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그들만의 리그, 우상숭배 - 김희수
2007년 우리는 오래전에 이미 야만의 시대라는 강물을 넘고, 무지몽매로부터 깨어나 사물과 인간에 대한 편견과 관념적 전제를 가지지 않는 밝은 이성의 시대,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어쩌면 착각이고, 실제로는 거칠고 조야한 야만의 시대에서 살고 있으며, 아직도 우상숭배의 굿판을 펼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도내 한 사건을 통해서 강하게 들었다.작년 12월 6일자 조선일보는 도내 임실 관촌중학교 한 교사와 학생들이 빨치산 추모제에 참석하고, 동료 교사들을 상대로 주체사상을 전파해왔다라는 식으로 대대적인 보도를 하면서, 사설에서는 전교조 소속 도덕교사 한 사람이 반전 평화 교육을 시작하면서 이 학교는 통일전사 양성소처럼 변했고, 우리 교육은 아이들을 빨치산 숭배자로 만드는데 까지 와 있다라고 보도 했다. 이에 대해 김 교사와 학생들은 1년 6개월 전 전북재야 및 시민단체에서 주최한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문화제를 빨치산 추모제로 둔갑시키고, 심지어 학생, 학부모와의 인터뷰 내용을 날조하고, 추모제에 나오지도 않았던 구호가 나오는 등 사실을 완전히 왜곡한 보도라고 반박하면서 작은 성명서 운동을 전개하여 2일 현재 218개의 성명서가 나왔고, 왜곡보도라는 증거가 쏟아져 나오면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나, 정작 도내 언론은 단편적 보도이외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뒤돌아보자. 과거 독재정권들은 국민들의 전쟁 체험, 남북 분단 상황, 항상적인 군사 대결 상황을 악용하여 국가폭력을 정당화 시켰고, 국가권력은 무엇보다도 내부의 적은 죽여도 좋다라는 인식으로 온갖 인권유린을 자행하며 사회 정의를 마비 시켰고, 언론은 권력과 더불어 춤을 추었던 어두운 기억의 저편이 분명 존재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철옹성 같은 독재 권력은 사라졌어도 권력에 심취해 뛰놀던 언론은 아직도 극단적 이분법에 기초한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채, 사실관계마저 왜곡하면서 도덕성 결핍을 은폐시켰던 이념 늪속에서 너와 나를 편으로 갈라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찾는 낡은 사고체계의 흑백논리를 전개하고, 너를 죽여야 나의 존재가 분명해지는 냉전적 악마 근성을 드러내며 아 옛날이여를 읊조리는 저주의 굿판 같은 우상숭배를 펼치고 있지 않은가.한 교사와 학생들이 애절하게 호소하며 전개하고 있는 작은 성명서 운동이 전국교수신문에서 지난 한해의 한자성어로 채택한 밀운불우(密雲不雨)라는 시대적 암울함을 이겨내고, 이제는 작은 구름이 모여서 비를 만드는 소운작우(小雲作雨)의 해를 만드는 교두보가 되기를 바란다. 힘없는 작은 구름이 모여 비를 만드는 인간의 땅이 되기 위해 더 이상 그들 사회에 팽배한 우상숭배를 깨뜨리지 않는다면 진정 우리사회는 죽은 시인의 사회가 되지는 않을까.순창 출신인 김변호사는 전주고와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 수원지검서울지검 검사를 거쳐 1995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이후 지난 1999년 한국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사건 특별수사관을 맡았고 20032004년에는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제1상임위원으로 활동,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변호사는 또 지난해 설립된 인터넷 신문 코리아 포커스(www.coreafocus.com)의 대표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전북대는 김변호사를 임용하기로 함에 따라 로스쿨 유치에 필요한 법조 실무교수 5명을 확보하게 됐다./김희수(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