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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함께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음반 업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히는 그래미는 본상 외에도 특별히 또 다른 버전의 상을 만들었는데 2000년부터 시작된 ‘라틴 그래미’가 그것이다. 지난달 열린 23회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가수가 있다. 올해 신인상을 받은 쿠바계 미국인 가수 앙헬라 알바레스다. 놀랍게도 그의 나이는 95세. 역대 최고령 신인상 수상자다. 어린 시절부터 작곡을 했던 그는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접었다. 결혼해 네 명의 아이를 둔 그는 쿠바 혁명으로 미국으로 이주했으나 남편이 세상을 먼저 떠나자 아이들을 혼자 키워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음악을 끝내 놓지 않았다. 90세에 첫 콘서트를 열고 데뷔한 그는 1년 전, 작곡가이자 제작자인 손자의 도움을 받아 첫 앨범도 냈다.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삶은 고되지만 꿈을 이룰 방법은 항상 있다.” 그가 전한 수상소감이다. 유튜브가 전하는 그의 노래와 일상을 보니 평생 꿈을 잃지 않고 살아온 노년의 아름다운 시간이 빛난다. 100세 넘어서까지 그림을 그렸던 세계적인 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1860년~1961년). 그도 일흔다섯,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해 꿈을 이루었다. ‘그랜마 모지스’란 닉네임으로 더 널리 알려진 그는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는 <타임>지 표지 주인공이 되었으며, 100세 되던 생일에는 뉴욕시가 ‘모지스 할머니의 날’을 선포할 정도로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화가다. 그림을 배워본 적 없는 그는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딸이 사다 준 그림 도구로 소일거리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듯 그려낸 그의 그림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우연히 발견한 한 수집가 덕분이다. <농부 부인이 그린 그림>을 주제로 첫 전시회를 가진 이후 그는 화단과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오로지 그림 그리는 일을 즐겼을 뿐,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기에 마음 두지 않았다. 그가 남긴 그림은 1,600여 점. 100세 이후에 그린 그림만 250점이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다”는 모지스와 “늦은 때란 결코 없다”고 일러주는 알바레스. 인생의 끝을 더욱 빛나게 만든 이들이 주는 선물이 있다.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도전과 용기다./ 김은정 선임기자
천사섬 신안에는 물이 빠져 열린 노두길을 잇는 순례의 길이 있다. 세계적 순례길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빗대 섬티아고 라고 부른다. 12사도 순례길인데 요즘 실버 세대는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매우 인기몰이를 하는 곳이다. 병풍도에 딸린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 그리고 딴 섬을 잇는 길이다. 신안군 증도면에 있는 이 작은 섬들에 국내외 작가 10명이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12개의 작은 교회를 만들었다. 베드로의 집, 안드레아의 집, 야고보의 집, 가롯 유다의 집…하는 식이다. 신안의 풍광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교회 건물이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섬을 보는 것 같다. 이 길을 더욱 신비롭게 하는 것은 물이 차면 사라졌다가 약 3~4시간 뒤에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리는 노두길이다. 신비스런 풍경을 가졌다 하여 기적의 순례길로도 불린다. 12사도 성지들은 글로벌 예술가들이 만든 건축-조각-회화-아르누보 작품들이다. 번쩍하고 스치는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섬티아고에서 새삼 발견하게 된다. 남의 떡이 커 보여서 그렇지 전북에도 기가 막힌 풍경과 사연을 담은 섬들이 많다. 부안 위도가 그렇고 선유도. 신시도를 비롯한 고군산열도가 그렇다. 핵심은 얼마나 빼어난 자원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것 못지않게 어떻게 상품화하고 마케팅하는가에 달려있다. 며칠 전 군산 출신 강태창 도의원이 다소 생소해 보이는 ‘전라북도 섬발전기본조례안’을 발의했다. 지속가능한 섬 발전과 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섬 관련 종합계획 수립과 섬의 날 기념행사 추진, 섬 발전 자문위 설치 등을 담고 있다. 그는 “시의원 때부터 섬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막상 살펴보니 다른 시도와 달리 전북은 섬 관련 조례가 없었다”며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섬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속 가능하고 개별 섬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발전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 위도와 더불어 고군산열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빼어난 풍광과 역사를 자랑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는 가우디라고 하는 천재 건축가의 손에 의해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났다. 새만금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는 순전히 우리 세대의 몫이다. 새만금수변도시는 방향과 함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새만금수변도시개발을 총괄하는 한 책임자는 2020년 말 통합계획이 수립되면서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서 사르라다 파밀리아 사진을 치웠다고 한다. 깊은 고민 끝에 디자인이 끝난 만큼 이젠 속도전이 관건이라고 본거다. 숙고를 거듭하며 도출된 결론이라면 그때부터는 논쟁은 중단하고 서둘러야만 한다. 그게 바로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말한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경구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쌍방울그룹 관련 뉴스가 끊임없이 쏟아지자 도민들은 의아해한다. 한동안 잊혀졌으나 애환을 함께 한 그 향토기업이 떠오르면서 착잡한 모양이다. 그러잖아도 몇 년 전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됐을 때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쌍방울 법인카드 뇌물 의혹 당사자가 구속된 데 이어 외화 밀반출, 북한 광물 투자까지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급기야 휘발성이 큰 대장동 사건 김만배와 연루설까지 제기되자 도민들 입장에서도 헷갈리기 마련이다. ‘쌍방울’ 하면 전통의 내복 전문 기업으로 고정관념이 있어서인지 속속 드러나는 메가톤급 사건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런 도민 생각과 달리 일련의 과정에서 밝혀진 쌍방울그룹은 기업을 사고 파는 M&A 전문 기업이나 다름없다. 과거 내복 전문 기업을 인수한 새 오너가 문어발 확장을 거듭한 셈이다. 지난 1997년 모 그룹이 부도가 난 뒤 수 차례 인수인계 과정을 겪으며 변화를 거듭해왔다. 원래 쌍방울의 뿌리는 1954년 익산에서 이봉녕-창녕 형제가 세운 형제상회가 출발점이다. 사업이 번창해 속옷 브랜드로 전국 명성을 쌓으며 기업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 기억 속에 쌍방울에 대한 고정 이미지로 무주리조트와 함께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가 꼽힌다. 더불어 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남성 속옷 TV광고 ‘트라이’ 는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요즘 언론에 자주 회자되고 있는 김성태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지분 40%를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옛 주인 이봉녕 일가는 지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각종 사건에 휘말리며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된 지 오래다. 그는 쌍방울그룹의 몸집을 키우며 작년 이스타 항공과 함께 올해 쌍용차 인수에도 뛰어들었으나 실패한 바 있다. 그룹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연일 터지는 사건 배후로 지목돼 그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런 김 회장이 해외 도피중 이어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는 쌍방울 관련 뉴스가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도민들은 ‘쌍방울’ 이란 기업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퇴색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한때 전북의 향토 기업으로 도민 사랑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지금도 익산에 가면 쌍방울 흔적이 여전한 상황에서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 되면서 혼란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레이더스 창단 비화를 통해 쌍방울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더듬어 본다. 당시 전북에 선수가 부족해 출범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타 구단 방출 선수를 영입해 어렵게 출발은 했다. 그렇게 창단한 레이더스가 기대와 달리 불꽃같은 투지로 그라운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팀 컬러를 선보임으로써 관중을 매료시켰다. 오죽하면 ‘공포의 외인구단’ 이란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해체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팬 클럽이 존재하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겨울의 문턱, 지구촌에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도시광장이 다시 뜨거워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 9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올여름 시민 품으로 돌아온 서울 광화문광장이 월드컵 열기의 중심 공간이 됐다. 광장(廣場)은 글자 그대로 넓은 마당이다.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빈 공간이다. 이 빈 공간에 시민들의 목소리, 그리고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채워진다. 광장문화는 유럽에서 일찍부터 발달했다. 오늘날까지 그 용어가 쓰이고 있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아고라(Agora)’, 고대 로마의 ‘포럼(Forum)’이 그 태동이다. 광장은 시민 공론의 장이었고, 민주주의를 꽃 피운 공간이다. 유럽과 주거·생활문화가 달랐던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후반에서야 대규모 광장이 만들어졌고, 21세기 들어 대중이 주도하는 광장문화가 형성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등장한 길거리(광장) 응원문화, 그리고 2000년대 새로운 시위 방식이자 시민운동으로 떠오른 촛불집회가 전환점이 됐다. 전라도의 중심, 천년도시 전주에 아쉬운 공간 중 하나가 바로 광장이다. 물론 전주에도 광장이라 불리는 곳이 적지 않다. 시청앞 노송광장·오거리문화광장·덕진광장·서곡광장·효자광장 등이다. 하지만 딱히 내세울만한 곳은 없다. 대부분은 광장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심지어 어떤 곳은 광장이라 불리는 이유조차 알 수 없다. 신시가지 조성이나 원도심 재개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시공간 재창조를 위해 공공영역에서 광장을 설계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전주시가 도시의 거점, 금싸라기 땅을 빈 공간으로 남겨 시민들에게 돌려줄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었다. 전주시가 추진한 광장 사업은 지난 2009년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행된 ‘덕진광장 시민광장 조성사업’을 꼽을 수 있다. 전주시는 당시 주차장으로 전락한 기존 덕진광장을 ‘바람의 언덕’이라는 테마로 시민들이 모이는 도심의 휴식·소통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덕진광장은 지금도 시민 휴식·소통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의 대부분을 기존 시외버스 간이정류장으로 설계했으니 애초부터 시민광장으로 활용할 여유공간은 없었다. 결국 광장 없는 광장사업으로 끝나고 말았다. 디지털 시대 ‘시민 공론의 장’이 광장에서 SNS로 옮겨지면서 향후 도시광장의 기능과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광장은 여전히 도시의 대표적인 공적 공간이다. 시민 휴식공간이면서 대규모 행사와 집회를 열 수 있는 소통공간으로서의 역할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민선8기 전주시가 ‘도시의 대변혁’을 예고하면서 야심찬 도시개발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도시의 각 거점공간에 과감하게 시민을 위한 광장을 만들면 어떨까. 천년고도,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자부심을 살리면서 전통도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활력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기재부 출신 우범기 전주시장이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못한 것은 전임 김승수 시장이 신규 예산안을 올려놓지 않고 손 놓아버려 로비할 대상이 없어서 였다. 혹시 계속사업 정도가 깎이지 않도록 몸 푸는 선에서 역할이 제한되었다. 우 시장은 기재부 인맥을 총동원해서 전주시 국가예산을 확보하려고 맘 먹었지만 원천적으로 시에서 예산안을 올리지 않아 뛸 수 없었다. 특히 기재부 예산 라인이 도와주려고 직접 전주시를 방문했지만 부처예산으로 올라 온 게 없어 도움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때 우 시장은 자신이 기재부 출신 예산 전문가라서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 예산폭탄을 터뜨려 지역개발을 앞당겨 놓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취임 후 우 시장이 내년도 전주시 국가예산 전반을 살펴본 결과 신규사업이 전무해 본인이 나서서 기재부나 해당부처를 찾아나설 필요가 없었다고 실토했다. 우 시장은 올해는 당장 성과를 낼 수 없고 내년 부터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인은 1조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구상해서 국가예산을 확보할 요량이다. 국가예산 확보는 담당 부처 사무관부터 장 차관에 이르기 까지 발이 닳도록 찾아다니면서 논리적으로 잘 설득해야 첫 단추를 꿸 수 있다. 이 때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면 해당 부처에서 알아서 챙겨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다. 정읍 출신인 김원기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있을 때 유성엽 정읍시장이 편하게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했다. 그 이유는 유 시장이 김 의장 한테 협조 요청하면 김 의장이 직접 장차관을 의장실로 불러 예산을 확보해줘 유시장이 시장을 잘할 수 있었다. 우 시장이 지난 6개월 동안 동분서주했지만 지방선거 방송토론회에서 브로커 연루의혹을 제기한 상대 후보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고발돼 검·경 수사를 받아왔다. 공소시효를 앞두고 지난 24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림으로써 그간 우 시장 한테 따라 붙었던 각종 의혹이 말끔하게 걷혔다. 우 시장도 그간 시장업무를 수행했지만 선거법으로 고발 되면서 조사 받을 때마다 언론이 수사상황을 중계방송 하다시피 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하면 당사자는 관련 없다고 말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부터 영이 안서 인사도 소신껏 못한다. 자연히 시중에 근거 없는 말들이 떠돌아 다녀 당사자를 힘들게 한다. 지금 전주는 개발과 보존을 잘 연결시켜 전라감영의 옛 영화와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우 시장이 불기소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소신껏 일할 수 있게 됐다. 의회와의 소통을 잘 하면서 호랑이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이제는 특정시민단체가 황방산 터널을 못 뚫도록 발목잡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그 어느때보다 김관영지사와 우범기 시장이 호흡이 잘 맞기 때문에 전주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는 단연 베니스 비엔날레다. 세계 미술의 흐름과 현주소를 점검할 수 있는 이 미술축제는 역사로도 그렇거니와 특정한 주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자신만의 언어와 형식으로 예술세계를 과시하고, 국가마다 선정한 대표작가와 작품을 통해 역량을 겨루는 특별한 형식으로 위상을 지킨다. 지난 4월 개막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역시 새로운 미술사를 더했다는 평가다. 올해 가장 큰 특징은 여성 작가들의 부상이었다. 본 전시에 초청된 58개국 213명 작가 중 90%인 192명이 여성작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가상의 시몬 리와 영국 국가관을 대표한 소니아 보리스가 모두 흑인 여성이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6개월 동안의 긴 여정을 마무리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히 관심을 모은 한국 작가의 전시회가 있다. 원로작가 전광영의 개인전이다. 그의 개인전은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 전시’ 로 선정됐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기간에 230명이 넘는 작가들이 개인전을 열었지만, 이 중 주최 측의 병행 전시 타이틀이 주어진 전시는 20여 명. 그중에서도 생존 작가는 4명뿐이라니 특별한 관심이 모아졌을 만하다. 전광영 개인전이 열린 기간은 7개월, 이동안 관객이 10만 명이나 다녀갔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의 개인전을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지 작가로 불리는 그가 작업의 중심에 세워온 한지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다. 그의 오랜 대표작 <집합> 시리즈는 고서와 한지를 활용한 입체 회화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한지를 활용한 부조와 설치작품 40여 점으로 베니스를 찾아온 관람객들을 불러들였다. 한지에 대한 관심이 확장된 결실은 또 있었다. 이탈리아 건축의 거장 스테파노 보에리가 전광영의 작품을 재해석해 설계하고 현장에서 건축했다는 ‘한지 하우스’다. 새로운 재료로써 한지의 쓰임이 다양하게 시도된다는 것은 그만큼 한지산업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실 한지가 현대미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이제는 자신의 작업에 맞는 한지를 구하기 위해 주문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을 직접 찾아오는 작가들도 늘고 있다. 그 덕분에 한지가 미술에서 좋은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주목해온 전문가 중에는 미술재료로서의 한지, 특히 외국 작가들이 필요로 하는 재료로서의 한지를 연구하며 생산에 나선 사람들도 있다. 한지의 우수성이 증명되면서 다양한 쓰임을 위한 재료로서의 실험이 그만큼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지 산업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지의 쓰임을 주목받은 베니스 비엔날레의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대도무문’(大道無門) 큰 길에는 문이 없다는 뜻으로 인생사 정도를 걸으면 거칠 것이 없다는 거다.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적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되뇌었던 좌우명이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 문구가 며칠 전 전국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계 원로의 쓴소리가 나왔다. 전북 익산 출신 김덕룡(DR)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지난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요즘 정치권에는 정권에 불리한 기사를 썼다고 특정 언론사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주지 않는 옹색한 사태나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해 당을 방패로 삼고 자신 관련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연이어 목숨을 끊어도 ‘나는 그런 사람 모른다’는 구차한 변명이 판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김영삼 대통령께서 걸었던 ‘대도무문’의 큰 걸음걸이가 새삼스럽고 위대해 보인다”며 “나부터 달라졌으면 하는 다짐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YS에 대한 평가는 민주화의 초석을 다진 거산이라는 사람도 있고, 국가 경영을 잘못해 IMF를 부른 장본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어쨋든 이 시점에서 대도무문의 자세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익산 출신 김덕룡 이사장은 서울대 학생회장을 지내다 6.3사태로 제적된 뒤 YS 비서로 입문해 상도동을 이끌어 왔던 최측근이다. ‘좌동영, 우형우’(김동영, 최형우)에 이은 상도동계 서열 3위쯤 되는 핵심인사로 국회의원 5선에 정무장관, 민주평화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지냈다. 20년 동안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을 지내면서 해외 750만 동포와의 다양한 가교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상도동 사단에서 호남 출신으로는 가장 높이,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 지낸 인사다. DR의 충고는 비단 중앙정치권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오늘날 전북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것에 대해 오랫동안 지역사회를 이끌어 왔던 지도자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전북의 현안사업이나 예산이 백척간두에 서 있어도 중앙무대에서 전국적으로 이슈화하는 선량도 찾기 어렵다. 정치권에 지분이 없는 한낱 국회의원에 불과하다 보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며 결과적으로 0점을 맞고도 구차한 변명만 하는 도내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나부터 달라지려는 마음가짐이다. 본인들은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도민들의 냉엄한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사술과 잔재주보다는 정석과 정통의 길을 걸어야 한다. 지금은 옹졸한 마음가짐으로 피아구분을 하거나 자기 혼자 살기 위해서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겨선 안된다. 그게 바로 대도무문이며, 전북 출신 정계 원로 DR의 충심 어린 조언인지도 모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전북개발공사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던 김관영 지사와 도의회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김 지사가 도의회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문제점을 개선키로 함에 따라 일단 고비는 넘긴 셈이다. 하지만 갈등은 일시적으로 봉합됐으나 뇌관은 상존함으로써 관계 회복을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 권력 속성상 인사권을 양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인사청문회 갈등 요인을 보완해서 도의회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사실상 통과의례인 양 비춰지는 형식적 절차는 무의미하다는 게 도의회 시각이다. 이번 사태로 빚어진 후폭풍이 산하기관장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무라인에 이어 산하기관장까지 타 시도 출신 인사로 채워진 게 갈등의 도화선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와 전북개발공사 사장에 각각 광주 출신이 낙점되자 언론은 일제히 날을 세우며 부당함을 집중 보도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지역 정서에 대한 인식 부족을 폄훼하는 한편 사전 내정설을 거론하며 코드 인사와 연결시키기도 했다. 일각에선 전임 지사 때와 임용 패턴이 별반 차이가 없는데 유독 이번엔 거칠게 몰아세우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김 지사의 파격 인사에 정치권 언론이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정치권의 신구 권력 재편과 함께 6월 지방선거 경선 앙금이 잠복해 있다는 설도 있다. 무엇보다 명확한 사실은 후보자 자신의 결격 사유가 일차적 책임이라는 것. 전북개발공사 사장의 경우 부동산 과다 보유가 상식선을 넘었는데도 이를 검증하는 청문위원에게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는 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지사에게도 이번 인사권 갈등은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산하기관장에 주로 측근이나 선거 공신을 앉히면서 부적절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 인사청문회다. 민선 8기 들어 인사청문 대상이 5곳에서 9곳으로 늘었으나 산하기관이 16개인 점을 감안하면 갈 길은 멀다. 특히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근본 취지가 실종됐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무려 8000억대에 이르는 산하기관 재정을 고려할 때 조직을 이끌어갈 적임자인지에 대한 검증 절차는 더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출구 전략이 절박한 상황에서 양측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총력 태세인 국회 예산확보와 함께 남원 공공의대 등 현안이 산적한 데다 도의회 예결 심의를 앞두고 갈등이 길어지면 리스크만 커지는 국면이었다. 불가피하게 맞손을 잡았지만 여진은 채 가라앉지 않아 긴장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첫 시험대가 다음달 인사청문이 예정된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선출이다. 오래전부터 특정인 내정설이 파다한 가운데 도의회가 이 문제를 직접 겨냥해 인사청문회 무력화를 시도하는 어떤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자존심을 건 제2 라운드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전북을 대표하는 하천인 만경강이 최근 지역개발의 화두로 떠올랐다.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강 유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친환경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완주군이 가장 적극적이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후보 시절 제1호 공약으로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는 지역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완주군의 핵심 정책이 됐다. 천혜의 생태관광자원인 만경강과 지역의 고유자원을 연결해 관광객 1000만 명이 몰리는 생태도시·문화관광도시를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익산시는 ‘만경강 친환경 명품 수변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만경강 일원 120만㎡에 청년층과 은퇴자를 위한 공동주택과 의료 및 문화시설, 학교, 공원 등 친환경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또 만경강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설치·운영해 논란을 빚은 전주시도 조만간 ‘하천 종합정비계획’용역을 통해 지역 하천 정책의 방향을 정하기로 해 관심을 모은다. 만경강은 전북의 대동맥인 완주~전주~익산~김제·군산을 휘감아 돌아 서해로 흘러든다. 전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 강에 기대어 살고 있다. 고산천과 소양천·전주천·삼천·익산천·탑천·부용천 등 전북도민의 추억이 담긴 하천이 모두 만경강의 지류다. 동진강과 함께 곡창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해 온 만경강은 고대부터 한반도 농경사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20세기 말 새만금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환경문제의 중심에 섰다. 정부와 지자체가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수십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만경강 유역 오염시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북 5개 시·군 주민들의 삶터를 만들어 낸 만경강이 21세기 도시의 생태·힐링 공간으로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천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주민밀착형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발이 요구된다. 전북도와 해당 시·군, 그리고 환경단체·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친환경 하천 개발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각 지자체가 하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난개발과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면서 만경강의 대표적 생태공간인 신천습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만경강 중류 전주시와 완주군의 경계지점 약 2.4km 구간에 형성된 신천습지는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으로, 지역 환경단체가 수년 전부터 생태조사와 토론회 등을 통해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이에 따라 전북도에서 수년 전부터 신천습지의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껏 성과는 없다. 우선 강 유역 지자체가 함께 나서 신천습지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이뤄낸다면 만경강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친환경개발을 통한 ‘만경강의 기적’도 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도민들은 그간 국회의원들을 바꿔보기도하고 다시 보내기도 하는 등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선거를 해왔다. 큰 맥락에서는 줄곧 지역정서에 따라 민주당 후보 일변도로 선거를 했다. 대선이나 총선을 치를 때마다 후보들이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주겠다고 사자후를 토해냈지만 결과는 아니올씨다로 끝났다. 지선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지자제가 부활된 1991년부터 30년이 지난 전북의 현주소는 낙후라는 꼬리표를 못 떼고 모든 면에서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만 안았다. 윤석열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들어섰지만 전북득표율이 14.4%밖에 안돼서 인지 공약이 제대로 이행이 안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국힘 정운천 의원이 지난주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국회 예결위에서 30페이지에 달하는 전북현안을 조목조목 따졌겠는가.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전북발전을 시켜 놓겠다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가가호호에 보냈지만 그 공약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열거했다. 특히 긴축재정을 명분삼아 새만금사업 관련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25.5%나 감소되었다고 지적했다. 전북정치권의 존재감이 약화된 상황에서 정권교체로 우군은 거의 없고 야당인 민주당마저 힘이 못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역대 정치권 중 21대 전북정치권이 가장 약체로 꼽혀 김관영 도지사가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여야를 넘나들면서 전력을 다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임실 푸르밀 사태에서 전북의원들이 얼마나 무기력 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북 의원들이 농축해수위에 3명이나 배치돼 있지만 국감 때 장관을 상대로 질의 한번 하지 않고 전남 고흥이 지역구인 김승남 의원이 이 문제를 대변했던 것. 의원숫자도 적은데 농해수위에 3명이나 대거 배치된들 나락으로 떨어진 낙농가나 실업자로 내몰릴 직원들을 구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현역들은 오직 22대 총선 때 민주당 공천을 다시 받아 국회에 나설 준비만 한다.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당 대표 보호막이 역할에 충실하려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서명부 작성에 열을 올린다. 여야 정쟁속에 전북의원들은 김관영 지사를 도와 내년도 전북관련 국가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뛰어야 할 때다.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이 주임무이지만 지역관련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지금 정치권의 활약상이 워낙 기대에 못 미치고 미진하자 지역에서 이춘석·유성엽 등 올드보이 등을 다시 소환해서 국회로 보내자는 여론까지 나돈다. 여기다가 내년 4월 5일 전주을 재선거 때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아야 되는데 민심과 동떨어지게 공천할 경우 22대 총선 때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 사람도 있다. 공천을 노리는 후보들이 많지만 자칫 당이 민심과 달리 역행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 그간 도민들은 전북정치권에 애정 어린 관심 때문에 때로는 기대와 실망을 가졌지만 경제적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무관심으로 변해 가고 있다. 누구를 보낸들 전북을 발전시켜 놓겠냐는 등 냉소적인 반응만 엿보인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2019년 봄, 화제를 모았던 그림책이 있다. 작은 도시 할머니 스무명의 그림일기를 모은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이 그림책은 그해 다양한 매체의 관심을 모으며 ‘순천의 글쓰고 그림 그리는 할머니들’을 세상에 알렸다. ‘여든 앞에 글과 그림을 배운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일기’는 먹고 살기 바빠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해 살아온 할머니들이 뒤늦게 글과 그림을 배워 엮어낸 눈물과 감동의 인생 일기’였다. 가난 때문에,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글을 배워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었다. 함께 배운 그림 그리기 실력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놀라웠다. 그림을 지도한 작가 김중석은 감동을 주는 할머니들의 그림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내친김에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할머니들의 첫 전시회를 열었다. 그림일기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도 출간됐다. 이후 할머니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져 전국 책방에서 전시회가 이어지고 미국에서도 초청을 받아 전시회를 열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할머니들의 새로운 활동이 전해진 것은 지난 10월. 할머니들의 글과 그림이 부산의 중학교에서 순회 전시된다는 소식이 반갑다. 김제에서도 눈길을 모으는 할머니들의 전시회가 있다. 죽산면 소재지의 ‘마을 오픈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나라>다. 전시실을 지키는 사람이 따로 없는 낡은 공간. 할머니들의 그림과 글, 손자수 솜씨가 담긴 기획상품이 놓인 전시실은 낯설지 않고 정겹다. 전시회 주인공은 광활면 용평마을에 사는 평균 나이 85세의 여섯 명 할머니. 전시는 할머니들이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3년 만의 결실이다. 할머니들의 그림그리기를 이끌며(?) 동행해온 것은 김제에 둥지를 튼 예비사회적기업 <이랑고랑>이다. 조각을 전공한 대표 황유진과 동료 정소라 전은진. 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2020년, 용평마을 할머니들과 만났다. 코로나의 위기로 사회적 소통이 통제된 상황에서 가뜩이나 더 외로워진 할머니들과 슬기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그림그리기를 지도하고 그들의 귀한 인생을 배운 지 3년. 선 하나 긋기도 어려워했던 할머니들은 이제 스스로 그림의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담아낸다. 아름다운 도전으로 얻어낸 힘이다. 낡고 작은 전시실 안, 할머니들의 그림은 소박하고 아름답다. 고단한 시간을 건너온 할머니들의 인생이 보이는 그림이 주는 울림이 크고 깊은 덕분이다. 살아오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할머니들이 주는 이 귀한 선물을 많은 사람이 만났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11월 17일, 오늘은 수능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치더라도 대략 12년간 저마다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길 바라는 것은 수험생보다도 부모나 가족들이 더 간절할지도 모른다. 시험이 끝나면 홀가분하게 쉴 거 같아도 사실은 그 이후 너무나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죽으면 경쟁이 끝날 것 같아도 아파트 분양을 받듯이 추모관도 위치 좋은 곳은 프리미엄이 붙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 게 현실이다. 지난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선거가 끝난 것 같아도 사실은 치열한 선거전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전주 완산구선관위에서 열린 예비후보자 설명회에는 10명 남짓한 후보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석, 내년 4월로 예정된 완산을 재선거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겉으론 무공천 기류가 강하게 풍기고 있으나 결론은 ‘민주당 공천’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오는 23일 국가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 총장 선거도 눈길을 끈다. 선두권으로 꼽혔던 이민호 교수가 낙마하면서 기존 선거 구도가 전혀 다른 기류로 흐르고 있는데 전∙현직 총장인 서거석 교육감, 이남호 전 총장, 김동원 현 총장의 의중을 눈여겨 보는 이들도 많다. 서 교육감은 중립을 표방하면서 한 발 빼는 모양새나 후보들은 이남호, 김동원 총장의 마음을 잡기 위해 뛰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잘 몰라도 도내 314명 변호사들의 대표인 전북변호사회장 선거 또한 총성 없는 전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홍요셉-김학수 변호사간 대결에서 박빙의 차이로 홍 변호사가 회장에 당선됐는데, 28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는 김학수-남준희 변호사가 출마해 피를 말리는 미세한 계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월 15일엔 전북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정강선 회장이 재선 가도에 나선 가운데 권순태 전 전북유도회장, 김동진 레슬링협회 상임부회장, 윤중조 전 전주시 부의장, 최형원 전 사무처장 등이 도전장을 던져 최종 결과에 체육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2월 22일엔 도내 14개 시군체육회장 선거가 일제히 진행된다. 겉으로 보면 사소해 보여도 각 지역마다 매우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면서 이합집산도 거듭되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박종윤 현 체육회장에 맞서 박지원 변호사가 맞대결을 펼치는 등 의외로 큰 관심몰이를 하고 있다. 정말 핫한 경쟁은 내년 3월8일로 예정된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다. 연임을 노리는 현직 조합장과 도전하는 이들의 경쟁 양상은 지방선거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공천장만 가지고 있으면 당선되는 게 전북의 상황이지만 조합장 선거의 경우 이유 없이 가는 표는 단 한 표도 없다고 한다.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이제 며칠 있으면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는 소설이다. 차츰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크고 작은 선거전이 불을 뿜으면서 춥기는커녕, 뜨거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지난주 제34회 전북 역전마라톤대회 주최측 일원으로 순창 출장을 갔다. 육상 연맹 군청 관계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 ‘스포츠 마케팅’ 이 화제에 올랐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할 정도로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순창군의 경우 이와 관련해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4억 늘어난 16억으로 책정했고, 그 파급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올해 도 단위 포함 전국 대회 46개를 유치함으로써 114억이라는 경제 유발 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마케팅의 이같은 성공 예감은 예산뿐 아니라 인프라 확충과 선수 육성, 서비스 개선 등으로 이어지며 지역 경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지금 농촌 현실은 지역소멸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애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60대 젊은 이장이 주류를 이룬 지 오래다. 반면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도 더욱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치단체와 정부가 쏟아내는 지역소멸 극복 대책은 백약이 무효다. 빈집이 속출하고 폐교가 늘어나는 데다 기초적 생활 인프라마저 빈약한 여건에서 주민들 삶의 질은 갈수록 절망적이다. 피폐하고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미래까지 담보할 수 없는 암담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역소멸 위기감은 순창군도 비껴가지 못했다. 올해 신생아 61명이 태어나고 400여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 추세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잘 갖춰진 교통망은 오히려 관내 정주 인구를 줄이는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사통팔달의 지리적 여건은 대회 유치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 주중 3개 대회가 몰린 순창 읍내는 숙박난을 호소할 만큼 방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에 따른 풍선효과도 있기 마련이다.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의 민박 형태 숙소가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특히 유소년 대회에 참가한 초등생들은 여관이나 모텔보다는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동네에서 식사 해결도 가능하고, 학부모와 함께 주변 관광지 탐방은 물론 값싼 특산품 구매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어서다.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순창군의 집념과 뚝심은 익히 알려져 있다. 코로나 기간 개인 종목 대회조차 다른 시군이 꺼리는 데 반해 순창은 러브콜을 보내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대회는 물론 국내 동남아 선수 전지 훈련까지 적극 유치함으로써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전북일보도 지난해 장소 섭외가 여의치 않아 테니스 대회가 무산될 뻔했는데 순창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도 스포츠 마케팅 덕분이다. 고객 맞춤 서비스를 통해 순창의 친절한 이미지도 심어주고, 수익도 올리는 일석이조 효과다. 이런 점을 벤치마킹해 타 시군도 경쟁적으로 대회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가 대두된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미래 대안 중 하나가 스포츠 마케팅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선물은 어떤 게 좋을까. 정성을 듬뿍 담아 감동까지 덤으로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투과득경(投瓜得瓊)’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모과를 선물하고 구슬을 얻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선물을 주고 그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답례품을 받는다는 말이다. 여자가 사모하는 남자에게 과일을 던지면 남자는 허리에 차고 있던 구슬을 보내 부부의 약속을 했다는 중국의 고대 풍습에서 유래했다. 보답의 의미로 전하는 답례품이 애초 받은 선물보다 훨씬 더 가치가 크다면 순수한 의미의 답례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답례는 갖춰야 할 예의이기도 하다. 큰 선물이나 도움을 받고도 경황이 없어 답례를 못했을 경우 예의를 차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개운치 않을 수도 있다. 선물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일종의 신호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답례를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일 때가 있다. 도움이나 선물을 준 상대방이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거나 예상치 못한 선물일 경우 더욱 그렇다. 결실의 계절,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올해는 주변에 결혼식이 유난히 많다. 신랑‧신부의 정성과 센스가 느껴지는 답례품은 고가 물품이 아니어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받는 사람이 기분 좋아할 물품을 고르기 위해 머리를 짜내며 고민했을 터다. 사실 올해 답례품 선정에 고민이 가장 깊었던 곳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 때문이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방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고향사랑 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의 지자체에 기부하고 세액공제와 함께 해당 지자체에서 마련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몰린 각 지자체는 이 제도가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을 앞둔 올해 전국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기부금 유치를 위한 준비에 열을 올렸다. 특히 조례 제정과 함께 기부자에게 답례품으로 줄 지역특산물을 선정하는 일에 행정력을 쏟았다. 답례품 개발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답례품선정위원회를 운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각 지자체가 이 같은 절차를 통해 선정된 답례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예상대로 농·축·수산물 등 지역 특산품이 대부분이다. 지난 9월 제정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5조)은 답례품의 한도를 기부금액의 30%로 정해 놓았다. 과도한 답례품 경쟁을 막기 위한 장치다. 물론 답례품이 기부 여부나 기부 대상 지자체를 택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기부자가 답례품에서 고향의 정과 지자체의 정성을 듬뿍 느낄 수 있다면 고향 사랑을 매개로 이어진 소중한 관계가 더 단단하게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전국 각 지자체가 답례품 선정에 공을 들인 이유다. / 김종표 논설위원
그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했던 전주가 발전의 전기를 맞았다. 그간 민선전주시장들이 도지사와 정치적 이해관계 로 대립각을 세운 게 전주발전을 힘들게 만들었다. 김완주 전 전주시장이 도지사로 가려고 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과시할 때마다 갈등관계가 형성, 전주시가 도지사의 위세에 짓눌렸다. 김 시장의 경전철 건설 계획이 송하진 시장이 부임하면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됐다. 김승수 전 시장이 한옥마을에 트램을 운행하려고 했지만 우범기 현 시장이 협소한 도로와 현행 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지화 시켰다. 전주 부여 공주 경주 등 고도가 크게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각종 제약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후백제 왕궁이 있던 전주가 경기전과 한옥마을이 형성된 것은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기존 향교를 제외하고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형성된 한옥마을이 일제 때 거의 건축, 경북 안동 것과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다르다. 그러나 1995년 민선시장으로 취임한 김완주 시장이 전주한옥마을을 관광자원화해서 전주발전 동력으로 삼은 게 오늘의 한옥마을이다. 이후 송하진 시장이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 관광자원화 하도록 시설확충에 나선 결과, 관광객 천 만명 시대의 단초를 열었다. 코로나가 엄습한 김승수 시장 때는 콘텐츠 보강을 위해 보전에 역점을 두고 선미촌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덕진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을 시민의 숲으로 추진하는 등 발전방향을 잘못 잡은 데다 개발할 것을 개발하지 않고 정치적 세력을 키우기 위해 편가르기 행정을 한 게 결국 잃어버린 8년이 되었다. 전주시가 한옥마을 하나로 승부를 낼 수는 없다. 한옥마을에 콘텐츠 부재로 관광객이 머무르면서 숙박을 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 단순히 전동성당 경기전 향교 전라감영 천변 등지에서 셀카나 찍고 다니면서 때가 되면 콩나물국밥이나 비빔밥 아니면 막걸리 정도나 먹고 떠난다. 숙박은 전주에서 1시간권의 국가정원과 갈대숲이 있는 순천이나 밤새도록 포장마차촌에서 젊은 청춘들이 잎세주를 마시면서 여수에서 하기 때문에 주로 돈은 여수와 순천에 몽땅 떨어지고 전주는 푼돈 정도나 만진다. 전주는 과거 7대도시의 명성을 뒤로한 채 20위권으로 밀려났다. 번듯한 공장이 없어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아 현상유지 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범기 시장이 전남북 제주까지 관할하던 전라감영의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재생사업으로 추진하려던 덕진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을 재검토, 야구장과 종합경기장을 헐고 그 자리에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보다 규모가 큰 컨벤션센터를 짓기로 했다. 아울러 도청 주변미관과 환경을 해쳐온 대한방직터를 개발토록 할 계획이어서 모처럼 만에 전주가 용트림을 하고 있다. 기재부에서 국가예산업무를 다뤄온 우 시장이 전주발전을 강하게 추진하도록 시민들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전주유림들이 용머리 고갯길로 호남선이 나는 것을 반대한 것을 교훈삼아 우시장의 개발과 규제완화정책에 딴지를 걸지 않아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이 문을 닫기 시작했던 2001년 봄, 온라인을 타고(?)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사진이 있다. 체코의 한 작은 도시, 물에 잠긴 마을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소나무. 작은 바위에 겨우 몸을 의지하고도 의연하게 서 있는 푸른 소나무 풍경은 아름다웠다. 유럽연합(EU)의 독립기구인 유럽위원회(EC)가 지원해 선정하는 ‘유럽 올해의 나무’ 2020년 주인공이었다. ‘유럽 올해의 나무’는 유럽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나무를 찾기 위해 개최하는 연례 대회다. ‘유럽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무 찾기’란 성격도 더해져 있다. 2011년 체코의 인기 있는 나무 경연 대회로부터 영향을 받아 시작된 ‘유럽 올해의 나무’ 경연대회는 나무를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자연과 문화유산으로 선정해 중요성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그만큼 선정 기준과 방식도 특별하다. 다른 유사한 경연대회와는 달리 아름다움, 크기 또는 수령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나무의 이야기와 사람과의 관계에 무게를 둔다. 대회 운영위원회도 이를 위해 ‘더 넓은 지역 사회의 일부가 된 나무를 찾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6월 한 달 동안 유럽 전역에서 참여하는 인터넷 투표로 선정된 나무들은 그 존재를 널리 알리면서 동시에 더 지극한 보호를 받게 된다. ‘유럽 올해의 나무’는 10주년을 맞았던 그해, 이 아름다운 체코의 소나무 사진 한 장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나무가 우리의 환경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2022년 ‘유럽 올해의 나무’는 폴란드 포들라스키에주의 떡갈나무 ‘오크 두닌’이다. 떡갈나무종으로 지역주민과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 모두에게 존경받아온 나무란다. ‘원시림의 수호자’로 불리는 나무의 나이는 400살. 수형도 아름답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존경받는다’는 나무 이야기가 흥미롭다. 올해 우리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갖게 한 나무가 있다. 자폐인 변호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에 존재를 알리게 된 오래된 팽나무들이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아야 했던 드라마 속 <소덕동 팽나무>는 우여곡절 끝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그러나 그 뒤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자 팽나무가 있는 창원에서는 시티투어버스까지 만들어 운행하고 있다. 이 도시의 관광 콘텐츠가 된 셈이다. 난데없이(?) 오래된 팽나무 홍보에 나선 지역이 여럿이다. 관광 콘텐츠로 변신한 <소격동 팽나무> 영향일터다. 들여다보니 나무 보호를 위한 장치는 없고 알리는 데만 열심이다. 당연히 걱정되는 것이 있다. 오래된 팽나무들, 그들의 건재다./김은정 선임기자
요즘 국내 여행지 중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전남 신안에 있는 퍼플섬이다. 안좌도∼박지도∼반월도 세 곳을 잇는 퍼플섬은 한국관광공사가 ‘2022년 11월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UNWTO 세계최우수 관광마을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며 국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는 퍼플섬에는 계절별로 보라색 꽃이 피는 대규모 꽃단지가 조성돼 있다. 봄에는 라벤다, 여름에는 버들마편초, 가을에는 아스타국화꽃으로 보라색 향연이 펼쳐진다. 보라색의 성지 퍼플섬이 이처럼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전남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천사대교(10.8km)가 지난 2019년 개통됐기에 가능함은 물론이다. 전북의 숙원사업이던 노을대교가 건설된다는 소식에 도민의 기대가 커졌다. 노을대교는 부안 변산면 도청리에서 고창군 해리면 금평리까지 곰소만을 가로지르는 총 8.86km 해상 다리를 말한다. 국도 77호선의 유일한 단절구간인 이곳에 교량이 생기면 차량으로 70분 우회했던 거리를 10분 정도면 주파한다. 처음엔 4차선으로 추진됐으나 국토부는 타당성을 따져 2차선으로 줄였다. 향후 4차선으로 늘린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문제는 사업비를 축소해 예타 면제까지 했으나 실행기관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의지가 너무 박약해 연내 착공, 2030년 완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3차례나 유찰됐는데 지난 8일 4차 공고까지 했다. 국제 공급망 불안정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1군 대기업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3회 연속 ‘금광기업 컨소시엄’ 한 곳만 응찰했는데 4차도 마찬가지 기류다. 4차에서도 금광기업 컨소시엄 한 곳만 유력해 또다시 유찰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부터 난항을 겪고 있어 공사 일정 차질은 불가피하다. 입찰 참여를 꺼리는 것은 낮은 공사비로 인한 사업성 저하가 꼽힌다. 노을대교의 경우 3575억2000만원으로 4번째 입찰공고를 한 상태다. 3차례나 유찰됐기에 수의계약으로 결정해 바로 착공할 수 있으나 발주처인 익산국토청은 오해의 소지를 우려해서인지 4차 입찰공고를 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5차, 6차, 7차 입찰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전북도민의 꿈과 기대를 모았던 노을대교가 발주처의 의지부족으로 인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하루빨리 착공해야 한다는 도민의 염원을 담아내려면 동일한 발주 반복을 멈춰야 한다. 아니면 입찰방식의 변경이나 공사비 증액을 통해 대기업이 응찰하도록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동일한 발주만 반복한다면 익산국토청은 면피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허송세월만 보내면서 “과연 노을대교를 건설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란 물음에 직면할 것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최근 ‘로또 부킹’ 과 관련 골퍼들 불만이 극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예약 자체가 로또 당첨만큼이나 힘들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인구 11%인 564만 명이 골프를 즐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연간 골프장 이용객이 5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문제는 역대급 호황기를 틈타 폭리를 취하면서도 고객 서비스 질은 떨어졌다는 점이다. 빗발치는 문의 전화 때문인지 일부 예약 담당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불쾌감을 주기 일쑤다. 속칭 잘 나가는 골프장은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단체 예약을 신청하면 최소 3주 전 부킹 여부를 알려줘야 함에도 D-day가 임박해 사인을 줌으로써 낭패를 겪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당분간 이같은 황금기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고객 서비스 문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할 것 같다. 골프장 명암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최고조에 달한 호황세를 편승한 가격 인상은 이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팬데믹 이전에 비해 그린피가 평일 20-30% 비싸져 골퍼들 부담은 가중됐다. 여기에다 일부 유명 골프장은 팀을 끼워 넣는 꼼수까지 동원해 서비스는 아예 뒷전이라며 시선이 곱지 않다. 라운딩 9홀 돌고 그늘집에서 대기 시간이 40-50분 늦어지는 배경이다. 도내 지금 회원제 2곳을 제외한 26군데가 대중제로 운영된다. 거의 대중제로 바뀌면서 개별소비세와 토지세 등을 면제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회원제 형태의 영업을 일삼아 빈축을 사고 있다. 야외 레저 활동이 마땅치 않은 코로나 상황에서 골프장으로 몰리는 고객들을 ‘봉’으로 여긴 것이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골프장 위세는 ‘로또 예약’ 뿐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매각 대금에도 드러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상황이 바뀌자 인기 있는 곳은 한 홀당 30억 호가하던 시세가 80억 안팎으로 뛰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골프장 중 일부는 서울 소재 법인들이 연간 보증금 20억을 제시하며 ‘황제 부킹’까지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급기야는 VIP 고객유치를 겨냥해 럭셔리한 골프텔 분양까지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을 꺼리던 거래 은행마저 태도가 180도 달라져 ‘실탄’ 공급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고객 불만은 부킹과 함께 서비스 정신 부족으로 귀결된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시설로 골퍼 인기를 독차지하는 1-3곳은 그 명성에 비해 서비스 질은 오히려 뒷걸음 친다며 꼬집기도 한다. 접수창구 직원 태도가 불손한 데다 만만치 않은 음식 값에 단골들은 골프장 인근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아직 때 이른 감은 있지만 골프 대중화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예전 40-60대 전유물로 인식된 골프 인구가 20-30대까지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결국 고객 관리 서비스가 골프장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영곤 논설위원
온몸에 눈이 100개나 달린 신화 속의 감시자 아르고스(Argos)도 한순간 그 많은 눈을 전부 감고 말았다. 그리고 이 거인은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잠깐의 방심이 불러온 비참한 종말이었고, 철통 감시망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제왕 제우스는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연녀 이오를 암송아지로 변신시켰다. 이를 눈치 챈 헤라는 제우스에게 암송아지가 된 이오를 선물로 달라고 청해 자신의 심복인 아르고스에게 엄중 감시하도록 했다. 100개의 눈으로 사방을 보는 아르고스는 잘 때조차 눈을 다 감지 않는 타고난 감시자였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아들 헤르메스에게 명해 아르고스를 제거하도록 했다. 아르고스는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와 사랑이야기에 홀려 모든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헤르메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르고스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됐다. 중단됐던 축제·행사가 속속 재개될 것이다. 그리고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면 이번 참사도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서서히 잊혀질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안전’이었다. 성난 민심에 당황한 정부는 국가혁신과 안전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고 재난안전시스템을 정비하면서 ‘대한민국 안전 대전환’을 추진했다. 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가 출범했고, 지자체에서도 조직개편을 통해 재난안전기구를 신설했다. 또 우리 사회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가안전대진단’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어이없는 대형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그때마다 국가 안전관리, 재난대비 시스템의 허점이 속속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떠들썩하게 되풀이해왔다. 무엇보다 소를 잃지 않도록 튼튼한 외양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튼튼한 외양간이 바로 안전의식이다. 안전의식은 국민성에서도 유래하지만 평소 안전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 의해서 형성되는 후천적·습관적인 부분이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계속된 대형사고의 원인을 짚어가면 어김없이 인재(人災)로 귀결됐다. 시스템과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능사는 아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 미래의 흐름까지 예측해서 우리 사회 위험요인을 모두 대비하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문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현대 사회의 재난감시·안전관리 시스템은 ‘아르고스의 눈’에 비할 바 아니다. 하지만 아르고스처럼 한 순간 눈을 감아버리거나 눈을 뜨고도 방심한다면 모두 헛일이다. 아흔아홉 번의 헛걸음이 있더라도 한 번 있을지 모를 만약의 사태까지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투철한 안전의식이 사회체계와 국민의식에 녹아들어야 한다. 정부가 ‘대한민국 안전 대전환’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사회 시스템 정비보다 국민의식 전환에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국내외 상황이 갈수록 악화돼 김관영 지사가 제일 목표로 내건 기업유치나 국가예산확보가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윤석열정권이 긴축재정을 펴 김지사의 국가예산 확보가 제동이 걸렸다. 사실 전북은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넘어가면서 정치적으로 어려운 구도와 상황이 만들어졌다. 우군인 민주당도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에 자기방어하기에 급급해 도움줄 처지가 못되고 국힘은 서진정책에 힘입어 전북에 도움 줄 것처럼 기대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김 지사가 새만금에 하이퍼 튜브 유치한 것을 기폭제로 전북발전의 동력을 찾은 것처럼 기염을 토했지만 최종예타사업에서 탈락, 전체 사업비 중 2000억 가량을 줄여 다시 내년도에 신청할 계획이다. 고시동기생이 17명이나 각 부처에 포진 취임초부터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김 지사가 광폭행진했지만 전북정치권과 말로만 원팀 운운했지 협조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나홀로 뛰는 불리한 형국이다. 김 지사가 복당해서 민주당 후보로 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복당파라서 아직도 어딘가 모르게 정치권과 물 기름 관계다. 도의회가 강공을 두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원팀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때 가능하지 정치적 이해가 달라서 도정이 겉돈다. 지금 현역 국회의원들은 다음 총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김 지사와 협력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실제는 김지사가 큰 정치 기반구축을 위해 알게 모르게 자기 사람을 출마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여 갈등관계가 깔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대거 요직에 기용하듯 김 지사도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을 측근으로 기용했다. 성과주의를 강조한 김 지사가 비서실장 공보관 등 특수참모를 지역 출신이 아닌 타지역 출신을 기용해 소통이 안된다는 비판을 도의회나 언론을 통해 호되게 지적 받았지만 선거 때 걸림새가 없어서인지 자기 뜻대로 마이웨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도정의 한축인 의회와의 소통이 절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게 안타깝다. 송하진 전 지사 때는 비서실장이나 대외협력국장 정무특보 등이 의원들의 존재감을 살리고 높여 주면서 협조체제를 구축해왔는데 그렇게 안하고 있다. 전북개발공사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도의회가 강경기류를 보인 건 이미 예견되었다. 지역사정에 어두운 광주 출신을 문화관광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하자 도의회가 존재감을 보이려고 기회를 단단히 별러 왔다. 서경석 사장의 부동산 취득에 관한 금융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거절되자 청문회가 중단되었지만 이는 표면상 이유고 그 저변에는 소통부재가 일을 악화시켰다. 국민의당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광수 전 도의장을 정무특보로 임명했지만 거의 움직이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민주당 출신 초재선이 37석을 차지한 도의회가 예산안 심의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집행부를 길들여 자신들의 존재감 강화를 위한 수단처럼 보이지만 결국 전북발전을 위해 집안다툼은 끝내야 한다. 성과주의로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김 지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부사장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안호영 의원 통합 결단, 끝까지 최선을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김 지사의 컷 오프설은 사실무근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HAI 시대, 지역사회 감응에도 주목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
전주시, 고사 위기의 기령당 활성화하라
영화 ‘사람과 고기’를 보고
지금, 우리에게 ‘호남’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