명고수(名鼓手)란다. 부안 농악(상쇠) 보유자인 나금추 선생은 농악단 이전 국극단으로 전국 공연을 다닐 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자신이 처녀였던 자유당 시절, 묵고 있는 여관에 깡패들이 간혹 찾아 오곤 했다. 마루에다 큰 칼을 딱 꽂아 놓고 꽹과리 치는 아가씨를 내놓으라고 을러댔다. 그러면 새벽에 보따리를 싸서 도망을 쳤다. 결국 단장만 곤욕을 치러야 했다.호남 살풀이춤(동초수건춤) 보유자인 최선은 총각때 "여자냐? 남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 중매로 늦게 결혼을 했는데 신석정 시인이 주례를 섰다. 지금은 없어진 봉래원예식장에서다. 신혼살림은 전주 중앙동 이시계점(이창호 국수의 집) 3층에 차렸다. 무더위 속에 자칫 사라질 뻔한 얘기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08.13 23:02

전주비빔밥의 위기

며칠 전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과 전화통화를 했다. 안부 인사 나누고 막 끊으려는데 그 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주비빔밥이 맛이 없어졌다면서요. 값만 비싸고. 어쩌죠. 전주하면 그래도 비빔밥이었는데……." 근래 들어 '전주비빔밥'의 값이며 맛에 대한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던 터여서 내용이야 새로울 것 없다 치더라도 대한민국도 아닌 미국에 살고 있는 분이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좀 뜨악했다."인터넷에서 보셨군요. 요즘 전주를 다녀간 관광객들이 많은가봐요. 부쩍 그런 불만이 많아졌네요. 식당마다 맛도 다르고 서비스도 다르니……."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아니에요. 한국 신문 미주판에 그런 기사가 나왔어요. 얼마나 문제가 많으면 여기까지 그런 기사가 실리나 싶어 안타깝더라고요." 전주가 고향인 그 분은 유난히 전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다. 그 분은 신문에서 '전주비빔밥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잘 써야지 않겠느냐'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제대로 될 수 있도록'이란 말은 '맛도 있고 값도 적정한', 그래서 전주비빔밥 이름에 걸맞은 가치를 지킬 수 있게 하란 이야기일 터다. 얼마전 '전주비빔밥 유감'을 경험했다. 외지 손님을 대접하는 자리였는데 동행한 젊은이들이 유난히 '전주비빔밥'에 대한 기대가 컸다. 고민하다 이름 꽤나 알려진 식당을 찾아 갔다. 점심을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단체손님들이 많아 '유명세'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문제는 맛이었다. 새벽같이 서울에서 출발했으니 '시장이 반찬'이기도 했을 시간이었지만 별로 많지 않은 양의 비빔밥을 약속이나 한 듯이 남겼다. 전주에서 전주비빔밥을 먹기는 처음이라는 20대 젊은이들조차 그릇을 비우지 못했다. 인사말로라도 내놓았을법한 '전주비빔밥 예찬'은 물론 없었다.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꼽히는 '전주비빔밥'이 위기다. 맛 없어지고 값이 비싸서만은 아니다. '전주비빔밥'의 '전통적 가치'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사실 '밥에 여러 가지 나물을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은 전국 어디서나 즐겨먹는 음식이다. 그런데도 '전주비빔밥'이 유독 이름 내세워진 것은 지역 특산물이 재료로 사용되면서 고유한 맛과 특성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른 가지가 넘는 재료에 밥 짓기 방식부터 다른 '전주비빔밥'은 '전주'란 이름을 얹어 한국음식과 맛의 상징이 되었다. 인터넷 지식백과에 나온 '전주비빔밥' 만드는 과정을 보니 그야말로 '황홀한 맛'의 풍경이 따로 없다. '전주비빔밥'의 본 모습이 그러할진대 음식창의도시가 된 전주의 지금 비빔밥은 왜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아지는지. 부끄러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8.10 23:02

돈공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여러 차례 공천개혁을 표명했지만 비례대표 돈공천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은 "공천이야말로 정치쇄신의 첫 단추"라고 누누이 강조하면서 클린 정치, 클린 공천을 약속했다. 하지만 비례대표로 당선된 현영희 의원과 친박계 핵심으로 공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 등이 공천을 대가로 각각 3억원과 2000만원을 주고 받았다는 혐의로 중앙선관위원회가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다. 옛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에선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김영주 의원과 당 관계자 사이에 50억원에 달하는 공천헌금이 오갔다는 혐의로 중앙선관위가 역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이것이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돈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사고파는 매관매직의 부패사슬이 여전하다는 얘기다.새누리당 안팎에선 공천과 관련해 돈을 준 사람이 더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부산지역 정가에선 현영희 의원 외에도 현역의원 1~2명의 실명이 떠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선 공천이 곧 당선이기에 총선때마다 돈공천 소문이 끊이질 않았고 실제 재력있는 무명의 정치신인들이 공천장을 거머쥐고 국회에 입성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사실 돈공천 문제는 그동안 정치판에 고질적인 악습이었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선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이를 조달하기 위해 특별당비 명목으로 공천헌금을 거두는게 오랜 관행이었다. 그래서 전국구(全國區) 국회의원을 전국구(錢國區)라 부르고, 비례대표를 비밀대표라 비꼬기도 한다. 18대 총선때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노식 의원에게서 15억원, 양정례 의원과 그의 모친에게서 26억여원을 받았다가 실형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김 의원과 양 의원은 당선이 취소됐었다. 17대 대선에 출마했던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도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이한정 의원에게 당 채권 6억원 어치를 사게 했다가 이 의원과 함께 의원직을 잃었다.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엊그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선진당과 새누리당에서 공천 헌금 문제가 심각했고 18대 국회보다 구린내가 더 많이 났다"면서 "저 같은 경우 단돈 1원도 내지 않고 들어가니까 모든 사람들이 제게 화살을 퍼부었다. 돈 한푼 안내고 비례대표가 됐다고"라고 실토했다. 부패정치의 고리인 돈공천을 뿌리뽑지 않고는 정치개혁도 깨끗한 정치도 헛구호에 불과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8.09 23:02

김두관 지지

"LH 본사를 껴안고 죽을지언정 포기할 수 없다"는 플래카드가 전주시내를 도배질 했었다. 김완주 지사를 비롯 도내 국회의원 시장 군수 도의장 도의원 시민 사회단체장 할 것없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LH 유치에 총력을 걸었다. 결과는 당초 경남 진주로 가기로 했던 국민연금공단만 전주·완주혁신도시로 왔다. 자녀 결혼식을 앞둔 김지사는 삭발이란 초강수를 뒀고 뒤이어 최규성·장세환의원도 삭발했다. 도내 의원들도 모였다하면 LH 유치를 위해 결기를 다졌다. 그 누구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현역들은 워낙 지역 여론이 강한데다 4.11 총선을 의식해서 발뺌할 수 없었다.LH가 경남 진주로 간 지금 전북 정치권은 어떠한가.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 쪽으로 전북 출신 상당수 전·현직 정치인들이 줄서 있다. 김두관 후보는 LH 유치에 성공한 지사였다. 김완주지사는 패자다. 무소속 출신인 김 지사는 LH 유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발휘했다.정부쪽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고 각계에 포진해 있는 경남 인맥을 총동원해서 유치에 성공했다. 김지사도 밀양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여론 부담이 컸지만 LH 유치로 일거에 지지세를 되돌려 놓았다.지난달 민주당으로 복당한 재선의 유성엽의원은 잉크도 마르기 전 김두관 캠프에서 지방분권추진본부장을 맡았다. 군산 출신 김관영의원은 대변인을 맡았다. 장영달·조배숙 전의원과 이무영 전 경찰청장, 임수진 전 진안군수, 김세웅 전 무주군수, 김희수 전 도의장, 최진호 도의장 등 전 현직 도의원이 대거 지지하고 나섰다. 유의원은 캠프 참여에 대해 "평소 지방분권·지역균형발전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로 고민해왔다"며 "이장에서 시작해 군수 도지사를 역임한 김후보가 최적임자라고 생각해 제의를 수락했다"고 밝혔다.MB정권이 LH후보지를 결정했지만 전북을 애먹인 상대는 경남 도정을 이끈 김두관 지사였다. 지금까지 전북 정치인들이나 추진위원들은 모두가 MB정권 한테만 비난의 화살을 던졌다. 그러고 나서 지금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전북과 맞짱 뜬 김두관 지사 쪽으로 우르르 달려가 그를 돕고 있다. 지난 5일 김후보는 "전북 도민에게 큰 빚 졌다.갚을 기회를 달라"고 이해와 지지를 부탁했다. 쓸개 빠진 얼간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8.08 23:02

MB정부의 지역신문 홀대

일반인에겐 좀 생소할 테지만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이란 게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한 법률이다. 이 법 1조에는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양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쉽게 말하면 여론의 다양성 확대와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을 돕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이 특별법에 근거해 2005년부터 6년 동안 매년 평균 150억 원씩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지원돼 왔다. 기금은 주로 인력양성 및 교육 조사연구, 정보화사업, 유통 및 경영구조 개선, 경쟁력 강화와 공익성 제고를 위한 사업 등에 쓰인다. 소외계층 구독료와 NIE시범학교 지원도 이 기금에서 이뤄진다. 탐사보도나 해외취재 등 기획취재도 이 기금을 지원 받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기금지원은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역신문들에게는 단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러한 성과가 인정되자 국회는 2010년 5월19일 한시법인 특별법을 6년 더 연장했다. 당시 정병국 문광부 장관은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2011∼2013)을 발표하고 2011년 40억, 올해 200억, 내년 200억 원 등 3년 동안 모두 44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었다.이 약속은 식언(食言)이 돼 버렸다. 올해분 200억 원을 확보하지 않았고 내년 예산도 아예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기금지원에 부정적이라는 게 이유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에는 종편채널을 4개씩이나 안겨주면서 여건이 열악한 지역언론은 말살돼도 상관 없다는 태도다. 국민과 지역언론을 기만한 것이자 MB정부의 지역신문 홀대다. 이 문제는 국회 배재정 의원(여· 44)이 지난달 말 관련 상임위에서 최광식 문광부장관을 상대로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배 의원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부산문화재단 기획홍보팀장으로 일하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몫으로 19대 국회에 들어간 초선이다. 당에서는 언론정상화특별위 간사를 맡고 있다. 배 의원은 "내년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수시로 보고하고, 올해 확보하지 못한 200억원 확보 계획에 대해서도 보고하라"고 최 장관한테 쐐기를 박았다. 국회의원 300명이 있으면 뭐하나. 맥을 제대로 꼬집는 똑똑한 한명이 더 낫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08.07 23:02

얼짱궁사와 천양관슬(穿楊貫蝨)

신궁(神弓)과 관련된 고사 두 가지. 하나는 천양(穿楊).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에 양유기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는 활을 잘 쏘아 100보 떨어진 곳에서 버드나무 잎을 맞혔는데, 100번을 쏘면 100번 모두 명중했다. 여기서 백발백중(百發百中) 또는 백보천양(百步穿楊)이라는 고사가 유래했다.또 하나는 관슬(貫蝨). 옛날 중국에 비위(飛衛)라는 명궁이 있었다. 기창(紀昌)이라는 사람이 비위에게 활쏘기를 가르쳐 달라고 하자, 비위는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 방법을 먼저 익히라고 했다. 기창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가 일하는 베틀 밑에 누워서 왔다갔다 하는 북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 훈련을 했다. 2년이 지나 송곳이 눈앞에 와도 눈을 깜빡거리지 않게 되자 다시 비위를 찾았다. 비위는 아직 부족하다며, 작은 것이 크게 보이고 희미한 것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훈련을 쌓은 뒤에 오라고 했다. 기창은 가는 털에 이를 묶어 창문에 매달아 놓고 매일같이 바라봤다. 열흘이 지나자 이가 조금씩 크게 보이더니 3년이 지난 뒤에는 수레바퀴만하게 보였다. 기창은 조그만 활과 화살을 만들어 이를 쏘아 꿰뚫었는데, 이를 묶은 털은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기창관슬(紀昌貫蝨)의 고사다. 중국인들은 옛부터 우리 민족을 동이(東夷)라 불렀다. 여기서 '이(夷)'는 대궁(大弓)이니 큰 활을 잘 쏜다는 뜻이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나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역시 명궁으로 날렸다. 조선시대에 활쏘기는 무인은 물론 문인들도 인격수양을 위한 필수과목이었다.이런 내력을 지녀서인지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번 2012년 런던올림픽도 예외가 아니다. 여자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 남자단체전 동메달·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여자단체전은 1988년 양궁단체전이 도입된 이래 7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이같은 위업 한 가운데 전북 관련 얼짱궁사 3인방이 있어 더욱 자랑스럽다. 충남 홍성출신의 이성진(27·전북도청)과 전주출신의 최현주(28·창원시청), 고창출신의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가 그들이다. 기보배는 개인전도 우승했다. 이에 앞서 박성현(29·전북도청 감독)은 2004년과 2008년 올림픽 우승의 주역이다. 로이타통신은 비결로 김치 버무리기와 젓가락 사용을 들었다. 여기에 미모까지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조상진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08.06 23:02

미스터 빈

잘 알고 있는 외국인 코미디언을 꼽으라면 단연 '미스터 빈'(로완 앳킨슨)이 아닐까. 영국의 국민코미디언이자 배우인 그는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미스터 빈'으로 더 널리 알려진 로완 앳킨슨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영국 총리를 지낸 토니 블레어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1978년 BBC의'Not The Nine O`clock News'의 멤버로 참여해 그해 최고의 BBS 인물로 선정된 그는 훗날 최고의 파트너가 된 리차드 커티스와 BBC의 시추에이션 드라마 'Blackadder'로 만나 1983년 국제 에미상, 에이스상, 연예인상을 비롯, 3개의 영국 아카데미상을 휩쓸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영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올려놓은 것은 '미스터 빈'이다. 1989년 리차드 커티스와 재결합해 만들어낸 '미스터 빈'은 BBC 최고의 시청률, 영국 최고 비디오 판매율 등 각종 기록을 세워 영국 역대 최고의 코미디물로 평가받는다. 영국 뿐 아니라 전 세계 250개국에서 방송되면서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올려놓기도 했다. 로완 앳킨슨은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쟈니 잉글리쉬2 : 네버다이'에서 역시 자신의 몸개그 특기를 살린 허당 스파이로 열연했다. 이때 공개된 특별영상을 보면 함께 출연했던 동료들이 그의 연기에 임하는 자세나 완벽함에 감탄해 존경심을 보내며 로완 앳킨슨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그는 명문 옥스퍼드대학 전자공학과 출신이다.그냥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이 전 세계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달 28일(한국시각)에 열린 런던개막식에서다. 사이먼 래틀 경이 지휘하는'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출연한 그는 영화 〈불의 전차〉 OST의 키보드 연주자였다. 연주 시작부터 끝까지 그가 맡은 것은 오로지 건반 '레' 하나만 두드리는 일. 그 과정에서 그는 지루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연주하다가 휴대폰을 만지는가하면 콧물을 닦을 휴지를 가져오느라 손가락 대신 우산으로 연주하더니 급기야는 졸기 시작한다. 잠든 사이 영화 '불의 전차'를 패러디한 영상에서 함께 해변을 달리는 꿈까지 꾸는 그는 연주가 끝나자 놀라 깨지만 능청스러움으로 공연을 마무리 한다. 런던올림픽 개막식 여운이 아직 길다. "어떤 것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고 공언했던 연출자 대니 보일이 차려낸 '품격 있는 성찬'이 준 감동 덕분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도 백미는 '미스터 빈'으로 상징되는 '유머' 코드가 아닌가 싶다. 역시 '영국다운' 선택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8.03 23:02

짓밟힌 인권과 국격(國格)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중국에서 전기 고문(拷問) 등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충격을 넘어 강한 분노감을 느끼게 한다. 주사파 대부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전향한 김영환씨는 지난 3월29일 전북출신 유재길 강신삼 이상용씨 등과 함께 중국 다롄(大連)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무려 114일간 불법 구금을 당했다가 지난 7월 20일에야 풀려났다. 김씨 일행은 중국에서 불법 체포와 무단 구금을 당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권과 인권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거부당했던 영사 접견도 무단 구금된 지 29일만에야 이뤄졌다. 그것도 모자라 강제 노역에 잠 안 재우기와 물 안주기 구타와 전기고문 등 무자비한 고문까지 자행했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도대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 같은 행패가 벌어질 수 있는가. 김씨 외에 전북출신 3명은 중국에서의 억울한 처사에 대해 밝히지 않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김씨가 구체적으로 밝힌 중국 공안의 행태를 보면 치가 떨리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일 수 없다. 더욱이 중국이 유독 한국인에 대해 악랄한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는 증언들을 접하면서 우리를 더 격분케 만든다.그러나 중국 정부는 고문한 사실도 없고 조사과정에서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했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유엔의 고문방지협약에도 가입했다지만 중국의 인권 인식과 국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선진국가로 인정받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다.더 한심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다. 외교부는 자국민 보호책임이 있음에도 불법 체포 한달 만에야 영사접견이 이뤄진데다 영사 접견시 고문사실을 확인하고도 이에 대해 중국 측에 정식 문제제기를 안했다 하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김영환씨에 따르면 고문 사실 공개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는 정부의 간접적인 입장 전달이 있었다니 이 같은 저자세 외교 때문에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계속 무시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정부는 뒤늦게서야 중국 내에 수감 중인 625명의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가혹행위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김영환씨가 유엔 인권위원회 등에 제소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더 이상 우리를 우습게보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국격을 높이고 국민을 보호하는 첩경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8.02 23:02

바보셈법

중동에서 한 사람이 낙타 17마리를 남기고 죽었다. 그는 세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큰 아들에게는 절반을 두째에게는 3분의 1을 막내한테는 9분의 1을 갖도록 했다. 단 한마리도 죽이지 말라는 단서를 달았다. 세 아들이 아버지의 유언대로 낙타를 나눠 갖고 싶어도 계산이 안 되었다. 세 아들이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풀 수 없었다. 한마리가 부족해 나눌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마침 낙타를 갖고 지나가던 행복한 바보란 별명을 가진 나스레딘(Nasredin)이 이 이야기를 듣고 낙타 한마리를 이들 형제에 줬다. 모두 18마리가 되었다. 큰 아들은 절반인 9마리를 가졌고 둘째는 6마리 막내는 2마리를 가졌다. 9마리 6마리 두마리를 합하면 17마리가 된다. 3형제는 싸우지 않고 낙타를 나눴다. 나머지 한마리는 원래 나스레딘이 준 낙타였기 때문에 나스레딘이 가져갔다.사실 심리적으로 한마리를 그냥 주었다는 마음을 품지 못하면 그 누구도 이 난해한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나스레딘의 바보셈법은 더 귀하고 위대하다. 지금 정치권이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입만 쳐다 보고 있다.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이 날개 돋친듯이 팔려나가고 SBS의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후 그의 지지도가 수직 상승했다. 안풍이 전국을 강타한 바람에 새누리당 대권 경선과 민주당 경선이 동네잔치로 전락,쪽을 못 펴고 있다.보수 쪽 언론과 박근혜 등 여야 주자들이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그의 지지도는 폭염마냥 꺾일줄 모른다. 국민들이 나스레딘과 같은 그의 바보셈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지지율 50%인 그가 5% 밖에 안돼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찾아가 1시간만에 양보했다. 그 짧은 시간 역사에 남을 만한 결단을 내렸다. 50%를 가진 이가 겨우 5%인 사람에게 양보한 것은 상상을 초월한 이상한 셈법이다.안철수바이러스가 경영난에 처할 때 세계 최대 바이러스 백신 회사인 맥아피(현 내셔널어소시에이츠)가 1천만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제의를 단호히 거절했다. "상업적 이익만을 따지는 외국 기업에 회사를 팔면 가족 직원 우리나라 고객 모두가 피해를 본다"고 했다. 안철수의 셈법은 확실히 이상하다. 그의 셈법이 어떤 식으로 대선판을 이끌지 주목된다. 백성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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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2.08.01 23:02

대선 주자들의 이미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현대사회를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복제의 시대'로 규정한다. TV·광고·영화·인터넷 등 미디어가 만들어 낸 이미지는 현실을 반영하거나 복사한 '가상세계'가 아니라 새로운 현실이자 실재라는 것이다. 그의 대표 학설인 '시뮬라시옹(Simulation) 이론'이다. '시뮬라시옹'은 사물이나 사건의 모사를 뜻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현실의 모사나 이미지, 즉 '시뮬라크라(Simulacra)'들이 실재를 지배하고 대체하는 곳이다. 나아가 모사물이면서도 현실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하이퍼 리얼리티(극실재)를 생산해 낸다는 것이다. 그걸 가능케 한 것은 정보와 매체의 증식이다. 그는 미디어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현대세계와 미디어의 전횡을 비판하고 있다. 미디어에 의해 지배되는 치열한 영역 중의 하나가 정치분야다. 정치인이나 정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지향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정치'를 구사하지 않고는 유권자들한테 어필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박근혜,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서울대 대학원장이 예능프로에 출연해 지지율이 급상승한 건 이미 경험한 사실이다. 한자릿수에 머무르는 일부 대선 주자들도 탄탄한 이력과 정치적 경력, 훌륭한 삶의 궤적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영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 억울할 것이다.한 언론사가 '젊음 표심'을 알아보기 위해 인턴기자 45명한테 'OOO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냐'고 물었더니 흥미로운 대답이 나왔다.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공주'를 떠올렸고, 안철수 교수는 '속내를 알 수 없다' '소통'을 꼽았다.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선 '소방서 사건'을,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이장'과 '농부'를, 손학규 상임고문은 '철새정치인''저녁이 있는 삶''애매모호함'을 꼽았다. 이미지에 가려진 능력이나 진정성, 도덕성을 검증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보드리야르의 지적처럼 미디어가 만들어 낸 이미지가 아무리 실재라지만 그에 매몰돼선 안된다. 미래의 국가 통치자를 이미지만 갖고 선택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다. 미디어의 전횡, 이미지 정치의 폐해도 냉철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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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2.07.31 23:02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

서울 송파구청은 보건소나 구민회관 체육문화회관 등의 남자화장실에 아기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했다. 종전에는 여자화장실에만 설치했던 시설이다. 이는 유아를 동반한 부부가 자녀를 함께 돌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또 2009년부터 운행되는 서울지하철 9호선은 객실 손잡이가 다른 지하철과 조금 다르다. 179㎝의 남성용과 163㎝의 여성용이 번갈아 설치돼 있다. 또 7인용 의자 중간에 기둥 2개를 세워 손잡이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 전에는 성인 남성을 기준 삼아 167㎝ 한 가지로 설계했었다. 이로 인해 어린이나 노약자, 남성보다 키가 작은 여성들은 손잡이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이것을 성별영향분석평가를 거쳐 개선한 것이다.이같은 사례는 많다. 동일한 외모의 흉터에 대해 남녀 보험금액을 똑같게 적용한다든지 남녀 화장실 이용 평균시간(여성 2분 30초, 남성 1분 24초)을 고려해 여성화장실 변기수를 늘리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여기서 성별영향분석평가는 정책을 입안·집행·평가할 때 성별 요구와 차이를 고려해 여성과 남성에게 고르게 혜택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올 3월 16일부터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발효돼 정부의 법령이나 계획, 사업 등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조례 규칙의 제·개정시 △법률에 따라 3년 이상의 주기로 수립하는 중장기계획 △세출예산의 단위사업은 반드시 이 평가를 거쳐야 한다.이에 앞서 성인지 예산제도가 도입되었다.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제도다. 중앙정부는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지방정부는 2013년부터 시행토록 되어 있다. 이러한 성별영향분석평가와 성인지예산제도는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의 두 가지 중심축이다. 1995년에 북경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가 양성평등 촉진을 위해 주요 전략으로 도출한 것이다. 이제 양성평등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령이 아니라도 똑같이 대우받아 마땅하다.그러나 보편화·대중화를 위해 아쉬운 점이 있다. 너무 용어가 어렵다는 점이다. '성별영향분석평가 컨설턴트''성인지 예산''성 주류화''젠더 거버넌스' 등 대강 짐작은 가지만 용어가 애매하고 일반인에겐 너무 낯설다. 좀 더 쉽고 친근한 용어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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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07.30 23:02

소리꾼의 여름 산 공부

'노스승과 어린 제자들이 마주 앉았다. 삼복더위, 염천의 한낮 기세는 맹렬했다. 자리 펴고 앉은 지 금세,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물이 되어 줄줄 흘러내렸다. 그것도 잠시, '따딱 꿍!' 스승의 매서운 북장단에 제자들은 허리 곧추 펴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자칫 다른 생각에 마음 두다가는 장단을 놓치기 십상이다. 눈과 마음을 온통 스승의 눈과 입과 손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으니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여러해 전 고 오정숙 명창과 제자들의 여름 산 공부 현장을 찾았을 때 만난 풍경이다. 판소리 수련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목소리를 얻는,'득음'에 이르는 것과 자기 나름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판소리에 좋은 목소리를 얻는다는 것은 좋은 음색과 판소리에 필요한 모든 표현 기능을 완전하게 익힌다는 것을 뜻한다. 거기에 진정한 명창이라면 좋은 목소리에 자기 나름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일이 남아 있다. 그런데 득음과 창조적 변이형을 만드는 일은 스승에게 배우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들여다보면 한 시대 이름을 날렸던 수많은 명창들의 명성 뒤에는 한결같이 고행의 수련과정이 있다. 판소리에 적합한 목과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얻기 위한 수행은 고통을 스스로 얻고 또한 고통을 스스로 극복하는 시간의 연속 위에서 이루어진다. 득음을 향해 온전히 소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옛 사람들은 '백일공부'라 이름 붙였다.'백'이라는 숫자는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온'의 의미다. 다시 말하자면 '전부''모두''완전함 '을 뜻한다. 백일공부는 '100'이라는 숫자보다'완전함을 향한 공부'에 그 온전한 의미를 두었던 것이다. 옛 소리꾼들의 '백일공부'를 오늘로 치자면 '산 공부'와 같다. 기간이나 형식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졌지만 소리를 얻기 위해 집중적으로 몰두하는 수련의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명창들은 예나 지금이나 '산 공부'를 하기에는 한여름을 제격으로 친다. 올해도 더위를 몰고 온 7월의 초입부터 소리꾼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으로 절집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어떤 소리꾼은 제자들을 동행해 들어갔을 것이고, 어떤 소리꾼은 자기 수련을 위해 홀로 들어갔을 것이다. 소리꾼들의 여름은 시작도 끝도 분명하다. 그러나 득음의 경지에 이르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고행의 과정을 비로소 마주하는 득음의 경지는 그래서 더 숭고한 예술의 세계다. 변하지 않는 판소리의 가치에 우리가 뜨거운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도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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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2.07.27 23:02

대통령의 사과

이명박 대통령이 또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등과 관련한 촛불 시위 때 두 차례, 2009년 세종시 수정안과 2011년 4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때 한 차례에 이어 이번에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친인척과 측근 비리와 관련해선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사과다. 취임 후 벌써 여섯 번째 사과를 하다 보니 이 대통령 스스로도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재임중 친형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핵심 최측근들이 잇단 비리로 쇠고랑을 차면서 현 정권의 도덕성은 그야말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불과 10개월 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평했던 이 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깎아내렸다.물론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비리로 적잖은 사회적 파문과 물의를 빚어왔다. 전두환 정권 때 친형 전기환이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을 강탈한 혐의로, 동생 전경환은 새마을본부 회장을 맡아 공금 7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노태우 정권 때는 6공 황태자로 불리던 처조카 박철언이 슬롯머신 업자에게 6억 원을 받았다가 징역형을 살았다. 김영삼 정권 때는 소통령이라고 불리던 차남 김현철이 한보그룹 비리에 연루돼 66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됐다. 김대중 정권 땐 장남 홍일과 차남 홍업 삼남 홍걸 등 세 아들이 이권청탁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가 사법처리됐다. 노무현 정권 때는 형 노건평이 세종증권 인수 청탁 대가로 9억여 원을 받았다가 옥살이를 했다.하지만 이 정권만큼 친인척과 측근비리가 전방위적으로 드러난 전례는 없다. 현 정권 최고 실세로 상왕(上王),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 방통대군으로 통하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왕(王)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문고리권력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등. 이 대통령 임기중 구속되거나 사법처리된 사람만 모두 19명에 달한다.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할 날이 채 5개월도 안 남았다. 더 이상 친인척과 측근비리로 국민 앞에 머리 숙이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잘 보고 잘 뽑아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자긍심과 국격(國格)을 높이는 길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7.26 23:02

3인의 불편한 진실

전북서 지사를 3번 지낸 사람은 아직 없다. 강현욱지사가 민·관선으로 2번했고 유종근 지사는 민선으로 2번했다. 행시로 지난 74년 공직에 입문한 현 김완주 지사는 지난 89년 고창군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남원시장, 민선전주시장 2번, 도지사를 연임해 자치단체장만 17년째 하고 있다. 36년 공직 생활 중 고향 전북서 절반 가까이를 자치단체장만 하고 있다. 무척이나 관운이 좋은 사람이다.시중에서 그의 3선 도전에 관심이 많다. "김지사처럼 일을 열심히 잘하는 사람이 없어 다시한번 지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기 후반들어 김지사의 행보가 빨라졌다.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빈도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각계에 그의 지지자 (장학생)들이 많아 은연중에 김지사의 공로를 치켜세우면서 3선에 나가야 한다고 당위성을 편다.김지사는 4.11 선거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우군이었던 정세균도 종로로 떠났고 자신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정동영·신건은 낙선하거나 낙천했고 강봉균·이강래는 정계를 은퇴했거나 낙선한 바람에 홀가분해졌다. 3선인 최규성의원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을 맡았지만 그의 형 관계로 아직 대적할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고 3선인 김춘진 의원도 가까스로 당선됐지만 도당위원장 선거서 이춘석한테 패해 쉽사리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초선이 7명이나 포진해 김지사가 모처럼만에 전북 정치권의 중심에 섰다. 눈엣가시처럼 여겨진 무소속 유성엽의원의 복당이 절차만 남겨 놓아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 시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송하진 전주시장과 임정엽 완주군수의 움직임이다. 현재 전주·완주 통합을 앞두고 전주시의 상생방안이 가시화 돼 통합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럴 경우 그림판이 달라질 수 있다. 시중서는 송시장이 지사로 임군수가 통합시장으로 가는 게 순서라고 주장한 사람이 많다.취임초 경전철을 백지화시켜 김지사와 불편했던 송시장이 권력의지를 가다듬어 지사직에 도전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박원순서울시장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폭을 넓혀온 임군수는 통합시장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이 대선서 승리하면 전북권력도 재편된다. 그 때 김지사가 MB에게 보낸 새만금 감사의 편지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7.25 23:02

전주에는 없는 '두 개의 문'

독립영화 '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 홍지유)은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다.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철거현장에서 경찰이 철거민을 진압하던 과정에서 화재사고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 등 6명이 숨졌다. 용산 재개발사업의 피해보상이 마무리돼 가는 단계에서 이주보상금이 너무 적다고 주장하는 일부 세입자들이 철거용역업체 사무실 건물을 점거, 농성에 들어가자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했다. 당시 경찰 특공대원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영화를 관람한 뒤 "재임기간 중 강제철거는 하지 않겠다."고 피력하기도 했다.'두개의 문' 이 파죽지세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개봉(6월21일) 한달여 만에 5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누적 관객이 5만1,350명이었다. '워낭소리' 이후 독립영화 최고 기록을 갖고 있던 '후회하지 않아'(4만3,348명)를 능가하는 기록이다.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는 관객 5000명을 넘기기가 힘들다. 흥행 성공의 배경은 정의에 대한 갈망과 망각에 대한 반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정서가 3년이 지난 뒤에도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 사회성 짙은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이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김일란 감독도 "절망적 상황을 희망의 에너지로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이 이 영화와 접점을 이뤄 발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인다면 대선을 앞두고 유명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것도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 전주에서는 이 영화를 관람할 수가 없다. 전국 유일의 독립영화제 고장에서 독립영화를 관람할 수 없다니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이 상업영화에 치중하면서 상영기회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 청주 강릉 광주 대전 부산 대구 등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모금(190만원)운동을 통해 일반극장을 '대관'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전주시는 너무 소극적이다. 시내에 디지털독립영화관이 있는 등 전주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여건이 좋은 데도 아예 머리를 쓰지 않을 모양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 30억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42개국에서 184편에 이르는 독립영화를 초청한 전주에서 우리나라 독립영화 하나 볼 수 없다면 전주시는 뭐라 대답할 텐가.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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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2.07.24 23:02

부채 이야기

조선 후기, 대학자요 글씨로 유명한 김정희와 부채(扇子)에 얽힌 얘기 한 토막. 김정희가 하루는 외출을 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못보던 부채짐이 놓여 있었다. 청지기에게 "웬 부채짐이냐"고 물었더니 "부채장수가 부채를 팔러 왔다가 해가 저물어 하룻밤 묵고 가기를 청해 객방에 들였다"고 대답했다. 그런가 하고 사랑채로 들어가 앉았는데, 그날 따라 심심한데다 부채에 글씨를 쓰고 싶은 생각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청지기더러 그 부채짐을 마루에 들여놓게 하고는 부채를 한아름 꺼내 쓰고 싶은 글귀를 쓰기 시작했다. 이튿날 부채장수가 떠나려고 보니 주인 영감이 부채에 잔뜩 글씨를 써놓지 않았는가. 부채장수는 물건을 못쓰게 만들어 놓았다며 탄식했다.이를 본 김정희는 "추사선생이 쓴 글씨부채라 하고, 값을 몇곱절 내라고 하면 다 사갈 것이니, 자네 나가서 팔아보게나"하였다. 부채장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거리에 나가 일러주는 대로 하였다. 그랬더니 부채가 순식간에 다 팔리고 말았다. 재미를 본 부채장수는 김정희를 또 찾았다. 그러자 김정희는 "그러한 것은 한 번으로 족하지, 두 번을 해서는 안되네"하고 써주지 않았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부채는 크게 방구부채(둥근부채)와 접(는)부채(쥘부채)로 나뉜다. 방구부채는 부채살에 깁(紗)이나 비단, 종이를 붙여 만든 둥근부채다. 접부채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부채살에 종이를 붙여 만든 것이다. 전국적으로 접부채는 전주, 방구부채는 남원의 생산량이 가장 많다.원래 방구부채는 중국이, 접부채는 일본이 역사가 오래되었다. 부채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견훤조'에 나온다. 고려 태조가 즉위하자 견훤이 그 해 8월 공작선(孔雀扇)과 대화살(竹箭)을 보냈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전주는 그 만큼 부채의 역사가 깊다. 곧고 단단한 대나무가 많았고 무엇보다 질 좋은 한지가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주사람들의 예술적 감각이 덧붙여졌다. 그래서 전주의 부채를 제일로 쳤다. 태풍과 폭우가 끝나자 무더위가 기승이다. 너도 나도 선풍기와 에어컨에 몸을 맡기면서 전력 수요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때일수록 태극선과 합죽선 속에 잠들어 있는 바람을 불러오면 어떨까. 깊은 산골짜기나 푸른 강물에서 일어나는 서늘한 바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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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07.23 23:02

정기용의 무주프로젝트

지난해 3월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1945~2100)의 마지막 2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보았다. 영화는 시대와 긍정적으로 만나지 못한, 철저하게 자연과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에 생애를 바친 건축가 정기용의 철학과 삶의 여정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8일 개봉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관객 4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상업영화도 아닌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에 4만 명 관객은 예사롭지 않은 숫자다. 자연히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는 응용미술을, 대학원에서는 공예를 전공한 그는 프랑스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파리 장식미술학교·제6대학·제8대학에서 실내건축·건축·도시계획을 전공했다. 1986년에 귀국해 기용건축을 열었으며, 지금까지 줄곧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만들기에 몰입해왔다. 자연과 감응하며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을 위해 치열하게 작업해온 그의 철학은 공공건축물에 담겨져 대중들과 만났다. 그의 이름을 알리고, 건축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새롭게 인식시켜준 통로 또한 이들 공공건축물이다. 전국 각 도시에 지역마다의 특성을 살려 만들어진 '기적의 도서관'이 그 대표작이다. 대장암 말기의 고통 속에서도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전시회를 위해, 다큐멘터리를 위해, 회사일과 강의를 위해 보내는 그의 일상을 통해 영화는 담담하게 그가 지켜온 건축 철학과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화려함이나 웅장함으로 스스로 돋보이려는 건축물 대신 소박하고 아담하지만 자연과 사람을 존중하는 건축물을 꿈꾸었던 그가 왜 대한민국의 공공건축사를 새로 쓴 건축가로 평가받는지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남겼다. 우리지역은 특히 그가 공공건축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공간들이 많이 있다. 정읍기적의 도서관, 김제지평선중학교도 그렇지만 1996년부터 10년여 동안 자신의 철학을 모두 쏟아 작업했던 무주 프로젝트로 태어난 30여개 공공건축물은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다. 지금은 천 원짜리 목욕탕으로 전국적인 이름을 알린 안성면주민자치센터, 무주공설운동장의 등나무 스탠드, 세상에서 가장 밝은 납골당이 자리한 추모의집 등 무주 곳곳에 숨어있는 정기용의 건축물은 그 자체로 무주군의 큰 자산이 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적지 않은 건축물의 원형이 훼손되었거나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정기용의 건축물을 보기위해 지역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작 무주에서는 그들 공공건축물의 가치를 소홀히 여겨 남의 것처럼 밀쳐두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7.20 23:02

대선 관전 포인트

올 12월 19일 치러지는 제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큰 틀의 경선 룰을 확정했다. 아직 세부 경선 규칙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남아있지만 총론이 정해진 만큼 여야가 정한 시간표대로 후보 선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누가 여야 대표선수로 나서며 누가 승자가 될 것이냐에 쏠려있다. 여야 대선 후보로는 현재 3~4명 정도가 가시권에 있지만 야권의 경우 여러 변수가 많아 섣부른 예단을 불허하고 있다.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는 새누리당의 경우 경선이 치러지긴 하지만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듯 싶다. 그동안 비박 주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강력 요구했었지만 박 전 위원장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현행 당규대로 당원과 국민참여 5:5로 확정했다. 이에 반발한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경선불참을 선언하면서 맥빠진 경선 구도로 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박 전 위원장을 따라잡기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차기 대권주자를 노린 2위 다툼이 예상되지만 국민들의 관심도가 낮은데다 당내 여타 잠룡들도 많아 경선 열기를 띄우기에는 역부족일듯 싶다.반면 통합민주당에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 17일 전격 결선투표제를 수용함에 따라 경선 레이스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이 결선투표에서 전략적 연대 가능성도 예견됨에 따라 예측불허의 상황이 예상된다.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지난 1970년 9월 신민당의 대선후보 경선때 1차 투표에서 YS(421표)가 DJ(382표)를 앞섰지만 결선 투표에선 이철승 후보의 부동표를 흡수한 DJ가 458표로 과반을 넘겨 410표에 그친 YS를 이겼다.하지만 민주당 대표주자로 선출되어도 야권 유력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안 원장과의 단일화 경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야권 후보단일화 관문도 남아있다. 이럴 경우 범야권 대선후보 경선은 국민적 흥행몰이에 나서면서 대선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여당과 범야권, 누가 12월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될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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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2.07.19 23:02

승자 독식주의

직선제로 대학 총장이 된 한 교수의 말이 떠 오른다. 선거가 끝나고 난 직후 곧바로 찬·반대자 명단을 없앴다고 했다. 승자로서 아량을 베푸는 시혜성 발언으로 들렸다. 그 이유는 명단 유무가 중요치 않다. 명단을 없앴다고는 했지만 머릿속 명단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지지자들은 후보가 내건 공약이 좋아서 아니면 인간적 매력에 끌려서 찍을 수 있지만 결국은 이해관계가 판단 기준이 된다.선거를 통한 권력의 획득 목적이 편가르기를 통한 밥그릇 챙기기다. MB가 고소영 내각이란 말을 들어가며 인사를 한 것도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보은차원에서 한자리씩 나눠 줬다. 선거직은 재선 하려고 자기사람 심어 표 관리하는 게 기본이다. 승자는 모든 권력을 독차지 하기 때문에 중간파나 반대자들은 국물도 없다. 오히려 밉보였다가는 핍박과 박해를 당할 수 있다.도내도 승자독식주의가 판친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모든 분야에서 선거 때 어느쪽으로 줄섰느냐로 엇갈린다. 주류와 비주류 개념도 똑같다. 어떤 공조직에도 영향력이 큰 사람은 뒷 배경이 있게 마련이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큰 소리 친다. 후보와 과실을 나눠먹는 사인데 무슨 말이 필요 하겠는가. 선거 때 돈 써가며 선거운동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 몫 많이 챙기기 위해서다.지사나 시장 군수의 권한이 실로 막강하다. 도내는 의회와 집행부를 민주당이 장악,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먹이사슬 구조가 만들어졌다. 김완주지사도 민·관선 자치단체장을 17년간 오래 동안 하다 보니까 그를 가까이서 보좌했거나 선거 때 물불 안가리고 도왔던 사람들을 측근으로 많이 기용했다. 냉정히 살피면 그 사람들의 능력이 뛰어 나서 쓴 것이라기 보다는 선거 때 도와준 인간적 관계가 더 끈끈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측근이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오래 호가호위(狐假虎威)하다 보니 김지사의 여론이 나빠졌다.전북은 각종 선거로 갈기갈기 찢겨 있다. 하나로 힘을 모아도 힘든 판인데 자치단체장들이 선거 때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챙기는 바람에 지역이 분열됐다. 빈수레가 요란하듯 지금 전북 사회는 승자독식만 설쳐대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관변서 꿀단지 맛을 본 사람들은 전북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장본인들인 만큼 책임이 크다. /백성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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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2.07.18 23:02

정동영 복기(復棋)

바둑이 끝난 뒤 수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보는 것이 복기(復棋)다. 좋은 수를 두면 유리해지고 나쁜 수를 두면 불리해지는 인과법칙의 게임이기 때문에 복기를 통해 패배의 원인을 따져보는 것은 훌륭한 공부가 된다. 복기는 프로들이 제자를 가르칠 때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지도법칙이기도 하다. 이창호 9단이 소년시절 조훈현 9단의 내제자로 입문했을 때 밥상머리에서 복기 지도를 받곤 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복기의 미덕은 어디 바둑뿐이겠가. 인생도,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동영 민주당 고문이 지난주 대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한때 최대 조직을 거느렸고 대선 후보로서 날렸던 과거를 생각하면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정 고문은 지난 대선에서 떨어진 뒤 '나는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다'는 반성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참여정부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때 모든 것을 걸고 대통령 앞에서 방향 전환을 주장하지도 못했다. 분양원가공개 공약이 좌초당할 때 반기를 들지 못했다. 한미FTA를 초고속으로 밀어붙일 때도 비켜서 있었다." 차기 대선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으리라. 몇차례 '악수(惡手)'도 두었다. 2009년 4.29 재보궐 선거때 자신의 원래 서울 지역구를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와 손쉽게 당선됐다. 뼈를 묻겠다던 장수가 후방으로 내려와 보급품을 챙긴 격이다. 무관(無冠)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탓이리라. 또 대선후보까지 지냈으면서 당의 주문을 거스르고 무소속으로 출마, 공천후보를 거꾸러 뜨린 것도 거물스럽지 못한 처신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를 서울로 이전한 것도 막판 마지못한 결정 아니던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몽골기병' 답지 못한 행태들이다. 반성문을 쓴 뒤 정 고문의 행동은 달라졌다.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기울였고 4대강 개발 반대와 한진중공업 사태 때도 열의를 보였다. 진정성과 존재감 두 포석 차원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마음을 비웠다. 정치인이 대중에게 잊혀진다는 건 곧 죽음이다. 이런 걸 극복하고 "한 발 뒤에서 정권 교체에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했다. 훗날 복기에서 잘한 결정으로 해석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정치이기 때문에 그렇다. 계산하지 않는 우직한 정치가 길게 보면 가장 좋은 길일 수 있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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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2.07.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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