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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정치적 운(運)

아직은 모른다.유권자들은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이다.시간도 충분하다.6월 22일 현재 293일 남은 2024년 총선여론의 흐름이다.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지원론 vs. 심판론’ 또는 ‘국민의힘 vs. 민주당 지지’의 여론조사는 모두 28개. ‘심판론 또는 민주당 지지’가 25승 1무 2패로 압도적으로 앞선다.‘국정 지원론 또는 국민의 힘 지지’는 평균 40.0%,‘정권 심판론(견제론) 또는 민주당 지지’는 평균 48.4%다. ‘국정 지원론 또는 국민의 힘 지지’의 여론은 최저 36%였는데 작년 12월 초와 4월 초였다.최고는 46%로 5월 말이었다.‘정권 심판론(견제론) 또는 민주당 지지’의 여론은 최저 43%로 5월 초였고 최고는 56.2%로 대통령 당선 1주년 때였다. 28개의 여론조사는 ‘지원론 vs. 심판론’ 또는 ‘국민의힘 vs. 민주당 지지’의 다양한 설문을 시간적 순서로 나열한 것이다.따라서 장점은 여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것이고 단점은 서로 다른 설문의 조사를 동일한 것처럼 간주하는 위험성이다. 그래서 동일 또는 유사한 설문을 사용한 일정한 간격의 조사들을 본다.28개의 여론조사 중 9개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그 중 하나는 5월 초부터 2주 간격으로 2회 조사했다.이에 따르면 5월 초순 ‘지원론 vs. 심판론은 44% vs. 43%’였다가 5월 하순 46%로 동률을 이룬다.가장 최근의 조사로 현재여론의 흐름을 반영한다. 일정 간격의 동일 또는 유사설문의 조사 9개 중 7개는 작년 12월부터 6월 초까지 걸쳐있다.이에 따르면 ‘국정 지원론’은 ‘36% 44% 42% 36% 37% 39% 그리고 37%’로 이어지고,‘정권 심판론’은 ‘49% 50% 44% 50% 49% 51% 그리고 49%’다.전제척으로 보면 28개 여론조사의 평균(40% vs. 48%)으로 수렴하는 양상이다. 28개의 여론조사 중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중도 또는 무당층의 선택이다.28개의 조사 중 27개가 이들을 따로 뽑아 분석했는데 중도 또는 무당층의 ‘지원론 또는 국민의힘 지지 vs. 심판론 또는 민주당 지지’의 여론은 평균 ‘33% vs. 54%’였다.‘지원론’은 최저17%를 기록하기도 했고 4월 초순이었던 이 때 ‘심판론’은 69%로 최고를 기록한다.27개의 조사 중 24번 ‘심판론’이 50%를 넘는다. 따라서 오늘 현재 내년 총선을 향한 민심은 첫째,오차범위 내외로 ‘심판론 또는 민주당 지지’의 여론이 상대적으로 높다.둘째,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중도 또는 무당층은 ‘심판론 또는 민주당 지지’로 좀 더 기울어져 있다. 총선은 야권의 시간으로 시작한다.민주당은 ‘김은경 혁신위’를 시작했지만 “혁신위가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많은 사람들이 갓 출범한 민주당 혁신위를 비대위로 가는 징검다리로 보는 이유다.친명도 비명도 그리고 반명의 향후 민주당의 총선체제를 향한 공통분모는 비대위다. 예를 들어 “김부겸 비대위”가 2016년 김종인 비대위처럼 “이해찬과 정청래 공천탈락”부터 시작한다면 ‘심판론 또는 민주당 지지’는 더 높아질 것이다.물론 그 출발은 ‘왜 5년 만에 40%대 지지율의 퇴임 대통령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내놨느냐?’에 대한 반성이고 이게 김은경 혁신위의 첫 과제다. 임기 만 2년의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을 향한 유권자의 심사는 복잡하다.‘제대로 일 할 기회를 줘야한다.’면서도 ‘권력의 오만과 독선은 막아야 한다.’는 필요가 교차한다.하는 걸 보면 마뜩치 않다는 게 지금의 여론이지만 ‘남은 임기를 생각하면 이렇게 둘 수도 없지 않냐’는 게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 지점이 바로 윤 대통령 정치적 행운(?)의 출발점이다.두 명의 대통령밖에 누리지 못한 ‘타이밍의 포르투나’다.임기 만 2년 안에 총선을 치룬 3명의 대통령 중 두 명이 압승했다. ‘진짜 실력의 비르투나’는 승부의 쐐기를 박는다.출발은 ‘총선이후 대통령 권력이 강화된 경우도 대통령의 친위세력이 대통령의 충성을 더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도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윤석열의 정치적 운,이제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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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2 16:08

청년 전세사기 피해 근절 이중삼중 장치를

전세사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여겨졌던 전북에서도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하는 등 크고작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젊은층이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전세사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나 국회에서는 부랴부랴 대책을 세운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도처에 사각지대가 있기에 선의의 피해자가 여전히 많다. 얼마전 전북대 앞 한 원룸 건물에서 3년 넘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집주인이 학생들에게 집을 내줬는데 세입자가 없어 결국 오랜기간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집주인이 내부 방을 쪼개는 수법으로 숫자를 늘려 불법 구조변경을 했음에도 피해자들은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등에 문제가 없어 전세사기 발생 이후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받은 돈을 자신의 사업자금으로 이미 써버렸고, 피해자들은 돈을 받지 못한채 막막한 상태에 놓여있다. 악의적인 전세사기나 역전세, 깡통전세 발생 위험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독 대한민국은 주택 전세가 거의 유일하게 제도화 돼 있는 곳이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1일부터 전세사기 피해 접수 창구를 운영한 결과 전북에서는 총 18건이 접수됐다. 전세사기 피해 신고는 전주시 11건, 군산시 6건, 익산시 1건 등 총 18건이며, 피해 상담도 40건 가까이 된다. 피해 신고는 대부분 임대보증금 미반환이다. 그런데 긴급 경·공매 유예·정지 신청도 2건이 있어 전북도는 국토교통부에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다.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저렴한 빌라가 전세사기의 온상이 되고있다. 전북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높게 형성된 지역 중 한 곳이어서 만기가 돌아오면 다음 세입자를 못 구할 소지가 크다. 자칫 보증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수년전 부동산 붐이 일었을때 외지인들이 무자본 갭투자로 집을 대거 사들이면서 전세금을 내주지 못할 지경이 이른 곳이 도처에 있다고 한다. 이번 피해접수가 마무리되면 관계당국에서는 철저히 그 실태를 정밀하게 분석해서 적어도 전북에서는 돈없고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전세가기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치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22 15:28

‘새만금 자동차 수출복합센터’ 특단의 대책을

난항을 거듭하던 ‘새만금 자동차 수출복합센터’ 조성 사업이 결국 착공도 못한 채 좌초 위기에 몰렸다. 지난 2021년 군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민간 사업시행자 A사가 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만금 자동차 수출복합센터’는 지난 2018년 현대조선소 군산공장 가동 중단 및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지역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위기 대응 지역 활력 프로젝트 사업으로 지정해 추진된 사업이다. 민간 자본 1100억 원과 국비 275억, 지방비 224억 등 모두 1599억원을 들여 새만금산업단지 5공구 19만7824㎡ 부지에 수출비즈니스센터와 중고차 매매단지·부품단지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기반조성 등에 협력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중고차 수출업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이다. 센터가 들어서면 군산이 국내 중고차 수출의 거점으로 도약하면서 지역경제와 군산항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사업 추진을 위해 이미 국비도 확보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착공하지 못하면 반납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군산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자체에서 역점 추진해온 대규모 사업이 자칫 첫 삽도 뜨지 못한채 무산될 판이다. 금리 인상 등 예기치 못한 악재로 사업 여건이 나빠지기는 했지만 군산시가 대규모 지역 활력 프로젝트를 맡을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가장 중요한 자금 조달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군산시가 해당 사업자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민간사업자를 찾더라도 연내 착공은 쉽지 않아보인다. 대체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고 다시 협약을 체결하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6년 가까이 행정력을 집중하면서 지역사회의 기대를 모은 대규모 지역활력 프로젝트가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는 것을 두손 놓고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 사업기간 연장을 재차 건의하거나 이 센터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사업 발굴·추진을 요청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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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22 12:39

추종이냐, 선도적 혁신이냐? 전북의 선택

12년 만에 미국의 지역 교육청과 학교를 방문하였다. 경남의 교사들에게 6개월간 코네티컷주의 학교에서 연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매년 총 8명의 교사, 장학사, 행정직을 보내기로 하였다. 교사들은 수업을 직접 하기도 하고 수업 참관, 교육과정 및 평가 시스템 분석, 인터뷰, 제도분석, 자료 수집 등을 통해 고교학점제 등의 실제 운영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 있게 된다. 교과전담교실, 학급 문고, 넓은 교실 공간, 학습자료 준비 공간, 적절한 학급당 학생 수, 교복을 입지 않는 자유로운 복장과 같은 미국 학교 교실의 분위기는 바뀐 게 없었다. 수업은 토론과 참여를 통한 활발한 분위기였고 카펫에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도 여전하였다. 그러나 교실의 놀라운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모든 학생이 노트북을 갖고 수업하고 있었다. 방문한 두 개 교육청 모두 재학생 전체에게 노트북을 지급하였다. 10여 년 전부터 보급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수업 활동의 상당 부분은 인터넷 사이트의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었다. 미국 교실에서 칠판 대신에 화이트보드를 사용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이번에는 모든 교실에서 전자칠판을 사용하고 있었다. 전자칠판이 화이트보드를 대체한 것이다. 전자칠판은 판서 기능뿐 아니라 디지털 학습자료의 디스플레이 기능으로도 활용된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은 이제 논쟁거리조차 될 수 없는 학교 교육의 표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래교육을 여러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지만 적어도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활용은 미래교육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학교 밖 삶의 현장은 즉, 일터는 이미 디지털 세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 자체가 미래의 직업세계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은 교실 수업의 변화를 가져온다. 학생 한 명 한 명에 초점을 두는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대량생산체제의 획일적인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선언하였다. 전북교육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노트북 또는 스마트 단말기의 보급이 더디다. 전자칠판은 요원하다.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21.1%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교사는 교과서를 설명하고 학생은 이를 암기하여 시험을 보고 등급을 산출하는 것을 학교 교육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교육에서 자라난 기성세대는 더욱 그러하다. ‘시험만 잘 보면 그만’이라는 뿌리 깊은 성적주의적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의 학교 시설이나 기자재 등은 완벽할 뿐이다. 기성세대의 경험적 한계로 인한 문화 지체 현상도 있다. 사용해 보지 못한 기기들에 대한 불신을 갖는다. 여전히 철마(鐵馬)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창의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한다. 학문 분야 노벨상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미래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하면서 생각은 과거에 갇혀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기기의 활용은 일상이 되고 있다. 챗GPT의 등장은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1~2년의 지체는 너무나 큰 악영향을 준다. 우리 전북의 아이들이 디지털 격차라는 핸디캡을 갖길 원하는 학부모는 없다. 교육 투자를 주저하고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면 어떻게 살기 좋은 전북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아날로그 학교에서 디지털 스마트 학교로의 혁신은 피할 수 없다. 떠밀리는 추종이냐, 선도적인 혁신이냐? 의 선택일 뿐이다. 전북은 무얼 선택할 것인가? 박성수 경남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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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1 17:20

기후위기 속 농촌, 국가가 지켜야 한다

이제 고작 여름의 초입인 6월 중순에 불과한데, 전 세계 곳곳에서 불볕더위와 같은 이상기후가 기승이다. 인도 북부에서는 단 3일간 50여 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나왔고, 미국 곳곳에선 수은 기둥이 50℃까지 치솟는 등 온 지구가 끓어오르는 듯하다. 지역과 국가를 막론하고 이상기후가 발생하며 세계 각국은 대책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21년 필자가 대표발의한 '기후위기대응법안'을 비롯한 8건의 법안을 토대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탄생했다. 이로써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이행 절차와 방법을 법에 명시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책임을 다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농촌을 바라보고 있자면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지난 15일, 필자는 진안군 안천면을 찾았다. 이곳은 이달 10일 갑작스러운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호우와 우박으로 도내에서 가장 큰 농작물 피해를 입은 곳이다. 15일 기준 접수된 도내 피해 현황은 총 151ha인데, 안천면에서만 54.3ha의 피해가 집계됐다. 두 눈으로 본 현장은 처참했고, 한 해 농사를 공친 농민들의 절규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올 한 해 5천 평 땅에 노지수박을 재배해 곧 수확을 앞두고 있던 노부부가 계셨다. 일손이 달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함께 열매 하나 따보지 못했다고 했다. 잘 익은 수박을 제값 받고 팔아 품삯 넉넉히 쥐어주고 고향으로 돌려보냈으면 좋았으련만, 여태 일한 몫만큼은 꼭 주겠노라 약속하고 다른 일터로 겨우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갑작스런 재해 피해에 대비해 농작물재해보험이 있지만 노지수박은 가입 품목조차 아니다. 노부부가 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는 농어업재해대책법으로 농지 300평당 24만 원씩 보장되는 농약값이 거의 전부다. 대체 언제 만들어진 법이길래 이 모양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두 분 어르신 앞에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순 없었다. 2020년의 물난리를 돌이켜보자. 기록적인 강수량에 더해 댐 방류 등 인재(人災)의 성격까지 더해졌다. 수재민은 당장 몸 뉘일 집이 사라졌는데, 보상을 받으려면 국가를 상대로 지난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치러야 할 판이었다. 이상기후는 다양한 형태로 빈도도 잦아졌고, 피해의 정도도 더 심화되고 있는데 당시의 법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필자는 수해 피해에 대해 소송이 아닌 환경분쟁조정제도를 통해 조금 더 빠르고 수월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텄다. 그간 1~200년 수준이던 국가하천의 설계빈도 역시 500년 수준까지 상향돼 더 큰 강수량도 견딜 수 있게 됐다. 작년 기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49.9%, 대상 품목은 67종에 불과하다. 농업재해대책법을 통한 보상 대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해 면적이 50ha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발목을 잡는다. 이상(異常)이 일상(日常)이 될 기후위기의 시대에 걸맞은 새 법과 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앞서 지난 5월 냉해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며 정부에 제도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여태 달라진 것은 없다. 거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은 이제 안 된다. 게다가 기후위기는 산업화의 반작용이다. 급격한 산업화를 기반으로 한 압축성장 속에 농촌을 소외시켜 온 우리로선 농촌에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매해 잘 영근 곡식과 과일을 아낌없이 내주는 우리 농가에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하지 않을까. /안호영 국회의원(민주당 수석대변인∙완주진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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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1 17:19

내 이름이 어때서

들꽃 이름을 불러보면 오래 소식 끊긴 친구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비비추 더워지기 으아리 진득찰 바위손 소리쟁이 매듭풀 절굿대 노랑하늘타리 딱지꽃 모시대 애기똥풀 개불알꽃 며느리배꼽 꿩의다리 노루오줌 도꼬마리 엉겅퀴 민들레 질경이 둥굴레 속새 잔대 고들빼기 꽃다지 바늘고사리 애기원추리 곰취 개미취… 덕팔이 다남이 점순이 간난이 끝순이 귀돌이 쇠돌이 개똥이 쌍점이 복실이… -<권달웅시인의 ‘들꽃이름’ 에서> 그렇습니다. 시부저기 들꽃 이름들을 웅얼거리다가, 슬며시 소웃음을 짓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나 멋들어진 이름을 지었을까요.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신다(유안진시인)’는데, 정말 하느님이 풀꽃 이름들을 지으셨나 봅니다. 그저 듣기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지고, 정겹던 코흘리개 꾀복쟁이 동무들이 생각납니다. 그 동무들은 지금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송기숙선생의 소설 <녹두장군>엔 구한말 ‘으뜸 이름 뽑기대회’가 재미나게 그려집니다. 1892년 음력 11월 삼례대집회 때, 동학 군중들이 펼친 놀이마당 무대를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제 이름을 뽐낼 때마다 군중들은 배꼽을 부여잡고 한바탕 웃음을 쏟아냅니다. 그렇다면 우선 130여 년 전 ‘조선 이름 콩쿠르’부터 구경하고 볼 일입니다. 무대에 오른 이름들의 사연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앞으로도 아들만 계속 낳으라고 김쪼르르, 아들 또 낳으라고 또쇠, 재취로 올 때 데리고 왔대서 얻은복이, 양자로 왔대서 모종쇠, 조용히 살래서 솔부엉이, 똘똘하라고 똘남이, 한 천년 살래서 한천돌이, 가뭄에 소나기처럼 아들 쌍둥이 낳자 땅소나기(형)-또소나기(아우), 울퉁불퉁 숫돌머리라서 싯뚜리, 얼씨구 아들이구나 해서 어아나리, 만년 춘삼월 되라 김만세춘, 작두 고두쇠처럼 꼭 필요한 사람 되라고 장고두쇠 그밖에 덩실이, 동삼이, 물렁이, 상쇠, 전쥐불, 신등치, 오꼼춘이, 남똥구리, 최차돌, 이무던이… 백정출신 의적 임꺽정(?~1562)의 원래 이름은 ‘놈’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이놈아! 저놈아!”로 불린 것입니다. 그러다가 그의 외할머니가 손자의 앞날이 걱정되어 “걱정아! 걱정아!” 불렀던 게 ‘꺽정’으로 굳어졌습니다. 임꺽정의 아버지 임돌이, 누나 섭섭이, 형 가도치(加都致), 아내 황은총의 이름도 순박하고 살갑습니다. 임꺽정의 여섯 두령 중 길막봉이, 황천동이, 배돌석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시대 백정은 이름 없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있어봤자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냥 ‘~개’로 불리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작은개(作斤介) 일개(一介) 언개(彦介) 헌개(獻介) 떡개(德介) 똥개(同介) 젖은개…. 동록개(?~1895)는 구한말 김제 금산사 앞자락 원평에 살던 백정이었습니다. 동록개란 ‘동네 (얼룩덜룩 비루먹은)개’를 뜻합니다. 그는 원평 동학대접주 김덕명에게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며 자신의 집을 헌납했습니다. 온갖 수모와 멸시를 받으며 모았을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았습니다. 그 후 동록개의 행적은 알려진 게 없습니다. 공주 우금치전투 이후, 수많은 백성이 동학의 ‘동’자만 붙어도 잡혀 죽었습니다. 아마 당시 동록개도 그 그물망을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원평엔 동록개가 기증한 ‘초가 집강소건물’이 남아있습니다.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주문(名字是世上最短呪文)입니다. 목숨을 바쳐 지키고 싶은 게 바로 자신의 이름 석 자입니다. 세상에 삐까뻔쩍한 이름은 차고 넘칩니다. 이름도 모자라 호(號)니 자(字)니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으스댑니다. 그렇습니다. 차라리 ‘동네 개’가 천배 만배 나은 세상입니다. 그 속엔 동록개의 ‘평등 세상에 대한 꿈’이 간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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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1 17:19

생사를 건 각축전

각축(角逐)의 본래 의미는 호각지세, 각축지세 등에서 알수있듯 양이나 소 등이 뿔을 맞대고 싸우는 형세를 말한다. 개인간에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체나 국가간에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것은 윈윈이나 상생보다는 어느 한쪽이 가지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꼭 30년 전인 1993년 9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 국가 원수로는 최초로 대한민국을 공식 방문했다. 미테랑은 방한 때 프랑스 해군이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가져간 전리품 중 한 권인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鑑儀軌)’를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프랑스의 TGV, 일본의 신간센, 독일의 ICE가 한국의 고속철도 사업 수주를 위해 각축전을 벌였는데 한국은 결국 TGV를 최종 선택했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외국에 달려가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기에 미테랑의 방한은 쇼킹한 것이었다. 88 올림픽 유치와 2002 한일월드컵,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한국은 이제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의 실세인 빈살만 왕세자,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 등과 프랑스 파리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총회에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가수 싸이, 조수미 등의 유치 운동 또한 눈길을 끌었다. 어설픈 국제행사는 돈은 돈대로 쓰고, 자치단체나 국가의 이미지만 나빠지기 십상이나 제대로 된 국제행사의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BIE 총회에서 170개 회원국 대표들의 투표로 정해지는데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낙후돼 있고, 일자리나 자원이 부족한 전북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의 유치 여부는 생사를 가를만큼 중요하다. 단체장이 유치전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특히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승부수를 던진 김관영 전북지사의 경우 직접 프레젠테이션(PT)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8일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이차전지 특화단지’ 심사때 PT를 한 김 지사는 이차전지 관련 책을 구입해 독파한 뒤 무려 24회에 걸쳐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이차전지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전주의 한 중견상공인은 “개인 기업의 경우 중요한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오너가 직접 10번 이상 PT자료를 읽으면서 연습하는게 상례”라고 전제, “전문가나 직원들이 준비해준 자료를 몇번 읽어보고 발표했겠거니 짐작했는데 무려 24번이나 연습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몇가지 사례에 불과하지만 어쨋든 이젠 국가원수는 말할 것도 없고 광역, 기초를 막론하고 자치단체장들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생사를 건 유치 경쟁에서 반드시 과실을 따와야만 하는 어려운 시대를 맞고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6.21 15:43

전주시의회 ‘전기버스 보조금’ 이제 매듭을

전주시의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을 둘러싼 논란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최근 열린 정례회에서 전주시가 추경예산안으로 상정한 전기버스 보조금 6억5700만원을 전액 통과시켰다. 하지만 시의회 예결위원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들춰내 다시 집행부를 강력 질타하고 나서면서 예산안 통과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국·도비에 비해 시비 부담률이 35%로 지나치게 높고, 전주·완주가 수소 시범도시인 만큼 수소버스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일부 의원의 주장이다. 전기버스 대신 수소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도비가 이미 교부된 이 사업은 전기버스 보급으로 용도가 정해져 수소버스로 변경할 수 없다. 시의회는 또 중국산 버스를 도입한다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성능이 떨어지는 중국산 전기버스가 아닌 국산 버스로 지원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내 업체에서는 시외버스용 전기차량을 생산하지 않아 중국산으로 결정했다는 게 업체의 항변이다. 애초 정부와 지자체가 국산 전기버스에만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었다면 처음부터 이를 명시했어야 했다. 게다가 전기버스를 도입하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산을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과 지자체의 행정을 믿고 지난해 초부터 전기버스 구매사업을 추진한 지역 업체의 안타까운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역 버스업체에서 구매한 중국산 전기버스 20대가 수개월째 평택항에 발이 묶여 있다. 하루 약 90만 원에 달하는 차량 보관료까지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승객감소에 고유가까지 겹친 악조건 속에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이다. 정부 정책과 행정의 신뢰성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지난해 확보된 국·도비 지원금은 명시이월됐다. 시비를 확보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주시의회는 이번 정례회에서 전기버스 보조금 예산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해를 넘긴 논란을 이제는 매듭지어야 한다. 그런 다음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고 국산 친환경 수소버스 도입 방안 등을 차분히 논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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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21 12:17

신종 보이스피싱 유형 및 대응요령-유현석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2006년 국세청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자금을 이체한 국내 최초의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17년이 흘렀다. 그간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의 피해예방 노력과 홍보 활동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기수법은 더욱 교묘하게 진화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통신기술의 발달, 코로나19 등으로 메신저․SNS 등을 활용한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짐에 따라 가족, 지인 또는 금융회사 직원 등을 사칭하는 메신저피싱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일반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의 주요 메신저피싱 유형을 살펴보면, 사기범은 택배기사를 사칭하거나 결혼식․돌잔치에 초청한다는 등의 가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후 피해자가 메시지 내 URL 주소를 클릭하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웹을 설치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피해자의 뱅킹 웹 등에 접속해 자금을 편취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은행 등을 사칭하며 대출상담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편취한 사례도 있다.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은행 직원을 사칭하며 접근한 후, 상세한 대출 상담을 위해 필요하다며 카카오톡 채널로 접속을 유도한다. 카카오톡 채널 프로필에서는 실제 금융회사의 로고를 사용하여 제도권 금융회사 상담채널인 것처럼 꾸며 피해자를 오인하게 한 뒤, 대출실행을 위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및 사전 자금입금 등을 요구한 후 잠적해버리는 수법이다. 이러한 신종사기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우선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경우 사실관계가 맞는지부터 철저히 확인하고, 문자메시지의 발신인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특히, 사기범이 보낸 URL 주소를 클릭할 경우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악성앱이 설치되어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될 수 있으므로 출처가 불분명하고, 형태가 의심스러운 URL주소는 절대 클릭해서는 안된다. 만약 악성 웹이 이미 설치된 경우에는 모바일 백신 웹으로 검사한 후 이를 삭제하고, 데이터를 백업한 후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악성웹이 한 번 설치되면 휴대전화의 사진첩, 파일폴더, SNS 전송 내역 등에 보관되어 있는 개인정보(신분증, 신용카드, 운전면허증, 기타 계약서 등)가 모두 노출될 수 있으므로 평소 휴대전화에는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카오톡에서 금융회사로 인증된 채널의 경우 채널명 우측에 사업자정보 확인 배지()가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면 된다. 보이스피싱은 당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불가피하게 사기 피해를 입은 경우라면 이를 인지한 즉시 피해금이 인출되거나 입금된 금융회사 콜센터에 전화하여 해당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피해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의「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에 개인정보 노출을 등록해 추가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입힐 뿐 아니라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 자괴감 등 더 큰 정신적 상처를 남기게 되므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기범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의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든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의 유형이 아무리 새롭게 진화하더라도 그에 대응하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한 번 더 의심하고, 한 번 더 확인하는 것!”, 보이스피싱 사기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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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0 18:27

개인형 이동장치(PM), 길거리 방치 규제해야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 새로운 이동수단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반면 사고나 무분별한 주차 등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이들 개인형 이동장치(PM)는 집 근처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더할나위 없이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도착지 인근 어디에나 주차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비해 사고 위험이 높고 아무 곳에나 주차하는 바람에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편리함이 오히려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안전교육을 확대하고 신속한 법령 정비를 통해 규제에 나섰으면 한다.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이들 이동수단의 사고는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킥보드 사고는 2386건 발생했으며 26명이 사망했다. 특히 19세 이하 청소년의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는 지난해 1096건을 기록했다. 또한 전기 자전거의 경우도 사망자 수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사고 위험과 함께 집근처나 영업장 입구 등 아무 곳에나 주정차해 지나가는 행인이나 업체의 불편이 크다. 다음에 유념했으면 한다. 첫째, 지쿠터, 카카오T 등 PM 업체가 나서 합리적인 질서 유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들 신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돈만 벌고 시민들의 안전과 불편을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자체, 교육청 등과 함께 이용 및 안전교육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교육 내용에는 PM의 주차금지구역 및 이용자 안전 수칙,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운전면허 이상의 면허요건, 안전모 착용, 2인 이상 탑승 금지, 자전거도로 이용·보도 통행금지 등의 정보가 담겨야 할 것이다 둘째, 지자체는 각 시군마다 2∼5명에 불과한 단속요원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신고 플랫폼을 만들어 시민 감시망을 활성화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PM 주정차 위반 신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는 조례 등을 강화해 지원과 규제를 구체화했으면 한다. 셋째, 국회는 하루 빨리 법률 정비에 나서야 한다. PM이 널리 활용되고 외국계 기업까지 사업에 뛰어 들고 있지만 아직 이를 관리하고 진흥·규제할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2020년 이후 여야 의원들이 각각 PM 이용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 통과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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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20 18:27

그럼에도 청소년 자치활동을 하는 이유

토요일 아침이다. 중학생인 큰아이가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이하 달그락)에 간다고 했다. 달그락은 지역 시민들과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민간 청소년 자치활동 공간이다. 아이가 오전에는 줌(zoom)으로 인도네시아 청소년들과의 국제교류 참여하기로 했고, 오후에는 기자단 활동으로 지역 취재한 이후 여름방학에 진행하는 상상캠프를 준비하는 기획 회의도 한다고 했다. 토요일에 큰아이는 거의 달그락에서 또래 청소년들과 자치활동 하면서 보낸다. 오래전이다. 주 5일제 되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최소한 토요일은 청소년이 입시에서 해방되어 여가와 함께 청소년 진로와 사회참여 활동 등 ‘청소년 자치활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알았다. 당시 보충수업 자율화, 야간자율학습이라고 했던 강제 학습의 자율화를 위해서 싸워 왔다. 학원 또한 12시 넘어서까지 수업하는 것이 학생들의 건강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교육·청소년단체의 연대활동에도 참여했었다. 이제는 야자, 보충도 자율이고 주5일 된 지도 오래다. 그런데 꿈꾸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입시는 강화되었고 입시학원이 학교의 야자와 보충의 빈 공백을 모두 메워 버렸다. 뜻있는 소수가 청소년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치열하게 싸워 왔던 결과가 사교육 시장만 키우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아닌지 자괴감까지 들었다. 청소년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의미 있는 진로를 찾도록 돕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활동해 왔는데 제도가 바뀌어도 그러한 실제적인 사회 변화는 쉽게 오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럼 어떻게 하나? 내 결론은 그냥 할 일 꾸준히 행하는 거다. 제도나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서 행하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삶에 옳은 일을 선택해서 활동할 뿐이다. 사교육이 강화되고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에서 인지교육과 함께 그 근본의 삶을 이해하고,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 내도록 사회적 가치 실현을 조금이라도 추동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 나는 이러한 활동을 ‘청소년 자치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하루 정도라도 자치활동 하면서 청소년이 숨도 좀 쉬고 시민성도 기르면서 사회를 알아가며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에너지도 만들면 안 될까? 학원도 가지 말라는 게 아니다. 입시를 사교육에 모두 의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평균 수명 80살 조금 넘는다고 하는데 그 시간 동안 가장 열정적이고 머리도 번뜩이며 몸 상태가 최고인 10대에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10여년을 책상머리 앉혀 놓고 문제집만 풀게 하는 게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일 년에 학원비 몇백, 많게는 몇천만 원씩 쓰고도 결국 목적했던 서울에 대학 가는 학생들이 한 반에 1, 2명 내외나 될까 말까 한 현실에서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일주에 하루 이틀 자치활동 하면서도 일류대라고 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느냐 묻는 이들이 있는데, 당연히 입학할 수 있다. 함께 활동했던 청소년 중 서울에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 많이도 입학했다. 물론 지방대 간 친구도 있고 소수는 대학을 저항하기도 했다. 대학이 목적이 아니지만 청소년이 원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가야 하는 대학이라면 당연히 진학하기를 바란다. 그러니 청소년의 미래와 함께 지금, 이 순간 청소년의 삶에 가장 이상적이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곧 다가오는 따뜻한 여름방학에 한 번쯤은 멈추어서 생각해 보면 어떨지?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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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0 18:27

제2, 제3의 하림 김홍국 출현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메시나 음바페 같은 초대형 선수 한명의 연봉은 1천억원을 훌쩍 넘나들기에 국내 프로축구단 선수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 지명도가 그렇게 중요한 거다. 기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브랜드 가치는 무궁무진한 부를 창출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뚝 솟은 기업이 바로 정주영으로 대표되는 현대그룹과 이병철의 삼성그룹 이었다. 호사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다 가졌다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못한게 3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삼성그룹의 미풍이 미원을 이기지 못한 것과 중앙일보가 동아일보를 넘어서지 못한 것, 자녀를 서울대에 넣지 못한 것 이라고 한다. 덤핑을 무기로 한 저가공세로도, 빼어난 일타강사를 동원해봐도 세상사 안되는게 있나 보다. 그런데 이건 호사가들이 재미삼아 하는 것일뿐 진짜 핵심은 적어도 이병철 생전에는 정주영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이 항상 이병철 회장 보다 적어도 반걸음은 앞서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면서 판도는 확연히 바뀌었다. 2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순위를 보면 10위 이내에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우, 삼성SDI 등 4개가 딱 버티고 있다. 현대쪽은 현대차와 기아 정도다. 그런데 삼성전자 시총이 대략 420조 남짓되는데 현대차가 42조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만일 피안의 세계에서 이병철, 정주영 초대 회장이 조우할 경우 만감이 교차할 듯 싶다. 삼성전자 하나만 가지고도 현대그룹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민들은 지금까지 지역 출신 대통령 배출에 실패했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대리만족을 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아우신세를 안타까워 하고 있는듯 하다. 경천동지할만큼의 사단이 있지 않는 한 단기간내에 전북 출신 대통령 배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비단 정치 영역뿐 아니라 경제 분야의 허탈감은 더욱 크다. 아쉽게도 전북 기업은 30대 그룹에 랭크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김홍국으로 대표되는 하림그룹이 자산총액 16조원으로 재계서열 26위에 오르면서 주목 받고 있다.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낙찰받으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팬오션을 인수한뒤 제2의 카길을 지향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제 100개 가까운 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종사자 수만 2만여명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됐다.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곡물유통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하림은 30대 그룹으로선 매우 드물게 서울이 아닌 지방(익산)에 본사를 두고있고 얼마전 익산형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했다. 김홍국 하림회장은 재경 전북도민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김 회장에 앞서 오래전 일이지만 명성그룹 김철호가 있었고, 한국합판, 세대제지, 호남잠사로 유명한 세풍그룹 고판남도 있었으나 이들은 결국 재벌의 반열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김홍국 회장은 신화를 썼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뭔가 부족하다. 제2의 카길을 표방하고 있으나 아직은 멋쩍고 그룹이 이런저런 문제로 구설수에 종종 오르는 것도 아름답지 못하다. 하림그룹이 깔끔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카길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김홍국 회장이 대도무문의 자세로 거인의 행보를 보여야 한다. 20일 새만금수변도시 매립공사 준공식이 현지에서 열렸다. 때마침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새만금산단에 몰려들고 있는데 수변도시의 앞날이 기대된다. 분당신도시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수변도시가 제2, 제3의 분당이나 판교가 되고 이 도시를 배경으로 제2, 제3의 하림 김홍국 회장이 속속 출현 하기를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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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6.20 16:29

좋은 수변도시 만들기

간척지는 바다를 막아 갇힌 물길과 그것을 막아선 방조제가 만들어내는 땅이다. 그 땅을 만드는 간척의 과정은 대부분 ‘보존’과 ‘개발’이 맞서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의 시간을 거친다. 간척의 나라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을 바다를 막아 만들었다. 전 국토의 27%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의 땅 만들기는 사실 생존을 위한 일이었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였으나 ‘500m’ 차이로 ‘세계에서 최장’의 자리를 새만금에 내준 주다치(Zuiderzee) 방조제와 성공적인 간척도시들을 갖게 됐다. 치밀한 정책과 뛰어난 간척 기술이 만들어낸 결실이지만 관심을 끄는 것은 따로 있다. 철저한 국토 계획과 간척을 위한 수질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는 정책이다. 네덜란드는 간척으로 얻는 새로운 땅을 농업지역, 도시지역, 위락휴양공간, 자연생태 보전지역 등 다양한 성격으로 개발하고 보존한다. 간척지마다 곳곳에 숲과 습지를 살려 보존하고 개발이 유보된 담수호는 '스프레이-프리-팜'이란 친환경농법으로 수질을 유지한다. 그들 간척 도시 중 암스테르담 북동쪽에 성공적 수변도시로 꼽히는 ‘알미르(Almere)’가 있다. 암스테르담의 위성도시로 계획된 알미르는 1967년 매립이 시작돼 197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했으니 도시 역사가 짧지만 자급자족형 도시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인구도 2019년 기준, 20만 7천 명을 넘어 플레볼란트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됐다. 그 바탕에는 개발 초기부터 나무를 먼저 심어 녹지공간을 확보한 알미르만의 개발방식이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공간을 건설하지 않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과정을 관찰하고 다음 단계에 접어드는 방식으로 개발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면서 수요와 필요에 따라 도시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도시의 선택은 주효했을까. 오늘날의 알미르는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지속해서 늘어나는 인구가 그 증거다.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갖고 수요를 창출하기 시작한 알미르는 뛰어난 기능과 디자인을 가진 현대건축물의 도시로도 이름을 알렸다. 매립지가 갖는 도시환경의 한계를 주거지나 공공건축물 현상설계를 통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건축 환경으로 극복해낸 결실이다.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매립 공사가 끝났다. 수변도시는 새만금에 조성되는 첫 도시다. 계획으로는 인구 2만 5천 명이 머물 수 있는 복합거주지가 목표다. 글로벌 교육환경, 복합의료서비스, 공공기관 유치 등 다양한 구상이 펼쳐져 있으나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제투자진흥지구를 위한 환경 조성도 그렇고, 새만금 관할권 분쟁도 있다. 철저한 계획과 실행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6.20 15:20

전북신용보증재단 재정난 점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신용보증제도는 공공기관 보증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1976년 신용보증기금이 국내 최초로 설립된 이래, 1989년 기술신용보증기금가 잇따라 설립됐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경우 1996년 경기신용보증재단의 설립을 필두로 전국 15개 시도에서 운영중이다. 전북신보재단은 2002년 설립된 이래 공적 보증 기관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소상공인 보증을 해오던 전북신보재단의 재정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들에게 든든한 담보가 돼 줬으나 막상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신보가 대신 갚아준 여파가 결국 문제다. 당장은 정부의 대출 상환 유예로 연쇄 파산은 피하고 있으나 유예조치가 끝나는 올 하반기부터 위기가 직접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된 경기 불황과 고물가·고금리가 겹치면서 소상공인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고’와 이를 전북신보가 대신 갚아주는 소위 ‘대위변제’가 급증,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보증공급은 4만 1124건·9089억 6600만 원으로 전년도(2만3987건·4662억 100만원)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났다. 2021년(2만7563건·5714억 8400만 원), 2022년(3만8776건·7625억 8200만 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1만9465건·4457억 732만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전북신보를 담보로 대출한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보증사고율도 예년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보증 공급이 대출만기 시점(9월)이 다가오면서 사고·대위변제가 본격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더욱이 전북신보는 자체 재원 820억원을 투자, 전북금융센터를 건립키로 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물론, 전북금융센터 건립에 필요한 투자는 자금유동성 등을 충분히 감안해서 전북도와 교감을 가진 상태에서 결정한 사항이기에 극단적 상황은 없을게 확실하지만 만의 하나 재정위기가 닥쳤을때 어떻게 대처할지 관계부서에서는 충분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북신보재단의 출연금이 너무 적다. 전북도나 시군, 전북은행을 비롯한 도내 기업들이 전북신보재단의 출연금을 더 늘려야만 지역 상공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20 15:15

효율적인 항만운영전략수립에 빈틈없어야

오는 2026년이면 전북은 2개의 항만을 운영하게 된다. 새만금 신항(이하 신항)이 5만톤급 2개 선석의 규모로 문을 열기 때문이다. 군산항과 신항을 운영하게 됨으로써 전북은 보다 양질의 항만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에 지방관리무역항 17개, 국가관리 무역항 14개 등 31개의 무역항이 산재해 있고 무역항을 갖고 있는 자치단체마다 항만을 통한 경제활성화을 위해 치열한 물동량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신항이 개장했으니 물류서비스 경쟁력면에서 타지역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때문에 군산항의 현주소를 명확히 진단하고 신항의 기능 차별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가져야 하는 방안 강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군산항의 현 상황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총 31개의 선석으로 연간 3000만톤의 하역 능력을 가졌지만 심각한 토사매몰현상과 땜질식 준설에 따른 낮은 수심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국제 카훼리선과 컨테이너선이 운항의 생명인 정시성(定時性)을 지킬 수 없고 부두에 정박한 선박은 밑바닥이 뻘에 닿는 현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처리 물동량은 전국 항만 물동량의 2%에 불과하다. 도내 수출 물량의 80%, 수입 물량의 약 40%가 광양항과 인천항등 다른 항만에서 처리되고 있다. 도내 수출입 업체들은 물류비용부담으로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2년 6개월후에 신항이 개장한다. 그러나 항만기본계획상 신항의 2개 선석은 물론 오는 2030년까지 건설토록 돼 있는 5만톤급 6개 선석 중 컨테이너 1개 선석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선석이 군산항과 중복되는 잡화를 취급하도록 돼 있다. 또한 신항은 계획수심 14m인데다 토사매몰현상이 군산항에 비해 심하지 않다. 이 상태에서 신항이 문을 열면 물류의 생리상 군산항에서 취급되던 화물의 신항 이전으로 군산항의 위상은 쪼그라들게 뻔하다. 갈수록 낮아지는 수심으로 작은 무역선들이 드나들다가 결국 연안항으로 전락하게 될 지 우려스럽다. 특히 신항이 2040년까지 5만톤급 9개 선석으로 건설되는데다 새만금 개발은 2050년 완공 계획이다. 때문에 그동안 신항을 뒷받침할 물동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이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의 해소책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신항은 군산항과 기능이 다른 스마트 식품 콜드 항만, 수소 전용항만으로의 육성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전북도는 새만금 식량 비축기지 조성과 함께 신항을 국내 최대의 농식품 전용항으로의 조성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군산항의 근본적인 준설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군산항의 쇠락과 함께 신항의 기능 차별화도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항 개장으로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는 군산항의 근본적인 준설 대책 추진을 전제로 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좌시해선 안된다. 치열해지는 물류 전쟁속에서 항만은 도내 수출입 기업들이 바다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거점으로서 전북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 시설이다. 그런만큼 군산항과 신항, 2개 항만의 효율적인 운영 전략 수립에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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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3.06.19 17:52

제자 학대한 교사 엄벌하되 교권 추락 막아야

중학생 제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무면허 운전을 강요한 혐의로 장수군의 한 중학교 교사가 직위 해제됐다. 이러한 사실은 동행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얘기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전북도교육청은 이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와 교사를 대상으로 긴급 감사에 돌입했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벌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뜩이나 열악한 다른 교사들의 교권이 추락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장수군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30대 교사가 지난 4∼6월 역사탐방 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주말과 휴일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제자 4명씩을 데리고 인근 도시로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제자들에게 골프장에 설치된 에어건으로 성기에 바람을 쏘거나 강제로 시속 100㎞ 속도로 운전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고속도로에서 제자들에게 윗옷을 벗은 채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하고 야구장에서 시속 90㎞로 날아오는 공을 맞게 하는 등 여러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제자들에게 같은 학교 여교사와 여학생들을 거론하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라고 하고, 특정 여교사를 성적 대상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피해를 받은 학생이 2-3학년 20명에 달한다고 한다. 요즘 학교 현장은 혼란스럽다.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과 학부모는 그들대로 불만이 그치지 않는다. 걸핏하면 교사를 상대로 학생과 학부모가 대들고 고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면 이번 학생에 대한 학대나 성희롱 같은 예기치 않은 일도 발생한다. 도대체 앞뒤를 가릴 수가 없다. 이번 일은 엽기적이고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이다. 더욱이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이 교사는 제자들에게 휴대전화 사용금지와 발설금지를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교사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 또 한 교사의 일탈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따라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상당수 학생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하니 치료가 우선이다. 그렇다고 학생과 학부모가 모든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경계한다면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제자를 학대한 교사는 엄벌하되 교권 추락은 막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19 17:51

기업의 투자는 타이밍이다!

전북 경제의 핫 이슈는 무엇일까? 요즈음 부는 바람을 얘기하면 단연 새만금이다. 새만금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전북 경제의 큰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새만금 유치를 위해 지역 대학생들까지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땅이 없어 바다를 더 메워야 하는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응원을 보낸다. 완주군은 최근 수소 특화 산업단지가 국가산업단지로 최종 선정됨으로써 대한민국 수소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봉동읍 일원에 완주 테크노 1산단이 조성돼있고 수소 관련 기업과 연구시설이 즐비한 경쟁력들은 최고 점수를 받음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또한 통계청이 최근 2023년 1분기 호남권 지역경제 동향 분석에서 순 이동자 수가 2000명을 넘어 전북 14개 시군을 넘어 호남 41개 시군구 중에서 가장 많은 인구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를 통한 인구 증가는 완주군의 뛰어난 입지 여건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김제시는 2014년부터 백구 특장차 전문단지를 조성하면서 특장차 생산, 인증, 검사의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국내 유일의 특장차 전문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지평선 산업단지는 값싼 땅값으로 기업들의 러브콜을 이어받고 있다. 인구 정책위원회를 만들 정도로 인구 증가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 1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인구 증가를 보인 점은 어떠한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부각했는지 배워볼 만하다. 익산시는 최근 하림을 주축으로 익산형 일자리를 구축하였다. 2026년까지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국내 수소연료전지 제조 기업 두산 연료전지는 2024년까지 익산산업단지에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기업 유치의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이다. 전주시 탄소 소재 국가 산업단지는 지역에서 중점 육성하고 있는 탄소소재산업을 2019년 국토교통부가 탄소 산업단지로 최종 지정 승인한 후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본격 착수한 사업이다. 2024년까지 약 20만 평을 2000억원을 들여 탄소 소재는 물론 항공 부품, 신성장 분야 등 100여개 기업과 함께 지원시설을 갖추어 전주의 미래 먹거리 조성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2021년 8월 문화재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결국 사업이 중단되면서 기업 유치의 속도전은 저속형이 되고 말았다. 문화재 발굴 기간 1년 6개월의 시간은 기업으로서는 공허한 시간이었다. 2024년 탄소 산업단지의 분양 시기에 맞춰 공장 이전 및 확장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일정이 늦춰지면서 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화재는 고고학, 역사학, 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문화 활동의 소산이다. 이를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책무이다. 그런데 문화재 보존과 SOC 사업이 충돌할 때는 기업적 셈법이 복잡하다. 머리는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업투자는 타이밍이다. 시기를 놓쳐버리면 투자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공장의 건축비 상승과 토지비용 증가는 투자의 대상이 아닌 넓은 땅이 있을 뿐이다. 문화재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상반된 의견으로 대립하고 있다. 유연성 있는 행정을 통해 개발과 보존의 윈윈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 기업은 이윤을 위해 어디론가 값싼 부지를 찾아 움직이는 것은 분명한 것일 것이다. /임동욱 이노비즈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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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9 15:07

도쿄에서 만난 사람들

일본의 피아니스트 도고 노리코 씨는 혼자서 한국어를 익혔다. 뿐더러 한국어로 음악회 진행을 도맡아 한다. 노리코 씨는 무엇보다 음악을 통한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에 진심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슬로푸드협회 주최 송년음악회에서 한국말로 해설하고 연주하는 최초의 일본인 피아니스트로 큰 관심을 모았다. 「행복한 응접실 김사은입니다」 방송에 노리코 씨가 전화로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 5월 13일 도코 시부야 미타케살롱에서 열린 『한일, 일한 국제교류 콘서트』 취재차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출장을 다녀왔다. 한국의 신정혜 피아니스트, 일본의 도고 노리코 피아니스트가 출연하는 연주회다. 노리코 씨는 기획과 피아노 연주는 물론 사회도 맡았다. 김포 공항에서 하네다 공항까지는 피아니스트 신정혜 씨와 음악회 관계자 등 네 명이 함께했지만 귀국할 때는 나 혼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도쿄 아사가야에 있는 호텔 로비에 도착했을 때, 딱 봐도 에너지가 뿜뿜 넘치는 여성이 도고 노리코 피아니스트임을 직감케 했다.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전화 통화와 똑같은 하이톤으로 반겼다. 한국어가 유창하다. 별도의 통역 없이 노리코 씨가 일정에 대해 콕콕 찍어 브리핑해 주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 뛰어난 미모에 실력을 겸비한 노리코 씨는 3대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음악가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20대 초반에 ‘자율신경 실조증’이라는 큰 병을 앓아 연주활동을 포기해야 했던 아픔이 있다. 힘든 시기를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국 드라마였다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웠고 언젠가 한국어로 연주회 사회를 보는 꿈도 꾸었다. 큰 호평을 받으며 연주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고 한국어로 연주회 진행을 하는 꿈은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노리코 씨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한일 교류가 왕성하다. 공연일인 5월 13일 토요일에는 비가 내렸다. 빗속을 뚫고 시부야에 있는 미타케 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간간히 한국어도 들렸다. 노리코 씨와의 친분으로 연주회를 찾은 사람들이다. 40대 여성은 전주출신이라고 소개하고 “유튜브에서 봤다.”며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일본의 유명한 연구요리가 조선옥 씨는 김제출신이다. 도쿄 조선옥요리연구원을 운영하면서 한국의 음식은 물론,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 “요리하는 예술가”라고 자부한다. 역시 문화라는 접점에서 노리코 씨와 인연이 되었다. 이번 출장에서 일본 도쿄에 있는 명문대학 ‘릿쿄대학교’ 출신의 연극배우 니노미 아사토씨와 만난 것도 의미가 크다. 20년 전 윤동주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에서 윤동주 역할을 맡아 윤동주에 대한 애정이 깊다. (윤동주 시인은 1942년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가 1학기를 마치고 교토에 있는 도시샤대학으로 편입했다.) 릿쿄대학에서는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해마다 <윤동주 추념제>를 지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주었다. 그는 “윤동주 선생이 어려운 시절에 어쩌면 그리 아름다운 시를 쓸수 있는지 감동했다.”라고 말했다. 일본 화가 니시하마 사치코 씨는 “음악회가 입체적이어서 좋았다.”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요코하마에서 온 우메하라 씨 역시 한국어로 “음악을 통해서 좋은 교류가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터뷰를 한 사람들 대부분 한국어로 응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일본 도쿄의 심장부 시부야에서 일본인과 한국인이 소통하고 문화로 교감하는 특별한 연주회였다. /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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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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