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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범기와 김승수 두 갈래 길

2014년 김승수 시장이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이 백지화됐다. 전임 송하진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다. 시중에선 김완주-송하진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업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적인 비토 심리가 지나치게 개입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 주변 돌아가는 상황도 김 시장에게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먼저 송 시장 신분이 도지사로 바뀌어 넘사벽 존재가 되었음은 둘째치고 김 시장 본인의 자질론마저 쉽게 가라앉질 않고 있었다. 선거 때부터 불거진 김완주 측근으로서 참모 경력만 화려했지 정작 본인의 능력 검증은 사실상 전무하기에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촉발된 양측의 감정적 충돌은 그로부터 오랜 기간 사사건건 대립함으로써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지난 7월 취임한 우범기 시장은 선거 때부터 돌직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 초년생인 그는 ‘뇌관’ 이나 다름없는 지역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완주 전주 통합은 물론 종합경기장, 대한방직 개발과 관련해 적극적 추진 입장을 보이면서 여론을 뜨겁게 했다. 전임 김 시장이 공론화를 핑계로 3년 이상 뭉개며 이 눈치 저 눈치만 살피던 것과 달리 그는 180도 입장을 바꿔 이를 공개 천명하면서 술렁대기 시작했다. 우 시장은 최근에도 재개발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해서라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며 공세적 태도를 취하자 시민단체는 반대에 나섰다. 그럼에도 그는 시의회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함으로써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전임 시장에 비해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에게 신선함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우 시장에 대한 시민들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선거 때 그들은 침체일로에 있는 전주를 확 바꿔 달라며 그를 뽑았다. 중앙 예산부처에서 잔뼈가 굵어 인맥이 두터운 데다 세일즈 행정을 두루 경험한 그의 잠재력을 높이 산 것이다. 전임자 시절 굵직한 대형 사업 한 번 제대로 못해 보고 8년 세월 허송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던 시민들이다. 그들은 “전주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공유한 터라 주저없이 그를 선택한 것이다. 이런 유권자 기대에 그는 부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시내 곳곳 전시 행정의 흔적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한번 불기 시작한 거센 변화 물결은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지역 발전의 호기를 맞았다며 시민들이 최근의 역동적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반기는 까닭이다. 표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간 정치인들이 핵심 사업에 대해 입장 표명을 꺼려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의 들뜬 분위기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려는 전주의 응집된 에너지를 현실화시키는 노력은 전적으로 시민들 몫이다. ‘로또 전주’ 의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설레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0.04 19:05

‘도시락 검사’의 추억, 그리고 쌀

수확의 계절, 들녘이 어김없이 누렇게 물들었다. 풍성한 가을걷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디서도 풍년가는 들리지 않는다. 햅쌀 수확기인데 아직도 소비되지 않은 재고가 창고에 가득하다. 고물가 시대, 속절없이 떨어지는 쌀값에 농심이 들끓었다. 결국 정부가 쌀값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공급과잉으로 '남는 쌀'을 정부가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게 핵심이다. 농민단체는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쌀은 식량 이상의 의미와 위상을 갖고 있다. 그런 쌀이 제 위상을 잃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점심시간. 학교급식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기, 아이들은 책상 위에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을 꺼내놓고 담임교사의 검사를 기다려야 했다. 혼식검사다. 보리나 잡곡이 30% 이상 섞이지 않은 하얀 쌀밥이 적발 대상이었다. 행여 교육청 장학사가 일선 학교에 혼식 검열을 오는 날이면 교사들이 수업 전에 사전 검열을 하기도 했다. 학교 측의 지시를 깜빡 잊고 흰 쌀밥을 싸온 아이는 교사의 엄명에 따라 친구 도시락에서 보리밥이나 잡곡 한 두 숟가락을 떠서 쌀밥 위에 덮어야했다. 검열 나온 장학사의 눈을 속이기 위해 교사의 지시로 즉석에서 혼식 도시락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머니가 정성스레 싸준 흰 쌀밥 위에 남의 집 보리밥이 얹혀져 얼룩덜룩하게 변한 밥을 한술도 뜨지 못하고 쫄쫄 굶는 비위 약한 여학생도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 정부는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혼분식 장려운동’을 펼쳤다. 식생활을 개선해 국민의 영양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실상은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붐으로 인구가 급증했으나 쌀 생산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쌀 부족 현상이 심각했던 탓이다. 정부가 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의 도시락까지 단속했던 그 시절로부터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그 사이 쌀의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했다. 품종개량과 농업기술 발전으로 쌀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식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소비량은 날로 줄어들었다. 쌀이 남아돌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큰 반전이다. 산아제한 정책은 출산장려로 바뀌었고, 부족했던 쌀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 폭락을 불렀다. 우리 사회에 닥친 심각한 위기다.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업인의 삶은 물론 대한민국 식량주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촌 없는 도시, 농업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농업·농촌의 위기가 임계점에 달했다. 이대로라면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의 비극은 농촌에서 시작될 게 뻔하다. 이 ‘상실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다시 뿌리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단체가 쌀 소비 확대 방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또 한 번의 반전을 통해 쌀이 제대로 대접받는 날이 우리 시대에 다시 올 수 있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03 17:53

지역축제와 문화산업

가을축제가 쏟아지고 있다. 위태로웠던 코로나 시국을 건너 살아남은 축제의 행렬이다. 축제가 도시 마케팅의 통로가 된 지 오래. 국내외를 막론하고 축제는 이제 도시를 알리고 상징하는 중심이 되었다. 축제의 연원은 길다. 다만 시대를 거치면서 그 기능이 달라졌을 뿐이다. 과거의 축제가 일상에서 엄격히 지켜져 왔던 질서와 권위, 사회적 위계질서의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제의나 놀이의 개념이었다면, 오늘의 축제는 문화산업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축제로 도시를 알리고 성장시킨 예는 얼마든지 많다. 문화산업으로 축제를 발전시킨 덕분이다. 축제로 성장한 도시는 아무래도 유럽이 먼저다. 축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는 하나같이 원시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문화시장으로 기능을 하는 유럽의 축제들은 시대에 맞춰 진화하면서 오늘의 문화산업을 주도한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국제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축제만 수백여 종, 내용도 형식도 다양하다. 축제를 산업으로 이어낸 유럽의 도시들은 축제에 쏟는 공력이 대단하다. 축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 덕분에 중세기를 거치면서 더욱 세련되고 지적인 형식으로 발전된 유럽의 축제는 20세기 들어서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위력의 문화적 힘을 과시하는 시장을 형성했다. 주목할만한 특징이 있다. 성공한 유럽의 축제 중에는 음악을 중심에 세운 공연예술축제가 많다는 사실이다. 오래된 문화적 전통과 자산을 축제로 이어낸 결실이다. 1백 년을 훌쩍 넘긴 역사만으로도 관심을 모으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축제나 이탈리아의 베로나 축제는 대표적인 예다. 수준 높은 오페라 무대와 잘 기획된 공연 프로그램으로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이들 축제는 이미 오래전에 도시를 먹여살리는 이른바 산업이 됐다. 우리나라의 축제도 전통이 깊다. 그러나 산업으로서의 축제는 1990년대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역축제들이다. 산업화의 통로로 기능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던 자치단체들은 크고 작은 축제를 쏟아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살아남은 축제는 많지 않다. 지역의 전통과 자산을 내세우면서도 지역적 정체성과 축제의 독창성을 살리지 못한 탓이다. 우리 지역에도 많은 축제가 있다. 대부분이 지역적 특성을 앞세워 산업화를 기대하며 만들어낸 축제들이지만 역시 산업화에 성공한 축제는 많지 않다. 성장을 멈춰버린 지역축제들이 관행에 의지한 채 산업화를 외쳐대는 현실이 안타깝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9.29 17:50

일본 전 총리의 참회

일본 내 대표적 지한파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지난 주말 진도와 정읍을 찾아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사죄의 고개를 숙여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진도 왜덕산 위령제와 정읍 태인에 있는 3·1운동 기념탑을 참배하고 일본의 참회를 촉구했다. 그는 정읍시청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는 “한일관계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일본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들고 “일본이 무한책임의 자세를 가진다면 한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현재 한일관계가 좋지 않다”며 “일본의 충분한 사죄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3.1운동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식민 치하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동으로 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서 “일본인으로서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진도 왜덕산과 일본의 이비총(耳鼻塚, 귀·코 무덤)을 비교하기도 했다. 왜덕산은 이순신 장군이 배 12척으로 왜군을 대파한 명량해전 당시 전사한 왜군을 진도 주민들이 수습해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고 위령제를 지내는 곳이다. 이후 왜군에 덕을 베풀었다 해서 왜덕산이라 불린다. 현재 약 50여 기의 왜군 무덤이 남아있으며 이런 사실이 지난 2002년 진도 주민의 증언을 통해 알려지자 당시 숨진 일본 수군의 후손들이 왜덕산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언급하며 “조선인의 귀나 코를 가져가 자랑했던 일본의 역사를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일본인의 자성을 촉구했다. 도요토미의 명령으로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베어 가 일본 곳곳에 만들어진 게 이비총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교토에 세워진 이비총은 12만 개가 넘는 조선인의 귀와 코로 무덤이 만들어졌고 전쟁의 공적으로 삼았다.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 전투에서 희생된 1만여 명에 달하는 조선인들의 코와 귀도 일본 곳곳에 묻혀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일본 오카야마현에 있는 귀 무덤 위령제 때 참배하고 사죄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2009년 일본 역사상 최초로 민주당 단독 정당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총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조부는 초대 자민당 총재와 52~54대 총리를 역임한 하토야마 이치로다. 부친은 하토야마 이이치로는 외부대신을 역임했다. 제국주의자인 할아버지와는 달리 그는 일본의 과거사를 인정하고 한일관계 개선에 앞장서 오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경남 합천에서 원폭 피해자를 만나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참회처럼 일본 자민당 정권이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때 꼬여있는 한일관계도 쾌도난마처럼 해결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9.28 16:29

인사청문회 실효성 논란

지난주 4일간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의석을 지킨 국회의원은 20명 안팎이 고작이다. 썰렁한 의사당이 국회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제는 출석율뿐 아니라 대정부질문 질의응답 수준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호통치는 고성과 함께 기선 제압적인 태도,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만들어내는 동문서답식 공방은 그야말로 꼴불견 그 자체다. 소통보다는 망신주기를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가 다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무용론을 둘러싼 논쟁이 오래됐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도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가 허다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곧 인사청문회 열기로 뜨거울 전망이다. 청문회 대상 기관장 공모 절차가 2∼3곳서 진행되고 연말까지 3곳이 예정돼 있다. 김관영 도지사 취임 이후 산하 공기업 출연기관장 인사청문회 대상 기관이 5곳에서 9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도의회 인사청문회는 ‘반쪽 짜리’ 란 딱지가 붙어 있다. 후보자 자질 중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면서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야를 의도적으로 회피함으로써 도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후보자 과거 행적과 사생활, 자녀 문제까지 낱낱이 공개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비가 된다. 극에 달한 정치 혐오증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쌓게 만드는 비뚤어진 자화상이다. 정치 얘기를 꺼내면 질색하는 데도 굳이 거론하는 건 정치인들의 판단과 결정이 우리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 그렇다. 법률 제정과 함께 예산안 심사는 물론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집행 기관을 견제 감시하는 역할이다. 이같은 고유 권한은 그에 걸맞는 능력과 도덕성, 주민과의 소통 능력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실제 그렇지 못한 정치인이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누구보다 앞장서 성토하는 것도 유권자들이다. 구태에 젖어 묻지마 투표를 일삼으며 뽑았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정치는 오히려 뒷걸음 치고 있다. 후보자 검증도 결국 의원 개인의 자질과 맞물려 있다. 업무 능력과 청렴도 검증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전문적이고 특화된 공공기관장이란 점에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십과 소통 공감 능력도 그에 못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간 보여준 의원들의 활동에 비추어 역량과 전문성 측면에서 다소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얼마 전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압적 태도의 도의원 반말 투 질문이 물의를 빚었다. 그뿐 아니라 의원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 사실에 입각한 비아냥거림의 질의 태도 또한 눈총을 받았다. 더 심각한 것은 본인 직업과 관련해 이해 관계가 얽힌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해 이해 충돌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런 무책임하고 일방통행식 자세로는 인사청문회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무용론이 대두되기 십상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9.27 18:04

쌀값 하락과 비빔밥·콩나물국밥

정부가 올해 수확되는 쌀 45만 톤의 시장 격리를 결정했다. 시장 격리는 쌀의 수급조절을 위해 수확기에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할 경우 예상되는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이다. 공공비축제도인 시장 격리는 과거에 시행됐던 추곡약정수매제도(추곡수매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매년 추수가 끝난 뒤 정부가 농가로부터 정해진 가격에 쌀을 사들이던 추곡수매제는 1997년부터 영농기 이전인 매년 2월 약정 수매량을 예시하면 3·4월 농가와 농협이 추곡수매 약정을 맺고 수매대금 일부를 4~5월에 미리 지급받는 약정수매제도로 바뀌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개방 협상에 따라 농가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해지면서 2005년부터 폐지되고 대신 정부가 일정 분량의 쌀을 시가로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지금의 공공비축제도가 도입됐다. 정부의 쌀 45만 톤 시장 격리 결정은 쌀값 폭락 때문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산지 쌀값(정곡 20㎏)은 2019년 9월 4만6834원, 2020년 9월 4만8143원, 2021년 9월 5만4228원으로 크게 올랐다가 올해 9월 4만725원까지 내려갔다. 1년 전보다 무려 24.9%나 하락한 것으로 정부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7년 이후 45년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쌀값 하락은 생산량 증가 속의 소비량 감소가 원인이다. 쌀 생산량은 2020년 350만7000톤에서 지난해 388만2000톤으로 10.7% 증가했다. 반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90년(119.6㎏)부터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는 56.9㎏으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던 1970년(136.4㎏)의 41.7% 수준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5.8g이다. 하루에 밥 한 공기 반(한 공기는 100g) 정도 먹는 셈이다. 하루 밥 두 공기를 채 안 먹는 것은 2010년(199.6g)부터 12년째 계속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육류(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소비량은 55.9㎏에 달한다. 조만간 밥이 차지하던 주식 자리를 고기에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쌀 중심 한식 식습관은 서양식에 비해 체중관리 효과가 뛰어나고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호주에서 한식과 서양식 섭취군을 나눠 12주 동안 연구해보니 한식 섭취군 허리둘레가 더 많이 감소했고, 미국인 56명을 두 팀으로 나눠 25일간 각각 한식과 서양식을 제공한 결과 한식군의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가 더 컸다고 한다. 쌀값 하락의 원인을 쌀 소비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식 가운데는 밥 없이는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백반과 김치·된장찌개도 있지만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이 대표적이다.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을 장려해 쌀 소비를 늘릴 방안을 찾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9.26 16:53

기재부 원군에 햇살 받은 전주시

전주시가 한옥마을에 과도한 규제정책을 펴다 보니까 어느정도 보존은 됐지만 개발이 잘 안돼 구도심이 약화됐다. 특히 슬로시티 지정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져 도시전반이 활기를 못 띠고 쇠잔해 가고 있다. 고도(古都)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개발을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지만 개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모처럼 만에 의욕을 과시했던 우범기 전주시장의 개발행정이 혹시나 차질을 빚지 않을까 염려된다. 전임 김승수 시장과 달리 예산전문가로서 뭣이 중하고 시급한지를 잘 아는 우시장이 개인재산을 보호하고 구도심을 살리려고 과도한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선 것은 박수 받아야 한다. 우시장이 선거공약 실행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밤 10시면 적막강산으로 변해버린 한옥마을의 구시가지를 다이나믹 하게 발전시키려는 우 시장의 의지가 꺾여선 안된다. 그간 전주는 대안 없이 반대만을 일삼는 일이 빈발했다. 시가 발전방안을 강구하는데도 발목 잡는 일이 흔했다. 시에서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나서자 즉각 시민단체가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침묵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누구 보다 찬성하고 반겨줘야 할 건설업계가 꿀 먹은 사람들처럼 아무 입장을 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건설업계가 공사수주에 혈안이 돼 있을 게 아니라 전주시와 전북경제를 위하는 사업인 만큼 발벗고 나서야 한다. 혁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대단위 택지개발이 이뤄졌지만 전북주택건설업체는 아파트 짓겠다고 토지분양 하나 받지 않아 고스란히 안방을 광주 전남업체에 내줬다. 위험요인을 안고 가야 회사가 커지는 법인데 시행은 안하고 안전하게 하도급 받아 시공만 하겠다는 것이 전북업체들의 생각 같다. 이 때문에 지역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면서 지역경제가 쪼그라들었다. 거창하게 시민의식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이 누군가 목에 방울 달 사람 조차 없는 게 안타깝다. 잘못된 것을 나무라고 지적한 어른도 없다. 서로 못 잡아 먹어 한이고 나무 위에 올려 놓고 마구 흔들어 대는 볼썽사나운 일만 펼쳐진다. 오늘날 전주시가 전국 20위권으로 밀려난 것도 우리가 만든 업보다. 적당이 관에 빌붙어 이익이나 챙기고 눈치나 살피는 안일한 생각이 결국 전주 낙후를 가져왔다. 지역발전은 단체장 혼자 힘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시민들이 뒤에서 으싸하고 밀어줘야 한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아직 신에게는 13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말한 것처럼 전주와 전북발전을 위해 아직도 역량이 남아 있기 때문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지난 22일 눈코 뜰새없이 바쁜 최상대 기재부 2차관과 예산실 간부들이 전주시 국비지원사업 현장을 전격 방문, 우 시장으로부터 전주 육상경기장 건립에 따른 국비지원 요청을 받았다. 예산 철이라 최 차관을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도 만나기 힘든데 친정 출신인 우 시장을 직접 전주까지 찾아와서 만난 것은 선후배의 정을 떠나 기재부가 전주시에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모처럼 만에 우시장이 가을햇살을 받아 전주 발전이 기대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9.25 17:57

지구를 지키는 기업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소비자 불매운동 구호쯤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한 의류회사가 내세운 광고 문구다.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옷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로 광고를 만들었으니 아무래도 그 배경이 궁금해진다. 이 특별한 광고의 주체는 미국의 친환경 의류회사 <파타고니아>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 가장 큰 폭의 세일 시즌이 시작되는 ’블랙프라이데이‘의 뉴욕타임스 광고로 처음 등장했다. 이 기업의 목표는 ’지구에 불필요한 해를 끼치지 않고 사업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는 것. 목표가 지구를 향하고 있으니 사업은 그 목표를 위한 수단이다. 수많은 기업이 행해온 마케팅 전략과 그 과정에 비추어보면 자칫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지만, 파타고니아는 지속적인 실천으로 환경보호에 앞장 선 가장 모범적인 친환경 기업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기업이 최근 또 하나의 화두(?)를 세상에 던졌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 회장(83)이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 지분 100%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재단 환경단체에 넘기면서다. 쉬나드 회장이 사회에 환원한 지분은 30억 달러(한화 4조 1800억 원). 그중 신탁사에 넘긴 2%를 제외한 98%를 환경단체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쉬나드 회장의 경영 철학과 실천은 남다르다. 파타고니아를 창업한 것은 지난 1973년. 암벽 등반전문가였던 쉬나드 회장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장비를 제품으로 생산해냈는데, 아무리 잘 팔리는 도구라 해도 자연환경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면 곧바로 제조를 중단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유기농, 친환경 원단만 사용하는 것은 원칙 중에서도 원칙.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 옷을 생산하고, 파타고니아 사이트에는 새 옷을 사기전에 ’중고 장터부터 확인해보라‘거나 헌 옷을 수선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이미 30여 년 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출의 1%를 ’지구세(Earth Tax)‘라고 이름 붙여 기부해왔으며 해마다 받게 될 1400억 원 규모의 배당금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비롯한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한다. 쉬나드 회장은 회사 지분을 통째로 사회에 환원하면서 “내 삶을 이런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것이 소수의 부자와 수 없이 많은 가난한 사람들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더했다. 기업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활동(ESG)이 부상하고 있다. 쉬나드 회장이 가져올 선한 영향력이 더 기대된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9.22 17:29

대통령 신뢰도

얼마 전 한 시사주간지에서 발표한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시사IN’이 한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조사해 공개한 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위(29.8%), 박정희 전 대통령(24.3%)이 2위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 조사에 포함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15.1%로 3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30대 여성과 광주·전라, 학생층에서 신뢰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뒤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13.5%로 4위, 이명박 전 대통령은 3.6%로 5위였다. ‘시사IN’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를 실시해왔다. 2007년 첫 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52.7%로 1위를 차지한 이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까지 줄곧 앞서왔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전해 1위로 올라섰다. 노 전 대통령은 보수진영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 다음으로 신뢰도가 높았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층에서 44.1%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노 전 대통령이 14.6%로 2위를 차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8.0%, 김영삼 전 대통령 4.1%, 이승만 전 대통령 3.7%, 박근혜 전 대통령 3.5% 순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뢰도가 높은 것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탈권위적인 면모와 파격적인 소통 행보로 친숙한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많이 각인된 덕분이다. 특히 지역감정 해소와 함께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에 주력한 점이 호평 받는다. 세종복합중심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을 놓았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 등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임기 첫해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3.62점으로 가장 낮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첫해 6.59점, 문재인 대통령은 6.67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첫해 신뢰도 조사는 하지 않았다. 신뢰도 점수는 0~4점 불신, 5점 보통, 6~10점 신뢰 구간으로 분류한다. 취임 100일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는 국정농단사태로 탄핵 직전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 3.91점보다도 낮았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매우 중요하다. 국민적 신뢰와 지지가 있어야 국정 운영 동력도 담보할 수 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힘 있게 국정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비롯해 윤핵관 논란,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등 당내 갈등, 경찰국 신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도어스테핑 발언 등이 국민과의 불신 원인으로 꼽힌다. 하루빨리 국민적 신뢰 회복을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의 걱정을 덜 수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9.21 18:02

민주당의 존재감

민주당을 바라보는 도민들 시선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과거 묻지마 지지세와는 달리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팍팍한 지역 살림과 맞물리면서 정치권 역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주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의 전북 방문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도민들은 ‘전북 달래기’ 차원의 민심 수습용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최근 지도부 구성에서 전북 출신이 배제된 것과 관련 도민 불만이 팽배한 점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깎아내린다. 이 대표도 이런 기류를 의식했는지 “민주당이 잘못하면 쓴소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지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며 사나운 민심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위기에 몰리면 지역 순회 최고위 개최를 명분으로 지도부가 대거 방문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도 식상해 한다. 도민들은 그간 경험을 통해 ‘보여주기’ 일회성 행사라는 것을 꿰뚫고 있기에 시큰둥하다. 지역 현안 해결의 당위성은 선거 공약과 입법 추진과정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음에도 굳이 여론 수렴을 빌미로 이런 행사를 되풀이하는 게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반수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집권 여당 때는 뭐하다가 야당 처지로 바뀐 지금에 와서 현안 해결 운운하는 게 도저히 믿음이 안 간다고 한다. 힘이 있을 때 밀어붙여야 했는데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방문에서도 “전북은 민주당의 뿌리며,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도민들이 민주당을 지켜보고 있다” 며 끈끈한 유대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조차도 정치인들의 단골 멘트로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향후 인물 발탁이나 지역 현안 추진과정에서 이를 가시적으로 증명해 보이면 된다는 의미다. 지금 민주당에 거는 도민들 기대는 대체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지난 8월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34%대였다. 이는 3월 대선 이재명 후보 득표율 82%대를 감안하면 반 토막도 안되는 수치여서 충격은 더했다. 역대 최저치 6월 지방선거 투표율 48.7%까지 더하면 민주당 독주 체제에 대한 민심 이반이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해법은 보다 명확해진다. 공천 혁신을 통한 대대적 물갈이는 물론 지역 현안 해결에 구체적 성과를 냄으로써 민주당이 전북의 뿌리임을 보여줘야 한다. 의원들도 퇴행적 지역 정서에만 의존하지 말고 의정 활동 성적표를 통해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북 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제3금융 중심지, 남원 공공의대 유치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얼마만큼 성과를 거뒀는지가 총선 선택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이다. 유권자 눈높이가 점차 우리 생활과 직결된 실사구시(實事求是) 노선으로 바뀌고 있다. 국정 운영과 지역 발전은 물론 주민 삶의 질 개선에 누가 이런 노력을 앞장서 하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민주당과 의원들이 존재감을 보여야 할 때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9.20 17:59

온라인 리뷰와 사이버 삐끼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은 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남기는 리뷰가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순수한 소비자 개개인의 리뷰와 달리 일부 온라인 광고대행업체나 경쟁업체의 순수하지 못한 리뷰가 자영업자들의 영업에 타격을 주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리뷰가 일상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부터 ‘방문자 리뷰’에 ‘별점’제도를 없애는 대신 ‘음식이 맛있다’, ‘친절하다’, ‘매장이 청결하다’ 등 키워드를 선택해 음식점을 평가하는 ‘키워드 리뷰’를 도입했다. 맛, 친절, 청결, 주차, 메뉴 등 다양한 항목의 평가 결과를 막대 그래프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리뷰는 마음만 먹으면 업소의 홍보용 리뷰와 경쟁 업소에 대한 비방용 리뷰 모두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다. 일부 온라인 광고대행업체는 홍보를 넘어 리뷰 조작까지 제안한다고 한다. ‘리뷰 알바’까지 등장해 수백㎞ 떨어진 가보지도 않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것처럼 리뷰를 남긴다. 온라인 플랫폼 리뷰에는 개인 방문객들의 다양한 칭찬 및 불만 리뷰와 함께 업소의 홍보성 리뷰와 경쟁 업소 비방용으로 의심되는 교묘하게 작성된 리뷰도 올라온다. 온라인 광고대행업체를 통한 ‘리뷰 알바’는 과거 식당이나 술집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속칭 ‘삐끼’가 길거리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와 ‘사이버 삐끼’ 노릇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전주 시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현대옥 본점의 네이버 리뷰에는 올 여름 휴가철 한 방문객이 “2층 대기실이 있어서 대기하기는 편했는데 많은 인원이 갔더니 좀 정신이 없었다. 국밥은 별로였고 군만두는 맛있었다”며 현대옥의 주메뉴를 깎아내리는 글을 올렸다. 현대옥 본점은 답글을 통해 “고객께서는 동일 아이디로 연속해 3개의 리뷰를 쓰셨다. 영수증 일자는 같은 날인데 1번째 2번째 3번째 방문이라고 표시하면서 쓰셨다. 더 좋은 맛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한 방문객이 리뷰에 “상도 지저분하게 치우고 너무 정신없어요. 불친절은 기본~~”이라고 적었고, 다음날 현대옥 본점은 답글에서 “고객께서는 지난 2월에는 어떤 근거 제시도 없이 막연히 ‘맛이 그때 그때 다르다’는 부정적 리뷰를 쓰셨다. 저희는 식탁보를 사용해 식탁이 아주 깨끗하다. 불친절이 기본이라면 망했을 것이다.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글은 반대한다”고 적었다. 음식점들이 자신들의 음식 부실과 불친절, 환경 불량 등의 부족함을 리뷰 조작으로 극복하고 경쟁 업소 비방으로 고객을 끌려한다면 그 도시의 음식산업과 관광산업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플랫폼 리뷰의 영향력을 줄이거나 갈수록 교묘해지는 홍보 및 비방성 리뷰를 차단할 수 있는 개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9.19 16:46

바꿔야할 도민의식

전북이 잘 사는 고장이 되려면 먼저 도민의식이 바꿔져야 한다. 지금처럼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왜 전북 사람들이 개성과 칼라가 없게 되었을까. 말씨부터 충청권에 가깝다. 액센트가 없어 동화가 잘 되는 말씨다. 광주 전남 사람들은 액센트가 강해 어딜가도 말씨를 숨길 수가 없을 정도로 금방 표시가 난다. 자신을 숨기고 감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을 해버린다. 전북은 말씨가 튀는 말씨가 아니라서 서울말로 충청도말로 둔갑하기가 쉽다. 전북은 농경사회가 주류를 이룬 탓에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동성이 심한 사회가 아니었다. 지역사회가 고인 물처럼 정체돼 있었다. 바깥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질 않았다. 섬이 많은 전남에 비해 기질이 확연히 다르다. 전남은 완도 진도 등 유배지로 유배 온 사람들이 많아 자연히 반항적인 기질이 생겨나면서 강한 기질이 만들어졌다. 사리 분별력이 강하고 자기주관이 뚜렷해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정의감이 투철해 할말하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세상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아무나 뽑아주지 않는다. 자신들이 판단할 때 아니다 하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도 확실하다.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을 국회의원 시켜 지역발전을 도모해 간다. 자연히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게 돼 있다. 국회에서부터 확실하게 자기 칼라를 드러내기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광주 전남을 크게 의식한다. 이재명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되면서 곧바로 망월동 민주화 묘지를 참배한 이유를 알아야 한다.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인 하의도를 방문한 것도 광주 전남 도민들을 크게 의식했기 때문이다. 전북 도민들은 심성이 고와서인지 악착같은 근성이 없다. 선거 때 표 찍어준 것으로 할일 다한 것으로 생각해버린다. 그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권리당원이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데도 지난 당 대표 선출 때 장수출신 박용진 의원이 출마했는데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어대명이기 때문에 나 한표 찍어줘봤자 순위가 바뀔 것도 아닌데 하면서 투표도 안하고 찍어주지도 않았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받으려고 모두가 이재명의원 쪽으로 줄서 있는 게 전북정치의 현주소다. 이런 식으로 지역이 움직이다 보니까 지명 직 최고위원도 전북은 안중에도 없이 광주 전남 쪽으로 넘어갔다. 전북은 하위당직인 수석대변인과 특보단장을 맡은 것으로 만족하는 모습이다. 현재 전북정치권은 최 약체로 꼽힌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 몫을 제대로 반영시켜 찾아올 국회의원이 없다. 도민들이 믿고 기대할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이 모든 것도 도민들이 만들어낸 업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게 개탄스럽다. 지금부터라도 가렵고 아픈데가 있으면 자기 목소리를 내서 중앙에 들리도록 해야 한다. 우리 의식이 적극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전북발전은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대안을 갖고 비판하는 도민의식이 절실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9.18 18:00

장점마을 찾아온 원앙

익산 함라면 장점마을. 인근에 들어선 비료공장이 배출한 발암물질 때문에 암 집단 발병 피해를 입어 이름을 알린 마을이다. 일명 ‘장점마을 사태’로 알려진 이 마을의 불행은 비특이성 질환에 대한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국내 첫 사례이기도 하다. 100여 명 살고 있는 이 작은 시골 마을이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과 역한 냄새에 시달리며 겪어야 했던 고통과 결과는 참담했다. 2001년 공장이 들어선 이후 2017년 폐업할 때까지 마을주민 22명이 집단 암에 걸렸고 이들 중 14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직접 조사에 나서 그 결과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의 대책은 미미했다. 오래전부터 피해를 호소해온 주민들의 외로운 투쟁이 진실을 끌어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수년 동안 지속된 싸움은 2019년 말, 환경부의 주민건강역학조사로 암 발병의 원인이 이곳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발암물질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오고서야 끝이 났다. 세상과 마주한 장점마을 비극의 진실은 환경문제에 무지했던 우리 사회를 향한 엄중한 경고였다. 지난해에는 장점마을 사태를 기록한 백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마을 저수지에 떼죽음한 물고기들이 떠올랐던 그 날,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기 시작한, 공장에서 뿜어대는 연기가 산을 넘지 못하고 마을로 밀려들면 악취로 숨을 쉬기 힘든 일상이 시작됐던 그때부터 20년, 주민들이 투쟁해온 기록이었다. 그리고 다시 1년. 장점마을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천연기념물 원앙과 황조롱이다. 놀랍게도 원앙이 발견된 곳은 문 닫은 비료공장 인근이다. 이들 뿐 아니라 수리부엉이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모여들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들을 발견한 생태연구가 유칠선 박사는 ‘비료공장이 문을 닫아 악취와 매연 등 환경오염 원인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사실 익산 장점마을은 인근에서 물이 좋기로 손꼽혔던 마을이다.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마을 건너편에는 금강이 흐르는 풍광은 장점마을의 오래된 자랑이었다. 공기 좋고 아름답던 마을에서 집단 암 발병 마을로 추락했으나 다시 건강한 생태계를 회복하고 있는 장점마을의 오늘은 스스로 빛난다. 그 뒤에는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끝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분투해온 장점마을 주민들이 있다. 원앙과 황조롱이가 장점마을을 다시 찾아온 이유가 있을 터.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장점마을은 우리에게도 희망이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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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9.15 12:36

휴대전화와 학생 인권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 문제가 학교 현장에서 뜨거운 논란거리다. 지난해 11월 대구의 한 고등학생이 학교 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제한한 것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에 통신의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한 데 대해 인권위가 인권 침해라고 판단하면서 학교 교육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 학교 교장에게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 행위를 중단할 것과 일반적 행동 자유권이나 통신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학교에서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전면 해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선 학습권 등을 이유로 여전히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고 있어 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국가인권위 광주인권사무소가 지난달 전북과 전남 광주지역의 기숙사가 있는 국공립학교 150곳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 제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46개 학교가 휴대전화를 수거하거나 또는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사용 제한은 수면권 보장 및 학습권 보장이 주된 이유였다. 이에 인권위는 불이익 조치를 하지 않은 10개교와 관련 규정을 삭제한 4개교 등 14개 학교를 제외한 32개 학교에 대해 기숙사 내 휴대전화 사용 관련 규정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교육감에게도 권고대상 학교가 인권위의 권고를 적절히 이행하도록 지도·감독할 것도 별도 권고했다. 문제는 학교 내에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해제함에 따라 일선 학교와 교사들의 고민이 커가고 있다. 집에서도 휴대전화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도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 중에도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려 학습 분위기를 흐리거나 고개를 숙인 채 선생님의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태블릿 PC를 켜놓고 영화 감상 등을 하는 학생도 있다는 것. 결국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인권위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 해제 권고가 교육 현장의 학습권을 해치고 있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반면 학생들은 검색기능을 통한 학습의 도움이나 긴급한 일이나 학교 폭력 등 위험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 등을 이유로 휴대전화 사용을 반기고 있다. 하지만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전면 허용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이 적지 않다. 아직 자제력과 분별력이 떨어지는 초등생의 경우 학습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수업 중에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은 심각한 학습권 침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수업권이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조속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9.14 16:35

외국인 노동자 ‘명절 증후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모처럼 만에 명절 연휴 고향의 정취를 듬뿍 안고 삶터로 돌아온 우리와 달리 이역만리 고향을 두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이들의 명절은 기쁨보다는 고통과 외로움이 훨씬 뼈저리다. 차라리 쉬지 않고 일터에서 근무하면 식사라도 해결되지만 연휴엔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 이들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한 가족이 된 지 오래됐지만 명절 때는 여전히 이방인 신세가 된다.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재감을 뽐내는 이들 노동자에 대한 가족 공동체 의식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평소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몰려 다니는 걸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명절이나 휴일 식당은 물론 상가, 커뮤니티 공간도 문을 닫은 데다 영화관은 언어 소통 문제로 꺼려 하면서 갈 곳이 마땅치 않다. 관광지에서 이들 숫자가 늘어난 것과 일맥상통한다. 가끔 논란을 빚는 불법 체류와 인권 유린 등 그들을 둘러싼 잡음도 결국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음을 웅변한다. 최근 산업현장의 재해 희생 사고가 급증한 것도 이런 현실과 맞닿아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일손이 가장 절실한 곳에서, 그리고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피땀을 흘리는 이들 노동자들의 사회 안전망 관리가 절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을 비롯해 노동 인력의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2019년 기준 전문 인력과 단순 기능인력 등 취업 자격을 갖춘 인력만 우리나라에 56만 7261명이다. 비공식 통계 인력까지 합치면 이보다 몇 배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들 대부분은 고향에 있는 부양가족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고단한 삶을 버텨내고 있다. 서독 광부와 간호사, 중동 건설 근로자 파견을 통해 가난 탈출을 꾀했던 1960, 70년대 우리 처지와 엇비슷하다. 그러나 이방인 신세로 이들이 겪어야 하는 ‘명절 증후군’ 은 글로벌 다문화 시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다. 그에 대한 책임 또한 비껴갈 수가 없다.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 경제를 지탱해주는 산업현장의 필수 인력이다. 정부가 코로나 이전 인력 수급을 위해 연말까지 5만 명을 포함해 올해 8만 50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팬데믹 이후 심각해진 인력난 해소를 위한 긴급 조치인 셈이다. 그만큼 노동 현장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이같은 추세는 갈수록 심화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아직도 외국인 노동자의 피부 색깔과 생김새 따라 편견을 갖는 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100년 만에 가장 둥글다는 이번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문득 다양한 접촉을 통해 매일 일상을 공유하는 그들이야말로 ‘이웃 사촌’ 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9.13 15:52

총장 선거와 전북대의 미래

9년 전 전주시내 어느 한정식 집에서 벌어졌다는 서거석 교육감과 이귀재 전북대 교수 간 폭행사건의 진실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당시 전북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발생했다는 폭행사건은 지난 교육감 선거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후보간 고소 고발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피해자로 알려진 이 교수가 폭행 사실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논란을 키웠고, 곧바로 시민단체가 당사자들 간의 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진실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폭행사건은 지난 2013년 12월 당시 전북대 연임 총장이던 서 교육감이 차기 총장 선거 출마에 뜻을 둔 이 교수와의 언쟁 과정에서 휴대폰으로 이 교수의 이마를 때린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 교육감은 그동안 폭행 사실 자체를 일관되게 부인해 왔고 이 교수는 당시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꿔왔다.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며 술자리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이 선거 정국에서 거짓말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눈덩이 처럼 커졌다. 이 교수는 자신이 폭행당한 사실을 동료 교수에게 밝힌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난 교육감 선거의 이슈로 떠오르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는 자필확인서를 썼다. 이후 경찰 조사과정에서 다시 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순 부딪힘에 의한 행위가 폭력으로 왜곡되고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됐다”며 또다시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만 발표한 뒤 질의응답도 없이 도망치듯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 의혹을 더 키웠다. 이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소 당해 경찰 조사를 받은 서 교육감은 “이 교수의 말이 오락가락 자주 바뀌었기 때문에 신빙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의 기자회견 이후 공공성강화 전북교육네트워크는 이 교수가 말을 바꾼 배경에 대해 서 교육감과의 ‘모종의 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음달 26일 치러지는 전북대 총장 선거에 나서는 이 교수와 서 교육감이 ‘짬짜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짜증나고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대학 교수간 폭행사건은 9년 전 사건으로 직접적인 목격자도 없어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와 전북대 총장 선거 과정에서 진실 공방을 부르며 선거를 왜곡시킨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 대학의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9년이나 지난 해묵은 사건이 대학과 지역 교육계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관되게 사건을 부인하고 있는 서 교육감은 차치하더라도 오락가락 진술로 사건의 진실은 물론 스스로의 언행에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이 교수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서 전북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그의 총장 선거 도전은 그래서 더 당혹스럽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9.12 18:51

반쪽 인사청문회

민선 8기 들어 전북도 산하 공기업 및 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대상 기관이 5곳에서 9곳으로 늘어났다. 김관영 도지사와 국주영은 도의회 의장은 지난 6일 전북도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의 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에 따라 인사청문회 대상 기관은 기존 전북개발공사와 전북신용보증재단 전북연구원 군산의료원 전북문화관광재단 등 5개 기관에다 전북경제통상진흥원 전북테크노파크 자동차융합기술원 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 등 4개 기관이 추가됐다. 도의회는 출연금이나 자본금 규모가 크고 도정 운영 기여도가 높은 기관 위주로 대상 기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전북도 산하 공기업 및 출연기관 16곳 중 인사청문회 대상 기관은 9곳으로 인사 청문 비율이 56%에 그치고 있다. 타 시도에 비해 인사청문회 비율이 높다고 하지만 여전히 반쪽 청문회라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렵다. 특히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함에 따라 인사 청문이 통과의례로 그칠 공산도 크다. 후보자의 자질 중에 직무 능력 및 업무 적합도도 요구되지만 도덕성 및 청렴성 검증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LH 직원 투기 사례처럼 각종 개발사업 수행에 따른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수 있고 경제적 기술적 지원이나 혜택이 뒤따르는 분야도 있기에 해당 기관의 장은 보다 엄정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된다. 과거 비위 전력이나 범법행위가 있다거나 재산 병역 등으로 문제가 있다면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결격사유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제대로 된 후보자 검증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도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언행, 사생활뿐만 아니라 자녀 문제까지도 광범위하게 검증하는 것과 비교하면 도의회의 현행 인사 청문은 수박 겉핥기식에 불과할 수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된 공기업 및 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도입됐다. 도의회에서 지난 2004년과 2014년 두 차례 인사 청문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직권으로 공포했다. 그러나 도지사가 지방의회가 인사 청문 조례를 제정할 근거가 없다며 대법원에 제소했고 대법에서 무효 판결이 나면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타 시도에서 인사 청문제도를 시행하자 지난 2019년 1월 전북도와 도의회가 협약을 통해 인사 청문회를 도입했다. 그렇지만 일부 기관만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도덕성 문제는 비공개로 진행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인사 검증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전북도 공기업 및 출연기관 관련 운영 재정이 8000억 원대에 달하는 만큼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면 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 청문제도를 더 강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9.07 16:16

지역 패권에 매몰된 국회의원

민주당 전북 국회의원의 ‘통 큰’ 정치가 아쉽다.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앙 정치권에서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까닭이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지역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의 중앙당 지도부 입성이나 국회 의장단 상임위원장 자리는 현안 해결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이런 도민들 기대와 달리 이들은 본인 입지와 맞물린 차기 총선 공천에만 매달려 있다. 8월 전당대회는 무기력한 정치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바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도전은 고사하고 당원들 응집력마저 제때 이끌어내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전국 평균보다 낮은 34%를 기록해 민주당 텃밭으로 자부해온 전북으로선 충격 그 자체였다. 최근 호남 배려 지명직 최고위원도 광주 전남 인사에게 기득권을 빼앗김으로써 전북은 지난 2010년 정동영 최고위원 이후 10년 넘게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밑바닥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의정 활동을 제대로 못한 국회의원에 대한 간접적 불만 표출로 풀이된다. 막판 갈등이 봉합된 도당위원장 선출도 그렇다. 당초 한병도 의원 합의 추대 방침을 무시하고 이원택 윤준병 의원이 경선을 주장해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원래대로 마무리된 셈이다. 지역 자리다툼에 연연할 때가 아니라 중앙 무대에서의 역할 분담에 집중했으면 하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 상임위 2-3곳에 의원들이 편중돼 지역 현안 해결에 걸림돌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농해수위 3명, 문체위 산통위에 2명씩 배정됨으로써 17개 상임위 중 11개가 전북 의원 공백 상태다. 전북의 이익보다는 지역구 사업 챙기는 데만 매몰된 결과라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표체제 출범으로 계파별 색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총선 공천장을 거머쥐기 위한 의원들 각개전투는 시작됐다. 가까스로 10곳 지역위원장 중심의 조직이 가동됐는데 벌써 ‘자기 사람’ 심기의 물밑 작업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직무대행 체제로 내년 4월 재선거가 예정된 전주을의 경우 일부 의원들이 특정인을 공천 후보로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구 의원이 전주을 지역 당원 의사를 무시한 채 이런 작업을 벌이는 것 자체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지역은 이상직 리스크로 인해 무공천 여론이 높다는 점에서 역풍을 불러올 거란 지적이다. 국회의원에게 유권자가 기대하는 건 지역을 대변해 중앙 무대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의 패권에만 집착하다 보면 지방의원과 다를 게 뭐냐고 불만이다.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한 번 부딪쳐 보는 용기와 배짱이 아쉬운 요즘이다. 선거 때 한 표를 호소하며 무작정 악수를 청하던 그 순간의 열정은 어디로 갔는지. 반면 여야를 넘나들며 지역 이익에 앞장서는 정운천 의원의 쌍발통 정치가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건 그의 활동이 지역을 뛰어넘어 ‘통 큰’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9.06 17:03

‘죽비’ 맞아야 할 전주상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4일 대구 기자회견에서 “2022년 지금, 대구는 다시 한 번 죽비를 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의 정치문화를 비판하고 변화와 각성을 요구하며 ‘죽비’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죽비는 불교에서 수행자를 지도할 때 사용하는 도구다. 수행자가 졸음을 참지 못할 때 스님이 대나무로 만든 죽비로 수행자의 어깨를 내리치는 장면은 영화에서 등장하곤 한다. 이 전 대표는 과거 대전의 룸살롱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지난 7월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출범시켜 당 대표직에서 쫓겨나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국민의힘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5일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전국위 개최를 추진하자 2차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최근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에 대해 법원이 내린 직무집행정지 처분은 국민의힘의 내분 및 법원의 판단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광주고등법원 전주제1민사부(재판장 이예슬)는 지난달 29일 전주상의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내년 1월 본안 판결 확정때 까지 윤방섭 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경제단체 회장 선거에 잘못된 정치문화를 끌어들인 것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질타다. 지난해 2월 치러진 전주상의 회장 선거는 정치권의 구태를 경제계로 옮겨온 선거였다. 회장 선거에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확보전이 가열되면서 회원사들의 회비 납부를 유도해 한 달 만에 기존 회원사의 4배 가까운 1100여개 회원사가 연간 회비의 절반만 내고도 대의원 선출권리를 얻었다. 전주상의 내부에서 조차 회장 선거에 동원된 신규 회원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갈등 요인이 됐다. 당시 전주상의 회장 선거는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윤방섭 회장이 당선됐고, 이후 일부 회원들이 선거 결과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지만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뒤집었다. 연간 회비의 절반만 납부한 신규 회원에 대한 선거권 부여는 형평성에 어긋나고, 자격 없는 사람들에 의해 선출된 회장이 직무를 계속할 경우 전주상의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힐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당 내부 선거의 판박이였던 전주상의 회장 선거는 당시 시민단체까지 나서 비판했을 정도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마치 선거를 앞두고 당원을 모집하는 민주당의 행태와 꼭 닮았다. 돈으로 회장 자리를 얻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참담하고 꼴 사나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도내 최대 경제단체인 전주상의는 회장 선거 무효에 관한 1심 본안소송 판결이 있을 내년 1월까지 선장 없는 항해를 해야한다. 전주상의 회장 공백 사태를 만든 사람들도 죽비를 맞아야 할 사람들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9.05 16:32

취임 두달 지난 김관영지사

취임 두 달여가 지나면서 김관영지사의 업무 스타일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 할 때 도정을 바라본 것과 많은 차이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도정을 혼자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서 때로는 협치와 소통부재로 답답한 생각도 가졌을 것이다. 김지사는 젊고 패기가 넘쳐 먼저 자신의 공약사항인 대기업 5개 유치를 위해 올인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업유치는 지사의 의지여하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냥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는 기업들이 전북으로 이전할 때 그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결정하므로 도청 직원들이 탁상에만 머무르지 말고 적극 현장 중심으로 뛰어야 한다. 완주군과의 분양가 때문에 입주가 무산된 쿠팡도 행정이 기업이익관점에서 역지사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업유치 할 때는 행정기관이 갑이 아니라 을로서 자세를 낮추고 대응해야 한다. 김 지사와 유희태 완주군수가 다시 쿠팡을 상대로 힘은 들겠지만 적극 유치 전략을 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취임 후 곧바로 두산그룹 계열사를 유치한 것도 그의 강력한 기업유치의지를 엿볼 수 있다. SK가 청주에 있는 반도체공장을 추가로 증설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전북도가 입수 유치를 위해 물밑접촉을 한 것으로 탐문 된다. 기업유치는 전국 각 시군이 경쟁적으로 사활을 걸고 추진해 분양가부터 시작해서 세제지원 고급인력제공방안 정주여건 문화시설 확충 등에 신경 써야 한다. 전북도가 그간 새만금에다가 기업 유치하려고 목매달았지만 아직도 매립해야 할 바다가 광활해서 설사 기업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져도 체면에 못 이겨 적당히 MOU정도만 체결하고 끝난 사례가 다반사였다. 그럴 바에는 이탈리아 물의도시인 베네치아나 태국 방콕처럼 수상도시를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굳이 매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가 있다는 것이다. 김 지사가 새만금에 하이퍼 튜브를 직접 프리젠테이션해서 유치했지만 그 사업은 송하진 전 지사가 거의 유치해 놓은 것을 막판에 김 지사가 운 좋게 뜸들여 가져온 것. 이 때문에 김 지사가 이달중으로 미국 LA로 날아가 도내 농축수산물 판로개척은 물론 그의 야심작인 디즈니랜드 새만금 유치를 위해 다각도로 현지에서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새만금에 중국인 등 외국인을 겨냥해서 카지노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그간 큰 정치를 염두에 두고 주변 참모진을 외지인들로 썼다는 비판을 받아온 김 지사가 정치인 출신 답게 여야를 넘나들며 소통강화에 신경 써야 한다.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국힘 정운천·이용호 의원 그리고 한병도 도당위원장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보인 그의 결기와 정치력이 전북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도민들은 고시3관왕인 그가 중앙에 남다른 인적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을 것으로 보고 정치인 출신 지사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당은 다르지만 전북 몫 확보를 위해 실용적인 측면에서 윤석열정권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9.0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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