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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의회 집안단속이 먼저다

매사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추진할 때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실제 그 일에 대한 잘잘못보다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본래 취지가 퇴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즉 타이밍은 민심 향배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 변수 역할을 한다. 전주시의회 해외 연수 추진도 그런 점에서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물론 내년 월드 배드민턴 준비와 관련해 내실 있는 연수를 공언하지만 문제는 그 추진 시점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얼마 전 남원, 정읍, 완주 의회는 지역경제 침체 등을 이유로 연수 예산을 반납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광역 기초의회 15개 지역 중 4곳은 아예 해외 연수 예산을 세우지 않았고, 6개 지역은 삭감 예정으로 전해졌다. 도의회를 제외하고 앞서 3개 지역 반납을 포함하면 기초의회 중 지금 전주시만 해외 연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머쓱하게 됐다.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전주시의원의 도를 넘는 일탈로 인해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의원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고, 코로나 자가격리 중인 의원은 바다낚시를 위해 방역 수칙을 위반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시의장 불법 수의계약 논란과 관련해 업체 대표와 공무원이 고발당하는 등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다. 의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눈총 받는 상황에서 자숙 모드를 유지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단골 뇌관’ 인 해외 연수까지 나왔으니 여론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작년 코로나 상황에서도 제주도 연수를 추진했다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의회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기간은 여야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사회 변화에 대한 욕구가 분출함으로써 혼란과 파행이 뒤따랐다. 전북에서도 도지사와 전주시장이 바뀌면서 전주지역 분위기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의회도 이런 변화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미래 청사진 마련에 힘을 보태야 할 국면이다. 이번에 당선된 의원 중 초선이 17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그만큼 의원들의 역량 강화는 물론 유관 기관과의 소통, 지역 현안 공감대 형성이 긴요한 시점이다. 해외연수 추진도 그 업무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 추진하지 않으면 안되는 불가피한 사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역경제 어려움을 내세워 경비를 반납하는 다른 시군 의회와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아쉽다. 전주시의회가 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권자 선택에 의해 배지를 달게 된 이들에게는 엄격한 도덕성과 함께 지역 사회에 대한 무한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한 순간이라도 이런 기대가 무너지면 그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더욱 혹독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연수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의원으로서 역할과 소명을 다했는지 먼저 묻는 것이다. 짐작컨대 최근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과거 지방의원 관광성 해외 연수가 불거질 때마다 시민들의 반응은 극도로 격앙됐다.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0.18 18:36

옥정호와 섬진강 르네상스

호남평야 농업용수 공급원으로 20세기 한반도 농경사의 중심에 섰던 옥정호가 힐링 생태관광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임실군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섬진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섬진강 르네상스의 백미로 꼽히는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가 22일 개통된다. 환상적인 물안개 덕분에 사진작가들이 몰려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은 옥정호 붕어섬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곡창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한 옥정호는 한반도 수자원 개발의 역사와 삶의 애환을 품고 있다. 이 호수의 역사는 동진강 유역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1927년에 축조된 운암제에서 시작된다. 운암제는 일제가 섬진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동진강 수계로 유역변경시켜 곡창지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건설한 중력식 댐이다. 이후 1945년에는 이 인공 호수에 정읍 칠보면 쪽으로 터널을 뚫어 섬진강수력발전소(칠보발전소)를 세웠다. 이 발전소는 옥정호의 수자원을 끌어내 발전에 사용한 후 동진강 수계로 방류하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물길을 바꾼 수자원은 호남평야와 계화간척지의 농업용수, 그리고 전주지역 일부와 김제·정읍 등 전북 서남권 지역 상수원으로 사용됐다. 1965년에는 기존 운암제 하류 쪽에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준공됐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운암제는 물에 잠겨 그 기능을 상실했다. 댐 건설로 삶터를 잃은 주민들은 고향을 등지고 경기도와 동진강 유역 등으로 흩어져야 했다. 이들 수몰민 2700여 세대의 이주·정착지로 조성된 곳이 계화도 간척지구다. 동진강 하구 계화간척지를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계화미의 산지로 일궈낸 농민들이 바로 옥정호 수몰지역 이주민이다. 옥정호는 홍수조절, 전력생산, 농업용수, 상수원 등으로 활용돼 다방면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농업의 비중이 줄면서 농업용수 공급원으로서의 위상도 낮아졌고, 금강 상류에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수자원 공급권역도 대폭 축소됐다. 호수를 품은 임실지역 주민들에게는 혜택보다 아픔을 더 많이 안겼다. 호수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2015년 해제 때까지 개발에 제한을 받아야 했고, 주민들의 불편도 컸다. 인접 지역과의 갈등도 되풀이됐다. 임실군이 역점 추진한 옥정호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이웃한 정읍시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읍의 상수원인 옥정호가 개발사업으로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21세기 들어 섬진강댐 재개발사업(2007~2018년)이 추진되면서 임실 운암면 주민들은 정든 삶터를 다시 떠나야하는 아픈 이주의 역사를 되풀이해야 했다. 옥정호(玉井湖)는 그 이름처럼 구슬같이 맑고 깨끗하다.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수자원개발의 역사와 애환을 담고 있는 옥정호의 화려한 부활에 관심이 쏠린다.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17 19:01

썩어도 준치

지난 30여년간 도민들이 정치적 선택을 할 때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움직여 묻지마 투표를 해왔다. 40대 젊은기수 DJ가 군사쿠데타 주역인 박정희 공화당 후보한테 71년 대선에서 패한 이후부터 도민들 가슴 한 켠에는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한다는 게 한(恨)으로 맺혀 있었다. DJ가 대통령이 될 수만 있다면 이유 불문하고 심지어 깜냥이 안된 사람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줬다. DJ의 카리스마는 도민들의 영혼을 지배, 옴싹달싹 못하게 했다.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한 3김정치의 폐해가 어떠했는지 그 그림자가 지금도 남아 있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이 선거 때 가장 이성적으로 움직일 것 같지만 실제는 그와 동떨어진 투표행태를 보인다. 연고주의 투표가 대표적 사례다. 지연 혈연 학연이 인물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도 30년과 비교하면 그 선택기준이 바뀌지 않은 채 더 공고해졌다. 제 아무리 잘났어도 연고주의 선거가 횡행하다 보니까 특정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후진국형 선거문화만 판쳤다. 민주당은 전북에서 스스로 진입장벽을 높여버려 아무나 접근 못하도록 철옹성을 만들었다. 결국 경쟁 없는 정치가 전북 낙후를 가져왔다. 요즘 열리는 국정감사장에서 전북의원들의 활약상이 눈에 띄이지 않는다. 국감은 야당의원이 존재감을 높이고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마디로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도 각 상임위별로 열리는 국감에서 피감기감을 상대로 속 시원하게 정곡을 찔러 질의한 의원이 없다. 국회가 선수(選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초선이라도 전문성 있고 역량이 있으면 얼마든지 스타로 부각될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어디에 있든 다이아몬드인 것 처럼 인물이 똑똑하면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돋보이게 된다. 도민들 가운데는 21대 국회의원들이 역대 의원 중 가장 약체라고 비판한다. 무기력한 중진들을 물갈이 해서 뽑아준 의원들이 현재 의원들인데 너무 정치력과 존재감이 없어 기대할 것이 없다고 힐난한다. 오죽했으면 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들먹이며 정동영·유성엽·이춘석 전 의원을 다시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이처럼 현역들을 물갈이 하려는 이유는 서남대 폐교로 생긴 정원을 갖고 만들기로 한 공공의대를 지금까지 유치하지 못한 탓이 대표적 사례로 자기밥도 못찾아 먹는 의원들을 팽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 국회의원수도 9명으로 수적 열세지만 그 보단 쥐를 잡아본 고양이 역할을 한 의원이 없어 전북이 불 꺼진 항구처럼 돼버렸다. 그간 30년간 전북이 광주 전남정치권에 예속된 것도 큰 문제였다. 쥐 못 잡는 고양이는 도태시켜야 하듯 정치권도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는 의원은 도태시켜야 한다. 중국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처럼 쥐 못잡는 고양이는 필요가 없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하다. 전북이 이 모양 이꼴이 된 것도 국회의원을 잘못 뽑은 도민들의 잘못이 크다. 이제는 도민들의 정치적 생각이 확 바꿔져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0.16 18:24

왕의 비밀편지와 대통령의 문자

왕의 ‘비밀편지’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9년 초였다. 성균관대학교가 공개한 <정조의 어찰첩(御札帖·임금의 편지 모음)>. 다섯 명 연구자들이 1년 넘게 탈초와 번역 작업에 전념해 공개한 어찰첩의 사료적 가치와 의미는 컸다. 정조의 어찰첩은 공식 사료가 아닌 비공식 사료다. 정조가 보낸 편지의 대상은 심환지. 규장각제학 이조판서 우의정 등을 역임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이 어찰첩의 편지 분량은 6첩 297통이나 된다. 오로지 심환지 한 사람에게만 보낸 편지가 그렇다. 편지를 보낸 시기는 정조가 세상을 떠나기 전 4년(1796년~1800년). 정조 말년의 정치적 격동기에 집중되었던 것도 주목을 끈다. 정조는 이 어찰첩에 들어 있는 편지보다 더 많은 편지를 심환지에게 보냈다. 알려지기로는 대략 350통 정도다. 물론 심환지 말고도 다른 신하들과도 편지를 주고받았다. 정조에게 편지는 세간의 상황과 여론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이를테면 국정 통치의 또 다른 수단이었다. 정조는 다른 왕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편지를 직접 썼다. ‘정조처럼 신하와 수많은 비밀편지를 주고받은 왕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정조가 심환지에게 썼던 편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심환지는 정조 말년, 이조판서와 좌의정을 역임하고 호위대장을 맡는 등 정치적 비중이 막강했던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정조를 온전히 지지하는 충신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조가 탕평책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로 사용했던 장용영을 혁파하거나 정조를 지지하던 충신들을 공격했던 정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정조는 기꺼이 자신의 정적인 심환지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다. 자신의 막후정치를 위해 정보를 얻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정조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담겨 있는 편지의 왕래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래서 편지 관리에 허술한 심환지에게 찢거나 세초해 폐기하라는 지시를 수시로 내렸다. 그러나 이 편지들은 살아남았다. 심환지가 정조의 지시를 묵살하고 오히려 수신일까지 꼼꼼히 기록해 보관해놓은 결과다. 이 어찰첩으로 정조는 ‘선비 군주’로 알려져 있던 이미지에서 ‘현실 정치가’로 새롭게 부상했다. 비밀에 부치고 싶어 했던 편지가 후대에까지 전해져 당대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정조의 정치 스타일과 인간적 면모까지 새롭게 보게 하는 상황은 흥미롭다. 지금은 문자로 소통하는 시대다. 비밀스럽게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되어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문자도 예외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형식만 다를 뿐 소통의 목적이 비슷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그 본질과 품격의 차이는 크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10.13 17:40

전북대 총장선거에 쏠린 눈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 중 하나는 바로 1970년 9월 29일 신민당 전당대회다. 그 이듬해 집권당 박정희 현직 대통령과 맞대결할 야당 후보를 선출하는 행사였다. 당권파는 물론, 원로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던 김영삼 후보가 될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었으나, 뜻밖에도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다. 훗날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의 등극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1차에서 김대중 후보는 382표(43.2%), 김영삼 후보는 421표(47.6%) 였으나, 2차에서 김대중 458표(51.8%), 김영삼 410표(46.4%) 였다. 1차 무효표(82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전북 출신 소석(이철승) 표가 김대중 후보쪽에 쏠리면서 대역전극이 연출된 것이다. 선거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데 사실 지방선거를 비롯해 크고작은 선거때마다 이 같은 역전극은 종종 펼쳐진다. 요즘 지역거점국립대인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30년 넘게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단 한번도 1차 1위 후보가 최종 1위로 귀결된 전례가 없는 징크스 때문이다. 신민당 전대처럼 2위와 3위 후보가 손을 잡고 대역전극을 펼친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4위 후보가 3위 후보를 지지한 끝에 결국 총장이 된 전례도 있다. 1차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2차 또는 3차를 염두에 둔 후보들간 이합집산이 부산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오는 11월 23일, 3차 결선투표 방식으로 치러지는 총장 선거 후보는 김동근(법학전문대학원), 김정문(조경학과), 송양호(법학전문대학원), 양오봉(화학공학부), 이귀재(생명공학부), 이민호(치의학과), 조재영(생물환경화학과), 한상욱(과학교육학부) 교수(가나다 순) 등 총 8명이다. 민주화 이후 도입된 전북대 총장 직선제는 김수곤 총장(1990.9∼1994.8) 이래 장명수, 신철순, 두재균, 서거석(연임), 이남호(간선제), 김동원 총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느때보다 변수가 많다고 한다. 투표 비율은 교수 70%, 직원(조교 포함) 20%, 학생 10%다. 정책이나 비전은 물론, 학연, 혈연, 지연 등이 난마처럼 얽혀있어 결과를 예단키 어려운데 특이한 것은 모교 출신이 6명이나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퇴장으로 인해 4년전에 비해 교수 교체 비율이 1/3에 달하고 있는 점도 큰 변수다. 2강 2중, 3강 2중 등 선거판도 관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징크스였던 ′1차 1위 후보 필패론'이 기우에 그칠지, 재현될지가 관심사다. 관건은 구성원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과연 전북대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총장을 만들어낼 역량이 있느냐 여부다.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의 협치, 전북도나 도교육청과의 상생협력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꾼을 선출해야 한다. 미국이 과거 로마같은 지위를 누리는 것도 결국은 구성원 모두가 링컨 처럼 훌륭하지는 않지만, 링컨 같은 지도자를 선출해내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2.10.12 15:10

'명예도민증' 엇갈린 시선

국민의힘 의원 19명에게 주기로 한 전북 명예도민증을 두고 민주당이 발끈했다. 지난달 30일 도의회가 의결해 명예 도민이 되는 전북동행 의원들은 그동안 지역발전에 힘써온 타시도 의원들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본래 취지에 어긋나고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태클을 걸었다. 특히 외교참사 논란으로 해임 의결된 박진 장관을 지목하며 부당함을 집중 부각시켰다. 더욱이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추진하고 도의원이 장악한 의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 명예도민증은 지난 1996년 시행된 뒤 지역 발전을 위해 앞장서 온 290명에게 전달해 왔다. 반면 정운천 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진 전북동행 의원 제도는 국민의힘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지역 교두보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경상도 의원을 주축으로 타시도 지역구 의원에게 제2 지역구 갖기 운동을 역설하며 전북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이번에 도민증을 받는 전북동행 의원은 시군 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넓힘으로써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에도 지역현안 추진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며 동반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작년 국회 이종배 예결위원장을 비롯한 6명의 전북동행 예결위원들이 협력해 예산뿐만 아니라 시군 현안 해결에도 머리를 맞대며 고민해 왔다. 재작년 남원 금지면에 밀어닥친 역대 최고 물난리 때도 이 지역 동행 의원인 김석기 의원(경북 경주)이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주민 위로와 함께 후속 조치에도 심혈을 기울인 바 있다. 관심의 초점은 집권 여당으로 변신한 이들 전북동행 의원들의 향후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 전반 영향력을 미치는 요직에 다수가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 입장에서 이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주동행 추경호 의원이 국가 예산을 주무르는 기재부 장관으로, 순창동행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송언석 전주동행 의원도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아 국회 운영의 막후 실세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5선 중진 서병수 부안동행 의원과 대변인으로 주가를 올리는 양금희 익산동행 의원은 물론 전북 출신 비례대표 이종성 의원도 완주군에 배치돼 있다. 민선 8기 김관영 지사 취임 후 여야 협치는 무르익고 있다. 김 지사와 정운천 도당위원장이 소통을 강화하며 이를 통해 지역 발전 공감대를 이뤄낸 덕분이다. 김 지사 요청으로 국민의힘 출신 전북도 정책보좌관이 임명돼 활동함으로써 분위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 정치권의 동력 확보에 대한 당위성이 절실한 때도 있다. 그동안 전북동행 의원으로서 열정을 쏟아 부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명예 도민으로 위촉하려는 것도 같은 범주다. 오히려 지역 정서와 정당의 정체성 운운하며 발목을 잡으려는 그 자체가 지역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0.11 18:13

반려동물 놀이터

반려동물 보유 인구 1500만 시대, 반려인 및 반려동물을 겨냥해 속속 생겨나는 각종 시설과 제품, 제도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아니, 놀라서는 안 된다. 행여 깜짝 놀란 모습으로 입을 쩍 벌렸다가는 ‘인식이 부족한 비반려인’으로 몰릴 수도 있다. 전국 각 지자체가 앞다퉈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하고 있다. 법률에 애완견 산책 의무를 규정해 놓은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려졌으니 새삼스러울 게 없다. 전주시에서도 지난 6월 말 팔복동에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 ‘같이 가개’를 조성했다. 당연히 반려인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곧바로 민원의 대상이 됐다. 이용자들은 편의시설 확충과 운영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야호아이놀이과’를 폐지했다. 민선 8기 시장이 바뀌면서 진즉 예견된 일이다. 민선 7기, 전주시가 아동의 놀 권리 회복을 목표로 역점 추진해 온 야호놀이터 조성사업은 힘을 잃을 게 뻔하다. 시는 지난 2019년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놀이터 도시’를 기치로 내세워 야호아이놀이과를 신설하고 놀이터 조성 및 놀이 지원사업을 역점 추진했다. 시청 앞 노송광장놀이터를 비롯해 테마놀이터, 숲놀이터, 예술놀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아동 놀이공간이 곳곳에 새로 생겼다. 놀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는 놀이 인식교육도 꾸준히 진행됐다. 놀이도 교육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배우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성장기 아동은 놀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즐거움을 얻는다. 또 놀이는 사회성과 사고력,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리는 바깥놀이에 익숙하지 않다. 방과 후 학원을 돌다 보면 진이 빠져 바깥놀이는 생각도 못한다. 방 안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 보편화된 놀이 수단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조차 교실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놀이터인 학교 운동장은 점점 좁아진다. 도심 주거 밀집지역 학교에서 운동장에 새 건물을 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넓은 운동장이 있어도 별 쓸모가 없다.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로 체육활동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늘어나는 반려인에 비해 애견 문화시설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침 저녁으로 길가에 산책 나온 반려동물은 넘쳐나지만, 집 근처 공원에서 놀거나 길을 걷는 아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놀이를 단순한 시간낭비로 생각해 백안시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비교 자체가 우스꽝스럽지만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다.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는 반려인이 적지 않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반려동물 놀이터가 필요하고, 기왕 조성한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마을 놀이터부터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10 17:27

모루의 '세차작전'

2014년 3월, 브라질 검찰이 브라질의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는 치밀하고 오랜 기간 진행되면서 브라질의 각 정당과 주요 정치인들을 부패스캔들로 줄줄이 엮어 구속시켰다. 수사를 이끈 사람은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법무장관이 된 인물이다. 분노한 국민은 광장으로 나왔다. 부패 척결을 내세워 수사를 주도한 모루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반부패를 내건 수사의 여파는 컸다. 지우마 대통령은 끝내 탄핵당했고, 1년도 안 되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며 브라질의 영웅이었던 룰라는 구속됐다. 언론은 브라질을 뒤흔든 이 역대급 비자금 수사에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온라인 영어사전에도 이름을 올린 <세차작전>이다. 사실 모루는 부패 척결을 내세웠으나 그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수사과정을 보면 척결의 타깃은 좌파의 대부 룰라였다. 그의 수사 방식은 집요하고 편파적이었으나 언론들은 모루 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권력 비리를 캐고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로 룰라와 노동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브라질 대법원은 룰라를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아간 일체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 그의 정치적 권리는 온전히 회복됐다. <세차작전>이 사법 쿠데타였음을 증명해준 셈이다. <세차작전>은 브라질의 우파가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부패스캔들의 여파는 지속되고 있으며 사회는 양극으로 분열되고 사회적 폭력은 악화됐다. 실직자는 크게 늘었고 경제는 몰락했으며 코로나를 건너면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 사망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모두 보우소나루 정책이 실패한 결과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화된 사법권력의 힘이 가져온 결과였다. <세차작전>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넷플릭스가 2019년에 방영한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다. 그 자신 민주화 운동가이자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운동가 부모를 둔 여성감독 페트라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국민영웅인 룰라가 어떤 정치적 메커니즘으로 희생되고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하는가를 현장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직 정치적 셈법으로만 국가를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들춰내는 영화가 주는 울림이 크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았기에 더욱 그렇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10.06 16:36

동분서주한 정치인 출신 김 지사

취임 100일을 맞은 김관영 지사의 머릿속이 복잡해 보인다. 바깥에 있을 때는 잘 몰랐던 것을 지사가 된 이후 알고 난 후부터는 그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도민들은 정치인 출신 김 지사에 기대가 크다. 그간 알게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젖는 줄도 모르고 30년 동안 서서히 나락으로 내려 앉은 전북도의 위상을 바로 잡아야할 책무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머리가 명석해 상황판단이 빠른 김 지사는 자신의 공약 실천부터 시작해서 그간 헤아린 도정방향의 우선순위를 놓고 동분서주한다. 전북의 우수한 농산물 판로개척을 위해 최근 태평양을 건너 LA에서 판촉활동을 벌이는 등 기업유치를 위해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김 지사는 뭔가 도민들에게 빨리 하나라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국회와 중앙부처를 왔다갔다하면은 하루해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를 것이다. 그 만큼 국가예산을 확보해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즐비해 있다. 취임하자마자 전북특별자치도 문제가 이슈로 부각,전북 출신 여야의원들이 원팀으로 나서서 입법중에 있지만 갈 길이 바빠졌다. 바다가 없는 충북과 경기도가 경기북도특별법 제정을 의원입법으로 나서는 바람에 급해졌다. 이들 지역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고 자치단체의 역량도 강화돼 있어 자칫 정치논리로 휩쓸릴 경우 전북의 불이익이 우려되고 있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전북특별자치도법이 올 연말 안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우선순위가 있게 마련이다. 당장 내년도 국가예산이 삭감되지 않게하거나 빠진 것을 살려 내야 할 형편이다. 예산국회가 열리면 국회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전북은 국회의원수가 9명밖에 안돼 전체 상임위에 고르게 배치가 안돼 예산철만 닥치면 애를 먹기 일쑤다. 다행히도 국힘 정운천 의원이 7년 연속으로 예결위원으로 들어가 있고 이용호 의원 한병도 의원까지 가세해 천군만마의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긴축재정을 내걸고 심지어 공약사업 예산까지도 삭감해 그 만큼 김 지사한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환경단체들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수상태양광이나 해상풍력사업이 당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엉뚱하게 가고 있어 골칫거리다. 군산조선소도 불록생산 형태로 재가동되었지만 선박 건조가 아닌 이상 언제든지 업체 형편에 따라 가동을 멈출 수 있어 이 문제 또한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현중과 확실하게 몇 년 후에 배를 건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맘 놓고 전북도가 현중한테 물류비를 지원해도 좋을 것이다. 성과주의를 강조한 김 지사가 조직개편을 통해 적재적소에 역량있는 직원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김지사 측근들이 이 지역 출신들이 아니어서 소통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권 때가 전북도로서는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정치적 여건이 불리한 지금은 도민들이 김 지사를 적극 밀어주는 수밖에 다른 묘안이 없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0.05 17:54

우범기와 김승수 두 갈래 길

2014년 김승수 시장이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이 백지화됐다. 전임 송하진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다. 시중에선 김완주-송하진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업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적인 비토 심리가 지나치게 개입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 주변 돌아가는 상황도 김 시장에게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먼저 송 시장 신분이 도지사로 바뀌어 넘사벽 존재가 되었음은 둘째치고 김 시장 본인의 자질론마저 쉽게 가라앉질 않고 있었다. 선거 때부터 불거진 김완주 측근으로서 참모 경력만 화려했지 정작 본인의 능력 검증은 사실상 전무하기에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촉발된 양측의 감정적 충돌은 그로부터 오랜 기간 사사건건 대립함으로써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지난 7월 취임한 우범기 시장은 선거 때부터 돌직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 초년생인 그는 ‘뇌관’ 이나 다름없는 지역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완주 전주 통합은 물론 종합경기장, 대한방직 개발과 관련해 적극적 추진 입장을 보이면서 여론을 뜨겁게 했다. 전임 김 시장이 공론화를 핑계로 3년 이상 뭉개며 이 눈치 저 눈치만 살피던 것과 달리 그는 180도 입장을 바꿔 이를 공개 천명하면서 술렁대기 시작했다. 우 시장은 최근에도 재개발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해서라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며 공세적 태도를 취하자 시민단체는 반대에 나섰다. 그럼에도 그는 시의회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함으로써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전임 시장에 비해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에게 신선함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우 시장에 대한 시민들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선거 때 그들은 침체일로에 있는 전주를 확 바꿔 달라며 그를 뽑았다. 중앙 예산부처에서 잔뼈가 굵어 인맥이 두터운 데다 세일즈 행정을 두루 경험한 그의 잠재력을 높이 산 것이다. 전임자 시절 굵직한 대형 사업 한 번 제대로 못해 보고 8년 세월 허송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던 시민들이다. 그들은 “전주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공유한 터라 주저없이 그를 선택한 것이다. 이런 유권자 기대에 그는 부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시내 곳곳 전시 행정의 흔적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한번 불기 시작한 거센 변화 물결은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지역 발전의 호기를 맞았다며 시민들이 최근의 역동적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반기는 까닭이다. 표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간 정치인들이 핵심 사업에 대해 입장 표명을 꺼려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의 들뜬 분위기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려는 전주의 응집된 에너지를 현실화시키는 노력은 전적으로 시민들 몫이다. ‘로또 전주’ 의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설레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0.04 19:05

‘도시락 검사’의 추억, 그리고 쌀

수확의 계절, 들녘이 어김없이 누렇게 물들었다. 풍성한 가을걷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디서도 풍년가는 들리지 않는다. 햅쌀 수확기인데 아직도 소비되지 않은 재고가 창고에 가득하다. 고물가 시대, 속절없이 떨어지는 쌀값에 농심이 들끓었다. 결국 정부가 쌀값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공급과잉으로 '남는 쌀'을 정부가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는 게 핵심이다. 농민단체는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쌀은 식량 이상의 의미와 위상을 갖고 있다. 그런 쌀이 제 위상을 잃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점심시간. 학교급식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기, 아이들은 책상 위에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을 꺼내놓고 담임교사의 검사를 기다려야 했다. 혼식검사다. 보리나 잡곡이 30% 이상 섞이지 않은 하얀 쌀밥이 적발 대상이었다. 행여 교육청 장학사가 일선 학교에 혼식 검열을 오는 날이면 교사들이 수업 전에 사전 검열을 하기도 했다. 학교 측의 지시를 깜빡 잊고 흰 쌀밥을 싸온 아이는 교사의 엄명에 따라 친구 도시락에서 보리밥이나 잡곡 한 두 숟가락을 떠서 쌀밥 위에 덮어야했다. 검열 나온 장학사의 눈을 속이기 위해 교사의 지시로 즉석에서 혼식 도시락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머니가 정성스레 싸준 흰 쌀밥 위에 남의 집 보리밥이 얹혀져 얼룩덜룩하게 변한 밥을 한술도 뜨지 못하고 쫄쫄 굶는 비위 약한 여학생도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 정부는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혼분식 장려운동’을 펼쳤다. 식생활을 개선해 국민의 영양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실상은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붐으로 인구가 급증했으나 쌀 생산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쌀 부족 현상이 심각했던 탓이다. 정부가 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의 도시락까지 단속했던 그 시절로부터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그 사이 쌀의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했다. 품종개량과 농업기술 발전으로 쌀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식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소비량은 날로 줄어들었다. 쌀이 남아돌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큰 반전이다. 산아제한 정책은 출산장려로 바뀌었고, 부족했던 쌀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 폭락을 불렀다. 우리 사회에 닥친 심각한 위기다.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업인의 삶은 물론 대한민국 식량주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촌 없는 도시, 농업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농업·농촌의 위기가 임계점에 달했다. 이대로라면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의 비극은 농촌에서 시작될 게 뻔하다. 이 ‘상실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다시 뿌리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단체가 쌀 소비 확대 방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또 한 번의 반전을 통해 쌀이 제대로 대접받는 날이 우리 시대에 다시 올 수 있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03 17:53

지역축제와 문화산업

가을축제가 쏟아지고 있다. 위태로웠던 코로나 시국을 건너 살아남은 축제의 행렬이다. 축제가 도시 마케팅의 통로가 된 지 오래. 국내외를 막론하고 축제는 이제 도시를 알리고 상징하는 중심이 되었다. 축제의 연원은 길다. 다만 시대를 거치면서 그 기능이 달라졌을 뿐이다. 과거의 축제가 일상에서 엄격히 지켜져 왔던 질서와 권위, 사회적 위계질서의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제의나 놀이의 개념이었다면, 오늘의 축제는 문화산업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축제로 도시를 알리고 성장시킨 예는 얼마든지 많다. 문화산업으로 축제를 발전시킨 덕분이다. 축제로 성장한 도시는 아무래도 유럽이 먼저다. 축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는 하나같이 원시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문화시장으로 기능을 하는 유럽의 축제들은 시대에 맞춰 진화하면서 오늘의 문화산업을 주도한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국제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축제만 수백여 종, 내용도 형식도 다양하다. 축제를 산업으로 이어낸 유럽의 도시들은 축제에 쏟는 공력이 대단하다. 축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 덕분에 중세기를 거치면서 더욱 세련되고 지적인 형식으로 발전된 유럽의 축제는 20세기 들어서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위력의 문화적 힘을 과시하는 시장을 형성했다. 주목할만한 특징이 있다. 성공한 유럽의 축제 중에는 음악을 중심에 세운 공연예술축제가 많다는 사실이다. 오래된 문화적 전통과 자산을 축제로 이어낸 결실이다. 1백 년을 훌쩍 넘긴 역사만으로도 관심을 모으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축제나 이탈리아의 베로나 축제는 대표적인 예다. 수준 높은 오페라 무대와 잘 기획된 공연 프로그램으로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이들 축제는 이미 오래전에 도시를 먹여살리는 이른바 산업이 됐다. 우리나라의 축제도 전통이 깊다. 그러나 산업으로서의 축제는 1990년대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역축제들이다. 산업화의 통로로 기능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던 자치단체들은 크고 작은 축제를 쏟아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살아남은 축제는 많지 않다. 지역의 전통과 자산을 내세우면서도 지역적 정체성과 축제의 독창성을 살리지 못한 탓이다. 우리 지역에도 많은 축제가 있다. 대부분이 지역적 특성을 앞세워 산업화를 기대하며 만들어낸 축제들이지만 역시 산업화에 성공한 축제는 많지 않다. 성장을 멈춰버린 지역축제들이 관행에 의지한 채 산업화를 외쳐대는 현실이 안타깝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9.29 17:50

일본 전 총리의 참회

일본 내 대표적 지한파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지난 주말 진도와 정읍을 찾아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사죄의 고개를 숙여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진도 왜덕산 위령제와 정읍 태인에 있는 3·1운동 기념탑을 참배하고 일본의 참회를 촉구했다. 그는 정읍시청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는 “한일관계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일본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들고 “일본이 무한책임의 자세를 가진다면 한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현재 한일관계가 좋지 않다”며 “일본의 충분한 사죄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3.1운동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식민 치하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동으로 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서 “일본인으로서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진도 왜덕산과 일본의 이비총(耳鼻塚, 귀·코 무덤)을 비교하기도 했다. 왜덕산은 이순신 장군이 배 12척으로 왜군을 대파한 명량해전 당시 전사한 왜군을 진도 주민들이 수습해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고 위령제를 지내는 곳이다. 이후 왜군에 덕을 베풀었다 해서 왜덕산이라 불린다. 현재 약 50여 기의 왜군 무덤이 남아있으며 이런 사실이 지난 2002년 진도 주민의 증언을 통해 알려지자 당시 숨진 일본 수군의 후손들이 왜덕산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언급하며 “조선인의 귀나 코를 가져가 자랑했던 일본의 역사를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일본인의 자성을 촉구했다. 도요토미의 명령으로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베어 가 일본 곳곳에 만들어진 게 이비총이다. 대표적으로 일본 교토에 세워진 이비총은 12만 개가 넘는 조선인의 귀와 코로 무덤이 만들어졌고 전쟁의 공적으로 삼았다.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 전투에서 희생된 1만여 명에 달하는 조선인들의 코와 귀도 일본 곳곳에 묻혀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일본 오카야마현에 있는 귀 무덤 위령제 때 참배하고 사죄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2009년 일본 역사상 최초로 민주당 단독 정당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총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조부는 초대 자민당 총재와 52~54대 총리를 역임한 하토야마 이치로다. 부친은 하토야마 이이치로는 외부대신을 역임했다. 제국주의자인 할아버지와는 달리 그는 일본의 과거사를 인정하고 한일관계 개선에 앞장서 오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경남 합천에서 원폭 피해자를 만나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참회처럼 일본 자민당 정권이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때 꼬여있는 한일관계도 쾌도난마처럼 해결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9.28 16:29

인사청문회 실효성 논란

지난주 4일간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의석을 지킨 국회의원은 20명 안팎이 고작이다. 썰렁한 의사당이 국회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제는 출석율뿐 아니라 대정부질문 질의응답 수준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호통치는 고성과 함께 기선 제압적인 태도,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만들어내는 동문서답식 공방은 그야말로 꼴불견 그 자체다. 소통보다는 망신주기를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가 다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무용론을 둘러싼 논쟁이 오래됐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도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가 허다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곧 인사청문회 열기로 뜨거울 전망이다. 청문회 대상 기관장 공모 절차가 2∼3곳서 진행되고 연말까지 3곳이 예정돼 있다. 김관영 도지사 취임 이후 산하 공기업 출연기관장 인사청문회 대상 기관이 5곳에서 9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도의회 인사청문회는 ‘반쪽 짜리’ 란 딱지가 붙어 있다. 후보자 자질 중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면서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야를 의도적으로 회피함으로써 도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후보자 과거 행적과 사생활, 자녀 문제까지 낱낱이 공개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비가 된다. 극에 달한 정치 혐오증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쌓게 만드는 비뚤어진 자화상이다. 정치 얘기를 꺼내면 질색하는 데도 굳이 거론하는 건 정치인들의 판단과 결정이 우리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 그렇다. 법률 제정과 함께 예산안 심사는 물론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집행 기관을 견제 감시하는 역할이다. 이같은 고유 권한은 그에 걸맞는 능력과 도덕성, 주민과의 소통 능력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실제 그렇지 못한 정치인이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누구보다 앞장서 성토하는 것도 유권자들이다. 구태에 젖어 묻지마 투표를 일삼으며 뽑았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정치는 오히려 뒷걸음 치고 있다. 후보자 검증도 결국 의원 개인의 자질과 맞물려 있다. 업무 능력과 청렴도 검증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전문적이고 특화된 공공기관장이란 점에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십과 소통 공감 능력도 그에 못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간 보여준 의원들의 활동에 비추어 역량과 전문성 측면에서 다소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얼마 전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압적 태도의 도의원 반말 투 질문이 물의를 빚었다. 그뿐 아니라 의원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 사실에 입각한 비아냥거림의 질의 태도 또한 눈총을 받았다. 더 심각한 것은 본인 직업과 관련해 이해 관계가 얽힌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해 이해 충돌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런 무책임하고 일방통행식 자세로는 인사청문회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무용론이 대두되기 십상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9.27 18:04

쌀값 하락과 비빔밥·콩나물국밥

정부가 올해 수확되는 쌀 45만 톤의 시장 격리를 결정했다. 시장 격리는 쌀의 수급조절을 위해 수확기에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할 경우 예상되는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것이다. 공공비축제도인 시장 격리는 과거에 시행됐던 추곡약정수매제도(추곡수매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매년 추수가 끝난 뒤 정부가 농가로부터 정해진 가격에 쌀을 사들이던 추곡수매제는 1997년부터 영농기 이전인 매년 2월 약정 수매량을 예시하면 3·4월 농가와 농협이 추곡수매 약정을 맺고 수매대금 일부를 4~5월에 미리 지급받는 약정수매제도로 바뀌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개방 협상에 따라 농가보조금 감축이 불가피해지면서 2005년부터 폐지되고 대신 정부가 일정 분량의 쌀을 시가로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지금의 공공비축제도가 도입됐다. 정부의 쌀 45만 톤 시장 격리 결정은 쌀값 폭락 때문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산지 쌀값(정곡 20㎏)은 2019년 9월 4만6834원, 2020년 9월 4만8143원, 2021년 9월 5만4228원으로 크게 올랐다가 올해 9월 4만725원까지 내려갔다. 1년 전보다 무려 24.9%나 하락한 것으로 정부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7년 이후 45년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쌀값 하락은 생산량 증가 속의 소비량 감소가 원인이다. 쌀 생산량은 2020년 350만7000톤에서 지난해 388만2000톤으로 10.7% 증가했다. 반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90년(119.6㎏)부터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는 56.9㎏으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던 1970년(136.4㎏)의 41.7% 수준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5.8g이다. 하루에 밥 한 공기 반(한 공기는 100g) 정도 먹는 셈이다. 하루 밥 두 공기를 채 안 먹는 것은 2010년(199.6g)부터 12년째 계속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육류(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소비량은 55.9㎏에 달한다. 조만간 밥이 차지하던 주식 자리를 고기에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쌀 중심 한식 식습관은 서양식에 비해 체중관리 효과가 뛰어나고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호주에서 한식과 서양식 섭취군을 나눠 12주 동안 연구해보니 한식 섭취군 허리둘레가 더 많이 감소했고, 미국인 56명을 두 팀으로 나눠 25일간 각각 한식과 서양식을 제공한 결과 한식군의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가 더 컸다고 한다. 쌀값 하락의 원인을 쌀 소비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식 가운데는 밥 없이는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백반과 김치·된장찌개도 있지만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이 대표적이다.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을 장려해 쌀 소비를 늘릴 방안을 찾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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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2.09.26 16:53

기재부 원군에 햇살 받은 전주시

전주시가 한옥마을에 과도한 규제정책을 펴다 보니까 어느정도 보존은 됐지만 개발이 잘 안돼 구도심이 약화됐다. 특히 슬로시티 지정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져 도시전반이 활기를 못 띠고 쇠잔해 가고 있다. 고도(古都)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개발을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지만 개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모처럼 만에 의욕을 과시했던 우범기 전주시장의 개발행정이 혹시나 차질을 빚지 않을까 염려된다. 전임 김승수 시장과 달리 예산전문가로서 뭣이 중하고 시급한지를 잘 아는 우시장이 개인재산을 보호하고 구도심을 살리려고 과도한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선 것은 박수 받아야 한다. 우시장이 선거공약 실행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밤 10시면 적막강산으로 변해버린 한옥마을의 구시가지를 다이나믹 하게 발전시키려는 우 시장의 의지가 꺾여선 안된다. 그간 전주는 대안 없이 반대만을 일삼는 일이 빈발했다. 시가 발전방안을 강구하는데도 발목 잡는 일이 흔했다. 시에서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나서자 즉각 시민단체가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침묵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누구 보다 찬성하고 반겨줘야 할 건설업계가 꿀 먹은 사람들처럼 아무 입장을 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건설업계가 공사수주에 혈안이 돼 있을 게 아니라 전주시와 전북경제를 위하는 사업인 만큼 발벗고 나서야 한다. 혁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대단위 택지개발이 이뤄졌지만 전북주택건설업체는 아파트 짓겠다고 토지분양 하나 받지 않아 고스란히 안방을 광주 전남업체에 내줬다. 위험요인을 안고 가야 회사가 커지는 법인데 시행은 안하고 안전하게 하도급 받아 시공만 하겠다는 것이 전북업체들의 생각 같다. 이 때문에 지역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면서 지역경제가 쪼그라들었다. 거창하게 시민의식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이 누군가 목에 방울 달 사람 조차 없는 게 안타깝다. 잘못된 것을 나무라고 지적한 어른도 없다. 서로 못 잡아 먹어 한이고 나무 위에 올려 놓고 마구 흔들어 대는 볼썽사나운 일만 펼쳐진다. 오늘날 전주시가 전국 20위권으로 밀려난 것도 우리가 만든 업보다. 적당이 관에 빌붙어 이익이나 챙기고 눈치나 살피는 안일한 생각이 결국 전주 낙후를 가져왔다. 지역발전은 단체장 혼자 힘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시민들이 뒤에서 으싸하고 밀어줘야 한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아직 신에게는 13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말한 것처럼 전주와 전북발전을 위해 아직도 역량이 남아 있기 때문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지난 22일 눈코 뜰새없이 바쁜 최상대 기재부 2차관과 예산실 간부들이 전주시 국비지원사업 현장을 전격 방문, 우 시장으로부터 전주 육상경기장 건립에 따른 국비지원 요청을 받았다. 예산 철이라 최 차관을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도 만나기 힘든데 친정 출신인 우 시장을 직접 전주까지 찾아와서 만난 것은 선후배의 정을 떠나 기재부가 전주시에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모처럼 만에 우시장이 가을햇살을 받아 전주 발전이 기대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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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9.25 17:57

지구를 지키는 기업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소비자 불매운동 구호쯤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한 의류회사가 내세운 광고 문구다.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옷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로 광고를 만들었으니 아무래도 그 배경이 궁금해진다. 이 특별한 광고의 주체는 미국의 친환경 의류회사 <파타고니아>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 가장 큰 폭의 세일 시즌이 시작되는 ’블랙프라이데이‘의 뉴욕타임스 광고로 처음 등장했다. 이 기업의 목표는 ’지구에 불필요한 해를 끼치지 않고 사업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는 것. 목표가 지구를 향하고 있으니 사업은 그 목표를 위한 수단이다. 수많은 기업이 행해온 마케팅 전략과 그 과정에 비추어보면 자칫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지만, 파타고니아는 지속적인 실천으로 환경보호에 앞장 선 가장 모범적인 친환경 기업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기업이 최근 또 하나의 화두(?)를 세상에 던졌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 회장(83)이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 지분 100%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재단 환경단체에 넘기면서다. 쉬나드 회장이 사회에 환원한 지분은 30억 달러(한화 4조 1800억 원). 그중 신탁사에 넘긴 2%를 제외한 98%를 환경단체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쉬나드 회장의 경영 철학과 실천은 남다르다. 파타고니아를 창업한 것은 지난 1973년. 암벽 등반전문가였던 쉬나드 회장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장비를 제품으로 생산해냈는데, 아무리 잘 팔리는 도구라 해도 자연환경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면 곧바로 제조를 중단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유기농, 친환경 원단만 사용하는 것은 원칙 중에서도 원칙.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 옷을 생산하고, 파타고니아 사이트에는 새 옷을 사기전에 ’중고 장터부터 확인해보라‘거나 헌 옷을 수선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이미 30여 년 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출의 1%를 ’지구세(Earth Tax)‘라고 이름 붙여 기부해왔으며 해마다 받게 될 1400억 원 규모의 배당금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비롯한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한다. 쉬나드 회장은 회사 지분을 통째로 사회에 환원하면서 “내 삶을 이런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것이 소수의 부자와 수 없이 많은 가난한 사람들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더했다. 기업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활동(ESG)이 부상하고 있다. 쉬나드 회장이 가져올 선한 영향력이 더 기대된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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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9.22 17:29

대통령 신뢰도

얼마 전 한 시사주간지에서 발표한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시사IN’이 한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조사해 공개한 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위(29.8%), 박정희 전 대통령(24.3%)이 2위로 나타났다. 올해 처음 조사에 포함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15.1%로 3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30대 여성과 광주·전라, 학생층에서 신뢰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뒤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13.5%로 4위, 이명박 전 대통령은 3.6%로 5위였다. ‘시사IN’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를 실시해왔다. 2007년 첫 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52.7%로 1위를 차지한 이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까지 줄곧 앞서왔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전해 1위로 올라섰다. 노 전 대통령은 보수진영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 다음으로 신뢰도가 높았다. 박 전 대통령은 보수층에서 44.1%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노 전 대통령이 14.6%로 2위를 차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8.0%, 김영삼 전 대통령 4.1%, 이승만 전 대통령 3.7%, 박근혜 전 대통령 3.5% 순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뢰도가 높은 것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탈권위적인 면모와 파격적인 소통 행보로 친숙한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많이 각인된 덕분이다. 특히 지역감정 해소와 함께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에 주력한 점이 호평 받는다. 세종복합중심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을 놓았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 등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임기 첫해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 점수는 10점 만점에 3.62점으로 가장 낮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첫해 6.59점, 문재인 대통령은 6.67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첫해 신뢰도 조사는 하지 않았다. 신뢰도 점수는 0~4점 불신, 5점 보통, 6~10점 신뢰 구간으로 분류한다. 취임 100일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는 국정농단사태로 탄핵 직전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 3.91점보다도 낮았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매우 중요하다. 국민적 신뢰와 지지가 있어야 국정 운영 동력도 담보할 수 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어떻게 힘 있게 국정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비롯해 윤핵관 논란,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등 당내 갈등, 경찰국 신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도어스테핑 발언 등이 국민과의 불신 원인으로 꼽힌다. 하루빨리 국민적 신뢰 회복을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나라가 바로 서고 국민의 걱정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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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2.09.21 18:02

민주당의 존재감

민주당을 바라보는 도민들 시선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과거 묻지마 지지세와는 달리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팍팍한 지역 살림과 맞물리면서 정치권 역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주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의 전북 방문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도민들은 ‘전북 달래기’ 차원의 민심 수습용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최근 지도부 구성에서 전북 출신이 배제된 것과 관련 도민 불만이 팽배한 점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깎아내린다. 이 대표도 이런 기류를 의식했는지 “민주당이 잘못하면 쓴소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지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며 사나운 민심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위기에 몰리면 지역 순회 최고위 개최를 명분으로 지도부가 대거 방문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도 식상해 한다. 도민들은 그간 경험을 통해 ‘보여주기’ 일회성 행사라는 것을 꿰뚫고 있기에 시큰둥하다. 지역 현안 해결의 당위성은 선거 공약과 입법 추진과정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음에도 굳이 여론 수렴을 빌미로 이런 행사를 되풀이하는 게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반수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집권 여당 때는 뭐하다가 야당 처지로 바뀐 지금에 와서 현안 해결 운운하는 게 도저히 믿음이 안 간다고 한다. 힘이 있을 때 밀어붙여야 했는데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방문에서도 “전북은 민주당의 뿌리며,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도민들이 민주당을 지켜보고 있다” 며 끈끈한 유대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조차도 정치인들의 단골 멘트로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향후 인물 발탁이나 지역 현안 추진과정에서 이를 가시적으로 증명해 보이면 된다는 의미다. 지금 민주당에 거는 도민들 기대는 대체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지난 8월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34%대였다. 이는 3월 대선 이재명 후보 득표율 82%대를 감안하면 반 토막도 안되는 수치여서 충격은 더했다. 역대 최저치 6월 지방선거 투표율 48.7%까지 더하면 민주당 독주 체제에 대한 민심 이반이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해법은 보다 명확해진다. 공천 혁신을 통한 대대적 물갈이는 물론 지역 현안 해결에 구체적 성과를 냄으로써 민주당이 전북의 뿌리임을 보여줘야 한다. 의원들도 퇴행적 지역 정서에만 의존하지 말고 의정 활동 성적표를 통해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북 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제3금융 중심지, 남원 공공의대 유치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얼마만큼 성과를 거뒀는지가 총선 선택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이다. 유권자 눈높이가 점차 우리 생활과 직결된 실사구시(實事求是) 노선으로 바뀌고 있다. 국정 운영과 지역 발전은 물론 주민 삶의 질 개선에 누가 이런 노력을 앞장서 하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민주당과 의원들이 존재감을 보여야 할 때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9.20 17:59

온라인 리뷰와 사이버 삐끼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은 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남기는 리뷰가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순수한 소비자 개개인의 리뷰와 달리 일부 온라인 광고대행업체나 경쟁업체의 순수하지 못한 리뷰가 자영업자들의 영업에 타격을 주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리뷰가 일상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부터 ‘방문자 리뷰’에 ‘별점’제도를 없애는 대신 ‘음식이 맛있다’, ‘친절하다’, ‘매장이 청결하다’ 등 키워드를 선택해 음식점을 평가하는 ‘키워드 리뷰’를 도입했다. 맛, 친절, 청결, 주차, 메뉴 등 다양한 항목의 평가 결과를 막대 그래프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리뷰는 마음만 먹으면 업소의 홍보용 리뷰와 경쟁 업소에 대한 비방용 리뷰 모두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다. 일부 온라인 광고대행업체는 홍보를 넘어 리뷰 조작까지 제안한다고 한다. ‘리뷰 알바’까지 등장해 수백㎞ 떨어진 가보지도 않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것처럼 리뷰를 남긴다. 온라인 플랫폼 리뷰에는 개인 방문객들의 다양한 칭찬 및 불만 리뷰와 함께 업소의 홍보성 리뷰와 경쟁 업소 비방용으로 의심되는 교묘하게 작성된 리뷰도 올라온다. 온라인 광고대행업체를 통한 ‘리뷰 알바’는 과거 식당이나 술집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속칭 ‘삐끼’가 길거리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와 ‘사이버 삐끼’ 노릇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전주 시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현대옥 본점의 네이버 리뷰에는 올 여름 휴가철 한 방문객이 “2층 대기실이 있어서 대기하기는 편했는데 많은 인원이 갔더니 좀 정신이 없었다. 국밥은 별로였고 군만두는 맛있었다”며 현대옥의 주메뉴를 깎아내리는 글을 올렸다. 현대옥 본점은 답글을 통해 “고객께서는 동일 아이디로 연속해 3개의 리뷰를 쓰셨다. 영수증 일자는 같은 날인데 1번째 2번째 3번째 방문이라고 표시하면서 쓰셨다. 더 좋은 맛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한 방문객이 리뷰에 “상도 지저분하게 치우고 너무 정신없어요. 불친절은 기본~~”이라고 적었고, 다음날 현대옥 본점은 답글에서 “고객께서는 지난 2월에는 어떤 근거 제시도 없이 막연히 ‘맛이 그때 그때 다르다’는 부정적 리뷰를 쓰셨다. 저희는 식탁보를 사용해 식탁이 아주 깨끗하다. 불친절이 기본이라면 망했을 것이다.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글은 반대한다”고 적었다. 음식점들이 자신들의 음식 부실과 불친절, 환경 불량 등의 부족함을 리뷰 조작으로 극복하고 경쟁 업소 비방으로 고객을 끌려한다면 그 도시의 음식산업과 관광산업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플랫폼 리뷰의 영향력을 줄이거나 갈수록 교묘해지는 홍보 및 비방성 리뷰를 차단할 수 있는 개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9.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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