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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한옥체험교육전문기관의 필요성 - 이종민

한옥이 21세기 '참살이'의 터전으로 부각되면서 한옥전문기관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우리 전통 주거형태가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질환의 치유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 체험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볼 때 수백 채의 한옥으로 유명해진 전주한옥마을에 이 관련 전문시설 하나 없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한옥이 좋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그 특성과 장점을 체계적으로 교육 체험케 하는 것은 관광자원으로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절실한 일이었다. 실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한국전통문화아카데미에서도 한옥 관련 수업은 가장 호응이 좋은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그러나 준비 과정이 매우 복잡하여 상설공간이 없는 현재로서는 일반 관광객을 위한 체험교육이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최근 전주시가 한옥마을 2단계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한옥학교'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학교가 한옥 관련 전문기능인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왕의 타 지역 한옥학교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견지해야 한다.우선 신ㆍ개축을 원하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전문적 자문을 해주는 역할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한옥 때문에 겪은 그 동안의 고초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제대로 지켜나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신ㆍ개축 과정에서 업자들과의 갈등으로 또 다른 마음고생에 시달리는 이 곳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할 일이다.또 하나, 다양한 형태의 미래형 한옥에 대한 전문적 연구를 통해 그 전범을 마련해나가는 일도 주문하고 싶다. 한옥마을의 집들은 도시형 한옥으로의 장단점을 함께 지니고 있다. 이를 보완하여 우리나라 다양한 지형에 걸맞은, 편리하면서도 생태 친화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21세기형 한옥의 모범적 모형들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한브랜드 사업'이 추구하는 일상화, 산업화, 세계화를 한옥 분야에서 실현시켜나가는 길이다.이들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반인들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체험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이 전문기관이 떠맡아야할 중요한 일. 목조건축이 갖는 탁월한 온실가스감축효과 및 짜마춤 공법의 기능적, 미학적 장점 등에 대한 교육과 체험을 통해 한옥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궁극적으로는 이런 지속적인 연구와 체험교육을 통해, 서부신시가지나 혁신도시, 아니면 새만금지역에 미래형 한옥마을을 건설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나가는 일. 그러나 그것은 내일 일이고 당장은 전주시가 최근에 확보한 코아아울렛 건물에 한옥상설체험공간을 확보하여 급증하는 관광수요를 충족시키는 일이 급하다. 더불어 한옥아카데미 등 단기간의 교육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도. 그래야 명실상부한 '한옥의 마을'로 거듭날 수 있지 않겠는가!/이종민(전북대 영문과 교수)▲ 이종민 교수는 완주출신으로 서울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교환교수, 서울대 교류교수를 거쳐 전북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전북일보, 문화저널, 도곡장학재단 등의 임원을 역임했다. 현재,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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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7.06 23:02

[전북칼럼] 이 작은 소망들을 들어 주소서 - 안홍엽

우리나라에서 단 한 명뿐인 불치병으로 온몸이 굳어서 꼼짝도 못하는 환자가 남겼다는 시의 한 귀절입니다."새벽, 겨우 겨우라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햇살을 볼 수 있기를,아무리 천대 받는 일이라 할지라도 일을 할 수 있기를,""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 그릇"은 두 아들을 데리고 우동 집에 들어가 우동 두 그릇을 시켜 나누어 먹으며 내년에는 세 그릇을 시켜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소망을 그렸습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소망이 너무나 컸기에 그 좌절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최후를 선택했습니다. 설령 측근 중 누가 적절치 못한 행위를 했더라도 한편이었던 사람들마저 자기와 거리 두기에 나설지는 몰랐을 것입니다. 전국을 뒤흔든 조문 정국은 그들의 죄책감에서 나온 거라고 하면 과장일 런지요. 사상 처음으로 시행된 존엄사는 생명의 존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일로 소망이 크면 좌절도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부 여당이 경쟁상대가 아니라 투쟁 상대며 대통령의 사과가 없으면 등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국회 앞 연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단호한 대통령이어야 하고 국회는 싸움터가 아니길 우리는 소망합니다. 성당의 종소리도 소음 피해라는 이유 때문에 듣지 못합니다. 전국의 도로는 방음벽으로 막혀 여행의 즐거움을 즐기지 못합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소음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광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난폭한 굉음들이 주변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시끄러워 일을 못하면 그 피해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70억원 이상의 혈세를 드려 만든 다른 광장 역시 고성능 전자음으로 시민들을 괴롭힙니다. 이게 뭡니까? 광장에 나무를 심어 소음 없는 고간으로 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옛 모양을 살린다고 만들어 놓은 전주 한옥지구 실개천은 여름이 되자 이끼 닦는 아낙들로 가득합니다. 혈세를 낭비하는 공직자가 없기를 소망합니다. 중앙당에서조차 인정하지 않은 자치단체장 후보 공천을 시작으로 노골적인 지선 전략에 들어간 민주당은 어찌 이토록 자기들의 소망에만 집착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검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PD수첩 수사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정권의 음모일까도 의문스럽습니다. 선진 된 정치문화를 소망합니다.가끔씩 떼쓰는 어린이를 달래는데 장애인이 활용 됩니다. "에비에비, 너 울면 저 사람이 잡아 간다." 많은 문학작품에서 장애인은 무서운 사람,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할 말을 못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 하는 우리는 이미 장애인이 되었지만 세상을 불안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에비에비"의 대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민족상잔의 비극은 59년이 흐르도록 막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5천만은 한결같이 비극의 종말을 소망합니다. 우리들의 소망은 작지만 간절합니다.하느님! 아무리 세상이 어지럽더라도 우리 모두가 서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노력하면 소망은 이루어지리라고 믿습니다. 누구나의 마음속에 별처럼 총총 새겨진 이 작은 소망들이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지도록 하느님! 저희에게 희망을 주소서. 어차피 인생살이 덤이라지만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덤이 아니라 더 좋은 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의 축복을 내려 주소서./안홍엽(수필가. 필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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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29 23:02

[전북칼럼] 품위 있는 사회를 위하여 - 윤찬영

최근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에너지는 모욕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모욕감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이것을 느꼈을 때 가만히 있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 동안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범들의 범행동기는 모욕감이었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모욕감으로 세상에 대하여 처절한 앙갚음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자신을 죽이는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 서거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가 그 예이다. 인터넷에서도 유난히 '굴욕'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모욕은 언어와 행동의 배설물과 같다. 배설하는 자는 쾌감을 느끼겠지만 그것을 받는 자는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러니까 살인 아니면 자살을 택하지 않겠는가?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욕을 당했을 경우, 그 속이 상하는 것은 이루 표현하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모욕주기 또는 망신주기식 수사, 그것에 편승하는 보수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비판했다. 그것이 결국 거대한 추모열기로 이어졌던 것 같다. 또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진보진영의 주경복 교수의 이메일을 모두 뒤지고, 광우병 관련 보도 관련하여 MBC PD수첩 관계자의 7년치 이메일을 공개하는 수사는 모욕주기의 전형이다. 그러나 현재 집권세력은 오히려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모욕이라고 보고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모욕이라는 것이다.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찼으니 당연한 얘기이다.동물과 달리 명예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모욕은 상대를 공격하여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는 일종의 생존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전략을 구사하면 자신도 타인에 의해 모욕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서로에게 모욕을 주는 경우를 피하는 것이 상생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동물과 달리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이스라엘의 히브리대학 철학교수인 아비샤이 마갈릿은 이러한 모욕이 없는 '품위있는 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로 꼽는다. 그는 모욕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모욕 없는 사회가 곧 품위 있는 사회라고 설파한다. 특히 제도가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가 품위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복지제도조차 사람을 모욕하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사회복지제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존재로 폄하되는 낙인을 수반하는 한 사회복지제도조차 인간을 모욕하는 제도인 것이다. 그래서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기 전에 먼저 품위 있는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감세 등 혜택을 받고 권력을 누리고, 없는 사람들은 잘해야 비정규직, 아니면 정리해고, 실업, 빈곤, 무주택 등의 상황에서 살아야 한다면, 분명히 우리사회는 품위있는 사회와 거리가 멀다. 지방민, 여성, 장애, 고령, 심지어 외모 때문에 우리는 모욕적인 차별을 당하며 산다. 개인에 의해서, 제도에 의해서, 권력에 의해서 끊임없이 모욕을 주는 사회는 인간적 품위가 없는 사회이다.장관이나 여당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막말을 해서 모욕을 해놓고서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모욕죄로 처벌하겠다는 이 나라는 세계적으로 스스로 망신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을 모욕해놓고도 잘못을 모르고, 그것을 지적하는 상대방에게 오히려 모욕죄라고 하는 것은 엄청난 인격장애이다. 정신보건법에 의해 강제입원 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이다. 품위있는 사회는 고사하고 모욕을 주었을 때,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정도의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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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22 23:02

[전북칼럼] 사대부의 소박한 정신 공간 - 김영원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유교 성리학을 깊이 연구하는 학자로서 관직에 오른 사대부(士大夫)가 세상을 주도했다. 그들은 절개를 지키며 순결하고 고상한 생활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학문에 정진하면서, 시를 짓고 서예를 익히며 그림을 그림으로써 교양과 예술을 함양하고 스스로 수양하는 일에 몰두하였다.그러므로 사대부들이 기거하던 사랑방에는 항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용기들이 즐비했다. 연적, 필세(筆洗: 붓 씻는 그릇), 벼루, 필통(붓 꽂는 통), 지통(종이를 말아 넣는 통) 등등. 이런 문방구들은 대부분 크기가 작고 기형도 간소하여, 사랑방을 장식하는 단촐한 목가구들과 잘 어울린다.조선의 한옥은 방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가구들과 생활 용기들이 작을 수밖에 없다. 목가구는 장식이 번잡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오히려 매우 간결하고 수수한데, 이는 꼭 필요한 선과 면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갑이나 서안(書案: 책상) 위에 놓이는 물건들도 작고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그것을 애용한 사람들의 품성을 짐작할 수 있다.필자의 눈을 끄는 우리 문화재 가운데에 높이가 5~6cm 정도의 작은 백자가 있다. 이 백자 항아리에는 국화 한 송이가 그려져 있는데, 국화가 지조와 기품과 고결함을 상징하므로 그것을 덕목으로 삼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품성과 잘 맞는다. 국화가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문인화의 대표적인 소재였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국화가 그려진 이 백자 항아리는 사랑방 목가구 위에 놓여 주인의 품격을 대변해주는 사대부의 애장품이었다.그런데 '국화문', '백자 작은 항아리'와 관련된 흥미로운 고문헌 기록이 전해 온다. 영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세제(世弟)로 있던 시기(1721-1724)에 분원(分院) 관요(官窯)의 관직을 맡았던 일이다. 왕세제였던 영조는 직접 자기의 제작에 관여했다. 그는 산수, 난초, 국화, 매화를 도자기의 밑그림으로 손수 그려 '작은 항아리'를 구워 오도록 서리(書吏: 하급 관리)에게 전해 주었다. 그런데 그 밑그림의 필치가 묘했다고 한다.조선시대에는 왕실 백자를 제작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廣州)에 특별히 분원 관요를 설치했다. 분원의 총책임자는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중 한 사람, 또는 종친이 맡았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사대부까지 의례나 일상에서 백자를 애용했다. 영조의 세제 시절, 그가 서리에게 그려 준 국화문이 바로 이 작은 백자 항아리의 국화문이 아닐까.필자가 좋아하는 이 백자 국화문 항아리는 작지만, 아담하며 자기의 품질도 뛰어나다. 항아리에 그려진 국화는 실제 모습 그대로 묘사되지 않고, 백자의 하얀 바탕 위에 몇 군데 붓질만으로 국화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구도 역시 번잡하지 않다. 모든 것이 매우 절제된 가운데, 한 송이 국화가 쓸쓸한 듯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고고하게 피어오른 모습이다. 한 폭의 사군자화를 보는 듯하다. 이렇게 사랑방 목가구와 백자는 소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조화를 이룬다./김영원(전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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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15 23:02

[전북칼럼] 전북의 핵심 전략산업 육성 방향 - 김원호

북극의 빙하가 크게 줄어들고,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의 국경지역에 있는 챠드 호수가 메마르고 있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허리케인'카트리나와 같은 초강력 태풍이 불고, 지구촌 곳곳에서 사막화가 진행되는 등 기후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기후변화 징후가 여러 곳에서 인지되고 있다. 기후 온난화의 주범은 점증(漸增)하는 대기권의 이산화탄소 농도이다. 대기권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크게 증가하면서 온실효과(green house effect : 지구표면의 복사열이 대기권 내 머물러 지구표면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로 인하여 기후 온난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여름을 맞이하기도 전인 지난 5월은 무척 더웠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요즈음은 봄, 가을이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지나가 버리는 아쉬움이 있다. 주변에서도 봄, 가을이 무척 짧아졌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산업발전으로 운송수단이 급격히 증가하고 도시 주변의 초록색 숲이 회색 도로와 건물로 바뀌면서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매우 모범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독일 베를린에서는 빌딩 옥상에 들판과 유사한 녹색공간을 조성하고, 빌딩 주변에는 빗물을 이용한 작은 개울을 만드는 등 환경 친화적인 건축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건축양식이 도시의 열대야(熱帶夜)현상을 해소하는데 매우 좋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건축양식을 도입하여 도시의 녹색공간을 늘려가고 있다.최근 정부도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저 탄소 녹색성장 산업의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과거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국가 기간산업(基幹産業)에 원자력, 또는 신(新)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연구와 기술을 개발하는데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고장 전북은 4+3 핵심 전략산업인 첨단 부품소재 산업, 방사선융합기술 산업, 신재생에너지 산업, IT융합 인쇄형 전자산업을 비롯한 항공우주산업, 미생물 융복합 바이오 식품산업 및 플라즈마 응용산업을 설정하여 육성하고 있다.성공적인 핵심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 연구소 그리고 산업체가 고려하여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타 지방자치단체와는 다른 창의적인 생각, 우리 전북의 환경에 대한 적합성 여부, 느림의 철학이 바로 그것이다. 이곳저곳에서 경쟁적으로 유사한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전북에서 조성하고 있는 산업단지는 타 지역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의문에 답(答)이 없이 조성되는 산업단지는 미분양 사태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전북은 넓은 농업 지역과 함께 우리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타 지역에 비하여 잘 보존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특징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어느 산업보다도 큰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식물 육종기술을 이용한 우리 고유의 종자를 보존하고 개량하는 것이 한 가지 좋은 예이다. 최근 미국의 언론에서는 우리 한식이 맛과 영양이 풍부하고 색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비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비빔밥과 장류(醬類)의 국제 상품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또한, 전통한지를 이용한 새로운 의류 패션과 조형미술도 독창적인 우리 것만의 이 또 다른 예이다. 최근 미국의 언론에서는 우리 고유의 전통 한식이 맛과 영양이 풍부하고 색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비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비빔밥과 장류(醬流)의 국제 상품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통한지를 이용한 새로운 의류 패션과 조형미술도 세계화가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만의 장점을 지닌 산업분야에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의류 패션의 본 고장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인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지역도 세계적인 상품의 본 고장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것이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 되는 날을 기대해 보자./김원호(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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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08 23:02

[전북칼럼] 숲길에서 유월을 걷는다 - 안홍엽

홀로 걷는 숲길,그 길은 명상의 길이요 사유의 길이며 비움과 텅 빔의 길이다.숲길은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눈을 뜨게 하여 공동체 정신을 회복시켜 준다고 숲길재단의 도법스님이 설명한다. 깊이 병든 공동체 정신을 되살려 내는 방법으로 숲길을 처방했으면 좋겠다.그 숲길에서 우리는 꺼질 듯 무거운 발 거름으로 유월을 걷고 있다. 유월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흔과 원한을 심어준 통곡의 골짜기다. 250만의 원혼이 59년 세월의 간극을 넘나들고 있는 비극적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막 국상을 치루고 야릇한 마음으로 유월을 맞이했다. 여느 유월과는 감회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정일의 핵장난이 끝나지 않은 전쟁을 상기시켜 주는 것도 모자라 그날의 악몽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살림살이의 어려움은 피난살이 부산을 떠올리고도 남을 만하다. 우리는 생각하고 다짐할게 있다. 진정 이 나라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고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세계사적 비극을 부끄러워하자는 다짐을 해야 한다. 너와 내가 아니고 좌와 우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여야 한다.정치적 포퓨리슴이 싫었지만 그래도 그에게 돌을 던지지나 않았는지 야릇한 죄책감마저 드는 마음으로 많은 국민들이 국상기간을 지났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는 그래서 결코 최후의 사태가 아니며 중대한 전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이라며 미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것이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 진면목이요 소망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누가 이를 짓밟았는가? 아이러니 하게도 그를 좋아 했고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었다고 하면 비약일 런지. 어쨌던 인물을 거부하고 영웅을 부정하는 우리문화의 치부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이 있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중국의 개혁주의자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인간적인 결함과 실정을 들춰 내지 않았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숨 막힐 듯 답답한 이 유월, 깊은 화평의 숨 쉬며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싱그러운 물줄기 되어 마음과 마음들에 빗발쳐 왔으면 좋겠다. 자연에 순응하듯 넓은 마음으로 모두에게 포근함을 전해주고 서로 서로 양보하며 더부러 살아가는 모습의 유월이었으면 얼마나 좋으랴.임시 국회를 비롯하여 많은 행사와 일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된 유월, 우선 정치적인 싸움판이 더욱 거셀 수 있는 유월이지만 만일에 그 묵은 때가 조금도 벗겨지지 않은 몰골을 보인다면 이 나라 이 국민은 구제 받을 가치조차 없는 사람들이 되고 말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인 호재로 야당이 더욱 극렬한 야성으로 바뀌는 일이며 예를 들어 DY의 정치적 진로를 두고 지방 정치무대가 난장판으로 두 동강이 나는 일이며 내년으로 닥친 지자체 선거의 발 빠른 과열, 그리고 단순 추모열기로 재연될 수도 있는 사회 갈등과 혼란들이 그렇다. 젊음의 열기와 함성이 성난 고함으로 변질 되고 스스로 몸을 태워 헌신하던 촛불이 불순한 횃불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그렇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길만이 길이라 하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 삶의 희망이 있고 삶의 경이로움이 있다. 홀로 걷는 숲길의 여유 속에서 위대한 유월을 만들어 가자./안홍엽(수필가필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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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6.01 23:02

[전북칼럼]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총 맞은 것처럼 - 윤찬영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 중계방송을 시청하다가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을 목격하였다. 충격이었다. 1979년 10월 27일, 그날따라 새벽에 잠이 깨어 냉수 한 대접 들이켜고 라디오를 켰다가 애국가에 이어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 소식을 듣고 혼란과 흥분을 느꼈다. 2009년 5월 23일 아침,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만우절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며 일단 축구를 계속 했다. 축구를 마치고 사실을 확인한 후, 이긴 팀도 진 팀도 모두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전직 그것도 바로 직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4?19 직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를 유지해왔다. 대통령은 권력의 1인자요, 국민의 대표자였다. 과도한 권력 때문에 국민도 대통령도 숱한 불행과 고난을 겪어야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4?19 이후 하야하여 망명의 길을 떠났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중에 충직한 부하의 총에 숨을 거두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국민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 현철씨가 감옥살이를 해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핵심인사들이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현재로서 마지막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 권력층 인사들의 자살사건이 유독 많았다. 2003년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2004년 안상영 전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회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이준원 전 파주시장, 2005년에는 이수일 전 국정원 제2차장, 2006년에는 경찰청 간부, 서울시 간부 등이 자살하였다.그런가하면, 연예인들의 자살도 잇따랐다. 2005년 이은주씨, 2007년 유니씨, 정다빈씨, 2008년 안재환씨, 최진실씨, 그리고 2009년 장자연씨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자살을 선택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계속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고 있어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제 전직 대통령마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와 그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을 떠나 전직 대통령이 권좌에 물러난 지 얼마 안 되어 자살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착잡함을 억누르기 힘든 것 같다. 게다가 최근에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의 조사까지 받았지 않았는가? 현 정부는 작년 촛불집회부터 소통의 부재가 현격하게 나타나고 있고 지지율도 바닥인 상황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고향마을 사저 뒷산의 바위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선택한 사건은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무죄로 처리되기는 했지만 미네르바 사건은 현 정권의 소통부재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또한 궁지에 몰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장소는 부엉이 바위이다. 자연스럽게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떠올리게 된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헤겔(Hegel)의 말처럼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지나야 날개를 편다". 역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나봐야 알겠지만, 어둡고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부엉이, 이에 따라 지혜롭게 판단하는 미네르바의 교훈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백지영씨의 노래 '총 맞은 것처럼'이 엄청나게 히트했다. 왠지 불길함을 느꼈었는데, 결국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총을 맞은 것인가?/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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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25 23:02

[전북칼럼] 고려 왕실 청자의 자부심, 부안 - 김영원

고려는 통일신라부터 내려온 오랜 불교적 전통을 바탕으로 화려한 미술품을 남겼다. 세계적인 명품으로 꼽히는 고려 불화(佛畵: 불교 관련 그림)와 여러 공예품-도자공예, 금속공예, 칠기공예 등이 있다. 특히 공예품들은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되고, 감상용이나 장식용으로 만들어진 탓에 당시의 사상과 철학, 관습, 사용하는 이의 취향, 장인(匠人)의 감성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려의 대표 공예품인 청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고려 청자에는 불교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푸른 비취를 모방한 유색[釉色: 비색翡色]이 아름답거니와 보살과 동자 등의 형태, 연꽃과 연봉오리와 연꽃 줄기 등의 장식들에서 청자는 불교와 깊게 관련된다. 다양한 불교적 요소로 장식된 세련된 청자들은, 왕실용임을 과시하듯 왕의 무덤에서 속속 출토되었다. 아울러 절터에서도 다량 발굴되었다. 이 발굴품들 중에는 청자로 된 각종 불교 법구와 절의 이름과 용도가 표시된 청자들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청자가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3천년쯤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통일신라 말인 9세기 후반 만들어진 것과 비교하면, 청자의 시작은 중국보다 2천 년 정도 늦다. 그럼에도 고려 청자는 아름다운 색과 형태 등으로 같은 시대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이 매우 갖고 싶어 한 귀중품이었다.고려 청자의 대표적 가마로 최근 부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세련된 청자들이 부안에서 대량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종전에 청자 가마로 전남 강진을 우선 꼽았음은 굳이 부인할 필요 없다. 그런데 부안과 강진 청자를 보면, 거리상 꽤 떨어진 두 곳에서는 서로 비슷한 청자를 생산했음을 알게 된다. 아마도 고려시대에 유행한 청자 스타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부안 청자와 강진 청자를 구별하는 일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부안 청자가 특별한 것은 그 제작 시기에 있다. 즉, 고려가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강진 청자가 세련기로 진입하는 11세기경부터 부안에서도 청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안 가마가 문을 닫는 시기는, 고려가 쇠망하기 약 50년 전이다. 이는 고려가 쇠망할 때까지 계속 청자를 제작한 강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래서 강진에서는 완전히 퇴락한 청자들도 대량 발견된다. 이에 비해 부안에서는 고려가 쇠망할 무렵의 청자는 발견되지 않는다. 부안의 장인들은 청자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계속 간직하고 싶었나보다.부안 청자는 왕실 청자로서, 귀족 관료의 청자로서, 대 사찰의 청자로서, 그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자태를 은근히 뽐낸다.중국과 일본에서 부러워한 고려 청자. 고려 청자 중에서도 왕실 청자로 우뚝 선 부안 청자. 부안 청자는 강진과 함께 고려 청자의 유행과 변화를 이끌어간 그 시대의 원동력이었다.고려의 왕실 청자는 부안이 강진과 함께 이룬 한국의 국보, 보물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전북에서 고려의 왕실 청자들을 만날 수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고려 왕실 청자들을 모아 6월 1일부터 약 한달 간 전시한다./김영원(전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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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18 23:02

[전북칼럼] 창조도시를 키우는 막걸리집 - 원용찬

그 날도 막걸리 집은 흥겨웠다. 조기 찌게, 해물전, 고등어조림이 안주로 날라 오고 왁자지껄한 식탁 위로 주전자도 쉴 새 없이 비워지고 있었다. 널찍한 가게를 가득 메운 손님들 속에서 한 두 사람 정도는 아는 사람이 있기에 술값도 대신 내주거나 얻어먹기도 하는 막걸리 집은 전주를 가장 잘 상징해주는 풍경이랄 수 있다.한때 전주의 막걸리 집을 씁쓰레한 눈으로 보기도 했다. 지역경제가 위축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한 집안의 가장 대신에 솜씨 좋은 전주 미향(味鄕)의 어머니들이 할 수 있는 직종은 빈 가게에 막걸리 집을 여는 것이었다. 공급은 수요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점차 호주머니가 가벼워지는 시민들의 분주한 발걸음은 또한 막걸리 집을 번창시켰던 것이다.◆ 열정, 관용, 감성은 새로운 잠재력막걸리 집은 전주경제의 우울한 지표이기도 해서 뒷맛은 개운치가 않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이 달라졌다. 양질전환(量質轉換)이라 했던가. 지금 전주의 막걸리 집은 양적 증가와 더불어 새로운 질적 전환을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끓는 물이 일정한 비등점에서 수증기로 전환되듯이 전주도 막걸리집이 군집되면서 지역 공간의 생태계 지형을 새롭게 그리고 있다.물론 전주 막걸리 집이 모델이 되어 전국적으로 체인점이 구축되는 것이나, 일본의 여성들이 막걸리에 고급색깔을 입힌 수 십 가지의 칵테일을 사랑하는 일도 대단하다. 이제는 전주가 한식산업의 진원지가 되는 과정 말고도 막걸리 집이 뿜어내는 전주의 문화 창조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전주 막걸리 집에서 느끼는 새로운 열정, 관용, 혼융, 감성은 우리 지역을 특유한 문화 창조 도시로 이끄는 잠재력이라 하겠다.창조경제를 처음으로 주창한 플로리다는, 창조성과 도시의 조건으로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을 경제성장의 세 가지 모델로 주장한다. 지식과 아이디어에 기반한 기술은 더 이상 홀로 고독한 천재의 몫은 아니다. 디지털시대의 기술 지식은 쌍방향으로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언제 어디서'(유비쿼터스) 누구든지 창조할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인재는 잘나고 특출 난 사람이 아니다. 플로리다의 말대로 "인간은 누구든 창조적이다." 누구든지 함께 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기꺼이 맞이하고 마음을 열어주는 관용정신이 있어야 한다.◆ 서로 연결망 속에서 싹트는 창조에너지도시 공간에서 인적자본의 결합 속도가 빠를수록 경제성장도 가속화된다. 인적자본은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군중이나 다중(多衆)을 의미하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붐비는 수많은 인파는 고객의 취향과 기호, 에스컬레이터로 인도되는 쇼핑길목은 모두가 자본이 우리들의 신체공간을 감시하는 장소일 따름이다. 사람들이 군집하고 스쳐가는 자본의 공간이 아니라 어우러짐의 열린 무대가 있어야 한다.그날도 막걸리 집은 시끄러웠다. 아마도 밀실의 고통을 벗어나 막걸리 광장에서 새로운 세계와 대면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연대의 망을 펼치는 듯 하였다. 전주 막걸리 집에 몰린 사람과 툭 터진 공간은 창조도시의 잠재력과 인간의 경제를 보여 준다. 인간의 경제를 제대로 풀어보면 인(人)간(間), 즉 사람과 사람이 함께 있으면서 서로 어우러지고 흥겨움으로 가득 차고 중간도시의 준(準) 익명성으로 지인을 만나고 낯모르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어준다.농경문화의 보수적이고 가족 공동체 기질이 아직도 남아있는 전주로서 막걸리집의 열린 문화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가볍게 막걸리 한 주전자를 다른 탁자로 선물하는 호혜와 배려의 정신은 전주 막걸리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전주 막걸리집은 지금 음식산업의 범주를 뛰어넘어 창조와 아이디어, 열정, 혼융, 관용을 지역의 새로운 창조에너지로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원용찬(전북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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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12 23:02

[전북칼럼] 바로 '그 때' 위해 꾸준히 연구한다 - 김원호

지난 해 미국 내 거대 금융기관과 글로벌 대기업의 부실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그 위세를 뽐내던 미국 경제가 심각하게 흔들리게 되었다. 거미줄보다 복잡하게 얽힌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경제 위기는 유럽과 일본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제쯤 우리 경제가 다시 회복될 것인지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상관없이 대한민국 부모들의 자녀교육은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정사(家政事)이다. 한 가정이 지출하는 소비항목 중 사교육비 지출이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의 부모들은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자녀교육에 많은 투자와 자기희생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험으로 경쟁하고 학력이 곧 능력이라고 평가받는 우리 사회이기에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런 와중에서도 자녀들은 부모로 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공부를 하는데도 "때"가 있으니 지금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았던 젊은 시절에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어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어머니가 말씀하시던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에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과 일본대표팀의 결승전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스코어 3대2로 우리 대표 팀이 한 점을 뒤지고 있던 9회 말 투아웃에서 터진 이범호 선수의 적시타(適時打)에 온 국민이 환호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야구 경기에서 1루타이던 홈런 한 방이던 점수로 이어지는 안타를 적시타라 한다. 끝나가던 승부를 한 순간에 돌려놓은 이범호 선수의 좌중간 안타는 정말 중요한 "때"에 터진 적시타인 것이다. 운동경기뿐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때"가 중요하다. 90년 대 중반 체인점 영업권(프랜차이즈, franchise)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사업가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에 햄버거판매점, 치킨판매점, 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체인점으로 재미를 본 사업가들은 따로 있었다. 전자(前者)의 사업가는 체인점을 우리 사회에 홍보한 꼴이 되었고, 후자(後者)의 사업가는 사회에서 체인점을 필요로 하는 바로 그 "때"를 만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졸업하면 취업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점점 신입생이 줄어들었고, 대학에서는 수학과를 폐지하거나, 다른 전공학과에 편입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보안의 중요성이 인지되면서 수학 전공자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언제가 바로 그"때"일까? 과연 그"때"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적시타가 터져줄까? 정확하게 그"때"를 알 수는 없지만, 다가오는 그"때"를 위하여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다. 충분한 능력을 가진 자와 준비된 자는 바로 그"때"적시타를 쳐 내어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다.정부출연연구소인 우리 연구소는 방사선과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분야의 전문능력을 배양하고, 국내 방사선 산업진흥에 필요한 기반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연구'란 무언가를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일이라고 우리말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연구자는 지나 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일을 예측하여 다가 올 미래의 바로 그"때"에 적시타를 터뜨리기 위하여 꾸준히 사물의 이치를 따져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단기적인 성과도 얻는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즐거운 일이다. 연구원들은 적어도 자기 전공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설사 매년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하지 못 하더라도, 국가가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그들의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자산이고 자랑거리인 것이다./김원호(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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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11 23:02

[전북칼럼] 나도 그런 형이 될 수 있었으면 - 안홍엽

풀잎은 풀잎대로/바람은 바람대로/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이해인 수녀님은 "5월의 시"에서 빛을 향해 눈 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천진스러운 아기의 웃음 같은 5월, 살아 있다는 자체가 경이롭고 감사한 이 생명의 5월은 그 자체가 축제다. 인간에 대한 존엄과 자연에 대한 외경이 일상으로 살아 있기 위해 자비와 사랑과 희생과 봉사를 함축해 놓은 상징적 기념일이 즐비한 5월이다.부처님 오신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5.16과 5.18도 생각해 보면 자비와 사랑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역사의 업보일 수 있다. 모진 세월의 질곡 속에서도 오늘을 살 수 있는 바탕에는 분명 5월의 소중한 가치들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장영희님의 글에서 읽은 얘기다.자전거를 열심히 닦고 있는 사람에게 구경하던 한 소년이 물었다. "이 자전거 비싸요?" "글쎄, 우리 형이 사 준건데" 소년은 "나도"라는 말만으로 끝을 맺지 못했다. 소년의 마음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동생에게 이런 자전거를 사줄 수 있는 형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의 마음은 이러하지만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어린 아이의 열린 마음을 점점 잃어버리고 나만의 성을 쌓아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본래의 자신이 아닌 변종된 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말로를 우리는 역역히 보고 있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이 남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법이다. 하물며 지도자라는 위치에서야. 그러나 과연 그러 한가. 옛날에는 선비들도 돈전(錢)자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데 대통령의 자리를 돈 버는 수단으로 삼았는가 하면 모든 죄를 집사람에게 미루는 대통령도 만나고 있다. 집권 여당의 당내 서열 10위의 국회의원이 포리스 라인을 넘었다고 해서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미국의 예를 사진으로 보았다. 국격을 형편없이 추락 시켰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전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감정을 똑바로 읽어 주어야 한다. 전임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 위에 모셔야만 하는 것인가. 대통령이었기에 법의 잣대는 더욱 엄격해야한다.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는 대통령 했던 사람의 할 말이 아니다. 이미 대통령이 아니었음을 국민 앞에 고백한 거나 마찬가지다. 노랑 장미꽃을 아름 따다 가는 길에 뿌리며 손 흔들어 인사하는 선량한 국민들을 배신한 것이다.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재보선이 끝나 제 각각 의미들을 평가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에게 있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우리지역의 정치 정서도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 두 사람의 당선자에게 한마디씩의 고언으로 축하를 대신하고자 한다. 정동영씨는 스마일 형으로 입을 열고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결의에 앞서 진정 동생에게 자전거를 사주고 싶어 하는 형의 마음부터 가져주기 바란다. 70에 초선의원이 된 신건씨는 당선 소감의 말대로 확실한 전주사람이 되어 실제로 동생에게 자전거를 사주는 형이 되어야 한다. 사랑과 정성은 부메랑 같아서 베풀면 언젠가는 꼭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신앙처럼 믿는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는 뜻이기도 하다. 빛과 사랑의 계절, 빛을 향해 사랑을 위해 우리 모두는 그들의 자녀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자./안홍엽(필 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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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04 23:02

[전북칼럼] 후보사퇴의 감동 - 윤찬영

지난 주 서울에서 학회가 열려 다녀왔다. 이번 학회에서는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총회가 열렸다. 대개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점심까지 1박 2일로 열리는 학술대회의 토요일 분위기는 썰렁했다. 특히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일수록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번 총회는 차기 회장 선출이 있어서, 토요일 점심시간을 넘기며 진행됐지만 비교적 많은 회원들이 남아 있었다.학회장 입후보자는 3명이었다. A후보는 정년퇴임이 임박한 원로교수로서 부회장을 포함하여 학회의 모든 요직을 거쳐, 이제 마지막으로 학회장에 도전하는 분이었다. B후보는 자신의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데, 그 대학의 학과에서 가장 선임교수였고, 이번 학술대회를 자신의 대학에 유치하였다. C후보는 원로교수들이 돌아가며 나눠먹는 식으로 학회장을 맡아 학회가 부실해졌다며 학회개혁을 요구하는 소장파 회원들이 추대하여 출마한 50대 초반의 교수였다.총회 전날 밤, A후보의 대학 후배들이 모여 그에게 명예롭게 퇴진하시라고 간곡하게 읍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A후보는 투표 직전 거행된 정견발표를 통해, 자신의 과거 업적과 공약을 밝혔다. 매우 자신있고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후배들의 간청을 받아들여 후보를 사퇴한다며 울먹였고, 자신의 뜻을 기억해 달라는 호소를 보냈다.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에게 화답하였다.접전을 벌인 결과 결국 C후보가 6표 차이로 B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많은 동문들을 대거 신규회원으로 가입시키는 동원전략으로 자기 대학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당선을 노렸던 B후보는 고배를 들고 말았다. 당선된 C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공약을 적극 수렴하여 좋은 학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언하였다.아무튼, 이 날 가장 많은 지지와 환호를 받았던 것은 당선자보다 사퇴를 결단했던 A후보였고, 많은 회원들은 총회장을 나서면서 A후보의 용기에 대해 칭찬하는 분위기였다. 그는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뒷풀이 자리에서 4?29 재선거 이야기가 나왔고, 필자가 함께 한 연유 때문인지 전주 재선거 이야기가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다. 정동영과 민주당 이야기, 정동영-신건 연합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전주보다 서울에서 더 알려진 민주당 김근식 후보 이야기도 나왔다. 저마다 입장에서 다양한 소견을 밝혔지만, 대개 일치하는 얘기는 이번 재선거의 돌아가는 모습은 썩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이번 선거는 공약이나 정치적 의제에 대한 토론은 없고, 누가 출마를 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누가 공천을 받아야 하는가 받지 말아야 하는가, 공천을 못 받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하는가 하는 쟁점만 난무하였다. 결국, 전형적인 편가르기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대체 국회의원을 왜 뽑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조차 있다. 역대 선거에서 공약이라는 것이 대개 부실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번 재선거에서는 유난히 심한 것 같다. 유권자의 표는 출세주의자나 싸움꾼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헌신할 각오와 준비가 구체적으로 갖추어진 후보를 선택하여 뽑아야 하는 것이다.민의를 받아들여 기꺼이 학회장 후보를 사퇴한 원로교수의 모습과 저마다 표를 호소하는 전주 재선거 후보자들의 면면이 겹치면서 입 안에 씁쓸한 맛이 돈다./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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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27 23:02

[전북칼럼] 노년의 태조와 청년 영조 - 김영원

태조 이성계(1335~1408)의 초상화는 그분이 이룬 '조선 건국'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태조 어진御眞(왕의 초상화) 앞에 서면, 창업 군주로서의 위풍당당한 면모에 보는 이들은 숙연해지며 압도된다. 태조의 역사적 위대함은 그림의 여러 부분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그림 속의 태조는 푸른 곤룡포袞龍袍를 입고 의자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거의 실제 인물 크기로 그려졌기 때문에 왕을 직접 마주보는 듯하다.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센 노년의 왕에게서는 위엄이 느껴진다. 태조가 입고 있는 곤룡포와 의자에는 왕을 상징하는 용이 그려져 있고, 용의 5개 발톱 역시 지존을 의미한다. 청색 옷과 적색 의자는 색상에서도 강하게 대비된다. 단정한 대칭 구도의 태조 어진은 엄격하고 권위적이며 강렬하다.조선시대에는 도화서圖畵署라는 그림 그리는 일을 맡았던 관청이 있었다. 이 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원畵員들은 왕실의 초상화, 궁궐 내 각종 의례와 행사 등을 그렸다. 따라서 왕과 왕비의 초상화는 도화서 화원들이 그렸다. 그런데 초상화 외에 왕실의 잔치나 왕의 행차 등을 그린 그림에선 왕이나 왕비의 모습은 그리지 않았다. 다만 그 분들을 상징하는 물건을 두어 암시적으로 표현했다.조선은 건국 초부터 태조 어진의 특별 관리를 위해 전국적으로 6곳에 어진을 모시는 건물인 진전眞殿을 세웠다. 그 하나가 전주의 경기전慶基殿이며, 다른 곳의 태조 어진은 모두 없어지고 경기전의 어진만 유일하게 남았다. 더욱이 왕의 초상화로 태조 어진만큼 온전히 전해 오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경기전의 태조 어진은 태조가 돌아가신 후 2년째 되는 1410년 처음 그려졌다. 이후 어진이 낡게 되자 1872년 원본을 그대로 베껴 그렸는데, 그 모사본(베껴 그린 그림)이 현재 경기전에 소장된 것이다. 모사본이라도 1410년 원본을 그대로 그렸고, 왕의 초상이기에 그 의미는 각별하다.경기전의 태조 어진과 관련된 숙종 때의 일은, '어진의 모사'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숙종이 전주 경기전의 태조 어진을 한양에 모셔다 모사한 일이 있었다. 숙종은 이 모사 작업을 직접 지휘했다. 그리고 완성된 모사본을 한양에 모심으로써 국초의 전통과 기강을 세우고 조정의 세력을 제압할 수 있었다. 태조 어진이 한양에 도착할 때와 전주에 되돌아 갈 때, 숙종은 직접 마중 나가고 배웅했다. 이처럼 어진은 모사본이라도 특별한 장엄의 의미를 갖는다.노년에 접어든 왕을 그린 태조 어진이 일주일 후 국립전주박물관 전시실에서 내려온다. 환경에 민감한 유물이므로 일정기간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그 뒤를 영조(1694~1776)의 초상화가 오른다. 아직 왕세제로 책봉되기도 전, 연잉군延?君 시절의 초상화이다. 원본은 1714년 그려졌고 전시품은 모사본이지만, 청년 영조의 모습을 잘 전해 준다. 숙종의 아들로 탕평책을 이끌고 사도세자의 애환을 품은 영조. 21살 청년 영조의 모습이 궁금해진다./김영원(전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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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20 23:02

[전북칼럼] RFT 비즈니스 밸리의 앞날을 생각하면서 - 김원호

녹음(綠陰)이 우거진 여름에는 풀벌레가 가득하고 내장산 가을단풍 못지않게 아름다운 겨울설경이 펼쳐지는 정읍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내장산 국립공원 초입에 남쪽으로 입암산을 내다보고 있는 정읍시 신정동 일대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정읍분원, 안전성평가연구소가 위치하고 있으며, 방사선 융합기술(RFT, Radiation Fusion Technology)을 연계한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주변지역의 토지매입이 진행 중에 있다. 전북도와 정읍시에서 투자한 RFT 실용화 센터가 금년 말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연구소 안에 설립될 예정이다. 연구소에서 얻어지는 연구결과와 새로운 기술이 창업기업이나 기존 산업체에 이전되어, 기업이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실험실에서 우수한 연구결과를 얻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마케팅 전략을 기반으로 상용화하는 과정, 대량 생산, 그리고 광고, 판매, 유통 등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한 여러 분야의 성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RFT 실용화 센터는 기술을 이전받은 창업기업이나 기존 산업체가 입주하여 연구원과 함께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incubator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연구소와 기업이 쌍방향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측정시험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강소(强小)기업을 일으키는데 꼭 필요한 지원조직이다. 'RFT 비즈니스 밸리 조성 사업'이라고 불리고 있는 첨단 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하여 전략적으로 계획되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유성에서 신탄진으로 향하는 호남고속도로와 국도 주변인 대전광역시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는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려는 연구와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조성되었던 국내 최초의 대단위 연구단지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이주를 시작한 지 30년이 지난 현재 대덕연구단지에는 28개 출연기관, 15개 국공립기관, 6개 교육기관과 함께 약 900여 개의 기업이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초창기의 대덕연구단지는 넓은 들녘에 몇 몇 정부출연연구소와 연구소원을 위한 아파트, 무척이나 넓어 보였던 한가로운 도로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현재 대전광역시 인구는 약 150만 명이지만, 당시 대전에 거주하던 인구는 50만이 채 안되었다. 외국(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거나, 학위를 취득한 젊은 과학자들을 높은 연봉과 아파트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덕연구단지에 유치하였지만, 그들의 자녀를 키우는데 필요한 학교와 병원 등 주변 생활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교육 관계자와 함께 학부모의 노력으로 대덕연구단지 내 초중고등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교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대전 시내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연구단지 내 학교에 진학하고 싶어 했다. 세월이 지나 연구단지가 제 모습을 갖추면서 외부에서 유입되었던 연구원들과 대전지역 주민과 서로 보이지 않는 질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가 확대되고 교통이 편리해 지면서 연구단지와 대전 시내의 구분도 없어지게 되었다. 모두가 대전광역시 안에 살고 있으며, 모든 생활환경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내장산과 입암산으로 둘러싸인 정읍시 신정동 일대에 조성중인 연구소와 첨단 산업단지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지금은 초창기의 대덕연구단지 모습과 닮은 점이 많아 보인다. 전략적인 계획 아래 추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이기에 보다 짧은 기간 내에 완성되리라 생각된다. 대덕연구단지는 정부출연연구소나 대기업 연구소를 중심으로 조성되고 처음부터 기업을 유치하지는 않았지만, 점진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려는 기업이 900여 개나 자연스럽게 자리하게 되었다. 정읍 또는 내장/입암 연구단지(가칭) 조성 계획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 보다 더 많은 연구소가 유치되어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기간 동안 많은 연구소들의 연구 활동이 진행된다면, 자연스러운 기업 유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연구소 퇴근시간 무렵,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아름답고 환상적인 일몰(日沒)을 바라보면서 이 연구단지의 앞날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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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13 23:02

[전북칼럼] 시인은 잔인한 4월이라 했지만 - 안홍엽

피천득은 그의 수필 "조춘"에서 십년이나 입어 정이 든 외투지만 봄이 되어 외투를 벗는다는 것은 더 없이 기쁜 일이라고 했다. 우리네 소박한 심성을 생긴 대로 표현한 글이다. 삼월 삼질이 지났는데 봄을 물고 온다던 제비는 강남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었는데 우리는 언제나 봄을 맞이할 수 있을런지 기약이 없다. "TS 엘리엇"은 이런 일들을 짚어 사월을 황무지 같고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가보다. 겨울이 지나 새봄이 오면 만물은 긴 잠에서 깨어나 재생과 부활의 기쁨에 젖는 것이 자연의 오묘한 순리이건만 새봄이 왔는데도 새로운 생명을 피워 내지 못하고 깊은 악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우리 사는 세상이 황무지 같고 잔인 하달 수밖에.아침에 일어나 밝은 태양을 볼 수 있고 별빛 달빛 흐르는 밤을 즐기며 스치는 바람에 향을 맡으면서도 우리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의 춘궁(春窮)을 겪고 있다. 마음의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고 있다. 서정과 낭만을 즐길 여유가 없다. 춘궁은 참아서 이겨내면 되고 보릿고개는 허리띄 졸라서 넘으면 된다지만 절망이 끝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그러나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4월이다. 시를 통하여, 그림을 통하여 잃었던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것처럼 춘궁을 통하여 인내의 기쁨을 맛보고 보릿고개를 통하여 절제의 미덕과 여유를 배워야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인고의 아픔을 통하여 행복을 찾아 가는 기쁨을 맛보아야 한다. "메테르링크"가 행복을 간직한 파랑새를 머리맡에 숨겨 두었던 것처럼 파랑새는 분명 우리 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천진스러운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머리맡에서 찾은 행복이 곧 우리 것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자.4월은 희망이 있고 생명이 있고 부활을 꿈꾸는 달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내려 준 축복이요 사랑이다. 그러나 우리들 주변을 보라. 자살 이혼 출산으로 계산한 가족통합지수는 OECD나라가운데 꼴찌요 어머니가 공부하란다고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를 법에 신청한 딸이 있는가 하면 당리당략에 빠진 정치권은 이조 사색당쟁의 뺨을 치며 민의의 전당을 격투기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초등학교 출신의 한 기업가는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정관계 검찰 경찰 등 내노라 하는 어르신들을 떡 주므르듯 데리고 놀았다. 교육자들은 논문표절과 이념투쟁으로, 연예인들은 끊이지 않은 충격 스캔들로, 산업현장은 막장 정치 투쟁으로, 가치관이 실종되어버린 말기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전주이야기는 더더욱 빼놓을 수 없다. 18대 총선에서 역대 최고의 치욕을 연출한 지역답게 다시 치루는 재선거판도 역시 역대 최고의 아수라장이다. 빚이 산더미 같다는 전주시가 금쪽같은 외화를 뿌리며 김연아의 눈물 어린 국위선양의 그 현장에서 추태를 벌린 얘기는 이 또 무슨 해괴한 일인가. 양반의 고장이었던 전주의 추락은 도대체 누가 주도를 했으며 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무슨 일로 하여 추락이 이어질 것인가 걱정 되고 무섭다.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는 솔로몬의 지혜마저 무색해질까 겁난다.아무쪼록 간절히 바라옵건대 우리 모두가 죄인이오니 그리고 죄를 모르고 산 바보이오니 이 모든 일들을 용서하여 주시고 악몽의 나날들을 까맣게 잊을 수 있는 내일이 되도록 은총을 주소서. 그리하여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괴로워한 시인의 마음에 위로를 보내도록 하여 주소서./안홍렵(필.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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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06 23:02

[전북칼럼] 무기력과 무례함의 정치 벗어나기를 - 윤찬영

참으로 착잡하다. 경제침체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어떤 힘도 보이지 않는다. 촛불집회와 용산참사를 겪으면서 언론도 시민단체도 왠지 무기력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더니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 같다.그렇다면 야당은 어떠한가?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밑바닥인데,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은 너무 무기력하다. 오히려 지지도는 여당보다 낮다. 의석 숫자에서 밀린다고 하지만 도무지 매서운 맛이 없다. 미디어 관련 악법의 처리도 결국 시한만 연장했을 뿐 동의해준 셈이고, 거대여당 앞에서 너무 맥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4?29 재선거를 이명박 정부 심판의 계기로 삼겠다고 호언했는데, 정동영 출마선언과 박연차리스트에 부딪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설상가상이다. 이제 민주당이 정동영 전 장관을 공천하든 아니든 민주당과 정동영 전 장관은 함께 추락할 운명에 처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도 덧셈정치도 모두 놓치게 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민심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경제난국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라면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을 놓고 열렬한 토론의 장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런 것과 거리가 멀다.그 동안 민주당은 촛불민심을 정치적으로 승화시키지도 못했고, 용산참사의 문제를 본원적으로 규명하는 정치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경제난국을 돌파하는 해법은 더더욱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 역시 출마선언을 하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에게 자신의 출마와 공천배제라는 요구만을 반복할 뿐이다. 정세균 대표나 정동영 전 장관이나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의 승부에서 진 사람들이다. 패자들끼리 연대하여 후일을 도모하기는커녕 패자부활전을 치르듯 격돌하고 있다.일차적인 잘못은 정동영 전 장관에게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고문을 맡고 있으면서 당 지도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민주당을 고문하고 있지 않은가? 돌출적인 출마선언은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무례하거나 무모한 도전이다. 반면에 정세균 대표는 너무 시간을 끌면서 우물쭈물하다가 주도권을 놓치는 버릇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담판, 한나라당과의 싸움도 시간을 끌면서 분명하거나 단호한 태도보다는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다 결국 그들의 요구대로 들어주는 꼴이 되지 않았나?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 정동영 전 장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까 싶다.오랫동안 지역주민의 선택을 받아 온 민주당은 이제 지역에서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의 분당, 다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통합, 이제 다시 분열할 것인가? 분당이든 합당이든 시대정신과 정치철학을 근거로 한다면 반대할 일은 아니다. 제 밥그릇 챙기기와 상대방 죽이기를 위한 분당이나 합당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윤찬영(전주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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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30 23:02

[전북칼럼] 전북이 꼭 기억해야 할 사람 - 김영원

전북이 역사적으로 내세울만한 구체적인 대상이 누구이고, 또 무엇인지. 몇 달 전부터 문서, 책자 등의 관련 유물과 유적들을 살피던 중 박물관에 근무하는 우리들에게 뛸 듯이 기쁜 일이 생겼다.다름 아닌 전북을 대표할 인물과 관련된 유물들이 여러 점 우리 국립전주박물관에 기증된 것이다. 이 인물은 조선시대의 묵암(墨巖) 이계맹(李繼孟, 본관 전의全義) 선생이다. 선생은 세조 4년(1458) 전북 여산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성장했고, 중종 18년(1523) 김제에서 돌아가셨다. 문과에 3등으로 급제하여 중앙의 요직을 두루 거친 관운이 남다른 분이다.묵암 선생이 거친 관직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전라도경기도평안도의 관찰사, 한성부 좌윤, 예문관 제학, 형조 예조호조병조의 판서, 대사헌 등등. 이렇듯 선생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그런데 필자는 선생의 또 다른 업적을 부각하고 싶다. 그것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인임의 아들이며 고려 왕을 4명이나 죽였다'는 중국 명나라의 잘못된 기록을 바로 잡은 점이다. 선생은 명 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대명회전(大明會典: 명나라 법전)'에서 잘못된 기록을 발견하고 조정에 보고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1597년(선조 30) '대명회전'의 잘못된 기록을 고치게 되었다. 태조 이성계에 대한 중국 역사의 잘못을 고치기까지 조선은 건국 후 무려 200여년이 걸렸다.만일 중국 역사에서 잘못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조선 왕실의 계보를 돌이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점이 고려되어 선생은 돌아가신지 70년 가까이 지난 1590년(선조 23) '광국공신(光國功臣)'으로 책봉되었다. 선생의 행적은 대외적으로 조선의 역사를 바로 세운 공로로 높이 평가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봐도 달리 평가될 수 없다.선생에 대해 기록한 '묵암선생실기(墨巖先生實紀)'의 행장(行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선생은 사람됨이 맑고 가지런하며, 대범하고 기개가 빼어났다. 안으로 강하고 밖으로 조화로웠으며, 지조를 지켜 한결 같았다. 당대의 이름난 사람들이 사귀려 했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모두 심취했다. 주변에 사정이 급한 사람이 있거나 환난이 닥치면 반드시 힘써 도왔다.' 또 '세상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선생의 인품은 시류(時流)에 민감한 현대인들에겐 호흡을 조절할 여지를 준다. 선생의 국정을 처리하는 자세에 대해선, '반드시 여러 번 살펴 처음부터 끝까지 지극히 마땅한 결론에 이르게 했다.'고 소개했다.김제에 있는 선생 묘소의 신도비는 창강(滄江) 조속(趙速 : 1595~1668)이 김제 군수로 있으면서 1648년에 세웠다. 조속은 조선 후기의 서화가로도 이름난 분이다. 신도비의 글은 충절로 유명한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이 짓고, 조속이 글씨를 썼다.태조 이성계의 역사를 바로 잡은 묵암 이계맹. 그래서 더 전북이 기억해야 할 묵암 선생. 그 최초의 전시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4월 7일~5월 17일 개최된다./김영원(전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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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23 23:02

[전북칼럼]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을 꿈꾸며 - 김원호

6.25 전쟁이 끝나고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었던 우리 정부는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과학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1959년 2월 정부기관으로 원자력원을 설립하였다. 이후 원자력청으로 이름을 바꾸고 산하의 원자력연구소, 방사선의학연구소, 방사선농학연구소 등 3개 연구소를 통합하여 1973년 한국원자력연구소로 민영화하였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다시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1965년 한미 정상회담이 있은 후 당시에는 국내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현대식 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그 이듬해 설립되었다. 국내 학자들과 해외유치 과학자들을 주축으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에 막을 올리게 되었다. 초창기의 연구소들이 설립된 지 반세기가 지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수입대체 효과가 큰 연구대상을 찾아 국내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개발이 주된 목적이었다. 따라서 과학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발이 끝나거나 관심이 없어진 모방형 연구개발도 언론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흔히 copy성 연구라 일컫는 그러한 연구 결과도 나름대로의 부가가치가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독창적이고 단 하나 밖에 없는 연구 결과와 기술만이 세계 일류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지난해 가을에는 이웃나라 일본의 과학자 3인이 노벨 물리학상을 독식하였고, 미국인과 함께 노벨 화학상마저 공동 수상하면서 일본은 총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국가별 수상자 수를 따지자면, 미국영국독일을 선두로 일본은 유럽의 덴마크오스트리아와 함께 세계 10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노벨 평화상 수상자 한 명을 배출하였을 뿐,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들에게는 몹시 속상한 일이다. 그동안 노벨상 수상자 한 번 배출하자고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연구기술개발에 그토록 많은 예산과 정성을 쏟아 부었던 정부와 정치인들 역시 마음이 심란하기는 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더욱 더 기초과학에 투자하여야 한다고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바꿔 보기는 하지만, 마음만 급할 뿐 기초학문을 연구하는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2002년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했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4강 신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 축구대표팀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꿈이 있었고, 대표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조건없는 축구협회의 지원이 우리의 꿈을 실현케 한 것이다. 언론과 함께 꿈을 가진 모든 이들의 사랑과 관심은 국가대표팀의 어깨를 무겁게 하기도 했지만, 월드컵 4강을 만들어 내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는 우리의 과학기술 분야는 어떠한가?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보다는 운동 경기의 결과가, 그 보다는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이 우리 사회의 더욱 더 큰 관심사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과학자들의 꿈인 노벨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아직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인지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기술 개발이 우선인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크고 세계 최고의 연구결과와 기술이 단 시간에 얻어지기 힘든 점을 고려한다면, 참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살림에 과수나무를 심고 나서 뿌리는 잘 내리고 있는 지 궁금한 나머지 매년 흔들어 본다면 그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을까? 감 놔라 배 놔라 남의 일에 간섭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연구실에서 독창적인 생각을 하고 고민하며 실험을 통하여 우수한 결과를 얻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오랜 고민 끝에 제안한 연구기획물을 시장에서 물건 사듯이 연구예산을 흥정하는 것도 우리 연구자를 좌절하게 한다. 모르고 저지르는 실수와 자신을 속이면서 진실을 회피하는 것은 대단히 다른 것이다. 연구자와 기술자 그리고 연구행정을 하는 우리 모두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올바른 생각을 하는 젊은 후배 과학자가 우리 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도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원호(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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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16 23:02

[전북칼럼] 봄은 왔어도 봄 같질 않습니다 - 안홍엽

"떠나길 주저하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새싹 움 트는 소리에 골짜기는 진동하리라"고 상기된 언어로 시인은 노래하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 같지를 않습니다. 글로벌 경제 파국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드디어는 정신적 공황으로 이어지는 미증유의 재난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입니다. 솔로몬의 지혜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인 듯합니다. 최후의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거라고 성급한 진단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질서의 축이 새로 설정되고 진행되는 과정일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해 봅니다.우리들 처지에서 보면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해 보지만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을 어떻게 벗어날지가 걱정입니다. 이것은 굳이 경제에서만도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적인 패닉에 빠질까봐 걱정입니다. 사즉생(死則生)의 결연한 용기와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인용하여 분발을 요구했지만 그 강도가 너무나 빈약합니다. 하시모토 오사가 지사처럼 청사부터 후미진 곳으로 옮기고 간부의 봉급을 16%나 깎으며 "실패하면 저와 함께 죽어 주십시요"라고 공무원들을 압박한 촌철살인의 비장함이 필요합니다.그런데 우리 지도자들은 그런 비장함도 진지한 고민도 없어 보입니다. 세계만방에 깡패 정치판, 난장판 국회를 들어내 보여 국민의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먹칠을 하였습니다. 놀면서 싸우면서 엄청난 세비만 챙기는 그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퇴출 대상들입니다. 그도 모자라 명색이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대한민국은 독재국가다"라는 동영상을 5개 국어로 만들어 160여개 나라 하루 2억명이 방문하는 유튜브에 올렸다니 기가 막히다 못해 기절할 노릇입니다. 도대체 이런 나라가 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는지 물어봅시다. 3대 세습을 진행하고 있는 북한과 더부러 한반도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눈을 우리 동네로 돌려 봅시다. 정동영의 출마여부로 재선거판은 뒤죽박죽이며 조작된 임실의 기적은 전북교육의 치욕으로 기록 되었습니다. 프래카드만 요란한 재탕 경제 살리기 행사는 이어지고 죽으나 사나 새만금에 향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딱한 처지, 이것이 오늘날 우리 동네 실상입니다."지금 난 미쳐 버릴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이 끔직한 시기를 견디며 살아갈 수 없습니다."투신자살 직전에 남편에게 남겨 놓았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유서를 어느 책에선가 보았습니다. 지금 우리 이웃에는 이런 유서라도 쓰은 처절한 심정들이 부지기수로 많습니다.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시간도 우리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영광도, 믿음도, 땅도, 하늘도 심지어 역사는 더더욱 우리 것이 아닙니다.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유산입니다.위대한 정신적 지도자의 선종으로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조문행렬 속에서 우리 국민의 참 마음을 읽었습니다. 한사코 낮은 곳을 향하여 불살랐던 그분의 사랑 앞에 우리 모두는 피보다 진한 참회의 눈물을 흘렸고 그 사랑을 본받기로 마음속에 다짐했습니다. 우리에게 남기고 떠난 그분의 고귀한 사랑을 따른다면 비록 험난한 십자가의 길인들 어찌 감당하기 어렵겠습니까.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솔로몬의 지혜를 마음에 새기고 간다면 새벽은 결코 머지않았습니다. 전국으로 번지는 사랑의 장기 기증대열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음을 확인합니다. 사랑합시다./안홍엽((주)필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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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09 23:02

[전북칼럼] 총체적 난국에서 4·29 재선거 - 윤찬영

마치 봅슬레이 경기를 하듯이 정치와 경제 모두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다. 보는 이조차 아찔하다. 경제성장이 당연히 일자리를 증진시켰던 과거의 경제는 이미 사라졌고, 한 동안 고용 없는 성장의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성장도 고용도 모두 주저앉는 모양이다. 여기에다 대통령과 여당은 과거 회귀로 치닫고 있다. 지지율이 바닥 수준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또한 낮은 지지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과부적을 호소하며 온 몸으로 여당에 저항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민들에게 별로 먹혀드는 것 같지 않다. 국민들이 마음을 둘 곳이 없다는 얘기이다.이런 상황에서 이번 4월 29일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는 민심의 성향과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천 부평과 경주, 그리고 전주의 완산갑, 덕진 등 4곳에서 재선거가 치러진다. 전국적으로는 MB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또는 심판의 의미를 갖는 재선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주의 재선거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강하다. 재선거를 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지난 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공천을 잘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그러므로 이번 재선거에 임하는 민주당은 환골탈태의 자세로 국민들과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대 해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이 지역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강현욱 전 지사를 내세워서라도 전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역시 이번 기회에 진정한 제도권 야당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의원, 노회찬, 심상정 대표가 전주에 진을 치고 분투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성의도 없다면 앞으로 민주당에 대해 지역당 또는 호남당이라는 비판을 삼가야 할 것이다.이 와중에 정동영 전 장관의 덕진 선거구 출마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그의 출마여부는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그 의미 속에는 민주당과 전주지역이 모두 연루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찬반을 논하는 것 같다. 지지자들은 힘없이 밀리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정동영 전 장관에 대한 향수가 강한 것 같다. 그러나 그를 지지하면서도 출마를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지역구를 채수찬 전 의원에게 넘겨주고 대권에 도전했던 그가 다시 덕진에 출마한다는 것은 격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창피스럽다는 생각마저 하는 것 같다. 오히려 부평 출마 또는 다음 기회에 수도권에 도전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그가 덕진에 출마한다면 당선은 될 것이라는 게 모든 사람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정동영 전 장관이 선거에 나오든 안 나오든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정치판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힘을 받지도 못한다. 물론 민주당이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면 사정은 조금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현재로서 차기 대권주자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만이 돋보인다. 확실한 고정표를 예약한 주자로 현 정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은 박근혜, 이재오 등 한나라당 대권주자들과의 일전에 대비하여 내공을 쌓아야 할 것이다. 또한 원외에서 자유롭게 할 일이 많다. 이렇게 하기엔 지금 너무 배고프고 힘들다면 덕진 재선거에 올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더 이상의 정치적 기대는 갖기 어렵게 될 것이다.입법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민주주의의 역사가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북한은 계속 무력충돌 위협을 하고 있고, 언론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하고 정권퇴진운동까지 시사하고 있다. 환율은 치솟고 경제는 추락하고 있는데,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재선거는 예비후보자들만의 구호만 요란하다. 정치와 시장의 봄은 올 것인가?/윤찬영(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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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3.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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