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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장엄의 존재와 힘

2009년 1월 14일 오후, 보수 정비를 위해 해체되고 있던 익산 미륵사지 서탑 현장에서 놀라운 유물이 발견됐다. 금제사리호와 금제사리봉안기, 은제관식 등 유물 5백여 점이 담겨있는 백제 사리장엄구였다. 가공수법이 정교하고 세련된 품새의 사리장엄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빼어난 기교로 주목을 모았다. 그러나 학계가 특별히 주목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 안에 있던 금제 사리기다. 사리기는 불교에서 탑을 세울 때 심주석(탑의 가장 중심에 놓인 돌) 주변에 안치했던 기물. 탑을 조성한 내력을 기록해놓기도 해 그동안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던 미륵사지 탑의 창건 내력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학계의 기대대로 금제사리봉안기에는 석탑 건립연대와 시주자의 신분이 기록되어 있었다. 익산 미륵사의 창건 시기가 백제 30대 무왕 때인 서기 639년이라는 것,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가 사찰을 창건했다는 설화와는 달리 무왕의 왕후는 백제 최고 관직인 좌평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륵사지 서탑 사리기는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2년 앞서 발견된 부여 왕흥사지 목탑 터의 창왕시대 사리기에 이어 백제 사리기로는 두 번째. 백제 시대 불교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였다. 미륵사지 서탑의 사리장엄구에서 쏟아져 나온 500여 점 유물의 가치와 발굴 의미는 기대 이상으로 컸다. 당시 유물 공개 현장에 참석한 이건무 문화재청장도 그 가치를 인정해 ‘국보 중에서도 국보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파장도 컸다. 기존의 백제사 연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었고, 문화강국이었던 백제, 특히 공예 미술사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백제문화의 실체를 밝혀내는 최대의 고고학적 성과라는 평가도 더해졌다. 정교한 서역풍 문양으로 가득 채워진 금제 사리항아리, 금판 위에 193자를 새겨넣은 사리봉안 명문기, 은제관식과 여러 가지 내용을 새겨넣은 금제 소형판 등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유물이 건네는 선물이었다. 2018년 미륵사 서탑의 사리장엄구는 보물로 지정됐다. 세상에 모습을 보인 지 10년 다 되어 얻은 자격이다. 그리고 다시 4년. 사리장엄구가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국보 승격은 역사·학술·예술적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들여다보니 1400년 묻혀있던 역사가 우리에게 다시 찾아오는 과정이 흥미롭다. 어느 날 문득 역사가 말을 건네는 이유가 있을 터. 가장 빛나는 문화적 역량을 발휘했으나 700년 찬란한 역사를 끝으로 패망하고 난 뒤, 그 존재조차 미미해졌던 백제를 다시 보게 하는 힘. 사리장엄구의 존재가 새삼스럽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11.03 18:41

축객령 휘몰아친 전북정치권

조선의 건국(1392년)과 임진왜란(1592년)의 딱 중간인 1492년 스페인에선 역사적인 3대 사건이 발생한다. 레콩키스타 운동을 통해 무려 800년 가까운 이슬람 통치를 종식시켰고, 스페인 왕국 수립과 더불어 알함브라 칙령을 발표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이어졌다. 알함브라 칙령은 한마디로 로마 가톨릭교로 개종하지 않는 무슬림과 유대인을 쫒아낸다는 거였다. 하지만 훗날 역사는 1492년에 이르러 최고 정점에 이른 스페인은 바로 알함브라 칙령으로 인해 몰락이 시작됐다고 한다. 신념과 종교, 나라와 피부, 학교와 고향이 다르다고 마음속에서 누구를 차별하거나 추방한 결과는 스페인이 훗날 2등 국가로 전락하는 단초가 됐다. 언제 어디에서든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감정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게 바로 '축객령(逐客令)'이다. 지금부터 약 2200년 전, 중국 최초 통일제국의 진시황제도 한때 축객령을 내렸다. 천하통일 전 치수사업을 벌이다 간첩사건이 발생하자 격분한 시 황제는 다른 나라 출신 관리들의 진나라 밖 추방을 명령했다. 초나라 출신이던 이사 역시 쫓겨날 위기에 처했으나 그는 “추방만이 정답이 아니다”는 내용의 편지를 올렸고 진시황제가 이를 받아들이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면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즘 전북 정치권에 부쩍 외지인 논란이 번지고 있다. 한술 더 떠서 민주당 출신이 아닌 국민의당이나 국민의힘 출신에 대한 배타적 감정도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다. 김관영 지사 취임 이후 발탁한 인사들이 하나같이 전북이 아닌 타 시도 사람이라는 거다. 면면을 따져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민주당이 주축인 지역 정치권에서는 과거 국민의당 출신들이 대거 발탁되는 게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 여기에 일부 참모나 산하기관장 후보가 자격 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 외지인 논란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그런데 사안의 본질은 외지인 논란이나 자격시비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구실일 뿐 발단은 민주당 지사 경선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을 줄곧 지켜왔던 세력과 국민의당 출신 세력 간 힘겨루기는 경선으로 결말이 났으나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우리가 민주당을 지켜올 때 당신들은 살길 찾아 탈당하지 않았느냐”는 속내도 조금씩 표출되는 것 같다. 여기에 도의회 일각에서는 지방의원을 제대로 대접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자격 시비로 포장된 ‘외지인 배제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출신으로 전북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인사가 능력까지 갖췄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우리도 모르게 전북에서 또 다른 형태의 축객령이나 알함브라 칙령을 반포하면서 사람들을 내쫒고 있는것은 아닐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2.11.02 16:59

체육회장 선거에 관심 갖는 이유

"지난 2020년 첫 민선체육회장 선거 때 다른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로 저를 찍어내려고 한 데다 오는 12월 15일 회장 선거가 있는데 저를 못 움직이게 하려고…"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6월 기자회견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전 체육회 본부장이 밝힌 내용이다. 그는 직장 내 폭행과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등을 문제 삼아 자신에게 내려진 중징계 결정과 관련해 과도한 갑질 이상의 인권 유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김 본부장은 지방노동위로부터 “체육회 징계는 중대한 하자” 라는 판정을 받아냄으로써 그에게 내려진 해임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원대 복귀했다. 그에게 처음 징계가 내려질 당시 체육회 내부는 물론 지역 체육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30여 년 체육회에 몸담으면서 전북 체육의 역사와 고락을 함께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해임 징계를 한 도 체육회 결정이 부당하다는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이 문제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체육회장 선거에서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의 출사표가 잇따르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최형원 전 체육회 사무처장과 김동진 전 체육회 부회장에 이어 31일 권순태 전 전북유도협회장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최 처장과 김 부회장은 과거 김 본부장과 한솥밥을 먹으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들 동시 출마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김 본부장과 함께 3명이 지난 회장 선거 때 유력 후보를 도운 전력이 있어서다. 그들 조합 여부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높은 가운데 김 본부장은 정중동(靜中動) 모드에 들어갔다. 체육회는 곧 선거운영위를 구성해 300명 정도의 선거인단을 꾸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도 선관위와 선거 위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는 뭐니뭐니 해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꼽힌다. 지난달 끝난 울산 전국체전에서 전북이 기록한 종합 14위는 대전과 제주 세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초라한 성적을 둘러싼 책임론이 체육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출마자들도 이를 선거 쟁점화할 태세다. 지난 2014년 제주 전국체전 당시에도 전북은 종합순위 14위를 기록해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책임 소재를 포함해 인적 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그에 따른 충격파가 얼마나 컸던지 도의회 특별감사까지 받았다. 여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사무처장이 결국 책임지고 사퇴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터널을 지나야 했던 체육계가 다시 용틀임을 하고 있다. 민선 정강선 회장은 코로나에 휩쓸려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그도 나름 월급을 반납하는 등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운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도청과의 관계마저 매끄럽지 못해 예산 삭감, 인사 잡음 등 후유증을 낳았다. 민선 시대 역동성을 기대하는 체육인들은 특유의 조직력을 통해 힘찬 날갯짓을 꿈꾸고 있다. 체육회장 선거가 갖는 의미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1.01 18:17

전주천 자연형하천 20년

하천은 도시의 자산이다. 예로부터 하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고, 주민들은 하천에 기대어 삶을 꾸렸다. 전주에도 역사와 함께 흘러온 도도한 물길이 있다. 천년 전통 도시의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전주천은 이제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 됐다. 어느덧 시행 20년을 맞은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의 성과다. 도시화‧산업화 시기, 전주천은 국내 여느 도심 하천처럼 생명을 잃고 도시의 하수구로 변해갔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말 전주시가 시민 편의시설 조성에 초점을 맞춘 전주천 공원화 사업을 계획하자 지역 시민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민단체는 생태계 복원에 중심을 둔 자연형하천 조성을 제안했고, 전주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도심 하천의 큰 변화가 시작됐다. 깨끗한 1급수에만 산다는 쉬리가 돌아온 전주천은 도심 자연형하천 복원의 성공적 모델이 됐다. 생물종이 다양해지면서 도심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원앙이 유유히 헤엄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생기를 되찾은 도심 하천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주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시민의 자랑이 된 것은 인간의 편의가 아닌, 생명이 깃들어사는 자연환경에 초점을 맞춘 복원‧보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인간의 욕심을 줄이고, 불편을 감내한 것이다. 전국적 모범이 된 전주천 자연형하천 복원사업은 많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 하천의 미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하류 생태계 복원이 과제로 꼽힌다. 삼천 합류구간에서 만경강 본류에 이르는 하류 국가하천 구간은 생태하천으로 집중 조명을 받은 중‧상류와 수질환경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환경단체는 하류 국가하천 구간에 여전히 남아 있는 5개의 대형 취수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오염된 퇴적물을 늘리면서 수질이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하천 관리기관에서 최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주천 국가하천 구간의 취수보 개량 사업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점점 울창한 숲으로 변하면서 육상동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하천 둔치의 식생도 생각해 볼일이다. 둔치에 형성된 숲이 물의 흐름을 방해해 홍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선8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시민‧환경단체들이 ‘흘러라 전주천’ 캠페인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주시장 예비후보들은 환경단체와 ‘전주천 수질 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하류 국가하천구간 생태계 복원과 전주천‧만경강 생태네트워크 연결 등이 골자다. 우범기 현 시장도 당시 후보 자격으로 동참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심 생태하천 전주천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시민의 휴식처이자 전주의 대표적 자연생태공간인 전주천의 물길을 더 관심 있게 살펴볼 일이다. 1급수 지표종인 쉬리와 천연기념물 수달이 사는 도심 생태하천. 전국에 내놓을 수 있는 전주의 자랑거리이지 않은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2.10.31 17:32

전주역의 진풍경

코로나가 어느정도 잡히면서 전주한옥마을과 경기전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이들 관광객들은 주로 서울 등지에서 KTX나 고속버스 자가용을 이용해서 찾는다. 하지만 전주 관문인 전주역에 내리면 택시잡기가 여간 힘들어 설레이는 마음은 고사하고 기분을 순식간에 잡쳐버려 짜증이 난다. 인터넷을 통해 한옥마을과 경기전 등 각종 정보를 내려 받아 기대가 부풀었던 전주관광이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버린다. 용산에서 1시간 40여분만에 전주역에 당도하지만 1시간 이상을 택시 잡는데 소모해 머릿속에 그렸던 좋은 전주 이미지가 나쁜 쪽으로 바꿔진다. 어느 도시를 가나 관문이 주는 이미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도시 경쟁력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첫번째 열차에서 내려 부딪친 역의 모습이 그 만큼 중요하다. 전주한옥마을이 뜨면서 전주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처음 택시 잡는 게 영 안 좋은 인상으로 남아 다시 오고 싶은 전주가 아니라는 것. 이 같은 일은 관광객 뿐 아니라 전주시민도 함께 느낀다. 택시 잡기가 힘들어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차를 갖고 전주역에 오지만 주차장 면적이 146면으로 턱없이 부족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열차시간에 쫓겨 주차할 곳이 없을 때에는 멘붕이 날 정도로 당황해 심지어 KTX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주말에는 택시 잡기가 더 힘들기 때문에 열차에서 내려서 부터 무거운 가방을 들고 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 같은 사정을 아는 시민들은 미리 차를 갖고 와서 기다리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차로에 주차 대기해 교통혼잡을 초래하기도 한다. 시내버스 택시 자가용이 한데 뒤엉켜 접촉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심지어는 주차 때문에 다투는 경우도 생긴다. 전주역에서 이 같은 볼썽사나운 일이 날마다 발생하지만 전주시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선 미봉책으로 그쳐 전주 이미지만 손상될 것 같다. 전주역이 지역구였던 정동영 전의원은 1981년도에 지었던 전주역이 비좁고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해 이대로는 안된다고 판단, 지난 2018년도에 정부를 설득하고 몰아 부쳐 450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선상역사를 짓기로 했던 것. 당시 정 의원 생각은 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으면 예타사업으로 분류돼 예산 확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우선 착공하고 난 후 추가로 250억 원을 더 확보해서 위상에 걸맞은 역사를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간 절차 이행이 늦어져 아직 착공도 못해 2024년 개통은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전주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속셈이 달라 별로 관심을 갖질 않고 있다. 특히 확보된 예산 갖고 지을 경우에는 주차장 등 반쪽짜리 전주역사신축이 되고 말아 차라리 그럴 바에는 안지은 게 낫다는 말이 나돈다. 지역구인 김성주 의원은 전주역 신축을 정동영 전 의원이 다한 것으로 유권자들이 생각할 까봐 한발 빼는 것 같고 전반기 때 국토교통위였던 김윤덕 의원은 KTX만 편하게 타고 다녔지 이 문제에 관해 일언반구의 말이 없다. 전주 관문인 전주역을 이렇게 놓아도 될 것인가?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0.30 17:52

기후활동가의 미술관 점거

이름난 미술관 명화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가 토마토 수프를 뒤집어쓰고 모네의 <건초더미>가 으깬 감자로 뒤범벅되기도 한다. 기후활동가들이 화석 연료로 인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미술관을 점거하고 벌이는 퍼포먼스 현장이다. 유튜브 동영상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 퍼포먼스는 미술관이 기획한 예술 행위나 합법적인 행위가 아니다. 미술관을 점거하고 미술작품에 테러를 가하는 행위는 기후활동가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관심과 시선을 끌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형식의 시위다. 불법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니 액자와 방탄유리 덕분에 원작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해도 당연히 충돌과 법적 제재를 받게 되지만 이들의 도전이 좀체 중단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미술관의 명화 테러 시위는 지난 여름부터 본격화됐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영국과 독일의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과 ’마지막 세대(Ultima Genrazione)’다. 처음에는 작은 갤러리에서 시작됐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자 이름난 미술관의 명화들로 대상을 바꾸었다. 영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윌리엄 터너와 존 컨스터블의 작품이 대상이 되자 관심이 달라졌다.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도 대상이 됐다. 이름난 미술관의 이름난 작품일수록 매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후활동가들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사실 일정한 공간을 점거하고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행위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시위 방식이다. '스쾃(squat)' 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스쾃'은 일종의 ‘빈집점거’다. 자신의 소유가 아닌 건물을 무단 침입해 점거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빈곤층의 주거 문제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무관심을 환기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이 운동은 도시빈민 주거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근대적 의미의 무단점거는 1968년 영국에서 본격화되었는데, 그 덕분인지 유럽권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무단점거 운동은 한때 낯설지 않은 문화가 되기도 했다. 특히 문화영역에서 벌어진 예술가들의 '스쾃 운동'은 공동화되어가는 구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는 통로로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문화 도전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기후활동가들의 미술관 점거와 명화 테러는 진행 중이다. 유럽의 이름난 미술관들이 언제 기후활동가들의 타깃이 될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이들의 과격한 시위 현장은 확실히 충격적이다. 공감과 비난이 엇갈리지만 흥미롭게도 ‘기후 위기의 절박성’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위험을 각오하고 나선 기후활동가들에게는 의미 있는 성과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10.27 18:45

유동규의 판도라 상자와 전북 정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이어지는 성경의 전도서는 이스라엘 3대 왕 솔로몬이 했던 말이다. 솔로몬은 권력과 돈, 여자를 다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그마저도 인생 말년에 "인생은 헛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첫 마디도 바로 자신이 헛된 것을 추구했다는거였다. 지난 20일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의 첫 마디는 “의리? 이 세계는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착각 속에 살았던 거 같다. 구치소에서 1년 명상하면서 깨달은 게 참 많다. ‘너무 헛된 것을 쫓아다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는 폭탄 발언이 이어졌다. 폭로한 내용의 진위 문제는 별개로 하고 대장동 의혹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압수수색 당시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진 이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해선 입을 열지 않은 채 ‘의리’를 지켜왔던 그가 이젠 판도라의 상자를 마구 열어 젖히고 있다. 형님, 아우로 통하는 끈끈한 동지인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착각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거다. 가히 판도라의 상자라고 할만하다. 정치권에 얼마나 휘발성이 강한 뇌관이 될지는 불문가지다. 대선 자금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대선 자금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도동에서 YS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서석재 전 의원이 뻥긋했던 노태우 비자금 파동은 결국 박계동 전 의원의 폭로를 거쳐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결론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이제 여야 어느 쪽이든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제로섬 게임에 돌입했다. 중앙정계에서의 대혈투이지만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도 결코 만만치 않다. 지난해 대선 경선때 도내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은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등으로 분화돼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겉으론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자신의 정치적 생존 해법을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었음은 물론이다. 유동규의 말 한마디에 따라서 향후 민주당내 정치역학 구도는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상반기 전주을 재보궐 선거,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도내 의원들은 물론, 잠재적 후보군들은 당분간 유동규가 열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철저히 정치적 이해득실과 친소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공천가도를 생각하면 어느 누가 유리할지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 어제는 10∙26 이었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는 박정희를 시해했고, 그보다 꼭 70년전인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는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면서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꿨다. 과연 유동규의 세치 혀는 현재의 안개정국을 어떤 파국으로 몰아갈까? 심히 염려되고 궁금할 따름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2.10.26 14:29

산하기관장 인사 잡음

전북도 산하기관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민선 8기 김관영 지사 취임 후 인사청문 대상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논란이 여전한 상태다. 타시도 출신 쏠림 인사를 둘러싸고 도청 정무라인은 참모 역할이라 그렇다손 치더라도 소위 기관 수장을 뽑는 산하기관까지 이런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전북이 직면한 척박한 현실을 고려한다 해도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줄줄이 예고된 산하기관장 인선을 앞두고 도정 혁신의 가늠자 역할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산하기관장 인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사전 후보 내정설이 구체적으로 나돌아 소모적 논쟁을 벌인다는 점이다. 후보 추천위가 열리기도 전에 진위 여부를 놓고 장외 공방전이 전개됨으로써 명분이 퇴색되는 양상이다. 과거에도 선거 전리품인 양 측근들을 주로 기용하면서 ‘보은 인사’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관장 인선이 지역 출신 배제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도민들 입장에서 씁쓸하긴 매한가지다. 인물 경쟁력을 내세워 도정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인사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쌓은 지역 정서를 간과할 수는 없다. 실제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청문회 때 후보자가 집중 공격을 받은 것도 전북 정서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오는 30일 인사 청문이 예정된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자도 같은 광주 출신이라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긴장된 분위기다. 산하기관장 임명은 김 지사 취임 후 2곳은 이미 끝났고 3개 기관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8년 만에 도지사가 바뀌면서 주도세력 교체에 대한 당위성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어느 지역 출신이 아니라 그 기관에 걸맞는 검증된 능력과 소통 리더십이다. 타시도와의 경쟁 우위를 강조해온 김 지사 입장에서는 이런 기조 위에 중앙 무대 체질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지역에 뿌리를 둔 공공기관이란 점을 반영한 인사 원칙에 대해 숙고를 거듭해야 할 것이다.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어서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장의 경우 내부 출신 여성 본부장이 선임되자 모두 반기는 모습이다. 요직을 거치면서 경험을 쌓고, 직원과의 소통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선출에 쏠려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금융센터 건립을 통해 오랜 숙원인 제3 금융중심지 허브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의 핵심 현안임에도 그동안 표류해 왔는데 물꼬가 트이면서 금융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관 자체의 존재감이 그간 부각되지 못하다가 코로나 상황에서 서민 금융으로 사랑을 받았다. 자영업 소상공인에게 맞춤형 대출을 통해 재기 의욕을 북돋워 준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위상에 걸맞는 후보를 뽑는 추천위가 곧 열리는데 벌써 누가 내정됐다는 설과 함께 당사자에게 거처 마련을 귀띔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도정 혁신을 가로막는 잔재들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0.25 17:54

단풍과 막걸리

산자락이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의 계절이다.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오색빛깔을 뽐내는 단풍이 빠르게 남쪽으로 내려온다. 새색시 볼처럼 붉게 물든 가을산에는 어김없이 등산객이 몰린다.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나들이객도 북적인다. 단풍 산행을 마친 등산객이나 여행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그 지역의 대표 막걸리를 맛보는 일이다. 이맘때 단풍명소에 가면 가을산처럼 얼굴이 불그스레 물든 나들이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막걸리는 지금이 제철이다. 햅쌀이 나오는 수확의 계절, 단풍철이자 막걸리의 계절이기도 하다. 건조한 날씨에 온갖 곡식이 익는 이 계절에 곡주도 가장 맛있게 익는다.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막걸리의 날’이다. 2011년에 한국막걸리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 활성화와 전통주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 제정했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처럼 우리 전통술을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막걸리의 날에 맞춰 햅쌀막걸리도 출시된다. 막걸리의 날은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반응은 ‘술에 물 탄 듯’ 미지근하다. 애주가들조차 이 기념일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10여 년 전 국내에 막걸리 붐이 일면서 주류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식을 것 같지 않았던 인기는 유통기한이 있었고, 막걸리 산업은 또다시 정체됐다. 사실 ‘막걸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도시가 바로 전주다.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우리 쌀과 깨끗한 물로 만들어진 전주막걸리는 2000년대 초반 막걸리 붐을 등에 업고 상한가를 달렸고, 2009년에는 일본에 수출 길을 열기도 했다. 삼천동과 서신동에 조성된 막걸리 골목은 푸짐한 한상 차림 안주와 함께 입소문이 나면서 음식창의도시 전주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한옥마을에 들어선 전주 전통술박물관은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전주시는 이 같은 붐을 이어가기 위해 막걸리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조업체에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예산 지원을 받은 유명 주조업체가 원산지를 속이고 수입쌀로 빚은 막걸리를 판매하다 검찰에 적발돼 전주막걸리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최근 침체된 국내 막걸리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젊은 세대가 막걸리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업체에서도 MZ 세대의 취향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하고, 젊은 감성을 강조한 이색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막걸리도 뜨고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전주시는 막걸리 골목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행정력을 쏟으면서 지역주민·상인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막걸리 축제’를 열자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지자체는 동력을 잃었다. 이제 그 동력을 되살려 막걸리 부활의 신호탄을 올려야 할 때다. 쌀산업 위기의 시대, 곡창 전북에서 우리 쌀로 빚은 전주막걸리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 본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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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2.10.24 17:34

함께 혁신

외국 사람들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경이로운 현상으로 본다. 부존자원도 없는 나라가 어떻게 해서 세계10대 무역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에 의아해 한다. 6·25 전쟁을 치르며 겨우 초근목피로 연명했던 한국 사람들이 선진국형 병으로 알려진 당뇨 등 성인병 환자가 늘고 있는 게 모든 걸 일러준다. 성인병은 제때 운동은 안하고 고기 등 고칼로리의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해서 생긴 병이다. 한국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보면 두뇌가 우수하다. 지능지수가 높다는 유태인 보다 더 우수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 NASA(우주항공국)나 대학 연구소 등지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세계적 과학자들이 많다. 하지만 모래알처럼 뭉쳐지지 않은 게 문제다. 성격이 급하고 머리가 우수해 휴대폰 같은 제품을 개발해서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만 봐도 한국인의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 실험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지만 게 한 마리를 용기에 넣어 놓으면 밖으로 탈출하지만 3마리를 넣어두면 단 한 마리도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뒷다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머리는 우수하고 뛰어 나지만 단합 못한다는 말을 이렇게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설명한다. 이 이야기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전주 사람을 포함 도민들의 얘기나 다름 없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전주에서 사업해서 돈 좀 벌었다 하면 서울로 뜨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로 이사를 가버리면 익명성이 보장돼 누구 하나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것. 좁은 지역사회에서 살다 보면 이 눈치 저 눈치 다 살펴야 하는데 서울로 가버리면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 단합은 고사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의 발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간 잦은 선거로 패거리문화가 형성돼 지역사회가 사분오열되었다. 정책과 공약으로 대결하는 선거는 오간데 없고 오직 상대후보를 흠집내는 네거티브 선거가 횡행하면서 모략 모함 무고 등 몹쓸 병이 생겨났다. 사촌이 논 사도 배 아픈데 하물며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사회풍토만 만들어졌다. 자기편이 아니면 어떻게든지 흠집을 내서 흔들어 대는 풍조가 만연, 결국 공동체 안녕을 좀 먹고 있다. 그간 30여년간 전북이 변화를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 결과가 지금 이 모습이 되었다. 모두가 개혁에 찬성하지만 자신만 빼고 개혁하라기 때문에 성공을 못하는 것처럼 혁신도 똑같다. 함께 변해야 지역이 산다. 그 전제로 남아공 사람들이 생활철학으로 삼는 우분투(Ubuntu)정신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I am because We are( 우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는 뜻속에 해답이 담겨 있다. 우리처럼 나무 위에 마구 올려 놓고 흔드는 법이 없다. 김관영 지사가 도정구호로 내건,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도 그냥 만든 게 아니다. 모두가 비판만 하지 말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함께 변하자는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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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10.23 18:24

20년 집권론과 전북

며칠 전 사소한 듯 해도 매우 눈길을 끄는 행사 하나가 열렸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자신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상왕’ 이란 명성에 걸맞게 쟁쟁한 야권 거물들이 운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이날 다시 한번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언급했다. 그는 “개혁적인 진영이 20년이 아니라 할 수만 있으면 더해서 어느 정도 축이 쌓여야 한다”며 “우리가 졌다고 해서 그 말(20년 집권론)이 틀렸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여당이던 2020년 당원토론회에서 처음 언급한 20년 집권론을 그가 다시 꺼내든 것은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다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20년. 참으로 긴 세월이다.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뒤 형식적으로는 합법적 선거과정을 통해 집권한 기간이 통틀어 20년이 되지 않는다. 만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정권이 20년간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 도처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정이 아닌 전북에 국한해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20년 집권이 아니라 40년 집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보와 보수, 여와 야가 있었던 전북의 정치 구도는 1987년 대선을 계기로 특정 정당 독식 구도가 똬리를 틀었다. 1991년 지방의회가 출범한 이래 전북의 지방권력은 명실공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독점해 왔다. 전북도지사의 경우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김관영으로 이어지는 당선자들은 모두 민주당계 후보였다. 강현욱 전 지사는 국회의원 4번, 도지사 2번 등 6번의 도전장을 던졌으나 비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것은 1996년 총선(신한국당) 단 한 번뿐이었다. 시장∙군수나 지방의원의 경우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대부분 범민주당 계보였다. 김관영 현 지사는 지난 6월 전국 최고 득표율을 보였지만, 그 또한 2년 전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것만 봐도 민주당 아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무려 35년간 지방정권을 완전히 틀어쥔 전북의 민주당은 그동안 많은 공과 과가 있었다. 독재에 맞서고 중앙정부의 홀대를 이겨내면서 오늘날 전북을 이 만큼이라도 끌어온 게 민주당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북 낙후의 가장 큰 책임은 35년간 조타수를 맡아온 선장에게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인 것 같다. 민주당 지지세가 절대적인 전북에서는 20년 집권론이 낙담한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수사일 수 있다. 하지만 전북의 지방권력을 장악해온 민주당은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이제 도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다른 지역보다 무엇을 더 했는지 말이다. 20년 아닌 40년을 지배한 성과는 과연 무엇인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2.10.19 14:32

전주시의회 집안단속이 먼저다

매사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추진할 때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실제 그 일에 대한 잘잘못보다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본래 취지가 퇴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즉 타이밍은 민심 향배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 변수 역할을 한다. 전주시의회 해외 연수 추진도 그런 점에서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물론 내년 월드 배드민턴 준비와 관련해 내실 있는 연수를 공언하지만 문제는 그 추진 시점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얼마 전 남원, 정읍, 완주 의회는 지역경제 침체 등을 이유로 연수 예산을 반납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광역 기초의회 15개 지역 중 4곳은 아예 해외 연수 예산을 세우지 않았고, 6개 지역은 삭감 예정으로 전해졌다. 도의회를 제외하고 앞서 3개 지역 반납을 포함하면 기초의회 중 지금 전주시만 해외 연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머쓱하게 됐다.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전주시의원의 도를 넘는 일탈로 인해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의원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고, 코로나 자가격리 중인 의원은 바다낚시를 위해 방역 수칙을 위반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시의장 불법 수의계약 논란과 관련해 업체 대표와 공무원이 고발당하는 등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다. 의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눈총 받는 상황에서 자숙 모드를 유지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단골 뇌관’ 인 해외 연수까지 나왔으니 여론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작년 코로나 상황에서도 제주도 연수를 추진했다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의회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 기간은 여야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사회 변화에 대한 욕구가 분출함으로써 혼란과 파행이 뒤따랐다. 전북에서도 도지사와 전주시장이 바뀌면서 전주지역 분위기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의회도 이런 변화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미래 청사진 마련에 힘을 보태야 할 국면이다. 이번에 당선된 의원 중 초선이 17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그만큼 의원들의 역량 강화는 물론 유관 기관과의 소통, 지역 현안 공감대 형성이 긴요한 시점이다. 해외연수 추진도 그 업무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 추진하지 않으면 안되는 불가피한 사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역경제 어려움을 내세워 경비를 반납하는 다른 시군 의회와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아쉽다. 전주시의회가 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권자 선택에 의해 배지를 달게 된 이들에게는 엄격한 도덕성과 함께 지역 사회에 대한 무한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한 순간이라도 이런 기대가 무너지면 그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더욱 혹독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 연수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의원으로서 역할과 소명을 다했는지 먼저 묻는 것이다. 짐작컨대 최근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과거 지방의원 관광성 해외 연수가 불거질 때마다 시민들의 반응은 극도로 격앙됐다.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0.18 18:36

옥정호와 섬진강 르네상스

호남평야 농업용수 공급원으로 20세기 한반도 농경사의 중심에 섰던 옥정호가 힐링 생태관광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임실군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섬진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섬진강 르네상스의 백미로 꼽히는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가 22일 개통된다. 환상적인 물안개 덕분에 사진작가들이 몰려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은 옥정호 붕어섬에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곡창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한 옥정호는 한반도 수자원 개발의 역사와 삶의 애환을 품고 있다. 이 호수의 역사는 동진강 유역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1927년에 축조된 운암제에서 시작된다. 운암제는 일제가 섬진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동진강 수계로 유역변경시켜 곡창지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건설한 중력식 댐이다. 이후 1945년에는 이 인공 호수에 정읍 칠보면 쪽으로 터널을 뚫어 섬진강수력발전소(칠보발전소)를 세웠다. 이 발전소는 옥정호의 수자원을 끌어내 발전에 사용한 후 동진강 수계로 방류하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물길을 바꾼 수자원은 호남평야와 계화간척지의 농업용수, 그리고 전주지역 일부와 김제·정읍 등 전북 서남권 지역 상수원으로 사용됐다. 1965년에는 기존 운암제 하류 쪽에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준공됐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운암제는 물에 잠겨 그 기능을 상실했다. 댐 건설로 삶터를 잃은 주민들은 고향을 등지고 경기도와 동진강 유역 등으로 흩어져야 했다. 이들 수몰민 2700여 세대의 이주·정착지로 조성된 곳이 계화도 간척지구다. 동진강 하구 계화간척지를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계화미의 산지로 일궈낸 농민들이 바로 옥정호 수몰지역 이주민이다. 옥정호는 홍수조절, 전력생산, 농업용수, 상수원 등으로 활용돼 다방면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그 역할과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농업의 비중이 줄면서 농업용수 공급원으로서의 위상도 낮아졌고, 금강 상류에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수자원 공급권역도 대폭 축소됐다. 호수를 품은 임실지역 주민들에게는 혜택보다 아픔을 더 많이 안겼다. 호수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2015년 해제 때까지 개발에 제한을 받아야 했고, 주민들의 불편도 컸다. 인접 지역과의 갈등도 되풀이됐다. 임실군이 역점 추진한 옥정호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이웃한 정읍시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읍의 상수원인 옥정호가 개발사업으로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21세기 들어 섬진강댐 재개발사업(2007~2018년)이 추진되면서 임실 운암면 주민들은 정든 삶터를 다시 떠나야하는 아픈 이주의 역사를 되풀이해야 했다. 옥정호(玉井湖)는 그 이름처럼 구슬같이 맑고 깨끗하다.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수자원개발의 역사와 애환을 담고 있는 옥정호의 화려한 부활에 관심이 쏠린다.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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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2.10.17 19:01

썩어도 준치

지난 30여년간 도민들이 정치적 선택을 할 때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움직여 묻지마 투표를 해왔다. 40대 젊은기수 DJ가 군사쿠데타 주역인 박정희 공화당 후보한테 71년 대선에서 패한 이후부터 도민들 가슴 한 켠에는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한다는 게 한(恨)으로 맺혀 있었다. DJ가 대통령이 될 수만 있다면 이유 불문하고 심지어 깜냥이 안된 사람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줬다. DJ의 카리스마는 도민들의 영혼을 지배, 옴싹달싹 못하게 했다.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한 3김정치의 폐해가 어떠했는지 그 그림자가 지금도 남아 있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이 선거 때 가장 이성적으로 움직일 것 같지만 실제는 그와 동떨어진 투표행태를 보인다. 연고주의 투표가 대표적 사례다. 지연 혈연 학연이 인물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도 30년과 비교하면 그 선택기준이 바뀌지 않은 채 더 공고해졌다. 제 아무리 잘났어도 연고주의 선거가 횡행하다 보니까 특정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후진국형 선거문화만 판쳤다. 민주당은 전북에서 스스로 진입장벽을 높여버려 아무나 접근 못하도록 철옹성을 만들었다. 결국 경쟁 없는 정치가 전북 낙후를 가져왔다. 요즘 열리는 국정감사장에서 전북의원들의 활약상이 눈에 띄이지 않는다. 국감은 야당의원이 존재감을 높이고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마디로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도 각 상임위별로 열리는 국감에서 피감기감을 상대로 속 시원하게 정곡을 찔러 질의한 의원이 없다. 국회가 선수(選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초선이라도 전문성 있고 역량이 있으면 얼마든지 스타로 부각될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어디에 있든 다이아몬드인 것 처럼 인물이 똑똑하면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돋보이게 된다. 도민들 가운데는 21대 국회의원들이 역대 의원 중 가장 약체라고 비판한다. 무기력한 중진들을 물갈이 해서 뽑아준 의원들이 현재 의원들인데 너무 정치력과 존재감이 없어 기대할 것이 없다고 힐난한다. 오죽했으면 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들먹이며 정동영·유성엽·이춘석 전 의원을 다시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이처럼 현역들을 물갈이 하려는 이유는 서남대 폐교로 생긴 정원을 갖고 만들기로 한 공공의대를 지금까지 유치하지 못한 탓이 대표적 사례로 자기밥도 못찾아 먹는 의원들을 팽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 국회의원수도 9명으로 수적 열세지만 그 보단 쥐를 잡아본 고양이 역할을 한 의원이 없어 전북이 불 꺼진 항구처럼 돼버렸다. 그간 30년간 전북이 광주 전남정치권에 예속된 것도 큰 문제였다. 쥐 못 잡는 고양이는 도태시켜야 하듯 정치권도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는 의원은 도태시켜야 한다. 중국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처럼 쥐 못잡는 고양이는 필요가 없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하다. 전북이 이 모양 이꼴이 된 것도 국회의원을 잘못 뽑은 도민들의 잘못이 크다. 이제는 도민들의 정치적 생각이 확 바꿔져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0.16 18:24

왕의 비밀편지와 대통령의 문자

왕의 ‘비밀편지’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9년 초였다. 성균관대학교가 공개한 <정조의 어찰첩(御札帖·임금의 편지 모음)>. 다섯 명 연구자들이 1년 넘게 탈초와 번역 작업에 전념해 공개한 어찰첩의 사료적 가치와 의미는 컸다. 정조의 어찰첩은 공식 사료가 아닌 비공식 사료다. 정조가 보낸 편지의 대상은 심환지. 규장각제학 이조판서 우의정 등을 역임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이 어찰첩의 편지 분량은 6첩 297통이나 된다. 오로지 심환지 한 사람에게만 보낸 편지가 그렇다. 편지를 보낸 시기는 정조가 세상을 떠나기 전 4년(1796년~1800년). 정조 말년의 정치적 격동기에 집중되었던 것도 주목을 끈다. 정조는 이 어찰첩에 들어 있는 편지보다 더 많은 편지를 심환지에게 보냈다. 알려지기로는 대략 350통 정도다. 물론 심환지 말고도 다른 신하들과도 편지를 주고받았다. 정조에게 편지는 세간의 상황과 여론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이를테면 국정 통치의 또 다른 수단이었다. 정조는 다른 왕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편지를 직접 썼다. ‘정조처럼 신하와 수많은 비밀편지를 주고받은 왕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정조가 심환지에게 썼던 편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심환지는 정조 말년, 이조판서와 좌의정을 역임하고 호위대장을 맡는 등 정치적 비중이 막강했던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정조를 온전히 지지하는 충신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조가 탕평책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로 사용했던 장용영을 혁파하거나 정조를 지지하던 충신들을 공격했던 정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정조는 기꺼이 자신의 정적인 심환지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다. 자신의 막후정치를 위해 정보를 얻고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정조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담겨 있는 편지의 왕래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래서 편지 관리에 허술한 심환지에게 찢거나 세초해 폐기하라는 지시를 수시로 내렸다. 그러나 이 편지들은 살아남았다. 심환지가 정조의 지시를 묵살하고 오히려 수신일까지 꼼꼼히 기록해 보관해놓은 결과다. 이 어찰첩으로 정조는 ‘선비 군주’로 알려져 있던 이미지에서 ‘현실 정치가’로 새롭게 부상했다. 비밀에 부치고 싶어 했던 편지가 후대에까지 전해져 당대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정조의 정치 스타일과 인간적 면모까지 새롭게 보게 하는 상황은 흥미롭다. 지금은 문자로 소통하는 시대다. 비밀스럽게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되어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문자도 예외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형식만 다를 뿐 소통의 목적이 비슷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그 본질과 품격의 차이는 크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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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10.13 17:40

전북대 총장선거에 쏠린 눈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 중 하나는 바로 1970년 9월 29일 신민당 전당대회다. 그 이듬해 집권당 박정희 현직 대통령과 맞대결할 야당 후보를 선출하는 행사였다. 당권파는 물론, 원로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던 김영삼 후보가 될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었으나, 뜻밖에도 김대중 후보가 승리했다. 훗날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의 등극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1차에서 김대중 후보는 382표(43.2%), 김영삼 후보는 421표(47.6%) 였으나, 2차에서 김대중 458표(51.8%), 김영삼 410표(46.4%) 였다. 1차 무효표(82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전북 출신 소석(이철승) 표가 김대중 후보쪽에 쏠리면서 대역전극이 연출된 것이다. 선거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데 사실 지방선거를 비롯해 크고작은 선거때마다 이 같은 역전극은 종종 펼쳐진다. 요즘 지역거점국립대인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30년 넘게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단 한번도 1차 1위 후보가 최종 1위로 귀결된 전례가 없는 징크스 때문이다. 신민당 전대처럼 2위와 3위 후보가 손을 잡고 대역전극을 펼친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4위 후보가 3위 후보를 지지한 끝에 결국 총장이 된 전례도 있다. 1차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2차 또는 3차를 염두에 둔 후보들간 이합집산이 부산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오는 11월 23일, 3차 결선투표 방식으로 치러지는 총장 선거 후보는 김동근(법학전문대학원), 김정문(조경학과), 송양호(법학전문대학원), 양오봉(화학공학부), 이귀재(생명공학부), 이민호(치의학과), 조재영(생물환경화학과), 한상욱(과학교육학부) 교수(가나다 순) 등 총 8명이다. 민주화 이후 도입된 전북대 총장 직선제는 김수곤 총장(1990.9∼1994.8) 이래 장명수, 신철순, 두재균, 서거석(연임), 이남호(간선제), 김동원 총장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느때보다 변수가 많다고 한다. 투표 비율은 교수 70%, 직원(조교 포함) 20%, 학생 10%다. 정책이나 비전은 물론, 학연, 혈연, 지연 등이 난마처럼 얽혀있어 결과를 예단키 어려운데 특이한 것은 모교 출신이 6명이나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퇴장으로 인해 4년전에 비해 교수 교체 비율이 1/3에 달하고 있는 점도 큰 변수다. 2강 2중, 3강 2중 등 선거판도 관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징크스였던 ′1차 1위 후보 필패론'이 기우에 그칠지, 재현될지가 관심사다. 관건은 구성원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과연 전북대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총장을 만들어낼 역량이 있느냐 여부다.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의 협치, 전북도나 도교육청과의 상생협력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꾼을 선출해야 한다. 미국이 과거 로마같은 지위를 누리는 것도 결국은 구성원 모두가 링컨 처럼 훌륭하지는 않지만, 링컨 같은 지도자를 선출해내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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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2.10.12 15:10

'명예도민증' 엇갈린 시선

국민의힘 의원 19명에게 주기로 한 전북 명예도민증을 두고 민주당이 발끈했다. 지난달 30일 도의회가 의결해 명예 도민이 되는 전북동행 의원들은 그동안 지역발전에 힘써온 타시도 의원들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본래 취지에 어긋나고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태클을 걸었다. 특히 외교참사 논란으로 해임 의결된 박진 장관을 지목하며 부당함을 집중 부각시켰다. 더욱이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추진하고 도의원이 장악한 의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 명예도민증은 지난 1996년 시행된 뒤 지역 발전을 위해 앞장서 온 290명에게 전달해 왔다. 반면 정운천 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진 전북동행 의원 제도는 국민의힘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지역 교두보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경상도 의원을 주축으로 타시도 지역구 의원에게 제2 지역구 갖기 운동을 역설하며 전북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이번에 도민증을 받는 전북동행 의원은 시군 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넓힘으로써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에도 지역현안 추진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며 동반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작년 국회 이종배 예결위원장을 비롯한 6명의 전북동행 예결위원들이 협력해 예산뿐만 아니라 시군 현안 해결에도 머리를 맞대며 고민해 왔다. 재작년 남원 금지면에 밀어닥친 역대 최고 물난리 때도 이 지역 동행 의원인 김석기 의원(경북 경주)이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주민 위로와 함께 후속 조치에도 심혈을 기울인 바 있다. 관심의 초점은 집권 여당으로 변신한 이들 전북동행 의원들의 향후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 전반 영향력을 미치는 요직에 다수가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 입장에서 이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주동행 추경호 의원이 국가 예산을 주무르는 기재부 장관으로, 순창동행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송언석 전주동행 의원도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아 국회 운영의 막후 실세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5선 중진 서병수 부안동행 의원과 대변인으로 주가를 올리는 양금희 익산동행 의원은 물론 전북 출신 비례대표 이종성 의원도 완주군에 배치돼 있다. 민선 8기 김관영 지사 취임 후 여야 협치는 무르익고 있다. 김 지사와 정운천 도당위원장이 소통을 강화하며 이를 통해 지역 발전 공감대를 이뤄낸 덕분이다. 김 지사 요청으로 국민의힘 출신 전북도 정책보좌관이 임명돼 활동함으로써 분위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 정치권의 동력 확보에 대한 당위성이 절실한 때도 있다. 그동안 전북동행 의원으로서 열정을 쏟아 부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명예 도민으로 위촉하려는 것도 같은 범주다. 오히려 지역 정서와 정당의 정체성 운운하며 발목을 잡으려는 그 자체가 지역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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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10.11 18:13

반려동물 놀이터

반려동물 보유 인구 1500만 시대, 반려인 및 반려동물을 겨냥해 속속 생겨나는 각종 시설과 제품, 제도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아니, 놀라서는 안 된다. 행여 깜짝 놀란 모습으로 입을 쩍 벌렸다가는 ‘인식이 부족한 비반려인’으로 몰릴 수도 있다. 전국 각 지자체가 앞다퉈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하고 있다. 법률에 애완견 산책 의무를 규정해 놓은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려졌으니 새삼스러울 게 없다. 전주시에서도 지난 6월 말 팔복동에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 ‘같이 가개’를 조성했다. 당연히 반려인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곧바로 민원의 대상이 됐다. 이용자들은 편의시설 확충과 운영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야호아이놀이과’를 폐지했다. 민선 8기 시장이 바뀌면서 진즉 예견된 일이다. 민선 7기, 전주시가 아동의 놀 권리 회복을 목표로 역점 추진해 온 야호놀이터 조성사업은 힘을 잃을 게 뻔하다. 시는 지난 2019년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놀이터 도시’를 기치로 내세워 야호아이놀이과를 신설하고 놀이터 조성 및 놀이 지원사업을 역점 추진했다. 시청 앞 노송광장놀이터를 비롯해 테마놀이터, 숲놀이터, 예술놀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아동 놀이공간이 곳곳에 새로 생겼다. 놀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는 놀이 인식교육도 꾸준히 진행됐다. 놀이도 교육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배우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성장기 아동은 놀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즐거움을 얻는다. 또 놀이는 사회성과 사고력,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리는 바깥놀이에 익숙하지 않다. 방과 후 학원을 돌다 보면 진이 빠져 바깥놀이는 생각도 못한다. 방 안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이 보편화된 놀이 수단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서조차 교실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놀이터인 학교 운동장은 점점 좁아진다. 도심 주거 밀집지역 학교에서 운동장에 새 건물을 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넓은 운동장이 있어도 별 쓸모가 없다.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로 체육활동은 대부분 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다. 늘어나는 반려인에 비해 애견 문화시설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침 저녁으로 길가에 산책 나온 반려동물은 넘쳐나지만, 집 근처 공원에서 놀거나 길을 걷는 아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놀이를 단순한 시간낭비로 생각해 백안시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비교 자체가 우스꽝스럽지만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다.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는 반려인이 적지 않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반려동물 놀이터가 필요하고, 기왕 조성한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마을 놀이터부터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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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2.10.10 17:27

모루의 '세차작전'

2014년 3월, 브라질 검찰이 브라질의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는 치밀하고 오랜 기간 진행되면서 브라질의 각 정당과 주요 정치인들을 부패스캔들로 줄줄이 엮어 구속시켰다. 수사를 이끈 사람은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법무장관이 된 인물이다. 분노한 국민은 광장으로 나왔다. 부패 척결을 내세워 수사를 주도한 모루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반부패를 내건 수사의 여파는 컸다. 지우마 대통령은 끝내 탄핵당했고, 1년도 안 되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며 브라질의 영웅이었던 룰라는 구속됐다. 언론은 브라질을 뒤흔든 이 역대급 비자금 수사에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온라인 영어사전에도 이름을 올린 <세차작전>이다. 사실 모루는 부패 척결을 내세웠으나 그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수사과정을 보면 척결의 타깃은 좌파의 대부 룰라였다. 그의 수사 방식은 집요하고 편파적이었으나 언론들은 모루 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권력 비리를 캐고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로 룰라와 노동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브라질 대법원은 룰라를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아간 일체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 그의 정치적 권리는 온전히 회복됐다. <세차작전>이 사법 쿠데타였음을 증명해준 셈이다. <세차작전>은 브라질의 우파가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부패스캔들의 여파는 지속되고 있으며 사회는 양극으로 분열되고 사회적 폭력은 악화됐다. 실직자는 크게 늘었고 경제는 몰락했으며 코로나를 건너면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 사망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모두 보우소나루 정책이 실패한 결과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화된 사법권력의 힘이 가져온 결과였다. <세차작전>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넷플릭스가 2019년에 방영한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다. 그 자신 민주화 운동가이자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운동가 부모를 둔 여성감독 페트라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국민영웅인 룰라가 어떤 정치적 메커니즘으로 희생되고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하는가를 현장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직 정치적 셈법으로만 국가를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들춰내는 영화가 주는 울림이 크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았기에 더욱 그렇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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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10.06 16:36

동분서주한 정치인 출신 김 지사

취임 100일을 맞은 김관영 지사의 머릿속이 복잡해 보인다. 바깥에 있을 때는 잘 몰랐던 것을 지사가 된 이후 알고 난 후부터는 그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도민들은 정치인 출신 김 지사에 기대가 크다. 그간 알게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젖는 줄도 모르고 30년 동안 서서히 나락으로 내려 앉은 전북도의 위상을 바로 잡아야할 책무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머리가 명석해 상황판단이 빠른 김 지사는 자신의 공약 실천부터 시작해서 그간 헤아린 도정방향의 우선순위를 놓고 동분서주한다. 전북의 우수한 농산물 판로개척을 위해 최근 태평양을 건너 LA에서 판촉활동을 벌이는 등 기업유치를 위해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김 지사는 뭔가 도민들에게 빨리 하나라도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국회와 중앙부처를 왔다갔다하면은 하루해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를 것이다. 그 만큼 국가예산을 확보해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즐비해 있다. 취임하자마자 전북특별자치도 문제가 이슈로 부각,전북 출신 여야의원들이 원팀으로 나서서 입법중에 있지만 갈 길이 바빠졌다. 바다가 없는 충북과 경기도가 경기북도특별법 제정을 의원입법으로 나서는 바람에 급해졌다. 이들 지역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고 자치단체의 역량도 강화돼 있어 자칫 정치논리로 휩쓸릴 경우 전북의 불이익이 우려되고 있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전북특별자치도법이 올 연말 안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우선순위가 있게 마련이다. 당장 내년도 국가예산이 삭감되지 않게하거나 빠진 것을 살려 내야 할 형편이다. 예산국회가 열리면 국회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전북은 국회의원수가 9명밖에 안돼 전체 상임위에 고르게 배치가 안돼 예산철만 닥치면 애를 먹기 일쑤다. 다행히도 국힘 정운천 의원이 7년 연속으로 예결위원으로 들어가 있고 이용호 의원 한병도 의원까지 가세해 천군만마의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긴축재정을 내걸고 심지어 공약사업 예산까지도 삭감해 그 만큼 김 지사한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환경단체들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수상태양광이나 해상풍력사업이 당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엉뚱하게 가고 있어 골칫거리다. 군산조선소도 불록생산 형태로 재가동되었지만 선박 건조가 아닌 이상 언제든지 업체 형편에 따라 가동을 멈출 수 있어 이 문제 또한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현중과 확실하게 몇 년 후에 배를 건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게 시급하다. 그래야 맘 놓고 전북도가 현중한테 물류비를 지원해도 좋을 것이다. 성과주의를 강조한 김 지사가 조직개편을 통해 적재적소에 역량있는 직원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김지사 측근들이 이 지역 출신들이 아니어서 소통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권 때가 전북도로서는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정치적 여건이 불리한 지금은 도민들이 김 지사를 적극 밀어주는 수밖에 다른 묘안이 없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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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10.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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