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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학벌주의와 지역인재 양성 - 정의붕

신정아 교수로 촉발된 학력위조 사건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안겨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으로 선임된 신정아 교수의 외국대학 학력위조가 정권의 고위층과 연루되어 있다는 문제와 더불어 한국사회가 뿌리 깊은 학력중심의 사회이며, 능력보다 우선하여 학력으로 그 사람의 능력과 장래마저 규정해버리는 사회임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학력위조가 만들어낸 사건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번지는 데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 할 수 없다. 즉 학력에 대한 문제는 새롭게 제기된 문제가 아니며 이전부터 학력위주의 사회가 가진 문제점이 한국사회 전반에 깔려있다는 점이고 다만 이번 사건으로 표면화된 것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학력주의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점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점은 인성교육보다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능력은 무시되어 다양한 인재로 양성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력주의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이 이제 학벌주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얼마 전 지방대학 졸업반 학생이 찾아와 하소연을 한 예가가 있다. 한 대기업의 채용 사이트에서 지원서를 클릭하면 먼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 그 다음은 반드시 최종학력과 출신대학을 입력해야 한다고 한다. 자격증, 외국어 능력은 그 뒷전이다. 토익점수 800점대, 평균학점 B+이상. 스스로 생각해도 괜찮은 성적표이지만 그 학생보다 영어 점수도 낮고 학점도 안 좋은 명문대생인 친구는 되고 자신은 떨어져서 씁쓸했다고 한다. 지방의 중견기업도 소수의 우수인력 충원을 위해 수시채용 위주로 전환하여 수도권 명문대 재학생들에게 몇 년씩 장학금을 주면서 일류 대학 졸업자들을 스카우트 해 온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의 기준은 철저하게 학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학벌주의 선호사상은 정말 실력 있는 지역의 인재를 탈락시키게 되고 국가 전반의 능력향상에 있어서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지방대 졸업생이 전공실력이나 성실한 근무 면에서 더 나은 것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 필요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유한 학생이 많다는 게 사실이다. 국가 자원이 골고루 이용돼야 국가의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이론의 기본임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학력주의 및 학벌주의는 국가의 통합력을 저해하고 지속적 국가 발전을 방해하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노자 <도덕경> 11장에 나오는 글귀로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이라는 말이 있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음(無)으로 해서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긴다는 뜻이다. 4자성어로 줄이면당무유용(當無有用), 비움이 곧 쓰임이 된다는 노자의 일절은 지역의 인재가 아직 빛을 보지 못하지만 곧 쓰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니 쓰임이 되기까지 쓸 그릇으로 만들어 보자는 조금 다른 해석을 붙여본다. 다시 말하면, 쓸 수 있는 그릇으로 만들면 비어있는 그릇엔 무릇 채워 넣기가 쉬운 법이다. 비어있기에 그 쓰임새도 많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지금 전북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몫을 담당했던 GM대우 자동차를 비롯해 최근의 현대중공업까지 대기업의 이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현안을 고민하는 지방자치정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노력한 결실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현재 전북에서 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에게 대학은 맞춤형 인재양성 및 필요한 인력을 충실히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개혁하여 전북의 인재가 지역기업에 뿌리내릴 수 있게끔 다시 한 번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산학연관 모두가 학벌주의와 학력주의를 극복하여 능력 중심사회로 발전하는 길은 우리 지역의 국제 경쟁력 확보라는 첫 번째 관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노자의 말처럼 지역의 인재를 유용하게 쓸 그릇으로 만들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도록 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지역의 인재양성은 어느 한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고 다 함께 만들어야 할 그릇인 것이다./정의붕(호원대 산학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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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10.09 23:02

[전북칼럼] 샌드위치 국가, 한국 - 황지욱

얼마 전 신문에서 한국은 소송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변호사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소송이 많다는 것은 우리사회에 분쟁과 갈등이 그만큼 팽배해 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이러는 동안 동북아 삼국 중 일본은 더욱 앞서 나가고 있으며, 중국은 우리의 코앞에까지 따라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샌드위치의 위기에 빠져 있다. 특히 지난여름 일본의 요코하마와 중국의 청도와 대풍시를 다녀오며 이러한 위기감은 더욱 뚜렷해진 느낌이다.요코하마는 도시재생으로서 Minatomirai 21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10년 만에 낙후된 항구도시를 탈바꿈하고 랜드마크로서의 초고층 건물을 건립하여 깨끗하고 정돈된 도시이미지를 창출하였다. 거리마다 간판은 정비되었고, 보행로와 차도의 분리는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양보가 이뤄지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일본을 돋보이게 했다. 서울로 들어오던 날, 뭔지 모르게 2% 부족한 우리나라의 도시에서 답답함이 엄습하였다. 중국의 청도에서는 우리나라 70, 80년대와 2000년대의 도시가 혼재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미개발의 상황, 쓰레기가 방치된 뒷골목, 역주행도 마다않는 차들로 위험한 상황도 느꼈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70, 80년대에 가졌던 발전하고자 하는 역동성이 느껴졌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가 정비되고, 마천루의 고층건물이 올라가며, 간선도로가 뚫리는 현장에서 중국은 공사 중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대풍시는 대풍항의 개항과 더불어 내부개발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외자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지방정부는 기반시설을 무료로 조성하며 입주기업에는 토지분양가를 10만 원대로 정하고 50년간 장기 분양하는 파격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이를 통해 경쟁자인 여타 항만도시를 따라잡고, 무엇보다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중앙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서 위기감이 느껴졌다. 더 이상 공산주의국가로서의 중국이 아닌 세계 일류국가를 향한 중국의 모습이 절로 느껴지는 상황이었다.그런데 우리는 새만금 개발 하나만 놓고도 정부부처 간의 갈등, 환경론자와 개발론자 사이의 갈등 등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송하고 있다. 중국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말이다. 새만금만한 대풍항 경제특구를 불과 4-5년 내에 완성하여 가동하겠다는 중국, 20여 년만에야 방조제를 잇고, 여전히 내부개발 하나 못하고 있는 새만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다시 일어서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도 정부, 민간 그리고 젊은이들도 과거에 우리가 자랑했던 근면과 역동성을 되찾아야 하겠다.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인 친절을 몸에 익혀 동북아의 중심으로 우뚝 서야겠다./황지욱(전북대 교수건축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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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9.18 23:02

[전북칼럼] 자아성찰의 중요성 - 김학권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말이 있다. 자기의 큰 흉은 모르고 남의 조그마한 결점을 나무라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함을 꼬집은 말이다. 사람의 눈은 밖의 사물은 잘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모습은 잘 보지 못한다. 그러기에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엄하게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그지없는 것이 우리의 일상적 모습이다. 따라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마음의 눈(心眼)을 통한 성찰이 필요하다. 맹자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게 된 마음(心)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공부에 있어서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잃어버린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자기가 기르던 닭이나 개가 없어지면 당장 이것을 찾으려고 힘쓰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본래의 마음을 잃어버리고서도 찾을 줄을 모르는 사람들의 무지함을 질타했다. 너 자신을 알라고 외치던 소크라테스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자기 자신을 찾아 자기 자신이 될 줄 아는 일이라고 말했던 몽떼뉴 역시 진정한 자기 찾기, 즉 자기인식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역설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적 풍요와 감각적 쾌락의 증대를 경쟁적으로 추구한다.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지상주의는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며, 삶의 터전을 파괴하면서 점점 공멸의 길로 내닫게 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에서 인간의 본래적 마음(心)을 회복하여 나와 남이 공생공영하는 태평세계를 구현하고자 진력했던 옛 성현의 외침을 오늘날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구호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삶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은 사람들로 하여금 물질적 풍요와 감각적 쾌락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주체적으로 활용하여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듭나게 할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은 생명의 존엄성과 타자에 대한 배려의 지혜를 가져다준다. 삶을 귀히 여기며 타자를 관대하게 포용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인류의 번영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김학권(원광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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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9.11 23:02

[전북칼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정의붕

지난달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쓴 돈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고 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해외 여행이나 어학연수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여행객이 국내에서 쓴 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생긴 여행수지 적자는 산업과 경제계가 어렵게 벌어들인 수출의 1/3이 넘는 금액이라고 한다. 그래도 워낙 수출이 잘되면서 경상수지는 연간 2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여행수지의 적자를 수출로 메우는 흐름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매년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내 여행이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도록 관광 자원과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에게 다시 찾아 올 수 있도록 우리의 따뜻한 배려가 담긴 친절과 정성어린 마음으로 맞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한마디 말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친절한 말 한마디와 행동으로 여행 내내 즐거웠던 한 노신사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언젠가 미국 항공사 비행기를 타게 되었고 비행기 안에는 온통 미국인들뿐이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대단히 심심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 좌석에 앉은 일곱 살짜리 아이가 계속해서 이쪽을 돌아보고 May I help you?를 읊어 대며 친절히 구는 것이었다. 벨트 착용 신호가 났는데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까 이 소녀가 메이 아이 헬프 유?라고 하면서 벨트를 매 주었다. 또 의자를 세우라고 했는데도 잘 몰라 하니까 메이 아이 헬프 유? 하면서 버튼을 눌러 주더라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그렇게 친절한 것이 하도 신기해서 어떻게 그렇게 친절하냐고 물었더니, 그 소녀는 또렷또렷한 눈망울을 굴리며 대답했다.저희 집에서는 아침마다 기도할 때 어머니가 매일 말씀하시는 것이 있어요. 그건 누구를 만나든 May I help You?라고 물어보고 도울 일이 있는 사람은 힘껏 도우라고 하신 답니다. 한 어린아이의 행동이 미국을 여행하는데 큰 힘과 용기를 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여행객에게 필요할 때 힘이 되어주는 정성어린 배려야 말로 가장 큰 여행자원이 될 것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세계적인 D자동차 회사가 글로벌 경영을 선언하고 세계 제일의 미국 자동차 회사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최고의 인력을 양성한다는 동경 T대학의 취업담당 관계자가 자동차 회사를 직접 찾아가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며 자동차 회사가 글로벌 시대에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제의를 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반대로 일본이 자랑하는 자동차 회사를 방문하면 홍보센터 입구에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는 문구가 내걸려 있는 것이다. 우리도 관광수지 적자를 수출로 메우는 동안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정성어린 마음으로 자신 있게 다가서 보자. 또한 전북의 청년실업 문제도 대학이 직접 나서서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학이 산업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준비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기는 행동도 중요할 것이다.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윈윈전략을 세우기 위해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정의붕(호원대 산학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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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9.04 23:02

[전북칼럼] 농촌의 쾌적함은 자원 - 임수진

척박한 토양으로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면서 야반 도주의 마을로 불리던 인구 7500명의 일본의 산림촌인 아야초, 지금은 연간 150만명이 찾는 생태관광의 명소이다. 일시적인 부흥을 가져올 벌채의 유혹을 뿌리치고 맑은 공기를 가진 조엽수림(照葉樹林)의 마을로 특화시킨 결과이다. 전남 함평은 나비축제로 유명하다. 연간 100만명이 찾아온다. 나비야 농촌이라면 어느 지역에나 있는 것이지만 자원화하고 상품화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함평에 자랑할 만한 문화재라도 하나 있었더라면 나비를 상품화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라는 후일담이다.바야흐로 지방화, 분권화 시대이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획일화되고 도시화된 지역 만들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지역이 갖고 있는 어메니티가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메니티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어원은 쾌적한, 기쁜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의 문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칭한다.최근 전북도에서는 새로운 전북만들기의 일환으로 전북 어젠다 12를 추진하고 있다. 도내 기업유치와 새만금 경제구역 지정 등 12개 현안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1시군 1프로젝트는 시군별로 1개 사업을 특성화하겠다는 계획아래 전주의 전통문화, 군산의 고군산 국제해양관광지, 남원의 교육연수 관광타운, 무주의 태권도 공원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의 역량을 살펴 투자를 집중하고 특성화를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다.특성화를 통한 지역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만의 어메니티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어메니티를 비단 유서깊은 문화재나 절경에서만 찾을게 아니라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이면 족하다. 지역발전을 가로막던 산림도, 별다를 것 없는 나비도 모두 어메니티가 될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할 따름이다. 다만 다른 곳도 성공하였으니 여기서도 성공한다는 ME-TOO 전략은 경계하여야 한다. 니즈를 파악하고 차별화를 통해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여야 한다. 지역의 실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주민의 참여도 중요하다. 지역공동체의 복원과 함께 추진된다면 성공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압축성장의 방식이나 일회적 사업으로는 지역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지역의 100년, 1000년 후를 내다보며 다음 세대까지 지속될 수 있는 장기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의욕만 앞세운 장밋빛 청사진도 당장의 성과를 요구하는 성급함도 경계할 일이다. 도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시군 1프로젝트 사업은 지역의 발전을 통해 농도전북의 미래를 열어갈 야심찬 계획이다. 마침 한국농촌공사에서는 지자체의 지역개발을 돕기 위해 농촌지역개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체계적인 컨설팅을 통하여 장기적인 개발전략을 상호 연계하는 방법으로 성공적인 사업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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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8.28 23:02

[전북칼럼] 새만금 로드맵 필요하다 - 황지욱

지난 며칠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열대야로 밤잠 설치던 어느 날부터 우리 집 아이들은 제방을 놔두고 모두 안방으로 몰려들었다. 안방에는 옛날부터 쓰던 에어컨이 하나 있었는데 더위를 피해 모두 이리로 모여든 것이다. 하루 종일 에어컨 밑에서 먹고, 놀고, 친구들도 불러다가 놀았다.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 보면 모든 게 온통 어수선하게 널려 있었다. 넓은 마루와 다른 방은 텅 비어 있는데 잠을 잘 때도 부대끼며 한 방에서 자야 했다.이런 모습을 보며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토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수도권의 면적은 전국토의 10%에 불과한데 모두들 복잡하기 짝이 없는 곳에 모여 산다. 90%의 면적은 거의 텅 비어 있는데도 말이다. 가끔 서울에서 회의가 있어 차를 몰고 가다보면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전주에서 서울 톨게이트까지는 두어 시간 남짓 걸리는데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목적지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대략 170km 이상을 두어 시간 만에 왔는데 20km도 안 남은 거리를 한 시간 넘게 걸려서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할 뿐이다.이런 문제를 정부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새롭게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외쳐 왔던 것을 보면 말이다. 참여정부에 들어서도 야심차게 밀어붙인 도시개발사업 중의 하나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이다. 그리고 행복도시의 건설계획이 제시된 지 불과 사오 년 만에 토지보상이 끝나고 첫마을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 전체에 걸친 공공시설의 배치도 계획적으로는 완결된 상태이다. 무슨 개발사업을 하나 하려면 환경성평가니 교통성평가니 하면서 인허가에 대한 지리한 공방과 예산타령이 몇 년에 걸쳐 이뤄지는데 행복도시는 예외인 것 같다. 좋게 말해 정부가 정말 국토의 균형발전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현실을 곱씹어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토지보상비도 별로 들지 않고 개발의 여력도 충분한 새만금의 개발에는 중앙정부가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이미 80년대부터 거론된 새만금이 2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내부개발에 대한 정확한 청사진 하나 없다. 행복도시에는 알짜배기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새만금에는 어떤 알짜배기 사업이 들어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지방정부만 애가 타서 중앙정부에 무수한 정책적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지방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전입인구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마치 좁아터진 우리 집 안방에 온 가족이 모든 것을 펼쳐두고 모여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행복도시가 완결되면 지방의 인구는 더욱 감소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최첨단의 의료, 교육 및 복지시설이 들어서는 도시로 사람들은 모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새만금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와 내부개발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행복도시를 위해서 그렇게 많은 예산을 단시일 내에 투입할 수 있었다면 새만금을 위해서도 중앙정부가 예산투자 계획과 제도적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에 지방 사람들은 모처럼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 집의 에어컨 하나가 가족을 한 방으로 끌어 모으듯이 말이다./황지욱(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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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8.21 23:02

[전북칼럼] 소중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다 - 김학권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게 주어진 한정된 생명을 영원으로 연장시키기 위해 최선의 방법과 노력을 강구하면서 각자의 독특한 생을 영위하게 된다. 우리의 삶의 양식 또한 오랜 세월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 속에서 우리의 생명을 보전하고 영속화 하려는 노력의 결정체인 것이다.8월초 나는 지인 몇 사람과 티벳 일대를 돌아보고 왔다. 본래 북경에서 기차를 이용하여 티벳의 라싸로 갈 계획이었으나 기차표를 구입하지 못해 비행기를 이용하여 성도를 경유해서 라싸로 들어가게 되었다. 티없이 맑은 푸른 하늘과 그 위에 우뚝 솟은 하얀 설산의 봉우리들, 그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흰색 구름의 이동은 대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그러나 그 아름다운 하늘아래 척박한 대지 위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장족(藏族)의 생활이란 현대문명의 풍요에서 배제된 열악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티벳지역의 대부분이 암석과 모래로 이루어진 데에다 평균해발 4,000미터에 육박하는 고온지대인지라 주로 야크와 양을 치면서 사는 유목생활이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물론 중국 정부가 티벳의 라싸에 철도를 개설하고 이 지역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광활한 대지 위에 경제개발의 손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2,3일이 지나지 않아 우리 일행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게 되었다. 고산증의 영향에다 이 지역 음식의 독특한 냄새와 기름에 데치거나 볶는 요리방법이 우리의 입에 도저히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식당에 특별히 부탁해서 기름과 향을 가하지 않은 몇 가지 소채, 그리고 오이와 당근, 양파를 주문하여 우리가 가져간 고추장을 발라 밥을 먹을 수 있었다.라싸의 주방장이 보기에 우리가 부탁한 식단은 제대로 된 음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음식을 우리는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기뻐하며 먹었던 것이다.티없이 맑은 아름다운 하늘, 설산의 영봉들과 흰색 구름이 함께 연출하는 대자연의 장관과 그 아름다운 하늘 아래 땅위에서 펼쳐지는 티벳인들의 열악한 삶의 양식(의식주)은 내 눈에는 분명 상반된 아이러니로 보였다. 이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나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넉넉한 물이 있고 춘하추동 사계절이 명확한 내나라 대한민국이 더 없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또한 담박하면서도 싱싱하고 풋풋한 우리의 음식이 제일 좋은 식단이며, 아울러 세계 최고의 음식은 각 가정의 주방에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것은 우리의 삶에서 저만치 떨어져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김학권(원광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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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8.14 23:02

[전북칼럼] 미래를 준비하는 평생교육 - 정의붕

올해 초 암 투병중인 할머니가 대학에 합격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피부암 판정을 받고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할머니는 공부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힘들게만 살아온 지난 세월이 억울해 자신을 위한 공부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신념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할머니의 끝없는 배움에 대한 열정은 교육이 평생에 걸쳐 삶의 질과 뗄 레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네스코를 통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평생교육은 일생을 통한 사회생활의 교육방법과 이념으로 시작 되었다. 평생교육을 단지 제도교육이 지닌 결함의 보완책으로, 가난한 자의 학력 결손현상을 보충하기 위한 기회로 간주하는 것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방식이다. 평생교육은 학교교육 이외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인생의 어느 시기라도 개인의 다양한 교육 욕구와 흥미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배움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단지 고령의 나이와 경제적 이유, 사회적 지위 그리고 관습에 얽매여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전라북도는 통계청에서 밝혔듯이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도시 근로자중 직장에서의 퇴직과 명퇴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연수는 평균적으로 20년이 넘어선다. 일반적으로 55세부터 65세에 이르는 시기동안 퇴직을 한다면 그보다 몇 년 앞서서 미래의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제2의 인생을 살기위해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평생교육을 통해 배우고 실천에 옮기면서 재취업이나 전문적인 취미생활을 하며 인생의 후반기를 정열적으로 보낼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위해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며, 이는 대학교육기관의 평생교육 강화를 통해서 가장 능률적으로, 또 유효하게 제공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이 젊은 학생들의 전문적인 학습장이라는 고정개념을 버리고 평생교육을 위해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사회적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설계해야 한다. 특히 사이버강좌의 개방은 물론, 지역 주민을 위해 전문성있는 일부 강좌를 개방하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IMF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허물어지면서 새로운 경쟁력과 직업능력을 확보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얻도록 하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가 급속히 증대하고 있다. 노후가 더욱 활기찬 삶이 되도록 우리는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실질적인 노인복지를 위해 개인도 준비해야 하지만 정부차원의 평생교육 지원과 노인 일자리 창출 그리고 이를 위해 대학의 평생교육체제로의 전환도 이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대학이 다양한 사람들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수준 높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훨씬 값진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정의붕(호원대 산학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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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8.07 23:02

[전북칼럼] 농산어촌에서 피서 보내자 - 임수진

바야흐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산으로 들로, 그리고 바다로 휴가지를 물색하고 떠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요즘이다. 휴가(休暇)의 休자는 사람(人)이 나무(木)밑에서 쉬는 모양을 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나무그늘에 몸을 맡기는 모습을 빌어 쉰다고 표현해낸 옛사람의 지혜가 느껴진다.우리 옛 선비들의 최고 피서법은 탁족(濯足)이었다. 찜통더위라도 신분과 체면 때문에 맨몸을 드러내기 어려우니 흐르는 물에 발만 담가 시린 기운을 즐기며 더위를 식혔던 것이다. 나물 먹고 배불러서 손으로 배를 문지르고 돌 위에 앉아서 두 다리 드러내어 발을 담근다. 그 시원한 물을 입에 머금고 쭉 뿜어내면 불같은 더위가 저만치 도망을 가고 먼지 묻은 갓끈도 씻어낸다 이인로의 <탁족부>에서는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여유롭게 더위를 피하는 선비들의 풍류를 엿볼수 있다.최근 휴가철을 맞아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원화강세와 주가상승이 이어지면서 올해 해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인 해외 관광객은 1160만 여명으로 지난 3년 동안 무려 30%나 증가했고 덩달아 관광객의 해외 지출 씀씀이도 커져 지난해 관광수지는 8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해외 관광으로 다 쓰고 있다는 외신의 지적을 곱씹어 봐야할 일이다.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 국토 구석구석에는 찾아보지 못한 비경이 많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으로의 휴가는 전원감상과 농촌체험, 신선 먹거리 구입 등 많은 메리트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녹색농촌체험마을, 농촌전통테마마을, 어촌체험마을, 아름마을, 팜스테이마을과 같은 농촌관광마을과 자연휴양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농촌지역의 관광 인프라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농촌에서 휴가를 즐긴 사람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통계에 의하면 1995년 27.5%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에는 84.1%까지 증가하였다. 농촌에서 보내는 휴가는 농촌만이 갖고 있는 자연경관, 전통과 문화 그리고 체험과 학습에 더하여 한미 FTA로 실의에 빠진 농촌에 도움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는 여름휴가철이라고 한다. 올해는 자녀들에게 책 몇 권을 들려 여유로움이 있고 넉넉함이 있는 농산어촌으로 휴가를 떠나보면 어떨까?/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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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7.31 23:02

[전북칼럼] 건강한 사회를 위하여 - 황지욱

당신은 암에 걸렸습니다. 암을 치료하려면 암세포의 근원인 종양제거하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처방입니다. 어떤 사람이 암에 걸렸다면 의사의 처방은 명료할 것이다. 환자와 가족도 의사의 처방에 수긍할 것이며, 종양을 제거하기까지 무수한 고통과 싸워낼 것이다. 이처럼 건강이란 개인에게 뿐만이 아니라 가족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요소이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건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고이래로 건강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말해 왔던 것이다.신체적 건강이 개인에게 있어서 이렇게 소중하듯 사회적 건강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위하여 정말 소중하다. 썩고 부패한 사회에서는 정의가 살아 있을 수 없다. 법도 권위를 잃고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하다. 결국 많은 사람의 행복은 사라지고 분노와 좌절만 남게 될 것이다. 독재정권이 판을 치던 70년대, 80년대를 상기해 보면 그 모습은 더욱 선명해 진다. 불법이 판을 쳐도 누구의 책임도 없던 사회였다. 반면에 약한 자나 가난한 자는 일방적으로 고통 받던 시대였다. 21세기가 된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이런 구태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이번 IOC총회의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보면 우리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실망이 다시 도전할 수 있기에 치유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물림되지 말아야할 상처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겪지 말아야할 불의함이기도 하다. 따라서 불의라는 종양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건강한 사회민의 양성을 위하여 분명하게 제거해 나가야 할 요소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의에 대해서 온정주의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 약한 자나 가난한 자에게는 온정의 손길이 펼쳐지지 않으면서도, 권력자나 가진 자 앞에서는 그들의 불의에 대해서도 온정주의를 발동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내가 아는 사람이기 대충대충 넘어가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를 만들 책임을 지고 있는 위치에 있다면 불의가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의사는 의사로서, 법관은 법관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 할 때 건강한 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의사의 입장에서 우리의 사회와 도시를 바라보곤 한다.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계획이나 대충대충 이루어진 계획은 사고유발과 직결된다.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생명을 다루는 의사처럼 도시를 대하려고 한다. 내 자녀와 이웃이 교통사고로부터 보호받고, 범죄로부터 보호받는 도시를 만려고 한다. 이것이 안전한 도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황지욱(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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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7.24 23:02

[전북칼럼] 군자의 행실 소인의 행실 - 김학권

최근 신문방송에서는 정치권의 각종 의혹 제기와 진실공방이 어지럽게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일까? 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리의 외형적 모습을 인간의 가치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그 외형적 모습과는 본질적으로 관계가 없다. 파스칼에 의하면 인간의 존엄성은 우리가 생각한다는데 있다고 한다. 사람의 위대한 가치는 어려운 역경 속에서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그 가치를 실행할 때 더욱 빛나게 됨을 본다. 좋은 환경 속에 놓여 있을 때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역할과 기능 수행이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역경에 놓이게 되면 항용 자기의 잘못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남을 탓하고 원망하며 사람의 도리에 어긋난 죄악을 범하기 쉽다. 따라서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의연하게 기울이게 될 때 그의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더욱 빛나게 된다.『논어』「위령공」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공자가 초나라 왕의 초빙을 받아 초나라로 가던 도중 진나라 군사에게 포위를 당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먹을 식량도 떨어지고 병자까지 발생하게 되자 의협심이 강한 자로는 이러다가는 모두 굶주리고 병들어 죽겠구나 싶은 생각에 분을 참지 못하고 공자에게 군자도 궁핍할 때가 있습니까?라고 대들었다. 이 뜻은 선생님께서는 학문이나 덕행이 다 훌륭하신 군자이신데 왜 이렇게 궁핍한 상황을 당해서도 가만히 계십니까? 라는 불만의 물음이었다. 자로는 이 일이 진나라 사람들의 무도함 때문에 생긴 것이니 이들의 양식을 빼앗아도 상관없고, 그들을 속이거나 매수해서라도 이 포위망을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먼저 공자의 의향을 타진해 보려는 것이었다. 이때 공자의 대답은 소인은 궁핍하면 무슨 짓이든지 함부로 행하게 되지만, 군자는 궁핍한 때라도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 행실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고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이른바 고궁(固窮)이라는 것이다. 소인의 태도는 인생을 짧고 좁게 보아 사욕을 위하여 공덕을 저버리는 것이지만, 공자의 고궁의 인생 태도는 인생을 크고 길게 보아 공익을 위해서 어느 정도 자신의 사익의 희생을 감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멀리 보면 사익만의 추구는 자기는 물론 전체를 망치게 하며, 공익의 추구는 전체는 물론 자기 자신도 살리게 되는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난무하고 있는 각종 불법과 비리의 폭로사태를 접하면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이며, 또한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김학권(원광대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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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7.17 23:02

[전북칼럼] 대학생 창업 적극 뒷받침하자 - 정의붕

지금 전북은 한편으로 기회를, 다른 한편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회라는 의미는 지방자치제도가 도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우리 지역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이다. 사실 지방자치가 제도화되면서 전북지역이 독자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여 가는 모습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새만금 개발이라든가 기업유치 전략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북의 위기를 알리는 지표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일자리도 대부분 수도권에 밀집해 있어서 지방대학을 졸업한 우수인력들도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북은 해마다 늘어나는 인구유출과 청년실업 그리고 지역 대학생들의 고용창출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전라북도가 우리지역 대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희망창업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창업지원을 시작하였다. 늦었지만 지역 대학생들의 고용창출을 위한 한 가지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대학생들의 창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프트웨어의 황제, 세계최고의 갑부등의 수식어가 붙는 빌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시절에 2명의 친구와 함께 PC가 모든 사무실과 가정에서 중요한 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PC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한 벤처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단 1%의 창업성공으로 수만 명의 고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대학생의 창업은 그들만의 창의성과 믿음을 가지고 출발하고 있다. 대학생 창업의 장점은 대학 캠퍼스 내에서 언제 어디서나 타 학과 타 전공 학생들과 만나서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여러 가지 전공을 융합해서 새로운 기술의 창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다른 장점은 그들만의 단결된 힘이 창업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학생 창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좀 더 고차원적인 지원체계가 절실하다. 대학은 학생들의 기술창업을 부각시킬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며 국가도 행정과 재정지원 그리고 세무상담까지 병행해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대학생 창업지원을 위해 대학교수를 포함한 분야별 전문가가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창업행정론, 창업기술론과 같은 교과목 편성과 함께 창업현장실습도 병행하고 있다. 무역이나 경영분야와 같은 각 분야 전문가의 지원은 물론 사무실 임대까지도 지방자치정부가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창업지원은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 못지않게 많은 국책기관이나 정부기관이 다양한 방법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중소기업청의 창업지원팀과 전라북도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지원센터가 있다. 중요한 점은 실제로 대학생 창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지원센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창업동아리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국규모의 창업동아리 경진대회를 개최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대학의 저학년 때부터 창업관련 교과목을 개설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자문역으로 산업체 인사를 창업동아리와 멘토링 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전북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그리고 우리 지역 대학 졸업자들이 우리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게 무엇이든 다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정의붕(호원대 산학협력단장)정의봉 단장은 중소기업청 기술 혁신 평가위원, 전북창업보육센터협의회 부회장, 특성화 사업단 상설평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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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7.10 23:02

[전북칼럼] 가뭄보다 장마가 더 무섭다 - 임수진

가물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가뭄은 아무리 심한 경우라도 농작물 소출에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큰물이 지면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리므로 가뭄에 의한 재난보다 장마로 인한 재난이 더 무섭다는 말이다.바야흐로 장마철이다. 장마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장마전선에 의해 많은 비가 내리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그런데 이 기간이 벼의 이앙 후 활착기로 작물식생과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장마는 저수지나 하천의 수질을 맑게 하고 건조했던 대기를 정화하는 등 긍정적 기능이 있다. 또한 봄 가뭄을 해갈해 주기도 한다. 실제로 올해 장마가 시작된 6월말까지 평년보다 17%적은 강수량으로 일부지역에 가뭄이 극심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공사에서는 지역별로 휴일없이 비상근무를 하면서 3,356ha에 양수기 3,858대 관정개발 12개소, 하상굴착 41개소 등을 지원하였다.다행히도 전북지역은 농업생산기반시설이 타 지역보다 잘 갖추어져 있어 그 정도가 덜한 편이었다.장마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홍수나 산사태 등으로 농경지 침수, 인명피해 등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 특히 장마전선이 태풍과 상호작용하여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는 큰 재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장마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가뭄과 장마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수리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소해왔으며, 지난해까지 총 논면적 1,084천ha의 80%인 870천ha를 수리답으로 바꾸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수리시설물이 건설된지 오래되고, 유지관리 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주요 농업용 수리시설 7만 개소 중에서 3만7천개소(52%)가 설치한지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시설로 용수손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재해에 취약하여 수리시설물 보강이 절실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실례로 지난 2002년 8월 태풍 루사로 인해 강릉에 연평균 강수량의 62%인 87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단 하루만에 내려 저수지가 붕괴되기도 하였으며, 지난해에는 태풍 에위니아 등으로 인해 둑이 붕괴되고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해마다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정부와 우리공사는 노후된 수리시설을 보수?보강해 나가는 한편, 수량이 500만㎥이상인 대형 저수지에 대해 제방을 높이고 방류시설을 장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배수개선사업과 비상상황 발생에 대처할 수 있도록 계획도 수립하는 등 재해의 사전예방을 위한 대책을 중점 추진해 나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올해에는 6,807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분별없는 장마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다. 올해에는 심술궂은 장마가 아니길 바라며 모두가 예방과 사전대비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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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7.03 23:02

[전북칼럼] 6월의 심장은 아직도 뛰고 있다. - 김희수

1979. 10. 26. 박정희 독재자 피살, 전두환 도당들의 12. 12. 군사쿠데타, 그리고 온통 최루탄 연기 속에서 질식했던 80년의 봄, 그렇게 못다 피고 산화해간 광주의 넋들이 있었다. 그리고 87년 전두환 도배 등을 향한 전 국민적인 항거였던 6월 항쟁이 독재타도 호헌철폐라는 축약된 상징으로 반쯤의 벅찬 승리를 쟁취한지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6월 항쟁 20돌을 맞아 많은 언론들이 그 성과를 되짚어보는 특집들을 다루고 있다. 대체적인 평가들은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룩하였으나 실질적 민주주의는 아직 이루지 못한 미완의 혁명이라고 보는 것 같다. 민주화는 진전되었으나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악화되어 민중의 삶의 질은 나빠졌다는 평가에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는 아직 우리 사회가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도 제대로 쟁취하지 못한 사회라고 판단한다.다시금 군인들이 총칼과 탱크를 몰고 거리로 몰려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되는 점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이룩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법과 제도가 민주화 되어야 한다. 또 다른 민주주의 위기였던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국민은 법과 제도를 명실상부하게 민주화시킬 절호의 기회를 여당에게 부여하였다. 그러나 무능하고 저급하며 지리멸렬한 정치인들은 이를 현실화시키는데 실패하였다. 그리하여 마치 민주화 세대들은 무능한 세대인 것처럼 억울한 모함과 평가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그 무능한 정치인 덕분에 여야 모두 폐지하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었던 국가보안법 제7조가 시퍼렇게 날뛰고 있고, 오히려 개악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통신비밀보호법 등은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려버렸다. 또한 자칭 참여정부로 명명한 현 정부에서 국민의 참여는 거부되거나 묵살되고 있다. 이미 집권층 내부에서 건전한 비판의 소리는 사라져 버렸고, 비정규직의 서러움과 아픔의 소리는 집권층에게는 그저 불평불만 소리쯤으로 간주되고, 한미 FTA를 두고 절규하는 농민 등의 몸부림은 세계화에 무식한 농군의 폭력쯤으로 치부되었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법제도관행이 작동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요원한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시대를 살고 있다. 기나긴 어둠의 광기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세대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꿈은 부패하고 파렴치한 인간의 탈을 쓴 꼴통 정치군인 등이 물러가면 네모반듯한 집으로 세워질 줄 믿었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를 재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진정한 민주주의는 결코 이루지 못한다는 뼈아픈 경험을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제 입을 다물고 있는 대다수 6월의 심장들이 희망의 연대로 타올라 저 허접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을 선거라는 모래판 밖으로 몰아내고,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그 길이 조국 산하의 곪아터진 피울음을 멈추고 형식적실질적 민주주의를 이 땅에 심는 씨앗이다. 6월의 심장은 아직도 뛰고 있다./김희수(전북대교수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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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26 23:02

[전북칼럼] 역사공부, 진정한 미래학 - 이영호

얼마 전 <제3의 물결>로 잘 알려진 미국의 앨빈 토플러 초청강연이 있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개 강연 후 미래학자는 늘 이야기 하던 미래에 집중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과거에 매이지 말라 그간의 자기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그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확신까지 강조하여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위압적인 언설은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과거를 벗어던질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들렸고 나아가 과거에 대한 관심까지도 가로막는 지침처럼 들렸다. 무책임한 미래학자의 충고는 자칫 우리들의 과거 돌아보기, 진실-역사공부마저 무가치한 것으로 내쳐지고 있었다. 우리의 역사 공부는 남아돌아갈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다. 식민지사관을 떨쳐 내기 시작한 80-90년대의 우리사회와 학계의 역사공부는 말 그대로 피나는 싸움이었다. 어렵사리 시작된 과거사 해명이 과거 세력의 방해로 아직도 종종걸음이다. 본격적인 20년 전의 민주화운동 기념사업도 이제 시작이다. 미진한 부분이 많다. 5.18 민중항쟁의 역사를 그르치려는 군부쿠데타의 과거 세력들이 온존하고 있다. 흐려진 역사는 아이러니의 현실을 생산한다. 용서하려는 사람은 모든 증오를 극복하고 용서하려는데 마땅히 용서 받아야 할 죄인이 없다는 것이다. 요식행위와 같은 재판은 끝이 났고 이제는 죄책도 용서 받을 일도 없이 대적죄인들은 대낮에 행보하고 있다. 5.16 쿠데타 이후 군사독제가 저질은 범죄적 역사 역시, 용서받을 자를 찾을 수 없다. 피맺힌 울음을 울고 있는 무죄한 피해자들은 용서하려는데 용서 받을 자를 도대체 찾을 수 없다. 현대사의 죄인들에게 내린 요식행위의 감옥살이는 하늘의 용서까지 받게 한 꼴이 되어 신의 은총 속에서 날마다 행복을 누리게 하지 않았나. 용서할 마음이 준비된 피해자들! 한에 한이 맺히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 현대사가 끝내지 못한 또 다른 역사적 죄악이다. 이것이 우리들의 영화 <밀양>에서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씨가 토해낸 부르짖음이다. 일본의 지식인들과 일본정부는 아직도 그들의 반인륜적 과거역사에 대하여 한치의 죄책도 뉘우침 없이 적반하장의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록보존의 왕국이다. 모든 기록을 파악하고 있는 일본은 바로 자신들의 이 과거사로 인하여 죽을병에 걸린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화살을 자신의 아킬레스 근에 깊숙이 꽂았다. 그들의 아킬레스 근은 바로 그들 문화의 골수인 수치심이다. 수치심은 자신을 숨기는 본성을 지닌다. 그래서 수치심을 감추려고 온갖 수치스런 일을 저지르고 오히려 당당해진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수치심은 타인을 제거하며 결국 자신을 제거하게 된다. 사회심리적 악순환의 원형이다. 자신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악랄했던 과거를 뉘우칠 수 없다면 그들 자신의 문화적 원형인 수치심으로 인한 자기파괴와 <일본침몰>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용서받을 준비가 된 세상에서 용서하는 세상이 창조된다. 이것이 인간 사회의 발전 원동력이다. 반인간적 과거사에 연루된 세력들이 진정한 용서를 받을 준비가 될 때 우리는 희망이 예상되는 정치사회 역사의 밭을 갈고 씨를 뿌릴 수 있을 것이다. 가라지를 뽑지 못한 밭에서는 만족할 추수를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 역사 현실이다.미래학자의 반절만의 진실교훈보다, 불편하지만 드러낸 진실을 목격해야하는 과거역사-공부야말로 우리사회를 건강하고 편안하게 빚어가는 진정한 미래학이 아닐 수 없다. /이영호(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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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19 23:02

[전북칼럼] 언제까지 '해쳐모여' 타령인가 - 곽병선

서구 선진국들의 정당들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정당들 중 20년 넘은 정당을 찾아 볼 수 없다. 정당이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정당의 현실은 이와 같은 사전(辭典)적 개념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대선이나 총선을 위해 당시의 정치적 상황논리에 따라 급조된 단체라고 정의하는 것이 보다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정당에서 이념이나 정치적 주의는 사라지고, 오로지 선거에서의 당선가능성이나 정치지형에 따라 기존의 정당이 사라지고 새로운 정당들이 급조되곤 한다. 최근의 경우만 보더라도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창당 시에 100년 이상 버틸 수 있는 당을 만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였고, 국민들은 그 약속을 믿고 원내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었다. 몇 번의 보선에서 참패하고 정당지지율이 급락하자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더니만 요즈음 들어서는 서로를 공격하는 해괴망측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당대표와 고위당직을 역임했던 사람들까지 앞 다투어 자신들의 과거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정당정치는 오늘날 대의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이다. 국민은 정당이 표방하는 이념과 정강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 정당을 통해서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욕구를 해소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들은 국민들의 욕구보다는 자신들의 욕구만을 채우려는 이기적 존재로 비쳐질 뿐이다. 지난 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후보는 전라북도에서 90.6%의 지지를 받았었다. 16대 대선에서 전라북도민들은 노무현후보에게 90.7%라는 더 많은 지지를 해주었다. 노무현대통령은 호남의 맹주라고 자처하는 김대중 전대통령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던 것이다. 16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시 민주당은 전라북도 10개의 선거구에서 8명만 당선시켰었다. 소위 황색바람이 휘몰아쳤던 당시의 지역현실 속에서도 한나라당 강현욱후보가 군산에서, 무소속 이강래후보가 남원 순창에서 각각 당선되었었다. 참여정부시절에 실시된 지난 17대 총선에서 전라북도민들은 그야말로 아낌없이 11개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들만을 전원 당선시켰다. 열린우리당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 지역을 싹쓸이 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전북도민들은 이심전심으로 영남출신인 노무현후보를 매개로하여 지역구도에 의한 정치구도의 타파와 새로운 개혁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집권기간 내내 전북도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절망을, 지역구도의 타파보다는 새로운 지역연합을 꾀하는 진부한 모습으로 실망만을 주었을 뿐이다. 특히 방폐장설치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동원하면서 부안과 군산을 포함한 지역민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었다.바야흐로 열린우리당은 핵분열의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이에 따라 전북의 정치권도 사분오열되어가고 있다. 언론에서 전하는 집권여당의 핵분열은 마치 퍼즐게임을 맞추는 것 못지않게 복잡하다. 정당정치의 핵심은 정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행위들을 선거를 통해서 국민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기존의 정당을 없애버리고 새로운 정당을 통해서 국민들이 미래만 판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과거는 떳떳하지 못하니 덮어두고 괜찮은 미래가 있으니 이것만 판단해달라고 한다. 그 미래도 새로운 선거철이 되면 과거가 되고, 이들은 또 다시 과거가 없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지 않겠는가? /곽병선(군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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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12 23:02

[전북칼럼] 중도통합민주당의 미래 - 강봉균

한국의 정치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치세력을 노선에 따라 구분해 보면 우파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과 좌파적 정당인 민노당이 있고 중도노선을 표방하는 중도개혁 신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있다.17대 국회에서 최대의석을 보유했던 열린우리당은 중도주의 노선과 좌파노선의 사람들이 섞여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다가 결국 해체위기에 직면해 있다.중도개혁신당과 민주당은 통합을 시도하면서 열린우리당 내의 중도노선 세력까지 포용하는 대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우파노선인 한나라당과 금년 대선에서 한판 승부를 해보려면 중도노선의 대통합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나는 중도개혁신당의 통합추진 위원장을 맡아서 민주당과 통합작업을 진행해 왔다.이 과정에서 소통합이냐 대통합이냐의 논쟁이 발생하게 된 배경은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노선의 차이를 따지지 말고 모두 통합대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소수이긴 하지만 좌파노선 사람들을 배제할 것이냐를 두고 견해 차이가 존재하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이념적 배제론은 민주당과 중도개혁신당과의 통합협상을 최종 타결하는 과정에서 거의 해소되었다.첫째는 중도통합 정당이 중도개혁노선을 분명히 표방하고 있고 기본정책합의서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노선에 동조하는 세력은 모두 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둘째는 보수우익 정당인 한나라당이 현재 여론조사 상으로 높은 지지도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급진 좌파세력이 아니면 모두 포용해야만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이제 세계는 남미의 일부 국가와 북한을 제외하면 좌파세력이 거의 힘을 못 쓰고 있다. 유럽에 노동당이나 사회당 전통을 가지고 있는 정당들이 있지만 지금은 거의 실용주의적 탈이념정책을 추구하고 있다.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경쟁하고 생존하려면 구시대적 좌파이념에서 탈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은 중도개혁주의의 깃발 아래 이 나라의 모든 중도세력을 대통합 해나갈 것이다. 그러면 금년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확신한다. 대선승리를 장담하는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중도통합민주당은 이 나라 민주화 투쟁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이어받은 민주당세력이 합류하였다. 한나라당은 과거 군사독재와 그 이후 3당 합당이 되었지만 권위주의 정권의 유산을 이어받은 정당이라는 점에서 민주화세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약점을 갖고 있다. 아직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성숙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만약 권위주의의 뿌리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되찾게 되면 이 나라 민주화의 역사는 다시 과거로 회귀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국민들이 매우 많다.둘째 중도통합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층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개발년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계층이 많다. 중산층은 줄어들고 서민층은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성장만 집착하는 한나라당보다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추구하는 중도통합민주당에게 거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기대가 대선승리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셋째 중도통합민주당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한나라당은 산업화시대의 경제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반도 대운하건설이나 열차패리구상을 경제 살리는 묘책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통합민주당에는 IMF위기를 극복한 경륜 있는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에 정보화, 세계화시대에 맞은 경제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이상 세 가지 이유만으로도 중도통합민주당은 금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강봉균(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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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05 23:02

[전북칼럼] 무기력이라는 그물망 - 김희수

대통령님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민주세력이 무능하면 보수세력이 유능하냐고 말 하던 그날, 뜨거운 함성이 무등골을 데웠던 518 그날, 남북의 갈라진 산하에 열차가 분단의 벽을 뚫고 금단의 땅으로 들어서던 그 즈음, 한 전북지역 교사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참여정부와 민주세력을 동일하게 등치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더라도, 민주세력이 유능했으면 위 교사가 수사를 받았겠는지 자문해 보면 유능한지 무능한지 알 수 있는 않는가. 인간이든 동물이든 사냥감으로 정해 놓고 포위의 그물망을 좁혀 마침내 더 이상 항거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면 인간과 동물은 결렬한 저항, 무기력한 자포자기, 체념, 혹은 순응 등 다양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가난을 연인처럼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극빈층도 노동이 신성한 가치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뼈가 부스러지게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에서 빙글빙글 도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심정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위 교사가 국가보안법철폐와 미군철수를 주장하였다는 내용이 북한 주장과 동일하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이롭게 하므로 국가보안법위반이라는 혐의 내용도 결국 자유롭게 비상하는 한 인간을 무기력하게 포위하여 그물망 속에 가두고 거세시키려는 행동이다.대통령님께서 결코 무능하지 않다고 강변하시던 그날에도 어김없는 일상으로 반복된 가난한 우리 이웃들의 삶과 힘없는 약자인 한 교사의 울부짖음을 듣고 있었다면 민주세력이 유능한 것처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느님, 마호메트, 부처를 믿는다는 이유로 처벌을 한다면 모두 분노하고, 항거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본질이 인간 내면의 사상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것이고, 미군철수 운운도 그냥 평범한 개인의 생각일 뿐인데, 왜 민주세력은 십자가 밟기라는 시대착오적이고 모욕적인 사상형법, 정치형법에 사망진단서를 발급하지 못하였는가. 그 답은 결국 무능과 무기력이 아닌가. 민주세력은 실패하였고, 아무것도 재대로 이루지 못하였고,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며 심연의 늪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포위망은 더욱 조일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그 때는 더욱 무기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부속품처럼 매달려 있을 것이다.무능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낙인찍힌 진보?민주세력이 다시 일어설 해독제는 진정 없는 것일까. 가난을 멍에처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진정한 평화와 인권 그리고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세상이 바뀌고,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진정한 이유는 스스로 일어설 정당한 분노를 잃어버린 성찰적 삶의 부족으로부터 기인하는 것 아닌가. 나는 모든 것에 실패하였어도 나 자신에게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한 독립?혁명운동가의 잊혀진 서러움이 이 시대를 사는 이름 없는 민초들에게 공명(共鳴) 될 때 진정 아름다운 나라가 되고, 민주세력은 무기력이라는 그물망으로부터 벗어 날 것이라 감히 말한다. /김희수(전북대 교수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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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9 23:02

[전북칼럼]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13주년 - 이영호

1세기 전, 한반도의 격동기 속에서 처절하게 살던 농민군은 수만명이 모였던 원평 회집에 이어, 고부를 제압하며 휘져은 위세와 무장의 전면봉기의 힘을 실어 드디어 호남의 제1성 전주성에 무혈 입성한다. 1984년 5월 하순(음력 4월 27일), 용머리 고개에 도달한 농민군은 일렬종대의 진법으로 함성과 함께 육중하게 닫힌 서문을 열고 들어선다. 당시 감사이었던 김문현은 성을 탈출하면서 농민군의 전주입성을 막아내려고 서문 밖 주변의 수천채의 민가를 불태워 쑥대밭을 만들었다. 성안의 벼슬아치들은 모조리 줄 행낭을 쳐버리고 수많은 장꾼들과 함께 들어선 농민군은 곧바로 텅 빈 감영의 선화당(宣化堂)에 들어섰다. 전봉준 장군은 그곳에 좌정하고 입성장군으로 폐정개혁 12조항을 실시하도록 호령을 내렸다.5월 하순을 맞는 기간, 금주 말에서 다음 주는 동학농민혁명사업회가 주관하고 전북도와 전주시 그리고 전북대학교가 지원하는 동학농민군 전주입성 113주년 기념대회와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원평, 금구, 삼천지역, 완산동의 용머리, 그리고 전주화약에 이르는 전적지인 완산, 건지산, 기린봉, 오목대, 황학대 등 역사탐방으로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전북도와 전주시가 이러한 역사보전과 역사교육, 나아가 전통문화의 진정한 맥을 이어 나아갈 역사공원 조성을 계기로 의로운 역사의 정신을 다시금 이 시대에 살려내는 재창조의 노력을 기대해 볼 일이다.113년 전 전주성을 무혈 입성한 농민군의 지도부는 곧바로 우리가 다 아는 집강소(執綱所)를 설치하고 패정개혁을 단행한다. 부패한 관리들을 낱낱이 색출 징벌할 것이며, 불량한 지배층을 징벌할 것이며, 계급제도를 철폐하고 신분제를 타파할 것이며, 불가촉민으로 천대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며, 여성의 권리를 정당하게 할 것이며, 부당한 잡세를 금지할 것이며, 관리채용에 지벌(地閥)을 타파할 것이며, 침략자 왜(倭)인들과의 내통을 금지하는 것이며, 공평한 토지분배를 시행 하게 하는 일이었다. 농민들의 한 맺힌 희망과 꿈의 실천 사항이었다.113년 전의 농민군 전주입성을 기념하여 우리지역에서, 자그마한 행사로 재현된다. 이러한 행사는 당시 농민군들이 목숨을 걸고 꿈꿔온 한 맺힌 희망이 100년을 지나 오늘을 사는 후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같은 희망이 된다는 동시대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다.동학농민의 처절했던 혁명의 역사는 격동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재창조의 실천이 요구된다. 113년 전 농민들이 실천하려했던 패정개혁, 거기에서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 미국의 개방 압력 앞에서 굴복하고 있는 정부, 국민의 고함 소리에도 귀를 막고있는 정부, 국내 거대 자본들의 독점적지배의 경제현실, 군국주의 군대를 재건하려는 일본의 야욕의 현실 등 국내외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는 1세기 전 정세와 동일성을 겪고 있다.동학농민군의 전주입성 113주년을 맞으며 그들의 한(恨)과 함께 너무도 구체적이었던 개혁실천을 짚어 보면서 우리 시대를 다시 짚어본다. /이영호(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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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2 23:02

[전북칼럼] 재벌총수의 특권의식 - 곽병선

프랑스 북부도시 칼레에는 유명한 칼레의 시민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이 조각상은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살신성인한 생피에르라는 귀족을 기념하기 위해서 로뎅이 조각한 작품이다. 1347년 영국과 프랑스사이에는 백년전쟁이 진행 중이었다. 영국군은 도버해협을 건너 칼레시를 포위하였다. 도시 전체가 포위되어 시민 모두가 영국군에 저항하였으나 승세는 점 점 기울어져만 갔다. 무고한 시민들을 사지(死地)로 몰 수 없어서 영국군에 항복하기로 결정하고, 항복사절단을 파견하였다. 영국 국왕 에드워드 3세는 항복 조건을 제시하고, 이 조건만 충족되면 모든 칼레시민들을 용서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 조건은 칼레시의 시민대표 6명을 선발하여 이들에게 자신들이 목 메 달릴 밧줄을 스스로 목에 걸고, 맨발로 영국군진영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이들 6명에게만 모든 전쟁책임을 묻고, 교수형에 처함으로써 칼레시민들은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항복사절단으로부터 이 항복조건을 전해들은 칼레시의 6명의 귀족들은 스스로 자원하였다. 칼레시장도 자원하여 모두 7명이 되었다. 한 명은 필요 없게 되어 그들은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오는 순서대로 6명을 선발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6명이 도착하였으나, 칼레 시에서 가장 부유한 귀족인 생피에르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죽음을 두려워하여 일부러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생피에르는 아침 일찍 스스로 자결하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신과 칼레시의 명예를 지키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들 6명은 영국왕 앞에 나갔다. 그러나 영국 왕비의 간청에 의해서 이들은 교수형에 처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칼레시민 모두는 목숨과 명예를 지켰다. 칼레의 귀족들은 칼레시의 특권층이었지만, 시민전체가 누란의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으며 시민들을 보호하려고 하였다. 한 사회의 특권층에 있는 사람들은 지위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스스로의 특권을 내려놓고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 시민들로부터 노블레스로 인정받는 것이다.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이 자신의 아들을 폭행한 북창동의 술집종업원들을 회사직원들과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하여 청계산에서 직접 보복한 사실이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혹자는 이 재벌총수의 행동을 부정(父情이)나 사나이다움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이 청계산보복의 진실은 감히 일개 종업원이 재벌의 아들을 때려라는 재벌 총수가 갖고 있는 특권의식이다.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일정부분 국민들의 희생과 땀을 빚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한화그룹은 국가로부터 독점적 지위와 온갖 금융특혜를 받으면서 재벌이 되었다. 국민과 사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북창동 술집에서 술집종업원으로 일하는 청년들은 재벌이 빚을 지고 있는 어느 가난한 시민의 자식들일 것이다. 만일 그 재벌 총수가 끊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그들을 찾아가 스스로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용서하는 관용을 보여주었으면 어떠했을까? 아들에 대한 부정(父情)으로 사적인 복수를 하여 순간적인 카타르시스가 있었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허탈하다. 복수의 화신 같은 이 재벌총수를 지켜보면서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지며 시민들을 구하였던 칼레시의 생피에르가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자꾸 생각난다./곽병선(군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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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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