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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여성감독의 죽음이 전해졌다.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로 데뷔한 이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6년에는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로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촉망받던 여성 감독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놀랍게도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생활고였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었던 그는 여러날 째 굶고 있었다. ‘쌀과 김치가 있으면 조금 더 얻을 수 있을까요.’ 이웃집에 붙였다는 이 쪽지 한 장. ‘아사(굶어 죽음)‘란 단어가 더해진 이유였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예술인 복지법이 만들어졌다. 2012년 11월부터 시행된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증진 시킨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이른바 예술인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예술인들의 복지와 권리는 나아졌을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로는 예술 활동을 하지만 수입이 아예 없는 예술인이 43%나 된다. 코로나 시기를 고려한다 해도 열악한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예술인 복지정책의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에 따라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예술인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1일 예술 활동 증명을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내용의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심사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갖도록 제도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예술인 복지정책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형식만 앞세우고 내용이 없다면 정책 자체가 무용지물일 뿐. 때마침 '’예술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는 아이랜드의 소식이 있다. 예술가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매주 325유로(약 45만5천원)를 생활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가들에게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생계 걱정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실험에 지원서를 낸 예술인은 9천 명. 이 중 2천 명이 선정돼 지원을 받는단다. 공짜 돈을 준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지만, 아일랜드의 실험은 꽤 의미 있어 보인다. 알고 보니 ’예술가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여럿이다. 우리나라도 이 행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도시의 관문인 버스터미널이 ‘계륵(鷄肋)’이 됐다. 놓을 수 없는데 들고 있기는 버겁다. 인구가 감소한 데다 코로나19로 주민의 이동 반경마저 좁아졌다. 승객이 크게 줄면서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버스 감축 운행과 노선 폐지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경영 악화로 인해 문을 닫는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속출하고 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민간 운영사의 결정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전북에서도 지난해 남원고속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앞서 남원 반선터미널이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2021년에는 김제 원평시외버스터미널,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익산고속버스터미널이 영업을 종료했다. 또 지리산의 관문인 인월터미널도 올 초 남원시에 폐업을 통보해 지자체에 숙제를 안겼다. 이렇게 민간업체가 포기한 버스터미널은 시외‧고속 통합터미널로 운영되거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인구절벽 시대,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소멸을 부추길 수 있는 버스터미널 폐쇄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역사회 파국을 막는 일은 결국 지자체의 몫이 됐다. 폐업한 터미널을 매입해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정읍 신태인버스터미널과 임실 오수버스터미널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터미널을 공영화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구절벽 시대, 지방도시 여객운송업의 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될 수밖에 없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터미널 직영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출구 없는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창군이 “민간사업자가 폐업 의사를 전해온 고창터미널을 인수해 직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도시재생 혁신지구 공모사업’에 선정된 고창군이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터미널을 주상복합 건물로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버스터미널 신축 예산은 국가 공모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향후 직영체제에서 부담해야 할 운영비는 국비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버스터미널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이다.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장기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단체처럼 지방 중소도시 주민들도 이동권 보장을 촉구해야 할 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버스와 여객터미널이 핵심 대중교통수단 및 사회기반시설로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업계‧지자체와 긴밀히 소통해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권은 공공서비스의 영역이다. 당연히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버스터미널마저 없는 도시는 ‘살기 좋은’이 아닌 ‘살 수 없는’ 지역이 된다. 지방소멸 위기에 몰린 전국 각 지자체가 어쩔 수 없이 택한 대안이 버스터미널 직영이다. 버스터미널 유지‧운영에 국비를 지원해 달라는 지자체의 눈물겨운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여야 모두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고 절치부심한다. 4·5일 전주을 재선거에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은 것도 내년 총선 전략의 일환이다. 전주 재선거 한석에 연연했다가는 당 전체가 멍들게 할 수 있다고 여겨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 취임 2년차를 맞이한 윤석열 정권은 여소야대 정국 구도하에서는 제대로 국정을 펼칠 수 없다고 판단, 내년 총선에서 여대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역대정권마다 집권 초부터 개혁을 주창한다. 윤 정권도 대선 때 0.73%의 박빙 차이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다수의석을 점하려고 그간 진보정권에서 금기시했던 노동 연금개혁 교육개혁 등을 혁신과제로 삼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장동사건을 집중 파헤쳐 결국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으로 기소까지 했던 것. 국회에서 가까스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 됐지만 자당 이탈자가 많아 불체포특권과 평소 법 앞에 평등이라고 강조해온 이 대표의 소신에 흠집이 가해졌다. 국힘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최대한 활용, 내년 총선 때까지 계속해서 흔들어 댈 것이다. 이 대표가 단돈 일원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지만 김만배 정진상 유동규 재판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지지를 철회하고 당내 비명계 의원들은 당 대표직을 사퇴하라고 강력히 청원하고 나섰다. 지난 4∼6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27.8%로 국힘과 14.5% 격차를 보였다. 지난 3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서울 호남 40대 지지율이 두자리수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전라 지지율이 51%로 직전보다 14% 하락했고 40대 지지율이 39%로 직전 보다 10%가 하락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북은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뭔가 전북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치구도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전북이 호남으로 묶여 민주당 숙주 노릇을 할 게 아니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어떻게 전북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4·5 재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어떤 후보를 찍어야 전북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를 헤아려야 한다. 6명의 후보 중 국힘 진보당 무소속 4명의 공약을 비교하면서 국힘과 진보당 공천을 받은 후보는 어떤 인물인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도민들은 내년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전북이 어떤 정치지형을 만들어 가는게 옳은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도내 국회의원들은 친명계 눈밖에 나면 공천을 못받을까봐 입이 있어도 제대로 말을 못한다. 박용진 의원이 말한 것처럼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개딸(개혁의 딸)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다.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 오히려 힘을 약하게 하는 것 밖에 안된다. 강원도나 충청도처럼 갈아 엎을 때는 전북도 사정없이 갈아 엎어야 전북이 살 수 있다. 전북이 지금처럼 민주당 무풍지대로 계속해서 남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막무가내식 헐뜯기 공세가 점입가경이다. 그야말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당리당략에 함몰된 소아병적 태도다. 이로 인해 정치인 불신은 물론 정치 혐오증만 부채질하는 꼴이다. 마치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무조건 굴복시키는 데만 골몰한다. 국정 파트너로서 동반자 개념은 아예 없고 극단적 대결을 통해 강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는데 목을 매는 양상이다. 문제는 내년 총선 승리에만 집착해 국정 운영에도 이런 정치권 기류가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아성인 전북의 존재감은 타시도의 활발한 메가시티 바람에 밀려 위축되는 모양새다. 50년 넘게 대명제가 된 지역 균형 발전 취지도 이젠 구호에만 머물러 빛바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만금 찔끔 예산 등 과거 정부에서 설움을 겪어 온 도민들 입장에선 여전히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주 발표한 정부의 15개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에서 전북은 익산 식품클러스터와 완주 수소특화가 포함됐다. 수도권 집중화 추세와 함께 전북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그래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북은 372만㎡로 전국 총 면적 4000만㎡ 중 강원과 경남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적다. 대전 충청 1282만㎡을 비롯해 대구 경북 769만㎡, 경기 710만㎡, 전남 511만㎡과 비교하면 당장 눈에 띄는 게 대전 충청이 전북보다 3배 이상 크다는 점이다. 양 지역의 격차가 벌어진 것을 두고 정치공학적 해석 말고는 뚜렷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최근 선거에서 투표 흐름을 보면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 대전 충청의 표심이 지난해 3월 대선의 결정적 승부처였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근소한 0.73% 차이의 피 말리는 싸움에서 이 지역 민심이 윤석열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경기는 5% 안팎의 박빙 레이스가 펼쳐진 가운데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지지를 보냈던 표심이 5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것이다. 6월 이곳 지방선거에서도 4곳의 도지사 광역시장을 국민의힘 후보가 싹쓸이함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한 셈이다. 이 외에도 대구 경북은 정부 여당의 텃밭이다. 최다 유권자를 기록한 경기도는 선거 때마다 여야 전략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두 지역이 국가산단 면적 2, 3위를 차지했다. 본인들은 극구 부인해도 정치인의 속성은 선거를 통한 권력 장악에 있다. 대전 충청 지역 표심에 담겨진 전략적 의미를 전북 도민들도 주목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전체 판도를 좌우하는 그들의 선택이야말로 과거 수도권과 호영남 지역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비롯됐다. 산업 생태계 지도를 바꾸며 중부권 핵심 지역으로 발돋움한 배경이다. 동병상련 처지에 놓인 전북도 갈수록 지역소멸 위기감이 높아지는 데다 타시도와의 경쟁력에서 뒤처진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선거를 통해서라도 제2, 제3의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생각이 제가 과문한 탓일까. 김영곤 논설위원
2005년 6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전북대병원 간담췌외과 수술실. 30대 후반의 한 회사원이 건강을 잃은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웠다. 간경화에 이어 간암으로 악화한 아버지의 생명을 살리는 길은 딱 한 가지, 간 이식밖에는 없기에 기꺼이 기증을 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북에서 뇌사자의 간 이식은 있었으나 생체 이식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다. 전북지역 제1호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맡았던 당시 집도의는 조백환 현 진안군의료원장과 유희철 현 전북대병원장이었다. 그리고 간 이식을 한 아들은 정강선 현 전북체육회장이었다.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전북에서도 침묵의 장기인 간에 발생한 경화나 암을 치료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 이식 수술이 보편화돼 있다. 집도의였던 조백환 교수는 지금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진안군의료원에서 제2의 꿈을 펼치면서 농촌지역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하면서 삶의 전 궤적을 통해 가장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조 교수의 역량과 헌신적인 태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의사 선배인 위상양 원장이 농촌지역 의료원장을 적극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임실의료원장과 장수의료원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던 위 원장은 의사로서는 박봉에 가까운 급여를 받으면서도 오랫동안 농촌지역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헌신해온 참 의료인이다. 시골의 의료공백 사태는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경남 산청보건의료원의 경우 내과 전문의 한명을 채용하는데 연봉 3억6천만원을 제시하고도 적격자가 없어 4차례만에 겨우 찾았다고 한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연봉 4억2천만원을 제시했으나 단 한명만 지원했다고 한다. 전북은 대표적인 의료공백 사태로 신음하는 지역이다. 산청이나 속초보다 더하면 더했지 상황이 나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군산의료원은 1명이던 안과 전공의가 그만 둔 이후 15개월째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며칠전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 석상에 선 조준필 군산의료원 원장 후보자의 경우 전북과의 연고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차고 넘치는 경력을 지녔다고 한다. 연세의료원 외과와 아주대학교 병원 응급의료학과 교수로 근무했고, 경기도의료원장 및 대한응급의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는 거다. 이제 더 이상 지역사회의 의료공백을 방치할 때가 아니다.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의사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료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서남대 폐교당시 고육지책으로 나온 대안이 남원공공의대 설립인데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지역 의료공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반드시 착점해야 할때 놓치고 가면 훗날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남원공공의대 문제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북공공의대 문제 해결을 위해 말로아닌 행동이 결행돼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이 관측한 지진 중 최대, 19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도 네 번째로 강력한 대지진이었으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지진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설상가상 강진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는 센다이 등 해변도시를 덮쳤다. 도시는 순식간에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진의 여파는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까지 이르러 건물이 붕괴하고 대형 화재가 이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가 더해졌다. 높이 15m나 되는 쓰나미에 결국 침수된 후쿠시마 원전. 격벽이 붕괴하면서 후쿠시마 도쿄전력 제 1원전의 1,2,3,4호기가 차례로 폭발했다. 이어진 재난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누출되기 시작한 다량의 방사능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 1원전 사고 수준을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7등급이라고 발표했다.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중 최고 위험단계였다. 원전이 폭발하면서 누출된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는 가장 위험한 땅이 됐다. 방사능이 퍼지면서 암 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그 증거 중 하나다. 그러나 원전 방사능 오염은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21년, 2~3년 후에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예고했다. 해양 방류는 방사능이 섞인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흘려보내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명칭까지 바꾸며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오염수가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바다로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퍼지게 되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인접국가의 해양 환경을 비롯해 인체와 수산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폭발사고가 난 지 12년. 일본이 예고한 방류 시기가 올해다. 당초 4월로 예정되었으나 이제 6월로 미뤄진 모양이다. 어찌됐든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바로 눈앞에 와 있는 셈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에 있었던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일한의원연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는 보도가 있을 뿐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전한다.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산케이신문의 보도도 있다. 당연히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궁금해지지만, 대통령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사실조차 ‘구체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피해국이 될 처지인데도 어정쩡한 이 상황. 군색하기 짝이 없다. / 김은정 선임기자
한때 ‘글로컬(Glocal)’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의미한다. 수도권 1극체제가 고착된 대한민국의 수도권 밖 지자체에서 글로컬은 지역의 미래를 제시하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새로운 체제로의 대전환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글로컬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기대뿐이었다. 사람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된 수도권은 그 공간을 더 키웠고, 지방은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재정지원을 무기로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하는 교육부의 공모사업을 통해 자구노력을 이어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긴박한 지방위기의 시대, 글로컬이란 용어는 쓰임새가 확 줄었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새삼스럽게 글로컬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과감한 혁신으로 세계적 수준에 도전하는 지방대 30곳을 뽑아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육성하는 ‘글로컬 대학 30’ 사업이다. 5년 간 한 곳당 1000억원을 지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학 지원 사업이다. 돈줄을 쥔 교육부가 다시 막대한 재정지원을 내세워 새로운 공모사업을 통보한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명칭의 지방대 지원정책이 나왔다. BK21(두뇌한국21), CK(대학특성화사업), 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LINC(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지만 대학 혁신과 경쟁력 향상이라는 해묵은 과제는 그대로 남았다. 명칭만 바뀔 뿐 접근방식은 차이가 거의 없었고, 뚜렷한 성과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이름만 바꾼 지방대 지원정책이 발표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 정부는 “지자체와 대학이 지역소멸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지역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설계·운영하는 혁신적인 재정지원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에 이어 글로컬 대학 육성정책을 내놓았다. 백약처방에도 불구하고 고사 위기에 놓인 지방대를 어떻게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 지역성장을 이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 강력해진 ‘수도권 1극체제’ 속에서 지역과 함께 죽어가는 지방대를 글로컬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이 민망할 정도다. 지방대와 지방 위기의 원인은 저출산 및 수도권 집중에 따른 인구 감소에서 먼저 찾을 수 있다. 벼랑 끝 위기에서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해서 추진하는 이 정도의 졸속사업으로는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돈으로 될 일이 아니다. 지방의 위기가 곧 국가 존립의 위기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가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수도권 위주의 국정운영 기조에서 벗어나 지방대와 지방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이고 입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광역이나 기초단체마다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을 유치해야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동시에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단체장들이 손길을 내민다고 해서 그냥 오질 않는다. 인센티브나 숙련된 기술력 제공여부, 정주여건 등 교육 문화적 여건까지도 종합적으로 파악한후 결정한다. 과거 울산으로 가기로 돼 있던 삼양사가 전주 팔복동 공단으로 온 것은 특별히 창업주인 수당 김연수 선생이 전주 유지들의 간곡한 권유가 있었기에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려서 입주했다. 물류비와 기존 공장과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울산으로 가는 게 이익이었지만 고창이 고향인 관계로 전주에다가 삼양사 공장을 지었다. 우리나라 공단은 거의 항구를 낀 임해공단으로 조성해서 그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경인공업단지나 부산 평택 대불 포항 울산 여천 석유 콤비나트 등이 대표적 사례다. 대규모 항만을 끼고 공단을 조성한 것은 원부자재 입출입이 간편하고 제품 수송에 따른 물류비를 함께 절약할 수 있어 그렇게 한 것이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전북은 거의 낙제점이다. SOC확충이 필수적인데 새만금의 경우 아직 걸음마 단계에 놓여 있다. 천혜의 항구로 평가 받는 새만금신항은 주변 항구의 견제 때문에 선석 규모도 적고 배후단지마저도 국가재정사업으로 아직껏 확정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진다. 해외바이어들은 시간이 돈인 사람들이라서 공항에서 한시간권 아니면 오기를 꺼려한다. 공항이 없는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절대 불리하다. 새만금사업이 30년이 지났어도 매립이 끝나지 않아 어느 쪽이 바다인지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인데 누가 선뜻 나서서 입주하려고 하겠는가. 대동강물을 팔아 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보다 더 한 감이 없지 않다. 매립이 안된 바다를 도상에다가 올려 놓고 설득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른 지역은 완공된 공단에서 기업유치를 하지만 새만금은 공단이 완전히 조성되지 않은 불모지에서 기업인들을 설득해서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몇배의 노력이 더 든다. 함께 혁신 함께 성공을 도정구호로 내건 김관영 젊은 지사가 그 만큼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부산 가덕도 공항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5년이상 공기를 단축, 2029년에 개항하는데 새만금공항은 정부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기를 단축해서 조기개항을 할 수 있는데도 그 의지가 안보인다.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도 항만 공항 철도가 완벽하게 갖춰져야 기업유치가 활발해져서 제 기능를 다할 수 있지만 그렇지를 못한다. 특히 타 시도에서 경쟁적으로 식품공장을 유치하고 나서 전북만의 사업으로 식품산업을 특화 시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전북도가 산토끼만 잡으러 다닐 게 아니라 있는 집토끼도 잘 키워 줄려는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주문한다. 예전처럼 수도권 집중화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북이 타 시도와 경쟁해서 기업유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힘이 절대 필요하다. 말로만 원팀 운운할 게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네탓 내탓’ 이란 말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전북의 미래 성장 동력을 좌우하는 지역 현안과 관련해 이를 해결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들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모를 리 없는데도 예산 칼질을 당하고, 계류 법안으로 질질 끌고. 결국엔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을 겪어도 누구 하나 자책하며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악착같이 매달려 끝장을 본다는 결기에 찬 언행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름 막후에서 역할을 다했는지는 몰라도 드러난 성적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역구 예산 확보했다며 길거리 플래카드 홍보에 신경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 역할을 못한 정치인도 문제이지만 선거를 통해 그들을 뽑은 유권자도 마음이 편치 않긴 매한가지다. 이런 부정 평가 속에 국회의원의 존재감을 뽐낸 건 작년 말 제정된 전북특별자치도법이다. 김관영 지사와 함께 여야 핵심 의원들이 협치 차원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것도 강원도는 14년간 공을 들였는데 전북은 불과 6개월 만에 속성 처리한 셈이다. 그제 발표한 익산 식품클러스터와 완주 수소특화 국가 산업단지 선정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두고 두고 곱씹어봐야 할 게 남원 공공의대 실패다. 2018년 서남대 폐교가 결정되자 정부는 이곳에 2024년 공공의대 개교를 약속하고 일부 예산까지 확보했다. 당시 국회 소관 상임위는 물론 전체 의석도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둔 민주당이 과반을 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공공의료 인력 양성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말 그대로 ‘숟가락만 들면’ 되는 다 차려진 밥상이었다. 그런 천재일우의 기회도 놓쳤다.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소통을 중시하며 팀웍에 녹아들 수 있는 원팀 정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당 독점 체제로 인해 사실상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이 압도적 상황에서 선거를 통한 옥석 고르기는 무의미하다.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책임감이 그만큼 엄중해졌다는 뜻이다. 뼈를 깎는 자기 쇄신과 함께 유권자 눈높이에 맞는 공천 혁신이 그것이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현역 물갈이 여론이 비등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향후 권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쇄신론이 거세진 것도 결국 세대 교체론과 연결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공천 TF가 13일부터 가동돼 4월 10일 전까지 총선 공천안을 확정 지을 방침이다. 호남과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여야 후보간 진검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페널티는 선출직 평가위의 하위 20%에 포함되면 감점 요인이 고작이다. 정치 신인보다 현역들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 불공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전북은 어느 지역보다 당선 확률이 높은 만큼 그에 따른 인물 경쟁력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게 사실이다. 기득권 포기가 혁신 공천을 담보하는 출발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이승만 장기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은 남원 출신 김주열열사다. 자유당 정권의 몰락은 소위 3∙15 부정선거로 인해 집단시위가 일어나던 와중에 김주열 열사의 눈에 최루탄이 박힌 사진 한 컷이 부산일보 지면에 소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냥 묻혀서 지나갔지만 사실 어제는 3∙15 부정선거라는 어두운 기억의 편린이 남아있는 날이었다. 1987년 발표된 중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인데 3∙15 부정선거로 무너져버린 1950년대말 60년대초 자유당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시골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부조리한 권력관계를 그려낸 매우 빼어난 작품이다. 소설은 공직사회에서 좌천된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강원도 시골 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5학년 한병태란 아이의 이야기다. 엄석대 반장이 군림하는 학급의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했지만 끝내 굴복하고 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반장이던 엄석대 왕국도 결국 붕괴되고 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엄석대를 끌어내 윤석열 대통령과 소위 윤핵관들을 에둘러 비판하면서 주류, 비주류간에 엄청난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편에선 엄석대라고 하고, 다른편에선 훌리건이라고 하는 등 내부총질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권뿐 아니라 야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이후, 내홍이 깊어지면서 내부총질 논란이 번지고 있다. 전북도는 최근 '대한민국 농생명산업 수도, 전라북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야심찬 농생명산업 수도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이를위해 전북도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7조3,8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식품기업 매출액 7조 원 시대를 열고 '농민 행복' 실현을 통해 농가소득을 6,000만 원대로 진입시키겠다는 거다. 김관영 지사는 "올해부터 전북이 가진 농생명 신산업 고도화와 새만금 농생명 용지에 신공항 건설, 신항만, 철도 트라이포트와 연계한 새만금 글로벌 푸드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통일왕국은 아니었지만 전주가 잠시 후백제의 수도였던 것을 제외하곤 언감생심 전북이 반만년 역사에서 언제 수도였던 적이 있던가. 농생명산업 수도는 그래서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머물러선 안되고 명실공히 전북의 틀을 새로 바꾸는 모멘텀이 돼야한다. 그렇게 되려면 하나의 전제가 있다. 지역에서 내부총질이 있어선 안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새만금관할권 논쟁으로 인해 군산, 김제, 부안 등이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관할권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 자치단체는 변호사비만 10억원 넘게쓰는가 하면 또다른 시군에선 5억원 넘게 지불하면서 대형로펌을 사는 것은 결국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농생명수도의 실현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시군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바 아니지만, 전북내부의 단합 없이는 결국 농생명수도나 전북특별자치도는 쉽지않다. 김 지사가 정치적 부담이 크더라도 결국 이 갈등을 정면돌파해야 하는 이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 옛사람들에게 편지는 일상의 중요한 소통 도구였다. 안부 인사나 사적 공적 용건뿐 아니라 가족 친척에게 인사를 전하거나 바쁜 농사일에 매달려 있는 고통을 토로하고, 관직을 떠난 선비가 어지러운 정국을 걱정하거나 조의를 표하는 일까지도 직접 쓴 편지로 마음을 전했다. 그래서 옛 편지는 개인적인 글이지만 옛사람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조선 후기 사상가 다산 정약용이 말년을 보낸 유배지에서 가족과 친지들에게 보냈던 편지도 그렇다. 특히 다산은 아들과 제자들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는데 아버지의 자상한 사랑과 스승의 정이 넘치면서도 더 좋은 세상을 향한 사상과 의지를 담고 있는 이 편지들은 지금도 소중한 깨우침을 전하는 인생 교훈의 지침서로 읽힌다. 역사자료가 된 편지도 많다. 2009년 초에 공개된 정조의 <어찰첩>도 그 중 하나다. 정조의 어찰첩은 작고하기 전 4년 동안 좌의정 심환지에게 보냈던 편지 묶음이다. 어찰첩에 담긴 편지만 297통. 정조는 편지를 보내면서 지속해서 ‘이 편지를 폐기하라’고 지시했지만 심환지는 따르지 않고 편지를 받은 날까지 꼬박꼬박 기록해 간직했다. 흥미로운 것은 비밀스럽고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담고 있는 이 편지가 한편으로는 ‘선비 군주’로만 알려져 있던 정조가 막후정치에 능한 정치가였고, 성격도 다혈질이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통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530년 전 아내에게 쓴 편지가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무관인 나신걸(1461~1524)이 아내에게 보낸 한글 편지다. 1480~1490년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훈민정음이 반포(1446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쓰여진 것이어서 당시 사람들이 한글을 어떻게 썼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조선시대 언어 등 생활문화상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로 가치를 인정 받는다.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에 있던 그의 아내 신창 맹씨의 무덤에서 나왔다.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將帥)가 혼자 가시며 날 못가게 하시니 못가서 못 다녀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편지 전문 중-” 내용을 들여다보니 집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남편이 아내에게 전하는 애틋한 감정과 가족에 대한 안부, 함께 있지 못하는 미안함, 챙겨야 할 농사일 등 수백 년이 지난 오늘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형식도 내용도 의미 있는 또 한 통의 귀한 옛 편지가 우리 곁에 와있으니 반갑다. / 김은정 선임기자
이웃의 애경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주민들의 경사를 직접 챙긴다. 각 지자체가 경쟁하듯이 조례를 통해 다양한 명목의 축하금을 새로 만들거나 지급액을 늘리고 있다. 지역의 인구 유출을 막고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의 현금성 복지시책이다. 냉정하게 따지면 무턱대고 축하할 일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이맘때쯤 각 지자체가 주민신청을 받아 지원하는 대학입학 축하금이다. 각 대학이 해마다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대학진학률이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인데도 대학은 신입생이 모자란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 구조이니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그러니 대학입학 자체가 큰 축하를 받을 일은 아닌 셈이다. 순창과 고창 등 주로 농어촌 지자체들이 대학입학 축하금을 주고 있다. 요즘은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초·중·고교 신입생에게도 입학축하금을 주는 곳이 많다. 하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 초·중·고교 입학축하금은 해당 연령대의 지역 아동·청소년 대다수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다. 여러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다른 진로를 택한 적지 않은 수의 청소년들은 상대적 불이익에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모두가 아닌 필요한 사람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사업은 주로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대학입학 축하금은 그렇지 않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 소멸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농어촌 지자체들이 급해졌다.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주민 복지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자체의 관심이 온통 인구 문제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간다. 출산축하금(출산장려금)은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 간 경쟁이 붙으면서 금액은 갈수록 늘어난다. 출산율 제고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다른 이유에서 냉정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돼버렸다. 결혼축하금도 있다. 김제시와 장수군은 무려 1000만원이다. 청년층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익산시는 입양축하금을 준다. 이밖에 지역으로 전입하는 대학생에게 전입축하금을 주는 지자체도 있다. 이처럼 지자체의 축하금 종류와 지급액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정작 돈을 받는 수혜자는 점점 줄어든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묘안을 짜내며 안간힘을 쓰는데도 좀처럼 효과가 없는 지자체 인구 늘리기 시책의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시책은 사실상 중단하기 어렵다. 효과가 전혀 없어도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지원에 익숙해져 이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선출직 단체장이 표심을 거스르면서까지 주민 원성을 살 결단을 내릴 리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신중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관영 지사가 취임 9개월이 되어 평가하기가 빠른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공약사항 이행여부나 조직장악여부 그리고 소통과 협력 등을 통해 파악해볼 수 있다. 민의 심판을 받아 지사가 된 것은 개인적인 영광을 넘어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고시3관왕으로 단기필마로 경선을 거쳐 민선지사가 된 것은 도민들의 새로운 리더십에 적극 부응했기 때문이다. 50대 초반에 그의 포부를 도정에 반영시킬 기회를 잡은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항상 일거수 일투족이 시비거리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비판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젊은 패기로 도정의 지휘봉을 잡은 김 지사는 성과로 도민들에게 평가를 받으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두뇌회전이 빨라서인지 성미가 급한 김 지사는 자나 깨나 기업유치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대기업 5개를 유치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것은 무엇이 중헌지를 잘 파악한 것이다. 기업경쟁력을 높이려고 1사1담당공무원제를 채택, 기업애로를 덜어주는 것은 잘한 일이다. 김앤장에서 읽힌 성과주의를 도정에 접목했지만 그간 탁상행정에 이골 난 공무원들이 아직도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지 못해 걱정스럽다. 농축산물 판로망 확대를 위해 취임 초부터 미국 일본 아세안국가를 광폭 행보한 김 지사는 정치인 출신 답게 뛰고 있지만 참모진용이 제대로 뒷받침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밥통에 찌든 공무원들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꿔지지 않아 큰 성과를 못내고 있다. 그간 전북도의 공무원들이 우렁각시마냥 변화에 민감하지 못했고 외부와의 소통이나 통합역량이 떨어져 주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데 우물안 개구리 마냥 안일함과 보신주의에 급급한 탓이 컸다. 도민들도 김 지사에 대한 기대가 큰 반면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전북을 만들려고 김 지사가 불철주야로 뛰었지만 도민들에게 홍보부족으로 그의 철학이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다. 엘리트 출신 답게 출연기관장 후보로 최고의 인물선택을 했지만 도 의회와 사전소통이 부족해 낙마한 일도 있었다. 정무직들이 사전에 김 지사의 인사배경을 의회에 충분하게 설명했더라면 최악의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사전내락설로 청문회 일정을 뒤로 미뤄 잡으면서 의회와 충분하게 소통해서 전북신보재단 이사장으로 진안 태생의 한종관 신보전무 출신을 기용한 것은 잘한 일이다. 김 지사가 이재명 대표의 영입인재 1호로 복당해서 지사가 되었지만 전북 국회의원들과 아직도 물 기름처럼 각자도생하는 구도라서 내년 총선 때 함께 철학을 공유한 사람이 몇이나 당선되느냐가 관건이다. 반면 정무 감각이 뛰어난 김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비교적 관계가 좋아 중앙정부나 국힘과도 소통을 잘하고 있다. 특히 예전과 달리 서거석 교육감 우범기 전주시장과도 소통과 협력을 잘해 전북발전에 모멘텀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2년차를 맞은 김 지사가 성과를 내려고 너무 급하게 도정을 이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겸손을 무기로 부드러운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국회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로 촉발된 민주당 내홍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현역 의원 등 지역위원장을 평가하는 새 당무감사 방식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결자해지 차원의 이 대표 용퇴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이탈표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뒤숭숭한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당무 평가 항목에서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내년 총선 공천 향배에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정운천 의원의 불출마가 담고 있는 전주을 재선거 의미와 함께 기득권 독점 구조 민주당에서 혁신 공천이 과연 이뤄질지 최대 관심사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는 당무감사 평가 항목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새로 추가하는 방안과 함께 당 지도부 선출 시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늘리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전당대회 투표에서 권리당원 비중을 현행 40%에서 50%로, 대의원 투표는 30%에서 20%로 조정한다는 것. 권리당원 120만 명 중 이 대표 지지 강성 당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모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며 경계하고 있다. 지난 대선 전후 입당한 이들을 가리켜 '개딸'이라 부른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강성 당원에 의해 향후 공천 심사나 지도부 구성이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권리당원 여론조사가 당무감사 평가에 포함되면 총선을 겨냥해 특정 계파 찍어내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껄끄럽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혁신위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권리당원의 입김이 세진다는 것이다. 이탈표 색출 작업을 주도하며 당을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이들 지지층이 당내 핵심 세력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시각이다. 마치 홍위병같은 이들을 통해 의원들을 줄 세우거나 대오 이탈을 방지하고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이탈표를 둘러싼 당내 난맥상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기득권 보루처럼 여기는 권리당원의 당무 개입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건 민심을 좇는 대중 정당으로선 시대착오적 악재다.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춰 세대교체를 열망하는 유권자 입장과도 정면 배치된 까닭이다. 특히 전북을 포함한 호남 지역은 민주당 독점 구조가 워낙 견고해 권리당원 비율이 곧 승패를 좌우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정운천 의원의 전주을 불출마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그는 전북 현안 해결을 위한 여야 협치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속내는 지지율 정체가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된다. 민주당이 불참한 최상의 선거 대진표 상황에서도 그가 링에 오르지 못한 건 전북 정치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 현안 해결사로 명성을 쌓아 온 정 의원이야말로 인물 경쟁력 면에서 호평을 받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후보’ 타이틀로는 지역 정서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묻지마 투표’ 성향이 강한 지역 현실에서 아무리 인물론을 주창한 들 ‘메아리없는 외침’ 에 불과해 안타까울 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1995년 민선자치시대가 열리면서 기존에 없던 ‘정무부지사’ 직책이 생겼다. 유종근 도지사의 당선 때 나이는 만 51세였는데 그는 첫 진용을 매우 파격적으로 꾸렸다. 서열과 관록이 중시되던 수십년 관행에서 탈피해 초대 정무부지사에 국장급 관료 출신의 김철규씨를 발탁했고, 오래전 새마을운동 당시 강한 추진력이 돋보였던 박성석씨를 내무국장으로, 임종정씨를 건설국장으로, 또 도의원을 한번 지낸 임정엽씨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서열을 중시하던 기존 관료사회의 관행이나 풍토로 볼때 이들의 진용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어쨋든 이후 정무부지사는 때론 경제부지사로 명칭이 바뀌기도 했는데 대체로 행정부지사의 영향력이 정무부지사 보다 더 우위에 있었으나, 지사와 관계에 따라 정무가 확실히 우위에 서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김철규 초대 정무부지사부터 시작해서 김종훈 현 경제부지사까지 21명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채수일 전 정무가 3년 넘게 재직했고 행정과 정무부지사 2곳을 거친 이형규씨도 롱런한 케이스다. 사실 민선체제하의 경제부지사는 오너 사장과 선거공신이 따로있기에 어떤 경우에는 ‘술상무’ 역할에 그치는가 하면 심한경우 지사 비서실장의 지휘를 받는 일까지도 있었다. 적당히 이름을 알리고 경력을 관리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쌓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역대 경제부지사 중 김철규, 태기표, 장세환, 김대곤, 이승우, 한명규, 송완용, 김승수, 최정호, 이원택, 우범기씨 등이 선거에 출마했다. 전북에서 경제부지사의 위상이 크게 뛰어오른 것은 바로 최정호 전 부지사때다. 행정안전부에서 국장급이 행정부지사로 부임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경제부지사도 잘해야 중앙부처 국장이나 실장급 정도인데, 최정호씨는 국토부 차관을 지낸 뒤 전북부지사를 맡는 파격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국토부장관 후보로 지명되기까지 했으나 부동산 문제 등으로 국회 검증단계에서 막판에 사퇴해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이후 익산시장 선거전에 나섰다가 실패했던 그는 얼마전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로 꼽혀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고있다. 장관 후보까지 지냈던 이가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로 선택된 가운데 오는 15일 청문회를 앞두고 수면하 갑론을박이 없지않다. 국회의장이 총리를 하고 당 대표가 장관을 하는 마당에 굳이 격이나 위상을 운운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의견도 있는데 특이한 것은 익산시장에 뜻을 뒀던 정헌율 익산시장, 김대중 도의원,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 김연근 전 도의원 등이 향후 어떤 포즈를 취하는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들도 있다. 경제부지사에겐 본인의 의사여부에 관계없이 늘 정치나 선거 문제가 뒤따라다니기 쉽다. 김관영 지사가 첫 발탁한 농식품부차관 출신 김종훈 경제부지사의 향후 행보도 눈길을 끄는데 그는 정치와는 뚜렷하게 선을 긋고 오직 도정과 지역발전만을 위해 뛰겠다는 의지가 확고한것 같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한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지도가 있다. 한국의 최초 신부인 김대건 신부(1821~1846)가 1845년에 제작한 ‘조선전도’다. 김대건은 중국에 머물다 조선에 들어온 1845년 1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한성부 서고에 보관되어 있던 지도를 바탕으로 이 지도를 제작했다. 동서양의 선교사들을 위해 만든 일종의 조선 행정지도였다. 외국 선교사들을 위한 것이었던 만큼 몇 개 지명을 한자로 표기한 것을 제외하곤 조선팔도 도시의 지명을 모두 로마자로 표기했다. 덕분에 조선의 지명을 해외에 소개한 첫 번째 지도가 됐다. 교회사적 문화사적으로 가치와 의미를 갖는 이 지도가 더 특별히 주목받게 된 이유가 있다. 지도가 품은 조선 영토의 실체다. 이 지도에는 만주 지역, 울릉도와 함께 독도가 옛 이름인 ‘우산(Ousan)’으로 표시되어 있다. 지도 제작을 위해 옛 지도를 모본으로 삼았으니 이미 그 이전부터 독도가 우리 땅이었다는 다시 확인시켜주는 증거다. 지도는 당시 프랑스 해군을 통해 프랑스로 전해져 지금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지도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채 50년이 되지 않는다. 작고한 최석우 신부가 도서관에서 지도를 발견해 그 존재를 알린 것이 계기다. 사실 ‘조선전도’가 아니어도 18세기와 19세기 서양에서 제작된 지도 중 독도가 우리땅임을 알려주는 지도들은 적지 않다. 2021년에는 스페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원 도서관 관장이 독도가 명확하게 표기된 ‘조선왕국전도’를 소개해 화제가 됐다. ‘조선전도’와 함께 이 모두가 독도 영유권이 한국에 있음을 알려주는 사료들이지만 독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올해도 1905년에 일방적으로 독도를 자신들의 행정구역에 편입시키는 고시를 한 이후 해마다 열어온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의 날’에 차관까지 보내 힘을 실었다. 지난 6일,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았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 3자 변제’ 방식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라지만 정작 일본 정부의 사죄와 가해 전범기업의 배상 참여 등 일본 쪽에 요구해 온 ‘성의 있는 호응 조처’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역사의 실체는 묻히고 진실이 왜곡된 형국은 더 견고해질 터. 그래서다. ‘양국의 공동이익’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 김은정 선임기자
기다리던 봄이 왔다. 남녘의 꽃소식에 향긋한 꽃내음이 잔뜩 묻어 올라온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다. 그래도 한순간에 사그라질 봄꽃이기에 제대로 즐기려면 자연의 주기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년간 축제를 열지 못했던 남녘 지자체들이 올해는 명성 회복을 위해 잔뜩 벼르고 있다. 수십 년을 이어오며 유명세를 탄 꽃축제가 가져올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잔치를 열어 떠들썩하게 즐기는 봄꽃으로는 역시 매화와 벚꽃을 꼽을 수 있다. 봄의 전령사 매화가 남쪽에서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으니 다음 차례는 꽃축제의 아이콘 벚꽃이다. 그런데 벚꽃은 언제부터인지 희망이 아닌 위기와 상실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로 지방대의 암울한 현실을 빗댄 이른바 ‘벚꽃엔딩’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누군가 반농담으로 던진 말이겠지만, 어느 순간 정설처럼 굳어져 회자되고 있다. 지방대는 올해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올 봄 모처럼 캠퍼스에 활기가 돌았지만 대학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추가모집까지 안간힘을 쓰고서도 끝내 정원을 한참이나 채우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다. 신입생 충원율은 해마다 뚝뚝 떨어진다. 대학마다 온갖 자구책을 짜내며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소용이 없다. 한때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캠퍼스 이전을 추진했다. 대학위치변경계획을 세워 조금이라도 수도권에 가까운 지역에 제2캠퍼스를 조성하는 방안이다. 상당수 대학이 수도권 인근에 새로 조성한 제2캠퍼스에 주력 학과를 배치하면서, 정작 본교는 1년 내내 적막감이 감도는 껍데기로 전락했다. 결국 폐교의 비극을 피하지 못한 남원 서남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도권을 지향한 지방대의 이 같은 생존전략은 지방의 위기에 무게만 보태고 말았다.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절벽, 그리고 수도권 쏠림이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대학의 성장동력은 갈수록 약해진다. ‘벚꽃엔딩’이 어찌 대학만의 운명일까. 지역혁신의 플랫폼인 지방대의 위기는 해당 지역의 붕괴를 알리는 전주곡이다. 대학의 소멸은 결국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벚꽃엔딩의 비극이 현실로 다가온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잔칫상을 차려놓고 상춘객을 불러야 하는 남녘 지자체의 현실이 안타깝다. 벚꽃은 남쪽 지방에서만 유명한 게 아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흐드러지게 핀다. 수도권 대학, 그리고 수도권 지역사회도 대한민국의 현실이 된 벚꽃엔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소멸은 지방 소멸, 나아가 대학의 위기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꽃과 함께 몰려오고 있는 지방대 소멸의 쓰나미를 지금 막아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활기가 넘쳐야 할 이 계절, 수도권 밖 지자체들이 희망을 꽃피울 수 있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언제까지 전북이 민주당의 안방이 되어야 하는가. 안방을 내어 주었으면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면서 선거 때만 되면 일방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DJ 등 진보대통령 3명 당선에 큰 힘이 된 전북이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아무일 없듯이 끝났다. 혹시나 행여나 하고 지역발전에 기대를 걸었지만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그저 그러했다. 당선된 날 기분만 좋았지 지역으로 돌아온 게 별로였다. 전북의 정치지형이 너무 단선적이어서 희망이 안보인다. 정당 간에 경쟁의 정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까 전북발전도 백년하청격이 돼 버렸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나 다름없어 공천권자 눈치만 살핀다.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공천자를 상향식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돼 있지만 그 속내를 보면 당 대표의 의중이 제일 중요하다. 당 대표의 눈 밖에 났다가는 온갖 명분을 만들어 컷오프 시키기 때문에 현역들도 밉보이지 않으려고 쩔쩔맨다. 이런식으로 당이 운영되다 보니까 현역들은 당원들 보다는 지도부 눈치 살피는데 이골 나 있다. 요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정치권이 난리법석이다. 국힘은 내년 총선 전략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끌고가 여소야대 구도를 깰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민주당은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다각도로 대책을 강구하지만 지지율이 국힘보다 10% 정도 차이 나면서 2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선거법 위반으로 2주 간격으로 법원에 출석해야 할 이 대표가 대장동 등 추가로 기소가 되면 국힘은 물론 비명계가 계속해서 당 대표직을 내려 놓으라고 줄기차게 요구할 것이 뻔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당 지도부의 판단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찬성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을 색출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169명 의원 가운데 최소 31명서 최대 40여명까지 이탈한 것으로 보여 검찰이 또 체포동의안을 요구할 경우를 대비해 대책 마련에 몰두한다. 개딸 등 친명계는 표결 결과 찬성 139표 반대 138표에 깜짝 놀라 찬성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거친 표현을 써가며 이낙연 전대표의 영구제명을 청원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4·5 전주을 재선거 출마가 유력했던 국힘 정운천의원이 지난 3일 출마를 접고 전북특별자치도법 보완 작업 등 현안 해결에 매진하기로 했다. 정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더 지역민심이 꽁꽁 얼어 붙어 당선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서 접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때 민주당이 공천자를 낼 경우에는 더 가망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전북도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국힘은 지난 대선 때 14.4% 밖에 지지를 해주지 않았다해서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둘러싸고 친명 비명간에 다툼이 더 격화되면 국힘이 바라는대로 분당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천을 받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김관영지사가 가시적 성과를 내기가 힘든 상황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직원 갑질과 관련해 불공정 인사 논란으로 전북 도청이 한동안 시끄러웠다. 문제는 갑질 자체도 심각하지만 더 우려되는 건 사후 처리 방식과 징계 수위에 있다. 소위 가해자로 지목된 본청 팀장이 징계는커녕 사실상 영전으로 여기는 해외 파견에 인사 조치된 반면 산하기관 팀장은 굴욕적인 강등 조치를 당하면서 ‘이중 잣대’ 에 따른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갑질에 대한 인식 부족이 우려되는 조직 문화에서 그동안 공무원노조도 수차례 이에 대한 문제점을 경고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같은 경우는 도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다른 기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그래도 직장내 갑질은 사실관계 파악과 함께 신속한 조치가 가능한 구조로 돼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행정 갑질에 따른 억울함과 경제적 피해는 어디에 하소연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을’ 처지의 피해자 입장에선 직장내 갑질과는 달리 보다 적극적인 해결 방식이 필요한 셈이다. 괴롭힘을 당한 공무원도 우월적 지위인 상사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게 다반사다. 하물며 인허가뿐 아니라 등급 심사. 정부 보조금까지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 공무원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생사여탈권을 쥔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거나 눈 밖에 나는 언행을 극도로 삼가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이 도청에 직소 민원을 제기하거나 감사 청구를 요청하는 경우는 더 이상 공무원 갑질을 묵과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의사 표시다. 상황에 따라 여차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다 해도 끝까지 싸워 그들의 잘못을 밝혀내겠다는 강력한 경고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가해자 중심의 일 처리에 무게를 두면서 본의 아니게 피해자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2차 가해’ 를 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이들 요구가 외면당한 채 오히려 괘씸죄에 걸려 보복성 행정 조치를 당함에 따라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몰리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언론 보도로 제기된 농산물 유통 담당 6급 공무원의 갑질 행태가 이런 범주에 속한다. 보도에 따르면 그 공무원은 자기가 맡은 업무 분야에 불만을 품은 업자를 상대로 폭언과 함께 모멸감을 주는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또 고압적 태도로 불이익을 줄 거라며 대놓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실제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국가 양곡 배정을 통해 업자들에게 막대한 경제 손실과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다는 것이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앞서 업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도 ‘갑’ 의 입장에선 민원을 적당히 뭉개고 본때를 보여준 것이다. 즉 공무원에 맞서면 어떻게 되는지 '옐로카드' 를 꺼낸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이 터지기 전에 책임 있는 제3자 입장에서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마저 ‘제 식구 감싸기’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평소 셰익스피어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나 한번쯤 읊어본 햄릿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모든 문학작품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서 나온 용어로 햄릿 증후군이란 게 있다. 선택을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대사에서 나온 신조어인데 쉽게 표현하면 선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말한다. 4월 5일로 예정된 전주 완산을 재선거를 앞둔 지역 정가의 이목이 온통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비례대표)에게 쏠려 있다. 지난 1월 출마선언을 했고, 최근에는 내로라하는 중앙당 중진들이 개소식에 참석해 사실상 출정식을 가졌기에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최근들어 불출마를 점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당연히 오래전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죽기살기로 뛰어야 하지만 정 의원은 지역구 출마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탐문된다. 민주당이 후보를 낸 상황에서도 절묘한 3각 구도하에서 지역구에 당선된 바 있기에, 민주당이 무공천한 이번 선거야말로 그에겐 천재일우의 기회이자, 전국 유일의 재보궐 선거라는 점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구미당기는 큰 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로 상징되는 여야간 극한대결로 인해 전북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는 것보다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뉴스1 전북취재본부가 2월24~2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주시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729명을 대상으로 '전주시을 지역 차기 국회의원으로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30.0%가 임정엽 전 완주군수, 17.8%가 정운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15.5%가 진보당 강성희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을 선택했고 무소속 김호서 전 전북도의장 11.8%, 국민의힘 김경민 전 전주시장 후보 4.2% 순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6%p로, 1위와 2위 격차는 오차범위보다 컸다. 전주시을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63.3%로 가장 높았고 국민의힘 13.6%, 정의당 3.2% 순이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여론조사는 하나의 참고자료에 불과하나 민주당 후보가 없는 판에서도 이번에 전북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는 당선이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조사결과다. 더욱이 전북특별자치도 완성이나 금융중심지, 공공의대 설립 등 전북 현안에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여당의원이 만일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할 경우 정치인으로서 위험성은 말할 것도 없고 전북발전에도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운천 의원은 3일 가든, 부든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인데 지역정가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명운, 지역사회에서 역할 등을 감안할때 그의 불출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안호영 의원 통합 결단, 끝까지 최선을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김 지사의 컷 오프설은 사실무근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HAI 시대, 지역사회 감응에도 주목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
전주시, 고사 위기의 기령당 활성화하라
영화 ‘사람과 고기’를 보고
지금, 우리에게 ‘호남’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