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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구태 답습 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

진보 성향의 전북교육감 후보를 단일화하는 과정이 기존 정치판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를 통한 교육감 선출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긴 하지만 정당의 당내 경선과정에서 제기되는 조직 선거와 돈 선거 논란이 진보교육감 후보 선출 과정에서 똑같이 제기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직 선거와 돈 선거, 구태 답습 등은 진보교육감에게 어울리는 않는 단어다. 이런 논란 속에 선출된 후보에게 진보란 명칭을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교조 전북지부와 민주노총 전북본부, 공공성강화 전북교육네트워크 등 도내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구성한 전북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선출위원회는 23일 사실상의 선거인단인 회원 모집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경선 투표에 돌입한다. 오는 26일~27일 일반 도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가 실시되고, 27일~28일 모집된 회원을 대상으로 모바일 투표가 진행된다. 29일 모바일 투표를 하지 않은 회원에 대한 ARS 투표를 진행한 뒤 도민 여론조사와 회원 투표를 각각 50%씩 반영해 합산한 결과로 오는 30일 단일화 후보를 확정한다. 문제는 선거인단인 회원 모집 과정에서 제기된 조직 선거 돈 선거 논란이다. 단일화 과정에 참여한 후보가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참여한 3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인 이항근 후보는 지난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회원 회비 1000원 대납 방지를 위한 꼼꼼한 검수 △전북선관위의 단속활동 공식 요청 △공정한 경선관리 등을 선출위원회에 요구했다. 전북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선출위원회는 후보 단일화 과정의 경비 마련과 투표 참여 의지를 높이기 위해 1000원 회비 규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선출위원회 내부에서 회비 대신 후보들의 분담금으로 경비를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모집된 회원의 회비 대납 여부 등 불법행위에 대한 검증 과정없이 경선이 진행될 경우 후보 단일화 이후에도 공정성 시비가 빚어질 수 있다. 단일화 결과에 대한 후보들의 승복 서약은 공정한 경선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선출과정이 기존 정치판 경선의 판박이가 되지 않도록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11.23 17:01

후백제문화권 특별법 추가 개정 당연한 일

전주를 왕도로 삼아 견훤이 세운 후백제를 역사문화권특별법에 추가 개정하기 위한 자치단체 모임이 발족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후백제는 후삼국 시대의 한 축으로서 우리 역사 속에 엄연히 존재한 국가임에도 지난 6월 10일부터 시행된 역사문화권특별법에서 누락됨에 따라 제대로 재조명되지 못하면서 위상 정립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주시를 비롯해 완주 진안 장수와 충남 논산, 경북 문경 상주 등 7개 자치단체가 오는 26일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를 발족하고 역사문화권특별법에 후백제문화권을 추가하는 작업에 힘을 모은다. 이들 자치단체는 후백제 발굴조사와 학술대회 정책토론회 등을 열어 후백제의 역사문화를 규명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함께 노력할 방침이다. 또한 후백제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관광 활성화 사업도 발굴하는 한편 내년 2월 역사문화권특별법에 후백제문화권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후백제는 상주지방의 호족 출신인 견훤이 900년에 완산주를 도읍으로 세운 후삼국의 하나로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나라를 이룩했다. 한때 신라를 공격해 점령하면서 신라 왕을 새로 세우기도 했고 고려의 왕건과도 여러 차례 싸워 승리하면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930년 고려와의 대전투에서 패배한 이후 웅진 이북의 30여 개 성을 빼앗기면서 국운이 기울었다. 여기에 왕위 계승을 둘러싼 아들 간 골육상쟁에 이어 견훤의 금산사 유폐 및 고려 귀순, 그리고 936년 고려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대패로 후백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후백제에 대한 역사적 실체와 재조명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역사문화유산 정비를 위한 역사문화특별법에서 후백제는 제외되고 말았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 가야 마한 탐라 등 6개 권역만 역사문화권특별법에 포함돼 연구 조사와 발굴 복원작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라도 후백제문화권역 자치단체 7곳이 함께 특별법 추가 개정 작업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아직 후백제 도성과 궁성 등에 대한 학술적 실체 규명이 안 된 만큼 이에 대한 연구 조사 발굴작업 등을 서둘러서 후백제의 역사문화를 제대로 세워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11.23 17:01

고3 수험생들의 내일을 위하여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시험 결과를 떠나 열심히 노력해온 과정만큼은 인생에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실 목표를 향한 시험은 상대적이어서 소수의 잘 본 사람을 제외한 다수는 낙심하기 쉽다. 그래서 수학능력시험 가채점 후 고3 교실은 통곡의 바다가 되기도 한다. 기대점수에 이른 학생이 많지 않아서이다. 고3생들의 진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원했던 학과를 가느냐, 아니면 점수에 맞는 대학을 가느냐 하는 고민도 있고, 아예 포기하고 일찌감치 재수를 선택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자신이 주체가 돼서 미래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점수에만 의존해 선택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만큼이나 학부모님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차라리 내가 공부해서 시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학부모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동안 텔레비전은 물론, 말소리도 죽여야 했을 것이다. 아이보다 일찍 잘 수도 없었으니 그들 또한 수험생이나 심정은 같았다. 결과를 떠나서 이제 두발 쭉 뻗고 마음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어디 그들뿐인가? 제자들을 뒷바라지 한 선생님들의 노고도 컸다.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위해 새벽부터 밤늦도록 수업하고 상담하며 수험생만큼이나 긴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자들의 결과에 가장 가슴조린 사람도 선생님들이다. 수험생 자신도 힘들었겠지만 곁에서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과 선생님의 염려와 지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제 시험은 끝났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함께 그간 누리지 못한 여유로움도 생길 것이다. 학생들은 시험에 억눌리면서도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계획들은 세워봤을 것이다. 어떤 학생은 여행을 꿈꾸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도 싶었을 것이다. 책을 읽어야겠다는 계획은 어떤가? 그런가 하면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려는 포부도 가졌을 것이다. 지금이 기회이다. 누구도 여러분들의 길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마치 인생을 다 산 것처럼 고3 교실에 활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선생님들로부터 듣는다. 저 학생들이 열정을 다하던 그 학생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시험에 걸고, 그 시험이 끝났으니 이제 학교와는 무관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태도는 위험하다. 스스로 설계해서 가야하는 인생은 지금부터이기 때문이다.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공부가 누구에 의지해서 한 거라면 이제부터 자신이 주인이 되는 공부여야 한다. 그 공부가 진학하려는 대학, 학과와 연결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생님과의 진중한 상담도 필요하고, 선배나 친지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 중심이 수험생 자신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세상의 변화를 읽는 것이다.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난다. 기후위기나 AI, 빅데이터, 로봇이나 드론 등 다가올 산업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것 역시 진로와 연결이 된다면 융합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미래의 주역이다. 눈은 멀리, 가슴은 뜨겁게 해야한다. 수험생 여러분들의 빛나는 내일을 응원한다.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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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2 16:39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고령소비자, 이동전화서비스 불완전판매 피해 많아

고령소비자들이 장기 할부기간과 고가요금제 여부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이동전화 판매사업자의 설명을 믿고 서비스에 가입한 후 실제 계약내용이 설명과 달라 피해를 입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에 최근 3년여간(`19년 ~ `21년 8월) 접수된 만 65세 이상 고령소비자의 이동전화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437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 연령대에서 고령소비자의 피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9년 12.6%, 2020년 12.9%에서 2021년(8월말 기준)에는 15.0%까지 증가했다. 피해구제로 신청된 437건을 분석한 결과, 이동전화서비스 '가입단계'에서 발생한 피해가 287건(65.7%)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용단계' 105건(24.0%), '계약해제해지단계' 29건(6.6%) 순이었다. 구체적인 피해유형을 살펴보면, 가입단계에서는 설명받은 가입조건과 계약서 내용이 다른 '구두약정과 계약내용 불일치' 피해가 168건(38.4%), 판매자의 강압 등에 의한 '부당가입' 76건(17.4%), '주요사항 설명 고지 미흡' 43건(9.9%)으로 모두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피해였다. 이동통신 판매사업자가 통신기기 활용능력이 낮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고령소비자에게 신규단말기를 구입하게 하거나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해 체결된 계약에 대해 가족이 뒤늦게 인지하여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많았다. 이동전화서비스 이용단계에서는 스미싱 등 타인의 범죄 행위 등으로 인한 '부당요금 청구'가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해제해지단계에서는 '청약철회 거부'가 18건, 해지지연 누락이 11건이었다. 가입경로는 일반판매가 305건(69.8%)으로 가장 많았고, 전화권유판매 55건(12.6%), 기타통신판매 28건(6.4%) 순이었다. 이동전화서비스 관련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고령소비자들에게 △서비스 가입 시 구두설명 내용과 계약서 내용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다른 내용이 있으면 수정을 요구할 것 △계약서를 받아 보관할 것 △요금청구서를 매달 확인해 계약내용과 다르게 요금이 청구된 경우 즉각 통신사 고객센터로 문의해야 한다. 이동전화서비스관련 소비자 피해 발생시 사업자와의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전북소비자정보센터를 통해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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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1.11.22 16:39

지역사회 이웃사랑 온정 다시 불 지펴야

전국에 비가 내린 뒤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위드코로나 시대, 올해는 각종 모임과 행사로 왁자지껄한 세밑 풍경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이맘때쯤이면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 열기로 지역사회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우리 사회의 모습은 세밑 이웃사랑의 온도까지 낮춰 놓았다.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일상생활이 제한되면서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까닭에 이웃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어만갔다. 실제 연말연시 추위를 녹여주던 시민들의 기부활동이 지난해에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연말이면 줄을 이었던 연탄후원과 자원봉사자도 크게 줄었다. 그리고 올해는 정부가 위드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난해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연말을 맞게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번 식어버린 이웃사랑의 온도가 그대로 굳어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겪는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에 미친 영향은 집단계층별로 다를 수 있다. 실제 일반국민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활동과 관계의 제약을 가장 힘들어했지만, 취약계층은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을 존속시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일상회복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완전한 일상회복을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추위와 함께 연말연시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우리 주변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사랑나눔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올해도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본부 전주지부와 전북일보가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연탄나눔 운동을 공동으로 전개한다. 위드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 전례없는 고난을 함께 이겨내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소외된 이웃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11.22 16:39

애써 국비 확보해놓고 자진 반납이라니

전북 14개 시군이 지난해 반납한 국비가 63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예산 철이면 지역구 국회의원부터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총 동원돼 힘들게 국비를 확보해놓고 막상 이렇게 많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 14개 시군이 최근 3년간 반납한 국비가 15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2018년 438억원, 2019년 432억원 보다 국비 반납액이 200억원이나 늘었다. 전북도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자체의 각종 축제나 행사, 자치활동이 축소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특수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매년 국비 반납액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걸 보면 특수 사정이라는 설명만으로 부족하다. 시군들의 국비 반납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규모만 보더라도 과연 정상적으로 국비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김제시의 지난해 국비 반납액은 무려 102억원이나 된다. 전주시 80억원, 부안군 32억원 등 도내 모든 시군들이 적게는 10억원대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에 이른다. 몇 천만원이 없어 표류하는 시군 사업들이 부지기수인데 아깝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자치단체들도 사업을 하다보면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비도 국민의 세금인 만큼 아껴서야 하는 것도 맞다. 국비를 확보했다고 해서 무작정 다 써야 잘하는 행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연례행사처럼 큰 규모의 국비 반납이 반복되고 있어 그저 선의로 해석하기 어렵다. 국비를 확보할 때 사업 목적이 분명하고 지역 현안이었을 텐데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면 행정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억 원의 국비가 매년 반납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현안 사업의 차질과 함께 다른 예산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매년 대규모 국비 반납이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해당 사업이 주민반대에 부딪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꼭 필요한 현안이라면 어떻게든 주민 설득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도록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비 반납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점검을 통해 반납액을 줄이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11.22 16:39

탈호남 전북 대전환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난 주말 전주한옥마을 일원에서 성황리에 치러진 제4회 1593 전주별시(別試) 재현행사 홍보물에는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글귀가 담겼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할 인재를 뽑기 위해 1593년 특별시험으로 치러진 전주별시에서는 문과 9명과 무과 1000여 명을 선발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친구인 사헌부 지평(持平) 현덕승(玄德升)에게 보낸 서신에 담았다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글귀 속의 호남은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권에서 애용되는 단어다. 안타까운 것은 호남과 영남을 대비해 지역감정을 상징하는 단어로 사용했었다는 점이다. 호남(湖南)은 김제 벽골제의 남쪽이라는 설, 금강의 옛 이름인 호강(湖江)의 남쪽이라는 설, 고려때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딴 전라도 지방을 칭했다는 설 등이 있지만 전북과 광주전남을 묶어 전라도와 호남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전북은 호남 속의 변방으로 차별받고 소외돼 왔다. 역대 정권에서 호남과 영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과 사업, 인사 정책 등에서 호남 몫은 광주전남 몫이었다. 필요할 때는 호남이었지만 호남 안에서도 전북은 광주전남의 견제대상이었다. 새만금사업과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을 반대한 세력이 광주전남이었고 새만금 국제공항 역시 전남 무안공항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나주에서는 전북과 광주전남 등 3개 시도의 초광역 협력 마한역사문화권 공동 발전 이행협약 및 대선 정책과제 공동 건의 서명식이 열렸다. 협약 내용에는 국립 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마한역사문화촌, 마한역사테마파크, 마한역사길 조성, 마한 세계역사엑스포 발굴 및 육성 등이 담겨있다. 이 가운데 전북이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이 있을까, 과연 광주전남이 전북에 양보할 사업이 있을까 궁금하다. 전북이 또다시 들러리를 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국적인 메가시티 열풍 속에 광주전남은 광역경제권 구축 및 부울경과 연계한 남해안 남부권 메가시티로 방향을 잡았다. 영광~목포~여수~남해~거제~부산~울산을 잇는 해양관광도로, 수려한 섬을 연결하는 섬크루즈 등 남해안 남부권 광역관광벨트를 시작으로 남해안 광역경제권을 적극 육성해 남해안 남부권 메가시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북지역 정치권에서는 마한과 백제, 후백제로 이어지는 역사문화자원을 부여와 공주, 익산과 전주까지 확장하는 충청권과의 창의적인 메가시티 연계 전략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다. 광주전남이 아닌 충청권과 협력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부터 탈호남 전북몫 찾기 운동이 수도권 향우들을 중심으로 시작돼 수십 년간 호남향우회에 속해 있던 재경 전북출신 출향인사들이 속속 전북도민회를 창립했다. 탈호남 전북 대전환은 이제 정치권의 몫으로 남았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11.22 16:39

덤으로 얻은 날

송준호 우석대 교수 가는 곳마다 명언이라는 이름의 짧은 몇 마디 말을 적어 붙인 작은 팻말이 즐비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 아닐까. 짧은 시간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고 그 안에 담긴 귀한 뜻을 차돌처럼 새겨 실천하라는 뜻이리라. 어떤 가치 있는 행동을 하지 아니한 날, 그날은 잃은 날이다. 어느 휴게소에 들렀다가 눈앞에 적혀 있는 이 명언을 읽었다. 그런데 다른 것과 달리 이 말은 어찌 된 일인지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버스에 올라서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짧은 문장에 날이라는 체언을 세 번이나 썼기 때문이어서는 적어도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내야 가치 있는 행동을 한 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좀 뜬금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던 것이다. 맘에 쏙 드는 원고에 마침표를 찍은 날? 회사의 핵심 프로젝트 작업에 참여해서 큰 진척을 이룬 날? 오랫동안 서먹하게 지내온 친구하고 소주 한잔 나누면서 유쾌하게 화해한 날? 영어 단어와 숙어를 100개 이상 새로 외운 날? 적어도 책 한 권은 몰두해서 읽은 날? 여덟 시간 넘게 편의점 알바를 해서 학과 MT 경비를 스스로 마련한 날? 하다못해 단풍구경이라도 가서 맘에 쏙 드는 셀카를 스무 장 넘게 찍은 날? 이런 일을 해야만 가치 있는 날인가? 어떤 행동의 가치는 또 누가 정하는 거지? 아니, 그보다는 인생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가치 있는 행동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가? 하루종일 삼시세끼 밥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 TV 리모컨을 손에 쥐고 소파에서 뒹굴었다면 그건 정말 가치 있는 행동을 하지 아니한 날일까? 아무 의미 없이 허비해버린 잃은 날이라고 함부로 단정해도 되는 걸까?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어느 한가한 일상에 상상을 입히고 거기에 <일기>라는 제목을 얹어 안도현 시인이 쓴 짧은 시다. 이게 문인들이 뽑은 2011년 올해 최고의 시에 선정되었단다. 그건 이 땅에서 글깨나 쓴다는 이들은 적어도 날아가는 기러기의 숫자나 헤아리면서 한가하게 보낸 하루도 더할 나위없이 소중하다는 데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는 뜻이리라. 차창 밖으로 눈부시게 펼쳐진 단풍꽃을 바라보면서 좀 전에 읽은 명언의 가치 있는 행동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나는 그걸 이렇게 바꿔보았다. 국화꽃의 속눈썹을 다듬어주었든, 무당벌레의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주었든, 길고양이하고 오랫동안 눈을 맞추었든, 예쁜 들꽃 이름 하나를 새로 알았든, 거칠어진 손마디를 매만지며 제 어머니로 살아주셔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든, 문어다리를 얇게 썰어 넣고 라면을 끓여 먹었든, 아니면 언젠가 쑥스럽게 미소 지으며 교수님이 쓰신 글 재밌게 잘 읽고 있어요.라고 말해주어서 이렇게나마 계속 쓸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고마운 그이와 늦가을 어느 날 저녁밥을 함께 먹었든 살아가면서 무언가 처음 해본 일이 있는 날, 그날은 덤으로 얻은 날이다. /송준호 우석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1.11.22 16:39

너무 당당해서 당황스럽다

최영규 전북도의원 이글은 얼마 전 있었던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마치고 난 소회다. 기관을 운영하다 보면 민간이든 공공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그 자체로 합리화될 수는 없겠지만 크고 작은 업무과실이 있을 수 있고 비위도 있을 수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 대개 그렇기도 하고, 어른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이상한 나라에서 온 괴상한 이방인들이 한둘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은 허용치를 이미 넘어서서 조직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수위에 직면해 있다. 주춤했던 퇴사 릴레이가 현 대표이사 취임 후 다시 늘기 시작한 것만 봐도 그렇다. 출범 첫해 4명이던 퇴사자는 이듬해 3명, 그리고 2명으로 줄다가 2019년과 2020년 6명과 9명으로 각각 늘더니 올해는 12명으로 증가했다. 대표이사는 근본적 원인을 외면하는 것인지 정말 무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열악한 근무조건만 탓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넉넉 잡아도 두 달에 한 번꼴로 이루어진 전보인사는 가뜩이나 불안정한 조직을 더욱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 같다. 취임 후 가장 많이 한 일이 전보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추진도 목불인견이었다. 한국메세나협회 공모사업에 신청하면서 기업과 지역예술인을 연계시켜서 지속적인 기부문화 확산을 촉진시키겠다고 했지만 지역예술인은 안중에도 없었다. 5000만원이 넘는 사업비를 수의계약을 통해 외지업체 기성 영상물을 가져와서 전시하는 것으로 소진시키고 말았다. 예술인 후원이라는 메세나의 요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왜 수많은 장르 중에서 굳이 뉴미디어아트라는 장르여야 했는지, 왜 굳이 외지의 모업체 작품이어야만 했는지, 지역예술인을 찾을 수가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대표이사의 궤변을 왜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들어야만 했는지, 아무리 양보해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된 것처럼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3본부 체계로 개편된 이후 재단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종사했던 사람이 예술교육 콘텐츠 개발을 고민하는 연구진에 들어와 있는가 하면 해당 사업 추진과정에서 장비임차계약을 체결한 이벤트업체 대표도 연구진으로 들어와 있었다. 전공과 경력 모두 예술교육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본부장 지인이 포함되어 있는 건 덤이다. 사업계획서대로라면 이미 9월부터 연구진이 창안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시범적으로 추진되고 있어야 하지만 사업기간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시범운영 실적은 한 건도 없다. 연구진들의 연구실적도 가시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어서 그렇지 나름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모호한 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연구원에게 지급되는 총 인건비가 1억원이 넘고 개별 연구원별로 계약까지 체결했는데 사업 막바지 단계인 시점에서 그냥 믿어달라는 얘기밖에 안 하고 있는 것이다. 본부장의 위증은 단연코 압권이었다. 인정하고 사과하면 대수롭지 않게 끝났을 수도 있었을 일을, 가지 않았고 돈도 받지 않았다며 시치미를 뗐다. 증거사진을 내밀자 행사 끝나고 찍은 사진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이 문제를 추궁한 분은 물론 행감장에 있었던 모든 이들이 당황했다. 본부장의 태도가 너무 당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당당한 건 본부장만이 아닌 듯싶다. 대표이사가 감사 이후에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겠고 하니 재단 노조가 반발하며 언론에 호소하고 있다. 반성과 점검, 개선방안 마련에 몰두할 시간도 모자랄 텐데 제보자 색출이라는 비윤리적 행태를 서슴치 않는 걸 보면 당당해도 많이 당당한 것 같다. 그래서 당황스럽다. /최영규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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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2 16:39

전주의 인물명 도로, 정언신로 이야기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전주의 인물명 도로에는 전주를 대표하는 인물의 시호 또는 이름이 명명되어 있다. 시호를 사용한 도로명은 충경공 이정란의 충경로가 유일하다. 과거에는 호 또는 시호를 사용하여 도로명이 지었졌지만, 그 의미를 일반인이 알기가 어려워 최근에는 이름을 직접 사용한 도로명이 많아졌다. 전주의 인물 도로명은 견훤로, 정언신로, 정여립로, 권삼득로 등이 대표적이다. 정언신로는 인후동 견훤왕궁로에서 아중리 동부대로에 걸쳐 있다. 정언신은 현재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완산지에는 전주의 대표적 인물 중의 한 명으로 이미 기록되어 있다. 전주 출신으로 조선시대 과거급제를 통해서 우의정에 이른 사람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선조 시대의 정언신과 숙종 시대의 이상진이 눈에 뛴다. 이상진은 충경공 이정란의 증손이기도 하다. 이상진은 청백리로 선정된 탁월한 문관이었다고 한다면, 정언신은 문관으로서만이 아니라 고위급 무관으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정언신은 1566년(명종 21년) 문과에 급제하여, 1571년(선조 4년) 호조좌랑을 거쳐, 함경도 병마절도사를 지냈다. 1582년 함경도 두만강 이북의 여진족 니탕개가 난을 일으키자, 선조는 정언신을 우참찬으로 승진시키고, 함경도 도순찰사를 겸직하게 하여, 니탕개의 난을 진압하게 하였다. 정언신은 후일 임진왜란에서 활약한 신립, 이일, 이순신, 김시민, 이억기 등 무관들을 지휘하여 난을 성공적으로 진압하였고, 이어 함경도 관찰사를 맡아 북방의 방비를 정비하고 안정시켰다. 사헌부 대사헌을 거쳐, 1587년 병조판서로 승진하였고, 1589년 2월 우의정이 되었다. 그러나 우의정이 된 해, 정여립 사건으로 고초를 겪게 된다. 정여립의 모반 혐의에 대한 고변이 들어오자, 정언신은 처음에 이에 대한 조사를 맡는 위관이 되었다. 그러나 서인인 정철이 사주한 대간들이 정언신이 정여립과 구촌간임을 이유로 탄핵을 하여, 위관과 우의정의 직을 박탈하고, 하옥되게 하였다. 정철이 대신 위관이 되었고, 조사 과정에서 정여립과 종친으로서 주고받은 서신이 드러나 정여립의 일파로 몰려 남해에 유배되었다, 갑산으로 유배지를 옮겼다가 그곳에서 병사하였다. 사후 그의 억울함이 드러나 1599년(선조 32년) 다시 복권되었다. 정여립 사건과의 연루로 중형을 받아, 과거엔 두드러진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최근 그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언신은 당시 북방 여진족들의 위협을 평정하였고, 북방의 방어를 안정시킴으로써, 그 여력을 몰아 여진족과의 전투에서의 경험을 쌓은 무관들을 남쪽의 방어에 재배치함으로써 환란에 대비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병조판서로 있던 1589년(선조 22년), 비변사에서는 신료들의 추천으로 유능한 무관들을 채용하여 전국 각지에 파견, 외적에 대한 방어를 준비하게 한 바 있다. 임진왜란의 영웅인 이순신은 당시 우의정이었던 이산해와 병조판서였던 정언신이 같이 추천하여 중용될 수 있었다. 임진왜란 초기 전주로 진입하려는 왜군들을 격파한 웅치전투에서 후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다 부하들과 함께 전사한 김제군수 정담도 정언신이 추천한 무관이었다. 임란 후 병조판서 황정욱은 군사 지휘의 경험이 풍부했던 정언신이 있었다면 왜적에게 쉽게 참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탄식하였다고 한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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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1 16:54

협치로 만들어가는 지역의 미래

국영석 완주고산농협조합장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정부와 기업, 지역과 시민사회 모두가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지역의 상황은 안팎으로 더 복잡하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산업환경의 변화와 부족한 일자리 문제에서부터 개발과 보존, 세대와 계층 간 소통문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소수의 생각과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함께 지혜를 모으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담대하게협치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협치는 공공활동을 수행해나가는 다원적인 조직체계를 이르는 말이다.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정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권위주의 시대가 통치와 지배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협치와 연대의 시대다. 행정도 마찬가지로 주민참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행정 운영 전반에 다양한 협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좋은 협치가 이루어지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협치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협치 그 자체를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절차적인 형식으로 다루게 되면 협치의 신뢰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둘째는 협치의 다양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협치는 소수의 전문가와 특정한 단체들의 힘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행정과 의회, 대학과 기업, 지역과 시민사회, 청년과 어르신 모두가 골고루 참여하고 균형감 있게 발언권을 가질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협치가 가능하다. 세 번째 조건은 협치를 위한 권한의 위임이다. 협치의 과정에서 자치단체의 기능과 역할은 크고 중요하지만 지나친 행정주도의 협치는 결국 민간의 자생력과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협치는 혁신이 아니고 일상이 되어야 한다. 혁신이 일상이 되려면 협치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협치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촘촘하게 설계하고 실효성 있는 협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생의 플랫폼을 만들고 긴 호흡으로 협치의 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인내심 있게 협치의 중심을 지켜내는 것이 바로 협치리더십의 요체다. 협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결국 상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생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니 작은 실패나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협치의 실험과 도전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지난주 막을 내린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창단하지 7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팀이 우승을 일궈냈다고 한다. 상대팀은 지난 7년 내내 빠짐없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팀이었기에 이 결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분석이 회자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 월등히 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이뤄낸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팀 정신이었다. 구단 운영진과 현장의 조화, 코칭스테프의 역할 분담, 고참과 신인들의 존중 등이 어우러져 팀의 객관적인 전력을 넘어서는 긍정의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결국 우승에 이르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그 중심에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감독의 협치의 리더십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례를 통해 협치의 진정한 의미와 지역사회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행정, 의회, 대학, 기업, 주민조직 모두가 적절한 역할분담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지역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 모두를 극복할 수 있는 긍정의 시너지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모두와 함께 하는 협치의 길이다. /국영석 완주고산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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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1 16:54

이재명이 전북서 안 뜨는 이유

대선은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내려지는 기회다. 문재인 정부가 잘했으면 유권자들이 지지할 것이고 잘못했으면 바꾸자고 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참혹한 실패로 규정한다.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한 것에 불만이 높다. 소득은 충분한데 은행 대출길에 막혀 아파트를 사지 못하는 젊은층의 불만이 의외로 많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원인은 수요와 공급 불일치 때문이지만 투기수요를 차단하지 못한 탓이 크다. 여야후보가 확정되었으나 대선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19시대에 사이다성 발언과 포퓰리즘 정책에 힘입어 서민들에게 상당한 청량감을 줬지만, 대장동 사건에 발목 잡혀 지지율 정체를 보이고 있다. 선대위가 구성됐으나 이 후보만 열심히 뛰지 원팀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집토끼라고 여겨온 호남에서 지지율이 DJ 노무현 문재인 때와 다르게 나타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만해도 너나할 것 없이 문을 지지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의사표시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안 보인다. 특히 전북 경선 때 광주 전남과 달리 이재명 후보가 54.55%로 1위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이 후보 지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다. 경선이 끝났으나 이낙연 지지자쪽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송영길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과 결선투표를 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는 것. 이런 상황속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남임순)이 민주당 복당 철회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만남을 통해 접점을 찾아간 것도 한몫 거든다. 여기에 전북 출신 민주당 8명의 국회의원에 도민들의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전북에서 이 후보의 지지가 답보상태에 놓인 이유는 문 정권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작용한다. 지난 대선 때 64.8%라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는데도 임기가 다 되도록 전북에 통 크게 지원해준 게 없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도 하대명년이고 20대 국회 때부터 남원 서남대 폐교로 생긴 의대정원 49명을 갖고 설립기로 했던 공공의대 설립문제가 아직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채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운천 도당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북 현안에 프렌드리 정책을 내 놓고 내년도 국가예산을 적극적으로 챙겨 윤석열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MB나 박근혜 때보다 많은 두 자릿수 지지를 보여 대조를 이룬다. 진정성 있게 서진정책을 편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튼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전북 유권자를 집토끼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소홀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것. 예전처럼 전북유권자의 표심이 민주당 후보한테 일방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을 지지해봤자 지역으로 돌아온 게 없지않느냐는 게 전북의 현재 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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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1.11.21 16:54

판소리의 재해석과 전라북도 글로컬 실현의 비전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지난 10월 30일 국악으로 신명나게 놀아 볼 신개념 퓨전 국악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향한 조선판스타가 종영하였다. 최근 여러 이슈를 몰고 온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 보다 화제성은 적지만, 시청률은 3배 가까이 앞서며 저력을 과시하였다. <조선판스타>는 국악을 기반으로 가요, 재즈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무대를 꾸미는 크로스오버(corss-over)로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음악의 매력을 새롭게 제시하며 호평 받았다. 우리 음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도 판소리의 파격 변신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한한국 국악계는 지금 현대적 재해석과 퓨전으로 폭넓은 세대의 주목과 호응을 얻는 중이다. 반면 북한은 국악의 변신에 회의적이다. 북한의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1월 2일 국악계 이단아들이 서양악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민족 음악을 변질시키고 있다., 민족 음악의 명맥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을 고수하고 보존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판소리가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 18세기 영정조대와 19세기 흥선대원군대의 판소리는 사뭇 다르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판소리는 계속 변화를 겪으며 오늘의 형태에 이르렀는데, 전통이란 것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의 역사에서 주목할 점은 우리 전라북도의 위상이다. 흔히 남원을 국악의 성지라고 하는데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흥부가와 춘향가의 배경지이고, 동편제 판소리를 정형화한 송흥록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립민속국악원도 남원에 있고, 시립 국악단이 운영되며, 후속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국악예술고등학교도 있다. 남원뿐만 아니다. 19세기에 고창 지역에서 활동했던 동리 신재효는 기존의 판소리를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끼 타령, 적벽가, 가루지기타령 등 여섯 마당 사설로 정리하였고, 이론을 정립하였다. 국악계에서 신재효의 위상은 매우 높은 만큼, 고창군에서도 그를 기리기 위해 판소리박물관, 판소리전수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전국 어린이 판소리 왕중왕 대회를 1988년부터 34회째 진행하고 있다.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전주대사습놀이 역시 조선 후기에 전라감영과 전주부 통인청에서 주관하며 성했하였는데, 1910년을 전후한 시기에 중단되었다가 1975년부터 재개되었다. 전주대사습놀이가 현재 국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국악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는 전라북도의 소리가 현대에 다시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는 지역의 것이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글로컬(Glocal)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전라북도는 국악 등을 홍보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통적인 판소리를 계승함과 동시에 퓨전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판스타가 시즌 2를 개최한다면 결승전은 전주대사습놀이를 진행했던 전라감영에서 진행하도록 하여 전통적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혹은 최근의 트렌드인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플랫폼을 국악과 접목시켜 전라북도에서 선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있다.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전라북도가 관련 문화 사업에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문화유산의 세계에 알리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민(전북대 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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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1 16:54

전북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꼭 성사시켜라

전북도가 천연물 신약으로 특화된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팔을 걷었다. 바이오헬스 산업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성장잠재력을 고려할 때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는 전북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등 다양한 감염병에 대비한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전북도의 의료복합단지 추진이 결실을 맺도록 정부 차원의 배려와 지원을 기대한다. 전북도가 첨단의료복합단지 후보지로 내밀고 있는 곳은 신약 개발과 관련된 핵심 연구기관이 집적된 정읍지역이다. 정읍연구개발특구에 첨단방사선연구소, 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분소가 있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약초생산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하면 투자비용을 최소화 하면서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도의 분석이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기존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된 충북 오송, 대구경북 외 추가 지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된 두 곳은 각종 핵심 연구시설과 관련 대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 2038년까지 시설운영비 1조8천억원, 연구개발비 3조8천억원 등 모두 5조6천억원을 두 지역에 집중 투자할 계획만 발표했을 뿐 추가 지정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북도는 기존 충북 오송과 대구경북를 연계한 삼각축을 형성, 국가 바이오헬스산업의 허브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송과 대구가 각 각 바이오 신약과 합성 신약으로 특화된 만큼, 현재 전북도가 내세운 천연물 신약에 특화된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구축되지 않았다. 천연물신약 연구개발과 산업화 촉진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도 관련 특화단지가 필요하다. 정부 의지가 관건인 셈이다. 정부가 제3 첨단의료복합단지 계획을 갖고 있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지자체의 유치경쟁이 치열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지정 당시에도 10개 지자체가 경쟁했다. 전북도와 도내 대학, 연구기관, 관련 업체 등이 긴밀히 협조해서 전북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꼭 유치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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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1 16:54

섬진강 · 용담댐 수해 국가가 우선 보상해야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때 섬진강댐과 용담댐 등 전국 곳곳의 댐 하류 지역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지만 1년 3개월이 넘도록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한국수자원학회 등에 의뢰해 댐 하류 수해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고 두루뭉술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책임주체가 불분명한 결론으로 인해 기관별 피해액 분담 등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를 남겼고, 우려한대로 아직까지도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보상이 늦어지면서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논밭과 축사가 망가진 수재민들은 아직껏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 채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나마 올 여름에 다시 수해를 당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런 가운데 자치단체가 국가에 다시 배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을 비롯해서 전남과 경남충북충남 등 지난해 수해를 당한 댐 하류 5개 광역자치단체는 18일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국가의 신속한 배상을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제출했다. 수해의 원인이 국가기관에도 있는만큼 수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피해액 전액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댐 하류지역 물난리의 책임주체를 가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해를 넘겨서도 보상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수재민들의 일상회복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이라면 제대로 된 배상안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난리 피해 배상액을 책임주체로 거론된 기관별로 나눌 경우 책임회피와 소송 등으로 인해 수재민들에 대한 실질적 배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설령 조정안이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수재민들이 다시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수재민들에게 돌아간다. 댐 하류지역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고, 수많은 수재민이 일상을 회복하지 못한채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보상이나 배상논의는 진척이 없다. 그리고 다시 한 해를 훌쩍 보내고 있다. 지금 가장 우선돼야 할 일은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의 일상회복을 위한 피해 복구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 먼저 수재민들에게 피해액 전액을 신속하게 보상하고, 추후 기관간 분담금 비율을 정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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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11.21 16:54

왕의 초상, 어진의 외출

삽화 = 정윤성 기자 전시실 진열장 유리 건너편에 왕의 초상이 있었다. 오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실재감으로 다가오는 용안의 품격. 섬세한 필력과 강렬한 채색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종이의 뒷면에 색을 칠하여 은은한 느낌을 배어 나오게 하는 배채법의 효과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더했다. 2005년 봄, 국립전주박물관이 기획한 <경기전과 태조 이성계-왕의 초상> 전시에서 공개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었다. 600년 시간을 안고 있는 태조 어진 진본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111년만이었다. 그해, 태조 어진의 외출은 특별하고 화려했다. 우리나라의 초상화 역사는 풍요롭다. 그중에서도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한 시대의 미술사를 주도할 정도로 활발하게 제작되었으며 그 수준도 빼어났다. 왕의 초상, 어진은 조선시대 그려진 초상화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왕들의 초상화는 대부분 왕이 생존해있을 때 그려졌지만 더러는 작고한 뒤에 그려지기도 했는데 작고한 뒤 그려지는 초상화들도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완성되는 까닭에 실재 했던 왕의 초상과 매우 흡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시대에 제작된 초상화는 대부분 진본을 잃었다. 전란으로 소실되었거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불태우고 초상화를 새로 제작하는 관행 때문이었다. 왕의 초상도 예외가 아니어서 오늘에 남겨진 진본은 태조 이성계와 영조의 어진뿐이다. 특히 태조 어진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린 전신상으로는 유일하다. 태조 어진에 역사성과 함께 회화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태조 어진은 당초 다섯 곳에 진전을 지어 모셨다. 전주를 비롯해 태조가 태어난 영흥과 성장한 개성,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과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다. 이들 중 살아남은 것이 전주 경기전의 어진이다. 경기전에는 태조가 작고한 후 1410년 경주의 집경전 어진을 모사한 해 완성한 어진을 모셨으나 지금 남아 있는 것은 1872년 새롭게 제작된 어진이다. 조선 창업자인 태조의 초상은 조선시대 왕들의 초상 중에서도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회화사의 측면에서도 조선시대 초상화 중 최고로 꼽혀 한때 한국회화사 전공자들은 태조 어진을 모신 경기전을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여겼다. 사실 우리가 경기전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태조 어진은 진본(국보)이 아니다. 회화적 측면에서 보자면 모사본과 원본의 차이는 매우 크다. 다행히 2005년 이후 태조 어진 진본은 1년에 단 한번, 20여 일 동안 외출을 한다. 올해도 지난달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경기전 안 어진박물관에서 태조 어진 진본이 관객들을 만났다. 귀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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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11.18 16:33

[노인환의 세상만사] 다주택자 중과대상에서 제외되는 주택들

전주시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 만 23개월이 지났습니다. 6개월 남은 임기의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이번정부의 절대반지인 부동산투기근절을 위한 조정대상지역은 취득단계에서 주택담보대출의 강화 및 취득세의 중과, 자금출처소명서의 제출의무화를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양도단계에서 1세대1주택비과세요건 강화와 더불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실수요자중심의 부동산시장으로 재편하는데 그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조정대상지역에 중과세의 핵심은 중과세대상 주택 수 판단 시 분양권을 주택 수에 포함시키며, 2주택자는 기본세율+20%를 적용하고 3주택이상은 기본세율에 30%의 추가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거이전목적이나 상속, 결혼 등의 사유로 투기수요와는 무관하게 다주택자가 상황에도 중과세를 한다면 그 취지 등에 반하게 됨으로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중과세대상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먼저 30%의 추가세율이 적용되는 3주택자 중과대상에서 제외되는 주택을 살펴보면, 양도일 현재 기준시가 3억 원 이하인 주택은 중과세대상에서 제외되나 수도권과 광역시의 경우는 기준시가와 무관하게 중과세대상에 해당됩니다. 또한 상속받은 주택과 혼인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3주택이 된 경우에는 상속 및 혼인날부터 5년 이내에 해당주택을 양도해야 중과세대상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덧붙여서, 20%의 추가세율이 적용되는 2주택자 중과대상에서 제외 되는 주택을 살펴보면 1)대구성원 중 일부가 취학, 근무상의 형편, 질병 등의 사유로 다른 시나 군으로 이전목적으로 취득한 후 1년 이상 거주한 기준시가 3억 원 미만의 주택과 2) 60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봉양하기 위해 합가하고 10년이 경과하지 않는 주택(혼인으로 인한 합가의 경우 5년) 3) 1주택소유자가 주택을 양도하기 전에 새로운 주택을 취득한 경우로써 다른 주택을 취득한 후 3년 내에 양도하는 종전주택 또한 1세대1주택비과세와는 별개로 중과세대상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한국 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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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8 16:32

거짓말

이성수 수필가 지구에서 상대방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말을 하는 동물은 우리 인간뿐이다. 그런데 언어가 먼저일까, 사고(思考)가 먼저일까? 어느 것이 먼저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어도 언어와 사고가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논리적 사고력을 갖춘 사람은 논리적 언어를 구사한다. 이는 사고가 언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여 사회적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발전시켜 나간다. 이 과정에서 언어는 그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즉 언어는 해당 사회의 모습이나 특성을 드러내며, 경우에 따라 언어가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어에는 지역, 인종, 나이, 계층, 신분, 성별, 직업, 이념 등에 따른 사회적 특성이 드러나 있다. 지역 방언을 예로 들어 보자. 부추는 지역에 따라 솔(경상, 전남), 졸(충청), 정구지(충청, 전북, 경상), 분추(강원, 경북, 충북), 쉐우리(제주), 푸초(평북), 염지(함경)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같은 부추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따라 부추를 가리키는 말이 다른 것이다. 우리가 말을 하면 누구나 참말이든, 거짓말이든 내 말을 듣고 관심을 보인다. 오늘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를 좋아하고 기쁨을 안겨주기도 한다. 상대방의 인격과 취향에 따라 나에게 믿음을 주며 자기 속내를 들추어 보인다. 자라면서 학교와 직장에서 맺어진 인연은 나의 언행을 보고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며 평생을 이어간다. 자기의 능력과 역할에 따라 각기 다른 일터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아름다운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에게 꿈을 주어 행복을 키워나간다. 아내가 화장을 하고서 여보, 나 예뻐? 하면 참이든 거짓이든 안 예쁘다고 말하는 남편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의사는 불치병도 곧 나을거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 거짓말은 선의인데 사람들 중에는 양심을 저버리는 거짓말을 쉽게 하기도 한다. 요즈음 매스컴을 보면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피하기 위해 얼굴 색 하나 바꾸지 않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지만 결국 판결에서는 거짓말임이 판명되어 옥살이를 한다. 거짓말을 밥 먹듯 쉽게 하는 그들을 보며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한 번은 깊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내 잘못을 인정하면 그 사람의 품위가 평가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존경을 받을 텐데 한결같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속셈은 무엇일까? 다른 영향도 크겠지만 인간의 기본 인성과 인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올바른 사고, 인간의 가치관, 사물에 대한 진실의 판단이 잘못되어 이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가끔 교육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글을 쓰고 사회의 중추적인 핵심 부류의 사람을 만드는 인문학의 길이 잘못 이어오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순자(荀子)의 성악설과 맹자(孟子)의 성선설을 보면서 그에 따른 진위를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알고 거짓과 참을 구별하게 된다.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인간으로서 이 일이 옳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분별력이 있다. 감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다. 어쩔 때는 자기 양심을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감으로 자살하는 경우를 본다. 거짓말이 판쳐도 배우고 깨우치는 한 우리 인간이 질서와 예의를 지키면서 올바른 사회를 이끌어 갈 현명한 두뇌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성수 수필가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을 하고 <대한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은빛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수필을 동해서 정화된 사회 가꾸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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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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