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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12년과 전교조

김승환 교육감과 전교조의 정면 충돌이 요즘 화제다. 지난 달 중순 전교조가 김 교육감의 퇴진을 외치며 전면전을 선포해 그 배경에 관심을 모았다. 퇴임을 불과 두 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교육감에 대한 전례없는 강공 모드는 주위 사람을 어리둥절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교조는 김승환 12년 권력의 뿌리이자 핵심 지지 기반이다. 전교조 출신들이 그와 함께 전북 교육 행정을 사실상 공동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질 2인자로 불리는 차상철 씨와 황태자 코스를 밟은 이항근 씨도 이 단체 지부장 출신이다. 이들은 천호성 단일 후보와 함께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중도에서 탈락했다. 당시 세 후보는 김승환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그의 교육철학 계승을 적극 천명하기도 했다. 전교조와 교육감의 이런 공생 관계는 끊임없이 편향교육 논쟁에 휩싸이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불러왔다. 요직 인사도 독점하다시피 해 진영 갈라치기에 따른 ‘자기사람 심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김승환의 진보 교육감 타이틀도 전교조 지지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간 우군이었던 교육감이 뜻대로 움직이질 않는다고 해도 이번 공세 수위는 예상밖 이라는 반응이다. 김승환과 전교조가 그간 보여준 찰떡궁합은 환상적이었다. 그와 같은 끈끈함 속에서 전교조가 돌연 그에게 강한 배신감을 표출하며 악담 수준의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해 다소 의아했다. 표면적 이유는 이 단체가 요구한 교육 정상화 5개 방안이 관철되지 못함으로써 비롯된 불만 표출이었다. 실제 전교조는 지난 2일 “교육감과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며 그동안 벌인 천막농성과 단식투쟁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그들이 밝힌 입장문의 행간을 짚어보면 벌써부터 새 교육감 인수위 참여를 언급하는 등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김승환 퇴진 투쟁도 결국 교육감 선거 국면에서 자신들의 존재감과 선명성 부각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볼 때 전교조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그들이 밀고 있는 천호성 후보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 기회를 못 잡자 위기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다 대척점에 있는 서거석 후보의 선두 독주가 굳어지지는 않을까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제 선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 추세로 이어지면 전교조의 협상 주도권은 갈수록 동력을 잃기 십상이다. 난감한 입장의 그들로서는 비장의 카드로 김승환 퇴진론까지 꺼냈으나 이마저도 임기 말 큰 압박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교조 사퇴 주장에 이어 천 후보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교조 입장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김 교육감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기 말 레임덕을 비껴가지 못하는 김승환 교육감의 퇴장이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5.03 18:18

진화하는 경선 여론조작

일반 국민들이 정당의 공직선거 후보 선출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때 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이 16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 경선에서 국민참여경선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비주류였던 노무현 후보는 당내 주류였던 이인제·한화갑 후보 등에게 당원 지지세에서 밀렸지만 일반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2002년 3월 9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를 돌며 진행돼 당시 ‘16부작 정치 드라마’로 불렸던 국민참여경선제는 3만5000명을 추첨으로 뽑는 국민 선거인단 모집에 190만여 명이 신청해 높은 참여 열기를 보여줬다. 대의원과 일반 당원 50%, 국민 50%의 비율로 진행된 국민참여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3월 16일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뒤 ‘노무현 바람(노풍)’을 이어가며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국민참여경선제는 전화 여론조사와 모바일 투표로 발전하며 정당의 당내 경선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국민참여 열기 확산이라는 취지와 달리 경선 승리를 위한 다양한 불법 행태들이 등장했다. 유선전화의 휴대전화 착신전환,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주소 이전, 노인 휴대전화 수거후 대리투표 등 경선 여론조작 수법도 함께 진화하면서 국민참여경선제의 빛이 바래고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도입한 전화 여론조사 경선은 유선전화의 휴대전화 착신전환이라는 불법선거 행태를 탄생시켰다. 여론조사에 대비해 지지자들에게 집이나 사무실의 유선전화를 휴대전화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착신전환’을 통한 여론조사 왜곡은 2014년 6.4 지방선거 경선까지 이어졌다. 일부 후보들은 수백대의 유선전화를 개설해 착신전환을 해놓고 여론을 조작하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전화 여론조사에 이어 도입된 모바일 투표도 불법선거 행태를 비켜가지 못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경선에서는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주소를 다른 지역으로 바꾸는 수법이 등장했다. 실제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고 단순히 통신사에 전화 한 통으로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만 바꾸는 여론조작 방법이 동원됐다. 최근에는 노인들에게 돈을 주고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대리투표를 하는 새로운 경선 불법 행태까지 가세했다. 민주당 장수·임실·순창군수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일제히 “모바일 투표인 안심번호 ARS 경선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인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한 곳에서 여론조사를 대신했다”며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 혁명’ ‘공천 혁명’ ‘선거문화의 새 지평’ 같은 화려한 단어들로 장식된 국민참여경선제는 조직적 동원과 대리투표 등을 통한 여론조작으로 정치 개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퇴색시키고 있다. 진화하는 불법 경선 행태로 공천 혁명과 정치 개혁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5.02 18:04

고시 3관왕 김관영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가 이 봄 끝자락에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29일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김관영 전 의원이 선출 되었기 때문이다. 도지사 출마 선언 38일만에 민주당 도지사 후보 티켓을 거머쥔 김 후보를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송하진 지사가 컷오프 되리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그게 현실로 나타나면서 김 후보의 운발이 발현되었다. 송 지사가 차려 놓은 밥상을 김 후보가 그대로 앉아서 먹어 치운 격이 되었다. 어느정도 도지사 출마 예상은 했지만 그가 단숨에 후보 5명 가운데 지지율 2위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할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전주 효천지구에서 개소식을 가질 때 권리당원 모집도 전혀 안되 있어서 그가 왜 이번 선거에 나왔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영입인사 1호로 지목해 민주당에 복당되긴 했지만 도지사 후보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안 했다. 도민들은 재선인 김관영 전 의원이 22대 총선 때 신영대 의원과 군산서 리턴매치 하려고 이름이나 알리려고 나온 것으로 인식했었다. 18살 때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후 22살에 행정고시에 합격 재경부에 근무했고 28살 때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고시 3관왕이었다. SKY 출신들로 짜여진 김앤장 로펌에 성균관대 출신인 그가 당당히 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실력 때문이었다. 고시동기 17명이 차관급으로 있어 소통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듯 하다. 그의 도전정신과 뚝심은 정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강봉균 장관이 군산에서 버티고 있었는데 도전장을 낸 것은 시사점이 컸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 실천했던 것. 다소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고시 3관왕이라는 타이틀이 그를 행동으로 옮기게 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군산에서 나와 정계입문 했고 2016년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소속으로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전북의원들이 국회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김 후보는 초재선 때부터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수석부대표를 지내면서 중앙정치의 한 복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이었던 2016년 12월 2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표결에 앞서 탄핵소추 안 제안 설명을 맡아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세상 사는데 운이 결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운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김 후보처럼 실력을 겸비하고 평소 내공을 쌓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간 도민들은 꺼져가는 전북을 일으켜 세울 인물을 찾는데 목말라 했다. 그래서 송 지사에 대한 교체지수가 높았다. 전북의 특정세력들이 시나리오까지 짜서 송 지사를 컷오프 시킨 것 까지는 성공했을 지 몰라도 그 이후에 불어닥칠 역풍은 생각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그 역풍의 이익도 고스란히 김 후보 한테 다가와 승리를 안겼다. 거세게 불어닥친 전북민심이 조직을 무력화시켰다. 벌써부터 다음 총선 때 현역 대거 물갈이론이 나온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5.01 17:12

선거 연대 효과

선거는 전쟁과 마찬가지로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지만 패자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출마자는 선거 승리를 위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경쟁 후보와의 선거 연대나 후보 단일화는 선거에서의 최대 승부수가 아닐 수 없다. 선거 연대의 하이라이트는 1997년 15대 대선 때 DJP연합이다. 네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1996년 4월 15대 총선에서 79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게다가 호남 출신으로서 지역구도를 뛰어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선거 연대를 추진했고 내각제 개헌과 실세 국무총리, 경제부처 장관 임명권 등을 조건으로 연합을 성사시켰다. 여기에 박태준 전 최고위원도 합류하면서 DJP연합을 이뤘고 열세 지역인 충청권과 영남권의 지지세 확산에 결정적인 동력을 확보했다, 선거 결과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를 39만여 표 차로 꺾고 여야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하지만 내각제 개헌 약속은 파기되고 김종필 총리의 장관 임명권 행사에 동교동계 인사들이 반발하면서 결국 DJP연합은 파국을 맞게 된다. 지난 3월 치러진 20대 대선에서도 후보 단일화가 여야 정권교체의 결정적 단초가 됐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0.1%라도 더 얻기 위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선거 막판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개표 결과 24만7000여 표, 0.73%라는 대선 사상 최소 표 차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 인선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자 공동정부 약속이 파국을 맞는 듯했지만 양자 회동을 통해 일단은 봉합된 상태다. 이번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간 합종연횡이 두드러진다. 도지사 경선에선 컷오프당한 송하진 지사의 측근그룹은 김관영 전 의원을 공개 지지했고 1차 경선에서 탈락한 김윤덕 의원은 결선에 오른 안호영 의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전주시장 경선에선 컷오프당한 임정엽 전 완주군수와 우범기 예비후보가 선거 정책연대를 선언했다. 사실상 임 전 군수가 우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이에 여론조사에서 다소 밀리던 우범기 후보가 민주당 공천권을 따내는 뒷심을 발휘했다. 교육감 선거에선 천호성 후보와 황호진 후보가 4대 공동 정책 실천협약을 맺고 연대 전선을 구축했다. 단일화 수순으로 가는 공동보조인 셈이다. 이러한 선거 연대가 이번 지방선거 판도에 어떻게 작용할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나눠 먹기가 어려운 게 권력의 속성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4.27 18:03

선거판 합종연횡

도지사 결선 투표에 김관영 안호영 후보가 진출했다는 뉴스는 쏟아지는데 이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비공개로 진행돼 유권자의 빈축을 사고 있다. 가장 궁금한 후보별 지지도 상황을 공개함으로써 유권자의 후보 선택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렇잖아도 민주당은 예비후보 컷오프를 둘러싼 사천(私薦)논란이 불거지면서 한바탕 내홍을 겪고 있다. 탈락에 대한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깜깜이로 이뤄지는 공천 작업에 당사자들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집단 반발하는 형국이다. 컷오프 후보의 공천 반발은 곧바로 민주당 경선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들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 이른바 합종연횡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히 전개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단체장 경선 탈락자 중 여론조사 1위만 7명이 포함되면서 그들의 영향력이 경선 판도의 분수령이 된 건 사실이다. 강력한 선두 주자가 대진표에서 빠지자 여타 후보들은 대혼전 양상으로 빠져 들었다. 게다가 눈앞에 닥친 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이들의 지원 사격은 사실상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국면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그들 중 순창 최영일, 장수 장영수 후보는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과 함께 무소속 강행을 고민하는 다른 후보의 셈법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본선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역선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 최종 후보가 발표되는 전주시장 경선만 해도 그렇다. 여론조사 직전 판세는 조지훈 우범기 유창희 세 후보가 백중세였는데 임정엽 전 군수가 우 후보와 정책 연대를 밝히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경선 결과에 따라 본인의 출마 여부도 결정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또 다른 변수는 도지사 경선 고배를 마신 김윤덕 후보의 권리당원 선택지가 누구 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다른 지역도 이들 선택이 승패를 좌우할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컷오프 후보의 무소속 출마는 민주당 선거승리 방정식에도 일대 변화가 예고된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비뚤어진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까닭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도 민주당 강세에 맞서 돌풍을 일으킨 익산 무주 임실 고창서 민평당과 무소속 단체장이 탄생한 바 있다. 유권자의 후보 선택권은 정당 기득권 세력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정당 공천이란 미명아래 경선 과정을 통해 후보를 솎아 내고, 다시 공천에서 걸러냄으로써 유권자 선택의 폭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그간 유권자의 콘크리트 지지를 받은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공천 행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독과점의 뿌리를 깊게 내렸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상호작용 원리가 작동하지 못함에 따라 파생된 정치권의 퇴행적 단면이다. 컷오프 후보가 합종연횡을 통해 경선은 물론 본선까지 캐스팅 보트를 쥔 선거판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본선 자체가 무의미한 과거에 비해 경쟁 구도가 늘어난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4.26 18:00

선거 전쟁과 지란지교

지난해 8월 민주당에 입당하며 익산시장 선거에 나선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중학교 동기동창인 정헌율 익산시장과 아름다운 경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지금도 정헌율 시장과 친한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 선거란 과정도 친구라는 것을 벗어나면 안된다 생각한다. 인간의 기본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복당한 정헌율 시장은 복당하기 전 사석에서 지인에게 “혹시라도 자신이 다시 시장에 당선되지 못하면 최정호 차관 같은 사람이 익산시정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며 친구인 최 전 차관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선거이지만 우정을 지키면서 아름다운 경쟁을 하고 싶다던 최 전 차관 처럼 정 시장 역시 경쟁자가 된 친구와의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정 시장의 민주당 복당으로 치열한 당내 경선이 시작되면서 익산시장 선거는 비방과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선거전이 불붙었고 정 시장과 최 전 차관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현역 시장인 정 시장을 겨냥한 허위비방성 문자메시지가 시민들에게 대량 살포되고 경찰은 비방·음해성 네거티브 행태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비방·음해성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친 후보가 누구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TV토론 등에서 친구 간의 설전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주변에서 심은 오해와 불신의 싹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 같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선거는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눈살을 찌푸리는 유권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선거가 축제가 아닌 전쟁이 되고 있는 이유다. 전쟁 같은 선거는 상대에 대한 적대감에 불타고 선거판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내편이 아니면 적’으로 갈려 서로 원수가 된다. 전쟁은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인간애와 사랑, 우정이 싹튼다고 하지만 선거는 난무하는 비방 뒤로 분노와 회한이 싹튼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유안진 시인의 수필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는 1986년 발표된 이후 지금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전 국민의 고전(古典)이 되었다. 지란지교를 꿈꾸던 친구들까지 갈라놓는 대한민국의 후진적 정치와 선거가 축제의 장으로 돌아올 날은 언제쯤일까.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25 17:46

여론조사는 양심껏

코로나로 2년동안 숨죽이며 살던 도민들이 새봄과 함께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그 열기를 6.1지선판에서 뿜어 대고 있다. 송하진 지사가 컷오프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던 송 캠프 진영이 악마의 덫에 갇혀 결국 송지사가 정계은퇴 선언을 하게 되었다면서 군산 출신 재선의원인 김관영 후보 쪽으로 똘똘 뭉쳐 보이지 않은 손에 농락당한 자신들의 한풀이를 여론조사에 반영하겠다는 결기가 엿보인다. 특히 최근 전주MBC 녹취록 보도에 나오는 브로커 한테 돈 받았다는 현역 국회의원이 누구인지가 수사로 조기에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민주당 공천이 말로만 시스템 공천 운운했지 실제는 여론조사결과 단체장 1위였던 후보들을 대거 컷오프 시키면서 선거판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일각에서는 송 지사를 컷오프 시킨 이후 역풍이 강하게 김성주 도당으로 불어 닥치자 이를 잠재우려고 도당 공심위가 엄격한 것처럼 이중잣대를 적용해 유력후보들을 낙마시켰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다. 특히 결격사유가 없고 대선 1급포상자로 15% 가점까지 받은 송지사를 교체지수 운운하며 내친 것은 패착이었다면서 중앙당 공관위가 밀실에서 사전 각본대로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비난한 사람도 많다. 지금은 여론조사에 의한 공천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공심위가 잘못한 공천작업을 권리당원이나 일반시민들이 바로잡아야 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질 않는다는 이유로 컷오프 시킨 단체장 후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본선거 때 이성적인 선거를 해야 한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구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본때를 보여줘야 다시는 공천작업을 사천 하듯이 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몇몇이 밀실에서 친소관계에 의해 공천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게 할 수 있다. 아무튼 권리당원이나 일반시민들은 여론조사에 응할 때 전북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조사에 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캠프의 지시대로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은 민심 왜곡현상이 발생, 안되어야 할 후보가 후보로 확정될 수 있다. 현재 전북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다. 더 이상 나락으로 추락하느냐 아니면 비상할 수 있는 기로에 설 수 있느냐 의 시기다. 전주와 전북에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역량 있는 후보를 지사나 단체장으로 뽑아야 한다. 누가 더 윤석열 정권을 상대로 중앙에서 전북 몫을 가져올 인물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체면 때문에 권리당원이 된 사람들이 사사로움에 못 이겨 기계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하면 세상을 바꿀 수가 없다. 학경력을 통해 후보의 살아온 이력을 살펴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소멸되지 않은 전북을 만들어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고 양심을 속이는 행태가 지역을 죽이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경쟁의 정치체제를 만들 수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누가 더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돈 선거 판 속에서 공정 정의에 부합하는 인물인지를 한번 더 생각해서 여론조사에 응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4.24 18:26

빈 유모차 사진과 연필 그림책

지난 3월 18일 외신을 통해 사진 한 장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광장을 가득 채운 109대의 유모차. 그런데 이 유모차에는 있어야 할 아기들이 없었다. 러시아 폭격으로 무참히 죽어간 아기 109명을 상징하는 빈 유모차 행렬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두 달.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명이 피난길에 올라 전쟁 난민이 된 현실은 참혹하다. 포탄이 터지고 무너지는 급박한 순간이 이어지는 전쟁의 한중간에서 그 생생한 현장을 오직 연필 한 자루로 써 내려간 기록이 <전쟁일기>(이야기장수)란 이름을 달고 출간됐다. 글과 그림이 담긴 다큐멘터리 일기장. 저자는 우크라이나의 그림책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다. “시내가 폭격당하고 있다. 미사일이 이바노바 사거리에 떨어졌다. 변화하고 아름다운 나의 도시를 그들은 지구상에서 지우고 있다.” 2월 24일, ‘새벽 5시 30분, 폭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로 시작하는 그의 일기는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게 한 가족의 삶과 꿈을 무너뜨리는가를 고발한다. 그는 첫째 날 아홉 살 아들과 네 살 딸의 팔에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다. 시도 때도 없이 폭격이 이어지는 전쟁터에서 이별의 고통을 안고 헤어져야 하는 가족, 피난 열차 안의 엄마와 아기, 폭격이 시작되면 지하실에 숨어들어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 난민숙소의 풍경 등이 연필 스케치로 담겼다. 전쟁이 일어나자 지하를 오가며 생활했던 작가는 9일째 되던 날 두 아이를 위해 도시를 탈출해 지금은 불가리아에서 난민으로 지내고 있다. 그의 남편은 계엄령으로 국경을 넘지 못했다. 전쟁 난민이 된 그의 글과 그림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번역되어 책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과정을 들여다보니 눈물겹다. 그림책 작가인 그가 일상적으로 해온 방식은 컴퓨터 작업이지만 폭격에 대피해 지하로 숨어들어야 하는 불안한 일상에서 컴퓨터는 더 이상 그의 도구가 될 수 없었다. 오직 연필 한 자루로만 그리고 쓴 그림. 한국의 출판사는 핸드폰으로 찍어 보내준 낱장의 사진들을 받아 원본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 공들여 책을 만들고, 번역가 정소은은 작가와 출판사의 소통을 위해 기꺼이 앞장섰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그림책이 ‘뉴스가 전하지 못하는 전쟁의 진실’을 세상에 낱낱이 알리고 있다. 빈 유모차 사진과 연필 그림책이 전하는 큰 울림. 전쟁의 참상이 ‘어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지게 하는 그런 힘이 놀랍다. 이 책은 번역료와 출판사 수익의 일부를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기부한다. 그림책 <전쟁일기>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4.21 18:50

지지율과 컷오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혁신 공천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송영길 전 당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에서 배제하는가 하면 특별한 흠이 없던 송하진 지사가 3선 문턱에서 컷오프 당했다. 전북지역 기초단체장 후보군 중에서도 여론조사 결과, 적합도 선두권을 달리던 유력 후보들이 줄줄이 경선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민주당 전북도당 공관위는 이번 공천 심사에서 기초단체장 후보 47명 가운데 12명을 탈락시켰다. 유진섭 정읍시장과 장영수 장수군수 등 현역 단체장 2명이 아웃되고 송지용 도의회 의장과 최영일 도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있던 임정엽 전 완주군수, 윤승호 전 남원시장, 김민영 전 정읍산림조합장 등 유력 주자들도 경선 후보 명단에서 제척됐다. 컷오프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공천심사위의 결정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일부는 전과기록이나 비위 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며 재심을 신청하거나 또는 무소속 출마를 벼르기도 한다. 하지만 무소속 출마 시 승산이 별로 없어 컷오프 후보들의 고민이 깊다. 민주당의 이번 경선 후보 압축과정을 보면 전체 지방선거 구도와 당선 가능성, 그리고 대선 패배에 따른 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 주려는 측면이 강하게 작동한다. 특히 전북지역은 도덕성이 컷오프의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했다. 당에 대한 정체성이나 기여도, 업무 수행 능력 등은 객관적으로 계량화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도덕성은 전과나 비위 행위, 사회적 물의 등 평가 기준이 명확히 드러나 손쉽게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의 도덕성을 이유로 컷오프 하면 낙천 명분으로 삼기도 좋고 공천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지지율 선두권 후보들을 과감히 컷오프 시킨 것은 지역정서와 무관치 않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80% 선에 달할 정도로 전북에서 콘크리트 지지를 유지하는 만큼 누굴 내세워도 당선 가능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대선 패배에 따른 당의 쇄신과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현역 단체장이나 선두권 후보들을 대거 탈락시킴으로써 혁신 공천의 명분으로 삼은 점도 있다. 그러나 전북의 집권당인 민주당이 도덕적인 후보 공천만으로 지역에 대한 책무를 다할 수는 없다. 쇠락과 소멸의 기로에 선 전북을 살려내려면 미래 비전 역량과 실행 역량을 갖춘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지금 압축된 시장·군수 후보군의 면면을 보면 과연 지역을 살릴만한 인물인지 의문이 든다. 공천 신청자 중에 적임자가 없으면 능력 있는 새 인물을 발굴해서라도 내놓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4.20 17:12

송 지사 컷오프 막전막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송하진 지사의 컷오프를 둘러싼 도지사 선거가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재심이 기각되면서 사실상 3선 도전이 물 건너 가자 송 지사 핵심 측근들은 서둘러 김관영 후보 지지 방침을 정하고 ‘포스트 송하진’ 시대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들은 송 지사 컷오프를 정치적 살인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번 사태 배후로 특정 정치세력을 지목했다. 먼저 김성주 도당위원장에게 이들은 송 지사 공천배제 주도설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경선에 오른 세 후보 중 이들 세력과 결탁한 한 명을 정조준하며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들 측근들이 겨누고 있는 막후 정치세력은 김 위원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유인즉슨 이례적으로 공관 위원에 참여한 김 위원장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거물 개입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정세균 전 총리가 등장했다. 그렇잖아도 정 총리의 지방선거 영향력에 대해 설왕설래가 무성했기에 관심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안호영 후보과 함께 정세균(SK)계 대표적 인물로 분류된다. SK는 안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어쩌다 막후 세력의 퍼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송 지사 측근의 정조준 대상자가 안 후보로 좁혀진 것이다. 이들 핵심 측근들이 지지 후보를 일찌감치 내정한 것도 따지고 보면 안 후보측 발호를 견제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도지사 후보 여론조사는 김관영 안호영 백중세에 김윤덕 후보가 한참 뒤처진 흐름이었다. 뚜렷한 선두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宋心’ 의 분명한 메시지를 통해 김관영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송 지사 컷오프는 예상을 뒤엎고 주도면밀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SK 친동생을 도 산하단체장에 임명함으로써 송 지사도 나름 SK와의 우호 관계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SK는 대선 때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송 지사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다 김 위원장이 송 지사에게 공동 보조를 주문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해 왔다는 것이다. 최근에서야 공관위의 이런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하고 송 지사측 의원들이 김태년 위원장을 압박해 시스템에 의한 공천 정상화를 약속 받았으나 결국엔 이들의 이중 플레이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송 지사가 지난주 컷오프 된 뒤 가까운 지인에게 “20년 정치 여정에서 이번처럼 저열하고 추악한 정치 협잡은 처음 봤다” 며 격정 토로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송 지사 컷오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막후 세력 1차 목표는 힘겹게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최종 목적지인 도지사 당선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송 지사를 저격한 총구가 부메랑이 돼 부릅뜬 눈으로 자신들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4.19 18:27

‘저주 토끼’와 정치

정보라 작가의 소설 ‘저주 토끼’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의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출간 5년 만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저주 토끼는 지난 7일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6편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교보문고의 4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31위에 올랐다. 일주일 전 193위에서 무려 162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소설 저주 토끼는 저주 용품을 만드는 할아버지가 친구의 원한을 갚기 위해 저주 토끼를 만들어 복수하는 이야기다. 양조장을 운영하며 좋은 술을 만드는 데 전념해온 친구가 경쟁업체의 비방으로 몰락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한 저주가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토끼 모양의 전등(저주 토끼)을 만들어 경쟁업체 사장에게 보내고 저주 토끼는 이 집안의 서류와 손자의 뇌, 아들의 뼈 등 모든 것을 갉아먹으며 복수를 행해 손자와 아들, 그리고 사장까지 3대를 죽음으로 몰아 몰락시킨다. 최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경선의 컷오프 과정을 지켜보면서 소설 저주 토끼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컷오프 이후 송하진 지사 지지자들은 특정 정치세력이 협잡한 저열한 정치적 살인 행위라고 분노를 표출하며 응징을 천명하고 있다. 송 지사와 함께 컷오프된 유성엽 전 의원의 지지자들도 분을 삭이고 있다. 사실 송 지사의 컷오프는 김관영·김윤덕·안호영 후보 등 경선 무대에 오른 후보 3명의 합작품이었다. 중앙 정치권을 상대로 송 지사 3선 불가론을 설파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송 지사의 용퇴를 촉구하는 직격탄을 날린 후보도 있다. 경중을 따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컷오프된 송 지사 측의 복수와 저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후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컷오프 다음날 세 후보는 송 지사를 향한 구애 경쟁에 나섰다.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어 “송 지사가 완성하고자 했던 여러 공약을 더 연구하고 채택해 전북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김관영), “송 지사의 지지가 경선에서 크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송 지사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김윤덕), “전북 발전을 위해 헌신한 송 지사에게 지혜를 구해 도정을 이끌도록 도움을 받고 싶다”(안호영)고 밝혔다. 송 지사는 컷오프 됐지만 미리 확보해둔 당원과 지지도 등으로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후보들에 대한 선택적 지지를 통해 자신의 컷오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후보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송심(宋心)의 향방을 주목하는 이유다. 소설 저주 토끼를 쓴 정보라 작가는 권선징악 혹은 복수가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롭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의 계절에 곰곰이 되새겨보게 하는 말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18 17:21

뒤통수 맞은 송하진

지난 1987년 대선 이후 지금까지 전북은 민주당의 텃밭역할을 해왔지만 지역으로 돌아온 것은 별 볼일 없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한테 몰표를 줬지만 중앙당으로부터 지원 받은 것은 거의 없었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도민들이 무작정 찍어 주기 때문에 공천 그 자체가 당선 보증수표나 다름 없었다. 이 때문에 지사나 국회의원 공천권을 쥔 중앙당이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골라왔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까 후보들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정치를 하기 보다는 무조건 중앙당에 공천을 받으려고 매달려 왔다. 중앙당 공심위만 움직이고 확보하면 얼마든지 맘 먹은 대로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서 지역정치가 발전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왔다. 한마디로 도민들이 무슨 이유로 민주당 볼모로 잡혀 선거때마다 무작정 민주당 후보를 찍어줬는지 모를 일이다. 결국 도민들이 선거때마다 바보짓을 해왔다는 것이다. 표를 찍어줄 때는 나름대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는 것인데 당선되고 나면 모두가 나 몰라라 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64.8%를 얻고 나서는 전북을 친구라고 지칭하며 전북발전을 위해 예산지원을 서슴없이 할 것처럼 말했지만 아니올씨다로 끝나가고 말았다. 국회의원들도 거의 같은 수준에서 맴돌았다. 지난 14일 민주당 중앙당 공관위에서 공천이 유력시 됐던 송하진 지사를 컷오프 시킨 것만 봐도 얼마나 전북인을 우습게 보고 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개혁공천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송지사를 컷오프 시켰는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아 그 배경에 의혹이 짙다. 지난 3.9 대선 때 전북에서 이재명 후보가 83%의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고 해서 송 지사를 1급포상자로 선정 ,15% 가산점까지 준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컷 오프 시켰는지 모두가 의아해 한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송 후보를 전주시장 8년 지사 8년 도합 16년간 해 도민들이 피로감에 젖어 있다는 이유로 컷 오프 시킨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쿠데타나 다름 없다. 특히 공관위에 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을 넣었다는 것은 이해상충관계에 있기 때문에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김 의원이 부끄럽게 여겨야 할 사항은 공관위 회의 때 너무 비상식적으로 나갔다는 것이 송 캠프의 주장이다. 이때문에 공관위는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도당위원장인 김 의원이 컷오프를 주도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송지사는 면접점수도 가장 높아 본인이 컷오프 될 만한 사항이 없다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에 본인이 희생양이 되었다고 힐난했다. 더욱이 김 의원이 김관영·유성엽 전 의원을 컷오프 시켜야 하는데 공동보조를 맞춰 달라는 요청까지 해놓고서 안심시킨 후 뒤통수를 친 것은 모종의 시나리오에 의해 움직인 것이라고 송 캠프는 지적했다. 결론은 누구한테 공천을 줘도 도민들이 뽑아 주기 때문에 중앙당서 맘대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 광주 전남 같았으면 엄두도 못낼일이 전북에서 벌어졌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4.17 18:24

3선 피로감

오는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단체장 후보들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3선 도전에 나선 도지사와 시장·군수의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민선자치 초기만 해도 한번 단체장이 되면 임기 내내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다지면서 3선까지 무난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민의 민도가 높아짐에 따라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드러나고 단체장의 공과에 대한 평가도 분명해지면서 3선 고지에 오르는 게 쉽지 않다. 여러 사정을 고려했겠지만 김승수 전주시장과 박성일 완주군수가 일찌감치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의 현직 단체장인 만큼 여타 시장·군수 후보들보다 조직력이나 인지도가 많이 앞서지만 직을 내려놓았다. 전국 광역 단체장 가운데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3선 도전을 포기했다. 3선 피로감과 지지율, 그리고 대선 패배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도내에서는 송하진 지사와 정헌율 익산시장, 심민 임실군수가 3선 연임에 나선다. 전라북도와 익산시 임실군 모두 지금까지 3선 단체장이 나온 전례가 없는 만큼 이들의 3선 달성 여부가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송하진 지사와 정헌율 시장 심민 군수 모두 임기 중 실책이나 물의 없이 행정을 이끌었다는 평이지만 지난 재선 도전 때와는 여건이 다르다. 민선 도지사로서는 처음 3선 도전장을 낸 송하진 지사는 지난 재선 때는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3선 관문에는 민주당 내에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이들은 전북 경제지표와 인구 감소 등을 거론하며 혁신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 전북일보와 KBS전주방송총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송 지사가 후보 적합도에서 23.8%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재선 때 50%에 육박하던 적합도 지지율보다는 많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전·현직 국회의원 4명과 함께 경쟁하다 보니 표 분산과 3선 피로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민주당 공천장을 거머쥐면 송 지사의 3선 가도는 꽃길이 예상된다. 무소속으로 3선 기록에 도전하는 심민 임실군수는 상황이 좀 녹록하지 않다. 재선 도전 때는 여타 후보보다 지지율이 많이 앞섰으나 대선으로 인한 민주당에 대한 응집효과가 나타나면서 이번 여론조사에선 2위로 내려앉았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최정호 전 국토부 차관과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 등 당내 쟁쟁한 경쟁자의 도전을 받고 있지만 좀 여유 있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결과, 후보 적합도에서 이들을 크게 앞서면서 당내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의 중량감을 선호할지, 아니면 3선 피로감에 따른 새로운 인물을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4.13 17:43

선거브로커 여론 조작이 남긴 것

최근 민주당의 지방선거 컷오프를 둘러싸고 당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결과에 불복해 후보가 법원에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가 하면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엇갈린 판단이 나오는 등 심사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심지어 막후 ‘보이지 않는 힘’ 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배설까지 불거져 뒤숭숭하다. 이와 함께 후보를 검증 심사해야 할 위원회 구성부터 공정성 담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위촉은 2년 뒤 총선 출마를 포석에 두고 코드에 맞는 인물을 알박기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부적절하다는 것. 중복으로 위원을 배정한 것도 인재풀의 한계를 노출함으로써 비난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 브로커가 개입해 선거판을 좌지우지 한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브로커는 선거 조직과 자금을 미끼로 인사권과 사업 인허가권을 요구하고, 지지율 여론 조작도 휴대폰 주소지 변경을 통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간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정치권과 선거 브로커의 검은 커넥션이 세상에 드러났다. 불순 세력에 의해 지지율 여론 조작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천 방식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유권자들은 공천과 관련한 여론조사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상 여론조사 지지율이 후보의 경쟁력을 대변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후보자 입장에서도 지지율 높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극히 일부지만 브로커들이 여론조사 지지율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공신력에도 치명적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이 공천 작업 중인 지방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선거 때마다 봇물을 이루는 여론조사에 대해 유권자들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여론조사가 오히려 여론을 왜곡한다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어쩌면 정당이 공천 혁신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투명한 의혹이 난무한 상황에서 이를 반영한 공천 방식은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텃밭을 자처한 민주당은 단체장의 경우 여론조사 50%와 권리당원 50% 합산 방식으로 공천이 이뤄진다. 지방의원은 권리당원 투표 100%로 결정된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는 전적으로 주민 의사가 100% 반영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득권 세력의 농간인 양 비춰지는 권리당원 투표는 진입 장벽만 높임으로써 정치권 물갈이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이젠 여론조사마저 선거 브로커가 개입해 민심을 왜곡한다면 이런 공천 방식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중차대한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당의 환골탈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4.12 17:05

MZ세대의 스토킹과 정치

익산의 중요한 역사문화 자산으로 꼽히는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가 이달 초 인천의 한 여성인권단체가 게시한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동영상에 등장했다. 동영상 속 선화공주는 스토킹 피해자, 서동은 스토킹 범죄자가 됐다. 이 여성인권단체가 게시한 다른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동영상에는 선녀와 나무꾼 편도 등장한다. 역시 선녀는 스토킹 피해자, 나무꾼은 스토킹 범죄자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서동 설화가 스토킹으로 표현된 이후 익산이 발끈했다. 백제 30대 무왕의 어린 시절인 서동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는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로 전해오며 매년 열리는 서동축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 익산의 대표적 역사문화 콘텐츠다. 동영상 게시이후 지역사회에서는 곧바로 소중한 역사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훼손하고 익산의 도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당 여성인권단체는 문제가 제기된 이후 동영상을 삭제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주목할 부분은 논란을 부른 동영상 아이디어가 대학생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부산대 학생 4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광고계열사인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지난해 7월 경찰청과 함께 진행한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 아이디어 공모에 ‘다시 쓰는 전래동화’를 콘셉트로 한 아이디어를 제출해 대상을 받았다. 선녀와 나무꾼이 사례였는데 서동 설화까지 스토킹 동영상에 담겼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작하다 보니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동영상 제작업체의 해명이 있었지만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 서동 설화를 스토킹 관점에서 바라본 MZ세대의 사고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청년층을 칭하는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신세대다. 스토킹 캠페인 아이디어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선녀 입장에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였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MZ세대의 색다른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 정치인 발굴에 나서고 있는 지역 정치권에서도 들린다. ‘의원님’이란 호칭을 듣는 것이 거북해 출마를 기피하거나, 부모뻘 되는 공직자들로 부터 보고받고 대접받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정치권 진출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방정치 개혁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주저하는 셈이다. 지난 8일 마감된 민주당 전북도당의 지방선거 후보자 공모에 청년은 44명으로 전체 후보자 446명의 9.8%에 그쳤다. 여성·청년 가점과 정치신인 가점 등 파격적 혜택을 부여하고 여성·청년 30% 이상 공천을 약속해도 인재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MZ세대의 스토킹과 정치 인식은 이들의 단선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생각은 자유롭게, 표현은 신중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미래 사회를 이끌 MZ세대가 성숙과 발전을 위해 생각해볼 대목이 아닐까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11 16:41

23.8%의 송하진

지난 3·9대선으로 전북은 민주당 지지가 더 견고해져 6·1 지선 때 민주당 아니면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민주당은 후보가 넘쳐 나고 국민의힘은 정권을 잡았지만 후보가 없어 애를 태운다. 다행히 도지사 후보 경선이 이뤄질 것 같아 희망이 보인다. 도민들이 이재명 후보한테 83%의 절대적 지지를 보냈어도 실패했기 때문에 지방선거 만큼은 민주당을 확실하게 지지하겠다는 게 중론이다. 본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73.2%로 나온 게 모든 것을 말해준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구조라서 민주당 공천을 누가 받느냐가 관건이다. 무주군은 무소속 황인홍 군수가 크게 앞선 반면 나머지는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의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천을 앞두고 배수 압축 과정에서 2차 컷오프가 예상되면서 각 후보간 경쟁이 뜨겁다. 송하진 지사가 3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전쟁이 달궈졌다. 안호영 김윤덕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할 때만해도 찻잔속의 미풍으로 그쳤지만 군산 출신 김관영 정읍 출신 유성엽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해 출렁거렸다. 특히 고시3관왕인 김관영 전 의원이 여론조사 결과 단박에 2위 자리를 꿰 차면서 기염을 토해 공천경쟁이 불 붙었다. 김 전의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가 그를 인재영입 1순위자로 지목해 전북의 정치적 자산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도전자들이 송하진 지사의 높은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느냐 여부다. 송 지사가 전주시장 8년 지사 8년간 16년을 한 관계로 피로감을 주지만 각 시·군별로 콘크리트 지지층이 형성돼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구조다. 여론조사에서 군산은 김관영, 정읍은 유성엽, 무진장·완주는 안호영, 전주 완산갑에서 김윤덕이 두각을 나타낸 것만 봐도 소지역주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주에서 송 지사 한테 비토그룹이 있지만 강암 선생 아들이라는 후광효과와 공직자와 남들한테 따뜻하고 자신한테는 엄격한 이미지(待人春風 持己秋霜)가 잘 형성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 소통부족과 정치력이 약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도지사 교체 여론이 형성돼 있지만 중앙인맥을 잘 구축해 놓아 극복 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 전북 인구 180만 붕괴와 각종 지표가 낙제점 이하여서 송 지사가 부담을 안고 있지만 신 산업 발굴 등 전북의 산업생태계 구축을 잘 해 놓아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평가도 있다. 그간 알게 모르게 국힘 정운천 의원과 예산국회 때마다 호흡을 잘 맞춰 국가예산을 확보해왔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과도 협력을 잘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23.8%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컷오프가 이뤄지면 30%대 회복은 시간문제다. 특히 대선1급 포상자로 15% 가산점까지 붙기 때문에 공천경쟁력은 강해질 것이다. 김승수 전주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3선 불출마와 지금까지 3선 지사가 없다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4월이 송 지사한테 잔인한 달이 될지 아니면 영광의 달이 될지는 여론조사결과에 달려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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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4.10 15:59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

그의 부모님은 식민지 시대, 가난 때문에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1세였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던 부모님은 하루 벌이 노동으로 5남매를 키웠다. 화가가 되고 싶었던 아들은 꿈을 포기해야 했다.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고등학교는 가르치겠다’는 어머니의 의지로 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전기회사에 취직했으나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데다 적성도 맞지 않아 그만두고 하루 벌어 사는 노동을 택했다. 우연히 인수한 가전제품 가게가 그를 살렸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시작된 가전제품 바람 덕분이었다. 돈을 벌자 그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꿈을 포기한 동포들을 돕기로 했다. 재일교포 화가들이 첫 번째 대상이었다. 작가들을 지원하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피카소 샤갈 뭉크 앤디 워홀 달리 등 20세기 거장들의 작품부터 이우환 손아유 등 세계 화단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까지 1만여 점이 그의 품에 안겼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이 수집한 작품을 한국의 미술관에 기증해온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이야기다. 초등학교 시절, 그의 어머니는 명절이면 그에게 특별한 일을 시켰다. 마을 뒤편 절에 있는 작은 봉분에 음식을 놓고 절을 올리게 하는 일이었다. 그 무덤이 아키타에 끌려왔다 죽은 이름 없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가 살았던 아키타는 강제 연행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일본에서 가장 깊은 다자와코 호수에 댐을 만들고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현장에 차출된 노동자들이었다. 힘든 노동과 추위에 시달리다 도망치거나 영양실조로 죽은 노동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름도 없이 강제로 끌려와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노동자들의 생애가 안타까웠던 그는 다자와코 호수 옆에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의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미술관을 짓기 위해 땅을 사고 설계까지 마쳤지만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연행’했다는 표현이 사라진 고등학교 검정교과서를 통과시켰다. ‘강제 징용’과 ‘강제 연행’이 ‘징용’이나 ‘연행’으로 수정되고, ‘일본군 위안부’ 등의 표현도 사실상 사용을 금지해 삭제된 교과서들이다. 반면 12종의 사회 과목 교과서는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강화했다. 일본이 수많은 노동자를 강제로 끌고 갔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지우기 위한 시도다. 일본의 노골적인 역사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과서를 통한 역사 왜곡 또한 줄곧 자행되어왔으니 한일관계의 대치적 국면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 적극적이고 단호한 의지가 필요해졌다. /김은정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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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4.07 17:23

공직자의 고향 세탁

박근혜 정부 말 중앙 선거관리를 총괄하는 차관급 자리에 발탁된 정읍 출신 K씨가 출신지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2008년 전북지역 선거관리 책임자로 영전했을 당시에는 자신의 고향을 정읍이라고 밝혔다. 이후 중앙선관위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하면서 선관위 최고위직 자리에 오르자 자신의 출신지를 서울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전북출신의 영전 소식에 인터뷰를 제안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언론에서는 인사기록 허위 기재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향 세탁 논란이 일었다. 전북출신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김대중 정부 이전에는 고향을 언급하는 것은 절대 금기였다. 향우회 모임이라도 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쉬쉬하면서 모여야만 했고 아예 나오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호남이라는 딱지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차별받았던 호남출신이 정부 부처를 비롯해 공공기관·공기업 등에서 두각을 보이자 너도나도 호남사람을 자처하는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 드러났다. 윤석열 당선인이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한 전주 출신 한덕수 전 총리도 고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김영삼 정부에서 상공부 국장 재직 때 유종근 지사가 찾아가 고향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자신은 전북사람이 아니라면서 냉대했던 일화가 있다. 특허청장으로 승진했을 땐 언론사에서 고향을 전주로 표기하자 일일이 연락해서 서울로 정정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와 함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되자 그의 본적은 서울에서 전주로 바뀌었다. 전에 참석하지 않았던 재경도민회에도 나오고 전북일보가 매년 서울에서 주최하는 전북출신 신년인사회에도 얼굴을 보였다. 또 중앙부처 전북출신 공직자 모임인 삼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승승장구하면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등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 산업연구원장과 국무조정실정, 경제부총리를 거쳐 마침내 국무총리에 올랐다. 전북출신으로는 김상협 진의종 황인성 고건에 이어 다섯 번째 총리가 되었다. 총리 재임 시절엔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지정과 국가 예산 확보에 도움을 줘 김완주 지사가 감사패를 만들어 전달하기도 했다. 한덕수 전 총리가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취임하게 되면 역대 총리 가운데 김종필과 고건에 이어 세 번째 재임 총리가 된다. 그러나 두 번째 총리로 가는 길목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에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4년간 받은 18억 원의 고액 고문료와 먹튀 논란을 야기한 론스타 사태에서 역할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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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2.04.06 19:27

선거 표심에 담긴 정치학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발표가 있기 직전. 대선 판도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박빙 승부였다. 지역별 여론 조사마다 1, 2위 지지율 변화가 롤러코스터 양상의 대혼전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호·영남 콘크리트 지지층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눈길을 끌었다. 실제 대선 득표율과 비슷하게 호남은 이재명 80% 이상, TK지역 윤석열 70% 이상의 몰표 성향이 그대로 여론조사에 반영됐다. 다행히 대선은 유권자 한 표가 전국 집계로 모아지는 폭발성을 감안하면 사표(死票)가 없다는 측면에서 일견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이런 투표 성향이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텃밭에 대한 정당의 지나친 자신감인지 공천 과정을 보면 ‘고무줄’ 심사 기준이 공정성을 훼손해 역풍을 부르고 있다. 유권자 정서를 무시하고 마치 제왕적 권한을 휘두르 듯 독선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민주당 도당의 지방선거 1차 컷오프를 둘러싼 무원칙 운영은 물론 대선 패배에 따른 혁신공천 의지가 실종됐다며 언론이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대선 막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경기·충청 지역의 표심을 보면 전북의 미래가 읽힌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이 지역에서 각각 5% 안팎의 차이로 1승1패를 한 곳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아픔을 간직한 채 이들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공천 과정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기지사는 유승민 김동연 대선 주자가 출사표를 던져 빅 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충청도 마찬가지로 거물급 후보를 앞세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묘수 짜내기에 골몰하는 형국이다. 물러설 수 없는 경쟁 체제가 됨으로써 이들 지역은 중량감있는 인물 대결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선과 달리 지방 선거만이라도 역량 있는 인물 위주의 투표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시군이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도 지역 정서에만 얽매이는 건 지역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치권 먹이사슬 구조가 아무리 기득권화 됐더라도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이를 바로잡으면 그만이다.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충청 지역의 표심은 선거 때마다 전체 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정당마다 이 곳을 최대 승부처로 인식해 지역 맞춤형 공약과 개발을 약속하며 표심 얻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2021년 총선 때도 대전 세종을 제외한 시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1곳과 8곳을 나눠 가졌다. 지역마다 근소한 표차로 진땀 승부를 펼쳤다. 중부권 교통 인프라를 갖춘 이 곳의 초고속 성장세는 산업 생태계 지도를 바꾸고 있다. 대가성 ‘선물’ 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도 결국은 이 지역에 대한 후보와 정당의 절실함을 이끌어낸 결과다. 영·호남 지역의 몰빵 스타일과는 대조적이어서 시사하는 바 크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4.05 16:46

영화 ‘코다’와 장애인의 달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상의 올해 제94회 시상식은 장애인 예술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이르는 코다(CODA : Children Of Deaf Adult)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코다’는 작품상·남우조연상·각색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영화 코다의 주인공인 여고생 루비는 자신을 제외한 부모와 오빠가 모두 농인이어서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역사 역할을 해야하는 소녀다. 음악에 심취한 그녀는 버클리 음대 진학의 꿈과 자신의 통역 도움 없이는 생계(어업)가 어려운 가족을 위한 희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영화 속 루비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가족들도 세상과 소통하게 되지만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선 현실 속 코다들의 삶은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다. 한국 코다 모임인 코다코리아의 대표이자 영화감독인 이길보라 감독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란 책에서 “태어나면서 줄곧 침묵의 세계(농사회)와 소리의 세계(청사회) 사이에서 말을 옮기는 것이 정체성이 되었다”고 코다의 처지를 설명했다. 부모를 위한 통역과 동시에 부모를 보호해야 하는 역할까지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청각장애인은 약 40만 명으로 장애 유형 중 두 번째로 많다. 장애인 인구비율이 전남에 이어 두 번째인 전북의 청각장애(14.9%) 비율도 지체장애(48.4%) 다음으로 높다. 청각장애인의 고유 언어인 수어(수화언어)는 지난 2016년 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 공포로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우리나라 법정 공용어가 됐다. TV 뉴스와 정부 부처의 기자회견은 물론 지난 대선후보들의 TV 토론에서도 수어 통역이 제공됐지만 아직도 재난·기상·속보·특보 등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대통령 연설과 기자회견 현장에 수어 통역사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옆에 선 수어 통역사’가 청각장애인 배려의 상징적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장애인 이동권을 놓고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가까이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였고, 이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전장연 불법 시위 처벌 요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갈등에 불을 질렀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지난해 한국영화 미나리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이 소수 인종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 데 일조했듯 영화 코다의 아카데미상 3관왕 수상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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