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0 09:30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전북칼럼] 하게요와 그러게요 - 이흥재

김 과장은 "~하게요"라고 말하곤 한다. 스스로 결정한 가벼운 일에 대해 내 뜻을 물어볼 때 그런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그러게요 "다(그러게요↗나 그러게요??가 아니다). 우리 지역의 특유한 말투다. 참 매력덩어리다. 결혼식 주례사 때 대화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혼부부에게 꼭 쓰도록 권할 만하다.이 말투는 우리 지역을 닮았다. 전주 IC를 지날 즈음 차창에 비치는 봉긋 솟은 야산과 같은 높이여서 험악하지 않고 가깝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선이 매력적인 말투다. 진안 골짜기 논다랑이를 스치는 초가을 바람처럼 정겹고 수줍은 듯 감기는 말 맺음이다. 임실 옥정호에 이는 물결처럼 잔잔하면서 여운을 남겨두는 향토어다.이 말은 여유와 유연성이 남아있고, 생각을 한 번 더 가다듬게 기회를 준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매칭시켜 주는 창조적 숙성언어다. 극한 대립이 첨예하게 맞닿고 양보가 무능으로 비쳐지는 세상에 완충적인 여유를 남겨주는 표현이다. 여기서 지금 바로 당장(here and now) 뭐든지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조급사회에서 재고삼고의 연륜이 다져진 말이다. 자기입장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상대방은 조건 없이 따르게 하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에게 치료약이 될 수도 있다. not determined가 아닌 underdetermined의 매력을 지녀 감성을 모으는 회의에서 새롭게 인정받을 수도 있겠다. 이긴 사람이나 집단이 싹쓸이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사회에서 공존 공생 공진화의 교훈이 담긴 가진 자의 여유가 있다. 뭐든지 적나라하게 까발리며 미친 듯이 자극을 는 남성화 세상에서 쑥스러움이 밴 중성적인 수사법이다. 이래저래 나는 이 말이 좋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참 좋다.요즘 우리는 무한표현의 시대를 즐기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기회는 무한정 제공된다. 각종 매체 등장, 정보기술 발달로 표현 방법도 다양해졌다. 소통가치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상하좌우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롭다.그러나 대화의 롤(role), 룰(rule), 툴(tool)에 대한 생각들이 부족하다. 집단대화나 인터넷 대화가 문제다. 개별이익을 표현하는 시위 때 품격 있는 언어는 눈 씻고 보기 어렵다. 초등학생이 특정인에게 쌍욕을 해대고, 그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는 더 설친다. 신체밖에 있는 허파나 마찬가지인 인터넷에서 댓 글은 인격 도살장이다. 익명으로 자신을 숨길 수 있겠지만 이 언어비수와 폭력은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 든 자신에게 되돌아 올 부메랑이다. 표현자유가 인간적 존엄을 파괴하기보다 키워주면서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집단적 대화에서 군중심리로 또 다른 생채기를 주기보다 감싸며 감동을 줘야한다. 넘치고 넘치는 생산과잉 시대에 과유불급의 미덕은 오늘날 일상 언어생활에도 적용된다. 말로서 말 많아지고, 말씨가 이화수정되어 괴물을 낳는다.피천득 선생 등 네 분이 함께 한 <대화>라는 책을 나는 여름휴가 때마다 즐겨 읽는다. 이번엔 내용보다 그 분들의 대화방법을 좀 눈여겨 봐야겠다.우리 모두 대화 때 중성어를 쓰게요. 꼭 그러게요.../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8.04 23:02

[전북칼럼] 전북경제의 첨단화 - 강신재

최근 수년간 우리지역에서는 전략산업의 발전에 집중 투자하여 많은 성과를 얻은바 있다. 수도권 중소기업의 전북이전에서부터 최근의 현대중공업 유치까지 그간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나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렇게 유치된 기업들은 우리 지역의 산업발전을 선도하여 지역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기업유치 전략을 이대로 끌고 갈 것인가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기존의 수도권 기업이전 지원금 지급 같은 단순한 예산지원만을 통하여 우리지역의 경제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성화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도내 산업용지부족문제도 겹쳐서 새로이 조성될 산업 용지들은 예전에 조성된 것에 비교해 저렴하지 않을 걸로 예상되어 수도권 기업들의 이전에 큰 이점으로 작용하지 못하여 기업이전의 한계에 도달 할 수 있다.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업유치 전략을 수립시행할 단계에 와 있으며 그 핵심은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의 확보에 있다. 즉, 기업 활동 활성화의 핵심은 자금 문제만이 아닌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중심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지역의 경쟁력은 지역 내 기업 활동의 활성화에서 나오며, 이는 우수한 과학 기술에 근거한 기업의 첨단제품의 수 및 고급 기술 인력의 확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지방에서 고급 기술 인력을 수급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지역 내 고급 과학기술인력의 양성과 유지라고 할 수 있다.이를 위해 전략산업으로 특화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학원을 설립하여 지역 내 기업들과 공동 연구 및 기술개발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렇게 양성된 우수한 인력들이 지역 내 기업에 채용되어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채용 인력의 인건비 중 일부를 지원하는 연구인력 채용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기업의 고급인력 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현재 우리지역의 전략산업과 관련한 연구소 및 지역혁신기관들은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유지하려고 하나, 수도권 및 전북지역과 가까운 대덕연구개발 특구로 인해 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보수 및 보상체계의 개선을 통해 고급인력들의 수도권 및 해외유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며, 기술개발 성과에 따른 보상제도의 시행 및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또한, 지역 내 과학기술인력 및 과학기술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해외의 우수인력을 유치활용해야 하며, 이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이렇게 지역 내에 연구개발 및 고급 인력양성의 대표적 성공모델들을 빠른 시일 내에 수립해야 하며, 이들이 기업에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 할 때 우수인력유망기업전문 연구기관 들이 우리지역에 착근되어 활발한 연구개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전북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 오피니언
  • 기타
  • 2008.07.28 23:02

[전북칼럼] 의정비 삭감할까요, 양심고백 할래요? - 윤찬영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 배정을 둘러싸고 불미스러운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방의회들이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게도 돈이 건네졌다고 한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전라북도의회를 비롯하여 전주시의회 등 각 시군의회에서 이러저러한 말들이 나돌고 있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이러한 돈 선거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지방의원 유급제가 시행되어 수천 만 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어 더욱 분노하게 한다. 전국적으로 소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심이 촛불로 타오르고 있을 때, 지방의원들은 뒤에서 검은 거래를 하고 다녔던 것이다. 지역의 시민단체가 양심선언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의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우리 지역 지방의원의 90% 이상이 민주당 소속인데, 정작 민주당은 아무런 말이 없다. 서울시처럼 국회의원들도 공범인가? 모 지방의원의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양주와 수저세트, 특산품 등이 전달된 것이 드러났다. 이 정도는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쳐보면 애교 수준이라고 말하는 또 다른 지방의원의 말을 볼 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소위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의원들에게까지 금품을 돌린 것을 보면, 다른 의원들에겐 훨씬 많은 액수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지역주민들은 당사자들이 양심적으로 고백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각 의원들의 소속 정당에서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하여 의혹을 밝혀주고 환골탈태의 다짐을 해주기 바라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은 매우 답답하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한다. 말을 안 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알아도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인 것 같다. 지난 2월, 서울 강북구 의회에서는 의정비가 너무 많다며 의정비를 반납한 민주노동당의원이 의원들에 의해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다. 혼자만 잘난 척 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조직의 쓴 맛을 보여준 것이다. 전북도의회나 전주시의회라고 해서 이런 분위기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의원들 자신도 내심 매우 복잡할 것이다. 양심선언을 하자니 혼자만 바보가 되거나 왕따를 당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금품수수와 거리가 멀다고 말하는 의원들조차 다른 의원들에게 양심선언을 촉구하는 것조차 못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냥 경찰 수사에 의존할 것인가? 만일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가 종결되면 그냥 어물쩍 넘어가게 될 것이다. 당 지도부나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선방으로 대충 넘어갈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군대에서는 이런 경우 단체 기합을 준다. 범인이 자백할 때까지 말이다. 결국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전체가 단체기합이라는 불쾌한 고통을 받아야 한다. 썩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의정비를 삭감당할래? 자수할래? 끝까지 양심고백을 하는 의원이 없다면, 의원 전원의 의정비를 삭감시켜야 한다.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면, 금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누가 주었는지 고백해주기 바란다.※ 프로필△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같은 대학원 박사△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역임△전국 민교협 공동상임의장(현)△월간 열린전북 발행인(현)△전북CBS 생방송 사람과 사람 진행자(현)/윤찬영(전주대 교수)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08.07.21 23:02

[전북칼럼] 시민 송하진, 도민 김완주 - 안홍엽

임기가 끝나면 시민과 도민으로 돌아올 우리들의 이웃이다. 그런 분들의 싸움이 외견상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실망을 넘어서 분노하고 있다. 육십만 시민, 이백만 도민을 이렇게 힘 빠지고 슬프게 해도 되는 것인가 묻는다. 문제는 더욱 심각한데 있다. 상수도 유수율 제고 사업과 관련한 힘겨루기고 엄청난 사업비를 둘러싼 이권다툼에 두 사람이 끼어든 꼴이라는 얘기들이다.권한쟁의 심판청구를 포함하여 네 가지의 송사가 진행 중이라니 한마디로 기막힌 일이다. 이래저래 들을 성 사나운 얘기들이 시중에 떠돌면서 혹시라도 이런 얘기들이 사실로 들어나 지뢰밭의 뇌관이라도 될까 걱정이다.도와 시간 갈등의 역사는 자그마치 14년을 헤아린다. 전북의 미래와 희망을 그 어느 때 보다도 간절하게 소망했던 시간이었다. 지금 시장과 지사는 두 사람이 경쟁적으로 바꾸고 가져오고 가꾸고 키웠다지만 인구는 줄고 소득은 줄고 삶의 질은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모든 매체를 동원해 치적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시대상황에도 맞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민주주의 꽃이랄 수 있는 지방자치는 말 그대로 스스로를 다스리는 정치제도로서 주민을 하늘 같이 모시는 위민정치여야 하고 수준 높은 타협의 정신과 조화의 미덕이 절대 가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김 두 사람은 고유 권한임을 이유로 민주주의의 절대 가치를 짓밟고 있는 형국이다. 이럴 때 쓴 소리와 호령으로 흥분을 진정시키고 정도를 제시해 주는 참다운 어른이 그립다. 어른은 언론일 수도 지역 선배일 수도 있다.유수율 제고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법정으로 넘어 갔으니 시시비비는 법에서 가려 주겠지만 양측이 부담해야 되는 엄청난 변호인 수임비용을 시비나 도비에서는 지출할 수 없다.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민감사 청구권 발동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주민 소환제가 법률의 보장 아래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도 가정해야 한다. 촛불로 망가진 대통령의 권위를 회복하는 것과 시장과 지사의 갈등을 푸는 것을 동일한 선상에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권위의 회복이나 갈등의 해소에는 국민의 관용과 이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오늘 내가 걸어서 남은 흔적이 후세의 이정표가 된다.)이다. 두 분은 관료로서뿐 아니라 후세에 귀감이 되는 어른으로 남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대타협의 정신과 조화의 미덕이 발휘되기를 기대 한다. 그리하여 시민 송하진과 도민 김완주는 사랑하는 시장님과 지사님으로 거듭 나 우리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새겨졌으면 좋겠다.안홍엽대표는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 한국문화방송에 PD로 입사하여 전주MBC 편성국장과 원광대겸임교수, 하림전무이사를 역임했으며 종합광고회사 필애드를 창업,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방송의 편성기준 연구" "지방방송론" "칼럼집 작은 영웅들을 위하여"가 있다./안홍엽((주) 필애드 대표)

  • 오피니언
  • 기타
  • 2008.07.14 23:02

[전북칼럼] 핀란드여성들 처럼 - 이흥재

"남성들로만 구성된 출장 팀은 수준을 낮게 취급합니다. 여성이 함께 와야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지요".무슨 선문답 같은 이 말은 지난 봄 핀란드 출장 때 명예대사가 우리에게 진지하게 해준 말이다. 말 뜻 풀이에 오해 없기 바란다. 핀란드에서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높으므로 남성만으로는 무슨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인정받기 어렵다는 말이다.공직임용 여성할당제, 여성 대통령 2006년 재집권 성공, 전체 장관가운데 여성장관이 60% 차지...오늘날 핀란드 여성들의 위상이다.이 같은 활동은 여성들의 강한 의지, 모험심, 삶을 사랑하는 자세, 교육수준, 의사소통 능력 등에 힘입은 것이라고 최근 출판된《미래는 핀란드에 있다》에서 지적하고 있다.공공분야나 민간분야에서 성공한 임원가운데는 자신의 성공이 유능한 여성비서의 뒷받침으로 가능했다는 고백은 놀랍다.여성의 66%가 취업하는 핀란드에서 부러운 것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병행되도록 자녀를 둔 가정에 대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는 출산진흥책, 유아원과 탁아원 확대, 육아보조 및 자녀수당이 두드러진다. 아이들을 많이 두어도 기르는데 걱정이 없고, 자신의 사회활동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꿈같은 이야기이다.우리는 지금 출산율 1.08인데, 이대로 가면 30년마다 인구 1천 만명 가량씩 줄어든다. 출산과 여성취업 양쪽에 아쉬움이 있다. 아이를 낳고도 육아휴직을 당당히 사용하는 산모가 12%에 불과하다니 이런 사회분위기는 바뀌어야한다. 교육비나 자녀양육비가 가정경제를 압박하여 유능한 엄마들이 언감생심 사회활동까지는 욕심내기조차도 어렵다.핀란드에서 또하나의 예를 들어보자.파트타임 아동보육 휴가, 일시 아동보육휴가가 있다. 3세 이하 어린이나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 부모의 유급 또는 무급 부분휴가를 이제 우리도 적극 검토할만하다. 국가경쟁력을 원천적으로 재검검하는 바로 이 시점에서 여성인력을 논의할 사항이 아닌가 생각된다. 출산 후 재취업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 급하다. 이런 상태로는 막대한 교육비의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개개인 삶의 질이나 사회활동 제약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여성인력이 사회활동에 지장 받지 않도록 하는 육아정책은 국가단위보다는 지역단위에서 더 신축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방시대 지역인력의 총 활용을 연출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모범적인 고용시스템을 공공분야가 나서서 실험해 볼 수도 있겠다.젊은 세대에 적합한 보육시설, 근로환경, 여성행복정책이 지역단위에서 일어난다면 여성은 물론 가정이나 직장도 더불어 안정될 것이다. 여성행복도시를 추진하는 서울시처럼 '여성행복도시 전주'를 위한 복지정책은 예산을 수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일도 있을 것이다.※ 이흥재 원장은 임실 출신으로 전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실장과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사무처장, 한국문화정보센터 소장 등을 지냈으며 저서로 『문화정책』『문화예술정책론』, 『문화예술과 도시경제』『문화정책과 예술경영』등이 있다./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7.07 23:02

[전북칼럼] 제비를 보신 일이 있는지요 - 이근석

전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 매년 '황조롱이'가 베란다에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는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만큼 보기 쉽지 않은 조류여서 뉴스거리가 된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쉬리가 전주천에 돌아온 일, 수달의 서식처가 발견된 일, 아주 최근에는 인근 산에서 하늘다람쥐가 발견된 일들로 전주가 살맛나는 도시가 되었구나 하면서 마음이 흡족한 일을 기억한다.얼마 전 한 방송 환경다큐에서 지리산 칠선계곡을 방영하였다. 오랫동안 보호를 위해 입산을 금지했던 곳을 개방하면서 촬영한 것이다. 그곳은 원시림처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멸종위기의 다양한 생물종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을 제한하고 통제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인간이 가는 곳은 오염과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기도 하다.우리 주변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제비를 보기 쉽지 않게 되었다. 몇 년 동안 그랬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흥부와 놀부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박씨를 물어다 보은을 해야 할 '박'도 보이지 않지만 초가집의 처마도 보기 쉽지 않다. 이제 제비는 한 도시의 환경지표 동물이 되었다.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저 혹시 몇 년 사이에 제비를 보신 일이 있는지요'라고. 혹자는 잠자리가 감소하여 제비가 줄었다고 한다. 왜 잠자리의 개체수가 줄어들었을까? 논에는 농약으로 곤충이 살 수 없고, 하천은 시멘트로 가장자리를 보기 좋게 정리를 하니 수초가 없어져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사라졌고, 농촌은 처마가 없는 집으로 개량을 하였다.최근에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슬픈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제비 부부의 슬픈 모습을 올려 조회수가 상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나가는 차에 한 마리가 죽고 나머지 한 마리가 곁을 떠나지 않고 몸을 비비며 슬퍼하는 모습이 올라와 있었다. 로드킬의 비극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제비가 보기 쉽지 않은 조류가 되어 더욱 화제가 된 장면이었다. 그 외에도 '제비'라는 단어를 검색을 하면 여기저기 제비를 보았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그만큼 만나기 쉽지 않은 조류가 된 것이다.예전에는 집 주변 전깃줄에 줄지어 앉아 '지지배배' 우는 모습이라든가, 처마 밑에 집을 지어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보는 일은 일상생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최근에는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 많아지면서 제비가 돌아오고 있는 개체수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기쁜 통계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예전의 그런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전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더워지고 있다. 온난화로 예전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날씨가 지구상에 많아져서 굳이 오지 않는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제비가 돌아오는 도시는 인간에게 살기 좋고 살맛나는 도시일 것이다.요즈음 전주 금암동 아파트 단지에 제비 한 쌍이 힘차게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6.24 23:02

[전북칼럼] 새만금을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 임수진

유가가 연일 폭등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수급불안감이 극도에 달했던 2003년만해도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26.79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기준 65달러에 이르러 불안한 조짐을 보이더니 올해는 지난 10일 130달러대의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3년에 비해서는 5배, 지난해에 비해서도 2배이상 오른 것이다.국제 유가 폭등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에너지 의존도는 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세계 5위의 석유수입국이자, 7위의 소비국인 우리나라는 수출로 번돈을 고스란히 석유수입으로 까먹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고, 경기침체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필자는 유가급등에 따른 대책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확대에 3,54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더욱 주목한다. 신재생에너지는 미래에너지원으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신재생에너지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화시켜 이용하거나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소수력, 바이오메스, 지열, 해열, 폐기물 등 재생분야와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 등이 신에너지 분야로 나뉜다.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 및 기타 에너지 비중은 2.4%로 전년도의 3.1%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대체 에너지 기술촉진법'을 제정(1987년)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도 2.26%(2006년 기준)로 OECD 주요국들의 198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이때에 전북지역이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미 새만금에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만든다는 구상이 발표된 바 있고, 최근에는 일조량이 풍부하여 태양광의 적지로 평가받으면서 전북지역에 태양광발전소가 몰리고 있다.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부품 소재 생산시설이 도내에 모두 있어 일관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새만금방조제 내외곽을 활용한 풍력발전계획도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사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으로도 가치가 높다. 당장 교토의정서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받고 탄소배출권을 거래하게 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신재생에너지가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다.지구온난화는 작황감소, 기상이변, 풍수해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최대 피해산업이 바로 농업이다. 전북지역은 전통적으로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이기에 지구온난화를 막을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우리지역에서 꽃 피워야 하는 또 다른 이유란 생각이다.한국농촌공사에서도 농업용 저수지 낙차를 이용한 소수력발전시설을 총 8,709㎾급 규모로 전북정읍(정우) 등 전국 10개지구에서 설치 운영중에 있고, 민간업체에서도 동진강 도수로에서 500㎾급 발전규모로 시설을 설치하여 6월말 준공을 둔 앞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한편, 공사는 전국 4곳에 총 313억원을 투입 4,357㎾급 발전규모의 태양광발전을 추진중에 있으며, 향후 전북의 군산?김제지역에도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울러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처리비용만 들던 축산분뇨를 유기질 비료나 에너지로 자원화하는 축산분뇨자원화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친환경유기농업, 처리비용절감, 환경보전 효과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부는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5%로 잡고 있다. 유가급등으로 향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확대된다면 목표 조기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지역이 고유가라는 위기를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거듭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민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6.17 23:02

[전북칼럼] '짓기 문화'의 부활을 위하여 - 임명진

모내기가 한창이다. 한 세대 전만해도 '농번기'가 되면 농민은 물론이요 학생?공무원?군인들이 동원되고 정치인들도 앞장서서 무논에 들어서서 모를 꼽는 것을 자랑삼기도 했는데, 이제 우리 국민들 다수는 모내기철도 잊은 채 이 초여름을 보내고 있다. 쇠고기 파동과 유가 급등으로 불안 정국이 지속되는 상황에 모내기 운운은 너무 안이한 타령일지 모르겠으나, 어려울수록 근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초한다.현대인들은 조상들에 비해 매우 문화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과연 그러한지 자성해 볼 일이다. '문화적인 삶'이라 하면 정신?예술 활동을 우선 떠올리기 쉬우나, 일상 자체도 매우 중요한 문화이므로 가장 기본적인 일상인 의?식?주 생활을 과거 한두 세대 전의 그것과 대비해 보면 오늘의 문화를 가늠할 수 있을 터.과거 우리 조상들은 대부분 스스로 농사를 지어 그 산물로 밥을 짓고 옷을 지었으며, 자신의 살 집을 스스로 짓는 경우도 흔한 일이었다. 즉 의식주의 대부분을 '스스로 짓기'를 통해 해결했던 것이다. 평범한 아낙들은 밥 짓기와 옷 짓기에 한 생을 보냈으며 보통의 남정네는 농사짓기로 생업을 삼았고, 일부 선비 계층은 농사 대신에 글짓기에 소홀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지어는 '자식농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식 교육도 농사짓듯이 하였으니, 조상들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짓기를 통하여 '짓기의 주체'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해왔다고 하겠다.그러나 오늘의 우리 일상은 어떤가? 옷 짓기와 집짓기가 이미 타인이나 전문업체에 맡겨진 지 오래고 밥짓기도 갈수록 줄어가고 있어서, 머지않아 의식주 모두가 '스스로 짓기'로부터 결별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즉 현대인들은 갈수록 '짓기의 주체'에서 멀어져가고 있으며, 그 대신에 전문업체로부터 기성화된 상품을 돈으로써 사들이는 '짓기의 객체'로 전락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의식주 생활을 과거의 형태로 되돌리자는 주장은 아니다. 또 이미 그럴 수도 없는 시대 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밥 짓고 옷 짓고 농사 짓듯 정성들이는 그런 정신은 이어야 한다고 본다.'짓기'의 개념은'제작'에 가깝지만, 거기에는 '설정된 목표에 따라 원재료를 배열하고 일정한 시간 동안 정성이라는 정신 가치를 투입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과정과 결과물로서의 제작'이라는 속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 결과물의 사용자를 전제함으로써 짓는 사람의 정성이 깃든다는 점에서는 인본주의적 속성을 지니고 있으되, 또 시간적 경과를 통하여 유용한 물적 가치를 생산창조한다는 점에서 산업적문화적 속성도 강하게 함축하고 있다. 요컨대, '스스로 짓기'를 일상화한 전통적인 삶의 문화성과 인본성을 되새겨보면, 이런 저런 짓기의 토대가 되는 농사짓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놀기'나 '즐기기'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짓기'를 강조하는 것은 마이동풍이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대문화가 '짓기'에 소홀함으로써 여흥과 쾌락으로 몰입해가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농사짓기를 귀치 않게 여긴 결과로 밥짓기옷짓기집짓기로부터 멀어지고, 또 그러다보니 우리 문화가 짓기문화 중심에서 놀이문화 중심으로 바뀐 것을 자성해야 한다.아직 모내기가 한창이다. 무논에 들어서서 모를 꼽는 일도 옛일이 되어가고 있지만, 들녘을 푸르게 장식해가는 모포기를 보면서 다시금 '짓기 문화'의 부활을 꿈꾸는 일은 자꾸만자꾸만 반복해도 괜찮을 일이다./임명진(전북민예총 회장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06.03 23:02

[전북칼럼] 우리의 소원은 통일 - 이근석

요즘 연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온 나라가 촛불집회로 떠들썩하다. 우리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는 중요한 문제이다. 먹을거리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마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이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먹을거리의 문제를 넘어 빈곤의 문제는 어제 오늘 대두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다. 현재 인류의 약 1/4이 1달러 미만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가난으로 인해 하루에 세계 인구는 3초에 3만 명이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쪽도 사정은 비슷해서 하루에 1명 내지 2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적대적 국가로, 악의 축의 나라로 낙인을 찍었던 미국조차 50만 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결정을 하였다.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지금까지 반공교육으로 우리의 의식은 굳어질 대로 굳어져 있다. 적(敵)과 아(我)만 존재하는 교육,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모든 것을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했다. 그럼에도 1974년부터 우리는 통일을 생각하고 북쪽과의 대화를 시작하여 파도를 치듯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급기야 2000년에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발전하였다. 통일이라는 단어로만 만족하다 만남의 깊이가 생긴 역사적 사건이었다. 통일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책에서만 거론되는 단어로 인식하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예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힘에 겨운 민족을 돕는 일을 너나할 것 없이 하다가 갑자기 냉전의 시대가 된 듯 한 느낌이다.우리 국민은 어려운 사람에 대해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물난리가 나면, 눈사태가 나면, 기름유출사건이 터지면,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십시일반 도왔다. 이런 현상은 국내를 넘어 외국에까지 퍼져 나갔다. 하지만 정작 같은 핏줄인 민족에 대해서는 늘 정치적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 늘 한 핏줄로 판단을 하다가도 갑자기 냉혹한 판단과 함께 정치적 계산으로 북쪽을 대한다. 행동을 해도 늘 인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직성이 풀린다.6월을 어떻게 생각하고 맞이할까? 6월 민주화항쟁, 6.15남북공동선언, 6.25전쟁 등으로만 기념하고 아픔과 안타까움으로 맞이할 것인가?모든 행위를 정략적으로 한다손 치더라도 굶주림의 문제만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서로의 신뢰가 깊지 못하다할지라도 굶주림으로 생명을 잃게 해선 안된다.통일은 거저 노력없이 오는 것이 아니다. 물질 가는 곳에 마음이 가는 것이다. 통일이라는 나무를 잘 키우려면 거름을 주어야 하고, 물을 자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결실을 기대하는 것이다. 당당한 나무로 키워야 깊은 신뢰를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고, 통일이라는 거대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질 것이다./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5.27 23:02

[전북칼럼] 해외 농업시장 개척 서두를 때 - 임수진

초대형 자연재해가 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3일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 남부를 초토화하면서 미얀마인 10만명의 생명을 빼앗더니 12일 연휴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해 사상자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의 큰 피해를 가져왔다.이번에 재해가 발생한 지역은 곡창지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얀마는 쌀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이며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의 쌀 곡창지대가 물에 잠기면서 쌀 재고량이 급격이 줄어들어 미얀마의 쌀 가격이 50% 폭등했다고 한다.중국 쓰촨성도 쌀을 비롯한 식량 생산량이 중국 내 1위를 차지하는 곡창지대로 이번 지진으로 농산물 가격 급등과 운송 기반시설 파괴로 인한 물류비용 상승으로 식량 가격도 더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FAO의 쌀 가격지수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지난 4월 사이에 국제 쌀 가격은 약 76%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쌀 최대 수출국인 미얀마의 쌀 생산이 거의 불가능해 짐에 따라 국제 쌀 시장의 수급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지진 여파는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시장의 곡물가격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외국의 자연재해가 우리에게 양적 측면의 식량수급문제를 불러오고 있는 반면, 국내적으로는 GMO, 쇠고기, AI 문제 등으로 안전한 먹을거리 문제가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있지 않다.이처럼 외국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나 외국산 농산물의 안정성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식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하여 세계적인 식량의 수급불안이나 안전성이 우리 국민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대외 환경 변수가 되고 말았다.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곡물가 인상파동을 겪으며 우리는 이미 국제시장에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학습할 수 있었다. 곡물가가 오르면 수출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식량 수출국들이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되려 수출시장의 문에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을 목격했다. 돈을 더 주고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식량위기사태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체험을 한 셈이다.농업을 통해 생산되는 농산물도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던 믿음은 점차 깨져가고 있고, 외국산 농산물로 먹거리를 해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도 점차 명백해 지고 있다.만약 우리 손으로 직접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여 모든 국민들이 먹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그래서 쌀을 제외하면 5%도 안 되는 밀, 콩, 옥수수 등 자급률이 낮은 농산물의 생산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수적일 것이다. 최대한 국내에 생산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대규모 간척지를 활용하거나, 농지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를 위한 농지은행의 범주를 확대시키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또 부족한 농산물 생산을 해외에서 확보하기 위해 추진중인 해외농업자원 개발에 대해 체계적으로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 과감한 투자를 통하여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는 먹을거리 확보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농촌공사에서도 러시아 연해주, 캄보디아, 미얀마, 아르헨티나 등 해외곡물 생산기지의 농업환경 조사를 진행하는 등 해외 농업시장 개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나 재원확보, 투자지 선정의 결정력, 적정지의 농지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으로 정부의 종합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성공할 것이라 본다.우리의 식량안보와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해서는 농업을 지나치게 경쟁력과 효율성이라는 경제논리만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생명산업이며 안보산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확대하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최근 자원을 확보하려는 세계 각국의 각축이 치열하다. 우리정부도 총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자원외교에 나서고 있다. 자원에는 에너지나 광물자원도 중요하겠지만 국민생활에 보다 밀접한 식량자원의 확보문제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량자원의 확보야 말로 가장 먼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5.20 23:02

[전북칼럼] 광우병 괴담과 유언비어 - 권혁남

광우병 괴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와 주류 신문인 조중동은 광우병 괴담이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이와는 정반대로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방송과 진보신문들은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정부는 기자회견, 청문회 자리 등을 통해 수차례 괴담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언비어이니까 믿지 말라고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 괴담은 유언비어가 아니라 사실처럼 굳어져가고 있는 듯하다. 유언비어란 완전한 사실도 아니면서 거짓도 아닌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다시 말해 유언비어가 완전히 사실에 부합하면 그것은 이미 유언비어가 아니며, 또한 전혀 사실적이 아니라면 유언비어로서 통용되지도 않는다.유언비어를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유언비어란 비공식적이고 근거가 없으며 전달과정에서 왜곡되고 악의적으로 조작되는 커뮤니케이션의 병리현상으로 보는 부정적 관점이다. 현재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광우병 괴담이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관점과는 반대로 유언비어란 주류 여론에 수렴되지 못한 소수의 잔류의견이 공중들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의 욕구나 희망을 담아 또 다른 여론으로 확대 재생산되어가는 긍정적 여론형성과정으로 파악할 수 있다.일찍이 심리학자인 앨포트와 포스트만은 유언비어와 관련된 공식 을 발표하였다. 유언비어의 양(rumor)은 이슈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중요성(importance)과 이슈에 담긴 증거의 모호성(ambiguity)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어떤 이슈가 전혀 중요하지도 않거나 모호하지도 않아 어느 한 쪽의 값이 0에 가깝다면 유언비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반대로 중요성과 모호성이 매우 높으면 유언비어는 엄청난 폭발성을 갖게 된다. 광우병 괴담은 유언비어가 폭발성을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고 있다하겠다. 광우병은 우리의 생명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이슈이고,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마저 두 패로 나눠져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바람에 진실이 더욱더 모호해져 광우병 괴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일반적으로 유언비어는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되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슈와 관련된 사항이 더욱더 쉽게 이해되고 전달되기 위해 짧아지는 단순화(leveling), 특정 사항이 더욱 강조되는 첨예화(sharpening), 그리고 전달자의 관심과 감정이 실리게 되는 동화(assimilation)라는 현상을 통해 사실이 변질된다. 따라서 현재 떠돌고 있는 광우병 괴담이 사실로부터 어느 정도 과장되고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그러나 광우병 괴담이 유언비어이든 아니든 간에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보다 분명한 과학적 증거들을 동원하여 유언비어의 공식에서 나오는 증거의 모호성을 줄이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가 어떠한 과학적 증거들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어렵고, 또한 현실적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라 하겠다. 아무래도 해법을 찾기 위해 무르팍 도사에게라도 가봐야 할 모양이다./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05.13 23:02

[전북칼럼] 소 이야기 - 임명진

무자(戊子)년 쥐의 해에 소 이야기를 하려하니, 쥐새끼처럼 찍찍거려야 할지 황소처럼 영각을 해대야 할지, 어찌얄지 모르겠다. 만물에는 각기 고유의 덕목이 있으니 소라서 예외일 수 없다. 쥐라는 놈도 밤새 바스락거리면서 늘 바지런하게 살라는 교훈을 주는데 항차 소에 관해서랴?여러 동물 가운데 사람과 가깝기로는 개나 소가 비견할 것이되, 개보다 소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개의 충성보다는 소의 우직함을 높이 사리라. 춘원(春園)의 "소는 동물 중에 인도주의자다. 부처요 성자다"(수필 「牛德頌」중)는 언사에서는 다소의 과장이 느껴지지도 하지만, 또 그의 "사람을 위하여 무거운 멍에를 메고 밭을 갈아 넘기는 것이나 짐을 지고 가는 양이 거룩한 애국자나 종교가가 창생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바치는 것과 같아서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것"(같은 글)이라는 대목은 퍽 공감을 자아낸다.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 '소같이 벌어서 쥐같이 먹어라''소더러 한 말은 안 나도 처더러 한 말은 난다' 같은 속담에서도, 또 우리나라 곳곳에 '소 타령' '소 노래''소몰이 노래''소모는 소리' 등의 민요가 광범하게 분포되어 있는 데에서도 소의 다양한 덕목을 상고할 수 있으리라.그러나 소의 덕목을 말하기로는 한국의 고전 『三國遺事』 '眞表律師' 편을 따라올 게 없을 것이다. 진표가 계법과 진생(眞?)을 받아 득도한 후 금산사를 창건하고 이내 속리산으로 행하는 도중 우차를 만났는데 소들이 율사의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니, 우차 주인이 괴이하게 여겨 율사에게 까닭을 물으니 율사가 답하되 '이 소들은 내가 계법 받은 걸 알고 불법을 소중히 여기는 때문'이라 하니, 주인은 소만도 못한 자신의 신심을 부끄러이 여겨 스스로 머리털을 잘랐다는 이야기가 그것. 이쯤이면 사람이 신을 향하여 고등으로 진화하여 소가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니 어찌 소를 단순한 짐승으로 간주하랴? 그래서 불교의 십우도(十牛圖)이야기도 이런 '모를 일'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덮을 수 없다.이제 더 이상 우덕(牛德)을 찬하는 것은 췌언(贅言)일 뿐이다. 그럼에도 딱 하나만 보태자면 소는 반추(反芻)의 동물이라는 점이다. 비스듬히 누운 채 눈은 반이나 감고 느릿느릿 되새김질을 하는 소의 모습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사상가를 닮았다. 위에 들어간 식물(食物)을 게워 다시 씹으면서 이미 행해진 자신의 행위를 다시금 반성하고 그 반성과 더불어 천하의 대소사를 숙고하는 사려 깊은 철학자의 모습이 거기 있다.그런데 소가 단순히 사람의 먹거리로만 치부되고 마는 요즘, 사상가?종교가는 고사하고 노역의 동반자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요즘, 소의 덕목을 이야기하는 게 오히려 우스운 꼴이 되었다. 더구나 쇠고기 파동으로 전국이 요동치는 판국에 우덕 운운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꼴 만도 하다. 그러나 사람이 소를 몰라보고 우습게 보니 소가 고유한 덕목들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주지 않으니 소들 스스로 덕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이다.유럽이나 미국 소들은 선진국 소답게 그런 포기를 일찌감치 선진적으로 개척해 온 같다. 특히 자국 소를 수십년간 국제간 통상압박의 수단으로 삼아온 나라에서 살아온 미국 소들은, 자신의 살점 뿐만 아니라 뼈까지 약한 나라에 팔아넘기려는 그 끈질김에 질려버려 처음에는 영각을 하다가 나중에는 웃다가 종내에는 자꾸만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소가 미쳐가고 있는 세상, 남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 소도 우리가 천대하면 미칠 수 있다. 우리 고유종 칡소의 웅숭깊은 영각은 자주 듣기 어렵지만, 그들이 웃지는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가 웃을 일이 없도록 소 같은 반추를 일삼아야 한다.우선 당장 미국 쇠고기 협상부터 반추(反芻)해야 한다. 이 반추를 제대로 못하면 우리 소들이 우리를 두고 '소만도 못하다'면서 실소(失笑)를 할 것이다./임명진(전북대 교수전북민예총 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5.06 23:02

[전북칼럼] 어린이에게도 인권이 있다 - 이근석

생활을 하면서 가끔 맑은 사람, 밝은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이는 세상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 차 늘 경계하고 의심하고 선뜻 가까이하지 못하는 인간관계로 점철이 되어 있어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이리라.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날들이 그렇듯 그냥 맞이하고 하루 어린이와 잘 보내고 무엇인가 이벤트를 해 주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보낸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아동들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안타까운 사건들도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급기야 전자칩까지 동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호들갑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기억에서 잊어진다.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의 아동관은 천도교의 아동애호사상이다. 인내천(人乃天)과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 1923년 1회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세계 최초의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선언되었다. 그 후 1979년 UN이 '세계 아동의 해'를 정하고 1991년 9월에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법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미군정 아래에서 만들어진 '아동노동법규'로 시작으로 관계 정책과 법령이 30여 개 이상 만들어 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어린이의 인권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멀었다. 아동인권을 이야기하면 코웃음을 친다.어린이 헌장 마지막 절에는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의 소망이다. 겨레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또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키워야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의 대우를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엘리트 중심의 교육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지경에 이르렀다. 아동은 피곤한 상태이다.아동의 권리상황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사회는 일상생활 속에서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 주어야 하지만 말만 있을 뿐이다. 예를들어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면서 어린이들에게 자문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학교급식을 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급식에 대한 모니터를 실시한 적이 있는가? 학교 건물을 지으면서 어린이를 위한 시각으로 설계가 되었는가? 마을을 조성하면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시설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본 적이 있는가? 어린이의 의사를 늘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되어 오지 않았는가? 늘 성인의 눈높이로 진행하고 이를 이용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한 현에서는 마을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일을 결정하는데 어린이에게도 의견을 묻도록 조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알아서 좋은 것으로 했으니 따라 오기만 하고 수용하기만을 강요하는 것을 벗어나야 한다.어린이도 인권이 있고, 의견이 있다. 그들의 말에 한번 귀 기울여 보자.성경에서는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쓰여 있다./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4.29 23:02

[전북칼럼] AI보다 무서운 오해 - 임수진

조류독감의 확산으로 전국의 가금류사육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김제에서 처음 확인된 조류독감은 전남에 이어 경기도까지 확산일로에 있다. 정부에서는 이명박대통령까지 나서 확산방지를 당부하고 있고, 한승수 국무총리도 조류독감(AI) 극복을 위해 정부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우리공사에서도 200여명의 간부직원이 참여하여 김제지역의 방역작업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는 등 범정부차원에서 확산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산기세가 꺽이지 않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AI의 확산 못지 않게 가금류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생쥐깡이니 칼날 참치캔이니 먹거리에 대하여 불신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AI가 발생하자 이젠 뭘 먹어야 될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닭과 오리 사육농가 그리고 관련 식품업계는 2003년과 2006년의 악몽을 떠올리며 또한번 조류독감 파동을 겪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지난해 AI발생이후 농장이 정상화되는데만 8개월이 걸렸다는 어느 양계농가의 말처럼 가금류사육농가에게 소비위축이야말로 AI 발생에 더하여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고통이 아닐수 없다.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무턱대고 가금류 소비를 피하기 보다 AI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현명하게 소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지난 4. 8 의사협회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 유행 대국민 권고문"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는 사람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동남아 국가와 달리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역대책의 실시로 아직까지 사람감염 발생사례가 없고, 시판되고 있는 가금육은 도살, 가공 및 포장 공정에서 위생적 소독처리되므로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특히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75℃이상에서 5분간 열처리하면 사멸하기 때문에 익혀 먹으면 안심해도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조리해 먹은 닭고기나 오리고기, 달걀 등 가금류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에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단 한건도 없다고 한다.천만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간 AI를 경험하며 소비자들에게 어느정도 학습효과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명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03년과 '06년 AI파동을 겪으며 닭고기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던 것에 비해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는 희망적 소식도 들려온다.양계계육오리협회 등 가금업계도 소비가 위축되지 않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AI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여 일반 소비자가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도축장에서 생산된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먹고 AI에 걸릴 경우 최대 20억원까지 배상해 주게 된다.5월 2일은 읽는대로 하면 오이?오리데이라 한다. 오리데이를 계기로 우리공사에서는 닭과 오리고기 시식행사를 개최하는 등 소비촉진에 나설 계획이다. 피해확산을 막기위한 정부당국의 노력 못지않게 소비자와 국민들은 AI에 대한 바른 이해와 현명한 소비로 가금류사육농가를 두 번 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끝>/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4.22 23:02

[전북칼럼] 전북 당선자들의 팀워크 기대 - 권혁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8대 총선이 끝났다. 각 정당의 공천을 두고서 "박재승 저승사자 공천" "친박제거 공천" "여론조사 공천의 정당성 문제" 등의 잡음이 계속되었다. 선거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역대 최저의 투표율, 진보세력의 몰락,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위한 선거, 3김의 완전 종식, 지역주의 부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 전라북도에서도 11명의 당선자가 결정되었다. 6명은 현역의원이고, 5명이 초선으로서 약 절반이 물갈이 된 셈이다. 이번에 처음 국회의원 뱃지를 달게 된 이무영, 장세환, 김세웅, 유성엽, 이춘석 당선자들은 모두 지역구가 도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전주는 3명의 국회의원 모두가 교체되었다. 이는 뭘 말해주는가? 도시 선거구는 선거운동은 쉽지만 현역을 유지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반대로 시골은 지역이 넓어 선거운동은 힘이 들지만 현역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도시의 국회의원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업적이 잘 티 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골은 도로나 다리만 놓아도 그 치적이 쉽게 두드러진다. 또한 시골은 유권자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인심 역시 도시와는 달라 한 번 맺으면 쉽게 변하지 않는 등 지역구 관리가 도시보다 훨씬 수월한 편이라고 한다.분명 이번에 첫 당선된 분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한 자격과 경륜을 갖춘 분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 5명의 전임자들 중 3명이 초선의원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은 언제든지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지역민들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찍이 관중(管仲)은 관자(管子)에서 "정치가 흥하는 것은 민심을 따르는 데 있고, 정치가 망하는 것은 민심을 거역하는 데 있다(政之所興 在順民心, 政之所廢 在逆民心)"고 하였다.그렇다면 과연 지역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민심은 무엇인가? 필자가 이번 선거가 끝난 후 한 당선자와 통화하면서 "선거구 주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되,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되고 전라북도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큰 정치를 해 달라"고 주문하였다. 이쯤에서 국회의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도록 하자. 국회의원은 국가권력의 최고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비록 특정 지역구에서 당선되어도 지방의회 의원과는 달리 특정 지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통제·감독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이 지녀야 할 본연의 자세인 것이다.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많은 도민들은 앞으로 우리 전북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해 하고 있다. 이러한 도민들의 걱정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도내의 국회의원들 밖에 없다. 도내 11명의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이익만을 좇아선 안 된다. 우리 전북은 그야말로 일의대수(一衣帶水) 같아서 내 문제가 이웃의 문제이고, 이웃의 문제가 나의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새만금문제는 특정 지역구만의 일이 아니다. 새만금이 개발되면 여러 개의 배후도시가 개발되는 등 도내 곳곳에서 삼투압 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익산 KTX역사도 마찬가지다. 많은 지역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역사를 새로 짓는다면 익산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딱 축구 한 팀의 숫자인 11명의 국회의원들이 팀웍을 제대로 갖춘다면 자신의 지역구 뿐만이 아니라 전라북도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세균 의원이 최전방의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주고, 강봉균, 이강래, 조배숙 의원 등이 공격수로 나서야 한다. 또한 최규성, 김춘진 의원 등이 미드필더로 나서 후방의 초선의원들을 이끌면서 전방의 선배의원들을 백업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도내 18대 국회의원들의 멋진 팀웍을 기대해본다./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08.04.15 23:02

[전북칼럼] 국회의원 선거와 색깔 - 이근석

지금은 일 년 중 가장 깨끗한 색을 보여주는 계절이 되었다. 그 색이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성숙해지면서 결실의 계절로 달음질할 것이다. 모든 나뭇잎의 색(연초록색)이 그렇다. 그런데 그냥 시간이 흘러 그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긴 겨울의 여정을 보내고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종교적 언어로 이야기하면 거듭남이요 윤회사상이 그 속에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반복적으로 아무 느낌 없이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 안의 치열한 싸움, 생존경쟁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매미만 하더라도 7년의 세월을 싸우고 나온다. 단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올해에 세상의 빛을 보는 친구는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거듭남을 반복해서 때가 찬 것이다. 이보다 더 긴 세월을 보내는 식물도 있다고 한다. 모든 만물은 색으로 표현하고 그것으로 자기의 정체성을 자신 있게 보여준다.이제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들의 내세우는 색깔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한 싸움을 하는 것일까?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서, 한 도시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등 다양한 언어로 주장한다. 하지만 당선이 되고 나면 자기가 주장하고 내세웠던 색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이 드러내는 색깔과는 상관없이 터무니없는 색을 만들어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하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지 않고 자신의 거듭남이 없이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도전을 하고 당선이 되려고 하고 결과를 얻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세계의 성숙한 맛을 티끌만큼도 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정부도 자기 색깔로 정체성과 국정운영의 원칙을 표방해 왔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실용정부 등으로, 정당들도 노란색, 주황색, 파란색 등 색으로 표현한다. 하다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개인들도 색을 찾고 있다. 그것은 색이 가지고 정체성으로 자기를 규정하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색이 가지고 정체성의 반도 실천하지 못하고 구호로 남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일단 포장을 하는 것이다.많은 정치인이 선거를 기다려 오고 준비를 해 왔을 것이다. 그 속에 색은 없었을 것이다.한편으로 봄은 대장정의 시작으로 나눔과 공동의 삶이 시작되는 시점을 말하는 것이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곤충이 먹이를 섭취하면서 도와주고, 열매가 맺으면 인간(동물)이 섭취를 한다. 누가 선점하거나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다른 선거보다도 이번 선거에는 눈에 보이는 색만 있고 내용이 없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늘 정책과 인물을 보고 투표하자고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왔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색의 진면목을 보고, 앞으로의 성숙 가능성을 보고 심판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이근석(前 전주YMCA 사무총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4.01 23:02

[전북칼럼] '세계는 지금 물과 전쟁중' - 임수진

매년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지난 1992년 제47차 유엔총회에서 선포한 것을 계기로 지구상의 물 부족과 오염 방지 등을 통하여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전 인류의 공동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특히 올해는 "물과 위생"을 주제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아프리카, 아시아의 여러나라들을 집중 조명하게 될 것이다.UN이 나서 물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80여개국에서 세계인구의 40% 가량이 만성적인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2025년에는 약 25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물부족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물문제는 비단 일부지역, 일부국가에 한정된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국가간 물꼬싸움이 확산되고 있다. 중동과 유럽,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나라간에 가로지르는 강을 두고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물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세기의 국가간 분쟁원인이 석유에 있었다면 21세기는 물분쟁시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우리나라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재생가능 수자원이 연간 1,512㎥에 불과하여 UN이 정한 기준(1,700㎥/년)에 따라 물 부족 국가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주기적으로 물로 인한 압박을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다.혹자는 여름철이면 물난리를 겪는 우리나라가 왜 물부족국가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수돗물 잘 나오고, 마실 물이 없어 곤란을 겪거나 물이 없어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물소비량중 생활용수는 21%, 공업용수는 9%에 불과하다. 22%를 차지하는 하천유지용수와 48%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농업용수에 이르면 문제가 심각하다.장마철이 아닌 갈수기에는 하천유지용수의 부족으로 많은 소하천이 바닥을 드러내며 수질악화와 생태계 피해를 불러오곤 한다. 작물 생육에 필수적인 봄철 급수기에 봄가뭄이 매년 반복되고 있고, 주기적으로 전국적인 큰 가뭄과 홍수가 되풀이 되고 있다. 국민 여가생활의 증가 등으로 수질오염은 날로 심화되어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필수적인 깨끗한 농촌용수 확보에 점차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실정이다.농촌용수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물부족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농촌공사가 관리하는 물길(용배수로)은 지구 두바퀴 반에 해당하는 97,269km에 이른다. 물을 공급하는 지역도 594천ha로 임야(6,389천ha)를 제외한다면 국토면적의 16.7%가 공사가 공급하는 물에 의지하고 있다.한국농촌공사에서는 물 문제 특히 농촌용수확보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나가고자 매년 전문가 중심의 심포지움을 개최하여 왔다. 본사에 물관리 전문 수자원관리처를 운영하고, 농어촌연구원에 환경연구부서와 수질환경팀을 가동함으로써 용수관리와 오염방지대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물부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가 줄을 잇고 있는 지금, 장마때 한철 물부자였다가 일년내내 물 가난뱅이로 돌아가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우리나라 농촌용수의 특성상 계절적, 지역적 편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정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농촌용수관리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세계 물의 날이 돌아오는 이즈음이면 연례행사처럼 봄가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부족과 물전쟁은 먼 나라 남의 얘기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년내내 물부자가 되는 지혜에 농업인 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관심을 바란다./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8.03.25 23:02

[전북칼럼] 국회의원을 여론조사로만 뽑을 것인가 - 권혁남

18대 총선에 출마할 통합민주당의 후보 공천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공천이 마무리되어 좋은 점은 여론조사를 가장한 전화 선거운동(사이비 여론조사, Push Poll)으로부터 해방이 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집에 있으면 하루에도 수없이 걸려오는 사이비 전화여론조사 때문에 여간 짜증스러운 게 아니었다.선거 여론조사가 공공의 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악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거의 전적으로 여론조사에 의존한다는 데 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정치에서 여론조사는 최고의 법이요 진리로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누리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대만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론조사가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데 처음으로 이용된 것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이다. 당시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간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4.6%포인트 앞선 노 후보로 단일화가 되었다. 그 후로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정당의 공천과정에 여론조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꽃미남 오세훈 후보가 여론조사 덕분에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었다. 지난해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후보경선에서도 여론조사의 비중을 20%로 하는 바람에 이명박 후보가 선거인단 선거에서 지고도 여론조사에서 8.5%차이로 앞섬으로써 전체적으로 1.5% 차이로 역전승하였다. 이에 한술 더 떠 대통합민주신당은 예비경선을 아예 여론조사로만으로 치르기도 하였다.이렇게 여론조사가 정당의 후보를 정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여론조사에서는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표본오차가 무시된다는 점이다. 만약 두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표본오차 범위 안에 있다면, 이는 전체 유권자를 조사 대상으로 하였을 때 두 후보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800명 표본 조사의 경우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이기 때문에 두 후보 간의 차이가 7%포인트를 넘지 않는다면 두 후보 간의 순위는 매 조사 때마다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단 1%만 차이가 나도 두 후보 간에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결정하는 것은 심각한 여론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또한 과거 총선에서 우리나라의 여론조사가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데 계속적으로 실패하여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정확성이 떨어지고, 국민들의 여론조사에 대한 낮은 신뢰(2006년 말 조사에 의하면 48%의 신뢰도)에 비해 여론조사가 한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을지도 모를 중요한 정치 결정과정에서 절대적인 파워를 갖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현재의 선거여론조사는 후보의 자질과 능력, 그리고 발전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후보의 인지도와 인기도를 묻는 일종의 연예인 인기조사나 다를 바 없다. 이런 인기조사에서는 정치신인보다는 기성정치인인이 유리하고, 고향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지역민을 위해 묵묵히 봉사해온 사람보다는 고향 땅 한 번 밟지 않은 채 중앙에서 고위직에 있거나 유명 연예인이 되어 이름 깨나 알려진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분명 지금과 같이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암흑 상태에서 실시되는 인기여론조사에 크게 의존하는 공천방식은 더 이상 안 된다. 정당정치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당원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고, 후보의 능력과 경력, 장래성, 도덕성, 그리고 지역 공헌도 등의 질적 평가와 함께 양적 여론조사가 일정부분 반영되는 공천방식으로 조속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권혁남(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03.18 23:02

[전북칼럼] 봄은 봄인데 봄이 아니다 - 임명진

경칩(驚蟄)이 지나면서 날로 봄볕이 다냥해지고 있다. 머잖아 움과 싹이 돋아나고 꽃들도 다투어 피어나리라. 농부들은 농사 준비로 분주하고 학생들은 새 학년 설계로 바쁘다. 봄을 희망의 계절이라 하는 데에는 그 분주함 속에 희망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봄과 희망! 참 잘 어울리는 조합임에 틀림없다. 뉘라서 이 봄에 희망을 품지 않으랴?하지만,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쿠나"(단가 [사철가] 중에서)라는, 봄철에 더 진하게 인생무상을 느낀다는 사설도 있으니, 봄은 단순히 희망만을 안겨주는 계절만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이 역시 봄이 그만큼 더욱 희망찬 계절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걸로 풀이된다. 또 조선 시대에 '추옥(秋獄)'이라는 형사 제도가 있었다 한다. 봄철에 사형이 확정되었을지라도 그 처형을 낙엽 지는 가을로 미루어 시행하는 걸 가리킨다는데, 비록 사형수일지라도 사람의 생명을 자연의 순환과 질서에 배치되지 않게 처리하려는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제도라 할 것이다. 우리 선조들에 있어 봄은 불가피한 절망일망정 연기할 수 있다면 연기할 만큼 그렇게 희망찬 계절이었던 것이다.바야흐로 그런 봄이 왔다. 이 봄에 우리 모두 새로운 희망으로 올 한해를 설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농부는 한 해 농사에, 학생은 새 학년 학업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 개인이나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나 이 봄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 국가 차원으로 시선을 돌리면 새 정부가 이 초봄에 출범하였으니 여러모로 희망이 넘쳐나야 할 때이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부들은 올봄 들어 더욱 영농의욕을 잃고 있고 학생들은 교육정책 변화에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연일 욱일승천하는 유가와 국제 곡물가로 농자재와 비료와 사료 값이 연달아 치솟고 있어 이 봄에 농민들은 쟁기질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춘광에 언 땅은 녹아가고 있지만 그들의 쟁기보습은 아직도 녹을 못 벗고 있다. 학생들은 당장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한 눈치보기에 바쁜 새 학기를 보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 봄날에 자녀들의 영어학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부들과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서 희망 대신에 의욕상실과 불안이 늘어나는 봄철이다.농민의 생활은 우리의 뿌리이고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이다. 따라서 이들을 의욕상실과 불안으로 내모는 것은, 우리의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고 우리의 미래를 불안의 시대로 조장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실용'을 앞세운 무한경쟁으로는 농민들의 사기와 학생들의 희망을 북돋을 수 없다. 오히려 '농사 지어봤자지'하는 자조나 '자식들 미래를 어떻게 한다지' 하는 불안을 더 키울 것이다. 더구나 그 '무한경쟁'이 우리의 소중한 가치들을 뒷전으로 내몰 경우, 소득 양극화의 심화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를 자본의 맹수만 살아남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하게 할 것이다.행여 그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일말의 불안이 '봄의 희망' 속에 가려있는 것 같다. 이를 봄의 시샘만으로 치부할 수도 없어 언짢다. 그래선지 훈풍이 감도는 이 봄 날, 자연의 섭리나 인생무상을 노래한 선조들의 여유로움이 일면 부럽기도 하다./임명진(전북민예총 회장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8.03.11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