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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뭄과 호남평야 통수식

희망의 계절에 근심이 커진다. 봄가뭄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영농기를 앞두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농심은 타들어간다. 기다리던 봄비가 내렸지만 완전한 해갈에는 한참이나 모자란다. 닫아두었던 물길을 열어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큰 행사가 매해 4월 호남평야에서 열린다. 호남평야의 젖줄 동진강 낙양취입수문에서 열리는 ‘백파 통수식’이다. 한 해 풍년농사와 안전영농을 기원하며 수문을 열어 농업용수를 흘려보내는 유서 깊은 행사다. 전국 곳곳에서 통수식이 열리지만, 대표 행사는 단연 한국농어촌공사 동진지사가 주관하는 호남평야 백파 통수식이다. 백파 통수식은 가뭄 극복을 위한 근대 농업용수 개발의 대역사(大役事)를 기리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한반도 도작(稻作)문화의 발상지인 곡창 호남평야에는 일찍부터 대규모 수리‧관개(灌漑) 시설이 조성됐다. 20세기 초에는 섬진강 상류에 운암제를 축조(1927년)하고 유역변경식 발전소인 운암발전소‧칠보발전소를 통해 섬진강의 수자원을 동진강으로 끌어내 호남평야 농업용수로 사용했다. 그리고 1965년에는 운암제 하류 쪽에 국내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을 축조해 물그릇을 키웠다. 호남평야의 대표적인 수리시설 중 하나가 정읍시 태인면 낙양리, 동진강 본류에서 김제용수간선과 정읍용수간선이 갈라지는 낙양취입수문이다. 1927년에 준공된 이 시설은 동진강 유역 농경지에 거미줄처럼 연결해 놓은 용수로에 물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농어촌공사가 정한 호남평야 관개기간은 4월 초부터 9월 말까지다. 이에 따라 해마다 4월에 통수식을 갖고 수문을 열어 180일간의 급수작전에 돌입한다. ‘백파제(百派祭)’라는 행사 명칭은 낙양취입수문 기념비에 새겨진 ‘일원종시백파(一源從是百派)’라는 문구에서 따왔다. 한줄기의 물이 백갈래로 퍼져 광활한 농경지를 고루 적셔준다는 의미다. 그런데 올해는 이 백파 통수식이 취소됐다.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호남평야에 물을 대는 섬진강댐의 저수율이 너무 낮아 차질이 생겼다. 결국 낙양취입수문 개방 시기를 5월로 늦췄고, 4월 영농의 시작을 알리는 통수식은 열지 않기로 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4월 초에 열리던 백파 통수식은 어느 순간 4월 20~25일로 늦춰졌고, 올해는 가뭄으로 수문 개방 시기를 더 늦추면서 통수식마저 취소한 것이다. 수리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한계가 있다. 농사는 결국 하늘을 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쌀값 폭락이 거듭되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 풍년이 들어도 농민들은 웃을 수 없게 됐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농촌 공동체가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다. 농업‧농촌, 농민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 메마른 농촌에 단비가 내리기는 할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4.10 16:06

전북의 정치적 딜레마

민주당은 전북을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여기고 잡은 물고기 마냥 먹이를 주지 않고 국민의 힘은 각종 선거 때마다 표를 주지 않았다 해서 철저하게 외면한다. 도민들은 DJ때 정권교체가 이뤄져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큰 기대를 걸었으나 별반 나아진 게 없었다. 한풀이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죽어라고 표를 찍어줬지만 그 때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대로인 채 임기를 마쳤다. MB가 정동영 한테 5백만표 이상으로 압승을 거둔 바람에 전북 출신들은 중앙관가에서부터 씨가 말랐다. 후보와 동향 이라는 이유로 패배자의 설움을 철저하게 맞봤다. 전북 한테는 문재인 정권 때도 기회였지만 모든 게 립서비스로 끝났다. 정권 초에는 전북을 방문해서 친구로 여긴 듯 싶었지만 쪽수가 적고 계속해서 전북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어 실질적인 지원 보다는 생색내기에 급급했다. 전북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들면서 줄곧 민주당의 텃밭이 되어왔다. 30년 가까이 민주당 일변도로 가다 보니까 반대편인 국민의힘은 들어설 땅이 없었다. 전북에서 국힘 후보로 각종 선거에 나서 승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 없었다. 대선 때도 한자릿수를 넘기느냐가 관건일 정도였다. 이때문에 국힘쪽은 선거 때마다 선거를 포기, 후보를 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정치인은 선거 때 자신이 얻은 표대로 움직이게 돼 있다. 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 전북에서 표가 나오지 않자 아예 전북을 방문하는 것조차 싫어했다. 국가예산을 배분하거나 인재등용도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같은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전북은 도세가 강원·충북 보다도 뒤로 밀렸다. 지난 대선 때 20% 득표를 기대했던 국힘의 윤석열 대통령이 14.4% 밖에 얻지 못하자 그게 전북을 대하는 바로미터로 계속 작용하고 있다. 전북은 30년 이상 믿고 따랐던 민주당이 전북을 위해 해준 게 별로였고 국힘은 표를 주지 않았다 해서 푸대접을 가해 결국 오늘 같은 낙후가 만들어졌다. 정치적으로 유연성을 갖고 대처하지 못한 게 전북낙후를 가져왔다.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이를 타개할 움직임마저 보이지 않아 답답할 지경이다. 민주당 후보로 뽑힌 21대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역량이 크게 부족해 제 앞에 놓인 감도 못 먹을 정도다. 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49명의 정원을 갖고 만들기로 했던 공공의대설립 문제는 두고 두고 비난 받아야 맞다. 문재인 정권 때 남원 출신인 권덕철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이었고 해당 상임위 간사가 김성주 의원이었다. 4·5 재선거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지만 혼자서 전북의 단선적인 정치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민주당이 전북을 집토끼로만 여길 뿐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국힘은 표를 주지 않았다 해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아 전북의 미래가 암울하다. 전북이 정치적으로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충청이나 강원도처럼 갈아 엎을 때는 사정없이 판을 갈아 엎어야 해결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4.09 17:00

김 지사의 실용 인사

취임 10개월을 맞는 김관영 지사의 실용주의 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갓 출범했을 때만 해도 그의 파격적 인사 스타일이 여론 뭇매를 맞으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기 때문이다. 선거 전리품인 양 캠프 출신과 측근 관료가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한 관행에 익숙한 탓일까. 당시 인사 뚜껑이 열리자 ‘타시도 출신’ 대거 발탁이라는 초유의 일이 본능적 거부감을 유발했다. 언론도 뒤질세라 능력은 제껴둔 채 지역 출신이 아니란 점을 부각시켜 공격했다. 이 와중에도 김 지사는 검증된 인사를 고집하며 나중에 성과를 통해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 확고했다. 초기 인사 논란을 잠재우고 후속 산하기관장 검증 평가에서 대체로 전문성과 능력에서 합격점을 받은 건 김 지사의 뚝심이 빚은 결과다. 민선 8기 출범 직후 도청의 정무라인과 산하기관장 인사 논란이 거셌다. 물론 지역 현안과 관련해 인사 대상자들의 기본 인식이 빈약하고 발언 태도가 기름을 부은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어제 인사청문을 통과한 이규택 전북테크노파크 원장을 비롯해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과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 이항구 자동차기술원장, 조준필 군산의료원장은 그 분야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한쪽에선 이들 경력과 전문 능력을 감안해 보면 ‘하향 지원’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김관영호 산하기관장과 정무라인 인사의 특징은 중앙 무대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발탁했다는 점이 과거와 크게 다르다. 여야 협치를 위해 국민의힘 인사를 도청 3급 협력관에 임명한 것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도청 5급 팀장에게 타시도 정책 벤치마킹을 통해 지역발전 아이디어를 공모해 우수 사례를 정책에 반영하고 담당자를 특진시켜 역동적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도 고무적이다. 민선 자치 출범부터 도청 핵심 보직은 선거 캠프 출신과 측근 관료들이 독점한 게 사실이다. 이들 전면 배치는 일종의 ‘양날의 검’ 이다. 하지만 조직을 장악하는 데는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가 필요한 반면 공무원의 위계 질서가 무너지는 부작용도 있다. 그럼에도 산하기관장과 정무 홍보라인은 도정을 떠받치는 핵심 조직이기에 측근이나 행정관료 중 에이스를 주로 앉혔다. 특히 2인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엔 최측근 복심을 앞세워 무게 중심을 잡아 갔다. 공보관 자리는 기자 출신이 전매특허인 양 발탁돼 도정의 리스크 관리를 뒷받침해 왔다. 도지사가 추구하는 도정 철학에 따라 인사 스타일은 다르기 마련이다. 선거 공신과 측근 관료를 우대한 역대 지사와 달리 김 지사 용인술은 철저하게 성과를 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 인사 기조에 따라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를 선호할 뿐 출생 지역은 크게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행정 수장의 도지사라 할지라도 그는 분명 정치인이다. 차기 선거에서 이겨야만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숙명을 안고 있다. 유권자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그런 맥락이다. 126년 만의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그 위상에 걸맞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 인사는 만사이기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4.06 17:15

대리전 양상 전주을 재선거

대리전(代理戰)은 분쟁 당사국이 직접 전쟁을 하지 않고 동맹국이나 영향력을 받는 나라로 하여금 상대편 나라와 대신 싸우도록 해서 일어나는 전쟁을 말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요즘 한창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서양이 극한 대결을 벌이던 시절,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나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오랫동안 계속된 베트남 전쟁도 실은 또 다른 형태의 대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불릿(bullet 총탄) 대신 밸럿(ballot 투표)을 사용하는 정치의 세계에서도 전쟁만큼이나 대리전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천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정계거물들의 각축전도 따지고 보면 자신을 지지해줄 수하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려는 작업이다. 전북의 경우 지금은 정계 전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으나 정세균 전 총리와 정동영 전 대표가 거의 20년 가까이 영향력을 행사한 까닦에 총선 후보나 도지사를 비롯한 단체장, 심지어 지방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대리전 양상을 벌이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사소한 것 같아도 지역정가에서는 비례대표 도의원 하나 공천하는 과정에서도 지역 유지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민주당 여성 비례대표 도의원 선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전북도당 광역의원 비례대표 자리를 두고 전정희(63) 현 여성교육문화센터장, 이해숙(58) 현 전북대병원 상임감사, 정진숙(60) 전 국민의당 전북도당 사무처장의 경합이 불을 뿜었다. 당시 비례대표 투표 결과 정진숙씨 1위, 이해숙씨 2위, 전정희씨 3위 였다. 그런데 정진숙씨는 맨 먼저 제9대 도의원을 지냈고, 이해숙씨는 10대 도의원을 지냈으며, 전정희씨는 19대 총선때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을 볼때 오늘의 결과가 내일의 상황과는 다를 수도 있음을 잘 보여준다. 비례대표 도의원 경선 당시 지역정가의 쟁쟁한 빅브러더들이 총출동 하다시피해 사실상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번졌던 일은 지금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5일 치러진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이 공천하지 않았기에 대리전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수면하에서 치열한 수읽기와 대리전이 펼쳐졌다는게 정가에 정통한 이들의 귀띔이다. 범 민주당계로 꼽히는 임정엽, 김호서 후보의 경우 외형상 당의 공식적인 지원은 전혀 없었으나 지방의원은 물론, 내년 총선 입지자들이 어깨너머 훈수를 엄청나게 뒀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력한 정치인과 가까운 이들이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하고 있고,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단순히 지역 당원 차원이 아닌 노동단체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총출동해서 도왔다고 한다. 어쨋든 당초 예상과 달리 대리전 양상을 띈 이번 전주을 재선거가 끝난뒤 총선 가도에서는 어떤 대리전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4.05 15:09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전략

“‘일본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를 ‘일본 고유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로.” 일본 문부과학성이 2024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을 심사하면서 일본 초등학교가 사용할 사회교과서를 수정하게 한 내용이다. ‘일본 영토’를 ‘고유영토’로 고치고 다케시마가 ‘한국에 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는 내용도 ‘한국에 불법으로 점거돼 일본은 항의하고 있다’로 바꾸어 영유권 주장을 더 명확하게 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병에 관한 내용은 강제성을 약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수정하게 했다. 강제적으로 징집의 의미를 갖는 ‘징병’ 대신 ‘참가’나 ‘지원’이란 표현을 쓰게 해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했다는 해석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런 시도는 지난해 고등학교 교과서를 대폭 수정하면서 먼저 이루어졌다. 역시 일본 문부과학성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 연행’했다는 표현이 사라진 고등학교 검정교과서를 통과시키면서다. 이 과정에서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강제 징용’과 ‘강제 연행’은 ‘징용’이나 ‘연행’으로 수정됐고, ‘일본군 위안부’ 등의 표현은 사실상 사용을 금지해 삭제됐다. 다른 12종의 사회 과목 교과서들도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바꾸어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했다. 일본은 초중고교용 교과서를 국가가 정해주지 않는다. 민간 집필자나 발행자가 제작한 도서를 교과서로 신청하면 문부과학성이 `교과서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의 심사를 거쳐 적정성 여부를 결정할 뿐 교과서 선정은 자치단체 교육위원회나 학교가 자율적으로 한다. 교과서 검정 통과를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들여 항의하고 성명을 냈다. 어김없이 ‘깊은 유감’ ‘강력한 항의’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역사왜곡 시도가 있을 때마다 취해온 의례적인 방식이니 역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유독 눈길이 가는 내용이 있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는 부분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스스로 사죄하고 반성한 적이 있었던가. 정부는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라며 논란이 된 강제동원 해법을 주도적으로 내놓았었다. 그러나 일본이 보여주는 태도는 여전히 무례하다. 교과서를 통한 역사왜곡 또한 줄곧 자행되어온 터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왜곡의 수단과 방식이 더 노골화되고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 정부의 외교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4.04 15:37

번영로 벚꽃엔딩

봄가뭄이 극심한데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꽃비마저 시원찮다. 엊그제 봄소식을 전한 벚꽃이 절정을 지나 하나둘 꽃잎을 떨군다. 이맘때면 꼭 봄비가 한두 차례 지나면서 낙화를 부추긴다. 올해도 꽃이 다 지기 전에 반가운 봄비가 찾아올 것이다. 자연의 섭리가 그렇다. 봄꽃 개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봄날은 짧아진다. 이렇게 꽃이 다 떨어지면 이 계절은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또 휑하니 지나갈 게 분명하다. 봄날 꽃놀이 명소를 꼽을 때면 빠지지 않았던 곳이 바로 ‘번영로 벚꽃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작로인 ‘전주~군산 100리 길’에 빼곡하게 이어진 하얀 벚꽃 터널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벚꽃축제가 열리고, 축제장이 아니어도 벚나무 아래 꽃그늘에 자리를 잡고 봄을 즐기는 나들이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이 간선도로 곳곳에 임시주차장이 만들어지곤 했다. 하지만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이라 했다. 병해충 피해와 노령화로 인한 고사, 그리고 태풍, 도로공사 등으로 벚나무가 수없이 뽑혀나가고 제때 보식이 안 되면서 꽃길은 시들어갔다. 번영로 벚나무길은 1975년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전북 출신 재일교포들이 기증한 성금으로 조성됐다. 당시 식재된 6000여 그루의 벚나무 중 겨우 절반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조사보고서가 2017년 전북도의회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그렇게 나무가 뽑혀나가면서 흐드러지게 꽃무더기를 피워내던 튼실한 벚나무 대신 앙상한 가지에서 겨우 꽃잎 몇장을 내밀고 마는 가냘픈 어린나무가 자리를 채워갔다. 화려한 명성 속에 30년 가까이 이어진 번영로 벚꽃나들이는 이제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전국의 나들이객들을 유혹하던 번영로 벚꽃축제는 2000년대 들어서 슬그머니 사라졌고, 상춘객의 발길도 끊겼다. 여기에 차량 통행량도 급격히 줄어 도로변 마을은 활력을 잃어갔다. 공교롭게도 벚꽃 터널이 무너져가던 2002년 이 도로 옆에 전주~군산 자동차전용도로가 건설되면서 근대사에 굵직한 자취를 남긴 번영로의 위상은 급락했다. 그렇게 번영로의 명성이 퇴색하기 시작할 무렵 이 길을 대동맥으로 삼아 도약을 꿈꿨던 지역사회도 번영이 아닌 쇠락의 길을 가야 했다. 급기야 이 도로를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벚꽃길 복원사업’에 나섰다. 전북도와 전주‧ 김제‧ 익산‧ 군산시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33㎞ 구간에 벚나무를 새로 심거나 기존 수목을 정비하는 가로수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성과가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인다. 벚꽃은 다양한 꽃말을 갖고 있고, 그 중 대표적인 게 부와 번영이다. 이 도로에 벚나무가 식재되면서 도로명이 전군가도(全群街道)에서 번영로로 바뀐 이유다. 이 번영로에 다시 벚나무가 쑥쑥 자라고 있다. 지역 발전의 염원을 담아 붙인 이름처럼 번성했던 번영로의 벚꽃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4.03 15:52

우물안 개구리 같은 낡은 사고

온 나라가 꽃 대궐이다. 예년에 비해 벚꽃이 2주정도 빨리 펴 화사하기 그지없다. 3년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 받았던 심신을 달래 주려고 이렇게 꽃을 활짝 피게 한게 아닐까. 올 벚꽃은 비바람이 시샘하지 않아 만개한 꽃이 오래간다. 세상사 이치를 벚꽃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성공한 사람을 살펴보면 항상 주변 시기 질투가 뒤 따른다. 4·19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군홧발에 짓밟혔던 젊은 청춘들이 채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그냥 사그라졌다.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들처럼 말이다. 새장에 갇혔던 새들이 자유롭게 날갯짓하며 훨훨 날듯 상춘객들로 엄청나게 붐빈다. 남녘에 있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여수 오동도 금오도 돌산 등지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상춘객의 손길을 유혹한다. KTX 종착역인 여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숙박관광지로 변신을 거듭했다. 돌산대교에서 내항위를 거쳐 오동도로 가는 길목에다가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줬다. 꽃을 찾아 나서는 벌들 마냥 상춘객들도 귓불을 간지럽힌 바다바람을 맞으면서 오동도에서 추억을 아로새긴다. 여수는 EXPO 개최 이후 이름 값을 톡톡히 했다. 인접 순천도 10년만에 국가정원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지난 1일부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갈대밭으로 볼품없던 순천만 일대에다가 세계 35개국 정원을 꾸며 놓아 꽃대궐을 만들었다. 형형색색의 튤립이 활짝 피어 관광객들을 손짓한다. 스카이 튜브를 타고 주변 갈대밭을 한눈에 조망하도록 해 놓은 것도 아이디어다. 관광산업이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부가가치가 높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역적 특색을 살려 순천시가 국가정원을 만들어 관광객을 모은 것을 전주와 전북도가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전북도 전남에 비해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명소가 산재해 있다. 지난해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던 관광객이 1천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대부분 관광객이 전주에 오래동안 머물지 않고 반나절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떠나간다. 머무는 시간이 짧다 보니까 비빔밥이나 콩나물국밥 막걸리 정도 먹고 가기 때문에 큰 돈이 안된다. 머무는 시간을 늘려 잠 자고 가는 전주를 만들어야 한다. 조선조 본향인 경기전이나 한옥마을 전동성당 오목대 이목대 전라감영 갖고는 안된다. 후백제 수도였던 궁궐터 등을 빨리 발굴조사해서 전주의 랜드마크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그간 전주는 역사문화도시로 보존에만 급급했는데 우범기 전주시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개발에 방점을 찍은 것은 잘 한일이다. 종합경기장을 허물어 광주 상무지구에 있는 김대중 컨벤션센터보다 두배가 큰 컨벤션센터를 짓기로 한 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 마이스산업을 육성해야 전주가 관광도시로 새롭게 발전해 갈 수 있다. 대한방직터도 하루빨리 특혜시비 논쟁을 끝내고 개발하도록 해줘야 한다. 시장이 개발하겠다고 나서면 일부 시민사회단체서 존재감을 부각하려고 발목부터 잡고 나선 못된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 전주시민들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낡은 사고를 벗어나야 전주가 발전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4.02 17:53

탄력 받는 ‘후백제 재조명’

후백제와 관련해서 요즘 다양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작년 12월 ‘후백제 특별법’을 계기로 역사적 의미 재조명과 함께 세미나 토론회 등이 활발해졌다. 전주가 우리 역사의 중심에서 전국 패권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에 도민들 반응도 뜨겁다. 비록 존속 기간이 37년의 짧은 역사였지만 후백제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각인시킨 국가였다. 견훤왕이 900년 전주에 도읍지 터를 정한 이후 지금도 곳곳에 과거의 숨결이 오롯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역사 기록이 철저하게 승자의 관점에 따라 편향되거나 왜곡되기 일쑤여서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후백제 역사와 그 발자취가 어떠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갈수록 쪼그라드는 전북의 총체적 위기 상황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모든 사회 지표가 전국 하위권을 맴도는 가운데 미래 성장 동력마저 뒷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에 밀려 존재감은 다소 퇴색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문화도시 시민으로서 전주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더욱이 후백제 중심축이 전주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의미는 한층 더해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전주가 후백제와 연결되는 것 자체를 애써 부인하고 탐탁치 않게 여기는 기류가 지역에 존재했다. 1100여년 전 패망한 후백제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부정적인 데다 역사적 가치도 평가절하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이 어렵게 뿌린 후백제 재조명 작업이 마침내 싹을 틔운 것이다. 최근 이같이 활발한 움직임은 지난주 전북일보가 주최한 후백제 학술 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반영됐다. 4시간 동안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그동안 묻혀 있던 후백제의 재발견에 의미를 부여하고 깊은 공감대를 넓혀갔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유적 발굴 복원과 함께 보존이 시급하다며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우범기 전주시장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선거 공약에도 후백제 복원을 명문화하고 실제 ‘왕의궁원 프로젝트’ 를 가동함으로써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에게는 유적 복원 못지않게 관광 자원 활용이라는 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전주는 후백제 왕도이자 조선 왕조의 본향이다. 사실 문화 예술 도시의 명맥을 유지하는 그 뿌리다. 한옥마을에 가면 양반 이미지의 문화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도 시민 의식과 생활 속에 곧추세우고 있는 자존감 때문이다. 특별법 이후 후백제와 관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진실과 유적 복원에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따라서 자치단체를 비롯해 학계 언론에서 후백제 재조명과 함께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백제라고 부르며 당당하게 백제인으로 살았던 그들의 역사를 ‘후백제’ 라 칭한 것도 후대 학자가 편의상 백제와 구분하기 위함이다. 강대한 고구려 영토까지 편입시키려 했던 후백제의 진취적 기상을 통해 무기력한 전북의 현실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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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3.30 17:51

갑을(甲乙)관계와 갑질, 을질

중국 첫 통일 위업을 달성한 진나라 시황제를 도와 승상 자리에 올랐던 이사가 젊은 시절 말단관리를 할 때의 에피소드다. 어느 날 측간을 갔는데 관청 측간의 쥐는 허접하고 더러운 것을 먹다가도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오면 그때마다 무서워서 놀라 달아난 반면, 양곡 창고에서 사는 쥐는 제 맘껏 쌓인 곡식을 풍족히 먹으면서도 큰 집에 살아서 그런지 사람이나 개를 전혀 개의치 않고 먹더라는 것이다. 이것을 본 이사는 무릎을 탁 치면서 “사람이 어질다느니 못났다느니 하는 것은 결국 쥐처럼 자신이 처한 환경에 달렸구나”했다. 큰 도둑은 대우받는 반면 좀도둑은 늘 허겁지겁 뛰면서 이눈치 저눈치 보는 측간의 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큰 물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만고풍상 끝에 승상자리에 오르게 된다. 말년은 불운했으나 어쨋든 이사의 일화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요즘 도의회나 시군의회가 해외연수를 간다고 해서 도하 언론에서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 훨씬 많은 혈세를 들여 외국에 가는 국회의원은 신문 동정란에 버젓이 실려 마치 큰일이나 한것처럼 대우받는 반면, 1년에 한번 해외에 나가는 지방의원은 측간의 쥐처럼 좁쌀 좀 먹으면서 눈치까지 봐야 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사회의 구조를 잘 들여다보면 양곡 창고의 쥐 보다도 측간의 쥐가 더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후 해외연수에 나가는 의원들의 행태는 실로 가관이었다. 대부분 외국 방문 경험이 전무했던 지방의원들은 밤새워 고스톱을 치는 것은 보통이었고 새벽 시간에 의회 직원을 불러 라면을 끓여오게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공개적인 면박을 주는 것은 예사였고, 자신의 짐을 직원에게 들게 하는 것도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한 세대만큼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적어도 의원과 직원들 간 부당한 갑을 관계는 없는 듯하다. 지난번 전북도의회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의장과 사무처장이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는 일까지 있었고 심지어 도의원과 도교육청 과장이 언성을 높이며 다툰 사례도 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완력으로 억누르려는 추태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요즘에도 지방의회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갑질 얘기가 들리곤 한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본인만 모를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거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굴다가 갑질로 찍혀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이젠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문제라고 한다. 자신의 약자 지위를 역이용해서 횡포를 부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일을 안 하거나 못하면서 입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대체로 말이 많고, 대외적으로는 마치 자신이 큰 수난과 피해를 당한 것처럼 포장하는데 능숙하다. 갑질뿐 아니라 을질도 척결돼야만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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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3.29 15:54

'예술가 기본소득'

2011년 1월, 여성감독의 죽음이 전해졌다.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로 데뷔한 이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6년에는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로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촉망받던 여성 감독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놀랍게도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생활고였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었던 그는 여러날 째 굶고 있었다. ‘쌀과 김치가 있으면 조금 더 얻을 수 있을까요.’ 이웃집에 붙였다는 이 쪽지 한 장. ‘아사(굶어 죽음)‘란 단어가 더해진 이유였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예술인 복지법이 만들어졌다. 2012년 11월부터 시행된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증진 시킨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른바 예술인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예술인들의 복지와 권리는 나아졌을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로는 예술 활동을 하지만 수입이 아예 없는 예술인이 43%나 된다. 코로나 시기를 고려한다 해도 열악한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예술인 복지정책의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에 따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예술인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1일 예술 활동 증명을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의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심사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갖도록 제도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예술인 복지정책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형식만 앞세우고 내용이 없다면 정책 자체가 무용지물일 뿐. 때마침 '’예술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는 아이랜드의 소식이 있다. 예술가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매주 325유로(약 45만5천원)를 생활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가들에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생계 걱정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실험에 지원서를 낸 예술인은 9천 명. 이 중 2천 명이 선정돼 지원을 받는단다. 공짜 돈을 준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지만, 아일랜드의 실험은 꽤 의미 있어 보인다. 알고 보니 ’예술가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여럿이다. 우리나라도 이 행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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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3.28 17:04

계륵이 된 버스터미널

도시의 관문인 버스터미널이 ‘계륵(鷄肋)’이 됐다. 놓을 수 없는데 들고 있기는 버겁다. 인구가 감소한 데다 코로나19로 주민의 이동 반경마저 좁아졌다. 승객이 크게 줄면서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버스 감축 운행과 노선 폐지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경영 악화로 인해 문을 닫는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속출하고 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민간 운영사의 결정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전북에서도 지난해 남원고속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앞서 남원 반선터미널이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2021년에는 김제 원평시외버스터미널,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익산고속버스터미널이 영업을 종료했다. 또 지리산의 관문인 인월터미널도 올 초 남원시에 폐업을 통보해 지자체에 숙제를 안겼다. 이렇게 민간업체가 포기한 버스터미널은 시외‧고속 통합터미널로 운영되거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인구절벽 시대,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소멸을 부추길 수 있는 버스터미널 폐쇄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역사회 파국을 막는 일은 결국 지자체의 몫이 됐다. 폐업한 터미널을 매입해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정읍 신태인버스터미널과 임실 오수버스터미널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터미널을 공영화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구절벽 시대, 지방도시 여객운송업의 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될 수밖에 없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터미널 직영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출구 없는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창군이 “민간사업자가 폐업 의사를 전해온 고창터미널을 인수해 직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도시재생 혁신지구 공모사업’에 선정된 고창군이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터미널을 주상복합 건물로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버스터미널 신축 예산은 국가 공모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향후 직영체제에서 부담해야 할 운영비는 국비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버스터미널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이다.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장기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단체처럼 지방 중소도시 주민들도 이동권 보장을 촉구해야 할 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버스와 여객터미널이 핵심 대중교통수단 및 사회기반시설로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업계‧지자체와 긴밀히 소통해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권은 공공서비스의 영역이다. 당연히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버스터미널마저 없는 도시는 ‘살기 좋은’이 아닌 ‘살 수 없는’ 지역이 된다. 지방소멸 위기에 몰린 전국 각 지자체가 어쩔 수 없이 택한 대안이 버스터미널 직영이다. 버스터미널 유지‧운영에 국비를 지원해 달라는 지자체의 눈물겨운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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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3.27 17:02

특별자치도에 맞는 정치구도

여야 모두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고 절치부심한다. 4·5일 전주을 재선거에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은 것도 내년 총선 전략의 일환이다. 전주 재선거 한석에 연연했다가는 당 전체가 멍들게 할 수 있다고 여겨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 취임 2년차를 맞이한 윤석열 정권은 여소야대 정국 구도하에서는 제대로 국정을 펼칠 수 없다고 판단, 내년 총선에서 여대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역대정권마다 집권 초부터 개혁을 주창한다. 윤 정권도 대선 때 0.73%의 박빙 차이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다수의석을 점하려고 그간 진보정권에서 금기시했던 노동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을 혁신과제로 삼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장동사건을 집중 파헤쳐 결국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으로 기소까지 했던 것. 국회에서 가까스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 됐지만 자당 이탈자가 많아 불체포특권과 평소 법 앞에 평등이라고 강조해온 이 대표의 소신에 흠집이 가해졌다. 국힘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최대한 활용, 내년 총선 때까지 계속해서 흔들어 댈 것이다. 이 대표가 단돈 일원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지만 김만배 정진상 유동규 재판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지지를 철회하고 당내 비명계 의원들은 당 대표직을 사퇴하라고 강력히 청원하고 나섰다. 지난 4∼6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27.8%로 국힘과 14.5% 격차를 보였다. 지난 3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서울 호남 40대 지지율이 두자리수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전라 지지율이 51%로 직전보다 14% 하락했고 40대 지지율이 39%로 직전 보다 10%가 하락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북은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뭔가 전북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치구도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전북이 호남으로 묶여 민주당 숙주 노릇을 할 게 아니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어떻게 전북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4·5 재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어떤 후보를 찍어야 전북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를 헤아려야 한다. 6명의 후보 중 국힘 진보당 무소속 4명의 공약을 비교하면서 국힘과 진보당 공천을 받은 후보는 어떤 인물인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도민들은 내년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전북이 어떤 정치지형을 만들어 가는게 옳은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도내 국회의원들은 친명계 눈밖에 나면 공천을 못받을까봐 입이 있어도 제대로 말을 못한다. 박용진 의원이 말한 것처럼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개딸(개혁의 딸)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다.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 오히려 힘을 약하게 하는 것 밖에 안된다. 강원도나 충청도처럼 갈아 엎을 때는 전북도 사정없이 갈아 엎어야 전북이 살 수 있다. 전북이 지금처럼 민주당 무풍지대로 계속해서 남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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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3.26 15:42

균형 발전이야, 선거 효과냐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막무가내식 헐뜯기 공세가 점입가경이다. 그야말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당리당략에 함몰된 소아병적 태도다. 이로 인해 정치인 불신은 물론 정치 혐오증만 부채질하는 꼴이다. 마치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무조건 굴복시키는 데만 골몰한다. 국정 파트너로서 동반자 개념은 아예 없고 극단적 대결을 통해 강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는데 목을 매는 양상이다. 문제는 내년 총선 승리에만 집착해 국정 운영에도 이런 정치권 기류가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아성인 전북의 존재감은 타시도의 활발한 메가시티 바람에 밀려 위축되는 모양새다. 50년 넘게 대명제가 된 지역 균형 발전 취지도 이젠 구호에만 머물러 빛바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만금 찔끔 예산 등 과거 정부에서 설움을 겪어 온 도민들 입장에선 여전히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주 발표한 정부의 15개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에서 전북은 익산 식품클러스터와 완주 수소특화가 포함됐다. 수도권 집중화 추세와 함께 전북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그래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북은 372만㎡로 전국 총 면적 4000만㎡ 중 강원과 경남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적다. 대전 충청 1282만㎡을 비롯해 대구 경북 769만㎡, 경기 710만㎡, 전남 511만㎡과 비교하면 당장 눈에 띄는 게 대전 충청이 전북보다 3배 이상 크다는 점이다. 양 지역의 격차가 벌어진 것을 두고 정치공학적 해석 말고는 뚜렷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최근 선거에서 투표 흐름을 보면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 대전 충청의 표심이 지난해 3월 대선의 결정적 승부처였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근소한 0.73% 차이의 피 말리는 싸움에서 이 지역 민심이 윤석열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경기는 5% 안팎의 박빙 레이스가 펼쳐진 가운데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지지를 보냈던 표심이 5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것이다. 6월 이곳 지방선거에서도 4곳의 도지사 광역시장을 국민의힘 후보가 싹쓸이함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한 셈이다. 이 외에도 대구 경북은 정부 여당의 텃밭이다. 최다 유권자를 기록한 경기도는 선거 때마다 여야 전략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두 지역이 국가산단 면적 2, 3위를 차지했다. 본인들은 극구 부인해도 정치인의 속성은 선거를 통한 권력 장악에 있다. 대전 충청 지역 표심에 담겨진 전략적 의미를 전북 도민들도 주목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전체 판도를 좌우하는 그들의 선택이야말로 과거 수도권과 호영남 지역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비롯됐다. 산업 생태계 지도를 바꾸며 중부권 핵심 지역으로 발돋움한 배경이다. 동병상련 처지에 놓인 전북도 갈수록 지역소멸 위기감이 높아지는 데다 타시도와의 경쟁력에서 뒤처진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선거를 통해서라도 제2, 제3의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생각이 제가 과문한 탓일까.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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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3.23 17:57

의료원장과 전북공공의대

2005년 6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전북대병원 간담췌외과 수술실. 30대 후반의 한 회사원이 건강을 잃은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웠다. 간경화에 이어 간암으로 악화한 아버지의 생명을 살리는 길은 딱 한 가지, 간 이식밖에는 없기에 기꺼이 기증을 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북에서 뇌사자의 간 이식은 있었으나 생체 이식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다. 전북지역 제1호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맡았던 당시 집도의는 조백환 현 진안군의료원장과 유희철 현 전북대병원장이었다. 그리고 간 이식을 한 아들은 정강선 현 전북체육회장이었다.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전북에서도 침묵의 장기인 간에 발생한 경화나 암을 치료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 이식 수술이 보편화돼 있다. 집도의였던 조백환 교수는 지금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진안군의료원에서 제2의 꿈을 펼치면서 농촌지역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하면서 삶의 전 궤적을 통해 가장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조 교수의 역량과 헌신적인 태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의사 선배인 위상양 원장이 농촌지역 의료원장을 적극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임실의료원장과 장수의료원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던 위 원장은 의사로서는 박봉에 가까운 급여를 받으면서도 오랫동안 농촌지역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헌신해온 참 의료인이다. 시골의 의료공백 사태는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경남 산청보건의료원의 경우 내과 전문의 한명을 채용하는데 연봉 3억6천만원을 제시하고도 적격자가 없어 4차례만에 겨우 찾았다고 한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연봉 4억2천만원을 제시했으나 단 한명만 지원했다고 한다. 전북은 대표적인 의료공백 사태로 신음하는 지역이다. 산청이나 속초보다 더하면 더했지 상황이 나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군산의료원은 1명이던 안과 전공의가 그만 둔 이후 15개월째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며칠전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석상에 선 조준필 군산의료원 원장 후보자의 경우 전북과의 연고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차고 넘치는 경력을 지녔다고 한다. 연세의료원 외과와 아주대학교 병원 응급의료학과 교수로 근무했고, 경기도의료원장 및 대한응급의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는 거다. 이제 더 이상 지역사회의 의료공백을 방치할 때가 아니다.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의사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료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서남대 폐교당시 고육지책으로 나온 대안이 남원공공의대 설립인데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지역 의료공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반드시 착점해야 할때 놓치고 가면 훗날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남원공공의대 문제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북공공의대 문제 해결을 위해 말로아닌 행동이 결행돼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3.22 14:36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이 관측한 지진 중 최대, 19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도 네 번째로 강력한 대지진이었으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지진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설상가상 강진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는 센다이 등 해변도시를 덮쳤다. 도시는 순식간에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진의 여파는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까지 이르러 건물이 붕괴하고 대형 화재가 이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가 더해졌다. 높이 15m나 되는 쓰나미에 결국 침수된 후쿠시마 원전. 격벽이 붕괴하면서 후쿠시마 도쿄전력 제 1원전의 1,2,3,4호기가 차례로 폭발했다. 이어진 재난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누출되기 시작한 다량의 방사능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 1원전 사고 수준을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7등급이라고 발표했다.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중 최고 위험단계였다. 원전이 폭발하면서 누출된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는 가장 위험한 땅이 됐다. 방사능이 퍼지면서 암 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그 증거 중 하나다. 그러나 원전 방사능 오염은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21년, 2~3년 후에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예고했다. 해양 방류는 방사능이 섞인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흘려보내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명칭까지 바꾸며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오염수가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바다로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퍼지게 되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인접국가의 해양 환경을 비롯해 인체와 수산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폭발사고가 난 지 12년. 일본이 예고한 방류 시기가 올해다. 당초 4월로 예정되었으나 이제 6월로 미뤄진 모양이다. 어찌됐든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바로 눈앞에 와 있는 셈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에 있었던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일한의원연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는 보도가 있을 뿐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전한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산케이신문의 보도도 있다. 당연히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궁금해지지만, 대통령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사실조차 ‘구체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피해국이 될 처지인데도 어정쩡한 이 상황. 군색하기 짝이 없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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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3.21 17:55

‘글로컬’과 지방대학

한때 ‘글로컬(Glocal)’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의미한다. 수도권 1극체제가 고착된 대한민국의 수도권 밖 지자체에서 글로컬은 지역의 미래를 제시하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새로운 체제로의 대전환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글로컬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기대뿐이었다. 사람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된 수도권은 그 공간을 더 키웠고, 지방은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하는 교육부의 공모사업을 통해 자구노력을 이어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긴박한 지방위기의 시대, 글로컬이란 용어는 쓰임새가 확 줄었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새삼스럽게 글로컬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과감한 혁신으로 세계적 수준에 도전하는 지방대 30곳을 뽑아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육성하는 ‘글로컬 대학 30’ 사업이다. 5년 간 한 곳당 1000억원을 지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학 지원 사업이다. 돈줄을 쥔 교육부가 다시 막대한 재정지원을 내세워 새로운 공모사업을 통보한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명칭의 지방대 지원정책이 나왔다. BK21(두뇌한국21), CK(대학특성화사업), 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LINC(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지만 대학 혁신과 경쟁력 향상이라는 해묵은 과제는 그대로 남았다. 명칭만 바뀔 뿐 접근방식은 차이가 거의 없었고, 뚜렷한 성과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이름만 바꾼 지방대 지원정책이 발표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 정부는 “지자체와 대학이 지역소멸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지역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설계·운영하는 혁신적인 재정지원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에 이어 글로컬 대학 육성정책을 내놓았다. 백약처방에도 불구하고 고사 위기에 놓인 지방대를 어떻게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 지역성장을 이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 강력해진 ‘수도권 1극체제’ 속에서 지역과 함께 죽어가는 지방대를 글로컬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이 민망할 정도다. 지방대와 지방 위기의 원인은 저출산 및 수도권 집중에 따른 인구 감소에서 먼저 찾을 수 있다. 벼랑 끝 위기에서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해서 추진하는 이 정도의 졸속사업으로는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돈으로 될 일이 아니다. 지방의 위기가 곧 국가 존립의 위기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가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수도권 위주의 국정운영 기조에서 벗어나 지방대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이고 입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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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3.20 15:59

기업유치가 정답

광역이나 기초단체마다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을 유치해야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동시에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단체장들이 손길을 내민다고 해서 그냥 오질 않는다. 인센티브나 숙련된 기술력 제공여부, 정주여건 등 교육 문화적 여건까지도 종합적으로 파악한후 결정한다. 과거 울산으로 가기로 돼 있던 삼양사가 전주 팔복동 공단으로 온 것은 특별히 창업주인 수당 김연수 선생이 전주 유지들의 간곡한 권유가 있었기에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려서 입주했다. 물류비와 기존 공장과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울산으로 가는 게 이익이었지만 고창이 고향인 관계로 전주에다가 삼양사 공장을 지었다. 우리나라 공단은 거의 항구를 낀 임해공단으로 조성해서 그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경인공업단지나 부산 평택 대불 포항 울산 여천 석유 콤비나트 등이 대표적 사례다. 대규모 항만을 끼고 공단을 조성한 것은 원부자재 입출입이 간편하고 제품 수송에 따른 물류비를 함께 절약할 수 있어 그렇게 한 것이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전북은 거의 낙제점이다. SOC확충이 필수적인데 새만금의 경우 아직 걸음마 단계에 놓여 있다. 천혜의 항구로 평가 받는 새만금신항은 주변 항구의 견제 때문에 선석 규모도 적고 배후단지마저도 국가재정사업으로 아직껏 확정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해외바이어들은 시간이 돈인 사람들이라서 공항에서 한시간권 아니면 오기를 꺼려한다. 공항이 없는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절대 불리하다. 새만금사업이 30년이 지났어도 매립이 끝나지 않아 어느 쪽이 바다인지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인데 누가 선뜻 나서서 입주하려고 하겠는가. 대동강물을 팔아 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보다 더 한 감이 없지 않다. 매립이 안된 바다를 도상에다가 올려 놓고 설득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른 지역은 완공된 공단에서 기업유치를 하지만 새만금은 공단이 완전히 조성되지 않은 불모지에서 기업인들을 설득해서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몇배의 노력이 더 든다. 함께 혁신 함께 성공을 도정구호로 내건 김관영 젊은 지사가 그 만큼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부산 가덕도 공항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5년이상 공기를 단축, 2029년에 개항하는데 새만금공항은 정부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기를 단축해서 조기개항을 할 수 있는데도 그 의지가 안보인다.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도 항만 공항 철도가 완벽하게 갖춰져야 기업유치가 활발해져서 제 기능를 다할 수 있지만 그렇지를 못한다. 특히 타 시도에서 경쟁적으로 식품공장을 유치하고 나서 전북만의 사업으로 식품산업을 특화 시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전북도가 산토끼만 잡으러 다닐 게 아니라 있는 집토끼도 잘 키워 줄려는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주문한다. 예전처럼 수도권 집중화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북이 타 시도와 경쟁해서 기업유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힘이 절대 필요하다. 말로만 원팀 운운할 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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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3.19 15:26

개혁 공천의 조건

‘네탓 내탓’ 이란 말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전북의 미래 성장 동력을 좌우하는 지역 현안과 관련해 이를 해결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들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모를 리 없는데도 예산 칼질을 당하고, 계류 법안으로 질질 끌고. 결국엔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을 겪어도 누구 하나 자책하며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악착같이 매달려 끝장을 본다는 결기에 찬 언행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름 막후에서 역할을 다했는지는 몰라도 드러난 성적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역구 예산 확보했다며 길거리 플래카드 홍보에 신경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 역할을 못한 정치인도 문제이지만 선거를 통해 그들을 뽑은 유권자도 마음이 편치 않긴 매한가지다. 이런 부정 평가 속에 국회의원의 존재감을 뽐낸 건 작년 말 제정된 전북특별자치도법이다. 김관영 지사와 함께 여야 핵심 의원들이 협치 차원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것도 강원도는 14년간 공을 들였는데 전북은 불과 6개월 만에 속성 처리한 셈이다. 그제 발표한 익산 식품클러스터와 완주 수소특화 국가 산업단지 선정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두고 두고 곱씹어봐야 할 게 남원 공공의대 실패다. 2018년 서남대 폐교가 결정되자 정부는 이곳에 2024년 공공의대 개교를 약속하고 일부 예산까지 확보했다. 당시 국회 소관 상임위는 물론 전체 의석도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둔 민주당이 과반을 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공공의료 인력 양성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말 그대로 ‘숟가락만 들면’ 되는 다 차려진 밥상이었다. 그런 천재일우의 기회도 놓쳤다.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소통을 중시하며 팀웍에 녹아들 수 있는 원팀 정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당 독점 체제로 인해 사실상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압도적 상황에서 선거를 통한 옥석 고르기는 무의미하다.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책임감이 그만큼 엄중해졌다는 뜻이다. 뼈를 깎는 자기 쇄신과 함께 유권자 눈높이에 맞는 공천 혁신이 그것이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현역 물갈이 여론이 비등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향후 권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쇄신론이 거세진 것도 결국 세대 교체론과 연결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공천 TF가 13일부터 가동돼 4월 10일 전까지 총선 공천안을 확정 지을 방침이다. 호남과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여야 후보간 진검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페널티는 선출직 평가위의 하위 20%에 포함되면 감점 요인이 고작이다. 정치 신인보다 현역들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 불공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전북은 어느 지역보다 당선 확률이 높은 만큼 그에 따른 인물 경쟁력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게 사실이다. 기득권 포기가 혁신 공천을 담보하는 출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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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3.16 16:06

내부총질과 농생명수도

이승만 장기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은 남원 출신 김주열열사다. 자유당 정권의 몰락은 소위 3∙15 부정선거로 인해 집단시위가 일어나던 와중에 김주열 열사의 눈에 최루탄이 박힌 사진 한 컷이 부산일보 지면에 소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냥 묻혀서 지나갔지만 사실 어제는 3∙15 부정선거라는 어두운 기억의 편린이 남아있는 날이었다. 1987년 발표된 중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인데 3∙15 부정선거로 무너져버린 1950년대말 60년대초 자유당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시골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부조리한 권력관계를 그려낸 매우 빼어난 작품이다. 소설은 공직사회에서 좌천된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강원도 시골 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5학년 한병태란 아이의 이야기다. 엄석대 반장이 군림하는 학급의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했지만 끝내 굴복하고 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반장이던 엄석대 왕국도 결국 붕괴되고 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엄석대를 끌어내 윤석열 대통령과 소위 윤핵관들을 에둘러 비판하면서 주류, 비주류간에 엄청난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편에선 엄석대라고 하고, 다른편에선 훌리건이라고 하는 등 내부총질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권뿐 아니라 야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이후, 내홍이 깊어지면서 내부총질 논란이 번지고 있다. 전북도는 최근 '대한민국 농생명산업 수도, 전라북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야심찬 농생명산업 수도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이를위해 전북도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7조3,8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식품기업 매출액 7조 원 시대를 열고 '농민 행복' 실현을 통해 농가소득을 6,000만 원대로 진입시키겠다는 거다. 김관영 지사는 "올해부터 전북이 가진 농생명 신산업 고도화와 새만금 농생명 용지에 신공항 건설, 신항만, 철도 트라이포트와 연계한 새만금 글로벌 푸드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통일왕국은 아니었지만 전주가 잠시 후백제의 수도였던 것을 제외하곤 언감생심 전북이 반만년 역사에서 언제 수도였던 적이 있던가. 농생명산업 수도는 그래서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머물러선 안되고 명실공히 전북의 틀을 새로 바꾸는 모멘텀이 돼야한다. 그렇게 되려면 하나의 전제가 있다. 지역에서 내부총질이 있어선 안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새만금관할권 논쟁으로 인해 군산, 김제, 부안 등이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관할권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 자치단체는 변호사비만 10억원 넘게쓰는가 하면 또다른 시군에선 5억원 넘게 지불하면서 대형로펌을 사는 것은 결국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농생명수도의 실현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시군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지만, 전북내부의 단합 없이는 결국 농생명수도나 전북특별자치도는 쉽지않다. 김 지사가 정치적 부담이 크더라도 결국 이 갈등을 정면돌파해야 하는 이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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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3.15 12:07

국가 '보물'이 된 한글편지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 옛사람들에게 편지는 일상의 중요한 소통 도구였다. 안부 인사나 사적 공적 용건뿐 아니라 가족 친척에게 인사를 전하거나 바쁜 농사일에 매달려 있는 고통을 토로하고, 관직을 떠난 선비가 어지러운 정국을 걱정하거나 조의를 표하는 일까지도 직접 쓴 편지로 마음을 전했다. 그래서 옛 편지는 개인적인 글이지만 옛사람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조선 후기 사상가 다산 정약용이 말년을 보낸 유배지에서 가족과 친지들에게 보냈던 편지도 그렇다. 특히 다산은 아들과 제자들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는데 아버지의 자상한 사랑과 스승의 정이 넘치면서도 더 좋은 세상을 향한 사상과 의지를 담고 있는 이 편지들은 지금도 소중한 깨우침을 전하는 인생 교훈의 지침서로 읽힌다. 역사자료가 된 편지도 많다. 2009년 초에 공개된 정조의 <어찰첩>도 그 중 하나다. 정조의 어찰첩은 작고하기 전 4년 동안 좌의정 심환지에게 보냈던 편지 묶음이다. 어찰첩에 담긴 편지만 297통. 정조는 편지를 보내면서 지속해서 ‘이 편지를 폐기하라’고 지시했지만 심환지는 따르지 않고 편지를 받은 날까지 꼬박꼬박 기록해 간직했다. 흥미로운 것은 비밀스럽고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담고 있는 이 편지가 한편으로는 ‘선비 군주’로만 알려져 있던 정조가 막후정치에 능한 정치가였고, 성격도 다혈질이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통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530년 전 아내에게 쓴 편지가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무관인 나신걸(1461~1524)이 아내에게 보낸 한글 편지다. 1480~1490년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훈민정음이 반포(1446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쓰여진 것이어서 당시 사람들이 한글을 어떻게 썼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조선시대 언어 등 생활문화상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로 가치를 인정 받는다.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에 있던 그의 아내 신창 맹씨의 무덤에서 나왔다.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將帥)가 혼자 가시며 날 못가게 하시니 못가서 못 다녀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편지 전문 중-” 내용을 들여다보니 집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남편이 아내에게 전하는 애틋한 감정과 가족에 대한 안부, 함께 있지 못하는 미안함, 챙겨야 할 농사일 등 수백 년이 지난 오늘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형식도 내용도 의미 있는 또 한 통의 귀한 옛 편지가 우리 곁에 와있으니 반갑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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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3.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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