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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부정 이미지에 해외 연수를 둘러싼 추태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의원 입장에서도 그만큼 신경 쓰이고 부담감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들 표정은 매우 못마땅하다. 의정 활동도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관광성으로 비춰지는 해외 연수에 대해선 일단 부정적이다. 마치 MT가는 양 의례적인 데다 무늬만 연수지 관광 의도가 노골화 되다시피 해 언론 표적이 된 지 오래다. 주위의 이런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원들이 해외 연수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걸 보면 오해받기 십상이다. 이같은 논란 속에 얼마 전 전주시의회가 12대 들어 추진하는 해외 연수 시민 보고회를 갖고 소통의 장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해외 연수는 사전에 공무출장 계획서 제출과 심사 과정을 거쳐 전체 윤곽을 잡는다. 절차와 규정 등이 촘촘하게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건 연수 목적과 달리 관광이 주를 이룬다는 것. 누가 봐도 본말이 전도된 상황에서 기관 방문 1-2군데는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기 일쑤다. 심지어 결과 보고서도 인터넷을 베끼고, 여행사가 써준 그대로 제출한다. 그렇다고 연수 기관 시찰 위주로 무미건조한 스케줄이 짜여진다고 해도 효과는 의문시된다. 연수 취지와 관광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견문도 더 넓힐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핵심 과제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연수 결과를 어떻게 연결시켜 시민 이익으로 반영하느냐 여부다. 무엇보다 연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안 제시에 주목한다. 3-4명 소그룹 단위는 기관 섭외와 통역, 항공권 등 비용 상승이 만만치 않아 가급적 파하는 게 상책이다. 인터넷 정보 홍수시대 여러 나라를 ‘찔끔 연수’ 하는 것보다 한 국가에서 3-4개 주제를 집중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면, 의원 전체가 동행하되 상임위별로 현지 연수는 별도 진행하는 식이다. 사전 예약과 일정 조율이 쉽고 경비를 절약해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덧붙여 시장 군수와 지방의원 포함해 국회의원, 관계기관까지 함께 팀을 꾸리는 방안도 관심을 끌었다. 다소 껄끄러운 동행이지만 지역발전의 큰 틀에서 보면 공감대 형성과 추진 동력 확보라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아직은 해외 연수에 대한 시민 여론이 곱지않은 상황에서 시민 보고회조차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시민들과 함께 공개 장소에서 연수 결과를 놓고 해법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진일보한 평가를 받는다. 주민들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하고 나름 새로운 돌파구 모색의 일환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모아짐으로써 시민 이익과 부합되는 연수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잘못된 점을 번연히 알고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지방의원도 이처럼 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긍정적 변화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전주시 만성동 법조타운 뒤편에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 인류 역사를 관통하면서 현행 법 체계의 기반을 닦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던 주요 법률이 소개돼 있다. 그중 눈에 띄는것은 바로 함무라비법전이다. 지금부터 약 3800년전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왕 때 편찬된 최초의 성문법인데 로마법대전, 나폴레옹법전과 더불어 세계 3대법전중 하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으로 압축되는 함무라비법전은 죄에 상응하는 강한 징벌을 담고있는게 특징이다. 예를들면 “누구든 남의 집으로 들어가는 구멍을 뚫으면(훔치기 위하여 뚫고 들어가면) 그 구멍 앞에서 죽여 묻는다” 라든지, “집에 불이나서 불을 끄러 온 사람이 그 집 주인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고 그집 주인의 재산을 취하면 그 사람은 바로 그 불속에 던진다”하는 식이다. 무자비한 처벌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엄격한 제재를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무려 4천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건축업자와 선원’ 부분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 “건축업자가 타인의 집을 지을 때 견고하게 짓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그 집이 무너져 집주인이 죽었으면 그 건축업자를 죽인다∼ 건축업자가 타인을 위해 집을 짓는데, 집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균열이 발생할 경우 건축업자는 자비로 그 벽을 수리하거나 새로 지어야 한다.” 등등. 수천년 앞을 내다본 것인가, 모골이 송연해지는 법전이다. 만일 함무라비법전이 오늘날 통용된다면 당장 죽어야 할 사람이 엄청 많다. 순살아파트와 관련된 사람을 함무라비는 과연 지금처럼 가만 놔눴을까. 아니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 바로 묻어버렸을까. 1970년 4월 8일 서울시 창전동 와우산 자락에 들어선 와우아파트의 경우 철근 70개를 써야 할 기둥에 겨우 5개를 집어넣었고 콘크리트는 자갈 섞인 모래 반죽이나 다름없었다. 결과는 붕괴로 인해 아파트 주민 33명과 판잣집 주민 1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싸우면서 건설하자”를 기치로 내건 불도저 서울시장 김현옥의 일처리 방식이 조종을 울리는 대형 참사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1994년 성수대교 붕괴가 있었고 1995년엔 삼풍백화점 참사가 있었다. 시스템의 붕괴와 원칙의 파괴가 부른 인재라며 야단법석을 떨었으나 2023년 지금도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이름도 생소한 순살아파트. 무량판 구조는 대들보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을 떠받드는 건축 방식이다. 설계, 시공, 감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무량판 구조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공사 관행과 ‘무조건 더 싸게’를 강요하는 비용 절감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얘기다. 2000년 전, 로마의 첫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으로 알려진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서두르되 모든 상황을 잘 따져보고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지향점이 어디인지 명확히 해야한다. 우리 주위에 순살치킨이 아닌 순살아파트가 있어선 안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안나 할머니가 그린 예쁜 꽃 그림을 만난 것은 지난해 늦가을이다. 김제에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이끄는 예비 사회적기업 ‘이랑 고랑’(대표 황유진)이 마련한 전시 <어르신들을 위한 나라>에서였다. 김제시 죽산면 면 소재지에 있는 낡고 작은 공간 ‘마을 오픈 갤러리’에서 열린 이 전시는 꽤 많은 이야기를 담아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전시 주인공은 광활면 용평마을의 여섯 명 할머니들. 평균 나이 85세인 이 할머니들 사이에 안나 할머니도 있었다. 전시는 이랑 고랑이 용평마을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진행한 그림그리기 교육의 결실이었다. 이랑 고랑은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초, 용평마을 할머니들과 만났다. 미술을 전공한 젊은 작가들이 의기투합한 이랑 고랑은 코로나 확산으로 위태로워진 환경에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할머니들과 그림으로 소통했다. 유난히 아름다운 꽃 그림으로 눈길을 끌었던 박안나 할머니는 김제시 광활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살아온 토박이다. 7남매를 낳았지만, 아들 하나를 앞세우고 남은 6남매를 평생 이어온 농사로 키웠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농사를 그만두었지만, 소일거리를 위해 몇 종 밭일 거리는 남겨 두었다. 나이가 들면서 일을 줄였지만 아직 손 가는 일이 많아 하루가 길지 않다는 안나 할머니의 일상이 달라진 것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다. 어느 날 마을을 찾아온 어린 선생들이 가르쳐주는 그림그리기를 따라 하면서 할머니는 ‘세상에 이렇게 즐거운 일도 있구나’ 싶었다. 누가 하라고 떠미는 것도 아닌데 틈틈이 시간을 내어 색연필로 그림 그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할머니들의 그림은 문구류나 생활용품에 활용되어 아트상품이 되기도 했는데, 구도나 색의 조화가 남달랐던 안나 할머니의 그림은 그중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놀라운 일이 생겼다. 안나 할머니가 평생 처음 취직한 것이다. ‘이랑 고랑’이 할머니의 생애 첫 직장이다. 직급은 인턴. 할머니의 숨겨져 있던 재능과 감각을 눈여겨본 이랑 고랑의 황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의 공모사업에 선정되자 지난 7월, 안나 할머니를 큰 고민 없이 채용했다. 하는 일은 원화를 그리는 일이다. 일주일 동안 일하는 시간은 24시간. 재택근무와 이랑 고랑 작업실 출근을 번갈아 하면서 근무시간을 채운다. 일흔 다섯 살에 그림을 시작한 풍경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아흔 살에 첫 콘서트를 열고 가수로 데뷔한 앙헬라 알바레스처럼 안나 할머니의 도전이 전하는 울림이 크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생겼어.’ 1938년생 여든다섯 살 인턴, 안나 할머니가 누릴 시간과 기쁨이 길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맨발걷기’가 대유행이다. 영어로는 접지(接地)를 뜻하는 ‘어싱(Earthing)’이다. 지구 표면과의 맨살 접촉, 즉 맨발로 맨땅을 걷는 운동이다. 모악산‧건지산 등 도시 인근 등산로나 산책로에 나가면 신발을 벗어 들고 살포시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열풍이다. 각종 질병 치유와 건강 유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맨발걷기를 통해 말기 암을 극복한 사례까지 속속 발표되면서 너도나도 신발을 벗는다. 어렵지도 않다. 지구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맨땅과 굳은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정작 그 맨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회색 도시를 벗어나 녹색 공간, 산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곳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등산로는 어김없이 거적과 파쇄석으로 덮여 있다. 경사 구간에는 목재 데크나 돌계단이 놓인 지 오래다. 등산객 안전과 토사유실 방지를 위해서다. 이로 인해 폭우나 인간의 발길에 의해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막았지만, 그 흙을 밟을 수는 없게 됐다. 어지간한 높이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말이다. 또 몇 년 전부터는 전국 각 지자체가 ‘무장애 나눔길’ 조성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치 좋은 숲길과 산책로는 빠짐없이 합성목재 데크로 뒤덮였다. 장애인과 노약자‧임산부 등 보행약자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자는데 제동을 걸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나 단체는 없었다. 그때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편리함과 안전을 얻기 위해 진짜 소중한 것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포기했다는 사실을. 그런 지자체들이 이제는 무장애 나눔길 대신 황톳길‧흙길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맨발걷기 열풍에 발 빠르게 편승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주변에서 맨땅, 흙길을 지금보다 수월하게 접할 수 있을까? 기대하기 어렵다. 각종 개발사업이 중단될 리 없고, 이상기후로 극한호우‧슈퍼태풍 등 대규모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이수(利水)’보다 ‘치수(治水)’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사태가 우려되는 비탈면과 절개지, 그리고 하천 제방은 다시 두꺼운 콘크리트로 도배될 게 뻔하다. 또 생활공간에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투수층을 보기도 더 힘들어질 것이다.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빗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물순환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수층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땅의 숨구멍을 막고 있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도시 침수의 원인으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데도 맨땅은 갈수록 줄어든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했다. 선인들은 ‘사람은 본디 흙에서 나서 평생 흙을 딛고 살다가 다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고 여겼다. 사람뿐만이 아니고 만물이 다 그렇다. 지구의 맨살, 흙을 밟지 못하고 사는 삶이 과연 건강할 수 있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국힘으로 정권이 넘어가면서 전북 정치가 더 쇠락해졌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거대 여당을 등에 업고도 대선 때 0.73%로 패한 이후 대장동 개발과 관련, 연이어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야당 역할을 못하고 있다. 초재선으로 짜인 전북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리더가 없어 각자도생하기에 급급, 지리멸렬한 상태다. 문재인 정권때가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정치력이 워낙 약해 전북 현안이었던 남원공공의대 설립이나 제3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를 풀지 못했다. 통상 국회가 선수(選數)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초선도 정치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제 몫을 찾아올 수 있다. 의석수가 10석인데다 정치적 영향력이 별로인 의원들로 전북 정치권이 짜여져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 정치권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열린우리당 시절 정동영 전 의원이 당 대표를 맡아 운영할 때는 국회를 쥐락펴락하는 바람에 다른 당 의원들까지도 지역구 현안 해결을 위해 정 대표를 찾아 나설 정도였다. 국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국힘 정운천 의원이 김관영 지사를 협치라는 이름으로 돕지만 당내 윤핵관 등 실세그룹의 견제가 보이지 않게 작용, 정권초기 때보다 약발이 떨어졌다. 특히 지난 전주 완산을 4.5재선거 때 국힘 김경민 후보가 6명 중 5등으로 완패해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는 정 의원한테도 큰 부담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어낸 여파를 몰아 완산을 재선거에 출마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김 지사와 협치를 통해 그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으로 기회를 넘긴 게 패착이었다고 분석한 사람도 있다. 지금 김관영 지사가 무기력했던 전북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지만 전북 정치권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개인의 정치적 역량에 의존, 현안 해결에 나서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선의 안호영·김윤덕 의원이 지사 경선 때 일합을 겨뤘고 군산 신영대 의원과 강임준 시장이 지사선거 때 엔티여서 군산에서 김 지사 득표율이 가장 낮았다. 다행히도 김 지사가 백년 먹거리에 해당한 이차전지를 새만금으로 유치하려고 전북 정치권을 한데 끌어모아 유치에 성공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 김 지사는 지난 1년 송하진 전 지사가 추진했던 기업유치업무를 승계하면서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이차전지특화단지를 새만금으로 유치하는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 도민들은 정치력이 별로인 현역들을 또다시 국회로 보낸들 무슨 대수가 있겠느냐 면서 무기력하고 존재감 없는 현역들을 팽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법리스크에 얽매인 이재명 대표의 눈치나 살피면서 방탄조끼 역할 하는 현역들을 대거 물갈이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당 혁신위원회가 구성 운영되지만 그들이 오히려 혁신 대상이라고 꼬집는 사람도 있다. 전북 정치권의 위상이 최약체로 도토리 키재기식이어서 강원도나 충청권처럼 갈아엎을 때는 인정사정 없이 갈아엎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무튼 전북이 꼴찌를 탈출하려면 정치력이 약한 도토리급 현역들을 갈아치우는 수밖에 없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갑질과 외압의 진실 공방을 둘러싸고 체육회와 도의회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문제의 심각성은 체육회가 직접 예산 편성과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도의회와 도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는 점이다. 특히 예산 문제는 체육 현안 중 최대 난제로 꼽히며 그동안에도 두 기관과 종종 마찰을 빚었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도 결국 예산 갈등이 불씨를 키웠다. 체육회 사무처장이 본인의 사직을 전제로 사법기관 등의 고발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준섭 처장은 지난 25일 회견에서 도의원 갑질과 청탁, 도청 직원의 협박성 발언을 문제 삼았다. 사실관계는 곧 가려지겠지만 그의 폭탄 발언과 관련해 후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역학 구도를 보면 도의회·도청은 실질적으로 체육회를 견제 감시할 뿐 아니라 예산과 업무 방향에 대해서도 결정적 권한을 쥐고 있다. 도지사가 회장을 겸할 때는 이들 관계가 비교적 원만하고 업무 협조도 잘됐다. 그러나 민선 체육회장 이후 불편한 기류가 역력해지면서 갈등과 마찰이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종목 단체 회장이 부족한 체육 예산에 불만을 품고 도지사 낙선운동을 언급해 큰 파장이 일었다. 도의회 행정 사무감사 때는 대폭 삭감된 예산을 들먹이며 의원이 체육회에 핀잔을 주는 일도 있었다. 민선 회장 시대를 맞아 가장 큰 이슈가 예산 확보 문제였다. 도지사 회장 시절엔 체육회 예산의 80-90%를 도청 지원금에 의존했다. 예산 문제 해결이 회장 역량 평가의 1순위로 떠오른 건 그 때문이다. 만약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그 어떤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민선 초기 혼란과 시행착오를 감안한다 해도 갈등 수위는 예상 외로 높았다. 일각에선 도지사가 지원 사격한 후보가 분루를 삼키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고 설왕설래했다. 그 무렵 정강선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 의혹까지 터지면서 문제는 더욱 꼬여갔다. 이렇듯 예산 문제는 민선 체육회장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체육인들은 이 상황에서 정 회장의 리더십 타격과 함께 추진동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선거에서 젊은 회장을 선택한 건 그만큼 체육 발전의 역동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유의 패기와 추진력으로 기득권에 안주한 무기력한 기운을 걷어내고 힘찬 날갯짓을 함께 하자는 의미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예산 확보다. 그런데 예산 주무 기관인 도의회·도청과의 갈등도 모자라 직접 총구를 겨눴다는 점에서 수습책이 쉽지 않을거란 관측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강선표 체육행정’ 의 진가를 발휘할 때다. 지난 2020년 그가 취임한 뒤 코로나 팬데믹이 덮쳐 체육 현장은 올스톱 되다시피 했다.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고 전북 체육이 용틀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암초에 걸려 가라앉지는 않을까 속을 태운다. 김영곤 논설위원
시간은 항상 동일한 속도로 흘러가지만 개인이나, 기업, 국가 모두 어느 특별한 순간은 두고두고 그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의 경우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2004년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한 기조 연설이 정치적으로 대성하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이 연설은 ABC, CBS, NBC 등 메이저 TV 방송사에서 중계되지는 않았으나, 무려 910만 시청자들이 오바마의 연설에 탄복하면서 일약 중앙정계의 큰 물건으로 각인됐다고 한다. 군산상고는 ‘역전의 명수’로 일컬어지는데 반세기전인 1972년 황금사자기때 부산고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1대 4로 뒤지다가 5대 4로 대역전극을 펼친게 그 계기가 됐다. 1968년 창단된 군산상고 야구부는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한 팀이자 호남 야구를 대표하는 강호다. 김봉연, 김일권, 김성한, 김준환, 김용남, 조계현, 조규제 등 쟁쟁한 야구인들이 바로 군산상고 출신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태동할 때 해태타이거즈의 주요 멤버 또한 군산상고 출신이 주축을 이룬 바 있다. 그런데 군산상고 출신이자 프로야구 원년멤버였던 김봉연, 김일권, 김성한 등 3인이 오는 8월 2일 전주에서 아주 특별한 만남을 갖기로 해 눈길을 끈다. 이들 3인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야구사의 한 획을 그은 레전드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원년에 김봉연은 홈런왕, 김성한은 타점왕, 김일권은 도루왕을 차지한 바 있다. 군산상고와 해태타이거즈 출신 이들 3인방은 8월 2일 전북체육회관에서 유물 기증식을 가질 예정이다. 전북체육역사기념관 건립에 써달라며 각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야구 용품을 전달하는 행사다. 이들이 걸었던 길은 그 자체로 야구사의 한 페이지인지라 주요 용품은 부산에 건립 예정인 KBO 야구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이미 기증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향인 전북에 놓는게 더 의미있을거라는 점에 뜻을 함께하고 KBO에서 돌려받았다고 한다. 한편 일제때인 1941년 전북 최초의 상업계 교육기관인 군산상고가 개교한 이래 금융권 등에 수많은 인재를 길러냈으나 역전의 명수로 대변되는 야구 명문고의 명성은 너무나 뚜렷하게 각인돼 있다. 지난 3월 2일 전북 초·중·고 입학식이 일제히 열렸을때 서거석 교육감은 상징성이 큰 군산상일고를 찾았다. 서 교육감은 “오늘은 군산상업고등학교가 명문 군산상일고로 거듭 태어난 날”이라며 “그 첫 발걸음의 주인공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보고 싶어서 이른 아침 서둘러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귀띔했다. 군산상일고는 고교야구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일반고로 바뀌면서 얻은 새 이름이다. 서 교육감은 군산상일고 입학식에서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언급했다. “어떤 어려운 일에도 가슴 속 불과 같은 뜨거움을 간직하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청춘”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군산상고 출신 3인방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가슴 속 불과같이 뜨겁기만 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일본 구마모토성은 조선 침략을 이끈 가토 기요마사가 세운 성이다. 일본 내전에서도 활약했던 가토는 구마모토의 세습영주가 되자 성을 쌓기 시작해 7년만인 1607년에 구마모토성을 완성했다. 천수각만 두 개, 마흔 아홉 개의 성루를 가진 구마모토성은 일본의 여러 개 성 중에서도 난공불락, 견고하게 축성돼 좀체 함락하기 어려운 성으로 꼽힌다. 전해지기로는 축성에 탁월한 기량을 가진 가토가 자신의 오랜 전투 경험과 오사카 축성에 참여했던 경험, 거기에 조선의 진주성을 공략했을 때 얻은 새로운 지식을 더해 더 견고하게 성을 쌓았다고 한다. 일본의 근대 사상 최대 내전인 서남 전쟁 때 불에 탔지만 이후 재건했으며 현존하는 천수각도 1959년 다시 세운 것이다. 흥미롭게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인 구마모토성이 새롭게 얻은 이름이 있다.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지정 건축물’이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사업은 1988년에 만들어진 일종의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다. 구마모토 현이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진 건축물로 도시를 바꾸어 보겠다’는 취지를 내세워 만들어낸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후대에 남길 문화적 자산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근대 이후 기술적 공법을 주목하고 기능만을 앞세웠던 기존 건축물에 문제를 제기하며 건축의 진정한 가치를 모색하고 실현해나가겠다는 태도와 과정이 바탕에 있다. 과거 유산인 역사건축물을 이 대열에 포함한 배경이 궁금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구마모토 아트폴리스는 구마모토성 외에도 주요한 현대건축물까지 현 안에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 수십 개를 그 대상으로 지정해놓았다. 프로젝트를 시행한 지 4년 후, 역사적인 건물이나 호평을 받는 건축물(전통과 현대)에 대한 인증 사업을 새롭게 더해 1992년 46개의 기존 건축물을 선정한 결과다. 역사적 건축물과 이 프로젝트가 시행되기 전에 지어진 주요건축물까지 아트폴리스 영역으로 들여온 것은 시민들이 이 프로젝트를 좀 더 친밀하게 느끼고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 더해진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35년. 구마모토 아트폴리스는 지금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한 자치단체가 같은 사업을 이처럼 길게 이어온 사례는 드물다. 세계적으로 도시를 바꾸고 새롭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와 도시가 적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구마모토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자치단체장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되는 힘, 역사건축물에 대한 진정한 존중과 예의를 갖춘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사업이 주는 교훈이 크다. 돌아보면 우리에게는 문화유산을 내세우면서도 그것의 진정한 힘을 의심하는 자치단체장들이 아직 많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꿀사과‧꿀참외‧꿀잠‧꿀팁‧꿀재미⋯. 한동안 ‘꿀’이 들어간 말이 크게 유행했다. ‘꿀처럼 아주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합성어가 넘쳐났다. 여기에 꿀이 ‘매우 좋은, 유용한’이라는 뜻으로 확장되면서 꿀팁‧꿀피부‧꿀직장과 같은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또 ‘경치가 꿀이다’, ‘취사병은 꿀이다’처럼 ‘매우 좋다’라는 의미의 서술적 표현도 나왔다. 애정이 넘치는 신혼부부나 연인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는 관용구 ‘깨가 쏟아진다’는 ‘꿀이 떨어진다’로 바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훨씬 ‘센 놈’이 불쑥 등장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놈이다. 바로 ‘마약’이다. 마약김밥‧마약치킨‧마약만두‧마약베개‧마약바지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꿀사과에 꿀이 없는 것처럼 마약김밥에도 물론 마약 성분은 들어가지 않는다. ‘한번 맛보거나 사용해보면 절대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거나 좋다’는 의미를 강조한 표현이다. 웬만한 자극과 충격에는 끄떡도 않는 이 시대의 소비자들을 흔들기 위해 ‘더 센 놈’, ‘극단의 용어’를 찾았을 것이다. 맛의 최고봉인 꿀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이 놈은 자극성과 중독성을 무기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제품명과 음식점 상호에 버젓이 표기되면서 단박에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업계의 상술에 편승해 우후죽순 확산하면서 점차 익숙한 일상용어로 다가왔다. 게다가 꼭 단맛이 아니어도 되니 음식명 앞에 붙여 새로 만드는 합성어에서는 꿀보다 확장성이 크다. 괜찮을까? 그럴 리 없다. 마약은 해악이 너무 크다. 우리 일상에 파고든 이 자극적인 신조어들이 마약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희석시켜 마약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식품이나 음식점 이름에 ‘마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법안(‘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전면 금지가 아닌 권고에 그쳐 실효성 면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마약○○이 아닌, 소문난○○이나 꿀맛○○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주 풍남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지난달 말 ‘마약○○’ 간판을 단 학교 인근 한옥마을 유명 음식점 두 곳을 방문해 전달한 손편지의 내용이다. 아이들은 편지에서 ‘마약을 주제로 토론수업을 했는데 한옥마을 곳곳에 ‘마약○○’이라는 간판을 단 가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마약이라는 문구가 불러일으킬 사회적 문제점을 열거하고, 마약을 대체할 용어까지 제안했다. 편지를 받은 상인들은 아이들의 제안을 흘려버리지 않았다. 한 상인은 간판 문구를 바꾸겠다고 약속했고, 곧바로 ‘마약○○’을 ‘원조○○’으로 변경했다. 오죽하면 초등학생들이 초면의 업주들을 찾아가 상호 변경을 요청했을까. ‘마약(痲藥)’은 ‘마약(魔藥)’이다. 절대로 꿀이 될 수 없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관영 지사 취임 1년이 지나면서 전북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그간 마냥 패배감에 젖어 있던 도민들이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매사에 도전해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새만금이 이차전지특화단지로 지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농경산업이 주를 이뤘던 전북의 산업생태계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제부터 새만금이 약속의 땅으로 각광 받게 될 것이다. 30년이 지났어도 어디가 바다인지를 잘모를 정도로 개발이 터덕거렸던 새만금에 개발의 청신호가 켜졌다. 전북이 이처럼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맸던 원인은 정치적으로 고립되면서 고도(孤島)로 전락한 탓이 결정적이었다. 정치권과 기업에서 관심을 갖지 않은 지역으로 내팽개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SOC 확충이 안 돼 있고 수도권과 접근성이 떨어져 기업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젊은 김 지사가 선거공약으로 내건 5개 대기업 유치를 위해 발로 뛰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김 지사가 탁상에 머물러 있던 공무원들을 과감하게 현장으로 내몰아 그간 규제 일변도로 갔던 기업의 전봇대를 뽑자 기업주들이 자신감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간 지사와 정치권이 꿈과 비전을 제때 제시하지 못해 방향감각을 상실, 전북이 힘들었다. 젊은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지역을 빠져 나가면서 고령인구층만 늘어나는 무기력한 사회가 만들어졌다. 변화와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는 말도 한낱 사치로 보였다.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글로컬 시대에 도민들이 권리 위에서 낮잠이나 실컷 자는 세상속에 살았다. 하지만 함께 혁신을 도정구호로 내건 김 지사가 전북에 이익에 된다고 여길 때는 불원천리를 마다 않고 밤낮으로 열심히 뛰어다녀 활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취임 당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도민들의 생각이 기대쪽으로 바꿔지고 있다. 지금 도민들은 고시 3관왕인 김 지사의 활동반경을 보고서 기대를 걸고 있다. 공치사 안 하기로 유명한 김 지사는 겸손이 몸에 밴 정치인이라서 오늘도 도민들에게 오직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넘쳐난다. 문제는 도민들의 정치의식이 민주당 일변도로 너무 치우쳐 있다는 사실이다. 전북의 이익을 확보하려면 여야가 경쟁하는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미우나 고우나 국힘이 집권여당인 만큼 연결고리는 있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구하려고 방탄조끼의 단추 역할 정도 하는 의원들이라면 전북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 도내 국회의원들이 이 대표 눈밖에 났다가 공천을 못받을까봐 잔뜩 눈치보면서 몸 사리는 모습이 마치 생계형 국회의원 같아 역겨워 보인다. 불체포특권을 내려 놓을 때도 이 눈치 저눈치 살피는 처신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도민들도 가장 존재감 없는 최약체 국회의원을 뽑아줬기 때문에 물갈이를 통해 인정사정 없이 갈아 엎어 전북정치권을 재편시켜야 한다. 도민들도 언제까지 민주당 숙주가 될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왔다. 지역주의에 함몰돼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구도를 반드시 깨줘야 전북이 발전한다 . 백성일 주필 부사장
최근 수원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소방서 119안전센터에 출동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며 민원 제기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이젠 소방서마저 혐오시설 프레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웠다. 엄연한 국가 공익시설 임에도 “만에 하나 불이익 탓인지 우리 지역에 들어서면 안된다” 는 이른바 ‘님비 현상’ 에 기인한다. 우리 사회 ‘안전 지킴이’ 로 국민 신뢰가 전폭적인 상황에서 119안전요원에게 격려는 못할 망정 그들의 사기를 꺾는 행태는 공분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 민원인들도 당장 곤란한 상황과 위기에 빠지면 맨 먼저 도움을 청하는 곳이 119안전센터다. 과거 일부 혐오시설에 국한했던 이 같은 집단 이기주의가 공공시설은 물론 안전, 복지시설까지 광범위하게 번진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도마에 오른 119소방센터도 사이렌 소음을 우려한 후보지 주민들의 반대로 9년을 표류하다 겨우 2021년에야 문을 열었다. 소음 공해 때문에 이들 치안 안전시설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기 거주 지역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서울 금천소방서 건립을 둘러싸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 행동에 나서는가 하면 2015년 서울 강남구 대치파출소 지구대 신축 무산도 같은 사례다. 더 나아가 불가피하게 옮겨야 하는 쓰레기, 폐기물 처리시설 등도 후보지마다 주민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는 전주 익산을 비롯한 대학가 주변 원룸 주인들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대학 기숙사 증축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 보호시설까지 이런 움직임에 휘말려 된서리를 맞고 있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서울 강서 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아 부모들이 반대 주민 앞에서 무릎 꿇고 통사정했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엔 가야 하지 않겠느냐” 며 몸이 불편한 애들이 매일 집에서 2시간 이상 떨어진 학교에 통학하는 처지를 살펴달라고 읍소했다. 당시 딱한 사정을 외면한 집단 이기주의에 사회적 각성과 함께 비난이 빗발쳤다. 2021년 익산서도 마을 주민들이 중증 장애인시설이 들어서면 혐오감과 범죄 발생 우려가 있다며 공사를 저지하고 반대했다.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긴 이번 물난리 현장에서도 119안전요원의 맹활약은 눈에 띄었다. 항상 우리 곁에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실제 위급 상황에 놓이면 지체없이 달려와 구호활동을 벌이는 119소방센터가 어쩌다 기피시설로 푸대접을 받게 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집단 이기주의 논리를 앞세워 사회 기본 필수시설 건립까지 가로막는 건 지나친 월권에 가깝다. 그럼에도 상생발전 기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접근하고 설득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더욱 이율배반적인 건 사회 공익시설이 늘어나는 건 환영하면서도 자기 주변에 들어서면 기피 혐오시설로 색안경을 끼는 이중성이야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김영곤논설위원
요즘 군산형 일자리 참여기업인 에디슨모터스의 100억대 대출사고와 관련, 논란이 거세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2021년 농협은행에서 100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대표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고, 업체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전북신용보증재단이 빚 100억원을 대신 갚아준 때문이다. 향후 회생절차 마감 후 잘해야 20∼30억원을 건지는데 그칠 것이다. 하지만 죽을약 옆에 살 약이 있다는 말처럼 잘만하면 전북이 전기차의 중심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재계순위 71위인 KG그룹(회장 곽재선)이 최근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하면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는 전기차 업체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한뒤 사명을 'KGM커머셜'(KGM Commercial)로 변경했다. 군산과 경남 함양에 공장이 있는 기존 에디슨모터스는 이제 KGMC로 새출발하면서 종합 상용차 회사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회생법원에 제출하고, 채권자와 주주 등 관계인 집회를 통해 회생 계획에 대한 동의를 받는 절차가 남아 있는데 인수대금은 약 550억원 가량된다. 결국 에디슨모터스는 KG그룹으로 넘어가면서 기존 사명은 완전히 없어졌고 향후 독보적인 전기상용차 회사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북도나 전북신보재단이 군산형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어떤 잘못을 했는가 하는 것은 추후 결산이나 감사 등을 통해 가려져야 할 부분이고, 지금부터 핵심은 새만금지역에 과연 테슬라나 에디슨모터스가 들어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는 KG그룹 인수가 확정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양상에서 벗어나 바야흐로 새만금의 전기상용차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새만금지역은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7조원대 가까운 투자가 이뤄졌는데 전기차의 메카로 부각될 조건도 상당부분 갖추고 있다는게 지역 상공인들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앞서 테슬라 유치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전북으로선 잘만하면 100여 년전 쌍벽을 이뤘던 테슬라와 에디슨이 새만금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는 동시대를 살며 인류의 전기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들이다. 에디슨이 먼저 전기산업에 뛰어들어 에디슨컴퍼니를 차렸고, 테슬라는 에디슨 회사의 부하 직원이었다. 1880년대 후반 벌어진 ‘전류 전쟁’에서 에디슨은 직류(DC) 시스템의 안전성, 테슬라는 교류(AC)의 경제성을 강조하면서 전기 시스템 표준을 두고 일합을 겨뤘다. 오늘날 테슬라는 너무나 거대한 기업으로 부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적인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 전기차 시장을 개척할 때 에디슨모터스 전 회장은 토마스 에디슨으로 경쟁 구도를 꿈꿨다고 한다. 에디슨모터스의 기대는 한여름밤의 꿈처럼 사그라졌지만 KG그룹에 넘어간 뒤 KGMC로 거듭나 번창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새만금 또 다른쪽에서 테슬라까지 가동되는 그림은 너무 먼 이야기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지난해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전시가 있다. 한지 조형작가 전광영의 <재창조된 시간들>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본전시와 국가관의 전시로 이루어지지만 같은 기간 동안 세계 각국의 수백 명 작가가 별개의 개인전을 연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들 중 소수의 작가를 선정해 비엔날레의 엠블럼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른바 비엔날레가 인정하는 공식 병행 전시다. 지난해에는 230여 명이 개인전을 열었다. 비엔날레가 병행 전시로 선정한 작가는 그중 20여 명, 생존 작가는 전광영을 포함한 4명이었다. 전광영은 90년대 중반부터 한지를 소재로 한 독특한 회화 방식의 연작 시리즈로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성공적으로 현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전시에서도 각국의 전문가들과 관람객을 불러들인 것은 한지를 활용한 부조와 설치작품이었다. 한지를 널리 알리는 통로가 된 그의 전시와 더불어 한지의 가치를 주목하게 한 작업이 또 있었다.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의 실험적 건축물 <한지 하우스>다. 스테파노는 전광영의 전시장 앞에 한지로 싼 종이집을 지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이끌었다. 한지가 현대 미술 작업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2000년대 초반, 서울 인사동에는 한지를 구하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 외국 작가들이 뒤를 이었다. 다양한 통로로 주문 제작을 의뢰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반가운 것은 외국 작가들이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보다 한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지의 쓰임은 미술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다. 재료로서의 독창성,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한지는 우리보다 앞서 종이를 발명한 중국으로부터 제작 기술을 도입해 만든 전통 종이지만 재료나 기법은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와 다르다. 품질이 우수하고 수명도 선지나 화지보다 긴 특성을 갖게 된 것은 재료와 기술의 차별성 덕분이다. 문화재청이 한지를 2024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 신청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지(2009년)와 화지(2014년)가 이미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니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유네스코에 등재되려면 유산에 부합되어야 하는 자격요건과 함께 문화 다양성과 인류의 창조성을 갖추어야 한다. 유산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가 있어야 하고, 공동체 문화로 이어지면서 현재에도 잘 향유되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어야 한다. 한지가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니 과제가 적지 않다. 한지는 정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가. 온전히 향유되고 있는가. 그 답을 찾는 일이 더 절박해졌다. / 김은정 선임기자
연일 물폭탄이 떨어졌다. 전북에서는 하루 400mm 가까운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난리다. 폭우나 집중호우 같은 기존의 용어로는 이 맹렬한 강우현상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다. 기상청은 올여름 ‘극한호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지난해 서울에 시간당 14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1시간 강수량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동시에 관측될 때를 이른다. 1시간 강수량이 72mm를 넘을 때는 즉시 극한호우로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의 기준이 시간당 30mm이니 그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이 같은 극한호우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우려될 때 수도권을 대상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올해 수도권 시범운영 후 내년 5월에는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지난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영등포구 신길동 등에 처음으로 극한호우 발생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물론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충족하는 극한호우는 예년에도 전국 곳곳에서 수차례 발생했다. 그리고 그 빈도가 해마다 급격하게 늘면서 기상청이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슈퍼 엘니뇨’를 예고했다. 한반도를 비롯한 전세계에 역대급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리고 우려가 현실이 됐다. 물폭탄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극한의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제 홍수와 가뭄 등 재해예방 시스템도 전면 재검토 돼야 할 것이다. 기존의 기상자료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까지 고려한 재해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다. 이 요란한 장마가 지나가면 가마솥더위·찜통더위 단계를 넘어서는 ‘극한폭염’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 앞서 기상청은 수년 전 가뭄의 단계를 ‘가뭄’, ‘매우가뭄’에서 ‘보통가뭄’, ‘심한가뭄’, ‘극한가뭄’으로 조정했다. 그야말로 ‘극한(極限)’의 기후다. 극한은 궁극의 한계점을 의미한다. 더 심한 상황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최악의 단계다. 하지만 지금 극한으로 이름 붙인 기현상이 지구촌 이상기후의 마지막 단계라고 확언하기 어렵다. ‘극한’의 기준을 훌쩍 넘어서고, 그 빈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새로운 용어를 붙여야만 하는 폭우·폭염·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절대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지만, 이보다 더한 비가 오고 그 빈도가 점차 높아진다면 과연 또 어떤 용어를 새로 만들어 쓰게 될지 궁금해진다. 더 갈 곳 없는 마지막 단계를 뜻하는 ‘극한’이라는 표현까지 이미 끌어와 써버렸으니 말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인류를 위협하는 기상이변이 어디까지 갈지 새삼 걱정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정치인은 표 나온대로 움직인다. 표가 많이 나오면 예뻐서 예산을 많이 지원해주고 싶고 안 나오면 그 반대로 간다. 지난 대선 때 국힘 윤석열 후보가 전북에서 14.4%를 얻었다. 국힘쪽은 기대했던 만큼 표가 덜 나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윤후보가 가가호호 친필편지까지 보내 지지를 호소했는데 20% 이상 얻지 못했다면서 아직도 지역감정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는 것. 지난 전주을 재선거 때 국힘 김경민 후보는 6명 중 8%를 얻어 5등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의혹을 제기한 무소속 안해욱 후보가 10.14%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재선거 때 출마를 접었던 국힘 정운천 비례대표 의원이 자당 김경민 후보의 표가 적게 나오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도당위원장과 완산을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일각에서 선거유세차 김기현 당 대표가 왔는데도 사람이 모이지 않은 것은 정의원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탓 때문이라고 지적했지만 정의원측은 김후보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는데도 그같은 사정을 몰라준 당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어찌됐든지 간에 전주 연고가 별로였던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39.07%로 당선,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민주당이 귀책사유로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서적으로 맞질 않은 진보당 출신이 국회의원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완주군수를 두번한 친 민주당 무소속 임정엽 후보가 32.11%로 2위를 했지만 그가 만약 당선됐더라면 내년 총선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민주당 간판을 달고 총선에 나올 것이 확실해 민주당 진영에서 강성희 후보쪽을 역선택해서 당락이 바뀐 것이라고 말한다. 내년 총선 때 전주완산을을 노리는 입지자만도 현역3명을 포함 10명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인구 65만인 전주의 표심이 전북 전체의 표심을 아우르기 때문에 민심의 풍향계가 된다. 아직 선거구 획정이 끝나지 않아 변수가 많지만 윤석열정권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커 민주당이 친명 비명 간에 내홍이 심해도 표심은 민주당으로 흘러간다. 현역들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높아도 결국은 민주당 공천자를 찍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심지어 일각에서 흘러간 물로 다시 물레방아를 돌려 보겠다는 OB들의 이름이 자주 거명된 걸 놓고 유권자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정동영·이강래·유성엽·이춘석 전 의원도 전북의 정치적 자산인 만큼 이들 한테도 당락에 관계없이 출마기회를 줘야 할 것 아니냐는 여론도 생겼다. 최근 추미애 전 의원이 자신의 법무부장관 경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좌충우돌하고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이 제3당을 목표로 신당창당을 추진해 귀추가 주목된다. 아무튼 지난 4·5 전주을 재선거 하나의 결과로 내년 총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전주표심이 묘하게 흘러 간다. 도지사 선거에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것처럼 내년 총선도 공천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갈 것 같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불합리한 규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대불산단 전봇대’ 가 우선 꼽힌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업 활동의 불편을 초래하는 영암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제거한 이후 규제 완화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준다는 의미다. 15년이 지난 지금 전북에서도 김관영 지사의 제2 ‘전봇대 뽑기’ 작업이 한창이다. 기업 유치를 가로막는 불편 사항을 없애고 투자를 속도감 있게 이끌어 내겠다는 김 지사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런데 손발을 맞춰야 하는 일선 공무원이 오히려 무사 안일과 주먹구구 행정으로 기업 유치에 차질을 빚은 경우 그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A군청은 기업 여러 군데서 신청한 합법적인 공장 건축허가에 대해 주민들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불허 처분했다. 또 자치단체 대부분은 자체 내부 전산망을 통해 구비서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서류 제출을 재차 요구했다. 심지어는 공무원이 작성해야 할 서류를 기업에 떠넘긴 사례도 전북도 감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밖에 200여 건에 달하는 기업체 민원을 최장 95일간 질질 끌며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했다. 창업 회사는 재산세와 부담금 면제 대상임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기는커녕 되레 1억7900만 원을 부과했다. ‘나사 풀린’ 황당한 사례는 이 외에도 밝혀진 게 적지 않아 공직 사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지우지는 못했다. 김관영 지사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기업 유치를 주요 성과로 꼽았다. 그는 LG화학, GEM코리아, 두산 등 대기업이 투자를 약속하며 1년 만에 7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투자 유치를 달성했다며 기염을 토했다. ‘기업하기 좋은 전라북도' 를 슬로건으로 내건 그의 기업 유치 전략은 도민 정서를 제대로 꿰뚫어 본 결과다. 지난달 전북일보 창간 73주년 여론조사에서도 민선 8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도민 40% 이상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원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게 1기업-1공무원 전담제를 통해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다. 한 달에 한 번 기업체를 방문해 실질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줌으로써 공무원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기업 유치는 자치단체마다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무엇보다 상생 이익을 전제로 하기에 말처럼 쉽지 않다. 투자 가치를 따지는 기업 입장에서 전북은 후순위 투자처로 밀려나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20대 대기업도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 선호 경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경우 대전 충청까진 차선책 대상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전북 이전은 직원들이 극도로 꺼려하는 데다 전문 인력 수급 또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처럼 주변 여건이 불리한 상황에서 기업 유치 업무를 맡은 현장 공무원의 일처리 방식은 보다 명확해진다. 젊은 층 일자리를 마련하고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는 길은 기업 유치가 답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각 부처 차관은 행정부 전체를 통틀어 봐야 몇자리 되지 않지만 차관급에 해당하는 자리는 수백개가 넘는다. 같은 차관급 자리라고 하더라도 예산을 관장하는 기재부 2차관 같은 자리는 선망의 대상인 반면, 새만금개발청장은 선호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각 부처에서 차출돼 나온 공무원들을 지휘감독하는데 재능있는 직원들은 저마다 각 부처로 복귀해서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다 새만금개발청은 수십개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데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소재지도 지방이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지금부터 꼭 10년전 이병국 초대 새만금개발청장이 부임한 이래 이철우, 김현숙, 양충모, 김규현에 이어 최근 김경안씨가 6대 청장에 취임했다. 지금까지 6명의 청장은 저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지녔는데 이상하게도 지방정부인 전북도나 군산시 등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총리실 출신인 초대 이병국 청장이 4년 가까이 재임하면서 큰 틀을 잡았는데 그도 막판 공개석상에서 송하진 당시 지사로부터 “물러나라”는 말을 듣기까지 하면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제2대 이철우 새만금개발청장 역시 총리실 출신이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북 출신 인사가 청장을 맡는 관행이 이어졌는데 대체로 1년반 가량 재임했다. 제3대 김현숙 청장은 관료가 아닌 전북대 교수 출신 발탁으로 인해 눈길을 끌었었고, 제4대 양충모 청장은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관료였다. 대체로 이철우, 김현숙, 양충모 청장을 거치면서 새만금개발에 대한 기반이 잘 닦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5월 국토부 출신 제5대 김규현 청장이 부임했는데 그는 1년2개월만에 전격 경질돼 가장 단명한 청장으로 기록됐다. 항간에선 전북도나 군산시를 비롯한 자치단체는 물론, 지역 상공인 등과도 불편한 관계를 가지면서 여러곳에서 경질을 건의했다는 말도 들린다. 심지어 새만금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도 새만금개발청장이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면서 갈등이 격화됐다고도 하는데 묘한것은 그의 재임시절 새만금에 7조원 가까운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며칠전 제6대 새만금개발청장에 김경안 국민의힘 전북 익산갑 당협위원장이 임명됐다. 그는 민정당이나 민자당 도당에서 조직부장, 청년부장을 맡으면서 주요 정치행사가 있을때마다 당기를 휘드르며 보무도 당당하게 행사장을 누볐던 것으로 유명했다. 남들은 잘해야 한번 하기도 어려운 비례대표 도의원을 그는 3번이나 역임했고, 한국농어촌공사 상임감사, 서남대총장 등을 지내면서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1인치가 있다는 말도 듣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전임자가 대놓고 반대했던 K푸드 활성화를 표방하면서 새만금항의 식품 전용 항만 특화 필요성을 강조, 눈길을 끌었다. 지역민들의 관심속에 취임한 김경안 청장이 실타래처럼 얽힌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훗날 퇴임하면서 그가 뚜렷한 업적을 남긴 청장으로 각인되기를 거듭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남원 출신 원로 극작가 노경식 선생을 서울의 대학로에서 인터뷰로 만난 것은 7년 전이다. 대학로는 한 길 극작가로만 살아온 그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출판사에 근무하면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던 그는 1981년, 전업 작가가 되었다.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여인 3대의 삶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애환을 담은 ‘달집’(1971년)이다. 그동안 발표한 희곡은 40 여편. 그 대부분이 무대를 만나 생명을 얻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이들 작품을 무대로 불러낸 것은 역사와 시대적 상황을 딛고 있는 작품의 주제 의식과 사실주의 양식을 기반으로 한 극적 완성도의 힘이었다. 2016년, 그의 등단 50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공연이 대학로의 극장에 올랐다. 2007년 국립극장의 의뢰를 받아 완성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활자로만 묶여 있던 ‘두 영웅’이다. 8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도 그렇거니와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원로와 중견 배우들이 함께한 그 무대는 선생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두 영웅’은 같은 시대를 살다간 조선의 사명대사와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다. 1604년 탐적사로 일본에 파견된 사명대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담판하고 협상하면서 결국은 두 차례의 왜란으로 잡혀간 조선인들을 귀국시키는 여정을 그렸다. 창작 초연작 ‘두 영웅’이 올려지기 바로 한해 전인 2015년,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협의해온 결과를 한일 양국 이름으로 공동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과 과정 그 어느 것도 명분 없이 이뤄진 합의 내용에 국민의 반감은 높았다. ‘두 영웅’이 특별히 주목을 받았던 바탕에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도 있었던 셈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의 한일관계를 보면 400여 년 전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 위안부에 대한 합의 내용을 보니 더 그렇다. 사명대사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화해로 서로 강화하면서 양국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수교를 이끌어냈다.” 선생은 “그 바탕에 신뢰가 있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서로를 신뢰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외교”라고 강조했다. ‘두 영웅’이 다시 무대를 만났다. 올해는 전주와 밀양으로 이어지는 무대다. 다시 만난 ‘두 영웅’은 여전히 난맥으로 엉켜 있는 한일관계의 바탕을 돌아보게 한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신뢰도 없는 관계에서 진정한 외교적 힘이 발휘될 리 없다. 사명대사의 협상력과 담판의 여정이 이어낸 외교적 성취가 빛난다. 역사와 시대를 직시해온 원로 극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더 또렷해지는 이유를 알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커뮤니티센터’로 불리는 주민 공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골프연습장과 헬스장·수영장·작은 도서관·독서실·키즈놀이터·북카페 등 다양한 운동·여가시설이 한 곳에 밀집된 이 공동체 공간은 입주민들의 자랑거리다. 건설사들도 갈수록 높아지는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커뮤니티센터 고급화·차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주민 공동시설)은 법령으로 의무화돼 있다. ‘주택 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아파트 규모에 따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공동시설을 명시해놓았다. 150세대 이상은 경로당과 어린이놀이터, 300세대 이상은 어린이집, 500세대 이상은 운동시설과 작은 도서관, 다함께돌봄센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150세대 이상의 국내 모든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설은 아파트별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메이저 건설사들이 2000년대 들어 법령에 규정된 시설보다 훨씬 다양하고 고급화된 주민 공동시설을 커뮤니티센터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면서부터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생활공간인 아파트는 예전 마을공동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파트 단지가 하나의 마을인 셈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마을의 다양한 공동체시설이 담당했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취향을 내세우면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공동체 필수시설마저 철저히 외면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아동 돌봄시설이 아쉽다. 저출산 시대, 아동 돌봄이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교육청이 다함께 돌봄센터·늘봄학교 등 돌봄 공동체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 2021년 관련 규정을 개정해 500세대 이상 신축 공동주택 단지에 지자체가 운영하는 다함께 돌봄센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다만, 입주예정자 절반 이상이 반대할 경우 설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지금 전국 각 지역 신축 아파트단지 커뮤니티센터에서 아동 돌봄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에코시티와 효천지구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단지가 속속 들어선 전주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기반 돌봄서비스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도시에서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떠올랐지만 주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 기관의 하소연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최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다시 관심을 모은다. 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의시설을 속속 주거공간으로 끌어들여 벽을 세우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공동체의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역 공동체에 맡겨진 사회적 역할을 되새겨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전북이 낙후를 떨치려면 먼저 경쟁의 정치체제를 만들어줘야 한다. 충청도처럼 여야가 경쟁하는 모습이 이뤄져야 국회의원들이 더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지금처럼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되는 구조가 계속되는 한 전북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도민들이 전북의 경제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모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풀려 전주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밤 9시 이후에는 적막강산을 이룰 정도로 고요하고 거룩하기만 하다. 전북은 그간 정권적 이해관계가 없고 민주당 일당독주체제가 만연해 있는 지역이라서 기업들도 별반 눈독을 들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국회의원들과 시장 군수 등 선출직들의 역량이 한참 떨어져 지역발전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AI가 세상의 중심에 서서 지역발전을 선도해 가고 있는데도 도민들이 아직도 바깥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 가는지를 잘 모른 것 같다.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만해도 서대전, 유성, 경부고속도로를 우회하는 바람에 시간 경제적으로 비싼 댓가를 치렀다. KTX노선을 천안아산서 공주를 거쳐 익산으로 전체가 직통운행하지 않고 오송에서 분기해서 그 노선을 주로 이용하는 것도 전북한테는 절대로 불리하다. 이렇게 불이익을 받아가면서 살아가고 있는데도 전북 도민들은 순진무구하게 전북몫을 찾으려고 발버둥 치지도 않는다. 도민들은 그렇게 KTX오송분기역을 만들려고 충북도민들이 죽기살기식으로 대정부투쟁을 벌인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전북 도민들은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만 기대하고 살아온 측면이 많았다.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 때 민주당 후보 한테만 표를 찍어 주면 모든 게 잘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처럼 우리 몫을 찾으려고 정권을 향해 계속 울부짖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목에 방울을 달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데 급급했다. 문재인 정권을 만들려고 일방적으로 도민들이 표를 밀어줬지만 새만금으로 돌아온 것은 태양광발전 정도에 그쳤는데 그것도 에너지정책 변화로 지금 정권와서 다시 뜯어엎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전북인들은 동학농민혁명 때 너무 많은 희생을 당해서인지 눈치 보느라 내몫을 찾을 수 있어도 강하게 저항을 못해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도적인 맹점으로 진짜가 아직껏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민들도 현실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상당부분 동의하지만 막상 누구로 교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주저한다. 민주당이 수도권 의석수 장악을 위해 호남권을 볼모로 잡고 혁신공천을 운운할판인데 차라리 그럴바에는 정서가 같은 전북에서는 1백% 오픈프라이머리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가면 인물중심으로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다. 이제는 도민들이 민주당 지도부의 눈치를 살필 것도 없이 역량있는 전문가를 국회의원으로 만들도록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권리당원을 많이 모집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전북발전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규제 풀어야 현대차 새만금투자 성공한다
‘공직자 줄서기’ 악습, 이번엔 뿌리 뽑아야
오래된 다정함, 남문사잇길
‘연두색 넥타이’와 개헌의 봄
새 주인 맞는 군산조선소, 신조선박 보고 싶다
'매커니즘'보다 '구조'가 좋아요
아리랑에 담긴 한민족의 고유정서
고래가 싸우는 세계, 한국의 길
부모님의 땀방울 서린 농지, 지혜롭게 물려받는 법
제세공과금이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