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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와 문화유산 보호 조치

지난해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전시가 있다. 한지 조형작가 전광영의 <재창조된 시간들>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본전시와 국가관의 전시로 이루어지지만 같은 기간 동안 세계 각국의 수백 명 작가가 별개의 개인전을 연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들 중 소수의 작가를 선정해 비엔날레의 엠블럼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른바 비엔날레가 인정하는 공식 병행 전시다. 지난해에는 230여 명이 개인전을 열었다. 비엔날레가 병행 전시로 선정한 작가는 그중 20여 명, 생존 작가는 전광영을 포함한 4명이었다. 전광영은 90년대 중반부터 한지를 소재로 한 독특한 회화 방식의 연작 시리즈로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성공적으로 현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전시에서도 각국의 전문가들과 관람객을 불러들인 것은 한지를 활용한 부조와 설치작품이었다. 한지를 널리 알리는 통로가 된 그의 전시와 더불어 한지의 가치를 주목하게 한 작업이 또 있었다.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의 실험적 건축물 <한지 하우스>다. 스테파노는 전광영의 전시장 앞에 한지로 싼 종이집을 지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이끌었다. 한지가 현대 미술 작업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2000년대 초반, 서울 인사동에는 한지를 구하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 외국 작가들이 뒤를 이었다. 다양한 통로로 주문 제작을 의뢰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반가운 것은 외국 작가들이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보다 한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지의 쓰임은 미술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다. 재료로서의 독창성,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한지는 우리보다 앞서 종이를 발명한 중국으로부터 제작 기술을 도입해 만든 전통 종이지만 재료나 기법은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와 다르다. 품질이 우수하고 수명도 선지나 화지보다 긴 특성을 갖게 된 것은 재료와 기술의 차별성 덕분이다. 문화재청이 한지를 2024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 신청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지(2009년)와 화지(2014년)가 이미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니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유네스코에 등재되려면 유산에 부합되어야 하는 자격요건과 함께 문화 다양성과 인류의 창조성을 갖추어야 한다. 유산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가 있어야 하고, 공동체 문화로 이어지면서 현재에도 잘 향유되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어야 한다. 한지가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니 과제가 적지 않다. 한지는 정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가. 온전히 향유되고 있는가. 그 답을 찾는 일이 더 절박해졌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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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7.18 15:27

전주한지 유네스코 등재는 세계화 첫발이다

한지는 뛰어난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이웃나라 중국의 선지, 일본의 화지가 각각 2009년과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으나 유감스럽게도 한지는 등재되지 못했다. 전주, 전북뿐 아니라 대한민국으로서는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한지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이 바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록인데 이를 위한 등재 신청 절차가 시작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최근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무형문화재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가칭)이 2024년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대상으로 선정됐다. 결실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바야흐로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가시화 함을 의미한다. 지난 2021년 4월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단’이 출범했고 그 이후 전주시, 완주군, 문경시 등에서 총 5회의 학술포럼을 진행하면서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공감대 형성에 힘을 쏟아왔다. 앞서 전주한지는 지난 2020년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로부터 문화재 복원 용지로 인정 받았고 지난해 전주시 서서학동 일원에 ‘전주천년한지관’을 개관했다.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목록 선정 소식은 모처럼 자부심을 갖게하는 희소식이다. 지난 10년간 한지 등재를 위해 힘쓴 노력의 결실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한지가 2026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전주한지는 국내에서도 독보적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해외 대사관 등이 전주한지로 꾸며지는 경우가 많지만 갈수록 그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해있고 가격 경쟁력이나 독보적인 품질 측면에서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다. 명실공히 전주한지가 대한민국에서 모든 면에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이게 갖춰져야만 전주한지의 세계화가 가능해진다. 단순히 한지산업 종사자 뿐 아니라 학계, 행정기관을 비롯한 모든 관계기관에서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짜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과감한 예산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전주단오가 아닌 강릉단오가 전국 최고의 명성을 갖게된 것은 다시 되풀이 돼서는 안될 뼈져린 경험이다. 전주한지도 지금 고사하느냐 아니면 세계로 나가 성공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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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7.18 15:23

임차인은 꼭 집을 보여줘야 하나요?

의뢰인은 주택 세입자로, 전세 계약기간 만료가 2달 앞으로 다가왔다. 중개업자는 의뢰인에게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다가오는 주말에 집을 보여 달라고 했고, 의뢰인은 그다음 주말에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중개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싫으냐며 물었다. 의뢰인은 본인이 얻어 쓰는 것도 아닌데, 살고 있는 집을 보여주는 게 맞냐며, 자신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는지 물어왔다. 집을 보여준다는 것은 가정이라는 가장 내밀하고,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을 외부인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으로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고, 모르는 사람이 내 집을 드나들게 하는 것으로 유쾌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집을 보여주는 문제로 임차인과 임대인 간에 분쟁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집을 보여주지 않아 새 임차인을 빨리 못 구한다며 악성 임차인이라고 하고, 임차인은 임대인의 요구가 과하다며 내가 그러한 의무가 있는지 묻는다. 우리나라 밖에서는 좀처럼 집 보여주기 문제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전세제도 때문이다.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고, 다음 집을 구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적기에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사생활 침해를 포기하고 집을 보여주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어디에도 임차인이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는 조항은 없다. 임차인은 보증금을 위해 협조할 뿐이지, 그 누구도 임차인의 집을 들락날락할 권한은 없다. 만약 임차인이 새로운 집을 구할 돈이 충분하다면, 임대차기간 종료 후 주택 인도와 함께 임대차 등기를 받고, 지급명령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여유는 없다. 임차인에게 전세는 기본적으로 위험한 제도로 분쟁 없이 큰돈을 돌려받는 게 중요하니, 가급적 협조하라는 것이 가장 적합한 조언이 될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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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7 18:02

장마철 물폭탄 피해 속출…긴장 늦추지 말아야

장마철 폭우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잇단 산사태와 제방붕괴, 하천범람, 저지대 침수 등으로 인명 피해와 재산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금 온 나라가 비상이다. 17일 현재 전국적으로 50명 안팎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생겼으며 1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정전사태로 5만 가구 이상이 불편을 겪었다. 도내에서는 지난 13일 자정부터 5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익산에서 1명이 숨지고 임실에서 1명이 실종됐다. 또 도로 및 주택침수, 농작물과 가축, 산사태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이 같은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구름이 북상하고 있고, 정체전선으로 계속해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공급되면서 19일까지 또 다시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한다. 충청과 남부지방, 제주에는 250mm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가뜩이나 그동안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산사태, 주택과 공사장 붕괴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장마철 최대 피해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일어난 침수사고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5일 근처 미호강 제방이 유실되면서 지하차도가 15대 가량의 차량과 함께 갑자기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17일 현재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는 정부와 지자체의 허술한 대응으로 인명피해를 키웠다. 당초 금강홍수통제소에서 문제가 된 미호강에 홍수경보를 내리고 인근 도로의 통제 필요성을 통보했는데도 지자체와 경찰은 교통통제를 하지 않았다. 뒤늦게 경찰이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다지만 결국 인재(人災)인 셈이다. 전북에도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할 일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지구 전체에 기상이변에 따른 홍수나 가뭄, 태풍 등 위기가 잦아질 것이다. 올해는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장마가 어느 때보다 길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예고된 바 있다. 그런 만큼 재해 위험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대비와 복구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개인은 국민행동요령에 따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지자체는 현장 점검 등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지자체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해 제2, 제3의 피해를 막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7.17 18:02

OTT 시대에 영화관은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

올봄 전주국제영화제를 앞두고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관객들이 영화관에 찾아와 줄 것인가”였다. 코로나 시절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는 대신 집에서 OTT로 즐기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라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의 물음이었다. 내 대답은 “많이 찾아주실 것”이었고 다행히 코로나 이전 가장 성대하게 열렸던 20회 영화제의 관객에 근접한 성과를 이루어 냈다. 아직까지도 영화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화제의 경우 일반 영화관처럼 티켓 값을 올리지도 않았고 영화제가 아니면 보기 힘든 작품들을 상영하였기 때문인데,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 장소에서 다수의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집단의 경험이 바로 영화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집 안에서 자유로운 복장, 편안한 자세로 내가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있는 OTT의 편리함이 크다고 해도 영화관에서 관객들과 함께 경험하는 영화의 본질은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영화는 뤼미에르형제가 1895년 그들이 개발한 시네마토그라프로 관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고 상영한 단편영화들이다. 시기적으로는 에디슨이 1891년 개발한 키네토스코프가 빠르지만 이것은 영화를 한 사람만 볼 수 있는 거라 최초의 영화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즉 영화란 혼자 보는 것이 아닌 집단의 관람 형태라는 것이다. 영화는 OTT 이전에도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었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TV의 등장에는 큰 스크린과 블록버스터 영화로, 비디오 테이프와 DVD의 등장에는 멀티플렉스 복합상영관으로 이를 이겨냈다. 집 안에서 편하게 혼자 즐길 수 있는 형태의 것을 영화관에서 집단의 관객이 감정을 공유하는 형태가 이겨낸 것이다. OTT의 도전도 영화관이 극복해 낼 것이다. 폰이나 TV로 음악을 듣거나 축구나 야구를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이 콘서트 장에 가고 축구장이나 야구장 혹은 거리 응원에 나서는 것은 혼자만의 관람이 아닌 집단의 관람이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 많은 관객들이 찾아오고 뒤를 이어 <범죄도시3>이 천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몰이를 해주었지만 아직 영화관들이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는데 첫째는 너무나도 올라버린 티켓 가격이고 둘째는 그 가격에 걸맞은 영화가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파산 직전까지 간 영화관들이 코로나 시기임에도 영화관을 찾아와 주는 충성 관객들을 대상으로 가격을 너무 많이 올려버린 것이다. 어차피 이 사람들은 가격이 올라도 영화관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 예측은 틀리지 않았고 영화관들은 숨을 돌리게 되었다. 문제는 충성 관객이 아닌 일반 관객들이다. 이들이 영화관을 찾아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좋은 영화가 상영된다면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을 것인데 문제는 티켓 가격이다. 한번 올려버린 가격을 내리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이 때 코로나 전에 <신과함께>의 제작자 원동연 대표가 한 말이 떠오른다. “제작비 100억짜리 영화나 1억짜리 영화나 티켓 값이 똑같아. 100억짜리 영화는 티켓 값을 만오천원 정도 받고 1억짜리 영화는 오천원 정도 받으면 안 되는 걸까? 50억짜리 영화는 한 만원 정도 받고” 티켓 값을 내리기 힘들다면 원대표의 제안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 위원장은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교수로 백암아트홀 대표이사∙극장장을 역임했으며 방송∙시나리오 작가, 공연기획∙제작, 영화투자∙제작 등의 활동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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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7 18:02

ISSB, 최초 글로벌 ESG 공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지난 6월 26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최초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개 기준 발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S1 ‘일반적 지속가능성’과 S2 ‘기후 관련 공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향상시키는 정보를 제공한다. 여러 방식으로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먼저, ESG 공시의 투명성과 비교 가능한 정보 제공으로 기업과 산업 전반에 걸쳐 정보 기반의 투자 의사결정을 촉진하고 투자자가 ESG 위험과 기회를 평가한다. 둘째, 기업의 운영과 공급망 내에서 지속가능성 위험을 식별하고 완화하여 글로벌 경제 전체의 장기적인 탄력성과 안정성에 중요한 리스크 관리를 향상시킨다. 셋째, 일관되고 신뢰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여 기업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 청정 기술과 사회적 영향 등의 혁신 이니셔티브를 주도한다. 또한 국가 간 협업을 장려하고 벤치마킹을 용이하게 하여 글로벌 기업, 투자자 및 규제기관 간의 지식 공유를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모두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한 기후변화 및 사회적 불평등의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이다. 결국 글로벌 경제의 변화를 주도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잠재력을 지닌다. 최근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로 집계돼 러시아, 호주, 브라질 등의 국가들에 밀려 3단계 하락했다. 또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ESG 성적이 선진국과 주요 아시아국 중에서 꼴찌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반적인 성장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ESG 표준공시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우리 기업은 보다 포괄적이고 표준화된 ESG 보고로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 규제 기관과 이해관계자가 지속가능성 성과에 대해 더 나은 통찰력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전략과 운영에 통합하여 환경적 영향 감소, 사회적 성과 개선 등 기업과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장기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의 투자자와 이해관계자가 한국 기업을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고 지속가능한 책임 있는 투자를 유치하여 장기적인 경제 안정성과 회복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EU)은 ESG 위험 요소에 대한 ‘공급망 실사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업이 실사 규정을 마련하여 본사, 자회사, 공급업체에서 발생하는 ESG 문제를 파악해서 대처하는 의무다. 법 위반 시, 800만 유로 또는 기업의 연매출 최대 2%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대기업은 2024년, 중소기업은 2026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ESG 경영 활동 지원을 위한 펀드 조성과 이를 활용한 필요한 자금을 감면금리로 조달받을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전라북도 역시 수도권 보다 훨씬 열악한 지역기업들의 실태 파악과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ISSB ESG 공시는 온실가스 배출을 뿜어내고 낡은 장비에 의존하는 현재 한국의 산업 모델을 교체하라는 신호다. 정부는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을 위한 파격적인 제도, 인프라 지원 등 채찍이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산업전환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형 ESG 로드맵 구축으로 녹색 경제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지용승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지용승 교수는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적경제와 ESG가 어떻게 작동되며 지역발전에 기여하는가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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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7 18:02

전북체육 발전을 위한 제안

전북체육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레슬링의 유인탁, 복싱의 신준섭 등 많은 스포츠영웅과 훌륭한 지도자를 배출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전북체육은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스포츠 요람으로써의 역할을 맡아 왔다고 할 것이다. 2019년 이후 체육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였다. 바로 엘리트 체육을 담당하는 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위한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북체육회는 선수 육성과 도민건강을 위한 생활체육 증진을 위한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유지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가장 필수적인 활동이 체육이다. 우리 삶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체육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전북체육회에서는 도민건강을 위한 생활체육, 학교체육, 어르신 체육, 엘리트 체육 등 동반 성장형 환경을 구축하여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전북은 노인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다. 전북의 노인인구 비율은 23.3%로 전국 17개 시도 중 3위이다. 노인인구의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건강지표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더불어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많은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다. 고령화된 전북지역 특성에 적합한 어르신 체육지원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간의 삶의 질은 정신 건강, 사회적 지지, 자아 존중감, 우울감 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신체적 건강 상태가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도민 건강증진을 위해 전북체육회에서는 코로나19로 중지되었던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여 전북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도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전북체육회 예산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전북도의 예산지원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전북체육회의 예산규모는 전북도 지방세 예산을 기준으로 2018년 1.76%에서 2023년에는 0.95%로 축소되었다. 전북체육회 예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전북도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전북도민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2020년 이후 민선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전북체육회는 최근 예산 편성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민선 체육회의 예산 확보 어려움은 다른 지역체육회도 같은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최근 강원도에서는 체육회에 대한 안정적인 예산지원을 위해 전전년도 도세수입결산액의 2%를 확정하는 조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안정적 예산지원을 위한 제도 마련은 지역체육회가 지역 주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체육 진흥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북체육회는 도민건강과 복지증진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며, 이러한 전북체육회의 원만한 역할수행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예산지원 방안이 구축되어야 한다. 아울러 전북도민이 주체가 되는 민·관·학 협의체를 구축하여 효율적인 체육 예산 편성 및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규진 전주대 경기지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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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7 18:01

기후 위기, ‘극한(極限)’의 시대

연일 물폭탄이 떨어졌다. 전북에서는 하루 400mm 가까운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난리다. 폭우나 집중호우 같은 기존의 용어로는 이 맹렬한 강우현상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다. 기상청은 올여름 ‘극한호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지난해 서울에 시간당 14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1시간 강수량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동시에 관측될 때를 이른다. 1시간 강수량이 72mm를 넘을 때는 즉시 극한호우로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의 기준이 시간당 30mm이니 그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이 같은 극한호우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우려될 때 수도권을 대상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올해 수도권 시범운영 후 내년 5월에는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지난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영등포구 신길동 등에 처음으로 극한호우 발생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물론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충족하는 극한호우는 예년에도 전국 곳곳에서 수차례 발생했다. 그리고 그 빈도가 해마다 급격하게 늘면서 기상청이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슈퍼 엘니뇨’를 예고했다. 한반도를 비롯한 전세계에 역대급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리고 우려가 현실이 됐다. 물폭탄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극한의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제 홍수와 가뭄 등 재해예방 시스템도 전면 재검토 돼야 할 것이다. 기존의 기상자료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까지 고려한 재해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다. 이 요란한 장마가 지나가면 가마솥더위·찜통더위 단계를 넘어서는 ‘극한폭염’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 앞서 기상청은 수년 전 가뭄의 단계를 ‘가뭄’, ‘매우가뭄’에서 ‘보통가뭄’, ‘심한가뭄’, ‘극한가뭄’으로 조정했다. 그야말로 ‘극한(極限)’의 기후다. 극한은 궁극의 한계점을 의미한다. 더 심한 상황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최악의 단계다. 하지만 지금 극한으로 이름 붙인 기현상이 지구촌 이상기후의 마지막 단계라고 확언하기 어렵다. ‘극한’의 기준을 훌쩍 넘어서고, 그 빈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새로운 용어를 붙여야만 하는 폭우·폭염·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절대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지만, 이보다 더한 비가 오고 그 빈도가 점차 높아진다면 과연 또 어떤 용어를 새로 만들어 쓰게 될지 궁금해진다. 더 갈 곳 없는 마지막 단계를 뜻하는 ‘극한’이라는 표현까지 이미 끌어와 써버렸으니 말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인류를 위협하는 기상이변이 어디까지 갈지 새삼 걱정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7.17 16:28

전북에선 응급실 표류 단 한건도 없어야한다

119구급차를 타고도 응급실을 찾지 못해 거리를 표류하는 것을 ‘응급실 뺑뺑이’또는 표류라고 한다. 2021년 한 해 119 출동 이후 1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뺑뺑이 환자는 무려 19만6561명이나 됐다.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다. 바로 우리 주위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대도시에서도 일상화 한 현상인데 중소도시나 의료 사각지대인 농어촌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의료진 부족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를 비롯해서 응급실을 지킬 의사가 없는 것이다. 정부와 보건의료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의료진 확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우선 당장 환자와 응급실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구급대원들이 일일이 병원에 전화해야 현실과 응급 환자 이송을 위한 구급차와 응급실의 핫라인 개설이 당장 구축돼야 한다. 병원의 빈 병상 현황이나 의사 당직 상황도 즉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뇌졸중과 심근경색, 중증외상은 골든타임 내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으로 이어지는 3대 중증 응급질환인데 이들조차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을 찾다 사망하는 '응급실 표류' 사고를 막기위해 전북도와 전북소방본부, 도내 응급의료기관 10곳은 지난 14일 '전북 응급의료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원광대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인 군산의료원·남원의료원·예수병원·대자인병원·전주병원·익산병원·동군산병원·정읍아산병원이 참여했다. 협약에 따라 각 기관은 △119구급대 이송환자 수용 △응급환자 이송·전원을 위한 응급의료 네트워크 구축 △응급의료기관 평가·지원 등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지역이송 지침을 통해 응급이송체계 확립과 응급환자에 대응이 한결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한 하나의 행사에 그쳐선 안된다. 응급의료는 현장·이송, 응급실 진료, 수술·입원 등 연속성 있는 서비스 제공 여부가 사선을 넘나드는 핵심 사안이다. 환자의 상황에 맞게 적정 병원에 얼마나 빨리 도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적어도 전북에서는 응급실 표류로 인해 안타까운 일을 당하는 환자가 단 한명도 없게끔 보건행정 기관이나 병원, 의료인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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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7.17 13:32

아직도 전북은 민주당 안방

정치인은 표 나온대로 움직인다. 표가 많이 나오면 예뻐서 예산을 많이 지원해주고 싶고 안 나오면 그 반대로 간다. 지난 대선 때 국힘 윤석열 후보가 전북에서 14.4%를 얻었다. 국힘쪽은 기대했던 만큼 표가 덜 나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윤후보가 가가호호 친필편지까지 보내 지지를 호소했는데 20% 이상 얻지 못했다면서 아직도 지역감정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는 것. 지난 전주을 재선거 때 국힘 김경민 후보는 6명 중 8%를 얻어 5등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의혹을 제기한 무소속 안해욱 후보가 10.14%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재선거 때 출마를 접었던 국힘 정운천 비례대표 의원이 자당 김경민 후보의 표가 적게 나오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도당위원장과 완산을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일각에서 선거유세차 김기현 당 대표가 왔는데도 사람이 모이지 않은 것은 정의원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탓 때문이라고 지적했지만 정의원측은 김후보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는데도 그같은 사정을 몰라준 당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어찌됐든지 간에 전주 연고가 별로였던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39.07%로 당선,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민주당이 귀책사유로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서적으로 맞질 않은 진보당 출신이 국회의원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완주군수를 두번한 친 민주당 무소속 임정엽 후보가 32.11%로 2위를 했지만 그가 만약 당선됐더라면 내년 총선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민주당 간판을 달고 총선에 나올 것이 확실해 민주당 진영에서 강성희 후보쪽을 역선택해서 당락이 바뀐 것이라고 말한다. 내년 총선 때 전주완산을을 노리는 입지자만도 현역3명을 포함 10명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인구 65만인 전주의 표심이 전북 전체의 표심을 아우르기 때문에 민심의 풍향계가 된다. 아직 선거구 획정이 끝나지 않아 변수가 많지만 윤석열정권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커 민주당이 친명 비명 간에 내홍이 심해도 표심은 민주당으로 흘러간다. 현역들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높아도 결국은 민주당 공천자를 찍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심지어 일각에서 흘러간 물로 다시 물레방아를 돌려 보겠다는 OB들의 이름이 자주 거명된 걸 놓고 유권자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정동영·이강래·유성엽·이춘석 전 의원도 전북의 정치적 자산인 만큼 이들 한테도 당락에 관계없이 출마기회를 줘야 할 것 아니냐는 여론도 생겼다. 최근 추미애 전 의원이 자신의 법무부장관 경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좌충우돌하고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이 제3당을 목표로 신당창당을 추진해 귀추가 주목된다. 아무튼 지난 4·5 전주을 재선거 하나의 결과로 내년 총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전주표심이 묘하게 흘러 간다. 도지사 선거에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것처럼 내년 총선도 공천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갈 것 같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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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7.16 18:14

전북특별자치도 지원, 총리가 앞장서 달라

전북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1차회의가 13일 도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4월 위원회 구성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18개 부처 장·차관, 10명의 민간위원, 김관영 지사 등 위원 30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총리는 “전북특별자치도를 일종의 테스트 베드화해 과감한 시험과 도전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과 지방, 민·관이 협력해 전북특별자치도의 취지와 본질이 구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우려와 달리 전원이 참석해 모양새를 갖췄다. 한 총리와 전북도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는 내년 1월 18일 특별자치도 출범에 앞서 추진단을 국 단위로 확대하고 그동안 발굴한 특례 반영을 위해 각 부처를 상대로 발벗고 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28개의 상징적인 조문만 담겨 있어 필요한 내용을 대폭 넣어야 할 입장이다. 하지만 194개 제도개선 과제에 대한 각 부처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한다. 그래서 각 부처 장차관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지원위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들의 엄호사격이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가 추진 중인 권한사무 이양 60건 가운데 전북 현안과 관련된 권한은 29건이고 나머지는 필요치 않다고 한다. 이 부분도 특별자치도 특례로 추진할 사항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강원특별자치도는 지금 3차 법률 개정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5월 전부개정안에 4대 규제 완화를 넣은 데 이어 이번에는 주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을 넣을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들과 차별화된 특례를 많이 반영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는 한 총리의 지원이 필요하다. 한 총리가 전북 출신이라, 편들어 달라는 게 아니다. 전북은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로 정부 여당에 우군이 거의 없는 외로운 처지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 중 하나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을 위해서 그렇다. 나아가 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아무튼 지원위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전북특별자치도가 모범적인 혁신과 발전의 테스트 베드로 거듭났으면 한다. 그 길에 한 총리가 소임을 다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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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7.16 17:49

전주시 오락가락 정책, ‘행정의 일관성’ 지켜야

전주시가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조성사업의 기본방향을 갑작스럽게 바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행정에 대한 주민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주시는 당초 백제도로 자전거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부 구간의 차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한다는 사업방향과 원칙을 정했다. 그리고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지난해 7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민선 8기 단체장이 바뀌면서 지난 5월 공사를 전격 중단했다. 시는 차선 축소에 따른 교통혼잡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시민 민원을 내세워 사업을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예상대로 기존 차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전면 폐기됐다. 대신 보도에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만드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전주시는 정책 변경의 정당성을 시민 여론에서 찾았다. 시민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이 자전거 전용차로 개설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행부가 한창 진행되던 공사를 전격 중단하면서까지 자전거 전용차로 개설에 부정적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만큼 여론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조성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정도로 시민 반발이 거셌던 것도 아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민선 8기 단체장이 바뀌면서 전주시 도시정책 기조가 재생에서 개발로 바뀌고, 사람과 환경을 우선시하는 생태교통 정책도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는 자전거정책과가 자전거팀으로 축소됐다. 물론 주민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단체장이 기존 정책과는 방향이 다른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흔들려서는 안 될 일이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이 폐기, 또는 축소된다면 과연 누가 행정력을 신뢰할 수 있을까. 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 이미 추진 중인 사업까지 갑자기 중단하거나 방향을 되돌리는 일이 손바닥 뒤집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주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조성사업이 꼭 그렇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현 단체장이 역점 추진하는 사업도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행정은 주민과의 약속이다. 단체장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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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7.16 17:49

소통과 협치로 시민의 뜻을 실현할 터

2022년 7월 제9대 익산시의회가 ‘화합하는 상생 의회, 시민중심 열린 의회, 신뢰받는 바른 의회’를 슬로건으로 힘차게 출범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일상이 지치고 생계의 막막함마저 몰려와 힘든 시민들을 보듬는 것이 급선무였던 시기, 익산시의회는 시민의 대의기관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시민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시민들이 있는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시민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지역과 관련된 민원에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공유하며 함께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열린 의회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회기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활발히 현장을 찾아 시민의 눈높이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고심했다. 다이로움 밥차 무료 급식 지원 봉사 활동에 참여해 직접 배식을 하면서 식사를 하러 오신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눈 일, 명절에 전통시장을 찾아 장보기 캠페인을 하며 시장 상인들을 격려한 일 등이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접하며 의원이란 시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자임을 되새겼던 시간이었다. 아울러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집행부를 비롯한 지역 기관·단체들과의 소통과 협치에도 힘썼다. 의회와 집행부는 각자의 역할과 성격은 다르지만 살기 좋은 익산을 만들기 위해 일한다는 목표는 같다.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동반자적 관계를 기반으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나아가 각계각층의 다양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의정회, 원광대학교, 전라북도교육청 등과 소통과 협치의 폭을 넓혀 갔다. 익산시와 자매도시인 경북 경주시와 우호도시인 일본 분고오노시의 의회와도 상생 발전을 위한 교류 협력을 약속했다. 의원 개개인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았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 각종 환경문제 등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행정 수요 또한 복잡·다양해졌다. 이러한 행정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원들 스스로가 충분한 역량과 자질,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의원 연구단체를 구성해 전문가와의 정책 연구 활동을 하면서 지역화폐 활성화, 자전거 정책 등 지역의 다양한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과 시민의 복리증진 방안을 연구해 지역 특성에 맞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했다. 또 각 부서에서 추진 중인 사업과 지역 현안에 관해 면밀히 들여다본 후 개선할 사항에 대해서는 과감한 개선을 요구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활발한 5분 자유발언, 시정질문 등을 펼쳤다. 의원들이 시민의 목소리를 올곧게 대변하고 시정의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무엇보다 중요시했다고 하겠다. 이렇게 지난 1년을 쉼 없이 달려 이제 제9대 전반기 의장 임기의 반환점에 섰다. 시민의 뜻이 실현되는 의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의정 활동에 임할 것을 엄숙히 약속한 그 첫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 시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동료 의원들과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도록 하겠다. 익산시의회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 주시는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최종오 익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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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6 17:48

청소년이 성장하는 전라북도, 함·성 in 전북

‘똑똑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청소년’ 우리나라 청소년은 행복할까?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2022년, 통계청)에 따른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로, OECD 30개 국가 중 27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네덜란드, 멕시코, 핀란드는 84% 이상으로 청소년의 삶의 질 만족도가 높다. 반면에 걱정, 근심, 우울 등 부정적 정서는 2017년 2.67점에서 ’20년 2.94점으로 증가하고 있고, 아동·청소년의 사망률 1위는 자살이다. 또한 <한국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결과, 우리 청소년이 행복하지 않다고 꼽는 첫 번째 이유는 ‘학업문제’였다. 이는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수치로 청소년기를 거쳐온 인생의 선배이자, 전라북도 청소년 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 중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에게 입시위주의 교육정책과 높은 학업성취를 강조하면서 현재의 삶의 질(well-being)보다는 미래의 좋은 삶(well-becoming)을 강요하는 분위기로 똑똑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로 우리 어른들이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에 대한 인식이 ‘보호’에서 ‘권리’의 대상으로 변하고 있고,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매개 환경의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이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을 둘러싼 인식· 환경변화와 복합적인 정책의 수요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전라북도에서 청소년의 성장과 복합적인 정책 수요에 대응하는 정책을 제공하기 위해 전라북도-교육청-청소년 관계기관-청소년이 함께하는 전북청소년성장지원협의체, ’함·성 in 전북‘이라는 추진체계를 구성하여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미 전라북도와 전북교육청은 지난 4월 전라북도 교육행정협의회를 통해 추진체계 구성에 합의해 도지사와 도교육감 공동의장체제에 도내 청소년복지 및 활동기관, 학교 운영 관련 기관 및 학부모, 청소년 등 청소년 정책과 관련된 당사자 및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추진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함·성 in 전북’은 여러 사람이 함께 외치는 소리라는 사전적 의미와 청소년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을 지역의 공감대 안에서 요구하여 함께 성장하자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고, 민선8기 전라북도 슬로건인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청소년성장지원협의체는 광역단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추진체계로 전라북도에서는 기관별, 사업 영역별 분절적으로 추진되는 청소년 정책을 연계 협력하고,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책을 공동 발굴 추진할 계획이다. 청소년들의 욕구조사를 통해 수요에 맞는 특화사업을 실시하고, 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 학교 안팎 연계 기능 강화, 학교와의 프로그램을 연계하며, 유휴시설을 활용하여 청소년의 자유공간 조성 등을 통해 ‘청소년이 성장하는 전라북도’를 만들기 위해 이제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청소년성장지원협의체 ‘함·성 in 전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나 역으로 시작이 반(半)이란 말이 있다. 청소년들의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인적·물적자원을 연계하고 청소년 서비스 영역별 경계를 넘나들며, 교육과 복지 등 타 정책분야와의 연계 협력을 통해 청소년 중심의 전북형 생태계 조성을 기대해 본다. /나해수 전라북도 교육소통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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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6 17:48

인생을 산다는 것은?

1.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1948년 8월. 나는 전라북도 남원군 송동면 신기리 647번지에서 농부의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우리집은 그렇게 어렵다는 느낌 없이 행복했다. 부모님의 뒷바라지로 대학을 다닌 것은 큰 형님 혼자였으니 시골 부자라는게 기껏 그 정도였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우리가 살고있는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 우리는 왜 그 시절을 수시로 동경하게 될까! 그저 세월 가면 모든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어서만 그럴까? 2. 자존과 인생 다른 동물의 세계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몰라서 그러하겠으나 고민하며 고독해지고 서로 사랑하며 미워도 하는 존재다. 또한 권력으로 많은 타인을 착취하기도 하고 독재 권력으로 자신의 야욕을 탐내며 때로는 정의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기도 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고 일컫는다. 아무튼 요즘처럼 "자존심이 상해서 못 살겠다"는 탄식 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시대도 많지가 않았다. 나에게도 묻는다.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 정부보다 더 일본스러우니 분통이 터지고 자존심이 상해서 살 수가 없다"는 요지이다. 그런데 답을 드려야 할 내 자신도 그러하니 어찌하랴!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달걀로 바위 치긴데 구태여 꼭 그렇게 살 필요가 뭐예요?"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어떠한 인생길을 선택해야 행복이라는 상태를 살 수가 있을까? 어떻게 사는 인생이라야 '나'라는 생명체에 자존을 보전하며 활력을 유지하는 삶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인가? 3. 몽양 여운형, 백범 김구, 그리고 이승만의 삶에서 작은 답을! 1948년 8월. 내가 세상에 태어났던 시절 대한민국의 운명은 참으로 가혹했다. 좌우 합작을 통한 평화적인 방법의 단일 민족국가를 목표했던 해방정국의 최대의 국민 지지를 얻었던 몽양 여운형 선생은 이승만 세력으로부터 용공으로 몰리더니 1947년 7월 19일, 백주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범의 흉탄에 암살당한다. 몽양 선생은 우리 대한민국의 출발점이었던 3.1 독립운동을 기획했던 애국자였음에도 해방 후 통일 조국을 보지 못하고 서거하신 것이다. 우남 이승만은 일제 식민지 시대 30년 동안을 미국에서 호주계 미국인 부인과 비교적 편안한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후 귀국해서는 오로지 분단하에서만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거라는 목표로 미국에서 알게 된 많은 인맥을 동원해 5.10 남한 단독선거를 이끌어 냄으로써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져 항시적으로 전쟁의 위협 속에 시달리게 만든 위인으로 김일성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는 38선을 베고 죽는 한이 있어도 분단 조국에 동의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애국자이다. 대표적인 지도자들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승만의 분단 권력론을 거부하며 살아야 마음이 편하다. 대신 8년여의 감옥살이를 견뎌야 했다. 나의 자존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함이었다. 4. 자존의 삶은 고난의 시작! 사람의 본성은 자존을 포기하며 살기를 거부한다. 그런데 자존을 지키는 일은 자칫 고난이 찾아온다. 자존을 버리면 육신의 안락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인생의 갈랫길이 다시 우리들 앞에 닥쳤다. 고민으로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번 사는 인생길에는 누구에게나 책임있는 결단이 요구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의 정부가 되게 하려면 국민 각자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모두가 고난을 각오하는 그 날, 우리 모두에게는 평화와 정의가 살아 숨쉬는 고난 없는 자존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 헛된 인생을 떨치고 인간의 본성을 찾아 목숨을 걸고 자존을 스스로 지키는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장영달 우석대학교 명예총장 △장영달 명예총장은 제14∼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제13대 우석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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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6 16:18

[금요수필]흔적

그들은 현란했고 때론 숨죽이도록 애틋했다. 인물도 출중한 젊은 남자들의 가슴을 저린 트롯이란 장르의 노래 경연에 빠졌다. 감히 어느 한 구절도 흉내 낼 수 없는 가사와 간드러진 음색에 빠지고 몸짓에 녹아들어 시간의 흐름도 잊게 했다. 경연이 끝나자 순위 밖 참가자들 까지 못다 한 끼와 노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흔들어 노래에 얽힌 먼 추억까지 불러와 흥분과 향수를 넘나들게 했다. 내가 처음 노래를 흥얼대 본 것은 여섯 살쯤이었다. 사업에 문제가 생긴 외삼촌이 나보다 한살 아래인 딸 '옥경이'를 우리 집에 잠시 맡겼던 때 부터다. 뽀얀 피부에 인형 같은 옥경이는 가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깜빡이며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는 노래를 구성지게 잘 불렀다. 주위 사람들에게 '유성기에서 나오는 소리 같다'는 칭찬이 부러워 나도 옥경이 흉내를 내며 목청껏 "한 많은 대동강아~"를 불렀으나 칭찬을 받기는커녕 가족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 통에 옥경이에게 괜한 트집으로 고집을 부리다가 혼만 났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의 추억은 학교에 하나 있는 풍금 반주에 맞춰 배우던 초등학교 시절 동요는 또 다른 재미였는데 3학년 때였던가? 그때는 반공을 국시의 제1로 삼고로 시작하는 혁명 공약을 외우던 60년대였다. 그 시절 '멸공 돌격가'를 지정곡으로 한 교내 '반공 노래 경연대회'가 있었다. 그런데 평소 나는 남 앞에 서는 것을 꺼려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아서 학급 대표로 뽑혔는데 전교 열두 반에서 한 반에 한 명씩 12명 출연자 중 첫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그날도 역시 떨지 않고 '보아라. 하늘 높이 휘날리는 저 깃발을...'하고 배운대로 씩씩하게 시작했으나 거기까지였다. 갑자기 그 뒤의 가사와 곡이 머리에서 하얗게 지워져 멍하니 서 있다가 휘청 거리며 내려온 기억은 지금도 가끔 꿈속에서 나타난다. 그렇다고 흑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이론이 0점에 가깝지만, 어려서나 젊어서는 가사가 맘에 들면 가곡이든 가요든 쉽게 익히기도 했다. 고 1때였다.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나르는 애달픈 마음....' 김동명 작사 '수선화'가 너무 좋아 열심히 익혔는데 공교롭게도 그 곡이 실기시험 곡이 되었다. 그래서 연말 음악 발표회 합창단원으로 뽑혀 뒤쪽 한자리를 차지했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요즘도 기를 쓰고 익히는 노래가 있다. "괜찮아, 이 정도면~' 쓱쓱 문 질러서 시원해진 등짝을 흔들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흥얼거림이다. 효자노릇 톡톡히 한 효자손을 침대 뒤 원래 자리에 숨기듯 치워두고 돌아서자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과 마주한다. 꼬리 빗으로 빗어지는 소털같이 변해버린 한줌내기 머리카락, 화장품과 멀어져 버린 얼굴은 상 늙은이로 가는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도 괜찮다. "아~ 내가 어때서~" 다시 흥얼대는 가사와 멜로디. 한(恨)과 흥(興)이 곁들인 곡에 한 구절 한 구절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가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열심히 따라불러 보지만, 의욕만 저만치 앞선다. 그래도 괜찮다. 나야, 나야 나, 괜찮아, 나 정도면~' 멋지게 못 부르면 어떤가? 위로되고 안도가 되는 가사에 딱 맞게 붙여진 곡을 나 혼자도 이렇게 즐길 수 있으니. 훗날 세계적 유행병에 불안해하던 때 노래로 위안을 삼았던 기억 속 또 하나의 흔적으로 남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도통 기억이 없는 늑막염을 앓았다는 X-ray에 남은 흔적같이 스치듯 떠오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용미 수필가는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행촌수필 회장, 수필과비평 전북지부장, 진안문학 편집장을 역임했다. 수필집 <그 사람>, <창밖의 여자>, <물 위에 쓴 편지> 등의 저서가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7.13 18:10

기업 유치를 바라보는 공무원 시각

불합리한 규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대불산단 전봇대’ 가 우선 꼽힌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업 활동의 불편을 초래하는 영암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제거한 이후 규제 완화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준다는 의미다. 15년이 지난 지금 전북에서도 김관영 지사의 제2 ‘전봇대 뽑기’ 작업이 한창이다. 기업 유치를 가로막는 불편 사항을 없애고 투자를 속도감 있게 이끌어 내겠다는 김 지사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런데 손발을 맞춰야 하는 일선 공무원이 오히려 무사 안일과 주먹구구 행정으로 기업 유치에 차질을 빚은 경우 그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A군청은 기업 여러 군데서 신청한 합법적인 공장 건축허가에 대해 주민들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불허 처분했다. 또 자치단체 대부분은 자체 내부 전산망을 통해 구비서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서류 제출을 재차 요구했다. 심지어는 공무원이 작성해야 할 서류를 기업에 떠넘긴 사례도 전북도 감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밖에 200여 건에 달하는 기업체 민원을 최장 95일간 질질 끌며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했다. 창업 회사는 재산세와 부담금 면제 대상임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기는커녕 되레 1억7900만 원을 부과했다. ‘나사 풀린’ 황당한 사례는 이 외에도 밝혀진 게 적지 않아 공직 사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지우지는 못했다. 김관영 지사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기업 유치를 주요 성과로 꼽았다. 그는 LG화학, GEM코리아, 두산 등 대기업이 투자를 약속하며 1년 만에 7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투자 유치를 달성했다며 기염을 토했다. ‘기업하기 좋은 전라북도' 를 슬로건으로 내건 그의 기업 유치 전략은 도민 정서를 제대로 꿰뚫어 본 결과다. 지난달 전북일보 창간 73주년 여론조사에서도 민선 8기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도민 40% 이상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원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게 1기업-1공무원 전담제를 통해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다. 한 달에 한 번 기업체를 방문해 실질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줌으로써 공무원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기업 유치는 자치단체마다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무엇보다 상생 이익을 전제로 하기에 말처럼 쉽지 않다. 투자 가치를 따지는 기업 입장에서 전북은 후순위 투자처로 밀려나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20대 대기업도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 선호 경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경우 대전 충청까진 차선책 대상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전북 이전은 직원들이 극도로 꺼려하는 데다 전문 인력 수급 또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처럼 주변 여건이 불리한 상황에서 기업 유치 업무를 맡은 현장 공무원의 일처리 방식은 보다 명확해진다. 젊은 층 일자리를 마련하고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는 길은 기업 유치가 답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7.13 17:52

의료대란 현실화, 공공의료 확충 급하다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속해 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 노조)이 13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우려했던 의료대란이 결국 현실화했다. 보건의료노조 전북본부도 이날 아침 전북대병원 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하고 정부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 장기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몇달 전에는 의사단체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해 사회적 불안을 키우더니 이번에는 간호사 중심의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서 의료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노조는 올해 초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등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공공의료 확충 등의 요구사항을 놓고 정부 및 병영 경영진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굳이 노조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공공의료 시설 및 인력 확충은 우리 사회 해묵은 과제다. 정부가 선진국 위상에 걸맞지 않은 우리 사회의 의료 현실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개선 대책을 서둘러 추진했어야 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 공백’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요구’라면서 정작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총파업은 절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의료대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절박한 환자들을 외면한 보건의료인들의 집단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해결책은 어렵더라도 협상 테이블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와 보건의료계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의 가치는 국민생명과 안전이다. 노조는 즉각 파업을 철회하고 의료 현장, 환자 곁으로 복귀해야 한다. 정부도 안정적인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필요성을 확인한 공공의료 시설 및 인력 확충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8년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의료 핵심인력 양성 방안으로 내놓은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계획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7.13 16:25

농단(壟斷)과 천장부(賤丈夫)

정보가 권력이다. 정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정보는 돈이 되고 이익이 된다. 주식 시장에서 기업의 정확한 정보는 투자 성공이 되고, 부동산 시장에서 개발 정보는 곧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보다 앞서 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힘을 이용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정보를 전쟁의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정의한다. 병사를 모집하고, 훈련하고, 물자를 모아 전쟁 준비를 하는데 적의 정보를 모르면 결국 전쟁의 패배로 이어지니,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돈과 지위를 아끼지 말라고 강조한다. 용간(用間)은 정보원의 활용이다. 인적정보를 통해 확실한 정보를 얻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고급 정보는 일반 사람의 눈높이로는 절대로 알 수 없다. 일반 사람들의 시선과 다른 높은 곳에서 보아야 비로소 남들이 못 보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힘쓰는 것이다. 옛날 시장에서 고급 정보를 얻으려는 남자가 있었다. 어디에서 어떤 물건을 파는지를 정확히 알면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옛날 시장은 현물거래였기 때문에, 시장에 물건을 거래하러 나온 사람들이 가지고 온 현물의 공급과 수요로 가격이 결정되었다. 쌀이 넘쳐나면 쌀 가격은 내려갔고, 직물이 모자라면 직물 가격이 올라갔다. 이런 정보를 알려면 높은 곳에서 시장 전체를 보아야 했다. 그래서 그 남자는 시장 전체를 볼 수 있는 언덕(壟, 농)에 올라갔다. 그 언덕은 깎아(斷, 단) 세운 듯 높은 곳이었다. 농단(壟斷)에 올라가니 시장 어느 곳에서 어떤 물건 얼마나 거래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 정보를 이용하여 싼 곳에서 물건을 사다가 비싼 곳에 가서 팔아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남자를 천한 남자((賤丈夫, 천장부)라고 부르며 멸시하였다. 농단(壟斷)에 올라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이유였다. 농단도 재주라고 하면 재주다. 왜 너는 높은 언덕에 올라가서 시장 전체를 보고 정보를 얻을 생각을 하지 않냐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덕은 아무나 올라가는 곳이 아니다. 힘이 있어야 하고, 부당 거래에 대해 옳다고 주장할 수 있는 뻔뻔함이 있어야 한다. 시장을 관리하는 감독관은 이런 농단의 폐해를 근절하고자 세금을 거두었다. 이득을 얻은 만큼 국가에서 세금으로 징수하여 이득을 못 본 사람에게 나누어주고자 함이었다. 시장에 대한 공권력의 첫 개입이다. <맹자>에 나오는 농단(壟斷)에 관한 이야기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농단을 통한 이윤 추구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정보를 이용해서 거래 이윤을 얻고, 선물거래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큰 죄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거대 기업이 가진 고급 정보와 거대 자본으로 중소기업의 이익을 빼앗아 가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권력과 결탁한 농단이다. 국정이든 사법이든, 자리를 이용한 정보를 이용하여 이익을 추구한다면 응징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고급 정보를 가진 공직자에게 주식이나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농단의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높은 자리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애초부터 의심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가진 국가의 공직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이 높은 언덕에 올라 자신의 이익을 찾는 농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단의 결과는 천한 사람이라는 칭호와 몰락이다. 비록 주머니에 돈은 가득 채웠지만 천민자본가라는 비난과 함께 비운의 결말을 맞이한다. 농단의 결말, 모두 알고 있지만 미리 알고 피하는 사람은 매우 드문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박재희(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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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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