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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유산’은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이어져 내려오는 시설과 기술, 업소나 생활 모습, 이야기 등의 유무형 자산’을 이른다. ‘생활유산’ 개념이 도시정책에 도입된 것은 2015년 서울시가 발표한 ‘역사도심 기본계획’에서다. 당시 서울시는 법제화된 제도로 만들어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도시의 기본계획에 이들 유형의 생활유산을 최대한 보존하고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문화재법에 따라 보호받는 문화재나 사적, 건축 전문가들이 보존 가치를 인정하는 근대문화유산 외에 ‘생활유산’이란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보존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덕분에 적지 않은 생활유산이 지켜질 수 있게 되었다.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처했으나 살아남게 된 서울의 오래된 가게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3년 전쯤 논란 끝에 철거 위기에서 벗어난 서울의 냉면집 ‘을지면옥’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을지면옥은 지난 6월 25일 결국 문을 닫았다. 재개발 시행사와의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법원이 시행사의 손을 들어준 결과다. 이 과정에서 을지면옥과 시행사는 모두 분쟁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제 을지면옥 외에도 서울의 오래된 가게들은 이미 문을 닫았거나 문을 닫을 상황에 처했다. 서울시가 보존해야 할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49개 가게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법적 분쟁도 그렇지만 서울시가 역사도심기본계획의 ‘생활유산’ 관련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할 계획이라니 서울의 ‘생활유산’은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생활유산은 서울 같은 대도시만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삶이 닿아 있는 생활유산은 오래된 도시일수록 더 풍요롭고 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발이 보존의 가치를 앞지르던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도시는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생활유산을 잃었다. 서울시의 사례가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생활유산은 일정한 시대만의 산물도 아니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가치 있는 흔적, 곧 한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규정하는 그릇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낙후된 구도심의 재개발이 불가피해지지만 이런 환경일수록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정책적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때마침 흥미로운 전시가 있다. 전주 선미촌의 <뜻밖의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2 도시가 사랑하는 우리 가게’ 전이다. 전시의 주인공은 화가들이 그려낸 전주 구도심의 서른 개 ‘우리 가게’들이다. 들여다보니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내는 오래된 가게와 새롭게 문을 연 가게들 사이에 도시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화가들이 건네는 도시의 이야기, 그 소중한 기록이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유기행위도 급증하고 있다. 휴가 가기 전에 반려동물을 맡기는 비용 부담에 인적이 드문 농촌지역에 키우던 개를 풀어놓고 도망치듯 떠나거나 아니면 휴가지에 버려두고 오는 몰지각한 개 주인이 많다. 또한 인플레이션 여파로 개나 고양이 사료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남몰래 내다 버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지난 2020년 통계로 13만여 마리에 달한다.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 활동이 많이 늘어나면서 유기된 반려동물 숫자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 동물은 개 75%, 고양이가 24%, 토끼 등 기타 1% 정도다. 반려동물 유기는 여름 휴가철인 7월과 8월 사이에 집중된다. 두 달 사이에 7만~8만여 마리에 달하는 개와 고양이가 버려진다. 비양심적인 반려동물 유기로 인해 농촌마을이나 피서지마다 원성이 들끓고 있다. 떼 지어 다니는 개나 고양이의 배설물로 집이나 길거리가 오염돼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특히 유기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쓰레기봉투를 뒤지면서 널브러진 쓰레기들로 쾌적한 환경을 해치고 있다. 게다가 버려진 개들이 야생에 적응하면서 개체수가 늘어나고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사육하는 닭과 염소 등 가축을 마구 해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노약자나 어린아이를 공격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신고도 해보지만 유기동물 처리는 더디기만 하다. 폭주하는 유기동물 신고로 인해 보호센터에서도 포획 활동 및 보호관리 하는데 한계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보호와 유실, 유기 방지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는 반드시 자치단체에 동물등록을 하도록 했다. 등록하지 않을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동물 유기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때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반려견 가운데 동물등록을 하고 키우는 개는 40%도 안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선 동물 유기를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내후년까지 연구용역과 함께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반려동물 보유세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보유세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논란이 예상된다. 한때는 가족처럼 반려동물과 지내다 싫어지고 부담된다고 해 내다 버리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인 행태에 대한 각성이 먼저 요구된다.
김관영 지사의 속내가 궁금하다. 전례에 비추어 극히 이례적 상황은 물론 그것을 통한 노림수는 뭘까. 도지사를 보좌하는 홍보 라인의 핵심 축이 과거 진용과 180도 달라진 환경에 궁금증이 증폭된다. 전임 송 지사 시절 그 부서에 근무했던 이들은 대부분 언론계 선후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언론인 출신이 맥을 이어왔다. 민선 8기 이후 기용된 이들은 타시도 출신이거나 고향을 떠난 지 오래돼 사실상 전북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은 인사들이다. 언론계 출신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파격적인 인사를 어떻게 이해 하느냐가 관심이고 더 나아가 업무 수행에는 어려움이 없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홍보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행정 기업을 포함해 어느 조직에서도 홍보팀을 강화하는 최근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그만큼 외부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공감대를 넓히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홍보 라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민선 8기 홍보맨 상당수가 국회와 정당 기업출신 인사라는 점이다. 도청 정무 특보, 정책 보좌관도 같은 케이스다. 오랜 관행을 탈피함에 따라 지역 출신을 배제했다고, 그렇다고 언론인 출신이 아니라서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그들의 발탁이 기존 통념을 깬 인사 스타일이어서 김 지사의 배경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른바 홍보 라인은 비서실장을 주축으로 대외협력국장과 홍보기획과장, 공보관 등이다. 예전엔 지역 사정에 밝은 언론인 출신이 주로 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특히 기자 만나는 것이 주요 업무인 공보관실은 원래 공보관을 비롯해 팀장 3개 중 2개를 기자 출신이 맡아왔을 정도다. 그런데 이번 인사의 특징은 언론계 출신이 거의 배제되면서 그에 따른 설왕설래만 무성하다는 것. 먼저 전략적 측면에서 시급한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중앙 정치권의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발탁했는지, 아니면 적재적소에 걸맞는 능력 위주의 인물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됐는지 갈피를 못잡겠다는 표정이다. 이는 단순히 지역 출신 여부를 떠나 업무 연관성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그 지역만의 정서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니기에 더욱 그러했다. 오랜 세월 지역에 살면서 희로애락을 겪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정서는 도민은 물론 타시도 주민과 접촉이 잦은 홍보 라인의 업무 특성상 애향심과도 관련된 문제다. 김 지사의 이례적 인사를 두고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지금까지 진행된 개방형 직위 외부 공모에서 타시도 출신 발탁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곧 산하기관장 물갈이를 앞두고 있어 이를 계기로 김 지사의 인사 원칙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핵심 보직에 지역 사정이 어두운 인물 발탁을 두고 “영재 영입이냐” 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김 지사 자신이 중앙무대 체질이라 지역 사정에 아직은 둔감한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반려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지금도 동물 학대와 보신탕 논란은 우리 사회의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 26일 정읍의 한 보신탕집 냉동고에서 발견된 삽살개 ‘복순이’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반려인들의 분노를 불렀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낯선 사람이 휘두른 흉기에 생을 마감한 복순이 이야기는 한국 사회의 동물 학대와 보신탕 문화의 단면을 한꺼번에 보여준 사건이다. 8살 정도의 나이에 15㎏의 몸무게를 가진 복순이는 수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주인을 보고 크게 짖어 살려낸 일로 동네에서 유명해지고 사랑받았다고 한다. 그런 복순이는 지난 24일 오후 정읍시 연지동의 한 식당 앞에서 코와 가슴 부분이 날카로운 흉기로 잘린 참혹한 상태로 발견됐다. 여주인은 복순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병원비가 너무 비싸 발길을 돌렸고, 복순이는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보신탕집 냉동고에서 발견됐다. 동물보호단체는 다친 복순이가 살아 있는 상태로 보신탕집에 넘겨졌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가구 중 3가구가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반려동물 1500만 시대’를 맞았지만 동물 학대와 보신탕 문화는 여전하다. 지난 26일 제주에서는 몸에 70㎝짜리 화살이 박힌 개가 발견됐고, 같은 날 강릉에서는 만취한 70대가 4살짜리 이웃 반려견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서울 도봉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 계단에서는 생후 3개월, 몸무게 2㎏ 남짓한 강아지가 왼쪽 갈비뼈 6곳이 부러지고 온 몸에 피멍이 든 채로 발견됐다. 최근 5년 동안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피의자가 4200여 명에 달한다. 보신탕 논란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히면서 12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출범했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합당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개와 고양이 식용이 법으로 금지돼 있고, 중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개 식용 및 판매 금지 법제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인간과 신체 구조가 같은 척추동물은 인간과 똑같은 신체적·감정적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동물도 고통과 두려움 앞에서 울부짖고 비명을 지르며 정신적 충격으로 극도의 경계심과 불안감을 보인다고 한다. 언론인이자 시인인 허연은 한 칼럼에서 “힘도 이빨도 발톱도 볼품없고, 달리기도 느리고, 나무나 바위에도 못 올라가며, 추위와 더위에도 취약한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을 물리치고 지구의 지배자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잔인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인간의 잔인성을 확인시켜주는 안타까운 일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지구상에 인간보다 잔인한 종은 없었다”는 그의 지적이 무겁게 다가온다. 강인석 논설위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전북민심은 30년이 지났어도 그대로이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 표를 가장 손쉽게 얻기 위해 지역주의를 조장해서 활용한다. 가장 오랫동안 국회의장을 지냈던 대구 출신 이효상 씨가 1963년 9월 10일 대구 수성천 변에서 찬조연설자로 나서 공화당 박정희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지역감정을 부추긴 게 효시였다. 14대 대선 때 YS를 당선시키려고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 유력 기관장들을 초원복국집으로 불러 우리가 남이가로 지역감정을 자극해 YS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그간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지역주의가 선거판에 보이지 않은 손으로 작용하면서 당락을 갈랐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이 같은 현상이 오히려 더 강화돼 전북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아니면 선출직 당선은 꿈꾸기가 어렵다. 세상사가 경쟁 없이 발전할 수 없는 법인데 유독 독립변수인 정치 쪽에서 여야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까 지역발전이 뒷걸음질쳤다. 뜻있는 인사들 가운데는 혹시나 행여나 하고 이번만큼은 변하지 않겠느냐면서 기대를 했지만 모든 게 무위로 끝났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선거구도가 만들어지다 보니까 전북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자연히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선출직이 되려는 것보다는 민주당 공천을 받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지방의원 공천권을 쥐락펴락 한 국회의원도 지방의원 줄 세우기 하면서 골목대장 하기에 바빴다. 사실 국회의원은 입법 활동하면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게 주 임무지만 지역국회의원은 지역현안을 해결하면서 국가 예산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다음 공천권을 쥔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더 관심이 팔려 당원들 줄 세우는데 정신이 없었다. 현역들이 재선을 위해 개인의 안위만을 쫓고 다니는 바람에 전북정치권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약화되었다. 지금 전북정치가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국민의당 출신인 김관영 재선의원이 민주당으로 복당하면서 지사직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여야로부터 협조를 구하면서 협치 도정을 펼치고 있다. 82.11% 라는 도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뒷배가 되고 있지만, 아직도 민주당 의원들이 말로만 원팀 운운하지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각개약진한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윤석열 정권과의 가교역을 담당하는 국힘 정운천과 이용호 의원한테 힘을 제대로 실어 줘야 한다. 비례대표 재선인 국힘 정운천 도당위원장이 내년 4.5재선거를 앞두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아직도 민주당의 강한 지역정서 때문에 고민이 깊다. 문제는 민주당이 내년 공천자를 내느냐 여부다.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 유고로 공천자를 내지 않기로 한 규정을 무리하게 고쳐 선거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주을은 원칙적으로 공천자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22대 총선 때 승리할 수 있다.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서 한 석을 더 건지는 것 보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오래된 도시 곳곳에 방치되어 있던 ‘농협창고(양곡창고)’들이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버려졌던 공간이 새로운 쓰임새를 얻어 일상으로 돌아오는 풍경에 변화가 있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쓰임새다. 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던 창고들은 이제 더 이상 같은 쓰임새로만 귀환하지 않는다. 예술창작소, 미술관, 공연장, 청년창업공간, 숙박업소, 서점, 양조장, 카페, 커뮤니티공간 등 구체화한 공간의 쓰임새는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들여다보면 마을의 흉물처럼 놓여있던 농협창고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도시재생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와 맞닿아 있다. 도시재생은 낡은 것의 질서와 가치를 주목해 과거의 기억과 역사를 새로운 도시 성장의 동력으로 변화시켜가는 새로운 방식이다. 농협창고의 변신도 같은 길에 놓여 있으니 재생의 가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물증이다. 실제로 새로운 쓰임새를 얻은 농협창고들이 관광의 통로가 되어 도시의 동력이 된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창고가 지닌 동력의 힘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농협창고의 변신이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이유다. 우리보다 낡은 공간에 먼저 눈을 떠 지속적인 도시의 동력으로 만들어 낸 사례가 있다. 지금은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자리잡은 영국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관>도 그 중 하나다. 미술관의 전신은 곡물창고. 우리의 농협창고와 같은 역할을 했던 공간이다. 게이츠헤드는 영국 북동부 해안에 있는 인구 20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다. 산업혁명 후 한동안 석탄과 철강 조선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했지만, 산업이 쇠퇴하면서 경제적 빈곤에 빠졌다. 영국 정부가 1990년대에 시작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이 작은 도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화와 교육, 특히 미술과 음악을 콘텐츠로 주목한 게이츠헤드는 현대미술관 건립을 계획, 1972년부터 생산을 멈추고 방치되어 있던 타인강변 곡물창고를 대상으로 정했다. 시의 구상은 기존의 미술관과는 다른 미술관을 만드는 것. 건축가 선정부터 공간의 연출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모든 것을 국제적 수준으로 추진했다. 발틱의 특징은 소장품이 없다는 것. 다른 미술관처럼 소장품을 위해 예산을 투자하고 주력하는 대신 새로운 미술을 생산해내는 현대미술의 중심을 지향했다. 그 결과 2002년 개관 직후부터 관심을 모았던 발틱은 20년이 지난 지금 현대미술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 됐다.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로 새로운 관광도시가 된 게이츠헤드가 주는 교훈이 있다.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진정한 재생의 가치로 낡은 공간을 일으킨 지혜다./ 김은정 선임기자
은행권의 지나친 예대마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 22일부터 예금과 대출 금리차를 비교 공시하면서 은행의 이자 장사 민낯이 드러났다. 공시 결과, 19개 은행 가운데 가계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은 전북은행이었다. 전북은행의 가계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는 무려 6.33%포인트에 달했다. 뒤이어 광주은행 3.39%, DGB대구은행 1.58%, 제주은행 1.54%, 경남은행 0.93%, 부산은행 0.82% 순으로 나타났다. 전북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가장 낮은 부산은행에 비해 7.7배나 높았다. 전북은행의 가계 대출금리는 9.46%인 반면 저축성 수신금리는 3.13%였다. 이런 고금리 덕분에 전북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05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2%나 증가했다. 너무 과도한 이자 장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전북은행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 특성상 중·저신용자와 다중 채무자에 대한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고 서민금융진흥원 연계 대출인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 대출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에 시중은행에선 대출이 어려운 신용등급 8등급까지 대출을 지원하면서 예대금리차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는 신한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62%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우리은행·농협은행 1.40%, 국민은행 1.38%, 하나은행 1.04% 순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선 토스뱅크가 5.60%포인트로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다. 뒤이어 케이뱅크 2.46%, 카카오뱅크 2.33% 순이다. 아무래도 인터넷은행은 담보 대출없이 신용 대출만 취급하기에 예대금리차가 클 수밖에 없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1.34%, 특수은행인 Sh수협은행은 0.85%,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0.86%로 드러났다. 그동안 은행권은 기준금리가 내릴 때는 금리를 찔끔찔끔 내리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재빠르게 큰 폭으로 올리면서 폭리를 취해온 게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이 21조1890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0%나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이자수익은 26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2조1000억 원보다 4조1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은행은 지나친 탐욕을 내려놓고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 서민에 대한 대출 문턱을 대폭 낮춰야 한다. 은행 스스로 조정하지 못하면 제도적인 장치를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은행의 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이 더 요구된다.
모처럼 만에 전북 체육계가 겹경사를 맞았다. 연일 계속된 무더위와 코로나 여파로 메말랐던 일상에 희망찬 메시지와 함께 통쾌함을 만끽한 것이다. 전주고 야구부와 테니스 유망주 조세혁 선수의 쾌거가 가져다준 선물이다. 37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전주고 선수들의 투혼은 척박한 토양 속에 일궈낸 것이어서 한층 빛을 발했다. 올해 윔블던 테니스 14세 이하 주니어부 우승을 차지한 조세혁 선수도 전북 테니스의 미래를 밝게 해줬다. 성장 가능성이 지금보다는 훨씬 크다는 점에서 세계가 그를 주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북 체육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출범 3년째 민선 체제는 특유의 역동성을 통해 체육의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런 데다 예상을 깨고 당선된 정강선 회장의 출발이 산뜻하지 못함에 따라 주변의 불안감은 더해만 갔다. 절대적 동반자 관계인 도청과의 불협화음이 잇따르면서 민선 연착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건 물론이다. 인사 잡음과 체육 지원금 축소가 단적인 예다. 원래 예산확보 문제는 민선 회장의 가장 큰 숙제이자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다. 때문에 송 지사와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정 회장의 정무 감각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체육회가 지난주 발표된 도 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 하위 라 등급을 받은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소통과 협치는 12월15일 치러지는 체육회장 선거의 핵심 키워드다. 새로 취임한 김관영 도정과의 관계를 누가 원만하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체육회 예산의 80-90%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북도 지원금 때문이다. 이런 역학관계에서 민선 회장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지 못하면 그 어떤 성과물도 내기 어렵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체육인들은 민선으로 전환된 뒤 이 점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다. 실제 지난 선거 투표권을 행사한 대의원들 반응도 도청과의 윈-윈 관계를 통한 예산 확보를 으뜸 과제로 꼽고 있다. 체육회장 선거가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와 체육을 분리하자는 취지로 닻을 올린 민선 선거가 되레 정치인 선거 뺨친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순수한 체육인들만의 선거에서 이같은 지적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투표권 대의원은 300명 이상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 중 62개 종목 단체 회장과 시군체육회장 14명을 포함해 76명은 당연직이다. 나머지 224명 이상은 랜덤으로 뽑는다. 지금까지 회장 후보군으론 자천타천 4명이 거론된다. 정강선 회장을 비롯해 최형원 전 체육회 사무처장, 윤중조 전 전북역도연맹 회장, 김동진 전 체육회 부회장 등이다. 전북 체육에 미치는 회장 위상과 역할을 보면 선거 대의원들의 책임감은 실로 막중하다, 사사로운 인연에 얽매여 전북 체육의 퇴보를 가져오는 선택이야말로 체육인의 양심을 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영곤 논설위원
전북도청내 테니스 코트와 농구장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차난 해소를 위해 이들 체육시설을 없애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주민 건강보다 자동차를 위해 체육시설을 없애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이들 체육시설을 없애더라도 도청의 주차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전북도는 청내 주차공간 확충을 놓고 고민중이다. 차량 증가세 속에 주차공간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청 북문 앞 도로에는 청내 주차를 하지 못한 차량들이 즐비하게 주차돼 있다. 도의원들을 만나러 오는 민원인들의 주차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청사의 주차난은 전북도청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0월 충남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를 제외한 전국 8개 도청의 직원 1인당 주차공간은 충남도청이 0.92대로 가장 넓었다. 경북도청(0.83대), 전북도청(0.73대), 경기도청 북부청사(0.70대) 등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전남도청(0.59대), 경남도청(0.52대), 경기도청 수원청사(0.31대), 충북도청(0.25대), 강원도청(0.22대) 순으로 주차난이 심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 “오래된 건축과 정원을 살려 도청을 명품 미술관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도청)밖에 주차타워를 설치해 ‘차 없는 도청’을 만들 것”이라며 “도청 주차장을 꽉 채운 자동차들은 이제 ‘소풍’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면적에 비해 많은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주차타워 밖에 없다. 실제로 울산광역시는 청사와 연결된 360여면 규모의 8층 짜리 주차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청 테니스 코트는 직원과 일반 주민들이 함께 애용하는 체육시설이다. 평일과 주말 구분없이 이른 아침과 오후 시간대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건강을 지키려는 주민들로 붐빈다. 도청 직원들이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테니스 코트와 맞닿은 농구장은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애용하는 시설이다. 테니스 코트 같은 체육시설 폐쇄는 가장 손쉬운 주차난 해소 대책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육시설 폐쇄를 통한 주차공간 확보는 주차난 해소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전북경찰청과 전북도교육청은 수년 전 청내 테니스 코트를 없애 주차공간을 늘렸지만 그만큼 차량도 늘어 주차난은 여전하다. 체육시설을 없애 주차장을 만들고도 주차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도청 앞 정원과 광장을 없애 주차장으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김관영 지사는 도민 건강 증진을 위해 각 시군에 50억원 씩의 체육시설 건립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전북도가 자동차를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기존 체육시설을 없애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북도청의 주차난 해결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인석 논설위원
전주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덕진연못이 새롭게 단장되었다. 하지만 예전의 정취는 오간데 없고 뭔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전주시가 항상 덕진공원에 있는 연못을 잘 정비해서 관리하는 게 큰 부담이었다. 그 이유는 덕진연못으로 들어오는 물의 수질이 악화돼 오염원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연꽃이 필 때는 널리 입소문을 타면서 사진 찍는 명소로 각광받지만 연못을 가로지르는 연화교가 콘크리트 석교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연일 내린 비로 악화된 수질이 희석돼 악취는 덜 나지만 연 잎으로 가려진 덕진연못이 새 옷으로 갈아 입고도 어울리지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표방한 시가 예전에 있던 연화정과 철제다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한옥과 콘크리트로 된 석교를 가설했다. 31억을 들여 한옥으로 연화정을 지은 건 한국적인 정취와 멋을 살리고 전주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을 도서관으로 운영한 것은 콘셉트을 잘못 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가 나름대로 정체성을 살리려고 한 것 같지만 연못에 세워진 한옥을 도서관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한다. 전주8경에 속한 덕진연못은 덕진채련(德津採蓮)이라 불릴 정도로 연꽃 핀 자태가 아름다워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몰려들기 전만해도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단오날에는 창포로 머리를 감기 위해 덕진역을 통해 찾아온 인파로 북적였고 청춘남녀들은 그네 타기와 오리배를 타면서 낭만을 구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 1980년 준공된 철제 연화교가 D등급을 받아 철거되고 60억8천만원을 들여 폭 3M 길이 284M의 콘크리트로 연화교를 2020년 신설했다. 3만평의 연못 중간을 가로지르는 연화교는 콘크리트교여서 안전성 면에서 좋겠지만 주변경관과의 부조화로 오히려 시설개선이 아니라 개악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구온난화로 생태환경조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게 대세인데 전주시가 무슨 연유로 이 같은 콘크리트교를 가설했는지 납득이 안간다. 예전에 설치한 동남간 나무다리는 그대로 놓고 시가 생태하천 복원 명목으로 연화교 사업을 한 것은 전혀 개념이 맞질 않다고 지적한다. 전주 서북쪽의 허함을 보강하려고 비보풍수용으로 덕진연못을 만들었다는 고려시대 이규보의 기록도 나오지만 1천년이 지난 지금 덕진연못에 맞는 친환경다리를 설치하지 않고 손쉽게 콘크리트로 가설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 생태도시를 꾸린다고 자나 깨나 노래했던 김승수 전시장과 총괄조경전문가란 사람이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연화교를 콘크리트로 시공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은 김시장의 두둑한 배짱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길이 없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 시의회가 눈감고 있었다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한편 자초지종을 모른 시민이나 관광객 중에는 덕진연못이 오히려 깔끔하게 잘 정비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금 전문가 의견을 들어 예산을 더 들여서라도 경관과 생태를 살리는 쪽으로 연화교를 재정비토록 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샌드 드로잉(Sand Drawing)’은 모래 위에 글자나 형상을 그리는 작업이다. 지금은 샌드 아트라는 독립적인 장르까지 만들어져 있으니 그 진화가 흥미롭다. 더 놀라운 것은 2003년 샌드 드로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다. 450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전해져 왔다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바누아투의 샌드 드로잉이 주인공이다. 샌드 드로잉은 문자가 없던 시절, 바누아투 사람들의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기록이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샌드 드로잉이 오늘에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은 모래 위에서 쓰고 지우는 샌드 드로잉이 바누아투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로 안겨져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바누아투가 널리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바누아투는 8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중 65개가 무인도. 인구는 28만 명인 작은 섬나라다. 이 섬이 발견된 것은 17세기 초라고 전해지는데 긴 세월,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통치를 받아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 토착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바누아투가 독립한 것은 1980년. 그해 7월 30일 헌법을 제정하고 내각 책임제 공화국으로 출범했다. 이름이 된 바누아투는 현지어로 ‘우리의 토지’라는 뜻이다. 천연 산림자원과 어족 자원이 풍부하고 커피와 코코아 생산이 전통적인 주산업이지만 지금은 산호초로 형성된 대지와 신비로운 밀림의 세계, 웅장하면서도 다이내믹한 활화산 등 살아 숨 쉬는 자연유산으로 관광객이 늘어 주산업에 관광이 가세했다. 이 작고 신비한 작은 섬나라가 최근 파격적인 기후 위기 대책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2030년까지 자국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어내겠다는 선언 때문이다. 사실 바누아투는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잦아지면서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기후 위기에 처해있는 나라다. 이미 탄소 흡수량 대책을 잘 세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 국가가 되었고, 지금은 탄소 흡수량이 배출량을 넘어서는 탄소 네거티브의 기후 위기 대응 모범국가가 된 배경이다. ‘기후 온난화로 21세기 안에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경고에 비추어보면 바누아투의 화석연료 완전 퇴출 선언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투쟁(?)이다. 기후 위기는 전 세계가 처한 현실이다. 국가마다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8월의 집중호우 피해가 심상치 않다. 잠기고 무너진 현장에서 전해지는 피해 상황이 처참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 위기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도 기후 위기 정책은 없다. 이런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김은정 선임기자
국회 최다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흥행몰이에는 실패했다. 지난 3일 강원 대구 경북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 충남 충북 세종 대전까지 12개 시·도지역 순회경선을 마쳤으나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 사이의 내분사태로 콩가루 집안으로 전락했지만 민주당은 반사이익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시작부터 ‘어대명’으로 출발한 데다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73%대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확대명’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민주당 경선이 새로운 변수나 이변이 없다 보니 컨벤션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한 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경선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수도권과 호남권 5개 시·도 경선이 최대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2곳의 경선을 치렀지만 선거인단 수는 전체의 27.2%에 불과하다. 서울 경기 37.44%, 전북과 전남·광주 35.36% 등 5곳의 선거인단 수가 72.8%에 달해 대세를 결정짓게 된다. 관건은 이번 주말 결과가 나오는 전북과 전남·광주의 표심 향배에 쏠려있다. 당 대표 경선이 전북 출신 박용진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호남에서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선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대세론을 내세운 이재명 후보는 호남에서 굳히기를 시도하려는 반면 호남의 아들을 자처한 박용진 후보는 전북과 전남·광주에서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지금까지의 판세를 호남에서도 이어간다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게 된다. 그러나 박용진 후보가 선전하게 되면 승부는 서울과 경기 경선에서 결판난다. 전북은 민주당의 근간이지만 정치력은 곁가지만도 못하다. 한때 당 대표와 중진들이 다수 포진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지금은 위상이 쪼그라들고 말았다. 이번 당 지도부 경선에도 전북 지역구 의원은 명함도 못 내밀었다. 타 지역에선 초재선 의원들이 당 대표나 최고위원에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주목을 받으면서 유력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겨우 도당위원장 감투나 놓고 티격태격 다투다 보니 구심점도 없고 응집력도 떨어져 변방 취급을 당하고 있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전북의 역할과 선택이 중요하다. 지나가다 잠깐 들르는 전북이 되지 않으려면 전북인의 기질과 줏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면 계속 푸대접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달 LH 임원진이 금요일 업무 시간에 진주 본사 사무실을 텅 비우고, 일부 간부는 출장지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올랐는데 이는 LH 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데 심각성을 더해줬다. 이와 함께 이들 기관의 지역 상생 의지가 희박해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효과가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이런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지방으로 옮긴 공공기관은 당초 국토 균형발전과 함께 현지화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거라고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 때문에 마지못해 내려온 데다 생활여건 부족을 이유로 전북 정착을 꺼리고 있다. 솔선해야 할 기관장부터 지역협의회 참석율이 저조하고 일회성 홍보 행사에만 잠깐 얼굴을 비치는 게 고작이다. 직원 상당수는 지역 이전에 따른 ‘특공’ 아파트 분양으로 경제적 이득은 취하면서도 여전히 서울을 오가며 기러기 생활을 고집한다. 그런데다 기관 지역인재 채용률도 실제 2018년 19.5%로 전북은 제주도와 함께 최하위였다. 낙제점에 가까운 1차 공공기관 이전 사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1차 이전 효과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 원희룡 장관도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6월 관훈토론회에서 “수도권 시설 지방이전 정책은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며 격정 토로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지방 이전 효과에 대한 실효성을 높여야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이전 공공기관에 대한 정치권 흔들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LX 드론교육센터 경북건립’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장이 전북도와 업무협의까지 마치고 부지선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몰래 경북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또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의 5급 승진후보자 교육을 경기도가 자체 추진하겠다고 밝혀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 축소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한국농수산대학 분교 사태는 쪼그라드는 전북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회 소관 상임위에 전북 의원 3명이 있었음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질 않아 속을 태웠다, 이처럼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전북의 추억은 어두운 면이 많다. 지난 2011년 LH 본사 전북 이전이 정치적 결정으로 물거품 됨에 따라 꼬이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입주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도 서울 재이전설이 불거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그래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둔 상황에서 금융관련 부처 입주가 더욱 절실해졌다. 제3 금융중심지 도약을 위해 1차 이전 기관과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전주 혁신도시 불야성과 달리 불빛이 일찍 꺼진 공공기관의 모습은 대조적이다. 마치 주민들 속에 ‘외로운 섬’ 처럼 보인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지역 상생 의지가 이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첫 단추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남원시 공무원노조가 지난달 단행된 하반기 인사를 규탄하는 조합원 총투표를 오는 18일과 19일 이틀간 실시한다고 한다. 단체장이 단행한 인사에 노조가 정면으로 반발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노조의 인사규탄 결의안이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단행된 인사가 번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최경식 남원시장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노조는 조합원 총 투표 결과에 따라 향후 투쟁수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어서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최 시장 취임이후 지난달 단행된 승진자 내정, 4·5급 전보인사, 6급 전보인사 등 일련의 인사가 발단이 됐다. 남원시 공무원노조는 하반기 인사를 앞두고 승진서열명부 순위 존중, 소수·전문·기술직렬 배려, 실·국 간 균등인사, 6급 전보인사 전 직위공모 절차 준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승진서열명부 상위 순위 탈락, 일방적 직위공모 확대 등이 드러나면서 노조는 원칙과 기준 없는 독단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체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 문제에 대한 노조의 강력 반발은 최 시장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학력 허위기재 의혹과 허위사실 공표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최 시장은 사건의 핵심인 한양대 졸업 여부에 대해 졸업장과 졸업증명서를 제시하는 등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최 시장이 첫 인사를 통해 조직 안정도 꾀하지 못한 셈이 됐다. 오는 10월 대대적 인사를 동반할 전북도의 조직개편안도 관심사다. 현재의 2실 9국 2본부 체제를 3실 9국 1본부로 개편하는 내용의 민선8기 조직개편안은 ‘무보직 사무관’이 최대 이슈다. 기존 254팀 가운데 121개 팀이 폐지돼 121명의 사무관이 보직을 받지 못할 형편이다. 무보직 사무관제는 업무 효율성과 신속성, 탄력성을 높이는 조직혁신 방안이라는 설명과 달리 조직내 줄 세우기와 업무기피, 책임감 결여 등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폐지 대상 팀이 12개 실·국 가운데 7개 실국에만 적용되는 것도 논란거리다. 도청 공무원노조는 무보직 사무관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 달라고 지휘부에 요구했다고 한다. 조직개편안의 큰 폭 수정이 필요한 요구로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금언이다. 긍정 평가가 30% 아래로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서도 부정 평가 이유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인사 문제가 꼽히고 있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인사만사의 금언을 도내 단체장들이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일제강점기, 조선의 저항을 처음부터 차단하려는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은 치밀하게 계산된 고도의 전략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심에는 조선에 자국의 전쟁 협력을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치정책 ‘내선일체(內鮮一體)’가 있다.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라는 뜻을 담은 ‘내선일체’는 다양한 형식으로 조선인들의 삶을 가두어 일본에 종속시켰다. 황국신민화를 앞세워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구호 제창, 신사참배 강요, 강제 출병, 조선어교육 폐지, 일본어 상용화, 창씨 개명 등이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내선결혼’ 장려정책도 그중 하나다. 조선인과 일본인을 결혼시키는 ‘내선결혼’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이후 조선총독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이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내선결혼으로 가정을 이루면 표창장을 주고 격려할 정도로 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내선결혼의 대상은 역시 힘없고 가난한 조선의 남자들이었다.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 이은과 일본 왕족인 이방자 여사의 결혼이 대표적인 내선결혼으로 꼽히지만, 현실에서는 달랐던 것이다. 실제 내선결혼으로 가정을 이룬 조선인들은 대부분이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남자들이었다. 자료로는 내선결혼으로 가정을 이룬 숫자가 1926년 459쌍, 1927년 499쌍, 1928년 527쌍으로 해마다 늘어났으며 1940년대에 이르러서는 한 해에만 1천여 쌍이 내선결혼으로 가정을 이루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들의 삶은 평탄했을까. 대부분 일본인 아내들의 노년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질병에 시달렸다. 평생 일본인으로 살아야 했던 그들은 국적이 일본이어서 생활보호대상자도 되지 못했다. 남편과 아이들의 조국인 대한민국에서도, 자신들의 조국인 일본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그들의 삶 역시 고단했다. 오는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다. 2012년 아시아 연대회의는 피해자들의 용기를 기억하고 연대하기 위해 이날을 기림의 날로 결의했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1997년 작고)가 증언에 나섰다. 위안부 피해 사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날이었다. 김 할머니의 용기는 세상을 깨웠고, 여러 피해 생존자들이 이 대열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던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들여다보니 일본군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도 법적 배상도 해결되지 못한 지금,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 240명 중 생존자는 11명이다. 모두가 100세를 앞둔 고령이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무색해질까 걱정된다. /김은정 선임기자
5년 전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일본 휴가를 마치고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할 때 자신의 캐리어를 보좌진을 향해 던지듯 미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증폭됐었다. 출입문을 나서는 김 의원이 상대방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캐리어를 휙 밀어내자 고개 숙여 인사하던 보좌진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듯 전달됐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국회의원으로서 특권의식이나 우월의식을 드러낸 갑질 행태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유명 개그맨과 뉴스앵커 등의 패러디가 봇물을 이뤘고 외신에서도 이 장면을 한국의 갑질 문화와 연관 지어 비중 있게 보도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노룩(No look) 패스라고 비꼬았다. 노룩 패스에 이어 노룩 악수도 구설에 올랐다. 지난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노룩 악수를 당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당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주최 환영 만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 방송 중계를 통해 전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자 먼저 윤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손을 뻗으며 악수를 청했고 윤 대통령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응했다. 문제는 이때 바이든 대통령의 시선이 윤 대통령이 아닌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을 향해 있었다. 이에 야권 지지자 사이에선 ‘노룩 악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맛 칼럼니스트는 “노룩 악수를 당하면서 대통령이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다는 것이 황당하다”면서 “대통령이 당한 굴욕은 곧 국민의 굴욕”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노룩 악수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7일 제주에서 열린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마친 박용진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악수를 청하자 이 후보가 오른손으로 악수를 받으면서 눈은 왼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바라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자신에게 맹공을 퍼붓는 박용진 후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주류다. 박 후보는 전당대회 내내 이재명 후보의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줄기차게 날선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이 후보의 노룩 악수 논란에 국민의힘 대변인은 “어대명이라는 구호에 심취해 거만해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노룩 패스나 노룩 악수는 그 사람의 인품이나 심기를 무의식중에 드러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당하는 입장에선 굴욕감만 안겨주는 노룩((No look) 행태는 아니 한 것만 못하다.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당내 반발이 들끓었던 지난 3월. 오랜 절친 우상호 의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데다 친문 의원들이 가세하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졌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 불출마까지 선언했던 그가 불과 한 달 만에 변심한 것을 저격한 것이다. 대선 패배자인 이재명 후보도 보궐 선거에 동시 출격하며 ‘방탄 출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들 출마는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채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그 무렵 송 대표의 운동권 선배이자 장관을 지낸 김영춘 의원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80년대 민주화라는 거대 담론에 이끌려 정치를 시작했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어 생활 정치로 접어들면서 내 역할은 끝났다” 면서 선거 때마다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은 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전북의 정치 현실과 마주하면 이런 메시지에 담긴 시사점을 읽을 수 있다. 중앙 무대에서 국회의원의 역할과 존재감은 갈수록 작아 보인다. 초재선으로 짜여진 라인업도 문제지만 지역현안 해결 능력에서 가시적 성과가 미미한 점이 더 큰 문제다. 그래서인지 광주 전남과 대전 충남 틈바구니에 끼인 지역적 존재감마저 위축되는 느낌이다. 실제 의원들의 존재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 남원 공공의대 유치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당연히 정부도 이같은 취지에 따라 2024년 남원 개교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 작업을 진행했다.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의료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법안 통과는 기정사실화 됐다. 더구나 국회 소관 보건복지위에 간사로 김성주 의원과 함께 남원 지역구 이용호 의원이 버티고 있었다. 여기에다 주무부처 장관엔 남원출신 권덕철씨에 당시 여당 민주당 의석이 과반수를 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이었다. 시쳇말로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들면 되는 격이다. 그런데도 숟가락을 들지 못한 건 전적으로 도내 의원들 책임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남원 공공의대는 험로가 예상된다. 당시 야당과 의사협회 반대로 국회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 자체가 중단된 지 오래다. 그러는 사이 전국 자치단체들이 서로 눈독을 들이면서 치열한 각축장이 돼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원팀 정신으로 싸워야 할 입장의 국회의원을 보면 이들의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한다. 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정에서 무엇보다 공공의대와 새만금특별자치도를 다루는 보건복지위와 행정안전위에 전북 의원은 1명도 없다. 18개 상임위 중 8개만 전북 의원이 들어가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이 가운데 농해수위는 3명이나 배정돼 대조를 이뤘다. 전북 미래 발전보다는 선거 유불리에 따라 각자도생하는 모습에서 유권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벌써 2년 뒤 총선 모드에 돌입한 의원들의 발빠른 움직임에서 김 의원이 지적한 ‘직업적 정치인’ 은 없는 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취임 한 달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인사와 조직개편 등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큼지막한 두 건의 실적을 이뤄냈다. 짧은 기간 그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대기업 유치와 대형 국책사업인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를 새만금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6일 ㈜두산과 김제 지평선산단에 693억 원을 투자하는 MOU를 체결했다. 대기업의 투자가 조 단위도 아니고 1000억원에도 못미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재계 서열 16위인 두산그룹의 향후 신사업 전북 투자의 전초라는 기대를 주고 있다. 김 지사도 대기업 5개 유치 공약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4일에는 하이퍼튜브 테스트 부지 새만금 유치 낭보가 이어졌다.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튜브 안에서 최고 시속 1200㎞로 주행하는 신개념 육상교통 시스템 개발을 위해 실험하고 연구하는 실증단지가 새만금에 세워진다. 오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9년간 총 9046억 원이 투자된다. 김 지사는 자신의 SNS에 ‘도민여러분, 전북이 해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쉽지 않은 경쟁이었지만, 오늘의 성취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다. 제가 직접 발표하고, 담당부서와 함께 직접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전북의 의지, 전북의 가치, 전북의 가능성을 설파했다”고 소개했다. 이틀 뒤 이원택 국회의원(김제·부안)은 SNS에 “청와대 재직 당시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새만금에 들어설 수 있는 과학기술 관련 시설의 수요 조사에 기반해 하이퍼튜브 실증단지 구축사업을 국가공모사업으로 추진했다.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되어 그 누구보다 기쁘고 감회가 남다르다”고 적었다. 이어 “하이퍼튜브 실증단지의 새만금 유치를 위해 직접 평가 발표자로 나섰던 김관영 지사를 비롯한 전북도 관계공무원의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전북도당도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새만금 하이퍼튜브 테스트베드 선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7대 공약으로 국민의힘 정운천 도당위원장과 민주당 김관영 도지사 간 협치의 첫 성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전북 공약에 하이퍼튜브 테스트베드가 명시되진 않았지만 새만금에 도로, 철도 및 산업입지 등 핵심 인프라 구축이 포함된 것을 자평한 것이다. 마치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새만금 유치가 김 지사 혼자 만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가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 같다. 대기업 두산 유치도 사실 전임 지사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유치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고 김 지사가 결정적 역할을 한 만큼 성과도 그의 몫이다. 김 지사는 도지사 선거기간 내내 겸손을 강조했다. 선거캠프는 ‘겸손한 캠프’로 불렸다. 민선 8기 도정 슬로건에는 ‘함께 성공’이란 문구가 들어있다. 도정의 결실을 함께 나누는 겸손한 도정이 김관영 지사를 더 빛나게 하는 일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전북 인구가 180만이 무너지고 각종 지표상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은 정치권의 무능 탓이 결정적이다. 전북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에 앞을 내다보고 기업을 유치하는 등 지역 경제력을 발전시키는 전략이 부족했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역량 있는 단체장이 없었다는 게 후회스럽다. 30년간 정치적으로 특정당 위주로 경쟁 없는 무풍지대를 형성해 온 게 패착 이었다. 새만금사업만해도 국책사업임에도 전북도가 새만금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정도로 중앙정부에 매달려 온게 잘못이었다. 외지인들이 전북을 생각할 때 새만금사업 하나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여서 발전전략을 다각화 하는 게 중요하다. 해마다 도나 전북정치권은 예산국회가 열리면 새만금 관련예산 확보를 제1순위로 염두에 두고 신경을 써왔지만 아직도 어느 세월에 사업이 마무리 될지는 하대명년이다. 행여 새만금예산이 깎일 세라 노심초사 하는 사이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은 새만금예산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자신들 지역관련예산을 많이 확보해 갔다. 해마다 새만금관련예산이 벼랑 끝에서 처리 되기 때문에 전북은 다른 예산을 챙기는데 소홀했다.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전북도나 정치권이 강하게 중앙정부를 밀어 부치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 중 문재인 정권에서 사업비가 조 단위로 예산이 불어났지, 그 전 정부들은 정권적 이해관계가 별로여서 관심도 두지 않았다. 지금 와서 전북도가 새만금사업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든 새만금국제공항 등 끝마무리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사실 전북 발전이 뒤쳐진 원인은 역대정권이 전북에 정치적 비중을 크게 두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역량 있는 정치인을 뽑아서 키우지 않은 탓이 더 컸다. 남 탓 하기 전에 내 탓이 크다. 국회의원이나 지사 시장·군수 등 선출직을 보면 그 지역의 민도를 알 수 있다. 민주당 일변도로 선출직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 충청도처럼 여야가 경쟁적으로 정치하는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학벌과 고시라는 경력이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면서 판친다. 지역사회도 그렇지만 중앙과의 연줄 망 없이는 한발짝도 떼기 어렵고 국가예산 확보라는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중앙부처는 고시 출신 아니면 접근하기가 어렵다. 시장군수가 찾아왔다고 해서 호락호락하지도 않는다. 각 부처는 물론 기재부는 정부를 아우르는 기관이라서 인맥 없이는 무작정 접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주민들이 알 리 만무하다. 시장 군수들이 중앙부처 누구를 만나 예산확보 작업을 했다고 신문에 대문짝 하게 나지만 실상을 알면 코웃음칠 일들이 많다. 유권자가 지사나 시장·군수를 선출한 것으로 끝나선 안된다. 그들이 잘할 때는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못할 때는 따끔하게 질책해야 한다. 금연건물인 도의회에다가 담배 피우도록 환기통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한 도의원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도민들이 내탓이요라고 함께 깨어 있을 때 전북발전은 가능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오스트리아 빈의 남동쪽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 있다.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18세기, 오스트리아를 터키군으로부터 구한 영웅 오이겐 폰 사보이 공이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바로크시대의 건축물 벨베데레 궁전이 전신이다. 1716년부터 7년이나 걸려 완성된 벨베데레 궁전은 바로크 건축의 거장 요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가 설계했는데, 건축물로서의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궁전의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프랑스식 정원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방문객들은 산책 장소로도 애용한다. 오이겐 공이 사망하자 합스부르크 왕가는 이 궁전을 사들여 증축하고 자신들이 수집한 미술품을 보관했다. 오늘날 빈을 찾는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벨베데레 궁전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게 된 시작이다. 한 가문의 미술품을 소장했던 공간이 공공미술관으로 바뀐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군주제가 몰락하자 사유재산이 국가 재산으로 귀속되면서다. 국립미술관이 된 벨베데레 궁전은 어느 미술관보다도 충실하게 구스타브 클림트의 회화를 수집해 클림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으로 특화됐다. 빈에는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으로 쓰였던 쉔부른 궁전이다. 역시 1918년 합스부르크 왕조가 몰락한 뒤 오스트리아의 국유재산이 되었으며 유적지로 보존하면서 내부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여 궁전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으로 꼽히는 건축물답게 연간 8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이곳은 1,441개의 방 중 원형이 온전히 보존된 45개를 관람객에게 공개해 박물관의 기능(?)을 지킨다. 이들 궁전은 역사 건축물의 성공적 활용으로 앞세워지는 건축물들이다. 외형은 물론 공간이 지닌 역사적 정체성을 온전히 지키면서도 ‘보존적 관리’에만 그치지 않고 ‘창조적 활용’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으니 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안이 공개됐다. 본관과 관저는 미술품 상설 전시장으로, 본관 앞 정원은 종합 공연예술 무대로 활용하고 영빈관은 미술품 특별 기획전시장으로 구성해 청와대 소장품 기획전과 이건희 컬렉션 등을 유치한다는 것이니 '청와대 미술관'이라 정리해도 무리는 없겠다. 역사성과 장소성을 외면한 이 졸속 활용방안에 환영보다 우려와 비판이 앞선다. 언제 어떤 논의를 거쳐 내놓은 것인지 과정은 보이지 않고 명분이나 논리도 없는 방안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역사 건축물의 성공적 사례를 외형적 결과로만 받아들인 결과다. / 김은정 선임기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안호영 의원 통합 결단, 끝까지 최선을
김 지사의 컷 오프설은 사실무근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HAI 시대, 지역사회 감응에도 주목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
전주시, 고사 위기의 기령당 활성화하라
영화 ‘사람과 고기’를 보고
지금, 우리에게 ‘호남’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