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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황사

전라도의 산천은 황톳빛이다. 대륙의 누런 흙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바다를 건너 맨 먼저 닿은 곳이 전라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흙먼지가 수 천, 수 만년 동안 날아와 쌓이다 보니 전라도의 산천도 누런 빛이 되었다. 그래서 전라도의 풍토는 대륙을 닮았다.황사(黃沙/砂)는 말 그대로 '누런 모래'라는 뜻이다. 세계적으로는 '아시아의 먼지(Asian Dust)'라 불린다. 주로 중국과 몽골의 사막과 그 일대에서 생긴 먼지가 강한 바람을 타고 모래폭풍이 돼 날아 오르는 것이 원인이다.황사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신라 때인 174년이다. 삼국사기에 '하늘에서 흙가루가 비(雨土)처럼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으며, 644년 고구려에서는'붉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이후 이러한 기록은 무수히 나온다. 이같은 황사는 원래 해로운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황사는 그 속에 섞여 있는 석회 등의 알칼리성 성분이 산성비를 중화함으로써 토양과 호수의 산성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또 식물과 바다의 플랑크톤에 유기염류를 제공했다. 그러나 중국에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흙먼지 뿐 아니라 각종 분진과 황산염 질산염, 그리고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 발암물질 등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발원지 일대에 사막화가 심해져 발생기간도 길어졌다. 이러한 피해는 1년 중 4월, 그리고 전라도 등 서해안 지역에 집중돼 나타난다.황사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 큰 피해를 주고, 간혹 미국에까지 날아간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황사로 인한 우리나라의 피해는 181만여 명의 환자발생과 유무형의 피해를 합쳐 7조 3000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중·일 환경장관회의가 열리고 환경기금사업 등이 펼쳐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몽골에 나무 심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근본 대책으론 어림도 없는 상태다.기상청은 "이번 주부터 올해 황사가 본격화된다"고 밝혔다. 꽃샘 추위와 함께 봄의 불청객 황사가 찾아온 것이다. 황사가 나타나면 시야가 좁아지고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 등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을듯 하다. 곧 4월 총선이 닥치는 등 이래저래 어수선한 봄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03.26 23:02

도심의 문화생태마을

낡은 건물의 리모델링을 통해 도심을 살린 영국의 사례를 소개한 글을 읽고 독자 한분이 전화를 주셨다. 그는 전문가들이 소도시나 읍면 단위에 방치되어 있는 건물 대부분이 작은 공간이라는 것을 주목해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도시 재생을 위한 도심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유럽의 도시들 중에는 작은 마을 단위의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독일 서베를린에 있는 문화생태마을 우파파블릭(ufa Fabrik)도 그 중 하나다. 도심에서도 문화생태마을을 향유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우파파블릭은 '물론'이라고 명쾌하게 답한다. 우파파블릭은 1920년대 포츠담의 필름영화제작소가 지원하는 필름현상소였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생기면서 현상소는 동베를린에, 촬영소는 서베를린으로 나뉘게 되자 더 이상 현상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일었던 1960년대, 유럽권의 젊은 세대들이 베를린으로 이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곳 우파파블릭에도 100여명이 이주해왔다. 버려졌던 공간은 오래되고 낡아 생활에 큰 불편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남아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자리를 잡은 뒤 '길드'를 형성해 마을을 꾸렸다. 대부분 재생공간들이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주민들의 일상을 바꾸는 시설로 기능한다면 이곳은 공동체 삶을 지향하는 마을 단위의 공간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본격적인 작업은 1978년에 연 페스티벌로 시작됐다. 3개월 동안 이어진 이 축제는 작은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도심의 쓰레기와 쓰지 않는 물건들이 이들 작업의 재료가 됐다. 환경 친화를 주제로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동양의 명상법을 배웠으며 세계 최초로 태양열목욕탕과 물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자연발효화장실을 개발했다. 이듬해 6월, 우파파블릭은 공식적으로 출발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우파파블릭은 모든 의사결정을 회의와 토론으로 결정하고 거주자들은 카페와 레스토랑, 빵공장 등에서 그룹별로 일한다. 빵집에서는 하루 2천개의 빵을 만들어 베를린 전역으로 판매한다. 2007년 현재 입주자는 12세대 30명. 200명의 협력자가 있으며 2006년에만도 210개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지금은 연간 25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명소가 됐다. 우리도 둘러보면 이런 공간, 이런 마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얼마든지 많이 있지 않을까.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3.23 23:02

감동없는 공천

얼굴은 절반이상 바뀌었다. 하지만 감동이 없다. 민주통합당 공천 결과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각이다. 왜 그럴까. 나름 개혁공천을 시도한 민주통합당 입장에선 이 같은 평가에 억울할 수도 있다. 도내 11개 지역구 가운데 6곳을 새 인물로 교체했다. 도민들의 세대교체 욕구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물갈이 폭은 탄핵 바람이 거셌던 17대 총선에 버금가는 규모다. 여기에 전주 덕진의 낙하산 논란도 불식시켰고 동성 대결로 빛은 바랬지만 어찌됐든 여성도 배려했다. 그럼에도 왜 도민들은 민주통합당의 공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대폭 물갈이에도 왜 박수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일까. 당과 공심위 일각에선 내용은 좋은데 포장이 잘못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극적 효과를 노리는 발표전략이 미숙해서 그렇다는 분석도 있다.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다. 강철규 공심위원장도 "비록 보여주기식 공천을 하지 않아 외부의 평가는 인색했지만 실제로는 시스템 공천을 통해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물갈이 폭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다.하지만 이번 민주통합당 공천이 국민과 도민의 마음을 얻는데는 실패했다.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누누이 역설했던 한명숙 대표도 엊그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공천이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깊이 반성한다"고 자인했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이번 공천에 대해 국민의 실망이 크다"면서 스스로 최고위원직을 내던졌다.개혁공천이 실패한 것은 애초부터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딴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 말로만 공천혁명을 표방했던 것을 순진한 국민들만 몰랐다는 얘기다. 강철규 공심위원장도 이 같은 정치인들의 표리부동을 실감했을 것이다. 공심위 결정이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뒤집어지고 바뀌고. 이를 위한 연막으로 원칙주의자라는 간판이 필요했을까.계파 나눠먹기, 특정 인맥 챙기기, 세습 공천, 모바일 동원 경선, 금권 조직 선거, 여론조사 조작 등등. 이번 민주통합당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실상이다.그 같은 행태를 욕하는 유권자들도 한심스러울 뿐이다. 그런 정치인들을 뽑고 안 뽑고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음에도 권리행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3.22 23:02

공깃돌 된 도민

지역 민심이 뒤숭숭하다.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잇달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한명숙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 주겠다는 말도 다 새빨간 거짓말이 됐다"고 날을 세운다. 일부 지역구에서는 노골적으로 금품선거와 동원선거가 이뤄졌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공천심사위가 경선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서도 그 기준이 애매하고 모호했다"며 "이래도 민주당을 지지해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민주당이 호남 공천작업을 하면서 뭔가를 보여 주려고 단단히 벼렀던 것 같다. 정세균과 정동영이 지역구를 서울로 옮긴 건 당이 처한 상황에 따른 본인들의 선택이었다. 대선 후보군으로 자신의 정치적 생명줄을 연장시키거나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눈여겨 볼 대목은 3선의 강봉균의원과 국정원장 출신의 신건의원을 탈락시킨 대목이다. 강의원은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정계은퇴를 선언한 반면 신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여야 공히 12월 대선을 앞두고 총선 때 한판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공천이 당리당략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공천의 생명은 공정성이 담보될때만 그 진가가 나타난다. 우리가 공천했으니 알아서 찍으라는 건 오만방자한 무책임한 짓이다. 그건 민주당이 아직도 자기네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착각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도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서 갖고 노는 공깃돌처럼 유권자를 여기기 때문이다.눈길을 당명까지 바꾼 새누리당 쪽으로 돌리면 더 한심하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지난 18대 때는 전 지역구에서 후보를 냈지만 이번에는 4개 지역구를 제외, 7개 지역만 후보를 냈다. 쓸만한 사람이 없어서 공천을 못했다고 말하지만 새누리당이 얼마만큼 노력 했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2 도지사 선거 때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장관이 출마해 18.2%를 얻은 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게 새겼어야 옳았다.무작정 표만 안준다고 불평을 늘어 놓을 게 아니라 먼저 능력자를 내놓으라는 말이다. 새누리당은 지역을 업신 여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박근혜비상대책위원장이 밝혀온 비례대표마저 눈길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총선서 이용하는 것밖에 안된다. 결국 도민들이 민주당한테 푸대접 받고 새누리당한테는 무시 당한 꼴이 됐다. /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3.21 23:02

진짜 공천혁명

'주먹구구 우왕좌왕, 여야 공천혁명 용두사미'(강원일보 19일자) '모바일 경선 각종 잡음, 혁명 호언 구태로 끝나'(부산일보 19일자) '밀실 돌려막기 검증 포기 공천반발 확산'(경인일보) '새누리당 대구공천, 변칙 돌려심기 결정판'(매일신문)' '민주, 국민경선 후폭풍 거세다'(광주일보)여야 공천을 두고 지방신문이 보도한 정치기사 제목들이다. 어느 지역이나 공천 결과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 공천 때마다 누군가 공천을 받으면 낙천자가 있기 마련이다. 반발도 거세다. 공천이 끝나고 나면 시끄럽지 않은 적이 없지만 이번 공천은 유난히 어수선하다. 반발, 탈당, 무소속출마 등이 잇따르고 있다. 감동도 없고 공감도 약하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여야 모두에게서 결기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민주통합당은 야권연대를 이루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컸고 결국 통합을 성사시켰다. 새누리당은 당명까지 바꾸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 위원장과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는 '공천혁명'을 약속했다. 그랬던 두 당의 공천평가는 기대 이하다. 말로는 시스템에 의한 공천을 한다고 해놓고 고무줄 잣대를 적용했다. 도덕성과 정체성을 이야기했지만 일관성이 없었다. 세습공천 논란도 있다. 밀실공천, 계파공천이 판쳤다. 결국 누더기 공천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무원칙, 주먹구구, 갈팡질팡 공천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개혁과 쇄신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실망은 클 수 밖에 없다. 공천은 원래 인사권이 있는 관아에서 사람을 추천하는 것을 뜻했다. 덕망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을 추천하면 그 중에서 임금이 낙점해 등용시켰다. 그래서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 선생 같은 이는 '천하우락 재선거(天下憂樂 在選擧)'라고 했다. 세상의 근심이나 즐거움이 모두 사람을 얼마나 잘 골라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 출마할 당원을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정당의 공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야 공천이 거의 마무리됐다. 246개 시장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제대로 된 상품인지, 하자가 있는 상품인지 골라내는 일만 남았다. 판단은 이제 유권자 몫이다. 선구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당이 공천혁명을 이뤄내지 못하면 유권자가 해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게 진짜 공천혁명이다. /이경재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03.20 23:02

익산역 100년

우리나라에 철도가 들어 온 것은 1899년이다. 이 해 4월 서울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에 전차가 처음 운행되었다. 이어 9월에는 인천~노량진 간에 경인선이 개통되었다. 그리고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이 개통되었다.대전- 목포 간의 호남선은 1910년 착공되었다. 대전과 목포에 건설본부를 설치하고 남북에서 동시에 공사를 시작했다. 맨 먼저 대전~연산 간이 1911년 7월 영업을 시작했고 연산~강경 사이가 그해 11월, 강경~이리(익산)와 이리~군산의 지선이 1912년 3월 6일 동시에 영업을 시작했다. 꼭 100년 전 일이다.이 때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진다. 당초 호남선은 설계상 노선이 이리를 통과하게 되어 있지 않았다. 연산~전주~김제~정읍~목포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즉 서쪽 근교인 조촌면 매암리(梅岩里·지금의 전주시 원동)로 해서 김제 부용(芙蓉)으로 빠져 나가게 되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전주 유지층 일부에서 "어허, 고약한 지고, 철도가 들어 와 터를 울리고 맥을 끊다니…"하며 철도 진입 반대운동을 벌였다. 또 일부 유지들은 철도가 뚫리면 다른 지역 상인들이 몰려올 것도 염려했다.이와는 반대로 군산에서는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철도 유치운동을 폈다. 직접 군산을 통과할 수 없다면 가까운 지경리(地境里·지금의 대야)를 경유케 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쪽에선 철도가 지나가선 안된다고 하고, 한쪽에선 끌어오려는 묘한 모습이 벌어진 것이다.이처럼 양 지역에서 줄다리기를 하자 총독부는 중간지점인'이리(익산)'통과로 노선을 수정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게 오늘날의 익산역이다. 익산역이 들어선 곳은 당시 익산군 남일면(南一面)의 한촌에 불과했다. 10여 가구가 모여 살며 속리 또는 솜리라 불렸다. 만경강변인 목천포 등에 제방이 막아지기 전까지 갈대밭이 무성했고 게가 득실거렸다.익산역은 1977년 엄청난 화약 폭발사고를 당했다. 또 익산역은 나훈아가 불러 유명해진 국민애창곡 '고향역'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임종수씨(순창 출신)는 학창시절 삼기면에 있던 형집에서 익산 남성중·고를 다녔다. 기차통학을 하면서 철길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보고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을 되살려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호남 전라 장항 군산선의 분기역으로 발전한 익산역이 10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03.19 23:02

서원(書院)의 재발견

한국의 서원(書院)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 신청한 조선 시대의 대표적 서원 9개를 엮은 '한국의 서원' 등재가 확정된 덕분이다.조선 시대 유교 문화의 거점인 서원과 향교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이자 유교 성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향교가 유림이 운영하는 공립학교라면, 서원은 문중이 운영하는 사립학교랄 수 있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 성리학이란 일관된 가치관이 있었다면, 서원은 그 참교육의 장을 지향하며 자연 속에서 도를 추구했던 선비문화의 요람이었다. 선비들이 우주와 인성의 본질을 탐구하고 마음을 닦아 군자되기를 희구하던 성리학의 배움터이자 지성들의 집회 장소였던 서원은 또한, 서적과 판본의 유통과 확산의 중심 공간이기도 했다. 서원은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건물들이 소박 간결한 유교적 건축미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주변 경관과 조화되는 한국 특유의 공간유형과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한 전역에는 700여 개의 서원이 남아 있다. 거의 대부분은 해방 후 복원 된 것들이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은 서원이 당쟁과 민폐의 뿌리가 됐다하여 철폐 조치를 내렸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서원이 훼손되거나 없어지고, 47개의 서원만이 살아남았다. 이번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된 9개 서원은 정읍의 무성서원을 비롯해 영주의 소수서원,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대구의 도동서원, 함양의 남계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장성의 필암서원 논산의 돈암서원이다. 건축물의 형태가 특히 잘 보존·관리되어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들이다. 얼마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들 서원을 단순히 보존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 공간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죽은 전통으로서가 아니라 유교 문화의 소중한 유산으로서 가치를 주목하자는 것이다. 실제 오늘날 서원은 대부분 박제된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다. 물론 오래전에 서원의 가치를 주목한 자치단체와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선비문화교육과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은 곳도 있다. 안동의 도산서원이나 영주의 소수서원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에게도 역사적 의미가 돋보이는 훌륭한 유산 '무성서원'이 있다. 그러나 도산서원이나 소수서원처럼 오늘을 사는 사람들과 호흡하는 공간으로는 아직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3.16 23:02

돌고래 제돌이

요즘 돌고래 '제돌이'가 언론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수족관에서 관람객들에게 돌고래 쇼를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던 돌고래가 제 고향인 제주도 앞바다로 다시 보내지게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마치 영화 '프리윌리'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 다만 수족관에 갇힌 주인공이 범고래가 아닌 국제 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제돌이의 귀향(歸鄕) 소식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좁은 수족관에 갇혀 사는 광대역할에서 해방되어 다시 드넓은 고향으로 돌아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돌이의 운명이 뒤바뀐 것은 10살(추정) 무렵인 지난 2009년 봄. 어부들이 바다에 쳐놓은 그물에 잡히면서부터다. 불법 포획된 돌고래는 제주도의 돌고래쇼 업체에 700만~1000만원에 팔리게 됐고 이 업체에서 다시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졌다. 여기서 제돌이는 점프와 꼬리 튀기는 기술 등 1년 정도의 훈련기간을 거쳐 쇼를 보여줬다. 다행히 뒤늦게 불법 포획사실이 적발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제주지방법원에서 검찰과 업체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어제 열린 2차 공판까지 검찰과 업체 측은 돌고래 방생을 놓고 생존가능성에 대한 법정 공방전을 벌였으며 검찰에선 '몰수형'을 구형할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제돌이를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제주 앞바다에 제돌이의 야생적응 방사장을 만들고 내년 6월까지 보낼 계획이다. 이 곳에서 1년 정도 살아있는 먹이 잡는 방법 등을 익힌 후에 2014년 6월께 큰 바다로 풀어 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자그만치 8억7000여만에 달한다. 방사장 시설비와 수송비 사료비 방사연구와 인건비 등 인간의 탐욕을 비우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관건은 과연 제돌이가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야생에서 벗어난 지 3년이 다 되어서 야생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무리들과의 적응은 가능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고 해외 연구도 성공과 실패 사례가 제각각이다. 수족관이 아닌 친구들과 바닷 물살을 가르며 솟구치는 제돌이의 모습이 즐거운 상상으로 다가온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3.15 23:02

지방권력 교체

지방권력의 중심에 국회의원이 서 있다.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만들 수 있다. 지역정서를 이용해서 쉽게 정치를 해온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은 가히 무소불위의 힘을 써왔다. 지역에서 국회의원 눈 밖에 나 면 선거직에 나서기가 힘들다. 이런 특이한 정치 구조가 20여년간 이어져 와 지역이 피폐해졌다. 그렇지만 지금도 민주통합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리하기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조차 불법이 저질러졌다. 정동영의원이 심야에 당직자를 불러 모아 유종일 예비후보를 지지하도록 지시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같은 힘 때문이었다. 모바일과 현장투표 선거인을 하나라도 더 모으려고 안간힘을 쓴 것은 서로간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역의원과 지방의원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철저히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공천을 보장 받으려고 선거인단 모집에 그래서 열을 올렸다. 지방의원은 일개미처럼 표 모으는데는 최고다.각 지역서 어느 고등학교 출신이 국회의원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권력지도가 달라진다. 지금 우리 사회서는 고등학교 학연이 가장 중심을 이룬다. 군산 제일고 선후배간 맞대결이 이뤄진 군산과 전라고 1년 선후배간의 경쟁이 펼쳐진 무 진 장 임실 지역구에서는 두 학교 동문들이 경선 기간 동안 오히려 표정 관리 하느라 신경을 무척 썼다는 것. 드러내 놓고 지원하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누가 돼도 국회의원 당선이 유리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이 고장 대표 명문인 전주고등학교 출신이 4명 밖에 공천장을 거머쥐지 못했다. 현 18대 6명이 현역으로 포진해 있는 것과 비교된다. 군산서 고시 3관왕 출신 김관영변호사의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군산 권력 지도가 바뀔 전망이다. 무 진 장 임실서 전라고 출신 박민수변호사와 모바일과 현장 투표서 뒤진 익산의 전주여고 출신 전정희후보가 여성가산점을 얻어 3선의 조배숙의원을 꺾은 것이 변화와 개혁의 시발점이 됐다. 4·11 총선 결과에 따라 도내 권력도 달라진다. 도민들이 현역의원들을 바꾸고 싶어하는 이유가 제 역할을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들 밑에 있는 지방의원들이 지역에서 목에다 힘이나 잔뜩 주고 다니면서 호가호위하는 꼴이 더 싫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3.14 23:02

'자신의 그릇만큼'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다."(법정스님의 '무소유') 그제가 법정스님 입적 2주기였다.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편향성이 난무하는 오늘날 스님의 무소유 삶의 울림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법정스님은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을 길어다 마시는 찬 한잔"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정치사상가인 알렉시스 토크빌(18051859)도 물질적 풍요 뒤의 병리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으로 유명한 그는 7개월간 미국 여행을 하면서 자본주의 사회 구성원들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삶에 대한 회의에 빠져 있는 걸 간파하고 비판했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볼 때마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물질만능의 병리현상은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할 때 더 가난해지는 법이다. 빚을 비관해 어린 두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려 했던 비정한 엄마가 있었고 민주통합당 경선 참여를 요구하며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려 한 정치인도 있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중 1위다. 슬픈 현실이다. 한해(2010년)에 1만5566명이 자살했으니 하루 평균 42.6명 꼴이다.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 수록 육신은 편안한 반면 정신은 피곤해진다. 정신적으로 얽매일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질과 권력, 명예를 가질 만큼 다 가졌어도 삶에 대한 회의를 떨치지 못한다. 처방은 없을까. 법정스님은 자족(自足)이 교훈이라고 가르친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안에서 만족하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는 것이다. "우리가 적은 것을 바라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남들이 가진 것을 다 가지려고 하면 우리 인생이 비참해진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몫이 있다. 자신의 그릇만큼 채운다."('자신의 그릇만큼'에서) 총선 상황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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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12.03.13 23:02

전주대사습

300여 년전 동짓날이면 전주부성 안에는 큰 잔치가 벌어졌다. 전국의 소리 좀 한다는 광대들이 모두 모여 북적였던 것이다.이 잔치는 두 군데서 열렸다. 한 군데는 전라감영(全羅監營) 통인청이요, 다른 한 군데는 본부(本府) 통인청이다. 오늘로 말하면 전라감영은 전북도청이요, 본부는 전주시청 격이다. 여기서 통인(通引)은 도지사나 시장의 잔심부름을 맡아 하는 말단 공무원이다. 이들 말단 공무원들이 상관의 결재없이 판소리 광대를 불러 들여 잔치판을 연 것이다.양 통인청은 서로 자기편에 가량이 뛰어난 광대를 모시기 위해 경쟁했다. 한 달 전부터 수 백리 밖에까지 수소문했다. 초청된 광대는 솜씨 좋은 음식점을 선택해 모셨다. 오늘날 민박과 같은 음식점들은 대부분 숙박비를 받지 않았다. 대신 광대들은 한 달 동안 목을 풀고 발성연습을 하는 등 수련에 힘썼다. 승패는 광대의 기량에 의해 판가름났다. 뛰어난 광대가 소리하는 곳에 관중이 몰리고 그 자리에서 최고의 아이돌이 탄생한 것이다. 그들에겐 명창이라는 호칭이 따랐다. 덕분에 판소리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다. 때론 잔치가 과열돼 양 팀간에 투석전이 벌어지기도 했다.또 이 잔치는 심사위원도, 특별한 상도 없었다. 귀명창들의 박수소리가 심사였고, 곧 바로 입소문으로 번졌다. 이렇게 해서 인정을 받은 명창들은 여기 저기 초청되었다. 궁중에 들어가 임금 앞에서 소리를 하고 벼슬과 양식을 후히 받기도 했다. 이 큰 잔치가 바로 전주대사습(大私習)이다. 당시 본부광대로 알려진 이는 장자백 정창업 김세종 송만갑 염덕준 등이고, 영문광대는 이날치 박만순 주덕기 장수철 등이다. 또 소속이 불분명한 광대는 모흥갑 유공열 배희근 김창환 김정근 공창식 유성준 전도성 송업봉 박태섭 등이다.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쟁쟁한 가객들이다. 이같은 대사습이 일제 때 중단되었다가 1975년에 부활했다. 부활 이후 내노라 하는 명창들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심사와 조직 운영의 공정성, 지나친 TV 프로그램화 등의 비판도 없지 않았다.마침 대사습이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초 지역의 관과 민이 힘을 합쳐 자발적으로 만든 축제인 점에 비추어 보면 탐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악의 보전과 계승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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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03.12 23:02

아파트 공화국의 도시

"전주를 처음 왔을 때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아파트 건물들이었습니다. 가장 한국적이고 전통문화도시라는 이미지와 너무도 맞지 않는 거대한 아파트 건물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은 사실 충격이었어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 일본 가나자와 대학 오오바 요시미 교수가 전주의 인상을 묻는 질문에 되돌려준 말이다. 오오바 교수는 "그것도 도시를 들어서는 입구에…"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신도시 건설과 주택 문제 해결이라는 과제가 얽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같다는 말로 어물쩍 넘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곤궁한 대답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프랑스 젊은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공화국>을 읽다보면 그 부끄러움은 더 깊어진다. 발레리 줄레조는 프랑스에서 한국 사회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연구자다. 서울을 처음 방문했던 1993년. 그는 서울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슬럼화 되어버려 골칫거리가 된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이처럼 거대한 군집을 이루어 번창할 수 있었을까가 연구의 시작이다. 그는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일곱 군데의 아파트단지 중 한 군데에 거주하면서 한국의 연구자들이 앞서 하지 못했던 아파트공화국의 본질과 문제점을 짚어냈다. "땅은 좁고 사람은 많으니 당연히 하늘로 집을 쌓아올릴 수밖에 없는가." 한국인들의 빤한 대답에 그는 수많은 질문을 제기하면서 좀 더 인간적인 도시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개발에만 목매었던 우리를 반성하게 한다. 그의 분석이 서울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대도시부터 중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운 도시는 한 곳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아파트는 이제 우리사회의 중심축이 되었다. 성공의 척도조차 아파트 평수로 가늠하는 시대가 아닌가. 인구 감소세로 한국의 주요도시로부터 중소도시쯤으로 추락하고 있는 전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전주는 아파트단지의 난립과 증가세에 따른 문제점이 다른 도시들에 비해 더 심각하다. 무분별한 전주의 도시개발이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정체성 훼손을 갈수록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높다. 전주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행진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그리고 인간적인 도시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그 대안을 위한 논의와 실천 운동이 절실해졌다. 그런데 환경은 정 반대다. 오히려 한술 더 떠 지금은 전주 서부신시가지 일대의 난개발이 예고되어 있다. 전주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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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2.03.09 23:02

귀농·귀촌

歸去來兮(귀거래혜)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불귀) 돌아가자 고향 논밭이 황폐해지거늘 어이 아니 돌아가리.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 (해추창이독비) 지금껏 내 마음 몸의 부림 받았거니, 어찌 홀로 근심에 슬퍼하고 있는가.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으니, 이에 앞으로의 일은 올바로 할 수 있음을 알았도다. 중국 전원자연파 시인의 태두로 불리는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앞 대목이다. 그는 시답잖은 시골 현령자리 박차고 나오면서 "쌀 다섯 말에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평소 꿈꾸던 전원생활로 돌아왔다. 이후 농사를 지으며 일상에서 묻어나는 자연주의 전원시를 시작(詩作) 하면서 62세로 생애를 마쳤다.요즘 도시민들의 로망은 전원생활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답답하고 각박한 도회지를 벗어나 전원의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들어 귀농·귀촌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에서 농어촌지역으로 이사한 인구는 총 1만503가구, 2만3415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도내로 이주한 가구는 1247가구, 3043명으로 전체의 11.9%를 차지했다. 지난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도내로 귀농·귀촌한 가구는 모두 4444가구로 경북 6732가구와 경남 4900가구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았다. 이처럼 귀농·귀촌 인구가 최근 크게 증가한 것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시작된데다 전원생활을 추구하는 도시민들이 늘었기 때문이다.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귀농·귀촌 활성화 정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덕분에 수도권 인구집중현상도 개선될 조짐이다. 지난해 국내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빠져나간 순이동 인구가 8000명을 기록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수도권에서 유출된 인구는 충남 1만3000명, 충북과 강원이 각 6000명 등 주로 수도권 인접지역으로 향했다. 전북의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1913명에 그쳤다. 이제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른 탈 수도권바람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도내 자치단체마다 나름대로 귀농·귀촌정책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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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2.03.08 23:02

국회의원 감

전주 완산갑을 제외한 도내 10군데 민주통합당의 경선주자가 확정됐다. 강봉균 신건의원이 컷 오프되면서 탈락했다. 현역으로는 이강래 조배숙 김춘진 최규성 이춘석의원 5명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누가 최종 관문을 통과할지 관심이 쓰인다. 1차 관문을 통과한 경선 주자들은 모바일과 현장투표를 신청한 선거인단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특히 탈락한 주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이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유권자들이 그간 줄기차게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를 요구했지만 막상 컷 오프 내용이 공개되자 심드렁한 분위기다. 지역에 따라서는 그런대로 새인물이 괜찮다는 평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평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감동이 없다. 현역들의 탈락자가 적기 때문이다. 한 두명은 더 탈락시켰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 문제는 유권자 몫으로 남았다.예로부터 임금이 인재를 골라 쓸 때 그 기준을 나름대로 정했다. 다름 아닌 신언서판(身言書判)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 이래로 줄곧 이 기준을 적용해왔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 보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우선 외형적인 면을 보게 돼 있다. 잘 생겼는가를 살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반듯하게 잘 생겼으면 여성유권자에게 유리하다. 그렇게 외모 덕을 본 사람이 정동영의원이었다.영상매체가 외모지상주의의 폐단을 만들었지만 일단은 잘 생기고 봐야 한다. 그래야 유리하다. 미국서 케네디나 레이건이 대통령이 된 것도 잘 생긴 외모 덕이었다. 김대중대통령도 잘 생긴 얼굴이다. 그래서 후보들이 점 빼고 심지어는 눈썹 문신서부터 주름살을 없애려고 보톡스를 맞는다. TV화면 발이 잘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얼굴 생김새는 외형상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제일 중요하다.다음으로 소통능력과 판단력을 봐야 한다. 정치인 한테는 말 잘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지식이나 생각을 남에게 잘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 잘하는 건 달변가를 뜻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콘텐츠가 빵빵한가를 말한다. 국회의원 중에도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를 정도로 콘텐츠가 빈약한 사람이 있다. 이 같은 기준으로 볼때 감도 안되는 사람이 경선 후보로 몇몇 끼여 있다. 선거인단이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3.07 23:02

모바일 경선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온라인 상에서 이용자들이 인맥을 새롭게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말 싸이월드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최초의 SNS사이트는 1990년대 중반 등장했으며 마이페이스, 페이스북 등 수백개를 넘는다.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모바일)이 나오면서 더 강력한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SNS가 정치에서 위력을 발휘한 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였다. 정치권 밖의 2030세대 젊은층을 모바일이 정치의 영역으로 불러냈다. 지난 1월15일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때 선거인단은 80만명에 육박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정당 선거인단 규모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규모 선거인단이 모인 것은 모바일 투표 덕분이다. 대의원(2만1000명)과 당비를 내는 당원(12만명)은 14만명인데 비해 일반 선거인단이 64만명에 달했고 이중 88%가 모바일 투표를 신청했다. 20∼30대 비율이 44%였다. '흥행'에 성공한 민주통합당은 이번 4.11총선에서도 선거인단 모집을 통한 모바일과 현장투표로 후보를 결정한다. 국민경선을 통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지역선거구에 모바일투표를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9일 마감한 선거인단 규모는 103만명이나 됐다. 그런데 이 선거인단의 질적 문제가 도마에 올라 있다. 조직동원과 선거인단 대리접수가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검은돈이 지출됐다. 광주 동구에선 불법 선거인단 모집이 들통나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런 판국이니 당내에서 조차 국민경선이 알바들의 잔치, 선거꾼들의 한건주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늬만 국민경선이지 결국 조직선거, 돈선거, 관권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선거인단 중에 불법으로 모집된 선거인단이 몇명인지, 선거구별로 얼마나 되는지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불법으로 모집된 선거인단이 뽑는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히 호남에서는 몇곳을 제외하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당장 국회의원이 될 이런 후보를 불법 선거인단이 뽑아서는 안될 일이다.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경선이 세밀하지 않으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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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2.03.06 23:02

경칩(驚蟄)

오늘은 잠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한자로는 놀랄 경(驚), 겨울 잠자는 벌레 칩(蟄)을 쓴다. 땅속에서 동면하던 벌레가 봄 기운에 감짝 놀라 나온다는 뜻이다.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날이다.경칩은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를 지나,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 사이에 있는 절기다. 이 때는 동물 뿐 아니라 산천의 초목들도 물기를 머금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한다.농가월령가는 이 즈음의 풍경을 이렇게 노래한다.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멧비둘기 소리나니 버들빛 새로워라. 보습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 하여 보자." 묵은 먼지가 덮인 농기구를 정비해 한 해 농사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이 때는 담배 모를 심고 과일밭도 가꾸기 시작한다.경칩에는 많은 풍습이 있었다. 우선 물이 고여 있는 곳에 개구리들이 낳은 알을 건져 먹는 습속이 있었다. 이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데 좋고 몸을 보한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의 얘기일 듯 싶다.또 경칩에 흙 일(土役)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았다. 빈대가 많은 집에서는 경칩에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다.이 때쯤이면 농가에선 장 담그기를 했다. 장은 맛의 1년 농사인 만큼 정성을 들였다. 또 농가에선 겨우내 인분이 쌓인 변소를 펐다. 퇴비더미에 파묻어 두면 귀한 거름이 되었다. 지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농토에 보약같은 존재였다. 경칩무렵 고로쇠 나무 밑둥에 상처를 내 수액을 마시기도 했다.또한 경칩은 연인들의 날이었다. 젊은 남녀가 은행나무 주위를 돌면서 정을 다졌다. 천년을 산다는 은행나무는 암수 구별이 있어 서로 마주 보아야 열매를 맺는다. 이 은행나무 열매를 서로 입에 넣어주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것이다. 초콜릿을 선물하는 서양의 발렌타이나 화이트데이보다 훨씬 더 상징적이다.이러한 경칩 풍경도 거의 사라졌다. 날씨도 지구 온난화 탓인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개구리가 깨는 시기도 빨라졌다.어쨌든 산과 들엔 맥박이 뛰듯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산이 안면을 씰룩거리며 말을 걸어 온다. 약동의 계절, 봄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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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03.05 23:02

도전정신의 교훈

장애인으로는 세계에서 최초로 4대 극한의 사막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시각장애인 송경태씨가 이번에는 히말라야 안나프루나 전진기지 등반에 성공했다. 안나프루나 정상은 해발 8091m, 전진기지는 그 절반쯤의 지점인 4130m에 위치하고 있다. 안나프루나는 산세가 험난한데다 예측 불가능한 산사태로 전문 산악인들도 오르기 힘든 산으로 꼽힌다. 지난해 박영석 원정대가 실종된 곳도 이곳 안나프루나였다. 오죽하면 '히말라야의 잔혹한 풍요의 여신'이라는 별칭이 붙여졌겠는가. 악전고투였을 등반과정의 고통은 그래서 감히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송씨의 소감은 "힘듦과 고통이 클수록, 완주 후의 성취감과 도전하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등반의 역사는 인간의 도전과 극복의 역사다. 기록에 따르면 산에 올라 정상에 선 첫 공인 등반은 1492년, 알프스의 암봉 몽테귀유 등정이지만 근대적 등산의 시작은 1786년 미셸 파카르와 수정 채취꾼 자크 발마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등반이다. 흥미로운 것은 알프스 초기 등반의 역사는 국력을 과시하는 또 하나의 국가 간 정복전쟁이었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험난한 자연에 도전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낸 변천의 과정 속에서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 산들은 인간에게 정복당했다. 그중에서도 히말라야는 인간 한계 극복의 역사를 상징하는 산으로 꼽힌다. 산악인들은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8000m 이상의 14개 거봉을 정복하기 위해 숱한 도전을 했다. 히말라야의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K2', '다섯 개의 큰 눈의 보고' 칸첸중가, '남쪽봉우리' 로체, '보석의 여신' 초오유, '영혼의 산' 마나슬루, 시샤팡마, 브로드 피크 등 14개 거대한 봉우리가 인간의 도전에 하나씩 정복되었다. 물론 그 노정에는 수많은 산악인들의 숱한 좌절과 희생의 아픈 역사가 놓여있다. 전북에도 히말라야의 거대한 14개 봉우리를 정복한 산악인이 있다. 한왕용씨다. 지난 2003년까지 히말라야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세계의 산악인은 11명. 한국에서는 엄홍길, 박영석에 이은 세 번째 주인공이다. 그는 1994년 초오유를 시작으로 14좌 완등까지 꼬박 10년을 바쳤다. 쉰 번의 도전에 숱한 좌절을 겪고서야 얻은 완등이지만 그의 소감 또한 의외였다. "등산의 중요한 본질은 정상에 오르는데 있지 않다. 자연이 주는 고난과 싸우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 결과보다 과정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들.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도전정신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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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02 23:02

감동 공천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공천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도내 지역구의 1단계 컷오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도내 11개 지역구 가운데 6명 이상이 공천을 신청한 4개 선거구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결과, 전주 완산을과 남원·순창, 진무장·임실 지역이 4배수로 압축됐고 이들을 대상으로 최종 경선후보자 2명씩을 선정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경합이 첨예한 전주 완산갑은 4배수 압축을 못한 채 공천 신청자 6명 전원에 대한 여론조사를 통해 2명을 선정하기로 했다. 나머지 고창·부안과 군산 김제·완주 익산갑 익산을 전주덕진 정읍 등 7개 선거구에 대해선 어제 후보자 면접이 실시돼 역시 2~3배수로 압축될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는 도내 지역구 경선주자 압축결과를 2일이나 4일께 발표할 예정이다.하지만 민주통합당의 총선후보자 선정과정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큰 공감을 못하는 분위기다. 당초 민주통합당이 개혁공천, 공천혁명을 표방했지만 압축되어져 가는 면면들을 보면 도민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참신성과 전문성, 국정수행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보다는 대게 정치판을 기웃거렸거나 정치 지향적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역사회에서 신망 있고 탁월한 식견과 도덕성 등을 갖춘 인물들을 적극 발굴하지 않은 채 손쉬운 공모방식만 채택한 결과일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모태인 호남에서부터 인재발굴이나 영입이 이뤄져야만 민주당 바람의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후보자 선정방식도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선 경선 혁명이라 자평하는 모바일 투표가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후보진영마다 모바일 선거인단 확보에 열을 올리다보니 또 다시 조직과 동원선거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사람 저 사람들로부터 모바일 선거인단 가입을 강권받는 유권자들은 짜증수준을 넘어 선거 혐오감마저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까지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계파 야합과 지분 나누기 특정 학맥 등 공천을 둘러싼 잡음도 증폭되고 있다. 전쟁도 치르기 전에 벌써 승리감에 도취되는 듯한 느낌을 국민들이 가진다면 선거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대표적 원칙주의자로 통하는 강철규 공심위원장의 국민이 공감하는 '감동 공천'을 기대해 본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3.01 23:02

봄마중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만남 그 자체보다 오히려 기다리는 순간들이 더 긴장되고 흥분된다. 봄도 그렇다. 올 봄은 다른 해와 다를 것 같다. 민심을 얻고 가르는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움추려 있던 민심도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각 지역마다 민심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후보들의 발길이 요란하다.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은 공천 받으려고 젖먹던 힘까지 쏟느라 정신 없다. 전혀 컴퓨터를 못다루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를 국민경선인단에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진땀 흘린다.공천혁명을 이룬다해서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공천을 앞두고 요란법석을 떨고 있지만 민심은 차갑다. 광주에서 전직 동장이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을 놓고 선관위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옥상에서 뛰어 내려 자살한 사건이 이를 말해준다. 민주당은 지금 옛 한나라당의 반사이득만 챙기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득점한게 없다. 여야 공히 선거운동을 스스로가 하지 않고 상대방측이 해주는 꼴이 됐다. 공약과 정책도 별반 차이가 안난 상태에서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도민들은 민주당이 도로 열린우리당 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486세력들과 참여정부 시절 요직을 차지했던 사람들이 너무 거들먹거리며 당을 좌지우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리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당지지도가 새누리당보다 높게 나오면서 우쭐대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어느 때든지 자만하게 보였다가는 그냥 등 돌리고 만다. 하루 아침에 추풍낙엽 신세가 될 수 있다. 지금도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아닌 무당파가 많다. 이들은 지금판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도민들 가운데는 이번 총선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총선이 전국 동시선거라서 또 전북이 민주당 일색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자가 지지율만 낮아질 뿐 당선되는데는 걱정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선거가 봄마중 가는 것처럼 설렘 속에서 축제 분위기로 치러져야 하는데 그렇게 될지 의문스럽다. 올 봄에는 전북의 봄도 있어야 할 것이다.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봄 말이다. 도민들도 올 봄을 여느해 같은 봄으로 생각치 말고 전북의 희망을 열 수 있도록 고민해서 맞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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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2.02.29 23:02

업무추진비

"업무추진비를 다 안쓰고 남겼다"고 기자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시장 군수들이 있었다. 관선시절의 얘기다. 그만큼 예산을 아껴 썼다는 걸 강조한 것이겠다. 당시엔 판공비(辦公費)로 불렸고 시장 군수들은 이 돈을 '폭 넓게' 사용했다. 연말이 오기도 전에 바닥이 나 비서들이 전전긍긍해 하기도 했다. 부족한 돈은 편법으로 충당했다. 이런 시절이니 다 안쓰고 남겼다면 자랑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만큼 대·내외 활동에 소극적이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업무추진비는 공무(公務) 처리 과정에서 쓰이는 돈이다. 자치단체 행사와 시책, 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은 물론이고 조직운영과 홍보, 기관간 유대 강화 등이 용도다.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적법한 돈인데 얼마나 활동하지 않았으면 돈이 남았겠느냐는 것이 그것이다. 어찌됐건 분명한 건 아무리 포괄적 용도의 예산일 망정 용도에 맞지 않거나 영수증 등 증빙자료도 갖춰지지 않고 집행된다면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 혈세나 마찬가지인 이 돈이 실제로 단체장들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퇴직공무원 격려금 100만원, 전출 공무원에 대한 전별금 100만원, 경찰서장 전별금 50만원, 지방의원 해외연수 지원 160만원 이런 식이다. 간담회를 연 뒤 한끼 식비로 1인당 7만원이 쓰였고, 영수증도 없이 지출된 경우도 있다. 최종 수령자가 없는 지출을 두고는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사고 있다. 전공노전북본부와 전주시민회는 업무추진비 씀씀이를 공개하고 공직선거법 위반과 뇌물 공여로 몰아부치고 있다. 도내 15개 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는 연간 41억원 규모다. 전라북도가 5억3000만원대, 가장 적은 장수군이 1억8천만원대였다. 민선시대 들어 업무추진비는 대폭 늘어났다. 선거를 겨냥한 선심용 집행이 늘고 있는 건 아닌지 눈여겨 봐야 한다. 그 많은 예산이 단체장 개인의 생색내기용으로 쓰인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무를 가장한 사적인 용도의 집행은 없는지, 마치 쌈짓돈처럼 쓰이는 일은 없는지 감시해야 한다. 시민 세금으로 조성된 돈이라면 사용목적에 맞게 써야 하고 그 근거도 확실해야 한다. 아울러 자치단체마다 천차만별인 업무추진비 규모도 일정 기준을 갖고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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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2.02.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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