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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자격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시작됐다. 지난달 23일부터 115개국 22만6000여 명에 달하는 재외 동포들이 해외 공관에서 대선 투표에 들어갔다. SNS를 통해 올라온 내용을 보면 교통 여건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선 비행기와 차량 등을 이용해 온종일 걸려서 투표했다는 인증샷과 글을 올리기도 했다. 1일부터 4일까지는 선상 근무자 투표가 진행되며 4일과 5일에는 사전 투표가 실시된다. 본 투표일까지는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사전 투표가 진행되면서 대선 후보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하루에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차 범위내 초초박빙의 승부가 예견되면서 대선 후보의 입들은 더 거칠어졌다. 음모론에 색깔론, 인신공격성 막말까지 거침없이 토해내고 있다. 후보들의 도를 넘는 상대 비하나 비방을 듣고 있으면 이게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지, 무슨 골목대장 선거인지 헷갈린다. 언행은 사람의 됨됨이와 인품을 드러낸다. 하물며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인물들로서 너무 부적절한 언사가 나돈다. 더욱이 대통령은 국격을 대표하는 최고 정점이 아닌가. 그런데도 상대 후보에 대해 “같잖다” “아주 버르장머리 없다” “격 떨어지는 후진 인격의 소유자” “겁대가리 없이, 건방지게 국민에게 달려든다” 등 연일 속된 말들을 토설한다. 이런 막말은 득표에 도움은커녕 유권자의 피로감과 선거 혐오감만 조장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입으로는 국민 통합대통령, 통합 리더십을 외치면서도 내놓는 정책은 딴판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나 이대남 지원 공약 등을 내걸며 성별 갈라치기와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더니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지자 선거공보물에선 슬그머니 제외했다. 특히 아직도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하려 든다. 충청의 아들이나 충청대망론을 띄우거나 충청의 사위를 언급하는 행태는 국민 통합이 아니라 국민 분열만 부추길 뿐이다. 선거철 단골 메뉴인 색깔론도 점차 노골화된다. 반미 반일, 친북 좌파, 운동권 패거리 집단이란 말이 유세장에 횡행한다. 국가지도자로서 역사 인식도 중요하다. 이웃한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동북아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여전히 우리 민족에 대한 수탈과 만행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죄가 없다. 게다가 일본의 정치세력은 집권 수단으로 한·일 관계를 악용하고 있고 대륙 진출에 대한 야욕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진입 허용 발언은 역사 인식 부재와 함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뽑고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려면 유권자가 잘 판단하고 제대로 뽑아야 한다. /권순택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3.02 16:32

군산조선소 재가동의 시사점

코로나 고통이 3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모처럼 만에 군산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공장이 멈춘 지 4년 7개월 만에 군산조선소 재가동의 첫 단추가 끼워졌기 때문이다. 이를 공식화 하는 상호 협약식이 24일 현지에서 열려 내년부터 선박블록 연 10만톤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군산을 비롯한 지역 경제가 침체를 거듭해 왔기에 이번 재가동은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송하진 도정과 신영대 의원, 강임준 시정의 삼각편대가 이뤄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사실상 1월만 해도 재가동 문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 대우조선해양 합병안이 유럽연합에 의해 거부되면서다. 당초 LNG 운반선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두 회사의 합병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초대형 조선사의 독과점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유럽에서 이를 승인해줄 리 만무였다.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홀로서기 하는 편이 낫다며 자강론 주장도 나왔다. 그들 말인즉슨 2019년 합병 추진 당시에 비해 지금은 대내외 여건이 호전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경우 작년 선박 수주량이 전년 대비 110% 이상 급증해 호황을 맞고 있다는 것. 전문 인력이 모자라 아우성을 칠 정도다. 그리고 합병을 둘러싼 노조의 반발 기류도 껄끄러운 게 현실이다. 지난 연말 본보 1면에 재가동 관련 기사가 톱을 장식하자 도청과 정치권에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유럽연합의 합병 심사를 앞두고 회사 측이 송 지사와 신 의원에게 발표 시기를 놓고 보안을 요구했다는 설이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일부 언론과 단체들은 정치권 유착설, 특정인 띄우기 등 추측성 보도와 입장문을 쏟아냈다. 심지어 본보 특종을 깎아내리기 위해 일부 언론은 반대 기류 기사를 쓰기도 했다. 군산조선소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기업은 무엇보다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데 이 회사가 52만평 부지에 1조 2000억을 쏟아 부어 공장을 세웠다는 것 자체가 미래 잠재력을 증명한다. 그동안에도 가동은 중단됐지만 실제 유지보수 인력 수십 명을 고용해 공장 시설을 관리해 왔으며, 이들 인건비와 세금 전기세 등 한 해 100억 정도 경비가 소요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도민들이 군산 공장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은 도민 혈세 470억이 이미 투입됐고 앞으로도 지원이 되기 때문에 전북과의 상생 관계를 일깨워 준 셈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심잡기용 애드벌룬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전북 입장에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완전한 재가동은 아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굳게 닫혔던 출입문이 열리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전체 맥락을 보더라도 송 지사와 신 의원 역할이 컸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책임지는 자세 또한 그들 몫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3.01 16:46

만능인양 하는 여론조사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조사기법을 개발하고 보정작업을 통해 여론조사를 한다고 해도 틀리는 이유는 응답자가 정확하게 답변을 안 해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거 당일 투표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출구조사마저 틀리는 이유가 다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정확도에 있다. 80여개가 넘는 각 여론조사기관마다 정확도를 높이려고 모집단 샘플 수 유무선 전화 등을 통계학적인 관점에서 추출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1노3김이 싸웠던 1987년 13대 대선 때부터 여론조사가 본격 도입됐다. 그 당시만해도 조사기법 등이 발달되지 않아 예측하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과학의 이름을 빌어 여론조사결과가 언론에 공표되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되고 1995년 단체장까지 직선제로 선출하면서 여론조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기관도 선거 때마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고 조사수요가 총선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늘어나 지금은 여론조사가 약방의 감초 마냥 선거기간 중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선거당일 실시한 출구조사가 번번이 빗나가 세계인의 조롱거리 내지는 한편의 코미디 같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1996년 15대 총선 때 방송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가 253개 지역구 중 무려 39군데서 당선자가 뒤바뀌었다. 실제로 여론조사의 역대 총선 결과 예측이 대부분 틀렸다. 15.16. 17대 총선이 끝날 때마다 방송사들이 사과방송을 내보내야 했고 일부방송사는 책임자를 문책하기도 했다. 실 예로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때 각종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130석 안팎으로 제1당이 될 것으로 한나라당이 110석 안팎으로 제2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한나라당이 133석 민주당이 115석으로 크게 뒤바뀌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1.2위간 격차가 오차범위내에서 초접전 양상을 띠어 유권자들을 조마조마 하게 한다.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각 여론조사기관마다 조사결과를 발표하지만 표 결집현상이 생기면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 여부 등 미세한 부분에서 변동폭이 생겨 그 누구도 자신을 못한다. 선거기간 동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는 정권교체가 50∼55% 안팎 정권연장이 4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세대별 지역별 남여별로 나눠서 발표하지만 최후의 승자를 알아 맞히는 일은 신의 영역일 것 같다. 4일부터 투표를 실시하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시기다. 또 6월1일 지방선거가 대선에 가려 아직껏 큰 관심을 못 끌지만 그래도 수면 아래서는 활발하다. 일부 언론사에서 간헐적으로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여론조사를 공표하지만 그 결과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 그 이유는 여론이라는 것이 가변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허용오차 안에 있는 조사결과를 갖고 흥미위주의 경마식보도로 1.2위를 크게 보도하는 경우가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점쟁이의 점치는 것 보다 과학의 이름으로 포장해서 가공한 여론조사가 그래도 신뢰할 만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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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2.27 17:35

내전의 땅, 돈바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쪽 러시아 국경과 맞닿아 있는 지역, 도네츠크 남서부와 루간스크 남부를 통칭하는 지명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사이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전쟁의 땅이기도 하다. 현실이 이러하니 7년 넘게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온 돈바스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을까를 상상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전쟁으로 분열된 돈바스의 현실을 좀 더 널리 알린 영화들이 있다. 2018년 71회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돈바스(Donbass)’도 그중 하나다. 분리주의자 갱들에 의한 살인과 대량 약탈 등 무력 분쟁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돈바스의 전쟁과 분열 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 영화는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규칙과 인권,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지속되는 분열이 가져오는 왜곡되고 부패한 사회를 마주하게 하는 이 영화로 내전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전했다. 돈바스의 현실을 그린 또 하나의 영화는 <돈바스:최후의 결전>이다. 전쟁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최후의 보루 ‘도네츠크 공항' 사수를 위한 길고 긴 전투를 그린 이 영화는 흥행과 관계없이 돈바스의 현실을 알린 또 하나의 영화였다.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내전의 종식을 희망하며 ‘최후의 결전을 부제로 내세웠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끝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승인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시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전쟁 선포다. 러시아의 전면적 군사작전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계엄령을 선포한 상황이니 일촉즉발, 위태로웠던 내전의 땅 돈바스는 본격적인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실 러시아의 선전포고는 이틀전인 22일(현지시간) 이루어졌다. 돈바스를 이미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분리독립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지속되어온 분쟁과 갈등의 상징적 땅이다. 주민 30%가 러시아계여서 친러 성향이 강했던 돈바스를 더이상 우크라이나의 땅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러시아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결국 전쟁으로 귀결됐다. 내전에 놓였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은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침공을 막지 못한 댓가는 이제 전 세계가 함께 치러야 한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게 된 전쟁의 결말이 두렵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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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2.24 18:52

대선후보 TV토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관위에서 주관한 여야 4당 대선 후보 법정 TV토론이 지난 21일 열렸다. 앞서 방송 3사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주관한 TV토론에 이어 3번째 토론회를 보면서 어느 정도 후보자간 우열이 드러났다. 앞으로 25일과 다음 달 2일 정치, 사회 분야 TV토론이 진행되면 국민들이 누가 대통령으로서 더 적합한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보자 TV토론이 적극 지지층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게 사실이다. TV토론도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팀을 응원하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가 무조건 잘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나 중도 진영에는 후보 선택의 변별력을 가질 기회가 된다. 이번 3차 TV토론을 보면 앞선 2차례 토론보다 더 날 선 공방전이 펼쳐졌다. 경제 분야를 주제로 정했지만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서로 대장동 개발과 배우자 문제, 말 바꾸기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토론이 격렬해졌다. 대장동 개발이익 문제가 TV토론의 단골 이슈로 등장하다 보니 ‘기승전 대장동’, ‘또 장동’ 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날 토론에선 이재명 후보가 개발이익을 나눠 가진 화천대유 관계자의 통화 내용을 메모한 패널을 보이며 윤석열 후보에 대한 역공을 펼치면서 서로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대책과 관련, 이재명 후보는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확장을 통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안철수 후보는 코로나19 특별회계를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윤석열 후보는 모두 발언에선 확장 재정을 통한 금융 세제 지원을 얘기하다 토론 중에는 재정 건전성 확보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혀 앞뒤가 다른 주장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그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주특기인 디지털 데이터 경제 분야로 평점을 땄다. 안 후보는 전문성을 살려 토론 내내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경제로 답변을 얼버무리는 윤석열 후보를 집중 공박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심상정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종부세 문제로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맹공하며 정책 차별성을 부각했다. TV토론은 후보자의 자질이나 국정 역량, 미래 비전 등을 판단하기 위해 마련하지만 시간적 제약과 방송 매체의 특성상 제대로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정책이나 내용보다는 토론에 임하는 태도나 답변 자세, 즉 화면을 통해 투영되는 후보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이나 불성실한 답변 태도, 앞뒤 안 맞는 주장 등은 감점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더 첨예해질 TV토론을 지켜보고 누가 대통령감인지,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인물이 누군지 잘 판단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2.23 18:18

노쇼(No-Show)에 대한 불편한 시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청년들 간담회에 직접 오지 않고 스피커폰으로 대신 소통한 것을 두고 이른바 ‘노쇼(No-Show)정치’란 비판에 시달렸다. 만남이 잦은 대선 기간엔 흔히 있을 수 있는 경우다. 예약한 사람이 사전 연락없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노쇼’라고 한다. 글로벌 시대 에티켓의 바로미터로 인식된 지 오래다. 즉 아쉬울 땐 예약함으로써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린 데 반해 막상 필요 없다 싶으면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노쇼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양심 문제로 비화돼 종종 여론 뭇매를 맞는다. 신용 사회를 역행하는 몰염치한 행태로 낙인이 찍힌 셈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며 백신 부족사태로 온 국민이 전전긍긍할 때도 예약 당사자가 펑크를 냄으로써 공분을 자아냈다. 먼저 예약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소중한 권리를 빼앗는 잘못을 저지른 탓이다. 이 때문에 해외여행을 가서 페널티 시비로 인해 갈등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타인의 권리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예약 선불금을 요구하고 이를 어기면 고스란히 날리기 일쑤였다. 그 여파 인지는 몰라도 최근엔 예약 선불금을 받는 서비스의 경우 노쇼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반면 무료는 발생 빈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바늘구명 같은 취업난 속에서도 취업 준비생 10명 중 3명이 아무런 연락 없이 면접에 불참한다는 통계도 있다. 노쇼는 정치권도 예외가 아닌데 폭발성이 큰 특징이 있다. 후보자 공약이 대표적이다. 재탕 삼탕 써먹는 공약이야말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를 재활용하는 후보자를 보면 뒷맛이 씁쓸하다. 지금 박빙 승부가 이어지는 대선 레이스도 유력 후보의 인물 대결 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방선거도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대선 열기에 가려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 전북을 텃밭이라고 자처한 민주당도 대선 기여도에 따른 공천방침 때문에 입지자들이 등록을 꺼려 깜깜이 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비교 검증기회는 물론 인물 선택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래도 국운을 좌우하고 지역 발전을 책임지는 선택이기에 유권자의 남다른 권리 의식은 필수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양상 속에 무엇보다 가장 접근하기 쉽고 평가 잣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후보자 공약이다. 번지르르하고 짜깁기한 측면도 있지만 후보자의 정치 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문제는 공약실천 의지가 관건이다. 노무현과 이명박 정부 공약 이행률은 각각 41.8%와 39.5%를 기록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20%대를 밑돌고 있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지고 진정성이 있는가를 꼼꼼히 봐야 하는 이유다. 유권자에게 공식적으로 밝힌 선거 공약마저 지키지 않는 건‘노쇼’중에서도 최악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2.22 16:05

편파와 공정, 그리고 균형

‘편파(偏頗)’의 사전적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음’으로 기술된다. 편파란 용어는 치열한 승부 세계에서 주로 등장한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가간 경쟁과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는 편파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단 한 명의 승자 만을 가리는 선거에서도 편파 보도 논란이 반복된다. 편파의 아픔을 극복하고 나오는 행동은 미화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된 황대헌은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자신과 부딪쳐 피해를 입은 선수를 찾아가 사과했고 매너 있는 행동으로 칭찬받았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의 해설자로 나선 이상화는 자신의 오랜 라이벌이자 절친이었던 일본 고다이라 나오의 부진한 성적에 해설 도중 눈물을 터트렸고 한국과 일본 언론들은 국경없는 우정,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라고 치켜세웠다. 며칠 뒤 국내 한 일간신문에는 ‘이상화의 편파해설’이란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글을 쓴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는 이상화의 눈물 어린 편파 해설은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에 대한 진심어린 우정이라면서도 상대 선수는 이상화의 편파 해설에 서운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나아가 편파는 규탄을, 규탄은 혐오를,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며 진보-보수, 남-여, 청년-노인까지 우리 사회의 진영 논리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경계했다. 2022 대선 미디어 감시연대가 지난 18일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대담내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월 9일 양강 후보 배우자 이슈가 불거진 뒤 10일~15일까지 종편4사 시사대담에서 김혜경 씨 의혹을 다룬 시간은 172분(71.0%), 김건희 씨 의혹을 다룬 시간은 17분(7.0%)이었다. 김건희 씨 의혹보다 김혜경 씨 의혹을 다루는 데 10배 넘는 시간이 할애됐다. 선거때마다 각 후보 진영의 편파 보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편파성은 정부의 언론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2021년 기준 정부광고 총액 1조 1000억원 중 신문광고비(3000억원)의 35% 이상이 소수 신문사에, 방송광고비(4100억원)의 70% 이상이 수도권 소재 방송사에, 인터넷광고비(3100억원) 중 40% 이상이 소수 특정 온라인판에 집중됐다고 한다. 21일 전북도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직속 균형발전위원회가 밝힌 내용이다. 위원회는 정부광고 총액의 30% 이상을 지역미디어에 의무적으로 할당하고, 정부광고 수수료 수익금 1100억 원의 일부를 지역미디어 상생발전기금에 출연하겠다는 ‘지역미디어 진흥 정책’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는 반반이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수도권과 지방의 언론 수용자도 반반이다. 정부의 균형있는 언론 정책이 편파를 막고 공정을 바로세우는 길이 될 수 있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2.21 18:10

중앙과 소통 잘하는 후보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바다가 어느 정도 정화된다. 대선이나 지방선거도 이 같은 기능이 있다. 때문에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유능한 일꾼을 뽑아야 한다. 전북사회는 그간 거룩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지역개발이 안돼 역동성이 떨어져 낙후란 꼬리표만 계속 따라 붙었다. 곳곳에 묵은 때가 많이 끼어 사람과 돈이 모여들 틈과 공간이 생기지 않았다. 다른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뤄 나갔지만 전북은 모든 게 정체돼 14개 시군 중 10개가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이 이렇게 돼버린 것은 유능한 정치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출된 단체장이라고해서 모두가 다 유능한 것은 아니다. 역대 지사나 시장 군수들이 중앙정치권과 중앙부처 사람들과 소통을 못해 전북이 국가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여야를 넘나들며 국회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사람이 국가예산도 잘 확보한다. 겨우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과 잘 지내봤자 우물안 개구리 밖에 안된다. 한마디로 온동네를 쓸고 다니는 마당발이 필요한 때다. 솔직히 도내 시장 군수 중 기재부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인맥이 닿지 않아 기재부 공무원을 만나지도 못한다. 이런식이 반복되다 보니까 국가예산 확보가 막히고 어렵게 돼 버렸다. 전북 출신 기재부 공무원들이 증언해주기 때문에 이 같은 말이 나온 것이다. 전북은 철도나 고속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시설이 제대로 구축이 안돼 육지속의 고도(孤島)로 전락했다. 한마디로 인프라구축이 안돼 기업유치도 안되었다. 기업 입장에서 굳이 전북으로 가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단체장들이 기업유치 한다고 떠들어 대봤자 모기소리로 그치고 만 이유가 다 이유가 있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는 기업들은 이윤이 생길 것 같으면 오지 말래도 들어온다. 그간 단체장들이 기업유치 했다고 자랑삼아 떠들어 댔지만 고용면에서 그리 성과가 크지 않았다. MOU 정도 체결한 걸 갖고 기업유치 했다고 호들갑을 떤 단체장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전주시장과 완주군수가 3선출마를 접고 남원시장과 순창군수가 3연임한 관계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전주 완주군수만 바뀌어도 지역이 크게 변할 것이다. 그 이유는 통합의 가능성이 높고 개발잠재력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전주시장이 규제 일변도로 가면서 개발행정을 적극 펼치지 않아 시민들 불만이 높다. 전주 종합경기장이나 대한방직터를 개발하면 전주는 또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간다. 지금 출사표를 던진 전주시장 후보들이 두곳을 가장 먼저 개발하겠다고 호언장담 해 기대감이 크다. 이곳이 개발되면 청년일자리 창출도 이뤄지면서 도청소재지 면모가 새로와질 것이다. 유권자들이 지방선거 때 유능한 후보를 단체장으로 선출하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다. AI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줄 아는 과단성 있는 혁신가가 절실하다. 특히 국가예산을 많이 가져올 사람이 적임자다.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해야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한다. /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2.20 18:44

썰매의 역사, 강광배의 희망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2018년 2월 설날,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종목은 이름도 낯선 ‘스켈레톤’이었다. 머리를 아래로 두고 엎드린 자세로 썰매를 조정해 빠른 속도로 1,200m 이상의 트랙을 내려오는 ‘스켈레톤’은 그 위험성 때문에 1928년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지정되고도 두 차례나 중단되는 과정을 겪고서야 동계올림픽 영구 정식 종목이 됐다. 사실 올림픽에서의 ‘스켈레톤’ 금메달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평창올림픽의 윤성빈이 처음이었다. 봅슬레이, 루지와 함께 3대 썰매 종목으로 꼽히면서도 비인기 종목이었던 ‘스켈레톤’은 어찌 됐든 평창 이후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다. 2022 북경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의 ‘스켈레톤’은 ‘봅슬레이’와 함께 썰매 종목에서 메달 가능성이 기대됐다. 그러나 평창의 영광은 다시 오지 않았다. 들여다보니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칠 수 없었던 이유가 있다. 여전히 척박한 우리나라의 썰매 스포츠 환경이다. 평창 이후 인력과 장비, 지원 등 어느 것 하나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여건에서 선수들의 분투가 이어졌던 모양이다. 다시 생각나는 선수가 있다. 한국의 썰매 스포츠 역사를 연 전북 출신 강광배(한국체육대 교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대학 시절(전주대) 무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키를 만났다. 최연소 스키강사가 되어 무주 산골 아이들을 스키점프 국가대표선수로 키워낸 그는 루지 국가대표선수 선발에 도전했다. 부상으로 스키를 더는 하지 못하게 되자 도전한 종목이 ‘루지’였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루지 국가대표 선수로 처음 출전했던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스켈레톤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는 봅슬레이로 출전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썰매 전 종목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덕분에 동계스포츠계에서는 그를 썰매 종목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개척자 '광배 강'이라 불렀고 스위스에 있는 IOC 박물관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스켈레톤)에서 그가 입었던 운동복과 모든 장비를 모아 전시할 정도로 그의 도전을 주목했다. 지도자가 된 이후 그는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고 지도하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스켈레톤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던 윤성빈도 그가 발굴해낸 제자다. 평창의 스켈레톤 금메달과 봅슬레이 은메달 뒤에도 그가 있었다. 10년 전 그는 선수 선발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척박한 여건에서도 썰매 종목의 희망을 확신했다. 평창올림픽에서 그의 희망은 실현됐다. 그러나 불과 4년, 안타깝게도 짧지만 빛났던 한국의 썰매가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도전 정신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한계일 터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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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2.17 16:30

국민의 선택 기준

5년간 국운을 걸머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전이 시작됐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와 총성 없는 경제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20대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중요하다. 국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매우 엄중하기에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처럼 비호감 대통령 선거는 없다. 후보 본인의 리스크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가족 문제 등 각종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유권자들은 어지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진영마다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판치는 데다 자질과 주술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가의 리더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마치 골목대장을 가리는 우격다짐 같은 느낌이다. 대선이 진흙탕 선거전으로 변질함에 따라 선거혐오감도 커진다. ‘그놈이 그놈이다’, ‘모두가 똑같은 놈이다’는 비방과 폄훼가 넘친다. 그렇다고 욕하는 사람을 말리거나 나무랄 수도 없다. 후보 모두 스스로의 귀책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별로 없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11명의 대통령이 나왔지만 국부(國父)로 추앙받을만한 인물을 꼽을 수가 없다. 정치 보복 금지와 남북 화해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이 그나마 ‘DJ 선생’으로 불린다. 대통령 취임 당시에는 국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지만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비위와 부정부패, 실정과 국정농단 등으로 씁쓸히 퇴장해야만 했다. 아무리 대통령 후보가 마음에 안 들고 못마땅하고 욕을 하더라도 선택해야만 한다. 국민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잘 지켜보지 않았는가. 투표는 선택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그래야 최악을 면할 수 있다. 능력과 자질, 리더십과 국가 경영 철학이 없는 인물을 뽑아놓고선 뒤늦게 후회하고 욕하면 그를 뽑은 사람, 그를 선택한 국민이 어리석을 뿐이다. 나를 위해, 나라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잘 보고 꼼꼼히 따지고 올바로 찍어야 한다. ‘다 똑같다’는 양비론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될 사람부터 가려내면 된다. 콩을 고를 때 좋은 콩을 골라내기는 어려워도 흠 있거나 썩은 것은 쉽게 눈에 띄는 것처럼 대통령 후보의 면면을 잘 살펴보면 그래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찍어 놓고선 찍은 손가락 욕하는 우(愚)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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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2.02.16 16:00

전주시장 선거의 관전평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는 게 6월 전주시장 선거다. 65만 도시를 이끄는 상징성에다 나름 정치적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다 도지사로 직행할 수 있는 징검다리 코스란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 김완주 송하진 지사가 그런 불문율을 만들어 낸 당사자다. 즉 시장에 당선되면 재선에 도지사까지 16년 이상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만큼 잠재력이 큰 자리인지라 눈독 들이는 이가 적지 않다. 설 전후로 시중에 떠도는 민심은 대체로 비슷하다. 일단 김승수 시장이 인물 선택의 가늠자로 회자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썩 호의적이지 않아 이를 경계한다는 의미다. 전주가 역동성을 잃고 정체 분위기에 젖어 있는 것을 그의 리더십에서 찾고 있다. 2014년 취임 때 ‘젊은’시장에게 걸었던 희망과 기대는 고사하고 전임자들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했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에도 김완주 지사 측근으로서의 경력만 돋보였을 뿐 정작 그의 능력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젊음과 패기를 높이 산 유권자들은 역동적인 전주의 미래를 꿈꾸며 그를 선택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발전의 획기적 모멘텀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포퓰리즘 성격의 도시 미관과 도로정비 사업만 부각돼서 그런지 기대치에는 못미쳤다. 도지사는커녕 3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도 그런 맥락이다. 이런 기류 탓인지 시장 선거에 나서는 입지자들은 한결같이 反김승수 노선을 표방했다. 대표적인 게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터 개발이다. 이들은 수년째 답보 상태인 이 금싸라기 땅을 지역 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저마다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면서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겠다며 표심 얻기에 올인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 두 군데 개발 문제를 놓고 시민들은 내심 김 시장의 가능성을 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현안이었기에 그의 과감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 만큼 이 문제는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침체된 전주시에 역동적 기운을 일으킬 수 있는 대형 호재인 점도 간절함을 더했다. 더욱이 기업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타 시도에 비해 분위기 또한 물 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민들의 실망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처음부터 이런 기대와 달리 역주행을 시작했다. 지역 발전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이었을까. 취임한 뒤 기존 종합경기장 개발을 백지화함으로써 송하진 지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대한방직도 2018년 2조 5000억 규모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지 3년 넘도록 질질 끌며 허송세월했다. 차기 시장을 꿈꾸는 입지자들이 김 시장의 이 같은 ‘우물 안 행정’을 반면교사로 삼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2.15 19:20

조폭 박물관과 교도소 호텔

익산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들 간의 패싸움을 계기로 ‘조폭 박물관’을 세우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익산 시민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새벽 익산시 동산동의 한 장례식장에서 익산시내 2개 폭력조직 조직원 30여명이 패싸움을 벌였고, 이후 익산경찰서장 출신으로 오는 6월 익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김성중 후보가 조폭 박물관 건립을 제안하면서다. 김 후보는 자신의 SNS에 올린 ‘교도소 옆, 조폭 박물관’이란 제목의 글에서 익산시 성당면 교도소 세트장 옆에 조폭 박물관을 짓자고 제안했다. 1980년대 전남 목포, 광주와 함께 국내 3대 조폭 도시로 불렸던 오명을 브랜드 삼아 교육과 문화관광의 장으로 삼고 조폭 문화를 박물관에 봉인해 박제화시키자는 주장이다. 범죄 세계에서 속칭 ‘학교’로 불리는 교도소의 촬영용 세트장은 익산시가 지난 2005년 폐교된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그동안 영화 홀리데이, 조폭마누라3, 거룩한 계보, 타짜, 마더 등과 드라마 아이리스, 수상한 삼형제 등이 촬영됐고 교도소 세트장을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김 후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마피아 박물관(THE MOB MUSEUM)을 사례로 들었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마피아 박물관에는 마피아 두목이 쓴 일기, 자동차, 권총, 도박 기계, 돈다발 등 각종 마피아 관련 기록과 유물, 이들을 소탕했던 FBI의 각종 수사 장비와 기록 등 2000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고 한다. 박물관 내부 관람과 체험 등 종류에 따라 입장료가 30~40달러(4만~5만원)에 달한다. 전주에서는 ‘교도소 호텔’ 구상도 있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교도소가 이전하면 그 건물을 리모델링해 교도소 호텔로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구상을 밝힌 적이 있다. 해외에는 성업중인 교도소 호텔이 적지 않다. 미국 보스턴에는 지난 2007년 교도소를 5성급 호텔로 개조한 '리버티 호텔'이 있고, 감방 105개를 개조해 만든 네덜란드의 '헷 어리스트투이스 호텔'과 영국 옥스퍼드의 교도소를 개조한 '말메종 옥스퍼드 호텔' 등도 이색 유명호텔로 꼽힌다. 영화 더 록(THE ROCK)을 통해 잘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 알카트라즈섬의 교도소 이름을 빌어 만든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의 '알카트라즈 호텔', 핀란드의 '카타야노카 헬싱키 호텔', 터키 이스탄불의 '포시즌 술탄아흐멧 호텔', 스웨덴 스톡홀름의 '랑홀멘 호텔', 스위스 '루체른 감옥 호텔' 등 세계 곳곳에서 교도소 호텔이 영업중이다. 교도소 호텔들은 죄수들을 모델로 작업한 사진과 감옥 창살 등 옛 교도소의 인테리어를 최대한 활용하고 죄수복을 입고 진행하는 디너파티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조폭 박물관과 교도소 호텔 같은 색다른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이 변화를 갈망하는 지역 사회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2.14 16:37

선거를 돕는 사람들

선거가 일상화 되면서 지역에도 전문가 이상으로 선거판을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여야 공히 대선판이나 지방선거판에서 선거판을 짜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홍보전문가를 비롯 정책공약을 발굴해서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면에 나서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에서 보이지 않은 손 역할을 하는 실세들이 있다. 이들은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전리품을 나눠 갖기 때문에 죽기살기식으로 선거운동을 한다. 요즘 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운동 하기가 어려워지자 SNS를 이용해서 선거운동을 한다. 직접 대면 접촉하기가 힘들고 제약을 받기 때문에 홍보팀을 따로 둬서 선거운동을 한다. 정치신인들이 주로 이 방법을 이용하지만 이름이나 얼굴 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직단체장이나 현직 지방의원들이 매스컴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민주당은 3.9일 치러지는 대선에 모든 당력을 집중하므로 정치신인들이 자신의 정책이나 공약을 알리기가 어렵다. 대선 결과로 모든 평가를 한다고 발표해 놓아 더 죽을 맛이다. 대선이나 지방선거판이 겹쳐 있지만 선거꾼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송하진 지사의 경우 전주시장 때부터 자신을 도와온 측근들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워낙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선거캠프 운영도 최소한으로 그치고 있다.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나 다름 없지만 대선결과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선쪽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송지사쪽은 전주시장부터 지사까지 16년간을 맡아온 관계로 도민들한테 피로감을 줬다고 인식,이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송지사처럼 선거운이 좋은 사람도 없다면서 큰 과오만 저지르지 않으면 3선은 무난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반면 안호영 김윤덕 재선국회의원측은 인구 180만 붕괴가 전북낙후를 증명한다면서 전북발전을 도모하려면 송지사의 3선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 캠프들은 기존 조직원에 세를 합세해 나가지만 도내 국회의원들부터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심지어 이들의 정치력이 약해 지사 깜냥이 되는지 조차 의문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무주공산이 된 전주시장과 완주군수 자리를 놓고 경쟁자들이 난립해 경쟁이 치열하다. 설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두대열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아 혼전을 거듭한다. 당내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 없어 누가 더 당원의 지지를 받느냐가 관심 포인트다. 당원과 일반시민여론 조사를 합산해서 50대50으로 경선을 치르지만 확보한 당원을 계속해서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더 진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사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집안표 단속 하기에 여념이 없다 . 유권자들은 후보의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그 주변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행동거지가 나쁘면 지지를 않기 때문에 운동원들의 면면을 살핀다. 선거는 이성 보다는 감성으로 결말이 날 수 있어 각 캠프마다 사사로운 것 까지 신경을 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2.13 16:52

사랑의 온도탑의 명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경기 불황속에서도 희망나눔 캠페인인 사랑의 온도탑이 올해도 힘겨운 우리 사회에 온정의 빛을 발했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말까지 두달 동안 73억5000만 원을 목표로 진행한 ‘희망 2022 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이 총 100억8000만 원을 모금, 137.1도를 기록했다. 코로나 시국으로 성금 모금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지난해 모금액 84억2000만 원보다 16억6000만 원이 더 걷혔다. 이에 전북은 지난 1998년 희망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24년 연속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넘기는 성과를 올렸다. 전국적으로는 3700억 원 목표에 4279억 원이 모금돼 사랑의 온도탑이 115.6도를 기록했다. 전북지역 이웃돕기 성금 모금 내역을 보면 전국적 상황과는 달리 법인 기부보다는 개인 참여가 많았다. 전국 모금을 보면 개인 기부는 28.7%에 불과한 반면 법인 기부금이 71.3%에 달한다. 대규모 법인·단체나 대기업 등의 고액 기부금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전북은 법인보다는 개인의 쌈지돈 기부가 더 많다. 올해 전북지역 모금액 100억8000만 원 중 법인 기부금은 46억7000만 원으로 46.3%를 차지한 반면 개인 기부금은 54억800만 원으로 53.7%를 기록했다. 전북은 지금까지 법인보다는 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사랑의 온도탑을 높여온 셈이다. 특히 수억원을 쾌척한 임실의 독지가나 부안의 익명 기부자 김달봉씨, 전주 서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등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천사들로 더 빛을 발했다. 하지만 자발적인 이웃돕기 기부와는 달리 아직도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반강제적인 성금 모금 행태도 있어 사랑 나눔의 취지를 희석시킨다. 주로 군지역이나 도농통합시 지역에서는 행정에서 마을세대별로 일정금액을 할당하는 형식으로 성금을 거출해 언론사 등에 게재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사랑의 온도탑 달성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촌지역은 고령화에다 홀로사는 노인 등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에 마을 이·통장이 할당된 성금 마련에 큰 부담감을 가진다는 하소연도 많다. 실제 개별 고지 형태로 성금을 모금하는 적십자사 회비 모금은 올해 크게 줄어들었다. 전북적십자사는 올해 15억7000여만 원을 목표액으로 정했지만 지난달 말 목표액 대비 67.4%인 10억6000만 원에 그쳤다. 그만큼 개개인의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자발적이 아닌 나눔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희망 나눔이 되레 어려운 사람들에게 준조세로 작용해선 안 된다. 사랑의 온도탑이 농촌주민의 근심거리가 돼서야 되겠는가.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2.09 19:03

뒤숭숭한 체육회

체육회 주변 분위기가 요즘 심상치 않다. 간부 직원 징계를 둘러싸고 냉랭한 기운이 감지된다. 원래 다른 분야와 달리 체육계는 선후배의 끈끈한 유대감과 함께 팀워크를 매우 중시한다. 그래서 조직이 일사불란하고 응집력이 강해 거친 승부세계에서 뛰어난 성적도 거둔다고 알려졌다. 이런 곳에서 얼마 전 고위 간부에 대한 직원의 갑질 폭로가 불거지자 내부는 아연 긴장했다. 그것도 학창시절부터 같은 종목 선후배로 오랫동안 인연을 쌓아 온 관계라고 전해진 뒤 안타까움은 더했다. 정치로부터 독립한다는 민간체육회장 체제가 닻을 올린 지 3년째. 아쉽게도 출범과 동시에 유례없는 코로나가 덮치면서 예년과 같은 활발한 경기 모습과 훈련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이번 갑질 의혹 문제가 터지면서 체육회 안팎은 뒤숭숭하다. 고위간부 직무 정지에 이어 고소까지 잇따르자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작년 12월에도 사무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직 고위간부 출신이 도체육회 인사에 개입했다며 이를 폭로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에 대해 선거용 조직 흔들기가 아니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양측 진실공방은 선거를 겨냥한 기 싸움이라고 주변에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력 입지자들의 샅바싸움이 시작된 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갑질 고위 간부와 인사 개입설 전직 간부가 공교롭게 아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체육회에서 투톱 체제로 움직일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체육계 주변에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정강선 회장 취임이후 도청·도의회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해 인사 개입, 예산 삭감 등 현안마다 갈등을 빚었다.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의원들이 체육회 결원인력 충원 문제를 끄집어내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 의원은 민간회장 출범후 체육회 예산이 10억원 정도 삭감됐는데 이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핀잔을 줬다. 아쉬운 건 민간 체육회장 선거 때부터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먼저 예산 확보가 당시에도 최대 이슈로 떠올라 관심을 끌었다. 도지사 회장 시대와 달리 민간 회장의 처지는 누구나 알기에 걱정을 많이 했다. 아닌게 아니라 민간 회장 이후 예산 삭감 논란은 여러 번 제기됐다. 이 밖에도 인사 교류 등 문제도 녹록지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에 대한 갑질과 폭행 그리고 인권 침해 문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문제다. 과거 끈끈한 조직 문화로의 물꼬가 되길 바란다. 다만 이런 계속된 잡음들이 차기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선 곤란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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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02.08 20:01

‘놈놈놈 대선’과 TV토론

일러스트=정윤성 20대 대선을 두고 놈놈놈 대선이란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들이) 이번 대선은 놈놈놈 대선이라고 한다.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은 놈놈놈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했겠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국민의 시각에 따라 본인도 나쁘고 이상하고 추할 수 있다고 안 대표를 직격했다. 이탈리아 출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영화 석양의 무법자(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를 패러디해 지난 2008년 7월 개봉한 한국형 퓨전 서부극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660여 만 명이 관람한 비교적 성공한 영화로 꼽힌다. 1930년대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친일파와 독립군의 의뢰를 받은 두 남자와 단순 열차털이범 등 세 사람이 보물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펼치는 액션 활극으로 약칭해 놈놈놈으로 불린다. 영화 놈놈놈을 대선 판에 끌어들이면 보물지도는 대통령 자리가 되는 셈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붙여진 별명처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은 사상 유례없는 비호감 대선이란 별칭을 얻었다. 지난 한 달간 검색 빈도가 급상승한 구글 검색어에는 녹취록, 욕설 파일 등 부정적 성격의 단어가 많았다. 비호감 대선은 후보들이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이지만 검증을 내세운 네거티브 선거전 영향도 크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에 대한 허위 비방을 금지하고 있지만 허위 비방의 경계가 모호하고 공공의 이익을 내세운 후보자 검증 논리속에 네거티브 선거전이 횡행한다. 비방과 네거티브가 횡행하는 대선 선거판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총선과 지방선거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한 사람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호감 대선에도 지난 3일 KBSMBCSBS가 생중계한 대선후보 첫 TV토론은 통합 시청률이 39%로 1997년 15대 대선 TV토론회 시청률 55.7%에 이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TV토론을 보고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부동층이 30%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대선 TV토론은 국민적 관심사다. 비호감 대선이라지만 3월 9일 새 대통령은 선출된다. 선거일까지 남은 한 달은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지, 누가 더 유능하고 경험과 실력이 뛰어난지 평가하는 포지티브 선거전이 돼야 한다. 부동산과 경제정책, 외교 안보 정책 등 대선후보들의 국정운영 철학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8일 열릴 예정이던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이 국민의힘 측의 협상 결렬로 무산됐고, 국민의힘은 오는 11일 TV토론 개최를 역제안했다고 한다. 과거에 바보 상자로 불렸던 TV가 똑똑한 상자가 됐다. 더 많은 국민들이 똑똑한 상자 앞에 모였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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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2.02.07 19:08

작심삼일(作心三日)

민주당 김수흥 의원(익산갑)이 지난 4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재부 등을 상대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수흥 의원실 누구나 새해가 오면 무슨 일을 하겠다고 나름대로 결심을 한다. 주로 건강하려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걸 목표로 한다. 평생 피웠던 담배와 즐겨 마셨던 술을 줄이거나 끊겠다고 호언장담 한다. 가족 앞에서 실천의지를 가다듬기 위해 금연금주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서약 아닌 서약을 한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식으로 용두사미로 끝난다. 마치 개선장군마냥 그렇게 의기양양했던 결기는 다 어디로 가버리고 뒤꽁무니 빼기 바쁜 사람처럼 자기합리화 하기에 바쁘다. 실천 못해 자존심이 상한탓인지 또 구정 쇠고 다시 하겠다고 이를 악문다. 술과 담배를 단칼에 끊고 운동을 생활화하겠다고 다짐을 한다. 처음 한두번은 만보기도 차고 천변 걷기도 하지만 어느새 긴장이 풀어져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가급적 술자리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여기고 무슨 핑계 대가며 술자리에 안가지만 며칠이 지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대개 술꾼들은 정이 많아 술 마시면 제대로 억제를 못하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전날 과음해 속이 편치 못하는데도 저녁 술시가 닥치면 또 죽어라고 퍼마신다. 매일 줄이고 마시지 않겠다고 되뇌이면서 그렇게 한해를 허송세월하듯 보낸다. 소주와 맥주를 타서 마시는 폭탄주를 잘 마셔야 사내답고 소통 잘하는 사람으로 보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직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두환 독재정권시절에 만들어진 잘못된 음주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지만 그런 음주문화는 개선돼야 한다. 폭탄주는 원래 뉴욕 부두노동자나 시베리아 벌목공이 추위를 이기려고 독주를 타서 마신데서 유래 되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시다보니까 취하게 된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많이 마시다 보면 으레 실수하고 자주 필름이 끊기다 보면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다. 우리 뇌 구조상 생각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달라지게 돼 있다. 흡연량을 줄이거나 술 양을 조절해서 끝는다고 하지만 이 방법은 좋은 방법이 못 된다. 죽기살기식으로 독하게 마음 먹어야 금연 금주에 성공할 수 있다. 의료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백세시대가 아닌 백이십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하는 판에 병원신세를 일찍 진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학대요 가족에 대한 무책임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지 못하면 노후가 엉망진창 된다. 아파서 병원신세를 지면 제 아무리 돈 많아도 필요 없다. 돈과 명예를 잃는 것은 다시 되찾을 수 있지만 한번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게 끝난다. 요즘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치거나 잠 못이룬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잠잘 자는 게 행복이요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아무리 보약과 산해진미가 깃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연초에 세운 계획이 한달 지나면서 뭉개질 수 있다. 남들 한테는 추상처럼 엄격한 자신이 너무 관대해진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임인년에는 자신이 한 약속을 작심삼일로 끝내지 말고 지켜 나가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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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2.06 19:54

왕궁의 역사적 진실

일러스트=정윤성 익산 왕궁리 유적이 궁성 구조의 완전한 형태를 가진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2004년 12월이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2003년 12월에 시작한 왕궁리 유적의 본격적인 발굴조사 결과를 1년이 지난 그해 말 공개했다. 백제문화권 유적 정비사업으로 주변 유적 발굴조사를 시작한 것이 1989년부터이니 16년 만의 결실. 천도설은 분분했으나 기록으로 남아 있는 역사의 발자취는 희미했던 왕궁터의 실체가 비로소 우리 앞에 펼쳐진 계기였다. 1400년 묻혀 있던 비밀(?)의 실체는 놀라웠다. 남북으로 492m, 동서로 234m의 석축성벽이 드러나고, 대규모의 왕궁성 및 사찰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유적과 유물이 뒤를 이어 발굴됐다. 궁성을 조성하기 위해 기반을 다진 석축과 계단 역할을 하는 월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리한 후원, 뒷간(화장실)이 있던 유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존에 발굴됐던 터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 외에도 새롭게 드러난 건물지와 유적도 적지 않았다. 남쪽에서는 중문지를 비롯해 2기의 석축과 건물지, 배수시설이 확인되었고, 가마터에서는 王宮寺가 새겨진 명문 기와와 중국 청자 편, 철제 솥 등 중요유물이, 공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터에서는 아름답고 정교한 금세공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역사학계는 고대 궁성 관련 시설을 위한 대지조성과 공간구획의 흔적에 주목했다. 궁성이 계획적인 설계로 축조되었고 왕궁리 터가 백제 시대 어느 왕궁보다도 완전한 형태의 궁성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은 학계의 관심을 불러들이기에 족했다. 오늘의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이 왕궁으로 건립했으나 후대에 왕궁의 중요한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사찰을 건립한 복합유적으로 설명된다. 마무리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땅 위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유적은 지금 그 자체로도 빛나는 유산이다. 그러나 왕궁의 실체가 공개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왕궁리 유적의 진실이 물리적 공간의 실체로만 존재할 뿐 역사적 실체가 확인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기록의 부재가 더 아쉬워지는 이유다. 세밑, 왕궁리 유적을 찾았다.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어 간 덕분에 너른 궁터 유적, 외롭게 서 있는 오층석탑 뒤로 퍼지는 노을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왕궁이 없어진 자리, 건물지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이 공간에 숨겨있는 역사적 진실이 더 궁금해진다. 무왕은 이곳에서 백제 중흥의 꿈을 어떻게 펼치고자 했을까. 세계문화유산이 된 왕궁리 유적의 실체를 만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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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2.03 19:26

기울어진 국가균형발전

일러스트=정윤성 지난달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1월 29일을 국가균형발전의 날로 지정하고 첫 기념행사를 세종시에서 개최했다. 지난 2004년 1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지방화와 균형발전을 선포한 이후 18년 만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날이다. 균형발전은 국가적 시대적 과제다. 균형발전 없이는 지방도 국가도 존립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선포한 이후에도 지역불균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되레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하면서 지방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편 탓이다. 기업과 공장 설립 등 각종 규제를 철폐하면서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했고 사람과 돈이 서울과 경기지역으로 몰렸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3%가 몰려 있고 1000대 대기업의 74%가 수도권에 있다. 이런 수도권 초집중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유럽 국가들도 수도권 인구는 10% 남짓에 불과하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도입한 균형발전특별회계도 거꾸로 수도권 교통 인프라 개선에 집중 투입됐다. 지난 5년간 균특회계 광역철도 예산 편성액의 94%인 2조6770억 원이 수도권 광역철도 건설에 사용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균특회계를 수도권과 영남지역에만 집중 배분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기치로 국가균형발전을 국정지표로 추진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예타 면제와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머리를 맞대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지난달 시작했다. 특히 수도권 블랙홀 현상에 맞설 메가시티 건설, 초광역 발전전략 추진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 700만 규모의 부울경 메가시티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충청세종 등도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정부는 초광역 발전전략 성사를 위해 대대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은 초광역 발전전략에서도 소외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수도권에서 소외되고 영남으로부터 차별받고 호남에서도 편파적이었는데 초광역 협력마저 빠지면서 4중 차별에 처했다. 강원 제주와 함께 초광역권을 구상 중이지만 서로 연결고리가 없기에 시너지효과는 기대난망이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마다 전북 차별을 끝내겠다고 장담한다. 거꾸로 간 국가균형발전, 기울어진 균형발전 정책을 차기 정부에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전라북도와 정치권도 지역균형발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권순택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2.02 18:50

틱낫한의 평화 메시지

일러스트=정윤성 베트남 국민은 그를 태이(Thay)라 불렀다. 베트남어로 태이는 스승, 스님을 뜻하니 이 애칭(?)은 그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흠모, 경외의 표현이었을 터다.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와 인권 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지난 22일 입적했다. 세속 나이 95세 법랍 79세. 열여섯 살에 선불교에 입문해 승려가 된 이후 줄곧 참여 불교를 주창해왔던 그는 실천적 사회활동을 이어오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 부처의 자비를 전하고 실행한 이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그는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반대에 나섰다. 베트남 정부는 그를 추방했지만 전 세계를 돌며 법회와 강연으로 전쟁 반대와 비폭력 메시지를 전했다.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한 이후 그의 사회적 실천은 더 활발해졌다. 1982년에는 세계 각국의 승려들은 물론, 종교와 종파를 넘어 모든 종교인이 함께 수행하는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열었다. 덕분에 마음 수행과 걷기 명상을 통한 평화 메시지는 널리 전파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대중적인 명상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틱낫한 스님은 저술가로서도 특별했다. 불교 명상법을 일상에 접목해 누구나가 쉽게 읽을 수 있게 풀어 쓴 저서만도 80여 종. 설법과 영적 안식과 치유를 위한 저서까지 100여 종이 넘는 책을 펴낸 스님은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언어로 수많은 대중의 마음을 끌어들였다. 스님이 한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것도 대표적 저서 <화>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다. 일상적 감정인 화를 다스리는 방법과 행복의 실체에 다가가는 방법을 전해주는 이 책은 2002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이후 여러 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100만 부 넘게 팔렸다. 그는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90년대 처음 왔을 때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화>가 베스트셀러가 된 직후 방한 때는 틱낫한 붐을 일으켰을 정도였다. 스님은 시대가 처한 환경에 따라 새로운 계율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책대결보다는 정쟁이 횡행하는 이즈음 유독 마음에 와닿는 계율이 있다. 자신만 진리를 독점하고, 타인은 틀리고 열등하다는 생각이 평화를 깨고 갈등과 폭력을 낳는다. 스님의 열반 하루 전, 서울의 조계종에 전국의 승려들이 모였다. 5000여 명이 모였다는 승려대회의 취지는 종교 편향불교 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다. 코로나의 위기가 엄중한 시절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연 불교계의 절박함을 모르진 않겠으나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소통이야말로 이해심과 자비심과 평화의 길이라고 설파했던 틱낫한 스님의 계율이 실천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1.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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