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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대한민국'호

시간이 멈춰버렸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직 덜 깬 새벽 휴대폰이 울린다. “아니 도대체 국회의원들은 뭐하고 있는거냐.” 낯익은 어르신의 호통이다. 늦은 밤 낯선 번호가 뜬다. “야당은 언제까지 비겁하게 숨죽이며 아무 말도 안할 겁니까.” 생면부지의 학교선생님께서 나무란다.책임 지는 사람 없는 참사안산은 온 도시가 슬픔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분향소 커다란 화면에는 앳된 얼굴의 영정 사진이 연이어 지나간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태풍이 분 것도 아닌데 이 많은 어린 학생들을 ‘고인’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매일 밤 꿈을 꾼다. 슈퍼맨이 되어 배를 불끈 들어올리고 마징가Z가 되어 선체를 누벼 생존자를 찾아낸다. 그러나 깨어버린 밤,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자신을 발견하고 절망에 빠진다.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 다문다.우리는 죄인이다. TV로 생중계되는 화면을 종일 지켜보면서도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 국민들은 묻는다. 세월호가 조난신호를 보낼 때 국가는 어디 있었는가. 학생들이 살려달라고 외칠 때 국가는 어디 있었는가. 헌법 38조에는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며 국가를 대표’하며 헌법 62조에는 ‘국무총리와 장관은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은 공무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질책하고 청와대 안보실장은 콘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하고 해경의 간부는 침몰 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으면서도 이만큼 구해낸 것은 잘한 것이라고 항변했다.아무도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사고 이후 말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 아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저희들의 심정이다. 우리도 이 참사의 공범이자, 죄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해내지 못했다. 그 때 도대체 대한민국은 어디 있었는가. 책임져야 될 정부는 무엇하고 있었는가. 국민들이 묻고 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태풍이 분 것도 아니었다. 바다는 고요했고, 날씨는 화창했는데 엄청난 사고가 벌어졌다. 우리는 사고 이면의 구조적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국민의 공적이 되어 버린 선장은 1년 계약직이고, 선원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그들에게 배에 대한 애착이나 책임감을 가지라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선주와 선장과 선원이 살인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책임지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 뚜렷하게 알고 있다.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도 가라앉았다. 경제활성화를 내세워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친 MB정부는, 18년 된 낡은 배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규제완화조치를 내렸다. 대통령은 책임을 지는 자리'송파 세 모녀'와 같은 가난한 이웃의 비극은 심각하게 다루지 않으면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학교 옆에 호텔을 짓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대통령은 가라앉는 배의 승객을 포기한 선장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대통령은 책임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다. 우리는 아랫사람을 질책하는 매서운 눈초리의 대통령이 아니라 ‘내 책임‘이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세월호 구조작전은 탐욕을 방치하고 단 한명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정의가 넘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치열한 과정이어야 한다. 이 길에서 국민들이 야당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 그것을 흔들리지 않고 용기 있게 맞서 싸워 이뤄내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호의 개조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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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01 23:02

이제는 앞을 향해 달려가자

2012년 11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후보는 한 행사에 참석해 “저와 새누리당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여러분에 대한 정당공천폐지를 약속드린다. 그동안 기초의원,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으로 인해 지방정치 현장에서 중앙정치 눈치 보기와 줄서기 등의 폐해가 발생했고 비리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기초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통해 기초의회와 기초단체가 중앙정치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주민생활에 밀착된 지방정치를 펼치도록 돕겠다”고 말한다. 정당공천 폐지 공약 못지킨 여야박근혜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정당공천폐지는 시도해볼만한 모험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약속은 작년에 치러진 가평군수 보궐선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박근혜대통령은 이후 공약파기에 대한 단 한마디의 변명이나 사과도 없이 침묵했다. 올해 초 여야가 정치개혁특위에서 정당공천폐지에 대한 법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으나 이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당공천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양당 후보들의 주요 공약 사항이었음에도 대한민국 정치가 여야 공통 공약 하나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결국 6.4지방선거는 두 개의 룰이 존재하는 상황이 되었고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주 목요일 (10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통해 공천을 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이에 대한 논란을 정리했다. 정치를 하다보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애초에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정을 설명하고, 새롭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정치인의 바람직한 자세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렵사리 공천을 결정한 날,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사과부터 해도 모자랄 새누리당은 참으로 염치없는 말들을 쏟아내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정치가 염치를 잃으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종국에 가서는 자신들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것을 새누리당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공천제도도 마찬가지다. 공천이든 무공천이든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필자는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천제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개혁하고 공천이 국민에게 봉사할 청렴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의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무공천보다 정당이 추구해야 할 더 가치 있고 책임감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공천하기로 한 이상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공천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더 논란이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는 요즘 4년 전 6.2 지방선거를 자주 떠올린다. 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사태가 터지자 모두들 민주당이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정말 전력을 다해서 전국 곳곳을 누볐고 모든 당원이 한마음이 되어 선거를 치러냈다. 그 결과 민주당은 압승했다. 전국적인 이슈와 야권연대, 능력있는 후보와 전 당원들의 합심이 불러온 결과였다. 시행착오와 후안무치는 달라세상에 쉬운 선거는 없다. 여러 난관이 있지만 난관은 공동체의 단결을 불러오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공천논란으로 시간만 까먹었다는 탄식이 있는데 필자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소신을 가지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서 당론을 확정했다. 새누리당의 몰염치와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이 같은 룰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게 된 이상 이제부터는 인물싸움, 정책싸움이다. 국민의 마음을 읽어내고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드는 일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수반된다면 이번 지방선거 역시 충분히 승산있는 선거가 될 것이다. 6.4 지방선거는 염치도 없고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후안무치 새누리당 정권에게 반드시 경종을 울리는 선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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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17 23:02

만인의총과 일본의 역사 왜곡

일본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지칭되어 왔다. 아마도 역사적인 사실 때문에 그렇게 인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깝게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우리나라를 침탈하고 강제합병한 것 이외에도 수백년전부터 왜적들의 잦은 노략질을 비롯해 수많은 침략이 있었다. 침략의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는 솔직히 증오심마저 배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다가 세계 최초이자 최후로 원폭투하로 통해 항복하기까지 일본이 보여준 침략행위들은 사실상 광기에 버금간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 지키다 순절하지만 주변국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침략 행위를 행했던 일본은 극우보수주의자인 ‘아베 신조’ 총리의 등장 이후에 노골적인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역사를 부정하고, 역사 왜곡마저 일삼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공분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마저 부인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어이없다. 일본의 뼈저린 자성이 필요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출범 1주년을 맞이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전격 강행해 주변국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태평양 전쟁의 전범들의 명부가 보관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행위는 태평양전쟁이 정당한 것이었고, 일본의 제주국주의 침탈행위를 미화하는 행위이다. 주변국에 고통을 준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떳떳하다고 자랑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의 어이없는 역사관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일본 총리와 관료·정치인들의 역사왜곡문제 등 일련의 발언과 행태에 대해 공분을 넘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한편 일본이 우리에게 행한 과거 전쟁사 중에는 잊을 수 없는 하나가 정유재란일 것이다. 당시 일본은 좌군 5만여 병력으로 남원을 총공격했다. 전라병마사 이복남(李福男) 등 민·관·군 1만여명이 합심해 왜적에 대항하여 싸웠지만 함락되고 말았다. 성을 지키던 8충신과 함께 돌멩이,죽창,괭이 등으로 왜구와 싸우던 주민들도 순절하였다. 정유재란때 동행했던 일본의 종군승려의 기록에서 보듯이 “남원성은 풀 한 포기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은 남원성 전투에서 비록 승전하였으나 엄청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당시 왜군은 남원성에서의 막대한 피해에 대한 분풀이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전공으로 남원에 다시 들러 죽은 시신들의 코를 베어가는 참상마저 저질렀다. 하지만 정유재란시절 남원성을 지키려다가 순절한 지사들의 시신을 안장한 무덤인 ‘만인의총’을 우리 국민들은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선조들의 고귀한 애국충절과 비극의 역사와 한이 담겨있는 곳이다. 왜군이 남원 등지에서 베어갔던 우리 백성들의 코무덤이 일본 곳곳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그들이 저지른 잔혹한 참상이 부끄럽지도 않은 듯 자랑하고 있다국가 관리로 승격, 호국정신 기려야하지만 일본의 만행을 규탄만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에게도 아쉬움이 크다. 호국의 상징이어야 할 ‘만인의총’은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어 안타깝다. 오래전부터 국가관리로 승격·관리되고 있는 ‘칠백의총’과 비교해서도 규모와 역사적 의미에서도 결코 적지 않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조속히 국가관리로 승격해서 소중한 문화재로서 관리되어야 한다. 숭고한 호국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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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10 23:02

푸드 트럭과 송파 세 모녀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소속한 보건복지위에서 복지사각지대해소를 위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공범이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기초생활보호자 부정수급문제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고 척결하라고 목청 높여 외쳐온 박근혜대통령도 짧은 유감을 표시했다.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에게 스쳐가는 관심을 표시한 것이다. 그 후 쳐부셔야 할 암덩어리로 지목한 규제개혁 ‘쑈’에는 장장 7시간이나 TV로 생중계하면서 ‘잠깐만요’를 연거푸 외치며 매달렸다.규제만 풀면 모든 게 해결될까과연 정부규제가 경제활성화의 걸림돌이라 경제규제만 풀면 기업은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국민들은 소비를 늘리게 되는가. 마치 규제가 모든 것의 원흉이고 규제만 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들렸다.그러나 놀이공원에 푸드트럭을 허용하면 기존에 식당을 여는 사람들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결국 트럭을 개조해 음식차량을 만드는 기업은 돈을 벌겠지만 노점과 동네식당은 먹고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프랑스대혁명기 ‘빵을 달라’는 군중들에게 그럼 ‘케익을 먹으면 되지’라고 얘기했다는 ‘마리 앙트와네트’처럼 ‘다쳐서 식당에 나가서 돈을 벌 수 없다면 푸드트럭이라도 몰아야지’라고 얘기했을 지도 모른다.송파 세 모녀는 규제 때문에 비극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그들이 살아갈 권리를 아무도 제공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이 나라의 의무라고 알려져 있다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을 것이다. 단지 홍보가 부족해 그런 것이 아니다.절박한 마음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면 부정수급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꼬치꼬치 캐묻게 되니 선뜻 주민센터를 찾아가기 어려운 것이다. 막상 신청하면 이 조건 저 조건에 맞지 않아 결국 낙담하는 사례를 흔히 보아왔다.필요한 규제는 지키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한다.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과 저축은행 사태 등은 무차별적인 규제완화로 발생된 대표적인 피해사례이다. 국민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은 재벌마트에겐 돈 벌 자유를 방해받는 것이겠지만 골목가게에겐 땀 흘려 일해 먹고 살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손톱 밑 가시를 빼내는 규제완화에 앞서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는 독점철폐가 우선이다. 특정대기업에 이익을 주기 위해 학교 옆에 호텔 건축을 허용하면 모든 학교는 러브호텔에 둘러싸일 것이다. 돈이 있다고 ‘황제노역’처럼 자상한 친절을 범죄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범죄자에게 걸핏하면 특별병동에 입원시키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 특권과 특혜는 엄하게 규제해야 한다.남의 자유 침해하는 행위는 규제해야그러나 우리사회는 규제해야 할 것은 풀어주고 거꾸로 보호해야 할 것은 방치하고 있다. 사거리에 교통신호등이 없다면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뒤엉켜 엉망이 될 것이다. ‘신호등’을 없애려면 먼저 진입한 차가 먼저 우선권을 갖는 ‘회전식 교차로’와 같은 대안이 있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규제는 경쟁을 보장하고, 힘의 남용을 막고,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규칙이다. 규제가 없으면 각양각색의 시장 실패가 만연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는 없애고 남의 자유를 침해하는 난폭한 행위는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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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03 23:02

기초 무공천을 바라보는 시각

약 한 달여 준비기간을 거쳐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했다. 견해와 입장의 차이가 간간히 드러났지만 창졸간의 창당, 합당 치고는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난제가 만만치 않다. 첫 번째는 광역자치단체장 공천규정 문제고 두 번째는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 무공천과 관련된 문제다. 두 문제 공히 조속한 결론 내지 대책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장 공천 규정문제는 최적최강의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한 어떻게든 풀릴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기초무공천의 경우는 문제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필자의 경우는 합당에는 적극 찬성했지만 기초 무공천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혀왔다.정답이 아닌 약속, 지켜야 하나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3명은 공히 기초선거 무공천을 ‘약속’했다. 오늘날 민주주의 시스템이 정당정치 형태로 이뤄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공당이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라는 로마시대 이래의 법언이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후의 모든 계약과 행위의 효력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무공천 약속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당사자 모두가 약속을 지킨다는 전제가 우선 성립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깼다. 따라서 수학적인 관점에서 전제불성립으로 인해 정답 없음이 맞는 결론이 된다. 현실적인 비유를 들자면 여당 공천에 야당은 무공천으로 맞설 경우 총 든 무법자가 설치는 서부의 황야에 정의의 사나이가 맨주먹으로 나가는 상황과 같다. 또 양 편이 거의 반반으로 확고하게 갈려있는 상황에서 한 편은 높고 튼튼한 진지에서 다른 한 편은 맨땅 위에서 싸우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나마 호남의 경우는 야권 후보들끼리의 경쟁이기에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2∼3% 내지 몇 백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의 경우 무공천은 곧바로 낙선과 마찬가지일 수 있다. 혹자는 광역만 잘 해서 이기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도 광역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당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어떻게 민주주의를 논할 수 있을까. 또한 풀뿌리를 모두 잃고 어떻게 정권 탈환을 논할 수 있을까. 원점으로 되돌아가 근본적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봐도 문제는 공천 자체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공천을 이상하게 하는 작태, 그리고 정파적인 지자체 운영에 있었다. 즉 무공천은 문제에 대한 정답이 아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한 해법일 수 없다. 정답이 아닌 약속을 지키려다가 정권을 바꿔 정의를 세우겠다는 보다 큰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다면 그 결정은 응당 재고해야 옳지 않을까. 무공천 문제점·해결책 논의해야혹자는 기초 무공천 논란을 친노-비노 대립 문제로 보려고 한다. 친노니 비노니 하는 분류법 자체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일단 받아들이더라도 이 문제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공당의 책임 문제이고 선거의 승리와 패배의 문제다.새 정당이 창당됐다. 정당성을 갖춘 지도부가 민주적인 당내 토론을 이끌면서 기초 무공천과 관련된 문제점과 해결책을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결론이 무엇이든 진력을 다하면 될 일이다. 공천을 하기로 하거나 다른 대책을 내놓을 경우 물론 비판이 따를 것이다. 여당, 조·중·동과 종편이 한마음이 되어 저주성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하고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낸다면 모두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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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27 23:02

정세균의 복지뷔페론

세 모녀 자살사건으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지역의 한 시민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못 살려면 아예 찢어지게 못 사는 편이 나아요. 그래야 수급자로 선정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어중간하게 가난하면 아무 지원도 못 받아요.” 복지정책도 선택의 자유권 있어야지독한 가난을 환영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이것이 대한민국 복지의 현실임을 깨닫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현장을 방문하고 복지 확대에 대한 사회의 요구와 반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것이 복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앞서 언급한 시민의 말처럼 복지가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라는 인식은 보편적 복지가 뿌리를 내리는 데 바람직하지 않은 토양이다.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해온 복지에 대한 생각을 지면을 통해 짧게나마 밝히고자 한다. 이른바 ‘뷔페론’이다. 뷔페식당의 특징은 선택의 자유권이다. 뷔페식당은 손님의 요구에 맞는 음식을 골라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복지제도에도 이러한 아이디어를 접목해보자. 각자 처한 사정에 따라 복지의 필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교육복지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주거복지가, 무상의료나 무료급식, 혹은 일자리가 절실한 분들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복지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면 한 개인의 삶에 좀 더 구체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지불하는 저소득층 가정에게 일정기간 주거복지를 제공하면 이들은 저축할 여력이 생길 것이다. 집안의 환자 때문에 수입의 대부분을 병원비와 약값으로 지출하는 가정에 의료복지가 제공된다면 뒷바라지로 인한 가계 결손을 줄이고 일손을 놓을 필요가 없게 된다. 직업교육을 제공한다든지, 보육복지를 제공해서 부부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실천해볼 대목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복지는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자리가 잡히기 전에 복지혜택을 거둬간다. 이는 기초도 서지 않았는데 밑돌 빼는 격이다. 이래서는 가난 탈출이 불가능하다. 뷔페식당의 음식처럼 각자의 사정과 필요에 따라 선택 가능한 복지제도는 앞으로 대한민국 복지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찢어지는 가난이 확인된 후에나 받을 수 있는 복지는 진통제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치료제는 될 수 없다. 가난을 유지하는 편이 가난을 탈출하는 것보다 이득이 되는 복지는 생산적 복지가 아니다.단기적·장기적 복지제 함께 마련을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복지모델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남의 떡이 좋아보여도 우리의 필요와 정서에 맞지 않으면 제도가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유기적이지 못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안에 세모녀의 자살사건처럼 제도가 완비되기도 전에 삶의 한계에 부딪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들이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유래 없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빈곤층이 확대 되고 있다. 단기적인 구제책을 반드시 마련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맞춤형 복지체계를 완성하는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복지는 사람을 살리는 복지여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못 살려면 아예 찢어지게 못사는 편이 낫다’는 생각만큼은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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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20 23:02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부

도내 지리산권에 소재하는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연구원’의 이전을 타시·도로 은밀하게 이전을 추진하려다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전라북도 도내 지리산국립공원 자락에 멀쩡하게 있는 국립공원연구원을 강원도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행태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내세우는 이전의 필요성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국립공원연구원의 근무환경과 지리적 여건을 고려해 원주지방환경청 구청사로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국립공원연구원, 지리산권 존재 마땅국립공원연구원은 국립공원 자연,역사,문화 등의 조사 모니터링과 분석·평가로 국립공원 관련 사회,인문,환경 등의 정책연구를 통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공원관리방안 제시를 설치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설치 목적에 맞도록 그대로 도내에 있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만이 연구원 본연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지난 1967년에 제1호로 지정된 대한민국의 대표 국립공원이다. 원주혁신도시가 위치한 치악산국립공원보다 국립공원의 면적 뿐만 아니라 행정구역,상징성 등에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하다. 더구나 국립공원연구원은 지리산국립공원 자락인 남원에 있는 본원 이외에도 철새(흑산도), 해양(사천), 유류(태안군) 분야 등을 다루고 있어 지리적 접근성과 연구성과는 물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지리산권역에 계속 존재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라북도에 있는 공공기관 건물을 강원도로 이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가 없다.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더구나 환경부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라북도나 국립공원연구원이 소재하는 남원시 등 행정기관과도 단 한차례 협의조차 없이 은밀히 진행했던 것이다. 전북도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려는 현 정부의 태도에 공분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는 출범직전부터 ‘국민통합’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정책이나 행태들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오히려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국립공원연구원의 이전은 박근혜 정부 출범직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연초에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이 환경부장관에게 원주지방환경청 옛 청사의 무상사용을 구두로 요청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결국 지난달에 환경부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옛 원주지방환경청사 무상사용을 승인해 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단은 환경부장관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항의해 제동을 걸어 놓았다. 하지만 내부절차가 진행된 상태라 호시탐탐 이전 기회만 엿보려고 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도, 공공기관 타시·도 이전 막아야국민통합을 주창하며 출범한 현 정부가 공식 출범을 앞둔 시점부터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이같은 행태를 보였다는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 국민통합은 국가균형발전 없이는 어렵다. 정권이 바뀐 뒤부터 국가균형발전 노력은 슬그머니 사라진 듯하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국가균형발전의 일환으로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기관들의 지방이전을 추진해 왔는데 현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이제라도 ‘국립공원연구원’ 타지역 이전추진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전라북도는 공공기관의 타 시·도로의 이전을 막는 것에도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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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3 23:02

신당의 의미와 과제

깜짝 놀란만한 통합신당 전격 발표가 있었다. 무공천 선언 예상을 뛰어넘는 신당 발표가 나온 것이다. 신당 선언을 갑작스런 것으로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예견된 것이다. 다만 신속한 결단이 놀라움을 가져다 준 것일 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안철수 후보단일화시점을 상기해 보자. 이 때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가 결성되었다. 조국, 정태인, 우석훈 등이 참여한 국민연대는 진보 보수의 이념적 틀을 넘어, 민주주의 복지 평화의 가치에 동의하는 분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궁극 목표는 2017년 정권교체나아가 대선을 열흘 앞둔 문재인 후보는 국민정당을 선언했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 새로운 나라로 가기 위해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수준으로, 우리 정치의 판을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지역, 이념, 정파, 계파를 넘어 정치권은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며 “새로운 국민 정당으로 가겠다“고 밝혔다.어쩌면 이번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 신당 발표는 오히려 늦은 면이 있다. 안철수의원 측이 통합 시도 대신 독자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격 합의가 가능한 배경은 역시 새정치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연이은 약속파기와 그 뻔뻔함에 두 세력은 약속정치를 내걸고 뭉친 것이다. 그 고리는 기초선거정당공천폐지다. 안철수의원측은 민주당이 수천 수만의 지자체장, 의원의 탈당을 감수하면서까지 약속을 지키겠다는 결단을 보고 정치혁신의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불리한 언론환경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는 현실에 모두 공감한 것이다.궁극 목표는 2017년 정권교체이다. 신당의 의미는 단순히 당을 새로 만드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둘을 합쳐 둘이 되는 것에 머물러서도 안된다. 단순히 지방선거에 이기기 위한 후보단일화에 안주해서도 안된다. 새정치 가치와 민주당 정통성의 결합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진보적 유권자와 중도 유권자의 결합을 이뤄내고 비정상적인 한국정치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나가야 한다. 지역주의에 의존한 영남보수의 이념적 지역적 특권적 지배에서 다수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방선거 승리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고 2016년 총선승리를 통해 의회권력을 회복하고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먼저 비전이 뚜렷해야 한다. 정치혁신과 민생주의를 정책과 주장을 통해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민생을 내세운 정치와 정치혁신을 통한 민생실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보편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한반도평화에 대한 확고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또한 신당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새로워야 한다. 작은 이해를 둘러싼 다툼과 개인적 야심을 내세운 지분 나누기는 있어서는 안된다. 원칙은 분명히 세우되 지리한 시간끌기는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신당창당 공격이 무차별로 이뤄지는 속에서 불필요한 논란은 국민의 기대를 떨어뜨릴 것이다. 고단한 국민 삶에 희망의 정치 열어야모든 것은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신당은 새정치연합의 혁신과 민주당의 정통성 계승이 승화된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실천을 통해 국민신뢰를 얻고 비전 제시를 통해 가능성이 열려야 희망을 줄 수 있다. 생활고에 못이긴 연이은 자살사태를 초래한 정부의 잘못을 야당에 뒤집어씌우는 뻔뻔한 거짓의 정치, 야만의 정치를 끝내고 진실의 정치, 포용의 정치로 들어가야 한다. 신당은 단지 반새누리당연합이 아니라 고단한 국민의 삶을 보듬어 희망의 정치를 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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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06 23:02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 단상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불신, 불안의 정치에 대한 조기 경보가 발령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통령 고정지지층 '양날의 칼'흥미로운 대목은 전문가들의 평가는 찬사에서 맹비난까지 다양한 반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과거 대통령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지지도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안정적인 국정지지도를 과연 곧이곧대로 긍정적인 신호로 읽어도 되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 핵심지지층은 감성과 지역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지지는 감성적인 측면이 크게 작동한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실패나 공약의 파기도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리지 못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비롯 수많은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노령연금 공약을 못 지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건재하다. 윤창중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도, 국정원의 중국 공문서 위조도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못한다. 대통령에게 안정적인 고정지지층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위험이 함께 도사리고 있다. 안정적 지지율은 강력한 국정 추진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오류와 한계를 되짚어보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만드는 마취제로 작동할 수도 있다. 또한 고정지지층의 지지 강도가 강하면 그만큼 동시에 그 반작용으로 반대층의 반감도 더 커지기 쉽다. 특히 대통령이 고정지지층의 이해와 요구에만 귀를 기울이고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을 외면한다면 국가는 분열의 위기를 맞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수치에서 지지층의 지역과 연령이 편중되어 있다는 점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절반의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게 되면 나머지 국민들의 불만이 어느 순간 임계점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조기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 임계점은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 대통령의 불통은 이미 식자층 사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사실이다. 또한 박근혜정부는 노령연금 공약을 비롯한 수많은 민생복지 공약을 파기하거나 후퇴시킴으로서 신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수와 부산에서의 기름 유출 사고, 경주의 리조트 붕괴 사고, 전국 각지의 AI 창궐 등등 ‘안전한 사회’와는 거리가 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질병의 조기진단이 중요하듯이, 국정도 조기에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이 최선이다. 대책의 방향성은 불통, 불신, 불안의 반대말을 떠올려본다면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소통, 신뢰, 안전이 위기 예방을 위한 핵심 어젠다가 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소통은 수평적 소통, 양방향 소통이다. 신뢰는 반복해서 말로만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실행이 반복될 때 쌓인다. 안전은 정상적인 업무 추진 관행의 축적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도달될 수 있다. 국정 위기 예방책은 소통·신뢰·안전정당성 결핍이 권력의 조급증과 강박을 낳고, 편안한 핵심지지층만 바라보는 불통과 독선을 부채질하는 과거의 불행한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충분히 강력한 대통령이다. 지금이라도 조기에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 더 늦어져서 불통·불신·불안이 누적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민은 더 불행해 질것이다. 지름길은 없다. 드러난 문제를 덮고 갈 방법도 없다.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여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을 대통령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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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7 23:02

행복한 졸업식, 두려운 졸업식

졸업시즌이다. 국회의원에게 졸업식은 빠질 수 없는 행사 중 하나다. 필자 또한 틈나는 대로 졸업식에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상장을 수여하고 덕담을 건넨다. 하지만 우리 교육현실을 생각하면 졸업생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은 본격적인 입시경쟁으로 향하는 관문이 된지 오래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비싼 대학등록금이, 대학졸업식은 취업대란이 뒤이어 기다리고 있다. 학생도 학부모도 선생님도 행복하지 않은 교육 때문에 대한민국 졸업식은 심적, 물적 부담을 등에 짊어진 통과의례가 됐다.사교육 더 강화시키는 입시 정책우리나라 학부모들은 한해 20조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2030세대 10명 가운데 4명은 직장을 구하기도 전에 빚을 지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학자금 대출 때문이다. 취업이라도 잘 되면 빚을 갚기 수월 할 텐데 최근 자료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은 8.7%에 이른다. 취업포기, 졸업유예, 대학원 진학 등을 이유로 취업을 미룬 학생을 포함하면 실업률은 두 배로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교육개혁은 모든 정권을 통틀어 늘 중요한 국정과제였다. 각종 대책과 공약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박수를 칠만한 교육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입시제도는 사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로 변질됐고,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대학은 세상의 변화에 걸 맞는 인재배출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고, 기업은 청년들에게 과도한 스펙을 요구했다. 또한 국가는 청년실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지 못했다. 때문에 요즘의 졸업식은 학교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한 단계 높이 도약하는 계기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교육만큼은 끊임없이 이상을 추구하고 이상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고, 학생들의 삶에 기여하는 교육,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육여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의 교육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고,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기보다 획일적인 시스템을 통해 모두를 경쟁에 몰아넣는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용을 유발해 자녀교육으로 빚을 지게 된 에듀푸어(edu-poor)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대학진학을 앞둔 졸업생들에게 가장 값진 선물은 반값 등록금이다. 초·중학교 졸업생들에게는 선행학습 계획이나 입시학원 스케줄이 아니라, 자신의 꿈에 다가가기 위한 커리큘럼과 쾌적한 학교 환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대학 졸업생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만 했을 뿐 오래도록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교육개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교육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복지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교육복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입시제도의 변화만 가지고 교육을 바꿨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시대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이다. 교육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 나아가 대한민국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졸업식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밝다. 그런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좋은 선물을 주지 못하고 덕담으로 대신하는 필자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많이 늦었지만 내년에는 한결 나아진 교육환경과 저비용이라는 선물을 들고 졸업식장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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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0 23:02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전통재래시장은 어린시절 추억이 담겨져 있는 곳이다. 유년시절 고향의 장마당에 나가는 날이면 온갖 볼거리가 많아서 신이 났다. 겨울철이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귀를 막은 채 강냉이 튀기는 아저씨의 표정 하나하나에 움찔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허기를 느낄 때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국밥집 아주머니의 손길이 아쉬웠다. 명절을 앞두고는 검정고무신과 때때옷을 고르는 어머니들의 모습. 자식 학비 때문에 자식같이 키우던 송아지를 팔러 나오신 부모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시장 한모퉁이에는 손주에게 용돈이라도 쥐어 주려고 산자락에서 뜯어온 고사리, 취나물 등 산나물을 팔러나온 할머니들의 깊이 패인 주름에서 고단한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전통시장은 서민·자영업자 삶의 터전재래시장은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의 일터였다. 어려웠던 시절 자식을 먹여 살리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자 숨가쁘게 살아가는 생업현장이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파전에 막걸리잔을 기울이던 소통의 공간이기도 했다. 아직도 읍·면마다 5일장이 서는 곳이 여러 곳이 남아 있다.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의 중심지이다, 시장의 활력은 지역경제를 가늠하는 척도였다. 시장에 주민이 몰리고, 장사가 잘되면 그 지역의 경기도 살아났다. 재래시장이야말로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소매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지역경제의 중심이다. 이같은 전통재래시장은 대형 할인점, 백화점 등과 같은 현대적인 유통시설이 들어서면서 침체를 겪고 있다. 전국의 전통시장 수는 2005년 1660개에서, 2012년에는 149개나 줄어 들었다. 하루평균 매출액도 2012년에는 2004년 대비 29%이나 감소했다. 한편 SSM(기업형수퍼마켓) 점포수는 2007년 354개였으나 2012년에는 점포수가 1,013개에 달한다. 주요 대형마트 3개사의 2011년 매출액은 무려 25조 7874억원에 이른다. 이런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05년 3월, 재래시장에 대해 종합적·체계적 지원을 위한 재래시장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전통시장의 수도 줄어들고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유통업체에 대해 월 2회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개설예고제 등 규제를 강화했지만 상품공급점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지역사회의 재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재래시장과 지역영세상인들의 위기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차장 설치 등 현대화 사업 지원을서민들의 생활의 터전인 전통재래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지역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쟁력을 다시 회복한 서울의 자양골목시장, 통인시장 등의 사례 연구도 필요하다. 전통시장별로 특화전략도 필요하다. 전통시장의 주차장 설치 등 현대화사업 지원을 늘리고 자영업자와 영세상인에 대한 서민금융지원 확대해야 한다.‘전통시장 경영혁신사업’ 지원도 더 늘려야 한다. 또한 상품공급점 등 변칙적인 유통형태의 등장에 대해서도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규제와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전통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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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13 23:02

지방선거와 정치혁신과제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출마하느냐 누가 앞서는하는 관심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선거는 누가 당선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시민의 정치참여를 촉진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출을 보장하며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과제다. 자치의 본질은 단지 중앙정부로부터의 자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정치를 통해 권력의 통치대상에서 권력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정치독점으로 지역·계층 격차 심화한국정치는 영남 보수정당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정치독점으로 인해 권력이 사유화되고 재원배분이 특정지역에 편중되어 지역과 계층 사이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정치권력, 행정권력, 경제권력 심지어 언론권력까지 장악하고 있는 보수일색의 정치독점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격차는 더 벌어지고 갈등은 악화될 것이다.한편에서는 호남의 민주당과 영남의 새누리당은 별 차이가 없어 양당 모두 문제라는 주장도 있지만 영남보수에 의한 지배가 본질이고 그에 따른 지역정치독점은 그 파생품에 속한다.보수일색의 정치구조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제3당의 출현 또는 다당제는 결국 영남보수정당의 영구지배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 문제다.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권력구조개편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같은 선거제도 개혁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력정당이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다고 해서 정치독점이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독점을 해소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을 진출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기초선거에서 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선거구제는 전주를 단일선거구로 하는 것으로 유권자가 동민에서 전체 시민으로 확대됨으로써 동네정치에서 벗어나 시민 모두를 위한 정치가 열릴 것이다. 정당명부비례대표제는 정당이 후보자 순위를 정하지 않고 명단만 제시한 채 유권자에 의해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두 제도가 도입된다면 많은 전문가들과 다양한 정치세력들의 의회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다.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논란이 뜨겁다.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특정당의 정치독점이 해소되며 신인과 다양한 세력의 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반면 후보검증이 소홀해지고 후보 난립으로 인해 유권자 선택이 어려워지며 정당의 책임정치가 실종된다는 부작용도 지적된다. 기초선거공천폐지는 최소한 시장군수와 시군의원 선거에서는 정당의 후보결정 영향력을 줄이고 풀뿌리 활동가들의 진출을 촉진하자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민주당은 기초선거정당공천폐지를 당원투표를 통해 이미 당론으로 정했고 새누리당은 대선 때 공약을 뒤집고 공천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공천폐지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초 공천 폐지로 시민 참여 확대공천폐지 합의가 안된다면 민주당은 최소한 이번 선거에서 시장군수구청장, 시군구의원의 정당공천을 하지 않는 방안을 새누리당에게 제안하고 있다. 이것도 안된다면 민주당은 어쩌면 위험을 무릅쓰고 스스로 무공천을 선언할 수도 있다.이와 같은 정치독점해소를 위한 과감한 혁신이 없다면 정치는 여전히 자기들만의 싸움에 열중할 것이고 이에 실망한 국민들은 오지 않는 ‘새정치’세력에 대한 기대로 정치에서 멀어질 것이다.‘새정치’현상은 기존 양당정치 실망에 따른 응답이지 정치문제에 대한 해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구호로서의 새정치가 아니라 좋은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시민들에게는 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고 의회는 견제의 힘을 갖게 하여 권력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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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06 23:02

민주냐 민생이냐

1년을 넘긴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이 2월 초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1심 판결, 3월에서 4월 사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로 일단 한 매듭을 짓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애써 피해 왔다. 일 년 내내 의미 있는 얘기라고는 재판 결과를 보자는 것뿐이었다. 관련자들이 이 언급에 덧붙이려하지 않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는 3심제라고 말하는 점으로 볼 때 원세훈, 김용판의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청와대의 반응은 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심 판결은 대선개입사태에서 오히려 새로운 논란의 시작, 새로운 은폐의 시작이 될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현대사 대사건일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미 국정원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대사건이 되었다. 지금 한국정치의 모든 길은 2012년 12월 11일 역삼동 오피스텔로 통하고 있고 당분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집요한 훼방과 집권세력에 영합하는 언론의 철저한 무시에도 불구하고 진상의 80~90% 이상이 드러났다. 국가의 기초가 되는 국가기관들은 하나같이 정치세력의 눈짓에 무너져 내려 버려 기초적 책임마저 저버렸다. 사건의 초기에는 ‘그런 일 없다. 모른다’고 발뺌하다가 조금씩 드러나면 ‘개인적 일탈이다’고 변명하다가, 급기야 상황이 불리해지면 ‘대선불복이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다 몇 배 큰 정치개입과 진실은폐 공작이 공공연하게 벌어졌지만 우리 사회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냥 지나치고 있다. 아무 것도 고치지 못하고 책임을 묻지 못한 채 지나치는 이 같은 정치적 몰상식과 무감각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있다.야당은 반성할 대목이 있다. 진실을 감춰보려는 집권세력에 맞서 싸우는 와중에 충분하게 제대로 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판단을 잘못하거나 내부 정쟁에 발이 묶이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민생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민주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민생도 공염불임을 역사와 경험을 통해 충분히 배워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동시에 정부여당이 불리한 정치적 상황에 맞서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생을 강조하거나, 안보위기를 강조하곤 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져보면 민주의 문제가 곧바로 민생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역사적 진실을 가장 뼈저리게 배워 알고 있는 지역이 바로 호남이다. 정치의 기능이 마비되고 독재가 횡행할 때,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은 국민의 여론, 합리적 토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절대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좌우되었다. 절대 권력을 둘러싼 인맥과 연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엄중한 국가지계가 결정되곤 했다. 그 속에서 호남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다. 정치가 자신과 주변의 모든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진실을 오래전부터 피부로 느껴왔다. 그래서 호남인의 정치의식은 유난히 높았고, 결국 호남은 독재정권을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끌어내는 근거지가 되었다. 오늘날 야당 정치는 이런 배경으로 호남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전북, 정치 발전 적극적 소리 내야120년 전 갑오년에는 농민항쟁이 있었고, 60년 전 갑오년은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 상황이었다. 올 갑오년도 조용한 한해가 되기는 어렵다. 지방 선거를 비롯해 많은 선거가 있고 북한과 경제가 심상치 않다. 재구성, 연합, 재편 등 뭐라고 이름 붙이건 정치적 변동과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정치 지형을 지켜봐야 하지만 호남의 선택, 특히 전북의 선택이 방향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 발전의 길에서 전북이 적극적으로 소리 내면서 현명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신경민 의원은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지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정보위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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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3 23:02

전북의 미래와 택민의 리더십

새해가 밝았다. 2014년에는 우리 전북도민 모두가 ‘경구비마’(輕 肥馬)의 풍요를 누리시길 기원해 본다. 경구비마는 논어 옹야편(雍也篇)에 나오는 말로 ‘가벼운 가죽 옷을 입고 살찐 말을 탄다’는 뜻이다. 청마의 해를 맞아 우리네 살림살이가 보다 윤택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인사다.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자신의 학문적, 정치적 목표를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의 ‘택민’(澤民)으로 삼았고, 호남벌의 농민들이 주축이었던 갑오농민전쟁의 기치 역시 ‘보국안민’(輔國安民)이었으니, 백성을 평안하고 윤택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의 으뜸 목표이자 가장 큰 의무라 할 수 있다.정치는 백성 평안하고 윤택하게 해야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전북의 경제지표가 전국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법인소득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평균 급여 또한 최하위권이란다. 사업장 폐업률, 어음부도율 또한 최고치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취약한 경제지표가 전북의 인재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구조적으로는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산업화 과정에서 호남이 철저히 소외된 결과라고는 하나, 민주정부 10년 동안 추진되었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음을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용기를 잃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지혜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혀 좌절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전화위복의 계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당초 예정되었던 LH공사보다 규모와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첨단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전라북도가 금융산업의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이를 전북의 전통 문화와 결합시켜 낸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새만금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개발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피로감과 실망감이 적지 않았으나 오히려 국가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신성장동력의 마스터플랜을 새로 짜야 하는 시기와 맞물림으로써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더 좋은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특히 금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기도 하다. 전북만 해도 도백을 비롯하여 14개 시군의 시장, 군수 그리고 지방의원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이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모든 후보들이 자신의 지역에 맞는 청사진을 내놓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겠지만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단순한 표심을 자극하는 구호나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역의 발전과 도민의 삶을 질을 높이고자 하는 ‘택민’의 관점에서 만들어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주민 삶 개선하고 지역 미래 제시를한겨울 추위만큼이나 싸늘하게 얼어붙은 민생의 현실 속에 힘겨워하는 우리 도민들의 마음을 빛바랜 정치구호나 장밋빛 수사로 사로잡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전북의 일꾼을 꿈꾸는 이들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의 미래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택민’의 리더십이다.새해에는 진정성과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많이 발굴되어 전북이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훗날 2014년을 전북발전의 커다란 전환점이자 이정표로 기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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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16 23:02

소통의 정부를 기대한다

최근 대통령께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지만 국민의 평가는 냉소적이다. 정작 국민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없었다. 일방적인 국정홍보 자리였으며 소통은 없었다는 평이 주류다. 향후 국정운영이 우려스럽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이색 표현만이 시중에 회자될 뿐이다. 국정실패 부문에 대한 사과를 기대했던 국민의 실망은 당연한 이치다. 어느 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일년이 다 돼 간다. 더 이상 ‘새 정부’라는 표현이 어색할만큼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약속이나 포부를 언급하기 보다는 성과를 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국정상황을 되돌아보면, 혼란의 연속이었다.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했던 전임 정권과 하등 다를바가 없다. 창조경제와 국민통합, 경제민주화 등 그럴듯한 국정 아젠다를 내세웠지만 이런 약속들은 온데간데 없는 듯하다. 이는 인사실패부터 연유했다. 자질시비와 도덕성에 흠결이 수두룩한 인사들을 장관에 임명했다가 연속 낙마했다. 국가기관들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시비로 정권의 정통성 시비마저 낳았다. 이런 연유로 출범직후부터 민심은 사나웠다. 시국선언과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시절에나 있었던 공안정국이 조성돼 공포에 시달렸다. 소통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필요하다. 쓴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입에 발린 소리만 하는 인사들만 주변에 가득하면 사나운 민심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국무위원들의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해서는 안된다.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쓴소리를 하고 시중 여론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하는 참모를 가까이에 둬야 한다. 태산불양토양(泰山不讓土讓)이라는 말이 있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량이 넓어 많은 것을 포용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또한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강과 바다는 개울물로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큰 인물은 소인이나 소인의 말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임을 이르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이사(李斯)가 한 말이다. 그는 본래 초(楚)나라 출신이었으나 등용되어 진나라의 객경(客卿)이 되었다. 그런데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하기전 재상 이사는 기득권의 강력한 반발로 축출당할 처지에 몰리자 이런 말로 위기를 벗어나고 나중에는 진시황의 최측근이 되어 진나라의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그만큼 인재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줄·연고를 통한 천거인사, 논공행상(論功行賞)식 자리배정은 더 이상 안된다. 출신배경이 어디냐를 따질 게 아니라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 인사탕평책을 써야 국민통합도 이룰 수가 있다. 소통(疏通)이란 원활히 통해서 서로 이해한다는 의미다. 영어로 대화,소통을 의미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라틴어의 ‘나누다’를 의미한다. 나눔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의사를 바로 들어야 하고, 진정 들으려면 상대방에게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의 능력이다. 일방적인 독주와 독선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아직도 현 정부의 임기는 한참 남았다. 지난 시절의 실패를 교훈삼아 소통(疏通)의 정부를 기대해 본다.△강동원 의원은 경기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노무현 대통령후보 조직특보 등을 지냈고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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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09 23:02

'안녕' 대한민국

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열풍이 분 ‘안녕’하지 못한 2013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갑오년은 두 갑자 전 동학농민혁명의 횃불이 타올랐던 해이고, 갑오경장이 실시된 해이기도 합니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이루기 위한 아래로부터 위로부터 힘찬 움직임이 솟구친 때입니다. 6월 지방선거는 새로운 기회올해는 지방선거로 새로운 기회가 열립니다. 관심은 누가 도지사, 시장, 군수, 의원이 될 지에 쏠려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난 해 시장, 군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법원에 불려 다니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태는 도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책임을 따지기 전에 사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중앙정치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면 지방자치가 발전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인사와 계약 등 비리는 중앙정치와 무관한 면이 많습니다. 지역 스스로 견제와 비판, 감시 장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러자면 유권자 스스로 변화하고 지방의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의 비판과 감시가 살아나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자치역량도 성장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지방자치의 꽃을 피울 비전 있는 후보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민주적인 지방자치를 발전시킬 인물을 찾아내는 것이 정당의 의무입니다. 국민이 ‘안녕’한 세상이 되려면 청와대와 여당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박근혜대통령은 독일 메르켈총리의 길이 아니라 영국 대처총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영국병’의 실체도 모르면서 ‘철의 여인’ 흉내를 내는 것은 강력한 저항의 대가를 치를 뿐입니다. 우리 국민은 독재체제에 고분고분 순응하며 살지 않았으며 ‘종북’의 굴레를 씌어 겁박한다고 해서 위축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특정지역의 패권과 소수의 특권 유지에 혈안이 되지 말고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집권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가장 쓴 소리를 많이 듣는 게 민주당입니다. 항상 존재감이 약하다는 뼈아픈 비판을 받습니다. 야당이 지지를 받으려면 새로운 세상에 대한 대안을 실천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지금과 다른 정치, 다른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여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민주당에는 좋은 정치를 실천해 온 박원순 시장과 같은 자치단체장들이 있습니다. 올 지방선거를 통해 막연한 구호로서의 새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정치를 다시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새해에는 '비정상'을 정상화 시켜야스스로에게는 지치지 않는 열정과 꺾이지 않는 용기를 가질 것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비정상의 정상화’에서 출발합니다. 잘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심각한 불평등속에서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비정상’입니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노동조합조차 인정하지 않으며 파업을 적대시하는 것은 ‘비정상’입니다. 국민의료비부담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산업화를 내세워 의료까지도 돈벌이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도 ‘비정상’입니다. 새해에는 시장의 지배를 줄이고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위로부터의 혁신과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비정상을 정상화시켜 모두 ‘안녕’한 2014년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안녕’하기를 바랍니다.△김 의원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이며 민주당 원내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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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02 23:02

2013년 우리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2013년 연말 박근혜 정부 1년을 지나 새로운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안녕하세요’란 평범한 일상 언어가 어느새 가슴을 울리는 유행어가 됐다. ‘안녕하세요’는 파편화 또는 원자화된 사회에서 타인의 삶에 무관심한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가슴 아픈 단어가 되었다. 원인은 자신의 이익만 따지는 사회 풍조이며, 선출된 권력의 불통이다. 사회는 이렇게 하 수상할 진대,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청와대 인사는 ‘원칙대로 가는 건 자랑스러운 불통’이라며 불통을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과연 얼마나 자랑스러운 원칙인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거스르는 원칙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며 정치적 역풍만을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 요체는 관심과 소통돌아가신 그분이 독재와 군부권력에 대항했던, 뜨거웠던 그 시절을 묘사한 영화가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 시절의 시비를 뒤로하고, 뜨거움을 지녔던 변호인으로서 약자를 위해 거대 권력에 대항했던 모습은, 그 자체가 정의로 묘사되었고, 우리는 또 그렇게 되새기고 있다. 약자를 위한 뜨거운 언어들이 다시 국민들의 마음을 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사회를 표방한 우리 정부는, ‘국민을 위해, 국가 이익을 위해 일관되게 나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불통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청와대의 뜻대로라면 다시 뜨거웠던 저항의 시대가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치 못한다.우리 국민은 지금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에 대한 관심을 바라고 있다. 21세기 사회는 고도화되고 선과 악의 구분은 옅어지고 이익은 파편화되었다.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 것인지 그 구분은 점점 더 어려워져, 현대사회의 문제해결은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 서로에 대한 관심과 소통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정부와 권력에 대해 주권자로서 어려운 문제 해결에 앞서 관심과 소통을 원하고 있다. 관심과 소통,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사실 우리나라는 과거 독재시절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부정한 적이 없다. 심지어 3대 세습의 북한정권마저 ‘민주주의’ 공화국이라 스스로를 칭하고 있다. 왕권사상의 기초가 된 유교에서도 하늘의 뜻은 곧 민심으로 국민의 뜻을 존중했다. 아마,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그 누구도 민주주의 통치체제를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영어로는 데모크라시, 우리 번역어로는 민주주의라 쓰고 있는 이 서구적인 통치체제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민주주의는 국가 의사결정에 국민이 뜻을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학문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권력의 전제화를 억제할 권력분립을 기본으로 한 정치제도 확립을 민주주의의 요건으로 들고 있다. 기본권 보장과 권력분립은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국민에 의한 국가 전반의 의사결정과 국가 권력의 통제가 곧 민주주의란 의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 귀담아 들어야국가의 의사결정은 어려운 일이다. 모든 국민의 의사를 한가지로 수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의사결정 수단은 다수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승자가 모든 권력을 갖는 승자 독식주의는 더더욱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고, 소수자의 의견에 경청하여 다수를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연이은 보수정권의 불통은 일상적인 언어조차 가슴 시리게 만들고 있다. 철도 민영화, 밀양 송전탑, 진주의료원, 무엇이 옳은지 보다 그들의 의견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하는 것이다. 소수자와 반대자는 어느 시절에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권력이 이들을 모두 적으로 대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멀어지고, 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할 것이다. 정권은 선거 승리로 자만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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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6 23:02

쌀 생산의 공익적 가치 생각해야

이제 201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농촌에서는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며 농민들의 흘린 땀의 결실과 함께 기쁨으로 보내야 하는 계절이 되었다. 도시민들은 뜨거운 햇살을 피해 휴가를 떠나는 한 여름에도 농민들은 논과 밭을 지키며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요즘 농한기에도 농민들에게는 기쁨보다도 주름살을 늘리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2004년 정부는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목표가격을 통한 쌀직불금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지난 8년 동안 목표가격이 17만 83원으로 동결되어 쌀 생산 농가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쌀 목표가격의 현실화를 통해 농가의 소득보존이 필요한 상황이나, 정부는 고작 4000원 인상을 밝히고 뒷짐만 지고 있다. 집권여당 또한 구체적인 쌀 목표가격 인상에 대하여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쌀 생산비 오르는데 쌀 값은 제자리지난 8년간 소비자물가 26.8%, 쌀 생산비는 21.2% 상승하였다. 우리가 흔히 음식점에서 접하는 밥한 공기 가격은 10여 년째 고정되어 있다. 쌀 가격 및 목표가격 또한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목표가격을 올리면 쌀 공급과잉을 초래 할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으며 반대하고 있다. 1970년 86.2%였던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80년 69.6%, 2000년 55.6%, 2005년 53.4%, 2012년 45.3%로 지난 40년간 식량자급률이 40% 이상 감소하였다. 곡물자급률은 1970년 80.5%에서 2012년 23.6%로 57%로 감소하였다. 우리나라 농산물중 유일하게 자급이 가능한 품목이 쌀이다. 농민들이 지금 요구하는 목표가격인상은 쌀농사를 통해 큰 소득을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쌀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왜 농민들에게 국가가 직불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우리 쌀 농업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역할 이외에도 국가 전체적으로 큰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논의 환경적 공익기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홍수조절 44조원, 수자원함양 1조7000억 원, 대기정화 7조1000억, 기후순화 1조3000억,수질정화 2900억, 토양유실저감 1조 5000억원등 총 56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쌀소득보전직불금으로 집행된 예산이 6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감안하면 너무나 미약한 수준이다.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2003~2012)간 17만 885ha의 농지가 타 용도로 전용되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 보존하기 위하여 우량농지로 지정된 농업진흥지역 또한 2004년 92만 ha에서 2012년 말 80만 9000ha로 12.2%나 감소하였다. 정부가 농업과 농지의 형상유지를 위한 지원책을 소흘리 한다면, 농지의 감소는 더욱 가속화 할 것이다.직불금 현실화가 농업 안전장치농업기반은 타산업과 달리 한번 무너지면 다시 원상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농촌에 불어닥친 어려움을 농민들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멀지 않은 장래에 국민 모두의 문제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미래에 불어닥칠 수 있는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형상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야당과 농민들이 요구하는 쌀 직불금의 현실화는 바로 농민들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임을 정부와 여당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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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19 23:02

정기국회를 마감하며

추수도, 김장도 모두 끝나고 기나긴 겨울이 시작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도 마치게 되었다. 그러나 쌀 목표가격을 반드시 현실화해야 할 본격적인 예산 심사가 남아있다. 철도 등 국민의 동의 없는 공공부문민영화를 막고, 지난 대선의 불법과 부정을 심판하기 위한 긴 여정도 남아있다. 1년 농사의 결실로 흐뭇하게 월동준비를 마쳐야 하지만 해야 할 일, 하여야만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쌀 목표가격 인상 관철 등 할 일 산적우선 우리 농민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쌀 목표가격 인상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쌀 목표가격 인상은 8년 동안 정부가 우리 농민들에게 부당한 희생을 강요했던 것에 대한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인데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구체적인 목표가격 인상에는 침묵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정부의 눈치보기에 급급할 뿐이다.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정부의 반민생 세제개편안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여야 공통의 대선공약인 무상보육, 학교급식, 노인연금, 주거복지 등 민생복지는 중산서민과 월급쟁이들에게 증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세제감면 축소, 과세구간 재조정 등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지방을 살려야 한다. 민주당은 취득세 영구인하 시 지방세수 보전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방침을 당론으로 굳건히 고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여야합의로 현행 5%인 지방소비세율을 오는 2014년부터 11%로 6%p 인상토록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민주당이 내건 예산안 심사 5대원칙의 하나로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의한 지방세 감소분에 대한 지방재정은 반드시 보전한다’는 약속을 지켜낸 것이다.9일부터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국민의 불편과 화물운송의 차질이 우려되지만 이는 박근혜정부가 철도민영화 반대 공약을 파기함으로써 빚어진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반대로 중단되었던 이명박 정부의 KTX 민영화를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민간매각 방지대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하나 매각 방지는 과도한 의결권 제한 등으로 위법성이 커 오히려 현실성이 없다. 철도민영화는 철도 요금 인상 및 철도안전 위협, 정부의 재정부담 증가 등 철도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철도산업을 붕괴시킬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 공공부문민영화저지특위 위원으로서 박근혜정부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합리적이고 국익에 부합하는 철도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민생·민주 위해 눈과 귀 열을 것지난 대선의 불법과 부정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원 개혁, 그리고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진정어린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장하나 의원의 개인 발언과 양승조 최고위원의 독재정권의 말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라는 충고에 과도한 공격을 가하고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마저 전면 보이콧하고 있다. 경색된 정국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보겠다던 여야대표 4자 합의의 정신 어디로 갔는지 되묻고 싶다. 정기국회가 끝나가지만 우리 국민의 민생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현안들은 여전히 많기만 하다. 국민의 목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도록, 민생과 민주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귀를 열고 눈을 열고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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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12 23:02

고도 보존, 문화재보수사업서 분리해야

서설(瑞雪)이 내린 지난달 18일 4대 고도 지역 국회의원, 주민협의회 그리고 한국고도육성포럼은 국회에서 ‘문화융성과 고도보존육성사업’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음에도 아침 일찍부터 익산에서 공주에서 부여에서 그리고 멀리 경주에서 많은 주민들이 토론회장을 가득 메웠다. 그분들이 지역에서 멀리 국회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이유는 단 하나, 고도보존육성사업의 예산확보 때문이었다. 고도보존육성사업 예산 편성 오류경주, 부여, 공주 그리고 익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도보존육성사업은 우리 역사와 문화, 지역경제와 관광 그리고 해당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고도보존지구 지정으로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생활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고도보존 지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한결 같이 자신들이 살던 터전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고도보존육성사업 예산편성의 구조적인 오류 때문이다. 고도를 보존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인 이 사업은 문화재청 소관 문화재보수정비사업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다. 고도보존육성사업이 문화재 발굴·복원·유지·보수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는 한, 주민지원사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문화재보수정비예산으로 편성되는 고도보존육성사업은 향후 10년간 국고지원 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그런데 총액계상사업이라는 틀에 갇혀 예산 증액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지자체는 매년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을 신청하고 있으나 문화재청에서는 수요의 약 20% 정도만 반영하고 있어 대규모 사업비를 감당할 수가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총액계상사업인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은 규모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내역사업인 고도보존육성사업 예산을 증액할 경우 다른 문화재 보수예산을 상대적으로 줄여야 하는 구조다.고도보존육성사업은 기본계획에 따라 연평균 527억 원의 국고지원 즉, 매년 300억 원 이상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총액계상사업인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으로는 매년 3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증액할 경우 국가 전체 문화재 유지·보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문화재보수예산 중 고도보존육성사업비는 연평균 20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익산의 경우만 봐도 금마도 토성 정비 등 17개 사업과 함께 주민지원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예산문제 때문에 모든 게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고도보존육성사업은 법률과 고시에 따라 각각의 기본계획 및 중장기 사업계획이 수립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재보수정비 예산과 같은 총액계상사업으로 편성할 이유가 없다. 세계유산보존관리사업이 2011년부터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에서 별도 세부사업으로 분리·운영되고 있듯이 고도보존육성사업도 별도 세부사업으로 계정 분리돼야 한다. 주민지원 관련 예산 확보 최선다할 터아울러 주민지원사업 예산을 담을 그릇을 문화재청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옮겨야 한다. 문화재 발굴 및 유지보수는 문화재청에서 하되, 고도보존육성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문화관광 창조사업은 진흥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끝으로 국회에서 2014년도 예산이 확정되는 그 순간까지 고도보존육성사업의 주민지원 관련 예산이 확보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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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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